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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해산이라는 철퇴를 맞고 창당 3년 만에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한 통합진보당의 비극은 ‘남쪽의 수(首)’로 불린 이석기 전 의원(52·사진)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시작됐다. 헌법재판소도 19일 결정문에서 이 전 의원의 실명을 230차례 거론했다. 2011년 12월 출범한 통진당은 이듬해 4월 국회의원 총선거 비례대표 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내부 분란이 불거졌다.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자주파(NL)의 막후 실세였던 이 전 의원이 예상과 달리 비례대표 후보 15명 중 27%를 얻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전체 1위를 하지 못한다면 노동자, 농민, 장애인 대표 등에 밀려 당선권 밖의 순번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추종 세력들이 대리투표, 유령당원 등 경선 부정이라는 무리수를 뒀다. 이 전 의원의 원내 입성은 당 내분으로 이어졌다. 통진당 전국운영위원회는 그해 5월 초 33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열고 비례대표 후보의 총사퇴 권고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을 지지하는 당권파가 반발하면서 물리적인 충돌까지 빚어졌다. 곧 검찰이 경선 부정 의혹을 수사하면서 통진당 당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 수사는 이 전 의원이 실질적인 대표인 정치컨설팅 회사 CN커뮤니케이션즈(CNC·현 CNP)의 선거비용 보전금 사기 및 횡령 의혹으로 번져 갔다. 이 전 의원은 궁지에 몰린 상황인데도 대담하게 그해 5월 12일 ‘내란음모 및 선동’ 의혹을 샀던 통진당 정세강연회를 열었다. 이른바 ‘RO 모임(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으로 불린 5·12 회합에서 그는 “국가 기간시설을 타격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한 내부 제보자가 공안당국에 RO의 실체를 고발했고, 이 전 의원은 지난해 9월 5일 내란음모 및 국가보안법상 찬양 고무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그날 ‘위헌정당·단체 관련 대책 태스크포스’(팀장 정점식 검사장) 구성을 지시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정당해산 심판 사건의 막이 올랐다. 이 전 의원은 항소심에서 내란 선동과 국보법 위반 혐의로 징역 9년,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아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난 상태다. 당시 재판 때 이 전 의원 측이 “5·12 회합은 RO 모임이 아니라 ‘정당 행사’”라고 변론한 것을 재판부가 그대로 인정하면서 “이 전 의원을 살리려고 통진당이 제 발등을 찍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민주주의가 송두리째 무너졌습니다. 박근혜 정권이 대한민국을 독재국가로 전락시켰습니다.”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45)는 끝내 눈물을 흘렸다. 통진당 해산 결정에 대비해 미리 작성해 온 서면을 쥔 손은 부들부들 떨렸다. 검은색 코트에 노란 리본을 달고 보라색 머플러를 목에 두른 이 대표의 표정은 창백했다.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오늘 저는 패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진보정치의 15년 결실을 독재정권에 빼앗겼다”며 “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하는 마지막 임무를 다하지 못한 저에게 책임을 물어 달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헌재 결정에 대해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산물인 헌재가 스스로 전체주의의 빗장을 열었다. 암흑의 시간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며 헌재를 비난했다. 또 “종북몰이로 지탱해 온 낡은 분단체제는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권은 진보당을 해산시켰고 우리의 손발을 묶었지만 마음속에 키워 온 진보정치의 꿈까지 해산시킬 수는 없다”고 역설했다. 통진당의 법률대리인인 김선수 변호사(53·사법연수원 17기)는 “통진당 해산 결정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사망선고이자 헌재 자신의 사망선고”라며 참담한 심경을 드러냈다. 김 변호사는 “헌재는 1년간의 재판 결과, 통진당의 구체적이고 급박한 위험성을 밝히지 못했음에도 정부의 종북 공세와 여론몰이에 편승해 해산을 결정했다”며 “(헌재가) 과연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심판했는지 양심에 의해 심판했는지 심히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대리인단 26명을 이끌며 통진당 해산 청구의 ‘방패’ 역할을 해온 김 변호사는 “헌정사상 최초로 1년 넘게 활동한 대리인단 역시 후세에 되갚을 수 없는 치욕의 역사를 기록하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기각 결정을 내려 준 김이수 재판관께 존경의 인사를 보낸다”며 예를 표했다. 김 변호사는 “헌재는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렸지만 대리인단은 다시 헌법정신이 회복될 날이 올 것으로 믿으며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힘을 모을 것이라고 다짐한다”고 말한 뒤 헌재를 떠났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서울가정법원 가사5부(부장판사 배인구)는 차영 전 민주당 대변인(52·여)의 남편 서모 씨(56)가 낸 이혼 및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두 사람은 이혼하고 차 전 대변인이 서 씨에게 위자료 7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18일 판결했다. 이미 2003년 1월 한 차례 이혼한 두 사람은 2004년 8월 재결합한 지 10년 만에 다시 갈라서게 됐다. 재판부는 “혼인의 파탄 책임이 차 전 대변인에게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차 전 대변인은 지난해 7월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49)을 상대로 “아들 A 군(11)을 자식으로 인정해 달라”며 같은 법원에 친자확인 소송을 냈다. 이에 남편 서 씨는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을 냈다. 법원은 서울대병원에 서 씨와 A 군의 유전자 검사를 의뢰한 결과 혈연관계가 아니라는 회신을 받아 “A 군은 차 전 대변인의 법적 남편인 서 씨의 아들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서 씨의 손을 들어줬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서울 양천구가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주거복지사업인 ‘행복주택’의 목동 시범사업지구 지정을 취소해 달라고 낸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박연욱)는 양천구청장이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지정처분 취소 소송에서 18일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행복주택 지정은 ‘도심 내 주거불안 해소’라는 정당한 목적을 위한 것으로 해당 지역은 기반시설과 도심접근성이 우수해 적절한 처분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목동 유수지에 행복주택을 지으면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양천구의 주장 역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유수지의 성능 향상과 침수방지 대책을 수립해 재해가 유발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행복주택을 지었을 때 인구 증가나 교통 정체 등 문제가 야기될 것이라는 우려도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익이 침해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행복주택은 신혼부부, 대학생, 사회초년생 등을 위해 철도 부지나 유수지 등을 활용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는 임대주택이다. 박 대통령이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던 대표 복지사업 중 하나다. 지난해 5월 국토부가 발표한 행복주택 건설 사업계획에는 서울 목동과 가좌 오류 공릉 잠실 송파, 경기 안산 고잔 등 7개 시범지구가 지정돼 있다. 법원이 국토부의 손을 들어줬지만 목동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어 행복주택 사업은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공릉 지구에 유사 소송이 서울행정법원에 진행 중이며 내년 1월 22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검찰은 박관천 경정(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 작성한 이른바 ‘박지만 EG 회장 미행 보고서’가 상당 부분 허위로 꾸며져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수사의 초점은 ‘정윤회 동향’ 문건도 허위로 작성했던 박 경정이 미행 보고서를 작성한 동기를 밝히고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과의 공모 여부를 밝히는 쪽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檢, 허위 보고서 ‘배후’ 조사 검찰이 박 회장 측으로부터 제출받은 보고서는 A4용지 3, 4장 분량으로 공공기관에서 정식으로 생산하는 문서와 달리 작성자와 보고자 수신자도 명시되지 않은 ‘메모’ 형태의 문건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는 “지난해 11, 12월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탄 남성이 정윤회 씨의 지시로 박 회장을 미행했다”는 시사저널의 3월 보도와 비슷한 내용이 일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 경정은 수사 초기 “미행과 관련해 내사한 적 없다”고 주장했고, 15일 조사에서는 관련 진술을 거부했지만 17일에는 자신이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을 시인했다. 박 회장은 올해 초 측근 전모 씨를 통해 보고서를 전달받은 뒤 미행을 깊이 의심하게 됐다고 한다.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 구체적이고 등장인물의 인적사항까지 상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이 이날 보고서에서 지목한 미행자 등을 소환 조사하고 이들의 통화 기록을 분석한 결과 보고서 내용은 ‘엉터리’에 가까웠다고 한다. 보고서에서 미행설의 출처로 언급된 전직 경찰관 A 씨는 “박 경정을 알고 지낸 사이이긴 하지만 미행 관련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미행한 남성으로 등장하는 B 씨는 “박 회장을 미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박 경정이 탐문 조사를 한 것으로 나오는 2, 3명은 “박 경정과는 일면식도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는 대통령 친인척을 관리했던 박 경정이 어떤 의도로 허위 보고서를 ‘관리 대상’이었던 박 회장에게 전달했는지를 밝히는 수순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검찰에 제출한 기록에 따르면 박 경정은 해당 보고서를 지난해 12월∼올해 1월 청와대 외부에서 작성했고, 공식 라인인 민정수석실에 보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경정이 직속상관이었던 조 전 비서관과 별도의 ‘비선(秘線)’ 라인을 형성하고 보고서의 작성과 전달을 공모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 전 비서관이 사용하던 컴퓨터를 제출해 달라고 청와대에 요청한 상태다. 조 전 비서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경정이 미행보고서를 작성했는지 아는 바 없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박 경정은 지난해 12월경 경찰청 정보국에 “미행설에 대한 ‘기관 정보’를 청와대로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비슷한 내용의 미행설이 여러 정보기관에서 유통되도록 해 신빙성을 높이려는 의도가 숨어있었는지 조사하는 한편 보고서 내용이 박 경정의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지,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 적용이 가능한지를 검토 중이다.○ 朴 회장 “남재준 국정원장 모른다” 박 회장 측은 이날 오후 조용호 변호사를 통해 박 회장과 관련된 언론 보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세계일보 A 기자가 (5월 12일) 유출 문건을 보여주긴 했지만 이를 건네받지는 않았고 문건 유출 사실을 남재준 당시 국가정보원장에게 알린 적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또 자신은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으로부터 청와대 동향을 보고받은 적이 없고, 미행자를 보거나 그의 자술서를 확보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박 회장 측은 특히 “박 회장은 남 원장을 개인적으로 알지도 못해 문건 유출 경위 규명을 요청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었다”며 “박 회장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본의 아닌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내용을 바로잡기 위해 사실관계를 밝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이 16일 박 경정을 체포하며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외에 공용서류 은닉 혐의도 적용한 것은 박 경정이 반출한 문건들이 대통령기록물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형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서류 등을 은닉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때 ‘서류’는 작성 방식이나 내용에 결함이 있는 것까지 포함되는 폭넓은 개념이다. 나중에 법원이 박 경정의 문건들을 대통령기록물이 아닌 단순한 업무 참고자료로 판단하더라도 박 경정을 형사처벌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한 셈이다.조건희 becom@donga.com·신나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56)이 “자신이 미행당하고 있다”는 내용의 박관천 경정(48·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 작성한 보고서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박 회장은 15일 검찰 조사에서 “정윤회 씨가 나를 미행한다는 얘기는 지인들에게서 들었는데, 박 경정의 보고서를 보고 상당히 의심을 하게 됐다”고 진술했고, 검찰이 박 회장에게 이 문건을 임의 제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수봉)와 특별수사2부(부장 임관혁)는 박 회장의 이런 진술을 토대로 이른바 ‘십상시(十常侍) 회동’을 담은 ‘정윤회 동향’ 문건에 이어 박 회장 미행과 관련된 제2의 ‘박관천 보고서’ 존재 여부와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청와대에 문건 출력 기록 확인을 요청했지만 출력기록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검찰에서 “시사저널이 보도한 ‘미행자의 자술서’는 갖고 있지 않다”고 “미행 얘기를 지인들에게 전해들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박 회장이 진술을 토대로 박 경정의 ‘미행 보고서’ 내용도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있으며, 일단 박 경정이 누구에게서 미행 관련 얘기를 들었는지 제보자를 추적할 계획이다. 특히, 박 경정이 단독으로 박 회장에게 이런 보고서를 제출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박 경정의 상관이지 박 회장 등 일부 대통령친인척 관리를 담당했던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에게 보고됐는지도 조사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16일 오후 11시 40분경 서울 도봉구의 한 병원에서 박 경정을 공용서류은닉 혐의 등으로 체포했다. 박 경정은 이날 오후부터 행방이 묘연했으며 검찰은 극단적인 행동을 할 것을 우려해 휴대전화 위치추적에 나섰다. 검찰은 문건 유출 제보 등에 관여한 박 회장의 측근 전모 씨와 청와대에 ‘문건유출경위서’를 제출한 오모 전 청와대 행정관을 출국 금지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최우열기자 dnsp@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은 15일 검찰에 출석해 ‘권력 암투설’과 ‘미행설’ 등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10시간 넘게 조사를 받았다. 박 회장은 정치적인 파장이 커지는 것을 부담스러워한 듯 유출된 청와대 문건의 출처 같은 민감한 부분은 상세한 진술을 피했다고 한다.○ ‘정윤회의 미행’ 근거자료 제출 안해 검찰과 박 회장의 측근 등에 따르면 박 회장은 정윤회 씨가 자신을 미행했다는 3월 시사저널 보도에 대해 “미행을 의심했지만 (보도에 나온 것처럼) 오토바이를 탄 미행자를 잡은 적은 없다. 자술서가 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또 “박관천 경정(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의 미행 관련 보고서를 보고 이 같은 의심이 깊어졌다”고 진술했지만 해당 보고서를 제출하거나 미행설을 처음 전해준 인물의 이름을 특정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핵심 참고인인 박 회장이 시사저널의 보도 내용을 사실상 정면으로 부인하면서 권력 암투의 배후로 지목돼 온 정 씨는 의혹을 벗고 미행설은 해프닝으로 결론 나는 모양새가 됐다. 그러나 박 회장이 미행설 관련 보고서를 갖고 있으면서도 이를 일부러 제출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회장이 미행설의 근거나 정보원을 제시하면 진위 확인을 위한 검찰의 추가 수사가 불가피해지고 사건의 파장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해 더이상의 설명을 피했다는 것이다. 정 씨와 정면대결하는 양상이 빚어지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가 장기화될 때는 누나인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판단도 했을 것이라는 게 일부 측근의 전언이다. 박 회장은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과 측근 전모 씨가 지속적으로 박 회장에게 청와대 문건 등을 비선(秘線)으로 보고해 왔다는 의혹 역시 “사실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했고 관련 문건들도 검찰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의 한 지인은 “박 회장이 ‘다 풀어놓고 싶지만 내가 좀 손해를 보고 안고 가자’는 생각으로 말을 아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이 청와대 문건 유출로 인해 촉발된 여러 논란을 더이상 확산시키지 않기 위해 표면적으로는 정 씨 측에 ‘백기’를 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 ‘문건 유출’ 제보받았으나 관여 안해 박 회장은 5월 12일 조 전 비서관의 소개로 세계일보 기자를 만나 128쪽 분량의 청와대 유출 문건을 전달받았지만 이를 직접 청와대 측에 알리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남재준 당시 국가정보원장과 정호성 대통령제1부속비서관에게 문건 유출 사실을 알렸다는 설에 대해서도 박 회장은 “나는 그런 연락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는 조 전 비서관의 설명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조 전 비서관은 “박 회장에게 제보를 했는데도 청와대에서 아무 반응이 없어 사흘쯤 뒤에 오모 전 청와대 행정관을 통해 청와대 측에 유출 문건 문제를 제기하게 했다”고 밝혀왔다. 검찰은 박 회장이 실제로는 청와대 신고 과정에 관여했지만 정호성 비서관 등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이같이 진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오 전 행정관을 불러 정확한 경위를 확인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16일에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EG 사무실에 출근해 30분가량 조용호 변호사와 면담했다. 박 회장 측 관계자는 “박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기 전보다 편안한 표정으로 ‘홀가분하다’고 말했고, 오후에는 일찍 퇴근해 자녀들과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고 전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조건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56)은 15일 검찰 조사에서 “정윤회 씨가 나를 미행한다는 얘기는 지인들에게서 들었는데, 박관천 경정(48·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의 보고서를 보고 상당히 의심을 하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수봉)와 특별수사2부(부장 임관혁)는 박 회장의 이런 진술을 토대로 이른바 ‘십상시(十常侍) 회동’을 담은 ‘정윤회 동향’ 문건에 이어 박 회장 미행과 관련된 제2의 ‘박관천 보고서’ 존재 여부와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청와대에 문건 출력 기록 확인을 요청했다. 박 회장은 미행 관련 보고서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선 진술하지 않았지만, 최근까지도 관련 문건을 검찰에 제출하는 문제로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의 진술 등을 통해 이 보고서 내용도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한 검찰은 일단 박 경정이 누구에게서 미행 관련 얘기를 들었는지 제보자를 추적하고,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에게 보고됐는지도 조사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16일 오후 11시 40분경 서울 도봉구의 한 병원에서 박 경정을 공용서류은닉 혐의 등으로 체포했다. 박 경정은 이날 오후부터 행방이 묘연했으며 검찰은 극단적인 행동을 할 것을 우려해 휴대전화 위치추적에 나섰다. 검찰은 문건 유출 제보 등에 관여한 박 회장의 측근 전모 씨와 청와대에 ‘문건유출경위서’를 제출한 오모 전 청와대 행정관을 출국 금지했다.최우열 dnsp@donga.com·신나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56)이 15일 검찰에 모습을 드러냈다. ‘비선 실세’ 의혹을 받아온 정윤회 씨(59)가 조사를 받은 지 닷새 만이다. 박 대통령이 한때 ‘가족의 보물’(박 회장)과 ‘능력 있는 비서’(정 씨)라고 평가할 정도로 가장 신뢰했던 두 사람이 이제는 막다른 골목에서 마주선 모양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을 촉발한 ‘방아쇠’ 역할을 한 인물이 박근혜 정부 청와대 1기 핵심 참모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52)이라는 점도 이채롭다. 박 회장과 정 씨 간의 악연은 1990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육영재단 운영을 놓고 갈등하던 박 회장은 둘째 누나 박근령 씨와 함께 당시 노태우 대통령 앞으로 탄원서를 보냈다. ‘(정 씨의 장인이었던) 최태민 목사를 엄벌해 최 씨에게 포위당한 박 대통령을 구출해 달라.’ 그러나 박 대통령은 최 목사 가족과의 끈을 놓지 않았다. 1998년 박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할 때 최 목사의 다섯째 딸과 결혼한 정 씨의 도움을 받은 것. 2000년대 초반에는 박 회장이 정 씨와 골프를 친 적도 있으며, 2004년 정 씨가 박 대통령 곁을 떠났다. 그러나 올해 3월 시사저널이 ‘정 씨가 용역업체 직원을 동원해 박 회장을 미행하다 발각됐다’는 기사를 게재한 뒤부터 불화설이 불거졌다. 정 씨가 넉 달 뒤 시사저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지만 박 회장이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미행설’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박 회장과 잘 아는 법조계 인사는 “박 대통령이 집권하기 전에는 두 사람이 한편이었다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틀어졌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은 박 회장을 주임검사와 피의자로 처음 만났다. 1993년 12월 서울지검 남부지청(현 서울남부지검) 특수부 검사로 있을 때 마약 상습 투약 혐의로 박 회장을 구속 수사했다.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 여론에도 조 전 비서관은 당시 두 차례 마약 투약 전과가 있는 박 회장에 대해 비교적 가벼운 처분인 치료감호청구를 했다. 사법연수원 18기 중 검찰 내 선두주자였던 조 전 비서관은 2005년 검찰을 떠난 뒤 대형 로펌과 국가정보원장 법률특보를 거쳐 2012년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그는 당시 야당의 공격이 예상되는 현안을 챙기는 네거티브대응팀에 있었는데, 이때 박 회장 등 후보 가족과 정 씨 등 측근 문제 전반을 다뤘다고 한다. 이 인연을 계기로 조 전 비서관은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공직자 인사 검증과 공직사회 감찰, 친인척 관리까지 막강한 권한을 한꺼번에 틀어쥔 공직기강비서관 자리에 올랐다. 박 회장과 가깝고, 정 씨와 거리를 뒀던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 근무 때부터 정 씨와 충돌하기 시작했다. 우선 인사를 놓고 사사건건 부닥쳤다. 일례로 조 전 비서관은 EG에서 10여 년 동안 박 회장을 보좌했던 전모 씨를 청와대로 데려오려 했지만 정 씨와 가까운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 측의 반대로 좌절됐다. 강성명 smkang@donga.com·신나리 기자}
‘비선 실세’ 의혹을 사온 정윤회 씨(59)가 내년 1월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의 증인으로 법정에 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동근)는 15일 열린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48)의 첫 공판에서 정 씨의 증인신문을 내년 1월 19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정 씨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증인 출석 의사를 이미 밝혔다. 15일 공판에서는 가토 전 지국장을 고발한 장기정 자유청년연합 대표와 박완석 한겨레청년단 공동대표가 증인으로 나왔다. 이들은 “번역 사이트의 (산케이신문) 기사를 보고 대통령에 대한 비방에 울분을 느껴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 고발하게 됐다”며 “미혼인 대통령의 긴밀한 남녀관계 등을 언급하는 등 허위를 적시해 국격을 훼손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진술했다. 이날 검찰은 가토 전 지국장 측 변호인이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을 보좌한 청와대 수행 관계자의 신원을 조회하기 위한 사실조회 신청서를 낸 것과 관련해 “합리적인 신청으로 볼 수 없다”며 반박 의견을 냈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은 이미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국회에서 여러 차례 밝혔다. 관련자 진술 등 증거가 제출된 상태에서 굳이 신문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신동진 기자}
2002년부터 병든 아버지와 단둘이 생활해온 아들 A 씨(35). 재정난에 시달리면서도 아버지를 부양하던 A 씨가 ‘패륜’을 저지른 건 지난해였다. 아버지 B 씨(66)가 2011년 고관절 수술을 받은 뒤 거동이 불편해졌고, 치료를 제대로 못 받아 바깥출입조차 할 수 없게 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B 씨의 병세는 나날이 악화돼 지난해 말부터는 이불에 대소변을 보고 구토까지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A 씨는 치료는커녕 보일러가 고장 나 난방이 되지 않는 냉방에 아버지를 방치했다. 끼니도 하루나 이틀에 한 번 삼각김밥과 빵을 주는 데 그쳤다. A 씨는 아버지가 2년 전 함께 살고 있던 집을 담보로 동생에게 은행 대출을 받아준 사실을 놓고 말다툼을 벌였다. 감정이 격해진 A 씨는 아버지의 멱살을 잡고 벽에 밀치는 등 수차례 폭행해 갈비뼈를 부러뜨렸다.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한 B 씨는 키 165cm에 몸무게가 35kg이 될 만큼 야윈 상태였고 결국 올 1월 영양결핍과 저체온증 등으로 숨졌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상준)는 존속유기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골목상권과 중소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장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지정·영업시간 제한’을 규정한 개정 조례안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지자체로부터 제한 처분을 받은 대규모 점포들이 법령상 대형마트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개정 조례를 적용하기 힘들다는 취지다. 판결대로라면 사실상 ‘코스트코’ 같은 외국계 창고형 대형마트 외에는 대부분의 국내 대규모 점포들이 법령상의 대형마트 개념과 배치돼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고법 행정8부(부장판사 장석조)는 롯데쇼핑,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 6곳이 서울 동대문구와 성동구 등 2곳의 지자체장을 상대로 낸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소송을 낸 점포는 이마트 성수·왕십리·장안·이문점과 롯데마트 행당·청량리점이다. 재판부는 처분 당시(2012년)의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의 ‘용역 제공 장소를 제외한 매장면적의 합계가 3000m² 이상이면서 식품·가전 및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점원의 도움 없이 소비자에게 소매하는 점포의 집단’이라는 대형마트만의 구별 요건을 근거로 들었다. 소송을 낸 대규모 점포들과 점포 내에 입점한 임대매장들은 ‘점원이 구매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점원의 도움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재판부는 “영업시간 제한 등의 처분으로 달성되는 전통시장 보호 효과는 뚜렷하지 않고 아직까지도 논란 중이어서 피해를 상쇄할 만한 효과가 있는지는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또 “이 처분이 대규모 점포의 근로자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대규모 점포 등의 근로자보다 전통시장의 중소상인들 및 그의 근로자들의 근무 환경이 더욱 열악해 오히려 후자의 건강권 보호의 필요성이 커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맞벌이 부부는 야간이나 주말이 아니면 장을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특히 아이가 있는 가정이 주차공간 편의시설 등이 열악한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전통시장의 구매 환경 등을 개선해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이 모여들도록 해야 할 것이지,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 휴업일을 지정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가로막는 처분이 정당한지 강한 의심이 든다”고 판시했다. 앞서 2012년 6월 서울 강동구가 제정한 기존 조례안에 대해 위법하다는 첫 판결 이후 개정된 조례에 대해서도 위법 판결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25개 자치구가 개정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대형마트 의무휴업 조례’는 ‘자치단체장이 오전 0∼8시로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매월 2, 4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기존 조례의 강제성을 덜어내고 자치단체장이 의무 휴업일로 명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부여했다. 동대문구와 성동구는 “공식적으로 판결문을 받아 검토한 뒤 상고할지 결정하겠다”고 12일 밝혔다. 반면 대형마트는 일제히 법원의 판결을 환영했다. 현재까지 서울고법에 계류 중인 유사 소송 항소심은 8건으로 이번 판결이 첫 선고인 만큼 서울 전체 자치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법원 상고심 판단이 주목된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우경임·김현수 기자}

“작은 정성이라도 뇌뇌뇌 ‘뇌물’ 안 돼, 친한 선배 후배도 처처처 ‘청탁’ 안 돼∼.” 반짝이는 목걸이와 명품 가방을 탐내는 사장과 학교 후배, 동네 후배를 몰래 신입사원으로 채용하려는 회사 대표, 가방 안에 회사 공금을 빼돌려 담는 직원…. 초등학생의 눈에 비친 우리 사회 부정부패의 단면이다. 그러나 붉은 망토를 휘날리는 ‘청렴맨’이 나타나면 꼼짝 못한다. 경기 화성시 학동초등학교 6학년 1반 학생 26명은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 없는’ 청렴맨이 늘어날수록 대한민국이 투명해진다고 입을 모았다. 만화 ‘뽀롱뽀롱 뽀로로’의 삽입곡 ‘바라밤’을 개사해 창작한 손수제작물(UCC)은 노래와 안무 모두 밝고 유쾌했다. 이들은 기획회의 사흘, 촬영 나흘 만에 이 동영상을 완성했다. 개사는 물론이고 소품 제작, 안무와 연기 구성까지 스스로 했다. 이 작품은 9일 유엔이 제정한 ‘세계 반부패의 날’을 맞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부패척결 UCC 공모전’에서 학생부 대상을 거머쥐었다.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이 주관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한 이번 행사에서 학동초등학교를 대표해 참석한 6학년 1반 반장 최원석 군(12)은 “예상하지 못한 큰 상을 받아 깜짝 놀랐다. 세월호 참사 때문에 수련회를 못 가 아쉬웠는데 UCC를 제작하면서 반 친구들끼리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학동초등학교는 축제 분위기였다. 동영상 제작을 지도한 박예슬 교사(26·여)는 “어른들이 부정부패가 심각하고 고질적인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과 달리 아이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뀌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희망적으로 노래한 게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부정부패, 뇌물, 횡령, 청탁 등의 개념을 초등학생들은 어떻게 이해했을까. 박 교사는 UCC를 만들기 전에 청렴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가르쳤다. 아이들은 청렴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필요한지를 알게 됐고 UCC를 만들면서 미처 몰랐던 끼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UCC를 제작할 때는 부정부패와 관련한 주제어를 찾아 가사를 썼고 출연하는 학생들은 치열한 오디션도 거쳤다. 그렇게 완성된 UCC 말미에는 “필요 이상으로 욕심 부리지 않겠다”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 하는 생각으로 규칙을 어기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아이들의 다짐이 이어진다. 문진희 양(12)은 “처음에 부패라는 단어가 피부에 잘 와 닿지 않았지만 UCC를 찍으면서 쉽게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공모전에는 모두 197편이 응모해 대상(국무총리상) 2편, 우수상(동아일보 사장상) 4편, 장려상(부패척결추진단장상) 6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은 시상식에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부패 척결은 건전하고 선진화된 사회로 가기 위한 운동의 출발점”이라며 “수상자 여러분들이 선구자인 만큼 많은 아이디어를 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우수상을 시상한 최맹호 동아일보 대표이사 부사장은 “수상작들에는 ‘부패와의 전쟁’을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며 “여러분의 아이디어가 행복하고 공정한 사회의 동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정윤회 씨(59)의 외동딸이 2015년 이화여대 수시모집에 합격했다. 이화여대는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국가대표로 9월 20일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정모 양(18)이 체육특기자 전형으로 건강과학대 체육과학부에 지원해 최종 합격했다고 8일 밝혔다. 7월에 발표된 입시요강에 따르면 체육특기자 전형은 2011년 9월 16일부터 올해 9월 15일 사이에 국제 또는 전국 규모 대회 개인종목 3위 이내 입상자를 대상으로 했다. 지난해까지 골프, 수영, 리듬체조 등 11개 종목 선수만 체육특기자 전형 대상이었으나 올해 양궁 역도 등 23개 종목 선수로 확대됐다. 승마 종목도 새로 포함됐다. 이화여대 측은 “체육특기자 전형에 지원할 수 있는 종목을 늘려 달라는 체육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범위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지원자는 50∼60명 규모였으며 최종 합격자는 요트특기 2명, 수영특기 2명, 스키특기 1명, 승마특기 1명 등 총 6명이다. 이 중 올해 새로 지원 자격이 주어진 종목에서 합격자가 나온 건 승마의 정 양이 유일하다. 이화여대 최초의 승마 특기생인 것이다. 정 양은 9월 20일에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땄지만 수시 원서 접수가 마감된 뒤라 이 금메달은 성적에 반영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화여대 관계자는 “각종 대회 입상이 많아 성적이 우수했다”고 말했다. 전형은 자기소개서 없이 입상 성적만으로 서류 심사를 진행했으며 서류 심사 통과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한 뒤 합격자를 선발했다. 한편 정 씨의 전 부인 최순실(58·최서원으로 개명) 씨는 정 양 관련 언론 보도에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의 법률대리인인 이경재 변호사(65)는 “최근 최 씨가 정 양과 관련한 보도 때문에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상의하고 갔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일부 언론이 미성년자인 정 양의 승마 연습장까지 찾아와 취재를 하자 최 씨가 ‘너무 힘들다’고 울면서 하소연했다. 정 양 역시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다”라고 전했다.이건혁 gun@donga.com·조동주·신나리 기자}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하는 현직 치과의사들에게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뒷돈을 챙긴 유명 사립대 치과대학 교수들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는 치과의사 송모 씨 등 7명으로부터 수백만∼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A사립대 치의학과 홍모(48), 임모 교수(51)에게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금품을 건넨 치과의사 7명에게는 모두 벌금 500만 원 형이 선고됐다. 두 교수는 2008∼2013년 치과대학원 석·박사 지도교수 및 논문 심사위원으로 현직 치과의사인 학생들로부터 박사학위 논문 작성 과정에서 실험 대행은 물론이고 주제까지 선정해주고 논문의 주요 부분을 작성해 준 뒤 홍 교수가 3억3300만 원, 임 교수는 6200만 원을 각각 받았다. 이들은 한 번에 많게는 2500만 원까지 받으며 학생 스스로가 논문을 전부 작성한 것처럼 제출하게 했다. 재판부는 “대학 학위 수여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사회 신뢰를 무너뜨렸다. 이를 엄벌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잘못된 관습을 근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치과대 학위 취득과 관련해 그동안 축적된 관행에 편승한 것으로 보이는 면이 있다”며 “홍 교수의 경우 재판 과정에서 부정하게 받은 금액을 전부 공탁했고 깊이 후회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교과서 출판사들이 교육부의 가격인하 명령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출판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이승한)는 4일 도서출판 길벗 등 출판사 8곳이 “교과서 가격조정 명령이 부당하므로 취소해 달라”고 교육부 장관과 경기도교육감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교육부가 조정가격 산정방법이나 구체적인 산출 명세를 밝히지 않은 채 가격조정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규정만 근거로 처분했다”며 “처분 이유를 제시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교육계에서도 교육부의 가격조정 명령이 무리였다는 지적이 많았다. 2010년 교육부는 교과서 질을 높이라며 검인정 교과서 가격 자율화 정책을 시행했다. 이후 출판사들은 종이 질과 색을 개선하고, 학습자료를 강화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연구개발비를 투입했다. 교과서 가격이 오른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교과서 값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책을 바꿔 올해 2월 뒤늦게 관련 규정을 개정해 가격 조정을 시도했다. 출판사가 제시한 올해 고교 교과서 희망가격이 1권당 평균 1만950원에 달해 지난해보다 74%(4630원)가 오르는 등 학부모에게 부담이 된다는 이유였다. 출판사가 이를 따르지 않자 3월에는 가격조정을 명령했으며, 이에 반발한 출판사들이 교과서 추가 공급을 중단했다가 공급 재개를 결정하는 등 혼란이 벌어졌다. 이번 판결은 27개 출판사가 제기한 소송 5건 가운데 첫 선고로 나머지 소송들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판결이 확정되면 출판사들은 인상된 가격으로 교과서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1심 결과에 대해 교육부는 “판결문을 검토한 후 항소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항소를 포기하기엔 교육부의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판매된 검인정 교과서 2000만 부는 교육부가 명령한 가격으로 이미 판매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만약 교육부가 항소를 포기하면 출판사가 당초 제시했던 가격과 실제 판매가격의 차액을 보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검인정교과서협회는 교육부가 보상해야 할 금액을 40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의무교육과정인 초등학교 3, 4학년 검인정 교과서에 대한 차액은 정부 부담이지만 개별 구매나 고교 검인정 교과서에 대한 보상은 검토가 필요해 문제가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검인정교과서협회는 “교육부의 오락가락 교과서 정책 때문”이라며 “뒤늦게 규정을 개정하고 소급 입법해 이미 만들어놓은 교과서에 개발비도 안 되는 가격을 강제한 게 잘못”이라고 말했다.전주영 aimhigh@donga.com·신나리 기자}

“공공분야의 부패는 컴퓨터의 바이러스와 같습니다. 모든 체계를 마비시킬 수 있죠.” 30여 개 선진국을 이끌며 해외 부패방지에 앞장서온 도널드 존스턴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78·사진)은 “공공분야의 부패 척결이 사회 부패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캐나다의 원로 법률가인 그는 OECD 최초의 비유럽권 출신 사무총장으로 1996년부터 2006년까지 부패와의 전쟁을 벌여왔다. 그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원장 박상옥) 주최로 3일 시작한 반부패 포럼에서도 ‘부패와의 전쟁’이라는 제목으로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OECD 사무총장을 지내는 동안 뇌물방지 협약,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제정 등 활발한 반부패 활동을 펼쳤다. 13년간 캐나다 맥길대 법학과 교수로 재직한 뒤 캐나다 과학기술장관(1982∼84년), 법무장관(1984년), 자유당 당수 등을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의 부패 척결을 위한 조언을 건넸다. “경찰 법원 군대 등을 하드웨어, 정책을 입안하고 법률을 제정하는 정치인을 소프트웨어라고 한다면 이를 움직이는 공무원과 정부 관료의 공공서비스를 운영체제(OS)라 할 수 있다. 이 세 요소가 유기적으로 시너지를 내야 하지만 공공분야에서 일어나는 부패는 심각한 컴퓨터 바이러스처럼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 존스턴 전 사무총장은 공공분야의 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조건으로 “정직하고 경쟁력 있는 공공서비스를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정직한 정부를 만들고 ‘1등급’ 공공서비스를 하기 위해 공무원 운영체계 개선에 초점을 둔 3가지 조건도 제시했다. △공무원이라는 직업 자체의 명망을 높이고 △공무원으로 재직할 때 넉넉한 보수를 지급하는 것은 물론이고 퇴직연금 제도를 잘 마련해 뇌물에 눈 돌리지 않도록 하며 △재능 있는 공무원들이 민간 분야와 공공 분야를 두루 경험할 수 있도록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는 “부정부패를 저질렀을 때 실효성 있는 법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국의 경우 대기업 총수들이 연달아 법정에 서는데 이를 막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를 묻자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무리 법률이 잘 마련돼 있어도 직접적으로 부패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일관된 법을 적용해 정당하게 처벌해야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존스턴 전 사무총장은 3일 발표한 기조연설문에서 중국의 부정부패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한국의 최대 무역 교역국이자 투자국인 중국의 부정부패 문제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중국 정부의 해결 방식을 한국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동향보고서 유출 파문으로 또다시 ‘비선 실세’ 의혹의 중심에 선 정윤회 씨(59)가 청와대 측 인사들과는 별도로 문건 내용을 보도한 세계일보에 민형사상의 법적 대응을 취하겠다는 뜻을 30일 밝혔다. 정 씨 측의 한 인사는 이날 본보 기자와 만나 “세계일보가 문제의 보고서를 보도한 지난달 28일 오전 정 씨에게서 연락이 와 ‘이게 말이 되는 얘기냐’며 강력하게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했다”면서 “(정 씨가) 굉장히 격앙된 상태였다”고 전했다. 정 씨는 이미 변호사를 선임했으며, 이번 주 중에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 인사는 정 씨에게 “언론 보도에 대응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실익이 없을 수도 있다. 소송에서 이긴다고 해서 명예가 바로 회복되거나 진실로 받아들여질지 회의적이다. 오히려 끝없이 당신을 공격할 것이고 그러면 당신이 입는 타격이 어마어마하니 이런 점을 각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정 씨는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다. 이걸 기록으로 밝혀놔야 한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는 것. 정 씨는 “역사의 기록으로, 공적인 문서로 사실이 무엇인지 남겨놔야 한다. 내가 대응을 하지 않으면 역사에는 내가 (국정에 개입한 비선 실세라는) 그런 사람으로 남지 않겠느냐. 나는 뭐가 되느냐”며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고 한다. 정 씨 측은 청와대 동향보고서 내용이 전혀 사실무근이며 소설과 다름없는 얘기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정 씨 측 인사는 “청와대 내부에서 그런 문건이 보고서로 만들어져 유출됐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런 보고서가 있는지도 모르고 관여할 일도 아니다”라면서 “우리로서는 근거가 없는 얘기들을 그대로 보도한 데 따른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이 왕정국가도 아니고 민주주의 절차에 의해서 움직이는 나라인데, 예전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지금은 별개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국정 개입을 했다는 것은 정 씨를 완전히 죽이는 일이다. 일부 언론 때문에 정 씨가 트라우마에 걸려 있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정 씨가 해외로 출국했다는 일각의 소문에 대해 이 인사는 “낭설이다. 그런 말까지 지어내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냐. 그 사람들 입맛대로 하면 지금쯤 (정 씨가) 외국 나가서 잠적해 버려야 미스터리가 되고 재미있겠지만 정 씨는 (국내에서) 조용히 살고 있다”고 전했다. 또 정 씨가 박 대통령의 동생 지만 씨를 미행했다는 의혹이 올해 3월 시사저널에 보도된 직후 정 씨가 박지만 씨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빌었다는 청와대 문건 작성자 박모 경정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서도 그는 “말이 안 되는 소리다. 그걸 읽는 사람은 재미있어 하겠지만 소설 같은 얘기일 뿐이다”라고 일축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재야 법조계의 수장인 제48대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에 박영수 전 서울고검장(62·사법연수원 10기), 소순무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63·연수원 10기), 차철순 전 대한변협 수석부회장(62·연수원 5기), 하창우 전 서울변호사회장(60·연수원 15기) 등 4명이 출사표를 냈다. 대한변협은 28일 후보 등록을 마감한 뒤 각 후보 번호를 추첨해 1번 하창우, 2번 소순무, 3번 박영수, 4번 차철순 후보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대한변협은 다음 달 3일까지 각 후보자의 공약 공보물을 제출받고 같은 달 11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후보자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선거운동 기간은 이달 29일부터 선거일인 내년 1월 12일까지 45일간이다. 선거는 전국 51개 투표소에서 치러진다. 투표권자는 1만5640명이며 유효 투표수의 3분의 1 이상 지지를 받아야 당선된다. 3분의 1을 넘기지 못하면 내년 1월 19일 1, 2위 득표자가 결선투표를 치러 다수 득표자가 당선된다. 당선자는 내년 2월 25일부터 2년간 회장직을 맡게 된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비선 실세’ 의혹의 주역 정윤회 씨(59)와 그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역술인 이모 씨(57)가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의 증인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동근)는 27일 열린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48)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 측이 신청한 정 씨와 이 씨 등 6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정 씨를 만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명확히 함으로써 박 대통령의 행적에 관한 가토 전 지국장의 칼럼이 허위사실이라는 것을 입증하겠다는 것이다. 변호인 측은 가토 전 지국장이 참고로 삼았던 칼럼을 쓴 조선일보 최보식 선임기자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을 증언할 수 있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혹은 수행비서, 외신 기자의 취재 사정을 대변해줄 주한 일본 특파원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는 일단 최 기자만 증인으로 채택했다. 청와대 측 인사와 특파원은 구체적으로 인물이 특정되면 채택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검찰과 변호인 측은 70분간의 공판준비절차 내내 팽팽하게 맞섰다. 검찰은 “피고인이 최소한의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마치 사고 발생일 박 대통령이 정 씨와 함께 있었고 긴밀한 남녀관계인 것처럼 보도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변호인은 “독신녀인 대통령의 남녀관계를 언급한 게 명예훼손인지 가려 달라”며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동거녀에 관한 기사가 많이 보도되지만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았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을 비방하려는 목적이 아니었다.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임에도 피해자의 고소나 고발도 없었고, 직접적인 처벌 의사가 있는지 조사도 없었다”며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강조했다. 피고인석에 앉은 가토 전 지국장은 시종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방청석의 보수단체 회원이 이름을 부르거나 검찰이 명예훼손의 ‘악의성’을 지적할 때는 살짝 웃기도 했다. 그는 “칼럼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한국 국민의 인식을 일본에 전하려고 했을 뿐 비방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미리 준비해 온 진술서를 일본어로 읽었다. 이어 “현대 법치 국가인 한국에서 법과 증거에 따라 엄정히 진행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보도의 허위사실 여부 △보도 목적이 공익인지 대통령 비방이었는지 △피해자의 처벌 의사 존재 여부 등으로 쟁점을 정리했다. 다음 달 15일 오후 2시에 열리는 1차 공판에서는 가토 전 지국장을 고발한 자유수호청년단 고발인 3명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이날 법정에선 일대 소동도 벌어졌다.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보수단체 한겨레청년단 회원이 가토 전 지국장을 향해 “가토, 대한민국 국민들 앞에 사과해라, 어디 허위사실을 보도하는 거냐”고 고함을 질러 곧바로 퇴정당했다. 재판을 마친 뒤 가토 전 지국장 측은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해 20분 동안 법정 옆 피고인 대기실에 몸을 피했다가 뒤늦게 나왔지만 그가 타고 온 차량을 기억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차량 앞을 막고 계란 10여 개를 던졌다. 앞서 가토 전 지국장은 재판 시작 40분 전인 오전 9시 20분경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본 측 취재진은 이른 아침부터 도착해 법원 출입구를 가득 메웠고, 법정 앞은 방청을 기다리는 100여 명의 국내외 기자들로 북적였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신동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