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민

김소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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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소민 기자입니다.

somin@donga.com

취재분야

2026-02-25~2026-03-27
문학/출판46%
문화 일반31%
음악8%
인사일반8%
학술3%
국제인물3%
만화1%
  • 에세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英-美 억대 판권계약

    김하나, 황선우 작가의 에세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이야기장수·사진)가 영미권 대형 출판사와 억대 판권 수출 계약을 맺었다. 11일 문학동네 계열사 이야기장수는 “영국 펭귄랜덤하우스의 임프린트(독자 브랜드) ‘더블데이’, 미국 하퍼콜린스의 임프린트 ‘에코’와 각각 억대 선인세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한국 에세이가 영어권 주요 출판사와 이 같은 계약을 맺는 건 드문 일이다. 수재나 웨이드슨 더블데이 대표는 이 책을 두고 “성 역할에 대한 고정 관념 및 규범을 넘어 여성들 사이의 우정과 연대, 돈독한 가치관 공유를 바탕으로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이루는 일을 그렸다”고 했다. 2019년 처음 출간된 이 책은 지난해 7월 미국 뉴욕타임스가 신문 1개 면을 할애해 소개한 것을 계기로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김 작가는 “여자 둘, 고양이 넷이 함께 살기로 결정하고 집을 구입한 뒤부터 온갖 재미있는 일들이 펼쳐졌는데, 이 이야기가 이제 새로운 대륙의 독자들을 만나게 된 것도 그중 하나”라고 소감을 밝혔다. 황 작가는 “삶의 형태를 스스로 결정하고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는 많은 여성들에게 이 이야기가 가 닿기를 바란다”고 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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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띠지’의 재발견… 벗기면 시 보이고, 펼치면 포스터 돼

    지난해 톨스토이문학상을 받은 김주혜 작가의 ‘작은 땅의 야수들’(다산책방)은 책 띠지도 눈길이 간다. 띠지 하면 떠오르는, 허리띠처럼 두른 직사각형이 아니다. 휘고 굽은 산맥의 결을 살려 만들었다. 그 뒤로 보이던 표지의 갈색 산맥은 띠지를 벗겨 보면 호랑이 등이다. 소설 첫머리에 나오는 ‘눈 덮인 깊은 산속 호랑이’와 이어진다. 띠지가 팝업북에서 주로 쓰는 일종의 가림막 역할도 한 셈이다. 출판계에서 ‘띠지’ 찬반은 해묵은 논쟁거리다. 출판사로선 표지엔 담기 어려운 홍보 문구를 넣을 수 있어 대다수 책에 필수적으로 쓰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책 제작 비용만 상승시키는 거추장스러운 도구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에 최근엔 ‘작은 땅의 야수들’처럼 띠지를 재해석해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 번 보고 버리는 게 아니라 책의 필수 부속품처럼 만드는 것이다. 띠지를 활용해 한 권의 책을 두 가지 버전처럼 만들기도 한다. 지난해 말 나태주 시인 등단 55주년을 기념해 나온 필사책 ‘오늘도 이것으로 좋았습니다’(열림원)는 띠지로 책의 4분의 3 이상을 덮어 멋진 그림표지처럼 만들었다. 그런데 띠지를 벗기면 나 시인의 시 ‘행복’이 숨어 있다. 한 출판사 편집자는 “요즘엔 띠지가 책 디자인을 해치지 않게 하는 건 물론이고 띠지가 있어야 더 예쁜 디자인을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출간된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띠지의 재발견으로 출판계에서 호평받는 작품은 여럿 있다. 그림책 ‘할아버지가 사랑한 무지개’(쥬쥬베북스)는 표지 한복판에 휘날리는 무지개 깃발이 놓여 있다. 언뜻 표지처럼 보이지만 띠지다. 작품 속 주인공이 할아버지 다락방에서 발견한 무지개 깃발을 띠지로 만들었다.‘주기율표를 읽는 시간’(동아시아)은 책을 감싸고 있는 두툼한 띠지를 펼치면 한눈에 볼 수 있는 주기율표로 변신한다. 멘델레예프 주기율표를 포스터처럼 크게 활용할 수 있다. 사계절 출판사의 ‘욜로욜로 시리즈’ 역시 띠지를 펼치면 포스터가 된다. 독특하게 접어 올린 띠지 겉면엔 다양한 개성의 타이포를 새기고, 안쪽엔 각 책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인쇄했다. ‘안상수체’로 유명한 안상수 디자인학교 학생들과 협업해서 제작했다고 한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국내에서 띠지는 2000년 초중반 북디자인 경쟁이 시작될 때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2015년 무렵 도서정가제가 도입될 때 띠지를 재해석한 실험작이 많이 나왔다”며 “환경을 생각해서 (띠지를) 없애자는 얘기도 많이 나오지만, 출판사로선 독자의 눈에 띄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에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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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7년 역사 ‘옛 왜관 성당’, 국가등록문화유산 된다

    일제강점기에 건립된 경북 칠곡군 소재 ‘구(舊) 왜관 성당’(사진)이 국가등록문화유산이 된다.국가유산청은 7일 “왜관수도원이 소유하고 있는 구 왜관 성당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해 13일 고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구 왜관 성당은 1928년에 건립된 예배당 건물로 현재까지도 원형을 비교적 잘 유지하고 있다. 높은 첨탑과 반원 아치 모양의 창호 등은 당시 성당 건축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해당 성당은 1895년 경북 최초의 천주교 본당(本堂)인 가실본당에 소속된 공소(公所)였다가 본당으로 승격되면서 건립됐다. 본당은 주임 신부가 상주하는 성당, 공소는 본당보다 작은 단위로 주임 신부가 상주하지 않는 예배소를 일컫는다.국가유산청은 “6·25전쟁 당시 베네딕도 수도원이 칠곡군으로 피란 와서 정착한 뒤에 오늘날 ‘성 베네딕도 왜관수도원’이 성립될 때까지 일련의 과정을 증명하는 역사적 장소로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왜관수도원은 칠곡에 뿌리를 내린 뒤 아시아 최대인 베네딕도회 수도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달에는 성 베네딕도회 오틸리엔 연합회 창설 141년을 맞아 첫 해외총회가 왜관수도원에서 열리기도 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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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무령왕릉 발굴은 왜 최악의 발굴이 됐나

    발굴은 옛사람이 남긴 흔적을 찾아 역사의 빈 페이지를 채워가는 과정이다. 기록이 다 말해주지 못하는 진실이 유물과 유적에는 남아 있다.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뿐만 아니라 정치, 외교, 군사 활동의 흔적까지 읽을 수 있다. 수십 년간 발굴 현장을 누벼 온 이한상 대전대 역사문화학 교수가 교과서를 바꿀 정도로 획기적인 발굴 사례 52개를 소개했다. 선사시대부터 삼한, 고구려·백제·신라·가야, 통일신라까지 아우른다. 발굴 과정에 얽힌 에피소드도 풍부하게 담았다. 저자는 경남 창원 다호리 유적에서 도굴꾼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유물을 찾아내 가슴을 쓸어내렸던 경험을 소개한다. 2000년 전 통나무 목관 아래 유물이 가득 담긴 대나무 바구니가 있었던 것. 바구니 속에는 동검, 철검, 중국 한나라의 청동거울과 동전, 붓, 손칼 등이 있었다. 도굴꾼들이 목관 하부의 제사용 구덩이인 ‘요갱’의 존재를 몰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가 하면 미숙한 발굴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진 안타까운 사례도 있다. 백제 무령왕릉은 도굴되지 않고 온전한 상태로 발견됐지만 1970년대에 봉분을 복원하다가 왕릉 건축 부재인 전돌이 봉분 무게를 견디지 못해 다수 부서졌다. 1400년 이상 보존돼 온 백제 왕릉을 20세기 한국에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뜨린 것. 무령왕릉은 고고학계 최악의 발굴로 꼽힌다. 책 속 발굴 에피소드를 따라가다 보면 한국 고대사의 흐름이 일목요연하게 드러난다. 유물과 유적, 발굴 현장을 찍은 컬러 사진 100여 장이 이야기를 더 실감나게 전한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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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 게이츠 “요즘 태어났다면 자폐 진단 받았을 것”

    “나의 일상은 주로 며칠씩 코드를 작성하고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만 그 자리에서 잠을 자는, 정신없는 소용돌이의 연속이었다.”빌 게이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의 자서전 ‘소스코드’ 한국어판(열린책들·사진)이 5일 국내에 발간됐다. 올 10월 70세가 되는 게이츠 창업자가 생애 처음 쓴 자서전으로, 3부작으로 기획된 자서전 가운데 첫 번째 권이다. 게이츠 창업자는 책에서 “어린 빌 게이츠는 다루기 쉬운 아이는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내가 오늘날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다면 아마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았을 것”이라고도 썼다. 하지만 그는 컴퓨터란 새로운 세계에 깊이 빠져 있던 학생이었다. 진눈깨비를 뚫고 산에 하이킹을 다니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컴퓨터 프로그램 코드를 떠올렸다고 한다. 엄격했던 어머니 메리 맥스웰 게이츠와는 자주 대립했다. 게이츠 창업자는 어머니가 준 영향에 대해 “어머니의 기대는 내게 내면화되어 성공하고, 두각을 나타내고, 중요한 일을 이루고 싶다는 더 강한 야망으로 피어났다”며 “마치 어머니의 기준을 크게 뛰어넘어 그 문제에 대해 더 이상 거론할 필요가 없게끔 만들어야만 할 것 같았다”고 짚었다. 어머니 메리는 1994년 6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외할머니 아델 톰프슨은 카드 게임의 명수였다고 한다. 이전에 본 적 없는 수와 확률이 조합된 상황에서 늘 최적의 선택을 내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게이츠 창업자는 “올바른 답은 항상 존재하는 법이므로 내가 찾기만 하면 된다는 확신을 강화할 수 있었다”고 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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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 게이츠 “할머니와 카드게임 통해 정답 있다는 확신 생겨” 자서전서 밝혀

    1971년 미국 서부 올림픽 산맥. 진눈깨비를 뚫고 산을 오르며 사색에 빠진 16세 소년이 있었다. 컴퓨터라는 새로운 세계에 깊이 빠져 있던 학생이었다. 그는 발밑을 주시한 채 묵묵히 걸으며 머릿속으로는 컴퓨터 프로그램 코드를 떠올렸다. 학생의 이름은 빌 게이츠. 그는 훗날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 중 하나이면서 새로운 산업을 태동시킨 마이크로소프트(MS)를 창업하게 된다.빌 게이츠가 70세를 맞아 낸 첫 자서전 ‘소스코드’ 한국어판(열린책들)이 5일 출간됐다. 3부작으로 기획된 자서전 가운데 1부로, 1955년 출생부터 1975년 마이크로소프트 설립까지를 다뤘다. “부모님 두 분을 추억하며 누나와 여동생에게 책을 바친다”는 헌사가 암시하듯 신간은 그의 성장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가족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게이츠 창업자가 회고하는 어린 시절 풍경엔 할머니 댁 식탁에 앉아 카드 패를 기다리는 여덟 살짜리 아이가 있다. 그의 외할머니 아델 톰슨은 카드 게임의 명수였다. 외할머니는 이전에 본 적 없는 수와 확률이 조합된 상황에서 늘 최적의 선택을 내렸다고 한다. 게이츠 창업자가 할머니를 처음 이기는 데 5년이 걸렸다. 그는 “카드 게임을 통해 나는 아무리 복잡하고 불가사의해 보이는 무엇이라도 결국에는 알아낼 수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배웠다”며 “올바른 답은 항상 존재하는 법이므로 내가 찾기만 하면 된다는 확신을 강화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어린 빌 게이츠는 다루기 쉬운 아이는 아니었다. 학교에 각자 물건을 가져와 발표하는 쇼 앤드 텔(show-and-tell) 시간에는 소의 허파를 가져와 동급생을 기절시키기도 했다. 그는 “만약 내가 오늘날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다면 아마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았을 것”이라며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이상한 질문으로 수업을 방해하고 선생님의 시간을 많이 빼앗는 아이였다”고 고백했다. 외할머니의 카드 기술처럼 흥미를 느끼는 일에는 열정을 쏟아부었고 흥미가 생기지 않는 일에는 아무런 관심도 기울이지 않았다.어머니 메리 맥스웰 게이츠와는 자주 대립했다. 어머니가 운영하는 “잘 조직된 가정”에선 침대를 정리하지 않거나 머리를 빗지 않거나 구겨진 셔츠를 입은 채 집을 나서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게이츠 창업자는 어머니가 자신에게 준 영향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 “어머니의 기대는 내게 내면화되어 성공하고, 두각을 나타내고, 중요한 일을 이루고 싶다는 더 강한 야망으로 피어났다. 마치 어머니의 기준을 크게 뛰어넘어 그 문제에 대해 더이상 거론할 필요가 없게끔 만들어야만 할 것 같았다.”막대한 부를 사회에 환원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어머니의 영향을 언급했다. 어머니는 “좋은 청지기가 돼야 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어떤 부를 획득하든 그것을 잠시 관리하는 청지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정기적으로 상기시켜 주었다. 부를 얻으면 그것을 나눠야 할 책임도 따르는 것이라고 강조하곤 했다.“나는 인생의 대부분을 앞날에 집중하면서 살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과거를 돌아보게 된 것도 사실이다”라는 고백처럼 책 곳곳에는 과거의 인물과 풍경에 대한 게이츠의 그리움이 묻어난다. 특히 1994년 64세 일기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마음이 절절하다. 게이츠는 “내가 그 기대에 부응하려고 얼마나 노력하는지 충분히 확인할 만큼 오래 머물지 않고 내 곁을 떠난 어머니가 안타깝고 그립다”고 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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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간 1년 안된 책 ‘리커버 바람’… 같은 책도 서점마다 다르게 꾸며

    “(해당) 도서는 (표지가) 랜덤으로 발송됩니다.” 지난해 교보문고가 선정한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1위에 올랐던 김애란 작가의 ‘이중 하나는 거짓말’(문학동네). 최근 이 책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위와 같은 문장이 뜬다. 지난해 8월 첫 출간된 이 소설은 지난해 말부터 새로 만든 표지가 3종류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마치 아이돌 음반에 멤버별 포토 카드가 랜덤으로 든 것처럼, 소설 속 주요 인물(소리와 지우, 채운)별로 ‘스페셜 에디션’을 만들었다. 기존에 있던 책의 표지나 제본 방식을 바꾸는 건 출판계에선 흔한 일이다. 가령 판매 10만 부 돌파 같은 특별 이벤트가 있을 때 등장하는 고전적 마케팅이다. 하지만 최근엔 출간 1년도 안 된 책들의 표지 등을 새로 바꾸는 ‘리커버(re-cover)’ 트렌드가 서점가에서 불고 있다. 특정 지역 한정판이거나 서점마다 표지가 다른 경우도 있다.조예은 작가의 호러 소설 ‘적산가옥의 유령’(현대문학)은 출간 2개월 만에 ‘군산 특별판’을 새롭게 내놓은 경우다. 말 그대로 전북 군산 시내 서점에서만 판다. 지난해 6월 출간된 소설은 작가가 군산에 있는 ‘히로쓰 가옥’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점에 착안해 이런 에디션을 내놓았다. 서점 관계자는 “수량이 적다 보니 군산 특별판을 사려고 멀리서 군산을 방문하는 독자들도 있다”고 귀띔했다.서점별로 자체 표지를 만드는 경우도 보편화되고 있다. 교보문고의 ‘리커버: K’와 예스24 ‘예스리커버’, 알라딘 ‘본투리드 프로젝트’ 등이 자체적으로 만든 리커버 브랜드들. 예를 들어 노동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은 ‘가짜 노동’(자음과모음)은 온라인 서점마다 표지가 다르다. 이슬아 작가의 ‘가녀장의 시대’(이야기장수)는 예스24에서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이 실린 표지의 책을 살 수 있다. 예스24 측은 “해마다 진행하는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1위 기념으로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리커버를 통해 구매 연령층의 확장을 시도하기도 한다. 스테디셀러인 ‘벌거벗은 한국사’(프런트페이지)는 원래 자녀를 둔 40대 여성이 주요 구매층. 하지만 최근 2030 여성층에 인기가 높은 디자인 스튜디오 ‘오이뮤’와 협업한 새로운 표지로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리커버가 많아지며 독자들이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책의 내용이 보강되는 개정증보판도 아니고, 표지만 바꿔 구매를 유도하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기호 출판평론가는 “빈번한 리커버는 책 자체의 무게감을 훼손시킬 수도 있다”며 “리커버를 하더라도 책의 가치를 어떻게 끌어올릴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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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한글박물관 유물 전부 다른곳 옮기기로…재개관 미뤄질 전망

    증축공사 중 화재가 발생한 국립한글박물관이 임시로 소장 유물 전부를 다른 박물관으로 옮기기로 했다. 올해 10월로 예정된 재개관 일정도 미뤄질 전망이다.2일 국립한글박물관 관계자는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1층 수장고에 남아있던 유물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으로 분산해 옮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물관은 지난해 10월 증축공사를 시작하면서 유물 전반을 수장고에서 별도로 관리해왔다. 현재까지 불에 타거나 피해를 본 유물은 없다고 박물관 측은 밝혔다.전날 오전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큰불이 나 약 7시간 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3층에서 시작된 불이 4층으로 번지면서 두 층이 전소됐다. 박물관 측은 건물 1∼4층에 걸쳐 대대적인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소방당국은 증축공사 현장에서 철근 절단 작업을 하던 중 불티가 튀어 화재가 시작됐을 수 있다고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당초 10월로 예정된 박물관 재개관 일정도 미뤄질 공산이 크다.박물관은 한글과 관련한 문헌 자료 약 8만9000점을 소장하고 있다. 조선 제22대 임금인 정조의 편지와 글씨를 모은 ‘정조 한글어찰첩’과 한국 최초 가집 ‘청구영언’ 등 다양한 보물이 포함돼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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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에서 작가로… 신춘문예 당선자의 ‘인생 책’[책의 향기]

    《2025년 을사년도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혹시 1월 1일 ‘책을 열심히 읽겠다’고 다짐하셨다가 작심삼일에 그친 분들이 계신가요. 2025년 국내 처음으로 100주년을 맞은 동아일보 신춘문예의 당선 작가들에게 당신의 ‘인생 책’은 무엇인지 물어봤습니다. 작가별로 나의 인생 책, 추천 사유, 책 속 한 문장을 정리했습니다. 설 연휴를 마무리하며 신춘문예 ‘백년둥이’ 작가들이 마음속에 간직한 책들을 펼쳐 보면 어떨까요.》김준현 / 중편소설 당선자◇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한강 지음·열림원이 에세이집을 처음 읽은 건 열일곱 살 때였다. 농도 짙은 먹빛으로 충만한 작가의 첫 장편소설 ‘검은 사슴’을 읽은 직후였다.만 스물여덟 살의 작가가 미국 아이오와에서 만난 다국적 작가들의 이름을 소제목으로 쓴 책이다. 삼 개월 남짓한 시간 동안 베트남, 아르헨티나, 팔레스타인, 튀르키예 등지에서 온 작가들과 함께했던 순간을 작가는 기억하려고 한다. 기록하는 사람이 아닌 기억하는 사람이라고 되뇔 때의 울림이 오래 남았다. 흐르는 시간과 함께 속수무책으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 잠시 멈춰 설 수 있는 사람. 지면이 아니라 내면에 먼저 지나가 버릴 모든 순간을 남기고자 하는 사람. 십 년 전 연희문학창작촌에 입주했던 시절 새벽이 깊도록 불 켜진 작가들의 방 창문을 보며 우리는 ‘쓰는 공동체’라는 유대감을 느꼈다. 그건 손을 잡거나 함께 무언가를 도모하지 않아도 연결돼 있다는 느낌이다. 얇고 가벼운 문고본의 모습으로 단정하고 담백한 시선으로 이국의 작가들이 살아온 삶의 수많은 궤적을 책은 기억하고 있다.● 책 속 한 문장 “나는 기억하는 사람, 모두가 잊은 것들을 기억하는 사람, 내가 기억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을 때까지, 다만 그때까지.”박진호 / 단편소설 당선자◇열한 계단/채사장 지음·웨일북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서른 살엔 세상에 있는 모든 ‘기성의 것들’이 나를 공격한다고 생각했다. 계급과 시스템, 성평등, 다양성 등등. 돈을 버는 사회인으로 마주하는 현실 문제는 학생 신분으로 손쉽게 외쳤던 이상과는 괴리가 너무 컸다. 그렇다고 뭔가 대단한 행동을 한 것도 아니었다. 속으로만 그 불합리함에 분노하고 삭일 뿐이었다. 좀 우습게 들릴 수 있겠지만 그때는 출근하는 매일이 굴욕적이고 절망적이었다. 오랜 시간 천착했던 고민들이 사실은 세상 물정 모르는 이십 대의 치기였다는 걸 인정하게 될까 봐. 그러다 만난 책이 채사장의 에세이 ‘열한 계단’이다. 이 책으로 위로를 받은 한편 슬픈 마음이 들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인생의 중요한 시절을 건너버린 기분이었다. 지금도 내가 너무 멀리 와 버린 건 아닌지 씁쓸한 의심이 들 때면 정신적으로 불안했던, 그리고 가장 치열했던 서른 살의 일기와 이 책을 펼쳐 보곤 한다.● 책 속 한 문장 “세상에 대한 우월감을 갖고 자신이 선택받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가져야 하는 시기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러한 경험은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며 세상과 대결할 때 그 힘을 비축하게 하고, 세상에 무릎 꿇게 되었을 때에는 다시 일어서게 하는 자존감의 근원이 되기 때문이다.”장희수 / 시 당선자◇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마쓰이에 마사시 지음·김춘미 옮김·비채이전까지 소설은 흥미진진한 갈등이 해소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를 준다고 생각했다. 그런 편견을 깨준 신비로운 책이다. 시종일관 잔잔하다. 그럼에도 읽다 보면 차분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얼마나 진지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는지, 그 속마음을 엿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 무라이 슌스케 설계사무소 직원들이 도서관 설계 공모를 위해 산속 별장에서 합숙하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수습 건축가이고, 그의 스승은 과묵하다. 그 탓에 주인공은 스승의 건축을 배우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건축은 예술이 아니라, 삶 그 자체”라며 마치 ‘츤데레’처럼 툭툭 내놓는 스승의 말을 읽으면 괜한 긴장감까지 느껴진다. 도드라지는 갈등이 없어도 흘러가는 이야기를 읽자니 어딘가 위로가 되기도 한다. 우리 삶이 별일 없어 보인대도 각자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일 테니.● 책 속 한 문장 “공사하는 사람들은 무라이 슌스케의 이러한 디테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면서 손을 움직였을까. 그들의 생각은 끝내 알려지지 않는다 해도, 한 일은 이렇게 남는다. 선생님의 설계는 시공자의 긍지에 호소하는 것이었다.”류한월 / 시조 당선자◇모래의 여자/아베 코보 지음·김난주 옮김·민음사어느 날 나는 한 권의 책 속에 빠져 모래 구덩이 아래로, 아래로 한없이 내려갔다. 그곳엔 햇볕 한 줌 들지 않았고 바람조차 메말라 고요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여전히 나였지만 더 이상 이전과 같은 나는 아니었다. 이 책은 곤충 채집을 위해 황량한 땅으로 떠난 한 남자가 모래 구덩이 속 마을에 갇히면서 벌어지는 기묘하고도 묵직한 이야기를 펼쳐 보이는 소설이다. 기이한 설정 속에 인간 실존의 불안, 억압과 자유, 균질화된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이 흠뻑 담겨 있다. 타인의 빛나는 개성은 회색 종족에게 자신의 결핍, 즉 무채색의 단조로운 삶을 비추는 잔인한 거울이다. 소설은 자신의 고유한 색을 찾기보다 회색에 섞여 안주하려는 이들에게 진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도록 촉구한다. 소설은 1964년 테시가하라 히로시 감독에 의해 영화화됐는데 원작자인 작가가 직접 각본을 담당했다. 흑백 영상 속 끝없이 펼쳐지는 모래 언덕과 그 질감이 원작 못지않은 감동을 준다.● 책 속 한 문장 “회색 종족은 자기 이외의 인간이, 빨강이든 파랑이든 초록이든, 회색 이외의 색을 지녔다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견딜 수 없는 자기혐오에 빠진다.”윤주호 / 희곡 당선자◇파수꾼/이강백 지음·지만지드라마좋은 희곡은 등장인물 수만큼 다른 이야기를 숨기고 있고 그래서 읽을 때마다 다르게 읽힌다고 배웠다. 이강백 선생님의 ‘파수꾼’을 다시 읽었다. 베테랑 파수꾼인 ‘나’는 수습 파수꾼인 ‘다’를 반기며 “넌 아직 채워지지 않은 내 꿈, 나를 애태우는 갈증이란다. 이 황야의 한복판에서 난 너라는 꿈을 꾼다”라고 말한다. 이전에 읽었을 때는 이 말이 파수꾼 ‘나’의 자부심으로 들렸는데 이번에는 그의 두려움으로 들렸다. 파수꾼 ‘나’는 자신의 눈으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적을 존재의 의미로 삼으며 평생을 황야에서 홀로 살았다. 그런 ‘나’의 채워지지 않던 꿈, 애태우던 갈증, 혼자서 꾼 꿈은 무엇일까. 오늘 처음 본 ‘다’가 자신이 평생을 기다려 온 바로 그 사람이라고 생각한 그 확신은 어디서 온 걸까. 그 말을 들었을 때 ‘다’는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작가는 “우화적인 희곡의 장점은 어떤 시간에 어떤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 읽어도 언제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10년 뒤에 다시 이 책을 읽으면 그때의 나는 어떤 이야기를 발견하게 될까. 파수꾼 ‘나’가 황야에서 홀로 꾼 꿈을 그때는 어떤 마음으로 읽게 될 것인가.● 책 속 한 문장 “넌 아직 채워지지 않은 내 꿈, 나를 애태우는 갈증이란다. 이 황야의 한복판에서 난 너라는 꿈을 꾼다.”나혜진 / 동화 당선자◇파피용/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백선희 옮김·열린책들‘개미’를 통해 알게 되고 ‘파피용’을 접한 뒤 사랑하게 됐으며 ‘고양이’로 나의 시선을 한 번 더 끌어 끝없이 바라보게 만드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기발한 상상력을 통하여 인간 사회를 보여주는 작가는 ‘파피용’에서도 적나라한 인간 사회를 보여 줬다. 책은 지구에 더 이상 살기 어려워지자 우주로 나가기 위한 나비 모양 우주선을 만들고 그것을 타고 떠나는 이야기다. 제목은 우주선의 이름. 주인공들은 파피용에서 1000년 동안 여행하게 되는데 그 속에서도 하나의 인간 사회가 만들어지며 여성 한 명, 남성 다섯 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자멸한다. 도착한 행성에서 여러 일이 있고 난 뒤 유일하게 남은 남녀 한 쌍은 “영원히 탈출을 계속할 수는 없으니까”라고 말한다. 인간들이 지구를 망가뜨려 그것을 해결하지 못해 탈출했고, 파피용 안에서도 인간들은 욕망을 좇다 망가졌다. 일을 벌여 망가뜨리기만 하고 책임지지 못하는 인간 사회에 대해 한마디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본인의 선택에 대한 회피와 도망만으로는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작게는 개인의 선택에, 크게는 지구의 환경과 인간 사회에 대한 선택으로부터 영원히 탈출을 계속할 수는 없다.● 책 속 한 문장 “영원히 탈출을 계속할 수는 없으니까.”김민성 / 시나리오 당선자◇유혹하는 글쓰기/스티븐 킹 지음·김진준 옮김·김영사‘쇼생크 탈출’과 ‘미저리’로 유명한 저자가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작가로서 성공하기까지 과정 그리고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교통사고 이야기까지 파란만장한 삶의 여러 장면을 전하는 에세이에 가깝다. 스토리텔링 작법이나 기술적인 문장 스킬보다 글쓰기의 진수를 전한다. 작가로서 그의 철학과 인생관이 잘 녹아 있는 책이다. 글쓰기가 정체된 작가뿐만 아니라 새로 글을 쓰고 싶은 이들이나 킹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모든 독자에게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의 삶을 엿보는 쏠쏠한 재미를 준다. 독자뿐 아니라 작가들 사이에서도 필독서로 통한다. 저자와 나에게 유일한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힘겨운 글쓰기 여정을 묵묵히 지지해 준 아내의 존재다. 아직도 나는 아내의 굳건한 믿음이 필요한 미완의 작가다. 하지만 언젠가는 나도 킹처럼 당당히 말하고 싶다. “이 작품을 나의 아내에게 바칩니다!” 그날을 향한 나의 글쓰기 여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책 속 한 문장 “글쓰기는 외로운 작업이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정의정 / 문학평론 당선자◇랭스로 되돌아가다/디디에 에리봉 지음·이상길 옮김·문학과지성사푸코 평전 등을 펴내고 성소수자의 정체성 문제를 탐구해 온 프랑스 사회학자 디디에 에리봉의 회고록. 동성애자이자 지식인으로서 새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동자 계급의 가족을 떠났던 저자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자신과 가족의 과거를 탐사해 나가는 여정을 떠난다. 저자는 고향 랭스로 가서 계급적, 성적, 지적 정체성들이 충돌하고 교차하는 상황을 응시한다. 저자의 자기 탐구는 내가 무엇에도 집중하기 어려운 시절, 유일하게 집중할 수 있게 했던 주제다. 졸업 논문을 쓰며 전세 대출도 받아야 했다.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할 때마다 내 처지는 ‘공부하는 학생’이라는 수식어가 사라진 ‘무소득자’로 정리됐다. 아버지는 예순이 넘어서도 건설 현장에서 노동을 했다. 어머니는 늘 실업 위기 속에 있었다. 나는 우리 부모 세대보다 무언가 나아져야만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문학 세미나에서는 노동에 대해 말하지만 나는 노동자 계급과는 아무 상관 없는 것처럼 말하곤 한다. ‘퀴어한 엘리트’가 되는 것에는 거리낌이 없으면서도 마치 노동에 대해서는 말할 자격이 없는 사람처럼 군다. 나는 뭘까? 이때 읽은 책이다.● 책 속 한 문장 “내겐 ‘불평등’이라는 말조차, 착취라는 적나라한 폭력의 실상을 현실감 없게 만드는 완곡어법처럼 비친다.”문은혜 / 영화평론 당선자◇프랑켄슈타인/메리 셸리 지음·김선형 옮김·문학동네소설이 주는 통찰은 2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 각자가 괴담을 쓰는 겁니다”라는 바이런의 제안으로 네 명이 글을 쓰기 시작하고, 열아홉의 나이로 메리 셸리는 공상과학소설인 프랑켄슈타인을 완성한다. 공상과학소설 장르는 단순히 공상적이고 환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합리적 상상력과 알레고리를 통해 현실의 모순을 인식하도록 하는 미학적 장르로 진리의 파편을 드러낸다. 프랑켄슈타인이 만든 괴물은 이상만 추구하던 무책임한 과학의 산물이다. 주인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버려진 괴물, 사랑을 갈구한 아담으로서 무모한 과학실험이 불러온 재앙을 경고한다. 생명복제 기술이 사회적 합의보다 훨씬 앞선 오늘날 사회에서 생명에 관한 책임은 어떠해야 하는지, 교육과 양육이 개인의 도덕 발달에 미치는 영향, 이질감이 주는 혐오와 편견 등에 관하여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준다.● 책 속 한 문장 “제발 프랑켄슈타인, 다른 사람한테는 잘해주면서 나만 짓밟지 말아 주시오. 나는 당신의 정의를, 당신의 너그러움과 애정을 받아야 마땅하오. 나는 당신의 피조물이잖소.”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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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 뱀’의 해, 뱀에게서 배우는 지혜와 통찰

    지혜와 통찰을 상징하는 뱀은 예로부터 영물로 여겨져 왔다. 특히 문인들에겐 아름다움과 저주 같은 상반된 이미지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물이었다. 2025년 을사년 ‘청사(靑蛇·푸른 뱀)의 해’를 맞아 설 연휴에 읽어볼 만한 ‘뱀’을 주제로 한 문학작품 세 권을 추려 봤다. 이근혜 문학과지성사 주간과 강윤정 문학동네 부장, 김민경 민음사 편집자, 소설가 김홍 성해나의 추천을 받았다.① 서정주 ‘화사집’ “사향(麝香) 박하(薄荷)의 뒤안길이다./아름다운 배암……/을마나 크다란 슬픔으로 태여났기에, 저리도 징그라운 몸둥아리냐//꽃다님 같다.” 미당 서정주의 첫 시집 ‘화사집’(1941년)의 표제작 화사(花蛇)는 사향노루 향과 박하 향이 진동하는 뒷길에서 마주친 뱀을 다룬다. 시인은 뱀이란 이미지에 따라다니는 저주와 혐오를 환기하기에 앞서 ‘아름다운 배암’이란 말을 먼저 내뱉으며 뱀이 가진 아름다움에 매료된다. 뱀이 문화·역사적 맥락에서 그만큼 다양하게 해석된 이유도 이런 매혹 때문일 것이다. 이 주간은 “뱀이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 중 하나”라고 추천했다. ② 이청준의 ‘꽃과 뱀’ 단편소설 ‘꽃과 뱀’에서 뱀은 어두운 죄의식과 금기의 이미지로 쓰인다. 대대로 조화가게를 운영하는 주인공 ‘나’는 어느 날 꽃 더미 속에서 뱀을 목격한 뒤 밤마다 환각에 시달린다. 그의 아버지 역시 뱀 환각에 시달리다가 세상을 떠났다. 이 작품에서 뱀은 실종된 누이에 대한 가족의 죄의식을 상징한다. 뱀은 미끈미끈한 몸으로 집안 곳곳을 헤집으며 신경을 서서히 옥죈다. 공포소설을 읽는 듯한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③ 생텍쥐페리 ‘어린왕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뱀 나오는 작품’을 꼽자면 ‘어린왕자’를 빼놓을 수 없다. 많은 이들이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부터 떠올리지만 실은 뱀이 한 마리 더 나온다. 마지막 대목에 어린왕자를 죽게 만드는 ‘노란 독사’다. 하지만 이 독사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아니다. 지구에서 할 일을 마친 어린왕자가 자신이 떠나온 별로 돌아가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뱀은 영혼을 육체란 껍데기에서 해방시켜 고향으로 보내주는 메신저인 셈이다. 뱀은 스스로 허물을 벗는 존재이기에 이런 역할이 설득력 있게 읽힌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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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언어 파괴 아닌 언어 변화… ‘나쁜 말’을 위한 변론

    ‘보컬 프라이(vocal fry)’는 요즘 미국에서 가장 핫한 논쟁거리 중 하나다. 목소리를 깔고 긁는 소리처럼 내는 발성인데 기름에 튀길 때 나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붙은 이름이다. 주로 젊은 여성의 말투로 인식되며, 지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조롱의 대상이 되곤 한다. 숱한 화제를 몰고 다니는 할리우드 스타 킴 카다시안이 대표적인 사례. 재밌는 건 20세기 최고 지성으로 꼽히는 미국 언어학자 놈 촘스키도 보컬 프라이를 쓴다는 점이다. 촘스키는 되고, 카다시안은 안 된다는 걸까. 똑같은 언어 현상에 다른 잣대가 적용되는 셈이다. 사람은 누구나 말할 때 무의식적으로 언어를 변형한다. 미 네바다대 사회언어학과 교수인 저자는 변형된 형태에 숨은 의미와 양상을 파악하고 그렇게 변형된 이유를 알아내고자 한다.저자는 강연장에서 만나는 미국인들의 걱정이 한가지 공통된 주제로 수렴한다고 말한다. 요즘 들어 ‘거슬리는 화법’이 늘고 있다는 대목이다. 보컬 프라이뿐만 아니다. 한국어로 치면 ‘그러니까’, ‘막’에 해당하는 ‘like’를 너무 자주 사용한다든가, 말끝마다 ‘너무(so)’를 붙인다든가 하는 것들이다. 현대 영어에서 전체적으로 격식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많은 이들이 이 같은 언어의 남용이나 파괴를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이 책은 다른 관점을 취한다. 언어 변화는 자연스러운 일이며 언어 자체에 내재된 특성이라고 봤다. 언어는 반드시 변화하며 변화 자체를 피할 길은 없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이 책은 언어의 변화가 어디서 비롯되고 어떤 의미를 갖고 있으며왜 더 많은 사람들이 변형된 언어를 사용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재밌는 사례가 ‘녀석’ 등의 의미를 가진 ‘듀드(dude)’다. 저자는 초창기 듀드의 용례를 찾기 위해 1883년 뉴욕 월드지에 실린 한 시(詩)로 거슬러 올라갔다. 당시는 스포츠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레모네이드를 홀짝이는 힘없고 멋만 내는 남성을 조롱하는 단어였다. 그 시절에 듀드는 칭찬이 아니었다.1930, 40년대 재즈의 시대와 함께 새로운 듀드의 시대가 열렸다. 주트 슈트를 입은 아프리카계나 멕시코계 이민자들이 스스로를 듀드라 일컬으면서 저항 문화를 상징하는 속어로 자리 잡았다. 나이 어린 저소득층 백인 남성 역시 이 단어에 담긴 배경을 공유하며 인종적 특수성을 넘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이윽고 재즈를 좋아하고 사회에서 주류라고 인식하는 기준에 따르고 싶어 하지 않는 중산층 남성도 듀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근사한 백인 듀드가 전면에 부상하기 시작한 것. 요즘엔 친밀하고 느긋한 동지애의 느낌으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쓰인다. 듀드의 진화는 끝나지 않았다. 저자는 ‘나쁜 영어’라고 불릴 만한 것들 상당수가 미국 사회에서 소외된 집단과 관련 있다고 짚는다. 언어 자체보다 인종, 계층, 국적처럼 더 예민한 문제가 숨어 있을 때가 많다는 지적이다. 재밌는 건 언어 역사상 혁신을 꾸준히 주도해 온 계층은 사회적으로 더 낮은 위치에 있던 언어 사용자란 점이다. ‘브로(bro)’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오랫동안 사용하던 말이었지만, 최근 젊은 백인들도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며 형제애가 생겼다는 뜻으로 사용한다.사례가 대부분 영어여서 다소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저자 특유의 유머가 곳곳에 녹아 있어 재밌게 읽힌다. 언어를 통해 역사를 공부하는 즐거움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그간 ‘올바르지 않다’고 평가절하된 언어들을 위한 변론이 무척 시원스럽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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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활동하는 작가’ 정보라 “유토피아는 제가 안 믿어요”

    “2022년에는 무척 힘들었어요. 뭐를 쓰려고 할 때마다 ‘저주토끼’보다 잘 썼나, 그것하고 비슷한가가 계속 떠올라서 괴로웠거든요. 근데 1998년부터 글을 쓴 저는 20세기를 지나 21세기까지 100년 동안 ‘안 팔리는 작가’였잖아요(웃음). ‘내가 언제 팔려서 글 썼나’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어요.” 10일(현지 시간) 소설집 ‘너의 유토피아’(래빗홀)로 한국인 최초로 세계 3대 공상과학(SF) 상 중 하나인 미국 ‘필립 K 딕 상’ 최종 후보에 오른 소설가 정보라(49)는 왠지 덤덤해 보였다. 2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만나기 전, 4월 발표를 앞두고 기대가 크지 않을까 싶었지만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일각에선 그를 두고 ‘포스트 한강’이란 기대도 나오지만, 정 작가는 오히려 정색했다.“그런 헛된 꿈은 꾸지 말아 주시면 좋겠어요. 세상에 한강은 한 명밖에 없어요.” 하지만 그는 이미 세계에서 주목받는 작가다. 소설집 ‘저주토끼’(래빗홀)로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 2023년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적이 있다. 필립 K 딕(1928∼1982)은 영화 ‘블레이드 러너’, ‘마이너리티 리포트’ 원작자인 SF 대부. 그를 기린 상의 올해 후보작 6개 가운데 정 작가 작품이 유일한 번역서다. ‘저주토끼’를 번역한 안톤 허가 이번에도 번역을 맡았다. 호주판 ‘너의 유토피아’ 발행인인 마리카 웹 풀먼은 “현대 세계 문학장에서 가장 매력적인 목소리를 내는 작가 중 한 명”이라며 “날카롭게 비판하지만 유머 감각과 공감 능력을 발휘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정 작가는 노동과 여성, 퀴어, 생태 등 다양한 문제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는 활동가이기도 하다. 직접 보고 겪은 현실의 고통에 발붙인 작품을 쓴다. “뭘 알아야 기승전결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최종 후보에 오른 뒤 관심이 집중됐지만 집회 참가와 집필, 번역은 여전히 변함없는 일상이다. 경북 포항에 사는 작가는 최근에도 여러 시국 집회에 참여하며 활발하게 움직였다. 그의 검은 배낭엔 휴대용 깔개와 마스크, 핫팩 등 ‘집회 필수품’이 가득하다. 소설집 ‘너의 유토피아’의 첫 수록작인 ‘영생불사연구소’는 조직 생활의 ‘웃픈’ 현실을 그린 작품이다. 2010년경 연세대 노어노문학과에서 시간강사를 할 당시를 배경으로 썼다. 정 작가는 “연세대 노문학과 20주년 당시 일을 65% 정도 그대로 쓴 것”이라며 “외주 디자이너가 새벽 3시에 빨간 눈으로 ‘설마 모든 일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건 아니죠’라고 물었고 그때 소설에 써야겠다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수록작 중 작가가 가장 맘에 들어 하는 작품은 ‘여행의 끝’이라고 한다. ‘식인병’이 창궐한 세계를 그렸는데 감염자가 누군가를 먹으려고 하기 전까지는 감염 여부를 알 수 없다. 작가는 “딱히 비유는 아니다”라며 “겉보기에 멀쩡해 보이지만 가까이 가면 굉장히 불쾌하고 이상한 짓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했다. 차기작도 준비 중이다. 아이들이 공동으로 성장하는 집을 배경으로 한다. 부모가 있든 없든, 부유하든 가난하든 개인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세계다. 유토피아 같은 곳이냐고 묻자 “그 안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는 답이 돌아왔다.“유토피아 소설은 재미없어요. 제가 유토피아를 믿지 않거든요.”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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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후변화… 팬데믹… 자연의 반격 그린 ‘에코스릴러’ 뜬다

    어느 날 대재앙의 검은 비가 내린 서울. 사람들의 피부가 쩍쩍 갈라지고 나뭇가지 같은 각질이 솟기 시작한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번지며 서울 시민 수백만 명이 나무로 변해버린다. 서울 전역에 울리는 사이렌 소리. “90분 안에 서울을 탈출하라!”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를 뚫고 폭발하듯 솟아오른 나뭇가지들이 건물 표면에 살풍경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잎사귀를 뜯으면 나무에선 피를 닮은 새빨간 수액이 튀어 오른다. 결국 저주받은 도시엔 방벽이 들어서고, 서울은 거대한 테라리엄(terrarium)으로 변해간다. 최정원의 신간 소설 ‘허밍’(창비)은 서울 시민들이 ‘나무 좀비’가 된다는 파격적인 설정을 담고 있다. 요즘 이런 장르를 ‘에코 스릴러’라고 부른다. 환경(ecology)과 스릴러(thriller)의 합성어로, 자연재해나 기후 위기 등을 소재로 긴장감이 넘치는 콘텐츠들을 일컫는다. 영미권에서 시작돼 최근 국내에서도 여러 소설이나 영화가 나오는 분위기다. 환경 문제란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자연의 반격’이 낯설면서 신선하다는 평가가 많다.● “자연은 수동적 존재가 아니다”에코 스릴러는 자연을 통제하려는 인간의 시도가 어떻게 예기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드러내는 작품이 많다. 최근 미국 SF문학상인 필립 K 딕상 후보에 오른 정보라의 소설집 ‘너의 유토피아’(래빗홀)에 실린 단편 ‘씨앗’이 대표적이다. 이 소설엔 인간을 향해 씨앗을 퍼뜨리는, 능동적인 식물들이 등장한다. 인간이 씨 없는 수박처럼 불구의 식물을 만들며 과학기술의 승리를 자축할 때, 식물은 인간의 모든 구멍이란 구멍에 씨앗을 안착시키는 방식으로 반격을 가한다. 인간에게 씨앗을 퍼붓고 조용히 개체 수를 늘리며 번성하는 식물들을 통해 ‘자연은 수동적 존재’라는 통념을 깬다. 에코 스릴러는 액션과 미스터리 등 장르적 요소를 적극 활용한다. 천선란의 소설 ‘나인’(창비)에선 평범한 고등학생에게 식물과 대화하는 능력이 생긴다. 주인공은 식물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2년 전 학교 선배 실종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다. 이후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은 추리 스릴러의 문법을 따랐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환경 재난 서사의 고전이라면 ‘어느 날 새들의 울음소리가 사라졌다’고 시작하는 레이철 카슨의 논픽션 ‘침묵의 봄’(1962년)을 꼽을 수 있다”며 “관점과 장르가 다양해지면서 요즘엔 ‘스릴러’를 가미한 픽션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팬데믹 경험이 설득력 높여해외에선 최근 영상 콘텐츠로 에코 스릴러가 더 주목받는 추세다. 지난해 에미상 8개 부문을 수상한 미국 드라마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숙주를 좀비로 변이시키는 대규모 곰팡이 감염을 소재로 했다. 동명의 비디오게임이 원작으로 2023년 HBO에서 처음 방영됐으며, 올 4월 두 번째 시즌이 나온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독일 드라마 ‘더 스웜’은 무분별한 해양 환경 파괴로 생존을 위협당한 해양 생물이 인간에게 반격을 가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에코 스릴러의 유행은 팬데믹을 거치며 ‘세계가 함께 앓는다’는 감각이 보편화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세계적인 질병의 유행이나 집단적인 격리 같은 작중 묘사가 더 이상 허황되게 느껴지지 않는 세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관련 콘텐츠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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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전문학속 최악의 애인은?… 밸런스 게임 갑시다”

    “출판계 닥스훈트가 되고 싶습니다.”(박혜진, 김민경 민음사 편집자) 흔히 출판사 편집자는 ‘조용하다’는 선입견이 있다. 집중해서 책을 읽고 만드는 직업이기에, 성격유형지표(MBTI)로 치면 내향형(I)일 것 같다. 그런데 강아지 중에서도 개구쟁이로 소문난 닥스훈트가 되고 싶다니. 이 편집자들, 별종임이 틀림없다. 16일 서울 강남구 민음사에서 출판사 대표 스테디셀러인 ‘세계문학전집’의 편집을 맡고 있는 박혜진(35), 김민경 씨(35)는 이를 ‘문턱 낮추기’라고 설명했다. “책들이 예쁘게 꽂혀 있으면 닥스훈트가 막 헤집고 꺼내 놓잖아요. 책을 물고 가져오기도 하고. 세계문학전집은 고루하고 웅장하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박 씨) 이들의 책 물어오기는 유튜브 채널 ‘민음사TV’에서 2022년 3월부터 진행하는 ‘세계문학전집 월드컵’ 코너다. 주로 고전 속 인물들로 가상의 대진표를 짜고 밸런스 게임을 벌인다. ‘최악의 애인’ 편에선 ‘위대한 개츠비’ 개츠비와 ‘안나 카레니나’ 안나, ‘호밀밭의 파수꾼’ 홀든 등 16명을 선정한 뒤 한 명씩 떨어뜨리며 최악의 애인을 뽑았다. 영상에서 둘은 줄거리를 구구절절 설명하진 않는다. 그 대신 캐릭터로 승부를 본다. 각자 한 명씩 변론하는데 마치 콩트를 보는 듯하다. 지금까지 고전 속 ‘최고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 ‘최고의 명문장’ 등 30여 개 에피소드를 찍었다. ‘최악의 애인’ 편은 조회수 약 18만 회, 댓글 540개의 기록도 세웠다. 구독자의 약 70%가 젊은 독자(18∼34세)란 점도 고무적이다. 유튜브 촬영은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독자를 만나던 그들에게, 최전선에서 접촉하는 ‘스릴’을 선사한다. 박 씨는 “입사 초기만 해도 ‘입에 거미줄 쳤다’ 싶을 정도로 좁은 공간에서 혼자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지금은) 독자들이 어떤 주제나 표현을 좋아하는지 반응을 마주하다 보니 항상 긴장감이 넘친다”고 말했다. 책 판매에도 효과가 적지 않았다. 스페인 소설가 에두아르도 멘도사의 소설 ‘구르브 연락 없다’는 방영 뒤 월간 판매량이 27배나 뛰었다. 김 씨는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된 줄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던 숨은 명작”이라며 “독자를 만나도록 도왔다는 뿌듯함을 느꼈다”고 했다. 작품 선정에도 유튜브 시청자의 반응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 박 씨는 “예전엔 ‘여성 작가가 너무 없다’는 비판을 ‘옛날엔 남성 작가들이 더 많았으니까’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말았다”며 “이젠 독자의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접하니 작품 발굴 때도 요즘 공감할 만한 여성 작가의 작품들을 살펴보게 된다”고 했다. 외부 활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세계문학전집 월드컵’ 애청자인 한 교사의 의뢰로 전북 김제시에 있는 중학교에서 특강을 하기도 했다. 유튜브에서 시청자 눈높이에 맞게 콘텐츠를 만들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조지 오웰의 중학교 때 경험이 어떻게 권력 관계에 대한 감수성으로 이어졌는지를 열심히 설명했다. 활력 넘치는 ‘닥스훈트 듀오’에게 다음 포부는 뭘까. 대뜸 “출판계의 ‘전원일기’로 커 나가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세계문학은 물론이고 한국문학이나 비문학까지 경계 없이 선을 넘으며 장수하는 콘텐츠가 되고 싶다는 얘기다. “단정하게 정돈된 책장을 막 어지르는 존재가 되고 싶어요. 독자들이 자유롭게 읽다가 ‘정말 내 얘기다’ 싶어서 손으로 잡아들게끔요.”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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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독한 항암제보다 ‘암과의 공존’

    “오늘 하루가 기적이다. 암에 걸린 것이 불행이 아니라 암에 걸리지 않고 살아있는 것이 기적이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모든 것들은 당연하지 않다.”생과 사의 최전선에 오래 있다 보면 삶을 통달하게 되는 걸까. 20여 년간 암 환자를 치료하고 종양을 연구해온 서울대 종양내과 교수가 쓴 이 책은 의학과 역사, 자전적 에세이를 넘나든다. 특히 죽음을 사유하는 시선이 무척 담담하다. 죽음을 이해하는 것이 삶을 이해하는 것이며, 이를 깨닫는 순간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일관되게 강변한다.저자에 따르면 한국은 죽을 때까지 항암 치료를 하는 빈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 완치가 어려운 4기 암 환자가 적극적으로 치료하겠다고 독한 항암제를 쓰다가 심각한 부작용을 겪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그 때문에 말기 암 환자의 ‘죽음의 질’은 엉망이 되는 경우가 잦다.저자는 조심스럽게, 암에 대한 관점을 전환하길 제안한다. 암과 공존하자는 주장이다. 암이 더 커지지 않도록 억제하면서 조금 더 오래 살아가는 전략이다.호스피스(특수요양원) 완화 의료에 대한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 호스피스는 ‘죽으러 가는 곳’이 아니라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곳’이란 게 저자의 관점이다. 한국은 해마다 암으로 숨지는 이들이 8만 명 안팎이지만 이 가운데 호스피스 이용 환자는 23%에 불과하다.이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간명하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인식의 전환이다. 죽음을 인생의 일부로 보자는 조언이다. 암과의 공존을 택했을 때 오히려 삶의 질이 높아질 가능성이 큰 것처럼,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면 남은 생을 더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다고 권한다.저자는 죽음을 ‘경계의 소멸’이라고 부른다. 살아있는 동안 나와 나 아닌 것을 구분하던 몸의 경계가 죽음으로 허물어진다. 죽음은 소멸이 아니라 자연과 다시 연결되는 과정이다. 누구나 맞이하는 필연이기도 하다. 말처럼 쉽지야 않겠지만, 차분히 음미할 대목이 많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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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이 자생하기 어려웠던 시절, 신춘문예가 통로 만들어줘”

    《“신춘문예 모집… 일반 신진 작가의 작품을 모집하오니 많이 투고하여 금상첨화의 꽃밭을 이루게 해 주십시오.” 동아일보 1925년 1월 2일자에 실린 국내 첫 ‘신춘문예’ 공고다. “충실하고 보람 있게 해 보려고 한다”며 이 공고를 쓴 이는 몰랐을 것이다. 신춘문예가 100년 동안 이어지며 한국 문단이란 큰 산과 꽃밭을 이루는 자양분이 될 줄. 동아일보 신춘문예 100주년을 맞아 우리 현대 문학사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는 김병익 문학평론가(87·문학과지성사 상임고문)를 8일 경기 고양시 자택에서 만나 신춘문예와 문학의 힘을 되짚어 봤다.》“식민 지배와 6·25전쟁을 겪고 우리 문학이 자생하기 어려웠던 시절, 신춘문예는 문학에 대한 열망을 수용하는 통로였습니다.” 김 평론가는 한국 역사에서 신춘문예의 역할을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했다.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시절(1965∼1975년) 직접 신춘문예 예심에 참여했던 그는 ‘신춘문예 100년’이 특히 남다르게 다가온다고 했다. “시가 수천 편이 들어오고 소설은 700∼800편씩 들어오니, 12월이 되면 (문화부가) 부산스러웠죠.”기자 생활을 그만두고 전업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면서도 신춘문예 본심 심사위원을 20년 이상 지냈다. 김 평론가는 “우리 사회는 문인이 필요했고 문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과거엔 객관적으로 인정해줄 만한 통로가 없었다”며 “그걸 신춘문예가 만들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평론가는 지난해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와도 신춘문예로 인연이 있다.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심사위원으로 한 작가의 ‘붉은 닻’을 당선작으로 뽑아 그가 소설가로 첫발을 내딛는 데 보탬이 됐다. 김 평론가는 “한강의 노벨상 수상은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위상이 높아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1938년생인 김 평론가는 국민학교(오늘날 초등학교) 1학년 1학기까지 학교에서 일본어를 썼다. 여름방학 중 광복을 맞았고, 6학년 때 6·25전쟁, 대학 4학년 때 4·19혁명을 겪었다. 그는 “우리 세대는 소년 시절이 역사적 단층이 이뤄진 가운데 지나갔다”면서 “해방되고 한글로 교육받기 시작할 땐 식민지 시대 쓰인 한글 소설을 통해 문화라는 걸 접했다”고 했다. “나라가 힘들면 맨 마지막에 남는 게 문자예요. 우리가 식민지 시대에 겨우 그걸 껴안고선 살아온 거죠. 독립투사들 못지않게 문화적인 투사들도 중요해요.” 그는 김현 김치수 김주연과 함께 ‘4K’로 불리며 1970년 계간지 ‘문학과지성’을 창간하고 문단을 이끌었다. “잡지 게재 여부를 아주 민주적인 방식으로 결정했거든요. 한 사람도 반대하면 안 됐고, 분위기가 아주 활달하고 자유로웠습니다.” 김 평론가는 권위주의 시절 문단의 일화도 들려줬다. “조세희의 연작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지독하게 저항적인 작품인데도 서정적인 문체로 썼기 때문에 검열 당국이 ‘깜빡’ 놓쳐버린 거지요. 나중에 보고 (알게 됐지만) 그때는 이미 너무 크게 나와버려서(‘널리 읽혀서’란 의미) 못 내게 하면 더 곤란해지겠다 싶어서 손을 못 댔어요.” 1970, 80년대 출판물 사전 검열이 이뤄질 때 출판사가 여러 책을 내기 위해서 미리 구절을 손봤던 기억도 떠올렸다. 그는 “유신 시절에 날카로운 표현들, 진짜 못 참아서 품고 싶은 표현들이 참 많았는데, 내용은 그대로 존중하면서 표현만 살짝 바꾸는 걸 내가 참 잘했다”며 웃었다. 김 평론가는 “늘 ‘적’을 만들어서 밀어내고 증오하는 시대를 살아왔다”며 “과거 ‘적’은 사회적으로 추방돼야 할 존재로 여겨졌다”고 회고했다. “유신 시절에도 언론과 문필 억제 정책이 시행됐지만 숨은 책들이 발행되면서 출판 자유를 억압하는 정책을 무산시킨 셈이거든요. 현재는 얼마든지 복제가 가능하잖아요. 아무리 강한 억압 정책이 시행된다고 해도 잘 이겨낼 겁니다.”고양=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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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0세 이순재 생애 첫 연기대상 “오래 살다보니…”

    “시청자 여러분, 평생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배우 이순재 씨가 구순(九旬)의 나이에 생애 처음으로 연기대상을 받았다. 지상파 3사 연기대상을 통틀어 역대 최고령 수상이란 기록도 세웠다. 11일 방영된 ‘2024 K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이 배우는 지난해 9∼10월 방영된 KBS 2TV 드라마 ‘개소리’에서 연기한 원로 배우 ‘이순재’ 역할로 대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날 시상식은 지난해 12월 31일 개최됐지만, 제주항공 참사로 생중계를 취소하고 이날 녹화 방송됐다. 지난해 활동을 중단하고 휴식을 취하기도 했던 그는 이날 대상이 발표되자 다소 야윈 모습으로 후배 배우 김용건, 최수종 등의 부축을 받으며 무대에 올랐다. “오래 살다 보니까 이런 날도 있네”라며 말문을 열 때부터 목소리가 떨렸던 이 배우는 “언젠가는 한번 기회가 오겠지 하고 늘 준비하고 있었다”고 기쁨을 표했다. 기립박수를 보내며 환호한 배우들은 내내 선 채로 소감을 경청했다. 이 배우의 손을 잡고 옆에 선 최수종은 물론이고 지현우, 임수향 등 많은 후배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이 배우는 “미국 배우 캐서린 헵번은 30대에 한 번 (여우주연상을) 받은 뒤 60세 이후에 3번을 탔다”며 “나이 먹어도 잘하면 상을 주는 거다. 연기는 연기로 평가해야 한다. 인기나 다른 조건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가천대 석좌교수인 이 배우는 제자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그는 “가천대에서 13년째 근무하고 있다. 촬영이 한 달 이상씩 걸리니까 강의 시간이 도저히 안 맞았다”며 “제자들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했더니 ‘모처럼 드라마 하시는데 잘하세요. 가르쳐 주신 대로 우리가 어떻게든 만들어 낼게요’라고 했다. 제자들을 믿고 나름 최선을 다한 것이 오늘의 결과로 온 것 같다.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1935년생인 그는 현역 최고령 배우이기도 하다. 지난해 10월 건강 악화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에서 중도 하차한 뒤 약 2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배우는 “이 상은 개인의 상이 아니다”면서 “모두가 함께 최선을 다했다”며 동료와 제작진에 영광을 돌렸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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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0세 이순재, 생애 첫 연기대상…“오래 살다 보니까 이런 날도”

    “시청자 여러분, 평생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배우 이순재 씨가 구순(九旬)의 나이에 생애 처음으로 연기대상을 받았다. 지상파 3사 연기대상을 통틀어 역대 최고령 수상이란 기록도 세웠다.11일 방영된 ‘2024 K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이 배우는 지난해 9~10월 KBS 2TV 드라마 ‘개소리’에서 연기한 원로 배우 ‘이순재’ 역할로 대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날 시상식은 지난해 12월 31일 개최됐지만, 제주항공 참사로 생중계를 취소하고 이날 녹화 방송됐다.지난해 활동을 중단하고 휴식을 취하기도 했던 그는 이날 대상이 발표되자 다소 야윈 모습으로 후배 배우 김용건, 최수종 등의 부축을 받으며 무대에 올랐다. “오래 살다 보니까 이런 날도 있네”라며 말문을 열 때부터 목소리가 떨렸던 이 배우는 “언젠가는 한번 기회가 오겠지 하고 늘 준비하고 있었다”고 기쁨을 표했다.기립박수를 보내며 환호한 배우들은 내내 선 채로 소감을 경청했다. 이 배우의 손을 잡고 옆에 선 최수종은 물론이고 지현우, 임수향 등 많은 후배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이 배우는 “미국 배우 캐서린 헵번은 30대에 한 번 (여우주연상을) 받은 뒤 60세 이후에 3번을 탔다”며 “나이 먹어도 잘하면 상을 주는 거다. 연기는 연기로 평가해야 한다. 인기나 다른 조건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가천대 석좌교수인 이 배우는 제자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그는 “가천대에서 13년째 근무하고 있다. 촬영이 한 달 이상씩 걸리니까 강의 시간이 도저히 안 맞았다”며 “제자들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했더니 ‘모처럼 드라마 하시는데 잘하세요. 가르쳐 주신 대로 우리가 어떻게든 만들어 낼게요’라고 했다. 제자들을 믿고 나름 최선을 다한 것이 오늘의 결과로 온 것 같다.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1935년생인 그는 현역 최고령 배우이기도 하다. 지난해 10월 건강 악화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에서 중도 하차한 뒤 약 2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배우는 “이 상은 개인의 상이 아니다”라면서 “모두가 함께 최선을 다했다”며 동료와 제작진에 영광을 돌렸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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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우리를 슬프게 하는 기후 위기에 대하여

    지난해 여름 전국 평균 기온이 근대적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높았다고 한다. 2022년 여름엔 서울 강남이 물에 잠기는 일도 있었다. 많은 이들이 당시 물에 잠긴 승용차 위에 망연자실한 채 앉아있던 ‘서초동 현자’를 기억한다. 기후재난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순간들이다. 정신과 의사들이 기후변화가 우리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본격적으로 연구, 분석한 책이다. 기후변화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주고, 어떻게 마음을 더 울적하게 만드는지를 다양한 사례와 연구를 통해 설명했다. 저자들은 기후와 날씨에 따라 우울증 발병률과 자살률이 변한다고 짚는다. 최근 3년간 국내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았던 달은 2021년 3월과 2022년 4월, 2023년 5월이었다. 하나같이 봄이다. 춥고 어두운 겨울도, 쓸쓸한 가을도, 무더운 여름도 아니다. 봄철 일조량의 변화가 호르몬에 영향을 미쳐 감정 기복을 심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들은 새롭게 시작하는데 나만 뒤처지고 있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수도 있다. 정신건강이 기후에 얼마나 예민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더위도 영향을 준다. 2010∼2019년 미국 보험사가 접수한 보험금 청구를 분석해 보니 더위가 극심한 날에 우울증과 불안, 조현병 등 정신질환으로 응급실에 방문한 사람이 늘었다. 미국과 멕시코 자료에 따르면 월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자살률이 각각 0.7%, 3.1% 상승했다. 2005∼2013년 미 캘리포니아주에선 기온이 5.6도 상승할 때 자해와 자살 시도로 인한 응급실 방문이 5.8% 늘었다. 그렇다면 기후위기는 어떤 메커니즘으로 정신건강에 영향을 줄까. 기온 상승으로 열이 많이 오르면 신체의 혈류와 중추신경계가 영향을 받아 뇌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 공격과 관련된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도 늘어난다. 짜증이 늘고 시간 감각도 마비된다. 신체 통제력을 잃고 이성적 판단이 흐려지며 인지 기능도 떨어진다. 기저 질환자와 노약자 등이 특히 취약하다. 안정적인 날씨 패턴이 무너지면 해마다 사람들의 스트레스와 심리적 피로가 커진다. 최근엔 이로 인해 새로운 정신적 사회적 병리 현상도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2021년 기후재난에 관한 문헌들을 체계적으로 고찰한 연구에 따르면 기후재난 이후 질병과 경제적 문제가 발생하면서 아동 학대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 위기에 놓인 남태평양 섬나라 주민들은 외상 ‘전’ 스트레스 반응도 나타나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지속적인 두려움이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과 유사한 증상으로 발현된 것이다. 저자들은 “우리가 근무하는 진료실에도 날씨 탓을 하며 힘들다는 분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환자들은 ‘날씨 때문에 힘들다’, ‘날씨마저 나를 더 힘들게 한다’고 하소연한다. 특히 정신질환이 있거나 고령인 환자들은 폭염이나 열대야, 가뭄, 폭우 등에 더 큰 고통을 호소한다고 한다. 기후위기는 겉으로만 위험이 드러나는 게 아니라 조용히 우리의 내면을 갉아먹는 ‘침묵의 암살자’였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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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일보 신춘문예 100기, 책임감 잊지 않을것”

    “열여덟 살, 살면서 처음으로 꿈꾸었던 일이 소설 쓰기입니다. 그 꿈같았던 일이 지금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드디어 현실감 있는 풍경으로 찾아왔습니다.” ‘202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됐다. 한국 신춘문예 사상 처음으로 100주년을 맞은 올해, 중편소설 부문에서 당선된 김준현 씨(38)는 “고등학생 때 독서실에서 혼자 소설을 읽으면서 충만함에 젖었던 순간이 생생하다”며 “이렇게 멋진 일이면 ‘평생 해야지’ 생각했다. 저는 소설을 쓸 때마다 꿈꾸었던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시상식에는 김 씨를 비롯해 단편소설 박진호(37), 시 장희수(33), 시조 류한월(54), 희곡 윤주호(33), 동화 나혜진(23), 시나리오 김민성(50), 문학평론 정의정(28), 영화평론 문은혜(51) 씨까지 총 9개 부문 당선자가 참석해 수상의 기쁨을 함께했다. 당선자들은 단상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전했다. 박진호 씨는 “‘이런 주제, 이런 시선으로 글을 쓰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다양성을 한 줌이나마 얹을 수 있는 소설가가 되겠다”고 말했다. 정의정 씨는 “앞으로도 이해되지 않는 기호들, 텍스트들과 치열하게 대결하며 열심히 읽고 쓰겠다”고 다짐했다. 윤주호 씨는 “희곡은 말을 쓰는 장르이니만큼 제가 조금이라도 잘할 수 있었다면 모두 저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준 사람들 덕분”이라고 고마워했다. 장희수 씨는 “일희일비(一喜一悲), 한번 웃었으면 한번 울어도 되고, 한번 울었으면 한번 웃어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울거나 웃을 때 글을 쓰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인 작가로서의 당찬 포부도 드러냈다. 김민성 씨는 “동아일보 신춘문예 100주년, 뜻깊은 해에 당선되어 기쁘다”며 “이 설렘과 책임감을 잊지 않고 ‘동아일보 신춘문예 100기 작가’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은혜 씨는 “계속 공부하고, 읽고, 쓰고, 정진해갈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나혜진 씨는 “앞으로도 창의적이고 훌륭한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류한월 씨는 “‘동시조’ 그림책에 도전하겠다”며 “해외에 수출하고 달러도 버는 시조시인이 되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심사위원인 최윤 소설가는 “아마 여러분은 언어, 인간, 세상이라는 파도 파도 고갈되지 않는 실체에 매료돼 여기 계신다고 생각한다”며 “여러분을 통해 한국의 문학과 예술이 진실의 말과 고매한 인간성, 아름다움의 역사를 증언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멀리 가시고, 깊이 파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천광암 동아일보 논설주간과 심사위원인 최윤 성석제 은희경 소설가, 조강석 문학평론가, 이근배 이우걸 시조시인, 노경실 동화작가, 원종찬 아동문학평론가, 김시무 영화평론가, 주필호 주피터필름 대표, 장건재 영화감독, 당선자 가족 및 지인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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