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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보면 나이가 벼슬인 줄 아는 어른이 있어요. 사회에서 만나면 그냥 개인 대 개인일 뿐이죠. 서로 존중할 필요가 있는데 나이 든 분이 초면인데도 함부로 대하고 반말하고. 꼰대가 아닌 어른이 필요한 사회입니다.”(한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글) 동아일보는 10월부터 대통령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와 함께 젊은 세대가 노인 세대를 바라보는 시각과 그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메조미디어는 젊은 세대가 주로 쓰는 다음아고라, 오늘의유머 등 11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 151만5243건을 분석하고 할머니, 늙은이, 꼰대, 노슬아치(노인+벼슬아치) 등 노인 세대를 지칭하는 키워드 34개를 선정했다. 이를 이용해 노인 세대에 대한 생각을 밝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글 83만3374건을 통해 젊은 세대의 생각을 들여다봤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 노인 세대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 표출이 45%로 긍정적인 의견(16%)보다 많았다.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은 대중교통과 관련된 내용이 가장 많았다.○ 세대 간 전쟁터 ‘지하철 1호선’ 대중교통 중에서도 서울 지하철 1호선을 언급한 것이 가장 많았다. 올해 지하철 1호선 노인(65세 이상) 승차 비율은 19%로 다른 노선(8∼13%)보다 높았다. SNS에서 1호선은 ‘노인전용선’ ‘어르신 천국’ ‘앉을 확률 0%’ ‘헬게이트’ 등으로 불린다. “1호선을 타보면 어르신 보는 눈이 달라진다. 노인 세대에 대한 혐오가 생길 정도”라는 글도 자주 올라온다. 3일 하루 지하철 1호선을 타보니 다른 승객을 배려하지 않는 노인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날 오후 2시경 청량리역을 출발한 지하철 객차 안은 파 냄새가 진동했다. 노약자석에 앉은 70대 할머니 2명은 커다란 검은 봉지에서 대파를 꺼내 다듬기 시작했다. 대파에서 떨어진 흙 때문에 바닥이 더러워졌다. 젊은 승객이 할머니를 향해 코를 막고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할머니는 “뭐 할머니들이 잠깐 그럴 수도 있지”라며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10시 반경 서울역을 출발한 지하철 안에선 여기저기 신발을 벗고 있는 노인이 눈에 들어왔다. 노약자석에서 등산복 차림의 70대 할아버지는 “발이 시리다”며 등산화를 벗고 다리를 쭉 펴고 앉아 있었다. 맞은편에 앉은 비슷한 연령의 노인도 마찬가지였다. 이 모습을 본 임신 3개월 차 김모 씨(32)는 “공공장소에서 신발 벗고 있는 모습이 불편하다”며 일반석 쪽으로 옮겨가 서 있었다. 지하철 1호선을 담당하는 한 보안관은 “장애인 휠체어 구역에서 돗자리를 펴고 여럿이 술을 마시고, 다짜고짜 젊은 세대에게 욕하는 노인도 있다”며 “이런 행동을 제지하면 ‘내 나이가 지금 몇 살인데’ 하며 화만 낼 뿐 고치려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특히 자리 양보 문제는 1호선의 갈등 요인이다. SNS에서 언급된 갈등 요인 중 33.9%가 자리 양보로 일어난 문제였다. 젊은 세대의 머릿속은 “노약자석이 아니면 자리를 양보해야 할 의무가 없다. 노약자석도 노인만 앉는 자리가 아니라 임산부, 환자, 어린이 같은 약자도 함께 앉는 자리다”란 생각이 지배적이다.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나이에 따른 위계질서 중심의 농촌공동체를 기억하는 노인 세대와 공공질서를 중시하며 도시에서 자란 젊은 세대 간의 생애경험이 극단적으로 갈리면서 충돌이 벌어진다”며 “압축성장 속에 급속히 가치관이 변하며 세대 간 접점이 벌어진 것이 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심 대한노인회 회장(76)은 자리 양보 문제를 풀 해법을 노인 세대에 제시했다. 일반석뿐 아니라 노약자석에 젊은 세대가 앉아 있더라도 그들도 속사정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해하려는 노력부터 하라는 것이다. “젊은이의 눈을 마주 보고 양보를 강요하면 젊은 세대는 무시하듯 눈을 감아요. 이러면 노인 세대는 눈을 뜨라고 손이나 발로 툭 치는데 이러면서 갈등이 커집니다. 이젠 노인 세대도 젊은 세대의 처지를 먼저 잘 헤아리고 존중해야 대접받을 수 있어요. 나이만 먹었다고 어른 대접받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존댓말 쓰는 노인에게 감동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주변의 한 패스트푸드점. 이곳은 커피나 식사를 싸게 즐기려는 노인이 많이 찾아 ‘도심 경로당’으로 불린다. 그 시간 패스트푸드점을 찾은 손님 44명 중 33명이 노인 세대였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젊은 세대인 아르바이트생에게 존댓말을 쓰는 노인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계산대에서 주문하는 노인 30명 중 23명이 반말로 주문했다. “콜라 석 잔 줘” “물 좀 줘” “커피 한 개” 등 명령하듯 반말로 주문했다. 아르바이트생에게 반말은 일상이 됐다. 현장에서 만난 아르바이트생들은 “‘야야’ ‘어이’라고 불러 가보면 테이블 좀 치우라는 명령이 가장 많다”고 전했다. SNS에서도 “노인은 왜 반말이 자동탑재인가” “초면인데도 반말하고 ‘어이’ ‘이봐’라고 부르는 진상 노인이 많다”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실제로 노인 세대의 대화법에 대한 SNS 게시글 중 반말(74.7%)이 존댓말(25.3%)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명령조의 반말을 고집하는 대다수 노인 사이에서 존댓말 쓰는 노인을 바라보는 젊은 세대의 존경심은 매우 컸다.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난 김모 씨는 “존댓말로 메뉴를 주문하는 노인을 만나면 존중받는 기분이 들어서 무척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SNS에서도 “알바하면서 존댓말을 쓰던 어르신을 딱 한 분 만났는데 고마워서 잊을 수 없다” “나이 어리다고 다짜고짜 반말 듣는 게 너무 당연했는데, 존댓말로 길을 묻는 할아버지를 만난 일은 감동으로 남았다”는 글이 올라온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존댓말로 메뉴를 주문한 이모 씨(76·여)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은 예의다. 대접을 받고 못 받고는 어른 하기 나름이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 간 갈등 해결의 실마리로는 존댓말이 꼽힌다. 설득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김영석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요즘 젊은 세대는 초면에 반말 듣는 일을 싫어해 세대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존댓말을 써 준다면 노인 세대가 젊은 세대와 충분히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사회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오영환 대한노인회 정책이사(55)는 “노인 세대는 존중받아야 할 우리 사회의 어르신이지만 이젠 젊은 세대도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존중해줘야 한다. 젊은 세대가 나이를 근거로 함부로 대하는 모습을 가장 싫어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 노인의 기준, 법으론 65세 국민은 “67세” ▼ “70~74세” 44%로 가장 많아… ‘60대=노인’ 지칭 갈수록 줄어 한국인은 몇 살부터 노인이라고 생각할까. 대통령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 결과의 평균치는 67세 이상을 노인으로 보고 있어, 사회적인 인식 연령이 행정적 기준보다 더 높았다. 법적으로 각종 경로 우대 혜택이 제공되는 나이는 만 65세다. 대표적 혜택인 대중교통 무임승차도 만 65세부터 혜택이 주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고령사회를 분류하는 기준도 65세. 하지만 대한노인회가 5월 정기이사회에서 노인 기준연령을 70세로 올리자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뒤부터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졌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만 13세 이상 국민 1000명 중 70∼74세가 노인의 기준이라고 답한 사람이 44%로 가장 많았다. 65∼69세라고 답한 의견이 30.3%로 그 뒤를 이었다. 온라인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노인을 언급한 83만3374건의 글에서 노인을 ‘60대’라고 지칭하는 사례는 줄어드는 반면 ‘70대 노인’이라고 언급하는 것은 점점 늘어났다. 2013년 게시글 중 60대를 노인이라 표현한 것은 48.6%, 70대는 20.1%였다. 하지만 이 비중은 2014년 42.1% 대 31%로, 70대가 노인이라는 비중이 1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SNS 분석을 통해 드러난 노인의 외모는 ‘흰머리’에 ‘등산복’이나 ‘정장’을 입고 ‘지팡이’를 짚은 모습이었다. 외모에 대해 언급할 때 자주 등장한 단어는 흰머리(25%) 등산복(16.4%) 지팡이(15.4%) 정장(15.1%) 주름 한복 순. “머리가 희끗한 노부부가 손을 꼭 붙잡고 있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거나 “정장을 잘 차려입은 노인의 모습이 정말 멋있다”는 의견을 SNS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19일 제3차 민중총궐기 대회가 서울 도심에서 경찰과의 충돌 없이 문화제 형식으로 열렸다. 하지만 경찰은 문화제가 아닌 사실상의 ‘미신고 불법집회’였다고 보고 주최 측 관계자들을 형사입건할 방침이다. 당초 주최 측은 서울역광장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지만, 보수단체의 다른 집회와 시간과 장소가 겹쳐 경찰이 금지를 통고했다. 이에 ‘소요 문화제’를 열겠다며 광화문광장 사용을 신청했고 서울시가 이를 받아들였다. 주최 측에 따르면 ‘소요 문화제’는 ‘소란스럽고 요란스러운 문화제’의 줄임말로 14일 열린 1차 민중총궐기 주최 측에 소요죄 적용을 검토하는 경찰에 반발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19일 오후 3시부터 열린 문화제에는 투쟁본부 소속 수천 명(경찰 추산 2500명, 주최 측 추산 8000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부부젤라(아프리카 응원 도구) 탬버린 호루라기 등을 갖고 집결했다. 최종진 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대표 발언에서 “국회의장 직권상정 강요하고 비상사태 운운하는 정권이 미쳤다”며 “이 땅의 저항의 구심인 민노총을 와해하려는 정권을 향해 국민에게 호소한다. 민노총 투쟁에 끝까지 함께해 달라”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오후 4시 45분부터 광화문광장에서 청계광장 무교로를 거쳐 1차 총궐기대회에서 다친 농민 백남기 씨(69)가 입원한 서울대병원 후문까지 행진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행진이 끝난 직후 참가자들이 ‘한상균을 석방하라’는 유인물을 배포한 점, 사회자의 선동에 따라 구호를 제창한 점으로 볼 때 이날 문화제가 ‘미신고 불법집회’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민노총은 “시위의 자유를 억압한 경찰은 사법처리 운운할 자격이 없다. 소요문화제는 민주주의 문화제”라고 반박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삶의 최전선에서 분투하고 있는 당신이라면 이미 ‘글쓰기의 최전선’에 나갈 준비는 마친 셈. 당신의 글쓰기를 응원합니다.” ―‘글쓰기의 최전선’을 주문하신 황은주 고객님의 추천사. 강원 속초시에서 60년 가까이 운영된 ‘동아서점’은 10일부터 ‘타인의 취향’이라는 주제로 이런 글귀가 붙은 책 22권을 전시하고 있다. 온라인 서점이 있지만 굳이 동네 서점을 찾아 책을 주문하고 기다렸다 가져가는 사람들을 위해 서점이 준비한 감사의 이벤트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곳은 참고서와 베스트셀러 위주로 판매하는 평범한 서점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런 소소한 이벤트를 열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소통하며 ‘머물고 싶은 서점’이 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속초에서는 보기 드문 20, 30대 고객이 늘고 서울의 서점에서 견학을 오기도 했다. 3대째 서점을 운영 중인 김영건 씨(28)는 “단순히 책 파는 공간이 아니라 편히 책을 읽는 공간으로 바꾸고 손님들과 소통하려 노력하다 보니 책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했다. 지난달 100명이 한꺼번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대형 테이블을 들이는 등 ‘책 파는 공간’에서 ‘책 읽는 공간’으로 대규모 리모델링을 한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서도 새로운 모습이 포착됐다. 15일 오후 8시 30분경, 200여 명이 책을 보고 있었지만 책을 깔고 앉거나 진로를 방해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진열대에서 꺼내본 책을 구겨지지 않게 조심히 읽고 원래 자리로 돌려놓는 모습도 발견됐다. 2주에 한 번 교보문고를 찾는다는 표지수 씨(21·여)는 “과거에는 공간이 부족해 서서 책을 보다가 지나가는 사람들과 부딪치곤 했는데 이제는 오래 머무르고 싶다”고 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도 “리모델링 이후 달라진 분위기에 손님들이 책을 다루는 모습도 바뀐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며 “사람들이 책을 보기만 하고 떠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대부분이 책을 구매해 매출도 떨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일본 쓰타야 서점처럼 오프라인 서점이 문화적 체험 공간으로 변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이에 따라 시민들의 독서 문화도 더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표현의 자유를 둘러싸고 대학가에 때아닌 ‘대자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발단은 지난달 30일 경희대 청운관에 붙은 대자보였다. 대자보에는 고 김수영 시인(1921∼1968)의 ‘김일성 만세’가 적혀 있었다.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라는 표현이 담긴 시다. 1960년 작품이지만 알려지지 않다가 2008년에야 공개됐다. 대자보를 쓴 김모 씨(23)는 “8월부터 교내에 딱딱한 대자보 대신 시를 게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 활동의 하나로 게시한 것일 뿐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자보가 학교 직원에 의해 철거되면서 오히려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1일 고려대 학생 12명은 교내 게시판에 같은 내용의 대자보를 붙였다. 대자보를 게시한 강모 씨 등은 경희대 대자보 철거 등을 언급하며 “우리 사회의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에 반박하는 학생들의 ‘패러디성’ 대자보가 잇달아 등장했다. 김일성 만세라는 시의 제목을 ‘전두환 만세’ 또는 ‘천황폐하 만세’ 등으로 바꾼 대자보들이다. 반박 대자보를 붙인 학생들은 “표현의 자유도 상식적인 선을 지켜야 한다” “독일 러시아에서는 하켄크로이츠(나치 문양) 사용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사람들에겐 말할 권리도 들을 권리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일성 부자와 일가족 때문에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등장했다. 고려대 북한인권학회 ‘리베르타스’는 “6·25전쟁의 원흉이자 독재자인 김일성을 추앙하는 표현을 어찌 언론의 자유라고 할 수 있나? 이는 북한 주민들의 아픔과 상처에 칼질을 하는 것이다”라는 대자보를 붙였다. 글을 쓴 정모 씨(23·경영학)는 “표현의 자유는 이해하지만 그 표현으로 인해 상처받을 소수자에 대한 배려는 없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면서 일부 대자보가 뜯겨 나가고 다시 게시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재교 세종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김일성의 업적을 얘기하면서 만세를 외쳤다면 별개의 차원이겠지만, 표현의 자유 자체만 놓고 대학생들이 이처럼 논쟁을 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고 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10일 체포된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은 묵비권을 행사하며 경찰 조사를 사실상 거부했다. 그는 체포 직전 기자회견에서 “정권이 짜놓은 각본에 따라 구속은 피할 수 없다. 아니 피하지 않겠다”며 불법 행위를 정당화하는 궤변을 늘어놨다. 그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시절 77일간 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2009년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한 이후 또다시 구속될 처지에 놓였다.○ 한상균, 묵비권 행사로 일관 서울 남대문경찰서로 압송된 한 위원장은 경찰서 1층 유치장 내 조사실에서 진행된 조사에서 진술을 전면 거부했다. 경찰이 폭력으로 번진 집회 현장에서 채증한 사진도 보지 않겠다고 버텼다. 그는 변호인 입회하에 오후 2시 10분부터 시작된 조사에서 인적사항만 답변하다가 30분이 지나자 입을 다물었다. 경찰은 미리 준비해 놓은 300여 개의 신문 항목을 차례로 물으며 한 위원장이 보이는 반응을 조서에 기록했다. 이날 한 위원장은 경찰 조사에 앞서 흉기 소지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한 간단한 신체검사를 받았다. 조계사에서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에 투쟁 선동 동영상 등을 17차례 올렸지만 경찰 확인 결과 한 위원장은 스마트폰을 소지하지 않았다. 수사에 대비해 체포 전 누군가에게 넘긴 것으로 보인다. 이어 변호를 맡은 민노총 법률원 장종오 조세화 변호사를 접견했다. 11일째 단식 중인 것으로 알려진 그는 경찰서 구내식당의 점심과 저녁을 모두 거부하고 오후 4시 1차 조사를 마친 뒤 구운 소금만을 요청했다. 오후 10시까지 이어진 2차 조사에서도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300여 개 신문 항목 중 절반 이상 질문했지만 일절 입을 열지 않았다”며 “하지만 채증 자료와 한 위원장 발언, 관련자 진술 등만으로 혐의 입증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3차 조사는 11일 오전 10시로 예정됐다. 경찰은 지난달 14일 제1차 민중총궐기 투쟁대회 등 한 위원장에게 총 24개 범죄 사실과 8가지 혐의를 적용해 11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그는 1차 투쟁대회를 포함해 올해 총 11건의 불법 시위를 주도하면서 일반교통 방해, 해산명령 불응, 특수공무집행 방해, 특수공무집행 방해치상, 특수공용물건 손상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최고 징역 10년형에 처할 수 있는 형법상 소요죄는 구속영장 신청 때는 적용하지 않고, 증거 자료를 수집한 뒤 기소 단계에서 적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14일 불법 폭력시위를 사전에 기획하고 청와대까지 진격하기 위해 민노총과 산하 산별노조에 시위 당일 역할을 분담시키는 등 “나라 전체를 마비시키자”며 폭력시위를 조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민노총 핵심 간부들도 수사 경찰이 민노총 핵심간부 등 집행부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예고해 민노총이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차 민중총궐기 집회 때와 같은 불법 폭력시위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본보기를 보이겠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날 출석요구 시한을 넘긴 민노총 핵심간부 이영주 사무총장과 배태선 조직쟁의실장 등의 영장을 곧 신청할 예정이다.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을 것으로 보이는 최종진 수석부위원장은 2일 경찰에 출석해 일부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 수석부위원장의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 중이다. 이에 앞서 한 위원장은 조계종 화쟁위원장인 도법 스님과 함께 조계사 관음전을 걸어 나왔다. 대웅전에 들러 삼배를 올린 그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자승 총무원장과 약 15분간 면담했다.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16일 총파업 투쟁을 부르짖었다. 기자회견을 마친 한 위원장은 오전 11시 18분경 조계사 일주문을 빠져나왔고, 그를 기다리던 경찰은 미란다 원칙을 고지한 후 염주를 낀 그의 양손에 수갑을 채웠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권오혁·김민 기자}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은 10일 조계사를 떠나기 직전 민노총 간부들에게 이후 투쟁 방침을 지시하고 떠났다. 그는 자신이 25일간 의탁했던 조계사를 ‘절간’이라고 표현하는 등 조계종에 대한 서운한 마음을 또 드러냈다. 그는 이날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을 만나기 전 관음전 지하 1층 법당에서 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간부들과 따로 20여 분 동안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수도권 조합 동지들을 중심으로 역량을 모아 16일 총파업 투쟁을 내년 총선 투쟁까지 이어가자”고 주문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달 1차 민중총궐기 집회 때 부상해 입원 중인 백남기 씨 사건을 투쟁 동력으로 삼자는 발언도 했다. 그는 “백남기 어르신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정권은 그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그런 비통한 일이 터지면 민주노총이 농민의 심장으로 들어가 정권을 끝장내는 투쟁으로 이어가자”고 했다. 한 위원장은 조계사에 도피 중이던 7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 내비쳤던 조계종에 대한 섭섭한 심정을 이날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절간에서 많은 반성의 시간을 가졌고 분노도 키워봤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조계종단이 계급적 관점으로 우리와 동질하지 못한 것은 현실적인 문제였다”고 꼬집었다. 조계종단이 자신을 끝까지 보호해주지 않고 나가라고 한 데 불만이 배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의 우군으로 생각하자”며 종교를 투쟁에 활용해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한 위원장은 야당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노동개혁 법안 반대를) 야당의 당론으로 하는 문제는 우리가 구걸할 문제가 아니다. 그들이 재벌의 편인지, 노동자의 편인지 우리가 묻고 있는 것이다”라며 “야당도 당론을 명쾌하게 정리하기를 요구한다”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조계사의 관음전은 평소 기도처이자 템플스테이 숙소로 활용되는 조용한 공간이다. 하지만 지난달 16일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이 이곳에 은신한 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10일 한 위원장이 체포된 뒤 관음전은 청소 등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만약에 있을 충돌에 대비해 구름다리를 감시하던 옥상 조명은 오후 2시경 철거됐다. 한 위원장이 체포된 직후인 오전 11시 40분경에는 매일노동뉴스 등 신문이 담긴 쓰레기 포대가 관음전에서 나왔다. ○ “집주인 말도 안 듣는 갑 중의 갑” 이날 오전 10시 7분경 화쟁위원회 위원장인 도법 스님과 조계사 부주지 담화 스님 등이 한 위원장의 자진 퇴거에 앞서 관음전을 찾았다. 퇴거를 둘러싼 갈등 때문에 심각했던 이전과 달리 차분했다는 후문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사실상 전날 자진 퇴거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심각한 얘기는 나오지 않았고 향후 계획과 건강에 대한 덕담이 오갔다”고 했다. 하지만 전날인 9일 오후 관음전은 같은 호남 출신인 담화 스님과 한 위원장 사이에 전라도 사투리로 고성이 오가는 등 격앙된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날 오후 4시경 관음전 밖에서는 공권력 집행에 나선 경찰과 이를 막는 종무원들 간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그 시각 담화 스님은 한 위원장을 설득하다 지쳐 “한 사람 때문에 조계사는 물론이고 종단 전체가 이렇게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말이 되냐”며 압박했다. 이에 한 위원장은 “(나는) 2000만 노동자의 대표자이니 함부로 거취를 결정할 수 없다”는 논리로 반박했다. 도법 스님이 두 사람을 자제시키며 대화를 이어갔다는 후문이다. 자진 퇴거 시점과 관련해 한 위원장이 거듭 말을 바꾸는 과정을 지켜본 조계사의 한 관계자는 “집 주인인 조계사와의 약속을 3차례나 어긴 한 위원장이 ‘갑 중의 갑’이라며 “(나가기로 약속한) 10일 새벽에도 혹시 마음을 바꿀까 봐 불안해 옆방에서 잤다”고 했다.○ “휴대전화는 목욕탕 들어갈 때에도 비닐에 싸서 가지고 들어가라” 조계사로 들어간 직후 관음전 409호에서 생활하던 한 위원장은 2차 민중총궐기 대회를 하루 앞둔 4일 밤 407호로 방을 옮겼다. 그가 창문을 통해 민노총 관계자들과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본 사찰 측에서 조계사 대웅전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창문이 난 방으로 옮겨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의 은신 뒤 관음전은 철저히 통제됐다. 건물 내 엘리베이터 사용이 중지됐고, 출입문도 모두 자물쇠로 잠겼다. 직원들 몇 명은 주간에는 외부에서 열어줘야 출입이 가능했고 야간에는 외부와의 출입이 차단됐다. 한 사찰 관계자는 “출입이 번거로워 안에서 직원들이 컵라면을 먹곤 했는데 그걸 두고 (단식 중이던) 한 위원장이 페이스북에 ‘컵라면 고문’이라고 썼다”고 했다. 이세용 조계사 종무실장은 언론과의 거의 유일한 창구가 됐다. 종단이 직접적인 개입을 꺼려 이번 사안을 조계사와 화쟁위원회 차원에서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어떤 상태라도 전화를 꺼놓으면 안 되고 기자들 전화를 받아라. 목욕탕 들어갈 때에도 비닐에 싸서 가지고 들어가라”는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의 당부까지 있었다. 한 위원장은 은신 초기에는 방에서 노트북을 사용하며 온라인을 통해 투쟁 지침과 서신을 전했다. 하지만 이에 부담을 느낀 사찰 측이 “여기에 피신해 온 것이지 투쟁 지휘소를 설치하러 온 게 아니지 않느냐”며 노트북을 치워 달라고 요청해 한 위원장은 나중에는 스마트폰만 사용했다. 4층을 지키던 조계사 직원들과는 거의 교류가 없었다. 한 위원장은 방에서 조용히 무표정하게 앉아 있거나 테이블에 앉아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입고 있는 옷은 민노총 관계자들이 챙겨 가서 따로 빨래를 해줬다. 한 위원장은 단식 전에는 김치찌개 등 배달 음식을 자주 시켜 먹었다. 또 은신 초기에는 4층 복도나 옥상을 자주 드나들고 야간에는 민노총 관계자들도 찾아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등 비교적 자유로운 생활을 했다.김갑식 dunanworld@donga.com·김민 기자}

조계사 은신 24일째인 9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조계종 화쟁위원회와 조계사 측의 장시간 설득에도 불구하고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경찰의 영장 집행 예고 시한인 9일 오후 5시 직전까지도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이 관음전에서 한 위원장을 설득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한 위원장은 조계사 관음전 407호에 머물고 있다. 지난달 16일 조계사로 들어간 직후엔 409호에서 생활했지만 창문을 통해 민주노총 관계자들과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을 본 사찰 관계자들의 요청으로 관음전 앞마당과 떨어진 방으로 옮겼다. 경찰에 따르면 한 위원장이 있는 방에는 민주노총 관계자 1명도 함께 생활하고 있다.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한 위원장의 극단적 행동을 막기 위해 407호 옆방들에는 조계종 관계자 20여 명이 나눠 생활하며 밀착감시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8일 오후 8시경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된 민주노총 결의대회 사진에 ‘동지가 민주노총입니다. 투쟁!’이라는 댓글을 남긴 이후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앞서 이날 오후 3시경에는 “불편을 감내해야 하는 조계사의 스님, 직원님들 모두와 다수의 신도님들께 거듭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는 글을 올렸다. 전날 “사찰은 나를 철저히 고립 유폐시키고 있다”며 조계사를 비난한 글은 이즈음 삭제됐다. 경찰의 ‘최후통첩’ 통보 직전인 8일 오후 1시경 조계사 신도 60여 명이 관음전 4층을 찾았을 때 한 신도는 “한 위원장이 방에서 ‘박근혜가 퇴진하면 나간다’고 했다. 존댓말도 아닌 반말이었다”고 전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국내 우유업계 1, 2위인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임직원들이 납품업체로부터 지속적으로 돈을 받아 챙기는 등 ‘갑질’을 일삼다 적발됐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부장 조재빈)는 납품업체에 편의를 봐주고 금품을 챙긴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배임수재)로 이동영 전 서울우유 상임이사(62)와 매일유업 직원 2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또 김정석 전 매일유업 부회장(56) 등 두 회사 업체 임직원 10명을 횡령·수재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상임이사는 우유용기 납품업체인 H사 측에 “불량품이 나와도 무마해주겠다” 등 편의 제공을 대가로 2010년부터 올해 5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8500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상임이사는 조합장을 대신해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자리다. 그는 지난달 초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뒤 사직했다. 같은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매일유업 직원 2명도 구속 기소됐다. 홍모 팀장(42)은 2013년 1월부터 수표 1억2000만 원과 3000만 원 상당의 승용차를, 유모 과장(38)은 9600만 원을 각각 받은 혐의다. 이들에게 돈을 건넨 H사 최모 대표(62)는 불구속 기소됐다. 매일유업은 김 전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납품 중개 및 운송 담당 법인에 일감을 몰아줬다. 납품업체들은 어쩔 수 없이 불필요한 중간 단계를 거쳐야 했다. 사실상 ‘통행세’를 낸 셈이다. 김 전 부회장은 이 과정에서 회사 수익금 48억 원 상당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근무하지 않는 직원 명의의 계좌로 거래금액을 가로채 유흥비 등 사적으로 사용했다. 매일유업 3대 주주인 김 전 부회장은 고 김복용 창업주의 차남이자 회장의 동생이다. 검찰은 김 전 부회장이 실질적 압력을 행사하진 않았지만 매일유업의 오너 일가이기 때문에 납품업체가 부담을 가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임직원들이 대부분의 금품을 수표로 전달받을 정도로 죄의식 없이 범행을 저질렀다”며 “비리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이어져 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됐을 것으로 보고 엄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조계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신도회가 요구한 퇴거 기한(6일)에도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스스로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5일 2차 총궐기 대회 후 조계종 화쟁위원장인 도법 스님과 조계사 관계자가 한 위원장을 6일 새벽까지 면담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까지 언제 어떤 모양새를 갖춰 조계사를 나갈지 밝히지 않았다. 조계사 관계자는 “도법 스님이 ‘평화 집회의 명분도 얻었고 조계사 신도회를 포함한 국민 앞에서 6일까지만 있겠다고 했으니 나와 손잡고 명예롭게 출두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지만 한 위원장이 노동법 개악에 대한 우려의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 위원장은 5일 페이스북을 통해 ‘12월 16일 총파업 투쟁’ 참여를 독려하는 글을 남기는 등 향후 투쟁을 계속 이어 갈 뜻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날 한 위원장의 거취와 관련해 “(한 위원장이) 화쟁위와 소통하는 중이나 아직 최종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계종의 한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자진 출두 약속을 깨고 계속 조계사에 은신한다면 그동안 불편과 고통을 참아 준 신도들과 국민 앞에서 종단이 뭐가 되겠느냐”며 “한 위원장이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준 조계사 신도회 부회장은 “한 위원장이 나오지 않으면 7일 신도회 회장단 회의를 여는 등 추가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조계사 신도회는 긴급 총회를 열고 “6일까지 인내하고 기다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경찰은 이날 돌발 상황에 대비해 조계사 주변 배치 인력을 700여 명으로 늘려 경계를 강화했다. 경찰은 지난달 14일 1차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에서 발생한 불법 폭력 행위를 한 위원장이 주도했다며 형법상 소요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집회 관련 법보다 처벌 수위가 높아 최고 징역 10년형까지 처해질 수 있다.권오혁 hyuk@donga.com·김갑식·김민 기자}

“산업화, 정보화, 민주화가 모두 달성된 마당에 폭력 집회는 공감을 얻기 힘들어요. 앞으로는 평화적인 준법 집회가 확실히 뿌리내려야 합니다.” 5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 ‘2차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를 앞두고 열린 범종교인 기자회견을 보며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54·사진)은 이렇게 말했다. 강 원장은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신동아 기자로 현장을 취재했다. 본보 취재팀은 강 원장과 2차 민중 총궐기 집회 현장에 동행하며 바람직한 집회 시위 문화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이날 집회는 오후 3시경 서울광장에서 경찰 추산 1만4000여 명(주최 측 5만여 명 추산)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집회가 시작되자 조계사 스님을 비롯한 종교계 인사들이 한 손에 꽃을 들고 집회장에 들어섰다. 평화와 화해의 상징인 꽃으로 이날 집회가 순조롭게 끝나길 바라는 염원을 담은 퍼포먼스였다. 강 원장은 “1989년 공산주의 정권 붕괴를 불러온 체코의 ‘벨벳혁명’ 당시에도 꽃을 든 시위대의 사진이 널리 회자됐다. 꽃이 등장한 게 매우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집회에서 주최 측은 노동관련법 개악 중단, 역사 교과서 국정화 중단, 농민 고사정책 중단 및 백남기 씨 부상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 등 다양한 요구를 내놨다. 집회장 곳곳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하라” “이석기(전 통합진보당 의원)를 석방하라”는 정치성 구호를 외치는 이들도 있었지만 폴리스라인을 넘어서는 등의 불법 행위는 없었다. ▼ “과격문구도 사라져야 일반시민 공감 얻을것” ▼경찰도 집회 참가자가 늘어나자 플라자호텔 앞 도로까지 집회장소를 열어주고 경찰버스 차벽을 설치하는 않는 등 유연한 대처가 돋보였다. 본 집회가 끝나자 참가자들이 대학로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1차 총궐기처럼 “청와대로 가자”는 구호는 없었다. 강 원장은 “‘청와대로 가자’는 구호는 시위대에 자기만족을 줄지 몰라도 일반인의 공감을 얻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모든 사회문제의 원인과 책임을 청와대 탓으로만 돌리는 문제의식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없음을 지적한 것이다. 행진은 청계천, 보신각을 거쳐 종로를 지나 대학로에 있는 서울대병원까지 이어졌다. 주최 측은 300명의 질서유지단을 동원해 일부 시위자의 돌출행동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강 원장은 “과격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구호나 피켓은 도리어 집회에 참여하지 않는 일반 시민 다수의 반발을 살 수 있다”며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주장을 알리고 설득하기 위해 좀 더 재치 있고 풍자나 해학이 담긴 표현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오후 8시 40분경 시위대는 서울대병원 앞에서 마무리 집회를 끝으로 해산했다. 주최 측이 신고한 집회 마감시간인 오후 9시를 넘지 않았다. 강 원장은 “오늘 집회는 작은 기적이 이뤄진 중요한 실험이었다”며 “종교단체가 대립을 완충하는 역할을 했고 집회 주최 측도 최근 악화된 국민 여론을 수용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집회를 지켜본 시민들은 이날 집회가 평화적으로 마무리된 데 안도하면서도 현행 집회시위 문화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강이슬 씨(26·여)는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참가자들이 각자의 주장을 한꺼번에 내놓아 소란스럽기만 하고 공감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윤수 씨(29)는 “일부 요구 내용엔 동의하지만 시위대가 말하는 민중이 실제 나를 포함한 국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시위대와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 폭력 시위가 언제 다시 등장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호연 씨(30·여)는 “평화시위를 한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과격해 보이고 ‘그들만의 리그’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강홍구 windup@donga.com·박창규·김민 기자}

“평화롭고 자유로운 집회와 행진이 되도록 할 것이다.”(집회 주최 측) “평화 시위를 내세워 도로 점거 등 불법 행위가 있어선 안 된다.”(경찰) 5일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2차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를 앞두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은 따가운 국민 여론을 의식한 듯 ‘평화 시위’를 거듭 다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신고된 차로를 넘어선 행진이나 동선 이탈, 장시간 도로 점거 등 불법 행위에는 엄정 대응하겠다며 ‘준법 집회’에 무게를 뒀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폭력을 쓰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다수의 시민에게 피해를 주는 교통 흐름 방해 같은 행위도 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주최 측 “폭력 쓰지 않겠다” 약속 5일 서울광장 집회는 오후 3시 시작된다. 주최 측은 5만 명 참가를 예상하면서 2시간 동안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부는 민중총궐기 투쟁대회, 2부는 ‘백남기 농민 쾌유와 민생살리기 민주주의 범국민대회’로 진행된다. 집회 참가자들은 노동 관련법 개악 중단, 역사 교과서 국정화 중단, 농민 고사 정책 중단 및 백남기 농민 부상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할 예정이다. 오후 5시 집회가 마무리되면 2개 차로를 따라 서울광장에서 무교로, 종로2가를 지나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후문까지 3.5km 구간을 행진한다. 일부 참가자들은 복면 금지법 발의에 반발해 가면을 쓰고 집회에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 성공회 개신교 원불교 등 각계 종교인 300여 명은 오후 2시 30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평화의 꽃길 기도회’를 연 뒤 꽃을 들고 행진을 함께하며 집회 참가자와 경찰 사이에 평화지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관계자도 “차벽이 설치되더라도 이를 부수지 않을 것이고, 물대포를 맞아도 물리적 폭력은 행사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대병원에 도착한 뒤인 오후 6시부터는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인근에서 4000명이 참여하는 촛불 문화제가 열린다.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피신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4일 오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회색 법복을 입고 주먹을 쥔 채 투쟁을 독려하는 동영상과 함께 “2차 민중 총궐기, 정권이 주는 공포를 뚫고 우리는 다시 모입니다. 이천만 노동자와 전 민중의 생존권을 지켜내기 위해 서울로, 서울로 진격해 민중의 힘이 세상의 주인임을 선언합시다”라며 집회 참가를 독려하는 글을 올렸다.○ 경찰 “긴박한 상황 발생땐 차벽-살수차 동원” 경찰은 준법 집회는 최대한 보장하겠지만 어떤 불법 행위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폭력 없는 평화 시위뿐 아니라 도로 무단점거, 행진 코스 이탈, 집회신고 시간 초과 등의 행위가 없는 ‘준법 집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은 225개 중대 1만8000여 명을 현장에 투입한다. 불법 행위에 대비해 차벽 트럭 20대, 살수차 18대도 준비했다. 차벽과 살수차를 먼저 쓰지는 않되 긴박한 상황이 발생할 때에는 곧바로 차벽과 살수차를 동원할 방침이다. 특히 복면을 쓰고 폭력을 행사하면 현장에서 검거할 계획이다. 차벽을 훼손하거나 경찰관을 폭행하는 불법 시위자들에게 유색 물감을 뿌리고, 경찰 기동대로 구성된 검거 전담반을 투입한다.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과거처럼 시위대를 막기만 하지 않고 검거작전도 펼칠 것이다. 불법 행위를 강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광장 주변의 검문검색도 강화한다. 경찰은 지난달 14일 투쟁본부 측이 장기간 불법 집회를 계획하고 철제 사다리, 쇠파이프 등 불법 시위용품을 사전에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집회에는 검문검색을 통해 불법 시위용품을 미리 찾아낼 계획이다. 지난달 14일 집회 때 검거하지 못했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를 나올 때에는 반드시 검거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5일 0시부터 조계사 스님과 종무원들의 출입증을 확인하고 신도를 가장한 무단출입을 차단해 한 위원장이 집회에 참가하거나 제3의 장소로 도피하는 것을 막을 계획이다. 집회 참가자들이 조계사 방향으로 행진하는 것도 차단할 예정이다. 한편 5일 집회 현장에는 전·의경부모모임 소속 회원 20여 명이 참석해 집회 상황을 지켜볼 계획이다. 이 모임의 강정숙 회장(50)은 “지난달 집회가 너무 폭력적이라 부모들이 거리로 나선 것”이라며 “(집회 참가자가) 법과 원칙에 따르는지 지켜보겠다. 법을 어기는 사람에게는 합당한 처벌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민·김도형 기자}
5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97개 단체가 참가한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 주최로 2차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가 열린다. 이번 집회는 앞으로 평화 준법 집회 문화가 정착되느냐, 아니면 또다시 불법 폭력 시위 행태가 되풀이되느냐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4일 1차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가 일부 참가자들의 경찰버스 파손 등 폭력으로 얼룩지면서 국민 여론은 더 이상 이런 식의 불법 폭력 집회는 용납돼서는 안 된다는 데 모아져 있다. 3일 서울행정법원은 “평화적인 집회를 열겠다”는 범대위의 거듭된 약속을 믿고 경찰의 집회 금지 통고 효력을 정지했다. 법원의 결정은 지난달 14일 집회에서 벌어진 불법 시위를 용인하겠다는 면죄부가 아니라 ‘평화롭고 법을 준수하는’ 집회를 허용한다는 취지다. 범대위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은 4일 기자회견을 통해 “집회 목적 달성을 위해 집회 참가자 모두 철저하게 폭력을 배제하고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게 노력하겠다”며 평화 집회를 약속했다. 하지만 이들 단체는 “위헌적 차벽 설치를 비롯해 집회 참가자를 위축시키고 자극하는 부당한 시도를 중단하라”며 경찰의 ‘질서 유지’를 위한 물리적 대응에는 맞대응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범대위는 5일 오후 3시부터 서울광장에서 5만여 명(경찰 예상 1만5000명)이 참가한 가운데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를 연 뒤, 오후 5시부터는 2개 차로를 이용해 무교로와 종로를 지나 지난달 14일 집회에서 경찰 물대포에 맞아 부상한 백남기 씨가 입원 중인 서울대병원까지 거리 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오후 3시 반부터 전농 주최로 광화문광장에서 열 예정이었던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 문화제’는 취소됐다. 투쟁대회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경찰은 ‘평화 시위’뿐 아니라 ‘준법 집회’를 요구했다.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준법 집회 및 시위에 대해서는 최대한 보장하고 보호하겠다”며 “지난달 14일처럼 불법 폭력 시위가 발생하면 보다 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차벽을 미리 설치하지는 않되, 범대위가 서울광장 집회를 마치고 행진할 때 사전에 신고되지 않은 세종대로와 광화문광장 방향 진출을 시도하거나 차로를 무단 점거하면 차벽을 설치해 적극 차단하기로 했다. 또 복면을 쓰고 차벽을 훼손하거나 경찰관을 폭행하면 유색 물감을 살포하고 현장에서 검거할 방침이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민 기자}

스파이더맨, 오징어, 말 모양 등의 가면을 쓴 시민 20여 명이 모여들었다. 1일 오전 경기 수원시 새누리당 경기도당 앞에서다. 이들은 ‘자유롭게 모여 떠들 자유를 달라’, ‘집회의 자유에는 복장의 자유도 포함된다’는 구호를 외쳤다. ‘복면금지법 발의 규탄 기자회견’을 위해 모인 민주노총 경기본부를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었다. 작가 이외수 씨도 트위터에 ‘복면금지법 통과되면 복면가왕도 종방되나요’라며 집회 때 복면 착용을 금지하는 집시법 개정안 추진을 비꼬았다. 야당이나 일부 단체는 ‘복면 착용’도 자유라고 주장한다. 집회의 자유는 곧 집회 현장에서 어떤 복장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대한민국은 누구나 알듯 집회뿐 아니라 어느 자리에서든 원하는 복장을 착용할 수 있다. 그런데도 시위 폭력을 막기 위해 금지한다는 집회 때 복면 착용 금지를 놓고 일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왜곡하는 행태가 국회와 온라인 공간에서도 성행하고 있다. 복면 착용 금지가 어떤 의미인지, 왜 나왔는지 잘 알면서 애써 정부 여당만 공격하겠다고 나서는 건 오히려 대중의 반감만 살 뿐이다. 지난달 14일 서울 광화문에서 폭력 시위를 만든 쇠파이프와 밧줄, 사다리 등이 경찰을 공격하고 경찰버스를 부쉈다고 모두 사용이 금지되진 않는다. 정상적으로 사용하면 시민 생활에 도움을 주는 도구인 까닭이다. 결국 누구의 손에서 어떤 용도로 쓰이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배관공 손에 들린 쇠파이프는 누군가의 불편을 해소해 줄 터이고 이를 복면 시위대가 들면 공권력을 무너뜨려 민생 치안을 불안케 하는 건 분명하다. 날씨가 추울 때는 모자와 커다란 목도리로 얼굴을 가리고 황사가 날리면 마스크도 써야 한다. 그럴 때 그걸 못하게 하는 정부는 이 세상에 없다. 하지만 마치 이런 일상의 생활 도구 사용까지 막는 법을 만드는 것처럼 현실을 호도하는 선전선동이 여기저기서 불을 뿜고 있다. 입으로는 자유를 외치면서 마음속으로는 익명의 폭력을 응원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집회 때 굳이 손에 쇠파이프를 들 생각만 아니라면 언제 어디서든 복면 쓸 자유가 허용되니 안심하고 착용하시라는 말을 하고 싶다. 김 민·사회부 kimmin@donga.com}

경찰이 지난달 14일 벌어진 ‘1차 민중 총궐기’ 집회 때 불법을 저지른 시위대의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경찰은 당시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등 폭력을 행사했거나 한상균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53)의 도피를 도운 혐의 등으로 수사 대상이 된 사람이 구속 7명, 출석 요구 326명 등 총 410명이라고 1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에게 이례적으로 형법상 소요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소요죄가 인정되면 집회 관련 처벌 때보다 훨씬 무거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경찰은 공공재인 도심 주요 도로가 10시간 넘게 마비됐고 주변 시민들까지 불안에 떠는 등 경찰 이외 공적 영역의 피해가 컸다고 보고 소요죄 적용 검토에 나섰다. 한편 조계사 신도들은 한 위원장에게 조계사가 청정한 수행도량이 될 수 있도록 대승적 결단을 해달라고 1일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조계사 신도회 임원 총회 명의의 성명에서 “신도들이 누구나 참배하고 신행(신앙) 생활을 하는 청정도량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다시 한번 한 위원장의 대승적 결단을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2시 조계사 내 안심당에서 열린 총회에는 160여 명이 참석했다. 전날에 이어 다시 확대 임원총회를 열고 한 위원장의 퇴거를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신도회는 한 위원장에 대해 더 이상 강제 퇴거는 시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세용 조계사 종무실장은 총회 뒤 브리핑에서 “한 위원장이 6일까지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구체적 날짜를 언급한 만큼 이날까지는 대승적 차원에서 인내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일부 신도는 이 발언을 듣고 “뭘 참아요, 내보내 주세요”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김갑식 dunanworld@donga.com·김민 기자}

폭력, 불법 집회를 주도한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53)의 조계사 은신이 15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조계사 신도들이 30일 직접 한 위원장의 퇴거에 나섰다. 조계사 신도회는 이날 오후 2시경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조계사 인근에서 약 1시간 회의를 한 뒤 “만장일치로 한 위원장의 퇴거를 요청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도회 임원 10여 명은 이어 오후 3시경 한 위원장이 은신해 있는 조계사 내 관음전으로 들어가 “보름 동안 시간을 줬으면 충분한 것 아니냐”며 “이날 밤 12시까지 조계사를 나가 경찰에 자진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박준 신도회 부회장(73)은 한 위원장 강제 퇴거에 대해 “종교는 중립에 서야 하는데 범법자가 불교 사찰에 있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 5일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하며 신도회 측의 거듭된 퇴거 요청을 거부했다. 신도회의 한 관계자는 “몸싸움 중 한 위원장이 끌려 나오지 않으려고 옷을 벗어 속옷 바람이 됐다”고 전했다. 신도회는 1시간여 동안 한 위원장에게 퇴거를 요구하다 실패한 뒤 조계사 주지인 지현 스님을 면담했다. 신도회에서 고문을 맡고 있는 한 신도는 주지 스님에게 “대자대비를 베푸는 불교가 한 사람으로 인해 훼손돼 많은 신도들이 많이 분노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했다. 신도회는 1일에도 200여 명이 참여하는 총회를 열 계획이다. 조계사 신도회가 직접 나선 것은 한 위원장 은신이 장기화하면서 범법자를 보호하고 있다는 사회적 비판과 신도들의 신앙생활에 차질을 빚으면서 불만이 커졌기 때문이다. 평화적 집회 문화의 정착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도 사실상 민주노총의 입장을 대변해 주고 있는 화쟁위원회(위원장 도법 스님)의 행보에 대한 불만도 깔려 있다. 조계종과 조계사 측은 신도회의 한 위원장 퇴거 요청에 대해 “종단이나 사찰이 아닌 신도회 차원의 대응”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종단 직영사찰로 총무원의 영향력이 강한 조계사 분위기를 감안할 때 신도회의 이번 조치에는 화쟁위의 행보에 비판적인 종단의 내부 기류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조계사의 한 관계자는 “수차례 범법 행위를 한 한 위원장을 보호하면서 무조건 평화시위를 보장하라고 정부를 압박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등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일부 종교단체들이 가세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신도회 임원들이 물러난 뒤 관음전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한 위원장이 자진 출두할 계획은 없다”며 “한 위원장에 대한 신변 위협은 정권이 조계사를 압박해 벌어진 사건”이라고 주장했다.김갑식 dunanworld@donga.com·김민 기자}
《 경찰이 12월 5일로 예정된 ‘2차 민중 총궐기 대회’에서 경찰버스 훼손, 경찰관 폭행을 저지르는 불법 폭력 시위대를 현장에서 검거하겠다고 30일 밝혔다. 최근 도심 대규모 집회가 불법 폭력 집회로 변질되자 해산 위주의 방어적 자세에서 강경 대응 쪽으로 방침을 바꾼 것이다. 경찰이 12월 5일 집회 금지 통고에 이어 강경 대응 방침을 내놓으면서 경찰과 시위대 간에 대규모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30일 조계사 신도회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조계사에서 나가 경찰에 자진 출석하라”며 한 위원장을 끌어내려다 몸싸움이 벌어졌다.》경찰이 5일로 예정된 ‘2차 민중 총궐기 집회’에서 폭력과 난동을 부리는 시위자를 바로 체포하는 강경 진압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경찰버스를 세우고 경찰과 시위대의 물리적 충돌을 줄이는 방어 위주에서 적극적인 진압으로 돌아선 것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2차 총궐기 집회 주최 측은 경찰의 금지 통보에도 집회를 강행할 예정이어서 대규모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차 민중 총궐기 집회 등 최근 대규모 집회·시위에서 차벽을 훼손하고 경찰관을 폭행하는 불법 행위가 지속돼 더는 묵과할 수 없다”며 “불법 폭력 시위에 엄정 대응하겠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시위대가 차벽을 훼손하거나 경찰관을 폭행하는 불법 시위자들에게 유색 물감을 뿌린 뒤 경찰을 투입해 현장 검거에 나서기로 했다. 또 일반 시위대와 폭력 시위대를 분리하고 경찰 기동대로 이뤄진 검거 전담반을 투입해 조기에 불법 행위를 통제할 방침이다. 폭력 행위가 없더라도 도로를 불법 점거하고 폴리스라인을 침범하는 행위도 강력 대응하기로 했다. 경찰이 강경 시위 진압 방침으로 돌아선 것은 올해 있었던 4·16 세월호 1주년 집회, 5·1 노동절 집회 등 대규모 집회가 주최 측의 ‘평화 선언’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폭력 시위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특히 11월 14일 1차 민중 총궐기 집회의 폭력성을 비판하는 국민 여론이 커지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구 청장은 “주최 측이 평화 집회를 주장하지만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평화 집회라고 볼 수 없다”며 “폴리스라인을 넘어 지정 장소를 위반하고 주요 도로를 무단 점거하는 집회라면 준법 집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백남기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가 5일 개최하겠다고 신고한 7000명 거리 행진(서울광장∼대학로)도 이날 금지 통고했다. 집회의 목적과 참여 단체가 1차 총궐기 집회의 연장선상에 있어 불법 집회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다. 실제로 범대위 소속 107개 단체 중 51개 단체가 지난 1차 집회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경찰은 이에 앞선 11월 28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서울광장 집회를 금지 통고했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통해 “경찰은 집회와 시위의 자유라는 헌법적 권리를 부정하며 집회 개최 자체를 원천 금지했다”며 집회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5일 사실상 모든 집회를 불허한 상황에서 불법 집회 참여자들을 현장 검거할 경우 경찰과 시위대 간에 큰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직 경찰청장을 지낸 한 인사는 “과거 현장 검거 위주의 작전을 수행했을 때 경찰과 시위대 모두 부상자가 상당히 발생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
경찰의 금지 통고에도 불구하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12월 5일 ‘2차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날 수천 명이 참가하는 거리행진까지 예고돼 또다시 경찰과의 충돌이 우려된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다음 달 5일 서울광장에서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살인진압 규탄·공안탄압 중단·노동개악 중단 민중 총궐기’ 집회 개최를 신고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측에 ‘옥외 집회 신고 금지 통고서’를 28일 전달했다. 경찰은 이번 집회 역시 14일 1차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에 이어 폭력시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전농이 민중총궐기투쟁본부에 주도적으로 가담한 점과 집회 명칭 등을 고려한 결과다. 이에 전농은 “부당한 결정”이라며 집회 강행 방침을 밝혔다. 민주노총도 29일 오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집회 강행 계획을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차벽과 물대포로 막아서지 않는 한 평화적 집회가 될 것임을 누차 천명했다”며 “집회 개최 방침에 변함이 없고 구체적 대응은 앞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번 집회에 가능한 한 최대 규모의 인원이 참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노동 개악 법안을 국회에서 논의할 경우 즉각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주장했다. 집회와 별도로 거리행진 계획도 새로 추가됐다. 100여 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백남기 범국민대책위원회’는 2차 민중 총궐기 대회일 낮 12시부터 오후 9시까지 서울광장에서 대학로까지 차로 2개를 이용해 7000명이 행진하겠다는 내용의 집회신고서를 29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에 제출했다. 범대위에는 민주노총과 전농이 포함돼 있다. 경찰은 행진 주체와 성격,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조항 등을 고려해 금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경찰이 이미 2차 민중 총궐기 대회 개최를 금지했고, 범대위와 민중총궐기투쟁본부 참여단체가 상당수 겹치기 때문에 거리행진 역시 금지를 통고할 가능성이 높다. 전농 측은 “또다시 금지 통고가 되더라도 다른 방법을 찾아 집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경찰이 금지 통고한 집회·시위는 총 6건. 이 중 5건은 민주노총이 신고한 것이다. 경찰은 ‘교통 불편’이나 ‘폭행 등의 불법 행위 우려’를 근거로 이같이 판단했다. 한편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참석을 위해 프랑스로 떠나자 민주노총은 “경찰이 조계사에 공권력을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민주노총은 50명 규모의 규찰조를 편성해 1일 2개조로 교대하며 조계사 주변을 지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현재 조계사에 공권력을 투입하는 것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오히려 민주노총 관계자들의 호위로 한상균 위원장이 도주할 가능성에 대비해 검문·검색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의 중재 요청을 받아들였던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은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평화시위가 이뤄질 수 있도록 다음 달 5일 집회 때 차벽이 들어섰던 자리에 사람벽으로 평화지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소방차가 구급·구조 활동을 위해 출동하던 중 예기치 못한 사고가 났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안전운전을 위해 노력한 사실이 입증되면 사망사고까지도 소방관 개인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지만, 한국의 소방관은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민사책임까지 져야 한다. 24일 소방관 김모 씨(33)는 법원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2월 구급차로 환자를 이송하다 응급실 주차장에서 보행자 A 씨(91·여)를 친 혐의가 인정됐다. 이 사고로 A 씨는 중증뇌손상을 입고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김 씨는 “당시 환자를 이송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했다”며 “A 씨 상태가 좋지 않아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복지 포인트를 통해 가입한 보험으로 피해자의 가족에게 4000만 원의 합의금을 건넸다. 하지만 법에 규정돼 있는 형사처벌을 피할 순 없었다. 이처럼 구급차가 교통사고를 냈을 때 일반 운전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적용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도로교통법은 구급차나 소방차가 긴급 출동할 때 신호 위반, 과속, 중앙선 침범을 허용하고 있지만 사고가 나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적용돼 운전한 대원에게 일반 운전자와 같은 형사책임을 지우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응급 상황으로 출동할 때 사이렌과 경고등을 켜고, 안전운전을 위해 노력한 사실이 입증되면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다. 2013년 7월 샌프란시스코에서 항공기 사고가 발생해 긴급 출동하던 소방차가 16세 여학생을 치어 숨지게 했을 때도 수사당국은 운전한 소방관을 기소하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 소방당국 책임자는 지역 언론을 통해 “여학생이 사망한 것은 비극적이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대원들의 프로다운 구조 활동 덕분에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음을 덧붙이고 싶다”며 사고를 낸 소방대원을 감쌌다. 당시 사망한 여학생 유가족 측 변호사도 “형사처벌이 아닌 민사로 해결할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피해자 유가족은 소방대원이 아닌 샌프란시스코 시와 소방당국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다. 서울의 한 소방서에서 근무하는 운전대원은 “2011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시행된 이후 운전대원은 소방서에서 기피 보직”이라고 털어놨다. 촌각을 다투는 환자를 빨리 이송하는 것이 운전대원의 임무이지만 그러다 발생한 책임은 오로지 개인에게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구급·구조 출동 과정에서 법규 위반으로 사고가 나더라도 운전대원에게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 내용의 교통사고처리특례법 개정안이 2013년 발의됐지만 아직도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선진국은 구조를 위해 출동하는 차량이 많은 생명을 구한다는 것을 감안해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며 민사상 책임 또한 개인이 아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 교수는 “한국도 소방관이 적극적으로 구조 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서울 도심 폭력 시위를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27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경기본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지난주 서울의 민주노총 본부를 비롯한 8개 단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데 이은 추가 조치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압수수색은 경기본부 소속 간부 박모 씨와 이모 씨가 5월 1일 노동절 집회 당시 서울 종로구 안국동사거리 앞에서 사전에 준비한 밧줄, 목장갑 등을 이용해 경찰 기동대 버스를 부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것이다. 이들은 노동절 집회를 비롯해 4차례의 집회에서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불법·폭력 시위에 가담해 경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사람은 27일 현재 331명으로 전날보다 61명 늘었다. 경찰은 불법 행위 정도가 심한 시위 참가자가 출석 요구에 3차까지 응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설 계획이다. 이날 오후 경찰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물대포 최루액에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이 교묘히 섞여 코뼈가 나가고 안구가 다치고 손등이 파이는 것”이라는 글을 게시한 김모 씨(45)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 조계사로 피신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노동법 개악 시도가 중단되고, 노동 개악 지침 발표를 강행하지 않는다면 자진 출석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인 신변과 거취 문제는 다음 달 5일 평화적인 국민 대행진이 보장되면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은 당초 조계사 관음전 앞에서 직접 기자회견을 할 계획이었지만, 민주노총 간부들이 조계사 인근 불교여성개발원 교육관 앞에서 회견문을 대독했다. 조계사 관계자는 “기자회견 개최에 대한 사전 협의가 없었고 조용한 사찰이 정치적 장소가 되는 것을 우려해 경내를 벗어나 회견을 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조계종 화쟁위원회의 중재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