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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31일 재무차관회의를 시작으로 사실상 막이 올랐다. 3, 4일 프랑스 칸에 각국 정상들이 집결하면서 유로존 재정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G20 차원의 지원사격이 이뤄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상회의는 재무차관회의를 시작으로 1일 셰르파(교섭대표) 회의 등 일련의 사전작업이 진행된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인 2008년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처음 출범한 G20 정상회의는 2009년 4월과 9월 런던과 피츠버그, 작년 6월과 11월 토론토와 서울에 이어 6번째로 칸에서 열린다. 과거 워싱턴에선 금융위기 진화가 핵심 주제였고 이어 경기부양, 출구전략, 남유럽 재정위기, 강하고 지속가능한 균형성장 등이 화두였다면 칸의 화두는 글로벌 재정위기 수습이다. 유로존 위기 해법은 26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유럽 은행들의 자본 확충,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운용자금 증액, 그리스 국채 손실률 50%로 확대 등이 제시된 상태고 G20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의 대출재원 확충 여부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대출재원 확충 방법으로 브릭스(BRICs) 등이 추가 출연하는 방법, 특정 국가로부터의 차입, IMF의 채권 발행 등이 거론된다. 중국 등 브릭스의 역할에 기대를 거는 관측도 많지만 이들이 재원 확충에 동의할 경우 선진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IMF 지분 확대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돼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장단기 정책공조 방향도 눈여겨봐야 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나라별로 처한 상황이 다르지만 선진국은 성장 지원을 염두에 둔 재정 건전화를 추진하고, 흑자 신흥국은 내수 진작을 위한 구조개혁과 시장이 결정하는 환율시스템으로의 전환 필요성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부터 한국이 주도한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개발 컨센서스 이슈가 진일보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금융안전망과 관련해선 IMF의 ‘단기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이 칸 정상회의를 거쳐 신설될 예정이다. 당초 한국이 주장한 “회원국의 유동성 지원 신청 없이도 IMF가 일시적 위기가 우려되는 국가에 단기 대출을 시행하자”는 안에는 못 미치지만 1년 미만의 단기 대출 프로그램인 만큼 ‘낙인효과’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우리나라가 비정규직 근로자 ‘600만 명 시대’에 들어섰다.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를 포함해 50, 60대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구하면서 저임금 비정규직도 마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근로자는 599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4% 늘었으며, 전체 임금근로자의 34.2%를 차지했다. 비정규직의 월평균 급여는 134만8000원으로 정규직(238만8000원)보다 104만 원이 적었다.비정규직 근로자는 2009년 575만4000명에서 지난해 568만5000명으로 감소했다가 올해 30만9000명이 늘어나는 급증세로 돌아섰다. 50대가 전년보다 9만1000명(8.1%), 60세 이상이 7만4000명(8.3%) 증가하는 등 50대와 60대가 취업전선에 적극 뛰어들면서 비정규직 비중이 높아졌다. 학력별로는 고졸 출신이 전체의 43.1%(258만5000명)에 이른 가운데 대졸 이상의 비정규직 비중도 지난해 29.5%에서 31.5%(185만7000명)로 높아졌다. 임금근로자의 국민연금가입률은 65.1%, 건강보험은 68.3%, 고용보험은 64.6%인 반면 비정규직은 국민연금 38.2%, 건강보험 44.1%, 고용보험 42.3%로 나타나 비정규직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인구구조가 고령화되면서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들이 비정규직으로 진입하고, 노인요양원 등 사회복지시설이 늘면서 관련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는 장년층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한편 취업에 실패한 50, 60대의 창업이 늘면서 자영업자 수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자영업자는 8월 말 현재 568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만3000명 늘면서 5년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우리나라가 비정규직 근로자 '600만 명 시대'에 들어섰다.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를 포함해 50, 60대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구하면서 저임금 비정규직도 마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근로자는 599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4% 늘었으며, 전체 임금근로자의 34.2%를 차지했다. 비정규직의 월평균 급여는 134만8000원으로 정규직(238만8000원)보다 100만 원 이상 적었다. 비정규직 근로자는 2009년 575만4000명에서 지난해 568만5000명으로 감소했다가 올해 30만9000명이 늘어나는 급증세로 돌아섰다. 50대가 전년보다 9만1000명(8.1%), 60세 이상이 7만4000명(8.3%) 각각 증가하는 등 50대와 60대가 취업전선에 적극 뛰어들면서 비정규직 비중이 높아졌다. 학력별로는 고졸 출신이 전체의 43.1%(258만5000명)에 이른 가운데 대졸 이상의 비정규직 비중도 지난해 29.5%에서 31.5%(185만7000명)로 높아졌다. 임금근로자의 국민연금가입률은 65.1%, 건강보험 68.3%, 고용보험 64.6%인 반면 비정규직은 국민연금 38.2%, 건강보험 44.1%, 고용보험 42.3%로 나타나 비정규직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음을 알 수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인구구조가 고령화되면서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들이 비정규직으로 진입하고, 노인요양원 등 사회복지시설이 늘면서 관련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는 장년층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한편 취업에 실패한 50, 60대의 창업이 늘면서 자영업자 수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자영업자는 8월말 현재 568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만3000명 늘면서 5년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신규 자영업자의 창업자금은 '500만 원 미만'(31.7%), '500만 원~2000만 원 미만'(20.2%)이 절반을 넘어 대부분 영세했다. 또 고용원이 없는 영세자영업자가 3만9000명 증가해 경제상황 악화에 따른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대거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황형준기자 constant25@donga.com}
기획재정부는 285개 공공기관의 청년인턴제 운영 실적을 9월 점검한 결과 청년인턴으로 1만2246명을 뽑아 올해 연간 계획(9532명)을 이미 달성했다고 27일 밝혔다. 청년인턴은 청년층에 일자리와 취업역량 강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008년 도입했다. 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뽑은 청년인턴 1만2246명 중 현재 퇴사한 인턴은 5747명이며 이 중 2452명(42.7%)이 취업에 성공했다. 특히 우수인턴 추천 등 지원을 받아 해당 기관에 취업한 청년인턴은 1105명(19.2%)이었으며 1347명(23.5%)은 다른 공공기관이나 민간 기업에 취직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사 청년인턴 출신을 신규 채용한 기관은 △한전KPS(177명) △한국수력원자력(137명) △도로공사(108명) △대한지적공사(86명) △한전KDN(53명) △주택관리공단(34명) △가스안전공사(27명) 등 순으로 많았다. 반면 코레일, 국민연금공단 등 아직 청년인턴 출신 정규직 채용자가 없는 기관도 많다. 재정부 관계자는 “많은 청년인턴 경험자들이 인턴 기간 취업지원교육 등에 힘입어 취업에 성공하고 있다”며 “신규 채용의 20%를 청년인턴 출신으로 뽑겠다는 올해 목표를 채우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공정거래위원회는 일명 ‘거마대학생’으로 불리는 다단계 판매원들이나 소비자들이 판매조합으로부터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26일 밝혔다. ‘거마대학생’은 서울 송파구 거여동과 마천동 일대에서 다단계 판매에 종사하던 대학생 등을 가리키며 피해자만 최대 5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 다단계업체들은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에 가입된 조합사인 만큼 다단계업체의 청약 철회나 환불 거부 등으로 피해보상을 받지 못하면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구매 계약일로부터 3개월이 지나지 않아야만 한다. 판매원들은 자신이 구입한 물품을 업체에 반환하고 반품확인서를 받은 뒤 조합에 반품확인서와 필요한 서류를 갖춰 피해보상을 신청하면 된다. 이미 탈퇴한 판매원들도 보상 받을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업체들이 반품해주지 않기 위해 포장을 뜯고 일부 사용하도록 교육시키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마대학생 다단계업체들은 판매원들에게 대출을 받게 한 다음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 자사 제품을 고가에 강매하고 강제로 합숙을 시키는 방식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한편 공정위는 등록된 다단계업체 수가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총 74곳이라고 밝혔다. 다단계판매업자의 주요 정보는 공정위 홈페이지(www.ftc.go.kr)와 소비자종합정보 홈페이지(www.consumer.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14일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의 한 영세 도금공장. 작업장에 들어서자마자 매캐한 화공약품 냄새가 코를 찌른다. 오후 작업을 시작한 지 한 시간 남짓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환갑을 4년 앞둔 박모 씨의 작업복 상의는 화공약품에 흠뻑 젖었다. 팔뚝에는 약품이 맨살에 닿아 생긴 벌건 ‘도금독(毒)’ 자국이 선명하다.박 씨가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은 석 달 전. 아파트 경비원과 택배기사로 일하던 그는 “야근 수당까지 챙기면 월 200만 원 이상 벌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도금공장으로 일터를 옮겼다. 박 씨는 “힘든 일이라 주변에서 말리는 사람이 적지 않았지만 취업 재수생인 아들이 직장을 잡을 때까지는 생활비를 벌어야 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지난해부터 반월공단 인근의 세탁장과 식품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신모 씨(63)는 3급 시각장애인. 중소기업을 다니던 중 교통사고로 한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사고 후 몇 년간 집에서 요양을 하던 그가 일자리를 구하러 나선 것은 대기업에 다니던 아들이 지병으로 직장을 그만뒀기 때문. 아내마저 암에 걸려 퇴직금과 그동안 모아뒀던 노후자금을 모두 병원비로 썼다. 아내와 아들의 병원비, 생활비를 그가 벌어오는 한 달 150만 원 남짓한 월급에 의지하고 있다.‘5060’ 대한민국 부모들이 저임금 재취업 시장에 쏟아지면서 50, 60대 취업전선이 젊은층이 기피하는 3D 업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늘어난 수명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한 노후준비와 실업자 자녀의 뒷바라지를 위해, 생활비와 병원비 마련을 위해 재취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년연장이나 임금피크제 등 안정적인 고령자 일자리 창출이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5060’ 대한민국 부모들이 중국동포와 외국인을 대체하는 저임금 근로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재호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불안한 노후와 자녀부양 부담으로 50, 60대의 적극적인 구직이 늘면서 대한민국 부모들이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를 대체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며 “고령자를 위한 일자리 대책에 좀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아들 대신 나라도… 일 놓을 수 있나요” ▼ 50, 60대가 취업전선에 나서고 있는 것은 부족한 노후준비와 함께 장기화된 청년실업으로 자녀부양 부담까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뜩이나 부족한 일자리에 50, 60대 구직자가 크게 늘다 보니 공장 생산직이나 건설현장, 식당 등 젊은층이 기피하는 소위 3D 업종 외에는 이들을 반겨주는 곳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60대 이상 고령자 10명 중 7명은 저임금 비정규직에 취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베이비 부머’(1955∼63년생)들의 퇴직이 본격화하면 50, 60대 구직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50, 60대 구직자들을 위한 일자리 지원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녀 부양비 때문에… 공장·식당 전전하는 50, 60대강원 원주시에 살고 있는 원모 씨(58·여)는 최근 인근 문막산업단지의 한 식당에서 주방일을 하고 있다. 서울에서 공부하는 아들 뒷바라지를 위해서다. 대학을 졸업한 아들은 상경해 2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원 씨는 “남편이 농사를 짓고 있는데 물가도 오르고 공부하는 아들 생활비까지 대려다 보니 나도 일을 구하러 나선 것”이라며 “동네 50, 60대 아주머니 절반 정도가 원주시내로 나와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50, 60대가 채용시장에 나서는 데는 이들을 부양해야 할 20, 30대 청년층의 구직난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기업들의 일자리 감소가 청년실업 장기화로 이어지고 이에 따라 자녀부양 부담을 느낀 50, 60대들이 다시 구직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택배기사로 일하고 있는 한모 씨(57)도 자녀 부양과 부인 병원비 때문에 재취업에 나섰다. 한 씨의 아들은 공고를 졸업하고 공장에 취직했지만 2년 만에 그만두고 군대를 다녀와 지방 4년제 대학에 진학했다. 한 씨는 “작은 스포츠용품점을 하다 가게를 정리하고 쉬고 있었는데 아들이 다시 공부를 시작하면서 생활비가 쪼들려 재취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과거 고령자들이 주로 취직하던 경비나 청소직은 이미 포화상태다. 한 아파트 경비용역업체 관계자는 “지난달 서울시내 한 아파트 경비원에 결원이 생겨 1명을 모집했는데, 1주일 만에 30명이 면접을 봤다”며 “요새는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도 지원을 하기 때문에 60대는 취업이 어렵다”고 말했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예전에는 일이 고돼 구직자들이 기피하던 공장생산직, 포장·운반업체는 물론이고 건설현장 청소나 주유소 아르바이트에도 50, 60대 취업희망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직장을 구하는 50, 60대가 크게 늘어 요새는 하루 상담의 절반 정도가 50, 60대”라며 “건설현장 청소는 물론이고 ‘막일’도 마다하지 않는 노인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외국인 노동자 밀어내고 생계형 창업도 늘어50, 60대의 재취업 러시는 국내 저임금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외국인 노동자들을 밀어낼 정도다. 실제로 외국인 체류자 수는 지난해 5만 명 남짓(6%) 증가하는 데 그쳐 2008년 9만 명(12%), 2007년 13만 명(21%)이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4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했던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의 한 도금업체는 올 들어 이들을 모두 50, 60대 구직자로 대체했다. 이 공장 관계자는 “단순작업을 시킬 때는 숙소를 마련해줘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운 외국인 노동자들보다 장년층이 낫다”며 “임금도 외국인 노동자와 별 차이가 안 나 앞으로 50, 60대를 계속 채용할 계획”이라고 했다.그나마 여유자금이 있는 50, 60대들은 음식업 등 영세 자영업 창업에 나서고 있지만 하루하루 장사가 안 돼 마음을 졸이고 있다. 5년 전 중소기업에서 퇴직한 이모 씨(57)는 올 5월 경기 의왕시에 식당을 차렸다. 1억 원의 퇴직금 가운데 절반 정도인 5000만 원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직원 월급과 재료비, 가게 월세를 빼면 그가 올리는 수익은 한 달에 100만 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 씨는 “식당 열었다가 잘못되는 사례가 많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노후자금도 부족한데 집에서 놀 수 없어 생활비라도 벌어볼 생각에 창업에 나섰다”며 “장사가 안 될 때는 괜한 일을 벌인 것 같아 가슴이 탁 막힌다”고 털어놨다.50, 60대 창업이 늘면서 2000년대 중반 ‘자영업 대란’ 이후 감소하던 자영업자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자영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8만8000명 늘어나 8월(5만3000명)에 이어 두 달 연속 증가했다. 특히 50, 60대 창업자가 증가해 지난해 말 현재 50대 이상 자영업자 비중은 42.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베이비부머 퇴직으로 50, 60대도 일자리 부족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층의 고용률은 지난해 28.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아이슬란드(34.9%)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문제는 베이비부머들의 퇴직이 본격화하면서 50, 60대 구직자는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일자리는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6·25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부머는 2010년 기준으로 713만 명에 이른다. 연령마다 60만∼80만 명이나 된다. 기업의 평균 정년이 57세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5년 이상 매년 수십만 명의 은퇴자가 저임금의 채용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55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일자리를 원하는 이들은 58.5%에 이르지만 실제 취업자는 46.7%에 그쳐 일자리 부족 현상을 보이고 있다.하지만 정부가 내년 취약계층 일자리 지원 예산으로 편성한 2조5026억 원 가운데 고령자 일자리 지원 예산은 약 1700억 원으로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령자 일자리를 위한 정부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주문이 적지 않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50, 60대의 재취업 기회 확대를 위해 고령자를 위한 직업교육 지원 등이 필요하다”며 “저임금 일자리에 취업한 고령층이 근로빈곤층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지원도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

《지난주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양국 간 통화스와프 규모를 700억 달러로 확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고 코스피도 상승했다고 하던데요, 통화스와프란 무엇이고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먼저 통화스와프(Currency swap)의 개념부터 알아봅시다. 통화스와프는 말 그대로 두 개 이상의 거래기관이 사전에 정해진 만기와 환율에 따라 다른 통화로 차입한 자금을 상호 교환하는 것을 말합니다. 통화스와프는 변동하는 환율시장에 따른 환리스크 헤지나 필요한 통화를 조달하는 수단으로 개인이나 기업 간 이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A는 달러화 자금을, B는 엔화 자금을 각각 유리한 조건으로 차입할 수 있는 상황에서 A는 엔화 자금이, B는 달러화 자금이 필요하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경우 A는 달러화 자금을, B는 엔화 자금을 각각 차입하고 차입자금을 상호 교환합니다. 차입자금에 대한 이자는 자금을 쓰는 사람이 대신 지급하고 일정기간이 지나 만기가 되면 차입원금을 상환할 수 있도록 달러화 자금과 엔화 자금을 재교환함으로써 통화스와프가 종료됩니다. 이런 계약은 국가 간에도 이뤄집니다. 국가 간 통화스와프는 자국 통화를 상대국 통화와 맞교환하는 것으로 두 나라의 중앙은행 간에 체결됩니다. 당장 환위험 헤지나 차입비용 절감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 나라에서 외화 유동성 위기가 올 때 자국 통화를 상대국에 맡기고 외화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개인 간 통화스와프와 차이가 있습니다. 외화유동성 위기를 대비한 일종의 보험인 셈이지요. 특히 통화스와프는 외환보유액이 급속도로 줄면서 맞이하는 외환위기 때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돈을 주고 당장 필요한 외화를 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 번지던 2008년 10월 한국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위기의 불길이 잦아들기 시작했었죠. 미국에서 직접 300억 달러를 융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외화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줄면서 시장 안정효과가 나타난 것입니다. 이번 한일 통화스와프 확대도 이 같은 효과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양국 정상은 한일 통화스와프가 △‘선제적(preemptive)’ 금융시장 안정효과를 거두고 △‘양국 모두에 도움(mutually beneficial)’이 될 수 있도록 △‘충분한(sufficient)’ 규모로 통화스와프를 확대하기로 했다는 3대 원칙을 밝힌 바 있습니다. 올해 여름부터 글로벌 재정위기가 심화되자 불안정한 환율 및 주식시장을 안정시키고, 국가 신용등급 하락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양국이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9월 기준으로 3034억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7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가 상당히 큰 규모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 한일 통화스와프 규모 확대 소식이 전해지자 금융 불안에 대한 위기감이 해소되면서 그간 급등했던 환율이 떨어지고 주식시장도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왔던 것입니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재정위기의 영향이 몇 달째 지속되면서 계속해서 국가 간 통화스와프의 규모를 확대하려는 정부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제경제 상황에 따라 정부는 현재 260억 달러 규모로 줄어든 한중 통화스와프나 지난해 2월 만기로 끝난 한미 통화스와프 규모를 확대 및 재개할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또 다음 달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통화스와프망 구축이 의제로 올라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시아 국가 간 통화스와프 체결에는 ‘위안화 국제화’를 꿈꾸는 중국과 아시아 내에서 경제패권을 잃지 않으려는 일본, 두 나라를 견제하려는 미국 등 3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통화스와프 체결을 통해 해당국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자국의 영향력을 높여 다른 이슈에서 지원사격을 얻겠다는 속셈입니다. 이런 정치경제학적 상호관계 속에서 우리나라가 어떤 전략을 구사하고 글로벌 재정위기의 파도를 헤쳐 나갈지 주목됩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한국도로공사의 임직원들이 지난해 식사시간이 아닌 근무시간에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쓴 클린카드 금액은 4억2800만 원(2529건)에 이른다. 회사 특성상 각종 민원 대응이나 공사감독, 현장조사 등을 위해 클린카드를 쓸 수 있지만, 식사시간이 아닌 때에 음식점을 이용한 것은 사적으로 사용했을 개연성이 높다. 도로공사는 비정상 시간대에 클린카드를 사용하면 목적 및 사유 등을 자세히 기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은 한식집에서 97만 원어치를 먹고 클린카드 2개로 각각 49만 원과 48만 원으로 나눠 지불하는 등 분할결제를 한 직원에 대해서도 인사조치를 했다. 50만 원 이상의 업무추진비를 지출하면 받게 되는 일상감사를 피하기 위해 결제금액을 쪼개 편법으로 사용한 것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도 마찬가지로 같은 장소에서 5분 이내에 사용하고 전체 금액이 50만 원이 넘는 사례 11건을 적발했다. 이처럼 공공기관 직원들이 클린카드를 부정 사용하는 행태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클린카드는 2005년부터 도입된 법인카드로 유흥·레저·사행 등의 업종에선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공공기관의 업무추진비는 이 카드로 집행하게 돼 있다. 6월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결과 공공기관의 클린카드 부정사용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자 재정부는 공공기관에 자체감사를 지시했다. 이에 7월부터 공기업(27개)과 준정부기관(82개) 등 109개 공공기관은 자체적으로 특별감사를 벌였다. 감사 결과 유흥업소 등 사용이 금지된 곳에서 클린카드를 쓰거나 휴일이나 근무시간에 개인적으로 클린카드를 쓴 사례가 대거 적발됐다. 대한주택보증은 백화점에서 선물을 사는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9건(101만 원)을 환수 조치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내년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IMF는 최근 재정점검 보고서에서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내년에 30.0%로 낮아진 뒤 2014년 26.0%, 2016년 22.2%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2007년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이 30.7%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2012년에 국가채무가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셈이다. 재정부의 2011∼201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국가채무 비율이 2012년 32.8%, 2014년 29.6%로 추정한 것에 비해 IMF가 우리나라의 재정 여건을 훨씬 낙관적으로 본 것이다. 신흥국의 국가채무 비율도 2012년 36.0%로 위기 이전인 2007년의 35.9%에 다다르고 나서 2014년 33.0%, 2016년 30.9%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선진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07년 73.4%에서 2012년 102.9%, 2014년 108.7%, 2016년 109.4%로 위기 이후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IMF는 예상했다. 선진국의 재정위기가 짧은 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임을 IMF 전망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정갑영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사진)는 12일 한국경제신문사 18층 다산홀에서 국내 산업조직에 대한 체계적인 실증분석을 주도한 공로로 ‘제30회 다산경제학상’을 수상했다. 다산경제학상은 정약용 선생의 경세제민(經世濟民) 정신과 실학사상을 기리기 위해 1982년 한국경제신문사가 제정했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한국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공로패를 받았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의 고졸 채용을 확대하기 위해 현재 4% 수준에 불과한 공공기관 청년인턴 중 고졸 비율을 내년까지 2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재정부는 12일 공공기관이 청년인턴 가운데 고졸 채용 비중을 20%로 늘리고 인턴 경험자를 우대해 정규직으로도 채용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기업·준정부기관의 인사운영에 관한 지침’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청년인턴은 5∼12개월 동안 월 70만∼100만 원을 받고 근무하지만 올해 상반기에 채용한 7500명 중 고졸 인력은 4%인 300명에 불과하다. 이를 위해 현재 국가유공자, 장애인, 여성 등으로 규정하고 있는 공공기관의 사회형평적 인력 채용 대상에 고졸을 추가해 고졸 채용을 권장하기로 했다. 또 고졸자로 채용할 수 있는 직무에서 결원이 발생하거나 추가로 증원할 때 공공기관은 고졸 인력을 우선적으로 채용해야 하며 채용시험에서 법률, 영어 등 직무수행과 관련이 적은 과목은 빼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청년인턴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낮은 현실에서 정부 대책은 생색내기에 그친다는 비판도 나온다. 고졸의 일자리를 늘리는 게 아니라 단기 인턴에 불과해 실질적인 대책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고졸 지원자도 적은 만큼 고졸 비율을 인위적으로 20%까지 늘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대졸 ‘백수’가 많은 상황에서 대졸자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며 “고졸 확대 기조에 맞추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이라고 지적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주요 20개국(G20) 고위 당국자들이 프랑스 파리에 집결해 사흘간 머리를 맞댄다. 글로벌 재정위기 여파로 세계 경제가 전환점을 맞이한 시점이어서 이들이 어떤 해법과 공조방안을 모색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G20은 13일(현지 시간) 파리에서 재무차관·중앙은행 부총재 회의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14, 15일에는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회의는 다음 달 3, 4일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열리는 고위급 모임으로 정상회의 의제들을 사전에 조율하는 자리다. G20은 회의 기간에 유럽 재정위기 해법 등 단기적인 대응방안과 각국별 중기 정책 방향을 담는 ‘칸 액션플랜’을 다듬고, 자본이동 관리원칙과 신흥국 채권시장 발전방안 등을 논의한다. 회의 마지막 날에는 장관 코뮈니케(공동성명)도 발표한다. 재정부 관계자는 “단기적 대응방안과 각국별 중기 정책을 조화시켜 행동계획을 마련하겠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는 칸 정상회의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단, 통화제도 개혁 분야에서는 자본유출입 규제에 대한 일반원칙의 윤곽과 글로벌 금융안전망에 대한 일부 합의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한국 측에서는 박재완 재정부 장관과 최종구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이 각 회의 대표로 참석하며 박 장관은 파리 체류 기간에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장관, 차기 의장국인 멕시코의 호세 안토니오 메아데 재무장관 등과 양자회담도 한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World's No.1 LCD Company.’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 3단지에 있는 LG디스플레이 생산공장 건물에 붙어 있는 슬로건이다. 자신감 넘치는 슬로건이지만 최근 단지 곳곳에서는 침울한 분위기가 묻어났다. 5일 구미공단에서 만난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LG디스플레이의 ‘추석연휴 휴무 쇼크’로 지역사회가 크게 동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LG디스플레이 구미공장은 1995년 문을 연 이래 추석연휴로는 지난달 처음 생산라인을 세우고 직원들에게 일주일 휴가를 줬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엄습하던 2008년 추석 때도 24시간 풀가동했던 공장이 ‘우울한 휴가’에 들어간 것은 올 들어 액정표시장치(LCD) 수출이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 여파, 중국의 경기둔화로 감소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LCD와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발광다이오드(LED) 모니터를 포함한 평판 디스플레이 수출은 올해 1∼8월 197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13억 달러)보다 7.5% 감소했다. 구미공단에서 LCD TV 부품을 생산해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납품하는 한 중소업체 이사는 “LCD 시장이 침체되면서 LG와 삼성의 공장가동률이 60∼75%대로 떨어졌다”며 “수출 의존도가 80%에 이르는 회사들인데, 당분간 회복이 쉽지 않아 보여 걱정”이라고 말했다. LG전자의 한 협력업체 상무는 “아직 감원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연장근무가 없어지면서 근로자 급여도 줄었다”고 전했다.평판 디스플레이뿐만이 아니다. 반도체와 가전제품, 영상기기 등 전자·정보기술(IT) 산업 전체가 하향곡선이다. 전자·전기 제품은 지난해 유럽 수출이 전년 대비 13% 성장했지만, 올 들어선 8월까지 14.9%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수출이 18.9% 줄어든 2009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성장세가 꺾이지 않던 대(對)중국 수출은 올 들어 1∼8월 고작 3.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유럽발 재정위기에 강한 내성을 보여 왔던 한국 경제가 그동안 버팀목이 돼 왔던 중국 경제가 흔들리면서 글로벌 실물경기 침체의 수렁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출이 둔화하면서 실물경기 3대 지표인 생산과 소비, 투자가 8월을 기점으로 모두 하향세로 돌아섰다.수출은 올 4월에 484억3000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정점에 섰다가 이후 하향세로 돌아섰다. 8월 경상수지는 4억 달러 흑자로 전달인 7월 흑자액(37억7000만 달러)의 9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한국 경제의 마지막 구원투수인 중국 수출 증가세는 5월을 기점으로 급감해 5∼8월 수출 증가율이 20.4%로, 지난해 같은 기간(41.2%)의 절반에 그쳤다. 한국의 중국 수출 의존도는 30% 수준으로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전체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 ▼ 中 바이어 발길 뚝, 대기업 주문도 뚝… ▼“일없이 출근… 직장 잃게될까 두렵다”산업현장의 체감 위기는 심각하다. 한국 경제의 7대 주력 수출업종 가운데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수출은 2, 3월을 기점으로 이미 하락세로 돌아섰다.위기 징후는 지난해와 올 초까지 중국 특수를 누리던 일반기계와 석유화학 제품은 물론이고 조선과 자동차로도 확산되고 있다.○ 일감 준 남동공단…텅 빈 작업장 속출6일 오후 4시경 기계와 화학섬유 공장이 밀집한 인천 남동구 고잔동 남동국가산업단지. 한창 바빠야 할 시간인데도 자동차 기계설비 제작 공장에는 마무리 작업을 하는 직원 2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10여 명의 직원은 무료한 표정으로 공장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한 30대 직원은 “몇 달 전부터 일감이 빠르게 줄었다”며 “출근을 해도 할 일이 없어 시간만 때우다 보니 아예 직장을 잃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고 털어놨다.공작기계류를 수출하는 산업기계업체의 사장은 2008년 금융위기 때와 같은 침체를 겪을까 봐 밤잠을 못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흑자는 꿈도 못 꾸고 적자폭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관건”이라며 “8월부터 공장가동률이 70%로 떨어졌다”고 했다. LG, 삼성 등 대기업이 올해 설비투자 계획을 뒤로 미루면서 주문량이 급감했다는 설명이다.기계류 공장들은 지난해 중국 수출이 월평균 50% 이상 증가하면서 보기 드문 호황을 누렸지만 최근에는 중국 바이어들의 발길이 뚝 끊겨 울상이다. 중국에 산업용 전자계측기를 수출하고 있는 한 업체는 올해 중국 수출 물량이 지난해의 절반으로 반 토막 났다. 이 회사 해외마케팅 담당 부장은 “지난해부터 중국 수출 물량이 늘면서 회사 사정이 빠르게 좋아졌지만 올해는 중국 쪽 주문이 줄어 회복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중국의 경기 둔화는 일부 제품의 원료 확보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는 냉장고 단열재 원료를 구하지 못해 이달 말부터 생산라인 일부가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냉장고 단열재 원료는 자동차 시트 등의 원료로 쓰이는 톨루엔 디이소시아네이트(TDI)라는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얻는 부산물. 국내에서는 화인케미컬 등 3개사가 연간 36만 t을 생산해 중국에 90% 이상 수출해 왔는데, 최근 대중국 수출이 줄자 잇달아 생산라인을 세우고 있다. 이 바람에 냉장고 단열재 원료 수급도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조선 메카 거제 앞바다도 먹구름경기 부진의 먹구름은 한국 조선산업의 메카인 경남 거제시 앞바다에도 몰려들고 있었다. 7일 방문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독과 야드는 선박을 조립 중인 크레인의 부산한 움직임으로 활력이 넘치는 듯했다. 하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올해 상반기 회복세를 보이던 글로벌 선박 발주 물량이 다시 떨어지고 있는 데다 저가(低價) 수주경쟁으로 제값을 받는 것도 어렵다. 선박 가격은 2008년에 비해 10∼30% 떨어진 상태다.올해 상반기만 해도 조선사들은 오랜만에 ‘해뜰 날’을 기대했다. 삼성중공업도 올해 수주목표 115억 달러를 일찌감치 초과달성했다. 하지만 유럽발 재정위기로 경기불안이 본격화된 9월부터는 한 건도 수주를 못 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그리스 네덜란드 독일 등 유럽의 선사가 발주처의 60%”라며 “계약하고 2, 3년 후 선박을 건조하는 점을 감안하면 2015년 이후 건조 물량이 없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다른 업체에서는 선주들이 계약 체결을 연기하거나 파기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수익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초저가로 수주한 선박들이 올해 하반기부터 건조돼 재무제표에 본격 반영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이정호 경영관리팀 전문위원은 “내년 이후 영업이익률이 1∼2%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물경제 위기 이제부터 시작전문가들은 수출 감소에 따른 실물경제의 위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위기의 진원지인 유럽이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데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중국마저 감속성장에 들어간 탓이다. 당장 내년부터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저성장이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실물경기 침체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만큼 연말로 갈수록 한국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국제통화기금(IMF)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그리스 재정위기가 주변국으로 확대될 경우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하락하면 한국의 수출은 1.5%포인트 줄어든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선진국 경기침체가 중국을 거쳐 신흥국으로 파급되면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2008년과 달리 고물가에 시달리는 중국이 경기부양에 나서기도 어려워 충격이 오래갈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구미·인천=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거제=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글로벌 재정위기 확산으로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짙어가고 있는 가운데 14, 15일 프랑스 파리에서 이틀간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G20의 역할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우리 정부가 금융위기에 대한 안전판 마련을 위한 ‘글로벌 안정 메커니즘(GSM)’을 재추진할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유럽 재정위기 해결책, 합의 어려울 듯 G20 재무장관 회담은 다음 달 3, 4일 열리는 칸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주요 의제를 점검하고 그간 논의를 결산하는 자리다. 지난해 정상회의의 초점은 세계경제의 균형 성장에 맞춰졌지만 올해는 글로벌 재정위기 극복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을 직접적으로 도울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 합의를 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제안한 것처럼 일각에서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신흥국들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의 국채를 사들이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신흥국들이 이에 합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유럽을 지원하더라도 최근 유로 국채 매입의 대가로 중국을 완전 시장경제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를 공공연하게 내세우고 있다”며 “양자회담의 틀을 선호하고 있어 G20의 틀 안에서 이에 대한 합의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G20에서 나올 수 있는 유럽 재정위기 관련 합의는 단기적으로 경기회복을 지지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재정 건전성 회복에 중점을 두자는 원론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기 안전판 확보될까 하지만 자본이동 및 글로벌 유동성 관리에 대한 논의는 일부 진전될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G20은 최근 자본 유출입을 완화할 수 있는 규제에 대해 각국의 정책 자율성을 좀 더 폭넓게 인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급격한 자본 유출입에 따른 변동성을 줄이려는 거시건전성 규제에 대해서도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의 전제조건을 대폭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G20 실무그룹 논의에서 각국 상황에 따라 자본 유출입 규제를 자율적으로 하는 쪽으로 정리된 것으로 안다”며 “작년 G20 서울선언에 있던 규제의 전제조건들이 없어지게 된 만큼 신흥국 입장에선 훨씬 진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다음 달 G20 정상회의에서 금융위기에 대한 안전판인 GSM을 재추진할 방침이다. GSM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징후가 포착되면 해당 국가의 요청이 없어도 IMF가 일시적 위기 우려 국가에 자동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의장국인 우리 정부가 이를 적극 추진했지만, 독일 등 일부 선진국이 ‘수혜국이 도덕적 해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난색을 보였다. 올해도 여전히 독일과 미국 등 선진국이 GSM에 부정적이어서 G20 재무장관 회담과 칸 정상회의에서 합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올해 의장국인 프랑스가 그리스 재정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며 GSM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으로 돌아서 합의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년 뒤에 3만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4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명목 GDP는 2015년 3만1733달러에 이르러 3만 달러를 처음 넘어설 것으로 추정됐다.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지난해 2만756달러로 2만 달러를 넘겼으며 올해는 2만3749달러로 예상된다. 이어 내년 2만5948달러, 2013년 2만7702달러, 2014년 2만9652달러에 이를 것으로 IMF는 전망했다. 내년 우리나라의 1인당 GDP 전망치는 IMF가 선진경제권으로 분류한 34개국 가운데 28위다. 이 중 1인당 GDP가 가장 높은 나라는 룩셈부르크로 12만6325달러이며 2위 노르웨이(9만8682달러), 3위 스위스(9만2166달러)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4만9054달러로 14위였으며 일본(4만7960달러)과 독일(4만5619달러)이 각각 15, 16위를 차지했다. IMF는 우리나라의 1인당 GDP 순위가 2016년에는 선진 34개국 중 26위로 내년보다 두 계단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한국의 1인당 GDP는 올해 3만1753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IMF는 예상했다. PPP는 실질적인 소비능력을 뜻하며 일반적으로 구매력 기준 소득이 명목 소득보다 높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물가수준이 낮거나 통화가치가 저평가돼 있음을 의미한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공정거래위원회와 백화점 업계가 중소업체에 대한 판매수수료 인하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3사를 비롯한 대형마트, 홈쇼핑 등 11개 유통업체는 최근 팩스나 e메일 등을 통해 공정위에 영업이익의 1∼2% 수준까지 수수료율을 조정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금액이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스스로 인하하려는 의지조차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9월 초 공정위와 백화점 업계는 중소업체(중소기업법 기준)에 대해서는 판매수수료율을 기존보다 3∼7%포인트 인하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이후 양측 실무자 간에 구체적인 이행사항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공정위가 당초 합의와 달리 전체 영업이익의 8∼10%에 해당하는 수준까지 수수료율을 낮추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의 시각차가 큰 만큼 6일 국정감사를 앞둔 공정위가 조만간 직권조사를 내세워 업계를 압박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차라리 직권조사라도 받아서 장부를 다 보여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측은 30일 영업이익의 10%를 요구한 적도 없으며 백화점 업계에 대한 직권조사 역시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
기획재정부는 29일 28개 공공기관 부기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공기관 공정사회 실천협의회’ 3차 회의를 열어 고졸 채용 확대 방안의 후속조치를 차질 없이 이행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고졸 채용 가능 직무 발굴, 차별 없는 인사규정 마련 등 후속조치를 중점적으로 점검했다. ‘열린 고용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한국수력원자력은 올해 마이스터고 졸업예정자 30명을 채용하는 등 내년부터 매년 신규 채용 인원의 30%를 고졸자로 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실천협의회는 나눔문화 확산과 관련해 공공기관이 업무에 기반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방안을 논의했다. 구본진 재정부 재정업무관리관(차관보)은 “공공기관이 고졸 채용 확대 등을 통해 열린 고용을 선도해 나가고 전략적 사회공헌활동에 더욱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공정사회 실천협의회는 재정부가 공공기관의 관련 정책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이행 실적을 평가하기 위해 만든 모임으로 앞선 1, 2차 회의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문제,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와 방만 경영 등을 중점적으로 다뤘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완철 올려!” “하나, 둘, 셋.” 26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한국전력공사 중앙교육원 배전실습장. 여드름이 채 가시지 않은 앳된 얼굴의 실습생 24명이 오전부터 실습에 한창이다. 8m 높이의 실습용 전신주에 오른 학생들은 지도교사의 지시에 맞춰 완철(전신주 꼭대기에 가로로 놓여 전깃줄을 고정하는 쇠막대기)을 전신주에 설치하는 작업을 하면서 연신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10kg이 넘는 쇳덩이를 8m 높이의 허공에서 다루려니 어느새 작업복은 땀에 푹 젖었다. 실습생 24명은 내년 2월 졸업 예정인 서울 수도전기공업고 3학년 학생들이다. 지난달 한전 특채로 뽑힌 이들은 12월 2일까지 계속되는 14주짜리 교육을 마치면 곧바로 기능직 정규사원에 임명된다. 실습생 최선 군(18)은 “대학에 대한 낭만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지만 대학 나와도 한전 같은 곳에 취업할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며 “부모님도 좋아하시고 친구들도 부러워해, 가능하면 앞으로 오래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굳게 닫혀 있을 줄로만 알았던 공공기관의 고졸 취업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공공기관의 고졸 취업률이 1%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본보 보도로 세상에 알려지고, 이명박 대통령이 7월 “공직사회와 공기업에서도 고졸자 취업이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공공기관들과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고졸 채용에 나서고 있다. 전문계고 학생들은 고졸채용 확대를 두 손 들어 반기고 있다. 과거 같으면 연봉 1500만 원 정도 주는 중소기업에 갈지, 수도권 전문대에 진학할지를 놓고 고민하며 패배의식에 사로잡혔겠지만 이제는 은행, 공공기관 등 ‘번듯한’ 직장에 취업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한전은 8월에 수도공고생 24명을 특채로 뽑았다. 고졸예정자를 받은 것은 12년 만이다. 이들은 학교에서 상위권 성적의 학생들로, 예전 같으면 당연히 대학 입시를 준비했겠지만 과감히 취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실습생 고명진 군(18)은 “학교에서 배울 때와 달리 직장에서 실습하니 성취감이 남다르다”며 좋아했다. 한전교육원 윤상천 배전교육팀장은 “학교에서 이론을 잘 배워서인지 가르치면 금방 금방 이해한다”면서도 “전신주에 올라가려면 덩치가 크고 힘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어린 것 같아 조마조마하기는 하다”며 웃었다. IBK기업은행 서울대역지점 김소나 양(18)은 7월부터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서울여상 3학년에 재학하는 학생이지만 학교에서 증권투자상담, 재경관리 등 재무관련 과목을 꼼꼼히 배운 준비된 ‘은행원’이다. 기업은행에서 김 양은 벌써 유명인사다. 입사하자마자 고졸 신입사원 격려차 본점을 방문한 이 대통령과 악수를 했고, 여러 언론에 ‘15년 만의 고졸 행원’이라는 제목으로 크게 다뤄졌다. 김 양은 “차별받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고, 어느 정도 차별을 감수하겠다고, 상처받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았는데 기우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여상에 처음 갈 때만 해도 대학 진학에 대한 미련이 있었지만 이젠 은행에서 업무 노하우를 익힌 뒤 대학에 진학해 실무와 이론을 접목하겠다는 야무진 포부를 갖게 됐다. 고졸 취업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는 ‘경력 고졸’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롯데마트 서울역점 농산물코너에서 근무하는 백승호 씨(27)가 그런 사례다. 백 씨는 2004년 전남 여수 한영고 졸업 후 대학을 1년 다니다 아버지 병환으로 군 제대 후 자퇴했다. 고졸 신분으로 2007년부터 롯데마트 강변점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다가 최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백 씨는 “친구들이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있는데 취업이 잘 풀리는 것을 별로 보지 못했다”며 “나 같은 사람이 일 잘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으면 더 많은 고졸자에게 기회가 열릴 것 같다”고 말했다.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

"완철 올려!" "하나, 둘, 셋." 26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한국전력공사 중앙교육원 배전실습장. 여드름이 채 가시지 않은 앳된 얼굴의 실습생 24명이 오전부터 실습에 한창이다. 8m 높이의 실습용 전신주에 오른 학생들은 지도 교사의 지시에 맞춰 완철(전신주 꼭대기에 가로로 놓여 전깃줄을 고정하는 쇠막대기)을 전신주에 설치하는 실습을 하면서 연신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10kg이 넘는 쇳덩이를 8m 높이의 허공에서 다루려니 어느새 작업복은 땀에 푹 젖었다. 실습 지도를 맡은 신인철 교사(45)의 눈매가 매섭다. "이건 연습에 불과해. 실전에선 태풍 부는 날에 20m 전신주 위에서 5만 볼트 고압선을 다뤄야 한다고." 24명의 실습생들은 내년 2월 졸업 예정인 서울 수도전기공업고 3학년 학생들이다. 지난달 한전 특채로 뽑힌 이들은 12월 2일까지 계속되는 14주짜리 교육을 마치면 곧바로 기능직 정규사원에 임명된다. 실습생 최 선(18) 군은 "대학에 대한 낭만을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지만 대학 나와도 한전 같은 곳에 취업할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며 "부모님도 좋아하시고 친구들도 부러워해, 가능하면 앞으로 오래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고졸 취업문, 열리기 시작했다. 굳게 닫혀 있을 줄로만 알았던 공공기관의 고졸 취업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공공기관의 고졸 취업률이 1%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본보 보도로 세상에 알려지고, 이명박 대통령이 7월 "공직사회와 공기업에서도 고졸자 취업이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공공기관들과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고졸 채용에 나서고 있다. 불과 두 달 사이, 각 기관의 현장과 학교의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본보 7월22일자 A1·3면 참조 수도공고생 24명을 특채로 뽑은 한전은 12년 만에 고졸 예정자에게 문호를 열었다. 과거에는 주로 고용노동부가 보조하는 직업훈련원에서 기능직을 충원해 왔다. 한전교육원 윤상천 배전교육팀장은 "학교에서 이론을 잘 배워서인지 가르치면 금방 금방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전신주에 올라가려면 덩치가 크고 힘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어린 것 같아 조마조마하기는 하다"고 웃었다. IBK기업은행 서울대역지점 김소나(18) 계장은 7월부터 이 곳에서 일하고 있다. 서울여상 3학년에 재학중인 학생이지만 학교에서 증권투자상담, 재경관리 등 재무관련 과목을 꼼꼼히 배운 준비된 '은행원'이다. 기업은행에서 김 계장은 벌써 유명인사다. 입사하자마자 고졸 신입사원 격려차 본점을 방문한 이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고, 여러 언론에 '15년 만의 고졸 행원'이라는 제목으로 크게 다뤄졌다. 김 계장은 "차별받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고, 어느 정도 차별을 감수하겠다고, 상처받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았는데, 기우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김원중 부지점장은 "선배들한테 싹싹하게 잘하고 무엇보다 고객에게 늘 웃는 표정으로 응대해 인기가 좋다"며 "일 잘하는 젊은 친구는 학력과 상관없이 언제나 대환영"이라고 했다. 고졸 취업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는 '경력 고졸'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롯데마트 서울역점 농산물코너에서 근무 중인 백승호(27)씨가 그런 케이스다. 백 씨는 2004년 여수 한영고 졸업 후 대학을 1년 다니다 아버지 병환으로 군 제대 후 자퇴했다. 고졸 신분으로 2007년부터 롯데마트 강변점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다가 최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백 씨는 "친구들이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있는데 취업이 잘 풀리는 것을 별로 보지 못했다"며 "나 같은 사람이 일 잘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으면 더 많은 고졸에게 기회가 열릴 것 같다"고 말했다. ●"없어서 못 보내요"-일부에선 거품 우려도 전문계고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졌다. 서울여상이 대표적이다. 이 학교 김시택 취업지도부장은 "그간 취업이 잘 된다고 해도 40% 정도는 대학 진학을 목표로 했는데, 올 1학년생은 80%가 취업을 희망했다"고 전했다.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고졸 취업 성공사례를 다루면서 전문계고 아이들이 취업에서 희망을 얻었다는 것이다. 내년 2월 삼성SDS 입사 예정인 서울여상 3학년 이은영(18) 양은 "처음에는 대학진학이 목표였지만 3학년이 되면서 무조건 대학에 가야 하는지 회의가 들었다"며 "올 들어 채용 기회가 부쩍 늘어 학교 친구들과 후배들이 좋아한다"고 전했다. 이 양과 같은 반 급우 25명 중 절반은 이미 직장에 다니고 있고, 나머지 절반도 발령대기이거나 전형이 진행 중이다. 고졸채용이 확대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일시적 유행에 그칠 수 있다며 '고졸채용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일부 공공기관들이 갑자기 고졸 채용을 늘리다 보니 급조된 채용이 많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계고 취업지도 교사는 "지난 10년간 한 번도 취업의뢰를 하지 않던 공공기관들이 애들을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늘었다"며 "정말 필요해서 요청하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공공기관들은 대개 성적 상위 4~5% 이내 학생들을 원하는데, 이 정도 상위권 학생은 1학기 초에 일찌감치 대기업, 증권사 등이 입도선매한다. 전문계고에서 신입사원을 뽑아본 적이 없는 공공기관들은 "일단 원서라도 제출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뒤 눈높이에 맞지 않는 학생들이 응시하면 "역시 쓸 만한 애들이 없다"며 고졸 채용을 포기하는 악순환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그래서 나오고 있다. 시류에 따라 고졸 채용이 늘어나다 보니 분위기가 바뀌면 언제라도 채용 요청이 감소할 것이라는 걱정이 많다. 업무를 정확히 지정하지 않은 채 '일반사무직'이라고만 통칭해 취업의뢰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그 회사에 가면 무슨 일을 할지를 설명하기 곤란한 때가 많아 추천을 해 줘야 할지 망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공업계고 취업교사는 "거품이 꺼지면 올해, 내년 취업한 아이들은 로또에 당첨된 식으로 취업했다는 얘기를 듣게 될 것"이라며 "어린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실망을 안겨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오성삼 건국대 교수(교육공학)는 "고졸 채용 확대 노력이 현 정권의 이벤트로 끝나선 안 되고, 제도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후속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기업들도 직무분석을 통해 고졸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다음 달 결혼을 앞둔 직장인 A 씨(29·여)는 4월 결혼한 친구와 얘기를 나누다가 훌쩍 오른 ‘결혼 물가’를 체감했다. 같은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친구는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메이크업)’ 패키지 비용으로 230만 원을 지불했지만 A 씨는 310만 원을 부담했기 때문이다. 5개월 만에 무려 80만 원의 비용이 더 든 것. 예비부부들의 ‘필수 코스’인 스드메 가격은 드레스나 미용실 선택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것이 웨딩업체 관계자들의 말이다. ○ 수직 상승하는 ‘결혼 물가’올가을은 예비 신혼부부들에게 ‘잔인한 계절’이다. 스드메 패키지 비용부터 예물, 신혼집, 살림살이 등 각종 비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있다. 특히 결혼 준비에 필요한 서비스 항목은 실제 원가 상승과 아무런 상관없이 폭등하고 있다. 예물 가격도 많이 올랐다.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돈(3.75g)당 21만4170원이던 금 소매가격은 올 9월 현재 28만3140원으로 32.2%나 급등했다. 다이아몬드의 가격도 30∼40% 상승했다. 서울 종로귀금속의 한 예물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500만 원 정도면 반지, 목걸이, 귀걸이 등으로 구성된 예물 세트 3개 정도를 구입할 수 있었지만 요새는 금값이 많이 올라 그 돈으로는 1, 2개 세트밖에 살 수 없다”고 했다.신혼물가 상승세는 통계청의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에서도 확인된다. 서울의 경우 신혼살림에 꼭 필요한 35개 품목 중 22개의 물가지수가 올해 8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보다 올랐다. 올해 8월 주방용품 물가지수는 7.8%, 가구는 5.4%, 침구 및 직물은 6.1%, 가정용 기구는 1% 상승했다.○ 전세난, 금융위기에 무방비 노출된 신혼부부예비부부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신혼집 구하기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 주택 전세가격지수는 8월 현재 전년 동월 대비 12.7%나 올랐다. 특히 아파트는 전세금이 16.7%, 매매가는 9.2% 상승했다. 가격뿐만 아니라 물량 자체가 적은 것도 문제다. 최근 가까스로 신혼 전셋집을 얻었다는 한 남성은 “서울에서 전세를 얻으려면 몇 달씩 기다려야 하고, 집주인들이 보증부 월세(반전세)를 선호하다 보니 신혼부부에게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부실 저축은행 때문에 자금이 묶이거나 결혼준비자금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최근 글로벌 재정위기가 터지면서 손해를 본 이들도 많다. 내년 1월 결혼하는 김모 씨(32)는 예금보호한도인 5000만 원 이하로 12월 만기 예금에 돈을 넣었다가 최근 저축은행 영업정지로 자금이 묶였다. 12월 결혼을 앞둔 이모 씨(31)는 “결혼준비자금을 놀리기 아까워 7월 중순 주식시장에 투자했다가 20%가량을 손해봤다”며 “전셋집도 못 구한 상황에서 결혼준비자금까지 잃고 나니 앞날이 캄캄하다”고 털어놨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