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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화 고려대안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요즘 국내 바이오 기업 애스톤사이언스와 공동으로 종양 백신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이 약은 백신 원리를 이용한 암 치료제다. 박 교수가 2004년 연구를 시작했다. 암세포에서 많이 발견되는 단백질의 일부를 먼저 투입한다. 그러면 이 단백질이 외부에서 침투하는 바이러스처럼 ‘항원’ 역할을 한다. 이 암세포에 강력한 면역 반응을 일으키도록 하는 T세포만 선택적으로 늘리고 활성화시킨다. 이 방식은 획기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모든 암에 적용이 가능하다. 항암제보다 독성이 적고 약제비도 덜 든다. 가장 먼저 암 수술 후 재발을 막거나 표준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암 환자에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 종양 백신이 상용화하려면 임상 2상과 임상 3상을 거쳐야 한다. 박 교수는 이 기간을 7년 정도로 예상했다. ○ 경쟁력 있는 신약 개발 시스템 필요 1999년 7월 국산 신약 1호가 시판 허가를 받았다. SK케미칼이 만든 위암 항암제 선플라주다. 그로부터 20여 년. 올 3월까지 33개의 국산 신약이 탄생했다. 국산 신약들의 성적표는 어떨까. 연평균 5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신약도 있다. 하지만 어떤 신약은 생산이 중단됐거나 아예 시장에서 퇴출됐다. 이처럼 유명무실한 신약은 20∼30%나 된다. 결과적으로 보면 우수한 성적표는 아니다. 신약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최근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다. 왜 그럴까. 전문가들은 국내 제약회사들의 열악한 자본력을 지적한다.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하더라도 막대한 임상시험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판도 있다. 지금까지 나온 국산 신약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만큼 독창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33개 신약 중에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약은 겨우 2개에 불과하다. 결국 독보적 기술을 보유했는지가 성공의 열쇠다. 이런 점 때문에 ‘한국적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도 많다. 대학과 바이오 기업이 적극 협력해 독창적인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신약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박 교수는 “이런 시스템이 정착되면 임상 1단계에서 좌절하지 않고 최종 임상 3상까지 가는 신약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구를 많이 하는 교수에게는 환자 진료의 부담을 줄여주는 식으로 신약 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 병원 기업 협력모델 잇달아 최근 여러 대학과 병원에서 이런 방식의 협업이 자주 이뤄지고 있다. 고려대의료원만 하더라도 구체적인 실적을 낸 사례가 많다. 서재홍 고려대구로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암 표적치료제 개발회사를 설립해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방암 중에서 치료제가 없는 ‘삼중음성유방암’ 신약을 인공지능(AI) 기반으로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는 서 교수의 암 치료제 개발회사 외에도 여러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또 AI와 빅데이터 분야 전문가인 강재우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도 참여하고 있다. 성재영 고려대안암병원 의생명연구센터 교수는 2015년 뉴라이클사이언스라는 신약 개발 회사를 창업했다. 이 회사에서 알츠하이머와 치매 등 퇴행성 신경질환을 고칠 수 있는 항체 치료제를 개발했다. 현재 동물실험을 통해 유효성과 안정성 검증을 마쳤다. 연내 글로벌 임상 1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사실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글로벌 제약사들도 여러 차례 개발에 실패한 약이다. 뉴라이클사이언스가 개발한 약은 손상된 뇌신경에 생긴 일종의 ‘흉터’를 제거하고 신경을 되살리는 방식의 치료제다. 임상시험에 성공할 경우 국내 1호 치매 치료제가 될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도 노릴 수 있다. 대학과 병원이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바이오 벤처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거나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사례는 더 있다. 이경미 고려대 의대 생화학분자생물학교실 교수는 자연살해(NK)세포를 배양하고 치료에 활용하는 기술을 10년 연구 끝에 2016년 개발했다. 이 기술은 NK세포 치료제 전문 개발 회사인 엔케이맥스에 이전됐다. 이후 이 교수는 현재까지도 엔케이맥스와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면역세포 치료제인 슈퍼 NK세포 기술을 활용해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멕시코 등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새로운 의료 기술 적극 도입해야 의료 기술은 꾸준히 발전한다. 때로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기술이 등장한다. 이 경우 독성 검사와 동물실험부터 시작해야 한다.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돌입하기까지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기존의 의료 기술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그게 신(新)의료기술이다. 이 경우 이미 과학성과 안정성이 어느 정도 입증된 상태이기에 평가 절차를 밟으면 의료 현장에 곧바로 투입할 수 있다. 환자가 혜택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대폭 단축된다. 특히 의료기기 분야에서 이런 사례가 많다. 최종일 고려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국내 웨어러블 의료기기 1호로 등록된 ‘메모와치’에 대한 100여 명의 임상시험을 최근 마쳤다. 지금까지는 부정맥을 확인하려면 가슴에 5개 정도의 전극을 24시간 동안 부착해야 했다. 하지만 메모와치라는 손목시계 형태의 심전도 측정기만 차면 2주 동안 데이터가 자동적으로 의료기기 업체 서버로 전송된다. 새로운 의료기술은 얼마나 효과가 있었을까. 기존 방식으로는 27명만 부정맥을 찾아냈다. 반면 메모와치 방식으로는 51명의 부정맥을 발견했다. 게다가 기존 방식으로 부정맥을 찾아내지 못한 29명이 메모와치를 차고 부정맥을 찾아냈다. 특히 한 20대 남성의 경우 정신을 잃을 것 같고 죽을 것 같다는 공포를 느껴 병원을 전전했지만 부정맥을 진단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환자는 심각한 부정맥 진단을 받았고, 곧바로 시술을 받아 완치됐다. 최 교수는 추가로 부정맥을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의료기기를 소개했다. 가로세로 5cm 크기의 패치를 가슴에 붙이면 자동적으로 심장 박동을 체크하는 기기다. 시계보다 더 간편해진 것이다. 곧 임상시험에 돌입한다. 지난해 7월 김현구 고려대구로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최연호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교수와 함께 나노 기술과 AI 기술을 활용해 혈액만으로 폐암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혈액 속을 떠다니는 ‘엑소좀’을 분석해 암세포를 구분하는 방법이다. 물론 그전에도 혈액으로 암을 진단하는 기술은 있었다. 하지만 정확도가 50% 정도에 불과했다. 김 교수가 개발한 이 방법으로는 84%까지 진단이 가능하다. 진단 시간도 30분이면 충분하다. 김 교수는 5월에는 폐암을 정밀하게 탐색할 수 있는 조영제도 개발했다. 이 조영제를 사용하면 암이 폐 조직 내 깊이 있더라도 정확한 식별이 가능하다. 덕분에 폐암 부위만 정밀하게 절제할 수 있어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다. 암 수술 환자의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최종일 교수는 “새로운 의료 기술은 무엇보다 환자의 치료와 삶의 질 개선에 크게 기여한다”며 “게다가 이런 기술 개발이 활발해 새로운 기술이 쌓이면 원천기술 개발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동아일보-고려대의료원 공동 기획}

《의학과 과학이 융합하는 이른바 ‘메디사이언스(메디컬+사이언스)’가 미래 의학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동아일보는 고려대의료원과 공동으로 현재 주목받고 있는 메디사이언스 리포트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면역은 언제쯤 가능할까. 연내에 마스크를 벗을 수는 있을까. 이는 백신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렸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백신 주권’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향후 더 많은 전염병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백신 원천기술을 확보하느냐가 미래의학의 최대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와 박만성 고려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에게 백신 주권에 관한 전망을 물었다. ○ ‘질병 엑스’ 언제든 다시 온다 1918년 스페인독감(H1N1)으로 세계에서 1억 명 가까운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1957년 아시아독감(H2N2), 1968년 홍콩독감(H3N2)이 유행할 때엔 각각 100만 명과 70만 명이 사망했다. 2009년에는 스페인독감과 항원이 같은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가 유행했다. 돼지에서 유전자 변형이 일어난 바이러스가 인체로 넘어오면서 90년 시차를 두고 다시 유행했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19는 뿌리가 같다. 모두 코로나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키면서 발생했다. 바이러스로 인한 대유행은 이처럼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기존에 알려진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킬 수도 있고, 에이즈나 에볼라처럼 동물에게만 침투하던 바이러스가 인간의 몸에 들어오면서 전염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 바이러스의 공격에 당장 면역력이 없는 인류는 속수무책이다. 문제는 앞으로 어떤 바이러스가 유행할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2018년 2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 대유행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8종류의 바이러스를 발표하면서 맨 마지막 전염병을 ‘질병 엑스(Disease X)’라 명명(命名)했다. 코로나19 위기를 넘기더라도 질병 엑스는 다시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 ○세계 유일의 백신, 우리도 만들었었다 유행성출혈열(신증후출혈열)은 들쥐가 옮기는 감염병이다. 발열과 출혈에 이어 신부전으로 이어진다. 치사율이 최근에는 5% 이내로 줄었지만, 한때 20%를 넘길 정도로 심각했다. 이 병은 6·25전쟁 때 3000여 명의 유엔 병사들에게 증세가 나타나면서 국제적 관심을 받았다. 수십 년 동안 아무도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다가 1976년 이호왕 현 고려대 명예교수가 들쥐의 폐 조직에서 원인 바이러스를 처음 분리했다. 쥐를 잡은 지역이 한탄강이라 한타바이러스라 명명했다. 세계 최초로 바이러스 정체를 규명한 데 이어 GC녹십자가 세계 최초로 백신을 개발했다. 이것이 한타박스다. 유행성출혈열 백신 분야에서는 대한민국이 세계를 리드했다. 2009년 신종플루 사태 이후 신종인플루엔자 범부처 사업단이 가동됐다. 이 사업단은 고려대 의료원이 주도했다. 그 전까지 독감 백신은 전량 수입했다. 사업단은 정부 지원을 받아 다양한 백신을 개발했다. SK케미칼과 함께 4가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4가 세포배양 백신을 개발하고 생산했다. 유정란을 배양해 독감 백신을 만드는 방식에서 한걸음 나아간 새로운 방식이었다. 덕분에 생산 기간을 대폭 단축시켰다. 당시 사업단은 30∼40개의 과제를 이행하면서 백신의 기초와 원천기술 개발부터 생산과 상용화까지를 시도했다. 인플루엔자 백신 주권의 역사를 써냈다.○코로나 사태, 왜 백신 개발에 뒤처졌나 사업단은 6년 만에 해체됐다.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는 잊혀졌고, 백신 연구인력도 뿔뿔이 흩어졌다. ‘백신 인프라’를 구축할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백신 개발에는 많은 인력과 자금이 필요하다. 개발하고도 해당 질병이 퍼지지 않으면 팔 수 없다. 그러니 자금력이 열악한 국내 제약회사나 바이오 기업은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았다. ‘백신 부재’의 책임을 기업에만 물을 수 없는 이유다. 김 교수는 “백신 개발 작업은 일종의 오케스트라와 같다”고 말했다. 모든 악기가 어우러져야 멋들어진 협주가 나오듯 면역학, 감염의학, 바이러스학, 역학, 통계학 등이 동원되고 체계적인 협업이 이뤄져야 백신이란 작품이 나온다는 이야기다. 백신이 개발된 뒤에도 마찬가지다. 동물실험, 임상시험, 정부 허가, 접종 부작용 모니터링, 가격 책정, 생산 등 여러 단계가 일사불란하게 진행돼야 한다. 박 교수는 “이런 점 때문에 백신 사업은 다른 질병 치료제와 달리 산업체, 학교, 연구소, 병원이 함께 움직이는 이른바 ‘산학연병(産學硏病)’ 협력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이를 위한 시스템이 정착돼 있지 않다. ○‘산학연병’ 협력, 새 모델 필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글로벌 기업들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다. 이미 10년 이상 백신 연구와 개발에 전념했기 때문에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한 기업이 독자적으로 백신 개발과 생산을 담당하지도 않았다. 이번 코로나19 백신에서 배울 점이 이것이다. 화이자는 독일 바이오 기업인 바이오엔텍과 함께 백신을 개발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 옥스퍼드대와 공동 개발했다. 모더나는 정부의 전적인 지원을 받았다. 일종의 ‘산학연병’ 시스템이 일찌감치 자리 잡았다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백신 주권을 확보하려면 우리도 이런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침 국내에도 이런 모델이 등장했다. 고려대가 8월 서울 정릉에 문을 여는 ‘메디사이언스 파크’가 그것이다. 이 캠퍼스 안에 국내 처음으로 백신의 ‘산학연병’ 협력을 추진하는 백신혁신센터(VIC-K)가 운영된다. 백신혁신센터는 △감염병 연구와 전문가 양성 △백신과 신약 개발 △다양한 백신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한다. 고려대와 고려대병원, 제약 및 바이오 기업이 참여한다. 대학과 연구소는 백신 개발에 필요한 기초연구와 동물연구를 진행한다. 원천기술을 개발하면 산업체에 기술을 이전하게 된다. 임상시험과 시판 후 부작용 연구는 병원이 맡는다. ○범용 백신 이어 암 백신에도 적용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mRNA 기술로 만들어졌다. 이 기술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단백질을 인체가 생성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기존 방법에 비해 생산하기가 쉬워 6개월이면 백신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고려대 백신혁신센터는 이 mRNA 백신 플랫폼을 바탕으로 다중 백신과 범용 백신을 개발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잡았다. 다중 백신은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를 동시에 예방하는 백신을 말한다. 범용 백신은 코로나19의 모든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 백신을 뜻한다. 이게 가능할까. 김 교수는 “현재 세계적으로 이와 관련된 특허가 300여 종이 있다. 이 특허를 우회하거나 응용을 통해 독창적 방법으로 우리만의 원천기술을 충분히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기술을 활용해 암, 면역질환 등 다양한 분야의 백신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센터는 2, 3년 안에 mRNA 플랫폼을 이용한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어 5년 내에 이를 이용해 여러 백신을 상용화하며, 10년 후에는 아시아 지역에까지 백신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교수는 “백신 주권을 확립하면 그 다음은 아시아의 여러 국가에 무상 혹은 저가에 공급하는 백신허브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동아일보-고려대 의료원 공동기획}

《최연호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57)는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의사다.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에 감염된 아이들이 철분 결핍으로 빈혈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한 그의 논문은 미국 소아위장관학 교과서에도 실렸다. 소화기에 생기는 염증 질환인 소아 크론병 치료의 과학적 근거를 규명하기도 했다. 성균관대 의대 학장도 맡고 있는 최 교수는 의사들의 인성을 특히 강조한다. 의사들이 의학 지식에만 치중하면 환자와 소통하기보다는 치료 대상으로만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학장에 취임한 직후 의대생들의 인성평가 제도를 도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건강관리 했지만 오히려 당뇨병 얻어 환자 치료하랴, 학장 역할도 하랴 바쁜 나날의 연속이다. 그러다가 건강이 나빠졌다. 3년 전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250mg/dL을 넘어섰다. 일반적으로 240mg/dL을 넘으면 고지혈증으로 본다. 내장 지방 수치도 높아져 경도 비만 진단이 나왔다. 그 다음 해에는 혈압에 비상이 걸렸다. 수축기 혈압이 140mmHg를 넘었다. 140mmHg 이상이면 고혈압 진단을 내린다. 고지혈증에 이어 고혈압 환자가 된 것이다. 먼저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약을 먹었고, 6개월 후 혈압을 낮추는 약을 먹기 시작했다. 건강 위험 신호가 켜졌으니 적게 먹고 운동을 더 열심히 했다. 그 결과 작년에는 콜레스테롤과 혈압 수치가 거의 정상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 대신 새로운 복병이 나타났다. 공복 혈당 120mg/dL에 당화혈색소 6.7%가 나온 것이다. 공복 혈당이 126mg/dL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당화혈색소는 혈액의 혈색소가 당화한 수치를 뜻하는데 6.5%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최 교수는 당뇨병 환자가 된다. 지난해 말 다시 혈액검사를 해보니 당화혈색소가 6.9%로 올랐다. 나름대로 건강관리를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뭐가 문제였을까. ○빡빡할 정도로 달라진 관리 돌이켜 보니 안일했다. 콜레스테롤과 혈압 수치가 떨어지니 마음을 놓았다. 식단 조절을 한다면서도 크게 식사량을 줄이지도 않았고, 간식도 마다하지 않았다. 더 철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음을 깨달았다. 당뇨병 약은 일단 복용하지 않았다. 최 교수는 “인정하기 싫지만 당뇨병 환자가 된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언젠가 약을 먹겠지만 그 전에 삶의 패턴을 바꾸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지금 생활 습관을 고쳐 놓으면 나중에 약을 먹더라도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기대였다. 3개월 전 식습관을 바꿨다. 아침에는 빵과 우유 한 잔으로 줄였다. 점심과 저녁에는 밥을 먹되 용량을 4분의 1로 줄였다. 반찬은 3분의 2만 먹는다. 모든 간식은 완전히 끊었다. 입이 심심해지면 오이와 토마토를 먹는다. 당 함량이 높은 과일도 끊었다. 운동 종목도 바꿨다. 최 교수는 오랫동안 수영과 자전거 타기를 해 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진 이후로는 이런 운동을 거의 못 하고 있었다. 늘 할 수 있는 걷기를 시작했다. 매일 8000∼1만 보를 걷는다. 병원 주변 산책로를 돌기도 하고, 퇴근한 후 집 주변을 걷기도 한다. ○10일 동안의 혈당 측정 실험 최 교수는 장비를 이용해 10일 동안 혈당 변화를 직접 체크했다. 1cm 두께의 연속혈당측정기를 배에 부착하면 5분 간격으로 단말기나 휴대전화로 혈당 수치를 전송한다. 이 장치를 사용하면 24시간 혈당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당뇨병 환자에게는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된다. 아침 식사를 걸러봤다. 혈당이 살짝 떨어졌다. 점심 식사량을 4분의 1로 줄였더니 조금 오르긴 했지만 걱정할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간식으로 라면과 크림빵 한 쪽을 먹었더니 혈당이 급격하게 올랐다. 깜짝 놀라 30분 동안 4000보가량 걸었다. 혈당이 떨어지나 싶더니 운동을 중단하자 다시 올랐다. 최 교수는 “당뇨병 환자에게 지속적인 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 체험을 통해 깨달았다”고 말했다. 하루는 회식 자리에서 소주를 한 병 마셨다. 혈당이 오르지 않았다. 나중에 이유를 알았다. 간에서 포도당을 만들어야 할 효소가 알코올을 분해하는 데 먼저 투입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혈당이 오르지 않는단다. 하지만 이날 혈당이 오르지 않은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안주로 탄수화물을 배제하고 해산물과 육류를 먹었던 것이다. 이후로도 최 교수는 여러 음식을 먹고 혈당 변화를 확인했다. 소주보다는 와인이, 라면이나 짜장밥보다는 참치비빔밥이나 된장찌개가 혈당을 덜 높였다. 샌드위치와 탄산음료를 같이 먹었을 때 가장 혈당이 빨리 올랐다. ○고지혈-고혈당 벗어나니 해방감 최 교수는 며칠 전 건강검진을 받았다. 3개월 동안의 집중 관리에 대한 성적표인 셈이다. 우선 체중이 73kg에서 67kg으로 떨어졌다. 최 교수는 “그렇게 운동을 오래 했지만 체중 감량에 성공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체중이 줄었지만 근육량은 200g 늘었고 체지방률은 7% 감소했다. 최 교수는 “뱃살이 쏙 빠져 바지를 새로 사야 할 판”이라며 웃었다. 당화혈색소는 6.1%, 공복 혈당은 107mg/dL로 떨어졌다. 수치상으로는 당뇨병을 탈출했다.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도 완벽하게 정상 범위로 돌아왔다. 담당 의사와 상의해 혈압과 콜레스테롤 약을 먹지 않기로 했다. 물론 수치가 높아지면 약을 다시 먹는다는 단서를 달았다. 최 교수는 “중증 단계는 아니었지만 고혈압과 고지혈증 환자가 약에서 해방될 수 있음을 증명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했다. 식단 조절에 더 철저해야 하며 하루에 1만 보 이상 걸어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오만함이 병을 부른다. 겸손한 마음으로 건강을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건강관리 계기 찾아 습관화 계획을… 배부르게 먹지 말고 좋은 음식 적게 먹어야최교수의 당뇨 탈출 4계명최연호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3개월 동안 당뇨병과 집중적으로 싸우면서 느낀 사실은 ‘안일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최 교수에게 체험 기간 동안 느낀 소감을 들었다. 첫째, 건강을 관리할 강력한 계기를 찾아야 한다. 그게 건강검진이든, 최 교수가 했던 것처럼 당뇨 혈당 체크하는 패치를 부착하는 것이든 뭔가는 해야 한다는 뜻이다. 약을 빠뜨리지 않고 복용하고 음식량을 줄이며 운동도 열심히 하겠다는 결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실천이 동반되지 않으면 의지는 곧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둘째, 일회성 실천이 아니라 습관이 되도록 해야 한다. 건강검진 결과가 좋지 않으면 건강관리를 위한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며칠도 지나지 않았는데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습관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가령 밥을 먹으면 곧바로 걷는 것을 원칙으로 삼거나 식사할 때 미리 밥을 덜어놓는 조치가 필요하다. 셋째, 배부르게 많이 먹지 말고 좋은 음식을 적게 먹어야 한다. 최 교수는 “현대는 영양 과잉의 시대다. 이 모든 것을 먹으려다 보니 음식 섭취량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모든 것을 먹지 말고 양질의 음식을 골라서 적당히 먹으라는 이야기다. 넷째, 항상 활동하고 걸어야 한다. 최 교수는 “동료 교수가 옥상에 화단을 만들어 놓고 주말에 지하에서 옥상까지를 오르다 보니 하체 근육이 늘었다고 하더라”며 “일부러 근력 운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지속적인 걷기가 근육량 증가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평생 뭔가를 꾸준히 하면서 움직일 것을 당부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최연호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57)는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의사다.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에 감염된 아이들이 철분 결핍으로 빈혈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한 그의 논문은 미국 소아위장관학 교과서에도 실렸다. 소화기에 생기는 염증 질환인 소아 크론병 치료의 과학적 근거를 규명하기도 했다. 성균관대 의대 학장도 맡고 있는 최 교수는 의사들의 인성을 특히 강조한다. 의사들이 의학 지식에만 치중하면 환자와 소통하기보다는 치료 대상으로만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학장에 취임한 직후 의대생들의 인성평가 제도를 도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건강관리 했지만 오히려 당뇨병 얻어환자 치료하랴, 학장 역할도 하랴 바쁜 나날의 연속이다. 그러다가 건강이 나빠졌다. 3년 전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250mg/dL을 넘어섰다. 일반적으로 240mg/dL을 넘으면 고지혈증으로 본다. 내장 지방 수치도 높아져 경도 비만 진단이 나왔다. 그 다음 해에는 혈압에 비상이 걸렸다. 수축기 혈압이 140mmHg를 넘었다. 140mmHg 이상이면 고혈압 진단을 내린다. 고지혈증에 이어 고혈압 환자가 된 것이다. 먼저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약을 먹었고, 6개월 후 혈압을 낮추는 약을 먹기 시작했다. 건강 위험 신호가 켜졌으니 적게 먹고 운동을 더 열심히 했다. 그 결과 작년에는 콜레스테롤과 혈압 수치가 거의 정상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 대신 새로운 복병이 나타났다. 공복 혈당 120mg/dL에 당화혈색소 6.7%가 나온 것이다. 공복 혈당이 126mg/dL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당화혈색소는 혈액의 혈색소가 당화한 수치를 뜻하는데 6.5%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최 교수는 당뇨병 환자가 된다. 지난해 말 다시 혈액검사를 해보니 당화혈색소가 6.9%로 올랐다. 나름대로 건강관리를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뭐가 문제였을까. ● ‘빡빡할 정도로 달라진 관리 돌이켜 보니 안일했다. 콜레스테롤과 혈압 수치가 떨어지니 마음을 놓았다. 식단 조절을 한다면서도 크게 식사량을 줄이지도 않았고, 간식도 마다하지 않았다. 더 철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음을 깨달았다. 당뇨병 약은 일단 복용하지 않았다. 최 교수는 “인정하기 싫지만 당뇨병 환자가 된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언젠가 약을 먹겠지만 그 전에 삶의 패턴을 바꾸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지금 생활 습관을 고쳐 놓으면 나중에 약을 먹더라도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기대였다. 3개월 전 식습관을 바꿨다. 아침에는 빵과 우유 한 잔으로 줄였다. 점심과 저녁에는 밥을 먹되 용량을 4분의 1로 줄였다. 반찬은 3분의 2만 먹는다. 모든 간식은 완전히 끊었다. 입이 심심해지면 오이와 토마토를 먹는다. 당 함량이 높은 과일도 끊었다. 운동 종목도 바꿨다. 최 교수는 오랫동안 수영과 자전거 타기를 해 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진 이후로는 이런 운동을 거의 못 하고 있었다. 늘 할 수 있는 걷기를 시작했다. 매일 8000~1만 보를 걷는다. 병원 주변 산책로를 돌기도 하고, 퇴근한 후 집 주변을 걷기도 한다. ● 10일 동안의 혈당 측정 실험 최 교수는 장비를 이용해 10일 동안 혈당 변화를 직접 체크했다. 1㎝ 두께의 장치를 몸에 부착하면 5분 간격으로 단말기나 휴대전화로 혈당 수치를 전송한다. 이 장치를 사용하면 24시간 혈당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당뇨병 환자에게는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된다. 아침 식사를 걸러봤다. 혈당이 살짝 떨어졌다. 점심 식사량을 4분의 1로 줄였더니 조금 오르긴 했지만 걱정할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간식으로 라면과 크림빵 한 쪽을 먹었더니 혈당이 급격하게 올랐다. 깜짝 놀라 30분 동안 4000보가량 걸었다. 혈당이 떨어지나 싶더니 운동을 중단하자 다시 올랐다. 최 교수는 “당뇨병 환자에게 지속적인 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 체험을 통해 깨달았다”고 말했다. 하루는 회식 자리에서 소주를 한 병 마셨다. 혈당이 오르지 않았다. 나중에 이유를 알았다. 간에서 포도당을 만들어야 할 효소가 알코올을 분해하는 데 먼저 투입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혈당이 오르지 않는단다. 하지만 이날 혈당이 오르지 않은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안주로 탄수화물을 배제하고 해산물과 육류를 먹었던 것이다. 이후로도 최 교수는 여러 음식을 먹고 혈당 변화를 확인했다. 소주보다는 와인이, 라면이나 짜장밥보다는 참치비빔밥이나 된장찌개가 혈당을 덜 높였다. 샌드위치와 탄산음료를 같이 먹었을 때 가장 혈당이 빨리 올랐다. ● “고혈압-콜레스테롤 약에서 해방” 최 교수는 며칠 전 건강검진을 받았다. 3개월 동안의 집중 관리에 대한 성적표인 셈이다. 우선 체중이 73㎏에서 67㎏으로 떨어졌다. 최 교수는 “그렇게 운동을 오래 했지만 체중 감량에 성공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체중이 줄었지만 근육량은 200g 늘었고 체지방률은 7% 감소했다. 최 교수는 “뱃살이 쏙 빠져 바지를 새로 사야 할 판”이라며 웃었다. 당화혈색소는 6.1%, 공복 혈당은 107mg/dL로 떨어졌다. 수치상으로는 당뇨병을 탈출했다.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도 완벽하게 정상 범위로 돌아왔다. 담당 의사와 상의해 혈압과 콜레스테롤 약을 먹지 않기로 했다. 물론 수치가 높아지면 약을 다시 먹는다는 단서를 달았다. 최 교수는 “중증 단계는 아니었지만 고혈압과 고지혈증 환자가 약에서 해방될 수 있음을 증명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했다. 식단 조절에 더 철저해야 하며 하루에 1만 보 이상 걸어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오만함이 병을 부른다. 겸손한 마음으로 건강을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호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3개월 동안 당뇨병과 집중적으로 싸우면서 느낀 사실은 ‘안일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최 교수에게 체험 기간 동안 느낀 소감을 들었다. 첫째, 건강을 관리할 강력한 계기를 찾아야 한다. 그게 건강검진이든, 최 교수가 했던 것처럼 당뇨 혈당 체크하는 패치를 부착하는 것이든 뭔가는 해야 한다는 뜻이다. 약을 빠뜨리지 않고 복용하고 음식량을 줄이며 운동도 열심히 하겠다는 결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실천이 동반되지 않으면 의지는 곧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둘째, 일회성 실천이 아니라 습관이 되도록 해야 한다. 건강검진 결과가 좋지 않으면 건강관리를 위한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며칠도 지나지 않았는데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습관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가령 밥을 먹으면 곧바로 걷는 것을 원칙으로 삼거나 식사할 때 미리 밥을 덜어놓는 조치가 필요하다. 셋째, 배부르게 많이 먹지 말고 좋은 음식을 적게 먹어야 한다. 최 교수는 “현대는 영양 과잉의 시대다. 살짝 고개만 돌려도 먹을 게 너무 많다. 이 모든 것을 먹으려다 보니 음식 섭취량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모든 것을 먹지 말고 양질의 음식을 골라서 적당히 먹으라는 이야기다. 넷째, 항상 활동하고 걸어야 한다. 최 교수는 “동료 교수가 옥상에 화단을 만들어 놓고 주말에 지하에서 옥상까지를 오르다 보니 하체 근육이 늘었다고 하더라”며 “일부러 근력 운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지속적인 걷기가 근육량 증가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평생 뭔가를 꾸준히 하면서 움직일 것을 당부했다.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언제 어디서나 시원한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RTD(Ready To Drink)’ 커피 음료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20년 국내 RTD 커피 음료 시장 규모는 1조3230억 원에 달했다. 특히 올해 여름은 무더운 날씨가 예상되면서 시장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프리미엄 커피 음료 ‘맥심 티오피(Maixm T.O.P)’를 선보인 동서식품은 최근 ‘맥심 티오피 스모키’ 2종을 새롭게 내놨다. 회사 측에 따르면 맥심 티오피 스모키는 커피 추출액 제조 시 ‘향 회수 공법’을 적용해 원두 본연의 신선한 커피 향을 살려 자연스럽고 풍부한 향미가 특징이다. 또 엄선한 아라비카 100% 원두를 강하게 다크 로스팅해 진하고 스모키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이번에 나온 제품은 275mL 캔 타입의 ‘티오피 스모키 블랙’과 ‘티오피 스모키 라떼’ 2종이다. 맥심 티오피는 그동안 캔커피, 컵커피, 페트형 커피 등 다양한 형태로 나왔다. 소비자들에게 가장 처음으로 얼굴을 알린 ‘맥심 티오피 캔커피’는 지난해 6월 패키지 디자인을 새롭게 단장했다. 더블랙, 스위트 아메리카노, 마스터 라떼(200mL, 275mL, 380mL) 등 9종이다. ‘맥심 티오피 컵커피’는 볼드 에스프레소 라떼, 트루 에스프레소 블랙을 비롯해 다양한 제품이 나와 있다. ‘심플리스무스’와 ‘심플리스무스 로스티’ 등 페트형 제품도 있다. 심플리스무스는 블랙, 스위트 아메리카노, 라떼 3종이다. 심플리스무스 로스티는 360mL 용량으로 기존 ‘심플리스무스’(240mL)보다 50%나 커졌다. 로스티 블랙과 로스티 라떼 2종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산모의 배 안에 있는 태아의 머리는 아래쪽으로 향한다. 하지만 만삭인 산모의 3∼4%는 태아의 위치가 거꾸로 돼 있다. 머리가 위쪽, 엉덩이가 아래쪽으로 향하는 이 현상을 ‘둔위’라고 한다. 이런 태아를 원래 위치로 돌려놓는 것이 둔위교정술(역아회전술)이다. 김광준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교수(58)는 고위험 산모를 주로 치료한다. 그중에서도 둔위교정술에서 두드러진다. 2008년 이후 현재까지 2000여 건을 시술했다. 성공률도 평균 50∼60%인 해외보다 월등히 높은 90%에 육박한다. 시술은 초음파를 보면서 진행한다. 산모의 하복부를 마사지하다가 골반에 들어간 태아를 쓱 밀어 올린다. 대체로 평균 5∼10분이 소요된다. 상황이 어려울 경우에는 이보다 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김 교수는 “이 시술이 보기엔 쉬워 보여도 땀을 뚝뚝 흘릴 정도로 힘이 많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평소 체력 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 운동과 쌓은 담을 허물다 학창 시절 김 교수는 운동에 무관심했다. 심지어 경기 관람도 즐기지 않았다.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축구공이나 농구공을 만져본 적도 없다. 야구 한 팀이 몇 명인지도 알지 못했다. 의대에 입학한 후로도 달라지지 않았다. 몸은 점점 말라갔다. 전공의 시험 면접을 치르는데 교수가 혹시 병이 있는 것 아니냐고 물을 정도였다. 전공의 2년 차 때 병원 근처에 수영장이 생긴 덕분에 수영을 하고 싶어졌다. 아침마다 수영장을 찾았다. 얼마 후 승용차에서 안전벨트를 매다가 깜짝 놀랐다. 벨트 안쪽이 가슴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그 사이에 가슴에 근육이 붙은 것이다. 효과를 체험하면 달라지는 법. 운동이라곤 해 본 적 없던 사람이 수영에 재미를 느끼게 됐다. 그 후로도 7, 8년을 더 수영장에 다녔다. 사실 불편함이 조금 있기는 했다. 자꾸 귀에 물이 들어가는 게 성가셨다. 여기다 개인적 사정이 겹치면서 수영을 관뒀다. 하지만 운동을 완전히 끊지는 않았다. 이미 ‘운동의 맛’을 봐온 터였다. 김 교수는 더 쉽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았다. 헬스클럽에 다니기 시작했다. ● 격일로 유산소-근력 운동 2005년 김 교수는 병원에서 가까운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16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 헬스클럽을 이용한다. 김 교수는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격일로 한다. 주 5일 운동할 경우 월·수·금요일에 트레드밀(러닝머신)에서 시속 8km로 30분 정도 달린다. 4km를 달리고 나면 운동을 끝내고 헬스클럽을 나선다. 화·목요일에는 근력 운동을 한다. 누워서 역기를 드는 벤치프레스, 앉은 채로 장비를 가슴까지 잡아당기는 렛풀다운, 반쯤 누워서 다리로 장비를 미는 파워레그 프레스. 딱 이 세 종류만 이용한다. 여러 장비를 짧은 시간씩 하는 것보다 세 가지 장비를 집중적으로 이용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생각에서다. 대체로 12∼15회씩 3세트를 반복한다. 중량은 지나치게 무겁지 않은 수준으로 책정한다. 가령 벤치프레스는 20∼30kg, 렛풀다운은 35kg, 파워레그 프레스는 80kg 정도의 무게를 이용한다. 별도로 연구실과 집에서는 틈나는 대로 코어 근육 강화 운동을 한다. 바퀴가 달린 휠슬라이드라는 도구를 이용한다. 무릎 앉은 자세에서 휠슬라이드를 밀며 몸을 쭉 뻗는다. 아침과 저녁에 각각 20회씩 40회를 한다. 좀 더 여유가 생기면 이를 2배로 늘린다. ● “헬스클럽에 ‘출근’한다는 개념 필요” 매주 5회씩 헬스클럽을 찾아 운동하는 것은 쉽지 않다. 김 교수도 이 점을 인정한다. 그는 “가급적 3일 이상은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했다. 지속적으로 운동하는 것은 귀찮음과의 싸움이다. 김 교수는 매주 1회 정도 저녁에 술자리가 있다. 술을 마신 다음 날 운동하러 가기 싫을 때도 많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가급적 헬스클럽에 간다. 김 교수는 “헬스클럽에 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면 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씻지 않은 채 승용차를 몰고 바로 헬스클럽으로 간다. 이렇게 하면 샤워를 하기 위해서라도 헬스클럽에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일단 헬스클럽에 들어가면 달리기를 하든 근력 운동을 하든 뭔가 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자신의 이런 방식을 ‘출근’이라고 설명했다. 운동하러 간다고 생각하면 가기 싫을 수 있지만 출근해야 한다면 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일단 ‘출근’하면 아는 얼굴도 보이고, 운동하는 사람들 틈에 있으면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 “정신 건강도 챙겨야 진짜 건강” 김 교수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 범위 내에서 약간 높을 뿐 질병 징후가 전혀 없다.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몸이 더 좋아지는 느낌이다. 최근에는 피곤하거나 기력이 떨어진 적도 없다. 김 교수는 “꾸준히 헬스를 한 게 도움이 됐겠지만 낙천적 성격도 한몫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고위험 산모 치료는 스트레스가 상당한 작업이다. 당직이 아닌데도 새벽에 집이 있는 인천에서 차를 몰고 응급실로 달려올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아무리 낙천적이라 해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이 스트레스를 목공 일로 해소한다. 김 교수의 집 지하에는 목공 작업실이 있다. 휴일이 되면 이곳에서 나무를 대패질하고, 본드로 붙이며, 사포로 표면을 다듬는다. 밥 먹는 것도 잊을 정도로 몰입한다. 목공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모든 걱정과 잡념이 사라지고 머리가 맑아진다. 김 교수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 새로운 일주일을 활기차게 보낼 수 있다. 정신 건강이 중요한 이유”라며 웃었다. 운동,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려면밥 먹듯이 매일, 헬스클럽에 ‘출근’한다는 생각으로 운동하라16년 이상 한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이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김광준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에게 꾸준히 운동할 수 있는 비결을 물었다. 첫째, 운동은 매일 한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물론 일주일에 한두 번 놓칠 수는 있지만 별문제는 되지 않는다. 다만 매일 밥을 먹는 것처럼 빼먹지 않고 운동한다는 생각은 확고해야 한다. 그래야 10년이고, 20년이고 지속할 수 있다. 의지가 강하지 않다면 ‘출근’ 개념으로 헬스클럽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둘째, 과도하게 운동해서는 안 된다. 운동량을 지나치게 많이 늘리거나 무거운 중량을 들어 올리겠다고 욕심 부리면 안 된다. 이러면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지쳐버릴 수 있다. 운동을 포기할 확률도 높아진다. 10분이든 20분이든 거부감 없이 쉽게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운동 목표를 정해야 한다. 셋째,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섞어야 한다. 특히 50대 이후에는 반드시 근력 운동을 해야 한다. 근력 운동 장비는 제대로 이용해야 한다. 몸의 반동을 이용해 장비를 들어 올리거나 밀면 몸에 무리가 간다. 만약 근육을 키우고 싶다면 무게를 확 늘리기보다는 지속적으로 조금씩 늘려야 한다. 근력 운동을 강하게 했다면 근육이 쉬는 시간이 필요하므로 다음 날은 건너뛰는 게 좋다. 다만 달리기나 걷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은 매일 할 수 있으면 거르지 않고 하는 게 좋다. 체력이 달린다면 격일로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배치해도 괜찮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산모의 배 안에 있는 태아의 머리는 아래쪽으로 향한다. 하지만 만삭인 산모의 3~4%는 태아의 위치가 거꾸로 돼 있다. 머리가 위쪽, 엉덩이가 아래쪽으로 향하는 이 현상을 ‘둔위’라고 한다. 이런 태아를 원래 위치로 돌려놓는 것이 둔위교정술(역아회전술)이다. 김광준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교수(58)는 고위험 산모를 주로 치료한다. 그중에서도 둔위교정술에서 두드러진다. 2008년 이후 현재까지 2000여 건을 시술했다. 성공률도 평균 50~60%인 해외보다 월등히 높은 90%에 육박한다. 시술은 초음파를 보면서 진행한다. 산모의 하복부를 마사지하다가 골반에 들어간 태아를 쓱 밀어 올린다. 대체로 평균 5~10분이 소요된다. 상황이 어려울 경우에는 이보다 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김 교수는 “이 시술이 보기엔 쉬워 보여도 땀을 뚝뚝 흘릴 정도로 힘이 많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평소 체력 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 운동과 쌓은 담을 허물다학창 시절 김 교수는 운동에 무관심했다. 심지어 경기 관람도 즐기지 않았다.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축구공이나 농구공을 만져본 적도 없다. 야구 한 팀이 몇 명인지도 알지 못했다. 의대에 입학한 후로도 달라지지 않았다. 몸은 점점 말라갔다. 전공의 시험 면접을 치르는데 교수가 혹시 병이 있는 것 아니냐고 물을 정도였다. 전공의 2년 차 때 병원 근처에 수영장이 생긴 덕분에 수영을 하고 싶어졌다. 아침마다 수영장을 찾았다. 얼마 후 승용차에서 안전벨트를 매다가 깜짝 놀랐다. 벨트 안쪽이 가슴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그 사이에 가슴에 근육이 붙은 것이다. 효과를 체험하면 달라지는 법. 운동이라곤 해 본 적 없던 사람이 수영에 재미를 느끼게 됐다. 그 후로도 7, 8년을 더 수영장에 다녔다. 사실 불편함이 조금 있기는 했다. 자꾸 귀에 물이 들어가는 게 성가셨다. 여기다 개인적 사정이 겹치면서 수영을 관뒀다. 하지만 운동을 완전히 끊지는 않았다. 이미 ‘운동의 맛’을 봐온 터였다. 김 교수는 더 쉽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았다. 헬스클럽에 다니기 시작했다. ● 격일로 유산소-근력 운동 2005년 김 교수는 병원에서 가까운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16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 헬스클럽을 이용한다. 김 교수는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격일로 한다. 주 5일 운동할 경우 월·수·금요일에 트레드밀(러닝머신)에서 시속 8㎞로 30분 정도 달린다. 4㎞를 달리고 나면 운동을 끝내고 헬스클럽을 나선다. 화·목요일에는 근력 운동을 한다. 누워서 역기를 드는 벤치프레스, 앉은 채로 장비를 가슴까지 잡아당기는 렛풀다운, 반쯤 누워서 다리로 장비를 미는 파워레그 프레스. 딱 이 세 종류만 이용한다. 여러 장비를 짧은 시간씩 하는 것보다 세 가지 장비를 집중적으로 이용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생각에서다. 대체로 12~15회씩 3세트를 반복한다. 중량은 지나치게 무겁지 않은 수준으로 책정한다. 가령 벤치프레스는 20~30kg, 렛풀다운은 35kg, 파워레그 프레스는 80kg 정도의 무게를 이용한다. 별도로 연구실과 집에서는 틈나는 대로 코어 근육 강화 운동을 한다. 바퀴가 달린 휠슬라이드라는 도구를 이용한다. 무릎 앉은 자세에서 휠슬라이드를 밀며 몸을 쭉 뻗는다. 아침과 저녁에 각각 20회씩 40회를 한다. 좀 더 여유가 생기면 이를 2배로 늘린다. ● “헬스클럽에 ‘출근’하는 개념 필요” 매주 5회씩 헬스클럽을 찾아 운동하는 것은 쉽지 않다. 김 교수도 이 점을 인정한다. 그는 “가급적 3일 이상은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했다. 지속적으로 운동하는 것은 귀찮음과의 싸움이다. 김 교수는 매주 1회 정도 저녁에 술자리가 있다. 술을 마신 다음 날 운동하러 가기 싫을 때도 많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가급적 헬스클럽에 간다. 김 교수는 “헬스클럽에 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면 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씻지 않은 채 승용차를 몰고 바로 헬스클럽으로 간다. 이렇게 하면 샤워를 하기 위해서라도 헬스클럽에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일단 헬스클럽에 들어가면 달리기를 하든 근력 운동을 하든 뭔가 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자신의 이런 방식을 ‘출근’이라고 설명했다. 운동하러 간다고 생각하면 가기 싫을 수 있지만 출근해야 한다면 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일단 ‘출근’하면 아는 얼굴도 보이고, 운동하는 사람들 틈에 있으면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 “정신 건강도 챙겨야 진짜 건강” 김 교수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 범위 내에서 약간 높을 뿐 질병 징후가 전혀 없다.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몸이 더 좋아지는 느낌이다. 최근에는 피곤하거나 기력이 떨어진 적도 없다. 김 교수는 “꾸준히 헬스를 한 게 도움이 됐겠지만 낙천적 성격도 한몫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고위험 산모 치료는 스트레스가 상당한 작업이다. 당직이 아닌데도 새벽에 집이 있는 인천에서 차를 몰고 응급실로 달려올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아무리 낙천적이라 해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이 스트레스를 목공 일로 해소한다. 김 교수의 집 지하에는 목공 작업실이 있다. 휴일이 되면 이곳에서 나무를 대패질하고, 본드로 붙이며, 사포로 표면을 다듬는다. 밥 먹는 것도 잊을 정도로 몰입한다. 목공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모든 걱정과 잡념이 사라지고 머리가 맑아진다. 김 교수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 새로운 일주일을 활기차게 보낼 수 있다. 정신 건강이 중요한 이유”라며 웃었다.16년 이상 한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이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김광준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에게 꾸준히 운동할 수 있는 비결을 물었다. 첫째, 운동은 매일 한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물론 일주일에 한두 번 놓칠 수는 있지만 별문제는 되지 않는다. 다만 매일 밥을 먹는 것처럼 빼먹지 않고 운동한다는 생각은 확고해야 한다. 그래야 10년이고, 20년이고 지속할 수 있다. 의지가 강하지 않다면 ‘출근’ 개념으로 헬스클럽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둘째, 과도하게 운동해서는 안 된다. 운동량을 지나치게 많이 늘리거나 무거운 중량을 들어올리겠다고 욕심 부리면 안 된다. 이러면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지쳐버릴 수 있다. 운동을 포기할 확률도 높아진다. 10분이든 20분이든 거부감 없이 쉽게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운동 목표를 정해야 한다. 셋째,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섞어야 한다. 특히 50대 이후에는 반드시 근력 운동을 해야 한다. 근력 운동 장비는 제대로 이용해야 한다. 몸의 반동을 이용해 장비를 들어올리거나 밀면 몸에 무리가 간다. 만약 근육을 키우고 싶다면 무게를 확 늘리기보다는 지속적으로 조금씩 늘려야 한다. 근력 운동을 강하게 했다면 근육이 쉬는 시간이 필요하므로 다음 날은 건너뛰는 게 좋다. 다만 달리기나 걷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은 매일 할 수 있으면 거르지 않고 하는 게 좋다. 체력이 달린다면 격일로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배치해도 괜찮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장용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58)는 오전에 출근하면 지하 주차장에서 연구실이 있는 10층까지 계단으로 걸어 올라간다. 점심시간에는 일부러 지하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연구실까지 걸어 올라간다. 퇴근하면 아파트 계단을 오른다. 이렇게 매일 50∼60개 층의 계단을 오른다. 9년째 이어지고 있는 습관이자 운동법이다. 처음에 말리던 아내도 요즘엔 함께 아파트 계단을 오른단다. 장 교수는 “계단 오르기는 삶의 일부가 됐다”며 웃었다. 장 교수는 코 기형 수술이나 변형된 코의 재건 수술 분야에서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의사다. 2005년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지기 전까지 21개국에서 의사들이 그의 수술 기법을 배우기 위해 방한했을 정도다. 장 교수는 또한 유럽안면성형재건학회와 미국안면성형재건학회의 굵직한 상을 모두 받기도 했다. 처음에는 유명한 만큼 건강관리에도 신경을 쓰는 줄 알았다. 장 교수는 “물론 일반적인 건강관리의 측면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보다는 당뇨병 유전자와 싸우기 위해 계단을 오르는 것”이라고 했다. 부친과 할머니, 숙부가 모두 당뇨병 환자였다. 그러니 당뇨병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것. 그렇다 하더라도 9년 넘게 매일 50∼60개 층의 계단을 오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2012년에 운동을 시작한 계기가 생겼다고 한다. ○ 비만, 고혈압 없는데 심장동맥 막혀 2003년 건강검진에서 공복 혈당이 당뇨 전 단계로 나왔다. 하지만 또 다른 당뇨병의 지표인 당화혈색소는 정상 수준이었다. 2004년에는 당화혈색소마저 당뇨 전 단계로 돌입했다. 경미한 수준의 지방간도 보였다. 걱정은 됐지만 두려울 정도는 아니었다. 수영도 꽤 오래 했고, 헬스클럽에서 달리기도 매주 2, 3회 하고 있었다. 과식하는 편도 아니었다. 콜라를 좀 마시기는 하지만 하루에 한 병 정도에 불과했다. 2012년 건강검진 때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심장동맥(관상동맥) 두 곳에서 중등도 이상의 협착이 발견됐다. 협심증으로 악화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심혈관질환의 위험 요인으로는 고혈압, 흡연, 과체중 등을 꼽는다. 장 교수는 그 어느 요인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장 교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장 교수는 2003년 이후의 건강검진 데이터를 분석했다. 당뇨 전 단계, 즉 공복혈당장애를 방치한 게 원인이란 결론을 내렸다. 겉으로는 날씬해 보이지만 내장비만이 진행됐고, 그로 인해 심장동맥 협착과 지방간이 생겼다는 것. 장 교수는 생활습관의 변화가 절실함을 비로소 깨달았다. 우선 단맛 나는 음식부터 줄였다. 콜라를 먼저 끊었다. 주스와 과자, 달콤한 빵도 멀리했다. 이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계단 오르면서 건강 되찾았다 어느 날 병원 지하 1층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난 뒤 연구실이 있는 10층까지 계단으로 걸어 올라갔다.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다. 그 전에는 오후 4시 무렵이 되면 피로와 허기가 심해 간식을 자주 먹었었다. 그날은 달랐다. 퇴근할 때까지 간식도 생각나지 않았고 몸도 쌩쌩했다. 사실 2009∼2012년 건강검진 때 인슐린 저항성이 정상 수치를 초과했다. 인슐린은 당을 에너지원으로 꺼내 쓰도록 하는 호르몬이다. 인슐린 저항성은 인슐린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함으로써 혈당 조절 능력에 문제가 생긴 것을 뜻한다. 심혈관질환,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장 교수가 느낀 피로와 허기의 원인이 이것이었다. 그날 이후 장 교수는 매일 계단을 올랐다. 아파트에서는 일부러 고층까지 걸어 올라갔다가 집이 있는 8층까지 엘리베이터로 내려갔다. 한 번 운동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4∼5분. 운동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식사 직후 10∼20분 이내에 계단을 올랐다. 그래야 인슐린이 제 기능을 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 단 음식을 크게 줄이고 계단 오르기를 시작한 지 1년. 그 사이에 체중이 7kg이나 빠졌다. 점심 식사 후 4∼5시간이 지나면 나타나는 허기도 거의 사라졌다. 다시 1년이 지난 후에는 지방간까지 완전히 사라졌다. 공복 혈당과 당화혈색소 수치도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다. 무엇보다 인슐린 저항성 수치가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 요즘에는 4시간에 이르는 긴 수술을 해도 체력적으로 피로를 느끼지 않는다. ○‘소식 도시락’으로 식단 조절 4년 전부터는 점심을 ‘소식(小食)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생연어, 구운 연어, 돼지고기를 다진 녹두 빈대떡, 햄버그스테이크를 요일별로 돌아가며 먹는다. 이 메인 요리와 함께 고구마나 통밀빵을 먹는다. 추가로 매일 무가당 요구르트와 토마토, 견과류를 곁들인다. 장 교수는 “단백질 함량을 높이려고는 하지만 지방이나 탄수화물 자체를 배제하지는 않는다. 대체로 혈당지수(GI)가 낮거나 중등도인 것으로 메뉴를 구성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식단을 바꾸자 인슐린 저항성에 따른 허기를 전혀 느끼지 않게 됐다. 점심 식사를 끝내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간다. 걸어 올라오기 위해서다. 장 교수는 하루 세 끼를 꼬박꼬박 먹는 편이다. 출근하기 전에는 호밀빵, 두부, 고기, 채소 등을 간단히 먹는다. 저녁에는 밥을 먹는다. 예전보다 밥의 양을 절반으로 줄였고 현미밥으로 바꿨다. 설탕을 줄이기 위해 채소는 드레싱 없이 먹는다. 장 교수는 “섭취 열량을 줄이려 하기보다는 단 음식이 없는 식사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탄수화물 제대로 섭취하기인슐린 저항성 큰 사람은 단 음식 줄이거나 끊어야… 흰밥보다 보리밥-현미를장용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단 음식의 폐해를 특히 강조했다. 단맛이 강하게 나는 음식을 많이 먹을수록 탄수화물 중독을 넘어 비만과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특히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단 음식을 줄이거나 가급적 끊어야 한다고도 했다. 실제로 장 교수 자신이 과거 그런 사례였고, 단 음식을 끊고 나서 건강을 되찾았다. 장 교수는 탄수화물 음식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는다. 탄수화물을 섭취하더라도 과당이 덜 들어 있는 음식을 먹으라는 것. 포도당과 과당은 모두 탄수화물의 한 종류다. 포도당은 쌀이나 녹말 채소에 많다. 포만감을 느끼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또한 주요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혈당은 혈류에 들어 있는 포도당의 양을 가리킨다. 과당은 단맛이 더 나는 탄수화물이다. 과일이나 꿀, 청량음료에 많다. 포도당과 달리 우리 몸의 에너지원으로 쓰이지 않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간에서 지방으로 쌓인다. 이 경우 지방간과 내장 지방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인슐린 저항성을 올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장 교수가 단맛이 강한 음식에 이 과당이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과당을 줄여야 인슐린 저항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것. 장 교수는 같은 탄수화물이라도 혈당지수(GI)가 낮은 음식을 권했다. 혈당지수는 음식을 먹었을 때 혈당이 상승하는 속도를 0∼100으로 수치화한 지수다. 혈당지수가 낮으면 음식을 먹은 후 당질이 천천히 흡수된다. 따라서 혈당의 변화가 적다. 하지만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은 당질이 빨리 흡수되기 때문에 혈당이 가파르게 상승한다. 그러면 인슐린의 과도한 분비를 촉진시키고, 이는 다시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게 된다. 혈당지수는 가공된 탄수화물일수록 대체로 높다. 완전히 도정한 흰쌀밥은 90을 넘는다. 반면 보리밥이나 현미밥은 60∼70에 불과하다. 빵도 흰빵보다는 통밀빵의 혈당지수가 낮다. 케이크, 구운 감자, 떡, 사탕 등은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장용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58)는 오전에 출근하면 지하 주차장에서 연구실이 있는 10층까지 계단으로 걸어 올라간다. 점심시간에는 일부러 지하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연구실까지 걸어 올라간다. 퇴근하면 아파트 계단을 오른다. 이렇게 매일 50~60개 층의 계단을 오른다. 9년째 이어지고 있는 습관이자 운동법이다. 처음에 말리던 아내도 요즘엔 함께 아파트 계단을 오른단다. 장 교수는 “계단 오르기는 삶의 일부가 됐다”며 웃었다. 장 교수는 코 기형 수술이나 변형된 코의 재건 수술 분야에서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의사다. 2005년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지기 전까지 21개국에서 의사들이 그의 수술 기법을 배우기 위해 방한했을 정도다. 장 교수는 또한 유럽안면성형재건학회와 미국안면성형재건학회의 굵직한 상을 모두 받기도 했다. 처음에는 유명한 만큼 건강관리에도 신경을 쓰는 줄 알았다. 장 교수는 “물론 일반적인 건강관리의 측면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보다는 당뇨병 유전자와 싸우기 위해 계단을 오르는 것”이라고 했다. 부친과 할머니, 숙부가 모두 당뇨병 환자였다. 그러니 당뇨병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것. 그렇다 하더라도 9년 넘게 매일 50~60개 층의 계단을 오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2012년에 운동을 시작한 계기가 생겼다고 한다. ● 비만, 고혈압 없는데 심장동맥 막혀 2003년 건강검진에서 공복 혈당이 당뇨 전 단계로 나왔다. 하지만 또 다른 당뇨병의 지표인 당화혈색소는 정상 수준이었다. 2004년에는 당화혈색소마저 당뇨 전 단계로 돌입했다. 경미한 수준의 지방간도 보였다. 걱정은 됐지만 두려울 정도는 아니었다. 수영도 꽤 오래 했고, 헬스클럽에서 달리기도 매주 2, 3회 하고 있었다. 과식하는 편도 아니었다. 콜라를 좀 마시기는 하지만 하루에 한 병 정도에 불과했다. 2012년 건강검진 때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심장동맥(관상동맥) 두 곳에서 중등도 이상의 협착이 발견됐다. 협심증으로 악화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심혈관질환의 위험 요인으로는 고혈압, 흡연, 과체중 등을 꼽는다. 장 교수는 그 어느 요인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장 교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장 교수는 2003년 이후의 건강검진 데이터를 분석했다. 당뇨 전 단계, 즉 공복혈당장애를 방치한 게 원인이란 결론을 내렸다. 겉으로는 날씬해 보이지만 내장비만이 진행됐고, 그로 인해 심장동맥 협착과 지방간이 생겼다는 것. 장 교수는 생활습관의 변화가 절실함을 비로소 깨달았다. 우선 단맛 나는 음식부터 줄였다. 콜라를 먼저 끊었다. 주스와 과자, 달콤한 빵도 멀리했다. 이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 계단 오르면서 건강 되찾았다어느 날 병원 지하 1층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난 뒤 연구실이 있는 10층까지 계단으로 걸어 올라갔다.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다. 그 전에는 오후 4시 무렵이 되면 피로와 허기가 심해 간식을 자주 먹었었다. 그날은 달랐다. 퇴근할 때까지 간식도 생각나지 않았고 몸도 쌩쌩했다. 사실 2009~2012년 건강검진 때 인슐린 저항성이 정상 수치를 초과했다. 인슐린은 당을 에너지원으로 꺼내 쓰도록 하는 호르몬이다. 인슐린 저항성은 인슐린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함으로써 혈당 조절 능력에 문제가 생긴 것을 뜻한다. 심혈관질환,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장 교수가 느낀 피로와 허기의 원인이 이것이었다. 그날 이후 장 교수는 매일 계단을 올랐다. 아파트에서는 일부러 고층까지 걸어 올라갔다가 집이 있는 8층까지 엘리베이터로 내려갔다. 한 번 운동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4~5분. 운동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식사 직후 10~20분 이내에 계단을 올랐다. 그래야 인슐린이 제 기능을 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 단 음식을 크게 줄이고 계단 오르기를 시작한 지 1년. 그 사이에 체중이 7kg이나 빠졌다. 점심 식사 후 4~5시간이 지나면 나타나는 허기도 거의 사라졌다. 다시 1년이 지난 후에는 지방간까지 완전히 사라졌다. 공복 혈당과 당화혈색소 수치도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다. 무엇보다 인슐린 저항성 수치가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 요즘에는 4시간에 이르는 긴 수술을 해도 체력적으로 피로를 느끼지 않는다. ● ‘소식 도시락’으로 식단 조절 4년 전부터는 점심을 ‘소식(小食)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생연어, 구운 연어, 돼지고기를 다진 녹두 빈대떡, 햄버그스테이크를 요일별로 돌아가며 먹는다. 이 메인 요리와 함께 고구마나 통밀빵을 먹는다. 추가로 매일 무가당 요구르트와 토마토, 견과류를 곁들인다. 장 교수는 “단백질 함량을 높이려고는 하지만 지방이나 탄수화물 자체를 배제하지는 않는다. 대체로 혈당지수(GI)가 낮거나 중등도인 것으로 메뉴를 구성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식단을 바꾸자 인슐린 저항성에 따른 허기를 전혀 느끼지 않게 됐다. 점심 식사를 끝내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간다. 걸어 올라오기 위해서다. 장 교수는 하루 세 끼를 꼬박꼬박 먹는 편이다. 출근하기 전에는 호밀빵, 두부, 고기, 채소 등을 간단히 먹는다. 저녁에는 밥을 먹는다. 예전보다 밥의 양을 절반으로 줄였고 현미밥으로 바꿨다. 설탕을 줄이기 위해 채소는 드레싱 없이 먹는다. 장 교수는 “섭취 열량을 줄이려 하기보다는 단 음식이 없는 식사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장용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단 음식의 폐해를 특히 강조했다. 단맛이 강하게 나는 음식을 많이 먹을수록 탄수화물 중독을 넘어 비만과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특히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단 음식을 줄이거나 가급적 끊어야 한다고도 했다. 실제로 장 교수 자신이 과거 그런 사례였고, 단 음식을 끊고 나서 건강을 되찾았다. 장 교수는 탄수화물 음식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는다. 탄수화물을 섭취하더라도 과당이 덜 들어 있는 음식을 먹으라는 것. 포도당과 과당은 모두 탄수화물의 한 종류다. 포도당은 쌀이나 녹말 채소에 많다. 포만감을 느끼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또한 주요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혈당은 혈류에 들어 있는 포도당의 양을 가리킨다. 과당은 단맛이 더 나는 탄수화물이다. 과일이나 꿀, 청량음료에 많다. 포도당과 달리 우리 몸의 에너지원으로 쓰이지 않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간에서 지방으로 쌓인다. 이 경우 지방간과 내장 지방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인슐린 저항성을 올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장 교수가 단맛이 강한 음식에 이 과당이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과당을 줄여야 인슐린 저항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것. 정 교수는 같은 탄수화물이라도 혈당지수(GI)가 낮은 음식을 권했다. 혈당지수는 음식을 먹었을 때 혈당이 상승하는 속도를 0~100으로 수치화한 지수다. 혈당지수가 낮으면 음식을 먹은 후 당질이 천천히 흡수된다. 따라서 혈당의 변화가 적다. 하지만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은 당질이 빨리 흡수되기 때문에 혈당이 가파르게 상승한다. 그러면 인슐린의 과도한 분비를 촉진시키고, 이는 다시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게 된다. 혈당지수는 가공된 탄수화물일수록 대체로 높다. 완전히 도정한 흰쌀밥은 90을 넘는다. 반면 보리밥이나 현미밥은 60~70에 불과하다. 빵도 흰빵보다는 통밀빵의 혈당지수가 낮다. 케이크, 구운 감자, 떡, 사탕 등은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송교영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50)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구실에서 운동을 한다. 누가 가르쳐 준 운동이 아니다. 송 교수가 직접 여러 동작을 조합해 만들었다. 먼저 몸 풀기 운동으로 5분 정도 국민체조를 한다. 이어 본 운동. 점핑 잭(팔 벌려 뛰기)을 35회, 스쾃 29회, 팔굽혀펴기 35회를 한다. 다음에는 런지를 다리의 위치를 바꿔가며 25회씩 한다. 마지막으로 깊은 호흡을 10회 하며 플랭크 동작을 취한다. 이 다섯 가지 동작을 마치는 데 10분 정도 걸린다. 5분 쉬고 난 후 같은 동작을 한 세트 더 한다. 마지막으로 근육을 이완하는 스트레칭을 5분가량 한다. 이 모든 운동을 끝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40분 내외다. 이마에서 땀이 뚝뚝 떨어지고 호흡도 가팔라진다. 송 교수는 이 운동을 하기 위해 휴일에도 종종 연구실로 출근한다. 이렇게 운동한 지 2년 정도 지났다. 헬스클럽에 가도 될 텐데 굳이 이러는 까닭이 뭘까. ○ 갑자기 찾아온 질병의 위기 송 교수는 위암 수술 분야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의사다. 2019년에는 서울성모병원의 위암 환자 생존율이 하버드대 병원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현재 이 병원의 암병원 위암센터장 외에 대한외과위내시경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베스트 닥터라고는 하나 갑자기 들이닥친 위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2010년 가슴을 쥐어짜는 통증이 나타났다. 협심증이었다. 곧바로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아프고 나니 과거를 돌아봤다. 회식도 많았고 야근도 많았다. 몇 달 사이 체중도 4kg이나 불어 있었다. 자신의 몸을 돌본다는 생각조차 못했었다. 체중 감량에 돌입했다. 시술 직후라 갑자기 심박 수가 높아질까 봐 운동은 피했다. 그 대신 음식 섭취량을 줄였다. 기름기 있는 음식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회식 때는 구석에서 된장찌개만 조금 먹었다. 체중이 빠졌다. 그러나 홀가분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근육 손실이 커졌고 말라갔다. 우울해졌다. 2016년 두 번째 위기가 왔다. 위암 바로 전 단계인 선종이 발견됐다. 일찍 발견한 덕분에 제거하는 것으로 끝났지만 정신적 타격은 상당했다.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하지만 시간을 내기도 힘들었고,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지 못했다. 이것저것 시도했지만 지속적으로 하지는 못했다. ○내 몸에 맞는 운동 종목 만들기 2017년 의정부성모병원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환경이 바뀐 것을 계기로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송 교수가 선택한 운동은 필라테스였다. 2년 동안 필라테스를 했다. 처음에는 몸도 좋아졌고 기분이 상쾌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운동하는 즐거움이 사라졌다. 수술 시간과 겹치면 운동을 할 수도 없었다. 주 2회 강사를 찾아가야 하는 것도 번거롭게 느껴졌다. 2년 후 서울성모병원으로 돌아왔다. 필라테스에 대한 관심은 식어 있었다. 송 교수는 하고 싶을 때면 언제든 손쉽고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찾기 시작했다. 연구실에 매트를 깔고 본격적으로 운동에 돌입했다. 몇 개 동작을 조합해 자신만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전문가에게 영상을 보내 자문도 했다. 언젠가 플랭크 동작을 하는데 허리가 계속 아팠을 때도 전문가에게 영상을 보냈다. 그랬더니 배에 힘을 줘야 하는데 허리에 힘을 주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이후 자세를 고쳤다. 이런 식으로 운동 종류를 조금씩 바꾸고 정비한 지 1년가량 흘렀다. 지금의 다섯 동작은 그렇게 얻은 것이었다. 다섯 가지 동작을 짠 원칙이 있다. 상체 근력운동을 위해 팔굽혀펴기를 넣었다. 하체 근력운동을 위해 런지를 넣었으며 코어 근육을 강화하기 위해 플랭크와 스쾃을 넣었다. 팔 벌려 뛰기는 유산소 운동이다. 송 교수는 “처음 3, 4개월은 몸이 좀 쑤셨다. 목도 어깨도 아팠다. 1년 정도 꾸준히 하니 그런 증세가 사라지고 기분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후 송 교수는 72∼73kg의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또 모든 건강지표에서 정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상 속 운동이 진짜 운동” 헬스클럽에 가면 다양한 운동장비가 갖춰져 있다. 그런 곳에서 운동하는 게 효율성이 높지 않을까. 이에 대해 송 교수는 “그렇지 않다. 특별하지 않더라도 매일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의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만약 헬스클럽에 가서 운동을 한다면 30분 전부터 준비해야 한다. 가서 1시간을 하면 다시 30분의 마무리 시간도 필요하다. 비용도 만만찮다. 게다가 갑작스레 저녁 약속이 생기면 운동 자체를 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송 교수는 자신이 머무는 공간에서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운동을 찾기를 권한다.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으란 얘기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송 교수는 “운동이 건강에 도움이 되려면 꾸준히 해야 하는데 재미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운동이라 해도 중도 포기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투병후엔 충분한 영양공급, 운동도 병행해야 근육유지일단 시작하면 꾸준히 해야송교영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위절제술을 받은 위암 환자 1905명을 대상으로 비만과 생존율을 조사한 적이 있다. 2016년 발표된 연구 결과는 다소 의외였다.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인 과체중 환자의 5년 생존율이 정상 체중(18.5∼24)이나 저체중(18.5 미만) 환자보다 높게 나타난 것이다. 특히 수술 후 과체중 환자의 생존율이 더 높아졌다. 수술 후에는 위의 부피가 줄어들어 음식 섭취도 어렵고 흡수율도 낮아진다. 이 때문에 체중도 많이 줄고 영양 결핍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과체중이라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송 교수는 “과체중 환자들은 충분한 에너지를 몸에 비축하고 있어 수술 후 근육 손실량이 적어 생존율이 높게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이를 ‘비만의 역설’이라고 했다. 이 연구의 메시지는 비만이 좋다는 게 아니다. 충분한 영양 공급이, 특히 환자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실제 송 교수도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은 이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송 교수는 스텐트 시술 이후에 건강에 위협이 되는 요소부터 찾았다. 당시에는 체중이 불어난 것이 큰 원인이라 생각했다. 이후 식사량을 많이 줄였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대처법은 옳지 않았다. 운동을 적극적으로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했어야 했다. 식사량을 줄이니 근육이 빠졌고, 면역력도 떨어지고 무기력해졌다. 송 교수는 그때 근육을 유지하면서도 체질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음식 조절과 운동을 병행한 까닭이다. 환자들이라면 일단 마음의 여유부터 가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골라야 한다. 단 10분이라도 괜찮으니 일단은 시작하는 게 좋다. 다음은 꾸준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송 교수는 “당장 운동 효과를 보겠다는 생각보다는 즐기면서 하겠다는 태도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송교영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50)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구실에서 운동을 한다. 누가 가르쳐 준 운동이 아니다. 송 교수가 직접 여러 동작을 조합해 만들었다. 먼저 몸 풀기 운동으로 5분 정도 국민체조를 한다. 이어 본 운동. 점핑 잭(팔 벌려 뛰기)을 35회, 스쾃 29회, 팔굽혀펴기 35회를 한다. 다음에는 런지를 다리의 위치를 바꿔가며 25회씩 한다. 마지막으로 깊은 호흡을 10회 하며 플랭크 동작을 취한다. 이 다섯 가지 동작을 마치는 데 10분 정도 걸린다. 5분 쉬고 난 후 같은 동작을 한 세트 더 한다. 마지막으로 근육을 이완하는 스트레칭을 5분가량 한다. 이 모든 운동을 끝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40분 내외다. 이마에서 땀이 뚝뚝 떨어지고 호흡도 가팔라진다. 송 교수는 이 운동을 하기 위해 휴일에도 종종 연구실로 출근한다. 이렇게 운동한 지 2년 정도 지났다. 헬스클럽에 가도 될 텐데 굳이 이러는 까닭이 뭘까. ● 갑자기 찾아온 질병의 위기 송 교수는 위암 수술 분야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의사다. 2019년에는 서울성모병원의 위암 환자 생존율이 하버드대 병원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현재 이 병원의 암병원 위암센터장 외에 대한외과위내시경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베스트 닥터라고는 하나 갑자기 들이닥친 위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2010년 가슴을 쥐어짜는 통증이 나타났다. 협심증이었다. 곧바로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아프고 나니 과거를 돌아봤다. 회식도 많았고 야근도 많았다. 몇 달 사이 체중도 4㎏이나 불어 있었다. 자신의 몸을 돌본다는 생각조차 못했었다. 체중 감량에 돌입했다. 시술 직후라 갑자기 심박 수가 높아질까 봐 운동은 피했다. 그 대신 음식 섭취량을 줄였다. 기름기 있는 음식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회식 때는 구석에서 된장찌개만 조금 먹었다. 체중이 빠졌다. 그러나 홀가분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근육 손실이 커졌고 말라갔다. 우울해졌다. 2016년 두 번째 위기가 왔다. 위암 바로 전 단계인 선종이 발견됐다. 일찍 발견한 덕분에 제거하는 것으로 끝났지만 정신적 타격은 상당했다.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하지만 시간을 내기도 힘들었고, 자신에 맞는 운동을 찾지 못했다. 이것저것 시도했지만 지속적으로 하지는 못했다. ● 내 몸에 맞는 운동 종목 만들기 2017년 의정부성모병원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환경이 바뀐 것을 계기로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송 교수가 선택한 운동은 필라테스였다. 2년 동안 필라테스를 했다. 처음에는 몸도 좋아졌고 기분이 상쾌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운동하는 즐거움이 사라졌다. 수술 시간과 겹치면 운동을 할 수도 없었다. 주 2회 강사를 찾아가야 하는 것도 번거롭게 느껴졌다. 2년 후 서울성모병원으로 돌아왔다. 필라테스에 대한 관심은 식어 있었다. 송 교수는 하고 싶을 때면 언제든 손쉽고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찾기 시작했다. 연구실에 매트를 깔고 본격적으로 운동에 돌입했다. 몇 개 동작을 조합해 자신만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전문가에게 영상을 보내 자문도 했다. 언젠가 플랭크 동작을 하는데 허리가 계속 아팠을 때도 전문가에게 영상을 보냈다. 그랬더니 배에 힘을 줘야 하는데 허리에 힘을 주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이후 자세를 고쳤다. 이런 식으로 운동 종류를 조금씩 바꾸고 정비한 지 1년가량 흘렀다. 지금의 다섯 동작은 그렇게 얻은 것이었다. 다섯 가지 동작을 짠 원칙이 있다. 상체 근력운동을 위해 팔굽혀펴기를 넣었다. 하체 근력운동을 위해 런지를 넣었으며 코어 근육을 강화하기 위해 플랭크와 스쾃을 넣었다. 팔 벌려 뛰기는 유산소 운동이다. 송 교수는 “처음 3, 4개월은 몸이 좀 쑤셨다. 목도 어깨도 아팠다. 1년 정도 꾸준히 하니 그런 증세가 사라지고 기분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후 송 교수는 72~73㎏의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또 모든 건강지표에서 정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일상 속 운동이 진짜 운동”헬스클럽에 가면 다양한 운동장비가 갖춰져 있다. 그런 곳에서 운동하는 게 효율성이 높지 않을까. 이에 대해 송 교수는 “그렇지 않다. 특별하지 않더라도 매일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의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만약 헬스클럽에 가서 운동을 한다면 30분 전부터 준비해야 한다. 가서 1시간을 하면 다시 30분의 마무리 시간도 필요하다. 비용도 만만찮다. 게다가 갑작스레 저녁 약속이 생기면 운동 자체를 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송 교수는 자신이 머무는 공간에서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운동을 찾기를 권한다.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으란 얘기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송 교수는 “운동이 건강에 도움이 되려면 꾸준히 해야 하는데 재미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운동이라 해도 중도 포기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비만의 역설’… 위절제술 후 생존률, 과체중 환자가 가장 높아송교영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위절제술을 받은 위암 환자 1905명을 대상으로 비만과 생존율을 조사한 적이 있다. 2016년 발표된 연구 결과는 다소 의외였다.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인 과체중 환자의 5년 생존율이 정상 체중(18.5~24)이나 저체중(18.5 미만) 환자보다 높게 나타난 것이다. 특히 수술 후 과체중 환자의 생존율이 더 높아졌다. 수술 후에는 위의 부피가 줄어들어 음식 섭취도 어렵고 흡수율도 낮아진다. 이 때문에 체중도 많이 줄고 영양 결핍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과체중이라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송 교수는 “과체중 환자들은 충분한 에너지를 몸에 비축하고 있어 수술 후 근육 손실량이 적어 생존율이 높게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이를 ‘비만의 역설’이라고 했다. 이 연구의 메시지는 비만이 좋다는 게 아니다. 충분한 영양 공급이, 특히 환자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실제 송 교수도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은 이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송 교수는 스텐트 시술 이후에 건강에 위협이 되는 요소부터 찾았다. 당시에는 체중이 불어난 것이 큰 원인이라 생각했다. 이후 식사량을 많이 줄였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대처법은 옳지 않았다. 운동을 적극적으로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했어야 했다. 식사량을 줄이니 근육이 빠졌고, 면역력도 떨어지고 무기력해졌다. 송 교수는 그때 근육을 유지하면서도 체질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음식 조절과 운동을 병행한 까닭이다. 송 교수는 “특히 40대와 50대 암 환자들의 경우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패배감이 굉장히 크다. 때론 그런 감정이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환자들에게도 식단 조절과 운동을 병행할 것을 권한다. 환자들이라면 일단 마음의 여유부터 가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골라야 한다. 단 10분이라도 괜찮으니 일단은 시작하는 게 좋다. 다음은 꾸준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송 교수는 “당장 운동 효과를 보겠다는 생각보다는 즐기면서 하겠다는 태도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음식을 마음껏 먹으면서 체중을 줄일 수 있을까. 대부분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가능하다고 말하는 의사도 있다. 박용우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58)다. 박 교수는 1991년 서울 강남에 국내 처음으로 비만 전문 클리닉을 열었다. 국내 비만 치료 1세대 의사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한 것은 이보다 5년이 지난 1996년이다. 박 교수는 “음식을 적게 먹는 저칼로리 다이어트는 반짝 효과를 볼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탄수화물에 대한 갈망이 커지고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올라가면서 결국에는 과식이나 폭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대안으로 탄수화물 제한과 간헐적 단식을 병행할 것을 권했다. ○ “지방 쓰는 체질로 바꾸는 게 핵심” 박 교수는 살이 찌는 가장 큰 이유는 많이 먹어서가 아니라 지방을 쓰지 않는 몸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건강하다면 당이 고갈될 경우 몸 안에 저장된 지방을 꺼내 에너지원으로 쓴다. 하지만 지방을 사용하지 않는 몸으로 바뀌어 있다면 배고플 때 당을 찾게 된다. 그 결과 밤에도 뇌가 왕성하게 활동을 하는 바람에 숙면도 취하지 못한다. 적게 먹는 다이어트로는 이런 체질을 고칠 수 없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섭취하는 열량이 낮아지면 우리 몸은 ‘생존’을 위해 지방을 더 비축하려고 한다. 이 때문에 오히려 체지방이 늘어날 수도 있다. 다이어트 후에 요요 현상까지 생기면 지방 세포가 늘어나고 크기도 커진다. 박 교수는 아예 음식을 안 먹는다면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잘 먹다가 음식을 ‘뚝’ 끊으면 48시간 동안은 기초대사량이 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 몸이 지방을 더 비축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다시 식사해도 폭식이나 과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간헐적 단식을 할 때도 ‘먹을 때’와 ‘굶을 때’를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 박 교수는 “굶어야 할 타이밍에는 철저히 굶어야 한다. 아주 적은 양이라도 먹는다면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먹을 때는 포만감 느낄 때까지 먹어라” 박 교수는 이 방법 그대로 벌써 수년째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법을 물었다. 일단 박 교수는 10시간 먹고 14시간 굶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만약 오후 7시에 음식을 먹었다면 그 다음 날 오전 9시까지는 물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간혹 저녁 약속이 생기면 오후 10시에 마지막 음식을 먹는다. 이 경우 다음 날 낮 12시에 처음으로 음식을 먹는다. 추가로 일주일에 1회는 24시간 내내 물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단식의 건강 효과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이유에서다. 10시간 동안은 음식을 먹는다. 어느 정도의 양을 먹고 있을까. 박 교수는 “마음껏, 원하는 대로”라고 답했다. 굳이 열량을 따지지 않고 포만감을 느낄 때까지 먹는다. 적정 섭취량은 몸이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열량을 따지다 보면 적게 먹으려 할 테고, 굶어야 할 타이밍에 배고픔을 참지 못해 음식에 손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저칼로리 다이어트로 회귀할 수 있다. 박 교수는 “먹는 타이밍에 충분히 음식을 먹어야 굶는 타이밍을 잘 넘길 수 있다. 잘 먹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기업 직원 대상으로 효과 입증” 박 교수는 2017년부터 3년 동안 대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이 다이어트를 진행했다. 10∼15명을 한 팀으로 묶어 매주 미션을 주고 이행 여부를 체크했다. 4주 과정을 기본으로 하고 팀에 따라 8주까지 연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해 중단되기까지 약 150팀이 박 교수의 자문으로 다이어트에 도전했다. 모든 팀에서 체중과 체지방 감량 효과를 봤다. 가령 13명으로 돼 있던 A팀은 4주 동안 진행했는데, 평균 7.1kg의 체중과 6.1kg의 체지방이 감소했다. 15명의 B팀은 추가로 4주를 연장해 8주 동안 진행했다. 효과는 더 좋아서 평균 8.9kg의 체중과 7.4kg의 체지방이 줄었다. 이 다이어트를 시행 중인 박 교수의 몸 상태는 어떨까. 최근 5년 동안의 건강검진 데이터를 살펴봤다. 체중은 65∼67kg 범위 안에 머물러 있다. 체중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혈압도 5년 내내 최고 혈압 기준으로 110∼116이었다. 이 또한 정상 범위다. 총콜레스테롤과 당화혈색소 수치만 한때 정상 범위를 살짝 초과했지만, 이내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 ○ 일상의 모든 것이 비만과의 싸움 박 교수의 진료실에는 의자가 없다. 박 교수도 서서 진료하고 환자도 서서 진료를 받는다. ‘의자 중독’을 피하기 위해서다. 박 교수는 “오래 앉아 있는 게 흡연만큼 위험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서 있을 때 장점이 많다. 나이가 들면 근육이 위축되거나 손실된다. 하체의 근육이 약해지면서 혈액 순환에 문제도 생긴다. 앉아서 컴퓨터를 보면 거북목이 생기기도 한다. 서 있고, 틈틈이 걸어주면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단다. 박 교수는 환자가 없을 때는 스쾃도 종종 한다. 출퇴근도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추가로 매주 1회 이상은 고강도의 근력 운동을 한다. 박 교수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 술자리가 잦은 편이다. 나름대로 대처법도 있다. 일 년 중에 한 달은 술을 한 모금도 마시지 않는 ‘음주 안식월’로 정하는 것이다. 보통 모임이 적은 8월 한 달 동안은 모임에 가도 물만 마신다. 박 교수는 “다이어트는 평생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굶을 땐 적게라도 먹으면 안돼… 숨이 턱에 찰 정도 운동 병행을‘간헐적 단식’ 성공하려면박용우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다이어트를 따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박 교수는 네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탄수화물 섭취를 줄인다. 그래야 간, 내장, 근육에 있는 ‘지방 창고’의 문을 열고 그곳에 있는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쓴다. 알코올도 마찬가지다. 탄수화물이나 지방보다 먼저 쓰이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몸이 어느 정도 건강을 되찾는 데 3주는 필요하다. 이 기간에는 과일이나 채소도 가급적 먹지 말아야 한다. 군것질은 당연히 안 된다. 둘째, 14시간 공복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적은 양이라도 먹으면 안 된다. 매 끼니를 적게 먹는 소식(小食)도 결과는 같다. 그 대신 먹어야 하는 10시간 동안은 포만감을 느낄 정도로 먹는다. 박 교수는 “많이 먹는 게 문제가 아니다. 쉴 새 없이 먹는 게 문제다”라고 말했다. 셋째, ‘굶는 것=힘든 일’이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박 교수는 “굶을 때 힘들다면 그만큼 건강이 나빠졌다는 뜻이다. 개선해야 할 상황인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굶었을 때의 이점을 떠올리라고 했다. 가령 힘들게 소화 운동을 해야 할 필요가 없으니 위장이 아닌 뇌로 피가 몰린다. 그 덕분에 정신이 맑아진다. 넷째,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유산소 운동이든 근력 운동이든 상관없다. 운동 시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다만 운동을 할 때는 숨이 턱에 찰 정도로 강도를 높여야 한다. 또한 일주일에 1, 2회 혹은 그 이상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박 교수는 “이런 고강도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 주면 몸이 지방을 더 잘 태우는 몸으로 바뀐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음식을 마음껏 먹으면서 체중을 줄일 수 있을까. 대부분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가능하다고 말하는 의사도 있다. 박용우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58)다. 박 교수는 1991년 서울 강남에 국내 처음으로 비만 전문 클리닉을 열었다. 국내 비만 치료 1세대 의사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한 것은 이보다 5년이 지난 1996년이다. 박 교수는 “음식을 적게 먹는 저칼로리 다이어트는 반짝 효과를 볼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탄수화물에 대한 갈망이 커지고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올라가면서 결국에는 과식이나 폭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대안으로 탄수화물 제한과 간헐적 단식을 병행할 것을 권했다. ● “지방 쓰는 체질로 바꾸는 게 핵심” 박 교수는 살이 찌는 가장 큰 이유는 많이 먹어서가 아니라 지방을 쓰지 않는 몸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건강하다면 당이 고갈될 경우 몸 안에 저장된 지방을 꺼내 에너지원으로 쓴다. 하지만 지방을 사용하지 않는 몸으로 바뀌어 있다면 배고플 때 당을 찾게 된다. 그 결과 밤에도 뇌가 왕성하게 활동을 하는 바람에 숙면도 취하지 못한다. 적게 먹는 다이어트로는 이런 체질을 고칠 수 없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섭취하는 열량이 낮아지면 우리 몸은 ‘생존’을 위해 지방을 더 비축하려고 한다. 이 때문에 오히려 체지방이 늘어날 수도 있다. 다이어트 후에 요요 현상까지 생기면 지방 세포가 늘어나고 크기도 커진다. 박 교수는 아예 음식을 안 먹는다면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잘 먹다가 음식을 ‘뚝’ 끊으면 48시간 동안은 기초대사량이 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 몸이 지방을 더 비축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다시 식사해도 폭식이나 과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간헐적 단식을 할 때도 ‘먹을 때’와 ‘굶을 때’를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 박 교수는 “굶어야 할 타이밍에는 철저히 굶어야 한다. 아주 적은 양이라도 먹는다면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먹을 때는 포만감 느낄 때까지 먹어라” 박 교수는 이 방법 그대로 벌써 수년째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법을 물었다. 일단 박 교수는 10시간 먹고 14시간 굶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만약 오후 7시에 음식을 먹었다면 그 다음 날 오전 9시까지는 물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간혹 저녁 약속이 생기면 오후 10시에 마지막 음식을 먹는다. 이 경우 다음 날 낮 12시에 처음으로 음식을 먹는다. 추가로 일주일에 1회는 24시간 내내 물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단식의 건강 효과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이유에서다. 10시간 동안은 음식을 먹는다. 어느 정도의 양을 먹고 있을까. 박 교수는 “마음껏, 원하는 대로”라고 답했다. 굳이 열량을 따지지 않고 포만감을 느낄 때까지 먹는다. 적정 섭취량은 몸이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열량을 따지다 보면 적게 먹으려 할 테고, 굶어야 할 타이밍에 배고픔을 참지 못해 음식에 손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저칼로리 다이어트로 회귀할 수 있다. 박 교수는 “먹는 타이밍에 충분히 음식을 먹어야 굶는 타이밍을 잘 넘길 수 있다. 잘 먹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대기업 직원 대상으로 효과 입증” 박 교수는 2017년부터 3년 동안 대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이 다이어트를 진행했다. 10~15명을 한 팀으로 묶어 매주 미션을 주고 이행 여부를 체크했다. 4주 과정을 기본으로 하고 팀에 따라 8주까지 연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해 중단되기까지 약 150팀이 박 교수의 자문으로 다이어트에 도전했다. 모든 팀에서 체중과 체지방 감량 효과를 봤다. 가령 13명으로 돼 있던 A팀은 4주 동안 진행했는데, 평균 7.1㎏의 체중과 6.1㎏의 체지방이 감소했다. 15명의 B팀은 추가로 4주를 연장해 8주 동안 진행했다. 효과는 더 좋아서 평균 8.9㎏의 체중과 7.4㎏의 체지방이 줄었다. 이 다이어트를 시행 중인 박 교수의 몸 상태는 어떨까. 최근 5년 동안의 건강검진 데이터를 살펴봤다. 체중은 65~67㎏ 범위 안에 머물러 있다. 체중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혈압도 5년 내내 최고 혈압 기준으로 110~116이었다. 이 또한 정상 범위다. 총콜레스테롤과 당화혈색소 수치만 한때 정상 범위를 살짝 초과했지만, 이내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 ● 일상의 모든 것이 비만과의 싸움 박 교수의 진료실에는 의자가 없다. 박 교수도 서서 진료하고 환자도 서서 진료를 받는다. ‘의자 중독’을 피하기 위해서다. 박 교수는 “오래 앉아 있는 게 흡연만큼 위험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서 있을 때 장점이 많다. 나이가 들면 근육이 위축되거나 손실된다. 하체의 근육이 약해지면서 혈액 순환에 문제도 생긴다. 앉아서 컴퓨터를 보면 거북목이 생기기도 한다. 서 있고, 틈틈이 걸어주면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단다. 박 교수는 환자가 없을 때는 스쾃도 종종 한다. 출퇴근도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추가로 매주 1회 이상은 고강도의 근력 운동을 한다. 박 교수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 술자리가 잦은 편이다. 나름대로 대처법도 있다. 일 년 중에 한 달은 술을 한 모금도 마시지 않는 ‘음주 안식월’로 정하는 것이다. 보통 모임이 적은 8월 한 달 동안은 모임에 가도 물만 마신다. 박 교수는 “다이어트는 평생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박용우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다이어트를 따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박 교수는 네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탄수화물 섭취를 줄인다. 그래야 간, 내장, 근육에 있는 ‘지방 창고’의 문을 열고 그곳에 있는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쓴다. 알코올도 마찬가지다. 탄수화물이나 지방보다 먼저 쓰이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몸이 어느 정도 건강을 되찾는 데 3주는 필요하다. 이 기간에는 과일이나 채소도 가급적 먹지 말아야 한다. 군것질은 당연히 안 된다. 둘째, 14시간 공복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적은 양이라도 먹으면 안 된다. 매 끼니를 적게 먹는 소식(小食)도 결과는 같다. 그 대신 먹어야 하는 10시간 동안은 포만감을 느낄 정도로 먹는다. 박 교수는 “많이 먹는 게 문제가 아니다. 쉴 새 없이 먹는 게 문제다”라고 말했다. 셋째, ‘굶는 것=힘든 일’이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박 교수는 “굶을 때 힘들다면 그만큼 건강이 나빠졌다는 뜻이다. 개선해야 할 상황인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굶었을 때의 이점을 떠올리라고 했다. 가령 힘들게 소화 운동을 해야 할 필요가 없으니 위장이 아닌 뇌로 피가 몰린다. 덕분에 정신이 맑아진다. 넷째,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유산소 운동이든 근력 운동이든 상관없다. 운동 시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다만 운동을 할 때는 숨이 턱에 찰 정도로 강도를 높여야 한다. 또한 일주일에 1, 2회 혹은 그 이상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박 교수는 “이런 고강도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 주면 몸이 지방을 더 잘 태우는 몸으로 바뀐다”고 말했다.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평소 운동과는 담을 쌓았다. 주말에는 소파에 누워 TV를 보거나 밀린 일을 했다. 40대 중반이 되니 체력이 달리는 느낌이 들어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선뜻 시작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 운동은 힘만 들고 재미가 없었다. 불과 3년 전 김성헌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48)가 이랬다. 환자 진료나 학회 활동 외에는 관심을 뒀던 분야가 별로 없었다. 이 교수는 이석증과 메니에르증후군, 편두통성 어지럼증 등의 어지럼증 분야와 난청 치료의 전문가다. 현재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진료지침위원장이다. 대한이과학회와 대한평형의학회 학술이사도 맡고 있다. 운동을 싫어했던 김 교수가 지금은 자전거 마니아가 됐다. 변화의 계기를 물었다. ● 어쩌다 ‘괴롭게’ 시작한 운동 2018년 어느 일요일 새벽이었다. 당시 중3이던 아들이 김 교수를 깨웠다. “아빠, 자전거 타러 가요.” 그동안 몇 번을 거절했는데 이날은 아들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마침 김 교수의 아들이 자전거를 바꾼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아들의 낡은 자전거를 타고 함께 집을 나섰다. 한강을 따라 왕복 7km를 탔다. 너무 피곤했다. 휴일 새벽에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의아했다. 그 후로도 아들의 성화에 못 이겨 한 달에 한 번 정도 마지못해 자전거를 탔다.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은 생각만 들었다. ‘이렇게 힘든 걸 왜 하지?’ 1년이 지났다. 학술 모임에서 만난 의대 동문 선배들이 달리기 모임에 나오라고 했다. 선배들 말을 거역하기 싫어 어쩔 수 없이 모임에 참가했다. 매주 일요일 오전 6시에 남산 둘레길을 뛰었다. 숨이 턱턱 막혔다. 달리기는 자전거보다 더 싫었다. 그래도 억지로 뛰다 보니 익숙해졌다. 중간에 조금씩 쉬면서 10km까지 달릴 만큼 체력이 좋아졌다. 이 교수는 두 달 동안 이 모임에서 달렸다. 울며 겨자 먹는 기분으로 시작한 운동이었지만 신체 변화가 생겼다. 배만 볼록하게 나오는 마른 비만 체형이었는데, 배가 홀쭉해졌다. 체중도 70kg에서 66kg으로 빠졌다. 체력도 강해진 것 같았다. 처음으로 운동의 효과를 체험한 것이다. 하지만 안 하던 운동을 하다 보니 무릎에 무리가 갔다. 달리기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 동료들 모아 자전거 타기 시작 운동을 왜 해야 하는가를 다시 생각해 봤다. 일단 살이 찌는 게 싫었다. 둘째, 체력이 좋아졌다. 예전에는 계단만 올라가도 힘들고 조금만 집중해도 쉽게 피곤해졌다. 그런 증세가 싹 사라졌다. 무릎에 부담이 덜 가는 종목을 골라 꾸준히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달리기를 중단하고 채 한 달도 안 돼 자전거 타기에 도전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홀로 자전거를 타는 게 재미없었다. 고교 후배를 끌어들였다. 매주 2회 정도 밤에 만나 왕복 28km 정도 한강 둔치 자전거 도로를 달렸다. 겨울에는 추위 때문에 라이딩을 멈춰야 했다.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면 한강 둔치로 달려갔다. 지난해 4월 이 교수는 ‘자전거 동료’ 4명을 추가로 영입했다. 주로 현직 의사들이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주말마다 자전거를 탔다. 코스 난이도에 따라 왕복 50∼100km를 주행했다. 가끔은 자동차에 자전거를 싣고 더 먼 곳으로 가 라이딩을 시작했다. 금요일 밤에 강원 속초에 도착한 뒤 하룻밤을 보내고 새벽에 타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주로 강원과 경기 일대에서 자전거를 탔다. 올여름에는 제주도 일주에 도전한다. 고3 수험생이 되는 아들과는 요즘 자전거를 타지 않는다. 그 대신 대학생이 된 내년 봄에는 함께 국토 종주를 하기로 약속했다. 4박 5일 일정으로 코스를 짜기로 했다. 김 교수는 “해보지 않은 도전이라 조금은 두렵지만 설렘도 생긴다”며 웃었다. ● 콜레스테롤 수치 정상 수준으로 떨어져 자전거를 본격적으로 탄 지 1년이 지났다. 체력이 가장 먼저 좋아졌다. 처음에는 오르지 못했던 급경사 언덕도 거뜬히 올랐다. 100km를 주행하고 난 후에는 거의 기절하다시피 했는데, 지금은 쌩쌩하다. 이 교수는 “딱 어느 시점부터 체력이 좋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3∼4개월 후부터는 확실히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떨 때 체력이 좋아졌음을 느낄까. 이 교수는 “체중이 늘어나면 어딘가 거북하고 움직임이 불편한 듯했다. 그런 느낌이 사라졌고 몸이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자전거를 탄 이후로 65∼66kg의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건강 지표도 좋아졌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종합 콜레스테롤 수치는 ‘위험’ 수준이었다. 고콜레스테롤혈증까지는 아니었지만 정상과 질병의 경계선에 있었다. 지금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져 정상 수준을 유지한다. 게다가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고밀도지단백) 수치는 오히려 높아졌다. 이제 자전거 타기는 일상생활의 활력소가 됐다. 이 교수는 “고3 수험생이 집에 있으면 주말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럴 때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달려가면 몸과 마음이 모두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언젠가부터 주말이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다음에는 어느 곳으로 갈까, 그런 생각에 금요일 저녁에는 설레기까지 하단다. 이런 생활, 체력이 허락하는 날까지 계속할 거라고 한다. 라이딩 시작 전 조언 한마디처음부터 무리한 도전은 절대금물, 가급적 여럿이 타야자전거 타기는 체중 감량은 물론이고 만성질환 관리에도 좋은 운동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달려드는 것은 좋지 않다. 초보자일수록 신경 써야 할 점이 많다. 김성헌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자전거를 구입하는 단계부터 차근차근 생각할 것이 많다. 무엇보다 무리한 도전은 금물이다”라고 조언했다.자전거를 장만하는 데도 경제적 부담이 생긴다. 웬만한 자전거는 대부분 30만 원을 넘는다. 조금 좋아 보이는 자전거는 50만∼100만 원에 이른다. 100만 원을 훨씬 넘는 자전거도 적지 않다. 김 교수는 “처음에는 30만 원 내외, 조금 더 투자한다면 50만 원 내외의 자전거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자전거가 자신의 몸에 맞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숍에서 전문가 도움을받아 안장이나 페달 등의 위치를 정확히 조절하는 게 좋다. 만약 평소에는 몸에 이상이 없는데 자전거만 타면 무릎, 허리, 목, 어깨 등 특정 부위가 아프다면 전문적인 자전거 피팅이 필요할 수도 있다. 라이딩 전후에는 반드시 스트레칭을 해 근육을 풀어줘야 한다. 또한 라이딩은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 처음에는 5∼10km의 짧은 거리에 도전한다. 이게 자연스러워지면 여러 차례 왕복한다. 이과정을 거쳐 라이딩이 능숙해지면 장거리 주행에 도전하도록 한다. 조금 실력이 붙었다 하더라도 처음부터 속도를 내는 것은 금물이다. 이 경우 근육이 경직돼 부상을 입을 수 있다. 김 교수는 “대략 5km 정도까지는 속도를 줄여서 타고, 그다음부터 속도를 내는 게 좋다”고 말했다.김 교수는 특히 여러 명이 함께하는 라이딩을 권했다. 혼자 자전거를 타면 금세 싫증이 날 수도 있다. 게다가 여러 명이 함께 자전거를 타면 자연스럽게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실력이 있는 사람이 앞에서 타면 그 뒤 사람들은 바람의 저항을 덜 받아 힘이 상대적으로 덜 든다는 것이다.일단 자전거 타기를 시작했으면 운동을 거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김 교수는 “2∼3주 정도 자전거 타기를 거르면 그다음에 다시 탈 때 초보자처럼 몸이 힘들어진다. 자전거를 탈 때 강해졌던 근육이 그사이에 경직돼 몸에 쌓인 피로가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평소 운동과는 담을 쌓았다. 주말에는 소파에 누워 TV를 보거나 밀린 일을 했다. 40대 중반이 되니 체력이 달리는 느낌이 들어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선뜻 시작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 운동은 힘만 들고 재미가 없었다. 불과 3년 전 김성헌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48)가 이랬다. 환자 진료나 학회 활동 외에는 관심을 뒀던 분야가 별로 없었다. 이 교수는 이석증과 메니에르증후군, 편두통성 어지럼증 등의 어지럼증 분야와 난청 치료의 전문가다. 현재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진료지침위원장이다. 대한이과학회와 대한평형의학회 학술이사도 맡고 있다. 운동을 싫어했던 김 교수가 지금은 자전거 마니아가 됐다. 변화의 계기를 물었다. ● 어쩌다 ‘괴롭게’ 시작한 운동 2018년 어느 일요일 새벽이었다. 당시 중3이던 아들이 김 교수를 깨웠다. “아빠, 자전거 타러 가요.” 그동안 몇 번을 거절했는데 이날은 아들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마침 김 교수의 아들이 자전거를 바꾼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아들의 낡은 자전거를 타고 함께 집을 나섰다. 한강을 따라 왕복 7㎞를 탔다. 너무 피곤했다. 휴일 새벽에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의아했다. 그 후로도 아들의 성화에 못 이겨 한 달에 한 번 정도 마지못해 자전거를 탔다.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은 생각만 들었다. ‘이렇게 힘든 걸 왜 하지?’ 1년이 지났다. 학술 모임에서 만난 의대 동문 선배들이 달리기 모임에 나오라고 했다. 선배들 말을 거역하기 싫어 어쩔 수 없이 모임에 참가했다. 매주 일요일 오전 6시에 남산 둘레길을 뛰었다. 숨이 턱턱 막혔다. 달리기는 자전거보다 더 싫었다. 그래도 억지로 뛰다 보니 익숙해졌다. 중간에 조금씩 쉬면서 10㎞까지 달릴 만큼 체력이 좋아졌다. 이 교수는 두 달 동안 이 모임에서 달렸다. 울며 겨자 먹는 기분으로 시작한 운동이었지만 신체 변화가 생겼다. 배만 볼록하게 나오는 마른 비만 체형이었는데, 배가 홀쭉해졌다. 체중도 70㎏에서 66㎏으로 빠졌다. 체력도 강해진 것 같았다. 처음으로 운동의 효과를 체험한 것이다. 하지만 안 하던 운동을 하다 보니 무릎에 무리가 갔다. 달리기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 동료들 모아 자전거 타기 시작운동을 왜 해야 하는가를 다시 생각해 봤다. 일단 살이 찌는 게 싫었다. 둘째, 체력이 좋아졌다. 예전에는 계단만 올라가도 힘들고 조금만 집중해도 쉽게 피곤해졌다. 그런 증세가 싹 사라졌다. 무릎에 부담이 덜 가는 종목을 골라 꾸준히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달리기를 중단하고 채 한 달도 안 돼 자전거 타기에 도전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홀로 자전거를 타는 게 재미없었다. 고교 후배를 끌어들였다. 매주 2회 정도 밤에 만나 왕복 28㎞ 정도 한강 둔치 자전거 도로를 달렸다. 겨울에는 추위 때문에 라이딩을 멈춰야 했다.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면 한강 둔치로 달려갔다. 지난해 4월 이 교수는 ‘자전거 동료’ 4명을 추가로 영입했다. 주로 현직 의사들이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주말마다 자전거를 탔다. 코스 난이도에 따라 왕복 50~100㎞를 주행했다. 가끔은 자동차에 자전거를 싣고 더 먼 곳으로 가 라이딩을 시작했다. 금요일 밤에 강원 속초에 도착한 뒤 하룻밤을 보내고 새벽에 타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주로 강원과 경기 일대에서 자전거를 탔다. 올여름에는 제주도 일주에 도전한다. 고3 수험생이 된 아들과는 요즘 자전거를 타지 않는다. 그 대신 대학생이 된 내년 봄에는 함께 국토 종주를 하기로 약속했다. 4박 5일 일정으로 코스를 짜기로 했다. 김 교수는 “해보지 않은 도전이라 조금은 두렵지만 설렘도 생긴다”며 웃었다. ● 콜레스테롤 수치 정상 수준으로 떨어져자전거를 본격적으로 탄 지 1년이 지났다. 체력이 가장 먼저 좋아졌다. 처음에는 오르지 못했던 급경사 언덕도 거뜬히 올랐다. 100㎞를 주행하고 난 후에는 거의 기절하다시피 했는데, 지금은 쌩쌩하다. 이 교수는 “딱 어느 시점부터 체력이 좋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3~4개월 후부터는 확실히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떨 때 체력이 좋아졌음을 느낄까. 이 교수는 “체중이 늘어나면 어딘가 거북하고 움직임이 불편한 듯했다. 그런 느낌이 사라졌고 몸이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자전거를 탄 이후로 65~66㎏의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건강 지표도 좋아졌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종합 콜레스테롤 수치는 ‘위험’ 수준이었다. 고콜레스테롤혈증까지는 아니었지만 정상과 질병의 경계선에 있었다. 지금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져 정상 수준을 유지한다. 게다가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고밀도지단백) 수치는 오히려 높아졌다. 이제 자전거 타기는 일상생활의 활력소가 됐다. 이 교수는 “고3 수험생이 집에 있으면 주말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럴 때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달려가면 몸과 마음이 모두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언젠가부터 주말이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다음에는 어느 곳으로 갈까, 그런 생각에 금요일 저녁에는 설레기까지 하단다. 이런 생활, 체력이 허락하는 날까지 계속할 거라고 한다.자전거 초보자를 위한 꿀팁 가이드자전거 타기는 체중 감량은 물론이고 만성질환 관리에도 좋은 운동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달려드는 것은 좋지 않다. 초보자일수록 신경 써야 할 점이 많다. 김성헌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자전거를 구입하는 단계부터 차근차근 생각할 것이 많다. 무엇보다 무리한 도전은 금물이다”라고 조언했다. 자전거를 장만하는 데도 경제적 부담이 생긴다. 웬만한 자전거는 대부분 30만 원을 넘는다. 조금 좋아 보이는 자전거는 50만~100만 원에 이른다. 100만 원을 훨씬 넘는 자전거도 적지 않다. 김 교수는 “처음에는 30만 원 내외, 조금 더 투자한다면 50만 원 내외의 자전거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자전거가 자신의 몸에 맞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숍에서 전문가 도움을 받아 안장이나 페달 등의 위치를 정확히 조절하는 게 좋다. 만약 평소에는 몸에 이상이 없는데 자전거만 타면 무릎, 허리, 목, 어깨 등 특정 부위가 아프다면 전문적인 자전거 피팅이 필요할 수도 있다. 라이딩 전후에는 반드시 스트레칭을 해 근육을 풀어줘야 한다. 또한 라이딩은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 처음에는 5~10㎞의 짧은 거리에 도전한다. 이게 자연스러워지면 여러 차례 왕복한다. 이 과정을 거쳐 라이딩이 능숙해지면 장거리 주행에 도전하도록 한다. 조금 실력이 붙었다 하더라도 처음부터 속도를 내는 것은 금물이다. 이 경우 근육이 경직돼 부상을 입을 수 있다. 김 교수는 “대략 5㎞ 정도까지는 속도를 줄여서 타고, 그 다음부터 속도를 내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여러 명이 함께 하는 라이딩을 권했다. 혼자 자전거를 타면 금세 싫증이 날 수도 있다. 게다가 여러 명이 함께 자전거를 타면 자연스럽게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실력이 있는 사람이 앞에서 타면 그 뒤 사람들은 바람의 저항을 덜 받아 힘이 상대적으로 덜 든다는 것이다. 일단 자전거 타기를 시작했으면 운동을 거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김 교수는 “2~3주 정도 자전거 타기를 거르면 그 다음에 다시 탈 때 초보자처럼 몸이 힘들어진다. 자전거를 탈 때 강해졌던 근육이 그 사이에 경직돼 몸에 쌓인 피로가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이광웅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54)는 2019년까지만 해도 1년에 100∼150일을 외국에서 지냈다. 병원의 국제사업본부장을 맡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에서 병원 위탁 운영 책임자로 일했다. 이 교수는 해외에서도 찾는 간이식 분야 베스트 닥터다. 카자흐스탄과 조지아, 미얀마 등을 여러 차례 다녔다. 카자흐스탄에서는 매년 10건 이상의 수술을 시행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졌다. 해외 프로젝트와 원정 수술이 모두 취소됐다. 쿠웨이트에서는 병원 건물이 완공됐지만 의료인을 채용하고 교육시키는 이 교수팀의 업무가 중단되는 바람에 개원이 무기한 연기됐다. 갑자기 모든 게 사라진 느낌이었다. 이 교수는 활력을 잃고 무기력해졌다. 일에 집중이 안 되고 짜증이 치밀어오를 때가 종종 있었다. 술을 마셔도 별로 유쾌하지 않았다. 수술실에서도 팀원들에게 고압적으로 변했다. 그런 자신에게 짜증이 났다. 폭발할 것 같은 상황의 연속. 그러다가 돌파구가 생겼다. 테니스였다.●테니스로 코로나 우울감 날려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운동을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9월 말에 동료 교수가 테니스를 권한 게 계기가 됐다. 처음엔 망설였다. 그 동료 교수가 “라켓은 휘두를 줄 아나?” “공이나 제대로 맞히겠어?”라고 농담한 게 이 교수를 자극했다. 은근히 승부욕이 발동했다. 사실 이 교수는 중학교에 다닐 때 테니스 선수를 했다. ‘덕분에 헛스윙은 별로 하지 않았다. 의외로 공이 잘 맞았다. 금세 빠져들었다. 병원 교수와 직원들이 만든 테니스 동호회에도 가입했다. 이 교수는 동호회 활동을 시작한 뒤론 매일 오전 5시 15분에 일어난다. 가방에 운동복을 챙겨 넣고 오전 5시 40분 버스를 탄다. 오전 6시 10분부터 8시까지 거의 2시간 동안 테니스를 한다. 이 생활 패턴은 비가 와 테니스를 할 수 없을 때가 아니라면 완벽하게 지킨다. 눈이 쌓이면 눈을 치우고 얼어붙은 공을 난로에 녹인 후 테니스를 한다. 특별한 약속이 없다면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이 패턴을 지킨다. 이 교수는 상당히 시끄러운 플레이어다. “나이스!” “아싸” 하며 괴성에 가까운 추임새를 끊임없이 넣는다. 동료들이 “네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라고 할 정도다. 이 교수는 “이렇게 해야 스트레스가 확 날아간다. 쾌감이 증폭되는데, 조용조용 플레이할 이유가 있나”라며 웃었다. ●육체와 정신 모두에 나타난 긍정적 변화 테니스에 빠져든 지 6개월이 넘었다.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이 교수는 주저하지 않고 “일단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사실 이 교수는 전에도 수영이나 골프 같은 운동을 가끔 즐겼다. 그 운동과 비교해도 테니스는 확실히 강점이 더 많단다. 이 교수는 “공을 잘 치면 짜릿한 기분이 든다. 골프는 10∼20분마다 그런 순간이 오는데 테니스는 30초에 한 번은 온다. 골프가 재미없어졌다”라고 말했다. 신체적 변화도 많았다. 일단 체중이 확 줄었다. 테니스를 시작하기 전 이 교수의 체중은 82∼84㎏이었다. 현재는 76∼77㎏이란다. 따로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는데도 최대 7kg을 감량한 셈이다. 허벅지에 단단한 근육도 생겼다. 뱃살은 쏙 빠졌고 대신 희미하게나마 임금 왕(王)자가 생겨났다. 이 교수는 “피부까지 좋아졌다. 주변에서 젊어졌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몸만 달라진 게 아니다. 이 교수는 “더 중요한 것은 정신 건강이 개선됐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운동하기 전에는 종일 피곤할 때가 많았다. 지금은 피로를 거의 느끼지 않는다. 심지어 머리가 맑아졌다. 이런 심적 상태는 수술에 임할 때 큰 도움이 된다. 이 교수는 간이식 수술을 많이 한다. 수술 시간이 3∼4시간이나 걸리며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예전에는 수술 도중에 짜증을 내거나 언성을 높일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수술실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최근엔 이런 일이 거의 없다. 체력이 좋아진 덕에 긴 수술이 덜 힘들고, 정신적으로도 여유가 있으니 동료들에게 언성을 높일 생각이 들지 않더란다. 이 교수는 “팀원들이 앞으로도 테니스를 오래 하라고 농담할 정도”라고 말했다. ●운동 더 잘하고 싶어 건강관리도 열심히 테니스를 시작한 초기에는 공을 받아넘기기에 바빴다. 열심히 뛰어다녔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기술이 부족한 게 이유겠지만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너무나 약해진 체력이었다. 운동을 더 잘하고 싶었기에 체력을 강화하는 운동을 병행했다. 그러나 별도 시간을 내 헬스장에 갈 시간은 없었다. 이 교수는 인터넷을 뒤져 저렴한 실내용 자전거를 샀다. 3개월 이상 자전거를 탔더니 무릎도 강해졌다. 처음 테니스를 시작할 때 나타났던 무릎 통증도 사라졌다. 요새 이 교수는 테니스 예찬론자가 됐다. 이 교수는 미국의 의료 전문 비영리단체인 텍사스메디컬협회(TMA)의 지난해 발표를 인용하며 “테니스는 네트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운동하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매우 적다”고 말했다. TMA는 총 37개의 활동을 감염 위험도에 따라 9등급으로 나눴다. 감염도가 가장 낮은 활동이 1등급, 가장 높은 활동이 9등급이다. 이에 따르면 테니스는 2등급으로 모든 스포츠 종목 중에 위험도가 가장 낮은 등급으로 나타났다. 식당에서 음식을 사 갖고 나오는 활동,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활동이 2등급으로 분류됐다. 운동 전후 꼭 스트레칭하고 팔꿈치 통증 생기면 강도 낮춰야라켓 잡기 전 조언 한마디모든 운동이 그렇듯이 테니스 또한 ‘시작’이 가장 어렵다. 이광웅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도 그토록 많이 병원 테니스장 주변을 다녔지만 ‘테니스는 나와 무관한 운동’이라 여겼다. 퇴근 후 운동할 시간이 없다고만 생각했지 오전 일찍 해 보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 것이다. 이 교수는 “정신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마음을 새로 먹고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테니스를 시작했다고 해도 평소에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곧 피로감이라는 장애물을 만난다. 이 교수도 처음 2∼3주 동안은 상당히 피곤했다. 피로는 시간이 흐르면서 줄었지만 그래도 한 달 정도는 지속된다. 통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 교수의 경우 ‘테니스 엘보’라 부르는 팔꿈치 통증이 나타났다. 수술 도구를 꽉 쥐지 못할 정도였다. 진통제 작용을 하는 패치를 붙이거나 통증을 차단해주는 벨트를 팔뚝에 착용했다. 이 벨트를 착용하면 팔꿈치에 힘이 덜 들어가기 때문에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대체로 한 달이 지나면 운동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다만 하체 근력이 약하면 그 이후로도 무릎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교수 또한 무릎 관절 위쪽 근육에 통증이 생겼다. 이는 운동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통증이 아주 경미하다면 강도를 낮춰 운동을 계속하는 게 좋다. 다만 통증이 심하다면 골절이 원인일 수 있기 때문에 검사를 받아야 한다. 자전거 타기 등을 통해 하체 근육을 키울 것을 이 교수는 권장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이광웅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54)는 2019년까지만 해도 1년에 100~150일을 외국에서 지냈다. 병원의 국제사업본부장을 맡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에서 병원 위탁 운영 책임자로 일했다. 이 교수는 해외에서도 찾는 간이식 분야 베스트 닥터다. 카자흐스탄과 조지아, 미얀마 등을 여러 차례 다녔다. 카자흐스탄에서는 매년 10건 이상의 수술을 시행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졌다. 해외 프로젝트와 원정 수술이 모두 취소됐다. 쿠웨이트에서는 병원 건물이 완공됐지만 의료인을 채용하고 교육시키는 이 교수팀의 업무가 중단되는 바람에 개원이 무기한 연기됐다. 갑자기 모든 게 사라진 느낌이었다. 이 교수는 활력을 잃고 무기력해졌다. 일에 집중이 안 되고 짜증이 치밀어오를 때가 종종 있었다. 술을 마셔도 별로 유쾌하지 않았다. 수술실에서도 팀원들에게 고압적으로 변했다. 그런 자신에게 짜증이 났다. 폭발할 것 같은 상황의 연속. 그러다가 돌파구가 생겼다. 테니스였다.●테니스로 코로나 우울감 날려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운동을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9월 말에 동료 교수가 테니스를 권한 게 계기가 됐다. 처음엔 망설였다. 그 동료 교수가 “라켓은 휘두를 줄 아나?” “공이나 제대로 맞히겠어?”라고 농담한 게 이 교수를 자극했다. 은근히 승부욕이 발동했다. 사실 이 교수는 중학교에 다닐 때 테니스 선수를 했다. ‘덕분에 헛스윙은 별로 하지 않았다. 의외로 공이 잘 맞았다. 금세 빠져들었다. 병원 교수와 직원들이 만든 테니스 동호회에도 가입했다. 이 교수는 동호회 활동을 시작한 뒤론 매일 오전 5시 15분에 일어난다. 가방에 운동복을 챙겨 넣고 오전 5시 40분 버스를 탄다. 오전 6시 10분부터 8시까지 거의 2시간 동안 테니스를 한다. 이 생활 패턴은 비가 와 테니스를 할 수 없을 때가 아니라면 완벽하게 지킨다. 눈이 쌓이면 눈을 치우고 얼어붙은 공을 난로에 녹인 후 테니스를 한다. 특별한 약속이 없다면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이 패턴을 지킨다. 이 교수는 상당히 시끄러운 플레이어다. “나이스!” “아싸” 하며 괴성에 가까운 추임새를 끊임없이 넣는다. 동료들이 “네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라고 할 정도다. 이 교수는 “이렇게 해야 스트레스가 확 날아간다. 쾌감이 증폭되는데, 조용조용 플레이할 이유가 있나”라며 웃었다. ●육체와 정신 모두에 나타난 긍정적인 변화 테니스에 빠져든 지 6개월이 넘었다.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이 교수는 주저하지 않고 “일단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사실 이 교수는 전에도 수영이나 골프 같은 운동을 가끔 즐겼다. 그 운동과 비교해도 테니스는 확실히 강점이 더 많단다. 이 교수는 “공을 잘 치면 짜릿한 기분이 든다. 골프는 10~20분마다 그런 순간이 오는데 테니스는 30초에 한 번은 온다. 골프가 재미없어졌다”라고 말했다. 신체적 변화도 많았다. 일단 체중이 확 줄었다. 테니스를 시작하기 전 이 교수의 체중은 82~84㎏이었다. 현재는 76~77㎏이란다. 따로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는데도 최대 7㎏을 감량한 셈이다. 허벅지에 단단한 근육도 생겼다. 뱃살은 쏙 빠졌고 대신 희미하게나마 임금 왕(王)자가 생겨났다. 이 교수는 “피부까지 좋아졌다. 주변에서 젊어졌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몸만 달라진 게 아니다. 이 교수는 “더 중요한 것은 정신 건강이 개선됐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운동하기 전에는 종일 피곤할 때가 많았다. 지금은 피로를 거의 느끼지 않는다. 심지어 머리가 맑아졌다. 이런 심적 상태는 수술에 임할 때 큰 도움이 된다. 이 교수는 간이식 수술을 많이 한다. 수술 시간이 3~4시간이나 걸리며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예전에는 수술 도중에 짜증을 내거나 언성을 높일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수술실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최근엔 이런 일이 거의 없다. 체력이 좋아진 덕에 긴 수술이 덜 힘들고, 정신적으로도 여유가 있으니 동료들에게 언성을 높일 생각이 들지 않더란다. 이 교수는 “팀원들이 앞으로도 테니스를 오래 하라고 농담할 정도”라고 말했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에 건강관리도 열심히 테니스를 시작한 초기에는 공을 받아넘기기에 바빴다. 열심히 뛰어다녔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기술이 부족한 게 이유겠지만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너무나 약해진 체력이었다. 운동을 더 잘하고 싶었기에 체력을 강화하는 운동을 병행했다. 그러나 별도 시간을 내 헬스장에 갈 시간은 없었다. 이 교수는 인터넷을 뒤져 저렴한 실내용 자전거를 샀다. 3개월 이상 자전거를 탔더니 무릎도 강해졌다. 처음 테니스를 시작할 때 나타났던 무릎 통증도 사라졌다. 요새 이 교수는 테니스 예찬론자가 됐다. 이 교수는 미국의 의료 전문 비영리단체인 텍사스메디컬협회(TMA)의 지난해 발표를 인용하며 “테니스는 네트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운동하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매우 적다”고 말했다. TMA는 총 37개의 활동을 감염 위험도에 따라 9등급으로 나눴다. 감염도가 가장 낮은 활동이 1등급, 가장 높은 활동이 9등급이다. 이에 따르면 테니스는 위험도가 낮은 2등급으로, 모든 스포츠 종목 중에 가장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당에서 음식을 사 갖고 나오는 활동,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활동이 2등급으로 분류됐다.통증 경미하다면 강도 낮춰서 강하다면 근력 키워야운동 주의사항모든 운동이 그렇듯이 테니스 또한 ‘시작’이 가장 어렵다. 이광웅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도 그토록 많이 병원 테니스장 주변을 다녔지만 ‘테니스는 나와 무관한 운동’이라 여겼다. 퇴근 후 운동할 시간이 없다고만 생각했지 오전 일찍 해 보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 것이다. 이 교수는 “정신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마음을 새로 먹고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테니스를 시작했다고 해도 평소에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곧 피로감이라는 장애물을 만난다. 이 교수도 처음 2~3주 동안은 상당히 피곤했다. 피로는 시간이 흐르면서 줄었지만 그래도 한 달 정도는 지속된다. 통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 교수의 경우 ‘테니스 엘보’라 부르는 팔꿈치 통증이 나타났다. 수술 도구를 꽉 쥐지 못할 정도였다. 진통 작용을 하는 페치를 붙이거나 통증을 차단해주는 벨트를 팔뚝에 착용했다. 이 벨트를 착용하면 팔꿈치에 힘이 덜 들어가기 때문에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대체로 한 달이 지나면 운동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다만 하체 근력이 약하면 그 이후로도 무릎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교수 또한 무릎 관절 위쪽 근육에 통증이 생겼다. 이는 운동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통증이 아주 경미하다면 강도를 낮춰 운동을 계속하는 게 좋다. 다만 통증이 심하다면 골절이 원인일 수 있기 때문에 검사를 받아야 한다. 자전거 타기 등을 통해 하체 근육을 키울 것을 이 교수는 권장했다.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베스트 닥터라 불리는 의사들은 건강을 어떻게 관리할까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자기만의 건강법을 만들어나가는 의사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2019년에 이어 ‘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시즌2를 시작합니다.》 매일 저녁에 와인 세 잔은 반드시 마신다. 지극한 와인 사랑이다. 이영호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60) 이야기다. 와인 세 잔이면 3분의 1병 혹은 절반 정도 양이다. 이 교수는 이를 “6년째 지속하고 있는 건강 습관”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백혈병 소아암 분야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의사다. 현재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보건복지부 제대혈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원래 소주 마니아였다. 매주 3, 4회 소주를 거나하게 마셨다. 그때도 와인을 마시기는 했다. 단지 와인은 수많은 술 중 하나였을 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마시는 빈도도 기껏해야 한 달에 한 번 정도. 그랬던 음주 습관이 바뀌었다. 지금은 소주를 한 달에 한 번 정도 마신다. 소주를 버리고 와인을 택한 이유를 물었다. 이 교수는 “오래 건강하게 술을 마시고 싶어서”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와인 덕분에 건강 체질이 됐다”고 했다. 이른바 ‘와인 건강법’이다. ○ 와인을 마신 후 몸이 달라졌다 폭음하던 시절 이 교수에게는 알코올성 간염 증세가 있었다. 와인을 마신 후로 폭음이 줄었다. 가장 먼저 이 증세가 사라졌다. 나아가 체중 조절에도 도움이 됐다. 과거에는 폭음을 하면 다음 날 ‘해장’을 위해 폭식했다. 2, 3회 술을 마시면 체중이 2∼3kg 불었다. 식사량을 줄여 체중을 줄여봤자 술을 마시면 다시 늘었다. 지금은 지겨운 체중 증감의 무한 반복에서 해방됐다. 와인을 마시기 시작한 6년 전부터 체중이 500g 이상 변화한 적이 없다. 완벽하게 체중을 조절하는 셈이다. 운동량을 늘린 걸까. 그건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매주 1, 2회 동네 공원에서 4km 정도 걷는다. 출퇴근할 때는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이런 습관은 변하지 않았다. 이 교수는 “와인을 마신 후 식습관이 변한 게 체중 조절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와인은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과 어울리지 않는다. 와인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함께 먹는 음식도 담백해야 한다. 이 때문에 덜 맵고 덜 짠 식단으로 바꿨다. 싱거운 김치찌개를 먹고 고추장을 넣지 않는 봄나물 비빔밥을 먹는다. 특히 멀건 봄나물 비빔밥은 화이트와인과 잘 어울린단다. 미각도 살아났다. 예전에는 음식이 나오면 그냥 먹기 바빴는데, 요즘은 향을 먼저 느끼고 천천히 맛을 음미한다. 이 교수는 “아내와 함께 음식 평도 하고 대화를 하면서 식사를 하다 보니 부부 사이도 좋아졌다”고 했다. ○와인의 건강학 프랑스인들이 육류를 많이 먹는데도 다른 서양인보다 심장병에 덜 걸린다는 말이 있다. 이를 ‘프렌치 패러독스’라 하는데, 의학적으로는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레드 와인에 폴리페놀이나 레스베라트롤 같은 항산화 물질이 다량 들어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물질들은 항암 효과를 내고 혈압을 떨어뜨리며 당뇨병 환자의 경우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고밀도 지질단백질)을 높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와인에 들어있는 이 성분들이 실제 인체에 작용해 이런 효과를 내는지에 대한 의학적 데이터는 부족한 편이다. 이 교수는 “앞으로 과학적인 연구가 더 필요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와인으로 체중을 관리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타당하다. 이 교수는 와인이 비만을 막아준다는 해외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이를테면 ‘엘라그산’이라는 식물성 페놀이 지방간과 비만을 막아주는데, 오크통에서 숙성한 와인에는 이와 유사한 ‘엘라그타닌’이 존재한다. 오크 숙성이 잘된 와인을 마시면 지방간과 비만 위험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별도로 미국 퍼듀대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레드 와인에 비만을 억제하는 물질인 피세아타놀이 들어있다. 이 물질은 지방세포가 생기거나 성장하는 것을 억제한다.○와인 전문 강사 자격증 따다 소주 마니아가 와인 마니아로 바뀐 계기는 6년 전이다. 사촌동생이 와인 교육 프로그램을 추천했다. 술을 좋아하니 재미로 참여했다. 처음엔 와인의 다양한 맛에 끌렸다. 때론 시큼하고 때론 달달했다. 와인마다 풍기는 향도 달랐다. 늘 같은 맛에 화학 물질 냄새가 나는 소주와 달랐다. 매번 다른 사람과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기분이랄까. 와인에 호감이 생기자 조금 더 깊이 알고 싶어졌다. 당시 이 교수가 접한 프로그램은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가 제공하는 것이었다. WSET는 와인과 관련된 교육 및 강사 자격증을 발급하는 글로벌 기관으로 세계 70여 개국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난이도에 따라 1∼3레벨로 나뉜다. 와인에 빠진 후 이 교수는 3레벨에 도전했다. 필기 시험을 준비하면서 와인 관련 정보를 빼곡하게 기록했다. 분량이 150쪽을 넘었다. 이 교수는 의대생 때 그랬던 것처럼 열심히 외웠다. 필기 시험은 한 번에 통과했다. 하지만 향을 맡고 와인을 완벽히 구별해 내야 하는 실기 시험은 녹록하지 않았다. 두 번이나 떨어졌다. 88종의 와인을 작은 병에 담아 향을 구별해내는 연습을 하는 ‘키트’를 샀다. 향을 맡고 또 맡았다. 지난해 1월, 마침내 세 번째 실기 시험에 합격하면서 레벨3 강사 자격증을 획득했다. 의학과 관련이 없는 이 와인 강사 프로그램에 왜 몇 년 동안 매달린 것일까. “알고 마시면 그만큼 느끼는 것도 많아집니다. 많은 사람과 즐겁게 술을 마실 수도 있고, 더 건강해지죠. 은퇴한 후에는 와인 강의하면서 제2의 인생을 살렵니다.”남은 병 세워서 냉장 보관하고 꺼낼땐 30분후 마셔야와인을 건강하게 마시려면건강하게 와인을 마시는 법은 없을까. 와인 초보자는 어떤 와인을 선택해야 할지부터 고민에 빠진다. 이영호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망설이지 않아도 된다. 마트에서 파는 2만 원 내외 와인이라면 좋다”고 말했다. 이런 와인의 경우 병을 따면 바로 마셔도 된다. 와인에 따라 코르크 마개를 따고 한두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것도 있지만, 마트에서 파는 와인은 그런 절차를 안 거쳐도 된다. 잔에 와인을 따른 후에는 먼저 향을 맡을 것을 이 교수는 권했다. 그 다음에 잔을 슬슬 돌리며 와인과 공기가 섞이게 한다. 한 모금 마셔보고 좀 떨떠름하다 싶으면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와인은 어느 정도 마시는 게 적당할까. 과음은 당연히 좋지 않다. 이 교수는 혼자 마실 경우 3분의 1병에서 절반까지가 좋다고 했다. 먹다 남긴 와인을 보관하는 요령도 알아둬야 한다. 무엇보다 병 안에 들어있는 산소를 제거하는 게 중요하다. 와인과 산소가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면서 신맛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코르크 마개를 거꾸로 집어넣는 게 좋다. 그 다음에는 냉장고나 김치냉장고에 보관한다. 이때 병은 반드시 세워야 한다. 병을 눕히면 와인과 공기가 접하는 면적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관한 와인은 3, 4일 후에도 맛이 변하지 않는다. 다만 이후로는 신맛이 강해질 수 있다. 심할 경우 식초와 같은 맛이 난다. 보관은 차게 하지만 다시 꺼내 마실 때는 실온과 비슷한 온도로 올려줘야 한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레드와인은 13∼15도, 화이트와인은 8∼10도일 때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따라서 냉장고에서 와인을 꺼냈다면 30분 후에 마시는 게 좋다. 와인을 마신 후 생기는 두통은 이유가 다양하다. 와인 속에 들어있는 방부제가 원인일 수 있지만 와인이 발효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아세트알데히드나 히스타민 성분이 원인일 확률이 높다. 레드 와인의 경우 타닌 성분이 혈관을 확장시켜 두통을 유발할 수도 있다. 와인을 마시면서 물을 자주 마셔주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베스트 닥터라 불리는 의사들은 건강을 어떻게 관리할까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자기만의 건강법을 만들어나가는 의사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2019년에 이어 ‘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시즌2를 시작합니다.》 매일 저녁에 와인 세 잔은 반드시 마신다. 지극한 와인 사랑이다. 이영호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60) 이야기다. 와인 세 잔이면 3분의 1병 혹은 절반 정도 양이다. 이 교수는 이를 “6년째 지속하고 있는 건강 습관”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백혈병 소아암 분야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의사다. 현재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보건복지부 제대혈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원래 소주 마니아였다. 매주 3, 4회 소주를 거나하게 마셨다. 그때도 와인을 마시기는 했다. 단지 와인은 수많은 술 중 하나였을 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마시는 빈도도 기껏해야 한 달에 한 번 정도. 그랬던 음주 습관이 바뀌었다. 지금은 소주를 한 달에 한 번 정도 마신다. 소주를 버리고 와인을 택한 이유를 물었다. 이 교수는 “오래 건강하게 술을 마시고 싶어서”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와인 덕분에 건강 체질이 됐다”고 했다. 이른바 ‘와인 건강법’이다. ● 와인을 마신 후 몸이 달라졌다폭음하던 시절 이 교수에게는 알코올성 간염 증세가 있었다. 와인을 마신 후로 폭음이 줄었다. 가장 먼저 이 증세가 사라졌다. 나아가 체중 조절에도 도움이 됐다. 과거에는 폭음을 하면 다음 날 ‘해장’을 위해 폭식했다. 2, 3회 술을 마시면 체중이 2~3㎏ 불었다. 식사량을 줄여 체중을 줄여봤자 술을 마시면 다시 늘었다. 지금은 지겨운 체중 증감의 무한 반복에서 해방됐다. 와인을 마시기 시작한 6년 전부터 체중이 500g 이상 변화한 적이 없다. 완벽하게 체중을 조절하는 셈이다. 운동량을 늘린 걸까. 그건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매주 1, 2회 동네 공원에서 4㎞ 정도 걷는다. 출퇴근할 때는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이런 습관은 변하지 않았다. 이 교수는 “와인을 마신 후 식습관이 변한 게 체중 조절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와인은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과 어울리지 않는다. 와인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함께 먹는 음식도 담백해야 한다. 이 때문에 덜 맵고 덜 짠 식단으로 바꿨다. 싱거운 김치찌개를 먹고 고추장을 넣지 않는 봄나물 비빔밥을 먹는다. 특히 멀건 봄나물 비빔밥은 화이트와인과 잘 어울린단다. 미각도 살아났다. 예전에는 음식이 나오면 그냥 먹기 바빴는데, 요즘은 향을 먼저 느끼고 천천히 맛을 음미한다. 이 교수는 “아내와 함께 음식 평도 하고 대화를 하면서 식사를 하다 보니 부부 사이도 좋아졌다”고 했다. ● 와인의 건강학프랑스인들이 육류를 많이 먹는데도 다른 서양인보다 심장병에 덜 걸린다는 말이 있다. 이를 ‘프렌치 패러독스’라 하는데, 의학적으로는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레드 와인에 폴리페놀이나 레스베라트롤 같은 항산화 물질이 다량 들어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물질들은 항암 효과를 내고 혈압을 떨어뜨리며 당뇨병 환자의 경우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고밀도 지질단백질)을 높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와인에 들어있는 이 성분들이 실제 인체에 작용해 이런 효과를 내는지에 대한 의학적 데이터는 부족한 편이다. 이 교수는 “앞으로 과학적인 연구가 더 필요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와인으로 체중을 관리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타당하다. 이 교수는 와인이 비만을 막아준다는 해외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이를테면 ‘엘라그산’이라는 식물성 페놀이 지방간과 비만을 막아주는데, 오크통에서 숙성한 와인에는 이와 유사한 ‘엘라그타닌’이 존재한다. 오크 숙성이 잘된 와인을 마시면 지방간과 비만 위험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별도로 미국 퍼듀대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레드 와인에 비만을 억제하는 물질인 피세아타놀이 들어있다. 이 물질은 지방세포가 생기거나 성장하는 것을 억제한다.● 와인 전문 강사 자격증 따다소주 마니아가 와인 마니아로 바뀐 계기는 6년 전이다. 사촌동생이 와인 교육 프로그램을 추천했다. 술을 좋아하니 재미로 참여했다. 처음엔 와인의 다양한 맛에 끌렸다. 때론 시큼하고 때론 달달했다. 와인마다 풍기는 향도 달랐다. 늘 같은 맛에 화학 물질 냄새가 나는 소주와 달랐다. 매번 다른 사람과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기분이랄까. 와인에 호감이 생기자 조금 더 깊이 알고 싶어졌다. 당시 이 교수가 접한 프로그램은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가 제공하는 것이었다. WSET는 와인과 관련된 교육 및 강사 자격증을 발급하는 글로벌 기관으로 세계 70여 개국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난이도에 따라 1~3레벨로 나뉜다. 와인에 빠진 후 이 교수는 3레벨에 도전했다. 필기시험을 준비하면서 와인 관련 정보를 빼곡하게 기록했다. 분량이 150쪽을 넘었다. 이 교수는 의대생 때 그랬던 것처럼 열심히 외웠다. 필기 시험은 한 번에 통과했다. 하지만 향을 맡고 와인을 완벽히 구별해 내야 하는 실기 시험은 녹록하지 않았다. 두 번이나 떨어졌다. 88종의 와인을 작은 병에 담아 향을 구별해내는 연습을 하는 ‘키트’를 샀다. 향을 맡고 또 맡았다. 지난해 1월, 마침내 세 번째 실기 시험에 합격하면서 레벨3 강사 자격증을 획득했다. 의학과 관련이 없는 이 와인 강사 프로그램에 왜 몇 년 동안 매달린 것일까. “알고 마시면 그만큼 느끼는 것도 많아집니다. 많은 사람과 즐겁게 술을 마실 수도 있고, 더 건강해지죠. 은퇴한 후에는 와인 강의하면서 제2의 인생을 살렵니다.”왕초보를 위한 ‘건강하게 와인 잘 마시는 법’건강하게 와인을 마시는 법은 없을까. 와인 초보자는 어떤 와인을 선택해야 할지부터 고민에 빠진다. 이영호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망설이지 않아도 된다. 마트에서 파는 2만 원 내외 와인이라면 좋다”고 말했다. 이런 와인의 경우 병을 따면 바로 마셔도 된다. 와인에 따라 코르크 마개를 따고 한두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것도 있지만, 마트에서 파는 와인은 그런 절차를 안 거쳐도 된다. 잔에 와인을 따른 후에는 먼저 향을 맡을 것을 이 교수는 권했다. 그 다음에 잔을 슬슬 돌리며 와인과 공기가 섞이게 한다. 한 모금 마셔보고 좀 떨떠름하다 싶으면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와인은 어느 정도 마시는 게 적당할까. 과음은 당연히 좋지 않다. 이 교수는 혼자 마실 경우 3분의 1병에서 절반까지가 좋다고 했다. 먹다 남긴 와인을 보관하는 요령도 알아둬야 한다. 무엇보다 병 안에 들어있는 산소를 제거하는 게 중요하다. 와인과 산소가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면서 신맛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코르크 마개를 거꾸로 집어넣는 게 좋다. 그 다음에는 냉장고나 김치냉장고에 보관한다. 이때 병은 반드시 세워야 한다. 병을 눕히면 와인과 공기가 접하는 면적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관한 와인은 3, 4일 후에도 맛이 변하지 않는다. 다만 이후로는 신맛이 강해질 수 있다. 심할 경우 식초와 같은 맛이 난다. 보관은 차게 하지만 다시 꺼내 마실 때는 실온과 비슷한 온도로 올려줘야 한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레드와인은 13~15도, 화이트와인은 8~10도일 때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따라서 냉장고에서 와인을 꺼냈다면 30분 후에 마시는 게 좋다. 와인을 마신 후 생기는 두통은 이유가 다양하다. 와인 속에 들어있는 방부제가 원인일 수 있지만 와인이 발효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아세트알데히드나 히스타민 성분이 원인일 확률이 높다. 레드 와인의 경우 타닌 성분이 혈관을 확장시켜 두통을 유발할 수도 있다. 와인을 마시면서 물을 자주 마셔주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서울의 대형병원에만 베스트닥터가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 동네에, 또는 나만 아는 실력이 대학병원에 버금가거나 능가하는 의원·병원이 적지 않습니다. 뛰어난 실력과 연구 능력을 갖춰 전국에서 환자가 몰려오는 이런 의사들을 찾아내 ‘우리 동네 베스트 닥터’로 소개합니다.》 경기 광주시에 있는 SRC병원은 이름이 꽤 알려져 있다. 모든 질환을 다루지만 특히 재활치료로 유명하다. 환자들 커뮤니티에서도 이 병원을 추천하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환자들이 각지에서 이 병원을 찾아온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 광주 출신 환자는 21%에 그친다. 경기도 전체로 넓힐 경우 64% 정도다. 나머지 36%는 전국 곳곳에서 재활 치료를 받기 위해 온 환자들이다. 올해 1월 이 병원에 새 원장이 취임했다. 김은국 병원장(49)이다. 다소 뜻밖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김 원장은 스포츠 의학으로 꽤 유명하다. 대한체육회 의무실장으로 근무하며 국가대표 선수들의 건강관리를 오랫동안 책임졌다. SRC병원도 재활치료로 유명하다지만 스포츠 의학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이 병원에 오게 된 까닭이 궁금했다. “한 병원에서만 계속 근무했더라면 인생이 많이 달라졌을 겁니다. 돈은 많이 벌었을 거예요. 하지만 새로운 시도도 하지 못했고 사는 재미도 없었겠죠.”○잘 나가는 병원 접고 체육회 의무실장으로 김 원장은 대학에서 재활의학과를 전공했다. 전공의 시절부터 태릉선수촌의 국가대표 선수들을 꽤 접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선수들을 치료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이 열렸다. 김 원장은 자신이 치료한 선수들이 시상대에 오르는 것을 TV로 지켜봤다. 김 원장은 “팔을 펴지 못했다가 내 치료를 받은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는 모습을 볼 때 뿌듯했다”고 말했다. 전공의를 끝낸 뒤 김 원장은 의원을 열었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그의 의원을 드나들었다. 김 원장이 병을 잘 고친다는 입소문도 퍼져 나갔다. 환자들이 넘쳐났다. 병원들이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는 ‘급여비’ 규모를 보니 전국의 재활의학과 의원을 통틀어 3위였다. 당시 김 원장은 상당히 힘들었다고 했다. 이러다가는 아무 발전도 이루지 못할 것 같았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었다. 마침 대한체육회가 의무실장을 모집하고 있었다. 김 원장은 잘나가는 병원을 접고 2003년 대한체육회 의무실장이 돼 태릉선수촌에 들어갔다. 본격적으로 스포츠 의학에 발을 들여놓은 시점이었다. 그해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열렸다. 김 원장은 대회 기간 내내 의료와 관련된 모든 일을 도맡아 했다. 선수 진료는 물론이고 도핑 검사 같은 행정업무도 처리했다. 오전 6시에 시작된 하루 일과는 자정을 넘겨 끝났다. 이 대회를 시작으로 김 원장은 14회에 걸쳐 국제대회에 선수단 주치의 자격으로 참가했다. 굵직굵직한 대회만 추리자면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2018년 평창 겨울패럴림픽 등이 있다.○국제대회 참가 중에 美 의사면허 합격 국제대회가 열리면 각국을 대표하는 의료팀이 종종 회의를 한다. 김 원장은 그들을 만나다가 문득 자신의 실력이 어느 수준인지를 알고 싶어졌다. 한국에서는 그래도 잘한다고들 하지만 미국에서도 통할지 궁금했다. 미국의 스포츠 의학도 배우고 싶었다. 결국 미국 의사에 도전하기로 했다. 인터넷을 통해 미국 의사 면허시험을 신청했고, 1차와 2차까지 모두 통과했다. 문제는 최종 3차 시험인데, 미국에 건너가 치러야 했다. 시험을 치르고 국내로 돌아온 김 원장은 2005년 터키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주치의로 참가했다. 미국 의사면허 시험에 합격했다는 통지를 대회 현장에서 받았다. 이후 김 원장은 미국 의사 생활을 준비하기 위해 태릉선수촌을 떠났다. 다양한 형태의 환자 진료 경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대학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로 근무하다가 나중에는 SRC병원(당시 삼육재활병원)으로 일터를 옮겼다. SRC병원의 재활 환자 수가 대학병원보다 최대 10배가량 많으니 아무래도 더 다양한 사례를 접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김 원장은 2008년부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웨이크포리스트대 병원에서 근무했다. 현지 의사와 똑같이 외래 환자를 진료하고 당직 근무도 섰다. 물론 현지 의사와 똑같이 월급을 받았다. 김 원장은 “미국은 기초과학이 발달해 있어 탄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기초과학이 튼튼하니 어려운 문제가 생겨도 원칙적으로 풀어 나가는 게 인상에 많이 남았단다. ○국제빙상연맹 의료자문관 선정 영예 당초 미국 대학병원에 갈 때는 2년 근무가 계약 조건이었다. 하지만 김 원장은 1년 만에 국내로 복귀했다. 대한체육회가 곧 국제대회가 열리니 도와달라는 요청을 해왔던 것이다. 미국 현지 대학병원은 김 원장의 귀국을 만류했다. 영주권 발급을 도와줄 뿐 아니라 시민권을 획득하는 데 필요한 변호사까지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 급여를 30% 인상하겠다는 당근도 제시했다. 김 원장은 “고민이 됐지만 개인적으로도 부모님과 가족이 있는 한국에 돌아오고 싶어 귀국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물론 그동안 미국에서 배운 것을 한국에서 펼치고 싶은 욕심도 강했다. 김 원장은 2010년 1월 대한체육회 의무실장으로 복귀한 후 밴쿠버 올림픽에 주치의로 참가했다. 그런데 느낌이 과거와 좀 달라졌다. 선수들의 부상만 걱정할 게 아니라 체계적으로 스포츠 의학을 연구하고 싶어졌다. 또다시 새로운 시도를 했다. 2012년 김 원장은 한국체육대 체육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동시에 스포츠클리닉 소장을 맡았다. 이후 김 원장은 한국체육대에 9년 동안 근무했다. 김 원장은 이 9년의 시간이 상당히 소중하다고 했다. 환자 진료에 얽매이지 않아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었고,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기간에 여러 학회에도 적극 참여했다. 2015년에는 국제빙상연맹으로부터 ‘메디컬 어드바이저(의료 고문)’로 임명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메디컬 어드바이저는 국제대회가 열리면 약물, 선수 안전 등 의학에 관한 모든 것을 결정하는 일을 한다. 세계에서 7명만 선택되며 임기는 종신제다. 스포츠 의학계에서는 최고의 명예직으로 여긴다. ○병원 인프라 활용한 장기적 재활치료 계획 2020년 초, 김 원장은 비보(悲報)를 접했다. 작가였던 누나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우울함을 떨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했다. 한국체육대에서 근무한 지도 어느덧 9년. 마침 약간의 ‘매너리즘’도 생겼던 차였다. 운동선수가 아닌, 재활치료가 필요한 다양한 환자를 만나고 싶어졌다. 김 원장은 SCR병원을 택했다. 이유가 있다. 이 병원은 재활치료로 꽤 이름이 알려져 있다. 암이나 뇌출혈 후유증과 같은 만성질환의 재활치료를 받기 위해 전국에서 환자가 온다. 환자 수만 놓고 보면 웬만한 대학병원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둘째,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인프라도 잘돼 있다. 김 원장은 이 인프라를 이용해 장기적으로 스포츠 의학을 재활치료에 접목할 계획이다. 전문적인 운동선수 위주의 스포츠 의학을 학생이나 일반인에게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 시스템이 갖춰지면 SRC병원은 만성질환의 전문 재활병원을 넘어 모든 종류의 재활이 가능한 병원으로 설 수 있다는 게 김 원장의 생각이다. 김 원장에게 ‘스포츠 재활’이란 어떤 것일까. 일반적으로 관절이나 근육에 손상이 갈 경우 다른 의사들은 쉬라고 한다. 김 원장에 따르면 스포츠 재활의 치료 방향은 좀 다르다. 김 원장은 “아프니까 무조건 쉬는 게 아니라 움직이면서도 아프지 않도록 치료하는 게 제대로 된 스포츠 재활 치료다”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또 “뇌출혈 후유증이 있을 경우에도 스포츠 의학을 접목해 재활치료를 하면 일상생활이 충분히 가능해진다. 그게 스포츠 재활의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