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

이설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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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설 기자입니다.

snow@donga.com

취재분야

2026-05-22~2026-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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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와 ‘착한 애국심’의 부상[글로벌 이슈/이설]

    당연한 일이었지만 실망이 컸다. 지난달 캐나다 극작가 닉은 1년간 준비해온 뮤지컬 공연이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할 즈음이었다. 마음을 추스른 그는 인터넷 사이트 ‘거리두기 축제’를 열었다. 코로나19로 기회를 잃은 세계 예술가들을 위한 온라인 축제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음악가, 이탈리아 설치미술가, 탄자니아 무용수가 축제의 문을 두드렸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4개월째. 짧은 시차를 두고 전 대륙을 덮친 역대급 팬데믹(대유행)은 개인, 사회, 국가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다. ‘거리두기 사이트’는 변화의 작은 퍼즐 조각이다. 첼리스트 요요마가 의료진에 연주를 헌정하는 등 온라인에서는 예술을 통해 연대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셰리 터클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이를 두고 “새로운 연결이 탄생했다. 인간적 면모와 기기의 결합은 코로나19의 강력한 유산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외에도 크고 작은 변화의 물결이 출렁인다. 격리, 봉쇄, 통행증 등이 일상어가 된 건 기본. 방역 지침에 밀려 병원 진료, 장보기, 등교 같은 일상은 사치스러운 일이 됐다. 이런 낯선 상황이 어느 정도 질서로 자리 잡은 걸까. 이제 사람들은 ‘코로나 이후’에 궁금증을 품기 시작했다. 해외 언론과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최근 ‘코로나 비포 앤드 애프터’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낙관과 비관이 교차한다. 지난 50년간 미국 사회는 고질적인 양극화가 지배해왔다. 피터 T 콜먼 컬럼비아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견고한 경제·문화적 양극화가 무너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로나19는 강력한 공동의 적인 데다 빈부와 지위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양극화를 허물 잠재력이 충분하다.” 시다 스코치폴 하버드대 교수는 오히려 불평등이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상위 계층은 재택근무 등으로 소득을 유지하는 반면 하위층은 실직 후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이 높은 배달직종으로 내몰려 ‘가난의 악순환’을 반복하게 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마크 로런스 슈레이드 빌라노바대 교수는 “주로 전쟁 때 동원됐던 애국심이 의료적 애국심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점쳤다. 다른 공동체를 파괴하는 대신 우리의 공동체를 지키는 이른바 ‘착한 애국심’이다. 홍콩에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에 맞서 싸운 ‘8인의 전사자’를 기리는 공원이 있다. 반면 큰 정부가 부활할 가능성도 있다. 한동안 서방 세계는 대체로 평온하고 풍요로운 시절을 보냈다. 여기에 개인의 부상과 인터넷 발달로 큰 정부는 설 자리를 잃었다. 일부 정치학자는 각국 지도자가 관련 대책을 쏟아내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정부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가 리더십이 실패하면 시민 연방주의(civic federalism)가 부상할 거라는 예측도 나왔다. 아콘 펑 하버드대 교수는 “정부보다 현명하게 코로나19에 대응한 지역, 시민, 민간 사회가 적지 않다. 시민 중심 연방주의가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소비에 대한 부분도 흥미롭다. 전염병, 기후위기 등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국가 봉쇄를 경험한 국가들이 국내 공급망을 강화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밖에 △(전염병이 지나간 뒤) 안도감을 바탕으로 한 문화 부흥 △작은 베이비붐 △공원에 대한 투자 증가 등이 눈길을 끈다. 원격 의료의 부상, 가족 돌봄 정책의 상시화, 신약 개발 등은 예견된 미래처럼 느껴진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힘이 세다. 페스트는 과학적 사고의 시대를 열었다. 스페인독감은 독일의 전력을 약화시켜 제1차 세계대전의 종식을 앞당겼다. 코로나19의 유산은 무엇보다 ‘깨어 있는 시간’일지 모른다. 미국 문화비평가 버지니아 헤퍼넌은 카뮈의 소설 ‘페스트’의 한 구절을 소개하면서 “(코로나 이후에) 관성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소설 속) 마을이 소멸한 건 (전염병이 아닌) 습관 때문이었다. … 일상에 대한 폭넓고 용감한 접근이 중요한 시기다. … 코로나19의 시대는 우리가 지구라는 행성에서 머무는 시간이 찰나에 불과하며, 사랑하는 이들과 충만한 시간을 보내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일깨운다.”  이설 국제부 차장 snow@donga.com}

    • 202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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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E “항공엔진 부문 美직원 2500명 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제너럴일렉트릭(GE) 등 미국 대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에 돌입했다. GE는 항공 사업부문인 엔진 제조업체 GE에이비에이션의 미국 내 직원 10%인 2500명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23일 전했다. 항공기 유지 정비업무 직원의 최대 절반도 석 달간 재고용을 약속하고 일시 해고하기로 했다. 이번 인력 감축으로 GE가 절감할 비용은 5억∼10억 달러로 추산된다. 보잉도 25일부터 3만6000명이 일하고 있는 미 워싱턴주 에버렛의 항공기 생산라인의 가동을 14일간 중단한다고 밝혔다. 보잉은 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캠핑카 제작사 위너베이고와 폴라리스, 오토바이 제조사 할리데이비슨, 그리고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최근 일부 생산라인을 중단하거나 줄였다. 자동차 회사의 철강 수요가 줄면서 세계 최대 철강회사인 아르셀로미탈은 이날 인디애나주 이스트시카고의 고로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다. 취업 컨설팅 회사인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는 이날 현재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미국 기업들의 인력 감축 규모가 약 900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매리엇 인터내셔널, 힐턴, 하이엇 등 글로벌 호텔 체인기업들도 직원들의 일시 해고에 들어갔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2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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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코로나19 대응 ‘10점 만점’? “환상적으로 잘 하고 있어”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6일 처음으로 강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을 두고 “(10점 만점에) 10점”이라고 자화자찬하면서도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내놓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백악관에서 ‘이번 위기에 대한 지금까지의 대응에 몇 점을 주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겠다”며 “우리는 훌륭하게 대응해왔고 전문가들도 환상적으로 잘 하고 있다”고 답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중국발 입국금지 조치를 취한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내 코로나19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웨스트버지니아를 제외한 49개주와 수도 워싱턴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했고, 확진자 숫자는 4706명, 사망자 숫자는 91명으로 늘었다. 이에 캘리포니아주의 7개 카운티는 3주 동안 필수적인 경우를 제외한 주민들의 외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수도 워싱턴과 인근 메릴랜드주는 모든 음식점과 주점 등을 폐쇄하기로 했다.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주는 식당과 술집, 체육관, 영화관, 카지노 등의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자 잘 대처하고 있다며 낙관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태도를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상황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대해 “잘 대응한다면 7, 8월에 위기가 지나갈 것이다. 그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 답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4월 말에 사태가 종식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가능성을 두고는 “어쩌면 그럴 수 있다. 우리에겐 보이지 않는 적이 있다”고 시인했다. 그는 막내아들 배런(13)이 ‘코로나19가 얼마나 나쁜 것이냐’고 묻기에 “진짜 나쁘다”라고 답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미국을 위한 대통령의 코로나19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10명 이상 모임을 갖지 말라. 식당, 바, 푸드코트를 피하고 배달 주문을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정부가 미 전역에 이동금지 조치를 취할 가능성에 대해선 “상황이 심각한 특정 지역에 대해서는 검토할 수 있다”면서도 “전국 차원의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군 병력을 동원해 임시병동을 짓는 안에 대해서는 “매우 강하게 검토 중”이라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 앞서 50명의 주지사와 전화 회의를 갖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상당수 주지사와 주요 도시 시장들이 일부 지역 봉쇄 등 어려운 결단을 내린 뒤에야 대통령이 등장했다고 지적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20-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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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훈육’이 어려워[글로벌 이슈/이설]

    “부모가 된 디지털네이티브(디지털) 세대가 디지털 훈육에는 오히려 서툴다.”(미국 IT 매체 ‘와이어드’ 최근 기사) 세계적으로 PC에 친숙한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중반 출생은 디지털 1세대, 유튜브와 더불어 성장한 1990년대 중후반 출생은 디지털 2세대로 분류된다. 최근 부모가 된 이들이 10대 시절부터 디지털 문화 속에서 성장했다면, 3세대격인 자녀들은 인생의 모든 순간을 디지털과 함께한다. 출산, 첫걸음마, 첫 배변훈련 성공 등이 엄마나 아빠의 소셜미디어에 전시되는 것은 기본. 자장가 대신 백색소음 애플리케이션을 들으며 잠들고, 뜻깊은 순간은 앨범이 아닌 유튜브에 저장된다. 하지만 디지털 세대들이 자녀의 PC, 모바일 등을 통제하는 디지털 훈육은 더 어렵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정보기술(IT) 매체 와이어드는 최근 ‘아이를 디지털 강자로 키우는 방법’이라는 기사에서 “1700만 명에 달하는 디지털 세대는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지만 이런 경험이 훈육으로 이어지진 않는다”고 보도했다. 격한 자극에만 반응하는 ‘팝콘 브레인’을 피하기 위해 생후 36개월 이전에 동영상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식 정도는 알지만, 자녀의 성장시기별로 맞닥뜨리는 문제 상황에서는 쩔쩔맨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디지털 훈육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다양한 층위의 이슈 가운데 우선 ‘토들러 셀피’(유아 셀카)가 눈에 띈다. 눈썹만 찍힌 사진, 지나치게 흔들려 유령처럼 나온 사진, 아래쪽에서 콧구멍을 부각해 담은 사진…. 인스타그램에서 토들러 셀피를 검색하면 ‘아방가르드한’ 사진들이 줄줄이 뜬다. 아래에는 “저장 공간이 꽉 차서 사진첩을 봤더니 아이가 카메라 버튼을 수십 번 눌렀다”, “세 살배기가 셀카에 푹 빠졌다” 등의 설명이 달려 있다. 디지털 노출에 민감한 부모들도 유아 셀카에는 너그러운 경향을 보인다. 단순한 놀이인 데다 찍는 아이와 결과물을 받아든 부모 모두가 즐겁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유아 셀카를 21세기 옷을 덧입은 거울 놀이로 본다. 크리스틴 매클린 세인트빈센트대 소아청소년학과 교수는 최근 미 시사잡지 애틀랜틱 인터넷판에서 “1∼3세는 자아 정체감이 싹트는 시기다. 유아는 이때 처음으로 부모와 자신이 별개라는 걸 인식한다”며 “그 관념을 직접 체험하게 해주는 셀카는 최고의 놀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다. 아동심리학자인 애덤 플리터 박사는 “유아 셀카는 발달단계에 이롭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보면 다른 기능도 접하게 된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셀카를 찍는 건 반대”라고 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디지털 강자’에 관심이 많다. 뺏고 숨기고 야단쳐도 디지털 기기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미래 경쟁력을 갖추는 데 디지털 능력이 이롭다는 시각도 있다. 자녀를 디지털 강자로 키우자는 주장은 이런 상황을 반영한 현실적 목소리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디지털 강자가 되기 위한 제1조건은 ‘디지털 문해력’(디지털 정보를 비판적으로 소화하는 힘)이다. 아동은 성인보다 가짜 정보에 취약하다. 인사이트전략그룹의 지난해 3월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아동의 75%가 유튜브 광고를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놀이처럼 보이는 광고로 무장한 키즈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막강하지만, 8세 전후 어린이는 ‘악마의 마케팅’을 전혀 알아채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문해력을 키우는 방법으로 숨은 광고 찾기나 정보 흐름 추적 게임을 하라고 조언한다. 문답을 통해 책을 깊이 읽는 독서논술처럼, 디지털 정보를 해체하는 연습도 도움이 된다. 페이스 로고 미 문맹퇴치교육협회 회장은 “디지털 문해력은 도로 규칙 같은 기본기에 가깝다. 훈련은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고 했다. 디지털네이티브란 용어는 1996년 발표된 서정시 ‘사이버공간 독립선언문’에서 처음 등장했다. 그로부터 24년이 지난 현재, 지구촌의 디지털 시차는 ‘제로’에 가까워졌다. 디지털 세상과의 올바른 관계 맺기는 국경을 넘나드는 이슈다. 미국 디지털 세대 부모의 고민을 눈여겨봐야 할 이유다.  이설 국제부 차장 snow@donga.com}

    • 2020-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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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은 ‘정치 놀이’중[글로벌 이슈/이설]

    미국 시사잡지 애틀랜틱 인터넷판에는 최근 흥미로운 여론조사 결과가 소개됐다. 2018년에 실시한 조사에서 미국인 3명 중 1명은 매일 2시간씩 정치활동을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1분이라도 오프라인에서 정치에 참여하는 사람은 10%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TV 뉴스, 팟캐스트, 라디오 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탐욕스럽게 정치를 소비했다. 이런 경향성은 학력이 높을수록 도드라졌다. 최근 미국에서 새로운 취미집단이 주목받고 있다. 정치가 취미인 ‘정치애호가(Political hobbyist)’들이다. 언론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이들은 강박적일 만큼 뉴스를 추종하되 중앙 정치 소식만 골라 본다. 온라인에선 강력한 연대를 자랑하지만 현실을 바꾸는 데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다. 스스로 교양 시민이라 자부하지만 실상은 허세에 빠진 온라인 슬랙티비스트(slack+activist·게으른 행동주의자)에 가깝다. 이들은 퇴근 후 운동이나 독서는 거의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온라인 세상을 분주하게 누빈다. 주요 정치인의 트위터 계정을 훑고 페이스북에서 시사 이슈를 정독한 뒤 잽싸게 유튜브를 의회 채널로 이동한다. 쿡 찌르면 툭 하고 대답이 나올 정도로 이슈를 섭렵했다 싶으면 가족과 지인을 불러 토론(사실상 불평)을 시작한다. “요즘 워싱턴은 정말 엉망이야.” 때론 과감하게 행동한다. 보고 듣고 사유하는 데서 나아가 온라인 청원에 서명하거나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온라인 기부를 한다. 드라마틱한 워싱턴 정가와 지적으로, 또 감성적으로 연결된 느낌은 이들에겐 종교이자 사랑에 버금간다. 스크린을 켜고 이어폰을 끼면 마법처럼 내일을 살아갈 힘이 샘솟는다. 시다 스코치폴 하버드대 교수는 정치애호가들이 등장한 배경으로 고학력자 증가를 꼽았다. “대학 졸업장은 과거에 비해 흔해졌다. 충분히 똑똑하지만 자신이 특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들은 정치를 게임처럼 즐긴다. 지역 정치에 책임감을 느끼던 지식인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가 됐다.” 미국 민주당이 지나온 길에서 뿌리를 찾기도 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950년대 미국 주요 도시에는 민주당의 지역 클럽이 유행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정기적으로 만나 거대 담론을 논했다. 오늘날 정치애호가들처럼 지역 클럽도 취업, 주거 같은 이슈에는 관심이 없었다. 온라인 정치놀음은 사회에 무해할까. 정치 애호는 그저 개인 차원의 시간 낭비로 봐야 할까. 에이탄 허시 터프대 정치공학과 교수는 신간 ‘정치는 권력을 위한 것이다(Politics Is for Power)’에서 “정치애호가들이 민주주의를 해친다. 나쁜 정치를 키운다”고 썼다. “정치를 스포츠처럼 즐겨라. 그러면 정치인은 대중을 구경꾼으로 대하며 간간이 분노의 밑천만 던져주려 할 것이다. 나쁜 정치인은 무신경한 정치 소비를 먹고 자란다. 이들이 활개 치는 정치가 천박해지는 건 시간문제다.” 정치애호가에게 정치 파탄의 책임을 묻는 건 가혹해 보이기도 한다. 온라인 정치에 골몰하지만 투표를 하고 집회에 참여하고 탄원서에 서명하고. 대체로 선한 시민에 가까운데 말이다. 표심만 얻으면 대중의 목소리에 귀를 닫는 정치인들의 행태에 지쳐 체념했노라고 항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천 없는 관심은 무관심에 가깝고, 무관심의 빈자리에선 어둠이 쉽게 자란다. 그 피해는 개인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정치를 게걸스럽게 소비하더라도 허무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허시 교수는 “정치적 문제에 마비됐다고 느끼면 실제 정치를 하라. SNS 친구들과 논쟁하기보다 동네 투표소에서 표를 세고 이웃을 사귀어라”라고 조언했다. ‘진짜 정치’가 생기 있는 미래를 보장한다고 정치학자들은 지적한다. 허시 교수는 원하는 내용을 얻어내기 위해 부단히 관가의 문을 두드리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이민자 케리스 마티아스를 좋은 본보기로 들었다. 그는 “마티아스는 지역 라티노연합회 회장으로 시청, 경찰청, 교육청 문을 부지런히 노크한다. 조직을 만들고 자신과 이웃을 위한 비전을 실행한다”며 “이해관계를 앞세우는 정치 참여가 점잖지 못하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 마티아스는 훌륭한 정치활동가”라고 말했다. 이설 국제부 차장 snow@donga.com}

    • 202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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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없는 절망의 끝에서 문학이 나를 찾아왔다… 735대 1 경쟁 뚫은 9인 “마음을 두드리는 글을 쓰고 싶다”

    대학원 진학을 설득하려 고향집을 찾았다. 글을 쓴다는 딸이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 알 길 없는 부모는 취업을 하길 바랐다. 입이 떨어지지 않아 머뭇하는 찰나, 전화벨이 울렸다. 조지민 씨(26·희곡)는 “신춘문예 당선 소식을 전하자 부모님께서 바로 ‘한번 해봐라’고 하셨다”며 미소를 지었다. 시나리오 부문 당선자인 이다은 씨(29)의 상황도 비슷했다. 컴퓨터 앞에서 늘 뭔가를 하는 딸을 남몰래 지켜보던 부모에게 신춘문예 당선은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전날 엄마가 고향집에서 잔치를 벌이는 꿈을 꾸셨대요. 주택복권 2장을 사시곤 떨어지자 혹시 다은이 꿈이 아닌가 하셨다지요. 소식을 듣고선 오열을 하셔서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죠.” 202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응모자 6612명 가운데 당선의 기쁨을 맛본 9명이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 모였다. 이들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기쁘고, 겁이 나고, 막막하고, 또 기쁘다”고 입을 모았다. 중편소설 당선자인 이민희 씨(48)는 지난 1주일간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중학생 때 청소년 문학상에서 만난 한수산 작가가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돼라”며 어깨를 다독인 일, 10여 년 전 본심에 올랐던 한 공모전, 그리고 2013년 본심에서 낙방했던 동아일보 신춘문예…. 쓰면서 견뎌온 지난날이 하나둘 떠올랐다. “‘당연히 떨어지겠지’ 하는 마음에 응모작을 퇴고하고 있었어요. 취재에 시간이 오래 걸려 20일 만에 집필했거든요. ‘이 작품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더 이상 고칠 수 없는 원고를 공개한다’는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았어요.” 중학생 때부터 시인을 꿈꿔온 김동균 씨(37·시)는 지하철에서 당선 소식을 듣고선 오랫동안 울먹였다고 한다. 20대 초반 이후 15년 만에 다시 도전한 신춘문예라 감회가 남달랐다. 그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한동안 시 주변을 맴돌다가 2년 전부터 다시 매진하기 시작했다. 낙선도 무감해진 즈음 날아든 당선 소식이라 먹먹했다”고 했다. 영화평론 부문 당선자 이현재 씨(27)는 전화를 받고선 “장난인가” 했을 정도로 얼떨떨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영화에 빠져 지낸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영화감상, 사유, 글쓰기로 청소년 시절을 보냈어요. 공부를 전혀 안 했는데 영화에 대해 끼적인 글 뭉치 덕분에 대학에 갈 수 있었죠. 매년 300번 이상 찾을 정도로 좋아하는 영화인데, 제 글이 누군가에게 가닿을 수 있게 돼 행복합니다.” 소설을 쓰던 심순 씨(48·동화)는 몇 해 전 운명처럼 동화의 세계에 눈을 떴다. 동화적 이야기를 쓸 때면 소설에 매달리느라 각박해지는 마음이 치유되곤 했다. 철학 동화 모임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당선작에서 죽어가는 소희를, 몸이 점점 가벼워져 공중에 뜨다가 어느 순간 하늘로 날아갈 수도 있는 존재로 그렸어요. 최근 여러 상실을 경험했고 많이 힘들었는데, 상실을 마냥 아프게만 그리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서장원 씨(30·단편소설)는 7년간 내리 신춘문예에서 낙방해 에너지가 바닥난 상황에서 당선 소식을 들었다. “소설가 한강 선생님을 오래 전부터 흠모하며 글을 써왔다. 계속된 낙방에 전혀 기대하지 않고 있다가 날아든 당선 소식이라 더없이 기쁘다”고 했다. 시조 부문 당선자 정인숙 씨(56)는 자녀들에게 ‘다른 엄마’가 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생계 전선에서 밤낮없이 일하고 집에서는 잠만 자는 모습으로 남고 싶진 않았다. “당선 소식을 전해들은 딸이 ‘그동안 엄마가 얼마나 고생했고 외롭고 쓸쓸했을지 알겠더라. 그러니 글을 썼겠지. 나는 무조건 엄마 팬이야’라고 하더군요. 딸의 이야기 하나로 저는 성공입니다.” 신춘문예 당선으로 부모님과 새롭게 소통하게 된 당선자도 있었다. 홍성희 씨(32·문학평론)는 당선 소식을 전하자 부모님이 이구동성으로 “나도 책을, 문학을 좋아했다”고 하셔서 놀랐다고 했다. “전혀 몰랐는데 아버지가 희곡을 쓰셨었대요. 엄마는 못 말리는 책벌레라고 하시더군요. 부모님이 ‘우리의 이런 면모가 너에게 피로 이어진 거 같다’고 하시면서 웃음꽃이 피었지요. 앞으로 부모님과 문학 이야기도 종종 나누려 합니다.” 당선작들은 새해 첫 지면과 동아닷컴 신춘문예 사이트에서 만날 수 있다. 이제 첫걸음을 뗀 이들은 앞으로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을까. “가장 중요한 독자는 저 자신이에요. 다른 포부는 엄두도 안 나고, 제 마음에 드는 글부터 만들고 싶습니다.”(서장원 씨) “지적인 유희, 실험적 문장 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이야기를 짓고 싶어요. 소설의 기본은 ‘소통’이라고 생각하거든요.”(이민희 씨) “‘닫힌 평론’이 아닌 열린 글을 쓰고 싶습니다. ‘학문적’ 또는 ‘대중적’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평론이 분리되면 서로에게 소외되는 것 같아요. 감히, 두 가지 측면이 어우러지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홍성희 씨)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2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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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톱10은 아니지만… 중복 추천 받은 9권

    2표씩 받은 책이 무려 9권이었다. 대기과학자 조천호의 ‘파란하늘 빨간지구’(동아시아)는 “기후가 인간 역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그레타 툰베리가 구호를 외쳤다면 조천호는 이론을 제공했다”(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는 평가를 받았다. 유정연 흐름출판 대표는 ‘다시, 책으로’(어크로스)를 택하면서 “순간 접속의 시대에 깊이 읽을수록 뇌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고 했다. ‘맹자, 마음의 정치학’(사계절)에 대해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한글세대’ 독자들을 위한 적확하고 맥락 있는 고전 읽기의 안내서”라고 추천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대변동’(김영사)은 “한일 관계 등 외교관계에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준다”(이상욱 한양대 철학과 교수), “저자의 가장 미래지향적인 책”(박영규 교보문고 대표)이라는 지지를 받았다. 역사서도 두 권 있다. ‘제국대학의 조센징’(휴머니스트)은 “한국의 지배 엘리트들이 지닌 근대의 개념이 왜 ‘일본’과 등가를 이루는지 그 기원을 보여주는 책”(김형보 어크로스 대표)으로 평가받았다. ‘병자호란, 홍타이지의 전쟁’(까치)은 “역사 밖에서 본 한국사를 어떻게 조명해야 할지 일깨운 점”(박혜숙 푸른역사 대표)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델리아 오언스의 장편소설 ‘가재가 노래하는 곳’(살림)에 대해 백선희 번역가는 “감동스러운 성장 이야기이자 순정한 사랑 이야기. 반전이 거듭되는 법정 스릴러이자 생태학자가 그리는 풍경화”라고 했다. 산문집으로는 ‘여행의 이유’(문학동네)와 ‘참 괜찮은 눈이 온다’(교유서가)가 꼽혔다. 각각 “하나의 브랜드가 된 김영하 작가가 인생에서 여행이 갖는 의미를 인문학적 성찰로 들려준다”(서영택 밀리의서재 대표), “한지혜는 소설가이기 전에 진심을 전하는 산문가다. 자신의 지나온 ‘한때’를 떠올리게 한다”(윤희영 현대문학 월간지팀 팀장)는 평을 들었다.이설 snow@donga.com·김민·김기윤 기자}

    • 2019-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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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딴짓하면서 한나절… 어느새 책 한 권 뚝딱

    오디오북을 둘러싼 전망은 올해 초반만 해도 잿빛에 가까웠다. 영미권처럼 시장이 크지 않은 데다 독서율마저 하락하는 상황. 그냥 책도 아닌 ‘듣는 책’이 성공하기 힘들다는 예측이었다. 하지만 최근 ‘윌라’, ‘네이버오디오클립’ 등이 선전하는 가운데 유럽권을 평정한 스웨덴의 ‘스토리텔’이 국내에 상륙하면서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오디오북의 매력은 무엇이며 각각의 서비스는 어떻게 다를까. 오디오북 전문 업체인 스토리텔과 윌라의 서비스를 체험해 봤다.○ 스토리텔 ‘연말요? 자기 계발이죠’, ‘메리 크리스마스’, ‘보온병처럼 따뜻한 북유럽의 기운’, ‘통근길 시사 만사’…. 최근 한국에 상륙한 신상 서비스 스토리텔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본 오디오북 목록들이다. 첫 화면부터 친숙하다. 취향에 기반한 추천 큐레이션이 넷플릭스와 비슷했다. 서비스 이용료는 월 1만1900원으로 첫 2주는 무료다. 첫눈에 들어오는 타이틀은 박상영의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과 장류진의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 스토리텔이 독점 계약한 작품들이다. ‘일의…’를 틀자 발랄한 30대 여성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일, 도시, 여성을 관통하는 책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졌다. 재생 화면에는 타이머, 목차, 북마크, 속도, 다운로드 아이콘이 나타났다. 플랫폼 설계가 아이폰처럼 직관적이라 어렵지 않게 사용법을 익혔다. 친구에게 책 주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공유 기능도 인기 있겠다 싶었다. 오디오북 관련 정보가 미흡하고 ‘뒤로가기’ 버튼이 없는 점은 아쉬웠다. 스토리텔이 갖춘 오디오북은 5만여 권이다. 4만5000권은 영어 원서, 5000여 권은 국내 책이다. ‘한국어 영어 둘 다 궁금!’ 코너는 스토리텔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베어타운’,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 줄리언 반스의 ‘시대의 소음’ 등 소설은 원서와 국내서가 나란히 올라와 있다. 원서 중에는 명사가 읽은 책도 적지 않다. ‘해외 셀럽, 여기서!’에 들어가 힐러리 클린턴이 직접 낭독한 자서전 ‘Hard Choices’를 틀었다. 자서전을 읽는 클린턴의 헛기침과 작은 한숨들에 미묘한 감정이 묻어나는 듯했다. 케이트 윈즐릿이 낭독한 동화를 다음 듣기 목록으로 저장해 뒀다. ‘잠자리 동화’로도 유용했다.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대신 아이들에게 오디오북을 고르게 했다. 해당 연령대보다 어려운 책도 이야기로 들으니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는 듯했다. 이야기에 몰입해 잠드는 시간이 늦어지는 낭패도 겪었다. ‘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골라야 10∼20분 사이 잠들었다. 아직은 초기 단계라 국내서가 부족했다. 스토리텔 측은 매주 5, 6권씩 데이터를 늘려 가고 있다고 한다.○ 윌라 윌라는 강연 및 출판업체인 인플루엔셜이 운영하는 오디오북 앱이다. 앱 무제한 이용료는 월 9900원, 첫 한 달은 무료. ‘오디오북’ 코너는 인문, 경제·경영, 소설, 주니어 등으로 콘텐츠가 나뉘어 있었다. 인터넷 교보문고와 비슷한 구성이다. 무엇을 들을지 첫 선택부터 막혔다. ‘이달의 책’ 추천 코너로 눈을 돌렸다. ‘2030 대담한 도전’, ‘엄마의 말공부’, ‘익명의 소녀’, ‘백년을 살아보니’ 등이 보였다. 서비스 주 이용층인 ‘지적 호기심이 강한 30, 40대’를 위해 매주 2권씩 올려놓는다. 딱히 손이 가는 책이 없어 평소 잘 접하지 못했던 경제·경영 ‘주간베스트’에서 ‘부의 추월차선’을 골랐다. 책과 저자에 대한 소개와 목차별 재생 시간을 알려줘 선택에 도움이 됐다. 완독 시간은 8시간 20분. 인터넷 서핑, 운동, 넷플릭스 시청을 하면서 들었다. “오디오북의 최대 장점은 멀티태스킹”이라는 말이 이해가 갔다. 발췌독이 안 되는 점은 낯설었다. ‘차선을 추월해 부를 얻는 비법’만 알고 싶은데…. 윌라 측은 “발췌독이 안 되기 때문에 오디오북이 종이책보다 완독률이 높다”고 말했다. 윌라의 히트작인 ‘한자와 나오키’를 틀었다. 성우 한 명이 목소리를 바꿔 여러 인물을 연기했다. 윌라 측은 “연기적 요소가 지나치지 않도록 1∼3명이 목소리를 달리해 녹음하고 있다”고 했다. 윌라가 보유한 1만5000권은 짤막한 ‘리뷰’도 함께 제공한다. 지금 듣는 책은 박경리 작가의 ‘김약국의 딸들’이다. 소설의 무대인 통영의 풍광을 설명하는 도입부 문장은 귀로 들으니 책과는 다른 맛을 느끼게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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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타지 읽으며 자란 80년대생, 장르소설을 깨우다

    “좋은 공상과학(SF) 소설 작가는 죽은 작가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 ‘죽음’에서 평론가 장 무아지는 주인공 가브리엘에게 이렇게 독설한다. 베르베르는 자신을 똑 닮은 가브리엘의 목소리로 장르문학 작가로 겪은 설움을 토해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평가를 받아온 장르문학이 올해 의미 있는 행보를 보였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는 2019년 주요 출판계 키워드로 ‘주류가 된 장르’를 꼽으며 “장르소설 판매량이 증가했고 장르비평이 늘어났으며, 장르 전문 출판 브랜드가 속속 등장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SF, 판타지, 추리, 로맨스, 무협…. 여러 장르 가운데 SF의 도약이 특히 눈부셨다. 서구권이 강세를 보였던 SF에서 최근 1, 2년 새 국내 작품들이 질적, 양적으로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섰다. 김보영 김창규 정보라 곽재식 작가 등이 꾸준히 활약하고 있고, 김초엽 작가는 데뷔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이름을 알렸다. 순문학과 SF를 넘나드는 장강명 정세랑 작가도 팬층이 두껍다. 박상준 SF협회장은 “과학기술을 몰라도 흥미롭게 읽히는 작품이 대거 등장했다”며 ‘친근해진 SF’를 이유로 들었다. 협회를 만들고 신진 작가를 양성하는 등 제도권 진입을 위한 SF계 관계자들의 오랜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판타지는 영어덜트(young+adult)와 만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구병모 작가의 ‘위저드 베이커리’, 김이환 작가의 ‘양말 줍는 소년’ 등 환상을 녹여낸 영어덜트 소설이 주목받았다. 청소년기의 혼란을 다독이고 위로하는 영어덜트 서사와 판타지적 요소가 잘 맞아떨어진다는 설명이다. 로맨스는 웹소설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인기 비결은 여성의 성장 서사. 한 웹소설 작가는 “남성 또는 결혼이 행복의 열쇠라는 로맨스 공식은 옛말이다. ‘재혼황후’ 같은 인기 로맨스 웹소설은 공통적으로 여성이 틀을 깨고 세계와 싸우는 서사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이론 비평 분야의 확장도 주목할 만하다. ‘장르문학 산책’ ‘비주류 선언’ 등 올 한 해 10편이 넘는 장르문학 비평서가 출간됐다. 장르문학을 다루는 비평 잡지 ‘미스테리아’ ‘오늘의 SF’와 웹진 ‘크로스로드’ ‘거울’도 있다.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아작’ ‘황금가지’ ‘북스피어’ ‘요다’ ‘허블’이 대표적이다. ‘고즈넉이엔티’는 장르소설 20여 편을 영화 드라마 웹드라마로 만드는 판권 계약을 국내외 제작사와 맺어 장르문학의 새로운 활로를 열었다. 이융희 문화연구가는 “1970, 8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은 리얼리즘 문화에 익숙하다. 이에 비해 1990년대 청년기를 보낸 현재 40, 50대는 ‘퇴마록’ ‘드래곤라자’ 같은 장르문화를 경험했다. 이런 토양을 토대로 장르문학이 전성기를 맞았다”고 분석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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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과 전시, 지방-해외로 확대해 대중과 접점 늘릴 것”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예술원을 만들겠습니다.” 대한민국예술원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이근배 시인(79·사진)은 20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임 일성을 밝혔다. 그는 “예술원은 대한민국 예술의 주춧돌 격인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과 해외에서 공연과 전시를 자주 열어 대중과의 접점을 늘려 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예술원 회원 89명(정원 100명) 가운데 최고령은 104세이고 90세가 넘은 회원이 적지 않다”며 “한국 예술계의 정신적 지주인 이들이 현역 못지않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학술원과 함께 쓰는 공간을 분리해야 활동의 폭을 넓힐 수 있다며 독립 청사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1954년 설립된 예술원은 기존 회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신입 회원을 뽑는다. 임기는 4년이지만 총회의 인준만으로 연임이 가능해 사실상 종신제다. 4년 임기를 종신제로 바꾸는 법안이 지난해 통과됐다. 매년 문학 미술 음악 연극·영화 등 4개 부문에서 탁월한 공적을 남긴 예술가에게 대한민국예술원상을 수여하고 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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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한번 도약하는 동아 100년을 만들자”

    동아일보와 동아방송 전직 사우 모임인 동우회(東友會)가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2019 동우 송년의 밤’ 행사를 열었다. 조강환 동우회장(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2020년에 동우들 간 더욱 깊은 애정을 나누고 좋은 앞날이 충만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겸 채널A 사장은 “동아일보는 3개 주요 신문 중 유일하게 ABC협회 유료부수가 증가했다. 채널A는 방송통신위원회의 ‘2018년 방송평가’에서 역대 최고 점수로 종합편성채널 1위를 기록했다. 내년 창간 100주년을 맞아 또 한번 도약하는 동아 100년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인촌 선생은 동아일보를 만든 것만 해도 칭송 받아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창간 100주년에 동우들의 다복을 기원한다”고 했다. 정구종 동서대 석좌교수가 동우회 신임 회장으로 선임됐다. ‘동우 몽도상’은 강희중 김일동 동우가 수상했다. 몽도상은 몽도(夢桃) 이동수 초대 동우회장의 유족이 기탁한 5000만 원으로 제정됐다. 이날 행사에는 김진현 전 과학기술처 장관, 김학준 전 동아일보 회장, 남시욱 화정평화재단 이사장, 김광희 전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김병건 동아꿈나무재단 이사장, 김녕만 전 사진예술 발행인, 김선휘 삼양염업 고문, 김세원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초빙교수, 김재천 전 고려중앙학원 사무국장, 김충식 가천대 부총장, 김태선 동우회 명예회장, 권이상 전 경방 감사, 노재성 전 국민일보 부사장, 노한성 전 파라다이스 감사, 민병문 전 대한적십자사 대전혈액원장, 박문두 대한언론인회 편집위원, 박창래 전 문화일보 논설주간, 성낙오 전 영남일보 사장, 심규선 서울대 기금교수, 안평선 한국방송인회 상임부회장, 양동칠 전 주 핀란드 대사, 이경재 전 방송통신위원장, 이규석 전 국정홍보처 차장, 이대훈 전 동아일보 이사, 이병대 대한언론인회장, 이종세 전 한국체육언론인회장, 이홍우 상명대 특임교수, 정학철 전 언론중재위 부위원장, 최규철 전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 최동욱 전 한국방송디스크자키협회장, 최명우 동우회 이사, 최성두 전 문화일보 전무,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최희조 전 문화일보 편집국장, 한중광 전 대한언론인회 이사, 황호택 서울시립대 교수 등 전현직 사우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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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과학-문학이 지루해? 새로운 눈으로 바라봐!

    장르와 문법을 깨부수는 출판계의 흐름이 청소년·어린이 도서로 옮겨 왔다. 새로운 읽기 경험은 감수성과 창의력을 높인다. 뻔하지 않으면서 알맹이는 알찬 신작 3권을 소개한다. ○ 달걀 생각법 무적의 달걀이자 마법의 달걀이다. 달걀의 렌즈를 들이대니 아인슈타인도 해나 아렌트도 친숙하게 느껴진다. 머리와 마음을 비우고 책장을 넘기면 학문적 호기심이 끓어오르는 신기한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알을 깨듯 사고의 전환을 이끈 천재들이 여럿 등장한다. 아인슈타인은 달걀 두 개를 깨뜨리면 하나가 되는 원리(1+1=1)처럼 우주의 빛은 파동이면서 입자라는 우주의 원리를 발견했다.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는 달걀과 빵 사이가 밀착된 ‘달걀 샌드위치’처럼 원의 무한대로 잘게 쪼개 넓이를 구한다. 예술도 달걀에 빚졌다. 피카소는 재료 양념 장식을 모두 뺀 다음 남은 달걀처럼, 간결한 뼈대만 남긴 현대미술로 대가 반열에 올랐다. 마르셀 뒤샹은 변기에는 ‘샘’, 달걀 한 판에는 ‘단백질 공장’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이렇게 말한다. “피카소의 뺄셈 달걀을 뛰어넘는 혁명이야.” 해나 아렌트의 달걀은 정치적이다. “달걀에는 무엇보다 사회가 필요해. 사회는 정치를 낳지. 고로 달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정치야.” 무하마드 알리 편에는 “달걀로 바위 치기는 헛수고 같지만, 백만 번 연습하면 이길 수 있다”는 미담이 담겼다. 이 밖에 ‘데카르트의 달걀 좌표’, ‘뉴턴의 만유인력 달걀’, ‘페렐만의 달걀빵’까지. 작가가 건설한 ‘달걀 공화국’에서 놀다 보면 자유로운 전자처럼 생각들이 뻥뻥 뛰어오른다. 저자는 “생각의 즐거움을 아이들에게 전할 방법을 고민하던 차에 운명적으로 달걀을 만났다. 아인슈타인이 매일 아침으로 달걀을 2개씩 먹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상적인 음식인 달걀을 매개로 뛰어난 학자와 예술가들을 조명했다”고 밝혔다. ○ 청소년 마음 시툰 ‘안녕, 해태’+‘문학이 온다’ 피천득의 ‘인연’, 이희승의 ‘딸깍발이’, 김소월의 ‘진달래’ 정도나 어렴풋이 욀까. 당최 기억나는 게 없다. ‘안녕, 해태’와 ‘문학이 온다’를 미리 만났더라면 달랐을지 모르겠다. ‘안녕, 해태’는 곳곳에 시를 배치한 웹툰이다. 주인공은 애늙은이 같은 10대 잔디. 강릉에서 할머니와 살다 서울로 전학 왔다. 할머니는 그립고 아빠는 어색하고 친구들은 뾰족하고. 마음이 힘든 잔디 앞에 괴짜 같은 무언가가 나타나 손을 내민다. 인간계에 떨어진 영물 해태다. 잔디와 해태는 각각 서울과 인간계에 녹아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한번쯤 접한 시들이 적재적소에서 인물들을 위로한다. 예지와 단짝 친구를 맺고 슬리퍼 한 짝씩 바꿔 신은 잔디의 마음은 복효근의 ‘절친’이 보여준다. ‘서로의 절반씩을 줘 버리고 나니/우린 그렇게 절반씩 부족합니다….’ 첫 데이트, 호기롭게 비싼 눈꽃빙수를 주문했지만 돈이 부족해 초조하다.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너와 헤어져 돌아오는/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신경림 ‘가난한 사랑의 노래’) 커닝, 거짓말, 누명으로 다투는 소녀들 이야기와 곁들이니 시조도 흥미롭게 읽힌다. ‘… 성난 까마귀 흰빛을 시샘하니/청강에 맑게 씻은 몸 더럽힐까 하노라’(‘까마귀 싸우는 골에’). 저자는 서문에 “시와 그림이 기찻길처럼 나란히 가면서 어울리길, 이 책이 시 읽기의 물꼬를 텄으면 한다”고 썼다. ‘문학이 온다’는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문학을 주제별로 엮었다. 묶음 테마는 ‘성장’, ‘자존감’, ‘공감’, ‘상상’, ‘연민’. 5권의 책에는 주제에 맞는 다양한 장르의 글이 실렸다. 파스텔 톤 표지에 요즘 유행하는 성인 에세이를 연상케 하는 테마까지. 타깃층인 초등학교 고학년보다 부모들이 혹할 만하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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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는 연애편지요, 시인은 서비스맨입니다”

    “시는 연애편지요, 시인은 서비스맨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애편지처럼 곱고 상냥하고 겸손한 시로 독자들을 위로하고 응원해야 마땅하지요.” 등단 50주년을 앞둔 노시인은 시의 의미를 이렇게 정의했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빌딩에 걸렸던 ‘들꽃’으로 이름을 알린 나태주 시인(74)이다. 그는 12일 서울 종로구에서 신작 시집 출간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와 함께한 반세기 여정을 회고했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문단에 나온 그의 시는 입에 착착 감기고 이해하기 쉽다. 신작 시집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에도 그런 시들이 실렸다. 신작시 100편, 대표 시 29편, 시인이 사랑하는 시 65편이다.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써 내려간 ‘사람을 향한’ 시편들이다. “옛 제자, 출판사 편집장 등을 생각하면서 휴대전화에 시를 끼적입니다. 바로 상대에게 시를 보내기도 하지요. ‘묘비명’은 아들딸을 생각하면서 썼어요. 묘비에 적힌 ‘많이 보고 싶겠지만/조금만 참자’는 구절을 보면, 아버지 보러 온 아이들이 그리움을 걷고 열심히 살지 않겠습니까?” ‘자세히 보아야/예쁘다.//오래 보아야/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풀꽃1) 나 시인은 이 시로 국민시인이 됐다. 자연히 다른 시들은 상대적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그는 “풀꽃은 독자가 선택한 시다. 김소월 ‘진달래’, 이육사 ‘청포도’처럼 시인은 한두 마디의 시를 모국어에 바치는 사람인데, 작게나마 ‘풀꽃’을 바치게 돼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허술한 제 시를 독자들, 특히 중학생들이 좋아합니다. 처음에는 소위 시다운 시를 썼지만 나이가 들면서 나다운 시를 쓰고 싶어졌어요. 나태주의 아우라가 있는 시, 세상에 없는 시가 좋은 시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쉽게 버려서 미안하다’(종이컵)처럼 시는 널려 있는 거예요.”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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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매일매일 메일함 열어보는 설렘

    직장인 박다혜 씨는 요즘 수시로 e메일함을 열어본다. 재테크 정보를 알려주는 ‘어피티 머니레터’, 문화 정보를 담은 ‘앨리스 미디어’, 책을 추천하는 ‘리딩리딩’…. 출퇴근길이나 휴식 시간에 틈틈이 이들 콘텐츠를 본다. 박 씨는 “관심 정보를 한번에 볼 수 있어 편리하다. 친구에게 받은 것 같은 기분도 든다”고 했다. 메일로 원하는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구독 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 에세이, 재테크, 문화, 시사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구독료는 무료인 것부터 월 2만 원 선까지로 다양하다.○ “매일 신선한 정보를 당신에게” 대세인 건 일상 에세이. 메일 구독 서비스의 개념을 알린 ‘일간 이슬아’의 뒤를 잇는 창작물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일간 매일마감’은 매일 저녁 PDF 형식의 메일을 발송한다. 일러스트레이터 이다, 작가 모호연, 전 다큐멘터리 감독 지민, 다큐멘터리 감독 깅이 번갈아가며 글을 쓴다. ‘매감 미술학원’ ‘내 손으로 러시아 여행기’ ‘공포영화 대신 봐드림’ 등을 연재한다. 작가들의 솔직한 입담과 손 그림이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한다는 반응이 많다. 문보영 시인은 지난해 말 ‘일기 딜리버리’를 시작했다. 매주 2, 3편씩 에세이나 소설을 보내고 매달 두 번 손 편지를 쓴다. 문 시인은 “메일 구독 서비스는 훌륭한 마감 촉진제”라며 “특별한 플랫폼 없이 독자와 바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관심을 갖는 젊은 창작자가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소설, 음악, 그림을 함께 제공하는 ‘트리플 픽션’과 이정현 작가가 매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구독 신청을 받아 에세이를 전하는 ‘일상시선’도 반응이 좋다. 가수 이랑은 암에 걸린 친구를 돕기 위해 6개월간 매일 시, 소설, 영상을 보내주는 ‘앨리바바와 30인의 친구친구’ 서비스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필요한 정보 쌓이면 ‘개인 도서관’ 한 분야를 깊게 다루는 서비스도 많다. ‘어피티 머니레터’는 경제 상식은 물론 ‘까먹은 돈 찾아주는 앱’ ‘똑똑한 온라인 쇼핑’ ‘주거래 은행 정하기’ 같은 재테크 정보를 제공해 20, 30대 여성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20대 직장인 송민하 씨는 “재테크를 하고 싶은데 신문은 어렵고 카페 정보는 지나치게 방대했다. ‘어피티…’는 젊은 여성을 위한 맞춤형 경제 정보지 같다”고 했다. ‘줌줍’은 예술 경영 관련 소식지를 표방한다. ‘디독’은 디자인을 다룬 해외 기사를 번역해 발송한다. 문화 트렌드와 맛집에 대한 내용을 전하는 ‘앨리스 미디어’도 있다. 음악 전문기업 스페이스 오디티에서 만든 ‘오디티 스테이션’은 유튜브 동영상과 함께 추천 음악을 제공한다. 직장인 밴드 ‘그들이 기획한’도 최신 밴드 소식과 음악계 이모저모를 담은 뉴스레터 ‘그들이 기획한 이슈’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정치를 알기 쉽게 풀어주는 ‘폴리티카’, 채팅 형식으로 상식을 전하는 ‘디에디트’도 20, 30대 사이에서 인기가 뜨겁다. 기업에는 뉴스레터가 좋은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할머니들이 손수 만든 매듭 팔찌와 반지를 판매하는 마르코로호는 최근 ‘할모니레터’를 시작했다. 매달 책 8권을 골라 소개하는 북큐레이션 서비스 ‘리딩리딩’은 유료 회원은 물론 비회원에게도 뉴스레터를 발송한다. 조민선 리딩리딩 대표는 “메일은 독자에게 바로 가 닿을 수 있어 친근감을 쌓으면서 서비스도 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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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구에게 받은 편지 처럼…아날로그 감성 더한 뉴스레터 ‘인기’

    직장인 박다혜 씨는 요즘 수시로 e메일 함을 열어본다. 재테크를 알려주는 ‘어피티 머니레터’, 문화 정보를 담은 ‘앨리스 미디어’, 책을 추천하는 ‘리딩리딩’…. 출퇴근길이니 휴식 시간에 틈틈이 이들 콘텐츠를 본다. 박 씨는 “관심 정보를 한번에 볼 수 있어 편리하다. 친구에게 받은 것 같은 기분도 든다”고 했다. 메일로 원하는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구독 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 에세이 재테크 문화 시사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구독료는 무료부터 월 2만 원 선으로 다양하다. ●“매일 신선한 정보를 당신에게” 대세를 이루는 건 일상 에세로, 메일 구독 서비스의 개념을 알린 ‘일간 이슬아’의 뒤를 잇는 창작물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일간 매일마감’은 매일 저녁 PDF형식의 메일을 발송한다. 일러스트레이터 이다, 작가 모호연, 전 다큐멘터리 감독 지민, 다큐멘터리 감독 깅이 번갈아가며 글을 쓴다. ‘매감 미술학원’, ‘내 손으로 러시아 여행기’, ‘공포영화 대신 봐드림’ 등을 연재한다. 작가들의 솔직한 입담과 손 그림이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한다는 반응이 많다. 문보영 시인은 지난해 말 ‘일기 딜리버리’를 시작했다. 매주 2,3편씩 에세이나 소설을 보내고 매달 두 번 손 편지를 쓴다. 문 시인은 “메일 구독 서비스는 훌륭한 마감 촉진제”이라며 “특별한 플랫폼 없이 독자와 바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관심을 갖는 젊은 창작자들이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소설 음악 그림을 함께 제공하는 ‘트리플 픽션’과 이정현 작가가 매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구독 신청을 받아 에세이를 전하는 ‘일상시선’도 반응이 좋다. 가수 이랑은 암에 걸린 친구를 돕기 위해 6개월간 매일 시, 소설, 영상을 보내주는 ‘앨리바바와 30인의 친구친구’ 서비스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필요한 정보 쌓이면 ‘개인 도서관’ 한 분야를 깊게 다루는 서비스도 많다. ‘어피티 머니레터’는 경제 상식은 물론 ‘까먹은 돈 찾아주는 앱’, ‘똑똑한 온라인 쇼핑’, ‘주거리 은행 정하기’ 같은 재테크 정보를 제공해 2030 여성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20대 직장인 송민하 씨는 “재테크를 하고 싶은데 신문은 어렵고 카페 정보는 지나치게 방대했다. ‘어피티…’는 젊은 여성을 위한 맞춤형 경제 정보지 같다”고 했다. ‘줌줍’은 예술 경영 관련 소식지를 표방한다. ‘디독’은 디자인을 다룬 해외 기사를 번역해 발송한다. 문화 트렌드와 맛집에 대한 내용을 전하는 ‘앨리스 미디어’도 있다. 음악 전문기업 스페이스 오디티에서 만든 ‘오디티 스테이션’은 유튜브 동영상과 함께 추천 음악을 제공한다. 직장인 밴드 ‘그들이 기획한’도 최신 밴드 소식과 음악계 이모저모를 담은 뉴스레터 ‘그들이 기획한 이슈’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정치를 알기 쉽게 풀어주는 ‘폴리티카’, 채팅 형식으로 상식을 전하는 ‘디에디트’도 20, 30대 사이에서 인기가 뜨겁다. 기업에게는 뉴스레터가 좋은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할머니들이 손수 만든 매듭 팔찌와 반지를 판매하는 마르코로호는 최근 ‘할모니레터’를 시작했다. 매달 책 8권을 골라 소개하는 북큐레이션 서비스 ‘리딩리딩’은 유료 회원은 물론 비회원에게도 뉴스레터를 발송한다. 조민선 리딩리딩 대표는 “메일은 독자에게 바로 가닿을 수 있어 친근감을 쌓으면서 서비스도 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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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 3년만에 ‘눈 3부작’ 발표

    한강 소설가(49·사진)는 지난해 공식 석상에서 자주 마감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소년이 온다’, ‘흰’에 이은 ‘눈 3부작 연작 소설’을 완결하는 작품의 집필이 쉽지 않다는 말이었다. 작가를 오래 힘들게 한 소설이 드디어 세상에 나왔다. 계간 ‘문학동네’ 겨울호에 첫 회분을 발표한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다. 주인공은 작가의 페르소나로 읽히는 소설가 k. 2014년 학살을 다룬 작품을 발표한 이후 k는 악몽에 시달린다. 무덤 같은 수천 개의 통나무 위로 시퍼런 파도가 덮치고, k는 무덤을 구하지 못한다는 무력감에 몸부림치며 그곳을 빠져나온다. 4년이 지나 k는 친구 인선을 통해 제주4·3사건을 접하면서 오랜 악몽이 현실의 예언이 아닐까 생각한다. 손가락을 다친 인선 대신 인선이 키우는 새를 돌보기 위해 제주도로 가는 길. k는 언젠가 인선이 들려준 인선 어머니의 일화를 떠올린다. “(어머니는) 어린 자매가 마침내 가족들의 시신을 찾아내 장사를 치른 과정에 대해서도, 그 후 어떤 끈기와 행운으로 살아남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 않았어. 오직 그 눈(雪)에 대해서만 말했을 뿐이야.” 소설에는 과거 k가 작품을 쓰면서 겪은 심적 고통을 상세하게 묘사했다. 가족에게 어두운 영향을 주지 않으려 노력하거나 위경련, 편두통을 겪는 모습이 한강 소설가가 ‘소년이…’를 집필하던 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k처럼 한강 소설가도 샘터 잡지 기자 출신이다. ‘소년이…’는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작품이다. 강지희 문학평론가는 “무덤이 나오는 악몽을 꾸던 k는 인선의 부탁으로 작고 여린 새를 돌보러 제주도로 가는데, 이는 집단적 죽음으로부터 개별적인 삶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무덤, 나무토막, 눈이 빚은 정갈한 이미지도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3년 만에 발표한 이번 작품은 2회분으로 나눠 소개할 예정이다. 이상술 문학동네 문학1팀장은 “처음에 중편으로 예상했지만 분량이 길어져 장편으로 방향을 틀었다. 내년 상반기에 눈 3부작 연작 소설집을 출간할 계획이다”라고 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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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애-고독-죽음… 사회적 메시지 대신 개인의 삶에 초점”

    “사회적 메시지는 줄어든 반면 사적 영역을 다룬 작품이 늘었다. 노인에 대한 서사가 많았고 죽음도 담담하게 다루는 경향이 짙었다.”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6일 열린 ‘2020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에서 심사위원들은 응모작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올해 신춘문예 응모작은 총 6612편으로 지난해보다 다소 감소했다. 응모자도 2196명으로 소폭 줄었다. 분야별로는 시 4762편, 단편소설 552편, 중편소설 285편이었다. 시조(611편) 동화(234편) 시나리오(74편) 영화평론(40편)은 응모작이 늘었다. 희곡은 39편, 문학평론은 15편이었다. 올해도 미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일본 중국 등 해외 곳곳에서 e메일로 응모해 왔다. 예심에는 △김중일 박준 시인(시) △정이현 편혜영 백가흠 손보미 소설가(단편소설) △김도연 소설가, 정여울 조연정 문학평론가(중편소설) △정윤수 영화감독, 조정준 영화사 불 대표(시나리오)가 참여했다. 김중일 시인은 올해 응모작에 대해 “사회적 의미를 담은 작품은 줄고 개인적인 영역을 다룬 작품이 늘었다. 특히 선언적인 성격이 강했던 페미니즘 이슈는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고 했다. 박준 시인은 “시간 장소 성별이 모호한 시감(詩感)이 도드라졌다. 감수성이 파편화돼 모든 삶의 영역에 스며든 느낌이 강해졌다”고 평했다. 단편소설에서는 노인, 연애를 다룬 작품이 눈에 띄게 늘었다. 정이현 소설가는 “노인에 대한 서사가 많았는데 죽음조차 담담하게 다루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으로 응모자의 연령대가 높아진 느낌이다”고 했다. 편혜영 소설가는 “사회적 소수자와 인권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았다”고 했다. 백가흠 소설가는 “독백 형식의 작품이 여럿 있었지만 사회적 울림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서 흐지부지 만났다 헤어지는 연애 이야기도 상당수였다”고 말했다. 중편소설은 소재와 장르가 다양해졌다. 정여울 문학평론가는 “게임중독 질병 죽음 같은 다채로운 소재가 등장했고 스릴러 로맨스 역사소설 등 장르적 실험도 예년보다 늘었다. 파격적 스토리와 도발적인 사건을 담은 작품은 넘치는 반면 작은 사건이라도 충실하고 개연성 있게 묘사한 작품은 드물었다”고 했다. 조연정 문학평론가는 “누군가의 죽음이나 그로 인한 상처 혹은 생활고로 고통받는 이야기가 많았다. 청년 세대의 빈곤과 취업난을 다룬 이야기는 여전히 주를 이뤘다”고 했다. 김도언 소설가는 “소설에서 극적인 사건도 필요하지만 삶의 미세한 흔들림을 포착한 문장도 중요하다. 그런 문장 없이 이야기만 나열된 소설은 아쉬웠다”고 했다. 시나리오에서는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작품이 적지 않았다. 정윤수 감독은 “공동체가 겪는 상처와 박탈감, 피해의식을 조명한 작품이 많았다. 사회적인 분노가 상당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조정준 영화사 불 대표는 “지난 10년간 국내 시나리오계를 지배한 사극과 스릴러가 확연히 줄고 장르가 다변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날 예심 결과 시 부문 18편을 비롯해 중편소설 11편, 단편소설 9편, 시나리오 9편이 본심에 올랐다. 시조 희곡 동화 문학평론 영화평론은 예심 없이 본심을 진행한다. 당선자는 이달 말 개별 통보하며 당선작은 내년 동아일보 1월 1일자에 게재한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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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푸코가 마지막까지 탐구한 성의 역사

    푸코 사후 34년 만인 지난해 프랑스에서 출간된 ‘성의 역사’ 완결판이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푸코 권위자인 오생근 서울대 불문학과 명예교수가 언어를 옮겼다. ‘성의 역사’는 푸코의 대표작이자 말년의 저작이다. 1976년 ‘지식의 의지’를 펴낸 뒤 8년 만인 1984년에 ‘쾌락의 활용’과 ‘자기 배려’를 동시에 출간했다. ‘육체의 고백’은 푸코가 세상을 뜨기 전까지 매달린 미완성 유작이다. 푸코 자신은 출간을 반대했으나 유족들이 원고를 세상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육체의 고백에서 푸코는 2∼5세기 초기 기독교 사상과 인식에 나타난 성의 문제를 탐구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와 성 클레멘트 등 성직자들이 성 문제를 어떻게 바라봤는지를 꼼꼼히 살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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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서 꼬리 무는 운명적 시련 그렸어요”

    재미 작가 이성애(60·사진)가 최근 장편소설 ‘툰드라의 시간’(예지)을 펴냈다. ‘하와이에 핀 민들레’, ‘바다에 피는 꽃’에 이은 세 번째 장편이다. 이메일로 만난 그는 “육신을 갖고 태어난 모든 이들은 필연적으로 고난을 겪게 마련이다. 숙명과도 같은 시련이 우리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탐색한 작품”이라고 했다. 주인공은 40대 초반의 석형우.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그는 대권을 꿈꾼다. 하지만 선거 유세 중 어머니와 작은아버지의 관계를 둘러싼 루머가 터지고, 의문의 가족사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석형우는 고뇌에 빠진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국제 무대를 배경으로 지난한 삶을 그렸어요. 35년째 해외에서 살다 보니 자연히 글의 무대가 넓은 편이죠. 이번 작품은 추리적 요소가 강해 흥미롭게 읽힐 겁니다.” 그는 1986년 하와이로 건너가 구멍가게부터 사탕수수 공장까지 다양한 사업체를 운영했다. 1997년 지금 살고 있는 미국 유타주로 건너갔다. 소설을 처음 쓴 건 2005년. 한국을 떠나온 지 20년이 지나 모국어가 희미한 상태에서 겁도 없이 장편소설에 도전했다. 단편소설 ‘귀향’으로 윤동주 해외동포문학상을, 수필 ‘누명’ 등으로 수필세계 신인상을 받았다. 그는 “최근 미국 문학계에서 한국인 2세나 1.5세대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를 미국 이웃들이 읽어봤느냐고 물어볼 정도”라고 했다. “더 많은 한국 작가의 작품이 번역돼 세계 무대에 진출하길 희망합니다. 훗날 제 소설을 읽기 위해 한글을 배우는 손주들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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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색조화장… 추천사의 미학

    교열과 표지 작업까지 마무리했다. 이제 ‘그것’만 받으면 출간이다. 누구에게 부탁해야 할까. 은희경 작가의 장편소설 ‘빛의 과거’ 출간(올해 8월)을 앞두고 은 작가와 이민희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팀장은 머리를 싸맸다. 책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추천사 때문이었다. 고심 끝에 택한 인물은 신형철 평론가와 정세랑 작가. 이 팀장은 “다양한 세대가 공감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해 정 작가에게, 문학적 조명이 필요하다고 여겨 신 평론가에게 추천사를 각각 부탁했다”고 했다. 추천사는 책의 핵심을 전하는 짤막한 글이다. 보통 권당 한두 편을 받는데, 데뷔작이나 기대작은 홍보용 추천사를 따로 받기도 한다. 청탁 1순위 기준은 책과의 궁합. 작품 세계가 비슷하거나 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을 신중히 고른다. 장류진 작가의 데뷔작 ‘일의 기쁨과 슬픔’의 추천사를 정이현 작가가 쓴 건 ‘일, 도시, 사랑’이란 공통분모 때문이었다. 추천사는 보완재 역할도 한다. 한 출판사 편집자는 “가벼운 책은 어렵게 쓰는 작가에게, 무거운 책은 유머를 갖춘 작가에게 글을 받아 균형을 잡으려 한다”고 했다. 동료 작가의 작품 평가는 부담스러운 일. 이 때문에 요즘에는 지인이 응원 글처럼 추천사를 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작가와 친분이 깊은 인물 간의 역사가 깃든 추천사는 한결 깊고 그윽해진다. 장석남의 시집 ‘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에서 권여선 작가는 “내가 아는 그는 술 퍼먹고 무언가를 묻는 자였다. 그의 질문은 사소하여 철학적이었다. 내가 읽은 그는 시 속에서 웅얼웅얼 답하는 자였다. 그의 대답은 절박하여 미학적이었다”고 썼다. 인권, 페미니즘, 과학 등 책의 주제와 관련 있는 이들도 종종 추천한다. 이는 새로운 독자층을 공략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일상에 만연한 폭력을 다룬 애나 번스의 장편소설 ‘밀크맨’은 김영란 전 대법관과 김보라 영화감독이 추천사를 달았다. 아나운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홍 작가의 신작 ‘나를 사랑했던 사람들’은 박지윤 아나운서가 추천했다. 해외 문학 작품은 유명 인물의 추천평을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추천한 책은 따로 홍보가 필요 없을 정도라고 한다. 국내에서 잘 팔릴 만한 소설은 국내 작가에게 따로 추천사를 맡긴다. 올가 토카르추크의 ‘태고의 시간들’은 올해 1월 출간했을 때는 추천사를 넣지 않았지만 저자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후 정이현 작가에게 추천글을 받아 새로 실었다. “추천사는 대세 작가를 보여주는 가늠자”라는 말도 있다. 쓰는 이가 대중성을 갖춰야 홍보 활용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출판계에 따르면 정이현 김연수 정세랑 박상영 소설가와 신형철 강지희 인아영 평론가가 추천사를 자주 쓰는 편이다. 백다흠 악스트 편집장은 “정이현 작가는 과하지 않은 선에서 친절하게 책을 설명하고 신형철 평론가는 문학적으로 분석한다”고 평가했다. 정세랑 작가는 순문학은 물론 장르문학 추천사까지 믿고 맡길 수 있는 ‘추천사계 리베로’로 불린다. 역대급 추천사는 작가에 대한 수식어로 남는다. 박범신 작가가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에서 언급한 “그녀는 괴물 같은 소설 아마존”이 대표적이다. 추천사는 편집자의 고유 권한이지만 저자와 협의를 거친다. 추천사를 원하지 않거나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두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추천사에 대한 호불호도 갈린다. 한 중견 소설가는 “추천사는 기본적으로 권위에 기대는 느낌이라 좋아하지 않는다. 잘못하면 주례사처럼 보일 수 있어 소설이나 해설의 발췌문을 더 선호한다”고 했다. 한 대형 출판사 편집자는 “자기 색을 강조하거나 개그 욕심을 내는 추천사는 없는 게 낫다”고 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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