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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까지 사퇴하겠다고 밝힌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후임으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찬반 인사들이 등장해 다시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언론들은 9월 2일까지 선출될 집권 보수당의 차기 대표(총리)로 EU에 우호적인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60·여)과 EU 탈퇴를 외친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52)이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후임 총리는 EU 탈퇴를 위한 본격 협상에 나서야 한다. 존슨 전 시장은 브렉시트 결정 이후 일찌감치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선거전에서 그가 주장한 ‘장밋빛 희망’이 상당 부분 사실무근으로 드러나자 역풍을 맞고 있다. 그는 최근 일간 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 “영국이 EU를 탈퇴한 뒤 EU 회원국 국민의 영국 이주를 제한하면서도 EU의 단일 시장에 잔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EU 외교관들은 존슨 전 시장의 아전인수(我田引水)식 논리에 어리둥절해하고 있다고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보수당 내부에서도 브렉시트 반대 의원들을 중심으로 존슨 전 시장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 존슨 전 시장이 당 대표에 오르는 걸 막기 위해서라면 모든 걸 다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의원도 적지 않다. 가디언은 이번 주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되는 메이 장관이 ‘반(反)존슨 카드’로 당내에서 상당한 지지를 받을 것 같다고 27일 전망했다. 메이 장관이 총리에 오르면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이후 26년 만에 여성 총리가 등장한다. 영국 더타임스는 최근 여론조사기관 유고브를 인용해 메이 장관이 응답자 31%의 지지를 받아 차기 총리 후보 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다고 28일 보도했다. 존슨 전 시장은 24%로 2위에 그쳤다. 유고브의 4월 조사에선 존슨 전 시장(36%)이 메이 장관(14%)을 두 배 이상으로 앞섰다. 메이 장관은 브렉시트에 반대했지만 적극적으로 투표 운동을 하지는 않았다. 또 브렉시트 지지자들이 주장하는 이민 억제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8월 EU 주요국 내무·교통장관회의에서 국경 통제를 부활하고 영국으로 이주하는 EU 시민권자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영국 남부 이스트본에서 성공회 성직자의 딸로 태어난 메이 장관은 옥스퍼드대에서 지리학을 전공한 뒤 중앙은행인 영국은행(BOE)에서 근무했다. 이어 민간기업에서 금융컨설턴트로 일하며 런던 기초의원을 지냈다. 1997년 런던 서부 버크셔의 한 선거구에서 당선돼 하원에 들어갔다. 2010년 보수당이 정권을 잡은 뒤 내무장관에 기용됐다. 이민과 치안 문제 등에 단호한 대처 전 총리의 이미지를 보여줘 ‘제2의 대처’라는 평가를 받았다. 존슨 전 시장은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이중국적자로 명문 이튼칼리지와 옥스퍼드대를 졸업했다. 아버지는 유럽의회 의원과 EU 집행위원회 간부를 지냈으며 외할아버지는 유럽인권위원회 의장을 지낸 저명한 변호사 제임스 포셋으로 명문가 출신이다. 증조할아버지가 터키 오스만 제국의 내무장관을 지낸 터키계다. 즉흥 연설도 잘하고 거침없는 돌직구 화법으로 사람들 감성을 파고드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영국 언론들은 ‘옆집 아저씨’ 같은 편안한 이미지가 사실은 치밀한 정치적 계산의 산물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너무 솔직하고 직설적이어서 크고 작은 설화(舌禍)를 입었다. 존슨 전 시장은 더타임스, 텔레그래프 등에서 근무하다 시사주간지 스펙테이터 편집장을 지낸 언론인 출신이다. 2001년 하원에 입성했으며 2008년 44세의 나이로 런던의 행정 수장(首長)에 올라 주목받았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다 5월 임기를 마치고 시장직에서 물러났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유럽연합(EU)의 핵심 국가인 독일과 프랑스가 영국을 상대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일정과 협상 절차 등을 명백하게 밝히라고 요구하기로 했다. 26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30분 동안 전화 통화를 하고 브렉시트에 따른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 협상에 최대한 투명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28일 EU 정상회담 개최에 앞서 27일 베를린에서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와 함께 3국 정상회담을 열고 브렉시트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메르켈 총리와 올랑드 대통령은 EU 탈퇴 일정, 탈퇴 협상 절차 등을 공개하라고 3국 정상회담 전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에게 요구하기로 했다. 프랑스 엘리제궁 관계자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두 정상이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완전히 합의했다. 현 상황에서 신속히 대응할 우선순위의 사항들을 논의했다”고 전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영국은 10월까지 사퇴하겠다고 밝힌 캐머런 총리의 후임 선출 등 영국 내 정치 일정이 우선이라며 EU 탈퇴 일정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리스본 조약에 따른 탈퇴 협상 개시 시기 등은 확정되지 않고 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1993년 11월 출범한 뒤 22년 만에 처음으로 주요 회원국인 영국이 탈퇴하면서 유럽연합(EU) 체제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난민 수용과 분담금 지불에 불만이 많았던 다른 회원국들의 도미노식 이탈 가능성도 우려된다.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최근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 인터뷰에서 “만약 영국이 EU를 떠난다면 다른 나라에서도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요구가 추가로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U 전문가들은 덴마크(덱시트), 체코(첵시트), 핀란드(픽시트) 등을 추가 탈퇴 후보군으로 꼽고 있다. 덴마크는 지난해 12월 유럽공동경찰기구(유로폴) 탈퇴를 놓고 국민투표에 부쳐 찬성 53%로 통과시켰다. EU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영국처럼 덴마크는 유로화 대신 자체 화폐인 크로네(DKK)를 사용해 탈퇴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경기 침체로 EU 가입에 따른 혜택이 줄어들자 보후슬라프 소보트카 체코 총리는 2월 “브렉시트가 되면 체코도 탈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핀란드에선 이미 지난해 말 시민 5만 명이 “핀란드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 국가)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해 달라”는 청원서를 정부에 낸 상태다. 핀란드는 서방국가의 경제 제재로 최대 수출국인 러시아 수출길이 막히자 유로존에선 경제를 회복하는 게 매우 어렵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모리가 최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이탈리아 프랑스 네덜란드도 EU 탈퇴 국민투표 실시를 원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응답자의 58%가 EU 탈퇴 국민투표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프랑스에서도 55%가 같은 대답을 했다. 그동안 EU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극우정당들도 EU 탈퇴 목소리를 한껏 높이고 있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는 브렉시트가 확정된 24일 트위터에 “프랑스 국민들은 (프랑스의 EU 탈퇴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극우 정당인 ‘자유당(PVV)’도 이날 성명을 통해 “네덜란드의 EU 탈퇴(넥시트) 여부를 결정할 국민투표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2014년 9월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려다 국민투표에서 근소한 차로 져 실패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의 니컬라 스터전 수반은 ‘독립 추진 방침’을 시사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EU 붕괴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많다.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은 독일경제 의존도가 높아 EU 탈퇴를 실행에 옮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독일 유력지 디차이트는 최근 ‘그들을 보내줘라’는 제목으로 “(브렉시트가) EU를 다양한 차원에서 재정비할 좋은 기회”라며 “현재의 28개국이 아니라 유로화 사용 19개국 중심의 작지만 약하지 않은 체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대다수 유럽 전문가들은 브렉시트로 EU 통합의 속도와 방향 등에 대한 개혁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EU 통합의 이익을 독일 등 강대국들이 과점하고 있으며 통합에 따른 피해를 구제하는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의 장기 불황은 금융위기를 겪은 남유럽 국가들과 건실한 경제 성장을 유지해온 독일 및 북유럽 국가들의 경제적인 격차를 더욱 키웠다. 이유종 pen@donga.com·이세형 기자}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2일 치러진 영국 국민투표 결과가 브렉시트로 최종 결정되면 1993년 11월 EU가 출범한 뒤 22년여 만에 처음으로 EU를 탈퇴하는 회원국이 나오는 것이다. 영국 공중파방송인 ITV는 이날 오전 3시 현재 (현지시간) 브렉시트 가능성을 80% 이상으로 전망했다. 24일 BBC방송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현지시간·한국 정오) EU 탈퇴와 잔류가 각각 51.3%(906만390표), 48.7%(859만7483표)로 탈퇴가 2.6% 포인트 앞서고 있다. 이 시간까지 전체 382개 개표센터 중 223개 센터의 개표 결과가 발표됐다. 전체 382개 개표센터 중 현재까지 발표된 평균 투표율은 70.4%다. 개표가 시작되면서 잔류와 탈퇴가 박빙으로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양새였다. 이날 오전 2시(한국시간 오전 10시) 탈퇴가 6% 포인트 우세한 것으로 나왔다가 20여 분 만에 다시 잔류가 2% 포인트 우세한 것으로 뒤집혔다. 그러나 1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탈퇴 우위로 바뀌며 1, 2%포인트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개표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지역별 격차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는 EU 탈퇴가 55% 정도를 기록하며 우세했다. 반면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에서는 EU 잔류가 55¤60%로 우세하다. 전체 382개 투표센터 중 탈퇴가 우세한 지역인 잉글랜드의 투표센터가 320여 개로 가장 많다. 개표 지역 중 투표자 수가 많은 곳 중 하나인 잉글랜드 뉴캐슬(12만9002명 투표)에서는 잔류가 50.7%, 탈퇴가 49.3%로 차이가 근소했다. 잉글랜드 스윈던(11만2965명)과 베리(10만1028명)에서는 탈퇴가 각각 54.7%, 54.1%로 잔류 보다 앞섰다. 반면 런던 이즐링턴(1만1600명)에서는 잔류가 75.2%, 세인트 알번스(8만6445명)에서는 잔류가 62.71%로 각각 앞섰다. 등록 유권자 4650만여 명이 참여한 이번 국민투표는 23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한국시간 23일 오후 3시부터 24일 오전 6시까지) 영국 전역에서 실시됐다. 최종 개표 결과는 24일 오전 7시(현지시간·한국시간 오후 3시)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현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투표 당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EU 잔류가 52%, EU 탈퇴가 48%로 예측됐지만 중반 개표 결과는 정반대의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이유종기자 pen@donga.com}

제2차 세계대전의 가해자와 피해자인 독일과 폴란드가 함께 역사 교과서를 만들었다. 양국은 종전 후에도 영토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어 왔다. 일본의 역사 교과서 문제로 갈등을 되풀이하는 한국과 일본에 본보기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 외교부는 22일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교장관과 비톨트 바슈치코프스키 폴란드 외교장관이 베를린 로베르트융크고교에서 공동 역사 교과서 ‘유럽-우리의 역사’ 제1권을 공개했다고 발표했다. 제1권은 선사시대부터 중세까지 유럽의 역사를 다뤘다. 이번에 발간된 공동 역사 교과서는 똑같은 내용을 독일어와 폴란드어로 펴낸 것이다. 양국 외교부는 이번 가을 새 학년도부터 양국의 고교생들이 이 교과서를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양국은 유럽의 현대사까지 아우르는 ‘유럽-우리의 역사’를 제4권까지 순차적으로 편찬할 계획이다. 독일 일간지 타게스슈피겔은 “공동 역사 교과서 덕분에 논쟁을 완화하고 틀에 박힌 역사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상대방에 대한 관용도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독일과 폴란드의 공동 역사 교과서 발간은 44년 동안 이어져 온 노력의 산물이다. 양국은 1972년 역사교과서위원회를 발족했으며 1976년 역사 교과서 공동 권고안을 채택했다. 이후 매년 양국 관계사의 주요 테마에 대한 공동 연구와 교과서 분석 결과를 책으로 묶어 냈다. 2000년에는 20세기 현대사에 대한 교사용 안내서를 펴냈다. 역사 교과서 공동 편찬팀을 꾸려 본격적으로 집필과 제작에 돌입한 것은 2008년부터다. 이번에 나온 제1권에선 독일이 폴란드를 점령하고 유대인을 학살했던 제2차 세계대전 등 근대사를 다루지는 않았다. 하지만 중세사에서도 양국의 견해가 엇갈리는 부분이 많았다. 양국의 상황에 따라 역사적 사건이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폴란드 영토의 상당 부분이 옛 독일의 영토일 정도로 양국의 역사는 얽히고설켜 있다. 나치 점령기 당시 폴란드에선 대량 학살과 강제 노동이 이뤄졌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엔 폴란드가 차지한 옛 독일 영토에서 독일인들이 추방되기도 했다. 향후 3권의 공동 역사 교과서를 발간하는 과정에선 더 많은 논의와 토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이미 나치 등 부끄러운 현대사를 포함한 유럽의 역사를 적국이었던 프랑스, 폴란드 등과 상의해 자국의 역사 교과서를 편찬해 오고 있다. 2006년에는 프랑스와 공동 역사 교과서를 발간했다. 이 역시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양국은 1935년 공동 역사 교과서 편찬 지침을 처음 만들었으나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 등으로 70년 이상 편찬 작업이 지연됐다. 80년 가까이 걸려 만든 공동 역사 교과서는 양국이 100% 합의할 수 있는 사실을 먼저 기술하고 해석이 엇갈리는 논쟁적인 사안은 양국의 다양한 자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나치에 부역했던 프랑스 비시 정권의 어두운 면을 객관적으로 기술하고 나치 독일의 만행도 정확하게 기록하는 방식이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전기자동차 ‘테슬라’를 개발하고 화성으로 가는 유인우주선을 개발 중인 미국의 혁신 기업가 일론 머스크(45·사진)가 이번에는 인간 대신 설거지, 청소를 하는 휴먼로봇 개발에 나섰다. CNN은 머스크와 비영리 인공지능(AI) 연구재단 ‘오픈AI’가 공동으로 가사도우미 로봇과 지능형 비서 로봇의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고 21일 보도했다. 오픈AI는 자체 블로그를 통해 “알고리즘(문제 해결 절차) 학습으로 신뢰할 수 있는 범용 로봇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픈AI는 머스크와 아마존 웹 서비스, 벤처기업 Y 컴비네이터의 대표 샘 올트먼 등 실리콘밸리 인사들과 기업이 10억 달러(약 1조1500억 원)를 투자해 세운 재단이다. 오픈AI가 개발할 로봇은 인간이 언어로 간단한 지시를 하면 명령을 이해하고 지시를 따르는 능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지시가 불명확하면 인간에게 되묻는 등 일정 수준의 소통을 할 수 있는 이해력과 언어 구사력을 갖추게 하는 게 목표다. 설거지와 청소를 하는 가사도우미 로봇과 이해력이 높아 복잡한 사무도 처리할 수 있는 지능형 비서 로봇이 우선 개발 대상이다. 오픈AI는 “(인류에게) 안전한 AI를 만들어 혜택을 가능한 한 확대할 것”이라며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개발돼 AI가 인간보다 우월해지는 상황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지난해 한 포럼에서 “AI는 우리에게 가장 큰 위협”이라며 AI 개발을 “악마를 부르는 것”이라고 했던 머스크도 로봇 제작이 인간이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머스크는 1일 “2024년 화성으로 가는 유인우주선을 발사해 2025년 화성에 착륙한다는 계획을 세웠다”며 “화성을 인류의 식민지로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머스크의 계획은 2030년대 화성에 유인탐사선을 보낸다는 미항공우주국(NASA)의 목표보다 5년 이상 빠르다. 2018년부터는 화성행 무인우주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한편 머스크는 21일 테슬라가 역시 자신이 최대 주주로 있는 태양광배터리 업체 솔라시티를 인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인수로 “태양광 패널과 가정용 배터리부터 전기차에 이르는 청정 에너지 제품을 제공하는 세계 유일의 수직적으로 통합된 에너지 회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부패한 기성 정치인에게 환멸을 느낀 이탈리아 시민들이 생활정치를 앞세운 30대 ‘워킹맘’을 주요 도시 행정 수장(首長) 자리에 앉혔다. 이탈리아 4대 도시(로마, 밀라노, 나폴리, 토리노) 가운데 로마와 토리노를 여성 시장이 차지했다. 이들은 모두 생활정치를 앞세운 제1야당인 ‘오성(五星)운동’ 후보여서 집권 민주당이 긴장하고 있다. 20일 AP 등에 따르면 제1야당인 오성운동 후보로 출마한 변호사 출신 비르지니아 라지(37·여)는 19일 결선투표에서 70%에 가까운 득표로 로마 시장에 당선됐다. 2800년 로마 역사상 여성 수장은 처음이다. 라지 신임 시장은 당선 연설에서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로마 토박이로 로마3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로 일했다. 라디오 방송국 PD인 남편과의 사이에 아들(7)을 하나 뒀다. 2011년 “지금처럼 엉망인 로마에서 내 아들이 살게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신생 정당인 오성운동에 합류했다. 2013년 로마 시의원에 당선됐고 교육, 환경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성운동은 코미디언 베페 그릴로(68)가 2009년 좌파, 우파라는 이분법적 정당 체계를 깨고 △물 △교통 △개발 △인터넷 △환경 등 5가지 생활밀착형 이슈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며 설립한 정당이다. 126곳의 지자체장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오성운동은 결선까지 간 20곳 가운데 로마와 토리노를 포함한 19곳에서 승리하는 뒷심을 발휘했다. 2월 인터넷 투표를 거쳐 오성운동의 시장 후보로 선출됐을 때만 해도 라지 시장은 무명에 가까운 정치 신인이었다. 성장, 분배 등 어려운 거대 담론보다는 쓰레기, 낙서, 교통 등 생활밀착형 주제를 쉬운 단어로 설명하며 표심을 자극했다. 토리노에서도 오성운동의 돌풍이 불었다. 갓 서른을 넘긴 정치 신인 키아라 아펜디노(31·여)가 현직 시장 피에로 파시노(66·민주당)를 꺾고 토리노 시장에 당선되는 파란이 일어난 것이다. 2주 전 있었던 1차 투표에서 아펜디노는 11%포인트나 뒤졌지만 이번에 절반이 넘는 55%의 득표율로 역전극을 이뤄냈다. 5개월 난 딸의 엄마이자 정치 신인인 아펜디노는 토리노 중견 기업가의 딸로 태어나 이탈리아 최고 사립대학으로 꼽히는 밀라나 보코니대를 졸업한 재원이다. 명문 축구팀 유벤투스에서 2년 동안 근무했고, 결혼 후인 2010년 오성운동에 입문했다. 2011년부터는 토리노 시의원으로 일하며 시정의 감시자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30대 여성 시장들의 당선 배경에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변화에 대한 이탈리아 국민들의 강한 열망이 있다. 하지만 영국 일간 가디언은 “(당선된 여성 시장들은) 재정 건전화와 부패와의 전쟁이라는 버거운 과제를 앞두고 있으며 남성이 대부분인 주류 정치권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이유종 pen@donga.com·황인찬 기자}

23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를 앞두고 영국 유권자들은 이민과 경제 이슈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여론조사기관 입소스모리가 11∼13일 성인 1257명을 대상으로 브렉시트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이슈를 조사한 결과 33%가 영국 유입 이민자를, 28%가 영국 경제를 꼽았다. 독자적인 법규 제정(12%)과 공공복지·주택(11%), 일자리(8%), 복지체계 비용(7%), EU 무역(6%), EU 여행(5%) 등 다른 이슈들도 대부분 이민이나 경제와 관련된 것이었다. 지난달 26일 발표된 영국의 이민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순이민자는 33만3000명으로 1975년 통계 작성 이후 두 번째로 많았다. “전체 순이민자 수를 10만여 명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탈퇴론자들은 이민 증가를 막으려면 ‘이동의 자유’를 핵심 가치로 삼는 EU에서 떠나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2년 내 일자리가 50만 개 사라지고 국내총생산(GDP)은 3.6% 줄며 가구당 연 4300파운드(약 720만 원)의 소득을 잃게 될 것으로 영국 정부는 추산했다. 영국 파운드의 가치 하락도 예상된다. 런던 소재 태턴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최고경영자(CEO)인 로타 멘텔은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파운드 가치는 추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렉시트 때 영국 정부는 EU 회원국들과의 추가 협상을 통해 경제적 충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블룸버그가 내놓은 ‘브렉시트 이후 100일 시나리오’에 따르면 캐머런 총리는 6월 말 EU 정상들과 정상회담을 갖고 EU의 기본조약인 ‘리스본조약 50조’를 처음으로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려면 리스본조약에 따라 나머지 27개 EU 회원국과 2년 동안 관세, 이동 자유 등을 놓고 협상을 벌여야 한다. 2년 동안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영국은 EU에서 자동으로 탈퇴된다. 다만 협상 기간은 다른 회원국들의 동의를 얻어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절차를 마치는 데는 이보다 훨씬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최근 “2년 내에 협상을 마쳐도 비준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27개 EU 회원국과 EU 의회가 모든 결과를 승인하는 데 최소 5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영국이 EU와 맺을 새 무역협정 방식은 노르웨이와 스위스, 캐나다 모델이 거론된다. 노르웨이는 스위스,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등과 함께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회원 4개국 중 하나다. EFTA는 EU와 유럽경제지역(EEA) 협정을 맺어 EU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EEA는 상품과 사람·서비스·자본의 자유 이동이 핵심이다. 스위스는 EFTA 회원국이지만 EEA에 가입하지 않고 EU와 양자협정을 직접 벌여 EU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문제는 노르웨이, 스위스 모두 EU 국가들과 자유롭게 사람들이 이동하도록 허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브렉시트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민자 유입을 꺼린다. 이 때문에 브렉시트 찬성론을 이끄는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은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으면서도 국경은 통제하는 캐나다 모델을 제시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9월 임기를 마치는 라구람 라잔 인도중앙은행(RBI) 총재(53)가 3년 임기를 마친 뒤 2년 가량 연임하는 관례를 깨고 학계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라잔 총재와 인도 정부와의 갈등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18일 RBI에 따르면 라잔 총재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정부와 논의한 끝에 9월 4일 임기를 마치면 학계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라잔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경제통으로 미국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다 만모한 싱 전 총리 시절인 2013년 9월 RBI 총재에 취임했다. 취임 당시 두 자릿수였던 인플레이션율을 올해 2월 5.18%로 크게 낮췄고 루피화를 안정시켰으며 부실채권을 줄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도 경제성장률이 올해 1¤3월 7.9%를 보인 것도 라잔 총재의 안정적인 재정정책이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인도 정부와 여당인 인도국민당에서는 라잔 총재가 안정성에 몰입해 금리 인하 등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정책에는 소극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인 ‘경제통’ 수브라마니안 스와미 인도국민당 의원은 최근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게 2차례 서한을 보내 “라잔 총재가 고금리를 고수해 중소기업 불황과 대량 실업사태를 일으킬 것”이라며 해임을 요구했다. 후임으로는 우르지트 파텔 RBI 부총재, 아룬다티 바타차리아 SBI은행 의장, 아르빈드 수브라마니안 재무부 수석경제보좌관, 샥티칸타 다스 재무부 차관 등이 거론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라잔 총재는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조국을 위해 봉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여운을 남겼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400년 전 숨진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가 올해 영국의 드라마 수출액을 얼마나 늘릴 수 있을까. 3월 한 조사기관이 20개국의 무역 관계자, 회계사, 경영컨설턴트 등을 대상으로 1∼3월 ‘셰익스피어 효과’에 따른 영국의 문화콘텐츠 수출량을 조사한 결과 48%가 수출이 늘었다고 답했다. 60%는 앞으로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진다고 내다봤다. 파민더 헤이어 영국 무역투자청 고문은 “셰익스피어는 최대 수출품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산업혁명의 발상지 영국은 1970년대부터 제조업 하락세가 뚜렷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1997년 총선에서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는 “미래는 창의에 달려 있다”며 광고 건축 디자인 패션 출판 등 문화 콘텐츠를 디지털과 접목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공약했다. 문화에서 가능성을 찾았고 거대한 잠재 산업으로 봤다. 그는 당장 유적지나 관리하던 국가문화유산부를 창의산업을 키울 문화미디어스포츠부로 개편했다. 태스크포스에는 유명 영화제작자 데이비드 퍼트넘, 괴짜 기업인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을 넣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블레어 전 총리는 1998년 국가복권위원회에서 2억 파운드(약 3300억 원)를 타내 과학기술예술위원회를 설립하고 예술인 육성 사업 등 크고 작은 콘텐츠 개발 프로젝트를 지원했다. 학생들에게 문화적 소양을 키우도록 주 5시간 공연장 전시회 박물관을 찾게 하고 5000곳 이상에선 도제식 예술교육을 받게 했다. 중앙 공무원을 지방에 보내 지역의 문화기관, 향토기업 등을 묶는 문화 컨소시엄도 만들었다. 2010년 5월 정권을 넘겨받은 보수당은 2011년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창의산업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오히려 활동을 강화했다. 2014년 7월에는 자본 교육 인프라 지식재산권 수출 등 창의산업 5대 목표가 반영된 산업 육성안 ‘영국을 창의하라(Create UK)’를 공개했다. 창의산업을 2013년 179억 파운드(약 29조 원)에서 2020년 310억 파운드(약 51조 원)까지 키운다는 전략을 담았다. 영국의 창의산업은 지난 20년 동안 경제성장률을 크게 웃돌며 빠르게 성장했다. 2013년 기준 262만 명(8.5%)이 종사하며 국내총생산(GDP)의 5%, 국가 수출의 8.8%를 담당할 정도다. 투자 효율성도 상당하다. 2001∼2011년 정부와 기업 등이 창의산업에 2억7600만 파운드(약 4600억 원)를 투입한 결과 15배 정도인 40억 파운드(약 6조6000억 원)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했다고 회계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가 추산했다. 영국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정파를 초월한 꾸준한 정책 집행이다. 창의산업 육성 방안은 1983년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보수당 정부가 작성한 ‘정보사업 만들기’에서 처음 제기됐다. 노동당의 블레어 전 총리는 경쟁 정당의 아이디어를 수용한 것이다. 노동당을 이어 정권을 다시 잡은 보수당은 창의산업 정책을 오히려 키웠다. 그 결과 영국은 400년 전 숨진 셰익스피어를 여전히 팔고 있다. 뒷말 많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다음 정권에서 창의적으로 계승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유종 국제부 기자 pen@donga.com}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의 게이클럽에서 발생한 총기테러 사건의 테러범 부인이 남편의 범행 계획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테러범 오마르 마틴(30)과 재혼한 누르 자히 살만(30·사진)은 남편의 범행 계획을 알고 있었으며 테러를 저지르지 않도록 설득했으나 실패했다고 연방수사국(FBI)에 진술했다. FBI는 살만이 남편의 테러 계획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형사 기소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가 공범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 사법당국 관계자는 “살만이 남편의 범행 중 일부를 함께한 정황이 있어서 조사 중”이라며 “진실은 아직 모른다”고 NYT에 전했다. 폭스뉴스는 사법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마틴은 테러 계획을 아내와 공유했으며 사건 당시 게이클럽 펄스에서 심지어 아내에게 전화했을 수도 있다”며 연방검찰이 살만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려고 대배심을 소집했다고 보도했다. 살만은 현재 자신이 남겼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흔적을 대부분 지웠다. 남편이 동성애자였다는 증언이 나온 뒤 동성애자와의 결혼 생활을 유지한 배경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살만은 “남편이 범행에 쓸 탄약과 권총집을 구매할 당시 함께 있었다”고 수사당국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살만의 부모는 1970년대 고향인 팔레스타인을 떠나 캘리포니아 주에 정착했다. 네 딸 중 장녀로 태어난 살만은 어린 시절을 캘리포니아의 로데오에서 보냈다. 살만의 아버지는 지난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마틴은 또 다른 공격 목표로 고려했던 디즈니월드를 4월에 이어 6월 1∼6일에도 답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는 그가 범행에 사용한 자동소총 AR-15를 구입한 때다. 또 총기테러 직전에는 인터넷을 통해 이슬람국가(IS)가 만든 각종 동영상을 찾아본 것으로 밝혀졌다.허진석 jameshur@donga.com·이유종 기자}
올랜도 총기테러범 오마르 마틴(30)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마틴이 IS처럼 동성애 등 성소수자에 대해 극단적인 혐오감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IS는 2014년 국가를 선포한 뒤 ‘(이슬람 경전) 꾸란에 따른 형벌 해설’을 통해 동성애를 사형에 처하는 중범죄로 규정했다. 지난해 이라크 모술 점령 1주년을 자축하며 만든 홍보 동영상에선 동성애자를 높은 건물에서 떨어뜨려 숨지게 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6월이 성소수자 ‘인권의 달’이고, 사건 장소인 동성애자 클럽 ‘펄스’에서 관련 행사를 진행 중이었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26일은 지난해 미 연방법원이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로 나섰던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12일 CNN 인터뷰에서 “(마틴이) 동성애 커뮤니티를 겨냥한 것은 상식적인 추론”이라고 말했다. 무슬림들은 동성애를 범죄로 본다. 꾸란에는 남성에게 성적으로 접근하는 남성을 지적하는 구절이 있다. 꾸란 등이 지목한 간음은 동성애 자체가 아니라 공개적 성행위 등 문란한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슬람 계파들은 동성애를 대체로 죄악시한다. 12일 국제레즈비언게이협회(ILGA)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수단 등 12개 국가에선 동성애자를 최고 사형으로 다스리고 있다. 최근 이슬람협력기구(OIC) 51개 회원국은 8, 9일 유엔에서 열린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관련 회의에 앞서 동성애자 및 성전환자 권리 옹호 11개 단체의 참석을 배제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류 이슬람교는 동성애를 죄악으로 보고 있으나 동성애자들을 ‘포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IS처럼 동성애자들을 잔인하게 살해해야 하는 대상으로 판단하지는 않고 있는 것이다. 마틴과 가족들이 다녔던 이슬람사원 ‘포트피어스 이슬람센터’의 이슬람 성직자는 이날 성명을 통해 “그 누구도, 어떤 단체도 끔찍한 폭력행위를 정당화하거나 용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슬람 권익단체인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의 니하드 아와드 사무국장은 이번 참사를 혐오 범죄로 규정하고 “어떠한 극단주의적 행위에도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참사로 크게 위축된 성소수자들에 대한 연대감을 표현하는 움직임도 있다. 성소수자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날 미국 동성애자 인권운동의 발상지인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의 게이바 ‘스톤월 인(Stonewall Inn)’에 모였다. 프랑스 파리에서도 100여 명이 스트라빈스키 광장에 모여 희생자를 추모했다. 교황청과 각국 정상들은 이번 사건을 규탄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연대감을 보였다. 교황청은 성명에서 “살인의 어리석음과 분별없는 증오심의 표출 앞에 프란치스코 교황과 우리 모두는 깊은 공포와 규탄의 마음을 갖게 된다”고 밝혔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어려운 시기 미국 정부와 미국 국민을 위해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트위터에 “우리의 마음은 미국의 형제들과 함께 있다”고 적었다. 마틴의 부모 출신국인 아프가니스탄의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그 무엇도 민간인 살해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테러를 규탄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 소유의 중도 우파 신문사가 독일 역사책을 구입하면 독일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의 저서를 덤으로 끼워줘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일 조르날레가 최근 독일 제3제국의 역사를 다룬 8권짜리 역사책 전집을 판매하고 있으며 구매자에게 히틀러의 저서 ‘나의 투쟁(Mein Kampf)’을 함께 주고 있다고 11일 보도했다. 1925년 처음 발간된 나의 투쟁은 히틀러가 독일 바이에른 감옥에 갇혔을 때 쓴 것으로 나치 집권 시절 1200만 부 이상 배포됐다. 아리안 인종의 순수성을 주장한 히틀러는 유대인에 대한 혐오감, 공산주의에 대한 반감 등을 자신의 저서에 적었다. 제3제국은 히틀러가 권력을 장악한 시기(1934∼1945년)의 독일을 말한다. 신문사가 책 판매에 히틀러 저서를 활용하자 이탈리아 내에선 “무책임한 일”이라는 비난이 나왔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일 조르날레의 히틀러 저서 제공은 야비한 것”이라며 “유대인 커뮤니티와 행동을 함께할 것”이라고 적었다. 주이탈리아 이스라엘대사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러시아에 대한 미국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로 경영난에 시달리던 러시아의 AK-47 소총 제작회사인 칼라시니코프가 패션, 무인항공기(드론), 모터보트 등 사업다각화에 나섰다고 뉴욕타임스(NYT)가 6일 보도했다. 개발자 미하일 칼라시니코프의 이름인 ‘칼라시니코프’라 불리는 AK-47은 1947년 처음 제작돼 저렴한 가격과 편의성으로 1억 정 이상 팔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자동 소총이다. 러시아, 아랍국가, 북한 등의 주력 개인 화기로 최근에는 테러범들도 자주 사용한다. 칼라시니코프는 1807년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1세가 세운 총기 공장이 모태로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임직원 5116명, 매출액 1억3530만 달러(약 1610억 원)인 군수 기업이다. 미국과 EU는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 침공,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격추 사건 등이 발생하자 러시아에 대해 금융, 방위, 에너지 등 경제 제재를 단행했다. 경제 제재로 2013년까지 전체 매출액의 40%를 미국 민수용 총기 시장에서 벌어들이던 칼라시니코프에는 비상이 걸렸다. 칼라시니코프와 지주회사 로스테흐는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바실리 브롭코 로스테흐 전략담당 임원은 “사업 분야를 철에서 지식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 칼라시니코프는 장기 전략을 세워 2020년까지 전체 매출액의 80%는 기존 군수 분야에, 나머지 20%는 드론, 모터보트 등 신사업에 할당했다. 총기 제작도 군용뿐만 아니라 민간용, 경기용 등 비군사적인 용도의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칼라시니코프는 패션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군복을 소재로 한 ‘밀리터리룩’을 기본으로 아웃도어 중심의 의류 브랜드를 9월 선보인다. 연말까지 의류 매장 60곳을 연다. 블라디미르 드미트리예프 마케팅 총괄 임원은 “세계적인 건설 및 광산용 장비 제조 기업인 캐터필러와 스포츠 자동차 제작회사인 페라리 등 거대 브랜드들도 전체 수익의 10%가 브랜드와 관련된 패션, 기념품 등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스위스 국민은 ‘공짜 복지’ 대신 경제를 선택했다. 5일(현지 시간) 스위스에서 ‘모든 성인에게 조건 없이 매월 2500스위스프랑(약 300만 원)을 지급한다’는 안을 국민투표에 부친 결과 반대 76.9%, 찬성 23.1%로 부결됐다. 국민 10명 중 8명이 반대한 것이다. 법안은 비록 노동을 하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국가가 매달 성인에게 2500프랑씩을, 18세 미만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625프랑(약 74만8000 원)씩을 준다는 내용을 담았다.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조건 없는 기본소득을 똑같이 나눠 주는 국가가 지구상에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그러나 기본소득 지급 아이디어는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논란만 불러일으켰을 뿐 스위스 국민에게 도입 필요성을 납득시키지 못했다. 인구 800만 명의 스위스는 10만 명 이상이 서명한 제안은 국민투표로 부치게 돼 있다. 재계는 노동 의욕 저하를 이유로 반대했고 노조도 현재 누리고 있는 사회보장 제도가 감축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스위스 16개 대형 노조가 속해 있는 스위스노동조합연맹(SBG)의 조제 코르파토 사무국장은 “기본소득은 매력적으로 들리는 아이디어지만 실현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모든 것을 불확실성으로 몰아넣는 기본소득 정책보다는 차라리 사회보장 시스템을 강화하는 데 돈을 집어넣는 것을 원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스위스는 1인당 국민소득(GNI)이 8만4720달러(약 1억140만 원·2014년 기준)로 복지 등 사회안전망도 세계에서 으뜸이다. 월 2500스위스프랑은 스위스의 월 최저생계비(2219스위스프랑)를 기준으로 산출됐다. 이는 스위스 1인당 국민소득의 35.4%에 해당하는 큰돈이다. 2014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2만8180달러(약 3342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모든 성인에게 매달 100만 원가량의 돈을 지급하는 제도인 셈이다. 정부와 국민 사이에서는 기본소득이 근로자의 노동 의욕을 저하시키고 나라 살림을 악화시키는 ‘퍼주기 식 포퓰리즘’이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지지자들이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는 대신 연금과 실업수당 폐지를 제안했지만 국민은 재원 부족과 실현 가능성에 대해 불안감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정치권에선 대부분의 정당이 유권자들에게 반대표를 던질 것을 촉구했다. 스위스 정부도 이 제도가 도입되면 연 2080억 프랑(약 250조 원)이 필요하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는 현재 연방정부 지출 규모인 연 670억 프랑의 세 배다. 재원을 마련하려면 연금과 실업수당뿐 아니라 기존의 사회복지 관련 예산을 대폭 줄이거나 폐지해야 하고 증세 또한 불가피하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부유한 사람이든 가난한 사람이든 무조건 똑같이 지급하는 기본소득은 천문학적 재원이 필요할 뿐 아니라 소득에 따라 차별 지급해 온 기존의 사회복지 시스템까지 무너뜨릴 위험이 크다”고 비판했다. 스위스 정치권 일각에서는 과도한 복지 때문에 국가 부도 직전까지 갔던 이탈리아, 그리스처럼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샤를 위플로스 제네바 국제경제학회장은 “사람들에게 아무 조건 없이 돈을 준다면 누가 일하려 하겠느냐”며 노동 의욕 저하와 실업자 양산으로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본소득은 5년 이상 거주한 외국인에게도 지급하도록 돼 있어 ‘공짜 복지’를 노린 이민자들이 대거 스위스로 몰려올 가능성도 우려됐다. 우파 성향의 스위스국민당(SPP) 루치 슈탐 의원은 BBC 인터뷰에서 “스위스가 섬나라라면 가능할 수도 있는 일이다. 만일 모든 개인에게 돈을 지급한다면 수십억 명의 사람이 스위스로 들어오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013년 이 법안을 발의한 ‘기본소득을 위한 지식인 모임’은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인간과 로봇이 품위 있게 공존하려면 기본소득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투표에서 부결됐지만 실망스러운 결과는 아니라는 것이다. 체 바그너 대변인은 “4명 중 1명이 찬성했다는 것은 대단한 결과”라며 “특히 젊은 유권자들은 이 논의가 이어지길 원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 스위스 국민투표에서 기본소득을 ‘사양(No Thanks)’했지만 다른 여러 국가나 도시들이 비슷한 개념을 검토하고 있거나 시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핀란드는 내년부터 1만 가구(전국 130여만 가구)를 대상으로 월 550유로(약 70만 원)를 지급하는 ‘부분 기본소득’ 제도를 2년간 시범 실시한 뒤 전국으로 확대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네덜란드도 중부 대도시 위트레흐트를 비롯한 19개 자치단체가 모든 시민에게 매달 기본소득 900유로(약 120만 원)를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영국 싱크탱크인 왕립예술협회는 매월 308파운드(약 52만 원)를 지급하는 기본소득안을 마련했다. 뉴질랜드에서도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이유종 기자}

지지율이 70%가 넘는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76·사진)이 내년 2월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일간 빌트는 가우크 대통령이 고령과 건강 등을 이유로 연임을 시도하지 않기로 했다고 4일 보도했다. ZDF방송이 3일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우크 대통령의 연임을 찬성하는 비율은 70%가 넘는다. 의원내각제에서 임기 5년의 국가원수인 독일 대통령은 상징적인 자리이지만 가우크 대통령은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어 정치적 무게감이 가볍지 않다. 같은 동독 출신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함께 통일 독일을 이끄는 ‘동독 출신 최고지도자 듀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신교 목사 출신의 가우크 대통령은 통일 이전부터 민주화운동에 적극 가담해왔다. 통일 이후 1991∼2000년 동독 국가보위부(슈타지)의 문서관리청장을 지냈으며 냉전 시절 어두운 동서독의 과거를 과감하게 들춰내 큰 인기를 얻었다. 가우크 대통령이 돌연 연임 불가를 밝힘에 따라 내년 2월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가을 총선 판도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섹스 심벌’ 메릴린 먼로(1926∼1962)가 정치적으로 매우 진보적이었으며 사려 깊고 문학소녀의 면모를 지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1일 먼로 탄생 90주년을 맞아 ‘멍청한 금발’, 남성 편력 등의 이미지에 가려진 먼로의 또 다른 모습을 집중 조명했다. 타임은 남캘리포니아대(USC) 역사학 교수 출신 작가 로이스 배너가 쓴 ‘메릴린: 열정과 역설’(2012년)을 인용해 먼로의 좌파 성향을 공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난 먼로는 출생 당시 미국이 대공황을 겪었고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다른 사람들의 집을 전전했다. 먼로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과 흑인 밀집지역에서 살았던 경험을 통해 인종, 계층 등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각을 가지게 됐다. 먼로는 영화 촬영장에서 진보 서적을 읽기도 했다. 주위에서는 섹스 심벌의 매력이 훼손될까 봐 책 읽는 모습을 들키지 말라고 경고했다. 또 1950년대 초에는 극단적 반공주의인 ‘매카시즘’이 한창이던 시절이어서 진보 서적을 가까이 하는 것이 위험하기도 했다. 먼로는 1956년 극작가 아서 밀러와 결혼한 후엔 더 적극적으로 진보 목소리를 냈다. 남편 밀러는 매카시즘으로 하원 반미활동조사위원회에 출석해야 했으며 1953년 매카시즘 광풍에 사로잡힌 미국 현실을 비판한 희곡 ‘시련’을 쓸 정도로 진보적인 성향을 보였다. 먼로는 1960년 핵실험 반대 단체의 할리우드지부 창립 회원으로 가담했다. 흑인 인권운동 단체들도 적극 후원했다.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던 동갑내기 혁명가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먼로는 단 한 번도 정치 성향 탓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 작가 배너는 “반미활동조사위원회는 그를 멍청한 금발 정도로 치부한 것”이라고 전했다. 2010년 출간된 먼로가 직접 쓴 일기를 읽으면 그가 멍청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먼로의 일기는 출판을 목적으로 쓴 게 아니기 때문에 그의 솔직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일기를 통해 드러난 먼로의 모습은 생각이 깊고 시인의 소양도 갖췄다. 1942년 첫 남편인 제임스 도허티와 결혼한 먼로는 “마음의 큰 단지가 안도감을 찾을 때까지 글을 쓰겠다”며 글쓰기에서 위안을 찾기 시작했다. 유명배우로 성공한 1950년대엔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내 힘으로 해낼 것이다. 분석적으로 일할 수 있다”며 각오를 다졌다. 먼로는 현재의 감정, 분위기 등을 글로 전할 때 신중했으며 주로 간결한 단어를 선택했다. 그러나 세 번째 남편인 극작가 밀러가 먼로와의 결혼에 실망했으며 아내를 창피하게 생각한다고 쓴 글을 발견한 뒤엔 괴로운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먼로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인생에서 배우고 난 뒤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된다는 게 매우 두려웠다”며 “내일부터 내가 가진 모든 것인 나 자신을 소중히 하겠다”고 일기에 적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청소년 조직 ‘히틀러 유겐트’를 연상시키는 준(準)군사조직을 출범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히틀러 유겐트는 나치당의 청소년 조직을 확대해 만든 전국 규모의 청소년 단체로 나치 사상을 학습하고 기초 군사교육을 받았다. 31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5월 22일 모스크바에서 북동쪽으로 250km 떨어진 야로슬라블에서 러시아 국방부가 주관하고 푸틴 대통령이 후원하는 애국 군사 운동 단체 유나르미야 출범식을 가졌다. 유나르미야는 ‘젊은 군대’라는 뜻으로 공식 명칭은 ‘러시아군 후원단(the Voluntary Society of Support for the Army, Air Force and Navy)’이다. 냉전 시절 옛 소련이 유나르미야를 조직해 운영한 적이 있다. 이날 출범식에는 14∼18세 남녀 학생 104명이 대원으로 참석했다. 학생들은 ‘나는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할 것이다’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운 영웅들을 기억할 것이다’ ‘품격이 있는 러시아의 애국시민으로 성장할 것이다’ 등의 맹세를 했다. 러시아의 첫 여성 우주비행사 발렌티나 테레시코바 씨(79)는 이날 행사에서 “유나르미야에서 훈련을 받은 학생들이 훗날 러시아군에 합류하기를 바란다”며 “조국의 진정한 수호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나르미야는 군대와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며 본부와 자체 깃발 등을 갖고 있다. 전쟁사와 전략 전술 등 이론뿐 아니라 소총 분해 조립, 사격, 낙하산 하강 등 실전 군사훈련까지 받는다. 14∼18세가 대부분이지만 10세 어린이들도 참여할 수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유나르미야를 9월부터 전국으로 확대해 운영하기로 했다. 러시아에선 학교에서 군사교육을 한다. 여기에 더해 러시아 국방부가 애국 군사 운동까지 하는 이유는 러시아를 둘러싼 국제정서와 무관하지 않다. 러시아는 2014년 미국, 유럽 등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계 주민들이 대거 거주하는 크림 반도를 침공했고 이후 자국 영토로 병합했다. 러시아는 크림 반도 병합 등 우크라이나 내전 개입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을 애국주의로 돌파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러시아는 올 초 애국 교육 프로그램 예산을 2배로 늘렸다. 러시아 국방부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국가에 봉사해야 한다는 애국주의가 고조돼 유나르미야를 조직했다”며 “일반적인 교육이 될 것이고 참여를 강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나르미야가 히틀러의 유겐트 조직을 연상시킨다는 주장은 끊이지 않는다. 러시아의 군 인권 단체에서 활동하는 발렌티나 멜니코바 씨는 “어린이들을 군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반면 러시아 관변단체 대표인 안드레이 쿠로츠킨 씨는 “유나르미야를 통해 청소년들은 절제력과 애국심을 키우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미국의 제3정당인 자유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공화당 출신 게리 존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63·사진)가 올 11월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대세를 좌우할 제3당의 표) 역할을 할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의 경선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이 박빙의 승부를 벌일 경우 여론조사에서 10%의 지지를 얻은 존슨 전 주지사가 대선 판을 뒤흔들 변수가 될 수 있다. 존슨 전 주지사는 29일(현지 시간)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2차 투표 55.8%의 득표율로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됐다. 그는 윌리엄 웰드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로 지목했다. 폭스뉴스가 14∼1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존슨 전 주지사는 10%의 지지율을 얻었다. 트럼프와 클린턴은 각각 42%, 39%였다. 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이 15∼19일 등록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47%가 제3후보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존슨 전 주지사가 두 자릿수 득표율을 올린다면 트럼프와 힐러리가 초박빙의 승부를 겨루는 경합 주(州)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사업가 출신인 존슨 전 주지사는 1995∼2003년 공화당 소속 뉴멕시코 주지사를 지냈다. 2011년 당적을 자유당으로 바꾼 뒤 대선 후보로 선출됐고 2012년 대선에서 127만5804표(득표율 0.99%)를 얻어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자유당은 1971년 정부 역할 최소화와 자유, 공정 경쟁 등 자유주의를 기치로 창당됐으나 양당제가 정착된 미국 정치 현실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러나 트럼프와 힐러리 모두 비호감도가 높은 상황에서 존슨 전 주지사의 파괴력이 주목받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트럼프 진영은 존슨 전 주지사의 바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존슨 전 주지사의 주요 대선 공약은 △감세 △관료주의 철폐 △마리화나 합법화 등으로 대부분 공화당의 정책과 겹친다. 부통령 후보 웰드 전 주지사도 공화당 출신이어서 보수층의 표심이 흔들릴 수 있다. 공화당 전략가로 오랫동안 활동한 메리 매털린은 언론에 “양당 체제는 몰락할 것이다. 제3당인 자유당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존슨 전 주지사가 대통령토론위원회가 지정하는 5개 전국 여론조사에서 15% 이상의 지지를 끌어내면 9, 10월 대선후보 TV토론에 참가할 수 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유럽연합(EU)이 올해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서 매우 강력하고 광범위한 추가 경제 제재 조치를 단행했다. EU는 27일 각료이사회를 열고 북한 항공기·선박의 EU 28개 회원국 통과를 금지하며 사치품 등 금수 품목을 대폭 확대하고 송금 및 금융 서비스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제재안을 결의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이 소유하거나 운영하고, 북한 승무원이 탑승한 항공기나 선박의 기착 및 기항을 금지한 것은 상당히 강력한 조치”라고 말했다. 대량살상무기(WMD) 제조 및 운반과 관련이 없더라도 북한 국적이면 모두 제재하겠다는 것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270호보다 강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북한이 28개 EU 회원국과 운영하는 항공기나 여객선 정기 노선은 없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북한의 물류 수송력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한편으로 북한 엘리트들의 심리적 고립감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EU의 금수 목록은 추후 관보 게재를 통해 구체적으로 공개될 예정이지만 유엔 안보리의 제재보다 광범위한 내용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스위스가 25종의 사치품 등을 대북 금수 품목에 포함시킨 것처럼 이번 조치 역시 김정은 일가가 사용하거나 엘리트 관리에 사용하는 품목들의 북한 유입을 크게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EU가 역대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인 대북 독자제재 조치를 발표했다”며 “EU 28개 회원국의 단합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이를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유종 pen@donga.com·윤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