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형

이세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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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세형 국제부장입니다. 카이로특파원, 카타르 아랍센터 방문연구원을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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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16~2025-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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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드론 방어망 확충” 사우디 추가 파병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피격을 계기로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이 병력 수백 명을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에 추가 파병하기로 했다. 20일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와 UAE의 요청을 받아들여 두 나라에 대한 추가 파병을 지시했다고 미 국방부가 밝혔다. 미국은 6월 이란의 군사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병력 2000여 명을 중동에 파병했다. 미 국방부는 이번 추가 파병에 대해 “방어적 성격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14일 사우디 석유시설의 공격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미국은 이번 추가 파병을 통해 미사일 방어 관련 장비를 사우디와 UAE에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에서 나타났듯 무인기(드론)같이 기존 방공망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도발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비하겠다는 뜻이다.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은 “어떤 시스템도 이번 공격 같은 것을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다층적인 방어 시스템은 이란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드론과 다른 공격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또 이 지역에 전투기를 추가 배치하고,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의 활동 기한을 연장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이처럼 추가 파병되는 미군이 방공망 관련 임무를 주로 담당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란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조치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우리는 장전 완료됐다”고 밝히는 등 이란에 대한 군사 대응을 검토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다음 날 “이란과의 전쟁을 피하고 싶다. 이란도 협상을 원한다”며 유연하게 대응할 것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추가 파병 발표에 앞서 이란 국영 중앙은행과 국부펀드 등에 대한 제재를 단행하면서 “이것은 최고 수준의 제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피해 당사자’인 사우디 역시 지속적으로 이란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군사적 조치 언급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우디 영문매체 아랍뉴스에 따르면 아딜 알 주비르 사우디 외교담당 국무장관은 21일 “국가 안보와 안정을 위해 조사 결과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겠다”며 “이란과 달리 사우디는 이란을 향해 미사일, 드론, 총탄을 발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3일부터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 때 미국이 사우디 석유시설 피격 문제를 어떤 식으로 부각시키느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유엔 총회에는 미국의 동맹국 정상은 물론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 등도 참석할 예정이다. 한편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을 감행했다고 자처한 예멘의 친이란 성향 후티 반군은 20일 사우디에 군사적 행위를 서로 중단하자며 휴전을 제안했다. 후티 최고정치위원회(SPC)의 마흐디 알 마샤트 의장은 반군이 운영하는 알마시라방송을 통해 “사우디 영토에 대한 드론과 미사일 등 모든 종류의 공격을 중단하겠다”며 “사우디가 예멘의 영토에 대한 모든 종류의 공격을 중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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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 폭행해도 뒤탈 없어…유조선 나포 이란 혁명수비대는?[글로벌 포커스]

    이란 혁명수비대(IRGC·The Islamic Revolutionary Guard Corps)는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서도 특히 많은 주목을 받는 군사조직이다. 올해 내내 계속된 미국과의 갈등에서 최전선에 섰고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과도 걸핏하면 충돌하고 있다. 이란의 해외 군사 활동은 사실상 모두 혁명수비대가 담당한다. 14일 사우디 원유시설 피격도 주도했을 가능성이 높다.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는 자신들의 소행이라 주장하고 있으나 미국과 사우디는 모두 이란이 직접 공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의 소행임을 뒷받침하는 증거도 속속 발견되고 있다. 6월부터 이어진 원유 수송로 호르무즈해협에서의 서방 유조선 나포 등도 혁명수비대가 주도하고 있다. 중동 전문가들이 “혁명수비대가 곧 이란 그 자체”라며 ‘정부 위의 정부’라고 부르는 이유다.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에서 일개 군사조직이 어떻게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에 맞먹는 힘과 권위를 갖게 됐을까.○ ‘정부 위의 정부’ 혁명수비대는 이슬람 혁명 두 달 후인 1979년 4월 탄생했다. 현지에서는 페르시아어로 ‘수호군’을 뜻하는 ‘파스다란’으로 더 유명하다. 친미 팔라비 왕조를 무너뜨린 아야톨라 호메이니를 위시한 일군의 혁명세력들이 “이슬람 공화국 체제를 보호하려면 정규군과 별도의 군사 조직이 필요하다”며 만들었다. 총사령관 등 주요 간부들은 지금도 시아파 최고 성직자 겸 국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가 직접 임명한다. 혁명수비대는 육해공군, 특수전 및 해외 작전을 담당하는 정예부대 ‘쿠드스’, 민병대 조직 ‘바시즈’ 등 크게 5개 단위로 나뉜다. 전체 병력 규모는 12만5000∼15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40만 정규군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란 헌법은 혁명수비대의 역할을 ‘쿠데타 및 외국 간섭을 방어해 이슬람 체제를 수호하라’고 규정한다. 정규군은 국내 질서 유지 및 국경 방어로 각각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했다. 한마디로 자국 정규군조차 혁명수비대의 제어 대상이 될 수 있다. 미국, 사우디, 바레인 등이 혁명수비대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이유는 역설적으로 혁명수비대의 위상과 영향력이 그만큼 막강하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대통령도 폭행… 시아파 성직자 권위도 능가 이란에서 혁명수비대의 위세는 상상을 초월한다. 신정일치 국가에서 ‘이슬람 수호’란 업무는 그야말로 모든 일을 관장할 수 있는 초법적 권한을 의미한다. 선거로 선출된 행정수반인 대통령도 이들에겐 자신의 아랫사람처럼 보일 뿐이다. 혁명수비대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전임자인 ‘강경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63)이 집권하던 2005∼2013년 세를 대폭 불렸다. 외교안보 정책을 주도하고 헌법이 정규군 업무로 규정한 국내 질서 유지도 사실상 이들의 관할로 넘어갔다. 계기는 아마디네자드가 재선한 2009년 6월 대선이었다. 부정선거 논란이 심했던 탓에 같은 해 12월까지 전국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혁명수비대는 집권층 내부의 우려에도 유혈 진압을 통해 시위를 끝냈다. 이 과정에서 당시 모하마드 알리 자파리 총사령관(62)과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격렬하게 충돌했다. 독일 dpa통신 등이 공개한 위키리크스 문건에 따르면 2010년 초 두 사람은 혁명수비대의 유혈 진압을 두고 공개석상에서 언쟁을 벌였다. 격분한 자파리가 아마디네자드의 얼굴을 가격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수틀리면 대통령을 폭행할 수 있고 그런 일을 벌여도 제재가 전혀 없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자파리는 2007년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무려 12년간 총사령관을 지냈다. 이런 그의 눈에 2015년 서방 5개국과 핵합의를 체결한 ‘온건파’ 로하니 대통령이 곱게 보일 리 없다. 그와 주요 간부들은 로하니 대통령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교장관의 온건 실용주의형 외교를 반대한다. 이들의 반발은 미국이 지난해 5월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깼을 때 극에 달했다. 당시 자파리 총사령관은 “정부가 서방이라는 외부의 힘에 의존했던 게 문제”라며 로하니 정부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2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2011년 내전 발생 후 처음으로 이란을 방문했을 때도 혁명수비대의 영향력이 확인됐다. 아사드가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로하니 대통령과 회담을 할 때 자리프 외교장관 대신 카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이 배석했다. 이들의 영향력은 이제 자신들을 탄생시킨 성직자 집단을 능가할 기세다. 가디언 등은 2009년 반정부 시위 당시 혁명수비대의 권위가 시아파 최고위 성직자들을 능가했으며 비슷한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유명 기업 다수 보유한 ‘공기업 재벌’ 군사 조직이지만 경제력도 막강하다. 정확한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혁명수비대가 직접 소유하거나 직간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국영 및 민간 회사가 이란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뉴욕타임스(NYT), 미국의소리(VOA) 등에 따르면 혁명수비대의 경제활동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30%에 달한다. 정확한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이 돈이 언제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도 철저히 베일에 가려 있다. 건설·에너지사 ‘하탐 알안비야’, 석유·천연가스업체 ‘오리엔탈오일키시’, 자동차업체 ‘바흐만그룹’, 건설사 ‘하라’ 등 이란을 대표하는 유명 기업이 혁명수비대 관할이라는 점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특히 하탐 알안비야는 철도, 항만, 도로 등 주요 인프라 사업을 독식하며 돈을 쓸어 담고 있다. 미국이 올해 4월 혁명수비대를 테러단체로 지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혁명수비대와 이슬람 최고 지도자 몇몇이 출처를 알 수 없는 막대한 돈을 주무르는 만큼 이들의 돈줄부터 차단해야 이란의 강경 노선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이슬람 수호’란 명목하에 자신들의 배만 불린다고 비판한다. 해외에 거주하는 상당수 이란인들은 “혁명수비대가 반(反)서방, 반개방 노선을 고수하는 이유는 신앙 때문이 아니다. 시장을 개방하면 유명 외국 기업이 이란에 진출해 자신들이 소유한 회사와 경쟁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마디로 이란이 폐쇄된 상태로 있어야 자신들이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을 취하므로 서방과의 대화를 거부한다는 의미다.○ IS 퇴치 등 전투 실력도 뛰어나 외교, 정치, 경제 등 사회 각 분야를 주무른다고 해서 본연의 군사 역량이 뒤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혁명수비대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퇴치에도 상당한 공을 세웠다. 2014년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국가를 선포한 IS는 2017년까지 상당한 군사 능력을 보유했다. 당시 미국과 프랑스 등 서방은 공군력을 동원해 공격에 나섰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혁명수비대는 이와 달리 지상군을 직접 투입했다. IS 퇴치에 나선 쿠드스 특수부대원은 본인들도 직접 싸웠을 뿐 아니라 이라크와 시리아의 현지 시아파 민병대를 교육하는 데도 열심이었다. 체계적 군사 훈련을 받고 무기 지원까지 받은 현지 민병대들은 IS 퇴치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IS와의 전투로 600여 명의 대원을 잃었음에도 혁명수비대는 IS와의 일전을 멈추지 않았다. 올 들어 IS는 사실상 궤멸 상태다. 한 외신 중동전문기자는 기자에게 “쿠드스 부대원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민병대를 단기간에 체계적으로 훈련시켰다. 본인들이 직접 나선 전투에서도 강경하게 IS와 맞섰다”고 전했다.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2006년 34일간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일 때도 혁명수비대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 헤즈볼라는 혁명수비대로부터 지원받은 수백 대의 로켓을 발사했고 이스라엘인 160여 명이 숨졌다. 한 군사외교 전문가는 “중동에서 혁명수비대보다 나은 군사 역량을 갖춘 조직은 이스라엘정규군(IDF)뿐”이라며 “사우디 등 걸프만 수니파 아랍국들은 넘쳐나는 오일달러를 바탕으로 최신식 무기는 많이 확보했지만, 실제 이를 운용하는 역량도, 실전 경험도 적다”고 진단했다. 이번 사우디 석유시설 피습 후 이란의 공격용 무인기(드론) 개발 및 운용 역량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드론은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한 탄도미사일과 전투기 등에 비해 값싸고 운용이 쉬울 뿐 아니라 파급 효과도 엄청나다. 1980년대부터 드론을 개발한 이란은 올해 3월 드론 50여 대를 동시에 띄우는 대규모 비행 훈련을 실시했다. 최근 5000m 고도에서 1000km까지 정밀 타격할 수 있는 공격용 드론도 선보였다. 군사 드론 분야에서는 미국에 맞먹는 세계 최강자로 꼽힌다. 미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인터리스트가 “드론, 사이버 공격 등 이란의 비전통적 무기가 미 안보에 점점 큰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한 이유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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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뭉쳐야 이란 이긴다” 트럼프, 아랍판 나토 ‘MESA’ 추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최근 ‘아랍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로 불리는 ‘중동전략동맹(MESA·Middle East Strategic Alliance)’ 창설을 중동 핵심 외교안보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MESA는 아랍 연합군으로 반미 국가 이란을 제어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미국 워싱턴의 아랍 전문 싱크탱크 아랍센터,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 카타르 등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을 필두로 요르단 등 친미 성향 수니파 아랍국까지 포함시켜 MESA를 구성하려 한다. 미국이 MESA를 추진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개별 아랍국 군대가 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한 이란의 우수한 군사력에 맞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론이 있다. 또 비용 문제로 해외 주둔 미군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감안할 때 미국이 과거처럼 중동 분쟁에 적극 개입하기가 어려워졌다. MESA가 출범하면 미 첨단 전투기들을 꾸준히 구입해온 수니파 아랍국의 특성상 공군력에서는 이란을 앞설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후 40년간 서방의 경제 제재를 겪어 해외 신무기 도입에 한계가 많았다.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같은 수니파 국가라 해도 주요국 간 갈등이 상당하다. 사우디, UAE, 바레인은 2017년 이란과 부쩍 밀착한다는 이유로 카타르와 단교했다. 카타르와 이란은 아라비아해에서 천연가스 유전을 공유하는 처지다. 예멘 내전에서 각각 정부군과 남부 분리주의파를 지원해온 사우디와 UAE의 갈등도 최근 부쩍 심해졌다. 쿠웨이트와 오만 등도 특정 세력에 가담하기보다 중립 노선을 걷겠다는 분위기다. 카타르 아랍조사정책연구원의 마르완 카발란 정책분석본부장은 알자지라 기고를 통해 “집단 안보체제에는 ‘한 국가를 위해 모두가 희생할 수 있다’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현재 MESA 참여를 논의하는 나라들은 이런 원칙을 전혀 공유하고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MESA 참여가 거론되는 나라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지니고 있다. 이마드 하브 아랍센터 연구본부장은 “이란을 강하게 압박하다가도 갑자기 트위터로 ‘언제든 대화할 수 있다’고 발언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신뢰가 떨어졌다”고 꼬집었다. 천문학적 돈이 필요한 출범 및 운영비 논의는 아직 시작조자 못 했다. 다만 14일 사우디 석유시설 피습 이후 압델아지즈 알루와이셰그 GCC 사무차장은 “MESA 창설을 서둘러야 한다”는 글을 사우디 영문매체 아랍뉴스에 기고했다. 이란의 안보 위협이 커진 만큼 수니파 중동국이 설립에 박차를 가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천신만고 끝에 MESA가 탄생한다고 해도 과제가 많다. 무엇보다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을 필두로 다양한 실전을 겪어온 이란에 비해 수니파 연합국의 실전 경험은 현격히 부족한 편이다. 또 이란 정규군과 혁명수비대는 투철한 애국심과 풍부한 실전 경험으로 무장했지만 수니파 중동국 군대는 용병이 대부분이라 기세 싸움에서부터 밀린다는 지적도 있다. 아무리 돈과 신무기로 무장한다고 해도 이 차이를 쉽게 좁히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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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이란 국영은행 제재…군사옵션 항상 준비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이란 국영은행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18일 트위터를 통해 “48시간 안에 이란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지 꼭 이틀만이다. 미국은 14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정유사 아람코의 핵심 석유 시설 2곳에 대한 공격 주체가 이란이라는 입장을 줄곧 강조하고 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국영은행 제재 사실을 밝혔다. 동석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 은행이 이란의 마지막 자금원이었다”고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대이란 군사 대응 질문을 받고 “미국은 항상 준비돼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이틀 전 캘리포니아주 재선 유세 현장에서도 취재진에게 “최후의 군사 옵션은 전쟁에 돌입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언급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아람코 측은 이번 공격으로 생산 차질을 빚은 쿠라이스유전의 산유량이 이달 말까지 정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람코 측은 현장을 찾은 취재진에게 “이달 말까지 원유 생산량이 공격 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될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는 주 7일, 하루 24시간 복구 작업을 분주하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사우디 측은 나머지 1곳인 아브카이크의 시설 정상화 시점이 언제일 지는 밝히지 않았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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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틀리면 대통령도 폭행…‘정부 위의 정부’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체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The Islamic Revolutionary Guard Corps)는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서도 특히 많은 주목을 받는 군사조직이다. 올해 내내 계속된 미국과의 갈등에서 최전선에 섰고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과도 걸핏하면 충돌하고 있다. 이란의 해외 군사 활동은 사실상 모두 혁명수비대가 담당한다. 14일 사우디 원유시설 피습도 주도했을 가능성이 높다.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는 자신들의 소행이라 주장하고 있으나 미국과 사우디는 모두 이란이 직접 공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의 소행임을 뒷받침하는 증거도 속속 발견되고 있다. 6월부터 이어진 원유 수송로 호르무즈해협에서의 서방 유조선 나포 등도 혁명수비대가 주도하고 있다. 중동 전문가들이 “혁명수비대가 곧 이란 그 자체”라며 ‘정부 위의 정부’라고 부르는 이유다.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에서 일개 군사조직이 어떻게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에 맞먹는 힘과 권위를 갖게 됐을까. ● ‘정부 위의 정부’ 혁명수비대는 이슬람 혁명 두 달 후인 1979년 4월 탄생했다. 현지에서는 페르시아어로 ‘수호군’을 뜻하는 ‘파스다란’으로 더 유명하다. 친미 팔라비 왕조를 무너뜨린 아야톨라 호메이니를 위시한 일군의 혁명세력들이 “이슬람 공화국 체제를 보호하려면 정규군과 별도의 군사 조직이 필요하다”며 만들었다. 총사령관 등 주요 간부들은 지금도 시아파 최고 성직자 겸 국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가 직접 임명한다. 혁명수비대는 육해공군, 특수전 및 해외 작전을 담당하는 정예부대 ‘쿠드스’, 민병대 조직 ‘바시즈’ 등 크게 5개 단위로 나뉜다. 전체 병력 규모는 12만5000~15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40만 정규군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란 헌법은 혁명수비대의 역할을 ‘쿠데타 및 외국 간섭을 방어해 이슬람 체제를 수호하라’고 규정한다. 정규군은 국내 질서 유지 및 국경 방어로 각각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했다. 한마디로 자국 정규군조차 혁명수비대의 제어 대상이 될 수 있다. 미국, 사우디, 바레인 등이 혁명수비대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이유는 역설적으로 혁명수비대의 위상과 영향력이 그만큼 막강하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대통령도 폭행… 시아파 성직자 권위도 능가 이란에서 혁명수비대의 위세는 상상을 초월한다. 신정일치 국가에서 ‘이슬람 수호’란 업무는 그야말로 모든 일을 관장할 수 있는 초법적 권한을 의미한다. 선거로 선출된 행정수반인 대통령도 이들에겐 자신의 아랫사람처럼 보일 뿐이다. 혁명수비대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전임자인 ‘강경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63)이 집권하던 2005~2013년 세를 대폭 불렸다. 외교안보 정책을 주도하고 헌법이 정규군 업무로 규정한 국내 질서 유지도 사실상 이들의 관할로 넘어갔다. 계기는 아마디네자드가 재선한 2009년 6월 대선이었다. 부정선거 논란이 심했던 탓에 같은 해 12월까지 전국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혁명수비대는 집권층 내부의 우려에도 유혈 진압을 통해 시위를 끝냈다. 이 과정에서 당시 모하마드 알리 자파리 총사령관(62)과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격렬하게 충돌했다. 독일 dpa통신 등이 공개한 위키리크스 문건에 따르면 2010년 초 두 사람은 혁명수비대의 유혈 진압을 두고 공개석상에서 언쟁을 벌였다. 격분한 자파리가 아마디네자드의 얼굴을 가격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수틀리면 대통령을 폭행할 수 있고 그런 일을 벌여도 제재가 전혀 없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자파리는 2007년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무려 12년간 총사령관을 지냈다. 이런 그의 눈에 2015년 서방 5개국과 핵합의를 체결한 ‘온건파’ 로하니 대통령이 곱게 보일 리 없다. 그와 주요 간부들은 로하니 대통령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교장관의 온건 실용주의형 외교를 반대한다. 이들의 반발은 미국이 지난해 5월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깼을 때 극에 달했다. 당시 자파리 총사령관은 “정부가 서방이라는 외부의 힘에 의존했던 게 문제”라며 로하니 정부의 정책을 정면 비판했다. 2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2011년 내전 발생 후 처음으로 이란을 방문했을 때도 혁명수비대의 영향력이 확인됐다. 아사드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로하니 대통령과 회담을 할 때 자리프 외교장관 대신 카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이 배석했다. 이들의 영향력은 이제 자신들을 탄생시킨 성직자 집단을 능가할 기세다. 가디언 등은2009년 반정부 시위 당시 혁명수비대의 권위가 시아파 최고위 성직자들을 능가했으며 비슷한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유명 기업 다수 보유한 ‘공기업 재벌’ 군사 조직이지만 경제력도 막강하다. 정확한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혁명수비대가 직접 소유하거나 직간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국영 및 민간 회사가 이란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뉴욕타임스(NYT), 미국의소리(VOA) 등에 따르면 혁명수비대의 경제활동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30%에 달한다. 정확한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이 돈이 언제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도 철저히 비밀에 가려져 있다. 건설·에너지사 ‘하탐 알안비아’, 석유·천연가스업체 ‘오리엔탈오일키시’, 자동차업체 ‘바흐만그룹’, 건설사 ‘하라’ 등 이란을 대표하는 유명 기업이 혁명수비대 관할이라는 점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특히 하탐 알안비아는 철도, 항만, 도로 등 주요 인프라 사업을 독식하며 돈을 쓸어 담고 있다. 미국이 올해 4월 혁명수비대를 테러단체로 지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혁명수비대와 이슬람 최고지도자 몇몇이 출처를 알 수 없는 막대한 돈을 주무르는 만큼 이들의 돈줄부터 차단해야 이란의 강경 노선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이슬람 수호’란 명목하에 자신들의 배만 불린다고 비판한다. 해외에 거주하는 상당수 이란인들은 “혁명수비대가 반(反)서방, 반개방 노선을 고수하는 이유는 신앙 때문이 아니다. 시장을 개방하면 유명 외국 기업이 이란에 진출해 자신들이 소유한 회사와 경쟁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마디로 이란이 폐쇄된 상태로 있어야 자신들이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을 취하므로 서방과의 대화를 거부한다는 의미다.● IS 퇴치 등 전투 실력도 뛰어나 외교, 정치, 경제 등 사회 각 분야를 주무른다고 해서 본연의 군사 역량이 뒤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혁명수비대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퇴치에도 상당한 공을 세웠다. 2014년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국가를 선포한 IS는 2017년까지 상당한 군사 능력을 보유했다. 당시 미국과 프랑스 등 서방은 공군력을 동원해 공격에 나섰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혁명수비대는 이와 달리 지상군을 직접 투입했다. IS 퇴치에 나선 쿠드스 특수부대원은 본인들도 직접 싸웠을 뿐 아니라 이라크와 시리아의 현지 시아파 민병대를 교육시키는데도 열심이었다. 체계적 군사 훈련을 받고 무기 지원까지 받은 현지 민병대들은 IS 퇴치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IS와의 전투로 600여 명의 대원을 잃었음에도 혁명수비대는 IS와의 일전을 멈추지 않았다. 올 들어 IS는 사실상 궤멸 상태다. 한 외신 중동전문기자는 기자에게 “쿠드스 부대원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민병대를 단기간에 체계적으로 훈련시켰다. 본인들이 직접 나선 전투에서도 강경하게 IS와 맞섰다”고 전했다.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2006년 34일간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일 때도 혁명수비대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 헤즈볼라는 혁명수비대로부터 지원받은 수백 대의 로켓을 발사했고 이스라엘인 160여 명이 숨졌다. 한 군사외교 전문가는 “중동에서 혁명수비대보다 나은 군사 역량을 갖춘 조직은 이스라엘정규군(IDF)뿐”이라며 “사우디 등 걸프만 수니파 아랍국들은 넘쳐나는 오일달러를 바탕으로 최신식 무기는 많이 확보했지만, 실제 이를 운용하는 역량도, 실전 경험도 적다”고 진단했다. 이번 사우디 석유시설 피습 후 이란의 공격용 무인기(드론) 개발 및 운용 역량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드론은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한 탄도미사일과 전투기 등에 비해 값싸고 운용이 쉬울 뿐 아니라 파급 효과도 엄청나다. 1980년대부터 드론을 개발한 이란은 올해 3월 드론 50여 대를 동시에 띄우는 대규모 비행 훈련을 실시했다. 최근 5000m 고도에서 1000㎞까지 정밀 타격할 수 있는 공격용 드론도 선보였다. 군사 드론 분야에서는 미국에 맞먹는 세계 최강자로 꼽힌다. 미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인터리스트가 “드론, 사이버 공격 등 이란의 비전통적 무기가 미 안보에 점점 큰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한 이유다.● 아랍판 나토 탄생 가능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최근 ‘아랍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로 불리는 ‘중동전략동맹(MESA·Middle East Strategic Alliance)’ 창설을 중동 핵심 외교안보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MESA는 아랍 연합군으로 반미 국가 이란을 제어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미국 워싱턴의 아랍 전문 싱크탱크 아랍센터,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 카타르 등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을 필두로 요르단 등 친미 성향 수니파 아랍국까지 포함시켜 MESA를 구성하려 한다. 미국이 MESA를 추진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개별 아랍국 군대가 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한 이란의 우수한 군사력에 맞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론이 있다. 또 비용 문제로 해외 주둔 미군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감안할 때 미국이 과거처럼 중동 분쟁에 적극 개입하기가 어려워졌다. MESA가 출범하면 미 첨단 전투기들을 꾸준히 구입해온 수니파 아랍국의 특성상 공군력에서는 이란을 앞설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후 40년간 서방의 경제 제재를 겪어 해외 신무기 도입에 한계가 많았다.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같은 수니파 국가라 해도 주요국 간 갈등이 상당하다. 사우디, UAE, 바레인은 2017년 이란과 부쩍 밀착한다는 이유로 카타르와 단교했다. 카타르와 이란은 아라비아해에서 천연가스 유전을 공유하는 처지다. 예멘 내전에서 각각 정부군과 남부 분리주의파를 지원해온 사우디와 UAE의 갈등도 최근 부쩍 심해졌다. 쿠웨이트와 오만 등도 특정 세력에 가담하기보다 중립 노선을 걷겠다는 분위기다. 카타르 아랍조사정책연구원의 마르완 카발란 정책분석본부장은 알자지라 기고를 통해 “집단 안보체제에는 ‘한 국가를 위해 모두가 희생할 수 있다’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현재 MESA 참여를 논의하는 나라들은 이런 원칙을 전혀 공유하고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MESA 참여가 거론되는 나라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지니고 있다. 이마드 하브 아랍센터 연구본부장은 “이란을 강하게 압박하다가도 갑자기 트위터로 ‘언제든 대화할 수 있다’고 발언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신뢰가 떨어졌다”고 꼬집었다. 천문학적 돈이 필요한 출범 및 운영비 논의는 아직 시작조자 못 했다. 다만 14일 사우디 석유시설 피습 이후 압델아지즈 알루와이셰그 GCC 사무차장은 “MESA 창설을 서둘러야 한다”는 글을 사우디 영문매체 아랍뉴스에 기고했다. 이란의 안보 위협이 커진 만큼 수니파 중동국이 설립에 박차를 가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천신만고 끝에 MESA가 탄생한다고 해도 과제가 많다. 무엇보다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을 필두로 다양한 실전을 겪어온 이란에 비해 수니파 연합국의 실전 경험은 현격히 부족한 편이다. 또 이란 정규군과 혁명수비대는 투철한 애국심과 풍부한 실전 경험으로 무장했지만 수니파 중동국 군대는 용병이 대부분이라 기세 싸움에서부터 밀린다는 지적도 있다. 아무리 돈과 신무기로 무장한다고 해도 이 차이를 쉽게 좁히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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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우디로 날아간 폼페이오 “이란의 ‘전쟁행위’ 용납 못해”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피격 배후로 지목한 이란에 대해 추가 제재를 거론하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8일 취재진으로부터 이란 공격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군사 공격 외에도 많은 방안을 갖고 있다. 강화된 제재를 48시간 안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최후의 방안은 전쟁 돌입을 의미하지만 지금 그것을 말하고 있지는 않다”고 대응 수위를 조절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사우디 지다에서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나 대응책을 논의했다. 미 국무부는 “공격적이고 무모하며 위협적인 행동에 대해 이란 정권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양국이)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특히 사우디로 가는 전용기 안에서 “이란의 공격은 사우디에 대한 직접적 ‘전쟁행위(act of war)’”라고 맹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19일 CNN 인터뷰에서 ‘미국이나 사우디가 이란을 공격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전면전(all-out war)으로 갈 것이다. 매우 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AP통신은 이 발언이 전날 폼페이오 장관의 ‘전쟁 행위’ 발언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자리프 장관은 그러면서 “나는 우리가 군사적 갈등에 직면하는 걸 원치 않는다는 진중한 성명들을 발표해왔다”고 덧붙였다. 피격 배후를 놓고 미국과 이란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미 CBS방송은 18일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이번 공격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CBS는 또 미국이 이란 혁명수비대가 남서부 아바즈 공군 기지에서 공격 준비를 하는 모습을 담은 위성사진을 가지고 있다고도 보도했다. 사우디 군도 자국 석유시설을 공격한 무인기(드론) 및 미사일 잔해를 이날 공개하며 이들 무기가 ‘이란제’라고 밝혔다. 사우디군은 무인기가 사우디 남부인 예멘이 아니라 이란 방향인 북쪽에서 날아오는 동영상도 공개했다. 반면 이번 공격의 주체라고 주장해온 예멘 후티 반군은 14일 공격에서 자신들이 사용한 무인기 기종을 구체적으로 밝히며 자신들의 소행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들은 “(이번 공격에) 작전 반경 1500∼1700km인 장거리 무인기와 최근 개발한 제트엔진 장착 신형 무인기가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사우디가 후티 반군 근거지에서 피격 지점까지 거리가 1000km 이상 떨어진 점을 들어 이란이 배후라고 주장한 데 대해 반박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수니파 맹주’ 사우디가 ‘시아파 맹주’ 이란에 대한 군사대응을 주도할 가능성도 제시한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2017년 하메네이를 ‘히틀러’에 비교할 만큼 이란에 적대적이다. 다만 사우디의 부실한 방공망과 이란의 강력한 군사력을 감안할 때 강경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버나드 헤이컬 프린스턴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무함마드 왕세자는 잃을 것이 많다. 하지만 옆집에 사는 방화범(이란)은 잃을 게 없고 정밀하게 계속 타격할 역량도 있다”고 진단했다. 카이로=이세형 turtle@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2019-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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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네타냐후 5선 연임 적신호에 “총선 이후 통화 안해” 거리두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노골적으로 지지해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7일 진행된 총선에서 부진하며 5선 연임에 빨간불이 켜지자 실망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거 직전과 달리 네타냐후 총리와의 친분이나 지지 메시지를 밝히지 않은 채,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식의 중립적 발언만 하고 있는 것이다. 18일 이스라엘 영문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로스앤젤레스 방문 중 기자들이 이스라엘 총선에 대해 묻자 “네타냐후 총리와 총선 뒤 대화를 하지 않았다”며 “결과가 아주 박빙이다”라고 말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총선 뒤 발언은 유권자들의 막판 표심 잡기가 한창이던 14일 트위터를 통해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총선 뒤 미-이스라엘 상호방위조약을 개선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히며 ‘네타냐후 띄우기’에 나섰던 것과 큰 차이가 있다. 당시 네타냐후 총리도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유대국가(이스라엘)가 백악관에 이렇게 위대한 친구를 둔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4월 이스라엘 총선 직전에도 골란고원의 이스라엘 영유권을 인정하는 등 확실한 친(親)네타냐후 행보를 보여 왔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지지 세력인 미국 내 보수 기독교인과 유대인들을 겨냥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많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와 결혼했고, 현재는 백악관의 ‘문고리 권력’ 역할을 하는 제러드 쿠슈너 선임고문이 유대인이며 네타냐후 총리와 매우 가깝다는 것도 친네타냐후 행보에 영향을 끼쳤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을 해결하는 이른바 ‘세기의 협상’을 주도해온 쿠슈너 선임고문은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보수층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네타냐후 총리가 확실히 연임에 실패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이스라엘 정책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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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년 장기집권-부패 스캔들에… 네타냐후 5번째 총리 도전 빨간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70)의 5선 연임에 빨간불이 켜졌다. 18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전일 총선 투표를 90% 이상 개표한 결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보수 리쿠드당이 전체 120석 중 31석을 얻었다. 베니 간츠 전 육군참모총장(60)의 중도 청백당(32석)에 1석 뒤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요르단강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의 이스라엘 영토 편입, 미-이스라엘 상호방위조약 진전 등을 앞세워 보수 유권자를 공략했다. 하지만 13년 6개월의 장기 집권에 따른 피로감, 잇따른 부패 스캔들을 극복하지 못했다. 최장수 총리인 그는 1996∼1999년, 2009년부터 현재까지 총리를 지내고 있다. 다만 두 정당 모두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최종 승자는 확정되지 않았다. 최종 투표 결과가 나오면 대통령이 연정 구성 가능성이 높은 당수에게 연정 구성권을 준다. 이를 부여받은 당 대표는 42일 안에 연정을 출범시켜야 한다. 현재 리쿠드당이 중심인 우파 진영은 총 55석, 청백당이 주도하는 중도 진영은 총 56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4월 총선과 마찬가지로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전 국방장관이 이끄는 극우 ‘이스라엘 베이테이누당’이 ‘킹 메이커’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는 4월에도 군소정당 합류 여부 및 초정통파 유대교 신자의 군복무 등을 놓고 네타냐후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베이테이누당은 이번 총선에서 9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리에베르만 전 장관은 “리쿠드당과 청백당이 동시에 참여하는 대연정에만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네타냐후와 간츠 중 누가 리에베르만을 설득하느냐에 따라 차기 총리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연정 구성 및 총리 확정에 최소 몇 주가 걸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누가 총리가 되든 중동 정세에 큰 영향을 끼쳐온 이스라엘의 대외 정책은 강경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높다. 14일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공습 배후에 이스라엘의 주적인 이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등 중동 지역의 긴장이 부쩍 고조됐다. 이란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에 대한 지원을 늘리며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 시리아에도 군 기지를 세웠다. 한국이스라엘학회장인 성일광 건국대 중동연구소 연구교수는 “이란 및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에 대한 인식은 네타냐후와 간츠 간 차이가 거의 없다. 안보 강경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간츠는 유대인 정착촌 확대 등 강경 우파 행보에는 좀 더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의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면 이란, 하마스, 헤즈볼라 등의 도발이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들은 모두 최근 이스라엘에 선제공격을 당한 경험이 있는 만큼 이스라엘의 정치 혼란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 한 중동 전문가는 “이란의 군사 도발이 사우디, 호르무즈해협 등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것을 감안할 때 이스라엘도 이란에 평소보다 더 강하게 대응하게 되고, 이는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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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이란과 전쟁 피하고 싶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피폭과 관련해 이란 책임론을 강조하면서도 군사 대응에는 선을 그었다. 전날 트위터를 통해 ‘장전 완료’란 표현까지 쓰며 군사 조치를 시사했던 것에 비해 한결 신중해진 모습이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대(對)이란 군사 조치를 묻는 취재진에 “미국은 무시무시한 역량을 갖췄고 필요시 전쟁을 할 준비가 돼 있지만 확실히 그것(전쟁)을 피하고 싶다. 그들(이란)이 협상을 원하는 것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태도 변화는 보복 공격이 낳을 엄청난 부작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 중동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면 이란도 다시 사우디 등에 대규모 공격을 감행해 중동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미국과 사우디 모두 당장 이란에 군사 보복을 하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미 국방부 역시 ‘절제된 대응’을 권고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익명의 국방부 당국자들은 이번 공격이 미국인이나 미국 시설을 표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군사 대응을 하려면 미 행정부가 유효한 법적 근거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고조되면 최소 7만 명의 미 중부사령부 병력이 위험해진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비롯해 군사적 대립 가능성도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전장이 생기면 부담이 커진다고 보는 셈이다.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문제라는 ‘덫’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WP는 트럼프가 이란을 크게 위협해 국내 매파를 만족시키고 싶은 충동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핵 합의’ 업적을 이루려는 본능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문제라는 수렁에 빠지지 않기 위해 필사적이지만 자신이 약해 보이는 것은 참을 수가 없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딜레마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사거리 2000km 수준의 미사일을 상당수 보유해 사우디, 이스라엘 등 적국을 언제든 타격할 수 있다. 이번 공격을 자행했다고 주장하는 예멘 후티 반군을 포함해 이라크 남부 시아파 민병대, 레바논 헤즈볼라, 시리아 정규군 등 중동 각국 시아파 무장단체 및 민병대도 사실상 관할권에 두고 있어 이들을 동원한 지상전 및 테러작전 수행도 가능하다. 특히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등 수니파 국가의 정규군은 대부분 용병이어서 투철한 애국심과 다양한 실전 경험을 보유한 이란군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피해 당사자인 사우디도 아직 보복 공격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군 대변인인 투르키 알말리키 대령은 이날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초기 조사 결과 이번 공격에 이란제 무기가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후티 반군의 주장처럼 공격이 예멘 영토에서 시작되지도 않았다”며 이란 책임론만 거론했다. 사우디 외교부는 이번 공격 조사에 유엔과 국제 전문가를 초청하겠다고 밝히며 조사 결과에 따라 안보와 안정을 지키기 위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최지선 기자}

    • 2019-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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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겨냥한 트럼프 “사우디 공습 범인 짐작… 우린 장전 완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사 아람코에 대한 공습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며 군사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특히 공습에 사용된 드론이 예멘이 아닌 이란 방향에서 날아왔으며 이란이 미사일 공격까지 가했다는 미국 언론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단순 도발이 아닌 전쟁 수준의 무력 공격이란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일부 군사 전문가는 ‘제2의 진주만 사태’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트위터에 “공습 범인이 누구인지 알 만한 정황이 있다. 검증 결과에 따라 ‘장전 완료(locked and loaded)’ 상태”라고 썼다. 이란 배후설이 사실로 드러나면 상응하는 군사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2017년 8월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하며 ‘괌 타격’을 운운했을 때도 ‘장전 완료’ 표현을 사용했다. 이 트윗을 올리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도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ABC뉴스는 이날 정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이란이 공격 당시 순항 미사일 10여 발을 발사했다. 동원된 드론도 당초 알려진 10대가 아니라 20대 이상”이라고 전했다. 단 10대의 드론만으로 이번에 피해를 입은 표적 17개를 타격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모든 증거가 정교한 순항 미사일이 사용됐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공습에 쓰인 드론이 사우디의 남쪽인 예멘이 아니라 이란이 위치한 북서쪽에서 날아왔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한 행정부 관계자는 CNN에 “피습 시설은 모두 서쪽 및 북서쪽 부분에 공격을 받았다. 예멘에서 날아온 드론이 이런 흔적을 남기기 어렵다”고 했다. 군사 전문가 랜디 라슨 전 미 국방대(NDU) 교수도 블룸버그에 “이번 사건이 진주만 공습만큼 중대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란 배후설을 부정하고 자신들의 소행이라 주장하는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은 16일에도 트위터를 통해 “아람코에 있는 외국인과 외국 회사는 즉각 떠나라. 당신들은 여전히 우리의 표적이며 언제든 공격할 수 있다. 사우디가 즉시 예멘에 대한 침략과 봉쇄를 중단하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든 사우디를 공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시아파 무장조직이 공습 배후라고 보고 있다. 이라크 남부는 ‘정부 위의 정부’로 평가받는 이란 혁명수비대에서 해외 작전을 담당하는 쿠드스군의 활동 거점으로 알려져 있다. 이라크와 국경을 맞댄 쿠웨이트에서도 피격 직전 자국 상공을 지나는 드론을 봤다는 목격담이 잇따랐다. 이번 사태로 뉴욕 유엔 총회를 계기로 한 미-이란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16일 아바스 무사비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정상회담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고문은 15일 폭스뉴스에서 “대통령이 이달 말 뉴욕 유엔 총회 기간에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만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트위터에 “가짜뉴스들이 내가 ‘아무 조건 없이’ 이란과 만날 것으로 이야기하는데 틀렸다”며 회담 성사에 여러 조건을 내걸 것임을 시사했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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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사우디 공습 배후로 이란 지목…“정상회담 가능성은 열려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5일 하루 전 사우디아라비아 원유시설에 대한 공습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며 군사 공격을 감행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공습에 사용된 드론이 예멘이 아닌 이란 방향에서 날아왔으며 이란이 드론 외 순항 미사일 공격까지 가했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배후설을 부인하는 이란의 주장과 완전히 배치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공습 범인이 누구인지 알 만한 정황이 있다. 검증 결과에 따라 ‘장전 완료(locked and loaded)’ 상태”라고 썼다. 이란 배후설이 사실로 드러나면 상응하는 군사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2017년 8월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하며 ‘괌 타격’을 운운했을 때도 ‘장전 완료’ 표현을 사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트윗을 올리기에 앞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도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최측근 캘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도 이날 폭스 인터뷰에서 “이란 정권은 세계 에너지 공급에 필수인 민간 기반시설에 대한 공격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민주·캘리포니아)도 CBS에 “후티 반군은 이란 도움 없이 이런 공격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했다. ABC뉴스는 이날 미 정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이란이 전날 공격 당시 순항 미사일 10여 발을 발사했다. 드론의 대수도 이미 알려진 10대가 아니라 20대 이상”이라고 전했다. 이번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시설이 19곳에 달하는데 단 10대의 드론만으로 표적 19개를 타격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소식통을 인용해 “모든 증거가 정교한 순항 미사일이 사용됐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공습에 쓰인 드론이 사우디의 남쪽인 예멘이 아니라 이란이 위치한 북서쪽에서 날아왔다는 보도도 속속 등장했다. 한 미 행정부 관계자는 CNN에 “피습 시설은 모두 서쪽 및 북서쪽 부분에 공격을 받았다. 예멘에서 날아온 드론이 이런 흔적을 남기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다른 관계자는 로이터에 “이란에 이번 사태의 책임이 있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어떻게 해도 빠져나갈 수 없다”고 했다. 일부 중동 매체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시아파 무장조직이 진짜 공습 배후라고 전했다. 이라크 남부는 ‘정부 위의 정부’로 평가받는 이란 혁명수비대에서 해외 작전을 담당하는 쿠드스군의 활동 거점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이라크와 국경을 맞댄 쿠웨이트에서도 전일 피격 직전 자국 상공을 지나는 드론을 봤다는 목격담이 잇따랐다. 이번 사건과 별개로 트럼프 행정부가 미-이란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폭스뉴스는 콘웨이 고문이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말 뉴욕 유엔총회 기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만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내년 대선 전까지 확실한 외교 성과가 반드시 필요한 트럼프 행정부의 현실을 감안할 때 굳이 지금 정상회담 불씨를 꺼트릴 이유는 없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가짜 뉴스들이 내가 ‘아무 조건 없이’ 이란과 만날 것으로 이야기하는 데 틀렸다”고 주장했다. 정상회담 성사에 여러 조건을 내걸 것임을 시사했다. 16일 아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뉴욕에서 정상회담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그었다.카이로=이세형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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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론 테러 당한 사우디 ‘석유 심장’… 생산 절반 멈췄다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석유 생산시설 일부가 14일(현지 시간) 예멘 시아파 반군 후티의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파괴됐다. CNN 등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이날 오전 4시경 10대의 드론을 동원해 동부 아브까이끄의 원유 탈황·정제 시설 및 인근 쿠라이스 유전을 공격했다. 이번 공격으로 사우디 일일 원유 생산량의 약 50%인 570만 배럴의 생산이 잠정 중단됐다. 아브까이끄는 사우디 국영 석유사 아람코가 운영하는 세계 최대 석유 플랜트이며 쿠라이스 유전도 핵심 유전으로 꼽힌다. 국제 유가 상승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에너지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시설 복구가 지연되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최고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가 상승으로 한국 중국 일본 등 주요 아시아 국가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 지난해 원유 수입의 약 31%를 사우디에 의존했다. 아람코의 기업공개(IPO) 및 증시 상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후티 반군이 사우디와 미국의 주적(主敵)인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이란의 긴장 고조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4일 트위터를 통해 “이란은 세계 에너지 시장에 대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공격을 저질렀다”며 이란을 공격 배후로 지목했다. 이란 외교부는 15일 성명을 통해 “이란에 ‘최대 압박’ 정책을 펴던 미국이 ‘최대 거짓말’ 정책으로 노선을 바꿨다”며 배후설을 부인했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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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론 10대 공격에… 사우디 석유생산, 걸프전이후 최대 타격

    14일(현지 시간)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가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원유 시설을 공격한 사건은 국제 원유시장 및 중동 정세에 상당한 후폭풍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즉각 공격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이달 말 유엔 총회를 앞두고 잠시 조성됐던 미국과 이란의 대화 분위기도 급격히 식고 있다.○ 사우디 원유 시설의 ‘심장마비’ 2014년 발발한 예멘 내전은 정부군을 지지한 사우디와 후티 반군을 지원한 이란의 대리전 양상을 보였다. 후티는 내전 발발 후 사우디 공항 및 석유 시설 등을 노린 드론 공격을 여러 번 시도했지만 피해 사례가 거의 없었다. 이번처럼 석유 생산에 차질이 생길 정도의 큰 피해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아람코 측은 “인명 피해는 없다”고 했지만 생산 재개 시점을 언급하지 않아 피해 규모가 상당함을 간접적으로 보여줬다. 후티 대변인은 이날 산하 알마시라 방송을 통해 “사우디의 불법 침략에 대응해 공격했다. 미래에 추가 공격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스커드 미사일을 쐈던 1991년 걸프전 후 가장 심각한 피해”라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의 로저 디완 부사장도 가디언에 “아브까이끄는 사우디 석유 생산 체계의 심장이다. 사우디가 심장마비를 일으킨 것과 같다”고 진단했다. 동부 석유 시설은 인근 담수화 시설과 함께 사우디의 ‘생명줄’로 평가받는다. 특히 수니파 사우디 정부가 대대적으로 탄압해 온 시아파 인구가 상당수 거주하는 곳이어서 지정학적 위험도 높다. 한 중동 전문가는 “공격 배후가 이란으로 밝혀지면 사우디도 국내 여론을 의식해 강경 대응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공격 직후 트럼프 미 대통령이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의 통화에서 “사우디 자위권을 지지한다”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사우디 영공이 불과 드론 10대에 뚫렸다는 점도 우려를 낳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후티가 한 대에 1만5000달러(약 1800만 원)에 불과한 ‘저렴한 무기’로 지난해 세계 군사비 지출 3위인 사우디에 피해를 줬다”고 진단했다. 후티 반군을 포함한 반(反)사우디 진영이 미국으로부터 천문학적 규모의 무기를 사들이고 있음에도 안보 체계가 예상외로 허술한 사우디의 약점을 파고든 셈이다. 향후에도 레이더 추적이 어려운 드론 수십 대로 비슷한 공격이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이란 대화 가능성 찬물 미국은 공격 배후에 이란이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즉각 “세계 모든 국가에 이란의 공격을 규탄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이번 공격이 예멘으로부터 왔다는 증거가 없다”며 이란을 지목했다. 이란은 지난해 미국의 핵 합의 탈퇴, 잇따른 경제 제재에 대한 반발로 최근 몇 달간 원유 수송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서방 유조선을 잇달아 나포해 왔다. 6월 20일에는 자국 영공에 침입했다는 이유로 미 드론을 격추시켰다. 이에 격노한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대응을 시도했으나 인명 피해를 우려해 막판에 취소한 적도 있다. 이번 사태로 사우디 등 걸프국 석유 시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을 얻은 미국이 이란을 더 거세게 압박할 가능성도 커졌다. 15일 이란 외교부는 공격 배후설을 부인했다. 하지만 관영 타스님통신에 따르면 ‘정부 위의 정부’로 평가받는 혁명수비대의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공군 사령관이 같은 날 “이란 주변 최대 2000km 내의 모든 미군 기지 및 항공모함은 이란의 사정권 안”이라며 “이란은 항상 전면전을 벌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격이 이란과 서방의 협상 가능성을 없애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란을 ‘악의 축’으로 여겨온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0일 전격 경질되면서 살아나는 듯하던 미국과 이란의 대화 불씨가 꺼지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은 이달 말 뉴욕 유엔 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회동 등을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공격으로 “이란과의 협상은 역시 불가능하다”는 미국 내 여론이 다시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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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 난민아동들 희망의 발차기

    “차렷, 경례.” “하나, 둘, 태권!” 10일(현지 시간) 오후 1시 이집트 카이로 도심의 카이로아메리칸대(AUC) 그릭캠퍼스 강당을 가득 메운 어린이 150여 명이 사범의 구령에 맞춰 팔다리를 움직이며 태권도 동작을 따라 했다. 태권도 도복을 입은 사범들이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어린이들의 동작을 교정해줬다. 격파와 호신술 시범이 진행될 때는 행사장이 떠나갈 것 같은 환호와 박수가 나왔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집트사무소, 이집트태권도협회, 국제이주기구(IOM) 이집트사무소 등이 ‘태권도의 날’(9월 4일)을 계기로 마련한 이번 행사는 수단, 에티오피아, 예멘 출신 난민과 고아 등 취약계층 어린이들에게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한 취지로 열렸다. 행사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처음 접해보는 태권도 동작이 어렵지만 멋있다고 입을 모았다. 수단 출신으로 2년 전 이집트에 온 로미 군(12)은 “태권도를 처음 보는데 동작이 멋있고 신기하다. 정식으로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무함마드 군(12·수단)도 “태권도 시범 공연 때 날아서 나무판을 격파하는 모습이 대단히 멋져 보였다”고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소감을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 어린이들을 지도한 현지 태권도 사범들은 인내심과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태권도의 교육적 효과를 강조했다. 7년째 태권도 사범으로 활동 중인 무함마드 카스와리 씨는 “어려운 여건에 있는 아이들에게 태권도는 체육 활동뿐 아니라 인성교육도 될 수 있다”며 “한류로 최근 태권도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는 만큼 더욱 많은 어린이가 태권도와 한국 문화를 경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은 윷놀이, 제기차기, 한복 입어보기 체험 활동에도 참여했다. 학용품과 책도 선물로 제공됐다. 오연금 KOICA 이집트사무소장은 “지역 취약계층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교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집트에서 거주하는 난민은 등록된 수만 약 25만 명에 달한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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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타냐후 “연임땐 요르단강 서안 합병”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70)가 17일 총선을 일주일 앞두고 연임하면 팔레스타인과 갈등을 겪어온 요르단강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을 자국 영토로 합병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정착촌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유엔 등 국제사회를 비롯해 팔레스타인이 이에 우려를 표명했다. 10일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 로이터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현지 TV를 통해 중계된 연설에서 “새 정부가 세워진 뒤 요르단 계곡과 사해 북부부터 이스라엘의 주권을 적용할 것”이라며 “총선 뒤 이스라엘 국민들로부터 분명한 위임을 받는다면 즉각 이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이 알려지자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집행위원회 위원인 하난 아슈라위는 “‘2국가 해법’(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각각 독립국을 세우는 방안)뿐 아니라 평화의 모든 기회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도 “서안지구 점령지에 대한 이스라엘의 법적·행정적 조치는 어떤 국제법적 효력도 갖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이번 발언은 보수층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최근 현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야당인 청백당이 32석으로 1위를 차지하고,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은 31석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연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올 4월 총선에서도 서안지구 일부 지역에 대해 이스라엘 영토임을 선언할 것이라고 밝혀 보수층 표심을 자극했다. 아랍 국가들 사이에서 팔레스타인 이슈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반면 이스라엘과의 관계 개선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도 네타냐후 총리가 과감하게 서안지구 합병 발언을 한 배경으로 꼽힌다.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뒤 강제로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지구에는 팔레스타인인 270여만 명이 살고 있지만, 이스라엘도 꾸준히 정착촌을 확대해 현재는 40여만 명의 이스라엘인이 거주하고 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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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구장 몰래 들어가려던 이란 여성, 재판 앞두고 분신 사망

    여성의 축구 경기장 출입이 금지된 이란에서 몰래 경기장에 들어가려다 체포돼 재판을 앞두고 있던 여성이 분신해 사망했다. 10일 가디언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의 유명 축구클럽인 에스테그랄의 열성팬인 사하르 호다야리(29)는 올해 3월 테헤란 아지다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입장하려다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지난주 재판을 앞두고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아 분신했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9일 사망했다. 호다야리는 평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블루걸’(에스테그랄의 상징색이 파랑)로 불릴 만큼 적극적으로 축구 관련 활동을 펼쳤다. 호다야리의 사망으로 이란에서 여성들의 축구 경기장 입장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SNS에서는 #BlueGirl와 #SaharKhodayari 등 호다야리를 추모하는 해시태그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독일 명문클럽인 바이에른뮌헨에서 활동했던 이란의 축구스타 알리 카리미도 트위터에서 “호다야리의 죽음에 항의하기 위해 축구 경기장에 가지 말자”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갑작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성희롱과 폭력을 이유를 내세우며 1981년부터 여성들의 축구 경기장 출입을 금지해 왔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를 인권 탄압적 조치로 여겨왔다. 특히 같은 중동국가로 이란 못지않게 보수적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해부터 여성들의 축구 경기장 출입을 허용하면서 이란에 대한 비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란이 10월 테헤란에서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지역 예선전부터 여성들의 축구 경기장 출입을 허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종교계 반발로 여전히 미지수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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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우디 에너지 장관 “우라늄 생산-농축 원한다” 발언 파문

    9일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겸 신임 에너지 장관(59·사진)이 “미래에 우라늄 생산 및 농축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우라늄은 핵무기 개발의 핵심 재료여서 향후 중동 정세가 더 불안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우디 영문매체 아랍뉴스와 로이터에 따르면 압둘아지즈 왕자는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제24차 세계에너지총회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그는 살만 국왕(84)의 아들이자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34)의 이복형이다. 하루 전 왕실 직계 인사로는 사상 최초로 에너지 장관에 임명됐다. 압둘아지즈 왕자의 이번 발언은 핵에너지의 평화적 사용과 에너지 다변화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하지만 우라늄 생산과 농축은 군사적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기에 사우디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그의 이복동생인 무함마드 왕세자도 핵무기 개발 시사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중동전문매체 MEE에 따르면 당시 무함마드 왕세자는 “핵무기를 원하지 않지만 만약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면 사우디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우디의 핵심 동맹인 미국조차 사우디의 우라늄 생산과 농축에는 부정적이다. 사우디가 미국 원전을 도입하려면 ‘원자력협정(123협정)’을 체결해야 하는데 해당 협정은 미국의 원자력 기술을 제공받는 나라가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와 관련해 미국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원전 수출을 희망하고 있어 사우디가 이를 이용해 123협정의 완화를 노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 입찰 예정인 총 100억 달러 규모의 사우디 원전 2기 건설 사업을 누가 맡을지도 관심이다. 현재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이 이 사업을 맡기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압둘아지즈 왕자는 원전 건설 사업에 대해 “우리는 조심스럽게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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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레반 테러 비난한 트럼프 “비밀리 추진한 평화협상 취소”

    미국 역사상 최장 기간(18년)의 전쟁인 ‘아프가니스탄전쟁’을 끝내기 위한 미국과 탈레반 반군의 평화협상이 깨질 위기에 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5일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미군 1명을 포함해 12명이 숨졌다는 점을 들어 협상 중단을 전격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트위터에 “오늘 탈레반 지도자 및 아프간 대통령을 각각 비밀리에 만나려 했다. 하지만 그들(탈레반)은 잘못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우리의 훌륭한 군인 1명과 11명의 사람을 죽게 한 공격을 일으켰고 이를 인정했다”며 “나는 즉시 이번 회동을 취소하고 평화협상도 중단했다”고 밝혔다. 당초 이날 워싱턴 인근의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날 예정이었지만 이를 취소한다는 뜻이다. 그는 “대체 어떤 이들이 협상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을 죽이느냐. 상황만 악화시켰다”고 비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을 전면 중단한 배후 사정을 놓고 추측이 분분하다고 전했다. 최근 탈레반의 폭탄테러가 계속 이어져 왔고 그들이 미국인을 공격하지 않기로 미국과 협정을 맺은 적도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협상 중단을 위한 일종의 핑계가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탈레반 측은 이날 성명을 내고 “회동 취소로 미국인들이 더 많은 고통을 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용을 이유로 줄곧 해외 주둔 미군 축소를 주장해 왔다.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외교 성과도 절실하다. 아프간 미군 철수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린지 그레이엄 상원 법사위원장 등 대통령의 최측근들조차 “철군은 시기상조이며 평화협상 서명도 반대”라고 지적해왔다. 라이언 크로커, 제임스 커닝햄 등 전직 주아프간 대사들도 최근 “미군이 철수하면 아프간이 내전으로 아예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이 대화를 중단함에 따라 아프간 정국은 다시 대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달 28일 예정인 대선이 순조롭게 치러질지도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예측불가 행보로 미국의 위상과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과 탈레반 지도자의 회동이 예정대로 이뤄졌다면 6월 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판문점 회동에 버금가는 사건이었을 수 있다고 평했다. 탈레반은 2001년 9·11테러를 자행한 이슬람 극단 무장단체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을 오랫동안 보호했다. 9·11테러 발발 18주년을 사흘 앞둔 시점에 미국의 최대 원수를 보호해 준 무장단체를 캠프 데이비드로 부르려 했다는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의미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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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이란 우주연구기관 3곳 제재

    미국 재무부가 3일 우주 연구로 위장한 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란의 우주연구기관 3곳을 제재했다. 대상은 이란 우주국(Iran Space Agency)과 산하 연구기관인 이란 우주연구센터(ISRC) 및 우주연구소(ARI)다. 미국이 이란의 민간 우주기관을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이란이 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해 민간 우주기관을 활용해 왔다. 이들은 탄도미사일과 똑같은 우주발사체(space launch vehicle)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이란의 우주발사체 발사 시도 역시 긴급한 위협임을 잘 보여준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이란 이맘호메이니 우주센터 발사장에서는 의문의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이란 정부는 사고 직후 “자체 개발한 통신용 인공위성을 발사하던 중 기술 결함으로 발사체가 폭발했다”며 위성 발사 실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 사고가 미사일 개발과 관련이 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인공위성과 탄도미사일 발사 기술은 발사체를 대기권 밖으로 쏘아 올린다는 점에서 매우 흡사하다. 한편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되살리기 위해 대화를 지속해온 프랑스와 이란은 여전히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란이 2일 “진지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고, 서로의 관점이 더 가까워졌다”고 밝혀 변화가 기대됐지만 핵합의 구체안 마련은 쉽지 않은 상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주요국은 최대 150억 달러(약 18조 원)의 이란산 원유를 구매하고, 그 대가로 이란은 핵합의를 다시 이행하는 방안이 검토되기도 했다. 하지만 4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차관은 “핵합의를 이행하는 건 150억 달러를 4개월에 걸쳐 받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이란은 핵합의 이행을 축소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 2019-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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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재무부, 이란 우주연구기관 3곳 제재 “우주 연구로 위장 탄도미사일 개발”

    미국 재무부가 3일 우주 연구로 위장한 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란 우주 연구기관 3곳을 제재했다. 대상은 이란 우주국(Iran Space Agency)과 산하 연구기관인 이란 우주연구센터(ISRC) 및 우주연구소(ARI)다. 미국이 이란의 민간 우주기관을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이란이 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해 민간 우주기관을 활용해 왔다. 이들은 탄도미사일과 똑같은 우주 발사체(space launch vehicle)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이란의 우주 발사체 발사 시도 역시 긴급한 위협을 잘 보여준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이란 이맘호메이니 우주센터 발사장에서는 의문의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이란 정부는 사고 직후 “자체 개발한 통신용 인공위성을 발사하던 중 기술 결함으로 발사체가 폭발했다”며 위성 발사 실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 사고가 미사일 개발과 관련이 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인공위성과 탄도미사일 발사 기술은 발사체를 대기권 밖으로 쏘아 올린다는 점에서 매우 흡사하다. 한편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되살리기 위해 대화를 지속해온 프랑스와 이란은 입장 차이는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란이 2일 “진지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고, 서로의 관점이 더 가까워졌다”고 밝혀 변화가 기대됐지만 핵합의 구체안을 마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전망이 나온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주요국이 최대 150억 달러(약 18조 원)의 이란산 원유를 구매하고, 그 대가로 이란은 핵합의를 다시 이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4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은 “핵합의를 이행하는 건 150억 달러를 4개월에 걸쳐 받을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이란은 핵합의 이행을 축소할 것이다”고 말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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