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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미국 오하이오 주 더블린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배상문(27·캘러웨이)을 만났을 때의 일이다. 당시 이 대회에 앞서 바이런넬슨클래식에서 PGA투어 첫 우승을 거둬 기세등등하던 배상문은 “한국과 일본에서도 첫 승이 힘들었지 두 번째는 금방 왔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큰소리쳤다. 하지만 우승 후 출전한 9개 대회에서 4회 연속을 포함해 5차례 예선 탈락하며 침묵했다. 배상문이 이번 주 막이 오르는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에서 반격을 노리는 이유다. 배상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세기편으로 대회 장소 인근 뉴욕에 도착하는 사진을 올리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플레이오프는 22일 미국 뉴저지 주 저지시티 리버티내셔널GC(파71·7400야드)에서 개막하는 바클레이스를 시작으로 도이체방크챔피언십, BMW챔피언십, 투어챔피언십까지 4개 대회를 치른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에 처음 출전해 두 번째 관문에서 탈락한 배상문은 전화 인터뷰에서 “첫 단추가 중요하다. 이번 주 최대한 성적을 끌어올려 끝까지 살아남는 게 1차 목표다. 물론 눈높이는 우승에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승 이후 그린 주변이나 퍼트에서의 미세한 실수로 스코어가 관리가 안 됐다. 그동안 쇼트 게임 보완에 치중했고 한 번 경험해 봤기에 자신감도 붙었다”고 말했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늘었고 아이언의 정확도도 향상됐기에 ‘설거지’(쇼트 게임)만 되면 승산이 충분하다는 게 그의 얘기. 플레이오프는 125명의 1차전 출전자 가운데 상위 100명이 2차전에 나서며 70명이 출전하는 3차전을 거쳐 30명만이 최종전에 합류하는 서바이벌 게임. 최종전에서 가장 높은 포인트를 얻으면 은퇴 후 연금 형식으로 지급되는 1000만 달러(약 112억 원)의 보너스를 차지한다. 최종전에는 새로운 포인트에 따른 순위를 부여해 극적인 재미를 더한다. 2011년 빌 하스(미국)는 포인트 랭킹에서 25위에 불과했지만 최종전 우승으로 막판 뒤집기에 성공하며 1000만 달러를 차지했다. 배상문을 비롯해 최경주, 위창수, 이동환과 재미교포 존 허, 제임스 한, 리처드 리 등 7명의 한국(계) 선수가 출전한다. 2007년과 2009년 플레이오프 우승자인 타이거 우즈는 올 시즌 5승을 거둔 여세를 몰아 세 번째 유종의 미를 노린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집에서는 아내, 운전할 때는 내비게이션, 골프장에선 캐디의 말을 잘 들어야 만사형통이라는 말이 있다. 18일(현지 시간)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윈덤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패트릭 리드(23·미국)도 그랬다. 그의 캐디는 지난해 12월 결혼한 아내 저스틴(26). 리드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그린즈버러의 시지필드CC(파70)에서 끝난 이 대회 4라운드를 최종 합계 14언더파 266타로 마친 뒤 조던 스피스(미국)를 2차 연장에서 꺾고 아내와 PGA투어 첫 우승의 감격을 나눴다. 고교 시절 골프 수영 축구선수로 뛴 저스틴은 간호사로 일하다 지난해 여름부터 캐디로 나섰다. 키가 남편보다 29cm나 작은 154cm인 저스틴은 섭씨 35도가 넘는 무더위에 30kg 가까운 골프백을 멜 때도 있지만 묵묵히 내조를 다했다. 조건부 시드권자여서 월요 예선부터 뛰어야 했던 리드는 저스틴이 가방을 메면서 일이 술술 풀려 올 시즌 풀시드를 따냈다. 리드는 “성격이 급했는데 저스틴 덕분에 심리적인 안정을 찾았다. 풍향과 남은 거리를 잘 헤아리고 퍼팅 라인도 너무 잘 읽는다”며 웃었다. 우승 과정도 극적이었다. 10번홀(파4)에서 열린 2차 연장에서 리드의 티샷은 오른쪽으로 밀려 OB가 되는 듯했으나 겨우 1m 남짓 안쪽에 떨어졌다. 아내와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공은 나뭇잎과 잔가지가 널려 있는 맨땅에 놓인 데다 발보다 높은 위치라 정상적인 스윙이 불가능했다. 게다가 나무에 가려 핀조차 보이지 않았다. 핀까지 167야드를 남기고 7번 아이언을 야구방망이처럼 휘두르며 환상적인 드로샷을 구사해 홀 2.1m 지점에 떨어뜨린 뒤 버디를 낚았다. 리드는 “티샷 후 아내 얼굴을 보자 마음이 찢어졌지만 이후 내 생애 최고의 샷이 나왔다”고 기뻐했다. PGA투어에서 아내를 전담 캐디로 고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스티브 스트리커(미국), 샌디 라일(영국), 스튜어트 애플비(호주)가 가끔 아내와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존 허는 올 시즌 최고인 공동 3위(12언더파 268타)로 마쳤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최근 한국 농구가 16년 만에 월드컵에 오르는 데 힘을 합친 방열 대한농구협회장(72)과 유재학 모비스 감독(50). 이들은 동문 선후배와 사제 관계로 30년 넘는 인연을 유지하고 있다. 유 감독은 “경복고 2학년 때인 1980년 모교를 방문한 방 회장님을 처음 뵈었다. 진로와 운동에 대해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고 떠올렸다. 유 감독은 방 회장처럼 연세대를 거쳐 1986년 기아에 입단했다. 당시 기아 창단 감독이 방 회장. 유 감독은 1989년 농구대잔치 결승 때 심한 무릎 부상으로 출전이 힘들었지만 진통주사까지 맞고 팀에 우승을 안겼다. 방 회장은 “그 주사를 잘못 맞으면 후유증을 겪을 수 있는데 누구에게 말도 하지 않고 혼자 병원을 찾았다”고 칭찬했다. 유 감독이 ‘만수(萬手)’라는 별명이 붙은 데도 방 회장의 영향이 컸다. 유 감독은 “기아에서 운동을 제대로 배웠다. 지도 방식은 충격이었다”고 회상했다. “대부분 오후 운동은 3시간 넘게 하는 게 보통이었는데 2시간을 넘긴 적이 없어요. 훈련 과정을 집약해 효율을 높였죠. 스케줄에 따라 체계적으로 지도하셨고 1주일마다 그 내용을 바꿔 늘 새로웠어요.” 은퇴 후 방 회장의 추천에 따라 연세대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유 감독 역시 늘 ‘짧고 굵은’ 훈련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방 회장과 유 감독은 신생팀 전문으로 불린다. 방 회장은 기아에 앞서 현대 창단 감독이었다. 유 감독은 신세기, SK 빅스, 전자랜드를 거쳤다. 방 회장은 “선수들의 소속감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 사가(社歌)를 배우게 하거나 현장 견학을 시키고 사원식당을 이용하게 했다. 유 감독도 조직 통합에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고 말했다. 방 회장은 모비스 기술고문을 맡아 유 감독을 지원하기도 했다. 방 회장은 “유 감독이 올해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됐을 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큰일을 해내 참 대견스럽다”고 고마워했다. 유 감독은 “방 회장님이 계셔 책임감이 더 컸다. 방 회장님은 필리핀 아시아선수권 때 선수단은 쉬어도 다른 팀 경기를 일일이 관전하고 전력 분석까지 해줬다”고 말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둘의 관계를 잘 드러낼 만한 포즈를 주문했더니 배상문(27·캘러웨이)은 팔을 쑥 내밀어 하늘같은 선배의 허리춤을 감싼 뒤 배까지 어루만졌다. 후배에게 허를 찔린 최경주(43·SK텔레콤)의 얼굴에 하회탈 같은 미소가 번졌다. 30일 미국 오하이오 주 더블린의 뮤어필드빌리지골프클럽. 이들은 같은 장소에서 하루 뒤 시작하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에 앞서 이날 함께 9개 홀 연습라운드를 했다. ‘황금곰’ 잭 니클라우스가 주최하는 이 대회는 배상문이 20일 HP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에서 PGA투어 첫 승을 거둔 뒤 멘토로 여기는 최경주와 처음 동반 출전했기에 그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직접 케이크를 장만해 한국 식당에서 축하 파티를 주최한 최경주는 “첫 승의 기억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내 일처럼 기쁘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최경주는 삼십 줄에 접어든 2002년 컴팩클래식에서 PGA투어 첫 승을 장식했다. 배상문은 “당시 고1이었는데 솔직히 최 프로님 우승 뉴스가 잘 와 닿지 않았다. 내겐 너무 먼 얘기처럼 느껴졌다. 그해 한국오픈에 출전한 최 프로님에게 받은 사인을 아직도 갖고 있다”고 떠올렸다. 호남(전남 완도) 출신에 독실한 기독교인인 최경주는 고향이 영남(대구)인 데다 불교 집안인 배상문을 친동생처럼 아꼈다. 배상문은 최경주의 뒤를 밟듯 한국과 일본을 거쳐 지난해 PGA투어에 입성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살던 배상문은 최경주와 이웃사촌이 되기 위해 최근 댈러스에 집을 알아보고 있다. 최경주는 배상문에 대해 “‘기계(신체조건)’가 좋은 데다 남다른 마인드까지 있어 나를 능가할 재목”이라고 칭찬했다. 그러면서도 “첫 승했다고 까불면 안 된다. 초심을 지키며 앞으로 3년은 다시 시작하는 자세를 가져야 새로운 세계에 들어갈 수 있다”고 당부했다. 배상문은 “최 프로님이 처음 미국에 왔을 때 한국 선수도 없고 내비게이션, 한국 식당도 없고 외국 선수 텃세도 심했는데 온갖 고생 속에서도 한국 프로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고 고마워했다. 최경주는 2007년 이 대회에서 우승하며 니클라우스에게서 트로피를 받은 것을 포함해 이번이 14번째 도전이다. 족집게 강사의 코스 특강에 귀를 세웠던 배상문은 최경주가 공을 벙커에 빠뜨리자 “모처럼 벙커샷 한번 제대로 보여 달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최경주는 댈러스 집으로 배상문을 불러 하루 4시간씩 벙커샷만 가르친 적이 있다. “내 골프 인생이 18홀이라면 이제 13번홀 정도에 온 것 같다. 앞으로 2승 더 올려 PGA투어 통산 10승을 채우고 골프 명예의 전당에 입회한다는 두 가지 목표를 향해 전력을 다하겠다.”(최경주) “메이저 우승 같은 목표는 아직 건방진 것 같다. 다만 한국과 일본에서처럼 두 번째 우승은 더 빨리 올 것이다. 2016년 올림픽에는 꼭 나가고 싶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어딘가 아름답지 않은가.”(배상문) 앞날을 떠올리며 진지해졌던 이들의 표정이 다시 환해졌다. “내일 개막이니 오늘 저녁은 차돌박이로 몸보신하자.” 최경주가 저녁 메뉴를 정했을 때였다. 어느새 오하이오 대평원의 지평선 너머로 태양이 저물고 있었다.더블린=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주택 단지 이름이 거창했다. 챔피언스 게이트. 정문에 버티고 선 큼직한 입간판이 한눈에 들어왔다. 29일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로 최나연(25·SK텔레콤)을 만나러 갔을 때였다. 2009년 가을 처음 입주한 뒤 그는 일이 잘 풀렸다. 특히 올해는 화려했다. US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 챔피언에 오른 뒤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타이틀홀더스에서 우승했다. 시즌 1, 2위 상금 대회 트로피를 휩쓸었다. 그 액수만도 108만5000달러(약 11억6000만 원). 12월에는 한국 투어 2013시즌 개막전에서 다시 정상에 올라 생애 처음으로 한 해에 3승을 챙겼다. 세계 랭킹 2위로 1위 청야니(대만)를 바짝 쫓았다. 챔피언으로 가는 문이 활짝 열린 듯했다. “터가 좋았나 봐요. 우승도 중요하지만 위기를 극복한 결과라 더욱 기뻐요. 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장했나 봐요.” 그는 마지막날 중요한 고비에서 트리플보기, 더블보기가 나왔는데도 이겨냈고 평소 약했던 연장전 징크스도 깨뜨린 데 의미를 부여했다.하지만 느긋하게 한 해를 되돌아볼 여유는 없어 보였다. “액자도 정리하고 짐도 싸야 해요. 집이 엉망이네요.” 전날 한국을 떠나 여독도 안 풀렸지만 이사 준비에 한창이었다. “안주하지 않고 한 계단 더 올라서려면 무엇보다 쇼트게임 능력을 키워야 해요. 코스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30분 거리의 아일워스 골프장 회원권을 5만 달러 주고 샀어요. 집도 아예 그 근처에 장만했고요. 새해 1월 3일 이사해요.” 최나연은 대지 1254m², 건평 510m²의 단층 주택을 90만 달러(9억6000만 원)에 계약했다. 그 결정은 홀로 했다. 이 골프장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선수들이 즐겨 찾는 훈련 장소로 그린이 빠르고 연습장에서도 실전과 똑같은 공을 사용할 수 있어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투자 없이는 어떤 것도 얻을 수 없어요. 지난해 전담 영어 교사와 체력 트레이너를 뒀을 때 주위에서 말이 많았어요. 돈도 많이 드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냐고. 제 생각은 달랐죠.”2013시즌을 대비한 6주가량의 훈련은 1월 1일 시작한다. 매일 오전 8시 30분 골프장에 도착해 오후 4시 30분까지 샷을 가다듬고 체육관에서 2시간가량 근력을 강화한 뒤 영어 수업이 이어진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한다는 그는 드라이버 정확도와 퍼트 등 기록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얼마 전 미국 골프 채널 생방송에 출연할 정도로 영어가 유창해졌다고 하자 그는 “아직 멀었어요. 문법 틀리고 더듬는 걸 정말 싫어해 영어가 안 늘어 스트레스가 심했죠. 자신감이 생겨 조금 나아진 정도”라며 영어 단어로 빼곡히 채운 스케치북을 보여줬다.바지와 단발머리를 고집하던 최나연은 최근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대중 앞에 스커트를 입고 등장하거나 머리도 제법 길렀다. “편한 것만 고집할 수 있나요. 새롭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도 중요하잖아요. 팬들도 좋아하세요. 그래도 골프장에서 치마 입는 일은 절대로 없어요. 호호.”올랜도=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2011 US여자오픈 골프 우승자 유소연(22·한화)과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8·세종고). 이들은 서울 세종초등학교 4년 선후배. 학창 시절에는 잘 몰랐지만 같은 매니지먼트 회사인 IB스포츠에 소속되면서 이런 인연을 알게 돼 가까운 언니 동생이 됐다. 지난 연말에는 송년회에서 함께 어울렸다. 둘 다 심리학 전공으로 박태환의 멘털을 담당했던 조수경 박사의 상담을 받고 있다. 평소 카카오톡으로 수다를 떠는 일이 이들에게는 즐거운 일상이 됐다. 유소연은 12일 끝난 2012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손연재를 멀리서나마 간절히 응원했다.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결선에 오른 손연재의 기운을 이번에는 유소연이 받았을까. 유소연은 13일 미국 오하이오 주 실베이니아의 하이랜드 메도스 골프장(파71·6428야드)에서 열린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제이미파 털리도 클래식에서 시즌 첫 승을 올렸다. 유소연은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9개를 낚아 합계 20언더파 264타를 기록했다. 리듬체조로 치면 만점에 가까운 연기를 펼친 유소연은 2위 앤절라 스탠퍼드(미국)를 7타 차로 따돌리는 완승을 거뒀다. 지난해 US여자오픈을 비회원으로 우승한 뒤 올해 LPGA투어에 데뷔한 그는 정식 멤버로는 첫 우승컵을 안았다. 우승 상금은 19만5000달러(약 2억2000만 원). 유소연은 신인상 포인트 861점을 기록해 2위 렉시 톰프슨(458점)을 403점 차로 앞서 신인왕을 예약했다. 유소연은 “올림픽 기간에 카톡으로 연재와 대화를 많이 나눴다. 서로에게 큰 힘이 돼 우승까지 한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또 “연재가 결선에서 3위까지 나선 뒤 메달 욕심에 곤봉에서 실수를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나도 우승 욕심으로 경기를 망칠 수 있으니 내 게임에만 집중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코리아군단은 US여자오픈(최나연), 에비앙 마스터스(박인비)에 이어 3개 대회 연속 우승으로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박인비(스릭슨)와 최운정(볼빅)은 공동 3위로 마쳤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마지막 라운드에 승리를 부르는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나왔다. 상대를 압도하는 폭발적인 카리스마로 완승을 엮어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스토리. 하지만 주인공이 타이거 우즈(미국)가 아니었다. 로리 매킬로이(23·북아일랜드)였다. 매킬로이는 13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키아와 아일랜드 오션코스(파72·7676야드)에서 끝난 시즌 마지막 메이저 골프대회 PGA챔피언십에서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우승했다. 폭우로 경기 일정이 순연되면서 하루에 23개 홀을 치르는 강행군 속에서도 그는 보기가 하나도 없었다. 까다로운 코스 탓에 출전 선수 평균 타수가 72.2타까지 치솟은 3, 4라운드에 매킬로이는 각각 67타와 66타를 기록했다. 18번홀에서 7.5m 버디 퍼트를 넣은 그는 2위 데비이드 린(영국)을 8타 차로 제쳐 잭 니클라우스(미국)가 1980년 세운 역대 최다 타수 차 우승 기록(6타)을 갈아 치웠다. 세계 랭킹을 3위에서 1위로 끌어올린 매킬로이는 영국 선수로는 1930년 토미 아머 이후 82년 만에 대회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워너메이커 트로피를 안았다. 매킬로이의 올 시즌 성적은 롤러코스터였다. 3월 혼다클래식 우승으로 생애 첫 세계 1위에 올랐지만 5, 6월에 출전한 5개 대회 가운데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US오픈 등 특급대회를 포함해 4차례나 예선 탈락했다. 여자 테니스 스타인 카롤리네 보지니아츠키와 로맨스에 빠져 한눈을 판 탓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슬럼프 장기화에 대한 우려는 이번 우승으로 사라졌고 ‘메이저 사나이’라는 칭송이 쏟아졌다. 지난해 US오픈에서 우승한 매킬로이는 우즈보다 5개월 빠른 나이로 생애 메이저 2승째를 챙겼다. 공동 11위(2언더파 286타)로 마친 우즈는 “매킬로이는 골프에서 가져야 할 모든 재능을 갖췄다”고 칭찬했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노승열(21·타이틀리스트)이 공동 21위(이븐파 288타)에 올라 가장 좋았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한국은 광복 후 처음 태극기를 앞세워 출전한 1948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 2개를 땄다. 영국까지 21일이나 걸린 고단한 여정에도 대한민국의 존재를 만방에 알린 신호탄이었다. 그로부터 64년이 흘러 다시 런던에서 열린 2012 올림픽. 비약적인 경제 성장 속에 실력을 키워온 한국 스포츠는 높아진 위상을 세계 만방에 과시했다. 태극전사들은 역사적인 올림픽 현장에서 그 어느 대회보다 알찬 성적을 거뒀다. 한국은 당초 목표였던 ‘10-10(금메달 10개 이상-종합 10위 이내)’을 훌쩍 뛰어넘었다. 금 13개로 대회를 마치며 역대 최다 금메달을 딴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타이를 이뤘다. 베이징 대회는 서울에서 항공편으로 불과 2시간 거리여서 안방이나 다름없었다. 런던은 한국과 시차가 8시간이나 나 컨디션 유지가 쉽지 않았고 경쟁국의 견제도 심했기에 양과 질에서 값진 성과로 평가된다. 대한체육회가 15억 원을 들여 처음 마련한 대표팀 전용 훈련 캠프(브루넬대)는 현지 적응과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 한국은 런던에서 당당히 종합 순위 5위에 랭크됐다. 한국의 역대 올림픽 최고 순위는 1988 서울 대회에서의 4위. 당시 홈 어드밴티지를 톡톡히 누린 반면에 이번에는 원정의 핸디캡을 딛고 세계 스포츠 톱5의 반열로 ‘코리아’ 성가를 높이며 국가 브랜드 인지도와 이미지를 끌어올렸다. 4년 전 베이징 대회에서는 태권도가 4개의 금을 휩쓸어 특정 종목 편중이 지적됐다. 런던에선 양궁이 태극 궁사의 독주를 막기 위한 세트제 도입 등의 변화에도 금 3개를 따냈고 사격에서도 역대 최다인 금 3개가 쏟아졌다. 펜싱, 유도, 레슬링에서의 무명 돌풍을 통해 특정 스타에게 의존하지 않는 두꺼워진 선수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양학선은 체조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랑스러운 태극마크를 달고 최선을 다한 그들에게 결과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판정 시비 속에서도 박태환은 수영에서 값진 은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손연재는 리듬체조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올림픽 결선에 오른 뒤 5위로 마감했다. 묵묵히 기다리며 투자와 관심을 아끼지 않은 국내 기업들은 비인기 종목 육성의 ‘키다리 아저씨’였다. 올림픽 기간 런던에서 전해오는 열전의 감동에 웃고 울며 밤잠을 설친 5000만 국민 모두가 든든한 후원자였다. 2016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코리아 군단이 세계 정상급으로 꼽히는 골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다. 이번 대회를 통해 지평을 넓히며 업그레이드한 한국 스포츠는 더욱 강세를 떨칠 것으로 전망된다. 4년 후가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G2(주요 2개국)’ 경쟁을 승리로 마치며 자존심을 회복했다. 미국은 12일 오후 11시 현재 금 45, 은 29, 동메달 29개로 종합 순위 1위를 굳히며 중국(금 38, 은 27, 동메달 22개)을 2위로 밀어냈다. 미국은 대회 중반을 넘어설 때까지도 중국과 팽팽하게 맞섰으나 육상, 수영과 구기 종목에서 강세를 보이며 4년 전 중국에 내준 스포츠 최강 자리를 되찾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완벽한 마무리였다. 마지막 불꽃을 금메달로 장식한 그들은 모래밭에서 서로 얼싸안으며 승리의 환희에 젖어들었다. 9일 런던 호스가즈 퍼레이드에서 열린 여자 비치발리볼에서 우승한 미국의 미스티 메이 트리너(35)와 월시 제닝스(34)였다. 이로써 이들은 2004 아테네 대회와 2008 베이징 대회에 이어 올림픽 3회 연속 정상에 올랐다. 이들은 비치발리볼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올림픽에서 21경기를 치러 모두 이겼으며 세트를 잃은 적은 딱 한 번밖에 없다. 모래밭에서 무적(無敵)을 과시한 이들 콤비에게 이번 대회는 고별 무대였다. 2004년 결혼한 메이 트리너의 남편은 미국 프로야구 LA다저스의 포수인 매트 트리너. 메이 트리너는 “이제 한 남자의 아내로 돌아갈 시간이다.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두 아들의 엄마인 제닝스는 경기 후 응원하던 두 아이와 포옹하며 기쁨을 나눴다. 2년 전만 해도 이런 영광의 순간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메이 트리너는 미국의 연예 프로그램인 ‘댄싱 위드 스타스’에 출연했다 아킬레스건을 심하게 다쳤다. 제닝스는 2009년과 2010년 연이어 출산을 하느라 운동을 쉬었다. 결별 위기에 놓였던 이들은 유종의 미를 다짐하며 다시 뭉친 뒤 30대 중반의 나이에 목표를 이뤘다. 레슬링 매트에서도 올림픽 3연패의 대기록이 나왔다. 일본의 이초 가오리(28)는 레슬링 여자 자유형 63kg급에서 우승하며 일본 여자선수로는 사상 첫 올림픽 3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호랑이가 그려진 빨간색 경기복을 입고 출전한 그는 올림픽 직전 런던에서 훈련을 하다 왼쪽 발목 인대를 다쳤지만 이겨냈다. 세계선수권에서 5연패를 달성했으며 2008 베이징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언니 지하루와 자매 레슬러로도 유명하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그 한 경기에 인생이 걸려 있는 겁니다.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는 절박한 심정이 될 거예요. 꼭 이길 겁니다.” 한국 프로야구의 간판스타 이승엽(삼성). 그는 8일 한국 축구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일본과의 3, 4위전을 통해 사상 첫 동메달을 노리게 됐다는 소식에 잊지 못할 추억 하나를 떠올렸다. 2000 시드니 올림픽 때의 일이다. 당시 한국은 일본과 야구 3, 4위전을 치렀다. 이승엽이 시드니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남긴 성적은 28타수 5안타로 타율은 0.179에 불과했다. 홈런은 1개에 그쳤다. 하지만 영양가 최고였다. 이승엽은 일본과 동메달을 다투던 3, 4위전에서 0-0으로 맞선 8회말 1사 2, 3루에서 일본 최고의 투수라던 마쓰자카를 상대로 2타점 2루타를 뽑아냈다. 한국은 3-1로 이겨 올림픽 첫 야구 메달을 땄다. 이승엽이 기록했던 유일한 홈런 역시 일본과의 예선리그에서 마쓰자카에게 뽑아낸 것이었다. ‘한일전의 사나이’라는 찬사를 들은 이승엽은 “12년 전 기억은 아직도 가슴을 뛰게 한다. 일본에 지면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뿐이었다. 이겨야 한다는 사명감이 컸다”고 회고했다. 이승엽의 결정적인 활약 속에 한국 야구 대표팀에서 손민한, 이승호, 장성호, 정수근, 정대현이 병역 혜택을 받았다. 이승엽은 자신처럼 강한 정신력으로 똘똘 뭉칠 한국 축구 대표 선수들이 일본에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홍명보 축구 대표팀 감독은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강한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었다. 표정 변화가 거의 없을 만큼 감정 기복이 적고 생활 태도에도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운동선수들이 병역 문제를 의식하는 건 당연한 감정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일단 모두가 협력하고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축구장에서 이승엽과 같은 일본 킬러는 과연 누가 될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양궁과 골프는 비슷한 점이 많다.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아 오조준을 하기도 한다. 양궁인 가운데는 유달리 싱글 골퍼가 많다. 프로 골퍼 신지애는 초등학교 때 양궁을 하기도 했다.런던 올림픽에서 사상 처음으로 양궁 남자 개인전 금메달을 딴 오진혁(현대제철)은 골프화를 신고 출전했다. 장영술 대표팀 총감독은 “골프화가 접지력이 좋아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내가 직접 추천했다”고 말했다. 골프 핸디캡이 싱글인 장 감독은 “양궁과 골프 모두 가상의 라인을 그려야 한다. 10점 과녁만 의식하거나 홀에 집착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 양궁은 잔디로 조성된 크리켓경기장을 변형한 경기장에서 치러져 평소 신던 테니스화보다는 골프화가 적합했다. 비가 자주 내리는 런던의 날씨에도 방수 기능이 뛰어난 골프화가 안성맞춤이었다. 다만 골프화를 착용한 오진혁을 비롯한 남자 양궁 선수들과 달리 여자 양궁 선수들은 적당한 여성용 모델이 없어 러닝화를 신고 사대에 섰다. 사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진종오(KT)는 묵직해 보이는 빨간 신발이 눈에 띄었다. 사격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역도화였다. 진종오는 2년 전 미국 콜로라도의 미국 대표팀 훈련장에 갔다 역도화를 신은 선수를 처음 봤다. 귀국한 후 그는 가까운 사이였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 사재혁의 소개로 역도화를 공급받아 신기 시작했다. 진종오는 “역도화는 좌우의 밸런스를 잘 잡아준다. 신발이 편해 장시간 서서 총을 쏘기에도 좋다”고 설명했다.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4강에 오른 한국 축구 대표팀은 질퍽한 영국 잔디의 특성을 고려해 특수 제작한 축구화를 신었다. 플라스틱으로 된 스터드(축구화 밑창의 징) 가운데 일부를 금속 소재로 대체했다. 힘을 많이 받는 뒤꿈치와 바깥쪽 부분은 금속 소재였다. 박종우는 “영국의 잔디가 푹푹 빠지고 진흙이 많아 금속 스터드가 없으면 뛰기가 힘들다”고 말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한국 선수단의 2012 런던 올림픽 목표는 ‘10-10’(10개 이상의 금메달로 종합 순위 10위 이내 진입)이었다. 대회 초반 슬로 스타트에 허덕이면서 메달 레이스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하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5일 진종오(KT)가 사격 50m 권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선수단은 이번 대회 10번째 금메달을 채웠다. 12일 폐막하는 런던 올림픽의 후반전에 들어간 가운데 태극 전사들이 역대 최다 금메달을 캐내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 2008 베이징 대회 때의 금 13개(은 10, 동 8개)가 역대 올림픽에서 획득한 최다 기록이었다. 1988년 서울과 1992년 바르셀로나에서 나란히 금 12개를 수확한 게 그 다음이었다. 최고 순위는 서울 대회에서의 4위. 런던에서는 효자 종목 지형도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1948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의 첫 메달 종목인 복싱과 역도는 세태가 달라지면서 여전히 침체에 허덕였다. 물론 전통적인 강세 종목이던 양궁은 주위의 심한 견제에도 금메달 4개 가운데 3개를 휩쓸며 최강의 자리를 지켰다. 유도 역시 여전히 금맥 노릇을 톡톡히 했다. 여기에 사격 김장미, 유도 송대남, 펜싱 김지연 등 예상하지 못한 금메달리스트가 탄생하면서 깜짝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예전에는 경비 문제와 가망이 작다는 이유 등으로 비인기 종목 선수들은 전력 향상에 필수인 해외 경험을 쌓기가 쉽지 않았다. 어쩌다 국제선 항공기에 오르더라도 최소한의 핵심 선수만이 가능했다. 최근에는 SK, KT, 한화 등 대기업의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 속에 전례 없는 장기 해외 훈련에 수시로 국제 대회에 출전하면서 누구나 메달을 노릴 실력을 갖췄다. 올림픽 출전 자격도 무더기로 확보할 수 있었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우승은 이런 토양 속에서 고르게 칼날을 갈았던 효과였다. 사격 역시 1990년대에는 경비가 많이 들어가는 화약총 대신에 실탄 값이 5분의 1 정도인 공기총이 대세를 이뤘으나 이런 제약은 이젠 옛말이 됐다. KT 감독 시절 진종오를 가르쳤던 김진희 대한사격연맹 부회장은 “실탄 사격장이 전국적으로 나주, 대구, 임실 등까지 많이 생기면서 저변이 확대됐다. 공기총과 화약총 등을 두루 접하게 된 것도 기록 향상에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은메달이 부쩍 줄어들었다. 그만큼 2위와의 격차를 벌리며 세계 정상의 독보적인 기량을 지니게 됐다는 의미다. 앞으로도 시상식에서 애국가를 울리게 할 종목은 즐비하다. 한국이 종주국인 태권도에는 4명이 출전해 3개(차동민 이대훈 황경선)까지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우생순’으로 국민적인 관심을 받는 여자 핸드볼과 올림픽 사상 첫 4강에 오른 축구 역시 돌풍을 일으킬 태세다. 베일에 가려 있던 종목과 선수에서 뜻밖의 낭보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금메달 환호로 열대야를 씻는 날은 계속될 것 같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한 달 사이에 같은 장소에서 두 번 울었다. 테니스 발상지 영국에서 성지로 불리는 영국 런던 인근의 윔블던 올잉글랜드 클럽 센터코트에서였다. 한 번은 패배의 아쉬움에 눈시울을 붉힌 반면 두 번째는 승리의 환희에 젖어들었다. ‘영국의 희망’ 앤디 머리(25)가 올림픽 테니스 남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이 중반을 넘어서면서 숱하게 쏟아진 메달 가운데 주최국 영국은 유난히 머리의 우승에 환호했다. 영국 선수로는 1908년 역시 런던 대회 때 조시아 리치 이후 104년 만에 올림픽 테니스 남자 단식 정상에 서며 종주국의 자존심을 기어이 살렸기 때문이다. 세계 4위 머리는 6일 끝난 결승에서 4대 메이저 타이틀에 이어 올림픽 금메달까지 휩쓰는 ‘골든 슬램’을 노렸던 세계 1위 로저 페데러(스위스)를 1만5000여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3-0(6-2, 6-1, 6-4)으로 완파했다. 머리는 지난달 9일 윔블던 결승에 올라 영국 선수로는 76년 만의 우승에 도전했지만 패한 뒤 울음을 터뜨리는 안타까운 장면을 보였다. 당시의 기억은 머리의 머릿속에서 모두 사라진 듯했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머리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내 인생 최고의 승리다. 다른 영국 선수들이 금메달 따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감을 키웠다”고 말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정상은 오르기보다 지키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에서는 더욱 실감난다. 사재혁(27)은 2일 열린 역도 남자 77kg급에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이어 2연속 금메달을 노렸다. 하지만 인상 2차 시기에서 바벨을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바벨 무게를 못 이겨 뒤로 떨어뜨리다 오른쪽 팔꿈치가 심하게 꺾여 골절됐다. 평소와 달리 진작 놨어야 할 바벨을 끝까지 붙잡고 있다 부상을 키웠다. 박종영 대한역도연맹 회장은 “사재혁의 2연패 의지가 너무 강했다. 동메달을 사실상 확보하자 금메달을 그리다 사고가 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박태환도 2연패를 노린 수영 자유형 400m에서 오심 판정에 휘말린 뒤 우여곡절 끝에 라이벌 쑨양(중국)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지만 아쉬움은 컸다. 올림픽 2회 연속 우승의 꿈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1996년 애틀랜타 대회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레슬링에서 2회 연속 우승한 심권호. 그는 “처음 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 4년 동안 동면(冬眠)에 들어갔으면 했다. 현재 몸 그대로 다음 대회에서도 뛰기 바라는 마음에서였다”고 털어놓았다. 박태환의 아버지 박인호 씨는 “태환이의 입에서 죽고 싶다는 말이 나올 만큼 힘들게 운동했다”고 안쓰러워했다. 일단 올림픽 챔피언이라는 목표를 이룬 뒤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4년 동안 고단한 훈련 과정을 되풀이하려면 고도의 인내심이 요구된다. 어느새 유명 스타의 반열에 올랐기에 주위의 유혹도 많다. 세계 최강 여자 양궁에서도 개인전 2연패는 없었다. 올림픽에 2회 연속 태극마크를 달기도 힘들다. 주위의 견제와 분석도 심해진다. 테니스 스타 출신인 박성희 스포츠 심리학 박사는 “오로지 운동에만 매달리는 한국의 스포츠 풍토가 롱런의 저해요소다. 다양한 취미와 지적 활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주 종목이 아닌 10m 공기권총에서 금메달을 딴 진종오는 4년 전 금메달을 차지한 50m 권총에서 2연패를 조준하고 있다. 역도 장미란과 태권도의 황경선 차동민도 2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기 위한 막바지 조율에 들어갔다. 도전만으로 박수 받을 만한 이들은 어떤 성적을 거둘까.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이유를 막론하고 이런 일이 벌어져 죄송하다.’ 고의 패배로 실격한 한국 여자 복식 대표 선수들은 뒤늦게 후회의 글까지 남겼지만 한번 어긴 스포츠 정신을 되살릴 수는 없었다. 코트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그들이 4년을 준비한 올림픽 무대를 떠나게 됐다. 정경은-김하나, 하정은-김민정과 여자 복식 담당 김문수 코치는 2일 한국 선수단으로부터 “AD카드를 반납하고 선수촌을 떠나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기흥 한국 선수단장은 “지나치게 승부에 집착한 나머지 과욕을 부려 이런 우를 범했다. 한국 선수단 본부임원 회의를 열어 선수 4명과 지휘 책임을 물어 김 코치에 대한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AD카드 없이는 경기장, 훈련장 출입이 불가능해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성한국 대표팀 감독은 다른 종목 경기가 진행 중이며 직접 연관이 없다고 판단해 징계 대상에서 제외했다. 김문수 코치는 배드민턴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박주봉과 짝을 이뤄 남자 복식 금메달을 딴 선수라 올림픽에서 영욕이 교차했다. 런던 올림픽에서 최악의 승부 조작 스캔들로 떠오른 이번 사건은 자국 선수끼리의 4강 대결을 피하기 위한 중국의 ‘져주기 꼼수’에 한국과 인도네시아까지 합세해 무성의한 플레이를 펼쳐 비난을 샀다. 국제배드민턴연맹(BWF)의 실격 처분에 이은 한국 선수단의 징계로 이번 사태는 일단 수습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BWF는 조별리그 모든 경기를 분석해 고의 패배 여부를 가리겠다고 공언했지만 사후약방문이라는 따가운 시선도 있다. 몇 년째 관행처럼 국제대회에서 져주기 사태가 빈번했는데도 이렇다할 조치가 없던 BWF의 수수방관이 화를 불렀다는 얘기다. 최근 배드민턴의 올림픽 제외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악재가 될 수도 있다. 한편 이번 파문의 원인 제공자인 중국의 여자 복식 대표 위양은 은퇴를 선언했다. 왕샤올리와 짝을 이뤄 세계 1위에 올라 있는 위양은 “사랑하는 배드민턴에 작별을 고한다. 세계배드민턴연맹이 매정하게 우리의 꿈을 깨버렸다”고 한탄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우정과 연대, 페어플레이 정신에 따라 어떤 차별도 없는 스포츠로 세계 젊은이들을 가르쳐 더 나은 세계를 만든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쿠베르탱 남작이 주창한 올림픽 운동의 정신이다. 한 세기가 넘는 세월이 흐르면서 이젠 먼지 낀 역사책에서나 확인할 공허한 얘기가 된 건 아닐까.30회째를 맞은 2012 런던 올림픽이 연이은 오심 파문으로 감동은커녕 원성까지 산 데 이어 ‘져 주기 파문’으로 올림픽 사상 보기 드문 무더기 실격 사태가 일어났다. 나흘 연속 태극전사들이 그 소용돌이에 휘말렸기에 최악의 오점을 남긴 올림픽으로 불리고 있다.1일 영국 런던 웸블리 아레나에서 열린 배드민턴 여자 복식 조별리그 A조 3차전. 세계 8위 정경은-김하나 조는 세계 1위인 중국의 왕샤오리-위양 조에 2-0(21-14, 21-11)으로 완승했다. 중국 선수들이 고의로 서브 실수를 해 포인트를 잃는가 하면 한국의 서브를 제대로 받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국 선수들 역시 성의 없는 플레이를 펼쳤다. 관중석에선 야유가 쏟아졌다. 심판위원장이 코트에 들어와 선수들을 훈계하는 진풍경까지 연출됐다. 중국의 고의 패배는 유리한 대진을 만들기 위한 꼼수였다. 중국 선수끼리의 4강 대결을 피한 뒤 결승에서나 만나게 할 의도였다.중국의 무리수에 다음 경기였던 한국의 하정은-김민정 조와 멜리아나 자우하리-그레이시아 폴리 조(인도네시아)도 전력투구를 하지 않았다. 이 경기를 패해야 8강에서 일부러 진 세계 1위의 중국 조를 피할 수 있었다. 한국도 자국 선수끼리 맞붙는 게 달갑지 않은 건 마찬가지였다. 결국 한국이 이기긴 했어도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은 원인 제공자인 중국뿐 아니라 한국, 인도네시아에 대한 청문회를 열어 한국 4명과 중국 2명, 인도네시아 2명 등 8명의 선수를 실격 처리했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이 결정에 불복해 BWF에 500달러의 공탁금을 걸고 제소했으며 인도네시아도 동참했다. 토마스 룬 BWF 사무총장은 “이의 제기가 나온 만큼 아직 최종 결정은 아니다”라며 여운을 남겼다.이번 사태는 잦은 고의 패배와 오심 조장으로 원성을 산 중국과 다른 국가의 감정 대립, 배드민턴 주도권 다툼이 치열한 아시아와 유럽의 파워 게임이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아시아에 밀려 주도권을 잃은 유럽 측에는 분위기 반전의 좋은 빌미가 됐다. BWF 회장인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도 팔을 안으로 굽힐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중국의 징계수위가 같은 것은 형평성 논란을 일으켰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우정과 연대, 페어플레이 정신에 따라 어떤 차별도 없는 스포츠로 세계 젊은이들을 가르쳐 더 나은 세계를 만든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쿠베르탱 남작이 주창한 올림픽 운동의 정신이었다. 한 세기가 넘는 세월이 흐르면서 이젠 먼지 낀 역사책에서나 확인할 공허한 얘기가 된 건 아닐까. 30회 째를 맞은 2012 런던 올림픽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지나친 상업주의가 여전한 가운데 연이은 오심 파문으로 감동은커녕 원성까지 샀다. 게다가 이번에는 스포츠맨십과 동떨어진 '져주기 파문'까지 벌어졌다. 1일 영국 런던 웸블리 아레나에서 열린 배드민턴 여자 복식 조별리그 A조 3차전. 세계 8위 정경은-김하나 조는 세계 1위인 중국의 왕샤올리-위양 조에 2-0(21-14, 21-11)으로 완승했다. 이날 중국 선수들은 고의로 서브 실수를 해 포인트를 잃는가 하면 한국 서브를 제대로 받지도 않았다. 어이없는 플레이에 관중석에선 야유가 쏟아졌다. 심판위원장이 코트에 들어와 중국 선수들을 훈계하는 진풍경까지 연출됐다. 중국의 고의 패배는 유리한 대진을 만들기 위한 꼼수였다. 중국 선수끼리의 4강 대결을 피한 뒤 결승에서나 만나게 할 의도였다. 중국의 무리수에 다음 경기였던 한국의 하정은-김민정 조와 멜리아나 자우하리-그레시아 폴리 조(인도네시아)도 전력투구를 하지 않았다. 이 경기를 져야 8강에서 일부러 진 세계 1위의 중국 조를 피할 수 있었다. 결국 한국이 이기긴 했어도 세계배드민턴연맹은 원인 제공자인 중국 뿐 아니라 최선을 다하지 않은 한국, 인도네시아의 징계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승부 조작을 조장한 대진 방식과 경기 일정 등도 도마에 올랐다. 배드민턴 세계 최강 중국은 지나친 성적지상주의로 번번이 원성을 샀다. 중국은 4년전 베이징 올림픽 여자 복식에서는 껄끄러운 한국의 이경원-이효정 조를 4강에서 떨어뜨리려고 의도적인 오심을 쏟아냈다. 영국 BBC와 로이터통신 등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이번 사태를 "스포츠에 대한 모욕이자 해악"으로 지적했다. 한 불가리아 선수는 "중국이 지난해 20여 차례나 자국 선수끼리의 경기를 피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쿠베르탱 남작이 어디선가 통탄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2012 런던 올림픽에 달갑지 않은 불청객이 찾아들었다. 바로 오심이라는 훼방꾼이다. 흔히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 한다. ‘심판도 사람’이라는 말은 어느 정도 실수는 인정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물론 역대 올림픽에서도 판정을 둘러싼 논란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의 양상은 다르다. 사흘 연속 태극전사가 희생양이 되면서 새벽잠까지 설친 5000만 국민의 공분을 사고 허탈하게 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좀처럼 판정과 관련해 볼 수 없던 희한한 장면이 쏟아졌다. 수영장에서, 유도장에서, 펜싱장에서 오심의 현장을 지켜본 한국 대표팀 관계자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이런 건 처음이다”였다. 31일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준결승에 출전한 신아람은 독일의 브리타 하이데만과의 연장전에서 종료 1초 전 멈춰 버린 시간에 눈물을 쏟았다. 5-5로 맞선 상황에서 비기기만 해도 프리오리테(우선권 조항)에 따라 결승에 올라 은메달을 확보할 수 있었던 그는 상대의 3차례 공격을 모두 막아 냈지만 그때마다 1초의 시간이 줄어들지 않아 결국 1점 차로 패했다. 이광기 대한펜싱협회 부회장은 “전기 심판기를 사용하는 펜싱에서 오작동은 일어날 수 있어도 이런 오심은 드물다”고 말했다. 프랑스 AFP통신은 ‘신아람이 흘린 통한의 눈물’이라는 기사에서 이 사건을 올림픽 사상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5가지 판정 사례 중 하나로 꼽았다. 판정 오발탄은 ‘마린보이’ 박태환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달 29일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그는 부정 출발에 따른 실격 판정을 받았다. 올림픽 수영 사상 첫 판정 번복을 이끌어 내며 결선에 올랐지만 이미 심신은 지칠대로 지친 뒤였다. 그 다음 날 유도 남자 66kg급 조준호는 에비누마 마사시(일본)와의 8강전에서 연장전(골든 스코어)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해 판정을 기다렸다. 3명의 심판이 모두 자신의 도복 색깔과 같은 청색기를 들었기에 조준호는 이긴 줄 알았다. 그런데 갑자기 심판위원장이 심판들을 불러 모으더니 재판정이 이뤄졌다. 이번에는 모두 흰색기가 올라갔다. 패자전으로 밀려난 조준호는 값진 동메달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판정 논란에는 개최국 영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영국은 31일 체조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275.997점)에 이어 2위(271.711점)에 올라 은메달을 딴 줄 알았다. 하지만 일본이 우치무라 고헤이의 안마 점수에 대한 이의를 제기한 뒤 비디오 판독을 통해 점수를 상향 조정했다. 당초 4위였던 일본은 271.952점이 돼 영국을 제치고 2위가 됐다. 영국은 동메달로 밀려나 100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딴 데 만족했다. 3위였던 우크라이나는 노메달이 됐다. 최근 최첨단 고화질 카메라를 도입한 TV 중계 기술의 발달과 비디오 판독 시스템 등이 종목마다 속속 도입되면서 어설픈 판정은 용납되지 않는다. 혼란과 상처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공정하고 정확한 판정이 요구되는 이유다. ‘오심 올림픽’은 스포츠 팬뿐 아니라 당사자인 승자와 패자에게도 모두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유도 여자 48kg급. 작고 다부진 체구의 17세 소녀가 당시 무적으로 군림하던 월드스타 다무라 료코(일본)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북한의 계순희(33)였다. 앳된 얼굴로 감격의 눈물을 펑펑 쏟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로부터 16년이 흘러 30일 열린 2012년 런던 올림픽 유도 여자 52kg급. 매트에서 환갑이라는 30세도 넘은 나이. 하지만 세월을 거스르는 듯했다. 160cm의 작은 키에도 상대를 연파한 끝에 결승에서는 연장까지 치르며 쿠바의 베르모이 아코스타 야네트를 눌렀다. 펄쩍펄쩍 뛰며 환호하던 그의 눈가도 촉촉이 젖어들었다. 계순희보다 한 살 어린 안금애(32)였다. 안금애는 계순희에 이어 북한 유도에 사상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안겼다. 경기 후 안금애는 “우리 조선의 여왕이라고 할 수 있는 계순희의 정신을 따라가면서 나도 작으나마 조국에 메달로 보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비록 나이 차는 적어도 북한에서 인민체육인으로 칭송받는 계순희가 안금애에게는 정신적인 지주였다. 특히 계순희는 이번에 코치로 참가해 안금애의 금메달을 이끌었다. 안금애는 계순희의 뒤를 잇는 북한 유도의 에이스였다. 2005년 세계선수권 동메달에 이어 그해 아시아선수권 우승으로 북한이 선정한 ‘체육부문 10대 최우수선수’에 뽑혔다.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에서도 북한의 첫 금메달 주인공은 이번처럼 안금애였다. 4년 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따냈다. 북한은 안금애와 함께 역도 남자 56kg급에서 엄윤철(21)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인상에서 125kg을 기록한 뒤 용상에서 올림픽 신기록인 168kg을 들어올려 합계 293kg으로 1위를 차지했다. 키가 152cm인 엄윤철은 지난해 세계주니어선수권 챔피언으로 성인 무대에서는 두 번째 도전 만에 세상을 놀라게 했다. 1972년 뮌헨 올림픽부터 출전한 북한이 올림픽에서 하루에 금메달 2개를 딴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 잡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북한의 예상 성적을 은메달 1개로 예상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 개막 직전에서야 선수단 출전 규모(56명)가 밝혀진 북한의 초반 돌풍이 계속될 수 있을까. 전력이 워낙 베일에 가려 있기에 누가 갑자기 튀어나올지 알 수 없다. 북한은 역도 남자 62kg급 김은국, 역도 여자 58kg급 정춘미와 5명이 출전한 레슬링에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4년 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에 그쳤던 북한의 선전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영향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 집권 후 처음 열리는 대규모 국제 행사인 만큼 대외 선전과 체제 강화의 수단으로 올림픽을 활용하기 위해 예전보다 공을 들였다는 것이다. 안금애와 엄윤철의 우승 소감에는 약속이나 한 듯 김정은이 등장했다. “우리 김정은 동지께 금메달로 기쁨을 드렸다고 생각하니 더이상 기쁠 수 없다.”(안금애) “내 실력 향상의 비결은 따로 없다. 김정일 동지와 김정은 원수님의 사랑 때문이다.”(엄윤철)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이 김정일보다는 운동에 관심과 취미가 많다. 스포츠에서도 변화가 있을 것이다. 선군 정치의 딱딱한 분위기에서 체육 오락에 관심을 갖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윙크 왕자’ 이용대(삼성전기)가 런던 올림픽에서 남자복식에만 다 걸게 됐다. 이용대는 하정은과 짝을 이룬 혼합복식에서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용대-하정은 조는 30일 영국 런던 웸블리 아레나에서 열린 배드민턴 혼합복식 예선 C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덴마크의 토마스 라위부른-카밀라 뤼테르 줄 조에 0-2로 패했다. 예선 전적 2패를 기록한 이들은 남은 인도와의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탈락했다. 이로써 이용대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이효정과 짝을 이뤄 우승했던 이 종목 타이틀 방어에 실패했다. 하지만 약세였던 혼합복식 대신 우승 후보로 꼽히는 정재성과의 남자복식에 전념하게 됐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