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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도입 사업 중개 과정에서 국방비 500여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는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65)이 자신이 다니는 교회를 돈세탁 창구로 활용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이 회장이 장로를 맡고 있는 서울의 한 교회와 일광그룹 계열사의 핵심 관계자들을 체포해 본격적인 자금 추적에 나섰다. 합수단은 전날 체포한 일광그룹 계열사 솔브레인의 임원 조모 씨(49)를 상대로 EWTS 중개 과정과 중개료 수수 과정을 조사 중이다. 조 씨는 이 회장이 시무장로 겸 건축위원장으로 있는 서울의 한 교회 담임목사의 동생이다. 조 씨는 솔브레인이 터키 하벨산의 EWTS 연구개발 용역을 재하청받는 과정에서 비용을 부풀린 혐의(사기)로 체포됐지만 이 회장과 하벨산 간 중개 과정 전반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9년 11월 이 회장이 하벨산 한국지사장인 K 씨(43·터키인)에게 로비 자금을 건넬 땐 직접 양측 간 의견 조율 창구 역할도 했다. 합수단은 이번 EWTS 관련 비리에서도 표면적으로는 방위사업청과 하벨산이 직접 계약을 맺었지만 이 회장 측이 중간에서 거액의 중개료를 챙기는 과정에서 교회를 자금 세탁 창구로 활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합수단은 11일 이 교회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장부와 무기 거래 관련 서류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합수단 관계자는 “이 회장이 다니는 교회를 포함해 이 회장의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회장은 2004∼2006년 제2차 불곰사업(러시아에 준 차관을 무기로 돌려받는 사업) 중개료 73억5200만 원을 세탁할 때도 이 교회를 활용한 바 있다. 이 사건으로 이 회장은 구속 기소됐고, 당시 법원은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하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합수단은 이날 이 회장을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합수단은 이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 회장 측은 “계약금은 방사청 등 군 관계자들이 주도적으로 정했고,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지만 연구개발이 실제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조건희 becom@donga.com·신나리 기자}

“한 번 바람 피웠다고, 한 번의 폭행만으로 32년을 산 여자가 여기까지 왔겠습니까? 그날 저는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생명의 위협을 받았습니다.” 방송인 서세원 씨(59)의 부인 서정희 씨(55·사진)가 법정에서 결혼생활 내내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에 시달려 왔다고 털어놓았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유환우 판사 심리로 열린 서세원 씨의 4차 공판기일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부인 서 씨는 “19세 때 남편을 만나 부적절한 성폭행 같은 것을 당해 2개월 만에 결혼했다. 내 삶은 거의 포로생활이었다”고 밝히며 오열했다. 앞서 서세원 씨는 지난해 5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오피스텔 지하 2층 로비에서 부인 서 씨를 폭행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재판에서 서정희 씨는 “남편이 요가실로 끌고 가서 바닥에 눕힌 뒤 배 위에 올라타 한 손으로 전화를 걸고 다른 손으로 목을 졸랐다”며 “순간적으로 오줌을 쌌고 혀가 튀어나오고 눈알이 터지는 줄 알았다”고 주장했다. 서정희 씨는 “‘죽는구나’ 하면서 남편에게 살려 달라고 손으로 빌었다”며 “요가실로 들어갈 때 차분히 들어간 이유는 남편이 흥분하면 반사적으로 순종하는 모드가 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증인신문에 앞서 검찰은 부인 서 씨가 바닥에 넘어진 채 서세원 씨에게 다리를 붙잡혀 엘리베이터 안으로 끌려가는 모습이 담긴 해당 건물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서세원 씨는 이에 대해 “공인이고 연예인이니까 집에 들어가서 조용히 얘기하자고 말했지만, 아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구조를 요청하고 감옥에 보내버리겠다’며 발버둥쳐 제지하려다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서정희 씨는 지난해 3월 남편의 여자 문제로 부부 사이에 다툼이 있었고 사과를 요구했지만 남편이 오히려 “그 여자를 건드리면 가만 안 두겠다, 이혼을 요구하면 죽이겠다”고 협박한 뒤 집을 나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두 달 만에 다시 만나게 되면서 사건이 벌어졌다고 밝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검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제 전화를 외면하지 않고 검찰청에 나와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입니다.” 법복 대신 하늘색 수의를 입은 최민호 전 수원지법 판사(43)가 법정에서 자신을 수사했던 검사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 심리로 열린 1차 공판에서 최 전 판사는 “제가 그날 새벽에 오시라고 했을 때 만약 오시지 않았다면 제가 이 자리에 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수사 당시 심리적으로 흔들리던 자신을 붙잡아 준 데 대한 감사 인사였다. ‘명동 사채왕’ 최모 씨(61·수감 중)로부터 사건 무마 청탁과 함께 2억6864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 전 판사의 ‘참회’는 올해 1월 1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뒷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10개월 만에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최 전 판사는 혐의를 끝까지 부인했고 검찰은 18일 오전 1시쯤 그를 돌려보냈다. 그런데 서너 시간쯤 지나 갑자기 최 전 판사가 검찰에 전화를 걸어왔다. “지금 들어가서 사실대로 말하겠다.” 수사 검사는 다시 검찰청으로 들어왔고 최 전 판사는 금품 수수 사실을 털어놓았다. 최 씨까지 소환해 대질조사도 벌였다. 지난달 사표가 수리돼 일반인 신분으로 법정에 선 최 전 판사는 “그렇게 진술한 것은 제가 믿는 신앙도 있고, 특히 집사람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고서는 같이 살기 힘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내 모든 것을 다 잃고, 오해를 받아도 그 이야기는 꼭 하고 싶었다”고 했다. 최 전 판사는 부인에게 먼저 모든 사실을 털어놨고, 부인의 설득에 자백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판사는 “금품 수수 사실은 모두 인정한다”면서도 “알선한 사건 자체가 없어 알선수재에 해당하지 않고 금품 수수 경위가 일부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남편분과 내연 관계입니다. 둘 사이에 낳은 네 살짜리 아들도 있고요.” 2008년 12월 초, 병실로 찾아온 한 40대 여성이 말했다. 간암 투병 중인 송모 씨(65)를 간호하던 부인 김모 씨(62)와 가족들은 낯선 이의 갑작스러운 방문과 폭탄선언에 기가 막혔다. 알고 보니 송 씨가 2003년부터 두 집 살림을 했고, 2004년 얻은 혼외자 A 군 양육에 물심양면 지원하며 아빠 노릇을 해왔던 것. 1973년 송 씨와 결혼해 세 자녀를 두고 35년을 해로한 김 씨에겐 날벼락과도 같았다. 자녀들도 난데없이 등장한 이복동생의 존재에 당혹스러웠다. 가장에 대한 배신감도 잠시, 김 씨와 자녀들은 곧바로 재산 지키기에 나섰다. 부부가 서적 도매업으로 일궈 온 수십억 원의 재산을 빼앗길 수도 있겠다는 위기의식에서였다. 송 씨가 죽기 전에 송 씨의 부동산 등 상속재산 일부에 대해 증여 절차를 밟았다. 한편 내연녀로부터는 장남 명의의 아파트 1채 소유권을 이전해주는 대신 “내연관계를 청산하고 추가로 돈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A의 친자확인 요구와 재산 상속을 포기한다”는 합의각서를 받아 공증까지 받았다. 송 씨는 그해 12월 20일 사망했다.양측이 굳게 믿은 사전 포기 각서는 과연 효력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각서는 법적으로 무효다. 친자확인 내지 인지 청구는 혼외자 본인이 마음대로 포기할 수 없는 고유한 법적 권리이기 때문이다. 혼외 자녀가 친부모를 상대로 자기 자식임을 확인해 달라는 ‘인지 청구권’은 신분관계상 권리여서 포기할 수 없고, 포기하기로 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해도 효력이 없다. 각서대로 아파트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자 A 군 측이 2009년 2월 제기한 인지 청구 소송에서 서울가정법원 재판부도 이 때문에 양측의 합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어 “유족들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유전자 검사에 응하지 않았고 송 씨가 A 군 출산 시 수술 청약서를 작성했으며 출생 후 육아에 참여한 점 등으로 미뤄 A 군은 송 씨의 친아들이 맞다”고 판결했다. 친자 확인 이후 분쟁은 상속분 청구로 이어졌다. A 군 측은 “혼외자도 엄연히 상속 재산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고 김 씨와 자녀들은 “우리 가족이 힘들게 일해 불린 재산을 줄 수 없다”며 맞섰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부장판사 이수영)는 A 군이 제기한 상속분상당가액지급청구 소송에서 “상속 포기는 상속이 개시된 후부터 가능하고 혼외자가 상속권을 청구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 행사”라며 “A 군도 공동상속인으로서 상속 재산을 나눠 가질 수 있다”고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송 씨가 죽은 뒤에야 개시되는 상속에 대해 미리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이미 자녀들이 나눠 가진 재산을 포함해 상속분을 재산정한 뒤 “김 씨 등 4명이 A군에게 21억6229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결국 김 씨와 자녀들이 받은 내연녀의 각서는 종이조각에 불과했던 셈이다. A 군처럼 혼외 자녀들도 친부모가 사망한 뒤 상속이 개시되면 상속권을 주장할 수 있다. 우선 사망 사실을 안 날로부터 2년 내에 인지 소송이나 친생자부존재확인 재판을 통해 공동상속인으로 인정을 받으면 된다. 상속전문 법무법인 천명의 경태현 변호사는 “간통죄가 폐지된 후 형사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져 혼외자 가족들의 호적 등록이나 상속 요구와 같은 권리 찾기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속분상당가액지급청구권 ::생부·생모가 사망한 뒤 인지 소송 등을 통해 공동상속인이 된 사람이 기존 공동상속인들을 상대로 자신의 상속분에 상당하는 액수를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 재판에서 역술인 이모 씨(58)가 “세월호 참사 당일 정윤회 씨를 만났다”고 증언했다. 두 사람이 사고 당일 만났다는 지난해 10월 31일 동아일보 최초 보도 이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 씨는 “보도 이후 (정 씨와) 연락한 적도, 만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동근) 심리로 9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공판에서 이 씨는 “세월호 참사 당일인 지난해 4월 16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반쯤까지 서울 평창동 집에서 정 씨와 점심식사를 했다”고 밝혔다. 생명융합센터를 운영한다고 말한 이 씨는 “나라의 큰 사고가 벌어진 날인데 기억 못할 리가 있겠느냐”며 “그날 식사자리에 동석한 센터 측 사무총장이 메모를 해뒀고, ‘배가 침몰했는데 희생이 크다고 한다’고 말해서 분명하게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정 씨와 한 달에 한두 번 만나 군자학과 음식문화를 주제로 이야기했다고도 진술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31일 세월호 사고 당일 만났다는 동아일보 보도가 나간 이후 왕래가 끊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나도 미안하고, 정 씨도 미안했는지 서로 연락을 안 했다”고 덧붙였다. 또 지난해 8월 29일쯤 평소대로 안부전화를 나누던 중 정 씨가 “세월호 당일 총재님(이 씨를 지칭) 집에서 만났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말하자 당일 함께 식사했던 사실을 확인해 준 바 있다고도 증언했다. 다만 박 대통령에 관한 이야기는 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1월 이 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한 정 씨가 “박지만 씨 미행 의혹 등으로 매스컴에 집중적으로 오르내릴 때 이 씨가 매일 전화해서 위로 인사를 건넸다”는 취지로 발언한 데 대해 이 씨는 “혹시 마음 상한 일이 있다면 매사 감사하는 마음으로 잊으라고 했다. 박 씨와 정 씨 사이에 끼어들 이유도, 박 씨에 대해 말할 이유도 없다”고 설명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회사 합병으로 새 주식을 배정받은 이들이 2400억 원대의 증여세 부과 처분을 놓고 세무당국과 다툰 소송에서 승소했다. 국세청이 3000억 원 규모의 세금 추징 여부를 놓고 4년째 송사를 벌이고 있는 일명 ‘선박왕’ 과세액과 맞먹는 수준이다. 국세청은 최근 고액 세금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고 있어, 일단 과세부터 한 뒤 소송 대응엔 무기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경란)는 장모 씨 등 8명이 “합병 이후 배정받은 새 주식에 대한 증여세 부과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역삼세무서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장 씨 등의 소송 대리는 국내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태평양이 맡았다. 2007년 12월 20일 비상장법인인 A사는 B사를 흡수 합병했다. 장 씨 등은 B사의 주식 25만7143주를 회사 대표로부터 명의신탁을 받아 보유하다가 합병 후 1:0.4의 비율로 새로운 합병회사의 주식 10만2857주를 배정받게 됐다. 이들은 종전 보유 주식에 대해선 증여세를 자진 신고하거나 세무당국의 과세 처분에 따라 이미 세금을 납부한 상태였다. 문제는 합병 후 새 주식이었다. 서울국세청은 2013년 11월 증여세 조사를 실시한 뒤 “새롭게 배정받은 주식도 명의신탁한 것”이라며 총 2417억 원의 2차 과세 처분을 내렸다. 장 씨 등은 “새 주식은 합병 전 보유하고 있던 종전 주식의 대체물”이라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국세청이 주장하는 주식의 교환과는 달리 회사 합병의 경우 합병 신주는 기존의 대체물이나 변형물에 불과하다”며 장 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난민 신청 받아주세요!” 2013년 11월 아프리카인 모하메드 씨는 세 번의 여객기 환승으로 꼬박 이틀 걸려 낯선 한국 땅에 발을 디뎠다. 그의 고국은 2011년 분리독립 이후에도 지속적인 교전과 내전으로 총성이 끊이질 않는 수단. 북수단 정부의 강제징집에 응하지 않고 입영을 피해 교외로 도망쳤다가 천신만고 끝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 땅은 냉정했다. “전쟁이 같은 형제자매를 죽이는 데 이용되고 제가 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남들도 죽일 수 있다”는 ‘출국의 변(辯)’에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난민인정심사에 회부할만한 명백한 사유가 없고 모하메드 씨가 난민인정 신청사유 등에 관해 거짓된 진술로 일관하고 있다”며 입국을 불허했다. 영어에 서툰 탓에 진술을 오락가락한 것이 주된 문제였다. 난민 지위를 얻기 위한 모하메드 씨의 고독한 여정이 시작됐다. 그는 출국대기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공익 변호사를 선임해 송환 대기실에서 나갈 수 있게 해달라는 인신보호 청구소송, 변호사를 접견할 수 있게 해달라는 헌법소송, 정식으로 난민 심사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행정소송 등 3건을 제기했다. 지난해 4월 인천지법은 대기실 수용이 법적 근거가 없다며 모하메드 씨의 손을 들어줬고, 그제야 그는 5개월 만에 출국 대기실 신세에서 벗어나 면세점 매장이 자리한 환승구역으로 자리를 옮겼다. 며칠 뒤에는 송환 대기실 내 난민 신청자의 변호인 접견권을 허가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 가처분도 나왔다. 행정소송 1심 재판부는 “수단이 내전 상황에 있고 모하메드 씨가 수단 정부의 형사처벌 대상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난민인정심사에 회부하지 않은 결정은 해당 처분청이 재량을 일탈하거나 남용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행정6부(부장판사 윤성근)도 “난민 신청 사유가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요건’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난민’ 지위를 확인할 기회마저 박탈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모하메드 씨 진술의 진위를 명백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심사에 회부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공항 당국이 상고를 포기해 1월 말 확정된 이 판결로 모하메드 씨는 정식 난민 심사를 신청하게 됐다. 한국에 도착한 지 1년 3개월 만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20대 여성 문하생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유명 웹툰 작가 A 씨(42)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이민걸)는 강제추행 및 폭행 혐의로 구속기소된 A 씨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A 씨는 2013년 10월 만화가 지망생 B 씨 등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가던 중 B 씨가 일행 중 한 명에게 “갈매기살이 어디야?”라고 묻는 것을 듣고 손가락으로 B 씨의 가슴을 찌르며 “여기가 갈매기살이야”라고 말했다. 평소에도 A 씨는 B 씨에게 “너는 궁뎅이가 엄청 크다” “나는 새디스트다. 그래서 나는 가학적인 것이 좋다. 때리면서 희열을 느끼고 때리고 나면 기분이 개운하다”라는 말을 즐겨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2월에는 B 씨가 거부하는데도 목과 어깨를 주물렀고, 50cm 플라스틱 자로 B 씨의 엉덩이와 골반 부위를 때리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성년 여성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찌르거나 엉덩이를 때리는 행위 등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며 A 씨에게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문하생인 피해자를 반복적으로 추행하고 폭행해 죄질이 불량하다”면서도 “피해의 정도가 비교적 중하지 않고,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며 집행유예로 감형했다. A 씨는 약초를 소재로 그린 웹툰으로 여러 차례 표창을 받은 바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테러한 김기종 씨(55)는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리퍼트 대사에게 미안하다. 한미관계가 악화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범행 당시 입었던 생활한복 차림에 오른쪽 다리에 깁스를 하고 휠체어를 탄 상태였다. 동석했던 김 씨 측 황상현 변호사는 ‘범행이 계획적이었던 것 아니냐’는 검찰 측의 추궁에 다소 격한 감정을 드러내며 “살해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맞받아친 것으로 전해졌다. 심문을 마치고 종로경찰서로 이송된 김 씨는 간혹 미소를 지으며 “미국대사 빨리 치료되게 합시다”라고 했다가도 일부 취재진의 질문에는 다소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북한 서적을 북한에서 갖고 왔느냐’는 질문에는 “미쳤어요, 내가 가져오게”라고 답했고 ‘지시한 사람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네이버에서 김기종 뒤져보면 다 나와요”라고 답했다. 김 씨는 2007년 분신 시도 이후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를 후원하는 인터넷 카페에도 ‘화상으로 인한 스트레스성 정신과 치료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글이 올라온 바 있다. 김 씨는 본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도 지난해 5월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의 규탄 시위 이후 착시와 환청 증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았다는 글을 올렸다. 한편 김진태 검찰총장은 이날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검사장 간담회에서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주한 미국대사가 흉기로 공격 당해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줬다”며 “사회 전체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테러 등 범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검찰청은 김 씨처럼 반사회적 테러를 저지른 범인에 대해 전자발찌 부착을 적극 청구할 방침이다. 살인미수죄가 적용된 김 씨에게는 전자발찌 부착 명령이 함께 청구될 가능성이 높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조동주 기자}
서울중앙지법 민사50단독 신영희 판사는 환경운동연합이 이명박 정부 때 국립환경과학원장을 지낸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을 각하했다고 5일 밝혔다. ‘4대강 전도사’로 불렸던 박 교수는 2012년 3월 펴낸 저서 ‘부국환경이 우리의 미래다’에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은 경부고속도로와 같은 사회간접시설로 국가를 부강하게 할 것”이라며 적극 옹호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박 교수가 이 책에서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환경단체들이 이런 점을 도외시한다고 주장하고 친북 좌경화된 운동으로 몰아 명예를 훼손했다”며 위자료 3000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신 판사는 “수백 개에 이르는 4대강 반대 환경단체를 단순히 환경단체 일반으로 지칭한 뒤 북한의 핵실험 등에 침묵한다고 ‘친북’이라고 평가하고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지 않는다며 ‘좌파’라고 평가했다고 해서 민법상 손해배상 의무가 있는 명예훼손이라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6일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뒤 간통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이들의 재심 청구가 전국 법원에 잇따르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3일까지 전국 법원에 간통죄 재심을 청구한 사람은 16명(14건)이다. 이 가운데 위헌 결정이 난 다음 날인 지난달 27일에만 서울남부지법 등에 5건이 접수됐다. 위헌 결정을 사유로 재심을 청구한 것으로 확인된 첫 사례는 경기 수원과 강원 춘천에서 나왔다. 지난달 27일 수원지법에는 배우자가 있음에도 9차례 간통을 저질러 2012년 1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A 씨(40·여)가 간통죄 위헌 결정을 이유로 재심을 청구했다. 같은 날 춘천에서도 재심 청구가 접수됐다. 간통죄에 대한 헌재의 마지막 합헌 결정이 있었던 다음 날인 2008년 10월 31일 이후 유죄가 확정된 사람에게 재심 청구 자격이 있다. 실형으로 복역했다면 구금 기간에 따라 국가를 상대로 형사보상금을 청구할 수도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08년부터 최근까지 간통죄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은 사람은 5300여 명으로, 이 중 구제 대상자는 최대 3000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길거리 음란 행위로 물의를 빚었던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53)이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변호사 등록 신청을 냈다가 사실상 거부당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서울변호사회는 이날 심사위원회를 열고 지난달 26일 변호사 등록을 신청한 김 전 지검장의 입회 여부에 대해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김 전 지검장의 등록 거부가 확정되면 서울변호사회 새 집행부가 사회적 물의를 빚거나 부적절한 처신으로 법원 검찰 현직에서 물러난 이들의 변호사 등록을 막겠다고 공언한 뒤 나온 첫 사례가 된다. 다만, 서울변호사회 심사위는 김 전 지검장의 치료 여부 및 의사의 치료 완료 확인서, 기타 소명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추가 제출 서류를 검토한 뒤 심사를 속행하기로 결정했다. 김 전 지검장은 지난해 8월 공연음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제주지검장직에서 사직한 뒤 같은 해 11월 치료조건부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서울변호사회는 회칙 제9조 제3항에 따라 회원이 되고자 하는 자의 입회 신청이 있을 때 입회의 적정성을 심사한다. 또 입회 및 등록심사규정 제6조 제1항에 따라 자격요건을 구비하지 않은 자 또는 징계사유에 해당하거나 기타 사유로 입회에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자에 한해 입회를 거부할 수 있다. 앞서 김한규 신임 서울변호사회장(45·사법연수원 36기)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이들이 변호사 업계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이들의 입회 신청을 임기 2년 내내 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 결정에 따라 과거 간통 행위로 퇴직한 공무원도 복직할 수 있을까. 2008년 10월 31일 이후 퇴직한 경우라면 일부 구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10월 31일 이후에 간통죄로 형이 확정돼 이미 퇴직한 공무원은 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면 국가를 상대로 공무원 지위 확인 소송을 내 법원 판결에 따라 해당 행정기관에 복직 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심사를 신청한다고 모두 복직이 이뤄지는 건 아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27일 “간통 혐의로만 형이 확정됐다면 복직 가능성이 높겠지만 다른 혐의는 없었는지, 죄질 정도는 어땠는지 사안별로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가를 상대로 퇴직 기간에 받지 못한 급여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정년이나 재취업 등의 이유로 복직보다는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나 미지급 급여 청구 소송 등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현재 간통 혐의로 조사 중이거나 진행 중인 공무원은 형법상 처벌 사유가 되지 않아 형이 확정되더라도 당연 퇴직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공무원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당연 퇴직 조치된다. 그러나 형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를 할 수 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김한규 서울변호사회 신임 회장(45·사법연수원 36기·사진)은 “부적절한 처신을 한 고위공직자 출신에 대해 2년 임기 내내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대법관 검찰총장 등이 부적절한 처신으로 논란이 됐다면 변호사는 해도 되는 건가”라고 반문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런 분들이) 사람들에게 잊혀질 만하면 으레 변호사회 문을 두드리는데 변호사업계로 들어오는 것을 거부한다는 분명한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입회 및 등록심사 규정’ 6조에 따라 회장은 자격 요건을 구비하지 않거나 기타 사유로 입회에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해서는 입회를 거부할 수 있다. 형사 처벌을 받은 경우 현행 변호사법에 의해 변호사 등록을 할 수 없지만, 형사처벌을 받지 않더라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만으로 변호사 등록을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공연음란 행위로 체포됐다가 풀려난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이나 혼외자 의혹이 불거진 채동욱 전 검찰총장, ‘막말 댓글’ 논란으로 사표를 낸 이영한 전 수원지법 부장판사 등은 서울에서 변호사 등록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취임한 하창우 신임 대한변협 회장(61·연수원15기)도 전관예우 타파를 위해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 신청안 철회를 권고하고 개업을 제한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삶은 매순간 쉽지 않았다. 대학입시는 5번 떨어지고 6번째 친 후기대 시험에서 간신히 붙었고, 사법고시는 11전 12기로 서른넷의 나이에 합격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세가 기울어 생업 전선에 직접 뛰어들게 됐을 때도 사는 게 녹록지 않다고 느꼈다. 그래도 법률서적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사회에 기여할 것인가….’ 인생 최대의 숙제를 풀기 위해 법조인이 되겠다고 결심한 이상 멈출 수 없었다.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 신임 회장(45·사법연수원 36기)을 소개할 때 항상 ‘비주류’ ‘입지전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명문대 출신이 넘쳐나는 법조계에서 가천대 출신 첫 법조인인 그의 당선은 화제가 됐다. 다소 ‘남다른’ 이력으로 변호사 업계에 발을 디딘 그가 내세운 공약은 ‘사법시험 존치’였다. “스스로의 힘으로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건 사시 제도 덕분이었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기 2년간 1만1600여 명의 서울지역 변호사들을 이끌게 된 김 회장을 설 연휴 직전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법시험을 준비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두 가지였다. 우선은 대학에 입학해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됐는데 마침 내 전공이 법학이었고, 법률가가 되면 일정부분 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교에 대한 애교심은 있지만 사실 명문대는 아니잖나. 소개팅을 나가든 어딜 가나 ‘어느 대학 다니세요?’라는 질문을 받게 됐다. 그때 알았다. 사회적으로 썩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을. 사시는 그때 느꼈던 사회적 소외감, 객관적인 스펙을 넘어설 수 있는 매력적인 시험이었다. 제일 어려운 시험에 합격해 당당히 실력을 인정받고 싶었다.” ―사시 도전이 쉽지 않았을 텐데…. “학교나 주변에서도 상당히 말렸다. 사시 최종 합격은커녕 1차 합격자도 없었으니 당연했다. 그때는 인터넷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수단도 없었다. 신림동 고시촌에 가서 ‘헌법 교과서는 어떤 교수의 책을 봐야 하고…’ 식으로 귀동냥하는 게 전부였다. 공부 요령도 없으니 시행착오만 몇 년을 했다. 학교에서 처음으로 고시 공부를 시작하다 보니 함께 공부할 사람도 없었다. 내가 콜럼버스이긴 한데 이게 미국으로 가는 건지, 남반구로 가는 건지 알 수가 있나. 혼자서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유일한 지원군인 어머니께서 ‘한규, 넌 될 수 있다’고 끊임없이 응원해주셨다. 포기할 순 없었다.” ―합격했을 때 소감은…. “1996년 1차 합격 때는 그저 깜짝 놀랐다. 공부를 잘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현실로 와 닿지 않았다. 고시촌 식당 서빙 아르바이트, 독서실 총무 가리지 않고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살아갈 때였다. 2004년 최종 합격 발표 때는 모두가 깜짝 놀랐다. 나보다 주변에서 더 기뻐했다. 이길여 당시 총장님도 첫 합격자가 배출됐다고 매우 기뻐하셨다. 나는 그때도 안 될 줄 알았다. 발표 당일에도 음식쓰레기 짊어지고 수거하는 차량이 오기를 기다렸다. 발표가 났을 때, 속으로 ‘또 고시 안 해도 되는구나. 정말 다행이다’라는 생각만 몇 번을 했는지 모른다. 생을 마감해도 내가 공부하던 도중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어머니께 드릴 말씀은 있구나 싶었다. 아버지도 합격한 걸 보고 돌아가셨다. 이쯤이면 인생에서 절반 정도는 성공한 것 아닌가 싶어 마음이 놓였다.” ―‘비주류’여서 좋은 점이 있나. “행동할 때 편하다. 농담으로 내게 전화 걸 사람이 아무도 없다. 법원 검찰 인사나 로스쿨의 부적절한 학사관리를 비판할 때, 대형 로펌의 비리 대응한다고 징계를 내린다 해도 대학 선배, 고향 선배라는 이름으로 압력을 넣을 이가 아무도 없다. 적어도 공명정대하고 소신 있게 할 수 있다는 게 나의 큰 장점이다. 내가 눈치 보는 건 국민밖에 없다. 이런 점에 대한 신뢰가 있어서 변호사들이 지지해준 것 아닌가 싶다. 사시 존치 주장만으로는 당선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시는 왜 존치돼야 하나. “절대선은 아니지만 사시가 필요한 이유는 하나다. 학벌, 재력, 나이, 성별 등 일체의 고려 없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누구에게나 주어진다는 것이다. 내가 만약 로스쿨 체제에서 법조인을 꿈꿨다면 비싼 등록금, 보이지 않는 나이 제한에 금방 포기했을 것이다. 땀 흘린 만큼 시험 치를 기회를 공정하게 부여한다는 점에서 사시는 필요하다.” ―로스쿨 체제를 흔들려 하는 것은 아닌가 “경쟁을 하자는 것이다. 로스쿨 출신과 연수원 출신이 서로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연구하고, 상호 견제를 해야 법조계가 투명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실 로스쿨은 퇴출시키고 그 인원만큼 사시 합격 인원수를 늘리면서 균형을 유지해가면 된다. 2017년 사시 폐지 예정 법안을 막기 위해 올해 안에 정기국회에서 입법 발의할 예정이다.” ―사시 존치 외에 재임하는 동안 꼭 하고자 하는 정책이 있다면…. “부적절한 처신을 보였던 고위공직자 출신에 대해 임기 내내 입회를 막을 예정이다. 직위는 중요하지 않다. 대법관 검찰총장 등이 부적절한 처신으로 논란이 됐다면 변호사는 해도 되는 건가. 변호사법은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고 돼 있다. 부적절한 전관들이 변호사로 입회하는 건 분명히 거부한다는 선례를 남길 것이다. 두 번째로는 변호사법 위반 사범을 정화시킬 것이다. 법조 브로커라고 불리는 이들을 물러나게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변호사 전문화 교육에 힘쓸 예정이다. 단순 강의를 넘어서 특화된 강사진을 초빙해 조세, 공정거래, 노동, 특허 등 심화 교육의 장을 열 계획이다.”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있고 국내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은데…. “변호사가 사무실에 앉아 있지 말고 직접 국민을 찾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기업 하청업체를 찾아가서 불공정거래로 인해 피해 입은 것은 없는지 상담한다든지, 각종 사고 사건 현장에 가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공약들은 어떻게 이행해 나갈 계획인가. “공약사항 추진표가 있는데 얼마나 이행됐는지 매일 보고를 받는다. 취임 2주 만에 스무 개 넘는 공약 중 하나를 이행했다. 출산한 여성 변호사들의 월 회비를 1년 동안 면제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여성 변호사들이 일과 가사를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 정책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대법원에서 추진하는 상고법원에 대한 견해는…. “조건부 찬성이다. 법관 50명 이상으로 운영되고 외부 인사가 재판부에 참여할 수 있고, 심리불속행 기각 제도가 전면 폐지된다면 대화할 부분이 있다.” ▼김한규 회장은▼-1970년 서울 출생-1988년 서울 상문고 졸업-1994년 가천대 법학과 졸업-2004년 사법시험 46회 합격-2007년 변호사 개업 -2008년 법무법인 현우 구성원 변호사 -2009년 서울 강남구·경기 성남시 정신보건심판위원회 심판위원 -2010년 가천대학교 초빙교수 -2013년 서울지방변호사회 제2부회장 -2014년 서울중앙지법 조정위원 -2015년 1월∼ 제93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 결정에 따라 구제 대상과 절차도 관심사다. 간통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거나 이미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이들의 향방에 대해 살펴봤다. 그동안 간통죄로 처벌받은 사람은 10만여 명이지만 구제 대상은 2008년 10월 31일 이후 3000여 명만 해당된다. ○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 헌재가 마지막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2008년 10월 30일은 이번 위헌 결정을 소급하는 기준이다. 국회는 지난해 5월 간통죄 폐지에 따른 법적 혼란을 막기 위해 헌법재판소법을 미리 손질했다. 이에 따라 마지막 합헌 결정 다음 날인 2008년 10월 31일 이후 간통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나 유죄가 확정된 경우 이번 결정의 영향을 받게 된다. 수사 중인 사건은 모두 무혐의 결정된다. 재판이 진행 중이라면 공소취소로 법원이 면소 판결을 내려 피고인은 무죄로 풀려나게 된다. 이혼소송 중 부인에게서 간통 혐의로 고소당한 가수 탁재훈 씨(47), 방송인 김주하 씨(42)로부터 간통 혐의로 고소당한 남편 강모 씨 등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게 된다. 행위 시점과 공소 제기가 마지막 합헌 결정 이후 이뤄졌기 때문이다. 1심 또는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판결 확정 전인 경우 항소나 상고를 통해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고, 계속 중인 상급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무죄를 구형하게 된다.○ 유죄 확정된 경우 2008년 10월 31일 이후 유죄가 확정된 사람은 재심 청구 자격을 얻어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08년 10월 31일부터 2015년 2월 24일까지 간통죄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은 사람은 5348명으로, 이 중 실형을 선고받은 이는 110명(약 2%), 집행유예는 3168명(약 59.2%)이다. 1·2·3심을 통틀어 실질적인 구제 대상자는 최대 3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실형을 선고받고 형이 집행 전인 경우에는 형 집행이 면제되고, 집행 중인 경우 나머지 형에 대한 집행이 면제된다. 구속됐던 사람은 구금 기간에 따라 형사보상금도 청구할 수 있다. 재심 청구가 곧바로 무죄 판결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재심 범위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2008년 재판 과정에서 간통죄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며 당시 간통죄 폐지 여론을 선도한 배우 옥소리(본명 옥보경·47) 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남편 박철 씨로부터 2007년 팝페라 가수와 간통한 혐의로 고소당한 옥 씨는 합헌 결정 이후인 2008년 12월 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옥 씨처럼 마지막 합헌 결정을 전후로 간통 행위 시점과 유죄 판결 시점이 걸쳐 있다면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간통 행위 시점이 2008년 10월 30일 이전이라면 당시 법(합헌)에 따라 유죄로 인정돼 재심을 청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또 다른 판사는 “유죄 확정 판결 시점이 2008년 10월 31일 이후이므로 개정된 헌재법 취지에 따라 행위와 관계없이 무효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법원이 실제 재심 청구 결정을 어떻게 내리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보험 가입 후 2년 뒤 자살하는 경우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특별 약관을 내걸고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생명보험사에 대해 법원이 “약관대로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이 불거진 뒤 나온 첫 판결로, 판결이 확정되면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01단독 박주연 판사는 박모 씨 등 2명이 삼성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 소송에서 “특약에 따른 재해사망보험금 1억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박 씨 등은 2006년 8월 아들의 이름으로 보험을 들면서 재해사망 시 일반보험금 외에 1억 원을 별도로 주는 특약에도 가입했다. 약관에는 피보험자가 자살할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규정했으나 단서 조항이 분쟁의 씨앗이 됐다.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경우나 특약 보장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난 뒤 자살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박 씨 측은 “2년이 지난 뒤 자살했으므로 보험금 1억 원을 달라”고 주장했고, 삼성생명은 “자살은 원칙적으로 재해보험금 대상이 아니다”라며 거절했다. 박 판사는 “2년 경과 자살도 정신질환 자살과 동일하게 재해 범위를 확장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두 가지 자살을 나눠서 달리 해석해야 한다’는 삼성생명의 주장에 대해선 “문언의 구조를 무시하는 무리한 해석이며 일부만을 무효로 돌리는 것은 고객에게 불리한 해석 방법”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4월 말 기준으로 17개 생보사가 미지급한 자살보험금은 모두 2179억 원이며 재해사망 특약이 들어간 보험계약 건수는 281만7173건이다. 미지급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금감원 통보에 보험사들은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가입자들은 공동 소송으로 맞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보험 가입 후 2년 뒤 자살하는 경우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특약 약관을 내걸고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생명보험사에 대해 법원이 “약관대로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이 불거진 뒤 나온 첫 판결로, 판결이 확정되면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01단독 박주연 판사는 박모 씨 등 2명이 삼성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 소송에서 “특약에 따른 재해사망보험금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박 씨 등은 2006년 8월 아들의 이름으로 보험을 들면서 재해 사망시 일반 보험금 외에 1억 원을 별도로 주는 특약에도 가입했다. 약관에는 피보험자가 자살할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규정했으나 단서 조항이 분쟁의 씨앗이 됐다.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경우나 특약 보장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난 뒤 자살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박 씨 측은 “2년이 지난 뒤 자살했으므로 보험금 1억 원을 달라”고 주장했고, 삼성생명은 “자살은 원칙적으로 재해보험금 대상이 아니다”라며 거절했다. 박 판사는 “2년 경과 자살도 정신질환 자살과 동일하게 재해 범위를 확장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두 가지 자살을 나눠서 달리 해석해야 한다’는 삼성생명의 주장에 대해선 “문언의 구조를 무시하는 무리한 해석이며 일부만을 무효로 돌리는 것은 고객에게 불리한 해석방법”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은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8월 ING생명에 대해 종합검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검사 결과, ING생명은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자살보험 규정을 일반 사망이 아닌 재해사망 특약(일반사망보험금의 2배 이상)에 넣었다가, 보험 가입자가 보험금 지급을 요구하자 표기상 실수라며 재해사망 보험금이 아닌 일반사망 보험금을 지급했다. ING생명이 보험 가입자에 지급하지 않은 보험금은 560억 원에 달했다. 앞서 ING생명 등 일부 생명보험사들은 약관에 ‘재해사망 특약 가입 후 2년이 지나 자살하면 재해사망보상금을 지급한다’고 명시해 놓고도 보험금이 절반 이하인 일반사망 보험금을 지급해 왔다. 지난해 4월 말 기준으로 17개 생보사가 미지급한 자살보험금은 2179억 원이며 재해사망 특약이 들어간 보험계약 건수는 281만7173건이다. 미지급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금감원 통보에 보험사들은 소송으로 시비를 가르겠다며 가입자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공동 소송으로 맞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청소년 동의 아래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단순히 보관만 했다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최근 대법원은 비슷한 사건에서 유죄를 확정한 바 있는데 두 사건의 유무죄를 가른 건 당사자의 진정한 동의 여부였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A 양(17)과의 성관계 장면을 촬영한 김모 씨(27)의 아청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대법원 재판부는 △13세 이상 아동·청소년의 진정한 동의가 있고 △촬영자가 성관계의 당사자이며 △판매, 대여, 배포 등의 목적이 없다면 ‘보호받아야 할 사생활’이라고 판단했다. 김 씨는 2012년 1월 사귀던 A 양과 모텔에서 성관계를 하면서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찍었다. 영상을 본 A 양은 “지워 달라”고 부탁했고, 김 씨는 “네가 알아서 하라”고 말했다. A 양은 바로 삭제 버튼을 눌렀다. 이후 김 씨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제작 및 배포 혐의로 2012년 기소됐다. 대법원 판례는 상대방의 동의가 있어도 사리 분별력이 없어 진정한 동의로 보기 어려운 청소년을 촬영했거나 진정한 동의가 있어도 배포 목적이 인정되면 유죄로 인정하고 있다. 최근 대법원은 충남 보령의 초등학교 교사 정모 씨(33)가 10대 여아들과의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해 보관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확정했다. 정 씨는 일부 피해자로부터 동의를 얻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성적 행위에 관한 자기 결정권을 자발적이고 진지하게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고, 피해자들이 찍지 말라고 만류했음에도 정 씨가 계속 촬영한 사실도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청소년 동의 아래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단순히 보관만 했다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최근 대법원은 비슷한 사건에서 유죄를 확정한 바 있는데 두 사건의 유무죄를 가른 건 당사자의 진정한 동의 여부였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A 양(17)과의 성관계 장면을 촬영한 김모 씨(27)의 아청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대법원 재판부는 △13세 이상 아동·청소년의 진정한 동의가 있고 △촬영자가 성관계의 당사자이며 △판매, 대여, 배포 등의 목적이 없다면 ‘보호받아야 할 사생활’이라고 판단했다. 김 씨는 2012년 1월 사귀던 A 양과 모텔에서 성관계를 하면서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찍었다. 영상을 본 A 양은 “지워 달라”고 부탁했고, 김 씨는 “네가 알아서 하라”고 말했다. A 양은 바로 삭제 버튼을 눌렀다. 이후 김 씨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제작 및 배포 혐의로 2012년 기소됐다. 대법원 판례는 상대방의 동의가 있어도 사리 분별력이 없어 진정한 동의로 보기 어려운 청소년을 촬영했거나 진정한 동의가 있어도 배포 목적이 인정되면 유죄로 인정하고 있다. 최근 대법원은 충남 보령의 초등학교 교사 정모 씨(33)가 10대 여아들과의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해 보관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확정했다. 정 씨는 일부 피해자로부터 동의를 얻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성적 행위에 관한 자기 결정권을 자발적이고 진지하게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고, 피해자들이 찍지 말라고 만류했음에도 정 씨가 계속 촬영한 사실도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