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미국 백악관 내부의 대표적인 ‘대중 강경파’ 참모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71)이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미국인들은 이와 같은 위기에서 동맹이 없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나바로 국장은 이날 폭스뉴스 ‘선데이 모닝 퓨처스’에 출연해 “2009년 돼지독감 문제가 불거졌을 때 최고 우방인 호주 영국 캐나다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외면했다. 호주는 백신 3500만 접종분을 지원해 달라는 부탁을 거절했다”고 뒤끝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는 코로나 치료에 필요한 물품뿐 아니라 필수 의약품까지 공급망을 해외로 지나치게 많이 이전했다”고 우려했다. 이어 “시급한 문제는 N95 마스크”라며 “중국이 마스크에 대한 수출 규제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주에 충분한 마스크를 확보하도록 하기 위한 요청서를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수출 규제 내용과 마스크 요청서 전달 대상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나바로 국장은 “그들(중국)은 세계보건기구(WHO)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그 기관을 운영하는 대리인을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지나치게 중국 눈치를 본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55)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급증하고 사망자까지 발생하자 대만 정부가 21일 한국을 여행 경보 지역으로 지정했다. 일부 국가는 한국에서 온 입국자에 대한 방역 조치를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 질병관리서는 이날 한국을 여행 1급 주의 지역으로 새로 편입시켰다. 코로나19 때문에 한국을 여행 주의 지역으로 지정한 것은 대만이 처음이다. 대만의 여행 경보 대상 지역은 가장 낮은 1급부터 최고 3급까지 나뉘어 있는데 한국은 일본, 태국과 함께 1급, 싱가포르는 2급, 중국 본토와 홍콩·마카오는 3급으로 지정된 상태다. 대만 정부는 1급 지역을 여행하는 국민에게 현지 예방수칙을 따르도록 권고하고 있다. 앞서 19일(현지 시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홍콩과 일본에 대해 1단계 여행 경보(주의)를 발령했다. 1단계 경보는 ‘일반적인 주의’가 필요한 가장 낮은 단계의 경보다. CDC는 중국에 대해서는 지난달 27일 ‘불필요한 여행을 피하라’고 권고하는 최고 단계의 3단계 경보를 발령한 바 있다. 미국 CDC가 한국에도 여행 경보를 발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DC는 한국을 중국 본토와 홍콩, 일본, 대만, 베트남, 싱가포르, 태국과 함께 ‘지역사회 확산국(Apparent Community Spread)’에 포함시키고 있다. 최희정 이화여대 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 경로 확인이 안 되는 사례가 늘면서 한국도 일본과 비슷한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CDC와 별도로 미 국무부는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중국에 대해서는 지난달 ‘여행 금지’를 권고하는 4단계 여행 경보를, 홍콩과 마카오에 대해서는 지난주 ‘강화된 주의를 기울일 것’을 권고하는 2단계 여행 경보를 내렸다. 일부 국가에서는 한국에서 입국한 사람에 대한 방역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투르크메니스탄은 코로나19 증세 유무와 관계없이 자국에 입국하는 한국인을 병원에 격리 조치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한국, 일본, 태국 등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국가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에 대해 24일간 의료진의 방문 검진이 포함된 ‘의학적 관찰’을 실시하고 있다. 남태평양의 소국 키리바시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 8개국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시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지역사회 전파가 나타난 상황에서 각국 정부가 한국에 대해 추가 조치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한국 정부는 감염 정도를 ‘경계’로 유지하고 있지만, 최상위인 ‘심각’에 가깝다고 본다. 필리핀 등에서도 사망자가 나왔지만 한국은 사망자뿐 아니라 지역사회 전파로 인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한기재 기자}

지난해 10월 미국 뉴욕에서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때문에 두 번 놀랐다. 개봉 둘째 날 맨해튼 극장에 이 영화를 보러 갔다가 헛걸음을 했다. 외국어 영화이니 당일 표가 있겠거니 했지만 웬걸, 표는 이튿날까지 매진이었다. 칸 영화제 수상작이라는 화제성에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일간지까지 주목하긴 했지만 이 영화의 반응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일주일을 더 기다려 극장을 찾았다가 또 놀랐다. 생각보다 현지인 관객이 많았다. 자막이 달린 외국어 영화였지만 몰입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는 게 현지 관객들의 반응이었다. 그 덕분에 뉴욕 한복판에서 한국인은 한국어로, 현지인들은 자막을 읽으며 영화를 즐기는 흔치 않은 경험을 했다. 여세를 몰아 기생충은 자막이 달린 비영어권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쥐며 비영어권 영화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봉 감독의 말대로 미국 영화 관객들이 자막이라는 ‘1인치의 벽’을 넘어서자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다. 방탄소년단(BTS) 등이 이끄는 케이팝에 이어 기생충으로 대표되는 충무로 영화가 미국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물론 세계 각국 문화가 뒤섞인 문화의 ‘용광로’ 뉴욕 출신답지 않게 거부감을 드러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처럼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이 반갑지 않은 이도 여전히 많다. 한국 문화산업 전반으로 시야를 돌려 보면 장막처럼 둘러쳐진 ‘1인치의 벽’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최근 기업설명회(IR)를 하러 미국을 방문한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미국 식당에서 소주를 ‘코리안 사케’라고 설명해 놓은 것을 보고 열을 확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에서 날렵한 근육질의 씨름 선수들이 팬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내면서 씨름 선수를 ‘스모 레슬러’에 비유해 한국인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뉴욕에서 만난 한 동포는 미국에서 신선한 막걸리를 빚어 팔기 위해 주류 허가를 받는 데 3년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쌀과 누룩으로 빚은 막걸리를 모르는 미국 당국자에게 설명을 하고 ‘라이스 와인’이라는 항목으로 간신히 허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소주를 ‘라이스 와인’으로 부르기 때문에 막걸리와 소주를 구분하기조차 어렵다. 외국 문화는 언어적, 문화적 유사성이 있을 때 빠르게 확산된다. 시장 개척을 위해 해당 문화권에서 친밀한 유사 문화상품을 찾아 습관처럼 비유하다 보면 문화의 고유성과 정체성을 알릴 기회는 사라진다. 소주는 사케, 씨름은 스모의 범주를 벗어나기도 힘들다. 우리가 뉴욕에서 한국 씨름을 알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를 돌아보면 ‘코리안 스모’ 대접에 화만 낼 일도 아니다. 기생충이 ‘1인치의 벽’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은 미국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탄탄한 작품성과 다양한 외국 콘텐츠를 소개해 시청자의 선택권을 넓힌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의 성장이 큰 몫을 했다.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품질과 현지에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개척하려는 투자와 의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 유력 신문들이 요즘 ‘먹방(Mukbang)’ ‘눈치(Nunchi)’ 등 한국 특유의 문화를 소개하며 한국어를 그대로 살려 영어로 소개한다는 점이다. 문화의 고유성과 독창성을 인정받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한국 문화산업이 1인치의 벽을 넘어 세계 시장의 판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되려면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다.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급증하고 사망자까지 발생하자 대만 정부가 21일 한국을 여행경보 지역으로 지정했다. 일부 국가는 한국에서 온 입국자에 대한 방역 조치를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 질병관리서는 이날 한국을 여행 1급 주의지역으로 새로 편입시켰다. 코로나19 때문에 한국을 여행 주의지역으로 지정한 것은 대만이 처음이다. 대만의 여행 경보 대상 지역은 가장 낮은 1급부터 최고 3급까지 나뉘어 있는데 한국은 일본·태국과 함께 1급, 싱가포르는 2급, 중국 본토와 홍콩·마카오는 3급으로 지정된 상태다. 대만 정부는 1급 지역을 여행하는 국민에게 현지 예방수칙을 따르도록 권고하고 있다. 앞서 19일(현지 시간)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홍콩과 일본에 대해 1단계 여행 경보(주의)를 발령했다. 1단계 경보는 ‘일반적인 주의’가 필요한 가장 낮은 단계의 경보다. CDC는 중국에 대해서는 지난달 27일 ‘불필요한 여행을 피하라’고 권고하는 최고 단계의 3단계 경보를 발령한 바 있다. 미국 CDC가 한국에도 여행 경보를 발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DC는 한국을 중국 본토와 홍콩, 일본, 대만, 베트남, 싱가포르, 태국과 함께 ‘지역사회 확산국(Apparent Community Spread)’에 포함시키고 있다. 최희정 이화여대 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 경로 확인이 안 되는 사례가 늘면서 한국도 일본과 비슷한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CDC와 별도로 미 국무부는 이달 들어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중국에 대해서는 지난달 “여행 금지”를 권고하는 4단계 여행 경보를, 홍콩과 마카오에 대해서는 “강화된 주의를 기울일 것”을 권고하는 ‘2단계 여행 경보’를 내렸다. 일부 국가에서는 한국에서 입국한 사람에 대한 방역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투르크메니스탄은 코로나19 증세 유무와 관계없이 자국에 입국하는 한국인을 병원에 격리 조치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한국 일본 태국 등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국가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에 대해 24일간 의료진의 방문검진이 포함된 ‘의학적 관찰’을 실시하고 있다. 남태평양의 소국 키리바시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 8개국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시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지역사회 전파가 나타난 상황에서 각국 정부가 한국에 대해 추가 조치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한국 정부는 감염 정도를 ‘경계’로 유지하고 있지만, 최상위인 ‘심각’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필리핀, 이란 등에서도 사망자가 나왔지만 한국은 사망자 뿐 아니라 지역사회 전파로 인해 더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탑승자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일본인 2명이 20일 사망했다. 크루즈선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가 숨진 것은 처음이다. NHK에 따르면 이 크루즈선에 탑승했던 87세 남성과 84세 여성이 이날 숨졌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각각 11일, 12일 하선해 병원에 입원했다. 두 사람 모두 지병이 있었다고 일본 정부는 설명했다. 이 크루즈선에 탑승한 승객과 승무원 3711명 가운데 634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상태다. 감염자 가운데 숨진 2명을 제외하고도 후생노동성이 분류한 중증 환자가 26명 더 있어 앞으로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일본에서 코로나19 감염으로 숨진 환자는 3명으로 늘었다. 앞서 13일 일본 가나가와현에 거주하는 80대 일본인 여성 감염자가 숨졌다. 전염병 전문인 구스미 에이지(久住英二) 나비타스클리닉 이사장은 이날 TBS에 출연해 “일본 의료 수준이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어 버릴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데라시마 다케시(寺嶋毅) 도쿄대 의대 교수는 “의료팀이 사망자를 최소화하려고 모든 힘과 지혜를 내 대응했을 텐데 사망자가 나온 것은 쇼크”라고 밝혔다. 구로이와 유지(黑巖祐治) 가나가와현 지사는 두 명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선상) 격리 중에 새로운 감염이 있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NIID)도 19일 웹사이트에 게재한 보고서에서 “크루즈선 승선객 감염 대부분은 객실 대기를 시작한 5일 이전에 일어났지만 대기 이후에도 감염이 계속됐다”고 밝혔다. 후생노동성 산하 기관인 NIID의 분석과 구로이와 지사의 발언은 후생성의 입장과 상반된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은 지금까지 “크루즈선 감염자는 5일 객실 격리를 시작하기 전에 감염됐다”고 주장해 왔다. 18일 크루즈선의 방역 환경에 대해 ‘매우 비참한 상황’이라고 고발한 영상을 유튜브에 게재한 이와타 겐타로(巖田健太郞) 고베대 교수는 20일 도쿄 외국특파원협회에서 특파원들과 인터넷 화상 인터뷰를 하며 또다시 “선내 적절한 감염 관리가 안 됐다”고 비판했다. 다만 그는 20일 오전 고발 영상을 삭제했다. 이에 대해선 “객실 격리가 실시된 5일 이후 2차 감염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이터를 제시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외압을 받아 동영상을 삭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크루즈선 승선자 중 감염자가 13명 새로 나왔다. 크루즈선에 탑승해 사무 업무를 담당하던 후생성과 내각관방 공무원 2명 등을 포함해 일본 내 감염자 수는 오후 10시 현재 726명으로 늘었다. 한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9일(현지 시간)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일본과 홍콩에 각각 여행경보 3단계 중 1단계인 ‘주의(Watch)’를 발령했다.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한국 등 세계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황이 단기간에 마무리되는 최상의 시나리오에서도 어느 정도의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20일 사실상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0.10%포인트 인하했다. LPR가 내린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석 달 만으로,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부양 조치로 해석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9일(현지 시간) 발간한 ‘주요 20개국(G20) 조망 보고서’에서 “중국에서 생산이 중단되고 감염지역 인근으로 이동이 제한되면서 경제 활동이 지장을 받고 있다”며 “이는 관광과 공급망, 상품 가격 등을 통해 다른 나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이날 “코로나19 사태가 우리의 가장 절박한 불확실성”이라며 “경제적 타격이 단기에 끝나는 최상의 시나리오에서도 세계 여러 지역의 성장세는 미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지난해보다 0.4%포인트 높은 3.3%로 예상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이마저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코로나19를 8차례나 언급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연준 위원들은 코로나19 사태를 새로운 위협으로 꼽으며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의 위협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모건스탠리는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6% 성장’이 물 건너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후베이성 이외 지역 생산이 신속히 회복되는 최상의 시나리오에서는 5.9%, 생산 차질이 3월까지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5.6%로 중국 성장률을 점쳤다. 최악의 경우 1분기(1∼3월) 성장률이 3.5%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최근 중국의 올 성장률 전망치를 5.8%에서 5.2%로 낮췄다. 세계 경제의 20%를 차지하는 중국의 생산 차질은 한국 일본 독일 등 제조업 국가에 특히 악재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한국 수출이 정부 예상치(3%)를 밑도는 2.1%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JP모건은 1.8% 성장을 점쳤다. 연간 수출 차질액이 49억∼71억 달러(약 5조8700억∼8조5000억 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한국 총수출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4분기(10∼12월)에 이어 올해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진 일본의 엔화 가치는 9개월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IMF는 경기 회복세를 이어가기 위해 각국에 적극적 재정 정책을 주문했다. 특히 재정 여력이 충분한 한국, 호주, 독일 등에 확장적 재정 정책을 권고했다. 한국은 추가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 정책이 필요한 국가로 꼽았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9일(현지시간) 중국의 베이징 주재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 추방 조치에 대해 “미국의 중국의 추방 조치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상대국 언론을 겨냥한 맞보복전으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성숙하고 책임이 있는 국가들은 자유 언론이 사실을 보도하고 의견을 표명한다는 것을 이해한다”며 “올바른 대응은 반박을 내놓는 것이지 발언을 제약하는 게 아니다”라고 중국을 비판했다. WSJ 발행인이자 다우존스 최고경영자(CEO)인 윌리엄 루이스도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중국 외교부의 WSJ 기자 3명에 대한 추방 발표에 대해 매우 실망한다”며 “중국 외교부가 비자를 다시 회복시켜줄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요구했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 브리핑에서 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WSJ의 외부 칼럼에서 중국을 “진짜 아시아의 병자”라고 표현한 것을 문제 삼아 “베이징 주재 WSJ 기자 3명의 외신기자증을 회수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이 같은 조치는 미국이 중국 기자들을 독립 언론사 기자가 아니라 정부 지시를 따르는 정부 기관원으로 대하겠다는 조치에 대한 보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18일 신화통신 런민일보 등 중국 5개 언론사를 외국 정부 공무원으로 대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애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애플은 17일(현지 시간) 홈페이지에 투자자들을 위한 실적 전망치(가이던스)를 발표하며 “올해 1분기 매출 전망치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이날 새로운 매출 전망치를 내놓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피해 규모를 아직 파악조차 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애플은 1분기 매출을 630억∼670억 달러(약 74조9000억∼79조6500억 원)로 예상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 918억1900만 달러보다 300억 달러 가까이 떨어진 수치다. 당시 애플은 코로나19에 대한 우려 때문에 과거보다 매출 전망치를 최소와 최대치 간 40억 달러의 차이가 날 정도로 넓게 잡았지만 현재로서는 이마저도 달성이 어렵게 됐다. 이날 애플이 실적 전망치를 낮춘 이유는 두 가지다. ‘생산 차질’과 ‘중국 내 판매 감소’다. 애플은 아이폰의 90%를 중국에서 만든다. 중국 내 최대 규모의 아이폰 조립업체인 폭스콘의 경우 10일 재가동을 시작했지만 정상적인 공장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폭스콘이 이달 말까지 중국 내 생산을 50%, 다음 달 중순까지 80%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 역시 “모든 설비가 재가동됐지만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증산이 더디다”며 “세계 아이폰 공급이 일시적으로 제한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침체 역시 실적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은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중국 내 매장을 닫았다. 최근 일부 매장이 문을 열었지만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등 정상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1분기(1∼3월)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0∼12월 애플은 중국 시장에서 영업이익 53억6300만 달러를 달성했다. 같은 기간 전체 영업이익의 약 20%에 이른다. 브레이디 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2월 실적에 따라 예상치를 더욱 낮춰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애플의 실적 둔화 경고로 국내 기업은 물론이고 전 세계 기업들의 ‘코로나 쇼크’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애플은 중국과 바이러스가 기업에 미치는 연쇄 효과의 어려움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표한 최초의 기업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 경제에 미칠 충격에 대한 두려움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CNBC도 글로벌 비즈니스 리서치 회사 던&브래드스트리트를 인용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전 세계 500만 개의 기업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중국 내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완전히 철수해 당장 생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공개 행사나 마케팅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기는 어렵다. 삼성전자는 현재 중국 시장 점유율이 5위권 밖이지만 여전히 프리미엄 및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도 최근 “중국은 삼성전자에 중요한 시장이다.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침체와 더불어 각 기업별 신제품 출시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등 시장조사업체들은 올해 1분기 스마트폰 시장이 전년 동기 대비 5% 안팎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당수 스마트폰 부품 제조사 공장이 중국 후베이(湖北)성 등 코로나19 발생 지역 내에 있어 일부 제조사가 이미 부품의 공급부족 현상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미국 캘리포니아 주 실리콘밸리의 기술기업인 프레스토의 라자트 수리 최고경영자(CEO)는 160명의 직원들에게 악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손을 잡는 악수는 중세 시대의 관행이며 위생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에는 악수를 하지 않는 문화권들이 많다”며 “인도에서는 사람들이 손을 모으고 ‘나마스떼’라고 인사하고 일본에서는 절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16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급속한 확산으로 가장 기본적인 비즈니스 예절을 다시 생각하고 있다”며 달라진 미국 기업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캘리포니아 주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 앤드리슨 호로위츠는 코로나 19 확산 이후 ‘악수 금지(no-handsake)’ 정책을 도입했다. 회사 입구에 ‘악수 금지’ 안내문까지 붙였다. 포옹이나 악수 대신 주먹을 부딪히는 ‘주먹 인사’나 ‘팔꿈치 부딪히기’와 같은 ‘대안 인사법’도 확산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 멘로파크에서 활동하는 벤처캐피탈인 럭스 캐피탈의 비랄 주베리 파트너는 “사람들이 되도록 악수를 피한다”며 “‘주먹 인사’로 대신하거나 주먹도 피부가 닿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팔꿈치 부딪히기’ 인사를 한다”고 말했다. 16일 끝난 싱가포르 에어쇼는 ‘접촉 금지(no-contact)’ 방침을 안내하고 허리를 숙이는 동양식 인사나 손을 흔드는 ‘대안 인사’를 권장했다.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미국이 유럽연합(EU)의 항공기 제조회사인 에어버스에 대한 보복 관세를 5%포인트 인상하겠다고 예고했다. 미국은 또 중국에 대한 항공기 제트엔진 수출 규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발 무역갈등’의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14일(현지 시간) 3월 18일부터 에어버스 항공기에 부과하는 관세를 10%에서 15%로 올린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10월 세계무역기구(WTO) 판결에 따른 것이다. 미국은 EU의 에어버스 보조금 지급을 인정한 WTO 판결에 따라 에어버스 항공기에 10%, 와인 위스키 치즈 등 유럽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이번 조치는 항공기 관세를 추가로 올린 것이다. USTR는 항공기 이외의 유럽산 제품에 대한 관세도 조정할 계획이다. EU도 보잉에 대한 미 정부의 보조금 지급을 인정한 WTO 판결에 따라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EU에 다시 맞보복을 경고해 미국과 EU의 무역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EU 등의 자동차와 부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U는 구글 등 정보기술(IT) 대기업에 대한 디지털세 부과를 추진해 미국과 정면충돌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EU와 무역협상을 앞두고 기선 제압을 하기 위해 이번 조치를 추진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 전 EU와 무역협상 타결을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10∼12년 이상 유럽에 엄청난 적자를 봤다”며 EU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한 미중 간에도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너럴일렉트릭(GE)과 프랑스 사프랑의 합작벤처인 CFM인터내셔널이 생산하는 제트엔진 ‘리프(LEAP) 1C’의 중국 추가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 전했다. 미 행정부는 또 GE가 C919에 공급하는 항공기 전자 시스템의 수출 규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영 항공기 제조 회사인 코맥(COMAC)은 차세대 여객기 C919를 개발하고 있다. 이 여객기에 CFM의 리프 1C 엔진이 들어간다. 미 행정부는 20일과 28일 각각 회의를 열고 중국에 대한 엔진 수출 금지 여부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수출 규제가 현실화된다면 C919를 2021년 상업화하려는 중국의 ‘항공굴기(굴起·일으켜 세운다)’는 차질이 불가피하다. 중국 당국의 보복과 중국에 납품하는 미국 제조회사가 입을 피해도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11월 대선 전에 무역전쟁을 다시 확전시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미 법무부의 화웨이 추가 기소에 이어 항공기 엔진 수출 규제까지 더해질 경우 무역갈등이 다시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으로 1단계 무역합의에 따른 중국의 미국산 상품 구매 약속 이행도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 금융계 거물인 로이드 블랭크파인 전 골드만삭스 회장(66·사진)이 11일 전일 야당 민주당의 뉴햄프셔 예비경선(프라이머리)에서 1위를 차지한 ‘강경 진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9)을 ‘좌파 도널드 트럼프’로 비유했다. 부유세 도입, 증세, 무상 의료 및 교육 등을 주창하며 월가와 대척점에 선 샌더스 의원이 미국 경제를 망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블랭크파인 전 회장은 12일 트위터에 “샌더스가 대통령이 되면 트럼프만큼 미국을 분열시키고 경제를 망치고 우리 군대를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내가 러시아인이라면 샌더스와 같이 갈 것”이라고도 했다. 러시아가 2016년 대선에서 당시 트럼프 후보를 물밑 지원했다는 ‘러시아 스캔들’ 의혹을 들먹이며 샌더스 의원을 몰아붙인 셈이다. 민주당원인 블랭크파인 전 회장은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지지했다. 샌더스 지지자들은 즉각 수천 개의 비난 댓글로 응수했다. 파이즈 샤키르 샌더스 캠프 선대본부장은 트위터에 “공포에 빠진 월가 엘리트들의 모습”이라며 일축했다. 샌더스 캠프는 지난해 7월에도 블랭크파인을 비롯해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 밥 아이거 디즈니 CEO 등을 ‘반(反)지지자’로 규정했다. 양측은 당시에도 트위터로 설전을 주고받았다.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샌더스 의원은 “억만장자가 존재하지 않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도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블랭크파인 전 회장의 우려가 단순히 개인적 반감을 넘어 트럼프 재집권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도 분석한다. 샌더스 의원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면 중도표 포섭이 어려워 트럼프 대통령에게 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에서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이 세계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다. 기생충은 미국 영국 일본에서 일제히 박스오피스 5위 내에 들면서 흥행몰이를 시작했다. 미국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10일 하루 50만1222달러(약 5억9000만 원) 매출을 올려 북미 지역 일간 흥행순위 4위에 올랐다. 이번 주말 상영관을 2배 가까이 늘릴 예정이어서 순위 상승이 예상된다. 7일 개봉한 영국에선 4위에 올라 비영어권 영화의 오프닝 성적으로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일본에서도 3위에 올랐다. 10일 재개봉한 한국에서도 5위에 올랐으며 베트남 터키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재개봉했다. 10일 기준 ‘기생충’의 전 세계 수입액은 1억6592만 달러로, 이런 추세라면 비영어권 영화 중 세계 흥행 1위(2억1300만 달러)인 리안(李安) 감독의 ‘와호장룡’을 넘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1960년대는 프랑스, 70년대는 미국, 90년대는 홍콩, 2010년대는 한국이다.”(제임스 건·‘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감독) 영화 ‘기생충’이 세계로 질주 중이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 9일(현지 시간) 이후 세계 극장가에서 기생충의 흥행 열풍이 시작되고 있다. 통상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으면 북미 시장의 박스오피스 매출이 20%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연예 매체 할리우드리포트에 따르면 미 전문가들은 기생충이 4500만∼5000만 달러의 추가 수입을 얻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오스카의 영향은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단번에 나타났다. 시상식 다음 날인 10일(현지 시간) 50만1222달러(약 5억9000만 원) 매출을 올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주연한 ‘닥터 두리틀’을 제치고 북미지역 일간 흥행순위 12위에서 4위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10월 개봉 이후 최고 성적이다. 북미 배급사 네온은 이번 주말 상영관을 지난주의 두 배인 2000개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스타워즈’ 시리즈 마지막 에피소드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의 개봉 첫날 상영관 수가 4000여 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영어 영화로는 압도적인 규모다. 영국에서는 개봉 첫 주말인 7∼9일 약 140만 파운드를 벌어들이며 4위로 출발했다. 비영어 영화 개봉 성적으로는 역대 최고로 영국 배급사 커즌은 상영관을 136개에서 400개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프랑스에선 지난해 6월 개봉한 이후 역대 한국 영화 중 가장 높은 흥행 기록을 세운 데 이어 160개 스크린에서 다시 상영된다. 일본에서도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고 일본 내 누적 매출은 16억 엔(약 171억 원)에 이른다.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재개봉 열풍도 시작됐다. 국내에서는 10일 재개봉해 이틀 만에 1만 명을 모았다. CGV 베트남 법인은 17일 베트남 전역 약 100개 상영관에서 ‘기생충’을 재개봉한다. 지난해 6월 개봉 당시 ‘기생충’은 역대 베트남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최고 성적을 냈다. CGV 터키, 인도네시아 법인에서는 각각 7, 11일 30여 개 극장에서 재상영을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기생충’을 계기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등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뿐 아니라 박찬욱 연상호 감독 등 한국 감독 작품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는 영화 평점 ‘토마토미터’를 봉 감독의 전작과 한국 영화 30선에 대해 제시했다. 네온은 ‘살인의 추억’을 북미에서 재개봉할 예정이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비영어권 영화와 드라마를 폭넓게 소개하며 비영어권 영화시장을 개척했다면 기생충은 이 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9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하는 유러피안필름마켓(EFM)은 한국영화뿐 아니라 아시아 영화들이 ‘기생충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 배급사인 스플렌디드 필름의 디르크 슈바이처 구매 담당 이사는 “기생충이 새로운 아시아 영화들을 위한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며 “너도나도 이 ‘마차’에 올라타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이서현 baltika7@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손택균 기자}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스위스 암호장비회사 ‘크립토AG’를 몰래 소유한 채 수십 년간 세계 120여 개국의 기밀을 무차별적으로 빼냈음이 뒤늦게 밝혀졌다. 한국 일본 등 각국 정부가 신뢰하며 사용해온 암호 장비가 CIA가 심은 조작 프로그램에 의해 첩보 제공 통로로 변질돼 큰 충격을 안긴다. 미 워싱턴포스트(WP), 독일 공영방송 ZDF, 스위스 SRF방송은 11일 CIA와 독일 정보당국의 기밀 문건을 입수해 “CIA가 옛 서독 정보기관 BND와 손잡고 크립토의 암호 장비를 이용해 동맹과 적국을 가리지 않고 타국의 암호 통신문을 해독하고 기밀을 빼냈다”고 폭로했다. 크립토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군을 위한 암호 장비를 생산하며 미 정부와 연을 맺었다. 크립토 고객들은 회사의 실제 주인이 CIA임을 알지 못한 채 장비를 구매했다. 1970년대부터는 미 국가안보국(NSA)도 기밀 탈취에 가담했다. 미국은 1950년대 중국 소련 북한의 암호를 해독할 수 없게 되자 ‘루비콘’이란 이름의 이 작전을 추진했다. 미국과 독일은 크립토를 운영하기 위해 양국의 간판 기업인 모토로라와 지멘스를 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서독 통일 후인 1993년 독일 BND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루비콘 작전에서 손을 뗐다. 독일 지분을 사들여 작전을 이어가던 CIA도 2018년 회사를 매각했다. 국제 보안시장에서 온라인 암호 기술이 대중화, 고급화하면서 크립토의 위상이 떨어졌다고 WP는 전했다. CIA와 BND는 각국의 기밀 정보를 취득하면서 장비 판매료로도 수백만 달러를 챙겼다. 1981년 크립토의 최대 고객은 사우디아라비아였다. 이란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이라크 리비아 요르단 한국 등이 뒤를 이었다. 다만 소련, 중국, 북한 등은 크립토가 서방과 연계됐다고 의심해 이를 이용하지 않았다. 미국은 1978년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평화 협상을 중재할 때도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이 참모들과 논의하는 내용을 모두 엿들었다. 또 1979년 이란 테헤란 대사관에서 발생한 444명의 미국인 인질 사태 때 이슬람 율법학자들을 감시했다. 미국은 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대서양 포클랜드제도에서 벌인 전쟁 때도 아르헨티나군의 정보를 빼내 핵심 동맹 영국에 넘겼다. WP는 “1980년대 미 정보기관이 입수한 해외 첩보의 40% 정도가 루비콘 작전으로 입수됐다. CIA 역사상 가장 대담한 작전”이라고 지적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구가인 기자}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개 부문 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우려 때문에 관객 수가 현저히 줄어든 국내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 10일 73개 상영관에서 다시 개봉한 ‘기생충’은 재개봉 첫날 1761명이 관람해 단숨에 박스오피스 9위에 올랐다. 11일에는 109개 상영관에서 8339명이 관람해 아카데미 작품상 경쟁작이었던 ‘조조 래빗’(5일 개봉)을 밀어내고 5위로 뛰어올랐다. 좌석판매율은 25.8%로 1위였다. 지난해 5월 개봉해 1008만 명을 살짝 넘긴 채 중단됐던 누적관객 수도 1010만 명으로 뛰어 흥행 기록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CGV는 전국 30개 지점에서 ‘기생충’ 특별전을 진행 중이며 롯데시네마도 25일까지 30개 지점에서 ‘기생충’을 재상영한다. 26일에는 ‘기생충’ 흑백판이 공개된다. 해외 흥행 기세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미국 박스오피스 집계사이트 모조에 따르면 ‘기생충’은 현지 시간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다음날인 10일, 50만1222달러(약 5억9000만 원)의 매출을 올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주연한 ‘닥터 두리틀’을 제치고 북미 지역 일간흥행순위 4위에 올랐다. 전날 순위는 12위였다. 지난해 10월 11일 미국 3개 상영관에서 개봉했던 ‘기생충’이 10위 안에 든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이날 매출은 지난주 같은 요일에 비해 213% 늘었다. ‘기생충’의 북미 지역 배급사인 네온은 “현재 1060개인 상영관 수를 이번 주말부터 200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10일 기준 3603만 달러(약 424억 원)인 누적 매출액이 5000만 달러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01년 ‘와호장룡’이 기록한 전 세계 흥행 수입액 비영어권 영화 역대 최고 기록인 2억1300만 달러(약 2512억 원)를 뛰어넘을 가능성도 있다. 모조에 따르면 ‘기생충’의 전 세계 수입액은 1억6592만 달러(10일 기준)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10일 미국 법무부가 중국 인민해방군 요원 4명을 해킹 혐의로 기소했다. 미국이 중국군 요원을 해킹 혐의로 기소한 것은 2014년 철강회사 US스틸 등에 대한 해킹 혐의로 5명을 기소한 후 두 번째다. 윌리엄 바 미 법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신용평가회사 에퀴팩스를 해킹하고 미국인의 개인정보 및 산업기밀을 훔친 혐의로 중국 요원 4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들 장교가 2017년 5∼7월 에퀴팩스를 해킹해 미국인 1억4700만 명의 이름, 주소, 사회보장번호, 운전면허번호, 생일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훔쳤다고 지적했다. 에퀴팩스는 8억2000만 명 이상의 소비자 정보뿐만 아니라 9100만 개의 회사 정보에 관한 데이터도 보관하고 있다. 바 장관은 “역사상 최대 자료 탈취 사건 중 하나”라며 “중국군의 조직적이고 뻔뻔하며 범죄적인 강도 행위”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4명의 해커는 인민해방군 54연구소 소속으로 현재 중국에 체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해킹 과정에서 추적을 피하기 위해 약 20개국, 34개 서버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소로 중국 내 미국 정보요원의 신변 위험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를 단행한 것은 중국의 안보 위협을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은 중국 해커들이 훔친 방대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미 관리들의 의료 기록, 은행 계좌와 같은 민감한 정보에 접근하고 뇌물이나 협박에 취약한 관리들을 공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5일 1차 무역합의 타결로 잠시 진정되는 듯했던 양국의 갈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사태로 다시 격화하고 있다. 두 나라는 신종 코로나의 대처 방식, 유래 등을 두고 거센 공방을 벌였다. 미국 내에서는 중국군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생화학무기로 이용했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해킹 공방까지 벌어짐에 따라 무역전쟁이 재점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 및 우주 개발 예산을 대폭 증액하고 해외 원조 등을 큰 폭으로 줄이는 내년 예산안을 마련했다고 미 언론이 9일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 확산됨에 따라 전염병 예산은 삭감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백악관은 4조8000억 달러(약 5728조8000억 원) 규모의 2021회계연도(2021년 10월∼2022년 9월) 예산안을 마련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행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백악관 예산안은 행정부의 역점 사업이 반영돼 대통령의 ‘비전 성명서’로 불린다. 특히 내년 예산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재선될 경우 곧장 가동할 ‘집권 2기’의 청사진을 담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예산안에서 국방예산으로 전년 대비 0.3% 늘어난 7405억 달러를 책정한 점이 눈에 띈다. 미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국방부의 핵무기 전달체계를 근대화하는 예산이 289억 달러(약 34조3700억 원), 이를 수행할 국가핵안보국(NNSA)의 예산 198억 달러가 반영됐다. 이는 전년 대비 20%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러시아와 중국의 도전에 맞서 세계 최고의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신념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반면 야당인 민주당은 핵무기 현대화보다 국제 군축협상을 통해 핵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선호한다. 2024년까지 우주인을 다시 달에 보내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 예산도 13% 늘려 잡았다. 보훈부와 국토안보부도 예산이 각각 13%, 3% 늘었다. 반면 국방 분야 이외의 지출은 전년 대비 5% 삭감된 5900억 달러가 반영됐다. 해외 원조 예산도 21% 삭감됐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예산은 9% 줄었지만 전염병 대응을 위한 예산(43억 달러)은 유지된다. 주택도시개발부 예산도 15% 삭감이라는 된서리를 맞았다. 백악관의 예산 절감 방안도 논란거리다. 백악관은 향후 10년간 연방정부 지출을 4조4000억 달러 줄일 계획인데, 삭감 대상의 약 45%가 사회안전망 관련 예산이다. 메디케어(노년층 의료비 보조) 처방 약값에서 1300억 달러, 메디케이드(저소득층 및 장애인 의료비 보조) 및 푸드 스탬프(저소득층 영양 지원) 등에서 2920억 달러 등 의무 지출 프로그램에서 약 2조 달러를 줄일 방침이다. 백악관은 2025년 만료되는 감세안을 2035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감세 2.0’ 계획도 이번 예산안에 반영했다. 재선이 되면 중산층 감세안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11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백악관이 마련한 예산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킬 가능성은 낮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유용한 선거용 카드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예산안의 주요 내용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고 표심 공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뉴욕=박용 parky@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 및 우주개발 예산을 대폭 증액하고 해외원조 등을 큰 폭으로 줄이는 내년 예산안을 마련했다고 미 언론이 9일(현지시간) 전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 확산됨에 따라 전염병 예산은 삭감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백악관은 4조8000억 달러(약 5728조8000억 원) 규모의 2021 회계연도(2021년 10월~2022년 9월) 예산안을 마련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행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백악관 예산안은 행정부의 역점 사업이 반영돼 대통령의 ‘비전 성명서’로 불린다. 특히 내년 예산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재선될 경우 곧장 가동할 ‘집권 2기’의 청사진을 담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예산안에서 국방예산으로 전년 대비 0.3% 늘어난 7405억 달러를 책정한 점이 눈에 띈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국방부의 핵무기 전달체계를 근대화하는 예산이 289억 달러(약 34조3700억 원), 이를 수행할 국가핵안보국(NNSA)의 예산 198억 달러가 반영됐다. 이는 전년 대비 20%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러시아와 중국의 도전에 맞서 세계 최고의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신념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반면 야당인 민주당은 핵무기 현대화보다 국제 군축협상을 통해 핵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선호한다. 2024년까지 우주인을 다시 달에 보내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예산도 13% 늘려 잡았다. 보훈부와 국토안보부도 예산이 각각 13%, 3% 늘었다. 반면 국방 분야 이외의 지출은 전년 대비 5% 삭감된 5900억 달러가 반영됐다. 해외 원조 예산도 21% 삭감됐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예산은 9% 줄었지만 전염병 대응을 위한 예산(43억 달러)은 유지된다. 주택도시개발부 예산도 15% 삭감이라는 된서리를 맞았다. 백악관의 예산절감 방안도 논란거리다. 백악관은 향후 10년간 연방정부 지출을 4조4000억 달러 줄일 계획인데 삭감 대상의 약 45%가 사회안전망 관련 예산이다. 메디케어(노년층 의료비 보조) 처방 약값에서 1300억 달러, 메디케이드(저소득층 및 장애인 의료비 보조) 및 푸드 스탬프(저소득층 영양지원) 등에서 2920억 달러 등 의무지출 프로그램에서 약 2조 달러를 줄일 방침이다. 백악관은 2025년 만료되는 감세안을 2035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감세 2.0’ 계획도 이번 예산안에 반영했다. 재선이 되면 중산층 감세안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11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백악관이 마련한 예산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킬 가능성은 낮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유용한 선거용 카드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예산안의 주요 내용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고 표심 공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가 5명으로 늘어난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도심. 마스크를 쓴 시민은 드물었다. 하지만 약국이나 슈퍼에선 마스크가 동이 났다. 5곳을 들렀는데 남아 있는 마스크는 없었다. 한 매장 직원은 묻기도 전에 “마스크는 다 팔렸다”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거리에선 보이지 않는 그 많은 마스크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신종 코로나가 더 확산될 때를 대비해서 미국인들이 집에 비축해 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으로 들른 주택 및 생활용품 전문점에서 실마리를 얻었다. 원래 마스크가 있던 진열대는 텅 비어 있었다. 그 대신 카운터 옆에는 보통 독성이 강한 페인트를 칠할 때 쓰는 ‘N95’ 마스크 수십 개가 따로 진열돼 있었다. 매장 직원과 몇 분 남짓 얘기하는 사이 그나마 남아 있던 마스크도 동이 났다. 직원은 “중국인들이 마스크를 많이 사 간다. 중국에 있는 가족들을 걱정해 그런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물론 7일 현재 확진자가 3만 명을 넘고 600명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은 중국과 확진자가 12명인 미국이 느끼는 위협의 정도는 전혀 다르다. 그렇다고 미국인들이 마냥 안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신종 코로나에 대한 걱정이 많다. 그럼에도 시민들이 일상생활에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은 정부와 전문가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고 있다. 시민들은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전해지는 보건 전문가들의 정보와 조언을 대체로 믿고 따르는 분위기다. 먼저 미 당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적극적이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뚜렷한 증상이 없는 환자가 신종 코로나를 감염시킨 독일 사례가 보고된 지난달 31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2일 오후 5시부터 최근 14일 이내에 중국에 체류한 외국인의 입국을 전격 금지했다. 이번 조치로 103억 달러(약 12조 원)의 관광 수입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공항에 빗장을 걸었다. 중국 외교부가 “공포를 선동한다”고 비판하자, 미 국무부는 “미국 시민의 안전보다 더 높은 우선순위는 없다”며 반박했다. 시민을 안심시키는 데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사람 대 사람 간 전염 사례가 확인된 지난달 30일 낸시 메서니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 소장은 기자회견에서 “바이러스가 일반 커뮤니티까지 확산되지 않고 있다. 증거에 기반해 상황에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시민들을 다독였다. 신종 코로나가 확산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를 제안했다” “특정 기관이 만들어낸 바이러스”라는 가짜뉴스가 나돌았다. 백악관은 국립과학원(NAS), 공학한림원(NAE), 국립의학원(NAM) 등의 과학자와 의료진에 신종 코로나의 과학적 기원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며 대응에 나섰다. 대통령 탄핵심판이라는 비상 국면에서도 국민 보건 위협 앞에서는 정치권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한목소리를 내는 점도 인상적이다. 5일 미 보건복지부 관리들은 신종 코로나 대응 예산을 더 따내기 위해 의회에 달려가 브리핑을 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새해 국정연설에서 원고를 찢으며 신경전을 벌인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당국이 공포를 확산시키지 않고 적절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힘을 실어줬다. ‘미국이 정말 강하다’고 느끼는 건 엄청난 화력의 첨단 무기나 세계 최대 경제력 때문만은 아니다. 전문가와 정부 당국의 선제적 대응을 믿고 위기에 침착하게 대응하려고 노력하는 미국인들의 모습에서 세계 최강국 미국의 저력이 느껴진다.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
6일(현지 시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의 첫 경선인 아이오와 당원대회(코커스) 개표가 뒤늦게 100% 완료됐다. ‘백인 오바마’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38)이 26.2%를 얻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9)을 0.1%포인트 차로 앞섰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3일 코커스가 치러진 지 사흘 만에 결과가 나왔지만 부티지지의 완전한 승리라고 보긴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두 후보 간 득표율 차이가 워낙 적고 집계 신뢰성이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아예 “승자를 선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샌더스 후보 측도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며 자신의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 톰 페레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위원장은 아이오와 지부 측에 결과에 대한 ‘재확인(recavass)’을 요청했다. 수작업으로 표를 다시 새는 재검표(recount)가 아닌 각 선거구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공식 결과와 맞춰 보는 작업을 뜻한다. 재검표보다 정밀성이 떨어져 설사 재확인이 이뤄져도 논란을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재확인 과정에 필요한 시간을 감안하면 아이오와 최종 결과가 11일 뉴햄프셔 예비경선(프라이머리) 결과 발표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당내에서는 비슷한 모습이 연출됐던 4년 전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샌더스 후보를 0.3%포인트 차로 꺾었다. 샌더스 지지자들은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당 지도부와 클린턴 캠프를 거세게 비난했다. 당시 분열이 본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게 패하는 주요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아이오와 코커스의 진짜 승자라고 평했다. 각각 1, 2위를 한 부티지지 후보와 샌더스 후보는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고 블룸버그 전 시장과 지지층이 겹치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4위에 그쳤기 때문이다. 다만 당초 중위권으로 평가됐던 부티지지 후보의 상승 흐름 자체는 분명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다음 경선이 열리는 뉴햄프셔에서 부티지지 전 시장이 23%를 얻어 샌더스 후보(24%)를 바짝 쫓고 있다고 전했다. 샌더스 후보가 뉴햄프셔와 붙어 있는 버몬트 출신이고 표본오차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둘의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당원의 참가만 가능한 코커스와 달리 뉴햄프셔 예비경선에는 일반인의 참가도 가능해 후보들의 본선 경쟁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햄프셔는 136만 명의 작은 주(州)지만 백인 비율이 약 94%다. 하버드대 출신의 ‘엄친아’ 부티지지가 선전하기에 유리한 곳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일 상원에서 탄핵이 최종 부결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 집권 공화당 의원을 대거 초청해 일종의 자축 모임을 가졌다. 그는 이날 부결 소식이 게재된 WP 신문을 들어 보이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고 미 언론이 전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