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

이설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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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설 기자입니다.

snow@donga.com

취재분야

2026-05-22~2026-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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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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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7%
칼럼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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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3%
뷰티3%
  • ‘문학 강국’ 나이지리아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의 문학 강국이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월레 소잉카,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의 치누아 아체베, 여성의 삶을 그린 부치 에메체타를 낳았다. 자양분은 비극의 역사였다. 250여 개 부족이 혼재하며 민족 갈등과 비아프라 내전을 겪었고 1960년까지 영국 식민 지배를 받았다. 최근 나이지리아 문학의 샛별들이 새롭게 약진하고 있다. 영미권은 물론이고 부커상 같은 세계적 권위의 문학상에서 두각을 보이며 부흥기를 맞은 것. 나이지리아 출신 부친과 백인 영국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버나딘 에바리스토는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와 올해 부커상을 공동 수상했다. 2004년 ‘보라색 히비스커스’로 데뷔한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는 나이지리아 문학의 새 장을 연 주인공이다. 소설뿐 아니라 문화 아이콘으로 활약 중이다. 올해 미국 ‘소설 부문 여성상’에서는 16명 중 나이지리아 출신 작가가 3명이나 포함돼 화제를 모았다. 오인칸 브라이스와이트, 아콰에케 에메지, 다이애나 에번스 등이다. 왕은철 전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영국 식민지 지배를 받으며 문학적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억눌린 억압의 역사가 시간이 지나 문학으로 영글었다”고 배경을 짚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최근 영미 문학은 소재 고갈로 제3세계 문학에 주목하고 있다. 이국적인 데다 깊이가 색다른 아프리카 문학이 이런 요구와 맞아떨어졌다”고 분석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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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꼼꼼한 독서 배우기에 ‘논어’만한 게 없죠”

    “논어가 모든 현대 문제를 해결해 줄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공들여 읽을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아시아 지성과 정서의 핵심 토대니까요.”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사회평론)을 펴냈다. 부제는 ‘김영민 논어 에세이’. 논어의 렌즈로 사회 현상을 분석한 일간지 연재글을 묶은 책이자 ‘논어 프로젝트’의 첫 결실이다. 그는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논어에 대한 제대로 된 길잡이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했다. “서점에 배치된 논어 해설서만 50여 종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화와 혐오에 가까운 책이 많더군요. 입문 가이드 격 에세이인 이번 책을 시작으로 해설서(10권)와 번역 비평서를 펴내 ‘논어 프로젝트’를 완성할 계획입니다.” 그는 유쾌한 글쓰기로 ‘칼럼계 아이돌’이라 불린다. 비결을 묻자 “학생들을 독자로 떠올린다. 이번 책도 10년간 강의한 내용을 토대로 하다 보니 젊은 느낌이 묻어난 것 같다”고 했다. 논어는 청년에게 적합한 책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논어는 짧고 맥락 없는 대화처럼 보이는 글의 묶음입니다. 집중해서 읽고 배경지식을 알아야 이해되는 글이 많지요. 꼼꼼한 독서를 배울 수 있어 대학 교육의 기본에 적합합니다.” 중국에서 논어를 이용하는 건 사회주의의 공백을 메울 상징 자원으로서 공자를 바라보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첫 책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를 출간한 후 독자와 소통을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그림과 음악을 올리고 있습니다. 근육처럼 정신도 적절한 자극이 없으면 퇴화하지요. 음악 글 그림을 잠깐씩 감상하며 양질의 자극을 얻기 바랍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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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 마음이 고장나는 이유 알고 싶었다”

    “이번에도, 그게 왔습니다. 그에게 주어졌던 모든 것을 훔치고 그가 발견했던 기쁨을 파괴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게 뭘까? 사람일까, 짐승일까? 영혼일까, 신일까?”(2권 117쪽) 나이지리아 양계장 집 아들로 태어난 치논소. ‘흙수저’인 자신과 달리 미모 지성 재력을 갖춘 은달리와 결혼을 꿈꾸며 유학길에 오른다. 하지만 전 재산을 털어 간 유학은 사기였고, 설상가상 살인 사건에 휘말려 철창에 갇힌다. 친구의 배신에 이어 살인 누명을 쓰게 된 순간 그는 ‘그것’의 그림자를 느끼고 몸을 떤다. 나이지리아 이보족이 신봉하는 ‘이보 우주론’의 도식, 발음하기 힘든 신의 이름, 모든 인간에게 깃든 수호령 ‘치’의 개념…. 첫인상은 생경한데 사랑으로 망한 한 많은 생을 다룬 줄거리는 익숙하다. 이른바 ‘막장 드라마’ 같다. 최근 국내 출간된 ‘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 1, 2’는 사랑이라는 이야기의 원형에 아프리카 문화를 얹어 비범함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나이지리아 작가 치고지에 오비오마(33·사진)는 데뷔작 ‘어부들’에 이어 이 작품으로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e메일로 만난 그는 “아프리카 이보족 사상인 이보론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자 친구가 겪은 아픔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난데없이 비극에 휘말리는 삶과 인간의 마음이 고장 나는 이유가 궁금해 써 내려갔다”고 했다. “2009년 터키에 속한 북키프로스에서 유학하던 시절 친구가 다락방에서 몸을 던졌어요. 어떤 감정이 인간을 극단으로 이끄는 걸까…. 이후 인간 감정의 변화를 탐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탐구를 통해 인간의 조건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치논소의 인생 여정은 ‘치’의 존재로 신화적 기운을 덧입었다. 700년간 환생을 거듭한 ‘치’는 주인을 여럿 바꿔가며 그들의 생을 보듬는다. “기대는 시간의 핏줄에 떨어진 악랄한 피 한 방울입니다”, “그런 애정은 영혼이 죽어가면서도 그 숨결로 열망하는 바이며, 그의 심장이 갇혀 있는 숭고한 지하 감옥입니다”…. 잠언 같은 ‘치’의 내레이션은 절망의 기본값에서 고군분투해온 인간 운명을 보여준다. 16세기와 현재를 넘나드는 주인들과의 일화는 모험담의 활기를 안긴다. “치는 이보론 믿음의 중심이에요. 치를 통해 이보 문명의 지도를 그리는 한편 흑인 사회의 무의식적 열등감을 깨부수고 싶었습니다. 디아스포라를 포함한 아프리카 문제의 핵심은 우리에게도 뛰어난 사상과 체제가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한 데서 출발한다고 보거든요.” 오비오마는 나이지리아 아쿠레에서 태어났다. 열 살 무렵부터 그리스 비극, 셰익스피어, 민족 신화를 탐독했다. 사춘기 시절 만난 토니 모리슨의 ‘블루스트 아이’는 충격적이었다. 검은 피부를 추악하다 여기며 셜리 템플처럼 ‘파란 눈’을 동경하던 열한 살 흑인 소녀의 이야기였다. 책장을 덮은 후 소년 오비오마는 “우리의 아름다움을 스스로 깨치고 유산에 자부심을 가져야 다른 세계가 우리를 파괴할 수 없다”는 걸 절감했다. 키프로스, 터키를 거쳐 미국 내 주류 작가로 발돋움한 지금도 ‘무엇을 쓰는가’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잘 안다. “미국 생활이 올해로 7년째입니다. ‘나이지리아 출신’이라 불리며 미국의 사회적 담론과 정치, 나아가 미국에 대해 글을 쓰라는 압박을 슬슬 느끼고 있죠. 하지만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 서구화로 아프리카가 변했고, 잃어버린 우리 문화를 되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형제가 많은 그는 ‘어부들’에서 형제 간 경쟁과 갈등을 들여다봤다. 차기작에서는 ‘어부들’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좀 더 밀어붙일 생각이다. 좋아하는 작가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존 밀턴, 셜리 해저드, 버지니아 울프, 살만 루슈디. “높이 날아올라 새로운 형태를 부여하는 문장을 쓰는 작가”들이란다. 한국 팬들에게 남긴 한마디는 이렇다. “언젠가 한국인 여성과 사랑에 빠졌어요. 함께 서울로 이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결국 이별하게 됐지만요. 한국을 찾아 두 눈과 두 손으로 한국을 느껴보고 싶습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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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적 상상과 문학의 즐거움 동시에… ‘어른들 그림책’ 그래픽 노블 인기

    ‘그래픽 노블’은 대사량이 많고 예술성을 갖춘 만화를 뜻한다. 괜히 뒤숭숭한 기분에 책이 손에 잡히지 않는 연말. ‘어른들의 그림책’과 독서 비수기를 나는 건 어떨까. 홍유진 열린책들 기획위원은 “영화와 소설의 중간 지점에서 상상과 문학의 즐거움을 두루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올해는 문학을 원작으로 하거나 사회성 짙은 그래픽 노블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우선 문학은 ‘모비 딕’과 ‘시녀 이야기’가 입소문을 타고 순항 중이다. 허먼 멜빌 200주기를 기념해 출간한 ‘모비 딕’은 프랑스 작가 크리스토프 샤부테가 원작을 소화해 그림으로 다시 써내려간 작품이다. 흑백의 강렬한 대비와 압축의 미로 원작의 장엄한 매력을 잘 살렸다. ‘시녀 이야기’는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장편 소설이다. 출산 기계와 다름없는 시녀가 되기를 거부하면 ‘비여성’으로 낙인찍혀 사회적으로 추방당하는 여성의 미래를 그렸다. 직장인 한수현 씨는 “원작인 소설과 드라마보다 그래픽 노블이 주는 여운이 짙었다. 매 장면을 힘줘 표현해 시녀들의 절망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고 했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 1·2’는 독일 판타지 소설 ‘차모니아 시리즈’ 부흐하임 3부작 중 1부가 원작이다. 원작에 삽입된 연필 스케치에 풍성한 색채를 덧입혀 환상적인 분위기를 살리는 데 공을 들였다. 2권에서 채색 작업을 소개해 읽는 재미를 더했다. 전쟁과 역사를 다룬 작품도 여러 권 출간됐다. 미국 배우 에단 호크가 쓴 ‘죽은 자들’은 아메리카 인디언과 이주민의 마지막 전쟁을 아파치족의 시선으로 그렸다.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른 ‘내 어머니 이야기’와 ‘내게 스무 살은 없다’는 각각 한국과 스페인 작가가 가족이 겪은 전쟁의 비극을 전한다. ‘한나 아렌트, 세 번의 탈출’ ‘도스토옙스키’ ‘프리다 칼로’ 등 역사 속 인물을 다룬 어른들의 위인전도 인기 있다. 귀여운 그림체로 국내에서만 1만 부 넘게 판매된 ‘반 고흐’(2014년)의 바바라 스톡 작가는 올해 집필 뒷이야기를 담은 ‘반 고흐와 나’를 펴냈다. 이 밖에 3초 동안 빛의 여정을 따라가도록 만든 ‘3초’로 잘 알려진 마르크 앙투안 마티외의 신작 ‘르 데생’, 명대사가 돋보이는 ‘빌어먹을 세상 따위’, 정재윤 작가의 ‘재윤의 삶’과 ‘서울구경’도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지식을 다루는 교양툰도 대세다. ‘한빛비즈 교양툰’ ‘어메이징 디스커버리’ ‘오리진’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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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말은 ‘어른들의 그림책’ 그래픽 노블과 함께

    ‘그래픽 노블’은 대사량이 많고 예술성을 갖춘 만화를 뜻한다. 괜히 뒤숭숭한 기분에 책이 손에 잡히지 않는 연말. ‘어른들의 그림책’과 독서 비수기를 나는 건 어떨까. 홍유진 열린책들 기획위원은 “영화와 소설의 중간 지점에서 상상과 문학의 즐거움을 두루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올해는 문학을 원작으로 하거나 사회성 짙은 그래픽 노블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우선 문학은 ‘모비 딕’과 ‘시녀 이야기’가 입소문을 타고 순항 중이다. 허먼 멜빌 200주기를 기념해 출간한 ‘모비 딕’은 프랑스 작가 크리스토프 샤부테가 원작을 소화해 그림으로 다시 써내려간 작품이다. 흑백의 강렬한 대비와 압축의 미로 원작의 장엄한 매력을 잘 살렸다. ‘시녀 이야기’는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장편 소설이다. 출산 기계와 다름없는 시녀가 되기를 거부하면 ‘비여성’으로 낙인찍혀 사회적으로 추방당하는 여성의 미래를 그렸다. 직장인 한수현 씨는 “원작인 소설과 드라마보다 그래픽 노블이 주는 여운이 짙었다. 매 장면을 힘줘 표현해 시녀들의 절망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고 했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 1·2’는 독일 판타지 소설 ‘차모니아 시리즈’ 부흐하임 3부작 중 1부가 원작이다. 원작에 삽입된 연필 스케치에 풍성한 색채를 덧입혀 환상적 분위기를 살리는 데 공을 들였다. 2권에서 채색 작업을 소개해 읽는 재미를 더했다. 전쟁과 역사를 다룬 작품도 여러 권 출간됐다. 미국 배우 에단 호크가 쓴 ‘죽은 자들’은 아메리카 인디언과 이주민의 마지막 전쟁을 아파치족의 시선으로 그렸다.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른 ‘내 어머니 이야기’와 ‘내게 스무 살은 없다’는 각각 한국과 스페인 작가가 가족이 겪은 전쟁의 비극을 전한다. ‘한나 아렌트, 세 번의 탈출’, ‘도스토옙스키’, ‘프리다 칼로’ 등 역사 속 인물을 다룬 어른들의 위인전도 인기다. 귀여운 그림체로 국내에서만 1만 부 넘게 판매된 ‘반 고흐’(2014년)의 바바라 스톡 작가는 올해 집필 뒷이야기를 담은 ‘반 고흐와 나’를 펴냈다. 이밖에 3초 동안 빛의 여정을 따라가도록 만든 ‘3초’로 잘 알려진 마르크 앙투안 마티외의 신작 ‘르 데생’, 명대사가 돋보이는 ‘빌어먹을 세상 따위’, 정재윤 작가의 ‘재윤의 삶’과 ‘서울구경’도 마니아층을 형성 중이다. 지식을 다루는 교양툰도 대세다. ‘한빛비즈 교양툰’, ‘어메이징 디스커버리’, ‘오리진’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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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쿨한척 무관심하게 사는 당신, 행복한가요?

    마음 쓰고 피곤해지느니 혼자가 속 편하다. 의롭고 궁지에 몰리느니 비겁하고 말지 싶다. 경쟁에 치이고 사람에게 다쳐 ‘실망-체념-무관심’을 반복하다 보면 마음이 알아서 빗장을 걸어 잠근다. 타인과 세상에 냉담한 이들이 늘고 있다. 빅토르 프랑클 연구소 소장이자 오스트리아 빈 대학에서 의미치료와 실존분석을 가르치는 저자는 이런 세태를 ‘무관심의 시대’라 명명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저자로 잘 알려진 빅토르 프랑클(빅터 프랭클)은 삶의 의미를 상실한 상태를 ‘실존적 공허’라 이름 붙였다. 제자는 25년 전 함께한 스승 프랑클을 떠올리며 현대인이 집단적 ‘실존적 공허’에 빠졌음을 직감한다. 책임, 기여, 희망 같은 가치를 외면한 채 그것을 대체할 무언가를 찾느라 허덕이다 생을 마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관심의 스위치를 끄면 일견 편안하지만 필연적으로 공허감이 찾아든다. 인간으로서 타고난 속성을 거슬렀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간이 처음 겪는 감정은 사랑이고, 생물학적으로도 상호작용을 추구하며, 선한 본성에 충실할 때 역사도 순탄히 흘렀다는 점을 근거로 “참여적이고 유의미한 가치야말로 우리 존재의 의미”라고 강조한다. 무관심은 사회적으로도 재앙이다. 무관심의 빈자리는 불온한 가치들이 차지하기 쉽고, 결국 그 피해는 개인이 떠안게 된다. 프랑클도 “불안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만 따라 하거나(추종주의) 그에게 원하는 것만을 한다(전체주의)”고 무관심의 파괴력을 경고했다. 인간의 존재 의미와 사명에 대한 갈구를 병리학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에도 일침을 가한다. “정신적 결함은 (오히려) 희망과 의미를 포기할 때 나타난다. … 예술, 아름다움, 위안, 온기, 사랑, 학문적 발견의 기쁨, 감격, 유의미하고 참여적인 삶의 모험을 포기하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제시된 삶의 태도는 거창하지 않다. 친절한 말 한마디, 감사의 인사, 뜻밖의 선물, 소박한 미소, 작은 호의…. 크고 작은 연대의 끈을 놓지 않으면 된다. 저자는 프랑클의 “우리가 삶의 사실들에 응답하는 한 우리는 끊임없이 미완의 사실 앞에 서게 된다”는 명제를 기억하라고 당부한다. “모든 사람은 유일무이한 존재다. 삶 속에 실현할 수 있는 것도 개인적이다. 자신의 방식으로 미완의 사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채워 나가야 한다. 이 사명 속에 의미를 실현하면 불안함은 잦아들고 안전함을 느끼게 된다. … 첫 번째 안전한 순간은 애착과 사랑을 받은 유년 시절이고, 두 번째로 안전한 순간은 유한성과 책임, 우리의 시간과 가능성을 책임감을 가지고 대하는 때다.” ‘쿨’하긴 쉽지만 친절은 어렵다. 친절을 베풀면 호의를 오해하거나 만만하게 구는 이들이 많은 세상이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집단화된 무관심은 더 나은 미래에 대한 믿음을 파괴하고, 세상은 부대끼는 자에게만 풍요로운 속살을 내어보인다”. 책장을 덮고 나면, 선한 의지에 대한 믿음이 생길까. 저자는 독자에게 넌지시 믿음을 내비친다. “인간은 세상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아는 유일한 생명체다. 한 명의 개인은 자신의 세계의 매일 아니 매초를 바꿀 수 있다. 누구나 세상에 작은 기여를 할 수 있다.” 타인과 사회에 심드렁한 시기에 펼쳐볼 만한 책이다. ‘신박한’ 이론은 없지만 방향키를 잃고 질주하는 일상을 다잡고픈 생각이 든다. 프랑클의 저서 ‘죽음의 수용소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서’와 함께 읽어도 좋겠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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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분한 희곡?… 읽다보면 내가 연극의 주인공 된듯

    #직장인 김정인 씨는 연극 무대의 여운을 간직하려 대본집을 찾아 읽다가 희곡의 매력에 눈떴다. 그는 “평소 독서를 즐기지 않는데 희곡은 입말로 쓰여 있어 친근했다. 주인공이 된 듯 근사한 기분은 덤”이라고 했다. #40대 출판계 종사자 서모 씨는 ‘낭독공연’을 즐겨 본다. 대사를 외지 않고 대본을 보면서 연기하는 장르다. 그는 “‘연기자들의 연습 장면을 훔쳐보는 듯한 짜릿함을 준다”고 했다. 생소하고 따분한 장르로 알려진 희곡에도 볕이 드는 걸까.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희곡집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6%가 늘었다. 지난해와 지지난해 모두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점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수치다. 올해 노벨 문학상을 받은 페터 한트케의 희곡집 ‘관객모독’이 1만 부 가까이 팔렸지만 소설로 분류돼 희곡집 판매량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출판계는 직장인 연극 모임 증가를 주요 원인으로 짚었다. 최근 2년 사이 직장인 연극 모임 수는 껑충 뛰었다. ‘극단충동’, ‘프로하비’, ‘좋은희곡읽기모임’, ‘좋은사람들’ 등이 대표적이다. ‘극단충동’ 장은정 연출은 주 52시간 근무제와 참여형 예술에 대한 욕구를 원인으로 꼽았다. 취미로 연극에 입문한 이들은 자연스레 희곡으로 눈을 돌린다. 2년째 연극 모임에 참여해온 30대 후반 신정훈 씨는 “희곡은 새로운 차원의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희곡을 읽고 연극을 보거나 원작인 희곡과 소설 드라마를 비교하길 즐긴다”고 했다. 주연급 스타들이 연극무대에서 활약하는 것도 희곡 친화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송일국 이순재 등 기존 스타에 더해 드라마와 영화에서 인기를 얻은 강하늘 정일우 등이 계속 무대에 서고 있어 연극과 희곡을 향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저작권에 대한 인식의 변화도 긍정적 영향을 줬다. 출판사 ‘지식을만드는지식’(지만지) 관계자는 “희곡은 특히 저작권 개념이 희박했다. 학교·학원 입시를 준비하면서 대본을 파일로 주고받는 게 보통”이라며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연극이 기타 분야(선택 교과목 편입과 연극치료 확대)와 결합하면서 꾸준히 판매량이 늘고 있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희곡집 시리즈도 다변화하고 있다. 2014년 시작해 올해 중순 독립한 희곡 전문 브랜드 ‘지만지드라마’(지식을만드는지식), 2016년부터 남산예술센터와 손잡고 창작 희곡집을 펴내는 ‘이음희곡선’(이음), 무대 같은 희곡집을 추구하는 ‘GD(Graphic Dionysus)’(알마)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현장과 연계해 희곡 장르를 부흥하려는 움직임도 분주하다. 한 공연사 관계자는 “인기 국내 창작극을 중심으로 대본집을 만들어 판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출판사와 연계해 책을 현장에서 판매하기도 한다”고 했다. 연극에 조예가 깊은 안지미 알마 대표는 “‘산책하는 침략자’는 ‘초연-희곡집 발간-재공연 시 현장 판매’의 과정을 밟았다. 관련 낭독공연도 성황을 이뤘다”며 “생경한 경험에 매력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희곡의 재발견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이설 snow@donga.com·김기윤 기자}

    • 2019-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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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 별세… 어머니 이름 딴 국내 첫 세계문학상 만들어

    유신(維新)이 선포된 1972년 10월. ‘오적(五賊)’의 시인 김지하는 숨을 곳을 찾아 서울 정릉 박경리 선생(1926∼2008)의 자택 대문을 두드렸다. 망설이던 그에게 누군가가 달려왔다. 박 선생의 외동딸 김영주였다. 두 사람은 1973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생전 박경리 선생이 애지중지하던 고명딸은 2008년 어머니가 타계한 이후 강원 원주시에 머물며 선생의 문학정신과 업적을 알리는 데 온 힘을 쏟았다. 그는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직을 맡은 뒤 2011년 한국 최초의 세계문학상인 박경리문학상을 제정했다. 지난달 26일 열린 아홉 번째 박경리문학상 시상식에 김 이사장은 참석하지 못했다. 2년 반 전 진단받은 암 증세가 악화된 탓이었다. 토지문화재단은 25일 김 이사장의 타계 소식을 전했다. 향년 73세. 고인은 외모도, 인생 항로도 어머니를 닮았다. 박 선생은 부역자로 몰려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된 남편을, 딸은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된 남편을 옥바라지했다. 어머니는 첫아들을 잃었고 딸은 어린 시절 마음을 다친 두 아들이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을 지켜봐야 했다. 고인은 지난 10년간 토지문화관 살림을 두루두루 챙겼다. 어머니가 하던 것처럼 토지문화관에 입실한 예술가들에게 손수 지은 농작물로 식사를 대접했다. 겨울이면 어머니 손맛 그대로 배추 300포기씩 김장을 해 지인들에게 나눠줬다. 문화관은 장편소설 ‘토지’를 기념하는 건물이자 작가들의 무료 창작 공간이다. 국내외 예술가들이 이곳에 머물면서 창작혼을 불태운다. 박 선생이 말년에 시집 ‘우리들의 시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등을 집필한 곳이기도 하다. 김 이사장은 특히 해외에 어머니를 알리는 데 공을 들였다. ‘토지’ 번역 및 출판 작업 등을 일일이 챙겼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에 박 선생 동상이 세워졌다. 한국학과에 선생의 이름을 딴 강좌도 개설됐다. 제막식 당시 “어머니가 마지막을 보낸 원주와 고향 경남 통영, ‘토지’의 배경인 경남 하동에 이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잇는 문화 벨트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고인은 박경리문학제의 외연 확장과 지역 예술인 지원 사업에도 적극적이었다. 최근 원주의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 지정도 김 이사장이 제안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으로는 김지하 시인과 원보 세희 두 아들이 있다. 빈소는 강원 원주시 연세원주장례식장. 발인은 27일 오전 9시. 장지는 원주시 판부면 서곡리 선영. 033-744-3969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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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만큼 가득한 추억의 잡동사니 ‘어른들의 놀이터’

    《“경주의 교보문고 같다니까요.” 한 출판사 대표가 경북 경주시에 월 매출 4000만 원을 내는 독립서점이 있다고 했다. 지방 소도시의 서점, 그것도 참고서는 일절 취급하지 않는 독립서점의 매출치고는 비현실적이었다. 11일 경주시 포석로의 ‘어서어서’ 서점을 찾았다. 평일 낮인데도 30m²(약 9평) 넓이의 서점은 바삐 돌아갔다. 평균 15명 정도가 꾸준히 서점에 머물렀다. 양상규 사장(35·사진)은 “평일이라 숨 돌릴 만하다. 매출은 하루 평균 평일은 100만 원, 주말은 300만∼500만 원 정도”라고 했다. 》 서점이 자리한 곳은 황리단길이다. 경주의 핫플레이스이자 관광 필수 코스다. “높은 매출은 황리단길 덕분”이라는 눈초리도 있다. 하지만 방문객 수가 매출로 곧장 이어지는 건 아니다. “후광 효과는 30∼40% 정도인 것 같아요. 우선 서점은 황리단길이 활성화되기 전인 2017년 6월에 문을 열었어요. 인근에 서점이 ‘어서어서’만 있는 것도 아니랍니다.” 어서어서는 어른들의 놀이터 같았다. 나뭇결을 훤히 드러낸 오르간, ‘철수와 영희’가 찍힌 교과서, 꾸깃꾸깃한 사전…. 추억의 잡동사니들이 책만큼 꽉 차 있다. 그 가운데 누런 봉투가 눈에 띄었다. “이름을 적은 약 봉투에 책을 담아드려요. 책은 ‘읽는 약’이니까요. 이 봉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명해지면서 ‘경주 방문=어서어서의 책 봉투’라는 공식이 생긴 것 같아요. 인증 시대에 딱 맞는 아이템이자 매출의 일등 공신인 셈이죠.” 도장 찍기 공간도 인기가 뜨겁다. 책을 사면 종이 책갈피를 나눠 준다. 여기에 알파벳, 한글 자모, 그림 문양의 도장을 찍어 꾸민다. 서점을 방문한 30대 신재연 씨는 “모르는 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도장을 찍으니 대학 시절 동아리방에 온 것 같다”고 했다. 서울에 사는 30대 김유경 씨는 “경주에 다녀온 지인이 작은 박물관 같은 서점이 있다고 해서 들렀다. 책 구경을 하고 사진을 찍고 오르간을 치다 보니 훌쩍 40분이 지났다”고 했다. 독립서점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책 큐레이션은 어떨까. 이곳은 문학서점을 표방하지만 모든 장르를 두루 취급한다. 입고 기준은 양 사장의 ‘완독 여부’. 모든 공간은 시각적 개성에 힘을 줘 구성했다고 한다. “시집은 출간일이나 출판사가 아닌 색깔별로 분류해 배치했어요. 사진 찍는 공간도 곳곳에 뒀고요. 눈길을 잡아끌어야 책으로 손이 간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점에서 잘 팔리는 책 1∼5위는 모두 에세이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마음의숲), ‘게으른 게 아니라 충전 중입니다’(허밍버드),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강한별), ‘진짜 모습을 보이면 더는 사랑받지 못할까봐 두려운 나에게’(허밍버드),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부크럼) 순이다. 평소 독서를 즐겨 하는 방문객은 열에 하나 정도. 나머지 아홉은 일반 관광객으로 제목이 “내 이야기다” 싶은 책을 집어 든다. 부산에서 온 김혜린 씨(25)는 “이곳은 SNS에서 빈티지 숍 같은 인테리어와 좋은 책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제목에 이끌려 시집 ‘너를 모르는 너에게’를 골라봤다”고 했다. 장르소설에 흥미를 느껴 늦깎이 책벌레가 됐다는 양 사장은 “책에 대한 편견은 없다. 시작이 반인 만큼 독서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학 졸업 뒤 사진관, 은행 등을 거쳐 2013년 고향인 경주에 식당을 차렸다. 서점 창업에 필요한 종잣돈을 모으기 위해서였다. 식당이 자리를 잡자 인근에 저렴한 월세를 구해 서점을 열었다. 점심·저녁에는 식당, 남는 시간에는 책방을 오가며 반년간 두 집 살림을 했다. “관광지 외엔 즐길 거리가 없어서 그런지 서점 매출이 예상외로 괜찮았어요. 30만 원, 50만 원, 100만 원…. 배보다 배꼽이 커지면서 오랜 꿈인 서점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독립서점에 매출의 잣대를 들이대야 하느냐는 시각도 있다. 책에 대한 사랑으로 서점을 어렵게 꾸려가는 이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그는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운 서점은 나의 분신이다. 이윤이 가장 큰 목적은 아니다. 하지만 독립서점이라고 잘되지 말란 법도 없지 않을까”라고 했다. 책을 계산할 때 보통 바코드를 찍어 가격을 말해주지만, 여기선 양 사장의 머릿속에서 나온다. “책 가격을 모두 외워요. 기계를 사용하면 아날로그적 감성이 훼손될 것 같아서요. 온라인 서점에는 없는 비기(秘器)를 습관처럼 연구합니다.”경주=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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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립서점 월 매출이 4000만 원? 경주 핫플레이스된 이 곳의 비결은…

    “경주의 교보문고 같다니까요.” 한 출판사 대표가 경북 경주시에 월 매출 4000만 원을 내는 독립서점이 있다고 했다. 지방 소도시의 서점, 그것도 참고서는 일절 취급하지 않는 독립서점의 매출치고는 비현실적이었다. 11일 경주시 포석로의 ‘어서어서’ 서점을 찾았다. 평일 낮인데도 30㎡(약 9평) 넓이의 서점은 바삐 돌아갔다. 평균 15명 정도가 꾸준히 서점에 머물렀다. 양상규 사장(35)은 “평일이라 숨 돌릴 만하다. 매출은 하루 평균 평일은 100만 원, 주말은 300만~500만 원 정도”라고 했다. 서점이 자리한 곳은 황리단길이다. 경주의 핫플레이스이자 관광 필수 코스다. “높은 매출은 황리단길 덕분”이라는 눈초리도 있다. 하지만 방문객 수가 매출로 곧장 이어지는 건 아니다. “후광효과는 30~40% 정도인 것 같아요. 우선 서점은 황리단길이 활성화되기 전인 2017년 6월에 문을 열었어요. 인근에 서점이 ‘어서어서’만 있는 것도 아니랍니다.” 어서어서는 어른들의 놀이터 같았다. 나무 결을 훤히 드러낸 오르간, ‘철수와 영이’가 찍힌 교과서, 꾸깃꾸깃한 사전…. 추억의 잡동사니들이 책만큼 꽉 차 있다. 그 가운데 누런 봉투가 눈에 띄었다. “이름을 적은 약 봉투에 책을 담아드려요. 책은 ‘읽는 약’이니까요. 이 봉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명세를 타면서 ‘경주 방문=어서어서의 책 봉투’라는 공식이 생긴 것 같아요. 인증 시대에 딱 맞는 아이템이자 매출의 1등공신인 셈이죠.” 도장 찍기 공간도 인기가 뜨겁다. 책을 사면 종이 책갈피를 나눠준다. 여기에 알파벳, 한글 자모, 그림 문양의 도장을 찍어 꾸민다. 서점을 방문한 30대 신재연 씨는 “모르는 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도장을 찍으니 대학 시절 동아리방에 온 것 같다”고 했다. 서울에 사는 30대 김유경 씨는 “경주에 다녀온 지인이 작은 박물관 같은 서점이 있다고 해서 들렀다. 책 구경하고 사진을 찍고 오르간을 치다보니 훌쩍 40분이 지났다”고 했다. 독립서점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책 큐레이션은 어떨까. 이곳은 문학서점을 표방하지만 모든 장르를 두루 취급한다. 입고 기준은 양 사장의 ‘완독 여부’. 모든 공간은 시각적 개성에 힘을 줘 구성했다고 한다. “시집은 출간일이나 출판사가 아닌 색깔별로 분류해 배치했어요. 사진 찍는 공간도 곳곳이 뒀고요. 눈길을 잡아끌어야 책으로 손이 간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점에서 잘 팔리는 책 1~5위는 모두 에세이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마음의숲), ‘게으른 게 아니라 충전 중입니다’(허밍버드),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강한별), ‘진짜 모습을 보이면 더는 사랑받지 못할까봐 두려운 나에게’(허밍버드),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부크럼) 순이다. 평소 독서를 즐겨 하는 방문객은 열에 하나 정도. 나머지 아홉은 일반 관광객으로 제목이 “내 이야기다” 싶은 책을 집어 든다. 부산에서 온 김혜린 씨(25)는 “이곳은 SNS에서 빈티지 숍 같은 인테리어와 좋은 책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제목에 이끌려 시집 ‘너를 모르는 너에게’를 골라봤다”고 했다. 그래서 이곳에서 팔리는 책 중엔 베스트셀러가 없다. 장르소설에 흥미를 느껴 늦깎이 책벌레가 됐다는 양 사장은 “책에 대한 편견은 없다. 시작이 반인만큼 독서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학 졸업 뒤 사진관, 은행 등을 거쳐 2013년 고향인 경주에 식당을 차렸다. 서점 창업에 필요한 종자돈을 모으기 위해서였다. 식당이 자리를 잡자 인근에 저렴한 월세를 구해 서점을 열었다. 점심·저녁에는 식당, 남는 시간에는 책방을 오가며 반 년 간 두 집 살림을 했다. “관광지 외엔 즐길 거리가 없어서 그런지 서점 매출이 예상 외로 괜찮았어요. 30만 원, 50만 원, 100만 원…. 배보다 배꼽이 커지면서 오랜 꿈인 서점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독립서점에 매출의 잣대를 들이대야 하느냐는 시각도 있다. 책에 대한 사랑으로 서점을 어렵게 꾸려가는 이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그는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운 서점은 나의 분신이다. 이윤이 가장 큰 목적은 아니다. 하지만 독립서점이라고 잘 되지 말란 법도 없지 않을까”라고 했다. 책을 계산할 때 보통 바코드를 찍어 가격을 말해주지만, 여기선 양 사장의 머리 속에서 나온다. “책 가격을 모두 외워요. 기계를 사용하면 아날로그적 감성이 훼손될 것 같아서요. 온라인 서점에는 없는 비기(秘器)를 습관처럼 연구합니다.” 경주=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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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모든 약자를 위로하는 ‘수호령’의 목소리

    활자보다 낯선 도식이 먼저 독자를 맞는다. 나이지리아 이보족이 따르는 ‘이보 우주론’이다. 소설의 밑바탕에는 이 세계관이 깔려 있다. 주인공 치논소는 ‘짠내+한심’ 캐릭터다. 사랑을 얻으려 애쓸수록 일은 꼬여만 가고, 결국 한때의 연인을 자신도 모르게 해치고 만다. 단순한 줄거리가 압도적인 아우라를 덧입은 건 ‘치’의 목소리 덕분이다. 이보 우주론에서 모든 인간에게 깃들었다고 믿는 수호령인 ‘치’는 치논소의 비극적 생에서 세상 모든 ‘마이너리티’들의 아픔을 발견한다. “… 그들의 뜻대로 되는 일이라고는, 할 일이 울고 또 우는 것밖에 없는 이 보편적인 오케스트라에 합류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올해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작품이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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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백자-소반-조각보… ‘한국적 미’의 탄생

    고려청자, 백자, 소반, 조각보…. 오늘날 귀한 대접을 받는 문화재들은 당대에는 흔한 생활용품이었다. 이들은 언제부터 한국 전통미술을 대표하게 된 걸까. 후대 사람들은 왜 단원의 그림, 고려청자, 조각보를 좋아하는 걸까. 300년 뒤에는 지금의 보통 물건들도 명작이 될 수 있는 걸까. 고미술 문화재 담당기자를 지낸 뒤 서원대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한국미가 형성되는 과정을 짚어 나간다. 한국적 미감에는 컬렉션이 큰 영향을 미쳤다. 박물관과 미술관의 수집으로 일상용품은 미술의 영역으로 나아가고, 대중의 감상을 거치면서 컬렉션은 시대적 맥락을 덧입는다. 특히 1960, 70년대 ‘한국미술 2000년전’(1973년) 같은 전시는 한국미를 새롭게 인식하는 장을 마련했다. “미적 경험이나 한국미에 대한 인식은 사회적 기억으로 축적되고 그 기억은 다시 컬렉션과 전시에 개입해 미적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미적 인식과 사회적 기억은 그렇게 변화하고 또 변화한다.” 국내 컬렉션의 흐름을 살핀 3장과 문화재들이 미적 의미를 획득하는 다채로운 과정을 추적한 5장은 특히 흥미롭다. 컬러 도록을 곳곳에 배치해 이해를 돕는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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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즈니플러스 출시 첫날, 1000만명 가입

    ‘콘텐츠 공룡’ 디즈니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가 출시 하루 만에 가입자 1000만 명을 확보했다. 미국 CNBC는 13일 “미 지상파 방송인 CBS가 온라인에서 유료 회원 800만 명을 모으는 데 5년 걸린 것을 디즈니는 단 하루에 해냈다”고 평가했다. CNBC에 따르면 디즈니는 전날 시작한 디즈니플러스의 가입자 수가 약 1000만 명이라고 밝혔다. 서비스 개시 첫날 접속 불량 등 일부 기술적 오류가 발생했지만 가입자 확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디즈니는 접속자 수가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었기 때문에 생긴 오류라고 해명했다. 넷플릭스 등이 선점한 유료 OTT 시장에서 후발 주자인 디즈니가 성공적으로 출발할 수 있었던 이유는 풍부한 콘텐츠와 가성비 덕분이란 평가가 나온다. ‘인어공주’(1989년) ‘알라딘’(1992년) ‘라이온킹’(1994년) 등 애니메이션의 고전부터 마블, 픽사,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이르는 콘텐츠의 양과 질이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 달에 6.99달러(약 8170원)라는 파격적인 가격도 경쟁력 중 하나다. 넷플릭스의 월 구독료 12.99달러에 비해 거의 반값이다. 현재 넷플릭스는 미국 내 6000만 명을 비롯해 전 세계 1억50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가 일주일 무료 시험기간 이후에도 1000만 가입자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디즈니는 이날 “2024년까지 최소 6000만 명, 최대 9000만 명의 가입자 확보가 목표”라고 밝혔다. 서비스 이용 가능 지역도 미국, 캐나다 외에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에는 2021년경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이윤태 oldsport@donga.com·이설 기자}

    • 2019-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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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학 “의기소침 말라는 꾸지람” 오탁번 “시의 숨결 존중하란 교훈”

    《최학 소설가(69)가 제22회 동리문학상 수상자로, 오탁번 시인(76)이 제12회 목월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최 소설가의 장편소설 ‘고변’과 오 시인의 시집 ‘알요강’이다. 동리·목월문학상은 경북 경주 출신인 소설가 김동리(1913∼1995)와 시인 박목월(1916∼1978)을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 경주시와 한국수력원자력이 후원하고, 동리·목월기념사업회가 주관한다. 상금은 각각 6000만 원. 시상식은 12월 6일 오후 6시 경주 더케이호텔에서 열린다.》동리문학상/ 최학 ‘고변’정여립 역모사건 소재 장편소설… 견고한 역사-시학 보여줘“등단 후 지면을 얻지 못해 1979년에 다시 장편소설 ‘서북풍’으로 신춘문예에 응모했습니다. 당시 김동리 선생님이 심사위원이었는데, 꼭 마흔 해 만에 그분의 이름이 걸린 상을 받게 됐습니다.” 최학 소설가는 김동리 선생과의 특별한 인연을 반추했다. 그러고는 “의기소침하지 말라는 야단으로 여기려 한다”고 말했다. ‘고변’(사진)은 1589년 있었던 정여립의 역모사건과 그로 인한 기축옥사(己丑獄事)를 소재로 한 장편 역사소설이다. 서두에는 주요 인물 69명에 대한 소개가 55쪽에 걸쳐 이어진다. 그는 “이율곡, 성혼, 이퇴계, 정철, 유성룡, 허균 등 역사적 인물들을 아우르는 방대한 이야기다. 40여 년 전 중앙대 김용덕 교수가 기축옥사를 소설로 쓰길 권했지만 고증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소설이 출간되는 걸 보지 못하고 작고한 김 교수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시작했다 포기하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했습니다. 다행히 시간이 흘러 인터넷의 발달로 자료 수집에 필요한 시간이 단축됐지요.” 조선왕조실록이 데이터베이스화돼 소설을 마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400년 전 인사들과 같이 먼 길을 걷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가져 더없이 기뻤다”며 역사소설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목월문학상/ 오탁번 ‘알요강’지극한 우리말 헌신… 풍자적 시선으로 삶의 진면목 드러내 오탁번 시인은 “등단한 지 반세기가 훌쩍 지났다. 돌아보면 외롭고 어두운 길이었다. 목월상 수상을 ‘시의 숨결을 존중하라’는 엄정한 교훈으로 여기겠다”고 말했다. ‘알요강’(사진)은 어린아이의 오줌을 누이는 작은 요강이라는 뜻이다. 시집에는 풍물시장에서 사온 알요강에 손주가 오줌을 누는 장면을 보며 써내려간 ‘알요강’을 비롯해 76편의 시가 실렸다. ‘지날결’(지나가는 길) ‘노루잠’(자꾸 놀라 깨는 잠) ‘건들장마’(초가을 비가 오다 금방 개는 과정이 반복되는 장마) 같은 다채로운 고유어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심사위원단은 “풍자적 시선으로 삶의 진면목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이승원 문학평론가는 “고령의 연치에도 시들지 않는 뛰어난 유머 감각과 우리말에 대한 지극한 헌신은 남이 따르지 못할 경지에 있다”고 평했다. 시인은 충북 제천 시골 고향에서 자주 시간을 보내고 있다. “텃밭에서 농사도 짓고 초등학교 동창들과 막걸리도 마시지요. 자연히 우리말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모국어를 지키고 사랑하는 것도 시인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신춘문예 3관왕’이다. 1966년 동화, 1967년 시, 1969년 소설로 각각 당선됐다. “‘알요강’이 10번째 시집입니다. 앞으로 한 권을 더 내게 될지 모르겠어요. 운명적으로 밟아온 길을 묵묵히 걷겠습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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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윤동주-조연현문학상 9명 발표

    한국문인협회(이사장 이광복)는 13일 제56회 한국문학상, 제35회 윤동주문학상, 제38회 조연현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한국문학상 수상자로는 시집 ‘한강의 새벽’의 조남익 시인, 시조집 ‘우리가 산다는 것은’의 박영교 시조시인, 평론집 ‘문학과 문화의 접점’의 정영자 문학평론가, 동시집 ‘꽃과 나무 이야기’의 김종상 아동문학가를 선정했다. 윤동주문학상은 시집 ‘뒷굽’의 허형만 시인과 시 ‘득실’ 외 2편을 쓴 이동희 시인이 수상한다. 조연현문학상 수상자는 소설집 ‘잠든 정원으로부터’의 오은주 소설가, 평론집 ‘시조의 이론과 시조 창작론’의 김봉군 문학평론가, 수필집 ‘내 쫌 만지도’의 양미경 수필가다. 시상식은 다음 달 5일 오후 3시 반 서울 양천구 대한민국예술인센터에서 열린다.}

    • 201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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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야깃거리 넘치는 中서 작가생활은 행운”

    “중국에서는 특별한 영감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야깃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와 나라에서 태어나 작가로 글을 쓰는 건 행운입니다.” 작품 가운데 8권이 금서로 지정된 거장은 중국 작가여서 행운이라고 했다. 기이한 사건·사고가 넘쳐나는 탓에 글감을 찾기 쉽다는 해학적 표현이었다. 소설가 옌롄커(61)가 대산문화재단과 교보문고가 마련한 ‘2019 세계작가와의 대화’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12일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중국 사회와 작품 세계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그는 모옌, 위화와 함께 당대 중국을 대표하는 문호로 꼽힌다. 장편소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와 ‘딩씨 마을의 꿈’ ‘풍아송’ ‘사서’, 중편소설 ‘여름 해가 지다’, 산문집 ‘나와 아버지’ ‘연월일’ 등이 국내에 출간됐다. 고도성장 이면에 가려진 중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가감 없이 그려내는 작품을 주로 써왔다. 최근 홍콩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탓일까. 작가는 미리 “민감한 문제에는 답하기 힘들다”고 양해를 구했건만, 정치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그는 “홍콩 시위는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과정”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인류의 자유와 존엄을 위한 모든 노력은 숭고합니다. 그리고 어떠한 이유에서든 폭력이 자행돼선 안 됩니다. 사람의 목숨은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역할에 대해선 “관심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보다는 중국에서 살아가는 14억 인구의 삶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중국에선 ‘영어가 후난 지방에서 탄생했다’거나 ‘예수의 고향은 중국 동북 지방’이란 주장이 지식인들 사이에서조차 회자된다. 이런 황당한 일화를 얘기하기엔 3박 4일도 부족하다”며 “나의 소설은 현실보다 단순하다”고 중국 사회를 에둘러 비판했다. 문제적 작가로 불리지만 그는 스스로를 ‘실패한 작가’, ‘나약한 사람’으로 규정했다. 아직 만족할 만한 작품을 써내지 못한 데다, 중국 사회에 대해 사실을 적었을 뿐 비판한 적은 없다는 자평이다. 코소보 인종청소 문제를 옹호한 전력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2019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페터 한트케에 대해선 “중국 작가들과 다르다. 작가는 참여하고 의견을 내야 하는데, 중국 작가는 침묵한다. 참여는 중요하다”고 했다. “검열제도는 글 쓰는 이들의 자유를 억압합니다. 하지만 금서가 꼭 좋은 책은 아니고, 거꾸로 그 와중에 출간하는 작품이 모두 나쁜 것도 아닙니다. (앞으로도) 예술적인 관점에서 대표작을 펴내지 못하면 철저히 실패한 인생이 될 테지요.”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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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책’ 한마디에 베스트셀러 등극… 新출판권력 ‘유튜브셀러’

    ‘광고 표시를 하지 않고 다수의 페이지에서 책을 홍보’, ‘한 뿌리에서 나온 것을 모르고 서평에 계속 노출되며 결국 책을 사게 됨’. 페이스북 그룹 ‘도서사기감시단’(감시단)에 6일 올라온 글이다. 광고 에이전시 체인지그라운드와 출판사 로크미디어 등의 홍보 방식을 지적하는 이들이 만든 단체다. 올해 6월 27일 개설됐고 가입 인원은 10일 기준으로 3096명이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페이지 13개에 대한 언팔로 운동과 광고·협찬 문구 표기 요청을 주로 한다. 회원들은 “정신노동이 제대로 평가받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 “가성비 뛰어나” vs “불균형 심화” 올해 출판계의 뜨거운 화두는 유튜브셀러(유튜브+베스트셀러)다. ‘겨울서점’, ‘책읽찌라’ 같은 북튜버가 부쩍 늘었고, ‘김미경TV’, ‘라이프해커자청’, ‘신박사TV’ 등 출판계를 뒤흔드는 채널이 등장했다. 경제·자기계발서를 주로 소개하는 김미경TV의 ‘북드라마’에 책이 소개되면 베스트셀러 목록이 들썩인다. ‘라이프해커자청’이 ‘인생을 바꾼 심리학 책’으로 꼽은 책은 절판 위기에서 벗어나 순식간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를 반기는 분위기도 있다. 대형 서점의 유료 매대나 인터넷 서점 광고보다 효과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홍보·협찬 비용이 계속 오르면 대형 출판사와 중소형 출판사 간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김지원 길벗출판사 디지털콘텐츠팀 차장은 “유튜브셀러를 필요로 하는 흐름은 막을 수 없다”면서도 “협찬 여부를 구독자에게 정확히 알리는 것 같은 윤리 강령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新출판권력 유튜브셀러, 왜곡 현상 막아야” 출판계가 한목소리로 지목하는 문제는 유튜버셀러로 인한 베스트셀러 왜곡이다. 출판계와 감시단에 따르면 출판사 로크미디어는 자사 홍보 채널인 ‘신박사TV’, ‘뼈 있는 아무 말 대잔치’, ‘부모공부’, ‘더불어배우다’에 일제히 신간을 노출하고 서평을 단다. 입소문을 탄 책은 노출 빈도가 더 잦아져 금방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한다. ‘돈의 역사’(로크미디어),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브론스테인), ‘베스트 셀프’(안드로메디안)가 이런 방식으로 올해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올랐다고 감시단은 지적했다. 로크미디어, 브론스테인, 안드로메디안, 커넥팅, 비잉은 모두 뿌리가 같은 출판사다. 한 출판사 대표는 “광고 에이전시 체인지그라운드는 유튜브, 카카오 브런치와 1boon, 페이스북의 홍보 채널을 구축한 뒤 다른 책의 협찬·홍보도 진행한다. 일종의 마케팅 회사인 셈이다”라고 했다. 청년의 멘토를 자처하면서 자사 책을 구입하게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체인지그라운드가 운영하는 네이버 독서 모임 카페 ‘씽큐베이션’은 최근 ‘더 히스토리 오브 더 퓨처’(커넥팅)와 ‘모기’(커넥팅)를 3기 도서로 선정했다. 일부 유튜브 채널이 광고 수단이 됐다는 제보가 빗발치자 한국출판인회의는 지난달 25일 ‘유튜버셀러 현상을 진단하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출판인회의 측은 “베스트셀러 왜곡 현상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로 했다. 독서는 취향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만큼 구독자가 적은 유튜브 채널과 소형 출판사를 연결해 서로 ‘윈윈’하는 방식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블로그처럼 유튜브도 자연스럽게 자정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북튜버로 활동하는 이시한 성신여대 겸임교수는 “매달 방송을 여덟 번 하는데 한 번 정도만 협찬으로 진행한다. 협찬 비중이 커지면 채널의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스스로 비율을 관리한다”고 말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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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재테크 아닌, 삶을 보듬는 집에 대하여

    한국 사회에는 수시로 부동산 광풍이 분다. 미래의 부를 꿈꾸며 녹물이 나오는 집에서 견디는 ‘몸테크’를 하거나 여러 채를 적은 돈으로 사들여 ‘갭 투자’를 하는 풍경이 흔해졌다. 집은 거주하는 공간이 아닌 자산 증식의 수단이 됐다. 건축사학자인 저자가 건축학자, 인문학자, 역사학자의 관점에서 집의 의미를 분석했다. 집은 정서적 안정과 정신적 가치를 얻는 공간이다. 정주, 즉 한곳에 정착해서 오래 살면 집은 더 이상 투자의 대상이 아닌 존재론적 확신을 주는 대상이 된다. 물론 그 가치를 만드는 건 개인의 몫이다. 집을 어떤 가치로 정의하고 어떻게 소통하느냐에 따라 집은 나그네가 머물다 가는 여인숙이 되기도 하고 포근한 어머니 품이 되기도 한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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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도시의 불평등, 지방의 위기… “잘못된 정책의 폐해”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지나치게 비대하다. 반면 지방은 소멸 직전의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인적·물적 자본이 몰린 도시라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성장=밀도’의 공식으로 도시 풍경은 잿빛으로 물든 지 오래. 서민들이 적정 비용의 괜찮은 주택에 사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정의로운 도시’와 ‘지방회생’은 각각 도시와 지방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한 책이다. 전자는 미국 건축가가, 후자는 일본 슈토다이(首都)대 도쿄도시사회학부 교수가 썼다. 도시 난개발과 수도권 집중화가 세계적 문제인 만큼, 한국 상황에도 두 책의 논점이 적절히 녹아든다. ‘정의로운 도시’는 건축비평가로도 활동하는 저자가 2010∼17년 사이 쓴 조각글을 묶었다. 전문가 눈에 포착된 뒤틀린 도시계획의 민낯을 시원하게 까발린다. 뉴욕은 생김새부터 돈을 좇은 지 오래다. 백인 부유층 거주지인 맨해튼 마천루의 곡선은 현금의 흐름을 닮았다. 빌딩 숲이 하늘 대부분을 가리자 인근 주민들은 초강수를 둔다. 1100만 달러(약 130억 원)를 들여 공중권(air rights)을 사들여 조망권을 지켜낸 것이다. 뉴욕은 복합적인 이유로 조금씩 균형을 잃어갔지만 저자가 꼽는 결정적 계기는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2002∼13년 재임)의 실책이다. 부유한 동네는 지을 수 있는 건축물의 높이 기준을 완화하고 가난한 동네는 반대로 기준을 강화해 부동산의 빈부 차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도시의 초록 들판은 부족하고 부유층에 부동산 가치가 날로 유리해지는 지금, 자본주의 바깥의 건축은 가능한 걸까. 30장 ‘자본주의 없는 건축’에서 저자는 9가지 대안을 모색하지만 확답은 내놓지 못한다. 다만 책 전반에서 이렇게 당부할 뿐이다. “불평등은 주거비용 적정성의 위기로 현실화된다. … 건축 보존을 인간 보존과 연계해야 할 때다. 동네도 사람이다.” “건축가들도 죽음의 방을 설계해달라는 요구를 받을 때 저항을 해야 한다.” “공동체가 절대 권력자와 금권 정치가보다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 ‘지방회생’은 일본 지방분산 정책의 허실을 분석했다. 전후 3세대를 거치며 일본은 수도로 사람이 몰리는 ‘도쿄 일극화’가 정점을 찍는다. 지방 소멸 가능성까지 고개를 들자 일본 정부는 2014년 ‘지방창생’ 정책을 꺼내든다. 하지만 저자의 눈에 비친 지방창생은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워졌다. ‘수익화’에 방점을 둔 데다 지방 가치를 무시한 ‘도시의 정의’를 따른 정책이라는 것. 저자는 지방 관광 사업을 예로 들어 정책의 빈틈을 꼬집는다. “향토 요리가 전국적으로 소개가 됐다고 치자. 그러면 지역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난다. 하지만 교통, 숙박, 물품 구입으로 인한 수익은 지방이 아닌 중앙으로 모인다.” 책 후반부에는 대안을 길게 제시한다. 저자는 경제에서 사회로 눈을 돌리고, 도쿄 일극이 아닌 다극화를 지향하며, 중앙이 아닌 다수의 극이 연결된 통합을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대로 가다간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나라가 무너질 것이다. … 생산력과 생활수준은 다소 낮아지겠지만 대신 느긋함을 확보할 수 있다. … 문제는 경제, 행정, 재정이 아니다. 사회와 국민의 마음이다. 망가진 사회와 마음을 다시 세워야 한다.” 책을 덮고 나면 도시에 사는 이들은 창밖 풍경이 한결 복잡하게 다가올 것이다. 지방에 사는 이들은 지방의 가치에 새로이 눈뜨게 될는지 모른다. 때로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고(정의로운 도시), 간결한 정책 논문처럼 읽히는 점(지방회생)은 다소 아쉽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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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르웨이 국제영화제서 박찬욱 감독 ‘명예상’ 수상

    박찬욱 감독(56·사진)이 7일(현지 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제29회 필름 프롬 더 사우스 페스티벌’ 개막식에서 ‘실버 미러 명예상’을 받았다. 이 영화제는 해마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30여 개국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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