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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잔혹한 살해와 범행 수법으로 사회적 논란을 불러온 ‘김해 여고생 살해사건’에 가담한 여중생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살인 및 사체유기, 폭력행위 등 처벌법 위반(공동감금) 혐의로 기소된 양모 양(17)에게 징역 장기 9년에 단기 6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대법원은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 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되므로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양형 부당을 주장하는 것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판결했다. 소년법에 따르면 19세 미만의 소년범의 경우 형법상 사형과 무기징역형에 처해야 할 때는 징역 20년을, 유기징역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경우 그 장기는 15년을, 단기는 7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양 양과 허모 양(16), 정모 양(16)등 3명은 지난해 4월 윤모 양(사건 당시 15세)을 때려 숨지게 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20대 중반의 남자 공범들과 함께 윤 양을 SNS로 꾀어내어 가출을 시킨 뒤, 성매매를 시켜 가로 챈 돈으로 생활했다. 이 과정에서 윤 양에게 일주일 가까이 소주를 강제로 먹인 뒤 토해 낸 토사물을 핥게 하고, 뜨거운 물을 붓는 등 괴롭혔다. 결국 지난해 4월 10일 자정쯤 탈수와 쇼크 등으로 윤 양이 숨지자 시신을 훼손한 뒤 산 속에 매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자 공범들은 1심에서 무기징역과 징역 35년 등을 선고받았다. 1·2심 재판부는 양 양에 대해 “열악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하고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해 비행의 길에 접어들었던 점을 고려하면 ‘가해자 겸 피해자’”라고 판단하면서도 “나이 어린 중학생들의 행동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잔인하다”며 지난해 11월과 올해 4월 징역 장기 9년에 단기 6년을 선고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2013년 11월 말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한 맥주회사 클럽 파티 행사장. 제작진용 입장권을 나눠주고 있던 한 여성 안내원에게 백모 씨(56)가 다가갔다. “오늘 여기에 누가 나옵니까?” 테이블을 밀치면서 종이를 안내원의 얼굴에 가져다 댄 백 씨는 같은 질문을 계속 반복했다. 백 씨의 뒤로 김모 할아버지(71)와 또 다른 김모 할아버지(66)까지 가세해 누가 나오냐며 안내원의 혼을 빼던 찰나, 김 할아버지(71)가 그 틈을 타고 티켓부스 테이블에 놓여 있던 750만 원 상당의 입장권 60장을 챙겼다. 이들의 범행은 이날이 처음은 아니었다. 백 씨는 2002년에도 내장산 국립공원 매표소에서 매표창구 안에 놓여있던 입장권 300장을 훔쳐 절도죄로 처벌받았고, 2007년에는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탁자 위에 놓여있던 주차권 15장을 집어가 같은 죄로 처벌받았다. 2013년에는 경기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입장권 100장을 훔치려다 발각돼 절도미수죄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70대 김 할아버지도 2012년 백상예술제 시상식에서 기자들에게 제공되는 초대권 12장을 슬쩍해 절도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다. 국립공원, 축구장, 맥주 클럽 파티 행사장 등 장소를 불문하고 입장권을 훔치던 3인조 ‘노인 도둑들’은 얼마 못 가 덜미가 잡혔고 특수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강성훈 판사는 “피해금액이 적지 않고 역할을 조직적으로 분담해서 한 범행의 죄질이 좋지 않으며, 잘못을 진정으로 뉘우치기보다는 변명에 급급하다”며 백 씨에게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다만, 고령인 김 할아버지(71)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또 다른 김모 할아버지(66)는 가담정도가 가볍다고 판단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세월호 참사 직후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웹사이트에 사고 희생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올려 사자명예훼손 및 음란물 유포 혐의로 기소된 김모 씨(21)에게 벌금 4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김 씨는 지난해 4월 18일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이 숨지기 전 성행위를 했을 것”이라는 내용의 허위글과 “세월호 에어포켓에 여고생과 단둘이 있고 싶다”는 식의 글을 작성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1심은 김 씨에게 적용된 사자명예훼손과 음란물 유포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김 씨가 올린 글이 저속하거나 문란한 느낌을 줄 수는 있어도 노골적인 방법으로 성적 행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것으로는 보기 부족한 만큼 음란물 유포로는 볼 수 없다”며 음란물 유포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벌금 400만원으로 감형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지난해 1월 지적장애인 박모 씨(63)와 오모 씨(33) 모녀의 한정후견인으로 선정된 이모 씨(46·여)는 2년 전만 해도 두 모녀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가정방문 기도로 이들을 처음 만난 뒤 집 안에 잔뜩 쌓인 지로용지들을 처리해 준 게 인연이 됐다. 박 씨 가족의 세금 납부, 은행 일 등을 도와주던 그는 오 씨가 명의를 도용당해 통신비가 쌓여있고 소액대출 사기까지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법원의 후견인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 씨는 박 씨 가족의 수입에서 후견보수가 나간다는 사실에 무보수로 후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판단 능력이 불완전한 장애인과 노인 등을 위해 재산 관리, 사회복지의 수혜, 기타 사회생활에 필요한 사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성년 후견제도가 1일 시행 두 돌을 맞았다. 2013년 7월 1일 시행 후 올해 5월 말까지 전국 법원에 접수된 성년후견 신청은 모두 4717건. 서울가정법원의 경우 시행 초기 20∼30건에 그쳤지만 최근 월평균 60여 건에 이를 정도로 신청 건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민법 개정으로 기존의 금치산, 한정치산 제도가 폐지된 뒤 시행된 성년후견은 외출을 돕거나 치료 여부를 묻고, 타인과의 연락이나 면담 등을 돌봐주는 ‘신상’ 보호 차원으로 확대됐다. 기존의 금치산자 한정치산자 신청자들은 2018년 6월 30일까지 성년후견제도로 변경 신청을 해야 한다. 친족뿐 아니라 전문가와 시민, 법인 등으로 후견인의 범위를 넓힌 것도 주요 특징 중 하나다. 5월 말 현재 법정후견인으로 지정된 사람은 2400명이다. 이 중 친족이 2046명으로 전체의 85%를 차지하며 전문가와 기타(시민) 후견인이 나머지 15%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성년후견 제도가 안착하기 위해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의 업무처리 지침이 충실히 마련돼 있지 않고, 관리 인력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기준 조사관은 160명이었고, 이 중 전문조사관은 92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 관계자는 “후견 사건 감독 인력 부족으로 피후견인의 신상 보호 상태와 재산의 흐름들을 확인할 때 유선 감독에 그쳐 행정사무 능력이 떨어지는 친족 후견인에게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도움을 충분히 주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공판의 증인으로 채택된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57)이 증인 출석을 거부하다 과태료 200만 원을 물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창영)는 30일 열린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53)과 박관천 경정(49·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의 8차 공판에서 “증인 출석을 위해 박 회장에게 과태료 2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5월 22일 5차 공판부터 이날까지 사건의 핵심 증인인 박 회장을 세 차례 소환했으나 박 회장은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첫 번째 출석 요구 때는 불출석 사유서조차 제출하지 않았고, 두 번째에는 EG그룹 계열사인 EG테크와의 노사 갈등 때문에 출석이 어렵다는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5일 세 번째 소환에도 불출석 사유서를 냈지만 재판부는 “박 회장이 제시한 내용이 정당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4일 오후 재판에 박 회장을 다시 증인으로 소환하기로 했다. 박 회장이 계속 출석에 불응하면 법원은 다시 과태료를 물리거나 구인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공판의 증인으로 채택된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57)이 증인 출석을 거부하다 과태료 200만 원을 물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창영)는 30일 열린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53)과 박관천 경정(49·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의 8차 공판에서 “증인 출석을 위해 박 회장에게 과태료 2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5월 22일 5차 공판부터 이날까지 사건의 핵심 증인인 박 회장을 세 차례 소환했으나 박 회장은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첫 번째 출석 요구 때는 불출석 사유서조차 제출하지 않았고, 두 번째에는 EG그룹 계열사인 EG테크와의 노사 갈등 때문에 출석이 어렵다는 사유서를 제출했다. 앞서 25일 세 번째 소환에도 불출석 사유서를 냈지만 재판부는 “박 회장이 제시한 내용이 정당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4일 오후 재판에 박 회장을 다시 증인으로 소환하기로 했다. 박 회장이 계속 출석에 불응하면 법원은 다시 과태료를 물리거나 구인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일제강점기 일본 나가사키·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첫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부장판사 윤강열)는 26일 “국가가 원폭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과 관련해 외교적 교섭 노력을 하고 있는 이상 현 단계에서 조치가 충분치 못하다는 사정만으로는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폭 피해자 79명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국가가 원폭 피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일 청구권 협정의 분쟁 해결 방식에 따라 외교적 노력을 다 하지 않는 ‘부작위’는 위헌이라고 결정을 내렸다. 이에 피해자들은 “정부가 중재 절차에 따른 해결을 위해 중재요청 공한을 보내야 함에도 양자협의만을 요구하는 등 미온적인 대응만 하고 있다”며 “분쟁해결절차로 나아갈 의무를 다하지 않는 국가의 행위는 불법에 해당하고, 이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며 위자료를 1인당 100만 원 씩 합계 7억 9000만 원의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한·일 청구권 협정은 외교상 경로를 통한 분쟁 해결을 우선하고 있으며 한-일 간에는 원폭 피해자 문제 외에도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등 외교적 현안이 산적해 있다”며 “양자 협의 제안 요구에 일본이 명시적인 대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한국 정부가 중재 절차 회부의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재의 위헌 결정에 대해서도 “국가의 부작위가 위헌이라는 것이지, 곧바로 중재 회부를 통한 분쟁 해결 의무가 있다고 선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국가의 조치는 고령인데다 피폭으로 인한 후유증에 시달리는 원고들의 피해 구제의 절박성과 시급성에 비춰 충분한 것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중재 회부는 2차적인 수단인 점과 외교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정부의 조치가 충분치 못하다는 사정만으로 국가가 의무를 위반해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지난해 6·4 지방선거 때 상대 후보인 고승덕 변호사의 미국 영주권 의혹을 제기해 1심에서 당선무효형이 선고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59)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주장했다. 26일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조 교육감 측 변호인은 “무죄를 주장할 간접사실과 정황 사실 등이 충분히 있으며 각국의 선거법 등 외국의 입법례들을 추가로 입수해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조 후보 선거 캠프에서 일하던 실무자 심모 씨와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신뢰도 관련 전문가 등 증인 5명을 신청했다. 또 고 변호사의 고발 경위와 관련해 서울시선관위에 사실조회를 신청하는 한편 영주권 의혹을 처음 제기한 뉴스타파 기자의 글의 신뢰도 입증을 위해 트위터코리아에도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재판부는 사실조회 신청을 받아들였지만 증인채택 여부는 추후 검토하기로 했다. 이날 검찰은 “1심에서 벌금 700만 원을 구형했지만 배심원 평결 결과도 낮게 나왔고, 대법원의 양형기준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선고됐다”며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항소심 심리기간 규정에 따라 8월 중순 정도까지는 재판부 판단이 나와야 한다”며 “필요한 증거조사 채택돼야 한다면 집중 심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지난해 5월 교육감 선거 기간 중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후보가 미국에서 근무할 때 영주권을 보유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말해 당선 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같은 해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앞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는 “유권자 선택을 오도하는 의혹 제기는 무제한 허용될 수 없다”며 조 교육감에게 벌금 500만 원이 선고됐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아내와 두 딸을 목 졸라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서초동 세 모녀 살인사건’의 가장 강모 씨(48)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창영)는 25일 강 씨에게 “피해자들의 아버지와 남편으로서 어린 자녀들을 보호하고 양육하며 가정의 유지를 위해 노력했어야 함에도 범행을 저질렀다”며 “기간의 정함이 없이 사회로부터 격리된 상태에서 수감생활을 하며 잘못을 진정으로 참회해야 한다”고 이같이 선고했다. 강 씨는 1월 6일 서울 서초동 아파트에서 아내(44)와 맏딸(13), 둘째 딸(8)을 목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명문 사립대 경영학과 출신인 강 씨는 3년 전부터 실직 상태에서 아파트를 담보로 5억 원을 빌려 2년 간 매달 집에 400만 원을 생활비조로 갖다줬다. 실직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퇴사한 뒤에도 매일 아침 출근하는 것처럼 집을 나와 구직활동을 했지만 취업을 하지 못하자 주식투자로 3억 원 가량의 손실을 입고 대출금 상환에 압박을 견디다 못해 살해를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11일 결심공판에서 강 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피해자들은 자신이 왜 생을 마감해야 하는지 전혀 짐작조차 못한 채 억울하게 숨을 거뒀다”며 “짧은 시간 동안 무방비 상태에 있던 처와 두 딸을 무참히 살해한 후 사체를 그대로 방치한 채 범행 현장을 벗어난 피고인에게서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이 범행 직후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보인 태도는 잘못을 진심으로 참회하고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인생을 그저 비관하는 데 천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끔찍한 범죄에 상응하는 법의 준엄한 심판이 불가피하고, 가족 구성원 특히 보호와 관심이 필요한 아이들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르는 자들에게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그날은 제가 희생할 차례였습니다.” 4월 하순, 서울고법 항소심의 한 법정에 마지막 증인으로 선 이모 씨(23·여)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6년 전 기억을 되짚었다. “친구와 저 둘 중 한 명은 자기하고 성관계를 해야 한다고, 아니면 조폭에게 보낸다고 그랬어요. 거기 가면 강간당하고 임신해 쓰레기 인생을 살 수 있다면서….” 불행의 시작은 17세이던 2009년 1월 이 씨가 고액 아르바이트 광고에 혹해 친구와 함께 최모 씨(32)가 관리하던 유흥주점을 찾아가면서부터였다. 최 씨는 그 길로 이 씨를 붙잡아 강제로 성폭행하고 동거를 시작했다. 그는 이 씨에게 포르노를 그대로 따라 하게 하고 나체 사진을 찍는 등 성폭행과 폭언, 폭행을 일삼았다. 이 씨는 이듬해 도망쳤다가 어머니 집에서 잠복하고 있다는 최 씨의 이야기를 어머니로부터 전해듣고 되돌아가기도 했다. 그렇게 지속적인 폭행 아래 최 씨와의 사이에서 아이 2명까지 출산했다. 법정에 나온 피해자와 증인은 이 씨를 포함해 7명. 상습 폭행으로 두려움에 떨던 피해자들은 우연히 연락이 닿아 서로의 비슷한 피해 사실과 처지를 공감하고 고소를 결심했다. 지난해 10월 1심 재판부인 수원지법은 “피해자들의 행동이 상습 폭행, 강간을 당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일부 무죄를 선고해 최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 검찰은 전략을 수정했다. 가해자와 같이 웃으며 사진을 찍고 수사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는 등 얼핏 납득하기 힘든 피해자들의 행동이 최 씨의 강요와 위력에 의한 것임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항소심에서도 최 씨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치밀하게 준비해 온 증거를 하나씩 꺼냈다. “명절에 갈비찜 해놨으니 먹으러 오라고 했습니다.” “(이 씨가)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공인중개사 시험도 준비했습니다.” “제가 공익근무요원으로 낮에 집에 없었으니 도망갈 법도 했고 수사기관에 도움을 청할 수 있었는데도 그대로 있었어요.” 최 씨는 자신만만했다. 또 다른 피해 여성 김모 씨(22)와 관련해선 “부모에게 남자 친구라고 소개시켜줬고, 할머니 집에 데려가 밥도 먹였다”면서 함께 웃으며 찍은 여행 사진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증인석에 앉은 김 씨의 말은 달랐다. “여행지에서 제 표정이 좋지 않으면 폭행을 당할 수도 있을까 봐 웃는 모습으로 사진을 찍었어요. 가족을 해칠 수도 있겠다 싶어서 가족들에게 소개해주고 생일파티도 챙겼습니다.” 최 씨의 주장을 뒤엎는 피해자들의 진술이 이어지자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 달라졌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허부열)는 청소년 강간, 강제추행, 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 씨에게 1심 형량의 2배가 넘는 징역 9년을 선고하고 8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진술 내용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다”고 밝혔다. 최 씨가 제출한 증거들에 대해서도 “일부 우호적 행태를 보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피해자들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메르스 확산을 정부가 초기에 막지 못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묻는 첫 소송이 법원에 제기됐다. 법무법인 한길 문정구 변호사는 “메르스 환자가 거쳐 간 병원과 의료기관을 공개하지 않았고 대통령령과 같은 행정입법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실현할 기회를 박탈했다”며 19일 서울행정법원에 국가를 상대로 부작위 위법 확인 청구 소송을 냈다고 21일 밝혔다. 문 변호사는 소장에서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6조 2항을 근거로 “정부는 확진환자가 거쳐 간 병원을 공개해 국민이 주의할 기회를 보장하고 나아가 환자의 동선 등 구체적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나 정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메르스 확진 환자가 처음 발생한 날로부터 19일이 경과한 뒤에야 병원과 의료기관을 공개해 메르스 확산을 초기에 차단할 기회를 상실했고, 결과적으로 국민들을 메르스 감염 위험에 노출시키는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문 변호사는 “국가가 국민에게 감염병 발생 상황을 알리는 시행령이나 규정 등 구체적 절차를 두고 있지 않다”며 “이는 입법 부작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은 메르스 확진 환자나 격리자가 아닌 제3자가 제기한 것으로, 앞으로 메르스 환자 및 관리대상자 등의 소송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메르스 확산을 정부가 초기에 막지 못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묻는 첫 소송이 법원에 제기됐다. 법무법인 한길 문정구 변호사는 “메르스 환자가 거쳐 간 병원과 의료기관을 공개하지 않았고 대통령령과 같은 행정입법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실현할 기회를 박탈했다”며 19일 서울행정법원에 국가를 상대로 부작위 위법 확인 청구 소송을 냈다고 21일 밝혔다. 문 변호사는 소장에서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6조 2항을 근거로 “정부는 확진 환자가 거쳐 간 병원을 공개해 국민이 주의할 기회를 보장하고 나아가 환자의 동선 등 구체적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그러나 정당한 사유 없이 메르스 확진 환자가 처음 발생한 날로부터 19일이 경과한 뒤에야 병원과 의료기관을 공개해 메르스 확산을 초기에 차단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했고,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메르스 감염 위험에 노출시키는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문 변호사는 “국가가 국민에게 감염병 발생 상황을 알리는 시행령이나 규정 등 구체적 절차를 두고 있지 않다”며 “이는 입법 부작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은 메르스 확진 환자나 격리자가 아닌 제3자가 제기한 것으로, 앞으로 메르스 환자 및 관리대상자 등의 소송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서울고법 행정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회의록과 내부 검토 문서 등을 일반에 공개해달라”며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협정 관련 내부보고서 등에는 일본 측 제안에 대한 대응과 우리나라의 정책 방향 등이 포함됐다”며 “우리나라의 대응 전략이 외부에 노출되면 다른 협정상대 국가들이 교섭 정보로 활용될 수 있다”며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지난해 6월 1심 재판부는 △협정 체결과정에서 여론수렴 과정이 없었고 △한일 양국간 역사적 특수성 △협상에서 미국의 압력 여부 △졸속 처리 의혹 파악을 위해 “협상체결 경위와 내용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토익(TOEIC)과 텝스(TEPS) 등 공인영어시험에 대리 응시하는 조건으로 응시생으로부터 수백만 원을 받아 챙긴 캐나다 유학생 출신 20대 남성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강산 판사는 업무방해 및 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모 씨(27)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 및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박 씨에게 대리시험을 부탁한 이들에게는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캐나다에서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쳐 영어에 능통했던 박 씨는 군 제대 이후 마땅한 돈벌이가 없자 영어 관련 인터넷사이트에 ‘토익/텝스/토플 대리시험 100% 후불제 상담해드려요’라는 댓글을 올렸다. 그는 이를 보고 연락한 상대방으로부터 증명사진을 전송받아 포토샵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자신의 증명사진과 합성한 후 상대방에게 보내주고 신분증을 재발급 받게 해왔다. 이후 해당 신분증을 이용해 공인 영어시험에 대리 응시해주고 800만 원 가량을 챙겼다. 김 판사는 “박 씨 등의 범행은 공인영어시험에 대한 일반인의 신뢰를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성실하게 시험을 준비하는 대다수 수험생들에게 좌절감과 박탈감을 주는 행위”라며 “박 씨가 자신의 지식과 재능을 범죄에 사용했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다만 “사회경험이 일천한 청년으로, 실형으로 엄벌하기 보다는 깊이 반성한 후 지식과 재능을 사회를 위해 건전하게 사용할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지연된 정의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바로잡는 것이 한국 판사들의 특기다. 재판을 20년 넘게, 특히 형사 재판을 다수 경험해 자신 있다’고 밝힌 게 유효했던 것 같습니다.” 18일 오후 서울고법 17층 형사8부 판사실. 막 재판을 마친 백강진 서울고법 판사(46·사법연수원 23기·사진)가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이날 캄보디아 정부는 유엔의 지명을 받은 백 고법 판사(지방법원 부장판사급)를 캄보디아 크메르루주 특별재판소(ECCC) 전심 재판부 국제재판관으로 임명했다.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74), 권오곤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 부소장(62), 정창호 ICC 재판관(48) 등의 뒤를 잇는 한국인 국제재판관이 탄생한 것. 백 판사는 다음 달 중순부터 ECCC에 파견된다. ECCC는 캄보디아 킬링필드의 주범인 크메르루주 정권(1975∼79년) 시기 집단 학살 등을 자행한 4명의 전범 재판을 담당하기 위해 유엔과 캄보디아 양자협정에 따라 2005년 설립된 재판소다. 아시아에 소재한 유일한 유엔 특별재판소로, 캄보디아 국적의 재판관 및 검사 3명과 유엔 파견 법관, 검사 2명이 함께 기소와 심리를 수행한다. 백 판사는 유엔 본부 관계자와 화상 면접을 한 후 4월 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으로부터 재판관 지명을 받았다. 두 달 가까이 캄보디아 정부의 임명 허가를 기다리며 공정성 시비를 우려해 지명 사실조차 주변에 얘기하지 않았다. 그는 “현직 법관이 지원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그런 점이 좋게 보였던 것 같다”며 “무엇보다 ECCC 재판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에 ‘규칙 등을 개정해서라도 불필요한 절차들을 해결해 빠른 결론이 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고 전했다. ECCC는 앞서 정창호 ICC 재판관이 올해 2월까지 재직했던 곳이다. ‘사법 한류’의 맥을 잇게 된 백 판사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정 재판관처럼 훌륭한 분이 만드신 길을 뒤따라가는 것뿐”이라고 하면서도 “두렵긴 하지만 저처럼 보통의, 평범한 판사들도 국제 사법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걸 알린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백 판사는 “국제재판소는 인류의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다”며 “봉사라고 하면 과한 듯하고, 한국 사법부의 국제적 기여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국제 금융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기업도 미국 해외부패방지법(FCPA) 처벌 위험군에 오를 수 있습니다.” 미국의 부패 감시 관할권을 해외로 확대해 전 세계 ‘준법 리스크(부담)’를 높인 FCPA. 국내 기업도 이제 처벌 대상의 예외가 아니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FCPA 전문가들이 한국을 찾았다. 국내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기업의 해외 사업과 관련한 반부패 위험 및 대응 방안’ 세미나 참석차 방한한 글로벌 로펌 ‘로프스 앤드 그레이’의 라이언 롤프센(41), 콜린 콘리(53·여), 패트릭 싱클레어 변호사(40)를 16일 서울 강남구 로프스 앤드 그레이 서울사무소에서 만났다. 세 사람 모두 미국 연방 검찰 출신으로 FCPA 집행과 기업 범죄의 다양한 실무를 경험했다. 이들은 “한국 기업이 미국 예탁증권(ADR)을 발행했거나 국제 금융시장을 광범위하게 이용하고 있어 (FCPA 위반에) 구조적으로 취약하다”고 입을 모았다. 롤프센 변호사는 “중국, 중동, 중남미 등 개발도상국에서 관료들과 밀접하게 기업 활동을 펼치는 중소기업이 위험에 노출되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1977년 외국 공무원에게 뇌물을 건네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기 위해 제정된 FCPA는 최근 몇 년 새 이 법의 집행 주체인 미국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상당수 다국적 기업에 거액의 벌금을 물리면서 주목을 받았다. 미국 법이지만 외국 기업도 처벌할 수 있는 광범위한 관할권을 설정했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FCPA로 50명 이상이 처벌됐고 기업 50여 곳에서 30억 달러의 불법자산이 환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이 FCPA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광범위한 관할권 때문이다. 외국 공무원에게 직간접적으로 뇌물을 제공하는 행위뿐 아니라 뇌물 제공 과정에서 미국 통신망, 은행 전산망을 이용한 것만으로도 FCPA 규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 외국 공무원의 범위도 넓어 외국 행정부의 대행기관이나 중개업체까지 포함되며 외국 기업 임직원이 다른 나라에서 뇌물을 줘도 FCPA에 저촉될 수 있다. 기업 활동 위축에 대한 반발은 없을까. 싱클레어 변호사는 “대부분의 기업이 대가성 있는 뇌물 수수는 안 된다는 기본적인 원칙에 동의하고 있다”며 “윤리 기반에 맞춰 적절하게 기업 활동을 한다면 복잡한 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콘리 변호사는 “전형적인 FCPA 위반 사례는 제3자에 의한 뇌물 수수”라며 “미국 연방 검찰 수사 사건 중 50% 이상이 대리인을 통한 뇌물 수수 건”이라고 설명했다. 싱클레어 변호사는 “제3자나 대리인을 통해 성의 표시로 선물을 전달하는 말레이시아, ‘관시’를 중시하는 중국 등 특유의 문화와 국영·공영 기업이 많다는 점에서 아시아는 FCPA 아래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FCPA를 위반하더라도 아직 처벌 수위는 높지 않다. 이에 대해 콘리 변호사는 “위반할 때마다 기업들을 기소하게 된다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에 부차적인 결과가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세 변호사는 “어느 국가에서 영업 활동을 하고 있는지, 현지 공기업 공무원들과 연계해서 어떻게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지 등 위험 요소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준법 감시 프로그램을 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습격한 혐의(살인미수 등)로 구속 기소된 김기종 우리마당 대표(55)의 첫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법의학자가 “김 씨의 가해 의지가 강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동아) 심리로 열린 1차 공판에서 이정빈 서울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명예교수(69)는 “찌르면 죽일 수 있는 부위를 찔렀는데 찌르려는 의지는 아주 강했다”고 말했다. 그는 “과도 외에 커터칼까지 흉기를 2개 준비한 점, 방어자세를 취하는 데도 4회에 걸쳐 찔러 상처를 남긴 점, 주변 인물들이 리퍼트 대사로부터 떼어놓는 과정에서 제어를 당하면서까지 칼을 놓치면서 김 씨가 찔렀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보면 가해의지가 강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또 이 교수는 “리퍼트 대사가 입은 상처는 흉기를 위에서 아래로 찔러 내려가 생긴 것”이라며 “김 씨가 리퍼트 대사를 6회 정도 공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날 공판에는 리퍼트 대사의 안면부 수술을 집도한 유대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교수(53)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교수는 “리퍼트 대사가 입은 상처는 흉기로 그어 생긴 열상이 아닌 찔려서 생긴 자상”이라며 “경동맥 근처까지 가 생명에 지장이 있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태였으며 과다출혈로 사망했을 가능성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씨 측 변호인은 피습 행위에 대해 “살해 목적이 아니고 현장에서 자기 의사 표현할 기회가 없어 보여서 순간적인 판단에 범행을 저질렀다. 미국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의도로 접근한 것이었다”라고 변호했다. 이날 메르스 감염을 막기 위해 하얀 마스크를 쓰고 휠체어에 의지해 법정에 나온 김 씨는 “젊은 무관 출신인 리퍼트 대사가 굳이 경호원이라든가 아무런 방어 체계 없이 혼자 여유만만하게 앉아있던 게 우발적 충동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주장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거기 앉아 계신 분, 누구시죠?” 서울중앙지법의 한 민사법정. 재판장이 방청석에 앉은 한 여성에게 질문을 건넸다. 오랫동안 무언가를 열심히 메모하던 여성이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판사님. 재판 모니터링 온 법정 언행 컨설턴트입니다.” 재판장은 ‘아…’ 하는 짧은 탄식과 함께 당황한 표정으로 “왜 하필 제가 화낼 때 오셔서…”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70(세) 넘어 소송하면 3년 못 넘기고 죽어요” “여자가 맞을 짓 했네” 등 재판 도중 법관의 부적절한 언행이 사회적 물의를 빚자, 대법원은 2013년부터 지방법원 단위로 법정 언행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다. 법정 언행 컨설턴트들은 이른바 ‘막말 판사’ ‘갑(甲)질 판사’를 찾아내기 위해 불시에 재판을 방청하는 법정 안 ‘암행어사’가 돼 재판장에게 일대일 맞춤 지도까지 하기도 한다. 법정 언행 컨설팅은 판사 1명당 크게 5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3시간 분량의 재판 영상 분석→재판 방청 모니터링→1차 면담→한 달 후 2차 모니터링→2차 면담’ 등이다. 영상 속 모습과 실제 모습이 다르기 때문에 방청을 알리지 않고 참관해 문제점을 짚어 내는 게 핵심이다. 지금은 수도권과 대도시 지법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대상은 법원에서 재량으로 결정한다. 재판이 진행되면 재판장을 중심으로 변호인, 소송인, 방청객, 증인 등이 얽히고설켜 수많은 갈등 상황이 생긴다. 법정 언행 컨설턴트들이 꼽는 판사들이 막말을 내뱉기 쉬운 상황은 언제일까. 변호인 또는 소송 당사자의 재판 준비가 미흡했을 때가 대표적이다. 법정 언행 컨설팅을 맡고 있는 조에스더 엘컴퍼니 대표는 “상습적으로 재판 당일에야 서면을 제출하는 변호인 또는 당사자에게는 ‘왜 그렇게 준비를 안 해 갖고 와요? 자기 재판 자기가 챙겨야지’ 같은 말이 나오기 쉽다”며 “부적절한 언행은 명백한 잘못이지만 그런 언행이 나오는 전후 맥락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기 조절 능력이나 공감 능력 부족 등 판사 개인에 의해 법정 내 갈등이 촉진되거나 재판이 더디게 진행되는 사례도 있다. “여기가 어딘데 신성한 법정에서 소란을 피우느냐”며 권위를 내세우는 경우는 “우월감을 느끼고 싶은 만큼 열등감이 있거나 분노 조절이 잘 되지 않는 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반면 한 컨설턴트는 “법정 내 소란이 발생해도 전혀 제지를 하지 않는 재판장도 있는데 이런 재판장을 면담해 보니 ‘내가 그럴 자격이 있나, 사람이 완벽할 수 없잖나’라고 하더라. 이는 완벽주의 때문에 법정의 권위를 올바르게 세우지 못한 사례”라고 전하기도 했다. 법정 언행 컨설턴트들은 바람직한 법정 언행이 정착되기 위해 판사들의 교차 방청을 권한다. 조 대표는 “평소 재판을 비교당해 보거나 평가받아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동료 법관들의 모범적인 소통 사례를 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대 규모로 법정 언행 컨설팅이 이뤄지고 있는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민사재판 담당 법관 전원을 대상으로 12개 팀으로 나눠 방청을 실시한 뒤 서로 의견을 공유했으며 이달에도 교차 방청을 진행하고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유치원 건물을 불법 증축한지 25년이 지나 뒤늦게 적발됐다고 해도 원아 모집을 중단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학부모들이 탄원서를 내며 반발했지만 법원은 “원아들이 다른 유치원으로 옮기면 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반정우)는 서울 마포구 A 교회 유치원이 서부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낸 ‘원아모집 정지처분 취소’ 청구를 기각했다고 14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 교회는 1989년 당시 용적률 규정 등을 위반해 교회 건물을 6층 높이로 개축한 뒤 새 건물 1, 2층에 유치원을 운영해왔다. 2006년 ‘유치원 규칙 변경 인가’를 신청하면서 서부교육지원청에 건축물대장을 제출하기도 했지만 교육지원청에서 시정 요구는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서부교육지원청이 “건물이 위법하니 다음 달까지 시정하고 유치원의 위치변경 인가를 받으라”고 A 교회에 명령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교회 측은 “토지가 도시환경정비 사업구역으로 묶여 손을 댈 수 없다”며 시정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고, 교육지원청은 지난해 11월 사실상 유치원 폐쇄처분에 해당하는 원아모집 정지처분을 내렸다. A 교회 유치원은 “25년이나 제재 없이 정상적으로 운영해온 유치원을 폐쇄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교육지원청의 처분을 무효로 해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유치원을 관리하는 측이 건물이 위법하게 지어진 것을 알고도 이를 감추었거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며 처분이 정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또 원아들의 학습권이 침해됐다는 일부 학부모들의 탄원서에 대해서는 “다른 유치원으로 전학하거나 입학해 학습권을 실현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1980년대 한국 최고의 여자농구 스타 박찬숙 씨(56·사진)가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씨는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법에 파산·면책 신청을 냈다. 법원이 선임한 파산관재인은 박 씨의 재산상태를 조사해왔고, 곧 박 씨의 남은 재산을 처분해 채권자들에게 어떻게 배당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이에 따라 법원은 박 씨의 면책을 허가할지 심리하고, 면책 결정을 내리면 박 씨의 채무 상환 의무는 사라진다. 면책 신청에 대해 박 씨에게 돈을 빌려준 채권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조모 씨 등 채권자들은 “박 씨가 소득이 있으면서도 이를 숨기고 파산·면책을 신청해 채무를 이행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최근 법원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향후 법원에서 면책 허가 결정이 나더라도 항고해 법정 다툼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박 씨는 1970, 80년대 한국 여자농구의 대표 센터로 활약하며 1979년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 준우승과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은메달 획득을 이끈 주역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