박선희

박선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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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선희 기자입니다.

teller@donga.com

취재분야

2026-01-07~2026-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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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유럽 출신, 여성, 체제 비판 작가… 노벨 문학상, 올해는 누구에게 미소 지을까

    비유럽, 여성, 체제 비판적 작가. 올해 노벨 문학상은 연이어 흠집이 난 명성을 만회하기 위해 이 세 조합의 안전한 선택을 할까. 해마다 이맘때면 주목받는 노벨 문학상 단골 후보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왔다. 8일 오후 8시(한국 시간) 발표를 앞두고 수상자 관측 열기가 뜨겁다. 해외 언론들은 올해 노벨 문학상이 정치적 이념적으로 논란이 없는 ‘안전한 작가’를 수상자로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노벨 문학상이 계속 구설에 올랐기 때문이다. 2018년에는 심사위원 배우자가 ‘미투’ 논란에 휩싸여 수상자 선정 자체가 취소됐다. 지난해에는 수상자 페터 한트케가 유고슬라비아 내전 당시 인종청소를 자행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에게 동조한 사실이 드러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영국 가디언은 최근 현지 언론의 보도를 바탕으로 “올해는 그간의 스캔들을 만회하고 상의 명성을 지킬 수 있는 안전한 선택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비유럽 출신, 여성 작가, 특히 정치적 이념적 외형적 모든 측면에서 지난해 논란이 됐던 한트케와는 ‘정반대의 작가’가 수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대표적으로 미국 작가인 자메이카 킨케이드(71)가 거론된다. 카리브해의 섬나라 앤티가바부다 출신인 킨케이드는 보모로 일한 경험을 쓴 자전적 소설 ‘애니존’으로 제국주의와 성역할, 전통에 얽매인 교육체제를 비판해 큰 반향을 일으켰고 식민주의, 인종차별, 성 평등을 다룬 다수의 작품을 집필했다. 캐나다 시인 앤 카슨(70)의 작품도 면밀히 검토 중이란 관측이 나온다. 파피루스의 파편으로 남은 이야기를 현대 시어로 재창작하는 등 고전에서 영감을 얻은 독창적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후보자나 심사 과정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는 노벨 문학상은 전문가들의 예상 못지않게 도박사이트에서의 베팅 확률이 수상자 예측 지표로 활용되기도 한다. 영국의 베팅업체인 나이서오즈나 래드브룩스에서 올해 가장 유망한 수상자로 물망에 오르는 이는 프랑스 작가 마리즈 콩데(83)다. 대표작 ‘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에서 17세기 미국의 마녀 재판으로 희생된 흑인 여성의 삶을 그렸다.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아가는 아프리카인의 아픔을 담아낸 작품들로 2018년 대안 노벨문학상으로 불리는 ‘뉴 아카데미 문학상’을 받았다. 국내 유일한 국제문학상인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한 러시아의 류드밀라 울리츠카야(77), 미국의 메릴린 로빈슨(77), 케냐의 응구기 와 시옹오(83) 등 세 명이 나이서오즈 배당률 10위 안에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끈다. 울리츠카야는 1992년 중편 ‘소네치카’를 발표하면서 러시아 문단과 세계문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대표작 ‘쿠코츠키의 경우’도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했다는 평을 받는다. 아프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탈식민주의 문학의 대표 작가인 응구기 와 시옹오 역시 올해도 주요 후보에 올랐다.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71), 지난해 부커상을 수상한 ‘시녀 이야기’의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81), 중국의 반체제 소설가 옌롄커(62)도 매년 호명되는 노벨 문학상 ‘단골 후보’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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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발-이주 갈등…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이죠”

    등단 8년 차 소설가 김혜진(37)은 사회적 약자나 주류에서 소외된 이들의 삶, 특히 노동과 주거 문제를 중심에 둔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며 주목받았다. 그가 최근 단편집 ‘너라는 생활’과 첫 장편소설 ‘중앙역’ 개정판을 함께 냈다. 올 상반기 재개발의 어두운 이면을 파고든 장편 ‘불과 나의 자서전’ 이후 연이은 출간.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작가는 “어쩌다 보니 올해 유독 부지런한 것처럼 보인다”며 웃어보였다. 작가는 현실에 밀착하면서도 서사의 묘미와 긴장감을 잃지 않고 개발에 뒤얽힌 사회의 복잡한 단면을 형상화한다. 단편 ‘3구역 1구역’은 재개발이 완료된 지역과 막 추진되며 이주 문제로 갈등이 생기는 곳에 각각 사는 두 사람이 길고양이를 매개로 마주치며 발생한 미묘한 충돌을 다뤘다. 작가가 ‘급하고 싸서’ 재개발이 진행 중이던 서울 공덕1구역에 거주한 경험이 바탕이 됐다. 그는 “개발 이슈는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서울에 살면 늘 느끼게 된다”며 “개발하지 않아야 한다거나, 개발의 당위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이해관계와 그 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문제를 이해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의식주에서 ‘주(住)’가 왜 마지막인지를 갈수록 체감해요. 주는 단순히 공간의 차원이 아니라 정신 마음 상상력에까지 영향을 주거든요. 하지만 우리의 주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요. 진입도 어렵고 보장도, 대안도 없어요. 그로 인해 벌어지는 급격한 변화에 관심이 많아요. 거창한 사명감 때문이 아니라 그저 가장 가까이 있는 문제에 관심을 갖는 거죠.” 지속적으로 선택하는 현재형 시제도 ‘지금 이곳’의 현재성을 드러내는 효과가 뚜렷하다. 그는 “현재형 시제가 인물이 시간에 고여 머물고 있는 느낌을 줘서 의도적으로 쓴다”고 말했다. 2인칭 시점을 고집한 이유도 비슷하다. 그는 1인칭의 ‘내 이야기’도 아니고 3인칭의 ‘먼 이야기’도 아닌 너와 나, ‘바로 우리’의 이야기임을 강조한다. 단편 ‘자정 무렵’ 등에서처럼 퀴어 커플의 일상을 다룬 2인칭 서술은 이들의 삶을 새로운 방식으로 재현한다. 그는 “단편집이라고 해서 청탁 오는 대로 써서 묶는 게 아니라 분명한 방향을 정하고 싶었다”며 “이번에는 ‘나’와 가장 밀접한 ‘너’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책을 묶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중앙역’은 부랑하는 노숙인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로 작가가 계속해서 다루는 주거 문제의 시작점이 된 작품. 집과 부동산이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된 시대다. 그는 “아무래도 다음 작품에서는 주거 문제를 더 구체적으로 짚어보게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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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벌인 듯 여러 옷 겹친 듯 복고풍인 듯 파격인 듯

    패치워크 패턴의 계절이 돌아왔다. 조각난 직물을 다양한 크기와 모양으로 이어붙인 패치워크 스타일은 찬바람이 부는 가을에 특히 스타일링 하기 좋은 아이템이다. 한 벌의 옷으로 여러 옷을 겹쳐서 입은 것처럼 풍성한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버버리, 루이비통, 마르니 등 대부분의 대형 패션 브랜드들은 코트나 재킷, 원피스뿐 아니라 구두, 가방 등 액세서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패치워크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패치워크는 1960년대 유행했던 전형적인 복고 패션이지만 소재와 패턴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전원적인 분위기부터 파격적이고 세련된 스타일까지 원하는 대로 개성 있게 연출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색상과 패턴, 소재의 천 조각을 이어붙이는 의류 제작 기법이기 때문에 빈티지한 느낌은 기본적으로 장착된다. 데님 패치워크는 펑키하고, 조각조각 낸 직물을 큼지막한 블록으로 이어붙인 니트나 카디건은 보헤미안 감성이 물씬 풍긴다. 마르니의 니트 카디건처럼 이어붙이는 직물 형태를 길쭉하게 늘이거나 불규칙하게 변형시키면 세련되고 현대적인 느낌을 줄 수도 있다. 버버리의 런웨이 컬렉션에서 보듯이 클래식한 체크무늬도 패치워크 패턴을 이용하면 뻔한 느낌에서 벗어나 생동감과 재미를 더할 수 있다. 패치워크 된 옷에 또 다른 패치워크 의상을 걸치는 것도 옷 입는 재미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다. 스카프, 구두, 가방 같은 액세서리를 패치워크로 선택해 포인트를 줄 수도 있다. 더조리포트 등 해외 패션매체들은 “올해는 스타일의 관점에서뿐 아니라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도 패치워크 패턴이 주목받고 있다”고 진단한다. 친환경적 의류 생산을 고민하는 패션업체들이 오래된 직물 조각을 한데 모아 짜는 패치워크 패턴이야말로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한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마르니가 재활용 원단의 패치워크 스타일을 런웨이에서 다양하게 선보였다. 빈티지 퀼트 직물을 재활용해서 다양한 패치워크 의류를 선보이는 보데(bode) 같은 신진 브랜드도 주목받고 있다. 보데는 미국에서 구한 빈티지 직물, 프랑스 영국 등 유럽에서 구한 리넨이나 울을 재활용해 직물의 역사와 스타일을 함께 살린다. 파타고니아 역시 재활용 센터에서 수거하거나 제작 중에 남은 옷감을 활용해서 패치워크 스타일의 데님 반바지, 티셔츠와 스웨터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스타일을 살리면서 환경보호까지 할 수 있는 ‘일석이조 패션’인 셈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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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종기 등단 60년… “시 쓰기는 끝을 알수없는 경주”

    그리운데 슬픔이 끝이 아니다. 어스름하나 따스하고, 쓸쓸하지만 더없이 깊어진 위안. 마종기 시인(81)이 5년 만에 펴낸 신작 시집 ‘천사의 탄식’(문학과지성사·사진)에는 시인으로, 의사로 그리고 신앙인으로 살아온 그의 한층 깊고 겸허해진 언어들이 펼쳐진다. 20대 중반 어쩔 수 없이 미국으로 떠나 의사 생활을 시작한 뒤 일평생 고국을 떠난 그리움을 아름다운 시어로 매만져온 그의 시력(詩歷)은 올해로 60년이다. 최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시인은 “아직 사람들이 감동할 수 있는 좋은 시를 내놓지도 못했는데 벌써 등단 60년이라니 부끄러움이 첫 감회”라며 “이 마라톤의 끝은 어딜까, 이제는 피곤해지는구나 싶기도 한데 시 쓰기는 결승점 테이프나 꽃다발, 팡파르가 없는,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는 경주인 것을 알기 시작했다”고 했다. 치열한 의료 현장의 고단함과 늘 곁에서 순환하는 탄생과 죽음의 굴레는 직분, 소명에 대한 고민과 절절한 향수를 노래하는 시 속에 고스란히 재현된다. ‘사흘 만에 돌아오는 당직 때는 밤새도록/기억에도 없는 주검을 청진기로 확인하고/사망진단서를 써주고 부검을 보면서 … 밤새우고 병원을 나오는 여명의 공간을/왜 캄캄한 지하실로 내려간다고 느꼈던지’(‘노을의 주소’) 그는 “언어, 실력도 부족했고 외국서 수련의가 된 지 4개월 만에 부친이 고국에서 돌아가셔서 견디기 어려웠다”며 “일단 살기 위해 밤새워 시를 썼는데 돌아 보니 문학이 가진 휴머니티는 좋은 의사의 조건이었고 의사란 생업은 시의 좋은 질료가 돼줬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로 고국에 별로 기여한 것 없이 미국에서 생업을 이어왔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에 의료진이 펼친 살신의 봉사는 나 같은 열외자에게 눈물을 쏟게 했다”고도 했다. “아마도 나이가 조금 작용했을 것”이란 설명대로 이번 시집에는 돌아가신 부모님, 먼저 떠난 친구들을 그리워하는 시편이 적지 않다. 이들에 대한 깊은 그리움은 자연히 믿음의 세계 안에서의 재회를 소원하는 그의 신앙과 만난다. 그는 “미약한 생명체의 민낯, 새 생명의 기쁨 등 수십 년 의사로 살면서 경험에서 추출해낸 가장 중대한 보람이 신앙이었으나, 신앙을 직접 시에 넣는 건 금기시했다”고 했다. 그래서 성공한 예가 드물다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모험’을 했다. 특히 표제작인 ‘천사의 탄식’에 그 삶과 문학의 바탕이 돼 준 신앙이 잘 드러난다. ‘우리는 결국 다 함께 일어난다는, 다정하게 들리는 저 천사의 탄식! … 이제는 생애의 성사를 받을 시간, 수많은 죄와 회한을 기쁨으로 바꾸어주는 당신께 다가간다’ ‘아버지도 가을에 돌아가셨고/어머니도 그 뒤의 가을이었지 … 괜찮다면 나도 가을이고 싶다’(‘즐거운 송가’)며 삶과의 이별을 담담히 준비하는 시편들에서도 회복과 영원에 대한 염원이 읽힌다. 그는 “여행도 힘들고 친구도 만나기 힘든 이 난세에 기대고 위로받을 곳은 예술과 신앙, 두 가지가 아닐까”라며 “둘 다든, 둘 중 하나에든 기대어 위로와 기쁨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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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우리가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다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저자의 전작 두 권이 나란히 번역 출간됐다. 폴란드 출신인 이 작가는 생태계, 자연, 별자리 등 인간의 이성, 경험적 준칙 내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신비주의적 영역을 언어를 통해 자유롭게 탐험한다. 스릴러 소설 형태를 띠고 있는 ‘죽은 이들의…’(2009년)와 짧은 단편, 수많은 에피소드가 연결된 ‘낮의 집, 밤의 집’(1999년)은 소설의 양식이나 결은 사뭇 다르지만 독특한 세계관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죽은 이들의…’는 교사로 일하다 은퇴 후 폴란드의 외딴 고원에서 별장 관리원으로 일하는 할머니 두셰이코가 이웃 왕발의 죽음을 목격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처음에 사람들은 왕발이 단순히 목에 짐승 뼈가 걸려 질식한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마을에서는 그날 이후 미스터리한 죽음이 계속된다. 시신의 주변에는 어김없이 사슴 발자국이 찍혀 있고, 점성학 애호가인 두셰이코는 불길한 무엇인가를 예감한다. 마을 사람들은 ‘사냥 달력’을 발행해 특정한 시기에 동물을 죽이는 행위를 정당화한다. 인간과 동물이 모두 동등한 존재이며 점성학이 지배하는 세계를 믿는 두셰이코는 동물 사냥을 옹호하는 경찰과 가톨릭교회, 모피를 불법 거래하는 농장 등이 동물의 응징을 받기 시작한 것이라고 예견한다. 그의 말처럼 정말 동물들이 인간을 향한 복수와 반격을 시작한 것일까. 작품 후반부에 나오는 뜻밖의 결말에는 세상이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단일체이며 인간이 그 일부일 뿐이라고 여기는 작가의 문학관이 집약돼 있다. ‘낮의 집, 밤의 집’의 배경은 작은 마을 숲속의 어느 집이다. 낮 동안 이 집은 이웃을 만나고 손님을 초대하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보통 집과 같다. 하지만 밤이 되면 그 면모가 완전히 달라진다. 지하실, 넓은 방, 다락이 숨을 쉬면서 또 다른 신비로운 존재들이 되살아난다. 낮과 밤을 기점으로 사실과 전설, 실재와 꿈이 수없이 뒤엉킨 이 소설은 “이 모든 혼란 속에서 어느 누구도 그가 단지 삶을 꿈꾸고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정말로 살고 있는 사람인지 알 수 없”음을 드러내 보인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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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도성장의 시대… 그냥 그렇게 살아온 ‘순자’의 삶은

    소설가 황정은(44·사진)의 신작 장편 ‘연년세세’(창비)는 ‘1946년생 순자 씨’ 이순일과 그 가족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연작소설이다. 어릴 적 고모네서 식모살이하며 ‘순자’로 불렸던 이순일과 고등학교 졸업 후 가족 생계를 떠맡은 그의 맏딸 한영진 등 이 가족의 모습에는 한국 사회 평범한 사람들의 고단한 삶이 압축돼 있다. 작가는 건조하고 간결하면서도 감각적인 특유의 문체로 이들의 일상을 복원해 낸다. 최근 e메일 인터뷰에서 작가는 “사는 동안 순자라는 이름의 어른을 자주 만났는데 그 이름을 지어준 사람들이 궁금했다”며 “그 이름을 지은 어른은 아이가 순하게 살기를 바랐겠다 싶었고, 한 시대에 사람이 ‘순하게 산다’는 건 어떤 일일까를 계속 생각하다 소설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자연히 소설의 중심축에는 ‘시대의 바람’대로 희생하며 살아야 했던 순자가 있다. 식모살이에 지쳐 도망친 병원에서 간호조무 일을 배워 보지만 곧 고모부 손에 잡혀 되돌아온다. 고생 끝에 결혼하고 호적을 떼보고서야 본명을 알게 된다. 작가는 “내게도 순자로 살아본 부분이 있고 누구나 그럴 거라 생각한다”며 “순자를 알려면 일단 그를 만나야 하고 그 이야기를 들어야 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순자는 자식들이 자신처럼 살지 않기를, 끔찍한 일 겪지 않고 행복하기를, 무엇보다 ‘잘 살기’를 갈망했다. 하지만 잘 살기란 대체 무엇일까. 작가는 “지금까지 잘 사는 법은 대개 ‘남들 하는 대로’이거나 ‘남들보다 더’인 경우가 많았다. 그게 정말 잘 사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각자의 잘 살기를 도모하는 사회가 된다면 좋겠다”고 했다. 고도성장기 한국 사회에서 꿈, 이름, 삶을 빼앗긴 무명의 ‘순자들’을 조명하면서도 과거 유산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의 오늘을 되돌아보게 한다. 작가가 가장 애착을 가진 인물은 한영진이었다. 맞벌이하며 악착같이 가족을 꾸리는 그에게는 이해, 여유, 관조가 없다. 이 가족의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만나 세월이 되고, 역사가 되고, 사회가 됨을 기억하게 한다. 제목 ‘연년세세’ 역시 ‘대대손손’이란 말을 반복해 생각하다 떠올렸다. 그는 “대대손손은 수직적 힘을 가진 말인 데 비해 연년세세는 수평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갈 수 있는 말”이라며 “연년세세의 미래에서는 우리가 무엇을 이어갈지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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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소설, 올해 제일 많이 읽었다

    침체됐던 한국문학 시장에 부흥기가 찾아오는 것일까. 22일 교보문고는 올 1월 1일∼9월 20일 한국소설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1% 증가해 역대 최대 신장률을 올렸다고 밝혔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한국소설 판매 최대였던 2012년보다도 신장률이 4.3%포인트 높다. 한국소설 신장률은 2017년 ―1.1%, 2018년 ―1.3%, 지난해 ―1.6% 등 3년간 마이너스였다. 하지만 올 들어 SF(과학소설)와 청소년 소설이 약진하고 신진 작가가 다수 발굴되며 급반전됐다. 지난해에 비해 SF는 약 5.5배, 청소년 소설은 약 2배, 드라마와 영화 원작소설도 약 9배로 늘었다. 판타지(40.5%), 로맨스(26.8%), 일반 소설(10.8%)도 신장세를 보였다.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가 가장 많이 팔렸고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동명 드라마로도 제작된 이도우 작가의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가 뒤를 이었다. 한강 ‘소년이 온다’(4위), 정세랑 ‘시선으로부터’(5위), 장류진 ‘일의 기쁨과 슬픔’(6위), 김훈 ‘달 너머로 달리는 말’(10위)같이 순수문학 작가 작품도 호응을 얻었다. 한국소설 시장은 여전히 여성 독자가 주도했다. 여성 구매 비율은 지난해 64.7%에서 69.9%로 늘었다. 교보문고 김현정 베스트셀러 담당은 “2012년에는 ‘스크린셀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드라마나 영화 원작소설 위주였다면 올해는 다양한 부문이 인기”라며 “신진 작가들이 청소년, SF 분야에 도전해 호응을 받는다는 점에서 한국소설의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소설 분야의 한국소설 비중은 2015년 26.7%였지만 올해는 37.4%로 2012년과 비슷한 수준을 이뤘다. 영미소설 24.0%, 일본소설 16.4%, 기타 국가 22.2%였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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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가을 패셔니스타는 ‘페트병’을 입는다

    올가을 패션계를 관통하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지속가능한 소재에 대한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거세진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바람이 패션계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제품 교체 주기가 빠른 제조·유통 일괄형(SPA) 브랜드는 물론 명품이나 아웃도어 의류도 재활용 소재를 적극 활용한 친환경 패션을 추구하고 있다. 옷감에 쓰는 재생 소재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것은 버려진 페트병이다. 해양 생태계 오염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재활용 효과가 높은 데다 옷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합성섬유인 폴리에스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소재라 친환경 패션의 필요성을 이해시키는 데도 용이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주로 수거한 페트병을 갈아서 녹인 뒤 원사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제작한다. 제주에서 수거한 투명 페트병으로 니트백 등을 제작하는 플리츠마마 서강희 실장은 “원유를 정제한 것과 촉감, 기능이 동일하게 만들지만 가격은 리사이클 제품이 30∼50% 비싸다. 가격이 저렴하진 않지만 소비자들이 브랜드 가치와 지향점에 공감해 주기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양털 같은 촉감으로 가을겨울 의류에 단골로 쓰이는 ‘뽀글이’ 플리스 소재 역시 이렇게 뽑아낸 재활용 원사로 제작한다. 페트병 다음으로 옷감에 많이 쓰이는 재생 소재는 나일론으로 만드는 폐어망, 폐건축 자재다. 패션업체들은 이런 소재를 활용했다는 것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H&M은 최근 재활용 소재로 구성된 새로운 가을 컬렉션을 선보이면서 “디자인뿐 아니라 소재 역시 시간을 뛰어넘어 지속가능함”을 강조했다. 1930년대 레이스 드레스에서 영감을 받은 퍼프 소매, 러플 등 빈티지한 디테일을 가진 이번 컬렉션은 플라스틱 폐기물, 폐직물에서 뽑아낸 폴리에스터, 리사이클 나일론, 리사이클 울로 제작됐다. 명품 업체들이 올해 가을겨울 내놓은 신제품도 다양한 재활 소재에 방점이 찍혔다. 보테가 베네타가 코르크 소재로 만든 숄더 파우치를 선보였고, 프라다는 플라스틱 병에서 뽑아낸 원사로 만든 남성용 코트를 내놨다. 메종 마르지엘라는 재고와 남는 원단을 이어붙인 의상을 선보였다. 친환경적 이미지와 밀접할 수밖에 없는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노스페이스도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유기농 순면을 활용한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패션업체들이 재활용된 소재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원산지, 제조 과정을 가급적 소상히 소개하는 이유는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의 동참을 끌어내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H&M은 원단의 생산지, 생산 시기, 제작 과정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노스페이스는 충전재, 안감 등에서 몇 퍼센트가 리사이클링 재료로 제작됐는지를 라벨에 구체적으로 밝힌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옷을 사며 환경 보호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참여했는지 인식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구매 만족도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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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에 버려진 페트병 녹여 가방을…올 가을 트렌드는 ‘제로 웨이스트’

    올해 가을 패션계를 관통하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지속가능한 소재에 대한 어느 때 보다 뜨거운 관심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거세진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바람이 패션계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제품 교체 주기가 빠른 SPA 브랜드는 물론 명품이나 아웃도어 의류도 재활용 소재를 적극 활용한 친환경 패션을 추구하고 있다. 옷감에 쓰는 재생 소재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것은 버려진 페트병이다. 해양 생태계 오염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재활용 효과가 높은데다 옷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합성섬유인 폴리에스테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소재라 친환경 패션의 필요성을 이해시키는 데도 용이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주로 수거한 페트병을 갈아서 녹인 뒤 원사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제작한다. 제주에서 수거한 투명 페트병으로 니트백 등을 제작하는 플리츠마마의 문재훈 이사는 “원유를 정제한 것과 촉감, 기능이 동일하게 만들지만 가격은 리사이클 제품이 30~50% 비싸다. 가격이 저렴하진 않지만 소비자들이 브랜드 가치와 지향점에 공감해 주기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양털 같은 촉감으로 가을겨울 의류에 단골로 쓰이는 ‘뽀글이’ 플리스 소재 역시 이렇게 뽑아낸 재활용 원사로 제작한다. 페트병 다음으로 옷감에 많이 쓰이는 재생소재는 나일론으로 만드는 폐어망, 폐건축 자재다. 패션업체들은 이런 소재를 활용했다는 것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H&M은 최근 재활용 소재로 구성된 새로운 가을 컬렉션을 선보이면서 “디자인 뿐 아니라 소재 역시 시간을 뛰어넘어 지속가능함”을 강조했다. 1930년대 레이스 드레스에서 영감을 받은 퍼프 소매, 러플 등 빈티지한 디테일을 가진 이번 컬렉션은 플라스틱 폐기물, 폐직물에서 뽑아낸 폴리에스터, 리사이클 나일론, 리사이클 울로 제작됐다. 명품 업체들이 올해 가을겨울 내놓은 신제품도 다양한 재활 소재에 방점이 찍혔다. 보테가 베네타가 코르코 소재로 만든 숄더 파우치를 선보였고, 프라다는 플라스틱 병에서 뽑아낸 원사로 만든 남성용 코트를 내놨다. 메종 마르지엘라는 재고와 남는 원단을 이어붙인 의상을 선보였다. 친환경적 이미지와 밀접할 수밖에 없는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노스페이스도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유기농 순면을 활용한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패션업체들이 재활용된 소재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원산지, 제조 과정을 가급적 소상히 소개하는 이유는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의 동참을 끌어내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H&M은 원단의 생산지, 생산시기, 제작과정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노스페이스는 충전재, 안감 등에서 몇 퍼센트가 리사이클링 재료로 제작됐는지를 라벨에 구체적으로 밝힌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옷을 사며 환경보호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참여했는지 인식하는 것은 소비자자들의 구매 만족도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박선희기자 teller@donga.com}

    • 2020-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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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제 어디서나, 만화’ 부천국제만화축제 27일까지 온라인 진행

    국내 최대 만화축제인 제23회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사진)가 19일 온라인으로 개막했다. 이번 축제는 ‘언제 어디서나, 만화!’를 주제로 27일까지 진행된다. 개막식은 한국만화박물관 상영관에서 열렸다. 2020 부천만화대상·대한민국창작만화공모전 시상식과 개막선언은 화상채팅과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됐다. 전시회 ‘2020 부천만화대상전’은 온라인 가상 전시실에서 열린다. 지난해 대상 작품인 ‘곱게 자란 자식’과 올해 대상 작품인 ‘우두커니’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다양성 만화 지원사업으로 마련된 독립만화 특별전 ‘독립에서 독립하기’ 전시회도 이곳에서 진행된다. 코스튬플레이어(만화 캐릭터 분장을 하는 행위자) 행사도 온라인으로 열린다. 해외·국내·반려동물 코스튬플레이어 등 다양한 부문에서 진행하는 이 행사는 참가자들의 영상, 사진을 공모해 수상자를 선발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인기 작가와 온라인으로 만나는 ‘랜선 팬미팅’도 한다. 참여하는 작가는 ‘갓오브하이스쿨’의 박용제,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의 한산이가 홍비치라, ‘구구까까’의 혜니, ‘바른연애길잡이’의 남수 등이다. 초청이벤트 ‘최초공개! 취향저격 작가’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투표에서 1위에 오른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의 삼 작가가 라이브 방송으로 팬들과 만난다.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부른 가수와 함께하는 ‘애니송 콘서트’, 성우들의 더빙 연기를 볼 수 있는 ‘성우 콘서트’도 열릴 예정이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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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네 가지 빛깔의 사랑

    영화감독이자 소설가로 활동하며 문단 안팎으로 두루 주목 받는 손원평 작가의 신작 장편.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라 일컬어지지만 내면의 상처를 지닌 남자 도원과 매력적이지만 과거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재인, 티 없이 맑고 발랄한 성품의 예진과 어두운 내면을 가진 호계. 각자 개성이 뚜렷한 네 남녀의 감정이 서로 교차하는 가운데 생긴 미묘한 파장들이 산뜻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려진다. 커피를 홀짝이는 예진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소설 도입부는 간결하고 산뜻하다. 일터에서 떨어진 건물 계단에 걸터앉아 쉬던 그는 우연히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영화 후시(後時)녹음업체 직원 도원과 마주친다. 두 사람은 금방 감정적인 유대감을 느끼지만 선뜻 가까워지지는 못한다. 예진은 도원에게 마음을 열지만 도원은 티 없이 맑은 예진이 자신과는 다른 결의 사람이라고 여기기 때문. 호계는 재인의 베이커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이다. 재인은 일 호흡이 잘 맞는 호계를 좋게 평가하지만 사실 호계는 냉소적이고 어두운 면이 많다. 그런 그가 오픈 채팅방 정모(정기 모임)를 통해 예진을 알게 되면서 조금씩 달라진다. 우연히 함께 연극을 보게 된 네 사람. 이후 도원과 재인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관계와 감정은 마치 프리즘을 통과한 빛처럼 갈라지기 시작한다. “일종의 연애소설이자 3인칭의 다소 느릿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사랑과 이별을 둘러싼 설렘과 아픔이 담백하고 편안한 문체에 녹아 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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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조리와 실패에 꺾이지마” 서로 보듬는 평범함의 힘

    《‘코로나 블루’의 시기, 이 소설을 펼쳤을 때 만나게 되는 세계는 놀랍다. 제주 본섬에서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외딴 고고리섬의 그림 같은 풍광뿐만이 아니라 아픈 사연을 업고 이곳에서 만난 두 소녀의 우정, 선의를 매개로 이어진 평범한 사람들의 연대가 선연하게 펼쳐진다. 소설가 김금희(41)의 두 번째 장편 ‘복자에게’(문학동네·사진)는 제주를 배경으로 삶의 부조리 속에 쓰러진 이들이 서로를 일으키며 보듬는 포옹을 그려낸다.》 소설 읽는 즐거움을 더하는 건 배경과 인물이 튀어나올 듯 생생한 현장감이 있다는 점이다. 취재에 오래 공들이는 작가 덕분이다. 작가는 최근 e메일 인터뷰에서 “제주에 관한 장편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등단할 때부터 했는데 2018년 제주에 머물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취재하게 됐다”며 “그 공간에 놓여 있는 것만으로 어떤 이야기의 화소(話素)가 달라붙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덕에 제주 청보리밭, 향긋한 귤꽃, 선착장 풍경과 “게염지 좁안 방물 물엉들이듯 헤수다” 같은 능청스러운 제주방언까지 섬 생활의 디테일이 고스란히 재현된다. 주인공의 직업이 판사인 것은 이야기 흐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린 시절 단짝이었지만 오해로 멀어진 복자를 그리워하는 주인공 이영초롱은 법을 몰라 자신을 변호하지 못하는 이들을 마주할 때마다 속이 부글대는 당차고 의협심 강한 인물. 결국 불성실한 변호사에게 “엿까세요”라고 말한 사건을 계기로 제주로 발령받는다. 주변에선 “사법계의 이효리가 된 것”이라고 위로하지만 명백한 좌천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의료원의 산재(産災) 사건 피해자가 돼 힘겨운 소송 중인 복자를 재회하게 된다. 이런 설정은 법원에서 가졌던 강연회가 계기가 됐다. 그는 “질의응답 시간에 판사들이 직업의 애환을 자세히 토로했는데 약자들을 지켜봐야 하는 데서 오는 인간적인 괴로움에 대해 ‘화가 난다’라고 했던 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며 “인간적 고뇌가 깊으면 ‘그래, 화가 나는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 이미 소설의 어떤 인물이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법대생이 보는 소(小)법전과 수업 교재를 사서 읽으며 인물에 몰입하기도 했다. 이 작품엔 제주에서 실제 있었던 한 의료원 산재 사건과 판사 블랙리스트 파문, 민주화운동의 상처와 개발을 둘러싼 갈등 등 다양한 사회적, 역사적 문제가 배경으로 깔려 있다. 하지만 작가의 시선은 갈등이나 문제 그 자체보다는 세상의 부조리와 실패에도 낙담하지 않고 서로를 일으키는 평범한 삶의 강인함에 머문다. 무거운 사건을 다룰 때도 특유의 위트와 산뜻한 문체가 균형을 잡는다. 소설 속 복자는 위안, 그리움, 연대의 존재이기도 하고 건강한 부채감과 책무의 대상이기도 하다. 작가는 복자라는 존재를 “어떤 상황에서도 실패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걸을 수 있도록 응원해주는 사람” “좋은 미래의 날들에 대해 미약하게나마 암시해주고 싶은 사람”이라고 풀이했다. 그에게 그런 복자는 “당연히 독자분들”이란다. “경험한 적 없는 어려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지만 이렇게 해서 한번 강하게 삶의 방향을 바꿔보라는 세상의 요구인 것 같기도 해요. 이 시간들이 결국 우리를 더 나아지게 하리라 믿어요. 아주 간절히, 독자들의 안녕을 빕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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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0회 박경리문학상 ‘장마’ 소설가 윤흥길 씨

    소설 ‘장마’의 윤흥길 작가(78·사진)가 제10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16일 선정됐다. 심사위원회는 “윤흥길 작가의 작품에는 삶의 원초적인 모습이 있는 듯하다”며 “전통적 질서도 이데올로기의 체제이며 인간이 지닌 여러 모순을 포함하는데 그의 작품들은 전통과 이데올로기적 대결의 여러 모순 관계를 탁월하게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한국 작가의 수상은 1회 최인훈 작가(1936∼2018) 이후 처음이다. 박경리문학상은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1926∼2008)의 문학정신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11년 제정된 국내 최초의 세계문학상이다. 상금은 1억 원. 토지문화재단과 박경리문학상위원회, 강원도, 원주시,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한다. 올해는 마로니에북스, ㈜미림씨스콘, ㈜스펙스, 연세대가 공동 후원했다. 시상식은 다음 달 24일 오전 11시 반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서 열린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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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문학의 어머니 박경리선생, 그분 문학상 받는건 과분한 영광”

    윤흥길 작가(78)는 고향인 전북 완주에서 일제강점기 말부터 6·25전쟁 직후까지 한국근현대사의 굴곡을 다룬 대하소설 ‘문신’(전 5권)의 막바지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건강이 나빠지면서 집필을 잠시 중단했지만 얼마 전 몸을 추스른 뒤부터 “살얼음판 딛듯 근신”하며 밤새워 원고를 쓰고 있다. ‘문신’은 “큰 소설을 쓰라”고 한 생전 박경리 선생의 권유에 영향을 받은 작품. 2018년 3권까지 출간했다. “5권짜리를 대하소설이라 부르기 계면쩍다”며 스스로 ‘중하(中河)소설’이라 칭했다. 하지만 문학계에선 ‘완결되면 기념비적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 작가의 박경리문학상 수상 소식은 이런 의미에서 더욱 각별했다. 건강 때문에 e메일로 수상 인터뷰에 응한 작가는 “내 문학의 어머니이자 스승인 박경리 선생님 이름으로 제정된 문학상을 받는 것은 과분한 영광일뿐더러 무쌍(無雙)의 기쁨이고 격려”라고 밝혔다. 작가 윤흥길 하면 떠오르는 작품은 전쟁과 산업화 과정에서의 부조리를 그려낸 ‘장마’와 ‘아홉 켤레 구두로 남은 사내’다. “어린 시절 우상 같은 존재였던 외삼촌의 전사(戰死) 통지서가 전달되는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외아들을 잃은 외조부모는 절손(絶孫)의 아픔 속에 고적한 말년을 보내다 돌아가셨습니다. 또 저를 친자식 이상으로 사랑했던 막내 이모는 서울이 수복되기 직전 이모부가 행방불명된 뒤 홀로 사시다 폐결핵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외가의 비극이 작가인 저에게 전쟁의 참상과 분단의 비극에 주목하게 만든 셈이지요.” “분단 문제에 작가로서의 사명을 갖고 있다”고 밝혀온 작가는 대표작 ‘장마’에서 갈등 해결의 방법이 삶의 원초적 조건에 대한 깨달음임을 강조했다. 전쟁 발발 70년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는 이념갈등과 분열로 시끄럽다. 그는 “남북이 공유한 민족의 전통적 정서나 가치관을 공동체 안에 끊임없이 환기해 동질성을 확인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집단이기주의에 사로잡히거나 철 지난 이념에 함몰돼 당장 코앞의 이익만을 노리고, 분단 현실을 정략적으로 악용하는 세력이 있는 한 국가의 장래는 암담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기독교인인 그는 작가의 소명과 역할을 생각할 때 늘 ‘우는 자와 함께 울라’는 이웃 사랑의 가르침을 마음에 붙잡는다. “아무리 위대한 작가나 작품일지라도 세상을 바꿀 힘은 없습니다. 갈대밭에 숨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목청껏 왜장치는 존재가 바로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만이 아는 비밀을 누설할 때 비로소 이발사는 구원을 받습니다. 작가로서 내 역할은 궁지에 몰린 이발사를 갈대밭으로 유인해서 상처의 고백을 통해 치유의 가능성을 느끼게 만드는 일이라 믿습니다.” 그에겐 중년 시절 좌(左)반신 마비가 찾아와 종합병원에서 뇌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한 경험이 있다. 그때 창의적 사고를 관장하는 전두엽 크기가 보통 사람과 별 차이 없다는 걸 알았다. 처음에는 절망을 느꼈지만 천재가 아니라 범재(凡才)에 속함을 인정하고 나자 마음의 안정이 찾아왔다. 오히려 포기할 줄 모르는 끈기와 책상 앞에서 오래 버티는 무거운 엉덩이를 주신 창조주께 감사하게 됐다. “천재의 번뜩임 못지않게 범재의 어기찬 노력도 빛나는 결과를 창출할 수 있음을 입증하려 기를 쓰며 썼다”는 회고처럼 부단히 썼고, 그렇게 발표된 작품들은 한국문학사의 뚜렷한 족적이 됐다. ‘묵시의 바다’ ‘에미’ ‘완장’ 등 10종이 넘는 장편소설에 20여 권의 소설집 산문집 연작소설집 등을 펴냈다. 이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연작소설집 ‘소라단 가는 길’(2003년)을 꼽았다. 그는 “환갑을 자축할 요량으로 그동안 쓰고 싶었으나 못 썼던 이야기들을 묶음으로써 초로인생의 중요한 기억들을 정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잘난 자식보다 병약한 자식 쪽에 더 신경이 쓰이는 것이 부모 마음인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원로작가인 그에겐 젊은 시절부터 내내 품었으나 아직 이루지 못한 소망 하나가 있다. 대중교통 안에서 그의 책을 열독하는 ‘미지의 독자’와 우연히 마주치는 경험이다. 그는 “그렇듯 소박하고 간절한 소망인데도 늙정이가 되도록 그런 애독자 하나 못 만났다”고 했다. “책의 자리를 휴대전화가 차지한 요즘 대중교통 풍경 속에서는 더더욱 성공할 확률이 떨어질 줄 알면서도 여전히 그 우스꽝스러운 꿈을 버리지 못한 채 계속 저서를 출간해 왔으니, 스스로 생각해도 참 딱한 신세지요.” 몸이 편치 않게 된 이후, 밤새워 글 쓰고 오후에 일상을 시작하는 집필 습관을 고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수십 년 묵은 생체리듬이라 아직은 별무성과”다. e메일 인터뷰 답신 역시 “밤을 새워서 썼다”며 하룻밤을 넘겨 바로 도착했다. 그는 “주치의한테 받은 돌연사 위험 경고가 내 소설이 가는 길에 자꾸만 딴죽을 걸곤 한다”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건강이 회복돼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수한(壽限)이 다할 때까지 쓰고 싶은 작품, 써야 할 작품들을 꼭 쓰고 싶다”고 말했다.윤흥길 연표1942년 전북 정읍 출생 1961년 전주사범학교 졸업1966년 부안 진서초등학교 석포분교 교사, 습작 시작 196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회색 면류관의 계절’로 등단 1973년 원광대 국문과 졸업, 숭신여자중·고등학교 교사, 일조각 편집부 근무, 동족상잔의 아픔과 화해 그린 ‘장마’ 발표1977년 산업화시대 부조리 다룬 ‘아홉 켤레 구두로 남은 사내’ 발표, 한국문학작가상 수상1983년 ‘완장’으로 현대문학상 수상, ‘꿈꾸는 자의 나성’으로 한국창작문학상 수상 1995∼2008년 한서대 문예창작학과 교수2000년 ‘산불’로 21세기문학상 수상2004년 ‘소라단 가는 길’로 대산문학상 수상2016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선출2018년 대하소설 ‘문신’(1∼3권, 전 5권) 출간 ▼ “전통-이데올로기적 대결의 모순관계 탁월하게 보여줘” ▼‘윤흥길의 문학’ 심사평박경리문학상 후보자 추천위원회는 해마다 시상식이 끝나는 11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1년간 후보자 선정 작업을 한다. 세 차례 예심을 거쳐 본심 후보 57명을 최종 후보 5인으로 축소했고 본격적인 심사와 논의 끝에 올 7월 수상 후보자를 결정하게 됐다. 최종 후보 서정인(84) 윤흥길(78) 황석영(77) 벤 오크리(61) 조너선 프랜즌(61)의 국적을 따져 보면 세 작가는 한국인이고 벤 오크리 작가는 나이지리아인, 조너선 프랜즌 작가는 미국인이다. 최종 후보 작가들의 생년과 국적을 언급한 이유는 작가와 작품의 세대나 역사, 사회 배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 작가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을 정도의 엄청난 역사적 변화를 겪은 것이 근대 한국이다. 조선의 왕정 해체, 일본의 식민지 지배, 6·25 민족상잔 전쟁, 분단국가의 성립, 독재 정권의 산업화, 민주화라는 대사건, 그리고 이에 따르는 문화의 총체적 변화…. 한국 작가들은 시대의 변화를 작품 속에 끌어들일 수밖에 없었던 듯하다. 윤흥길 황석영 작가의 최근작이자 대표 작품 ‘문신’이나 ‘철도원 삼대’는 한국 사회가 거쳐 온 역사의 격동과 삶의 변화를 느끼게 한다. 서정인 작가는 더 광폭의 역사 변화를 체험한 세대에 속한다. ‘후송’ 등에서 실존적 시각에서의 경험을 이야기하게 되는데, 물론 그러한 결정에도 사회 상황이 반영된다. 이 중 윤흥길 작가가 그리는 세계는 주로 농촌, 전라도의 농촌이다. 그 작품 속 농촌은 단순히 가난만이 아니라 여러 모순이 뒤엉킨 역사와 관습의 결합체로 묘사된다. 작가에게 농촌의 의미는 거기에 스며 있는 삶의 원초적인 모습에 있는 듯하다. 신화적 이야기를 통해 이를 교훈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편 ‘장마’다. 주인공의 친할머니와 외할머니가 전쟁 탓에 시골 한집에 거주하게 된다. 외할머니의 아들은 국군 장교로 전사하고, 친할머니의 아들은 빨치산으로 공산군을 위해 싸운다. 두 할머니 사이에 갈등이 없을 수 없다. 친할머니는 빨치산 아들이 집으로 돌아오리라는 점쟁이 말을 믿는다. 그날 밤이 되자 아들 대신 구렁이 한 마리가 나타나고, 구렁이는 사람들에게 쫓겨 나무로 올라간다. 외할머니가 구렁이를 달래어 땅으로 내려오게 한 다음 대숲으로 들어가게 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두 할머니가 화해하고 친할머니는 일주일 후 세상을 떠난다. 이 우화의 해석은 여러 가지일 수 있겠지만 구렁이는 원초적 생명을 대표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문제 해결의 길이 이념 투쟁이나 집단적 살육이 아니라 삶의 원초적 조건에 대한 깨달음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윤흥길 작가의 작품들은 전통과 이데올로기적 대결의 여러 모순 관계를 탁월하게 보여준다. 아직 미완성 상태에 있는 ‘문신’ 또한 이러한 모순에 뒤얽힌 사건들을 이야기한다. 박경리문학상은 첫 회 이후 줄곧 외국 작가에게 시상했으나 이번에 작품의 규모나 문학 저술에 대한 생애적 헌신으로 보아 부족함이 없는 3인의 국내 작가가 최종 후보로 올랐다. 수없이 토의를 계속하고도 투표 과정을 거치고서야 윤흥길 작가를 수상자로 결정했다. 심사위원 모두의 축하를 전한다.※‘2020 박경리문학상 심사 소감’을 요약한 것임.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김우창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장}

    • 202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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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티셔츠 한 장 만드는데 물 2700L 필요”…‘환경친화적 패션’ 도전 직면한 패션계

    “티셔츠 한 장 만드는데 2700L의 물이 든다.” 친환경 패션업체 세이브더덕(SAVE THE DUCK)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니콜라스 바르지(49)는 옷을 만드는 것 자체가 환경친화적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최근 한국 공식 런칭을 계기로 본보와 e메일 인터뷰를 한 그는 “좋아하는 옷을 사되 일생 동안 혹은 그 이상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며 “저온으로 빨리 세탁하고 재활용보다는 기부를 통해 제품 수명을 최대한 연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르지의 말은 최근 패션계의 최대 화두가 ‘지속가능한 환경친화적 패션’임을 보여준다. “더 이상 쇼핑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제인 폰다가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6년 만에 다시 입고 나온 레드 시퀀 드레스는 어떤 레드카펫 패션보다 큰 주목을 받았다. 기후변화, 자원고갈의 심각성에 민감해진 소비자가 늘면서 환경오염, 생태계 파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패션산업도 일대 도전에 직면했다. 신념에 부합하는 소비를 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구찌, 멀버리 등 유명 브랜드도 친환경 제품군 개발을 시작했다. 세이브더덕(SAVE THE DUCK)은 이런 트렌드의 최전선에 선 비건 패션 브랜드다. 지속 가능성과 동물 윤리 이슈가 본격화 되지 않았던 2012년 ‘동물과 환경에 대한 존중’을 모토로 이탈리아에서 설립됐다. 주로 패딩 등 도시적 감성을 지닌 아웃도어 컬렉션을 선보여 왔다. 바르지는 “패션에선 색다른 관점일 수 있지만 진정한 럭셔리는 결국 ‘삶의 질’ ‘아름다운 자연’과 연결되는 것이란 관점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직물과 패션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물 사용, 이산화탄소 배출과 쓰레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모피, 가죽의 유해한 처리과정 때문에 유독성 금속 오염을 가장 많이 초래하는 산업 5위 안에 들 정도죠. 개인의 모든 선택이 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생각하면 윤리적 소비는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궁극적 요소이기도 합니다.” 그는 이동수단으로 전기 자전거를 활용하고 사무실에서는 고양이와 함께 지낸다. 어릴 때부터 양치할 때 수도꼭지를 잠그는 기본적인 방법으로 물 절약을 실천해왔고 서핑을 통해 자연을 향한 애정을 키웠다. 그는 “환경에 완전히 무해한 삶은 불가능하겠지만 인생은 작은 것을 실천하며 큰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내겐 패션이 그러 의미”라고 말했다. ‘오리를 구한다’는 브랜드 이름처럼, 그는 동물의 죽음과 토지황폐화, 수질 오염을 야기하는 원료는 일체 쓰지 않는다. 대신 페트병을 재활용한 원료, 에코퍼(친환경 인조모피), 자체 개발한 신소재 충전재로 의류를 제작한다. 직원의 인권을 존중하는 것부터 온실가스 배출 감량에 이르기까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선 생산 유통의 전 과정에서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 올해 한국에서 첫 선을 보이는 가을겨울 컬렉션 역시 티베트의 라다크 계곡과 주변에 사는 동물에서 영감을 받아 친환경 소재와 재활용한 원단으로 제작했다. 바르지는 “기후변화는 모두의 문제”라며 “지속가능한 방향과 윤리적 열망이야말로 패션의 미래에 대한 유일한 답일 것”이라고 말했다.박선희기자 teller@donga.com}

    • 2020-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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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여성의 적은 여성?

    ‘여자들의 우정은 얄팍하다. 애인이 생기면 친구는 내팽개친다. 여자 상사가 여자를 더 괴롭힌다.’ 여성의 우정은 오랫동안 이런 오해를 받아왔다. 남자의 우정이 과도할 만큼 미화된 것과 비교된다. 하지만 실제 그럴까. 이 책은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관계, 특히 여성의 우정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살폈다. 중세부터 현대까지 문헌과 영화, 드라마에 나타난 여성의 우정을 살피고 저자 자신의 솔직한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의 연대와 우정의 특별한 면모를 밝힌다. 10대 여자 아이들의 우정은 쉽게 폄하돼왔다. ‘여왕벌’로 불리는 중심인물 주변에 공전(公轉)하는 아이들이 서로를 은근히 배제하고 따돌리며 ‘못되게’ 군다는 편견이다. 저자도 무리에서 축출되고 무시당한 학창시절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여자의 우정이라고 규정할 순 없다. 그저 10대 특유의 미성숙한 집단사고일 뿐이다. 게다가 ‘못된 여자애’라는 인식은 1990년대 활발해진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반발로 생겼다는 견해도 있다. 편견과 낙인보다 여자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정서적, 교육적 문제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한 지점이다. 여성은 생물학적으로 도움을 주고받는 성향을 타고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여자친구들끼리 만났다가 헤어질 때면 으레 “도착하면 문자 해”라고 한다. 연대감의 표명이다. 혼자 남을 때의 불안을 공유하고 서로가 연결돼 있음을 인지시켜주는 말이다. 상대가 혼자가 아님을, 필요할 때 누군가 있음을 일러주는 말. “조심히 들어가”로 끝나는 남자들의 대화에서는 찾을 수 없는 세심함이다. 저자는 “진정한 친구는 동화 속 사랑 만큼이나 만나기 어려운 황홀한 존재”라고 말한다. 여성들의 관계에 얽힌 다양한 사례를 풀어내면서 다른 인간관계에 비해 중요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온 여성들 우정의 참모습을 흥미롭게 알려준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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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콕 지루한데 손톱 꾸며볼까

    불황일수록 기분 전환을 위해 상대적으로 값이 싼 사치품을 많이 구매하는 현상을 ‘립스틱 효과’라고 한다. 코로나19 시대, 이 용어는 ‘네일 효과’로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자기 손톱을 스스로 꾸며보는 ‘셀프 네일 케어’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어서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립스틱 효과에 빗대 손톱이 우리 시대 ‘새로운 립스틱’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이 지속되면서 네일숍을 방문하기 힘들어지자 집에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셀프 네일 용품’을 찾는 고객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평소 손톱이나 발톱 관리에 큰 신경 쓰지 않던 사람도 무료해지다 보니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하나로 네일 제품을 구매해 직접 해보는 사례가 늘었다. 뉴욕타임스(NYT)도 “1980년대에나 유행하던 저가의 ‘붙이는 손톱(press on nail)’이 돌아왔다”며 감염 우려 때문에 오갈 데가 없어진 데다 ‘코로나 블루’에 지친 사람들이 간단하게 떼고 붙일 수 있는 셀프 네일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에서도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 머리 두피 모발 피부 등 다양한 홈 케어 분야 중 가장 간편하게 시도할 수 있는 것이 손톱 관리이기 때문이다. 손톱에 쓱 갖다 붙이기만 하면 완성되는 제품들이 나오면서 국내 셀프 네일 케어 시장은 1000억 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바르는 제품에 비해 조악했던 접착형 제품은 최근 유지력, 형태감, 디자인 모두 진일보해 반응이 좋다. 스티커, 플라스틱, 반경화(半硬化) 젤 등 소재가 다양하고 반짝이, 보석 장식 등이 가미돼 디자인도 화려하다. 가격도 대개 1만 원대로 부담이 없다. 네일은 적은 비용으로 높은 만족감을 주는 패션 아이템이다. 셀프 네일 케어에 도전한다면 올가을 네일 트렌드는 가을 의류에서 영감을 받은 패브릭 소재 모티브가 핵심인 것을 기억하자. 톤다운된 컬러에 아가일, 타탄체크 패턴 등을 활용하면 손쉽게 가을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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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염과 격리의 시대, 문인들의 ‘마음방역법’

    “내키는 대로, 때에 따라 마스크는 반드시 써야만 하고, 가끔은 벗어도 상관없는. 코로나19는 이제 질병이라기보다 하나의 기분이 된 것 같다.”(소설가 김엄지) “마스크가 평범해졌다. 엘리베이터 한쪽에 비치된 손소독제가 평범해졌다. 하루에 서너 차례 요란스럽게 울리는 재난문자도 평범해졌다. 평범. 이제는 너무 많은 것이 평범해졌다.” (시인 김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특별한 시대를 살고 있다.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문인 13인이 불안과 희망이 교차하는 코로나19 시대의 특별한 경험담을 모은 책 ‘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줘’(B공장)를 출간했다. 올 6월경 출판사 기획위원인 소설가 이승우 권정현, 시인 이정하 씨가 아이디어를 냈고 젊은 작가 중심으로 원고를 모았다. 작가들은 코로나로 뒤흔들린 일상을 기민하게 관찰하거나 감각하고 저마다의 사유와 성찰을 통해 개성 있는 글로 풀어낸다. 표제작을 쓴 소설가 손보미는 신부전에 걸린 반려묘(猫) 칸트를 돌보면서 ‘아픈 칸트가 우리 삶의 일부’가 된 것처럼, 코로나로 뒤바뀐 일상도 삶의 일부가 됐음을 실감한다. 아픈 고양이에게 사랑을 쏟듯 “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부르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그저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소설가 김유담의 ‘내 이웃과의 거리’는 최근 사회상을 압축적으로 반영한 단편소설이다. 항공사 직원인 정윤은 육아휴직 중 맘카페에서 알게 된 동네 동생 혜미와 자매처럼 친하게 지낸다. 하지만 코로나로 업황이 나빠지며 반강제로 휴직이 연장되고, 치솟는 집값 때문에 남편과는 수시로 다툰다. 그 와중에 외벌이인 데다 대출에 쪼들려 마스크 값도 감당 안 된다고 엄살이던 혜미네 오래된 아파트 가격이 몇 년 사이 두 배 넘게 오른 것을 알게 되면서 정윤의 분노와 허탈감은 정점을 찍는다. 공연, 여행, 요식업계에서 일하다 코로나로 줄줄이 실직하고 공허함에 빠진 20대 청춘의 고단한 하루(최미래 ‘지난 이야기’)와 죽음이 낯설지 않게 된 시대, 외할아버지의 쓸쓸한 장례식장 풍경(임성순 ‘장례’)이 그려지기도 한다. 유튜버인 소설가 정무늬는 한 달에 한 번 찾는 정신과가 전에 없이 붐비는 것을 보면서 아무런 예고 없이 일상이 무너진 시대 “정신과도 코로나 특수 업종이었구나”라고 느낀다.(‘노란딱지’) 이들의 다양한 일화와 사유는 감염과 격리의 시대에 불쑥 화가 나고, 무시로 답답해지는 우리 마음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소설가 김유담은 “모두가 힘들고 화가 가득한 시대, 글로 어떤 위안을 줄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나만 힘들고 내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란 말을 전하고 싶었다”며 “작가들이 보고 느낀 것을 함께 나누며 힘내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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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지 작가 초대전 ‘압축’ 16일부터 갤러리M

    한지를 활용해 색채와 형태의 파장을 변화무쌍하게 풀어낸 김수지 작가의 초대전 ‘압축’이 16∼21일 서울 종로구 갤러리M에서 열린다. 투명한 한지 띠를 한 겹씩 말아 만든 원형과 사각의 덩어리들이 기하학적 문양과 유기적 소용돌이를 이룬 다양한 작품(사진)들이 전시된다. 한지의 겹침을 통한 리듬감, 결합과 배열을 통한 새로운 감각을 만날 수 있다. 이화여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작가는 초대전 ‘찰나의 순간’(2018년), 개인전 ‘잠수’(2016년)를 열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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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생 입을 수 있는 친환경 옷을 사세요”

    최근 패션계의 최대 화두는 ‘지속 가능한 패션’이다. “더 이상 쇼핑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제인 폰다가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6년 만에 다시 입고 나온 레드 시퀸 드레스는 어떤 레드카펫 패션보다 큰 주목을 받았다. 기후변화, 자원 고갈의 심각성에 민감해진 소비자가 늘면서 환경오염, 생태계 파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패션산업도 일대 도전에 직면했다. 신념에 부합하는 소비를 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구찌, 멀버리 등 유명 브랜드도 친환경 제품군 개발을 시작했다. 세이브더덕(SAVE THE DUCK)은 이런 트렌드의 최전선에 선 비건 패션 브랜드다. 지속 가능성과 동물 윤리 이슈가 본격화되지 않았던 2012년 ‘동물과 환경에 대한 존중’을 모토로 이탈리아에서 설립됐다. 주로 패딩 등 도시적 감성을 지닌 아웃도어 컬렉션을 선보여 왔다. 한국 공식 론칭을 계기로 본보와 e메일 인터뷰를 한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니콜라스 바르지(49)는 “패션에선 색다른 관점일 수 있지만 진정한 럭셔리는 결국 ‘삶의 질’ ‘아름다운 자연’과 연결되는 것이란 관점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직물과 패션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많은 물을 사용하고, 이산화탄소와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모피, 가죽의 유해한 처리 과정 때문에 유독성 금속 오염을 가장 많이 초래하는 산업 5위 안에 들 정도죠. 개인의 모든 선택이 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생각하면 윤리적 소비는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궁극적 요소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친환경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 외에 패션을 통해 환경을 지킬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는 “이미 가진 아이템을 아껴 입는 것”을 꼽았다. 좋아하는 옷을 사되 일생 동안 혹은 그 이상 철저히 관리하라는 것. 바르지는 “티셔츠 한 장 만드는 데 2700L의 물이 든다”며 “옷은 꼭 필요할 때, 저온으로 빨리 세탁하고 재활용보다는 기부를 통해 제품 수명을 최대한 연장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동수단으로 전기자전거를 활용하고 사무실에서는 고양이와 함께 지낸다. 어릴 때부터 양치할 때 수도꼭지를 잠그는 기본적인 방법으로 물 절약을 실천해 왔고 서핑을 통해 자연을 향한 애정을 키웠다. 그는 “환경에 완전히 무해한 삶은 불가능하겠지만 인생은 작은 것을 실천하며 큰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내겐 패션이 그런 의미”라고 말했다. ‘오리를 구한다’는 브랜드명처럼, 그는 동물의 죽음과 토지 황폐화, 수질 오염을 야기하는 원료는 일절 쓰지 않는다. 그 대신 페트병을 재활용한 원료, 에코퍼(친환경 인조모피), 자체 개발한 신소재 충전재로 의류를 제작한다. 직원의 인권을 존중하는 것부터 온실가스 배출 감량에 이르기까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선 생산 유통의 전 과정에서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 올해 한국에서 첫선을 보이는 가을겨울 컬렉션 역시 티베트의 카슈미르 라다크 계곡과 주변에 사는 동물에서 영감을 받아 친환경 소재와 재활용한 원단으로 제작했다. 바르지는 “기후변화는 모두의 문제”라며 “지속 가능한 방향과 윤리적 열망이야말로 패션의 미래에 대한 유일한 답일 것”이라고 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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