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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서 기거하며 청소를 하는 등 사찰 유지 업무를 하는 ‘처사’와 ‘보살’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이승한)는 강원 영월의 한 사찰 주지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처사 송모 씨를 부당해고 했다는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과거 승려였다가 환속한 송 씨는 지난해 8월부터 처사로 근무하기 시작했지만 11월 초 부당하게 해고됐다고 주장하며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냈다. 그러나 기각되자,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고 사건을 맡은 중노위는 올해 5월 “근로자가 맞다. 해고 당시 서면 통지를 하지 않아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송 씨의 재심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주지는 “이 절은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인 상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이 아니다”라며 불복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송 씨가 종교적 수행을 위해 머물며 자율적으로 사찰 유지·관리를 돕고 수고비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중노위의 판정을 뒤집었다. 또 사찰에 송 씨와 같은 처사나 보살이 10여 명 머물고 있지만 주지와 근로계약서 등을 작성하거나 업무수행에 관한 특별한 지휘 감독을 받지 않는 점, 근로시간이나 임금 등을 포함한 근로 조건에 대해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처사와 보살들에게 지급된 월 50만¤150만원의 보시금도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않았고 사찰이 4대 보험 신고를 한 적도 없다”며 고용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장준현) 심리로 열린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3차 공판에는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금고지기’로 불렸던 한모 전 재무담당 부사장(50)이 증인으로 나왔다. 한 씨는 이날 공판에서 “2013년 상반기에 성 회장이 3000만 원을 포장해 달라고 지시해 급히 이용기 비서실 부장에게 건넸다”고 증언했다. 이는 2013년 4월 성 회장이 이 전 총리에게 현금 3000만 원이 든 쇼핑백을 건넸다는 검찰 측 공소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2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 전 부장이 “한 씨에게서 쇼핑백을 건네 받아 차에 실었다”고 한 진술과도 일치한다. 한 씨는 “보통 3000만 원 이상은 성 회장이 직접 지시해 쇼핑백에 포장했는데, 통상 1000만 원 이하의 애경사비(가 담긴) 편지봉투를 받아갔던 이 전 부장에게 쇼핑백을 준 건 매우 특수한 경우라서 똑똑히 기억한다”며 “쇼핑백(의 색깔)은 어두운 톤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한 씨는 “2012년 총선 전에 성 회장의 지시를 받고 2번 정도 1억 원(씩)을 만들어 드린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한 씨가 진술한 ‘2억 원’이 당시 제3자를 통해 친박(친박근혜)계 중진 정치인 A 씨에게 총선 공천 로비 자금으로 건네진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를 벌였으나, 전달 경로를 뒷받침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한 씨는 성 회장이 남긴 ‘리스트 메모’와 관련해 “1억 원은 만들어 드린 적이 있는데 3억 원이나 7억 원은 만든 적도, 지시가 내려온 적도 없다”면서 “진위는 모르지만 표 자체(리스트)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성 회장이 남긴 메모에는 친박 핵심 정치인들의 이름 옆에 ‘7억, 3억, 2억’ 등이 적혀 있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사망)의 장남 대균 씨(45)가 “추징된 재산 35억 원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검찰은 이미 추징을 전제로 부동산 경매로 넘긴 대균 씨 재산을 돌려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부장판사 지영난)는 6일 대균 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배당이의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추징 보전결정의 본안 소송에서 정부의 추징 청구가 기각됐고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돼 추징금 채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각 배당액은 삭제돼야 하고 배당금은 부동산 소유자인 대균 씨에게 배당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대균 씨가 올해 4월 건보공단에 건강보험료와 연체금 등 1900여만 원을 냈기 때문에 “건보공단의 보험료 채권이 모두 사라졌다”며 “당사자인 건보공단이 재판에 나오지 않아 민사소송법상 자백 간주 조항에 따라 이를 자백한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대균 씨는 2002년 5월~2013년 12월 청해진해운 등 계열사 7곳으로부터 상표권 사용료와 급여 명목으로 73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8월 기소됐다. 1심 법원인 인천지법은 대균 씨 소유의 서울 청담동 단독주택에 대한 검찰의 추징보전청구를 인용해 이 집은 경매로 넘어갔다. 올해 6월 경매에서 이 주택은 58억 원에 낙찰됐고 건보공단은 1070만 원, 정부는 35억3000여만 원을 배당받았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9월 대균 씨에 대한 건강·요양보험, 국민연금 등 1070만 원에 대한 배당을 요구했고 정부 역시 추진보전결정에 따른 배당을 요구했지만 대균 씨는 이의를 제기하면 올해 7월 소송을 냈다.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3년,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대균 씨의 재판에서 검찰은 73억여 원의 추징을 청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올해 9월 대법원에서도 최종 확정됐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4일 오후 2시 10분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재판장의 지시에 잠시 후 키 180cm가량의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 법정에 성큼성큼 들어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심규홍) 심리로 열린 아서 존 패터(36·사진)의 첫 정식 재판에 검찰 측 증인 신분으로 출석한 에드워드 리 씨(36)였다. ‘이태원 살인사건’ 발생 18년 만에 법정에서 다시 만난 두 남자는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패터슨은 리 씨가 증인석으로 향하는 동안 꼿꼿한 자세로 그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봤고, 리 씨도 다소 상기된 얼굴로 패터슨을 쳐다보면서 증인석에 앉았다. 패터슨의 변호인 2명을 사이에 두고 3m 간격으로 나란히 앉은 두 사람 사이엔 재판 8시간 내내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사건 현장에서 누군가는 피해자 조중필 씨(당시 22세)를 찔렀지만 나는 아니다.”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가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리 씨도, 피고인석에 앉은 패터슨도 공모(共謀)를 부인하며 서로 상대방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영어 통역을 요청한 리 씨는 자주 질문 취지를 되물었고, 전체 질문의 절반 이상에 “기억나지 않는다(I don‘t recall)”라고만 대답했다. 검찰은 리 씨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당시 사건 현장의 실측 도면과 사진, 현장검증 장면 등을 실물화상기에 띄워 신문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엇갈린 주장을 내놓는 두 사람에게 공판 검사를 피해자 삼아 법정에서 각자가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범행 현장을 재연시켰다. 공방은 뜨거웠다. 리 씨는 “손을 씻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세면대 거울을 통해 패터슨이 대변기가 있는 칸을 들여다본 뒤 곧바로 조 씨의 오른쪽 목을 연달아 칼로 찌르는 모습을 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면대 거울로 피해자의 위치와 범행 장면이 보였느냐”고 패터슨의 변호인이 묻자 그는 “정확히 기억 안 난다. 손을 씻다가 범행을 보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을 뿐”이라고 답변했다. 리 씨는 “피해자가 목을 붙잡고 무릎을 굽혀 넘어지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화장실을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한 뒤 주저앉는 동작을 재연하기도 했다. 이에 패터슨은 “리가 뭔가를 보여주겠다고 해서 옆으로 비켜서서 기대했는데, 갑자기 피해자를 공격해 놀랐다. 조 씨가 반시계방향으로 돌아서 저항했지만 그가 계속 공격했다”며 맞섰다. 리 씨가 “패터슨과 조 씨가 눈이 마주쳤고, 조 씨가 똑바로 쳐다보지 않았기 때문에 패터슨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자, 패터슨은 직접 “어떻게 18년 전의 다른 행위는 기억하지 못하면서 그것은 똑바로 기억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패터슨에게 ‘사람을 찔러 보라’고 범행을 부추기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리 씨는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당신이 설사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신고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묻자, 리 씨는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당시 아서는 내 친구였다. 너무 충격을 받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고 답했다. 리 씨는 재판 말미 피고인석을 향해 “아서, 진실을 밝혀. 유족에게 사과를 구해”라고 말하다 재판부에 제지당했다. 이날도 방청석에는 조 씨의 어머니 이복순 씨(73)가 앉아 있었다. 이 씨는 재판부가 피해자 진술 기회를 주자 “죽은 우리 아들 생각하면 가슴이 떨리고 치가 떨린다”며 “판사님, 검사님 진실을 잘 밝혀서 최고형에 처해 달라”라고 말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배석준 기자}

방송인 유재석 씨(43·사진)와 김용만 씨(47)가 받지 못한 출연료를 달라며 전 소속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부장판사 김현룡)는 유 씨와 김 씨가 전 소속사 ‘스톰이엔에프’의 채권자 SKM인베스트먼트 등을 상대로 미지급 출연료를 달라며 낸 공탁금출금청구권 확인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유 씨는 방송 3사가 법원에 공탁한 출연료 10억여 원 중 6억여 원, 김 씨는 9600여만 원의 권리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05년 3월부터 유 씨와 김 씨는 스톰 측과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방송활동을 했지만 2010년 회사가 채권을 가압류당하며 출연료를 받지 못했다. 방송사들은 출연료를 법원에 공탁했고, 유 씨 등은 2010년 10월 전속계약 해지 뒤 “소속사는 대리인으로 출연료를 보관했을 뿐 방송사와 실제 계약한 것은 방송인”이라며 2012년 소송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연예활동으로 인한 수익금은 원칙적으로 소속사가 받은 후 정산한다’ 등의 계약 내용 등을 볼 때 직접 방송사와 출연계약을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두 사람이 출연료 지급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고 판단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유서 대필 사건’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가 사건 발생 24년 만에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 받은 강기훈 씨(51)가 3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강 씨와 강 씨 가족 등 6명은 국가와 수사책임자였던 강신욱 당시 부장검사, 신상규 주임검사, 강 씨의 필적 감정을 담당한 김형영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문서분석실장 등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강 씨는 자신과 이미 돌아가신 부모가 입은 정신적 손해에 따른 위자료 20억 원과 가족들이 입은 손해 등을 포함해 3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강 씨 측은 이번 소송에서 가혹행위와 피의자의 기본적 방어권 침해, 허위 필적감정 및 중요한 필적자료 은폐, 강 씨 가족 등 제3자에 대한 위법수사 등을 집중적으로 주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는 1991년 분신자살한 전국민족민주연합(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 씨의 유서를 대필한 혐의(자살방조)로 이듬해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가 올해 5월 다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아 누명을 완전히 벗었다. 대법원은 강 씨의 재심 상고심에서 “(유죄의 유일한 직접 증거인) 유서 필적을 감정한 김형영 전 국과수 문서분석실장의 감정서를 믿기 어렵고, 검찰의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자살방조 혐의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판결에 따라 세 회사가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법정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서울고법 민사1부(부장판사 신광렬)는 지난달 30일 ㈜한국지엠 근로자 5명이 “정기상여, 개인연금보험료, 휴가비, 귀성 여비, 선물비를 통상임금에 포함해 미지급된 법정수당과 퇴직금을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근로자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한국지엠은 2008년 3월∼2010년 12월 6339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고, 동종업체에 비해 부채비율이 높고 유동성도 낮다”며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해 연간 416억 원을 추가 법정수당으로 지급하면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인연금보험료와 휴가비, 귀성 여비, 선물비가 특정 시점에 재직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지급되지 않아 고정성이 없는 만큼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또 재판부는 ㈜서울고속 근로자 22명이 낸 임금소송 항소심에서도 근로자 측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근로자 측 주장대로 근속수당,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킨다면 회사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당기순이익 대비 최대 521.4%에 이른다”며 “노선이 일정한 시내버스 운송사업의 구조적 특성에 비춰 볼 때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기본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산입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한국남부발전 근로자 933명에 대해서는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도 추가되는 액수는 2010∼2012년 121억4400만 원으로 같은 기간 회사 당기순이익 합계액(3587억 원)의 3.38% 정도에 불과하다”며 “예측하지 못한 재정부담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신의 성실의 원칙’ 위반 여부가 주요 근거가 됐다. 회사에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할 줄 알면서도 근로자가 ‘통상임금을 재산입해 추가 법정수당을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회사와의 신의에 어긋나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혼인 파탄의 책임을 따지는 게 무의미해진 경우 유책 배우자(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는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적용한 첫 이혼 판결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항소1부(수석부장판사 민유숙)는 혼외자를 낳고 25년간 별거하는 등 사실상 중혼(重婚) 상태였던 A 씨(75)가 제기한 이혼 소송에서 1심을 파기하고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다고 1일 밝혔다. 1970년 결혼한 A 씨와 부인 B 씨(65)는 다툼이 잦았다. 두 사람은 1980년 협의이혼을 했다. 그러나 B 씨는 어린 자녀들을 위해 2년간 집에 머물렀다. 3년 뒤 두 사람은 다시 혼인신고를 했지만 A 씨는 곧바로 다른 여성과 동거했다. 2년의 동거 생활을 청산한 뒤 또다시 다른 여성과 동거를 시작해 동거녀가 혼외자를 출산할 무렵 A 씨는 B 씨를 상대로 “도장을 도용당해 일방적으로 혼인신고가 이뤄졌다”며 혼인 무효확인 소송과 이혼 소송을 냈지만 모두 패소했다. 이후 25년간 동거녀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면서 A 씨는 B 씨와 아무런 교류가 없었다. 장남 결혼식 때 한 차례 만났을 뿐 다른 두 아들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2013년 A 씨는 다시 이혼 소송을 냈지만 1심 재판부는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자가 이혼을 요구할 수 없다”며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두 사람이 25년간 별거하면서 혼인의 실체가 사라졌고 더 이상 혼인관계를 지속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며 1심을 뒤집고 이혼을 허용했다. 재판부는 9월 15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기존 유책주의(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견해)를 유지하면서도 예외적으로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고 하면서 제시한 조건을 근거로 적시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당시 ‘혼인 파탄의 책임을 상쇄할 정도로 배우자나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뤄졌거나, 시간이 흘러 책임을 따지는 게 무의미해졌을 경우’ 등은 예외적으로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A 씨가 그간 자녀들에게 학비, 용돈, 전세자금 등 수억 원의 경제적 지원을 해왔다”며 “세월이 많이 흘러 A 씨의 유책성도 상당히 약화됐고, 부인이 이혼을 거절하고는 있지만 외형상의 법률혼 관계만을 형식적으로 계속 유지하려는 것 같아 이혼을 허용한다”고 밝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불난 집의 그을음을 없애겠다며 옆집에 무단 침입한 소방관에게 내린 견책처분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경란)는 퇴거불응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한모 씨가 “품위유지의무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내려진 견책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한 씨는 지난해 3월 자택에서 화재가 발생해 아파트 내벽으로 그을음이 번지자 이를 수리해주겠다며 같은해 6월 옆집 잠금장치를 부수고 거실까지 들어갔다. 옆집 이웃의 나가달라는 요구에도 응하지 않자, 재물손괴죄와 퇴거불응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검찰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지만, 한 씨가 소속된 소방서에서는 이 피의사실을 징계 사유로 삼아 징계위원회에서 견책 처분을 내렸다. 재판부는 “해당 소방관이 아파트를 수리해준다는 이유로 퇴거요구에 응하지 않아 주거를 침입한 사실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어 징계사유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견책은 공무원 징계 중 가장 가벼운 처분이라 징계가 무겁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대학 후배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판사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박진수 판사는 30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유모 전 판사(30)에게 벌금 700만 원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명령을 내렸다. 유 전 판사는 2013년 9월 모교 수시전형 입학자 모임에서 알게 된 대학 후배를 서울 강남의 한 유흥업소에서 만나 허리를 감싸는 등 성추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또 지난해 7월에는 대구의 한 식당과 노래방에서 또 다른 후배를 성추행한 혐의도 받았다. 박 판사는 “유 전 판사가 범행 당시 군 법무관이자 판사 신분이었음에도 자중하지 않았다”며 “공무원 신분임에도 피해자들을 상대로 강제추행 범행을 저질러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박 판사는 선고 직후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자리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 유 전 판사 나름의 시련이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피해자들에게 한 행동은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을 계기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하라”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지난달 8일 법원 감사위원회의 권고 의견을 받아들여 유 전 판사가 제출한 사표를 수리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피고인 유우성(류자강·35) 씨가 간첩 혐의에 대해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29일 유 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간첩)를 무죄로 판단하고, 탈북자 정착지원금을 부당 수령한 혐의(북한이탈주민보호법 위반)와 여권법 위반 및 사기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565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유 씨의 중국-북한 출입경 기록을 위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국정원 직원, 협조자 등에 대한 상고심 재판도 이날 이뤄졌다. 대법원 3부주심(박보영 대법관)은 모해증거위조 혐의로 기소된 김모 국정원 대공수사팀 과장(49)에게 징역 4년을, 국정원 대공수사팀 소속 이모 처장(56)에게는 벌금 1000만 원을 확정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강용석 변호사(46)가 자신을 비방하는 기사에 악성 댓글을 단 인터넷 이용자와 포털사이트 대표들을 모욕죄 공범으로 고소했다. 강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 넥스트로는 29일 “(강 변호사가)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 상인들을 대리해 세월호 유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는 내용의 기사에 비방 댓글을 단 누리꾼 10명을 서울중앙지검에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이 댓글을 달 수 있도록 기사마다 댓글 기재란을 만든 네이버 김상헌 대표이사와 다음 임지훈 대표이사를 같은 혐의 공범으로 고소했다고 전했다. 강 변호사 측은 게시물을 차단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인터넷 사업자가 명예훼손 성격의 게시물을 알고도 방치해 손해가 발생한 경우 ‘부작위에 의한 불법행위 책임’이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제시했다. 네이버와 다음이 모욕적 내용의 댓글이 있음을 알고도 삭제하거나 차단하지 않은 행위가 모욕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강 변호사는 “네이버와 다음은 포털사이트로서 각종 언론사에서 작성한 기사를 제공하고 댓글란을 만들어 사용자들의 사이트 체류시간과 페이지뷰를 획기적으로 늘림으로써 엄청난 재산적 이익을 얻고 있으면서 악성 댓글로 인한 수많은 사회적 폐해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고소를 통해 포털사이트의 사회적 책임을 환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엄상필)는 29일 미술품과 지석(誌石) 수백 점을 사들여 은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권모 한국미술박물관장(74)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권 씨가 사찰에서 도난당한 불교미술품을 사들인 혐의(장물취득)는 증거불충분으로 무죄가 선고됐다. 권 씨는 문화재로 분류되는 불교미술품 16점과 지석 379점을 창고에 보관한 혐의에 대해 “문화재를 적절하게 보관했을 뿐 은닉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문화재의 위치를 분명히 파악하지 못하게 해 발견하기 곤란하게 만드는 행위 자체가 ‘은닉’에 해당한다”고 보고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재판 과정에서 문화재를 모두 반환한 것으로 보이고, 박물관을 운영하기 위해 개인 재산을 쓰는 등 불교문화를 대중화하는데 기여한 바가 있다”며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밝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쌍용차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대한문 앞 집회를 하다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변호사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정용석 판사는 29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류하경 변호사(33)에게 “경찰이 설치한 질서유지선이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를 벗어나 집회를 과도하게 제한했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45)도 역시 무죄를 선고받았다. 류 변호사와 박 대변인은 2013년 7월 25일 서울 중구 대한문 화단 앞에서 쌍용차 집회를 하며 질서유지선을 치우고 경찰관들을 폭행해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 판사는 “당시 개최된 집회의 규모는 일반 통행이나 교통 소통에 방해가 될 우려를 일으킬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경찰과 물리적으로 충돌하기 전까지 참가자들은 집회 질서를 어지럽히지도 않았다”며 “경찰의 공무집행이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같은 혐의로 기소된 권영국 변호사(52) 등 민변 소속 변호사 5명은 모두 1심에서 공무집행방해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경찰이 집회 시위의 자유를 일부 침해 했던 만큼 정당한 공무집행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권 변호사는 경찰관에게 폭언을 하고 다른 집회에서 교통을 방해한 혐의가 인정돼 벌금 300만 원, 다른 변호사들은 경찰관을 끌고 가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체포미수죄)로 벌금 150만~200만 원을 선고받았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법무부가 내린 징계 절차 개시 결정에 불복해 무효 소송을 냈다. 민변 장경욱, 김인숙 변호사 2명은 27일 서울행정법원에 “법무부 징계위원회의 징계개시 결정은 무효”라며 이를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낸데 이어 28일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법무부의 징계 심사 절차를 막아달라며 집행정지 신청도 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장 변호사에 대해 간첩혐의로 기소된 피고인과 접견해 거짓진술을 종용한 혐의로, 김 변호사는 경찰관에게 상해를 입힌 세월호 집회 참가자의 경찰 조사에 동석해 진술거부를 종용한 혐의로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를 신청했다. 대한변협은 검찰의 징계 요구를 기각했고, 검찰은 올해 5월 법무부에 이의 신청을 냈다. 법무부 변호사 징계심사위원회는 7월 검찰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여 징계절차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들은 이번 결정이 국가보안법 사건 등 공안사건에서 일부 무죄 판결을 받아낸 데 대한 검찰의 보복성 대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변은 성명을 내고 “변협 징계위원회가 기각 결정을 이미 내린 경우 신청인(검찰)이 또 다시 불복해 이의신청할 수는 없다”며 “헌법상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진술거부권을 무력화시키고 징계를 이용해 변호사의 정당한 변론권을 위축시키려는 검찰과 법무부의 시도에 대해 재판부의 정당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비타500’ 박스는 비서진 입에서 나간 것 아니다. 언급조차 한 적 없다.”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을 보좌해 온 최측근 이용기 전 경남기업 비서실 부장(43)이 이완구 전 국무총리(65)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 같이 밝혔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 당시 일부 언론은 성 전 회장이 2013년 4월 4일 이 전 총리에게 ‘비타500’ 음료박스에 3000만 원을 넣어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장준현) 심리로 열린 이 전 총리의 2차 공판에서 이 씨는 “문제의 보도가 나가기 전 해당 언론사에서 노란색 귤 박스가 전달됐다는 초고를 보여줘서 사실관계가 아니라고 했으나 기사가 바뀌어 나갔다”며 “비서진은 비타500 상자에 대해 언론과 인터뷰를 한 적도 없고 언급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 씨는 또 “2013년 4월 4일 성 전 회장 지시로 한장섭 전 경남기업 부사장에게서 쇼핑백을 받아 성 전 회장 차 뒷좌석에 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쇼핑백 안에 돈이 들어있는 것을 확인했는가’라는 변호인 측 질문에 “자금을 관리했던 한 전 부사장의 직무를 고려하면 돈이 들어있을 것으로 짐작했을 뿐”이라며 “쇼핑백 안을 확인하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전 총리는 성 전 회장과의 친분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왜 성 전 회장과 자주 연락했다고 말하는지 답해 달라”며 직접 이 씨를 추궁하기도 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성 전 회장과 이 전 총리가 이 전 총리의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만났는지 여부도 첨예한 쟁점이 됐다. 현금이 든 쇼핑백을 성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수행비서 금모 씨도 두 번째 증인으로 출석해 “후보자 사무실에서 이 전 총리와 독대하고 있던 회장님 손에 직접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이 전 총리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돈을 건넸을 리가 없다. 선거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전 총리 측은 공판 시작에 앞서 “당시에 성 전 회장이 아니라 새누리당 김한표 의원을 만나고 있었다”며 김 의원을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재판부는 채택을 유보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앞니가 흔들린다. 구치소에 조치를 취해 달라고 수차례 말했지만 그때마다 내가 들은 건 수감 기간엔 오직 진통제만 줄 수 있다는 말뿐이었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심규홍) 심리로 열린 ‘이태원 살인사건’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피고인 아서 존 패터슨(36)은 치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그의 진술은 통역 과정에서 “구치소에서 진통제를 줄 수 있다고 하더라”는 취지로 옮겨졌다. 그의 어투에 배어있는 불편함과 절박함은 통역의 차분한 어조로 재판부에 전달됐다. 말투, 표정, 몸짓…. 작은 단서 하나로도 형사법정에 선 피고인의 유죄와 무죄가 갈리고 인생이 뒤바뀐다. 경찰청이 집계한 지난해 외국인 범죄 건수는 3만671건으로 2012년 2만4373건에 비해 25.8%가 늘었다. 한국말이 서툰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피고인들이 재판에 넘겨지고 있지만 이들의 말을 제대로 옮겨 줄 통역 자원은 충분히 확보돼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49) 등 사회적 이목을 끄는 외국인 피고인 재판이 늘면서 법정 통역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만, 원활치 못한 법정 통역으로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동근) 심리로 열린 가토 전 지국장의 결심공판. 법정 통역이 제대로 이뤄지는지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변호인석 뒷자리에 피고인의 자체 통역인이 앉았다. 법원이 선임한 통역인은 긴장한 탓인지 한국어로 옮겨야 하는 상황에서 재판부를 향해 일본어로 말하는 일도 벌어졌다. 앞서 6월 말 열린 6차 공판에서는 도널드 커크 미국 USA투데이 전 서울특파원이 증인으로 나와 한국어-영어-일본어가 오가는 이중 통역이 이뤄졌다. 하지만 통역이 매끄럽지 못해 수차례 재판 흐름이 끊겼다. 결국 가토 전 지국장 측 변호인단은 “원활하지 못한 통역으로 방어권에 문제가 생긴다”며 자체적으로 번역본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경제 범죄, 군사기밀 관련 범죄 등 전문적이거나 복잡한 사건이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최근 방산비리 혐의로 기소된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 재판에서는 외국인 증인 신문 과정에서 군사용어와 약어가 난무하자 영어 통역인이 통역을 수시로 중단했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함께한 베테랑 통역인임에도 검찰과 변호인은 “통역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며 항의했다. 지난해 CNK 주가조작 사건에서는 통역인을 중간에 해촉하고 교체하는 일도 있었고, 주심 판사가 조서를 일일이 맞춰보기까지 했다. 이 때문에 외국인 피고인들의 방어권 보장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관련 형사재판은 2012년 3249건에서 2013년 3564건, 2014년 3790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으나 통역 인력이 충분치 않아 ‘내 의견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 아니냐’는 피고인들의 두려움은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 공판조서는 진술 요지만 남기기 때문에 통역인이 간추려 전달하는 일이 잦아지면 사소해 보이지만 진실 규명에 결정적인 단서들을 놓치기 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미묘한 뉘앙스, 욕설까지도 그대로 옮기라”고 주문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외국인 전담 재판부에서 근무했던 한 부장판사는 “통역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데 (피고인이) 뭔가 길게 설명해도 (통역이) 짧게 전달할 때마다 ‘내가 제대로 심리하고 있는 게 맞을까’ 하는 불안감이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한 외국인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재판장은 “한참 판결 요지를 설명한 뒤 피고인이 울고불고하길래 통역을 기다렸는데 통역인이 ‘판사님, 이 사람이 그렇게 긴 시간 동안 감옥에 있을 수 없다는데요?’라고 말해 힘이 빠졌다”고 전했다. 10월 현재 전국 법원에 등록된 통역인은 총 1736명.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27개 언어와 수화 통역이 제공되기는 하지만 “통역인별, 언어별로 편차가 심하다”는 게 외국인 전담 재판부의 설명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소수 언어의 경우 어렵게 현지 통역인을 구해 위촉하다 보니 한국어로 옮기는 능력이 부족해 재판 진행이 잘 안된다”고 말했다. 법정 통역인은 최초 30분은 7만 원, 이후는 30분 단위로 5만 원씩 통역료를 받고 있다. 법원 안팎에선 “보수를 높이는 것도 방법이지만 법정 통역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게 급선무”라는 목소리가 높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블로그 게시 글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파워 블로거 개인에게 법원이 2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통상 명예훼손 배상액이 1000만 원을 넘는 경우가 드문 점을 감안할 때 인터넷 공간에서의 명예훼손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서울고법 민사12부(부장판사 김기정)는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57·여)가 파워블로거 이모 씨(52·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에서 선고한 배상액 500만 원에 1500만 원을 더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씨는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정 씨에 대해 “또 다른 듣보잡 극우? 정미홍의 과거 행보 모아 보니 충격!” “정미홍이 성추행 윤창중을 미친 듯 옹호하는 이유” 등 인신 공격성 글을 8차례 올렸다. 정 씨는 검찰에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위반(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이 씨를 고소했지만 지난해 2월 명예훼손은 증거 불충분으로, 모욕 혐의는 불기소 처분되자 항고했다. 결국 재기수사명령이 내려져 모욕 혐의로 기소된 이 씨는 올해 6월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 씨는 또 “서울시장 (선거) 출마 때 도와주겠다고 약속하는 대가로 모 언론매체 편집국장과 방송 진행자 및 대담자에 대한 소를 취하했다”, “일부 언론이 새누리당 국회의원으로 오보를 냈으나 불리한 기사가 아니라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정 씨는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하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으로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정신적 피해에 따른 위자료로 3억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지난해 9월 1심에서는 배상액을 500만 원만 인정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는 타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모욕은 현실과는 달리 일회적이거나 휘발적이지 않고 피해가 광범위하다”며 배상액을 2000만 원으로 늘렸다. 재판부는 이 씨가 일일 평균 방문자 수가 3만∼4만 명에 이르는 파워블로거로서 인터넷상에서 영향력이 매우 크고, 정 씨에 대한 글이 게시되면서 블로그 방문자들이 정 씨를 비방하는 댓글을 다는 등 피해가 급격히 확대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어 “명예훼손 부분에 대한 삭제 요청을 받았음에도 삭제하거나 수정하지 않고 오히려 비판하는 글을 추가로 게시했는데 이는 건전한 비판의 차원을 넘어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2012년 3월, 송모 씨(43)는 치매를 앓다 병원에 입원한 어머니 김모 씨(당시 69·여)가 연락이 두절되자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1972년 입양된 뒤 결혼해서 분가할 때까지 함께 살았던 어머니는 2007년 9월 치매 진단을 받은 후 지속적으로 통원 치료를 받던 차였다. 경찰 조사 끝에 인천에 있는 막내 외삼촌 집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송 씨는 연락했지만 어머니와의 통화를 제지당했다. 김 씨는 아들과 전화연락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 두 달 뒤, 20억 원 상당의 건물을 가지고 있던 김 씨는 “모든 재산 관리와 처분을 자신의 동생 2명에게 일임한다”는 위임약정서와 “사후 재산도 모두 동생에게 주며 양자는 아무런 재산도 상속할 수 없다”는 유언공정증서를 썼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송 씨가 어머니를 금치산자로 선고해달라며 법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금치산자가 되면 법원이 어머니에게 붙인 임시후견인이 어머니의 법률 행위를 취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해 9월 법원은 외삼촌에게 “후견인 동의 없이 어머니의 재산처분을 금지한다”고 결정했으나 외삼촌은 통보 당일 건물을 급매하고 소유권 이전등기까지 마쳤다. 법원은 김 씨에 대한 성년 후견 개시 결정을 했고, 김 씨의 성년 후견인이 된 법정 대리인이 김 씨의 재산을 원상복구하라며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부장판사 윤강열)는 “김 씨의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였으므로 동생에게 작성해 준 위임장은 무효이며 이에 따라 토지와 건물을 처분할 대리권이 없다”고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 씨가 법률적 의미와 효과를 이해하는 정신상태에서 제1순위 상속인이 될 수 있는 송 씨의 권리를 완전히 배제하고 동생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작성하고 서명했을 리가 없다고 판단된다”며 “소유권 이전 등기와 근저당권 설정등기 말소를 명한다”고 판시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심규홍)는 22일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아서 존 패터슨 씨(36)의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에드워드 리 씨(36)를 증인으로 채택한다. 다음 달 4일 오후 2시에 증인 신문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 씨와 함께 조중필 씨(당시 22세)의 부검의도 같은 날 증인으로 출석한다. 재판부는 이외에도 혈흔 분석가와 도검 전문가, 현장 사진을 찍은 사진가, 사건을 처음 조사한 미군 범죄수사대(CID) 수사관, 사건 직후 패터슨 씨와 리 씨의 말을 들었던 친구 등도 증인으로 채택했다. 리 씨는 1997년 4월 3일 대학생이던 조 씨가 흉기에 수차례 찔려 살해된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 친구인 패터슨 씨와 함께 있었다. 그는 사건 직후 살인 혐의로 기소됐지만 2년 뒤 증거 불충분으로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