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문재인 대통령이 방한 중인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을 25일 접견하면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위한 ‘사전조치(pre-step)’를 취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영철은 “미국과의 대화 문은 열려 있다”면서도 문 대통령의 제안에 뚜렷한 수락 의사는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25일 북한 대표단 접견에서 비핵화 의지를 구체적으로 천명했다”며 “비핵화를 위해 어떤 방법을 택해야 하는지까지 (북한 대표단에) 말했다”고 26일 밝혔다. 문 대통령이 제시해온 핵 동결에서 핵 폐기로 이어지는 2단계 비핵화 협상에 들어가기 전 단계의 사전조치를 북한에 요구했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해석이다. 구체적으론 북한의 추가 도발 및 핵·미사일 개발 중단 등이 제시된 것으로 보인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6일 김영철과 오찬 회동을 갖는 등 남북 당국자 간 회동도 이어졌다. 정 실장이 “긴밀한 한미 관계가 한반도 정세에 중요하다”고 지적하자 김영철은 “미국과의 대화 문은 열려 있다. 우리는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이미 여러 차례 밝혔다”고 답했다. 김영철은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과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반도 비핵화의 원칙을 양보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미국의 입장 등을 전달하며 북한과 여러 가능성을 타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철 등 북한 대표단은 27일 오전 북한으로 귀환한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류옌둥(劉延東)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만나 “미국은 대화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고, 북한도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황인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류옌둥(劉延東)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만나 “미국은 대화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고 북한도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래서 미국과 북한이 빨리 마주 앉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밝힌 가운데 비핵화를 대화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미국도 요구 수준을 좀 낮추라고 요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로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한 류 부총리를 접견하고 “올림픽을 계기로 이뤄진 남북 대화의 분위기를 올림픽 이후까지 지속해 나가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북-미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의향을 보이고 있고 미국도 대화의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다”며 “북-미 대화가 조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중국의 지속적인 협력을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방카 트럼프 미 백악관 보좌관은 23일 문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대북 제재에 대한 아버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이에 류 부총리는 “올해 들어 조성된 한반도 정세의 완화 추세를 중국은 기쁘게 바라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를 위해 기울인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북-미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중국과 한국이 함께 잘 설득해 나가자”고 화답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등 북한 대표단은 25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미 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상 봉쇄를 포함한 초강력 대북제재를 발표한 가운데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북측 대표단장인 김영철이 공개적으로 북-미 대화 의사를 표명하면서 ‘평창 모멘텀’의 불씨가 재점화될 계기가 마련됐다. 다만 북한이 미국의 대북제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북-미 대화의 조건도 서로 달라 실질적인 대화로 이어지기까진 숱한 난관이 있을 듯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평창 올림픽 폐회식이 열리기 전인 오후 5시부터 1시간가량 김영철 등 북한 대표단 8명을 접견하고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해서라도 북-미 대화가 조속히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북한 대표단도 북-미 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으며 북도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같이 발전해야 한다는 데 생각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특히 김영철은 “남북 관계가 앞으로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지적에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같은 의지를 지니고 있다”며 김정은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김 대변인은 덧붙였다. 일단 김영철 등 북한 대표단은 26일 서울에서 서훈 국가정보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과 만나 북-미 대화 및 남북 대화를 위한 실무 논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메시지가 전달된 것이며 북-미 대화의 조건과 구체적인 남북 합의 등 실무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포스트 평창’ 외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폐회식에 이방카 트럼프 미 백악관 보좌관, 김영철, 류옌둥(劉延東)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함께 참석했다. 부인 김정숙 여사를 사이에 두고 이방카와 나란히 앉은 문 대통령은 이방카에게 김영철의 발언을 전하며 북-미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림픽 폐막 이후 한반도 상황은 언제든지 긴장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이번 (해상 봉쇄 조치 등) 대북제재가 효과가 없으면 우리는 제2단계로 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2단계는 매우 거친 것이 될 수도 있고 전 세계에 매우 매우 불행할 수도 있다”며 대북 군사옵션 사용 가능성을 내비쳤다. 북한은 25일 외무성 대변인 명의 담화에서 “어떤 봉쇄도 우리에 대한 전쟁 행위로 간주할 것”이라며 “(미국이) 조선반도에 대결과 전쟁의 불구름을 또다시 몰아오려고 발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황인찬 기자}

“한국에 와서 너무 기쁘다. 어제(24일) 밤 한국이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딴 것을 보고 너무 흥분됐다. 한국에서 우리(미국)의 동맹국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것은 명예롭고 영광스러운 일이다.”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3박 4일(23∼26일)간 한국에 머물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은 25일 백악관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입국 직후 밝힌 대로 한미동맹 강화와 자국 대표팀 경기 응원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날 오전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봅슬레이 남자 4인승 경기를 찾아 미국팀을 응원했다. 붉은색 미국 대표팀 패딩 점퍼 차림으로 ‘USA’ 글자가 박힌 흰 모자에 선글라스를 쓴 채 관중석에 서서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응원 도중 대표팀 선수 네이선 웨버의 딸에게 다정한 표정으로 인사하며 배지를 선물하기도 했다. 또 여자 봅슬레이 은메달리스트 로런 깁스와 포옹한 뒤 함께 휴대전화 셀피를 촬영하기도 했다. 특히 깁스가 메달을 걸어보라고 넘겨주자 “다른 사람의 결혼반지를 껴보는 느낌”이라며 기뻐했다. 이방카 보좌관은 이 은메달을 목에 건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렸다. 관중석 가까운 곳에 앉은 한국인이 사진을 찍으려 할 때는 카메라를 마주 바라보며 손을 흔들어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24일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에서 열린 스노보드 남자 빅에어 결승전을 관람하던 중에는 장내 스피커를 통해 울려나온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 리듬에 맞춰 가볍게 어깨를 들썩이기도 했다. 이방카 보좌관은 25일 저녁 올림픽 폐회식에서 공연을 펼친 케이팝 아이돌인 엑소, 씨엘을 문 대통령 내외와 함께 만나기도 했다. 이방카 보좌관은 엑소에게 “우리 애들이 당신들 팬이다. 이렇게 만나 믿어지지 않는다(incredible)”이라고 말했다. 엑소가 이방카 보좌관의 자녀들에게 향초와 방향제 등을 선물하면서 “우리가 미국에서도 공연을 할 예정인데 초대하고 싶다”고 하자 이방카 보좌관은 “언제 하느냐”며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날 만남은 이방카 보좌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방카 보좌관은 한국 언론 최초로 동아일보-채널A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큰딸 아라벨라(7)는 케이팝 영상을 보는 걸 너무나 좋아해 (케이팝 음악에 맞춰) 춤추고, 남동생 조지프(5)는 DJ 역할을 하고, 시어도어(2)는 손전등 ‘불빛 쇼’를 벌인다”고 소개했었다. 한편 김 여사는 23일 청와대 만찬에서 이방카 보좌관에게 비단 실내화를 선물했다. 이방카 보좌관이 실내에서 신발을 벗는 우리 문화를 불편하게 여길 것을 염려해 직접 실내화를 디자인했다. 만찬이 끝난 후 김 여사가 “실내화가 마음에 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묻자, 이방카 보좌관은 “정말 마음에 든다. 감사하다”고 답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주성하 zsh75@donga.com·문병기 기자}

천안함 폭침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되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한 수용에 대해 거센 역풍이 불자 각 부처가 일제히 “김영철이 주범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정부가 남북 대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며 지나치게 북한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오히려 역풍이 더 거세질 조짐이다. 통일부는 23일 이례적으로 A4 용지 6장 분량의 설명자료를 내 “일부 국민들께서 북한 고위급 대표단 방문과 관련해 염려하는데 충분히 이해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 여러분께서도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대승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차원에서 이해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이어 “천안함 폭침은 분명히 북한이 일으켰으며 김영철 부위원장이 당시 정찰총국장을 맡고 있던 것은 사실이나 구체적 관련자를 특정해 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김영철을 배후로 지목해 왔지만 북한이 김영철의 방한을 통보한 뒤 정부가 전날에 이어 태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대북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도 이런 흐름에 가세했다. 김상균 국정원 제2차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김영철에 대해 “추측은 가능하지만 명확하게 김영철이 (천안함 폭침을) 지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보고했다고 정보위원장인 자유한국당 강석호 의원이 전했다. 국방부 최현수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김영철의 주범 가능성에 대해 “공식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다”라며 “(국방부 공식 문건에) 공식적으로 김영철이나 정찰총국을 언급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통일부, 국정원, 국방부 등 대북 관련 기관들이 일제히 ‘김영철 변호’에 나선 형국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남북 대화를 넘어 북-미 대화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김영철의 방한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전부장은 북핵·미사일 문제 등을 총괄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실무 총책임자”라며 “(우리가 북한과 직접) 대화를 나누지 않고는 북-미 대화 문제의 진전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북한이 김영철을 보내겠다는데 우리가 마냥 거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서 북한 김여정에게 “남북 관계와 북-미 대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전한 메시지에 대한 답변을 김영철이 갖고 올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과 김영철의 접견에서는 북-미 대화를 위한 여건 조성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다음 달 9∼18일 열리는 평창 패럴림픽의 북한 대표단 참가를 논의하는 남북 실무회담이 27일 오전 10시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열린다.신나리 journari@donga.com·문병기·박훈상 기자}

당초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이 23일 오후 7시 55분 상춘재에서 만찬을 갖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이방카 보좌관은 이보다 이른 오후 7시 30분, 본관에서 마주 앉았다. 청와대가 “미국 측의 요청으로 비공개로 진행된 자리”라고 설명한 예정에 없던 40분간의 대화에서 이방카 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안부를 포함해 여러 이야기가 있었던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후 취재진이 있는 상춘재에 도착한 이방카 보좌관은 모두 발언에서 “최대한의 압박을 위한 (한미) 공동의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백악관 ‘최고 실세’의 이 발언은 최근 남북 해빙 국면에도 불구하고 백악관의 의중이 어디에 있는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대화’ 꺼낸 文 vs ‘압박’ 언급한 이방카 대북 문제에 대한 문 대통령과 이방카 보좌관의 발언은 온도 차가 있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남북 간에 활발한 대화가 진행되고 있고 이것이 우리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남북 관계를 개선시켜 나가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미 대화가 성사 직전 불발됐음에도 김정은의 친서 등으로 촉발된 대화 국면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핵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지가 가장 강한 나라는 한국이다. 한미 양국은 모처럼 잡은 이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윤영찬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전했다. 이에 이방카 보좌관은 “북핵, 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양국 정부의 최대한의 압박을 위한 공동 노력이 효과를 거뒀다”며 “한국의 대북제재를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또 이방카 보좌관은 북-미 대화에 대한 언급 없이 주로 평창 올림픽에 대한 찬사와 청와대의 초청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 국빈급으로 이방카 대우한 文대통령 다만 문 대통령은 만찬 모두발언에서 “조금 전 우리 이방카 보좌관과 아주 유익한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사전 회동에서 문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접촉의 필요성을 이방카 보좌관에게 충분히 설명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이날 국빈급 환대로 이방카 보좌관을 예우했다. 만찬이 열린 상춘재는 청와대를 찾는 외빈 중 최고의 귀빈들을 접대하는 공간으로, 지난해 11월 국빈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이 마지막 손님이었다. 당초 상춘재 앞 녹지원에서 이방카 보좌관을 영접하는 것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몫이었지만, 문 대통령은 직접 녹지원에서 이방카 보좌관을 맞이했다. 만찬에서는 할아버지가 6·25전쟁에 참여한 미국 스키 대표선수 린지 본과 아이스하키 등 평창에 대한 대화가 주를 이뤘다고 한다. 청와대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조치 등) 통상에 대한 대화는 없었다”고 밝혔다. ○ 끊이지 않는 북-미 접촉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안전’ 시한으로 보장한 평창 패럴림픽 종료까지 3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제 한반도 문제의 향배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등 북한의 고위급 대표단의 메시지에 달려 있다. 26일 미국으로 돌아가는 이방카 보좌관은 25일 방한하는 김영철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일정이 하루 반 정도 겹친다. 이 때문에 이방카 보좌관의 방한 기간 동안 북-미 접촉 가능성이 백악관의 부인에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 시간) “이방카 보좌관으로서는 올림픽 폐회식이 북측을 만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북-미 양측의 계획되거나, 계획되지 않은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방카 보좌관을 수행 중인 앨리슨 후커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관도 2014년 김영철과 만난 적이 있다. 하지만 백악관은 “북한 측과 만날 계획이 없다”고 부인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23일 문재인 대통령과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의 만찬에는 전통 유대 식사법인 ‘코셔(Kosher)’에 맞춘 한식이 테이블에 올라왔다. 유대교도인 이방카의 취향에 맞춘 국빈급 환대로 맞은 것. ‘코셔’는 히브리어로 ‘합당한’이라는 뜻으로 유대교 율법 토라를 따른 음식을 뜻한다. 이방카는 2009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결혼하면서 개신교에서 유대교로 개종했다. 청와대는 이날 만찬메뉴에서 돼지고기나 비늘 없는 물고기, 어패류 등을 모두 제외했다. 통상 유대인들은 율법에 따라 도축한 소와 닭, 양고기 등을 먹지만 청와대는 이방카가 정통파 유대교도라는 점을 감안해 아예 육류를 메뉴에서 뺐다. 그 대신 이방카에게는 메인 요리로 참숯불에 구운 두부구이를 냈고, 다른 참석자들에게는 황토 맥반석 숙성고에서 숙성시킨 갈비구이를 제공했다. 여기에 지난해 가을에 수확한 김포 금쌀밥과 청포묵 등을 더한 비빔밥과 콩나물국이 올랐다. 백악관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찬할 당시 비빔밥을 제공한 바 있다. 만찬주로는 충북 영동산 백포도주 ‘여포의 꿈’과 미국 내파밸리 산 적포도주가 제공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빔밥은 서로 다른 재료를 골고루 섞어 먹는 음식으로 화합을 상징한 것”이라고 말했다. 만찬을 마친 뒤에는 하우스콘서트도 열렸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소속 연주자들의 가야금과 해금 협연으로 ‘클레멘타인’, ‘메기의 추억’, ‘금발의 제니’ 등 3곡의 미국 음악을 연주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간) 북한에 대한 포괄적 해상차단(maritime interdiction) 방안을 담은 초강력 대북제재를 직접 발표했다.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꼽히는 북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한국을 찾기에 앞서 대북압박의 고삐를 죈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보수주의정치행동회의(CPAC) 연설에서 “북핵 프로그램 자금으로 사용되고 군을 유지하는 데 소요되는 수입과 연료의 원천을 끊기 위해 재무부가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재무부는 트럼프 대통령 발표 이후 북한을 비롯한 중국과 싱가포르, 대만 등 제3국까지 포함한 선박 28척, 해운사 27개, 개인 1명 등 총 56건의 대상을 대북제재 리스트에 올렸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도 23일 방한해 청와대 상춘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찬을 갖고 “양국 간 우정과 협력, 파트너십을 재확인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최대 압박의 공동 의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올림픽 참가가) 한반도 긴장을 완화시키고 남북 관계를 개선시켜 나가는 데 기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대화를 강력히 지지해 주신 덕분”이라며 “한미 양국은 영원히 함께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방카 보좌관은 만찬 전 문 대통령과 40분간 사전 접견을 갖고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한미 양국은 모처럼 잡은 기회를 잘 살려야 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역사적 위업을 달성하고 싶다”며 북-미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은 김영철을 26일 청와대 밖에서 접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철에 대한 반발 여론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문병기 기자}

“이 비행기는 지금 인천공항으로 회항합니다. 기체 떨림이 있어 원인 점검 후 재출발 여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2011년 3월 12일 오전 8시 10분. 이명박 전 대통령과 수행단을 태운 대통령 전용기에서 다급한 안내 방송이 나왔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기공식에 참석하는 이 전 대통령 내외와 청와대 참모진, 주요 부처 장·차관 등을 태우고 이륙한 지 1시간 40분가량 지나 막 서해상으로 들어선 시점이었다. 그 직전까지 전용기 안은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최악의 사태를 우려하며 불안감에 휩싸였다. 여기저기서 “너무 심하게 떨린다” “불시착하는 것 아니냐”는 수군거림이 나왔다. 결국 대통령경호처는 “운행에 문제가 없다”는 기장에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야 한다”며 회항을 요구한 것이다. 이날 회항은 전용기 아랫부분에 있는 공기 흡인구 내 에어커버 손상 때문이었다. 인천국제공항으로 회항해 점검과 정비를 마친 전용기는 예정된 시간보다 2시간 늦게 다시 UAE를 향해 이륙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전용기 회항사태 후폭풍은 거셌다. 대통령 전용기 정비 책임은 1차적으로 전용기가 소속된 항공사에, 최종 관리책임은 공군과 대통령경호처에 있다. 공군에 소속된 전용기가 아닌 대한항공에서 빌렸기 때문이다. 두 달에 걸친 정밀 조사 결과 비행기 제작사인 보잉의 볼트 조립 실수가 결정적 이유였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의 전용기는 대한항공에서 ‘임차’한 2001년식 보잉 747-400 기종. 7년이 지나 현재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 순방 때 타고 가는 전용기도 같은 기종이다. 대통령 전용기라고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대통령 전세기’인 셈이다. 최근 다시 전용기 구매 논의가 불거진 이유다. ○ 민간에서 빌린 ‘공군 1호기’ 대통령 전용기의 공식명칭은 공군 1호기다. 별칭은 ‘코드 원(Code one)’. 경호 관계자들에 따르면 ‘코드 원’은 대통령을 뜻하는 경호 용어다. 전용기 내부는 복층 구조다. 1층 앞쪽에는 집무실과 침실 등 대통령 전용공간이 있다.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국내 상황에 대해 실시간으로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릴 수 있다. 대통령 전용기는 군 통수권자의 안전한 이동은 물론 유사시 내각과 군을 지휘할 수 있도록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5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귀국하던 도중 전용기 내에서 위성전화로 포항 지진 사태를 보고받고 대응 조치를 지시했다. 대통령 전용기에는 또 언제 있을지 모르는 공격에 대비해 유도탄접근경보기(MAWS)와 지향성적외선방해장비(DIRCM) 등 미사일 경보와 방어 장치 등도 장착하고 있다. 전용 공간 뒤로는 최대 30여 명이 동시에 회의할 수 있는 회의실이 있다. 여러 국가를 이동해야 하는 해외 순방 일정상 진료실과 샤워실도 있다. 대통령 주치의는 물론 의무실 관계자들도 긴급 치료가 가능한 의약품을 들고 전용기에 동승한다. 전용기 내에는 청와대 선임행정관급 또는 비서관급 이상 수행원들이 앉는 공간(비즈니스클래스), 그 뒤로 경호원과 기자, 수행원들의 공간(이코노미클래스)이 있다. 일반 기종보다는 좌석 앞뒤 간격이 약간 넓다. B747-400 기종은 좌석 수가 기본적으로 416석이지만 전용기에는 200여 석만 배치됐다. 2층에는 각 부처 장관, 청와대 수석비서관급의 공식 수행원들이 앉는다. 조종은 민간항공인 대한항공 조종사가 맡는다. 항공기가 대한항공에서 빌린 전세기이기 때문이다. 기장은 해외 운항 경험이 많은 조종사 가운데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한다. 일반 항공기 조종사는 기장과 부기장으로 나뉘지만 대통령 전용기는 기장 2명이 탑승한다. 전용기 승무원으로 민간 항공사의 승무원과 공군 소속의 여군이 함께 배치되는 것도 민간 항공기와 다른 점이다. 항공사 소속 승무원들은 신원조회와 보안유지 교육 등을 거친 베테랑 중에서 선발한다. 공군에서 선발되는 여군들도 민간 항공사처럼 공중근무자 신체검사에서 3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군 생활 중 징계나 처벌 기록이 없어야 하는 것은 물론 각종 군사훈련이나 교육에서 B등급 이상을 받아야 승무원으로 선발될 수 있다.○ 정권마다 나오는 전용기 도입 논의 김대중 정부 이전에는 해외 방문 때 대한항공 전세기를 이용했다. 그러다 김대중 정부 때 호남 연고의 아시아나항공으로 변경됐고, 노무현 정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교대로 이용했다. 교대 이용은 이명박 정부 초반까지 이어지다 대한항공 임차 형식으로 바뀌게 된다. 반면 외국에선 각국 정상들의 교류가 크게 늘어난 데다 ‘세일즈 외교’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2대 이상의 전용기를 운용하는 국가들이 적지 않다. 한국도 대한항공에서 임차한 전세기 외에 1985년 도입된 미국 보잉의 737-300 기종을 공군이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공군 2호기’로 불리는 40인승인 이 전용기는 노후한 데다 항속거리가 짧아 제주도 등 단거리 노선에만 가끔씩 투입된다. 이에 한국도 전용기를 민간 항공사에서 임차해 사용하기보다는 직접 구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문 대통령이 사용하는 전용기의 임차 기간은 2020년 3월로 끝난다. 대통령 전용기 입찰과 제작에는 통상 2, 3년이 소요된다. 전용기 구입 논의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정부와 국회 모두 비행기를 임차해 사용하는 것보다 전용기를 구입하는 것이 경제성, 안정성 측면에서 낫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현재 대통령 전용기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4년간 1157억 원에 임차 계약으로 빌린 뒤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4년에는 2020년까지 1421억 원에 재계약했다. 전용기를 빌리는 데 10년간 2578억 원이 들어간 것. 통상 전용기 수명인 25년간 비행기를 빌린다면 6000억 원 이상이 필요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실에 따르면 국회 예산정책처 조사 결과 대통령 전용기를 구매해 25년을 운용하면 임차하는 데 비해 4700여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21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대통령 전용기 구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위성곤 의원은 “대통령 전용기는 가격도 싸고 효율적이며 안전한 운영이 가능하다. 정쟁의 도구로 쓰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야당인 바른미래당 이동섭 의원도 “왜 청와대가 눈치를 보느냐. 비용 절감 차원에서 싼 것(전용기)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왜 이렇게 소신이 없느냐”고 했다. 하지만 전용기 구매 이후 각종 유지비용까지 감안하면 크게 경제적이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이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저도 예전에 이 문제를 몇 번 다뤄봤었다. 참여정부 말기에 다음 대통령이 쓰라고 대통령 전용기 도입을 추진했는데, 국회로 문제가 오게 되면 정쟁의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용기 구입 논란은 각 당이 입장을 바꿔가며 반대해 번번이 무산돼 왔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에는 정부가 전용기 구입을 추진했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전용기를 구입할 예산이 있으면 전기료 5만 원을 못내 촛불을 켜고 사는 수많은 빈곤층에 따뜻한 눈길을 돌려야 한다”며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엔 공수가 바뀌어 정부가 전용기 구입을 추진하다 야당이 된 민주당이 반대해 무산됐다. 청와대는 최근 전용기 구입 논란이 다시 불거지자 일단 함구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현 시점에서 대통령 전용기 구입을 검토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용기 구입은 아직은 검토되지 않고 있다”며 “남북문제와 경제문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정쟁의 불씨가 될 수 있는 전용기 구입을 검토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용해지면 언제든 전용기 구입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북한의 김정은은 참매 1, 2호기를 전용기로 이용하고 있다.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9일 한국을 찾은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북한 고려항공 소속 ‘참매 2호기’를 타고 왔다고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보도했다. 김정은의 전용기는 구소련에서 1980년대에 들여온 노후 기종 ‘일류신(IL) 62M’과 2009년 제작된 우크라이나산 신기종 ‘안토노프(AN) 148’로 알려져 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손효주 기자}

북한 김정은이 25일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에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사진)을 고위급 대표단장으로 보내고, 문재인 대통령은 김영철을 만날 예정이어서 파장이 일고 있다.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사건을 주도한 이유로 한국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 등 전 세계 31개국의 제재 리스트에 올라 있다. 앞서 이방카 트럼프 미 백악관 선임고문은 2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들고 3박 4일 일정으로 방한해 문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어서 ‘한반도 운전석’을 둘러싸고 한국 미국 북한의 주도권 힘겨루기가 또다시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22일 “북한이 평창 올림픽 폐막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김영철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25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파견한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대표단은 김영철과 그의 ‘오른팔’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6명의 수행원이다. 문 대통령은 김영철과 올림픽 폐회식에 이어 26일 따로 만나 남북대화 등 한반도 정세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 발표에서 누가 주역이었다는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김영철은) 제재 대상이지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대표단으로 받아들일 예정이며 미국과는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국제사회에 양해를 구해 일시적으로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김정은이 대북제재 구멍 내기를 본격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반발하고 있다. 한국당은 이날 “대한민국을 공격한 김영철의 방한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성명을 채택하며 문 대통령의 김영철 방한 수용 철회를 요구했다. 한국당은 23일 청와대를 항의 방문하는 데 이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정보위원회를 열어 천안함 피격사건의 배후에 대한 정부의 추가 조사를 촉구할 예정이다. 한편 이방카는 23일 인천공항을 통해 방한한 직후 청와대로 가 문 대통령과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을 하고 25일엔 평창 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하지만 김영철과 만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황인찬 기자}
정부가 범칙금 처분에 머문 스토킹 행위에 대해 징역 또는 벌금형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또 데이트폭력이 발생하면 가정폭력과 마찬가지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즉각 조치가 이뤄진다. 정부는 22일 이런 내용을 담은 ‘스토킹·데이트폭력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동안 스토킹은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10만 원 이하의 범칙금, 구류 또는 일정 재산을 납부하게 하는 과료형만 내릴 수 있었다. 정부는 스토킹의 정의와 범죄유형을 명확히 하는 스토킹 처벌에 관한 별도의 법을 제정하고, 신고 직후 가해자에게 접근 및 통신 금지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는 사건대응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데이트폭력은 양형 단계에서 적정 형량을 선고할 수 있도록 처리 기준을 세운다. 또 가정폭력에 적용하는 임시조치를 ‘혼인생활과 유사한 정도의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동거관계’까지 확대 적용해 데이트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의 퇴거 및 접근금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피해자에 대한 상담과 일시보호, 치료 지원도 강화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권력을 이용해 자행하는 성적 폭력이 잇달아 공개되고 있다”며 “권력 앞에서 저항하기 어려운 약자에게 권력을 악용해 폭력을 자행하는 경우는 가중 처벌해야 옳다”고 밝혔다.이미지 image@donga.com·문병기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북한으로 돌아간 11일, 청와대 수뇌부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한 고위급 인사는 “너무 힘들다”를 반복했다. 김정은의 친서로 남북 해빙 무드가 완연해졌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만든 ‘평창 모멘텀’의 화룡점정(畵龍點睛)으로 추진했던 북-미 대화가 성사 직전 무산됐기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 참모들은 김여정이 돌아간 뒤 주변에 “남북 대화가 결국은 북-미 대화와 같이 가야 하고, 거기에 공을 많이 들였는데…”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새해 벽두부터 평창 올림픽 개막까지 40여 일 동안 한미, 그리고 북한 사이에는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 북-미 대화 중재 나선 文 시작은 지난달 4일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통화였다. 양국 정상은 키리졸브 훈련 등 평창 올림픽 기간에 하려던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연기하는 데 합의했다.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카드를 확보한 문 대통령은 평창을 무대로 한 ‘큰 그림’을 극비리에 그리기 시작했다. 한미 연합훈련 연기에 북한은 지난달 9일 남북 고위급회담을 위해 판문점으로 나왔고, 평창 올림픽 참여 의사를 밝혔다. 다음 날 한미 정상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평창에 파견할 미 고위급 대표단장으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미 대표가 결정되자 청와대는 북한 설득에 나섰다. “펜스 부통령의 격에 맞는 최고위급 인사가 와야 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전달한 것. 지난달 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측 고위급 대표단장으로 북한 2인자인 최룡해 당 부위원장이 방남하느냐는 질문에 “최룡해면 높은 인사가 오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이미 김여정 또는 북한 헌법상 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방남을 요청했던 것이다. ○ “청와대, 10일 오후”까지 합의했는데… 문 대통령은 2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미 대화를 본격적으로 타진했다. “김여정의 방남 가능성이 크다”는 청와대의 설명에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과 회의를 거쳐 대화 추진을 결정했다. 백악관은 청와대에 “펜스 부통령이 가니 (대화를) 잘해보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펜스 부통령이 방한 직전 “무슨 일이 있을지 보자”고 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케이 사인’에 북한은 4일 김영남, 7일 김여정의 방남 사실을 잇달아 공개했다. 미국과 북한의 대표가 결정되면서 북-미 대화 실무 논의도 급물살을 탔다. 3국은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국 관료 없이 펜스 부통령과 김여정이 만난다”고까지 합의했다. 문 대통령의 구상이 완성 직전까지 다다른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 사실을 아는 건 청와대 내에서도 극소수였던 것 같다”고 전했다.○ ‘대북 압박’ 강조한 펜스에 北, 최종 거부 하지만 북-미 대화는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8일 방한한 펜스 부통령은 탈북자들을 만나고 천안함을 둘러보는 등 대북 압박 행보를 이어갔다. 한 외교 소식통은 “백악관은 북-미 대화에서 강경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던 것 같다. 펜스 부통령의 행보도 그 연장선상”이라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9일 개막식에서 뒷줄에 앉은 김여정 김영남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이에 북한은 10일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조용히 사라지는 게 좋을 것”이라며 펜스 부통령을 맹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미 워싱턴포스트는 “당일 오전까지만 해도 회담에 응하겠다던 북한이 2시간 전 돌연 일정을 취소했다”고 21일 보도했다. 북한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의 회동 및 오찬에서 취소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급해진 문 대통령은 10일 오후 예정에 없던 강릉행을 결정했다. 펜스 부통령과 쇼트트랙 경기를 보며 대화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한 설득에 나선 것.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탐색적 대화라도 해볼 것을 권했고, 관전이 끝나고 귀국길에 오른 펜스 부통령은 “북한이 원하면 대화에 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미 대화 시도와 무산 등에 대해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도 “지금 이 자리에서 다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는 북-미 대화의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놓고 있다”며 “청와대는 이번 과정을 일본, 중국에도 비교적 소상히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문병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미 고위급 대화를 협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막후 중재를 통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방한과 북-미대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이끌어냈지만 북한의 막판 취소로 무산됐다. 백악관이 북-미대화 불발 사실을 뒤늦게 공개한 가운데 북-미 간 갈등 수위가 다시 높아질 조짐을 보이면서, 한반도 운전석에 다시 앉으려던 문재인 정부의 구상에 잠시 제동이 걸리고 주변 정세도 난기류를 탈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현지 시간)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평창 올림픽 참관을 위한 방한 기간 중 김여정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10일 청와대에서 만나기로 했으나 북측이 당일 취소해 만남이 불발됐다고 보도했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마지막 순간에 (북측이) 회동을 취소했다. (북한 대표단이 만남의) 기회를 잡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새해 초부터 외교채널을 총동원해 북-미대화를 적극 중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이 신년사를 통해 평창 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자 지난달 9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북한 측에 미국과의 대화 의사를 타진했다는 것. 이와 관련해 WP는 펜스 부통령이 한국으로 향하기 약 2주 전부터 구체적인 회동 계획이 고려되고 있었으며, 그 출발점은 북한이 펜스 부통령과 한국에서 만나고 싶어 한다는 정보를 미 중앙정보국(CIA)이 입수한 뒤부터였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북-미대화는 2일(현지 시간) 대통령 집무실 회의에서 펜스 부통령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 비서실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최종 결정됐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 모임 직전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으며 이 자리에서 북-미대화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북한은 펜스 부통령이 방한해서 ‘북한의 폭정’, ‘자국민을 고문하고 굶주리게 하는 정권’ 등 북한 인권을 비판하자 10일 회담 2시간 전 취소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노동신문은 회담 취소 사실이 알려진 21일 “명색이 부통령이라고 하는 펜스는 체면도 다 집어던지고 조국을 반역한 인간 쓰레기들을 만났다. 펜스의 수준 이하의 태도는 내외의 비난과 경멸을 자아냈다”고 비난했다. 한편 백악관이 북-미대화가 불발된 지 10여 일 후 전격적으로 회담 무산 사실을 공개한 것을 두고 미국이 남북대화 속도를 조절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새로운 대북제재 발표와 평창 올림픽 후 한미 연합훈련 재개를 앞두고 청와대를 우회적으로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것. 이와 관련해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보는 20일(현지 시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샌프란시스코협의회 초청 강연에서 “4월 초에 시작하는 한미 연합훈련은 지금으로서는 바꾸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일단은 한미 공조하에 대화 테이블에 나오라고 북한을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문병기 weappon@donga.com·황인찬·한기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이 평창 겨울올림픽 폐막을 앞두고 3박 4일 일정으로 23일 방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방카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같은 2박 3일간의 방한이 예상됐으나 한미 조율 과정에서 하루가 더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방카는 민항기로 23일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을 방문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방카는 한국에선 미국 측이 직접 준비한 방탄차량을 이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여정을 국빈급으로 환대한 우리 정부가 이방카를 어떤 수준의 의전으로 대접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우선 폐회식에서 이방카의 자리가 그렇다. 정부 관계자는 “이방카는 폐회식에서 문재인 대통령 옆자리에 앉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평창 개회식에서 김여정은 문 대통령의 바로 뒷줄에 앉았다. 이방카는 청와대에서 식사를 겸해 문 대통령을 접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여정이 청와대에서 접견 및 오찬을 가진 자리에서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한 것에 비춰 보면, 이방카도 청와대에서 어떤 식으로든 북-미 대화 및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과 워싱턴 정가의 목소리를 전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한미 공조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김여정 때처럼 오찬이 아니라 만찬을 가질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김여정을 방남 기간 4번 만난 만큼 이방카도 이에 준하는 수준으로 접촉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방카의 카운터파트 역할은 외교부가 아닌 청와대에서 직접 나서 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트럼프의 귀를 잡고 있는 이방카의 메시지에도 어느 때보다 주목하고 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이방카가 북-미 대화 등 대북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진 않겠지만 북한 인권 등 보편적 가치에 대한 메시지를 직접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 아이의 엄마로서 평소 인권문제에 관심을 보여 온 이방카는 지난해 북한이 최악의 인신매매국이라는 국무부 보고서 발표 자리에선 “나도 엄마이기에 인신매매는 정책 우선순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말한 바 있다. 2011년 9월에는 김정일이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보는 모습 등 북한 관련 유튜브 편집 자료를 자신의 트위터에 링크하기도 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9일 논평을 통해 “우리는 대화에도 전쟁에도 다 준비되어 있다”며 “이에 대해 온 세계가 다 알고 있는데 어떻게 되어 유독 미국만 모르고 있는가”라고 주장했다.신진우 niceshin@donga.com·문병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무역 제재와 관련해 “불합리한 보호무역 조치에 대해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여부 검토 등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해 나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열고 “철강, 전자, 태양광, 세탁기 등 우리 수출 품목에 대한 미국의 수입규제 확대로 수출 전선에 이상이 우려된다”며 이같이 지시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한미 FTA 개정 협상을 통해서도 부당함을 적극 주장하기 바란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은 (미국과 관련해선) 모든 법에 우선해서 한미 FTA를 적용하는데 미국은 연방법이 우선하는 체계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통상압박에 한미 FTA 문제 공론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안보와 통상의 논리는 다르다는 인식이다. 서로 달리 궤도를 가져가겠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우리가 많은 도전을 이겨냈듯이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노력하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기업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의 적극적인 추진을 통해 수출 다변화 기회로 삼아 나가야 할 것”이라며 미국 수출의존도를 낮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에 대해 “군산 경제 활성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군산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과 ‘고용위기(재난)지역’ 지정 등 제도적으로 가능한 대책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실직자 대책을 위해 응급 대책까지 함께 강구하라”고 지시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한(對韓) 무역제재에 결연하고 당당한 대응 기조를 천명했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형성된 북-미대화 가능성 등 안보 문제와는 별개로 불합리한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에 대해선 고강도 대응에 나서겠다는 것. 청와대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리한 요구가 계속되고 있는 데 대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불평등 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안보는 안보, 통상은 통상”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작심한 듯 미국의 잇따른 무역규제 조치를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철강, 전자, 태양광, 세탁기 등 미국이 ‘세이프가드’를 발동하거나 고율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국내 산업들을 일일이 열거한 뒤 “불합리한 보호무역 조치에 대해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한미 FTA 위반 여부 검토 등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해 나가기 바란다”고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생각은 안보의 논리와 통상의 논리는 다르다는 것”이라며 “서로 다르게 궤도를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북-미대화가 굴러가는 논리와 통상문제가 굴러가는 논리는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동맹을 이유로 미국의 무역제재에 처음부터 양보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청와대는 미국이 주요 동맹국 중 유일하게 한국을 철강 제재 대상으로 삼은 의도에 주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8일 방한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도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철회를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요청에도 미국은 오히려 철강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이 ‘동맹은 동맹, 통상은 통상’이라고 선을 그었으니 우리도 그렇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야당 시절 제기한 한미 FTA 문제도 재검토 청와대는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때와 달리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에 WTO 제소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중국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특히 청와대는 이번 기회에 문 대통령이 야당 시절 한미 FTA 재협상을 주장하며 요구했던 국내법과 통상조약 우선순위 간의 문제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은 국내법인 연방법 및 주법이 한미 FTA와 충돌하면 국내법을 우선 적용한다. 행정조치계획(SAA)에 ‘미국의 권리와 의무에 합치하지 않은 조항은 효력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 반면 한국은 국내법과 통상조약 간의 우선순위를 규정한 법이 없다. 한미 FTA 개정 협상 과정에서 이 같은 불평등한 구조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것.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FTA가 한국은 최상위법으로 있는데 미국은 번복할 수 있는 체계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의식을 갖고 있던 차”라며 “(문 대통령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에게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해보자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일단 미국 설득에 집중 문 대통령 지시에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국이 한국에 관세를 선별 적용하는 안을 최종 결정하면 WTO 제소를 적극 검토할 것”이라며 “특정 국가에 대해 차별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강력히 문제 제기를 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다만 청와대는 미국이 철강 제재를 확정할 4월 11일까지는 미국을 설득하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다양한 카드를 마련하되 국익 우선 원칙을 감안해 가능하다면 결국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것. 이는 안보와 통상을 별도 트랙으로 대응하겠다는 원칙에도 불구하고 결국 통상 갈등이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현실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문병기 weappon@donga.com / 세종=박재명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사진)이 10일 청와대 접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대화를 촉구한 데 대해 김정은에게 잘 전달하겠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김여정은 그동안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위한 조건 중 하나로 내걸어온 핵보유국 지위 인정 등 북핵 이슈에 대해서도 별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14일 “문 대통령은 접견에서 남북 관계 개선은 북-미 대화와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으며 이에 김여정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께 잘 전달해 드리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북핵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대북 제재 완화로 남북 관계를 복원하려면 북-미 대화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김여정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문 대통령의 북-미 대화 요청에도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접견에 배석했던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은 지난달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우리 측이 비핵화를 거론한 데 대해 “(비핵화 여론이 조성되는 등) 오도되는 소리가 나오면 좋은 성과 마련했는데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여정은 문 대통령 접견은 물론 방한 기간 우리 측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선 핵보유국 지위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며 “물론 핵은 우리(한국)에게 얘기할 사안이 아니라서 전략적으로 꺼내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김여정과의 대화 내용 중 일부를 10일 북측 대표단 접견 후 쇼트트랙 경기를 함께 관람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에게도 전하며 북한과 의제 조율 없이 서로의 의중을 파악하는 ‘탐색적 대화’에 나설 것을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미국에도 북한의 달라진 태도를 전해 북-미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것. 펜스 부통령은 11일(현지 시간) 문 대통령을 만난 뒤 귀국하는 기내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과 현 수준 이상의 외교적 관여(대화)를 위한 조건에 합의했다”며 “핵심은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조치를 했구나’라고 믿을 수 있을 만한 일이 실제로 일어나기 전에 제재의 경감은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아직 북한은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북한 외무성 군축 및 평화연구소장 담화문을 통해 “북남 관계 개선과 화해의 분위기가 고조돼 가는데 당황망조한 미국과 일본이 어떻게 제동을 걸어보려고 분별을 잃고 날뛰고 있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이어 “북남 관계를 개선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우리의 성의와 진지한 노력은 물론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국제적 민심에 대한 정면도전”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대북 제재도 대화 기조가 유지될지를 가늠할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남북 대화나 북-미 대화 가능성과 별개로 북핵·미사일 포기를 압박하기 위한 초고강도 경제 제재를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포괄적 해상 차단을 새로운 제재 조치에 포함할 수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최대 압박과 관여, 투 트랙을 가동하겠다는 것”이라며 “다만 대북 압박정책이 지금까지 진행되어 왔던 만큼 새로운 제재를 한두 개 가한다고 북한이 평창을 계기로 만든 대화 기조를 아주 없던 일로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남북 선수들의 값진 도전을 넉넉한 마음으로 응원해 주신 국민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고 설 인사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등을 통해 공개한 설날 영상메시지에서 “이번 설날은 평창 올림픽과 함께해서 더욱 특별하다. 세계에서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와 제대로 된 ‘까치설날’을 맞았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남북의 선수들은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정겨운 우리말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며 “너무나 오래 기다려온 민족 명절의 모습”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날마다 설날처럼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한다”며 “그 노력이 이뤄지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설 연휴 기간에도 ‘평창 올림픽 현장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설 연휴 첫날인 15일에는 명절에도 쉬지 못하고 일하는 자원봉사자 등에게 격려 전화를 한 뒤 평창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설 당일인 16일은 청와대 관저에서 가족과 함께 명절을 보내고 17일에는 올림픽 대회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한국 대표팀의 경기를 관람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또 중국 관영 중국중앙(CC)TV를 통해 중국 국민들에게도 설 인사 영상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라고 청와대가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 CCTV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14일 “가상통화 거래를 투명화하는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고 밝혔다. 가상통화 거래소 폐지 등 거래금지 대신 불법행위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 가상통화를 제도권으로 흡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가상통화 규제 반대를 요지로 한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에 대한 홍 실장의 답변을 공개했다. 이번 청원은 한 달간 28만8000여 명이 참여했다. 단일 청원에 한 달 내 20만 명 이상이 동의하면 청와대 참모나 부처 장관이 답변하도록 돼 있다. 홍 실장은 “가상통화에서 꿈을 찾는다는 청원 앞에서 국가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한 뒤 “각종 불법행위나 불투명성은 막고, 블록체인 기술은 적극적으로 육성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홍 실장은 “가상통화는 시세가 하루에도 여러 번 변동하는 시장”이라며 “거래에 참여하는 분들이 신중하게 판단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이어 “제도권 편입과는 별개의 문제지만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 세원 문제를 검토하고 있으며 곧 가상통화 과세 방안이 마련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상통화 정책의 국제공조도 강조했다. 앞서 시걸 맨덜커 미국 재무부 차관은 지난달 방한해 가상통화 해킹을 새로운 달러 수입원으로 삼고 있는 북한의 해킹을 막기 위해 자금세탁 방지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우리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홍 실장은 “주요국은 지속적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라며 “주요 20개국(G20)을 중심으로 한 국제적 논의에 정부도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3일 평창 겨울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 응원단 등 300여 명이 아직 남아있는 상황에서 남북 대화 기조를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지난달 1일 신년사 발표 후 전개하고 있는 평창 드라이브를 넘어 남북 간 교류 확대를 구체적이고 강하게 내비친 것이다.○ 김정은, 한국에 이례적 감사 표시까지 김정은은 이날 김여정 등 고위급 대표단의 한국 방문 결과를 보고받고 “이번 올림픽 경기대회를 계기로 북과 남의 강렬한 열망과 공통된 의지가 안아온 화해와 대화의 좋은 분위기를 더욱 승화시켜 훌륭한 결과들을 계속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그러면서 남북교류 발전에 대한 실무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신문은 또 “김여정 동지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남측 고위인사들과 접촉 정형(상황), 이번 활동기간에 파악한 남측의 의중과 미국 측의 동향을 자상히(상세히) 보고했다”고 전했다. 2011년 12월 집권한 뒤 북한 땅을 벗어난 적이 없는 김정은이 여동생을 통해 서울과 평창에서 파악한 문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동향을 보고받았다는 것. 이어 신문은 “(김정은이 김여정의 보고에) 만족을 표시했고 남측이 우리 측 성원들의 방문을 각별히 중시하고 온갖 성의를 다하여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하면서 사의(謝意)를 표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이 공개적으로 한국에 감사를 표한 것은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당시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조문에 사의를 표한 후 처음이다. 이런 내용은 노동신문 1면 톱기사로 실렸다. 10일부터 나흘 연속 남북교류 기사가 노동신문 1면을 장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김정은이 평창을 계기로 한반도에서 주도권을 쥐어보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이 진짜로 대화 기조를 이어가려는 것인지, 아니면 국제사회의 제재 국면을 잠시 벗어나려는 것인지는 지난달 고위급회담의 결과물 중 하나인 남북 군사회담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군사회담에서 북한이 4월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무조건 중단이나 연기를 막무가내로 요구한다면 다시 남북, 한미 관계가 복잡한 상황에 빠져들 수 있다”고 말했다. ○ 靑, “속도조절하되 남북, 북-미 대화 원샷 추진”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미국의 태도 변화에 대해 “미국이 ‘최대압박(maximum pressure)’과 함께 ‘관여(engagement)’ 정책을 취하겠다고 밝힌 것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이 평창 개회식을 마치고 11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북한이 대화를 원한다면 우리는 대화할 것이며 이게 최대 압박과 관여 정책”이라고 말한 것을 언급하면서다. 청와대는 남북대화와 북-미 대화를 병행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인도적 교류로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고 비핵화 협상으로 나가려는 구상이었지만 이젠 한 테이블에 다 놓고 협의하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는 미국의 반응이 아직 유동적인 만큼 속도를 조절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방침이다. 한편 정부는 14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고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지원을 위한 남북협력기금의 집행 규모를 정할 예정이다. 본보 확인 결과 23억 원이 기금에서 나갈 것으로 보인다.황인찬 hic@donga.com·문병기·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