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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과일 농가에 재해 예방시설 보급을 크게 늘리고 과일 비축량을 확대하는 등 과수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최근 이상기후 등으로 사과를 비롯한 과일 생산량이 크게 줄며 가격 불안이 이어지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경기 성남시 하나로마트 성남점을 찾아 물가안정 대책을 점검하고 이같이 밝혔다. 정부 지원으로 농산물 소매가격이 떨어졌지만 도매가격은 여전하다는 지적에 최 부총리는 “이상기온 등의 문제가 계속 반복될 것이기 때문에 과수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대책들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과일 생산과 유통, 소비 등 단계별로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 부총리는 생산 측면에서는 재해 예방시설 설치를 적극 지원하고 유통 측면에서는 비축량을 늘리는 등의 방안을 예로 들었다. 또 정부는 기존의 과수원에 비해 생산성이 2배 이상 높은 차세대 과수원 단지를 조성하고 사과, 배 계약재배 물량도 크게 늘리기로 했다. 아울러 최 부총리는 “여전히 국민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크다”며 “농산물 물가가 안정될 때까지 가격 안정자금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다음 달 초까지 과일 할당관세 품목을 현재 24종에서 29종까지 늘리고 직수입 과일도 바나나, 오렌지 두 종류에서 파인애플, 망고를 포함한 11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수출만 놓고 보면 이미 반도체 ‘빅사이클’이 시작된 느낌이다.”(정부 고위 당국자) 올해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보다 50% 이상 급증하면서 정부 내에서 ‘반도체의 봄’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업황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역대 최대로 높여 잡은 올해 수출 목표 달성까지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다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주력 제품 수요가 아직 주춤하다는 점과 중국 경기 부진 등 변수를 감안하면 아직 ‘슈퍼사이클’ 진입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반도체의 봄’ 기대감 솔솔 2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1, 2월 반도체 수출액은 193억 달러로 집계됐다. 반도체 업황이 침체됐던 1년 전 같은 기간(120억 달러)보다 60% 이상 늘어난 것으로 2022년(212억 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반도체는 이달 들어서도 20일까지의 수출액(63억 달러)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5% 늘어나는 우상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통상 월말과 분기말에 반도체 수출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 반도체 수출은 100억 달러를 훌쩍 넘길 가능성이 크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팬데믹 기간 비대면 활동 때문에 수요가 급증했던 정보기술(IT) 제품이 교체기를 맞이했다”며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처럼 비싼 제품의 수요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는 역대 최대인 올해 수출 목표(7000억 달러) 달성의 핵심 변수다. 지난달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올해 반도체 수출이 12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실적보다 20% 이상 높은 목표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해 감산으로 공급 문제를 해소하면서 반도체 업황이 개선 중이기 때문에 도전적인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반도체 ‘경기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는 민간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이날 산업연구원은 4월 반도체 업황 전망 전문가 서베이지수(PSI)가 158로 기준치를 크게 웃돌았다고 밝혔다. 0∼200 범위인 PSI는 100보다 높을 경우 전월보다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는 의견이 많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가격 상승과 수요 증가, 주요 전방산업 경기의 회복 등을 그 근거로 꼽았다. 반도체 업황이 회복세를 보이며 이들 종목에 빚을 내서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도 급증하는 추세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1일 기준 5237억8682만 원으로 1년 5개월 만에 최대 규모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일주일 새 9% 급등했다.● 中 경기 회복, 美 금리 인하가 관건 다만 최근 분위기가 반도체 경기의 대호황(슈퍼사이클)으로 이어질지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기 호전을 장담하기에는 변수가 아직 많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PC향 D램 범용 ‘DDR4 8Gb(기가비트)’ 제품의 고정거래 가격은 지난해 10월부터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하기 시작했다. 2022년 하반기(7∼12월)부터 시작된 메모리 업계 감산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국내 업계의 주력 제품인 DDR5 핵심 수요처라 할 수 있는 스마트폰과 데이터센터 수요는 아직 주춤한 상태다.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중국 경기 회복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침체가 이어지면서 아직까지 범용 서버의 회복 기대감은 낮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감산 효과와 AI 반도체가 이끌고 있는 ‘반짝 수요’가 시장 회복과 맞물리기를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들이 ‘이제 가격은 바닥을 쳤다’는 판단하에 제품을 사들이고 있지만 이런 분위기가 슈퍼사이클로 이어지려면 경기 회복 등 수요 견인 요인들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 금리 인하와 중국 경기 부양처럼 수요를 키울 이슈가 관건”이라고 말했다.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배당소득이 연 1억5500만 원을 넘으면 상위 0.1%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0.1%의 평균 배당소득은 8억 원을 웃돌았다. 24일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배당소득을 신고한 인원은 1723만6882명이었고 이들이 신고한 배당소득은 총 29조1838억 원이었다. 1인당 평균 170만 원가량의 배당소득을 거둔 셈이다. 배당소득 상위 0.1%(1만7236명)에 해당하는 기준은 1억5565만 원이었다. 이 금액을 넘으면 상위 0.1%에 들어갔다는 의미다. 이들 상위 0.1%가 거둔 평균 배당소득은 8억3200만 원이었고, 이들이 거둔 총 배당소득은 14조3358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배당소득의 49.1%를 상위 0.1%가 수령한 셈이다. 상위 0.1%가 수령한 배당소득의 비중은 2018년 49.4%, 2019년 47.1%, 2020년 50.1%, 2021년 49.1% 등으로 절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전체 배당소득은 2018년 19조6856억 원에서 2021년 30조7977억 원까지 늘었으나 2022년에는 5%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의 주주 배당 증가분에 일정 부분 법인세 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다. 또 배당 받은 주주에게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나 소득공제 등의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방침이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메가스터디교육이 공무원시험 브랜드 ‘공단기’를 인수하려는 계획을 공정거래위원회가 불허했다. 공무원시험 학원 시장에서 1, 2위 사업자가 결합할 경우 경쟁이 제한되면서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건 이후 공정위가 8년 만에 처음으로 기업 결합을 불허한 사례다. 21일 공정위는 메가스터디교육이 에스티유니타스 주식 95.8%를 취득하는 기업 결합에 대해 결합 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에스티유니타스는 공무원시험 학원 시장 1위 브랜드인 공단기를 소유한 기업이다. 공정위는 공무원시험 시장 1, 2위를 지키고 있는 공단기와 메가스터디의 기업 결합이 실현되면 즉각적으로 경쟁 제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 조사 등을 진행한 결과 인기 강사와 수강생이 한 회사에 집중되면 수강료 인상 등 우려가 큰 것으로 예상됐다”며 “자산 매각 등 다른 조치로는 경쟁제한 우려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인수 금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이달 들어 20일까지의 수출이 1년 전보다 10% 이상 늘었다. 반도체 수출이 상승세를 탄 가운데 대(對)중국 수출도 지난해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341억25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306억9600만 달러)보다 11.2% 늘었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 수출이 1년 전보다 46.5%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11월(10.8%)과 12월(19.0%), 올 1월(52.8%), 2월(63.0%) 등 수출 증가세가 뚜렷한 반도체가 이달에도 호조를 이어가는 것이다. 인도 물량과 선가가 함께 높아지고 있는 선박의 수출액이 370.8% 늘어난 가운데 가전제품 수출도 19.9% 늘었다. 반면, 지난달 8.2% 감소했던 승용차 수출은 7.7% 줄면서 감소세가 이어졌다. 국가별로는 중국에 대한 수출이 7.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중국 춘제 연휴 등의 영향으로 한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던 월간 대중 수출이 이달에는 다시 반등하는 모양새다. 미국(18.2%), 유럽연합(4.9%), 베트남(16.6%), 홍콩(94.9%) 등으로의 수출도 호조를 보였다. 주요국 중에서는 일본(―6.8%)에 대한 수출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수입액은 348억36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6.3% 줄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7억11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조익노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은 “이달은 조업일수가 지난해보다 1.5일 부족해 월말 기준 수출 증가율이 다소 안정화되겠지만 정보기술(IT) 품목의 호조세 등으로 수출 플러스와 무역흑자 기조를 무난하게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메가스터디교육이 공무원 시험 브랜드 ‘공단기’를 인수하려는 계획을 공정거래위원회가 불허했다. 공무원 시험 학원 시장에서 1, 2위 사업자가 결합할 경우 경쟁이 제한되면서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건 이후 공정위가 8년 만에 처음으로 기업결합을 불허한 사례다.21일 공정위는 메가스터디교육이 에스티유니타스 주식 95.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에 대해 결합 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에스티유니타스는 공무원 시험 학원 시장 1위 브랜드인 공단기를 소유한 기업이다.공정위는 공무원 시험 시장 1,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공단기와 메가스터디의 기업결합이 실현되면 즉각적으로 경쟁 제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 조사 등을 진행한 결과 인기 강사와 수강생이 한 회사에 집중되면 수강료 인상 등 우려가 큰 것으로 예상됐다”며 “자산매각 등 다른 조치로는 경쟁제한 우려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인수 금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공정위는 한 번의 구매로 모든 강의를 들을 수 있는 ‘패스’ 상품을 출시해 빠르게 성장했던 공단기가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구축하면서 패스 가격이 급격히 올랐던 사례를 지적했다. 출시 초기 30만 원대였던 패스 가격이 2019년에는 최고 285만 원까지 치솟았다는 것이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이르면 다음 달부터 식당에서의 ‘잔술’ 판매가 법적으로 명확하게 허용된다.식당에서 와인이나 정종 등의 잔술 판매가 흔히 이뤄지는 가운데 국세청이 내부 규정을 통해 이를 허용해 왔는데 시행령을 고쳐 규정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주류 도매업자가 무알코올 맥주를 식당에 납품하는 것도 허용된다.기획재정부는 2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개정안은 주류 판매업 면허 취소의 예외에 해당하는 주류의 단순 가공·조작의 범위를 규정하면서 ‘주류를 술잔 등 빈 용기에 나누어 담아 판매하는 경우’를 명시했다. 식당 등에서 술을 병째로 파는 것 외에 잔에 나눠 담아 잔술로 파는 것은 주류의 단순 가공·조작으로 보고 주류 판매업 면허 취소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국세청 관계자는 “식당에서의 잔술 판매는 그동안 법령보다 하위 규정인 국세청 기본통칙을 통해 허용돼 왔는데 시행령을 고쳐서 허용 여부를 더 분명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개정안에는 종합 주류 도매업자가 주류 제조자 등이 제조·판매하는 비알코올·무알코올 음료를 주류와 함께 음식점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현재 종합 주류 도매업자는 도수가 1% 이상인 주류만 유통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도수가 낮거나 없는 비알코올·무알코올 음료도 유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개정안은 입법예고를 거쳐 이르면 다음 달 중에 시행된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바보의나눔’과 ‘굿네이버스’, ‘기아대책’ 등 8곳의 공익법인이 8년 연속으로 활동 투명성 등이 우수한 ‘스타 공익법인’으로 인정 받았다. 평가 대상이었던 1126개 공익법인 가운데 스타 공익법인으로 선정된 곳은 49곳으로 전체의 4.4%에 그쳤다.20일 공익법인 평가기관인 ‘한국가이드스타’에 따르면 2023년도 공시 공익법인 평가에서 49곳이 스타 공익법인, 577곳이 ‘예비스타 공익법인’으로 분류됐다. 한국가이드스타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평가지표를 활용해 국내 공익법인의 투명성과 책무성, 재무 효율성을 측정하고 있다.지난해 국세청이 공시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공익법인 1126곳을 평가한 결과 높은 투명성과 재무 효율성을 인정받은 스타 공인법인은 49곳이었다. 만점인 별 3개를 받은 법인이 43곳, 별 2개를 받은 법인이 6곳이다.‘바보의나눔’과 ‘아이들과미래재단’, ‘아름다운가게’,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날’ ‘굿네이버스’ ‘기아대책’, ‘어린이재단’,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등 8곳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스타 공익법인에 선정됐다.이 밖에도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열매나눔재단’, ‘밀알복지재단’, ‘푸르메’ 등이 6년 이상 스타 공익법인으로 인정받았다.이들 49개 스타 공익법인은 평가대상인 공익법인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차지하는 기부금과 자산가액 비율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49곳의 기부금 비율은 전체의 35.4%, 총 자산가액 비율은 전체의 12.8% 수준이었다.평가대상 공익법인 가운데 재무 효율성은 우수하지만 투명성 평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577곳은 예비스타 공익법인으로 선정됐다. 투명성 지표를 충족시키면 스타 공익법인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큰 곳들이라는 설명이다.예비스타 공익법인에는 ‘네이버커넥트’, ‘풀무원재단’, ‘한국메세나협회’, ‘대한장애인체육회’, ‘삼성생명공익재단’, ‘한국중독연구재단’, ‘해피빈’ 등이 포함됐다.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는 “스타 공익법인은 투명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인정받은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공익법인”이라며 “규모가 큰 법인이 투명하고 효율적인 것이 아니라 투명하고 효율적인 법인의 규모가 커진다는 점을 인식하고 투명성 평가가 모든 비영리 분야로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의대 교수들이 사직 움직임을 보이는 걸 두고 “국민 생명을 살리기 위해 부여된 의사면허를 국민을 위협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각에서 나오는 ‘단계적 증원론’에 대해선 “매년 국민들이 의사들 눈치를 살피며 마음을 졸여야 한다면 제대로 된 나라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일축했다. 국방부는 전공의 파업으로 인한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야전부대 소속 군의관들도 차출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환자 곁을 지키고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을 설득해야 할 일부 의사들이 국민 바람을 저버리고 의사로서, 스승으로서 본분을 지키지 못하고 있어 정말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도 의료계 일부에선 의대 증원에 대해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며 국민이 동의할 수 없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 28분 가운데 약 18분을 의료개혁에 할애하며 취임 이후 의료개혁 추진 과정과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의 의대 정원 확대 사례 등을 설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의대 정원 증원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단계적 접근이나 증원 연기로는 국민 생명을 살리고 지역과 필수의료 붕괴를 막는 의료개혁을 결코 완수할 수 없다”며 ‘2000명 증원’ 방침을 재확인했다. 또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다음 달 구성하고 “민생토론회 형식의 의료개혁 토론회를 꾸준히 개최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의대 교수들의 사직 움직임은 계속됐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19일부터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에 내기 시작했다. 비대위는 25일 대학과 병원에 일괄 제출할 방침이다. 역시 25일 사직서 일괄 제출을 결의한 연세대 의대 교수들은 “의료진 상태를 고려해 환자 안전을 담보할 최소한의 수준으로 축소 개편할 수밖에 없다”며 진료 축소 방침을 밝혔다. 부산대 의대 교수들도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의사단체에 대해 “위법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며 압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개원의들이 단체행동에 나설 경우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 금지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며 “상황을 보면서 조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요청에 따라 야전부대에서 근무 중인 군의관 등 100명을 차출해 민간 병원에 파견하기로 했다. 이미 파견된 20명을 더하면 대형병원으로 차출된 군의관은 총 120명이 된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정부가 앞으로 자사주를 소각하거나 배당을 늘린 기업의 법인세를 줄여주기로 했다. 배당을 받은 주주들의 세금 부담을 지금보다 낮춰주는 방안도 함께 검토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민간 전문가들과 ‘자본시장 선진화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주주 환원 관련 세제 지원 방침을 밝혔다. 한국 증시가 저평가받고 있다며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우선 정부는 기업이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을 확대하면 기존보다 증가한 금액에 대해선 일정한 수준의 법인세 감면에 나서기로 했다. 회사가 보유한 자사 주식을 없애는 자사주 소각은 발행 주식 규모를 줄여 해당 회사의 주가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기업에서 배당을 받은 주주의 세 부담도 줄어든다. 현재 배당소득은 이자소득과 합산해 연 2000만 원까지는 15.4%의 소득세만 뗀다. 하지만 이 같은 금융소득이 연 2000만 원을 넘으면 다른 소득과 합산해 최고세율이 49.5%에 이르는 종합과세를 적용해 배당 확대가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정부는 배당소득만 따로 과세하거나 배당소득에 대한 세액공제 등을 검토하고 있다. 투자업계는 기업의 자발적인 주주 환원을 이끌어내면서 장기 투자를 유도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며 적극 환영하고 나섰다. 하지만 구체적인 법인세 감면 규모와 배당소득 경감 방식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아 실현 여부와 정책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5월 초까지 세부 방침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번 대책의 주요 내용은 모두 국회에서 법 개정이 필요하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국제유가가 4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다시 쓰면서 상승세로 돌아선 국내 물가의 추가 악재로 떠오르고 있다. 농산물 가격 급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1년 넘게 전체 물가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해왔던 석유 가격까지 반등하면서 전체 물가 상승 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2.1%(1.68달러) 오른 배럴당 82.7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영국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1.8%(1.55달러) 오른 86.89달러에 마감했다. WTI는 지난해 10월 31일 이후, 브렌트유는 지난해 10월 27일 이후 각각 4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감산 조치가 지속되는 데다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의 경기 회복 기대감 등이 국제유가를 계속 밀어올리고 있다. 국제유가가 2, 3주가량의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 역시 오름세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19일 오후 6시 기준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L당 1637.78원으로 집계됐다. 올 1월 첫째 주 평균 가격보다 L당 60.64원 올랐다. 휘발유 판매가격은 1월 다섯 째주부터 반등해 7주 연속 상승 중이다. 19일 경유 평균 판매가격도 L당 1537.94원으로 올 1월 첫째 주보다 45.78원 뛰었다. 앞으로도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이달 국내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상승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전체 물가 상승률을 계산할 때 적용하는 가중치가 전체 4위(휘발유), 7위(경유)로 높은 석유류는 지난해 2월부터 13개월 연속으로 1년 전보다 낮은 가격을 유지하면서 물가 오름세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해왔다. 석유류 가격은 지난해 12월과 올 1월에는 1년 전보다 각각 5.4%, 5.0%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지난달 하락 폭은 이미 1.5%로 낮아졌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석유는 소비자물가는 물론이고 생산자물가 등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지만 국내에서는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품목”이라고 말했다. 올해 ‘2%대 물가’ 조기 안착을 목표로 잡은 정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을 일찌감치 시사하면서 물가 상승 우려 잠재우기에 나섰다. 정부는 국제유가 불안이 이어지면 4월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를 추가 연장하는 한편 범부처 석유시장점검단을 통해 과도한 석유 가격 인상에 대한 단속에도 나설 계획이다. 한편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물가가 2%대에서 3%로 오른 것은 주로 국제유가와 과채류 등 농산물 가격의 강세가 주요 원인”이라며 “전 부처가 경각심을 가지고 물가 2%대 조기 안착을 통해서 민생이 안정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달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전체 물가 상승률은 3.1%로 한 달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최근 약 2년 동안 세계 곡물 가격이 30% 이상 떨어지면서 안정세를 되찾았지만 국내 가공식품 가격지수는 오히려 10%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 원재료 가격의 하락세가 국내 물가에 제때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17.3으로 집계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식량 가격이 크게 치솟았던 2022년 3월(160.3)보다 26.8% 떨어진 것이다. 지수를 구성하는 5개 품목군 중 유지류와 곡물의 가격지수는 23개월 동안 각각 52.0%, 33.1% 내렸다. 하지만 같은 기간 국내 가공식품 가격은 10.3%가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원료가 되는 국제 유지류 가격이 급락했음에도 식용유 가격은 21.0%가 올랐고 곡물 가격 하락에도 수프(20.4%), 밀가루(17.8%), 빵(12.5%) 등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가 7.2% 오를 때 가공식품은 이보다 1.5배 가까이 오르면서 먹거리 물가 부담을 키운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상당수의 기업이 지난해 사상 최고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논란이 됐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공식품은 원재료나 에너지 가격에 따라 제품 가격이 오르지만 원재료 가격이 떨어졌을 때는 제품 가격이 내리지 않는 대표적인 품목”이라며 “이 때문에 물가 상승기에 가계와 서비스 업계에 부담을 준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주재한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장바구니 물가를 내릴 수 있도록 농산물을 중심으로 특단의 조치를 즉각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올릴땐 빨리, 내릴땐 버티기” 식품업계 ‘그리드플레이션’ 도마에 [먹거리 물가 비상]가공식품 가격상승률, 물가의 1.5배재료값 상승땐 반년마다 가격 인상… 한번 올린 값은 안내리며 최대 실적정부 “가격담합 모니터링” 인하압박… 업계 “인건비 등 부담 인하 어려워” 18일 서울 영등포구 이마트 여의도점의 식품 코너. 한 70대 남성 고객이 올리브유 여러 종류를 들었다 놨다 하며 가격을 비교하더니 카트에 2병을 담았다. 하지만 이내 다시 돌아와 한 병을 내려놓곤 “모든 물가가 다 오른 것 같다”며 혀를 찼다. 인근에 사는 김윤자 씨(70·여)는 “최근 식용유 등의 물가가 다 올라 여기저기 저렴한 곳을 찾아다니며 식료품을 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여성 고객은 부침가루를 손에 든 채로 점원을 부르더니 더 작은 포장의 제품으로 바꾸기도 했다. 최근 2년여간 가공식품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국민들의 물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특히 식료품의 원료인 국제 곡물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데도 이런 추세가 제품 가격에 반영되지 않아 식품업계의 과도한 이윤 추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원재료 값이 급등할 때는 기업들이 이를 빠르게 제품 가격에 반영하면서 내릴 때는 가격 조정을 하지 않고 버티기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탐욕 인플레이션)’ 문제를 연일 거론하면서 기업들에 가격 인하를 압박하고 있지만 식품업계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재료값 상승은 빨리 반영, 하락 땐 버티기 18일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곡물가격지수는 113.8로 2022년 3월(170.1)보다 33.1% 하락했다. 2022년 정점을 찍었던 세계곡물가격지수는 지난해부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곡물 등의 원재료로 만들어지는 국내 가공식품 가격은 2년 전보다 큰 폭의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부침가루 가격은 2022년 3월보다 18.6% 올랐고, 밀가루(17.8%) 국수(15.1%) 케이크(13.8%) 등도 10% 넘는 오름 폭을 보였다. 가공식품 가격 상승률은 10.3%로 같은 기간 전체 물가 상승률(7.2%)의 1.5배에 달한다. 기업들은 마치 ‘살라미 전술’처럼 여러 차례 나눠 가격 인상을 꾸준히 단행했다. 최근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2018∼2021년 국내 기업의 평균 상품 가격 유지 기간은 약 9.1개월이었지만 2022∼2023년에는 6.4개월로 줄었다. 2022년부터는 반년에 한 번꼴로 가격을 올렸다는 것이다. 이처럼 앞다퉈 제품 가격을 올린 국내 식품 업체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오리온과 농심은 각각 4924억 원, 2121억 원(연결 기준)의 영업이익을 내며 사상 최대치를 다시 썼다. 삼양식품과 빙그레, 풀무원 등도 역대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보였다. ● 식품업계 “전기, 인건비 부담 여전”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잇달아 식품기업들과의 간담회를 열고 가공식품 등에 대한 가격 담합 발생 가능성을 상시 모니터링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제보 등을 통해 구체적인 혐의를 포착하면 조사에도 착수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밀가루와 식용유처럼 원재료 가격과 직결되는 제품을 중심으로 업계에 가격 인하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식품업체들은 현실적으로 가격 인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이 떨어지긴 했지만 전기요금과 인건비 등 부담은 여전하다”고 했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떨어져도 통상 6개월은 지나야 실제 생산 비용에 반영된다”며 “전쟁으로 인해 물류가 불안정해지며 이 기간이 연장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가격 인하는 어렵다”고 말했다.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세종=이호 기자 number2@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지난해 통관 과정에서 적발된 ‘짝퉁’ 제품의 96%가 중국산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직구(직접 구매)가 크게 늘면서 알리익스프레스(알리) 관련 소비자 민원도 1년 새 약 3배로 뛰었다. 17일 관세청에서 따르면 지난해 통관 단계에서 적발된 지식재산권 침해 물품(특송목록 기준)은 6만8000건이었다. 이 가운데 중국산은 6만5000건으로 95.6%를 차지했다. 직구로 산 짝퉁의 대다수는 중국산이었던 것이다. 알리와 테무 같은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 등을 통해 이뤄지는 중국 직구와 관련된 소비자 민원 건수도 크게 늘었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알리와 관련해 접수된 소비자 민원은 지난해 673건으로 전년(228건)의 약 3배였다. 2년 전(133건)과 비교하면 5배 이상으로 늘었다. 올해도 1, 2월에만 이미 352건의 알리 관련 민원이 접수됐다. 테무 관련 소비자 민원 역시 올해 두 달 만에 17건으로 지난해 전체 민원(7건)을 넘어섰다. 한편 지난해 중국 직구 금액은 23억5900만 달러(약 3조1000억 원)로 1년 전보다 58.5% 급증했다. 미국(14억5300만 달러)을 제치고 처음으로 1위로 올라섰다. 전체 해외 직구 금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31.5%에서 44.7%로 커지면서 미국(27.5%)을 크게 웃돌았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앞으로 해외 여행자들이 ‘○○페이’ 등으로 충전한 달러나 엔화를 손쉽게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 트래블로그나 트래블페이 등의 서비스에서 충전한 외화의 양도를 허용하면서 여행자들끼리 비용을 나눠 내고 남은 외화를 가족 등에게 넘겨줄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13일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신산업 분야 규제혁신 및 현장애로 해소 방안’을 발표했다. 해외 여행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외화 표시 선불전자지급수단 양도 서비스는 올 상반기(1∼6월) 중에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방역 로봇과 순찰 로봇 등의 로봇 관련 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현재는 방역 로봇을 활용해 자외선 살균 등에 나서도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없는데 올 4분기(10∼12월)까지 관련 지침을 개정해 사람이 소독한 것과 같은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경찰서에서 순찰 로봇을 사용할 수 있도록 실증특례 결과 등을 바탕으로 한 내부 지침도 올해 안에 마련한다. 해외 주요국이 이미 치안 활동에 순찰 로봇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운전면허를 땄지만 운전을 하지 않는 이른바 ‘장롱면허’ 소유자를 위한 자동차 운전 연수 서비스도 따로 제도화한다. 현재는 도로 운전 연수를 유상으로 제공하려면 자동차 운전학원으로 등록해야 한다. 이 때문에 강의실과 기능교육장 등을 갖춰야만 도로 연수에 나설 수 있는데 보다 쉽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서 음성화된 불법 도로 연수를 근절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과도한 규제 때문에 시장 진입이 힘들다는 기업의 목소리를 반영해 신산업 활성화에 나서려는 것”이라고 말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지난해 기획부동산 업체 A사는 개발 가능성이 거의 없는 임야의 경매에 참여해 저가로 땅을 사들였다. 업체는 이후 텔레마케터 수십 명을 동원해 주변에 도로와 철도가 뚫리는 호재가 있어 소액 투자로도 큰돈을 벌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모았다. 업체는 수십 명에게 토지 지분을 쪼개 팔아 사들인 땅 가격의 3배에 이르는 금액을 벌어들였다. 적게는 1000만 원, 많게는 수천만 원을 받고, 개발되더라도 가격이 오르기 힘든 토지를 팔아 넘겼다. 약 2년에 걸친 A사 관련 피해액은 수백억 원에 이른다. 피해자 중에는 소득이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저소득층과 70세 이상 고령자도 수백 명 포함됐다. 이들은 이렇게 얻은 양도 차익에 따른 세금을 줄이려고 가짜 인건비를 꾸며냈다가 세무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13일 국세청은 이 같은 기획부동산 사기와 이른바 ‘알박기’ 투자 등을 벌인 후에 세금을 탈루한 혐의자 96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세청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경기는 하락세지만 서민이나 건설사 등에 피해를 주는 부동산 관련 탈세는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 대상에는 A사와 같은 기획부동산 혐의자 23명이 포함됐다. 또 다른 기획부동산 업체도 임원 명의로 농지를 사들인 뒤에 취득가의 3배 가격으로 수백 명에게 쪼개 판 것으로 조사됐다. 새로 개발되는 지역의 주택이나 토지를 사들인 뒤에 팔지 않고 버티는 알박기 수법으로 시행사로부터 거액의 명도비 등을 뜯어내고 세금을 탈루한 혐의자 23명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B 씨는 한 업체가 부동산 개발을 위해 토지 매입에 나섰다는 소식을 듣고 사촌동생이 보유한 땅을 수천만 원에 매입했다. 그는 이 땅을 이용해 부동산 개발을 계속 지연시켰고 업체는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매입가의 150배에 이르는 가격에 이 땅을 사들이기로 했다. B 씨는 세무당국에는 이 토지를 수억 원에 판 것으로 신고하고 나머지 수십억 원은 용역비로 받는 식으로 양도소득세까지 탈루하려다 적발됐다. 재개발 지역의 무허가 건물에 투기하면서 양도 차익을 신고하지 않은 투기 혐의자 32명도 이번에 꼬리를 잡혔다. 무허가 건물은 등기가 되지 않아 거래 현황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을 악용해 세금을 회피한 사례다. 안덕수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은퇴 계층의 노후 자금을 노리는 기획부동산 사기 등의 부동산 탈세 행위를 지속적으로 조사해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강호동 신임 농협중앙회장(60·사진)이 11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취임식을 갖고 “중앙회의 모든 사업은 농업인 조합원과 농·축협의 입장에서 추진하도록 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변화와 혁신을 통한 새로운 대한민국 농업’이라는 새 비전을 선포하며 “활력 잃은 농촌을 살아있는 농촌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현장의 농·축협 경쟁력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NH투자증권은 이날 차기 사장으로 윤병운 NH투자증권 부사장(57)을 내정했다. 윤 부사장은 27일 열리는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선임된다. 1993년 NH투자증권의 전신인 LG투자증권에 입사한 윤 부사장은 IB1 사업부 대표 등을 거쳤다. NH농협금융지주 지분을 100% 갖고 있는 농협중앙회에선 농협 내부 인사인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사장 후보로 추천하면서 농협중앙회와 금융지주 사이에 파열음이 난 바 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1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의 한 대형마트 과일 코너. 1개에 1490원인 미국산 오렌지를 9개 사면 9990원으로 할인해 준다는 가격표가 눈에 들어왔다. 10개 정도가 담긴 제주 하우스 밀감 한 통은 1만3990원이었다. 과일 코너를 찾은 손님 가운데 상당수는 밀감 대신 오렌지를 카트에 담았다. 가족들과 마트를 찾은 김창영 씨(46)는 “아이들에게 국산 과일을 먹이면 좋겠지만 사과나 귤이 워낙 비싸서 아예 수입 과일을 사겠다는 마음을 먹고 왔다”며 “요즘은 국산 사과 가격이 수입 망고와 비슷한 수준이라 당분간 수입 과일 위주로 장을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과와 배 등 국산 과일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지난달 주요 수입 과일의 수입량이 1년 전보다 40% 넘게 늘었다. 김 씨처럼 수입 과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그만큼 늘고 있는 것이다.● 오렌지 수입 2배 넘게 늘어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대표적인 수입 과일로 꼽히는 바나나, 오렌지, 파인애플, 키위, 포도 등 5개 과일의 올 1월 수입액은 5120만 달러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59.5% 늘어난 규모다. 이들 과일의 수입량 역시 2만8500만 t에서 4만1700t으로 46.3% 증가했다. 과일 수입은 지난해 국산 사과와 배 작황이 부진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가을철 이후부터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5개 과일의 수입액은 지난해 10월에는 1년 전보다 5.2% 감소했지만 11월 10.9% 늘어났고 12월에도 24.0% 증가했다. 특히 오렌지와 바나나의 수입 증가가 두드러졌다. 올 1월 오렌지 수입액은 1년 전보다 116.8% 증가했다. 사과와 배를 대체하는 과일로 국산 귤 가격까지 덩달아 오르자 오렌지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바나나 수입액도 전년보다 57.6% 늘었다. 과일 수입이 크게 늘어난 데는 정부가 수입 가격을 낮추기 위해 할당관세를 시행하는 등의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치솟는 과일 물가를 잡기 위해 1월 중순부터 오렌지와 바나나, 자몽, 파인애플 등 수입 과일 6종에 할당관세를 시행하고 있다. 오렌지의 경우 10%, 나머지 5개 품목은 0% 관세율을 적용한다.● “여름까지 수입 과일 강세” 국산 과일값과 달리 주요 수입 과일 가격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aT에 따르면 이날 미국산 오렌지 가격은 10개 1만7208원으로 1년 전(1만7024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바나나 가격도 100g당 338원으로 1년 전(320원)보다 5%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국산 사과는 후지 상품 10개 기준 가격이 3만8원으로 1년 전(2만3063원)보다 30% 이상 높고 배도 신고 상품 10개가 4만2796원으로 1년 전(2만8523원)보다 50%가량 비싸다. 노호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예관측실장은 “국산 과일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자연스레 수입 과일 수요가 늘어나는 모습”이라며 “수박 등의 여름 과일이 나올 때까지 당분간 식탁에서 수입 과일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검역 문제로 막혀 있는 사과 수입은 여전히 기약하기 힘든 상황이다. 과일을 수입하기 위해선 해당 과일이 수입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병해충 등에 대한 위험 분석이 선행돼야 하는데 사과의 경우 이 절차를 마친 나라가 한 곳도 없다. 일본은 1992년, 미국은 1993년에 처음으로 사과에 대한 위험분석을 요청했지만 여전히 8단계에 이르는 분석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품목 특성과 수출국의 병해충 분포 상황, 상대 국가의 반응 속도 등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미쳐 (사과 수입까지 걸리는) 소요 기간이 얼마나 될지 현재로서는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수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내수 둔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경기 진단을 유지했다. 최근 고공행진하는 농산물 가격은 내수 경기의 추가적인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KDI는 10일 내놓은 ‘3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 둔화가 지속됐으나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며 경기 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KDI의 ‘내수 둔화’ 진단은 지난해 12월부터 넉 달째 이어지고 있다. KDI는 생산과 출하에서 높은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조업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수출이 일평균 기준으로 1월(5.7%)보다 높은 12.5% 증가를 보이는 등 대다수 품목에서 완만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서비스업 생산이 미약한 증가에 그치는 등 내수 경기는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진단했다. 1월 소매판매가 1년 전에 비해 3.4% 감소한 가운데 상품 소비는 금리에 민감한 품목을 중심으로 부진하다고 평가했다. KDI는 고금리 기조로 지출 여력이 축소된 상황과 공급 여건 악화로 농산물 등 일부 품목의 물가 상승폭이 확대되는 부분이 내수 경기의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최근 해외 직구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유해 물품 유통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종합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7일 정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해외 직구 관련 대응상황 점검을 위한 관계부처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관세청 등이 참석했다. 정부는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알리)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을 중심으로 해외 직구 이용자가 급증함에 따라 해외 직구 물품의 안전관리와 소비자 피해에 대한 우려가 급격히 커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공정위는 급성장 중인 알리가 국내의 소비자 보호 의무를 어기고 있다는 의혹과 관련해 현장조사에 나선 바 있다. 불량품이나 짝퉁 제품 판매, 반품 거부 등 알리와 관련된 국내 소비자 불만이 급증함에 따라 국내 법률 위반 여부를 살펴보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알리를 비롯한 해외 직구 사이트 전반에서 국내 시장 유통이 금지된 유해 물품을 판매하면서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기도 했다. 이 사이트들에서 유해한 제품을 팔더라도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없는 상황을 해외 직구 업체들이 파고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해외 직구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인식을 모으고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해외직구 종합대책 TF’를 구성하기로 했다. TF는 앞으로 해외직구 실태를 면밀히 파악하고 위해물품 반입 차단 등 안전관리 강화, 소비자 불만·불편 사항 해소 등의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애플이 ‘애플카’를 포기했다. 매력적인 제품 디자인과 압도적인 사용자 편의성. 미국 혁신 기업을 대표하는 애플은 10년간 자율주행 전기차를 준비해 왔다. 하지만 자율주행 기술은 좀처럼 실현되지 않았고 ‘타이탄’이란 이름의 프로젝트는 결국 좌초됐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억 대의 차를 생산한 유수의 완성차 업체들도 자율주행 완성을 버거워한다. 도로를 누비는 전기차 수백만 대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 테슬라도 진정한 자율주행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사람이 적절하게 활용하면 되는 생성형 인공지능(AI)과 사람을 안전하게 싣고 달려야 하는 자율주행차는 그 책임감에서 차원이 다른 기술이다. 그러니 안전에 대한 복잡다단한 문제를 말끔히 해결한 자율주행차의 등장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후발 주자인 애플이 비밀스러운 프로젝트로 자율주행 기술을 완성하는 일은 사실 처음부터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자율주행을 포기하고 매력적인 전기차 생산에 집중하는 길은 어땠을까. 아이폰, 맥북과 완전하게 동기화되면서 고급스러운 내·외장 디자인을 앞세운 애플카를 선보이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는 판단이 내려졌기에 애플카는 일장춘몽으로 끝이 났겠다. 애플은 그동안 제품 설계는 자신들이 하되 생산은 외부에 맡기는 전략을 써왔다. 하지만 차 산업은 생산 역량 자체가 핵심 경쟁력인 산업이다. 내연기관차보다 생산이 쉬워졌다지만 전기차도 외주 생산으로 확보할 수 있는 수익성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애플의 요구에 토 달지 않고 완성도 높은 차를 만들면서 애플에 큰 수익을 안겨줄 파트너를 찾는 것은 아주 힘든 과제다. 새로운 페이지가 펼쳐지고 있는 전기차 시장의 상황도 애플에는 큰 악재였다. 차 업계의 애플로 불리던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면서 단단한 성채를 구축한 상황. 우선 테슬라를 따라잡는 목표만 해도 만만치가 않다. 여기에 중국의 저가 전기차 공세가 본격화되면서 이제는 이 테슬라마저 가격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애플카로 뒤늦게 이 시장에 뛰어든다면 어떤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인지는 답이 쉽지 않은 질문이다. 그동안 애플은 더 비싸지만 더 뛰어난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해 왔다. 하지만 현재의 전기차 시장은 후발 주자의 고급화 전략이 쉽게 먹혀들 무대가 아닐 수 있다. 혁신적인 기술적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차 산업의 현실을 목격한 애플의 후퇴는 늦었지만 합리적인 판단일 수 있다.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는 생성형 AI에 힘을 집중하려는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겠다. 하지만 ‘타이탄’의 침몰은 애플카를 고대하던 이들에게 작지 않은 아쉬움이다. 제품 상자에도 특허를 내는 애플은 첫 포장을 뜯는 ‘언박싱’까지 차별화하면서 거대한 팬덤을 거느리게 된 기업이다. 이들이 만든 차는 도대체 어떤 경험과 감성을 안겨주는 제품이었을까. 이런 궁금증을 못내 버리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