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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ABC 시트콤 ‘모던 패밀리’의 인기가 심상찮다. 3월 마지막 주 모던 패밀리 시즌2가 시청률 4위를 기록했다. 리얼리티 쇼를 제외한 모든 드라마와 시트콤 중 최고 시청률이다. 앞서 시즌1은 에미상 6개 부문을 휩쓸었고, 시즌3도 일찌감치 재계약에 성공했다. 미국에 모던 패밀리가 있다면 요즘 한국엔 MBC ‘몽땅 내 사랑’이 있다. 짠돌이 학원 원장인 김원장(김갑수), 복수의 화신 김집사(정호빈) 같은 독특한 캐릭터에 조권, 가인, 윤두준 등 아이돌 스타가 합세해 호응을 얻고 있다. 모던 패밀리의 가족 구성은 ‘포스트모던’ 하다. 집안의 어른 제이는 딸뻘인 글로리아와 재혼한 사이다. 글로리아는 콜롬비아 출신으로 아들 매니를 데리고 시집왔다. 제이의 아들 미첼은 파트너 캠과 베트남 아기 릴리를 입양해 키우는 게이 커플이다. 제목처럼 ‘근대적 가족’을 꾸린 건 필과 결혼해 세 아이를 키우는 제이의 딸 클레어뿐이다. 개성이 강한 이들은 끊임없이 충돌한다. 마초 아버지 제이와 게이 아들 미첼은 물과 기름이다. 클레어는 제 또래의 새어머니 글로리아가 못마땅해 신경전을 벌이고, 제이는 의붓아들 매니와 크리스마스를 콜롬비아식으로 보낼지 미국식으로 보낼지를 놓고 입씨름한다. 감독은 모큐멘터리(mockumentary·다큐 형식을 띤 드라마) 기법을 도입해 이들의 다툼을 한 발짝 떨어져 보도록 하는 ‘차가운’ 방식을 택했다. 당장 돌아서서 연락을 끊고 지내도 이상하지 않을 만한 ‘콩가루 집안’이라는 이미지가 그래서 더욱 강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렇기 때문인지 모던 패밀리의 가족애는 더욱 끈끈하게 느껴진다. 모던 패밀리에서 가족이란 핏줄이나 정으로 이어져 떼려야 뗄 수 없는 공동사회, ‘게마인샤프트(Gemeinschaft)’다. 온갖 갈등 속에서도 마침내 이들이 한데 모여 가족사진을 찍으며 끝나는 시즌1 마지막 장면이 그렇다. 한 집에 모여 가족 행사를 치르며 갈등을 봉합하는 장면이 에피소드마다 등장하고, 등장인물들은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내레이션으로 에피소드를 마무리한다. 모던 패밀리는 따뜻하지만 몽땅 내 사랑은 냉소적이다. 몽땅 내 사랑의 가족은 겉으로 보기엔 전형적인 게마인샤프트이나 알고 보면 계약관계로 이뤄진 이익사회인 ‘게젤샤프트(Gesellschaft)’에 가깝다. 김원장과 재혼한 미선(박미선)이 김원장에게 나긋하게 대하는 이유는 딱 하나, 그가 남기고 죽을 유산 때문이다. 미선은 김원장이 잃어버린 딸 승아(윤승아)를 찾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자신의 아들 옥엽(조권)이 승아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승아의 존재가 드러날까봐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 한다. 김원장네 가족이 처음으로 함께 뭉친 것은 100만 원의 상금이 걸린 상가번영회 장기자랑에서 우승하기 위해서였다. ‘이익이 되는 사람’만 가족인 셈이다. 옥엽과 쌍둥이 남매인 금지(가인)는 김원장의 딸이라기보다는 김원장이 운영하는 학원의 강사에 가깝다. 김원장의 유일한 핏줄인 승아가 김원장에게 구박받는 학원 알바생이라는 설정은 게젤샤프트 김원장네를 극단적으로 상징한다. 모던 패밀리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믿을 건 가족뿐’이라고 여기게 된 미국 사회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몽땅 내 사랑은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다. TV는 현실을 반영한다는 사실을 두 시트콤은 우습게, 감동적으로, 때로는 씁쓸하게 보여준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A급은 아니다. 그런데 B급도 아니다. 뭐라 정의할 수 없는 함수 X를 써서 X급이라고 해야 할까. 개그에서 음반 활동까지 유세윤(31)이 그만의 ‘예능세계’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KBS ‘개그콘서트’에서 복학생 캐릭터와 ‘사랑의 카운슬러’ 코너를 통해 ‘주류’ 개그맨으로 떴다. 하지만 ‘개콘으로 성공한 개그맨은 버라이어티 쇼 진행자를 한다’는 공식을 깨고 굳이 비주류의 길을 걷고 있다. 그에게 ‘작가주의 예능인’ ‘X급 딴따라’라는 이름이 붙는 이유다.“어느 한 분야에서 활동하기보다 새로움을 창조하는 예술인이 되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유세윤의 활동 분야는 지상파나 개그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개그맨 신분’으로 활동하는 건 MBC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 출연 정도다. 요즘 그는 오히려 ‘음악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가 결성한 2인조 그룹 ‘UV’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신곡 ‘이태원 프리덤’은 1980년대 유로댄스풍의 노래에 ‘배달하는 집배원/물건파는 판매원/기타치는 김태원/모두 모여 이태원’이라는 가사로 그만의 작가주의를 잘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비주류 그룹의 음반 작업에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박진영이 피처링을 해 화제가 됐다.지난해 발표했던 노래 ‘쿨하지 못해 미안해’와 ‘이태원 프리덤’에서 그가 보여준 패러디와 풍자 정신은 최근 케이블채널 ‘엠넷’이 방송 중인 페이크(fake·가짜) 다큐멘터리 ‘UV신드롬 비긴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UV가 전 세계에 어려움이 닥칠 때 노래로 인류를 구원했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고, ‘빅뱅’ 같은 유명 아이돌 그룹이 UV에게 가르침을 받는다는 내용을 담은 프로다. 이 프로의 제작발표회에서는 가짜 UV가 등장해 UV의 사인을 복사해 나눠주고, 이를 진짜 UV가 응징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아이돌 그룹이 음반 홍보를 위해 사인회를 열고, 자신들의 일상을 담은 ‘리얼 다큐’를 찍는 가요계 모습과 절묘하게 맞물린다.유세윤의 X급 예능감(感)은 ‘통큰 치킨’이라는 사회적 이슈도 놓치지 않았다. UV 분장을 한 채 통큰 치킨을 사려고 줄을 선 사진을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리며 “뮤지션 우대 없어. 아 짜증나”라는 감상을 띄워 눈길을 끌었다.제작진에게도 그의 종잡을 수 없는 예능 세계는 탐구 대상이다. ‘무릎팍도사’의 박정규 PD는 “개그를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자기 삶으로 끌고 들어가는 개그맨”이라고 했다. ‘UV신드롬 비긴즈’의 박준수 PD는 “‘웃기려는 자는 웃기지 않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본능적으로 웃기는 걸 즐기는 개그맨”이라고 평가했다.유세윤의 ‘개콘’ 시절을 함께했던 김석현 전 개그콘서트 PD는 “(유세윤은) 영악하고 머리가 좋아서 가끔 ‘이게 진실일까. 속에 뭐가 들어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머리가 좋은데 진지한 건 싫어하는 그런 친구다”라고 전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A급은 아니다. 그런데 B급도 아니다. 뭐라 정의할 수 없는 함수 X를 써서 X급이라 해야 할까. 개그에서 음반 활동까지 유세윤(31)이 그만의 '예능세계'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KBS '개그콘서트'에서 복학생 캐릭터와 '사랑의 카운슬러' 코너를 통해 '주류' 개그맨으로 떴다. 하지만 '개콘으로 성공한 개그맨은 버라이어티 쇼 진행자를 한다'는 공식을 깨고 굳이 비주류의 길을 걷고 있다. 그에게 '작가주의 예능인' 'X급 딴따라'라는 이름이 붙는 이유다. "어느 한 분야에서 활동하기보다 새로움을 창조하는 예술인이 되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유세윤의 활동 분야는 지상파나 개그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개그맨 신분'으로 활동하는 건 MBC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 출연 정도다. 요즘 그는 오히려 '음악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가 결성한 2인조 그룹 'UV'가 지난 28일 발표한 신곡 '이태원 프리덤'은 1980년대 유로댄스풍의 노래에 '배달하는 집배원/물건파는 판매원/기타치는 김태원/모두 모여 이태원'이라는 가사로 그만의 작가주의를 잘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비주류 그룹의 음반 작업에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박진영이 피처링해 화제가 됐다. 지난해 발표했던 노래 '쿨하지 못해 미안해'와 '이태원 프리덤'에서 그가 보여준 패러디와 풍자 정신은 최근 케이블채널 '엠넷'이 방송 중인 페이크(fake·가짜) 다큐멘터리 'UV신드롬 비긴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UV가 전 세계에 어려움이 닥칠 때 노래로 인류를 구원했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고, '빅뱅' 같은 유명 아이돌 그룹이 UV에게 가르침을 받는다는 내용을 담은 프로다. 이 프로의 제작발표회에서는 가짜 UV가 등장해 UV의 사인을 복사해 나눠주고, 이를 진짜 UV가 응징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아이돌 그룹이 음반 홍보를 위해 사인회를 열고, 자신들의 일상을 담은 '리얼 다큐'를 찍는 가요계 모습과 절묘하게 맞물린다. 유세윤의 X급 예능감(感)은 '통큰 치킨'이라는 사회적 이슈도 놓치지 않았다. UV 분장을 한 채 통큰치킨을 사려고 줄을 선 사진을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리며 "뮤지션 우대 없어. 아 짜증나"라는 감상을 띄워 눈길을 끌었다. 제작진에게도 그의 종잡을 수 없는 예능 세계는 탐구 대상이다. '무릎팍도사'의 박정규 PD는 "개그를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자기 삶으로 끌고 들어가는 개그맨"이라고 했다. 'UV신드롬 비긴즈'의 박준수 PD는 "'웃기려는 자는 웃기지 않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본능적으로 웃기는 걸 즐기는 개그맨"이라고 평가했다. 유세윤의 '개콘' 시절을 함께 했던 김석현 전 개그콘서트 PD는 "(유세윤은) 영악하고 머리가 좋아서 가끔 '이게 진실일까. 속에 뭐가 들어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머리가 좋은데 진지한 건 싫어하는 그런 친구다"라고 전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이렇게 다 모이는 건 4년 만인 것 같아요. 바쁜 분들인데 저 때문에 모여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에요.” “그렇죠?” 이정윤 씨가 운을 떼자 김주원 씨가 금세 받아친다. 옆에 앉은 엄재용 황혜민 씨가 웃음을 터뜨렸다. 30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 연습실에 한국 무용계의 빛나는 별들이 떴다.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 이 씨,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 씨,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엄 씨, 황 씨다. 이들은 4월 9, 10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이정윤&에투왈’ 무대에 함께 선다. 현대무용 안무가이자 LDP무용단 대표를 맡고 있는 신창호 씨도 출연한다. 뮤지션 남궁연 씨는 비디오아트를 선보이고, 가수 이상은 씨는 이정윤 씨가 새로 안무한 ‘해어화’에서 자신의 노래 ‘이어도’를 들려준다. 이번 공연은 이정윤 씨의 국립무용단 입단 10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있다. 국립극장 기획공연으로 이렇게 한 무용수를 주목하는 공연이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황 씨는 “저도 발레단 입단 10년째인데, 이런 공연을 한 번쯤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엄 씨의 말이 뒤따랐다. “전 11년째에요.” “난 14년째인데…. 미안하다. 오래돼서.” 김 씨의 한마디에 또 와르르 웃음소리가 쏟아졌다. 세 사람은 곧 “안무가가 되지 않는 이상 무용수가 자기 이름 걸고 공연하기는 정말 어렵다. (이 씨가) 부럽다”고 입을 모았다. 이 씨는 “10년을 돌아보는 자리인 만큼 그동안 알아온 벗들, 지인들과 함께하고 싶었다”고 했다. 엄재용 황혜민 씨와는 4년 전 유니버설발레단에서 창작발레 ‘춘향’을 만들 때 한국무용 트레이너로 참여하며 인연을 맺었다. 김주원 씨는 2007년 정동극장 ‘아트 프론티어’ 공연 당시 이 씨에게 안무를 부탁해 ‘The one’으로 함께 무대에 섰다. 10일에도 두 사람은 ‘The one’을 함께 춤춘다. “남들에게 폐 끼치는 능력이 탁월하다. 욕심도 많고 재능도 많고 부탁도 잘 한다.” 남궁 씨가 이 씨에 대해 내린 농담 섞인 평가다. 엄 씨가 이 말을 전해 듣더니 한마디 덧붙였다. “정윤이 형은 ‘어, 이 형이 어떻게 여기 와있지?’ 싶은 곳에서 늘 만나요. 그만큼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고 열정도 넘치고요.” 엄 씨는 황 씨와 함께 창작발레 ‘심청’ 중 ‘달빛 파드되’를 춘다. 이 씨가 안무에 참여한 작품은 아니지만 한국적 느낌을 잘 살려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이라 특별히 부탁했다고 했다. 황 씨는 “28일 ‘돈키호테’ 공연을 끝내고 다음 주 대만 공연을 다녀온 뒤 바로 ‘이정윤&에투왈’ 무대에 선다. 바쁜 일정이지만 다양한 장르가 모이는 이번 공연의 구성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말했다. 김 씨도 바쁘긴 마찬가지다. 다음 주 호주 공연을 마치고 9일 귀국해 10일 무대에 선다. 김 씨는 “2000년 동아무용콩쿠르 때 대학생이던 정윤 씨의 춤을 처음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정윤 씨의 춤은 우리 춤이 정말 역동적하고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하는 걸 보여줘요. 동갑이지만 존경하는 마음이 생길 정도에요. 다들 바쁜데도 이렇게 모일 수 있는 건 정윤 씨 힘이죠.” 이 씨는 이번 공연에서 새 안무작 셋을 선보인다. ‘해어화’ 외에도 강강술래를 모티브로 남성 무용수가 등장하는 ‘이터널 댄스’, 안동 하회별신굿놀이를 바탕으로 한 ‘러브 풀’이 무대에 오른다. 한자리에서 신작을 여럿 선보이는 건 이 씨에게도 새로운 도전이다. “국립무용단 주역무용수로 활동하면서 한국의 전통을 알리기 위해선 오히려 새로운 분야를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움직임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 관심을 가져왔죠. 그렇게 쌓아온 10년을 이렇게 다양한 색깔과 철학을 가진 분들과 나눌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제 비공식 직함은 ‘날아다니는 프로듀서’입니다. 여러 나라에 판매한 TV쇼에 제작의 노하우를 전하는 컨설팅 업무를 맡아 늘 비행기를 타고 다니기 때문이죠.”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인 ‘브리튼스 갓 탤런트’의 제작사인 영국 프리멘털미디어의 크리스 오델 상임 총괄 프로듀서(사진)가 한국을 찾았다. 케이블 채널인 tvN이 ‘브리튼스 갓 탤런트’의 판권을 사와 제작하는 ‘코리아 갓 탤런트’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29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본보 기자와 단독으로 만난 오델 프로듀서는 오디션 프로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친근한 사람들이 나와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솔직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시청자를 다 포용할 수 있는 콘셉트여서 여러 나라에 수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영국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포함해 TV쇼 포맷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다.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아메리칸 아이돌’도 프리멘털미디어의 ‘팝 아이돌’을 따라 만든 것이다. 오델 프로듀서는 영국이 방송 콘텐츠 강국이 된 비결에 대해 “다채널 환경에서 시청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하며 경쟁해야 한다. 또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영어권 국가의 주목을 끌기 쉽다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리멘털미디어는 늘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고 TV쇼를 개발한다. 영국 본사와 미국 로스앤젤레스, 호주, 덴마크, 네덜란드 지사에는 각각 개발부가 있어 늘 회의로 의견을 교환한다”고 소개했다. 각 지사는 자국의 방송환경이나 시청자 수요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 회의를 통해 자연스럽게 세계적인 콘텐츠가 탄생한다는 설명이다. 프리멘털미디어는 각국의 프로그램 포맷을 사서 세계 시장에 통할 수 있도록 손질한 뒤 다른 국가에 판매하는 일도 한다. 일본 버라이어티쇼의 한 코너였던 ‘홀 인 더 월’도 이 회사를 거쳐 세계 35개국에 판매됐다. 그는 “TV쇼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쇼의 기본 규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갓 탤런트’의 첫 오디션에서는 어떤 무대장치도 제공해 주지 않죠. 그 사람의 촌스러운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하지만 준결승 이상으로 올라가면 조명이나 음악 등을 가미해 연출을 해 줍니다. 그런 기본적 규칙을 지킴으로써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더 극적인 효과를 연출해 낼 수 있습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전혀 반대의 매력을 지닌 두 작품이 한무대에 올랐다. 관객에겐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25,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린 ‘국립현대무용단 안무가 베이스캠프’ 첫 공연. 안무가 지원 프로그램으로 탄생한 여섯 작품 중 김성용 씨의 ‘가라앉다’와 밝넝쿨 씨의 ‘헨델과 그레텔’이 잇달아 선보였다. 김 씨의 솔로 ‘가라앉다’는 영상과 음악, 춤이 한데 움직일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작품이었다. 흰색 무대 바닥은 영상을 비추는 스크린이었다. 김 씨는 그 위에 엎드린 채 등장했다. 스스로 영상의 일부가 돼 스크린 속으로 들어간 셈이다. 공연이 후반부로 치달으면서 기계가 폭주하듯 다양한 색조의 영상과 ‘어둠 속 침몰’ ‘I need white light’ 등의 문구가 빠른 속도로 스크린 위로 쏟아졌다. 한가운데서 몸부림치듯 춤추는 김 씨의 모습은 영상에 묻혀 사라졌다가 다시 보이기를 반복했다. ‘자아 찾기’라는 다소 상투적인 주제의식이 적절한 이미지로 표현되는 순간이었다. 영상이 끝남과 동시에 김 씨는 무대 위로 쓰러졌다. 그가 떠난 자리에는 그대로 그의 그림자만 남았다. 무용수는 말 그대로 스크린 속으로 가라앉았다. ‘헨델과 그레텔’은 결말의 해방감까지 관객을 기다리게 하는 ‘가라앉다’와 달리 처음부터 쿵쾅대는 음악으로 관객을 놀라게 했다. 원시부족을 연상케 하는 복장의 무용수 6명이 등장했다. 숲 속에 버려진 채 그 속을 헤매고 다녔을 동화 ‘헨젤과 그레텔’의 주인공들을 연상시켰다. 그들은 음악 없이 무술영화에서 합을 맞추듯 코믹하면서도 야성적인 동작을 선보이더니 이내 클래식 작곡가 헨델의 음악에 똑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원시적인 동작과 아름다운 선율이 한데 어울렸다. 작품은 무용수들이 춤출 때마다 산산이 흩어지는 땀을 관객들에게 그대로 보여주며 투박하게 전진해 나갔다. ‘가라앉다’는 영상과 음악이 함께하는 ‘첨단’이되 춤은 간결했다. ‘헨델과 그레텔’은 움직임 하나로 모든 것을 말했지만 그 움직임에 힘이 넘쳤다. 상반된 성격을 지녔지만 작품의 일관성과 완결성은 일치했다. 관객의 박수를 받기에 충분한 무대였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배경은 화려한 재벌가. 돈과 권력, 후계자 자리를 놓고 암투가 벌어진다. 방영 중인 드라마 SBS ‘마이더스’와 MBC ‘로열패밀리’다. 두 드라마에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피부 탄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 40대 여성이 주인공이며, 이들 곁엔 건장한 30대 초반의 남성이 보디가드처럼 등장한다는 점이다.》‘마이더스’의 주인공은 재벌가의 딸이자 자금운용회사 론아시아의 대표인 유인혜(김희애)다. 그의 곁에는 심복처럼 부리는 변호사 김도현(장혁)이 있다. 사회 경험은 적지만 유능하고 성공에 목마른 남자다.‘로열패밀리’ 주인공은 JK그룹의 둘째며느리 김인숙(염정아)이다. 시어머니인 공순호 회장(김영애)에게 구박받는 며느리였지만 우여곡절 끝에 JK그룹의 지주회사 JK클럽의 사장이 돼 경영권에 도전한다. 그 곁에도 유능한 변호사 한지훈(지성)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퀸메이커’ 역할을 한다.‘권력은 있지만 외로운 40대 여성’과 ‘능력은 있지만 권력은 없는 젊은 남자’가 본격적인 연애를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성적인 긴장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로열패밀리’의 한지훈에게 김인숙은 ‘신이 엄마 대신 보내준 고마운 은인’에서 ‘단 한 명의 여자’로 바뀌어간다. ‘마이더스’에서 유인혜는 김도현의 멘터인 동시에 김도현과 그의 약혼녀 이정연(이민정)을 떼어놓는 역할도 한다. 술에 취한 김도현이 유인혜의 방에서 잠들고, 아침에 잠에서 깬 김도현이 그 방에서 나오는 장면을 이정연이 목격하는 식이다.연상녀-연하남 커플이 등장하는 이른바 ‘쿠거(Cougar)족’ 드라마는 ‘내 이름은 김삼순’(2005년)처럼 예전에도 있었다. 쿠거란 북미 고양잇과 동물로 남자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능력 있는 여성을 뜻하게 된 말. 기존의 쿠거족 드라마들이 남자가 여자를 선택해 구원해주는 신데렐라 스토리였던 데 비해 ‘마이더스’와 ‘로열패밀리’에서는 강한 여자들이 목표물을 손에 넣기 위해 약한 남자를 적극 활용한다.쿠거족 드라마는 30, 40대 직장 여성들의 구매력이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진 현실을 반영한다. 특히 드라마의 주요 시청층이 여성인 점을 감안해 ‘40대에도 여전히 빛나는 미모를 지닌 여성들이 젊은 남성의 충성과 사랑을 받는다’는 줄거리로 여성 시청자들의 환상을 자극한다.외국도 마찬가지다. 최근 미국에서는 커트니 콕스가 주연을 맡은 시트콤 ‘쿠거 타운’ 시즌 2가 인기를 끌고 있다. 성공한 부동산 중개업자인 줄스가 이혼 후 연하남들을 사귀며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다룬 드라마다. 이보다 앞서 ‘섹스 앤드 더 시티’에서는 서맨사가 연하남이자 모델 지망생인 스미스를 만나 그가 성공하도록 이끌어주는 내용이 나왔다.2008년 방송됐던 일본 드라마 ‘어라운드 40’도 같은 계열이다. 여주인공 오가타 사코토(아마미 유키)는 성공한 정신과 의사로 싱글이다. 드라마 제목처럼 40줄에 접어들며 인생의 반려자가 없는 삶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 그녀는 새로 채용한 부하직원인 임상심리사 오카무라 게이타로(후지키 나오히토)와 사랑에 빠진다. 이 드라마는 40세 전후의 싱글 직장여성을 뜻하는 ‘아라포’라는 신조어를 낳으며 아라포를 겨냥한 상품과 서비스가 쏟아지는 등 일본 사회에 신드롬을 일으켰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스마트폰으로 영상물을 들여다보며 엉엉 울고 있다. 출퇴근길에도, 회사에서도, 퇴근 후 침대에 누워서도 마찬가지다. 회사에선 때로 비슷한 연배의 동료들과 같이 보면서 눈물 콧물을 흘린다. 40대 중년 남성 얘기다. SK텔레콤은 최근 영상 콘텐츠 플랫폼 ‘호핀’을 광고하면서 연령대별로 영상물 소비 패턴을 달리해 보여준다. 20대는 남녀가 나란히 영화를 보는 장면이다. 30대는 남성이 코미디물을 웃으면서 보고 있고, 40대는 남자가 멜로물을 보면서 우는 설정이다.》 ‘호핀’ 광고의 ‘궁상맞은’ 40대 남자를 보며 동변상련을 느낄 중년 남자들이 늘고 있다. 시청률 조사회사인 AGB닐슨미디어리서치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일일 드라마와 미니시리즈 등 시청률 상위 10위에 오른 드라마들의 시청자 구성비를 분석한 결과 중년 남성 비중이 꾸준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시청자 가운데 40대 남성의 비중은 2005년 7.6%에서 2010년 9.0%로, 50대 남성은 5.6%에서 7.2%로 늘었다. 같은 기간 20, 30대 남성의 비중은 줄었으며, 여성의 비중은 60.3%에서 60.1%로 큰 변화가 없었다.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드라마가 중년 남성으로 그 시청층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중년 남성들이 드라마에 빠져드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먼저 가족 및 직장 동료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다. 회사원 엄정현 씨(41)는 “아내가 보니까 옆에서 같이 보기 시작했다. 가족들과 함께 드라마를 보면 공통된 얘깃거리를 찾을 수 있어서 챙겨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엄 씨는 펀드매니저들을 다룬 ‘마이더스’나 요리사들 이야기인 ‘파스타’ 등 전문 직업 세계를 다룬 드라마를 보면서 새로운 정보를 얻기도 한다. 드라마를 발원지로 하는 각종 화제를 따라잡고 있으면 직장에서도 “최근 트렌드를 꿰고 있는 쿨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영상 매체에 익숙한 세대들이 중년이 돼서도 자연스럽게 드라마를 보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몇몇 ‘마니아용’ 드라마의 DVD를 소장하고 있는 열혈 드라마 시청자인 권모 씨(40)는 “대학을 다닐 때도 친구들과 드라마 이야기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며 “‘시크릿가든’의 경우 아내는 남녀 주인공이 서로 사랑을 확인하고 난 뒤 김샜다며 보지 않았지만 나는 한 편도 빼놓지 않고 다 봤다”고 말했다. 중년 남성들의 드라마 시청을 사회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분석도 나온다. 사회 전반적으로 여성 파워가 커지고 남자들의 마초 성향이 줄어들면서 콘텐츠 소비 성향도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가정에서는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하고, 밖에서는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스트레스를 받는 중년 남성들이 살벌한 현실에서 도피해 드라마에서 위안을 찾는다는 해석이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막장 드라마의 온갖 극단적인 사례를 보면서 위안을 얻고, 현실과 달리 정의가 승리하는 줄거리를 보면서 상실감이나 박탈감을 해소할 수 있어 허구의 세계인 드라마에 중년 남성들이 빠져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동영 씨(45)는 누적 방문자 수가 30만 명이 넘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 같은 글을 올렸다. “드라마에 나오는 자상한 남자들을 보면서 위기를 느낀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 (집안일을) 하기도 한다.… 아줌마들, 드라마 보는 남편을 구박하지 말라.”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원칙을 지키지 않아 논란을 빚어온 MBC 오락 프로그램 ‘우리들의 일밤’의 ‘나는 가수다’ 코너가 4월 한 달간 결방된다. MBC 관계자는 24일 “새로운 제작진이 프로그램을 재정비한 후 5월경 다시 방송을 내보낼 예정”이라며 “프로그램의 기본 포맷은 유지하되 기존 출연 가수들은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결방 기간에는 태국에서 열린 한류 콘서트와 다른 특집 프로그램이 방송된다. 이에 앞서 가수 김건모 씨(사진)는 ‘나는…’에서 탈퇴한다고 밝혔다. 프로그램의 연출자도 김영희 PD에서 ‘놀러와’의 ‘세시봉 콘서트’를 연출한 신정수 PD로 교체됐다. MBC는 27일 방송되는 ‘우리들의 일밤’에서는 ‘신입사원’을 결방하고 대신 ‘나는…’을 2시간 45분간 특집 방송한다. MBC는 구체적인 특집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김 씨가 탈퇴하기 전에 이미 2회분을 녹화했으며 여기서는 김 씨가 재도전에 성공하고 다른 가수가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바이벌 프로인 ‘나는…’은 20일 방송에서 청중 평가단으로부터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김 씨를 탈락시키지 않아 원칙을 저버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 씨는 23일 오후 “재도전 제의를 받아들여 물의를 빚었기에 시청자와 청중 평가단에 죄송하다”며 탈퇴했다. 윤도현 이소라 씨 등 다른 참여 가수들은 출연 여부에 대해 “현재로서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수 박정현 씨의 매니저인 한성진 티엔터테인먼트 실장은 “제작진 및 다른 출연 가수들과 논의한 후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앞으로 이 프로에 출연할 가수는 없을 것 같다. 프로그램 폐지가 옳다”는 의견과 “프로그램 폐지는 무책임하다. 그 대신 쇄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원칙을 지키지 않아 논란을 빚어온 MBC 오락 프로그램 '우리들의 일밤'의 '나는 가수다' 코너가 4월 한 달간 결방된다. MBC 관계자는 24일 "새로운 제작진이 프로그램을 재정비한 후 5월경 다시 방송을 내보낼 예정"이라며 "프로그램의 기본 포맷은 유지하되 기존 출연 가수들은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결방 기간에는 태국에서 열린 한류 콘서트와 다른 특집 프로그램이 방송된다. 이에 앞서 가수 김건모 씨는 이날 '나는…'에서 탈퇴한다고 밝혔다. 프로그램의 연출자도 김영희 PD에서 '놀러와'의 '세시봉 콘서트'를 연출한 신정수 PD로 교체됐다. MBC는 27일 방송되는 '우리들의 일밤'에서는 '신입사원'을 결방하고 대신 '나는…'을 2시간 45분간 특집 방송한다. MBC는 구체적인 특집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김 씨가 탈퇴하기 전에 이미 2회분을 녹화했으며 여기서는 김 씨가 재도전에 성공하고 다른 가수가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바이벌 프로인 '나는…'은 20일 방송에서 청중 평가단으로부터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김 씨를 탈락시키지 않아 원칙을 저버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 씨는 23일 오후 "재도전 제의를 받아들여 물의를 빚었기에 시청자와 청중 평가단에게 죄송하다"며 탈퇴했다. 윤도현 이소라 등 다른 참여 가수들은 출연 여부에 대해 "현재로서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수 박정현 씨의 매니저인 한성진 티엔터테인먼트 실장은 "제작진과 다른 출연 가수들과 논의한 후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앞으로 이 프로에 출연할 가수는 없을 것 같다. 프로그램 폐지가 옳다"는 입장과 "프로그램 폐지는 무책임하다. 대신 쇄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나는…'은 6일 첫 방송부터 기성 가수가 노래 경연을 벌인 뒤 청중 평가단의 평가 결과 최저 득점자를 탈락시키는 진행 방식으로 논란을 빚어왔다.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MBC 예능프로그램 ‘우리들의 일밤’의 ‘나는 가수다’ 코너 연출자인 김영희 PD(사진)가 교체된다. 서바이벌 프로인 ‘나는 가수다’는 20일 방송에서 가수 7명 중 청중 평가단으로부터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1명을 탈락시킨다는 원칙을 깨고 김건모 씨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주어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아 왔다. MBC는 23일 “녹화 현장에서 출연진과 제작진이 합의해 규칙을 바꾼 것이지만 ‘7위 득표자 탈락’은 시청자와의 약속이었다”며 “기본 원칙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물어 김 PD를 교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한국인 10명 중 8명은 천안함 폭침을 북한의 도발에 의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명 중 6명 이상이 6자회담이나 남북대화를 위해 북한의 공식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천안함 폭침 사건 1년을 맞아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22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천안함 폭침사건은 북한의 도발에 의해 발생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0.0%가 ‘그렇다’고 답했다. 지난해 9월 조사에서는 똑같은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72.6%였다. 6자회담이나 남북 대화를 위해 ‘북한이 공식적인 사과를 먼저 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65.0%였다. 이는 ‘사과 없이도 대화는 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32.8%)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천안함 폭침과 같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 무엇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1.1%는 ‘국민의 단결된 안보 의식’을 꼽았다. 이어 강한 군대를 위한 국방 개혁(34.9%), 미국 등 우방국과의 군사 협력 강화(19.0%)가 뒤를 이었다. ‘현재 전반적인 안보 상황이 어떻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52.0%가 ‘불안하다’(매우 불안 11.6%, 약간 불안 40.4%)고 답했다. ‘안보 상황이 불안하다’고 답한 비율은 천안함 폭침 직후인 지난해 4월에는 66.8%, 연평도 포격 이후인 지난해 11월에는 81.5%였다. ‘천안함 폭침사건에 정부와 군이 대응을 잘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70.3%가 ‘잘하지 못했다’고 답해 ‘잘했다’고 답한 비율(26.3%)보다 훨씬 높았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97인 성명 “北포함 국제적 검증 다시 해야” ▼‘참여연대 서한’ 둘러싼 논란… 유엔인권이사회 보고서에 실려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 학계와 시민단체 인사 등 97명은 23일 성명을 내고 “(민관 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진상조사 작업은 단기간에 부실하게 이뤄졌다”며 “북측이 천안함 (폭침) 사건을 시인해야만 남북 군사회담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동 한국건강연대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천안함 (폭침)사건에 관해 남북 간, 주변국 간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이라며 “남북 대화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시인과 사과를 전제로 하는 (한국)입장 때문에 좌초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천안함 진상조사는 국회가 국정조사 등의 방법으로 검증에 나서야 하고 관련국과 북한의 참여까지 허용하는 국제적 검증작업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가 천안함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결과에 의문을 제기한 시민과 사회단체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천안함 46용사 유가족들은 “왜 하필 추모 분위기가 일고 있는 이때 쓸데없는 논란을 키우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정국 천안함46용사유족협의회 자문위원은 “사건 1년에 맞춰 천안함 용사를 욕되게 하는 주장을 하는 건 유가족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납득할 수 없는 그들의 요구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성명에는 백 교수와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한명숙 전 국무총리, 함세웅 신부, 조국 서울대 교수, 이석태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비롯해 학계와 시민사회단체 법조계 언론계 종교계 등 사회 각계 인사들이 서명했다. 한편 지난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천안함 편지’를 보낸 참여연대와 이를 둘러싼 논란이 유엔 인권이사회 보고서에 실린 것으로 이날 유엔 홈페이지(www.un.org)를 통해 확인됐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6월 천안함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공개서한을 유엔과 안보리 15개 이사국에 보냈다. 마거릿 세카갸 유엔 인권특별보고관은 2월 28일∼3월 25일 열린 제16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참여연대가 편지 및 반박 보고서를 발송한 사실과 이후 벌어진 한국 내 논란을 설명했다. 이 보고서는 참여연대가 유엔에 편지를 보낸 이후 한국 국무총리와 외교통상부 장관 등이 이 단체를 비난했으며 서울중앙지검이 참여연대를 국가보안법 위반, 명예훼손,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조사했다는 사실도 명기했다.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현대무용의 공연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하루 이틀밖에 안되던 일(日) 단위 공연기간이 일주일 안팎의 주(週) 단위로 늘어난 것이다. 박명숙댄스씨어터는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오스트리아 희곡작가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한 ‘윤무’를 24일∼4월 3일 열흘간 공연한다. 이에 앞서 안무가 김재덕 씨가 이끄는 모던테이블은 같은 극장에서 신작 ‘킥-차인 사람들의 러브노트’를 16∼20일 닷새 공연했다. 안무가 김남진 씨도 같은 극장에서 1월에 ‘2011 환경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미친 백조의 호수 1, 2’와 ‘두통, Passivity’를 묶어 일주일간 공연했다. 그동안 국내 현대무용 공연은 주말을 끼고 1, 2일 공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고정 관객층이 얇다는 자조(自嘲) 섞인 패배의식 때문만은 아니다. 무용수 상당수가 생계유지를 위해 부업을 하는 터라 지속적으로 출연하기가 어렵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안무가들이 대학교수인 경우엔 교수 평가에 반영될 ‘실적 쌓기용’이거나 제자들을 위한 ‘현장 실습용’으로 활용되는 점도 일 단위의 ‘치고 빠지기 식’ 공연만 늘여놓는 악순환의 원인이다. 주 단위 공연이 느는 것은 이런 악순환을 돌파하려는 진취적 시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주 단위 공연에 도전한 안무가들은 “극장 대관료나 무용수 스케줄 관리 등 어려운 점도 많지만 새로운 관객 끌기와 공연 완성도를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양한 관객 만날 수 있다” 김남진 씨는 “공연이 끝난 뒤 작품을 어디서 볼 수 있는지 묻는 경우가 많았다. 하루 이틀 공연은 실적을 올리기 위한 것일 뿐 진짜 관객들이 공연을 보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일 단위 공연으로는 안무가와 출연진의 지인, 무용계 관계자들로만 객석이 채워지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공연 기간이 길수록 홍보 효과도 커서 일반 관객이 공연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 실제로 이들 공연은 후반부로 갈수록 티켓 판매량이 늘었다. ‘킥-차인 사람들의…’의 경우 첫날을 제외한 공연이 매진됐다. 김 씨는 “초반에는 객석이 다 차지 않았지만 후반에는 매진되는 날도 생겼다. 현장 판매도 늘어났다. 입소문을 듣고 오는 관객들이 있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윤무’는 전체 객석의 70% 이상이 팔려나간 상태다.○ “피드백 통해 완성도 추구” ‘킥’을 안무한 김재덕 씨는 “길게 공연을 하다 보니 무대 스태프와도 더 많이 소통해야 하고, 장비나 소품에도 더 투자하게 된다. 몸 관리, 체력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해 1, 2일 공연과는 긴장감이 다르다”고 말했다. “공연 후반으로 갈수록 작품이 더 좋아진다”는 것도 주 단위 공연을 해본 안무가들의 공통된 자평이다. 김재덕 씨는 “처음 2, 3일은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오히려 4, 5일째가 되면서 동작이 몸에 익고 더 자연스러워졌다. 극장 대관만 된다면 내년 중 같은 작품으로 한 달 공연도 시도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윤무’를 안무한 박 씨는 “공연마다 출연진의 배역을 바꾸는 등 다양한 변화를 주려고 한다. 작품의 틀은 완전히 바꾸지 못하더라도 공연 때마다 관객 반응을 고려하며 작품의 여러 요소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이 끝난 뒤 매번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김남진 씨 역시 “현대무용을 많이 보지 않는 관객들이 와서 질문하는 것을 들으면서 좀 더 대중적인 현대무용 공연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한성우 군(18·한국예술종합학교 2년)과 심현희 양(19·한예종 2년)이 3월 17∼23일 미국 뉴욕센터에서 열린 제11회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에서 발레 파드되 부문(남녀 2인무)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한 군은 남자 솔로부문 금상도 받았으며 김민정 양(17·한예종 2년)은 여자 솔로부문 동상을 수상했다.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는 8∼19세를 대상으로 매년 뉴욕에서 치러지는 콩쿠르로 클래식발레, 군무, 현대무용, 파드되 등의 분야로 나눠 경연한다.}
MBC 예능프로그램 '우리들의 일밤'의 '나는 가수다' 코너 연출자인 김영희 PD가 교체된다. 서바이벌 프로인 '나는…'은 지난 20일 방송에서 가수 7명 중 일반인 평가단으로부터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1명을 탈락시킨다는 원칙을 깨고 김건모 씨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주어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MBC는 23일 "녹화 현장에서 출연진과 제작진이 합의해 규칙을 바꾼 것이지만 '7위 득표자 탈락'은 시청자와의 약속이었다"며 "기본 원칙을 지키지 못한데 대한 책임을 물어 김 PD를 교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MBC는 담당 국장인 안우정 예능국장에게는 구두 경고를 했다. '나는…'은 김 씨를 비롯해 이소라, 박정현, 윤도현, 김범수 씨 등 기성 가수들이 노래 대결을 펼치는 서바이벌 프로이다. 김 씨가 재도전에 나서는 27일과 4월 3일 방송 분은 녹화가 끝난 상태다. MBC 이진숙 홍보국장은 "27일은 이미 녹화해놓은 내용을 방영하되 제작진이 사과하는 장면이 들어간다. 조만간 김 PD의 후임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신정아 씨는 자서전에서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을 ‘똥아저씨’로 부르며 2003년 2월 그와 처음 만나 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기술했다. 신 씨는 “처음부터 내가 먼저 원하던 관계가 아니었다. 끈질긴 똥아저씨의 사랑에 나는 무너졌고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고 주장했다. 또 “똥아저씨는 아빠였고, 친구였고, 한 남자였다”며 “우리는 ‘사랑’이나 ‘불륜’이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관계였다”고 적었다.이 책에는 변 전 실장이 신 씨에게 보낸 e메일에 ‘보고 싶은 2쁜2’ ‘To my loving princess(나의 사랑스러운 공주에게)’ 등의 표현을 써가며 “아침 내내 헬스장에서 정아 생각만 했다” “(정아를 만난 것이) 복권에 당첨된 것 같다”고 고백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신 씨는 또 변 전 실장과 첫키스를 했던 기억과 처음 성관계를 맺었던 상황도 상세히 밝혔다.신 씨는 학력 위조 사실이 드러난 뒤 미국 뉴욕으로 출국해 잠적한 것은 변 전 실장이 시켜서 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학력 위조 의혹이 제기될 당시 외국 출장 중이던 신 씨에게 변 전 실장이 귀국하지 말라고 종용했고 돌아온 뒤에는 뉴욕으로 출국하라며 짐 싸는 것까지 도왔다는 것이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동일본 대지진으로 실의에 빠진 일본을 돕기 위한 온정이 시간이 갈수록 쌓이고 있다. 11일 지진이 발생 이후 모금을 시작한 20여 개 단체에는 21일까지 230억 원이 넘는 성금이 모였다. 각 단체에서 기부받기로 한 약정금과 학교 기업 등에서 개별적으로 모은 성금을 빼고도 이 정도 액수가 모인 데 대해 각 구호단체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아이티 대지진 당시 80일 동안 90억여 원을 모았던 대한적십자사는 이번엔 10일도 되지 않는 기간에 이 기록을 경신했다. 적십자사가 이 기간에 모은 성금은 105억8300만여 원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같은 기간 90억2311만 원의 성금을 모았다. 유명 구호·자선봉사단체인 유니세프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구세군 아름다운동행 등도 10일간 각각 수억 원씩의 기부금을 모았다. 지진 직후에는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끈 한류 스타들이 성금 모금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데 앞장섰다. 배용준 류시원 최지우 카라 등이 “일본에서 받았던 사랑을 갚고 싶다”며 각각 수억 원씩을 기탁했다. 삼성 LG를 비롯해 일본 경제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 기업들도 성금과 구호품을 지원하거나 수익금 일부를 성금으로 내는 등 일본 돕기에 앞장섰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이건혁 기자 realist@donga.com}

한국 드라마의 약한 고리였던 수사드라마에도 봄은 올까. SBS ‘싸인’은 비록 방송사고라는 대반전으로 막을 내렸지만 최고 시청률 25.5%(AGB닐슨미디어)로 ‘한드 수사물’도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KBS 2TV는 7일부터 형사물 ‘강력반’을 내보내면서 수사드라마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쯤 되면 제작자들이 블루오션을 노리고 새로운 수사물 제작에 잇따라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싸인’과 ‘강력반’은 한드 특유의 한계도 노출했다. ‘싸인’이 싹을 틔운 한드 수사물이 만개하려면 장르 드라마의 왕국인 미국과 일본의 수사물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미드의 충고: 과도한 비장미 이제 그만 ‘싸인’의 부검 장면에서는 줄곧 현악기가 대거 동원된 오케스트라 연주에 강렬한 전자기타 음이 귓가를 때렸다. 부검대에 오른 시체가 벌떡 일어나 헤드뱅잉이라도 해야 할 듯한 분위기다. 법의학자 윤지훈(박신양)은 정의의 주인공답게 어깨에 힘을 잔뜩 준 채 목청껏 ‘과학적 진실’을 외치고, 그의 적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이것이… 권력이야” “자넨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넌 거야” 같은 뻔하디뻔한 대사를 던져 시청자들의 손발을 오그라들게 만들었다. ‘강력반’에도 ‘물불 안 가리는 형사’라는 상투적인 캐릭터 박세혁(송일국)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몇 년 전 경찰이 추격하던 범인이 모는 차에 치여 어린 딸이 죽었다는 과거까지 지닌, 비장하기 이를 데 없는 인물이다. 미국 수사물의 대표주자 ‘CSI’는 다르다. 법의학자들은 침착하다 못해 수도승처럼 보인다. 과학적 진실을 큰 소리로 외칠 필요가 없다. 철두철미한 부검과 실험과정은 그들이 과학적 진실만을 추구하는 전문가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싸인’류의 비장미는 살인이라는 극적 사건을 다루는 수사물의 특성상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하지만 반복되면 효과는 반감되다 못해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 마련. ‘지속가능한’ 수사드라마를 위해 미드의 쿨한 건조함을 배울 필요가 있다.○ 일드의 충고: 국과수에선 부검, 경찰서에선 수사를 “미드는 의사가 병원에서 진료하고, 일드는 의사가 병원에서 교훈을 주고, 한드는 의사가 병원에서 연애한다.” 얼마 전 트위터에 올라온 글이다. 한미일 3국 드라마의 특성을 절묘하게 간파해낸 지적인데 성공작이라 할 수 있는 ‘싸인’도 예외가 아니었다. 수사에만 몰두하던 윤지훈과 후배 법의학자 고다경(김아중). 하지만 긴장감이 한껏 고조됐던 드라마 막바지에 뜬금없는 ‘러브 모드’가 등장해 드라마의 김을 확 빼버렸다. 고다경이 윤지훈을 집에 불러다 재운 뒤 다정한 눈길로 바라보는 장면이 늘어지도록 화면을 채운 것이다. 고다경으로서는 동생을 식물인간으로 만든 연쇄살인범이 죽은 직후였고, 동생의 목숨을 포기하고서라도 잡고 싶다는 가수 서윤형의 살인범 강서연(황선희)이 버젓이 활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반해 일드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남녀 사이를 떼어놓는다. 역대 일드 중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히어로’(2001년)는 일본 최고 스타이자 늘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주는 선남선녀 기무라 다쿠야와 마쓰 다카코가 출연한 수사물이다. 은근슬쩍 연애감정이 드러나지만 두 사람은 끝까지 시청자들의 애만 태운다. 그 대신 드라마는 주인공 구리우 검사의 독특한 캐릭터와 사건 해결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요즘 방송 중인 ‘컨트롤-범죄심리수사’도 마찬가지다. ‘곁눈질’ 없이 본업에 충실한 캐릭터들은 일을 팽개친 채 사랑놀음에 빠진 인물들보다 흡인력이 강하다. 일드는 충고한다. “국과수에서는 부검, 경찰서에서는 수사를 하라!”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죽어도 죽지 않으니 ‘나는 가수다’가 아니라 ‘나는 좀비다’인가.” “5000만 대한민국 국민과 500명 청중평가단을 제대로 물먹였다.” 20일 방송된 MBC ‘우리들의 일밤’의 ‘나는 가수다’ 코너에 시청자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나는 가수다’는 현역 가수 7명이 노래 대결을 펼치면 일반인들이 평가를 통해 가장 낮은 점수를 얻은 가수를 탈락시키고 다른 가수를 충원해 다시 7명이 노래 대결을 펼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날 방송에서는 첫 경쟁 멤버인 윤도현, 박정현, 김건모, 이소라, 김범수, 정엽, 백지영 등 7명 중에서 청중평가단 500명의 투표에 따라 김건모가 첫 탈락자로 선정됐지만 제작진이 긴급회의를 열어 재도전 기회를 줬고 그가 이를 수락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가수들을 한 명씩 탈락시킨다는 프로그램의 원칙을 평가단의 양해도 구하지 않고 제작진이 훼손한 것이다. 김영희 PD는 지난달 이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최고의 가수들을 평가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시청자들의 힘을 믿는다”고 말한 바 있다. 방송이 나간 직후부터 시청자게시판에는 “기성 가수가 탈락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해놓고 왜 이제 와서 ‘탈락이 본질이 아니다’라고 말을 바꾸나” “평가단이나 시청자의 의견은 묻지 않은 채 분위기에 휩쓸려 원칙을 짓밟았다”는 등 제작진을 성토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김수현 방송작가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평가단 있으나마나, 재도전을 급조하고 영리하게도 선택권을 가수에 넘긴 방송사의 얍실함이 입맛이 썼고 우리의 건모 씨가 멋지게 ‘노(No)’ 하기를 바랐다”고 쓴소리를 했다. 김영희 PD는 “누구라도 7위가 됐을 때 한 번의 재도전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해명했지만 이날 한 사람이 탈락하면 7번째 멤버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던 그룹 ‘토이’의 객원 보컬 김연우는 김건모가 재도전의 기회를 얻는 바람에 헛걸음을 해야 했다. MBC 관계자는 “김연우가 녹화 당일 대기실에서 5시간 정도 기다리다 돌아갔다”고 전했다. 이 프로에 가수로 참가하면서 진행도 맡고 있는 이소라에 대한 자격 논란도 불거졌다. 그가 녹화 도중 김건모의 탈락에 충격을 받고 울며 녹화장을 나가는 장면이 방송된 것. 시청자들은 게시판을 통해 “서바이벌 프로라는 것을 알고 출연했으면서 (결과에) 불복하는 것이 어이없다” “프로 의식이 부족했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나는 가수다’는 기성 가수의 노래를 평가해 탈락시킨다는 전례 없는 발상으로 6일 첫 방송부터 화제와 논란을 일으켜왔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문화 체육계○ 창작 타악공연 ‘난타’의 제작사인 PMC프로덕션이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동일본 대지진 피해자를 돕기 위한 성금 1억 원을 기부했다. PMC프로덕션은 “그동안 일본 관객들이 ‘난타’ 공연에 보내준 성원에 보답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 가수 겸 연기자 김동완 씨가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2000만 원을 전달했다. 김 씨는 이정진, 윤상현 씨 등 한류 스타들과 함께 일본에서 진행 중인 자선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 재계○ 두산은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성금 7억 원을 기탁한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두산인프라코어는 피해 복구에 필요한 건설장비와 운전인력 등을 지원한다. 또 공작기계 분야에서 일본과 교류가 많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임직원 5000여 명은 자체 성금을 모아 전달하기로 했다.○ 한국야쿠르트는 2억 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이 성금은 한국야쿠르트 사내 봉사단체인 ‘사랑의 손길펴기회’가 임직원들과 회사로부터 모은 것으로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일본에 전달될 예정이다.○ 오리온은 초코파이 등 5000만 원 상당의 자사 과자 제품을 일본 미야기 현 센다이 시 와카바야시 구 이재민 피난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의료계○ 대한이비인후과 개원의사회는 회원들의 성금 1000만 원을 모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기로 했다. ■ 종교계○ 개신교계 연합봉사단체 한국교회희망봉사단은 17∼19일 일본을 방문해 현지 교회 주요 교단 등에 복구 지원금 330만 엔을 전달했다. 김종생 목사 등 봉사단 관계자들은 일본기독교협의회와 일본기독교단, 재일대한기독교회, 일본그리스도의교회, 일본기독교사회사업동맹 등 일본 교회의 주요 교단과 연합기관 책임자들을 만나 앞으로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