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김상훈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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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상훈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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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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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 가을이후 코로나 집단면역 가능… 백신 안전성 문제 없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일일 1000명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아직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았다는 의견이 많다. 내년 2월까지 하루에 1500명, 많게는 2000명 이상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대한감염의학회의 홍보이사를 맡고 있는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43)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올겨울이 최대 위기”라고 말했다.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일부 국가들도 올겨울 안으로 집단 면역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 교수에게 코로나19 사태의 향방을 물었다. ○ 국내 백신 확보전… 접종땐 중증 악화 막아 코로나19 사태는 언제 종식될까. 최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완전히 박멸되는 형태의 종식은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미 사람에게서 반려동물로 전염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인수 공통 전염병이란 뜻이다. 사람과 동물을 오가니 앞으로도 완벽한 통제는 불가능하다는 것. 다만 최 교수는 바이러스 걱정을 크게 하지 않고 일상생활을 하는 단계엔 도달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의미상의 종식’이라고 표현했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게 백신이다. 최 교수는 “백신을 접종하면 1, 2주 이후에 면역력이 생긴다. 게다가 중증으로 악화하지 않아 사망률도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교수는 전체의 60% 정도가 면역력을 가지는 ‘집단 면역’이 이뤄져야 지금의 유행을 차단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시기가 언제일까. 최 교수는 “현재 백신을 접종 중인 국가들은 내년 여름 무렵, 백신 확보가 늦은 우리나라는 내년 가을 혹은 겨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교수는 “내년 겨울이 올해 겨울과 다른 모습이기를 바란다. 다만 그때도 어느 정도의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백신 후유증 사례 있지만 위험하진 않아” 백신 접종이 이뤄지면서 후유증 혹은 부작용 사례도 나오고 있다.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주의할 필요는 있지만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접종 순서가 되면 기꺼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통 신약 개발에는 수년, 길게는 10년 이상 걸린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은 1년도 안 돼 임상 3상을 끝냈고, 바로 출시됐다. ‘날림 개발’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최 교수는 “비상 상황이니만큼 임상시험을 진행하면서 다음 단계를 미리 준비했고, 행정 절차도 대폭 줄였기에 개발 기간이 단축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자체를 건너뛰거나 대충 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이가 세계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변이가 일어나면 기존 백신은 무용지물이 될까. 최 교수는 이에 대해서도 “현재까지 백신의 효과를 무용화할 만한 수준의 변이는 없었기 때문에 백신은 여전히 가장 효과가 큰 무기”라고 말했다. 설령 까다로운 변이가 일어났다 해도 이미 개발된 백신 플랫폼을 응용해 새 백신을 신속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 백신과 별도로 치료제 개발도 시급하다. 최 교수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 연구가 50여 건 진행 중이거나 승인된 상태다. 최 교수는 “다만 아직 모든 환자에게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중증 환자에 대해서는 일부 덱사메타손과 같은 스테로이드제 외에는 치료 효과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약물이 아직까지는 없다. 하지만 전망이 어둡지는 않다. 최 교수는 “항바이러스 효과를 보이는 약물과 면역조절 효과를 보이는 약물을 조합하는 방식의 치료제가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인플루엔자-대상포진 바이러스 연구 큰 성과 최근 최 교수는 코로나19 관련 연구를 많이 진행했다. 이를테면, 생활치료센터에서 환자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후각 이상을 보이는 환자의 특성은 어떤 것인지, 회복한 환자의 면역학적 특성은 어떤 것인지 등을 연구해 과학 저널에 게재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에는 주로 백신이나 여러 감염 질환의 예방과 관리에 대한 연구를 해 왔다. 감염내과는 어느 특정 장기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인체의 모든 부위에서 감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염내과 의사는 환자를 광범위하게 진료한다. 최 교수가 감염내과를 택한 이유다. 최 교수는 현재까지 130여 편의 논문을 냈으며, 이 중 42편은 주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신종인플루엔자 범부처 사업단에서 인플루엔자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국내에서 인플루엔자로 인한 사망자는 연간 1500여 명 발생하며, 이로 인한 사회 경제적 비용은 1500억 원을 넘는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는 두 질병을 모두 유발한다. 보통 수두에 걸렸을 때 항체가 생기지만 이 항체는 대상포진에 맞서지 못한다. 바이러스는 척수의 ‘신경절’ 부위에 잠복해 있다가 인체 면역력이 떨어지면 다시 활성화해 대상포진을 유발한다. 최 교수는 2008년 수도권에 거주하는 887명의 혈액을 분석해 94%가 이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한국인 94%가 대상포진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낸 것. 최 교수는 2003∼2007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상포진으로 인한 사회 경제적 비용이 연간 1725억 원(2007년 기준)이며 매년 14∼20%씩 비용이 증가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2000년대 중반에 항생제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가 대학병원 중환자실을 중심으로 퍼진 적이 있다. 당시 최 교수는 이 유행을 막기 위해 환자 검체 채취에서부터 소독에 이르는 감염 관리 방안을 제시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최 교수가 말하는 면역력 개선법고른 영양섭취-적절한 운동-예방접종이 해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주목받는 식품들이 있다. 바로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식품들이다. 홈쇼핑에도 부쩍 이런 광고가 늘었다. 정말로 이런 식품들이 면역력을 높여줄까.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특정 음식을 먹으면 면역력이 좋아지고, 감염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정 성분을 집약해 만든 기능성 식품들도 당장 면역력을 좋게 해 주지는 않는다는 것. 최 교수에 따르면 특정 세포나 물질이 몸 안에 많아진다고 해서 면역력이 반드시 개선되지는 않는다. 게다가 그런 식품이 감염 질환을 감소시킨다는 근거는 거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면역력을 높일까. 최 교수는 ‘원칙에 충실할 것’을 강조했다. 우선 특정 식품을 많이 먹는 것이 아니라 균형 잡힌 식생활이 중요하다.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분을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골고루 섭취하는 게 최고의 해법이란 이야기다. 건강한 생활 습관도 필요하다. 최 교수는 적절한 수면과 운동, 스트레스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다. 만약 기저 질환이 있다면 무엇보다 그 질병부터 잘 관리해야 한다. 기저 질환이 잘 관리되지 않으면 감염 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그뿐만 아니라 감염 질환에 걸린 후 예후도 더 나쁘다. 최 교수가 마지막으로 강조한 한 가지가 있다. 바로 백신이다. 자신의 연령, 기저 질환을 고려해 필요한 백신을 제때 접종하라는 것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0-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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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식품이 감염 질환 감소시킨다?…의사가 말하는 면역력 개선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이 확산하면서 주목받는 식품들이 있다. 바로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식품들이다. 홈쇼핑에도 부쩍 이런 광고가 늘었다. 정말로 이런 식품들이 면역력을 높여줄까.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특정 음식을 먹으면 면역력이 좋아지고, 감염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특정 성분을 집약해 만든 기능성 식품들도 당장 면역력을 좋게 해 주지는 않는다는 것. 최 교수에 따르면 특정 세포나 물질이 “몸 안에 많아진다고 해서 면역력이 반드시 개선되지는 않는다. 게다가 그런 식품이 감염 질환을 감소시킨다는 근거는 거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면역력을 높일까. 최 교수는 ‘원칙에 충실할 것’을 강조했다. 우선 특정 식품을 많이 먹는 것이 아니라 균형 잡힌 식생활이 중요하다. 우리 ”이 필요로 하는 영양분을,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골고루 섭취하는 게 최고의 해법이란 이야기다. 건강한 생활 습관도 필요하다. 최 교수는 적절한 수면과 운동, 스트레스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다. 만약 기저질환이 있다면 무엇보다 그 질병부터 잘 관리해야 한다. 기저질환이 잘 관리되지 않으면, 감염 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 진다. 뿐만 아니라 감염 질환에 걸린 후에는 예후도 더 나쁘다. 최 교수가 마지막으로 강조한 한 가지가 있다. 바로 백신이다. 자신의 연령, 기저질환을 고려해 필요한 백신을 제때 접종하라는 것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0-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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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수전문의-병원경영-제품개발 모두 잡은 ‘강소기업가’

    《서울의 대형병원에만 베스트닥터가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 동네에, 또는 나만 아는 실력이 대학병원에 버금가거나 능가하는 의원·병원이 적지 않습니다. 뛰어난 실력과 연구 능력을 갖춰 전국에서 환자가 몰려오는 이런 의사들을 찾아내 ‘우리 동네 베스트닥터’로 소개합니다.》 많은 환자들이 서울의 대형 대학병원에 몰린다. 대형 병원 쏠림 현상의 부작용은 크다. 지방의 중급 병원들은 경영난에 시달리기도 한다. 자칫 국내 의료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작지만 강한’ 병원들이 지방에도 많아야 하는 이유다. 경기 성남시에 있는 바른세상병원은 ‘작지만 강한’ 병원의 대표주자 가운데 하나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관절 전문 병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04년 개원한 이후 약 100만 명에 이르는 성남시 인구의 2배가 넘는 200만 명 이상의 환자가 이 병원을 찾았다. 게다가 전국 각지에서 환자들이 온다. 실제로 환자 분포를 보면 ‘전국구’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병원이 위치한 성남 지역의 환자는 전체의 35% 정도다. 환자의 25%는 성남을 제외한 나머지 경기도 전역에서 찾아온다. 40%는 비(非)경기 지역 환자다. 이 중 3분의 1은 서울 출신이다. 서울 거주자가 서울의 대형 병원이 아닌, 경기 지역의 병원을 찾는 것이다.○ 국내 첫 정형외과-재활의학과 동시 전문의 서동원 바른세상병원장(57)은 스포츠 의학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다. 서 원장은 대한축구협회 의무위원을 시작으로 2005년 네덜란드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주치의, 2012년 런던 올림픽 대표팀 주치의를 맡았다. 서 원장은 스포츠 의학 분야에 전념하기 위해 정형외과와 재활의학과, 두 개의 전문의 자격을 모두 땄다. 수술 분야의 정형외과와 비수술 분야의 재활의학과적 치료를 병행할 때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처음에는 재활의학과를 전공했다. 대학병원에서 전공의를 마치고 전임의로 근무하던 중 하버드대 의대로 연수를 갔다. 현지 연구소에서 2년 동안 공부하다 보니 스포츠 의학에 집중하려면 정형외과 공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이라도 도전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았다. 1998년 귀국했다. 그해 겨울, 서 원장은 정형외과 전공의 시험을 치렀다. 이듬해 초, 서 원장은 36세의 늦은 나이에 정형외과 전공의 1년차가 됐다. 이어 39세에 정형외과 전문의 자격을 땄다. 이로써 서 원장은 국내 처음으로 재활의학과와 정형외과 전문의를 모두 딴 의사가 됐다.○ 전방십자인대 재건 수술 특히 뛰어나 정형외과 질환을 모두 다루지만 특히 서 원장은 전방십자인대 재건 수술 분야에서 유명하다. 전방십자인대는 무릎 관절을 지탱하는 4개의 인대 중 앞쪽에 있는 것이다. 십(十)자 형태로 생겼기에 전방십자인대라고 한다. 이 전방십자인대가 스포츠 활동 등을 하다가 충격으로 인해 다치는 게 전방십자인대 파열이다. 인대를 재건하는 수술을 할 때 서 원장은 인대의 남은 조직을 최대한 보전하는 방식을 쓴다. 이 때문에 수술 후에도 안정성이 높고 재활에도 도움을 준다는 것. 서 원장은 “십자인대 파열은 다시 파열하지 않도록 재건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전 운동 기량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는 재활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형외과와 재활의학과를 모두 전공한 것이 강점으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 선수 르엉쑤언쯔엉도 바른세상병원에서 전방십자인대 재건 수술을 받았다. 쯔엉은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대회에서 주장을 맡아 베트남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당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의 감독은 박항서였고, 이 때문에 쯔엉은 대표적인 ‘박항서 키즈’로 불렸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다른 베트남 선수들의 수술 문의가 크게 늘기도 했다. 서 원장에게는 이 질병과 관련해 아픈 기억도 있다. 서 원장은 스포츠를 즐긴다. 그중에서도 축구를 특히 좋아한다. 요즘도 팀을 만들어 자주 축구를 한다. 어렸을 때 장래 희망을 축구 선수라고 말했을 정도다. 고교 시절에도 축구에 푹 빠져 살았다. 그러다 전방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 무릎이 썩 좋지 않았다. 서 원장이 스포츠 의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바로 이 전방십자인대 파열이었다.○ 경영 전문가들도 놀라게 한 병원 경영자 서 원장은 2004년 병원 문을 열었다. 당시 의사는 서 원장 한 명뿐이었다. 말 그대로 ‘동네 의원’ 수준이었다. 16년이 지난 2020년 현재, 이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만 28명이다. 직원은 370여 명에 이른다. 병상 수는 29개에서 179개로 늘었다. 이 ‘폭풍 성장’의 가장 큰 비결은 서 원장의 공격적 경영이다. 의원 문을 열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05년이었다. 병원 규모를 키우기 위해 의사를 한 명 채용했다. 주변에서는 “아직 제대로 자리 잡지도 못했는데 의사 월급이나 줄 수 있겠냐”며 만류했다. 서 원장은 밀어붙였다. 서 원장이 제시한 두 번째 비결은 투명 경영이다. 병원 내 의사들에게 과잉 진료를 절대로 하지 못하게 했다. 과잉 진료는 힘들게 쌓아올린 병원의 명성에 흠집을 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서 원장은 과잉 진료의 부작용에 대해 매우 우려하는 편이다. 일단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며, 그 결과 의료 시스템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것. 요즘도 서 원장은 과잉 진료를 방지하기 위해 매일 아침 의료진이 모여 회의를 하도록 한다. 최적의 치료법을 찾는 동시에 최신 학술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서 원장은 “과잉 진료를 하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크다. 실제 우리 병원은 16년 동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실사를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서 원장의 이런 경영 방식은 경영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2018년 한국경영학회를 포함해 40여 개 경영학 관련 학회가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서 원장은 ‘강소기업가상’을 수상했다. 병원 경영자가 이 상을 탄 것은 처음이었다. 당시 선정위원회는 수익성 측면의 경영 성과와 기업가 정신, 기업문화 선도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서 원장이 수상한 분야는 ‘미션 기반 경영’이었다. 서 원장이 확고한 미션에 입각해 경영한 것이 성공의 원동력이었다는 뜻이다. 이 미션에 대해 서 원장은 “과잉 진료나 불필요한 수술을 하지 않는 것 외에도 수익보다는 환자의 완치에 초점을 맞추고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기능성 제품을 직접 개발하는 의사 지난해 서 원장은 자신의 이름을 딴 ‘닥터 서동원 베개’를 내놓았다. 전문 연구팀과 2년 동안 협업한 결과물이라고 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기능성 베개들과는 조금 다르단다. 이 베개에는 자신의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의학 지식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것. 일단 서 원장 자신이 필요해서 만들었다. 수술을 오래, 자주 하다 보니 목 상태가 나빠졌다. 목 디스크 예방 차원에서 목에 좋다는 베개를 구입했다. 막상 써보니 허점이 많이 보였다. 무엇보다 인체 구조가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았다. 직접 베개를 만든 이유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마케팅과 홍보전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서 원장은 “한 달 정도만 꾸준히 사용하면 거북목을 어느 정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무릎 보조기도 만들었다. 골프와 같은 운동을 하면서 무릎을 돌릴 때 삐걱거리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서 원장에 따르면 무릎을 덮는 뼈(슬개골)가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당장은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만성적 관절염으로 악화할 수 있다. 서 원장은 “이것을 잡아줄 수 있는 형태의 무릎 보조기를 찾아봤는데 없었다. 그래서 직접 만들었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제품을 출시하면서 특허도 출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0-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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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절별 ‘맥심 카누’로 선택폭 확대

    최근 ‘홈 카페’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으면서 집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인스턴트 원두커피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겨울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2011년 ‘맥심 카누’를 출시한 동서식품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동서식품은 최근 겨울 시즌을 맞아 한정판 ‘맥심 카누 윈터 블렌드’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겨울에만 맛볼 수 있는 것으로, 코스타리카, 브라질, 콜롬비아 등 3종의 원두를 다크 로스팅해 초콜릿과 견과류의 향과 풍미가 특히 뛰어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 이 회사는 이 제품과 별도로 다른 시즌에도 한정 제품을 내놓고 있다. ‘카누 스프링 블렌드(봄)’와 ‘카누 아이스 블렌드(여름)’ 등이 대표적이다. 동서식품은 다양한 인스턴트 원두커피 제품을 최근 내놓기도 했다. 지난달 출시한 ‘맥심 카누 돌체라떼’, ‘맥심 카누 민트초코라떼’ 등 두 종류의 라떼 신제품이 바로 그것. 카누 돌체라떼는 연유 특유의 부드러운 달콤함이 인상적이며, 커피 전문점의 연유라떼를 연상케 한다. 꽃향기와 과일향이 풍부한 에티오피아산 원두를 100% 사용해 미디엄 로스팅한 후 연유 파우더와 라떼 크리머를 적절한 비율로 배합했다. 카누 민트초코라떼는 달콤한 초콜릿과 청량한 민트향이 어우러진 풍미가 특징으로, 기존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에 없던 새로운 맛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맥심 카누는 2000년대 들어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늘고 젊은층을 중심으로 원두커피가 인기를 얻는 것에 착안해 개발한 제품이다. 동서식품에 따르면 출시 이후 인스턴트 원두커피 분야에서 줄곧 1위를 지키고 있다. ‘카누 다크 로스트’는 100% 콜롬비아 원두를 오랜 시간 볶아 진한 초콜릿 맛과 스모키한 향을 즐길 수 있다. ‘카누 마일드 로스트’는 콜롬비아,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원두를 미디엄 로스팅해 산뜻한 과일 향과 달콤한 와인 향미가 강한 것이 특징이다. 이 밖에 아메리카노에 자일로스 슈거를 사용한 ‘카누 스위트 아메리카노’ 2종도 있다. 옥지성 동서식품 마케팅 매니저는 “맥심 카누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라는 브랜드 슬로건처럼 합리적인 가격으로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고품질의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출시된 제품”이라며 “앞으로도 소비자 취향과 트렌드를 반영해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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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울증 심하면 기억력도 감퇴… 환자에게 지속 관심 필요”

    《2016년 50대 여성 A 씨가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48)를 찾았다. A 씨는 늘 불안에 떨었고, 밤에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희망이 없다며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더니 결국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다행히 남편이 미리 발견해 병원에 데리고 왔다. 중증 우울증이었다. 전 교수는 A 씨를 입원시킨 후 약물 치료와 전기로 뇌를 자극하는 치료를 병행했다. 한 달 만에 불안감이 먼저 줄었고, 죽고 싶다는 생각이 서서히 사라졌다. A 씨는 2년 동안 치료를 받았다. 현재 우울증은 사라졌고 새 직장에 잘 다니고 있다. A 씨는 그때 자신이 왜 죽으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전 교수는 “우울증으로 불안감이 생기고, 그게 증폭돼 자살 충동이 생기지만 당사자는 의식하지 못한다. 이래서 우울증이 무서운 것”이라고 말했다.》○ 자살 충동 구체적 이유, 뇌과학으로 규명 우울증 환자의 자살 충동이 높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뇌과학에 따르면 뇌의 신경 네트워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뇌의 어느 부위에 문제가 생긴 것일까. 2011년 전 교수가 이 연구를 시작했다. 전 교수는 100여 명을 △자살 충동이 있는 우울증 환자 △자살 충동이 없는 우울증 환자 △우울증이 없는 대조군 등 세 그룹으로 나눴다. 뇌 영상을 촬영하며 2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자살 충동이 있는 우울증 환자들은 뇌 중간층 변연계와 맨 바깥층의 전두엽 사이 신경이 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둘 사이의 네트워크가 느슨한 탓에 충동이 관리되지 않아 자살 충동이 생긴 것이다. 이어 이 연구를 실제 치료에 활용할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 첫 시도가 2014∼2016년에 진행한 ‘뇌유래 신경영양인자(BDNF)’ 연구다. BDNF는 단백질의 일종으로 뇌신경의 성장과 회복을 돕는 물질이다. 300여 명의 우울증 환자를 상대로 뇌 안에 BDNF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어린 시절 학대를 받았거나 트라우마가 있는 우울증 환자일수록 BDNF가 적었다. 전 교수는 “끊어진 뇌신경을 이을 수는 없지만 이 BDNF를 늘리면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에서 BDNF를 늘린 스프레이 형태의 약물이 개발됐다. 이 약의 임상시험에 전 교수도 참여했다. 전 교수는 국내에서도 곧 이 약을 처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교수는 2018년에는 4차원(4D) 가상현실(VR)로 우울증을 치료하는 방법도 개발했다. 가상현실을 통해 긴장 이완 훈련을 함으로써 행동을 변화시키는 방식이다. 현재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며 2, 3년 후 치료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한국, 자살충동 높은 ‘멜랑콜리아형’ 많아” 전 교수는 우울증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를 한 의사로 유명하다. 지금까지 국제 학술지에 150여 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2013년에는 한국, 중국, 대만,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6개국의 우울증 환자 유형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한국은 즐거운 감정을 느끼지 못하거나 불안해하며, 식욕 감퇴와 체중 감소가 동반하는 유형인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이 특히 많았다. 한국 우울증 환자의 42.6%가 이 유형이었으며, 이는 아시아의 다른 나라보다 1.4배 높은 수치였다.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일수록 자살 충동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울증이 심해지면 기억력도 떨어진다. 전 교수는 2015년 120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환자의 인지 기능을 조사했다. 그 결과 우울증과 불안증이 심하면 집중력과 단기 기억력, 지속적 주의력이 모두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우울증을 치료하면 인지 기능이 회복됐다. 요즘엔 국내 바이오 기업과 함께 우울증과 과민장증후군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장 기능이 떨어진 우울증 환자 100명을 절반씩 나눠 각각 유산균의 일종인 프로바이오틱스와 위약(가짜약)을 복용케 했다. 그 결과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한 그룹에서 장의 기능이 좋아졌고, 우울감과 불안감도 줄었다. ○ 우울증 이해에 도움 되는 책 펴내 2015년 대입 재수생 B 양이 전 교수를 찾았다. B 양은 고등학교 성적이 거의 최하위였고, 이 때문에 심한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 B 양은 울면서 도와달라고 했다. 진료 과정에서 전 교수가 흥미로운 사실을 찾아냈다. B 양이 시험을 치를 때 1∼5번 문제를 푸는 데 시간을 모두 허비한다는 것. 왜 그런지를 물었다. 혹시 문제를 잘못 이해하지 않았는지 걱정돼서 반복하기 때문이란다. 강박증이 우울증과 겹친 사례였다. 전 교수는 약물 치료와 행동 치료를 병행했다. 완벽하게 못 풀더라도 다음 문제로 넘어가도록 했다. 차츰 푸는 문제의 수가 늘어났고, 나중에는 정해진 시간 내에 모든 문제를 풀 수 있게 됐다. 일상생활을 할 때도 약속 시간에 늦지 않도록 시간을 늘 체크하도록 했다. 6개월이 지난 후 B 양은 상위권 대학에 합격했다. 물론 우울증은 말끔히 사라졌다. 전 교수는 “수험생, 공무원시험 준비생 중에 B 양과 비슷한 사례가 꽤 많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우리 주변에 우울증 환자가 의외로 많다는 게 전 교수의 설명이다. 전 교수는 이들에게 추궁보다는 관심을 가져 줄 것을 권했다. 올 7월에 우울증 환자 치료 경험을 모아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글항아리)을 출간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이 책은 6개월 만에 7만 부가 팔려나가며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전 교수는 “우울증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 ‘코로나 블루’ 이겨내려면… ▼평소 생활리듬 유지타인과 갈등 피하고 햇볕 자주, 많이 쬐어야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우울증 환자도 늘었다”고 말했다. 이른바 ‘코로나 블루’다. 우울증을 예방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유산소 운동을 충분히 하고 △다른 사람과 원만히 소통하며 △즐거운 마음을 유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전 교수는 여기에 세 가지를 더 추가하면 코로나 블루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첫째, 생활 리듬을 유지한다. 코로나 블루는 재택근무나 재택교육 등의 이유로 일상생활에 차질이 생기면서 나타난다. 아이들은 게임하면서, 어른들은 영화나 TV를 보면서 수면 시간이 바뀌고 길어진다. 그 결과 생체 리듬이 깨지고, 뇌에도 악영향이 간다. 전 교수는 “생활 리듬이 자주 바뀌는 사람은 특히 우울증에 취약하다. 따라서 가급적 밤낮을 바꾸지 않고 평소의 생활 리듬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둘째, 트라우마가 될 만한 일을 만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전 교수는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는 외부 자극에 노출될수록 우울증이 생기기 쉽다. 다른 사람들과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 게 무척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가격리 혹은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홀로 있을 때 과거의 트라우마를 떠올리는 것도 금물이다. 기분이 가라앉아 있을 때 종종 과거의 아픈 기억들을 회상하는 사람들이 있다. 몸은 집에 있는데 정신은 과거로 돌아간 셈인데,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혼자 있더라도 상처, 사고, 헤어짐 같은 아픈 기억을 의도적으로라도 떠올리지 말아야 한다. 게다가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현실이 정말로 위험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셋째, 햇볕을 자주, 많이 쬐어야 한다. 전 교수는 “눈을 통해 유입된 빛이 뇌를 자극하는 효과가 크다. 집에 혼자 있더라도 늘 햇볕을 가까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 안 분위기를 포근하게 한다며 다소 어둡게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이렇게 하면 뇌가 빛을 덜 인식한다. 따라서 아침이 되면 가장 먼저 커튼부터 젖히도록 하자. 상황이 허락한다면 가벼운 산책도 좋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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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자 고통 있는 그대로 들어주고 인정해주는 게 중요”

    《상처가 났을 때 통증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통증은 “나, 다쳤어”라고 알리는 생체 신호다. 이 신호가 있기에 우리는 상처를 인지하고 치료한다. 통증은 인체를 보호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회복 메커니즘’이다. 상처가 완전히 아물었는데도 통증이 지속되면 질병으로 여긴다. 3개월 이상 지속된 만성 통증의 치료는 쉽지 않다. 신경에서 비롯된 통증인지, 근육이나 뼈의 문제인지, 내장 기관이 원인인지, 다른 질병의 합병증인지 원인을 명확하게 밝혀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만성 통증 환자 10명 중 3명은 원인을 못 찾고 있다. 이 때문에 원인을 빨리 찾아내 치료하는 게 통증 분야에서 베스트 닥터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 기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의사 중 한 명이 문지연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42)다.》 문 교수는 현재 서울대병원 암통합케어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다. 암으로 인한 통증 환자가 환자의 30%다. 희귀난치성 통증이 30%, 신경증적 통증 환자가 30% 정도를 차지한다. 나머지 10%는 여기에서 제외된 만성 통증 환자다. 문 교수는 2015년 세계 최대의 통증 전문 학술단체인 세계통증연맹(WIP)이 시행 중인 국제통증인증의(FIPP)와 초음파 통증인증의(CIPS) 자격심사에 국내 처음으로 동시 합격하기도 했다. 통증 분야에서 이 두 인증은 통과하기 어려운 심사로 알려져 있다. ○ “환자 편이 되는 게 최선의 통증 치료”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이 지속될 때의 고통은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꾀병을 부린다거나 예민하게 군다는 식으로 주변에서 수군대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폭력’이 환자들을 더 괴롭게 만든다. 통증과 우울감 등이 겹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 20대 초반의 여성 A 씨도 비슷했다. 허리 쪽에서 시작된 통증은 온 몸으로 번졌다. 온갖 검사를 다 했지만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마약성 진통제를 먹으며 통증을 견뎌냈지만 너무 힘들었다. 자살 충동이 생길 정도였다. A 씨가 3년 전 문 교수를 찾았다. 통증의 강도에 따라 보통 1∼10점의 점수를 매긴다. 점수가 높을수록 통증이 심한데, A 씨는 9점이라 했다. 문 교수에 따르면 7점은 산모가 아이를 낳을 때의 통증과 흡사하며 9점이면 2t 트럭이 짓누르는 정도의 통증이라고 한다. 문 교수는 통증 완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각했다. 척수 신경을 자극하는 시술을 했다. 신경 다발이 나오는 부위에 얇은 관을 붙여 통증이 생길 때마다 작동하도록 했다. 이후 A 씨의 통증 점수가 1점으로 떨어졌다. 문 교수는 “통증은 환자의 주관적인 감각이다. 원인을 밝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통증을 느낀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A 씨가 문 교수에게 가장 고마웠던 게 주변 사람들과 달리 자신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들어주고 지지해줬다는 점이었다. ○ 통증, 정확히 찾아내 치료해야 통증을 완전히 없애겠다며 강한 약을 달라는 환자가 많다. 하지만 이 경우 약물 의존도만 높아질 뿐이며 치료 효과는 떨어진다. 환자의 상태에 맞춰 약물을 투입하거나 시술을 해야 한다. 지난해 75세의 B 할머니가 문 교수를 찾아왔다. B 할머니는 3년 전 대상포진까지 겹치는 바람에 몇 년 동안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지방 병원을 여러 곳 다녔지만 통증은 줄어들지 않았다. 문 교수가 통증 강도를 물었더니 8점과 9점 사이라고 했다. 산모가 분만할 때 느끼는 고통 이상의 통증을 매일 느끼며 살아온 셈이다. 문 교수는 B 할머니가 당장 완치되는 게 힘들 것이라 설명했다. 따라서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을 정도로 통증을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처음에는 2주마다 신경병증 통증 치료제와 진통제를 투입했다. 대상포진이 생겼던 부위에는 국소마취제와 스테로이드를 혼합해 투입했다. 고주파 시술도 병행했다. 상태가 조금씩 호전되자 2개월 후부터는 치료 주기를 2주에서 한 달로 늦췄다. 약의 용량을 조절하고 환자가 스스로 통증을 조절할 수 있도록 교육을 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자 B 할머니의 통증 점수가 3점으로 떨어졌다. 끙끙거리며 잠을 설치던 B 할머니가 잠을 잘 수 있게 됐고, 쇼핑도 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되니 우울증도 사라졌다.○ 만성 통증 환자, 약물 오남용은 문제 문 교수는 지금까지 국제 학술지에 50편 이상의 논문을 게재했다. 국내 만성 통증 환자들의 마약성 진통제 오남용 문제를 지적한 2018년 논문은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문 교수는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국내 6개 병원 환자 258명의 진통제 복용 상황을 분석했다. 그 결과 21%에 해당하는 55명이 처방전 외에 따로 약을 구해 복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환자일수록 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의존성이 강했다. 다른 환자들보다 2배 이상 응급실을 찾았고, 더 많은 약을 요구했다. 실제로 30% 정도 더 많은 용량을 하루에 투입했다. 이 연구 결과가 발표된 이후 마약성 진통제 오남용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그 결과 약 처방 과정에서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다. 약물 의존성이 강한 환자에게는 마약성이 적은 약을 처방하도록 한 것이다. 특별한 원인이 없는데 마치 칼로 살을 에는 듯한 통증에 시달리는 병이 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이라는 난치성 질환이다. 아직까지 치료제가 없어 진통제나 항우울제 등을 처방하거나 주사 치료를 한다. 문 교수는 2013년부터 현재까지 CRPS의 원인을 찾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환자 250명을 대상으로 10년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세 신경이 손상돼 있고, 자율신경계가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 연구 결과는 3편의 논문으로 공개됐다.■ 알아 둘 만한 통증 상식남성보다 여성이 취약바른 자세 유지 바람직… 요가-필라테스 큰 도움 통증이 나타날 때 ‘저절로 낫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때론 위험할 수도 있다. 통증을 내버려두면 뇌가 통증에 무감해진다. 아파도 아프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이 경우 큰 부상이 생겨도 뇌가 인지하지 못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지연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통증에 대한 기본 상식을 알아둘 것을 권했다. 첫째, 대체로 남성보다는 여성이 통증에 더 취약하다. 그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여성 호르몬 때문에 통증에 더 민감하다는 가설, 통각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 수용체가 여성이 더 많다는 가설 등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둘째, 진통제 복용은 신중해야 한다. 통증의 강도가 약하면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해열진통제를 먹는 게 좋다. 이 성분의 대표적인 약은 타이레놀이다. 통증 강도가 조금 더 올라가면 비(非)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가 추천된다. 아스피린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런 소염진통제는 위장 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다. 카페인 성분이 들어간 ‘복합진통제’는 장기 복용할 경우 내성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의사의 처방을 따르는 게 좋다. 셋째, 평소 올바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나쁜 생활습관이 통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의자에 앉을 때 다리를 꼬거나 책상다리를 오래 하는 자세, 쪼그려 앉는 자세는 피하는 게 좋다. 누워서 TV를 보는 자세, 엎드려 자거나 옆으로 자는 자세도 모두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너무 높은 베개도 좋지 않다. 넷째, 운동은 통증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스트레칭과 근육 강화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요가, 필라테스 등이 권장된다. 이런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면 항염증제를 먹거나 물리치료를 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만 지나친 운동은 되레 몸을 상하게 한다. 운동 중 통증이 나타난다면 의사와 상의하는 게 좋다. 다섯째, 정신 건강을 챙겨야 한다. 문 교수는 “우울함이 통증을 악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긍정적 마인드가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엔도르핀이 통증을 완화한다는 동물 실험 결과도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0-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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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자상태 따라 맞춤 치료… 녹내장 연구-강연 국제적 명성

    《서울의 대형병원에만 베스트닥터가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 동네에, 또는 나만 아는 실력이 대학병원에 버금가거나 능가하는 의원·병원이 적지 않습니다. 뛰어난 실력과 연구 능력을 갖춰 전국에서 환자가 몰려오는 이런 의사들을 찾아내 ‘우리 동네 베스트닥터’로 소개합니다.》 안과 분야의 최대 국제 학술대회인 세계안과학회(WOC)는 2년마다 열린다. 올 6월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올해 학술대회에서는 세션 하나를 국내 로컬병원(개인병원) 의사가 담당했다. 바로 서울 용산구 센트럴서울안과의 최재완 원장(48)이다. 그는 녹내장 수술과 관련된 세션을 기획했고, 좌장을 맡았으며 발표자로도 나섰다. 2만 명 이상의 세계 안과 의사들이 이 세션에 등록했다. 녹내장 수술과 관련해 세계안과학회에서 1인 3역을 맡은 국내 의사는 대학병원을 포함해 최 원장이 처음이다. ○ 환자 80%가 타지역서 찾아와 최 원장은 2012년부터 올해까지 5회 연속으로 세계안과학회의 초청을 받아 강연했다. 이런 사례는 국내 한 대학병원 교수를 제외하면 최 원장이 유일하다. 게다가 2회에 걸쳐 우수 학술상을 타기도 했다. 그 덕분에 국제적으로 꽤 유명한 의사가 됐다. 사실 그는 전임의 시절 발표한 논문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녹내장은 시신경이 죽으면서 발생한다. 실명에 이를 수 있는 심각한 질병이다. 안압이 높아질 때 발병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정상 안압일 때도 녹내장이 발생한다. 혈류가 불안정한 게 정상 안압 녹내장의 한 원인이란 사실을 최 원장이 밝혀냈다. 로컬병원 의사는 환자 진료에 치중할 뿐 연구는 별로 하지 않는다는 ‘속설’은 최 원장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 그가 지금까지 국제 저널에 게재한 논문은 40편. 이 중 절반이 넘는 24편을 센트럴서울안과가 문을 연 2011년 이후에 썼다. ‘연구하는 동네 의사’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동네 병원은 그 지역 환자를 위주로 진료한다. 하지만 최 원장의 경우 환자의 80%가 용산 이외의 지역에서 온다.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포기했다며 오는 환자도 많다. 그렇다 보니 최 원장은 연간 150건 정도의 수술을 한다. 대학병원 의사도 연간 100건 이상 수술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그 덕분에 코로나19 사태의 여파 속에서도 환자는 줄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 수술센터 확장 공사를 시작했을 정도로 병원 규모가 커지고 있다. 그 비결에 대해 최 원장은 “동네 안과 의사이지만 동네 의사처럼 굴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세계적인 안과 의사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진료하고, 투자를 늘리며, 최적의 진료 시스템을 맞추려고 노력한 게 환자의 마음을 잡았다는 뜻이란다. ○ 레이저-최소 침습 등 환자따라 치료법 달라 녹내장 환자에게는 안압 관리가 곧 치료다. 보통은 약물을 눈에 넣어 안압을 낮추거나 관리한다. 그래도 안압이 올라가면 레이저 시술이나 또 다른 수술이 필요하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낼 수 있는 의사의 ‘경험치’가 무척 중요하다. 이달 초 55세의 여성 A 씨가 최 원장을 찾았다. A 씨는 지방에서 망막 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스테로이드를 너무 많이 쓴 탓에 안압이 55mmHg까지 높아졌다. 일반적으로 10∼21mmHg를 정상 범위로 본다. A 씨는 최 원장에게 안압을 낮추는 수술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최 원장은 들어주지 않았다. A 씨의 눈을 검사해 보니 레이저 치료만으로도 안압을 낮출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최 원장은 불필요한 수술을 하지 말자며 레이저 치료를 권했고 시술이 끝난 다음 날 A 씨의 안압은 16mmHg까지 떨어졌다. 30대 중반의 여성 직장인 B 씨는 6년 전 녹내장 진단을 받았다. B 씨는 이후 장기 해외 근무를 했고, 그 결과 약물 투입 외에 다른 치료를 하지 못했다. 결국에는 안압이 크게 올라가 아침에는 시야가 뿌옇게 변하는 증세까지 나타났다. 최 원장이 보니 B 씨는 약물로 조정이 되지 않는 녹내장이었다. B 씨에게는 최소 침습 스텐트 시술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수술 후 안압은 떨어졌고 눈이 뿌연 증세도 사라졌다. 요즘도 B 씨는 안압을 잘 유지하고 있다. 이 사례처럼 최 원장은 환자의 상태에 맞춰 치료법을 달리 한다. 약물만 쓸 수도 있고, 수술 부위가 클 수도 있다. 최소 침습 수술을 할 수도 있다. 최 원장은 “가령 고도 근시 환자의 안압을 무턱대고 많이 낮추면 출혈이 생길 수 있다. 새로운 기법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며 효과와 안전성 모두를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외국 제약사들이 녹내장 신약과 관련해 컨설팅을 많이 의뢰하는 의사이기도 하다. 새로운 수술 기기를 선보이는 다국적 기업에도 조언을 종종 한다. ○ 시력 콤플렉스 극복 후 녹내장에 관심 녹내장에서 명의 소리를 듣지만 사실 최 원장은 병역 면제 판정을 받을 만큼 심한 고도 근시였다. 시력이 ―11디옵터였다. 안경을 벗으면 바로 앞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불편은 상당히 컸다. 활동적이고 운동을 좋아했지만 즐길 수가 없었다. 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콤플렉스도 컸다. 최 원장은 “어렸을 때 조립식 장난감이나 책 같은 것에 지나치게 몰두한 탓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최 원장에 따르면 7∼12세의 어린 나이는 시력 감수성이 가장 높아 지나치게 근거리 작업을 많이 해서는 안 된다. 최 원장은 시력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안과를 택했단다. 전공의 시절 시력 교정 수술을 받았다. 수술 성공률이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교수의 말을 듣고도 강행했다. 다행히 각막이 두꺼운 편이라 수술 결과는 좋았다. 시력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된 것. 안과학을 공부하면서 고도 근시 환자들은 시력을 회복하더라도 녹내장이나 망막 박리와 같은 안과 질환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가 녹내장을 세부 전공으로 택한 이유다. 주변에서는 최 원장을 두고 ‘녹내장을 전공으로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말한다. 최 원장은 녹내장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데도 신경을 쓴다. 이를 위해 ‘녹내장TV’라는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질병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에서부터 수술 기법이나 해외 강연 자료 등 안과 의사가 알아두면 좋은 영상까지 70여 개의 동영상이 올라 있다. 최 원장은 녹내장을 악화시키는 습관도 지적했다. 대표적인 것이 흡연이다. 최 원장에 따르면 니코틴은 심박수와 혈압, 안압을 올려 시신경을 압박한다. 그 결과 시신경의 혈류가 줄어들어 녹내장이 악화한다. 최 원장은 미국 하버드대 연구 결과를 인용해 “하루 3잔 이상 커피를 마시면 녹내장 발병률이 1.66배 오른다”고 말했다. 농도가 진한 커피도 덜 마셔야 하며 카페인이 많이 든 에너지 드링크도 삼가야 한다. 올바른 운동법에 대해서도 조언한다. 가장 추천하는 종목은 걷기나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이다. 유산소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면 모세혈관이 발달해 말초 혈류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다만 과도한 근력 운동은 줄여야 한다. 최 원장은 “20회 이상 반복할 수 있을 정도의 강도로, 가볍게 근력 운동을 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심한 근력 운동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또 머리가 심장 아래쪽에 위치하는 자세도 좋지 않다. 이를테면 거꾸로 매달리기 같은 게 대표적인데, 이 자세에서 안압이 극심하게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0-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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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망막질환 조기발견-치료로 실명위기 환자에 ‘희망의 빛’

    《지난달 초 89세의 A 할아버지가 서울성모병원을 찾았다. A 할아버지는 황반변성으로 인해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다. 황반변성은 망막의 황반이란 부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한다.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병이다. A 할아버지는 나머지 한쪽 눈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눈도 시력이 0.1에 불과했다. 그나마 사물을 분간하던 눈마저 갑자기 깜깜해졌다. A 할아버지는 이제 세상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며 낙담했다.》 박영근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40)가 A 할아버지를 살펴봤다. 눈 안쪽을 보니 황반 부위에서 출혈이 발견됐다. 신속한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박 교수는 망막 안에 있는 유리체를 제거해 출혈을 막았다. 수술 결과 시력을 더 좋게 할 수는 없었지만 나머지 한쪽 눈의 실명을 막을 수 있었다. A 할아버지는 자식과 손자들 얼굴을 계속 볼 수 있게 돼 감사하다며 펑펑 울었단다. 박 교수도 덩달아 눈물을 흘렸다. ○ 황반변성, 완치 어려워 악화 막는 치료에 중점 황반변성은 당뇨망막병증(당뇨병 합병증에 의한 망막질환), 녹내장과 함께 3대 실명 질환이다. 녹내장을 뺀 두 질병은 모두 망막 질환으로 분류된다. 박 교수는 바로 이 망막 질환 분야에서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박 교수가 진료하는 환자의 80% 이상이 황반변성과 당뇨망막병증 환자다. 황반변성은 완치가 어렵다. 치료법은 대부분의 병원이 동일할 만큼 표준화돼 있다. 증세 악화를 막는 치료가 원칙이다. 보통은 매달 혹은 2개월마다 주사를 맞는다. 그나마 약물이 개선되고 있는 점은 다행이다. 박 교수는 “최근 3개월 혹은 4개월마다 투입하는 주사까지 개발됐다”며 “약이 다양해져 환자들로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가격이 비싸 환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1, 2개월마다 맞는 주사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10만∼20만 원 정도다. 하지만 3, 4개월마다 맞는 주사는 대부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1회 주사를 맞는 데 90만 원 이상 든다. 당뇨망막병증 또한 치료법이 표준화돼 있다. 따라서 빨리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예전에는 눈 안쪽에서 출혈이 생기기 전에는 이 병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했다. 출혈이 보이지 않으면 추적 관찰할 뿐이었다. 몇 년 전 안구 혈관을 촬영하는 첨단 기기가 도입되면서 이 문제가 해결됐다. 이 기기를 통해 혈관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게 된 것. 실제로 박 교수는 이 기기를 이용해 112명의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안구 혈관의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당뇨망막병증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초기 당뇨 환자 중에도 혈관 심층부에서는 이미 병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박 교수는 당뇨망막병증이 나타난 90명을 대상으로 치료 결과를 미리 예측하기 위한 후속 연구도 진행했다. 연구 결과를 담은 두 편의 논문은 모두 올해 국제 의학저널에 게재됐다. ○ 눈에 전이된 림프종 진단법 국제저널 게재 드물긴 하지만 안구에 림프종이 전이되는 사례가 있다. 일단 안구로 전이된 림프종은 다시 뇌로 전이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환자들이 눈에 염증이 생긴 것으로 잘못 알고 방치한다. 박 교수는 이런 환자를 대상으로 안구 내 림프종을 진단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안구를 마취한 뒤 내부에서 ‘방수’라는 눈물을 채취한다. 이어 방수에 들어 있는 8종류의 사이토카인을 분석한다. 림프종에 걸렸거나 암이 재발한 경우 사이토카인 수치가 올라간다. 박 교수는 2018년부터 환자 14명을 대상으로 이 연구를 진행했으며 관련 논문은 국제 의학저널에 게재했다. 실제 환자 진료에도 이 기법을 도입해 안구 내 림프종의 조기 발견과 치료에 쓰고 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이 기법은 서울성모병원에서만 유일하게 진료에 활용하고 있다. ○ 수술하면서 ‘수다’ 떠는 의사 대학병원 의사들이 불친절하다는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최소한 30분, 길면 1시간 이상 대기했다가 3분 진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이 짧은 시간에 환자들이 궁금한 것을 모두 묻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박 교수는 좀 다르다. 모니터 화면을 환자 쪽으로 돌려놓고 검사 결과를 설명한다. 가급적 환자의 질문에 자세하게 답한다. 현재 상태가 어떤지, 어떤 부분을 더 신경 써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박 교수는 “외래 진료 시간이 좀 길어지더라도 이런 소통이 필요하다. 그래야 환자가 의사를 믿고, 만족도도 높아지며 그 결과 치료 효과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수술할 때에도 말을 많이 한다. 수술이 끝나면 입이 아플 정도란다. 주로 수술 진행 상황을 알려주고, 이상 여부를 묻기 위해 환자에게 말을 건다. 이를 테면 “지금부터 레이저 시술을 하는데 이 부위가 따끔할 거다”라거나 “수술 기구가 들어가면 여기가 뻐근할 것이다”라는 식으로 말해 준다. 또는 “지금 어디 불편한 데 없느냐”는 식의 질문도 한다. 보통 안과 수술을 할 때는 눈 부위만 마취하기 때문에 환자와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 이런 식의 소통이 환자의 심리적 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보통 망막과 백내장 수술을 동시에 한다면 50분 정도가 걸리는데, 환자들이 느끼는 심리적 시간은 2, 3시간이다. 수술이 몇 퍼센트가 진행됐고, 앞으로 어떤 것을 할지만 알려줘도 안심하는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술이 끝난 후 회진할 때 물어보면 10명 중 8명 이상은 “의사가 계속 정보를 준 덕분에 불안감이 줄어들었다”며 만족한다고 한다. 수술실을 떠들썩하게 하는 게 무조건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박 교수는 “집도하는 의사들끼리 알 수 없는 전문 용어를 써가면서 대화하면 오히려 환자들은 불안해하더라”며 가급적 같이 수술하는 의사들과는 말을 줄인다고 한다. 또 수술에 집중해야 할 때는 환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말을 아낀다.▼ 박교수가 말하는 황반변성 예방법 ▼채소-생선 많이 섭취스마트폰 들여다볼땐 20분 보면 20초는 쉬어야 당뇨병 합병증인 당뇨망막병증과 달리 황반변성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 그중에서도 50대 이후에 많이 걸린다. 황반변성 환자의 90% 이상이 50대라는 조사 결과도 나와 있을 정도다. 황반변성은 잘 치료하면 병을 악화시키지 않고 시력을 유지할 수 있다. 문제는 초기에 거의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쪽 눈에만 황반변성이 생기면 실명 수준이 될 때까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따라서 초기 증세를 면밀히 살피는 게 중요하다. 도로나 횡단보도가 휘어져 보이는 게 대표적인 초기 증세다. 사람을 쳐다보는데, 얼굴은 잘 보이지 않고 얼굴 주변만 잘 보인다면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됐을 확률이 높다. 한쪽 눈만 잘 안 보일 때도 황반변성을 의심해 봐야 한다. 가급적 매년 안과 검진을 받는 게 좋다. 황반변성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박영근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우선 금연할 것을 권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고혈압과 비만도 황반변성을 유발하는 위험 인자이니 관리해야 한다. 자외선 노출도 줄여야 한다. 자외선은 황반변성 외에 백내장을 유발하는 위험 인자이기도 하다. 외출할 때는 선글라스와 모자 등으로 눈을 보호해야 한다. 박 교수는 “황반변성을 예방하기 위해 눈 영양제를 먹을 필요는 없다”며 “그 대신 루테인 성분이 풍부한 채소와 생선을 많이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휴대전화와 디지털 기기가 눈 건강을 해친다는 지적이 많다. 박 교수는 ‘20분+20초 원칙’을 지킬 것을 권했다. 스마트폰 화면이나 디지털 기기의 모니터를 20분 이상 연속적으로 보지 말아야 하며 20분마다 20초는 꼭 쉬라는 뜻이다. 휴식할 때는 먼 곳을 바라보는 게 좋다. 이렇게 하면 안구 근육이 이완되며 노안이 심해지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때는 눈이 건조해지기 쉽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중간 중간에 의도적으로 눈을 깜빡여야 한다. 인공 눈물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화면 밝기는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글자 크기도 키워야 눈의 피로도를 줄일 수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0-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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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od&Dining]달콤-고소한 캔커피 대명사

    롯데칠성음료의 캔커피 ‘레쓰비’는 1991년 선보였다. 올해로 30돌을 맞는 장수상품으로, 매년 4억 캔 이상 팔려나간다. 지난달 출시한 헤이즐넛 향의 ‘레쓰비 그란데’가 인기를 끌면서 이 제품에 대한 관심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레쓰비 그란데는 최근 헤이즐넛 커피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함에 따라 내놓은 제품. 고소한 풍미의 헤이즐넛 향과 레쓰비 특유의 진하면서도 달콤한 커피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게 회사가 내세우는 장점이다. 출시할 당시 레쓰비는 드립식 공법으로 추출해 헤이즐넛 향을 살린 원두커피였다. 젊은 소비자들이 늘면서 캔커피 시장은 점점 커졌지만 동시에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제품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레쓰비 마일드’, ‘레쓰비 콜롬비아’, ‘레쓰비 레귤러’ 등 3종을 출시했다. 마일드는 한국인의 기호에 맞도록 부드러운 맛을 강조한 것이고, 레귤러는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콜롬비아는 100% 콜롬비아 원두만을 사용했다. 하지만 초기 시장 점유율은 20%대에 그쳤다. 롯데칠성음료는 1997년 제품 리뉴얼에 나섰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달콤한 맛을 늘렸다. ‘젊은이의 사랑’을 테마로 광고 마케팅도 강화했다. ‘선배, 옆에 자리 있어요?’, ‘저 이번에 내려요’ 등 광고 속 대사가 화제가 됐다. 이런 노력의 결과 1998년 레쓰비는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롯데칠성음료는 “레쓰비는 ‘국민 캔커피’가 된 이후로도 이 수식어에 만족하지 않고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1년에는 직장인을 타깃으로 용량을 늘리고 부드러운 맛을 강화한 ‘레쓰비 카페타임’을 선보였다. 현재 레쓰비 카페타임은 모닝커피, 라테, 아메리카노 등 3종이 출시돼 있다. 지난해 2월에는 젊은층을 겨냥해 ‘레쓰비 연유커피’, ‘레쓰비 솔트커피’를 출시했다. 레쓰비 연유커피는 베트남산 원두 특유의 진한 커피 맛에 연유를 더한 제품. 레쓰비 솔트커피는 부드럽고 진한 커피에 소금을 넣어 단맛과 짭조름한 맛이 어우러진 점이 특징이다. 올해 3월에는 레쓰비를 500mL 대용량으로 키운 ‘레쓰비 그란데 라떼’를 선보였다. 회사 측은 “국내 대용량 캔커피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는 점에 주목해 이 제품을 만들었다”며 “가격 대비 용량의 이점을 중시하면서도 달콤한 커피를 즐겨 찾는 소비자들을 겨냥했다”고 밝혔다. 레쓰비 특유의 진하면서도 달달한 커피에 우유 성분을 더해 한층 풍부하고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장점. 이 제품에 헤이즐넛 향을 추가한 것이 지난달 출시한 레쓰비 그란데 헤이즐넛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앞으로도 신제품 출시 외에도 한정판 패키지를 만들거나 다양한 방식의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와 소통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브랜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0-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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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자 통증-흉터 거의 없는 무지외반증 수술 명의

    《서울의 대형병원에만 베스트닥터가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 동네에, 또는 나만 아는 실력이 대학병원에 버금가거나 능가하는 의원·병원이 적지 않습니다. 뛰어난 실력과 연구 능력을 갖춰 전국에서 환자가 몰려오는 이런 의사들을 찾아내 ‘우리 동네 베스트닥터’로 소개합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서구 SNU서울병원에서 ‘작은 콘퍼런스’가 열렸다. 부산의 한 정형외과 의사 A 씨가 이 병원 서상교 대표원장(41)의 ‘최소 침습 무지외반증 수술’을 참관했다. A 씨는 수술실에서 서 원장이 집도한 3건의 수술을 약 1시간에 걸쳐 지켜봤다. 참관이 끝난 후에는 수술과 관련된 토론이 이어졌다. 1시간 동안 A 씨는 서 원장이 시행한 수술 노하우에 대해 물었고, 서 원장은 답했다. A 씨는 “상당히 놀라운 수준이다. 부산에서 이 방법을 시행해 보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의료 기술을 시연하는 행사는 흔하다. 주로 대학 병원이나 대형 병원에서 열린다. 하지만 로컬 병원(일반 병원)의 수술 노하우를 배우겠다며 참관하는 일은 드물다. 게다가 SNU서울병원은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 이제 1년 4개월을 갓 넘긴 신생 병원이다. 이런 병원의 수술을 참관한다는 것은 그만큼 서 원장의 최소 침습 무지외반증 수술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서울은 물론이고 멀리 부산, 광주, 제주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이 병원을 찾는다. ‘동네 병원’이지만 명실상부한 ‘전국구’인 셈이다. ○ 빠른 회복-양쪽발 동시 수술 강점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안쪽으로 휘어지는 병이다. 처음에는 엄지발가락에 통증이 나타나며 신발이 꽉 끼는 듯한 느낌이 든다. 여기서 더 악화하면 신발을 신을 수도, 정상적으로 걸을 수도 없다. 더 심하면 엉덩이관절(고관절)과 척추에 부담을 줘 2차 합병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엄지발가락이 안쪽으로 20도 이상 휘었을 때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과거에는 엄지발가락 옆쪽으로 4∼5cm 정도 광범위하게 절개했다. 이어 뼈를 둘러싼 골막을 벗겨낸 후 뼈를 잘라냈다. 골막에는 통증을 느끼는 감각 세포가 많아 수술 후 통증도 꽤 심한 편이었다. 그만큼 회복도 더뎠다. 최근에는 절개를 최소화하는 ‘최소 침습’ 수술이 대세다. 흉터가 작고 통증이 크지 않은 게 장점이다. 서 원장의 경우 엄지발가락 옆쪽에 2mm 크기의 구멍 3개를 뚫는다. 절개 범위가 기존 수술법의 20분의 1 크기다. 이 구멍으로 도구를 집어넣어 실시간 엑스레이 화면을 보면서 뼈를 깎는다. 골막을 건드리지도 않는다. 마지막으로 핀으로 고정하면 수술이 끝난다. 수술에 걸리는 시간은 20분 남짓. 바로 이 수술 기법을 부산의 A 의사가 배우고 간 것이다. 회복 속도가 빠른 것도 이 수술의 장점이다. 서 원장은 “수술 직후부터 보조신발을 신고 보행할 수 있고 2, 3일 후에는 퇴원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 원장에 따르면 2주 정도 지나면 상처가 아물고 2, 3개월이 지나면 원래 신던 신발을 편하게 신을 수 있다. 서 원장은 “이처럼 긍정적 효과가 많아 이제는 광범위하게 절개하는 수술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 원장이 말하는 또 하나의 장점. 양쪽 발 모두에 무지외반증이 생긴 경우 동시 수술이 수월해졌단다. 과거에는 한쪽 발을 수술하면 다른 쪽 발은 2, 3개월 후에 수술했었다. 서 원장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이런 환자의 60∼80%는 양쪽 발 동시 수술을 진행하고 있으며 입원 기간도 4일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 제대로 된 진료하러 대학병원 박차고 나와 서 원장은 의료계에서는 꽤 알려진 의사다. 3년마다 열리는 국제학회인 ‘세계족부족관절학회’에서 2014년 기초 분야 논문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이 학회에서 국내 의사가 최우수상을 받은 것은 그가 처음이다. 서 원장은 요즘도 매년 4∼6편의 논문을 꾸준히 발표한다. 수술 경험도 많다. 올 10월까지 4000건 이상의 발 관련 수술을 집도했다. 로컬 병원장으로서는 드문 이력인데, 대학 병원 근무 경험이 큰 발판이 됐다. 서 원장은 서울아산병원에서 5년 동안 교수로 근무했다. 대학교수로서의 지위를 버리고 개업의들이 다투는 ‘전쟁터’로 뛰어든 셈인데, 이유가 뭘까. 그는 “대학병원에 근무하면서 많이 배웠지만 동시에 안타까움도 컸다”고 말했다. 대학 병원은 중증 환자들이 많다. 발 관련 수술은 대부분 암, 당뇨 등 중증 질환자들의 합병증 치료 목적일 때가 더 많았다. 무지외반증과 같은 족부질환자는 아무래도 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 게다가 수술실 배정 때도 암이나 심장, 뇌혈관 등 ‘큰 수술’에 밀렸다. 중증 환자가 우선인 대학 병원이니 당연하다면서도 서 원장은 “정형외과 환자들을 대할 때마다 미안함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무지외반증과 같은 질환은 당장 생명에 지장은 없지만 일상생활에 큰 차질을 빚는다. 그 환자들에 대한 처방이 스트레칭이나 의료용 깔창 외에 딱히 없다는 게 안타까웠단다. 게다가 대학병원에서는 2, 3주마다 진료하는 게 쉽지 않았다. 대부분 환자가 2, 3개월을 기다려야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는 것. 로컬 병원을 운영하는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서 원장은 “오롯이 정형외과, 특히 발 관련 환자들에게 집중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개원 이후 지금까지 ‘오전 외래, 오후 수술’ 원칙을 지키고 있다. 덕분에 많을 경우 하루에 5, 6명의 환자를 수술할 수 있게 됐다. 수술 환자와는 가급적 2주마다 소통하려고 한다.○ 코로나 사태에도 환자가 늘어나는 병원 정형외과 병원은 수없이 많다.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환자가 급감했다. 의료계에서는 ‘생존 싸움’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SNU서울병원은 다르다. 서 원장은 “지난해보다 덜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환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비결이 뭘까. 서 원장은 “환자와의 접촉을 늘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휴진을 거의 하지 않는다. 서 원장만 하더라도 지금까지 평일에는 그 어떤 이유로도 쉰 적이 없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토요일을 포함해 주 6일 진료를 했다. 심지어 올 추석 연휴 때도 환자를 받았다. 서 원장의 경우 올 9월에 주말 끼고 4일 휴가 간 게 유일한 휴진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환자만 유치하지는 않는다. 서 원장은 “일부 로컬 병원이 수술을 강권하는데, 당장 수익이 날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병원의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가령 발목 인대 파열의 경우 서 원장은 오히려 수술을 말린다. 그는 “이 질환은 많게는 70∼80%가 수술하지 않아도 저절로 좋아질 수 있다”며 “경과를 관찰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서 원장에 따르면 SNU서울병원에서만 매일 평균 3, 4명의 급성 발목 인대 파열 환자가 수술해 달라고 온단다. 그는 “수술하지 말자고 설득하는 게 더 힘들 정도”라고 덧붙였다. 굳이 수술하겠다는 환자를 말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서 원장의 의료 철학이다. 그는 “환자들이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를 수월하고 안전하게 받도록 하려고 병원을 열었다. 이 원칙을 스스로 포기하면 환자, 병원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앞으로도 이 철학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0-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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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매 돌보는 사람도 치료해야 효과”… ‘보호자 케어’ 개발 선구자

    《80대 A 할머니의 남편은 치매 환자다. 치매 환자의 증세는 예측 불가다. 남편은 일종의 ‘망상’ 증세를 보였다. A 할머니가 시장에 다녀온다고 말했는데도 “다른 남자를 만나고 온 거냐”며 불같이 화냈다. 어떤 설명도 통하지 않았다. A 할머니는 정지향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51)가 개발한 치매 환자 보호자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A 할머니는 남편이 치매로 기억력이 왜곡돼 망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치료할 수는 없으니 가급적 망상 증세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이후 A 할머니는 시장에 갈 때도 남편을 데리고 갔다. 그 결과 남편은 마음이 놓였는지 더 이상 아내를 의심하지 않았다.》 정 교수는 치매 분야에서 손꼽는 ‘베스트 닥터’다. 그런 정 교수가 치매 치료와 관련해 가장 먼저 꺼낸 말은 의외다. “치매는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포기하지 않고 치료해야 한다. 다만 A 할머니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환자는 물론 보호자까지 함께 살펴야 하는 질병이다.”○ “보호자 심리-건강상태 좋으면 환자도 효과” 치매 초기라면 환자가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병이 악화하면 판단 능력을 잃는다. 그 모든 의사결정과 판단은 보호자의 몫이 된다. 보호자가 지쳐 쓰러지면 환자의 진료도 사실상 종결된다. 게다가 보호자는 대부분 배우자다. 그러니 환자와 보호자 모두를 살펴야 한다는 게 정 교수의 주장이다. 2014년 정 교수는 치매 환자의 보호자를 위한 ‘아이케어(I-CARE)’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치매 환자는 갑자기 괴팍해지거나 신체 활동 이상 등 다양한 증세를 보인다. 증세별로 대처법을 개발하고 보호자를 교육하며, 보호자의 심리 상태를 분석하는 게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었다. 이후 4년 가까이 이대병원을 포함해 수도권 7개 병원에서 임상 시험이 진행됐다. A 할머니를 비롯해 38명의 보호자가 참여했다. 각 보호자는 2개월 동안 치매 전문의와 임상심리사를 만나 심층 면담을 했다. 먼저 환자에게서 가장 개선됐으면 하는 과제를 정하고 대처법을 논의했다. 의료진과 보호자는 2주마다 만나 진행 상황을 체크했다. 2개월이 지난 후 최종 평가를 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정 교수는 “프로그램을 끝까지 수행한 보호자의 경우 치매 환자를 부양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우울증세 모두 감소했다”며 “보호자의 심리와 건강 상태가 좋을 경우 환자의 치료 효과도 높았다”고 말했다. 이 연구 논문은 2019년 대한신경과학회가 발간한 영문 의학 저널에 실렸다. 정 교수는 “이런 방식의 ‘보호자 케어’가 아직까지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 교수는 오래전부터 보호자 케어를 강조해왔다. 치매 환자의 보호자 25명을 대상으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한 것도 그런 노력 중 하나다. 그 결과 40% 이상에서 경증 혹은 그 이상의 인지 장애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지금은 보호자이지만 언제 환자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ICT 활용 프로그램, 신의료기술로 지정 받아 치매를 완치시킬 수 있는 약은, 적어도 현 단계에서는 없다. 다만 예방 차원의 약들이 시중에 나와 있다. 이 중 일부가 최근 건강보험 적용이 취소돼 복용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치매 진단이 떨어지면 예방이 아닌 치료 목적으로 약을 먹어야 한다. 이 경우는 절대 약을 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의학계의 일관된 평가다. 정 교수는 “약물 치료를 중도 포기하면 증세가 악화하는 반면 꾸준히 진행하면 증세가 악화하는 속도가 30% 정도는 느려진다”고 말했다. 따라서 약물 치료는 절대로 중단해선 안 된다. 인지 기능을 개선하는 치료도 도움이 된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250곳 이상의 치매안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도 치매안심센터가 있는데, 정 교수는 이 센터의 센터장도 맡고 있다. 이 센터는 경증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인지 기능 개선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 센터는 현재 ‘언택트’로 200여 명의 경증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인지 치료를 하고 있다. 인지 치료는 매일 정기적으로 치매 환자들에게 간단한 숙제를 낸 뒤 답안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를테면 숫자 몇 개를 준 뒤 계산하라거나 속담을 보낸 후 그 안에 몇 개의 자음과 모음이 있는지 등을 세어 보고 답안을 제출하게 하는 식이다. 정 교수는 “이런 방법만으로도 지속하면 인지 기능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병원 내에 로봇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치료 프로그램을 국내 처음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주로 초기 혹은 경증 치매 환자들의 인지 기능 개선과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인데, 2017년 신의료기술로 지정됐다. 이 프로그램은 2개월 단위로 진행된다. 환자들은 매주 의료진과 일대일로 만나 진료를 받는다. 이 진료 또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1회 진료에 5만∼12만 원으로, 다소 비싼 게 단점이다. 이대병원 외에 일부 병원이 시행 중이다. 정 교수는 요즘 병원 내에 치매 전문 센터를 추진 중이다. 정 교수는 “노인 치매 환자가 많아지면서 체계적으로 치매를 연구하고 프로그램화하는 대학병원급 센터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교수의 ‘부모님 치매예방법’ ▼가족 일상사 상세 질문폰 채팅-신문기사 읽기도인지 기능 하락 막아 일주일에 3회 이상, 매회 3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을 할 것. 생선 등을 통해 단백질 섭취를 늘릴 것.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해 다른 사람과 소통할 것. 치매 예방을 위한 일반적 수칙이다. 추가로 자식들이 살펴야 할 점도 있다. 정지향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가 제안하는 대표적인 두 가지를 소개한다. ① 주기적으로 만나거나 전화로 대화하라 부모님의 성격이 바뀌었는지, 기억력이 떨어졌는지, 일상생활을 잘 수행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일단 부모가 가족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떨어졌다면 더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 질문을 하되 가급적 6하 원칙에 맞춰 답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지난번 저를 만났는데, 그 날짜가 언제이며 무엇을 했고, 왜 그랬는지 말씀해 보세요” 하는 식이다. 최근 뉴스에서 가장 크게 다룬 사건을 묻는 것도 괜찮다. 일상생활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도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게 좋다. 집청소는 얼마나 하며, 은행 등 돈 관련 일들은 어떻게 처리하고 있으며, 음식은 잘 만들고 관리는 잘하는지 등을 세세하게 체크한다. 더불어 시력, 청력, 치아 상태도 살펴야 한다. 다만 주의할 게 있다. 관심을 많이 갖는 것은 좋지만 잔소리가 지나치면 부작용이 더 크다는 점이다. 많이 말하기보다는 부모님의 이야기를 듣는 게 더 중요하다. ② 스마트폰과 신문을 적극 활용하라 정 교수는 “스마트폰을 잘만 이용하면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노인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콘텐츠를 찾아 즐기고 주변 사람들과 채팅함으로써 인지 기능이 개선된다는 것. 추가로 녹음도 해 보고 화상통화도 해보는 식으로 새로운 놀이를 찾는 것도 도움이 된다. 스마트폰 위치 추적 시스템은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깔아두는 게 좋다. 정 교수는 신문을 활용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일반적으로 치매 예방책으로 일기 쓰기가 권고되는데, 현실적으로는 그게 어렵다. 인지 기능이 떨어진 데다 일상생활 자체가 단조로워져 일기를 쓸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문을 활용하라는 것이다. 신문 기사를 읽고 그 내용을 기억해 다시 써 보도록 하는 훈련이 좋다. 미래를 대비해 정리하는 버릇을 만들어놓는 것도 중요하다. 책상용 달력이나 휴대용 수첩, 노트에 모든 것을 기록하도록 권하면 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0-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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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졸중 응급처치 80분→38분… 뇌세포 손상 줄인 ‘해결사’

    《뇌중풍(뇌졸중)은 크게 뇌경색과 뇌출혈로 나눈다. 혈관이 막히면 뇌경색, 터지면 뇌출혈이다. 과거에는 뇌출혈과 뇌경색의 비율이 6 대 4 정도였다. 건강검진 등을 통해 혈관 파열 이전에 발견하는 환자가 늘면서 최근에는 2 대 8로 역전됐다.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 혈액이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지 못한다. 1분 만에 200만 개의 뇌 신경세포와 12km에 이르는 신경섬유가 죽는다. 신속한 치료가 중요한 까닭이다. 뇌출혈은 직접 뇌를 여는 응급 수술을 할 때가 많다. 뇌경색은 혈전용해제를 투입해 혈전을 녹이거나 제거한다. 뇌출혈의 ‘골든타임’은 2, 3시간, 뇌경색은 4시간 30분 정도다. 이 시간 이내에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뇌 기능 회복은 둘째 치고 생명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 남효석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48)는 뇌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혈전용해 및 제거를 통해 치료하는 의사로 정평이 나 있다. 남 교수는 “응급 처치 시간을 20분만 줄여도 4000만 개의 뇌 세포를 구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남 교수는 응급 처치 시간을 크게 앞당긴 주역이기도 하다. ○ 응급 대처 시간 절반으로 단축 16년 전인 2004년에는 얼마나 신속하게 대처했을까. 응급실에 뇌졸중 환자가 실려 오면 원무과 접수부터 해야 했다. 접수가 끝나면 응급의학과 의료진이 먼저 보고, 신경과 의료진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는 그 후에 시행됐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혈전용해 치료 결정이 떨어졌다. 당시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환자가 들어온 순간부터 치료 결정 때까지 걸린 시간은 79.5분이었다. 환자가 일찍 발견된 경우라면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지만 늦게 발견됐다면 병원 처치 과정에서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세브란스병원뿐 아니라 당시에는 거의 모든 대학병원이 이랬다. 2005년 세브란스병원은 ‘베스트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뇌졸중 환자 응급 처치를 위한 일종의 ‘패스트 트랙’이다. 병원 내 컴퓨터 처방 시스템에 ‘베스트’ 버튼을 추가한 뒤 뇌졸중 환자가 들어오면 누른다. 그러면 원무과부터 응급의학과, 신경과 의료진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이 프로그램을 도입하자 놀랍게도 응급 처치 시간이 56분으로 줄었다. 엄밀하게 말하면 첨단 의료기술을 도입한 건 아니다.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화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결과는 놀랍다. 당시 이 프로그램을 지휘한 의사가 바로 남 교수다. 남 교수는 “당시만 해도 국내는 물론 외국 어디에서도 이런 식의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국제 학술지에도 게재됐다. 최근에는 응급실 CT실에서 곧바로 혈전용해제를 투입하는 방식을 추가했다. 그 결과 시간을 더욱 단축해 38분대에 응급 처치를 끝낸다. 이 프로그램은 국내의 다른 대학병원으로도 확산됐다. 현재 10개 이상의 대학병원이 이와 비슷한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 “혈전용해 치료 적절성 여부 밝혀내” 남 교수에 따르면 혈전용해 및 제거를 통해 혈관을 다시 뚫는 확률은 80∼90%에 이른다. 상당히 성공률이 높은 셈인데, 문제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남 교수는 “치료가 성공했더라도 환자의 절반 정도는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낀다. 증세가 다시 악화되는 환자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어떤 환자는 치료도 잘되고 부작용도 없는데, 어떤 환자는 치료도 잘 안 되고 부작용도 크다는 얘기다. 그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남 교수는 2016년부터 보건복지부 지원을 받아 그 이유를 밝혀내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3년간 진행된 이 연구를 통해 남 교수는 6개 지표를 찾아냈다. 당뇨, 위궤양, 심근경색, 심부전, 전이성 암, 초기신경학적 장애 여부에 따라 치료 효과에 차이가 있다는 것.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현재 의학 저널의 심사를 받고 있다. 남 교수는 6개 지표를 입력하면 환자의 6개월 이내 사망 확률을 수치로 보여주는 의료진용 모바일 앱도 개발 중이다. 남 교수는 “이 연구로 혈전용해나 제거 치료가 좋은 환자 그룹도 있지만 적절하지 않은 환자 그룹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며 “그 환자들에게는 혈전용해제로 혈관을 뚫는 치료가 최선이 아닐 수 있으니 다른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 교수는 “그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법을 더 찾아내는 것이 의학계의 숙제”라고 덧붙였다. ○ 뇌졸중 치료 효과 높이기 위한 방법 몰두 혈전용해 및 제거 치료에서 또 하나 염두에 둬야 할 것이 혈압이다. 혈관을 너무 깨끗하게 뚫어놓으면 혈압이 높아져 출혈의 위험이 있다. 반대로 혈관을 덜 뚫으면 피가 돌지 않아 뇌경색 부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문제는 오랜 논란거리이기도 하다. 지난해 남 교수는 이와 관련한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644명의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눴다. A그룹은 수축기 혈압을 적극 관리해 140mmHg 미만을 유지한다. B그룹은 ‘통상적 수준’으로 관리해 140∼180mmHg를 유지한다. 이 임상시험은 4년 후 종결된다. 그때가 되면 어느 수준으로 혈압을 관리해야 치료 효과가 높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지 밝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뇌졸중 입원 환자들의 관리도 남 교수가 신경 쓰는 대목이다. 남 교수에 따르면 환자 10명 중 3명꼴로 입원 과정에서 상태가 더 나빠진다. 남 교수는 그 이유와 치료법을 찾기 위한 연구를 요즘 진행하고 있다. 현재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 전 단계까지 왔으며 내년 말에 종료할 계획이다. 남 교수는 “아직까지는 다양한 방법을 찾는 단계”라고 했다. 그중 하나가 이산화탄소 치료다.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뇌혈관을 확장하는 방법인데, 모세혈관 부위에서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 남 교수는 “사람에게 직접 적용하기는 이르지만 일단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뇌졸중의 5가지 전조증세 ▼반쪽 마비-두통 심하면 의심시각-언어장애, 어지럼증도 뇌중풍(뇌졸중)은 겨울에 더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혈관이 수축하고, 그 결과 혈압이 올라 혈관이 터질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뇌출혈에만 해당한다. 뇌경색은 계절에 상관없이 발생한다. 일년 내내 주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뇌 안에서 출혈이 일어났다면 대부분은 갑자기 쓰러진다. 두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하다가 구토를 할 때가 많다. 그 다음에는 몸의 절반이 마비됐다가 의식이 나빠지거나 호흡곤란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악화하면 24시간 이내에 사망할 확률이 높다. 신속하게 치료하지 않으면 후유증도 크다. 일단 손상된 뇌 세포는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신체 기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남효석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1분 1초라도 빨리 발견해, 빨리 병원에 가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증세를 잘 살펴야 한다. 남 교수는 “핵심은 ‘갑자기’ 증세가 나타난다는 것”이라고 했다. 남 교수에 따르면 만성 두통이나 평소에 자주 손발이 마비되는 경우라면 뇌졸중과 관련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이상 증세가 나타날 때 뇌졸중을 의심하라는 것. 남 교수는 크게 다섯 가지 의심 증세를 제시했다. 첫째, 반쪽 마비다. 갑자기 한쪽 얼굴이나 팔다리에 힘이 없어지거나 저리고 감각이 없어진다. 둘째, 심한 두통이다. 일생 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을 정도로 극심한 두통이 갑자기 나타난다. 이때 의식을 잃거나 구토 증세가 동반되기도 한다. 셋째, 시각장애다. 갑자기 한쪽이 흐릿하게 보이거나 잘 안 보인다. 또는 사물이 이중으로 보일 수도 있다. 넷째, 언어장애다. 이야기를 하던 중 갑자기 발음이 둔해지거나 말을 제대로 못 한다. 듣는 사람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횡설수설할 수도 있다. 다섯째, 어지럼증이다. 갑자기 주위가 뱅뱅 도는 것처럼 심하게 어지럽다. 혹은 멀쩡히 걷던 사람이 갑자기 술 취한 사람처럼 휘청거린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0-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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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od&Dining]컵밥-덮밥 앞세워 간편식 제품 확대… 탕-찌개 등 국물요리 신제품도

    국내 간편식 시장은 매년 커져가고 있다. 한국식품유통공사와 업계에 따르면 간편식 시장 규모는 지난해 3조 원을 넘어섰다. ‘3분 카레’에서 시작된 간편식은 컵밥, 보양탕, 피자, 브리또, 생선구이 등으로 다양해졌다. 게다가 즉석요리와 결합하며 냉동밥과 컵밥, 국밥, 덮밥 등 ‘세트밥’ 시장도 커지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3분 카레 제품을 선보였던 ㈜오뚜기도 2004년 즉석밥 시장에 진출했다. 2016년에는 간편성을 강조한 컵밥 제품도 선보였다. 김치참치덮밥, 제육덮밥 등 6종을 시작으로 했으며 지금은 덮밥류, 비빔밥류, 전골밥류, 찌개밥, 국밥 등 총 23종의 다양한 제품군을 형성했다. 최근에는 컵밥의 밥의 양이 다소 부족하다는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가격 인상 없이 컵밥 23종 모두 밥의 양을 20% 늘렸다. 컵밥에는 코로나 극복에 함께하자는 의미로 ‘힘내라! 대한민국’, ‘조금만 더 힘내세요’, ‘의료진 덕분에’ 등 코로나 응원 문구를 삽입했다. ㈜오뚜기는 지난해 출시한 보양 간편식 2종 ‘서울식 쇠고기 보양탕’, ‘부산식 돼지국밥 곰탕’에 이어 전국 각 지역을 대표하는 국물요리를 가정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지역식 국과 탕, 찌개 신제품 6종도 출시했다. ‘서울식 쇠고기 보양탕’은 사골과 양지를 진하게 우린 국물에 된장과 청양고추를 넣어 깊으면서도 칼칼한 국물 맛이 특징이다. ‘종로식 도가니탕’을 비롯해 나머지 제품들 모두 지역적 풍미가 짙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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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술-수술 통합 ‘하이브리드 수술’로 치료효과 극대화

    《얼마 전 40대 중반의 남성 A 씨가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을 찾았다.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은 심장과 뇌 관련 질환을 아우르는 ‘대학병원 속 전문병원’이다. A 씨의 병명은 뇌혈관 기형. 뇌동정맥 기형이라고도 하는데, 뇌의 동맥과 정맥 일부가 비정상적으로 연결된 병이다. 보통은 동맥에서 모세혈관을 거친 뒤 정맥으로 혈액이 흐른다. 하지만 뇌동정맥 기형의 경우 모세혈관을 거치지 않고 동맥에서 정맥으로 바로 혈액이 흐른다. 그 결과 혈압이 높아져 혈관이 터질 수 있고, 혈액이 덜 공급된 부위는 뇌경색으로 악화할 수 있다. 의료진은 혈관을 막는 방식의 시술인 ‘혈관색전술’을 시행했다. 머리를 여는 ‘개두술’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 시술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환자의 상태가 나빠졌다. 의료진은 컴퓨터단층촬영(CT)을 했고, 뇌 안에 출혈이 생겼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의료진은 곧바로 수술 체제로 전환했다. 머리를 열고 혈관 파열을 잡았고, 이어 뇌혈관 기형 문제를 해결했다. 자칫 환자가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시술에서 수술로 신속하게 전환했기에 환자는 합병증 없이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시술은 혈관에 스텐트 장비를 삽입해 치료하는 것을 말한다. 수술은 가슴이나 머리를 직접 열고 하는 치료법이다. 보통 시술실과 수술실은 분리돼 있다.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에는 두 가지 모두 가능한 수술실이 있다. 바로 ‘하이브리드 수술실’이다. ○ 시술과 수술을 통합하다 하이브리드 수술실은 이 병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2015년 가동했다. 기존 수술실보다 2, 3배 넓다. 시술과 수술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수술실 한 곳을 만드는 데 50여억 원이 투입됐다. 이 정도 예산이라면 기존 수술실 2, 3개를 만들 수 있다. 환자의 진료와 시술, 수술에는 내과와 외과 교수는 물론이고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들이 모두 참여한다. 이 교수들이 협진을 통해 시술과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 난도가 높은 시술을 하다가 필요할 경우 즉각 수술로 전환한다. 시술과 수술을 굳이 통합한 이런 수술실이 꼭 필요한 걸까. 신용삼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장(56·신경외과 교수)은 “복잡한 시술을 하던 중 응급 상황이 생기면 바로 수술로 전환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하이브리드 수술실이 없다면 시술 도중 문제가 생겼을 때 급히 다른 수술실로 환자를 옮겨야 한다. 이 과정에서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시술과 수술을 효율적으로 접목할 수도 있다. 가령 수술하기 위해 뇌를 열면 혈액이 너무 흘러 처치가 어려울 때가 많다. 이런 경우 수술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10시간 넘게 길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먼저 혈관을 막는 시술을 하고 머리를 열면 수술이 훨씬 수월해진다. ○ 시술이냐 수술이냐, 토론 거쳐 결정 심장 질환의 경우 시술이 좋은가, 수술이 좋은가는 오랜 논란거리다. 한때는 이 문제를 놓고 내과와 외과 사이에 심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사실 아직도 대학병원에서조차 이 갈등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에서는 이런 갈등이 없다. 갈등 자체를 없애기 위해 ‘심장 드림팀’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팀에는 순환기내과와 흉부외과 교수들이 참여한다. 10여 명의 교수는 매주 1회 회의를 한다. 교수들은 환자 사례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인다. 내과와 외과적 치료법을 모두 꺼내놓고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는 토론이다.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응급 상황도 예측한다. 토론은 치열하다. 때론 고성이 오가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치료법을 결정한다. 진료과에 상관없이 교수들은 모두 이 결정에 따른다. 신 병원장은 “시술과 수술의 통합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진료의 품질과 병원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었다. 교수들이 모두 노력해줬기에 통합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 심장과 뇌 진료 한꺼번에 지난해 11월 52세의 여성 환자가 응급실을 찾았다. 몸의 왼쪽이 마비됐고 말도 어눌했다. 중대뇌동맥 경색이란 진단이 나왔다. 신경계 중환자실로 급히 옮겨 집중 관찰한 결과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뛰는 심방세동도 확인됐다. 즉시 순환기내과 의료진이 투입됐다. 뇌혈관과 부정맥 치료를 동시에 한 것. 이처럼 심장과 뇌는 떼어놓을 수 없다. 심장이 상하면 뇌도 상하고, 뇌가 다치면 심장에도 문제가 생긴다. 뇌사자의 경우 심장이 손상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다 이런 이유에서다. 게다가 우리 몸의 혈관은 모두 연결돼 있다. 한 부위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부위의 혈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심방세동 환자가 뇌중풍(뇌졸중)이 생길 위험은 건강한 사람이 뇌중풍에 걸릴 확률보다 5배 정도 높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뇌중풍에 걸리면 심장 이상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런 점 때문에 심뇌혈관병원은 부정맥과 뇌 진료를 동시에 진행한다. 이른바 ‘뇌-부정맥 통합 진료’다. 매주 1회, 매달 30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다. 환자는 신경과와 순환기내과 교수를 한자리에서 만난다. 환자 1명을 의사 2명이 동시에 진료를 하는 것. 20∼30분 동안 환자와 교수들이 충분히 소통한 후 최선의 치료법을 찾는다.○ 통합 진료, 중복 진료 없애 서울성모병원은 다른 대학병원보다 일찍 심뇌혈관 질환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화했다. 2014년 심뇌혈관센터를 열었다. 실제로 국내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서구식 식생활이 보편화하면서 심뇌혈관 질환자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사망률도 높다. 조기 발견과 최적의 진료가 필요한 까닭이다. 이런 이유로 센터를 더 강화한 것이 지금의 심뇌혈관병원이다. 지난해 6월 서울성모병원 내 전문병원으로 문을 열었다. 통합 진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무엇일까. 신 병원장은 “무엇보다 중복 진료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장과 뇌 관련 질환을 따로따로 치료할 경우 비슷한 약을 중복해서 먹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한꺼번에 할 경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심장과 뇌 진료의 경험이 각각 다른 교수들이 한자리에서 토론하고 진료법을 결정함에 따라 치료 성적이 좋아지는 것도 장점이다. 또 이런 데이터는 연구용으로도 적합하다. 심뇌혈관병원에는 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한다. 응급 환자가 오면 30분 이내에 진단에서 처치까지 끝내는 시스템도 구축돼 있다. 치료를 끝내고 재활하는 환자를 위해 재활 프로그램도 가동한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0-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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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꺼져가는 심장에 생명을 이식하는 인공심장 명의

    조양현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44)는 자신의 외과 선택을 ‘숙명’이라 했다. 그가 19년 전의 ‘아픈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그는 2001년 3월 수도권의 한 병원에서 인턴을 시작했다. 인턴은 진료 과를 순환 근무한다. 4월 1일에는 흉부외과에 배치됐다. 그날 심장 대동맥이 파열되는 급성대동맥박리 환자가 응급실로 실려 왔다. 문제가 생겼다. 하필이면 일요일이었고, 응급 수술을 시행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 흉부외과 전공의가 수술이 가능한 주변 병원을 급히 물색했다. 다행히 한 곳을 찾아냈다. 전공의 지시에 따라 그가 환자 이송을 맡았다. 초보 중의 초보 의사였다. 환자 호흡을 돕기 위해 구급차 안에서 산소 펌프를 쉬지 않고 누르는 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환자의 얼굴이 파랗게 변했다. 이어 의식을 잃더니 몸이 축 늘어졌다. 동승했던 환자의 가족이 “돌아가신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어쩔 줄 몰랐다. 그 사이에 구급차가 병원에 도착했다. 달려 나온 의료진이 환자를 살피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그 의사가 그의 등을 토닥였다. “안타깝게 됐네. 선생님도 고생했어요.” 자괴감이 몰려왔다. 환자가 병원을 떠돌다 구급차 안에서 사망하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졌잖은가. 바로 그때 결심했다.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환자들을 최대한 살려내는 외과 의사가 되겠다고. 뜻을 이뤘을까. 조 교수는 해외 저널에만 100편 이상의 논문을 실었다. 인공 심장 분야에서도 주목받는 의사가 됐다. ○ “인공심장, 심장이식 70∼80%까지 효과” 심장이 뛰지 않으면 생명은 꺼진다. 심장이 심하게 훼손되면 뇌사자의 장기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기자가 너무 많다. 게다가 뇌사자의 경우 뇌뿐 아니라 심장도 망가졌을 확률이 꽤 높다.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을 수는 없다. 호흡을 도와주는 장치인 ‘에크모’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중증 환자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인공 심장을 삽입하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인공 심장이 잘 작동하면 70∼80%는 심장을 이식했을 때와 효과가 비슷하다”고 말했다. 인공 심장 장치 가격은 보통 1억 원을 훨씬 웃돈다. 하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돼 700만 원 정도만 환자가 부담한다. 인공 심장이라고 해서 기존 심장을 들어내고, 심장 형태의 새로운 인공 장기를 집어넣는 건 아니다. 좌심실에 지름 5cm 내외의 전기 펌프를 설치하는 방식이다. 펌프의 한쪽 끝은 혈액을 빨아들이고, 나머지 한쪽은 혈액을 내보낸다. 이 장치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삼성서울병원에서 2012년 당시 70대 남성에게 인공 심장을 삽입했다. 그 장치가 8년째인 지금도 잘 뛰고 있다. 국내 최장 기록이다. 이 사례를 근거로 조 교수는 “인공 심장을 잘만 관리하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비교적 젊은 40, 50대들은 심장 이식이 가능해질 때까지만 착용하기도 한다. 일종의 소형 컴퓨터와 비슷한 장치를 늘 지니고 다녀야 하는 건 단점이다. 몸 안에 삽입하는 펌프는 150∼200g 정도로 가벼운 편이다. 그래도 이물감이 느껴질 수는 있다. 인공 심장 장치는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과거에는 인공 심장을 삽입했을 경우 맥박이 느껴지지 않아 심장이 멈춘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최근 나온 장치를 착용하면 정상적으로 맥을 잡아낼 수 있다. 삽입 방식도 간편해졌다. 원래대로라면 가슴 중앙의 흉골을 전기톱으로 약 20cm 절개한 뒤 인공 심장을 삽입한다. 지난해 12월 조 교수는 심장 주변 2곳에 5∼8cm만 절개한 후 인공 심장을 삽입하는 기술을 국내 처음으로 선보였다. ○ 이송 빠른 헬기를 이동식 중환자실로 2013년 지방의 한 병원에서 삼성서울병원으로 급성심근경색 환자가 실려 왔다. 그 병원 인턴이 환자 이송을 담당했다. 환자의 호흡을 돕기 위한 에크모 장치가 구급차에 실려 있었지만 배터리가 닳아버렸다. 결국 환자는 사망한 상태로 병원에 도착했다. 19년 전 비극이 소환된 느낌이었다. 조 교수는 전국 어디에 있든 중증 환자를 안전하게 상급병원인 서울 대형병원으로 옮길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병원장에게 헬기와 구급차를 ‘이동식 중환자실’로 만들자고 제안했고, 동의를 얻어냈다. 2014년 1월 헬기와 최신 구급차를 이용해 전국의 중증 환자를 이송하기 시작했다. 헬기와 구급차 내부에는 생명 유지 장치를 설치했다. 조 교수 자신은 물론 중환자실 간호사까지 탑승해 환자를 직접 돌보며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했다. 멀리 제주도까지 날아가 환자를 데려오기도 했다. 지금까지 100명 이상을 이송했고 70% 이상은 아주 위중한 상태였지만 목숨을 건졌다. 조 교수는 요즘에도 매달 3, 4회는 전국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달려간다. 2016년에는 부산의 한 병원에서 여섯 살 난 소년의 치료를 의뢰했다. 폐가 고장 난 그 소년은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였다. 그날따라 잇달아 문제가 발생했다. 헬기가 고장 나서 119 응급 헬기를 빌렸더니 내부 전원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에크모 두 대를 실어 헬기를 띄웠는데 날씨마저 야속했다. 그날은 그해 겨울 최저기온을 기록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내부. 조 교수와 탑승자들은 모두 외투를 벗어 아이를 덮어야만 했다. 결과는 해피엔딩이었다. 아이는 한 달 후 활짝 웃으며 퇴원했다. 조 교수는 “더 많은 중증 환자를 살리려면 에크모 장비의 국산화가 시급하다”고 했다. 현재 조 교수는 에크모 국산화 정부 프로젝트의 책임자를 맡고 있다. 조 교수는 “프로젝트가 끝나는 6년 후에는 반드시 결실을 맺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숨 가쁜 강도로 주 3회 이상 규칙적 운동을” ▼조교수가 말하는 튼튼한 심장 비결 튼튼한 심장을 만드는 비결이 있다. 제대로 운동하는 것이다. 조양현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는 “규칙적으로 운동하되 달리기나 빨리 걷기와 같은, 심박수를 높이는 종목을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평소 맥박수의 120% 이상, 그러니까 1분에 100회 이상 올라갈 때까지 운동 강도를 높일 것을 권했다. 낮은 강도의 운동은 심장 건강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게 의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하루에 1만 보를 걷는다고 해도 숨이 차지 않는 산책 수준이라면 체중 감량 효과는 있지만 심장을 튼튼하게 해주지는 못한다는 것. 숨이 가쁜 듯한 느낌이 들 정도까지 강도를 높여야 한다. 중등도 이상의 운동은 심장질환 발생률을 14% 낮추며 사망률을 20%까지 줄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굳이 유산소 운동이냐, 무산소 운동이냐를 구분할 필요도 없다. 걷기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지만 강도를 상당히 높이면 무산소 운동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의학적으로 이를 ‘무산소 역치’라 부른다. 이 경우 피로도가 상승하고 몸에 젖산이 축적된다. 체력이 약한 사람이라면 무산소 역치가 일찍 온다. 이런 사람들은 꾸준히 체력을 올려 놓는 게 시급하다. 운동 효과를 톡톡히 보려면 일주일에 3회 이상, 매회 30분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체력이 뒷받침된다면 이를 4회 이상, 40분 이상으로 상향할 것을 조 교수는 권했다. 꾸준한 운동의 장점이 또 있다. 조 교수는 “과거에는 500m를 쉽게 주파했는데 언젠가부터 300m만 가도 힘에 부친다면 단순한 체력 저하가 아니라 심장 질환을 의심해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우연히 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는 것. 또 기온이 떨어진 요즘, 운동할 때 가슴이 뻐근하거나 싸한 느낌이 든다면 의사와 상담해 보는 게 좋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0-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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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딩크 무릎 연골 살린 줄기세포 치료의 챔피언

    《서울의 대형병원에만 베스트닥터가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 동네에, 또는 나만 아는 실력이 대학병원에 버금가거나 능가하는 의원·병원이 적지 않습니다. 뛰어난 실력과 연구 능력을 갖춰 전국에서 환자가 몰려오는 이런 의사들을 찾아내 ‘우리 동네 베스트닥터’로 소개합니다.》 2014년 1월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국내 한 병원에서 무릎 수술을 받았다. 히딩크 전 감독은 오래전부터 무릎이 좋지 않았다. 네덜란드에서 수술도 받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통증이 심해졌고 무릎을 굽히기도 쉽지 않았다. 그를 수술한 의사는 송준섭 강남제이에스병원 원장(50)이다. 송 원장은 2007년부터 10여 년 동안 대한축구협회 주치의를 맡았다. 그렇다고 해서 두 사람이 원래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는 아니었다. 히딩크 전 감독이 인공 관절 수술을 검토하던 차에 송 원장이 다른 방식으로 수술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만남이 성사됐다. 송 원장은 척추 관절과 스포츠 손상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다. 대다수 정형외과 전문의와 달리 송 원장은 인공 관절 삽입 수술을 하지 않는다.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을 한다. 이식된 줄기세포가 연골 생성을 돕는다는 것. 바로 이 수술을 히딩크 전 감독에게 시행했다. 결과는 좋았다. 1년여 만에 히딩크 전 감독의 무릎 연골이 충분할 정도로 생성됐다. 송 원장은 “히딩크 전 감독이 13년 만에 테니스를 다시 할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며 “그가 어느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무릎 수술을 받은 게 내가 한국에서 받은 축복 중 하나’라고 말했을 때 보람이 컸다”고 덧붙였다. 요즘도 히딩크 전 감독은 매년 한 번은 꼭 방한한다. 그때마다 송 원장과 골프 라운딩을 즐긴다. 의사와 환자가 평생 ‘절친’이 된 것. ○ 스포츠 의학의 최고 강자 송 원장에게 진료를 받겠다며 전국에서 오는 환자가 꽤 많다. 히딩크 전 감독의 수술 성공 소식이 한몫을 했겠지만, 사실 송 원장은 스포츠 의학 분야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의사다. 2019년 백두장사를 거쳐 천하장사에 등극한 장성우 선수도 송 원장의 손길을 거쳤다. 장 선수는 고3이었던 2015년 2월, 연골이 뼈에서 떨어져나가는 병(박리성 골연골염) 4기 판정을 받았다. 몇 군데 병원을 다녔지만 의사들은 씨름을 포기하라고 했다. 장 선수는 마지막으로 송 원장을 찾았다. 송 원장은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 수술을 시도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1년 후 장 선수는 씨름판에 복귀할 수 있었다. 3년 후, 장 선수는 마침내 씨름판을 평정하는 ‘인간 승리’를 이뤄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펜싱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박상영 선수도 송 원장의 환자였다. 박 선수는 대회가 열리기 1년 전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됐다. 인대 재건 수술과 재활 진료를 송 원장이 맡았다. 그 덕분에 박 선수는 올림픽에 나갈 수 있었고, “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국민에게 희망을 줬다. 송 원장은 요즘엔 골프 선수를 지원하고 있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소속 남자 선수 4명을 선정해 지난해부터 스포츠 손상을 봐 주고 있다. 골프 선수들은 손목이나 팔꿈치, 허리 부상이 잦다. 평소에 이를 체크해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해 주는 게 송 원장의 역할이다. ○ 인공 관절 대신 줄기세포 치료 송 원장의 줄기세포 치료는 어떻게 이뤄질까. 우선 닳은 연골을 제거한다. 이어 뼈에 2mm 간격으로 구멍을 뚫고 그 구멍에 제대혈 줄기세포 치료제를 주사한다. 그 치료제는 환자의 몸에 있는 자가 줄기세포를 자극해 연골로 분화하게 한다. 외부에서 들어온 줄기세포가 연골이 되는 게 아니라 환자 자신의 줄기세포가 연골로 분화하는 게 특징이다. 송 원장은 “자신의 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이식의 장점은 무엇일까. 송 원장은 “이후로는 스포츠 활동을 해도 큰 지장이 없다”고 장담했다. 송 원장은 “국제 스포츠의학 저널에 따르면 인공관절 수술 환자 10명 중 3명만이 골프와 같은 운동을 할 수 있다”며 “연골 재생의 경우 거의 100% 수술 후 운동이 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수술 후 6∼8주는 생활에 불편을 느낀다. 목발이 필요하다. 3개월이 지나면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가능하다. 완전히 연골이 원래대로 복원되려면 1년은 걸린다. 이때부터 스포츠 활동도 부분적으로 가능하다. 물론 체계적인 재활 프로그램이 병행돼야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연골 재생은 불가능하다는 게 의학계의 정설이었다. 하지만 송 원장은 도전했고, 성과를 냈다. 그동안 1700여 건의 수술을 했다. 이 중 3년 치 데이터 300여 건을 모아 4년 동안 추적 관찰한 뒤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올리기도 했다. 송 원장은 특히 50세 관절염 환자에게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을 권했다. 송 원장은 “그 정도면 중증이 아니라 인공 관절 수술도 망설여지고, 그러다 보니 그냥 방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 연령대의 경우 연골 생성률이 높기 때문에 검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휜 다리 교정할 때도 줄기세포 치료 2014년 68세의 여성 A 씨가 송 원장을 찾아왔다. A 씨의 무릎 연골은 거의 닳았고, 다리는 바깥쪽으로 휘어 있었다. 이른바 ‘새 다리’였다. 송 원장은 A 씨에게 제대혈 줄기세포 치료를 했다. 연골이 생성됐고, 휜 다리마저 교정됐다. 올해 74세가 된 A 씨는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스포츠 활동도 끄떡없다고 송 원장은 전했다. 이 사례를 포함해 송 원장은 줄기세포로 휜 다리를 교정한 125명을 추적 조사해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줄기세포 학술지인 ‘월드 저널 오브 스템셀’에 올 7월 등재됐다. 송 원장은 올해에만 4편의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게재했다. 강남제이에스병원에는 송 원장을 포함해 의사가 5명이다. 대학병원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규모이지만 지금까지 6편의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발표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또 앞으로 연구소를 설립할 계획을 세울 정도로 연구 활동도 활발하다. 사실 송 원장은 원래 법조인이 꿈이었다. 약국을 운영했던 아버지의 한마디가 진로를 바꿨다. 아버지는 대충 약을 지어주는 법이 없었다. 약을 남용하는 손님에겐 “약 안 먹어도 낫는 병”이라고 잘라 말했다. 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아픈 사람을 돌보고 살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의사의 길을 택했다. 송 원장이 본과 3학년 때 아버지가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두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투병 기간에 송 원장은 의사의 ‘민낯’도 많이 봤단다. 어떤 의사는 회진 때 무표정한 얼굴로 아버지를 보고는 돌아섰다. 어떤 인턴은 음식물을 삽입하는 관을 대충 꽂았다. 의식이 없는 환자를 배려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물론 환자의 가족을 위로하려고 “오늘은 혈색이 좋으세요. 일어나시려나 봅니다”라며 용기를 북돋워주는 의사도 있었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진 않았지만 고마웠다. 이후 송 원장에겐 철학이 생겼다. 의사가 환자 가족에게 구세주가 될 수 있다는 사실. 그래서 새로운 치료법을 끊임없이 모색하는 게 의사의 길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단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0-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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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모님 건강도 ‘언택트 체크’… 화상 통화로 뇌중풍-치매 조짐 살피세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명절 풍경도 바꿔버렸다. 부모님을 뵙지 못하는 객지의 자식들은 죄송하다. 그동안 건강은 잘 챙기셨는지 걱정도 된다. 발상을 바꾸자. 올 추석에는 ‘언택트’로 부모님 건강을 챙기는 거다. 전화로 부모님의 목소리를 듣고, 화상 통화로 안색을 살피자. 이렇게 하면 더 큰 병이 생기는 걸 막을 수 있다. 정근화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와 신동욱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언택트 부모님 건강 챙기기’를 정리한다. 가장 먼저 살필 질병이 뇌중풍(뇌졸중)이다. 노인 사망 질환 1위인 데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환자가 증가하기 때문. 증세가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눈꺼풀이 떨리거나 씰룩거리는 증세 △손이 살짝 떨리거나 손발이 저리는 증세 △뒷목이 뻐근한 증세는 뇌중풍과 직접적 관계가 없다. 뇌중풍 전조 증세는 세심히 살펴야 한다. △얼굴이나 팔다리에 마비가 나타나는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지 △두통이 심한지 △물체가 둘로 보이기 시작했는지 △어지러움이 심해져 균형을 못 잡는지를 묻자. 이런 것들은 뇌중풍의 전조 증세다. 화상 통화를 활용하자. △부모님의 얼굴 좌우가 비대칭으로 변했거나 △‘앞으로 나란히’ 자세를 10초 이상 지속하지 못하거나 △말이 어눌해졌거나 엉뚱한 말을 하는 식으로 소통이 잘 안 된다면 뇌중풍을 의심해야 한다. 부모님이 “아무렇지도 않아. 말짱해”라고 할 수도 있다. 안심해선 안 된다. 전조 증세는 일시적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50% 정도가 48시간 이내에 재발한다. 전조 증세로 의심된다면 연휴 기간에 수시로 안부 전화를 하라. 연휴가 끝난 후에는 당연히 병원에 모시고 가야 한다. 치매 여부도 체크하자. 국내에서는 60대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치매 환자가 증가한다. 80대가 되면 전체의 20∼30%가 치매를 앓는다. 치매를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는 안 된다. 미리 대처하면 중증 상태로 진행되는 걸 막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심지어 10% 정도는 조기 발견하면 완치도 가능하다. 그러니 부모님 상태를 체크하는 게 중요하다. 우선 기억력이 최근 갑자기 크게 떨어졌다면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 과거의 기억보다 최근 기억을 특히 잊어버리는데, 알츠하이머 치매의 가장 대표적 증세다. 치매 초기에는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거 있잖아, 아, 그거 말이야”라는 식으로 말하게 된다. 말수가 줄어들기도 한다. 익숙하게 처리했던 일들이 어수선해져버린다. 시간과 장소를 혼동하기도 한다. 치매 초기에 흔한 증세 중 하나가 감정의 변화다. 우울해하거나 짜증을 많이 낸다. 의욕이 떨어지고 말을 잃기도 한다. 물론 이런 증세가 나타난다고 해서 모두 치매는 아니다. 다만 주의해야 하고, 지켜봐야 한다. 일찍 발견하면 치료 불가능한 병이 아니니까 말이다. 그 밖에도 부모님의 몸 상태를 개괄적이나마 살펴보자. 숨이 차다면 만성기관지염, 천식, 심부전 등을 의심할 수 있다. 만약 체중이 5% 이상 줄었다면 폐암도 의심해봐야 한다. 운동을 하거나 식사량을 줄인 것도 아닌데 최근 6개월 사이에 체중의 5% 이상 줄었다면 질병에 걸렸을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피로감과 잦은 소변이 동반되면 당뇨병을, 속 쓰림이나 주기적인 복통이 나타나면 위암을 의심할 수 있다. 물론 연휴가 끝난 후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게 옳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0-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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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줄기세포로 히딩크 무릎 되살린 ‘스포츠 의학의 최고 강자’ [우리 동네 베스트닥터]

    《서울의 대형병원에만 베스트닥터가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 동네에, 또는 나만 아는 실력이 대학병원에 버금가거나 능가하는 의원·병원이 적지 않습니다. 뛰어난 실력과 연구 능력을 갖춰 전국에서 환자가 몰려오는 이런 의사들을 찾아내 ‘우리 동네 베스트닥터’로 소개합니다.》 2014년 1월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국내 한 병원에서 무릎 수술을 받았다. 히딩크 전 감독은 오래전부터 무릎이 좋지 않았다. 네덜란드에서 수술도 받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통증이 심해졌고 무릎을 굽히기도 쉽지 않았다. 그를 수술한 의사는 송준섭 강남제이에스병원 원장(50)이다. 송 원장은 2007년부터 10여 년 동안 대한축구협회 주치의를 맡았다. 그렇다고 해서 두 사람이 원래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는 아니었다. 히딩크 전 감독이 인공 관절 수술을 검토하던 차에 송 원장이 다른 방식으로 수술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만남이 성사됐다. 송 원장은 척추 관절과 스포츠 손상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다. 대다수 정형외과 전문의와 달리 송 원장은 인공 관절 삽입 수술을 하지 않는다.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을 한다. 이식된 줄기세포가 연골 생성을 돕는다는 것. 바로 이 수술을 히딩크 전 감독에게 시행했다. 결과는 좋았다. 1년여 만에 히딩크 전 감독의 무릎 연골이 충분할 정도로 생성됐다. 송 원장은 “히딩크 전 감독이 13년 만에 테니스를 다시 할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며 “그가 어느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무릎 수술을 받은 게 내가 한국에서 받은 축복 중 하나’라고 말했을 때 보람이 컸다”고 덧붙였다. 요즘도 히딩크 전 감독은 매년 한 번은 꼭 방한한다. 그때마다 송 원장과 골프 라운딩을 즐긴다. 의사와 환자가 평생 ‘절친’이 된 것. ●“스포츠 의학의 최고 강자”송 원장에게 진료를 받겠다며 전국에서 오는 환자가 꽤 많다. 히딩크 전 감독의 수술 성공 소식이 한몫을 했겠지만, 사실 송 원장은 스포츠 의학 분야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의사다. 2019년 백두장사를 거쳐 천하장사에 등극한 장성우 선수도 송 원장의 손길을 거쳤다. 장 선수는 고3이었던 2015년 2월, 연골이 뼈에서 떨어져나가는 병(박리성 골연골염) 4기 판정을 받았다. 몇 군데 병원을 다녔지만 의사들은 씨름을 포기하라고 했다. 장 선수는 마지막으로 송 원장을 찾았다. 송 원장은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 수술을 시도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1년 후 장 선수는 씨름판에 복귀할 수 있었다. 3년 후, 장 선수는 마침내 씨름판을 평정하는 ‘인간 승리’를 이뤄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펜싱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박상영 선수도 송 원장의 환자였다. 박 선수는 대회가 열리기 1년 전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됐다. 인대 재건 수술과 재활 진료를 송 원장이 맡았다. 그 덕분에 박 선수는 올림픽에 나갈 수 있었고, “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국민에게 희망을 줬다. 송 원장은 요즘엔 골프 선수를 지원하고 있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소속 남자 선수 4명을 선정해 지난해부터 스포츠 손상을 봐 주고 있다. 골프 선수들은 손목이나 팔꿈치, 허리 부상이 잦다. 평소에 이를 체크해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해 주는 게 송 원장의 역할이다. ● 인공 관절 대신 줄기세포 치료송 원장의 줄기세포 치료는 어떻게 이뤄질까. 우선 닳은 연골을 제거한다. 이어 뼈에 2㎜ 간격으로 구멍을 뚫고 그 구멍에 제대혈 줄기세포 치료제를 주사한다. 그 치료제는 환자의 몸에 있는 자가 줄기세포를 자극해 연골로 분화하게 한다. 외부에서 들어온 줄기세포가 연골이 되는 게 아니라 환자 자신의 줄기세포가 연골로 분화하는 게 특징이다. 송 원장은 “자신의 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이식의 장점은 무엇일까. 송 원장은 “이후로는 스포츠 활동을 해도 큰 지장이 없다”고 장담했다. 송 원장은 “국제 스포츠의학 저널에 따르면 인공관절 수술 환자 10명 중 3명만이 골프와 같은 운동을 할 수 있다”며 “연골 재생의 경우 거의 100% 수술 후 운동이 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수술 후 6~8주는 생활에 불편을 느낀다. 목발이 필요하다. 3개월이 지나면 일상 생활로의 복귀가 가능하다. 완전히 연골이 원래대로 복원되려면 1년은 걸린다. 이때부터 스포츠 활동도 부분적으로 가능하다. 물론 체계적인 재활 프로그램이 병행돼야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연골 재생은 불가능하다는 게 의학계의 정설이었다. 하지만 송 원장은 도전했고, 성과를 냈다. 그동안 1700여 건의 수술을 했다. 이 중 3년 치 데이터 300여 건을 모아 4년 동안 추적 관찰한 뒤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올리기도 했다. 송 원장은 특히 50세 관절염 환자에게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을 권했다. 송 원장은 “그 정도면 중증이 아니라 인공 관절 수술도 망설여지고, 그러다 보니 그냥 방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 연령대의 경우 연골 생성률이 높기 때문에 검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 “휜 다리도 줄기세포 치료”2014년 68세의 여성 A 씨가 송 원장을 찾아왔다. A 씨의 무릎 연골은 거의 닳았고, 다리는 바깥쪽으로 휘어 있었다. 이른바 ‘새 다리’였다. 송 원장은 A 씨에게 제대혈 줄기세포 치료를 했다. 연골이 생성됐고, 휜 다리마저 교정됐다. 올해 74세가 된 A 씨는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스포츠 활동도 끄떡없다고 송 원장은 전했다. 이 사례를 포함해 송 원장은 줄기세포로 휜 다리를 교정한 125명을 추적 조사해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줄기세포 학술지인 ‘월드 저널 오브 스템셀’에 올 7월 등재됐다. 송 원장은 올해에만 4편의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게재했다. 강남제이에스병원에는 송 원장을 포함해 의사가 5명이다. 대학병원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규모이지만 지금까지 6편의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발표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또 앞으로 연구소를 설립할 계획을 세울 정도로 연구 활동도 활발하다. 사실 송 원장은 원래 법조인이 꿈이었다. 약국을 운영했던 아버지의 한마디가 진로를 바꿨다. 아버지는 대충 약을 지어주는 법이 없었다. 약을 남용하는 손님에겐 “약 안 먹어도 낫는 병”이라고 잘라 말했다. 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아픈 사람을 돌보고 살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의사의 길을 택했다. 송 원장이 본과 3학년 때 아버지가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두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투병 기간에 송 원장은 의사의 ‘민낯’도 많이 봤단다. 어떤 의사는 회진 때 무표정한 얼굴로 아버지를 보고는 돌아섰다. 어떤 인턴은 음식물을 삽입하는 관을 대충 꽂았다. 의식이 없는 환자를 배려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물론 환자의 가족을 위로하려고 “오늘은 혈색이 좋으세요. 일어나시려나 봅니다”라며 용기를 북돋워주는 의사도 있었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진 않았지만 고마웠다. 이후 송 원장에겐 철학이 생겼다. 의사가 환자 가족에게 구세주가 될 수 있다는 사실. 그래서 새로운 치료법을 끊임없이 모색하는 게 의사의 길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단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0-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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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시간 의료체계 가동해 감염병 ‘의료 공백’ 메운다

    경기 용인시 삼성국제경영연구소에 이달 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증 환자 생활치료센터가 설치됐다. 이 센터는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중앙보훈병원이 운영한다. 224명의 코로나19 경증환자를 수용할 수 있다. 28명의 의료진이 투입됐다. 센터에는 엑스레이 촬영실, 검체 채취실이 마련돼 있다. 제세동기, 응급처치카트, 산소메타기 등 의료 장비도 비치돼 비상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센터에 입소한 경증환자는 2주 동안 자가 격리를 한다. 각 방마다 인터폰을 설치해 관리한다. 만약 경증환자가 중증으로 악화하면 즉각 서울의료원으로 이송한다. 현재까지 50여 명이 입소했고, 그중 24명이 퇴원했다. 생활치료센터 관계자는 “언제 확진자가 급증할지 모르는 상황이니 감염 예방과 입소자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전국에 6개의 보훈병원과 6개의 보훈요양원 및 복지시설을 가지고 있다. 이 시설들은 국가 유공자는 물론이고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다. 공공 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 생활치료센터의 문을 연 것도 이런 취지와 같은 맥락에서다. 확진자 치료 및 감염병 예방 시설 강화 생활치료센터는 보훈공단의 ‘공공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보훈공단은 전국 시설에 감염병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시설을 확대할 예정이다. 대구보훈병원의 경우 올해 2월 23일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당시 코로나 전담병동 89병상을 가동하기 위해 격리병상 시설공사도 했다. 70여 명의 의료진이 24시간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하기도 했다. 대구보훈병원은 5월 18일 감염병 전담병원에서 해제됐다. 대전보훈병원은 3월 7일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가 8월 4일 해제됐으며 같은 달 26일 재지정됐다. 선별 진료소와 격리병동을 운영하고 있으며 28병상의 음압격리병실을 갖췄다. 신축 예정인 재활센터 5층에는 음압병동이 들어서게 된다. 2022년 11월에는 국가 지정 음압치료병상을 구축할 예정이다. 보훈병원은 앞으로도 음압병실을 확충할 계획이다. 또 추가로 간호 인력도 확보한다. 보훈요양원에도 비접촉 면회 시설인 음압 컨테이너를 설치할 계획이다. 의료진 파견 또한 보훈병원의 중요한 역할로 떠오른다. 이미 전국 보훈병원 소속 의료 인력 42명이 대구를 포함한 전 지역 감염병 전담병원에 파견된 바 있다. 대구 지역에 파견됐다가 자가격리 중 확진 판정을 받은 대전보훈병원의 김성덕 간호사 이야기는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감염 예방-사회공헌 프로그램 강화 감염을 막기 위한 활동도 강화한다. 우선 비접촉 안심면회 프로그램인 ‘만남애(愛)창’을 운영한다. 대전보훈병원에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현재 광주·대구보훈요양원 등으로 확대 시행되고 있다. 창 너머로 얼굴을 마주 보고 전화로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이른바 ‘코로나 블루’ 극복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화한다. 김해보훈요양원에서는 입소한 어르신들이 봉사자와 온라인으로 만나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댄스 수업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남양주보훈요양원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을 도입해 영상면회를 도입함으로써 인지 치료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을 위한 지원 사업도 진행 중이다. 이미 △지역 주민에게 마스크 기부 △코로나 전담병원 의료진을 위한 후원 물품 지원 △다문화 가족에게 의류 기부 △판로가 막힌 강원도 감자농가 돕기 등을 진행했다. 이와 별도로 안산사업소에서는 임대료 6개월분을 30% 인하하는 사업을 3월에 진행했으며 소상공인 업체에 선결제 후 재방문을 약속하는 ‘착한 선결제’ 캠페인을 전국적으로 시행했다. 이와 함께 8월에는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임금을 반납하기도 했다. 이때 모은 기금 5000만 원은 코로나 고통 분담을 위해 쓰인다. 양봉민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은 “공단이 운영하는 전국 6개 보훈병원과 6개 보훈요양원 및 복지시설은 메르스 사태 이후 국가유공자 및 지역 시민들을 위한 감염병 예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이사장은 이어 “공공의료의 중요성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해, 공단은 공공의료복지를 선도하는 기관으로서 국가유공자 및 전 국민 모두의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0-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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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첫 부정맥 여성전문의… 환자와 적극 소통 정확한 진단

    20여 년 전, 레지던트 1년 차 여의사가 당직을 서고 있었다. 급성심근경색증 환자가 쇼크 상태로 실려 왔다. 관상동맥(심장동맥)이 완전히 막혀 있었다. 레지던트는 서둘러 교수를 ‘콜’했다. 교수는 능숙하게 스텐트 시술로 막힌 혈관을 뚫었다. 죽음 문턱에 갔던 환자가 되살아났다. 의학 드라마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현장. 그 레지던트는 경이로움을 느꼈다. 심장 분야가 자신이 가야 할 길이라고 직감했고, 스스로의 표현대로 ‘심장과의 사랑’에 빠졌다. 레지던트 과정을 마친 후 전임의 과정에 들어갔다. 심장학 2년을 끝낸 후 추가로 부정맥학 2년을 더 공부했다. 그 레지던트는 부정맥 분야에서 국내 최초의 여성 심장 전문의가 됐다. 바로 진은선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46)다. 지금은 이 분야에도 여의사가 적지 않지만 과거에는 남자 의사들만의 영역이었다. 전임의 면접 때였다. 면접관이 체력 소모가 크니 힘들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진 교수는 “쌀가마니를 지라고만 하지 않는다면 뭐든지 거뜬하다”고 답했다. 게다가 질병의 난도까지 높아 여의사들의 지원이 적었던 거라고 진 교수는 설명했다. ○ “시술 없이 약물치료로 충분할 때도 많아” 진 교수는 “심장은 아름다우면서도 치명적인 기관”이라고 했다. 근육과 혈관, 전기 시스템이 완벽한 균형 상태에서 작동한다. 단 몇 분만 박동을 멈춰도 인간은 쓰러진다. 급사할 수도 있다. 심장을 구성하는 요소들 사이의 균형이 깨지면 맥박이 비정상적으로 뛴다. 너무 느리게 뛰는 서맥, 너무 빠르게 뛰는 빈맥이 발생한다. 때로는 서맥과 빈맥이 뒤섞여 나타난다. 이게 부정맥이다. 증세에 따라 약물 치료 혹은 다양한 시술을 한다. 진 교수는 “시술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약물 치료가 충분할 때도 많다. 오히려 시술할 경우 재발 확률이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요컨대 가장 적절하고 정확하며 신속한 처치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50대 중반의 중년 여성 A 씨가 대표적 사례다. A 씨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저 안쪽에서 무언가 치밀어 오르면서, 불안한 느낌까지 들어 상당히 괴로웠다. 동네 내과에서 심전도 검사를 받았지만 별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심리적 문제인가 싶어 정신건강의학과에 갔더니 불안장애와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3년 가까이 약을 먹었지만 증세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마음을 편히 먹으라는, 뻔한 이야기만 들었다. 마침내 A 씨는 지인의 추천으로 진 교수를 찾았다. 진 교수는 심방세동 부정맥이란 진단을 내렸다. 부정맥 중에서 가장 위험한 유형이다. 심방세동 부정맥은 뇌중풍(뇌졸중) 위험을 5배, 치매 위험을 2배 높인다. 진 교수는 스텐트 시술을 시행했고, A 씨는 불안감에서 해방됐다. ○ 환자에 병명 적어줘 충분한 이해 도와 대학병원에서는 3분 진료하기 위해 30분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전혀 틀린 이야기도 아니다. 환자들이 너무 몰리니 의사들은 서둘러 진료를 끝내야 한다. 진 교수는 다르다. 진료 시간이 긴 편이다. 특히 초진 환자라면 10∼15분 정도가 걸린다. 진료 시간이 길어지는 까닭이 있다. 환자가 말하는 단편적 내용만으로 병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부정맥은 증세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가 병을 눈치 채지 못할 때가 많다. 진 교수는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나서 질문을 던진다. 답변을 듣고 나서 또 질문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의학 정보를 충분히 전달한다. 그러면 환자들이 자신의 몸 상태를 가늠할 수 있고, 숨어있는 질병도 찾아낸다. 환자 스스로 맥박을 체크할 수 있도록 진료실에서 방법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진료가 끝나면 진단 병명을 메모지에 적어준다. 충분히 설명했다고는 하나 환자가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료실을 나서면 어려운 의학 정보를 금세 잊어버릴 수도 있다. 귀가한 후 인터넷으로 관련 정보를 더 찾아보라는 의도다. 진 교수는 “환자가 병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도 중요하지만 환자 살리는 게 우선” 대학병원의 교수들은 연구와 진료, 두 가지를 모두 잘해야 한다. 진 교수는 지금까지 유명한 국제저널에 11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요즘에는 새로운 약물이나 의료기기들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연구 일부를 진행하고 있고, 일부는 계획 중이다. 다만 진 교수는 연구 때문에 진료가 소홀해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만약 연구와 진료 중 한 가지에 더 몰입해야 한다면 진 교수는 “단연 환자 진료에 방점을 두겠다”고 했다. 연구는 평생 할 수 있지만 환자 진료에 덜 신경 쓰면 곧바로 생명에 큰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진 교수는 “연구를 많이 하거나 시술을 잘하는 의사도 좋지만, 무엇보다 환자를 안전하게 치료하는 의사가 되는 것. 그게 내 철학이다”고 강조했다.▼ 심장 박동 불규칙하고 어지럼증 느낄 땐 의심… 걱정 많은 습관 고쳐야 ▼ 진 교수가 말하는 부정맥 진단과 예방부정맥은 심전도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하지만 10초 정도 진행되는 이 검사만으로는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증세가 나타났다 사라지기 때문이다. 한 달에 고작 한두 번꼴로 증세가 나타나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병원에서는 심전도 검사를 ‘업그레이드’한 진단 기기를 활용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24시간 맥박을 체크하는 기기를 착용하거나, 심장 주변 피부에 진단 기기를 이식하면 더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진은선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일단 자가진단을 해 볼 것을 권한다. 두근거린다거나 맥박이 빨리 뛰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해서 모두 부정맥은 아니다. 크게 놀랐거나 화가 났을 때, 혹은 그 밖의 감정적 문제로 인해 두근거림이 느껴질 때가 있다. 이 경우 심장 박동이 빨라지기도 한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곧 정상 맥박으로 돌아온다. 손목 부위에 손을 대고 1분당 심박수를 재 보자. 규칙적으로 뛰고 1분에 60∼100회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다만 아무 이유 없이 박동이 빨라졌거나,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거나, 빠르기와 느리기를 반복하거나, 어지러움 증세가 나타난다면 부정맥을 의심해야 한다. 당장 병원에 가는 게 현명하다. 술은 부정맥을 악화시키는 음식이다. 카페인이 든 커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진 교수는 “과학적으로는 카페인과 부정맥의 상관관계가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 하지만 임상적 경험에 따르면 사람에 따라 커피가 부정맥을 악화시킬 우려는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커피를 마신 후 두근거림 증세가 나타나는 사람이라면 안 마시거나 줄이는 게 낫다. 진 교수는 평소 걱정하거나 불안해하는 습관도 고칠 것을 권했다. 진 교수는 “부정맥은 유전, 혹은 나이와도 크게 무관하며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병”이라며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발병 확률을 낮추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건강식품에 대해서는 ‘합리적 소비’를 권했다. 효과도 검증되지 않았고 부작용까지 생길 수 있는 건강식품을 너무 많이 먹을 경우 오히려 부정맥이 유발될 수도 있다는 것. 진 교수는 “꼭 먹고 싶다면 최소한 2, 3일의 간격을 두고 먹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0-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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