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김수현 기자

동아일보 경제부

구독 43

추천

세상은 둥글고 신문은 네모납니다. 빙글빙글 세상 이야기, 재밌게 알려드릴게요.

newsoo@donga.com

취재분야

2025-11-14~2025-12-14
경제일반76%
사회일반5%
무역5%
고용2%
금융2%
복지2%
미국/북미2%
사건·범죄2%
기업2%
부동산2%
  • ‘한강 효과’ 반등한 출판업 생산… 한달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

    소설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9개월 만에 반등했던 서적출판업 생산이 한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적출판업 생산은 1년 전보다 11.1% 줄었다. 2023년 1월(―11.9%)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으로, 출판업계가 찍어낸 책이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다. 서적·문구 판매지수도 6.1% 급감해 2021년 8월(―6.8%)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노벨 문학상 수상 발표가 있었던 지난해 10월 서적출판업 생산은 1년 전보다 2.8% 늘었다. 지난해 2월부터 9월까지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보이다가 9개월 만에 반등했다. 같은 달 서적·문구 판매지수도 1.7% 늘어 7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소설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직후 국내 서점가에서 ‘오픈런’ ‘품절 대란’ 등이 나타나면서 도서 구매가 급증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로 소비 전체가 얼어붙은 상황이라 연말 출판업계의 업황은 더 나빠졌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강 효과’로 책 구매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지난해 11월 판매가 일시적으로 급감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5-02-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대왕고래 프로젝트’ 울릉분지에 가스-석유 추가 매장 가능성

    동해 심해 가스·석유전 개발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울릉분지에 가스와 석유가 더 매장돼 있을 수 있다는 용역 보고서가 제출돼 정부가 검증 작업에 착수했다. 보고서에는 탐사시추 작업을 벌이고 있는 유망구조뿐만 아니라 14개의 새로운 유망구조에 최대 51억 배럴이 넘는 가스‧석유가 매장돼 있을 수 있다는 평가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2일 한국석유공사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경북 포항시 영일만 일대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분석한 미국 기업 액트지오는 지난해 12월 동해 울릉분지 일대에 대한 추가 유망성 평가 보고서를 석유공사에 제출했다. 이번 평가는 2023년 진행된 1차 유망성 평가 당시 조사하지 않았던 영역에 대한 추가 조사의 일환이었다.보고서에는 가스‧석유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큰 14개 유망구조를 새롭게 발견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망구조는 석유, 가스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큰 지층 구조를 말한다. 이들 14개 유망구조에 매장됐을 탐사자원량은 최대 51억7000만 배럴로 평가된 것으로 알려졌다.앞서 액트지오는 현재 1차 탐사시추가 진행 중인 유망구조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가스‧석유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액트지오의 두 차례 분석 결과를 합하면 동해 심해에는 총 190억 배럴이 넘는 가스‧석유가 매장돼 있을 수 있는 것이다.산업부 관계자는 “1차 용역 때와 마찬가지로 전문가 검증을 충분히 진행한 후 필요하면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며 “지난번 결과 발표 과정과 비교해보면 이르면 올해 중순까지 검증이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5-02-02
    • 좋아요
    • 코멘트
  • 믿을건 로또뿐? 작년 6조 팔려 사상최대

    지난해 로또가 6조 원 가까이 판매되며 사상 최대 판매액을 다시 썼다. 2014년 3조 원을 넘어선 로또 판매액은 매년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30일 기획재정부와 복권 수탁 사업자인 동행복권에 따르면 지난해 로또복권 판매액은 5조9562억 원으로 집계됐다. 2002년 판매를 시작한 로또복권은 2003년 3조8000억 원어치가 팔렸다. 하지만 사행성 논란 등으로 2004년 한 게임당 가격을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내렸고, 이후 연간 판매액은 2조 원대로 감소했다. 이후 판매액은 점차 늘어 2014년에 3조489억 원으로 다시 3조 원대를 넘어섰다. 2019년 (4조3181억 원)에는 처음으로 4조 원대로 올라섰고, 2년 뒤인 2021년에는 5조 원대도 돌파했다 판매량도 전년보다 5.4% 늘어나며 다시 반등했다. 로또복권 판매량 증가율은 2020년 9.3%, 2021년 8.6%, 2022년 7.9%로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2023년에는 2.4%로 하락한 바 있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내년 로또 판매액은 6조 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해 로또 1등 당첨자는 763명이었다. 당첨 금액은 회차에 따라 최대 8배 이상 차이가 났다. 가장 당첨 액수가 컸던 회차는 지난해 11월 23일 추첨한 1147회차로, 8명이 각각 33억2300여만 원을 받았다. 당첨 액수가 가장 적은 회차는 지난해 7월 13일 추첨한 1128회차로, 당첨자가 63명이나 나오며 1인당 당첨금은 4억2000여만 원에 그쳤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5-01-3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월급 2.8% 오를때 물가 3.6% 뛰어… 금융위기 이후 최대 격차

    근로자들의 평균 근로소득 상승률이 2년 연속으로 전체 물가 상승률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가 뛴 폭보다 월급이 적게 오르면서 근로자들의 지갑이 그만큼 얇아진 셈이다. 근로자들의 세금 부담은 줄었지만 혜택은 주로 최상위 소득자에게 돌아갔다.30일 더불어민주당 임광현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연도별 근로소득 1000분위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귀속 1인당 평균 근로소득(총급여 기준)은 4332만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2.8% 늘어난 규모로, 1인당 평균 근로소득 상승률이 2%대를 보인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2020년(2.3%) 이후 처음이다. 근로소득 상승률은 2021년 5.1%를 보였다가 2022년에는 4.7%로 떨어졌는데, 1년 만에 1.9%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2023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였다. 근로소득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0.8%포인트 밑돈 것이다. 근로소득 상승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물가 상승률을 2.0%포인트 밑돈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 가장 큰 격차다. 2022년에도 근로소득은 4.7% 증가하는 데 그쳐 전체 물가 상승률(5.1%)에 못 미쳤다. 2023년 근로소득자의 전체 세 부담은 전년보다 감소했다. 1인당 평균 결정세액은 전년보다 1.4%(6만 원) 줄어든 428만 원이었다. 2022년 서민·중산층의 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5000만 원 이하 하위 2개 구간의 과세표준을 상향 조정하고 총급여 1억2000만 원 초과 구간의 근로소득 세액공제 한도를 축소하는 등 세법을 개정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결정세액 감소 폭은 최상위 근로소득자들이 더 컸다. 소득 최상위 0.1%에 해당하는 근로소득자 2만852명의 1인당 평균 근로소득은 9억6004만 원으로, 1인당 평균 결정세액은 3억3290만 원이었다. 2022년보다 5.2%(1836만 원) 줄어든 금액이다. 중위 50% 소득 구간의 1인당 평균 결정세액이 29만2054원으로 오히려 전년보다 0.9%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중위 50% 소득 구간의 근로소득자 20만8523명의 1인당 평균 근로소득은 3302만 원이었다. 임 의원은 “국민의 실질소득 저하는 소비와 생산 감소 등 내수를 위축시키는, 민생경제에 큰 위협 요인”이라며 “이를 극복할 정확한 실태 분석과 근로소득자의 소득 향상을 지원하는 조세·재정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5-01-3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로또 판매액 지난해 6조원 육박…해마다 최대치 경신

    지난해 로또가 6조 원 가까이 판매되며 사상 최대 판매액을 다시 썼다. 2014년 3조 원을 넘어선 로또 판매액은 매년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30일 기획재정부와 복권 수탁 사업자인 동행복권에 따르면 지난해 로또복권 판매액은 5조9562억 원으로 집계됐다. 2002년 판매를 시작한 로또복권은 2003년 3조8000억 원어치가 팔렸다. 하지만 사행성 논란 등으로 2004년 한 게임당 가격을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내렸고, 이후 연간 판매액은 2조 원대로 감소했다. 이후 판매액은 점차 늘어 2014년에 3조411억 원으로 다시 3조 원대를 넘어섰다. 2019년(4조3082억 원)에는 처음으로 4조 원대로 올라섰고, 2년 뒤인 2021년에는 5조 원대도 돌파했다.판매량도 전년보다 5.4% 늘어나며 다시 반등했다. 로또복권 판매량 증가율은 2020년 9.3%, 2021년 8.6%, 2022년 7.9%로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2023년에는 2.4%로 하락한 바 있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내년 로또 판매액은 6조 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한편 지난해 로또 1등 당첨자는 763명이었다. 당첨 금액은 회차에 따라 최대 8배 이상 차이가 났다. 가장 당첨 액수가 컸던 회차는 지난해 11월 23일 추첨한 1147회차로, 8명이 각각 33억2300여만 원을 받았다. 당첨 액수가 가장 적은 회차는 지난해 7월 13일 추첨한 1128회차로, 당첨자가 63명이나 나오며 1인당 당첨금은 4억2000여만 원에 그쳤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5-01-30
    • 좋아요
    • 코멘트
  • 정부-국회, ‘아파트 철근 누락 대책’ 머리 맞댄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야 의원들이 내달 6일 국회에서 전문가들과 모여 아파트 부실시공 문제의 실태를 분석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회의를 연다. 정치권에 따르면 설 연휴가 끝난 뒤 내달 6일 국회에서는 전국 건설업 전문가, 정부, 국회 관계자들이 모여 건설 현장 부실시공 실태 및 원인을 분석하는 회의를 연다. 박 장관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맹성규 국토교통위원장, 국토위 소속 여야 의원들, 건설 관계자들이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건설 전문가는 “24일 국토부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싶으니 국회에 와서 의견을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건설 현장 숙련공 확충의 필요성들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는 앞서 23∼25일 ‘누락: 당신의 아파트는 안녕하신가요’ 시리즈에서 철근 누락, 불법 하도급, 외국인 근로자 소통 장벽 문, 국토부 민간 무량판 아파트 전수조사 보고서의 진실성 문제 등을 제기했다. 국토부는 건설 현장의 외국 인력 증가, 불법 하도급 문제가 부실시공으로 이어진다는 취지의 본보 보도가 나간 뒤 25일 “비숙련 외국인력(E9 비자)에 대한 규제 개선과 숙련 외국인력(E7-3 비자)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불법 외국인력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무부와 협의해 철근공, 형틀공 등 3개 건설 직종을 숙련 외국인력 비자 발급 대상에 추가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또 기초적인 한국어 소통이 가능한 외국인 건설 인력을 늘리겠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불법 하도급 문제에 대해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불법 하도급 과징금을 현행 ‘하도급액의 30%’에서 ‘40%’로, 처벌 수준 역시 징역 3년에서 5년 이하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건설 현장의 위법 행위를 적발하기 위한 특별사법경찰을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국토부는 2023년 10월 ‘전국 민간 무량판 아파트 안전점검 결과 부실시공 0건’이라고 발표했지만, 본보 히어로팀이 검증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일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히어로팀의 보고서 및 현장 조사와 아파트 측의 재조사 결과 등에 따르면 철근 누락, 콘크리트 강도 미달 등의 부실이 발견됐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24일 “국토부 산하 국토안전관리원이 해당 단지를 조사한 점검업체에 직접 확인한 결과 측정지점 1곳에서 시공 하자 우려가 있는 점을 확인했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국토부가 언급한 경기 A아파트는 지하 주차장 천장에 철근 33개가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5-01-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조경비용 늘면 철근서 빼…‘쪽대본 드라마’ 찍듯 아파트 지어”[히어로콘텐츠/누락④-하]

    서울 강남에서 공사 중인 총 17층 규모의 소형 A아파트. 2019년 책정된 공사비는 53억3500만 원이었다. 하지만 공사 초기 건설사 부도로 한동안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물가 인상 탓에 공사비는 지난해 79억4000만 원으로 늘었다. 5년 새 150% 증액됐다.●눈에 보이는 외장재 위주로 공사비 올려5년새 타일-유리 ‘외장재’ 4배↑철골 등 안전비용은 사실상 삭감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A아파트 전체 공사 비용 자료를 입수해 항목별 증감을 분석했다. 가장 많이 늘어난 항목은 부대 공사 비용으로 613% 올랐다. 타일 공사(448%), 미장 공사(443%), 유리 공사(425%) 등 주로 외부 마감재 항목도 많이 올랐다. 고급 대리석 마감재 비용은 152% 올랐다.반면 아파트 전체 구조나 안전과 연관된 비용은 증액 폭이 작거나 일부는 사실상 삭감됐다. 철근콘크리트 공사비는 120%, 골재비는 128% 올라 외장재보다 증가 폭이 작았다. 철골 공사비는 5년 전의 83%로 줄었다. 총 18개 항목 중 유일하게 감액된 항목이다. 건축 구조 설계비는 총 840만 원으로 5년 전과 똑같았다. 총 공사비의 0.01%. 물가 인상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삭감됐다. 김지상 한국구조기술사회 부회장은 “발주처가 요구하는 건설비에 맞춰야 하니 겉에서 잘 보이는 마감재 비용을 늘리고, 눈에 잘 안 보이는 철골 구조체 물량은 줄인다”고 설명했다.현장 관계자들은 “건설사는 속은 부실한데 겉은 화려한 아파트를 지어 이윤을 남기고, 입주자는 외관과 브랜드에 만족해한다”고 지적했다. 한 건설 전문가는 “마치 예쁜 사치재를 구입하듯 집을 산다”며 “현재 한국의 아파트는 ‘사는(living) 곳’이 아니라 ‘사는(buying) 것’”이라고 비판했다.●안전보다는 대리석… “쪽대본 드라마처럼 지어”안전 외면한 설계 변경 비일비재주민들 “집값 떨어질라” 하자 쉬쉬“아휴, 우리 아파트 아무 문제없다니까. 이런 거 물어보시면 집값만 또 떨어져요.”지난해 8월 히어로팀이 찾은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 단지. 입주민에게 ‘추가 하자가 발생하지 않았냐’고 묻자 힐난이 돌아왔다. 2023년 이 아파트의 한 동에서는 철근 다발이 외벽을 뚫고 나오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공사는 안전진단을 거쳐 문제의 철근이 주철근이 아닌 ‘잉여(남는) 철근’으로 확인됐다며 하자 보수를 완료했다고 했다. 사고 직후 입주민들은 오히려 시공사를 두둔했다. 이 문제가 처음 제기된 아파트 매매 관련 애플리케이션(앱) 게시판에는 “전문가들이 문제없다네요” “이런 걸로 안 무너져요” 등의 입주민 글이 올라왔다. ‘부실 아파트’라는 오명이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서다.구축 아파트를 신축으로 재건축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다. 소유자들로 이뤄진 재건축 조합이 시공사에 무리한 단가 인하, 공기 단축을 요구하거나, 부실 공사를 ‘쉬쉬’ 하기도 한다.히어로팀은 현재 시공사 선정 작업이 한창인 서울의 대규모 재개발 사업과 관련된 국내 5대 대형 건설사의 사업 제안서 일부를 입수했다. 각 건설사는 ‘가장 낮은 물가지수 적용’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 없음’ 등 돈과 관련된 공약을 앞세웠다. 공사 기한에 대한 확약성 문구도 다수 등장했다. 하자 보수나 안전 관련 내용은 드물었다. 한 대형 건설사 제안서에는 “공사 기간을 43개월로 단축해 가장 빠른 입주를 실현시키겠다”며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 등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경우에도 공사를 정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다른 건설사는 “공사비 증액 없는 확정 지분제”를 앞세웠다.이를 본 현장 시공 전문가들은 “원자재값이 오르는데 공사비 인상을 안 한다는 것은 사실상 ‘거짓말’”이라며 “공사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손해를 안 보는 방법은 구조물 설계를 변경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내 10대 대형 건설사의 한 아파트 재건축·재개발 사업 담당자는 “조합이 공사비를 줄여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며 “그러면서 마감재, 외장재는 ‘고급화’ ‘화려한 조경’ 등을 요구한다”고 했다. 그는 “그 요구를 들어주려면 안전 구조 비용에서 빼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신은영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원은 “조경이나 외부 마감재 변경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의 논의가 길어지면 공사가 시작된 뒤에도 설계를 변경하는 현장이 많다”며 “쪽대본 드라마처럼 아파트를 짓는 셈”이라고 비유했다.부실시공의 가장 큰 피해자인 아파트 주민들도 ‘집값 걱정’에 부실을 덮는다. 송주열 아파트비리척결본부 대표는 “입주민이 부실시공 문제를 제기하면 입주자대표협의회가 ‘외부에 알리면 집값이 떨어진다’며 보수 보강을 못 하게 하는 사례들이 많다”며 “협의회 쪽이 건설사 편을 드니 문제를 제기한 입주민도 지쳐서 포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한국 아파트는 투자 자산 개념이 강해 눈에 보이지 않는 안전 비용에는 그동안 소홀했다”며 “초고층 아파트가 즐비해진 만큼 미관도 중요하지만 구조 설계비 등 안전 관련 비용을 늘려야 할 시점이 됐다”고 강조했다.●국토부 퇴직하면 건설사-협회에 재취업정부 안전대책 19개중 시행은 7개뿐전관들, 협회 등 포진해 ‘법안 로비’정부나 국회에서 발의된 건설 안전 관련 법안은 상당수가 제대로 논의도 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히어로팀은 2022년 1월 광주 화정 아파트 붕괴 사고 직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9가지 부실시공 근절 대책의 이행 여부를 전수 분석했다. 그 결과 현재 시행된 대책은 7개에 불과했다.전문가들은 건설업계에 포진한 ‘국토부 전관’들의 문제를 지적한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토부에 따르면 2018년 이후 7년간 국토부 출신 퇴직공무원 107명 중 25명(23%)이 건설·주택 관련 협회나 건설업체에 재취업했다. 이 중 23명은 4급 이상 고위직이다. 국회 국토위 소속 한 야당 의원 보좌관은 “각종 건설협회에 소위 ‘국토부 카르텔’이 많다. 건설사에 불리한 법안을 막기 위해 국회나 관계 부처에 일종의 ‘로비’를 하는 것이 이들의 주 업무”라고 전했다.대규모 주택 공사는 지역 현안과 밀접해 국회의원도 안전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공사 지연을 막으려는 지역구 의원들이 표를 의식해 안전 규제 법안을 반대하는 경우도 많다. 국토위 소속 한 여당 의원 비서관은 “(국토위) 법안 소위까지 올라가려면 여야 합의가 필요한데 여기서부터 막히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건설사 입김에 의원 1명이라도 반대하면 본회의에도 오르지 못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전문가들은 2015년 대법원이 철근 누락이 발견된 인천 청라푸르지오 아파트의 시공사 직원과 감리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결도 부실 확산에 결정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시공사는 일부 구조물에 철근을 설계보다 적게 넣었다. 대법원은 “시공사 측이 지키지 않은 기준은 ‘설계도서’가 아닌 ‘시공상세도면’”이라며 “사건 직후 철근 보강 공사를 진행해 안전진단 결과 안전성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판단했다. 건설 전문가들은 “부실시공의 ‘촉매제’가 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최명기 서울디지털대 건설시스템공학전공 객원교수는 “법원은 부실시공이 있어도 전면 재시공보다 일부만 보강하라는 판결을 낸다”며 “건설사도 부실시공에 대한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아 왔다”고 비판했다.〈히어로콘텐츠팀 ‘누락’ 시리즈 모음〉(https://www.donga.com/news/Series/70000000000703)[④-상] “부실 지적한 감리사 교체 당해…2시간 철근검사 10분에 끝내”[④-하] “조경비용 늘면 철근서 빼…‘쪽대본 드라마’ 찍듯 아파트 지어”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누락: 당신의 아파트는 안녕하신가요’는 2023년 발표된 국토교통부 민간 아파트 조사 결과의 진실성, 이와 관련된 철근 등 부실 시공 문제를 7개월간 파헤쳤습니다. 아래 QR코드를 스캔하면 콘크리트 속 감춰진 ‘누락’을 디지털로 구현한 ‘아파트 철근탐사 보고서’()로 연결됩니다. 27일 오전 9시부터 4부작 다큐도 동아일보 유튜브 채널()에서 순차 공개됩니다.▽팀장: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취재: 김수현 이문수 주현우 기자▽프로젝트 기획: 위은지 기자▽편집: 양충현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사진: 홍진환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ND▽인터랙티브 디자인: 정시은 CD 윤서영 안태광 인턴▽영상: 김지희 안정용 PD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5-01-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부실 지적한 감리사 교체 당해…2시간 철근검사 10분에 끝내”[히어로콘텐츠/누락④-상]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감리는 부실을 막는 최후의 보루이자 레드팀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시공사, 시행사의 압박에 철근 누락을 못 본 척 넘긴다. 어쩌다 문제를 제기한 감리는 해고되고, 때론 감리사 전체가 교체되기도 한다. 완공된 아파트에 부실 시공 논란이 불거지면 모든 화살은 감리에게 돌아온다. 제 역할을 못 하는 감리와 그로 인한 부실의 실체를 파헤쳤다.“황 씨 말은 알겠어요. 그런데 책임질 수 있어요?”2023년 9월 황우진(가명) 씨가 LH 아파트 A건설현장 감리단장으로 일할 때 시행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담당자가 “철근 누락 사실을 절대 입 밖에 꺼내선 안 된다”며 경고 섞인 당부를 했다.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무너진 게 불과 5개월 전 일이었다. 사건을 들은 황 씨는 자신이 감리를 맡은 A아파트 외벽 철근 시공 상태를 다시 조사했다. 한쪽 벽에 철근이 70%나 빠져 있었다.●‘철근 70% 누락’ 지적, 돌아온 건 ‘해고’공사중단 권한, 소송 우려에 못쓰고시공사는 문제 생기면 “감리 탓”인건비 아끼려 인원 기준도 안지켜“3개동에 주차장까지 혼자 감독열심히 일하고 싶어도 못하는 구조”황 씨는 LH에 알렸다. 하지만 LH는 공사를 강행하려 했고 황 씨는 “안 된다. 이러다 무너진다”고 버텼다. 시공사는 ‘재시공’ 대신 ‘일부 보강’을 절충안으로 제시했다. 비용 때문이었다. LH 담당자는 “당신이 재시공 비용을 낼 거냐. LH 아파트가 또 문제가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황 씨는 이 사실을 언론에 제보했고 그 여파로 공사가 중단됐다. 황 씨는 소속 건축사무소에서 잘렸다. 업계에서는 ‘내부 고발자’로 낙인찍혔다. 황 씨는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을 만나 “그때는 자살을 생각할 만큼 힘들었다”고 말했다.건설 현장에서 감리는 부실 시공을 막을 ‘최후의 보루’다. 공사 기간 내내 문제점을 찾아내 지적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건설 현장의 감독관이자 레드팀이다. 설계 도면에 따라 철근이 제대로 설치됐는지, 콘크리트 강도가 적정한지 확인하고 문제점을 찾아 지적해야 한다. 감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아파트는 ‘제멋대로’ 지어진다. 감리가 시행사, 시공사 등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롭게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 하는 이유다.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아파트 완공 전에는 시공사, 시행사의 눈치를 보며 ‘적당히’ 부실을 덮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완공 뒤 문제가 불거지면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소송, 수사에 직면하는 경우도 있다. 히어로팀이 인터뷰를 시도한 감리들 대부분은 “부정적인 말을 하면 업계에 금방 소문이 퍼져 일하기 어렵다”며 고사했다.그럼에도 오랜 설득 끝에 히어로팀은 30년 차 베테랑 감리부터 업계 4년 차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여성 감리까지 총 10명의 감리를 만났다. 그들을 심층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감리가 소신대로, 원칙대로 일할 수 없는 현장 시스템과 그 결과가 어떤 부실을 낳는지 들을 수 있었다.●시공-시행사, 마음에 안 드는 감리사 통째로 교체현재 경기 지역에서 건설 중인 대규모 오피스텔 현장 관리 감독을 맡은 김모 감리는 부실시공 문제를 제기했다가 교체당했다. 김 감리는 지반(땅) 공사에 사용된 콘크리트 말뚝 강도, 말뚝이 지하에 묻히는 깊이 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히어로팀이 접촉한 이 건설 현장의 다른 시공 관계자들도 똑같이 우려했던 부분이다.하지만 시공사는 감리의 문제 제기 때문에 공사가 지체되자 감리사 전체를 교체했다. 아파트 감리 선정은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지만 오피스텔 등은 시행사(발주처)가 선정하기 때문에 맘대로 바꿔버린 것. 히어로팀은 해당 지자체에 제출된 김 감리의 교체 사유 문건을 확보했다. 주 교체 사유는 ‘권한 남용’, ‘월권행위 빈번’이라 적혀 있었다. “설계자와 발주자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검측을 중단했다”는 내용도 있었다.같은 현장에서 부실시공 문제를 제기한 시공 관계자 박명훈(가명) 씨는 “감리원 교체는 건설 현장에서 자주 봤던 일이지만 공사 중 감리사를 통째로 바꾸는 건 이례적”이라며 “감리가 완강히 버티며 두 달 넘게 공사가 지체되자 마음이 급해진 시공사가 ‘트집’을 잡아 조치를 취한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히어로팀이 6개월간 살펴본 건설 현장에서는 이같이 감리가 소신대로 제 일을 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많았다. 감리들은 스스로를 ‘심부름꾼’, ‘귀찮은 존재’, ‘부실공사의 총알받이’라며 자조했다. 30년 차 임모 감리는 “열심히 일한 감리는 다음 현장에서 보이지 않는다”며 거수기 노릇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털어놨다. 일을 열심히 할수록 ‘너무 깐깐하다’ ‘횡포를 부린다’며 다음 일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역설적인 구조가 숨어 있었다.●‘공사 중단’ 권한 있어도 소송 우려에 행사 어려워감리에게는 ‘공사 중단’ 권한이 있다. 하지만 공사를 중단했다가는 송사에까지 휘말릴 수 있다. 예정보다 공사가 늦어지면 시공사는 입주 예정자에게 입주가 늦어진 만큼 금전적 배상을 해야 하는데, 감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장모 감리는 “시공사에서 ‘감리가 공사 진행을 방해한다, 사업적으로 큰 손해를 봤다’며 민사 소송을 건 적이 있었다”고 했다. 30년 경력 유모 감리는 “문제를 발견해 공사 중단을 요구하면 시공사로부터 손해배상 등 민사 소송이 들어온다. 이를 피하려 문제를 눈감고 넘어가서 붕괴 사고라도 나면 형사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한테 자폭 버튼을 준 셈”이라고 말했다.감리는 ‘돈’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감리사는 발주처 용역을 수행해 받은 돈으로 소속 감리에게 월급을 준다. 공사 발주처는 근본적으로 아파트나 건물을 빨리 올려 이익을 남기는 게 목적인데, 감리가 자꾸 문제를 제기하면 ‘눈엣가시’로 여긴다. 25년 경력의 이모 감리는 “발주처가 감리사를 선정할 때 소속 감리가 검사를 깐깐하게 했다는 평을 들으면 용역 계약을 안 하려 한다”며 “용역을 못 딴 감리사는 업체 유지가 어려워지고 감리도 월급을 못 받게 된다”고 말했다.시공사는 감리사를 선정하고 나서도 감리들이 까다로운지 ‘뒷조사’에 나선다. 과거 시공사와 갈등을 빚은 감리는 다음번 같은 시공사 현장에 선임되기 어렵다. 유 감리는 “감리사에서 (시공사가 원하지 않아) 해당 감리를 현장에 배치하지 않고 재택근무를 시켜 월급을 절반만 주거나 눈치를 줘서 쫓아내기도 한다. 일을 열심히 할수록 급여를 제대로 못 받거나 일자리를 잃을 우려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2시간 걸릴 철근 검사, 10분에 마쳐감리 투입 인원은 건설기술진흥법상 공사비, 공사 종류 등에 따라 기준이 정해진다. 기준 인원을 지키지 않으면 공사를 시작할 수 없고, 계획대로 실행하지 않으면 과태료 2000만 원을 부과한다.하지만 현실은 법과 다르다. 법적 기준대로 감리를 투입해도 인력이 충분치 않은데, 현장에서는 인건비와 공사비를 아끼려 이마저 지키지 않는다. 감리 기준 인원을 서류상으로만 충족시키기 위해 투입되지 않은 감리를 ‘가라(가짜)’로 명단에 넣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감리 10명이 필요한 현장에 절반이 투입되는 것도 쉽지 않다. 품질 관리에 집중해야 할 감리 1명이 안전, 공무, 자재 관리, 환경, 민원, 사무실 관리까지 겸임한다. 유 감리는 “부산의 한 아파트 단지를 지을 때 34층 2개 동, 51층 1개 동, 지하주차장 1∼3층 건축 감리를 나 혼자서 했다”며 “아파트 1개 층 철근 간격을 제대로 검사하려면 최소 2시간은 봐야 하는데 10분만 봤다”고 말했다.감리 업무가 너무 많다 보니 검측, 감독은 현장 관리자나 작업반장 보고에 의존해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눈에 잘 띄는 주철근과 띠철근 간격 정도만 빠르게 훑고 넘어가는 식이다. 이 감리는 “감리 적정 인원은 아파트 180가구당 1명 정도지만 실제로는 1000가구에 2, 3명인 게 현실”이라며 “공사 마감 기한이 있으니 다른 현장 작업자들이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완벽하게 설치됐다’고 보고한다는 걸 알지만 모른 척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문제 생기면 ‘감리 탓’… “내가 업을 잘못 택했나”시공사와 시행사는 부실시공 논란이 불거지면 많은 경우 감리에게 책임을 미룬다. 임모 감리는 “전문성은 인정받지 못하고 시키는 일만 하는 ‘심부름꾼’, 책임질 일이 생기면 ‘총알받이’로 쓰인다”고 말했다. 장 감리는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인데 정부는 감리 책임을 늘리는 법만 만들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살기 위해 어떻게든 책임에서 빠져나가게끔만 점검해야 하는 현실이 슬프다”고 말했다. 감리 고모 씨도 “감리가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14년 차 최호민(가명) 감리는 여전히 회사에서 ‘막내’다.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감리는 이미 ‘리스크는 큰데 보상은 적고 욕은 욕대로 먹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신입이 들어오지 않는다.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동기 가운데 유일하게 감리를 지망했습니다. 안전을 지켜낸다는 자부심이 있었죠. 하지만 금세 깨달았습니다. 감리는 건설 현장의 책임 회피용 직책일 뿐이라는 걸요. 책임은 너무 큰데 권한은 없습니다. 자괴감이 듭니다. 제가 이 업을 선택한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죠.”〈히어로콘텐츠팀 ‘누락’ 시리즈 모음〉(https://www.donga.com/news/Series/70000000000703)[④-상] “부실 지적한 감리사 교체 당해…2시간 철근검사 10분에 끝내”[④-하] “조경비용 늘면 철근서 빼…‘쪽대본 드라마’ 찍듯 아파트 지어”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누락: 당신의 아파트는 안녕하신가요’는 2023년 발표된 국토교통부 민간 아파트 조사 결과의 진실성, 이와 관련된 철근 등 부실 시공 문제를 7개월간 파헤쳤습니다. 아래 QR코드를 스캔하면 콘크리트 속 감춰진 ‘누락’을 디지털로 구현한 ‘아파트 철근탐사 보고서’()로 연결됩니다. 27일 오전 9시부터 4부작 다큐도 동아일보 유튜브 채널()에서 순차 공개됩니다.▽팀장: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취재: 김수현 이문수 주현우 기자▽프로젝트 기획: 위은지 기자▽편집: 양충현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사진: 홍진환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ND▽인터랙티브 디자인: 정시은 CD 윤서영 안태광 인턴▽영상: 김지희 안정용 PD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5-01-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통역까지 있어야 하는 공사현장… 철근이 지시대로 박히지 않았다[히어로콘텐츠/누락③-상]

    지난해 11월 서울 도심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바닥, 벽, 천장 등 사방에 거미줄처럼 철근 가닥들이 시공되고 있었다. 작업자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가운데 철근을 담당하는 철근공들은 대부분 외국인이었다. 기자가 다가가 국적을 묻자 서툰 한국어나 짧은 영어로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몽골,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등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10명 중 9명꼴로 외국인이었다.철근 시공을 지휘하는 한국인 ‘철근 부장’은 이들에게 작업 지시를 내릴 때마다 멈칫하며 누군가를 불렀다. 외국인 중 조금이나마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임시 통역 담당’ 철근공이었다. 언어별로 1, 2명가량이 이런 역할을 했다. 철근 부장이 도면을 손에 들고 한국말로 지시 사항을 쏟아내면 통역 담당이 동료들에게 모국어로 옮겨 손짓하며 설명했다. 그래도 몇몇 외국인 철근공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기자가 직접 본 철근 시공 현장은 뭐가 뭔지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사방에 깔리고 박힌 철근마다 지름, 모양, 길이, 형태, 종류가 모두 달랐다. 설계 도면은 그보다 더 복잡했다. 관리자와 철근공 사이에 정교한 의사소통 없이는 시공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커 보였다. 철근 소장 진모 씨는 “도면은 까다로운데 소통은 안 되니 한국인과 외국인이 서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철근이 누락되는 등 부실이 생긴다”고 했다. 히어로팀은 지난해 11월 수도권 아파트 공사장에서 철근공 보조, 신호수, 잡부 등으로 취업해 일하며 현장을 살펴봤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 근로자 증가가 어떻게 철근 시공 오류로 이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히어로팀이 만난 철근공 등 건설 관계자 47명은 저마다 ‘누락’의 경험들을 털어놨다.히어로팀은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기간에 ‘철근 부장’과 베트남 등 외국인 철근공들이 의사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했다.한국인 임모 작업반장은 “철근 쪽은 요즘 대부분이 불법 체류 외국인이다. 한국인 철근공은 점점 줄고 외국인 철근공이 90%인데 말이 잘 안 통하다 보니 현장에서는 시공 오류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촉박한 공사 기한 안에 빨리빨리 아파트를 올려야 하는데 철근 공정은 복잡하다”며 “의사소통이 잘 안 되니 시공해야 할 철근 개수나 간격을 틀리거나, 위치를 다른 곳으로 오해하거나, 엉뚱한 철근을 박는 경우도 종종 나온다”고 말했다.● 철근 작업 지시는 복잡한데 의사소통은 ‘버벅’철근공 10명 중 9명 꼴 외국인외국어 뒤섞인 현장 서로 말 안통해“복잡한 철근 공사 작업지시 어려워”건설 현장에 점심시간이 되면 외국인 철근공들은 같은 국적끼리 모여 밥을 먹으며 왁자지껄 떠들었다. 곳곳에서 중국어, 러시아어, 베트남어를 비롯해 분간이 어려운 외국어로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한 베트남 철근공은 “어디서 오셨습니까. 이름이 뭔가요”라고 묻는 기자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고 웃기만 했다. 스마트폰으로 번역 애플리케이션(앱)을 켜서 한국말을 베트남어로 번역해서 보여주자 그제야 자기 이름을 “풍반탕”이라고 대답했다. 기본적인 의사소통도 어려운 상황이라 복잡한 철근 시공 지시는 전달되기가 더욱 어려워 보였다.외국인이 없으면 현장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관리자나 현장소장이 애를 먹기도 한다. 형틀 소장 최모 씨는 “천장 마감 작업을 제대로 안 했길래 담당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뜯고 다시 시공하라고 지시했더니 거절해 버렸다”며 “문제를 지적하면 ‘우리 없으면 현장이 돌아가기나 하는 줄 아냐’고 나온다”고 했다. 철근 소장 신모 씨는 “떠난 외국인들이 다시 일하게 하려면 사정사정해서 돈을 올려줘야 한다”며 “우리도 내키지 않지만 그렇게라도 비위를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건설 현장에서 외국인의 ‘세(勢)’가 커지면서 국가별 근로자 조직도 생겨났다. 과거 건설 현장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과 비(非)노조가 일자리를 놓고 다퉜다면 최근에는 조선족팀, 베트남팀, 동남아팀 등이 각자 뭉쳐 일자리를 얻어내기 위해 ‘국가 대항전’을 벌인다.● 상당수는 불법 체류자… 교육 없이 바로 투입시공 오류와 현장 갈등에도 불구하고 시공사가 외국인을 계속 쓰는 이유 중 하나는 ‘돈’이다. 한 건설 관계자는 “임금이 한국인보다 저렴하니까 시공사는 이윤을 많이 남기려고 외국인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히어로팀이 일한 현장에서 한국인 일당은 25만 원, 외국인 일당은 19만 원이었다. 6만 원이 저렴하다. 이 현장은 약 400명의 근로자가 작업 중이었다. 절반만 한국인 대신 외국인을 고용해도 시공사는 하루 1200만 원, 한 달에 3억6000만 원의 인건비를 아낄 수 있다. 아파트 건설에 3∼4년이 걸리기 때문에 총 130억∼170억 원가량을 아끼는 셈이다.문제는 현장 외국인 근로자 중 상당수가 불법 체류자라는 점이다. 지난해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건설 현장의 외국인 42만2765명 중 24만2913명(57%)이 불법 체류자로 추정됐다. 히어로팀이 외국인 근로자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대부분은 “내가 불법 체류자 신분이라 인터뷰를 하기 어렵다. 발각되면 잡혀가 추방될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외국인이 정식으로 E-9(비전문 취업) 비자를 받고 한국에 오면 현장 관련 교육을 3∼5일 정도 받는다. 최소한의 사전 지식을 습득하는 셈이다. 하지만 불법 체류자는 이런 교육을 안 받고 바로 현장에 투입된다. 말은 잘 안 통하는데 철근 시공법은 갈수록 복잡해진다.● 공사 기한 압박도 문제… 철근 안 묶고 매립기한 압박에 “철근 한두개 빠져도 뭐”철근 고정 결속선 안묶는 경우 허다지연비용 시공사 떠안아 대충대충“콘크리트 치면 진실도 묻히는거죠”히어로팀이 만난 한국인 철근공 이민형(가명) 씨는 외국인에게 ‘몸값’이 밀려 지난해부터 일자리를 잃었다. 그는 4년간 철근공으로 일하면서 설계보다 훨씬 얇은 철근을 깐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당시 철근 반장은 지름 22∼25mm 바닥(슬래브) 철근이 들어갈 자리에 10mm대 철근을 넣으라고 지시했다. 철근이 두껍고 무거우면 비싸고, 가늘고 가벼우면 싸다. 이 씨는 “소시지 같은 철근을 넣어야 하는데 이쑤시개를 깐 거죠. 속으로 욕이 나왔지만 생계가 있으니 다른 방법이 없어요”라고 말했다.외국인 근로자 증가 외에도 철근 부실시공을 초래하는 또 다른 중요한 원인이 있었다. 이 씨는 ‘공기(공사 기한) 압박’을 문제로 꼽았다. 그는 특히 철근과 철근을 고정시키는 ‘결속선’을 안 묶는 경우가 현장에선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결속선은 콘크리트를 부었을 때 철근이 휘거나 이탈하는 것을 막아주는데 이를 묶지 않는 것이다. 이 씨는 “10곳을 묶어야 하면 그중 1곳만 묶고 끝낸다”며 “하루에 정해진 할당량이 있으니 일일이 묶다 보면 기한 내 일을 못 마친다”고 말했다. 결속선이 없는 철근은 덜렁덜렁 흔들린다. 이 씨는 “저는 건설 현장 내막을 알잖아요. 아무리 싸게 나와도 제가 지은 아파트엔 솔직히 살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했다.히어로팀이 취재한 건설 현장 역시 공기를 맞추기 위해 폭우나 함박눈이 내리는 날에도 야외 공사를 강행했다. 한 날은 오전 작업이 늦어지자 하청업체 반장이 팀장과 심각한 얼굴로 상의하며 “오후 3시에 콘크리트 타설 감리 검사가 있는데 진행 속도가 나지 않아 큰일인데요”라며 안절부절못했다. 이날 콘크리트 타설 검사를 못 하면 전체 공정이 하루씩 밀린다는 설명이었다.콘크리트는 빗물이 섞이거나 매우 추운 날 작업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콘크리트가 굳기도 전에 추위 탓에 얼었다가 기온이 올라간 뒤 녹는 현상을 ‘동결융해(凍結融解)’라고 한다. 콘크리트 속 수분이 얼면 그 부피가 9%가량 팽창한다. 이 얼음이 녹으면 콘크리트는 골다공증 환자의 뼈처럼 약해진다.이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건설사, 시공사는 공기를 맞추려 공사를 강행한다. 수분양자들의 입주가 늦어지면 지연 비용은 고스란히 시공사 몫이기 때문이다. 철근공 김모 씨는 “위에서 공사 기한을 맞춰야 해 빨리빨리 하라고 압박한다”며 “‘철근 한두 개쯤이야 빠져도 괜찮겠지’ 하고 넘어가게 된다”고 했다. “월급쟁이 입장에서 뭘 어쩌겠어요.”● 부실 철근은 시멘트로 덮어… “저 말곤 몰라요”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부실시공하는 것을 넘어, 다 지은 아파트의 부실을 감추기도 한다.30년 차 방수 기능공 김용학 씨는 2023년 11월 충청 지역의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밖으로 돌출돼 심하게 휘어 있는 철근 더미를 한 작업자가 시멘트로 덮어 버리는 광경을 목격했다. 당시는 국토교통부가 현장 점검을 나오기 3일 전이었다. 이를 미리 전해 들은 건설사는 문제 부분을 재시공하는 대신에 시멘트로 덮어 버렸다. 김 씨는 히어로팀에 “부실시공의 ‘마지막 증거’를 몰래 사진으로 남겨 놓고 있다”고 했다. 그는 “보강 공사 없이 시멘트로 덮은 철근은 나중에 부식돼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사람들은 번지르르한 겉모습만 보고 좋은 아파트라고 생각하면서 비싼 돈을 대출까지 끌어 지불해요. 하지만 이런 감춰진 부실이 있다는 건 저나 작업자 말고는 알 수 없죠. 공구리(콘크리트) 치면 결국 ‘진실’도 같이 묻혀 버리는 거니까요.”〈히어로콘텐츠팀 ‘누락’ 시리즈 모음〉(https://www.donga.com/news/Series/70000000000703)[④-상] “부실 지적한 감리사 교체 당해…2시간 철근검사 10분에 끝내”[④-하] “조경비용 늘면 철근서 빼…‘쪽대본 드라마’ 찍듯 아파트 지어”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누락: 당신의 아파트는 안녕하신가요’는 2023년 발표된 국토교통부 민간 아파트 조사 결과의 진실성, 이와 관련된 철근 등 부실 시공 문제를 7개월간 파헤쳤습니다. 아래 QR코드를 스캔하면 콘크리트 속 감춰진 ‘누락’을 디지털로 구현한 ‘아파트 철근탐사 보고서’()로 연결됩니다. 27일 오전 9시부터 4부작 다큐도 동아일보 유튜브 채널()에서 순차 공개됩니다.▽팀장: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취재: 김수현 이문수 주현우 기자▽프로젝트 기획: 위은지 기자▽편집: 양충현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사진: 홍진환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ND▽인터랙티브 디자인: 정시은 CD 윤서영 안태광 인턴 ▽영상: 김지희 안정용 PD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5-01-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남는 것 거의 없는 4차 하청… 금 간 기둥 알면서도 썼다”[히어로콘텐츠/누락③-하]

    “모르는 척 균열이 있는 기둥을 그냥 박았습니다.”지난해 11월 아파트 건설소장인 정민호(가명) 씨는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을 만난 자리에서 울먹였다. 침묵 뒤에 나온 고백이었다. 그를 처음 만난 건 지난해 9월 말이었다.정 씨는 자신이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균열이 간 기둥을 그냥 설치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원래대로라면 품질 문제가 있는 기둥은 돌려보내고 정상 기둥을 설치해야 하는 게 맞다”며 “그런데 원청에서 약속과 달리 돈을 다 떼어 가고 모른 척했다”고 말했다. 정 씨는 “이미 제 돈으로 적자 메워 일하고 있었다”며 “올바른 기둥을 다시 받아서 설치하려면 손해가 너무 막심하니까 그럴 여력이 안 됐다”고 했다.불법 하도급 문제는 우리나라 건설 현장에서 사라지지 않는 고질병으로 꼽힌다. 실제 투입되는 공사비가 줄어들면서 부실 공사로 이어지는 원인이 된다. 그 핵심에 불법 하도급 업체들이 있다. 히어로팀은 4차 불법 하도급사 직원이었던 정 씨와 서른네 번의 통화, 세 번의 대면 인터뷰를 거쳤다. 정 씨가 대기업 건설사부터 1차, 2차, 3차 하도급사들과 나눈 320건, 총 18시간 44분 분량의 통화 녹음을 모두 살펴봤다. 거기에는 불법 하도급이 초래한 아파트 부실 공사의 실체가 담겨 있었다.● 재하청도 불법인데 ‘4차 재하청’까지‘하청의 하청의 하청의 하청’ 불법 구두 계약에 공사대금 못받기 일쑤 1, 2, 3차 업체서 수수료 떼가면 발주액의 30% 쥐꼬리 공사비 남아“불량 자재 돌려보내는 게 맞지만기둥 운송비-추가 인건비 부담적자 보며 공사… 부실유혹 빠져”정 씨는 건설업 경력 30년 차 베테랑이다. 현재 경기 지역 모 아파트 건설 현장의 기둥 설치를 담당하고 있다. 그의 회사는 대기업 건설사에서 ‘하청의 하청의 하청의 하청’을 받은 불법 하도급 업체다. 우리나라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원칙적으로 ‘하청의 하청’, 즉 재하청(재하도급)은 위법이다. 그런데 그의 업체는 재하청도 아닌 네 번째 하청 업체였다.지난해 3월 정 씨는 한 건설업체 대표에게서 “아파트 기둥을 설치하고 3억7000만 원을 받는 조건으로 일해 보지 않겠냐”란 제안을 받았다. 건설업계가 불황인 데다 설치 공법도 어렵지 않아 일을 받았다.불법 하도급이었기 때문에 서면 계약서는 없었고, 모두 구두 계약으로 이뤄졌다. 물론 정 씨도 정식으로 계약서를 쓰고 일하고 싶었지만 ‘계약서를 쓰자’고 말하는 순간 “너 말고 할 사람은 많아”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일거리가 사라진다.정 씨 회사의 하도급 관계는 이러했다. 대기업 원청 종합건설업체 A사는 전문건설업체에 1차 하청을 맡겼다. 1차 업체는 2차 업체에, 2차 업체는 3차 업체에 맡겼다. 3차 업체는 정 씨 업체(4차 불법 하도급 업체)에 일을 줬다. 결국 일은 정 씨 회사가 하는데 앞의 업체들은 일을 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떼어 간다.건설 현장에서는 정 씨를 ‘3차 업체’로 알고 있었다. 정 씨에게 일을 준 3차 업체 대표가 다른 업체에 재하청 사실을 알리지 않고 몰래 일을 줬기 때문이다. 3차 업체 대표는 정 씨와의 통화에서 “내가 하도급 줬다는 얘기는 절대로 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정 씨도 익숙했다. “하루이틀 하나요. 걱정 마세요.”현장 출근 첫날, 당황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사전에 구두로 계약한 기둥이 아닌 다른 시공 방식의 기둥을 설치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설치가 훨씬 까다롭고 설치 비용도 1.5배가량 더 드는 방식이었다. “시공법이 다른 기둥인데 어떻게 된 겁니까.” 정 씨가 따졌다. “아, 그래? 잘못 알았나 보네.” 3차 업체 대표의 대답은 그뿐이었다. 이대로 공사를 맡으면 정 씨 회사가 오히려 손해를 볼 상황이었다. 정 씨는 “업계가 워낙 좁아 신용이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다른 일을 하려면 ‘못 하겠다’고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추가 인건비 등 5000만 원가량을 손해 볼 상황이었지만 3차 업체는 달랑 1000만 원만 보전해 줬다.● 내려갈수록 공사비 줄어… 하자 있어도 방치정 씨는 일을 시작한 지난해 3월 초부터 5월까지 약 두 달 치의 ‘기성’(결제대금)을 받기로 했다. 그런데 3차 업체는 기존에 없던 청구서를 내밀었다. 지난해 1, 2월 정 씨가 일을 맡기 이전에 다른 업체가 사용한 중장비 대여료 1800만 원을 정 씨에게 줄 돈에서 공제한다는 것이었다.정 씨는 참다 못해 2차, 3차 업체와 통화를 했다. “내가 일하기 전 다른 업체가 사용한 중장비 대여료를 왜 내가 내야 하느냐”고 따졌다. 하지만 두 업체의 공통된 대답은 “어쩔 수 없다”는 말뿐이었다. 1차 업체에도 연락했지만 “우리는 3차 업체가 있는 줄도 몰랐다. 이번 일로 공사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한순간에 다른 업체의 중장비 대여료를 ‘꼬리’인 정 씨가 떠안았다.그는 2024년 3월부터 지금까지 일한 돈을 제대로 못 받고 있다. 시공비, 인건비 등 받아야 할 돈만 7000여만 원인데 그중 5000만 원가량을 못 받았다. 3차 업체는 지난해 5월부터 지급을 미루고 있다. 전화 통화에서 3차 업체는 정 씨에게 “2차 업체가 돈을 안 주니 우리도 못 주는 거다. 2차도 돈이 없나 봐. 나도 집 내놨다.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래서 2차 업체로 전화했다. 그러자 2차 업체는 “우리는 3차 업체에 돈을 지급했다. 3차는 소장님한테 돈 줬다고 하던데?”라고 했다.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대금을 못 받은 지 8개월째. 당장 협력업체에 줘야 할 대금 결제가 위태로웠다. 이미 정 씨 앞으로 날아온 내용증명도 한가득이었다.현장에서 공사를 직접 진행하는 정 씨에게 돈이 없으면 이는 자연스레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균열이 간 기둥 등 문제가 있는 요소를 확인하고 바로잡으려면 비용이 드는데, 그러려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결국 금이 간 기둥은 그대로 아파트에 설치됐다. 겉에 칠을 하고 외장재를 덮으면 수분양자는 기둥에 금이 갔는지, 하자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말단 업체는 공사비의 30%만 가지고 시공”히어로팀은 ‘4차 하청’ 정 씨의 사례에서 계약서 미작성, 공사 대금 미지급 등 불법 하도급에서 비롯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장 큰 위험은 이런 불법 하도급이 부실시공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정 씨도 “공사 대금을 주지 않아 기둥 운송비와 추가 인건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며 “문제가 있는 기둥도 돌려보내지 못하고 그냥 설치한 것”이라고 고백한 이유다.취재 결과 2차, 3차, 4차 업체는 모두 불법 하도급에 해당했다. 대형 건설사가 전문건설업체(1차)에 기둥 설치 공사를 맡겼는데 허락 없이 2차, 3차, 4차까지 일을 떠넘겼기 때문이다. 건설산업기본법상 발주처 동의 없이 재하도급을 하거나, 하청 받은 공사 전체를 재하도급하면 불법이다.2차, 3차 업체는 현장에서 직접 공사를 하지 않고 일정 부분의 공사 대금만 수수료로 챙겼다. 실제 공사를 맡는 마지막 업체를 제외한 중간 업체들이 일을 넘기고 돈은 받는 일종의 ‘브로커’ 역할을 한 셈이다. 건설 현장의 불법 하도급 업체는 전국에 1만 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23년 5월부터 8월까지 국토교통부가 실시한 불법 하도급 집중 단속 결과 현장 508곳 중 35.2%(179곳)에서 불법 하도급 업체가 적발됐다. 건설 현장 10곳 중 4곳은 불법 하도급 업체가 시공 중인 셈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하도급까지 포함하면 훨씬 높은 비율로 불법 하도급이 현장에 만연한 것으로 추정된다. 법무법인 공정 황보윤 변호사는 “최종 하도급사에는 발주 금액의 극히 일부만 떨어지니 공사 비용을 맞추려 부실 공사 가능성이 커진다”며 “심지어 발주 금액의 30% 정도만 갖고 최하단 업체가 시공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히어로콘텐츠팀 ‘누락’ 시리즈 모음〉(https://www.donga.com/news/Series/70000000000703)[④-상] “부실 지적한 감리사 교체 당해…2시간 철근검사 10분에 끝내” [④-하] “조경비용 늘면 철근서 빼…‘쪽대본 드라마’ 찍듯 아파트 지어”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누락: 당신의 아파트는 안녕하신가요’는 2023년 발표된 국토교통부 민간 아파트 조사 결과의 진실성, 이와 관련된 철근 등 부실 시공 문제를 7개월간 파헤쳤습니다. 아래 QR코드를 스캔하면 콘크리트 속 감춰진 ‘누락’을 디지털로 구현한 ‘아파트 철근탐사 보고서’()로 연결됩니다. 27일 오전 9시부터 4부작 다큐도 동아일보 유튜브 채널()에서 순차 공개됩니다.▽팀장: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취재: 김수현 이문수 주현우 기자▽프로젝트 기획: 위은지 기자▽편집: 양충현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사진: 홍진환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ND▽인터랙티브 디자인: 정시은 CD 윤서영 안태광 인턴▽영상: 김지희 안정용 PD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5-01-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국토부 ‘부실시공 0건’ 오류 시인…“철근 누락 보고서 오판독”

    국토교통부가 2023년 10월 ‘부실시공 0건’이라고 발표한 전국 민간 무량판 아파트 중 1곳에서 시공 하자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앞서 같은 해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이후 국토부는 전국 민간 무량판 아파트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이후 부실시공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는데, 1년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시공 하자가 있었다고 인정한 것이다. 24일 국토부는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국토부 산하) 국토안전관리원이 해당 단지를 조사한 점검업체에 직접 확인한 결과 측정지점 1개소에서 시공 하자 우려가 있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자료에 언급된 단지는 경기 A아파트로, 안전진단 보고서상 지하 주차장 천장 부근에서 철근 누락이 1건 확인됐다. 이후 입주민 측의 자체 조사 끝에 천장에서만 총 33개의 철근이 빠진 것이 뒤늦게 발견됐다(본보 24일자 A1면 <철근 누락 알리자, 지자체 “무너진 건 아니잖아요”>),A아파트 입주자협의회 측에 따르면 보고서상 철근 누락이 발견된 후 이를 국토안전원에 알렸으나 “오타일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입주자 측이 직접 조사 업체를 추궁한 끝에 철근 누락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이에 국토부 측은 “국토안전원이 점검업체의 현장조사 보고서를 재확인하는 과정에서 보고서상의 탐사결과 사진을 오판독하여 초기에 잘못된 답변이 안내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국토부는 “국토안전원이 해당 내용을 (입주민 측에) 추가로 설명했다”며 “시공사가 하자보수 공사를 실시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A아파트 입주자협의회 측은 “국토안전원으로부터 ‘전수조사 대상은 전단보강근과 콘크리트 강도 뿐’이라는 해명만 들었다”고 반박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 2025-01-24
    • 좋아요
    • 코멘트
  • 철근 누락 알리자, 지자체 “무너진 건 아니잖아요”[히어로콘텐츠/누락②-상]

    “검단 아파트처럼 무너진 건 아니잖아요?”지난해 1월 경기 A아파트에 사는 이동민(가명·입주자협의회장) 씨는 관할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통화하다 돌아온 답변에 말문이 막혔다. 앞서 이 씨는 A아파트의 국토교통부 안전진단 보고서를 받아 살펴봤다. 지하 주차장에 시공된 철근 개수가 도면보다 부족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아파트에 다녀간 국토부 정밀안전진단업체 관계자는 ‘화재 시 물을 가득 실은 소방차가 못 들어올 수도 있다’며 위험성을 구두로 경고했다. 이 씨는 사용 승인을 내어준 지자체에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별문제 없지 않냐’는 투였다. 국토부, 국토부 산하 국토안전관리원에도 전화를 걸었지만 “보고서가 오타일 거예요”란 답변이 돌아왔다. 부실 시공 가능성을 일축했다.그로부터 열 달 뒤인 11월 27일.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찾아간 이 씨의 아파트는 지하 주차장 천장 전면 보수작업이 한창이었다. 입구에는 ‘보수 공사로 이용 불가’ 팻말이 붙어 있었다. 곳곳에 설치된 사다리 사이로 인부들이 철근 누락 지점마다 보강 작업을 했다.이 씨는 철근 누락을 찾아내고 보강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와 지자체의 안전 인식이 어떤 수준인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 씨의 아파트는 2023년 4월 검단 아파트 붕괴 사고 이후 같은 해 10월 국토부가 ‘전국 민간 무량판 아파트 안전점검 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 ‘문제없다’고 한 아파트 중 하나였다. 발표대로면 A아파트에 부실시공은 없어야 했다. 하지만 이 씨의 문제 제기에서 시작된 민간전문업체와 시공사의 재조사 결과, 지하 주차장 철근이 33개나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시공사조차 부실을 인정했다. 이 씨는 “정부나 지자체의 말을 믿고 내 아파트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씨는 정부 발표에 대한 불안감과 의문점에서 시작해 홀로 ‘누락’을 추적해 온 지난 1년 4개월을 떠올렸다.“여기가 맨 처음 철근 누락이 발견된 기둥입니다.”지난해 11월 27일 경기 A아파트 지하 주차장. 입주자협의회장 이동민(가명) 씨가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을 한 기둥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더니 말했다. 주차장은 2주 전부터 철근이 누락된 자리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탄소보강섬유를 덧대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기존 천장 콘크리트를 뜯어내고 보강섬유를 시공했다. 누락된 철근 33개를 대신해 건물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서다. 이 씨는 ‘누락’을 찾아내기 위해 홀로 정부, 지방자치단체와 맞서 고군분투한 1년 4개월을 돌아보며 생각에 잠겼다.●“화재 때 소방차가 못 들어올 수도 있어요”〈의심〉“주차장 하중 계산 잘못, 붕괴 위험”구조기술사 말에 가슴이 철렁했다국토교통부의 민간 무량판 아파트 1차 조사(설계 도면 검증) 직후였던 2023년 8월 16일. A아파트를 조사하러 온 건축구조기술사는 도면을 살펴보더니 이 씨와 입주민들에게 심각하게 말했다. “지하 주차장의 하중(무게) 계산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 그는 “물을 가득 실은 소방차가 주차장 위 1층에 진입하면 붕괴 위험이 있을 수 있다” “20층 이상 건물은 불이 나면 소방굴절사다리차가 들어와야 하는데 그 차가 무겁다. 이 아파트는 그 차가 못 들어올 구역들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 씨와 입주민들은 가슴이 철렁했다.3주 뒤 국토부 2차 조사(주차장 전단보강근 조사)가 시작됐다.마침 지자체에서 아파트 사용승인을 담당하는 책임자가 현장에 온 것을 본 이 씨는 다급하게 다가가 설명했다. “전문가가 말하는데 여기 붕괴 위험 때문에 소방차가 못 들어올 수도 있답니다. 불나면 고층에 있는 사람들은 다 죽을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어떻게 좀 해주세요.” 이를 들은 책임자는 태연하게 말했다. “그분(구조기술사)이 잘 모르고 하는 소리일 거예요. 아니 진짜 설계 문제가 있었다면 아파트 사용승인이 안 나왔겠죠.” 말이 안 통하자 이 씨는 현장에 온 국토부 산하 국토안전관리원 수도권지역본부장에게도 다가갔다. “여기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는데요. 어떡합니까.” 이를 들은 본부장은 이 씨를 안심시키듯 “아 네네, 주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공유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곤 자리를 떴다. 이후 그는 소식이 없었다. 이 씨의 우려는 점점 절박함으로 변해갔다.●‘부실시공 없다’는데 보고서가 이상하다〈누락〉국토부 조사 “문제없다”지만 찜찜보고서 뒤져보니 ‘철근 부실’ 명확두 달 뒤인 10월 23일, 국토부는 ‘전국 민간 무량판 아파트 조사 결과 부실시공 없어’라는 발표를 했다. 그때까지도 A아파트 조사 결과는 이 씨에게 오지 않았다. 기다리다 못한 이 씨는 관할 지자체에 아파트 조사 보고서를 요구했지만 ‘우리도 없다’는 답변이 왔다. 국토부는 여전히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 씨는 재차 지자체에 보고서 입수 방법을 수소문했고, 이에 지자체 주무관이 업체에서 보고서를 받아 이 씨에게 건네줬다.마침 같은 아파트에 건설 전문가가 살고 있었다. 이 씨는 그와 함께 국토부 보고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구조도면은 구조계산서와 일치한다. 구조체 보강공사는 필요 없다….’ 별다른 문제 없이 넘어가던 와중에 이상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설계도면에는 천장 주철근(건물을 지탱하는 직선 모양의 핵심 철근) 시공 간격이 165mm였다. 그런데 조사업체가 측정한 실제 간격은 320mm였다. 간격이 약 2배였다. 이 씨와 함께 보고서를 분석한 전문가가 “이건 중간에 박혀 있어야 할 철근이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그런데 국토부 보고서 말미의 철근 탐사 결론은 ‘적정’(문제 없음)이었다. ‘뭔가 잘못됐다. 이 보고서의 결론은 거짓이다.’●“오타”라는 국토부-“안 무너졌잖아”란 지자체〈방관〉누락 찾으려 1년4개월 고군분투국토부도 지자체도 ‘나몰라라’만이 씨는 보고서에서 찾아낸 문제를 국토부, 국토부 산하 국토안전원에 알렸다. “아 그거, 아마 오타일 거예요 오타.” 허무한 답변이 돌아왔다. 믿을 수 없었던 이 씨는 조사업체에 직접 연락해 “철근이 누락된 게 맞습니까. 국토부는 오타라고 합디다” 하고 물었다. 업체는 이틀 뒤 고심 섞인 답변을 보내왔다. “엔지니어의 양심으로 말하자면 안타깝게도 오타가 아닙니다.” 국토부 해명과 달리 철근이 누락됐다는 말이었다. 국토부 보고서의 결론이 거짓이었고, 국토부의 해명도 거짓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순간이었다. 동시에 ‘우리 아파트가 정말 위험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국토안전원에 이 사실을 알리자 국토부는 바빠졌다. 내부 회의를 거치더니 ‘우리는 전단보강근, 콘크리트 강도를 조사했지 천장 주철근은 조사하지 않았다. 천장 주철근이 없는 건 맞지만 우리 판정에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보내왔다. 주철근은 조사를 안 했으니 안전을 책임질 수 없다는 뜻이었다. 불과 두 달 전 ‘부실시공은 없다’고 발표한 것과는 다른 태도였다.2023년 7월 31일 원희룡 당시 국토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천장의 판, 바닥이자 천장을 이루고 있는 이 판에 여러 층으로 철근이 가로세로로 다 들어가 있다. 그것을 빼먹은 것이라면 우리나라가 정말 대한민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철근을 빼먹으면 대한민국이 아니다’라는 뜻이다. 그 주철근이 이 씨의 아파트에는 빠져 있었다. 이 씨는 “본인들(국토부)이 철근 누락 사실을 문서에 써놓고, 전단보강근만 조사했으니 문제가 없다고 하는 건 궤변 아니냐”고 말했다.●“아파트가 무너져야 공무원들이 후회할까요”〈인정〉철근 33개 누락 확인 후 보강공사“우리 아파트는 운이 좋았어요”정부와 지자체에서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A아파트는 결국 지난해 2월부터 민간 안전진단업체를 선정해 넉 달간 재조사를 진행했다. 시공사, 국토부의 간섭을 우려해 일부러 지방 업체를 골랐다. 이 업체가 철근 탐사 장비로 지하 주차장의 천장을 검사한 결과 철근 2000여 개 중 총 33개가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공사도 와서 살펴본 뒤 자신들의 부실시공을 인정하고 보강 공사비를 전액 지불했다.이 씨는 히어로팀에 “우리 아파트는 운이 좋았다”며 “국토부 보고서에서 철근 누락 1개를 찾아내지 못했다면, 단순 오타라는 말을 믿었다면 계속 안전하다고 믿고 살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철근 누락은 오타가 아니라 진짜라고 알려준 조사업체의 양심고백 덕분에 보강공사까지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국토부가 ‘부실시공이 없다’고 밝힌 아파트는 전국 민간 무량판 아파트 427곳(준공 기준 288곳) 전부다. 이 씨는 “우리 아파트처럼 철근이 빠진 아파트가 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모든 아파트 입주민들이 이 씨처럼 철근 누락을 직접 밝혀내기는 쉽지 않다. 일부 아파트는 국토부에 조사 보고서 공개를 요청했지만 ‘영업상 비밀침해’를 이유로 비공개 처리됐다.이 씨는 국토부와 지자체가 문제를 외면했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했다. “검단 아파트처럼 또 다른 아파트가 무너진 뒤에야 정부가, 공무원들이 후회할까요?”〈히어로콘텐츠팀 ‘누락’ 시리즈 모음〉()[④-상] “부실 지적한 감리사 교체 당해…2시간 철근검사 10분에 끝내”[④-하] “조경비용 늘면 철근서 빼…‘쪽대본 드라마’ 찍듯 아파트 지어” 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누락: 당신의 아파트는 안녕하신가요’는 2023년 발표된 국토교통부 민간 아파트 조사 결과의 진실성, 이와 관련된 철근 등 부실 시공 문제를 7개월간 파헤쳤습니다. 아래 QR코드를 스캔하면 콘크리트 속 감춰진 ‘누락’을 디지털로 구현한 ‘아파트 철근탐사 보고서’()로 연결됩니다. 27일 오전 9시부터 4부작 다큐도 동아일보 유튜브 채널()에서 순차 공개됩니다.▽팀장: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취재: 김수현 이문수 주현우 기자▽프로젝트 기획: 위은지 기자▽편집: 양충현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사진: 홍진환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ND▽인터랙티브 디자인: 정시은 CD 윤서영 안태광 인턴 ▽영상: 김지희 안정용 PD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5-01-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철근 절반 빠진 20층 건물, 지진 7초만에 S자로 휘며 바로 붕괴[히어로콘텐츠/누락②-하]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아파트 철근 누락과 부실시공 문제를 취재하는 7개월여 동안 건설 현장 안팎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철근 몇 개 빠져도 안 무너져요”였다. 반면 앞서 2023년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건의 핵심 원인은 전단보강근 누락, 즉 철근 누락이었다. 일각에서는 건설 현장의 느슨한 안전 인식이 실제 사고로 이어진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히어로팀은 철근 누락이 건물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내진 및 구조설계 전문업체인 ‘SH구조엔지니어링’의 정승열 대표와 함께 일주일간 시뮬레이션 실험을 진행했다. 정 대표는 우리나라 ‘1세대 내진 설계 전문가’로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구조 설계에 참여했다. 시뮬레이션에는 미국 CSI(Computer and Structures Inc.)사의 ‘퍼폼3D’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미국 등 전 세계에서 내진 설계에 가장 많이 쓰이는 프로그램이다.히어로팀은 서울에서 지진이 일어난 상황을 가정했을 때 철근 시공 상태가 건물 붕괴에 미치는 영향을 3차원(3D) 시뮬레이션으로 알아봤다. 2016년 경주 지진, 2017년 포항 지진 사례를 감안했다. 국내 언론에서 부실시공과 지진, 아파트 붕괴 사이의 연관 관계를 검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철근 24% 빠진 건물, 지진 24초 뒤 와르르높이 80m 빌딩에 규모 6.7지진 가정철근 100%땐 흔들리다가 중심 회복“철근 부족하면 하부 벽부터 타격한순간에 무너지는 ‘취성파괴’ 발생”평상시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도부실시공 부분이 ‘시한폭탄’ 작용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리히터 규모 3.0 이상의 지진은 2021년 5회, 2022년 8회, 2023년 16회 발생하며 점점 늘고 있다. 2017년 11월 경북 포항시와 경주시에서 규모 5.1∼5.4 지진이 발생했을 때 포항에서만 총 754개 주택이 피해를 입었다. 이 가운데 아파트 등 7곳은 기둥이 건물을 버틸 수 없는 정도로 심각하게 손상돼 철거 판정을 받았다. 2011년 준공된 4층 규모 건물은 기둥 8개 중 3개가 주저앉았는데 기둥 속 철근이 절반가량 빠져 있었다.이를 감안해 히어로팀은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 ‘서울에 있는 높이 80m(지하 1층∼지상 20층) 빌딩’을 가상 설계했다. 일반 아파트로 치면 30층 정도에 해당한다. 여기에 규모 6.6∼6.7 지진 상황이 발생했을 때 건물이 버틸 수 있는지 검증했다.히어로팀은 건물에 시공된 철근량을 100%(정상 시공), 76%, 57%로 바꿔가며 지진 상황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알아봤다. 공사 현장에서 실제 사용되는 철근 지름은 보통 25mm, 22mm, 19mm인데 이를 반영했다. 특히 자재비를 아끼기 위해 값비싼 굵은 철근이 들어가야 할 자리에 값싼 가는 철근을 시공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점을 감안했다. 인장력(잡아당기는 힘)에 강한 철근은 건물이 기울거나 휘어도 곧바로 무너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콘크리트는 적정 강도인 35MPa(메가파스칼)로 시공됐다고 가정했다.시뮬레이션을 시작했다. ‘철근 100% 시공’ 건물은 지진이 일어나자 아래쪽부터 물결치듯 흔들렸다. 이후 한쪽으로 기울다가도 ‘오뚝이’처럼 중심을 회복했다. 60초간 지진이 계속됐지만 무너지지 않고 버티며 최종적으로 ‘안전’ 판정을 받았다.그다음은 ‘철근 76%만 시공’ 건물이었다. 이 건물은 지진이 시작된 뒤 24초 만에 폭삭 무너졌다. 처음에는 건물 전체가 조금씩 흔들리더니 15초가 지나자 건물 맨 아래 벽부터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건물 전체가 왼쪽으로 기울며 무너졌다.마지막으로 ‘철근 57% 시공’ 건물을 시험했다. 실제 공사 현장에서 아파트 전체 철근의 절반을 빼먹는 사례는 매우 드물 것으로 보이지만 철근 누락의 위험성을 알아보기 위해 진행한 실험이었다. 이 경우 건물은 지진 시작 7초 만에 매우 빠르게 무너졌다. 지진 직후에는 미동도 없다가 갑자기 S자형으로 크게 휘더니 순식간에 무너졌다.히어로팀과 함께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정 대표는 “철근이 부족하면 건물 아랫부분 벽부터 집중적으로 피해를 입고 결국 한순간에 무너지는 ‘취성파괴’(한계 이상의 충격이나 무게가 가해지면 물체가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급속도로 부서지는 현상)가 발생한다”고 했다.●지진 아니어도 부실은 위험… 건물 한계 넘어서히어로팀은 지진 등 대재난이 아닌 일상 상황에서 철근 누락과 부실시공이 건물에 미치는 위험성도 함께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했다.먼저 철근과 콘크리트가 모두 100% 설계대로 잘 시공됐을 경우에는 건물의 내력비가 ‘0.743’으로 나타났다. ‘내력비’란 건물이 최대한으로 버틸 수 있는 무게와 현재 가해지는 무게 사이의 비율이다. ‘내력비 0.743’은 ‘건물이 사용할 수 있는 최대치 힘의 74.3%만 쓰고 있다’는 뜻이다. 나머지 25.7%는 일종의 ‘남는 힘’이다. 지금보다 25% 더 무거운 무게가 가해져도 건물이 버틴다는 뜻이다.철근량을 56%로 줄여 봤다. 그러자 천장을 받치는 긴 형태의 ‘보’와 기둥 철근 내력비가 모두 1을 넘어섰다. 버틸 수 있는 한계치보다 더 많은 무게를 받고 있다는 뜻으로, 실제 상황에서 예측하지 못한 무게가 추가된다면 붕괴 가능성도 높다. 특히 보는 내력비가 1.63까지 치솟았다. 실제 상황이라면 해당 건물은 겉보기에는 멀쩡해도, 계획에 없는 조경 공사로 흙더미 무게가 더해지거나 하는 상황에서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정 대표는 “부실시공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며 “지진 같은 극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철근이 많이 빠지면 부실시공 부분에서 문제가 터져 건물 전체로 연쇄 붕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美마이애미-검단 주차장 붕괴 원인도 철근외국에서도 철근 누락이 실제 붕괴로 이어진 사건이 있다. 2021년 6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비치 서프사이드에서 12층짜리, 136채 규모의 아파트 ‘챔플레인 타워스 사우스’가 무너져 98명이 숨졌다. 사고 당시 입주민들이 잠든 새벽에 아무런 전조 증상 없이 아파트가 무너졌다. 마치 팬케이크가 흘러내리는 것처럼 붕괴돼 ‘팬케이크 붕괴’라고도 불렸다.지난해 3월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가 발표한 ‘사고 예비 조사 보고서’에는 최초 붕괴 지점인 주차장 쪽 기둥의 철근이 일부 누락됐을 가능성이 담겼다. 설계도면에 따르면 기둥과 1층 로비 바닥을 연결하는 철근이 총 8개 들어갔어야 했는데 실제로 보니 절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우리나라도 철근 부실시공이 붕괴로 이어진 적이 있다. 2023년 4월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현장을 조사한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일부 지점에 전단보강근이 미설치된 곳들이 발견됐다. 1995년 6월 29일 벌어져 500명이 넘게 숨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역시 가격이 비싼 L자형 철근을 써야 할 자리에, 저렴한 I자형 철근을 쓴 것이 붕괴의 한 원인으로 밝혀졌다.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고를 예방하려면 설계대로 철근과 콘크리트를 시공하는 기본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이번 시뮬레이션은 철근 누락과 건물 붕괴의 위험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첫 사례”라며 “실험 결과는 대부분 고층 아파트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만큼 철근이 조금이라도 빠지면 보강 공사로 구조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히어로콘텐츠팀 ‘누락’ 시리즈 모음〉()[④-상] “부실 지적한 감리사 교체 당해…2시간 철근검사 10분에 끝내”[④-하] “조경비용 늘면 철근서 빼…‘쪽대본 드라마’ 찍듯 아파트 지어” 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누락: 당신의 아파트는 안녕하신가요’는 2023년 발표된 국토교통부 민간 아파트 조사 결과의 진실성, 이와 관련된 철근 등 부실 시공 문제를 7개월간 파헤쳤습니다. 아래 QR코드를 스캔하면 콘크리트 속 감춰진 ‘누락’을 디지털로 구현한 ‘아파트 철근탐사 보고서’()로 연결됩니다. 27일 오전 9시부터 4부작 다큐도 동아일보 유튜브 채널()에서 순차 공개됩니다.▽팀장: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취재: 김수현 이문수 주현우 기자▽프로젝트 기획: 위은지 기자▽편집: 양충현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사진: 홍진환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ND▽인터랙티브 디자인: 정시은 CD 윤서영 안태광 인턴 ▽영상: 김지희 안정용 PD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5-01-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국토부 “문제없다” 덮었는데, 보고서엔 11곳 ‘철근-콘크리트 부실’[히어로콘텐츠/누락①-하]

    288곳중 철근 1개 이상 누락 8곳3곳은 콘크리트 강도 부적합 판정전단보강근 ‘간격 미흡-누락’ 확인돼도정부, 전문가 내세워 “그래도 안전”조사방식도 ‘정밀→신속’으로 바꾸고기둥 주철근 조사 빼 ‘답정너 진단’2023년 10월 23일 국토교통부는 “입주민이 직접 입회한 가운데 투명하고 철저하게 조사를 했다”며 ‘민간 무량판 구조 아파트 전수조사 결과 부실시공은 없다’고 발표했다. 총 427곳(시공 중 139개, 준공 288개) 무량판 아파트를 전수 조사했는데 철근 누락 등 부실은 하나도 없었다는 내용이었다.히어로팀은 국토부 발표에 의문을 품고 준공을 마친 288곳의 국토부 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 국토부가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던 보고서로 총 1102쪽 분량이다. 이를 건축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정밀 분석한 결과, 보고서에 담긴 아파트들 중 최소 11곳(3.8%)에서 부실이 발견됐다. 8곳은 ‘철근 누락’이 있었고, 3곳은 콘크리트 강도가 법적 최소 안전 기준(85%)보다 낮았다. 부실이 없다던 국토부 발표와 달랐다.● 철근 빠졌는데 국토부는 “누락 0건” 발표국토부의 G아파트 조사보고서에는 총 10곳의 철근 조사 구역 중 1곳에서 ‘전단보강근을 확인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있었다. 전단보강근은 기둥이나 벽체가 천장, 바닥과 연결되는 부위를 잡아주는 철근이다. 당시 조사를 수행한 안전진단업체는 ‘도면에는 전단보강근이 표기돼 있지만, 현장조사에서는 철근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적어놨다. 도면에 있는 철근이 실제로는 없다는 뜻이다.H아파트 국토부 보고서에는 철근 조사가 실시된 4개 구역 모두에 ‘부적정’ 판정이 적혀 있었다. 도면대로면 10cm 간격으로 설치해야 할 철근이 실제로는 20cm 간격으로 설치돼 있었다는 것. 철근 절반을 빼먹은 셈이다. 해당 조사 업체는 “전단보강근이 일부 누락됐거나 시공 간격이 미흡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도 남겼지만, 국토부의 공식 발표에 전혀 없었다. 그 대신 국토부는 보고서에 ‘그래도 안전하다’는 취지의 전문가 자문단 의견을 넣어놨다. 해당 자문단은 “천장(슬래브)이 충분한 강도를 확보하고 있어 전단보강근 시공이 더는 필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게재했다.히어로팀은 위 보고서들을 전문가들에게 가져가 검증을 의뢰했다. 보고서를 살펴본 홍건호 호서대 건축공학부 교수(전 검단사고조사위원장)는 “철근을 설계와 달리 빠뜨렸다면 수분양자에 대한 계약 위반”이라며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해 안전성을 확인하고 보수, 보강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콘크리트, 설계 강도의 76%에 그쳐보고서에는 2023년 국토부가 조사한 아파트 288곳 중 16곳의 콘크리트 강도가 설계 기준(100%)에 미달한다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 그중 3곳은 시설물특별법 정밀안전진단 기준을 적용하면 ‘부적합 구조물’에 해당됐다. 콘크리트 설계 강도가 85% 미만인 경우가 부적합 구조물이다. 콘크리트 강도가 76.7%에 불과한 I아파트도 있었다. 참고로 2023년 붕괴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경우 콘크리트 강도가 70.4%에 불과한 구역도 있었다. 김강수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한국콘크리트학회 부회장)는 히어로팀에 “85% 미만인 구조체는 품질 저하로 구조적 보수나 보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 외에도 국토부 보고서에는 전단보강근이 제대로 시공됐는지 불분명해 ‘보류’ 판정이 내려지거나, 조사 자체를 못 한 아파트도 16곳 있었다. 부실 여부 자체를 아예 파악하지 못한 곳들이다. J아파트의 경우, 지하주차장 11개 구역 중 7곳에서 ‘전단보강근이 있는지 없는지 구분이 어렵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판정 보류다.● 부수지 않으면 정확히 확인 어려운 전단보강근히어로팀이 한국콘크리트학회에 이 같은 국토부 보고서 내용을 검증 의뢰한 결과 “전단보강근은 철근 탐사 장비로 탐지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비파괴 철근 검사기로 겉면을 훑는 식으로는 제대로 검사가 안 된다는 뜻이다.전단보강근은 천장과 기둥의 철근을 엮어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전단보강근이 매립된 천장 부분을 비파괴 철근 검사기로 훑으면 철근이 제대로 보이지 않거나 아주 작은 ‘점’만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른 철근에 가려져 안 보이는 경우도 있다.히어로팀은 국토부 보고서에 ‘전단보강근이 설치됐다’고 적혀 있는 아파트 3곳의 조사 보고서를 전문가들에게 검증 의뢰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히어로팀에 ‘판독 불가’라는 결론을 전달해 왔다. 안전진단업체인 황두엔지니어링 이우진 대표는 “(국토부가) 전단보강근이 설치됐다고 판정한 일부 보고서 내용을 살펴봤는데, 저라면 철근이 설치됐는지 안 됐는지 구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4개월 필요한 조사가 2개월에 끝나”정부가 발표 데드라인을 미리 정한 뒤 기한에 맞추려 조사 방식을 축소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검단 아파트 붕괴 사고 뒤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7월 31일 국토부에 조사를 지시했고, 일주일 뒤 원희룡 당시 국토부 장관은 한국시설안전협회와 회의를 열어 논의했다. 여기서 8가지 이상 방식으로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해 두 달 내 끝내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협회는 4개월가량 필요하다며 기한을 맞추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협회 관계자는 “그러자 용산(대통령실)과 행정부(국토부)에서 두 달 안에 해야 하지 않겠냐고 물어왔다”며 “‘안전하다, 안전하지 않다’는 기본적인 것만 하면 (두 달 내) 할 수 있다고 답했다”고 했다. 결국 국토부는 조사 기간을 두 달로 맞추려 조사 항목을 4개로 줄였다. 이 과정에서 아파트 기둥, 벽체의 주철근 조사 등은 생략됐다.전문가들은 촉박한 조사 기간과 축소된 조사 방식이 부실 조사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안전진단업체가 아파트 전수조사 현장에 인력을 실제 투입한 기간은 9월 1∼25일로 25일에 불과했다. 주영규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과 교수(전 검단사고조사위원)는 히어로팀에 “안전진단업체가 제대로 조사하려면 한 단지에 ‘올인’해도 최소 3개월은 필요하다”며 “근본 원인들을 조사하지 않고 발표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안전관리원에서 추가 검사 자료 등을 바탕으로 ‘문제없음’을 확인했다”면서도 “저희는 2개 항목(전단보강근 유무, 콘크리트 강도)만 안전점검을 했기 때문에 아파트 전체가 100% 자신 있게 부실시공이 없다고 말씀드릴 사항은 아니다”라고 했다. 조사 일정 축소에 대해선 “LH 아파트 조사와 동일하게 진행했으며 (축소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히어로콘텐츠팀 ‘누락’ 시리즈 모음〉()[④-상]“부실 지적한 감리사 교체 당해…2시간 철근검사 10분에 끝내” [④-하] “조경비용 늘면 철근서 빼…‘쪽대본 드라마’ 찍듯 아파트 지어”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누락: 당신의 아파트는 안녕하신가요’는 2023년 발표된 국토교통부 민간 아파트 조사 결과의 진실성, 이와 관련된 철근 등 부실 시공 문제를 7개월간 파헤쳤습니다. 아래 QR코드를 스캔하면 콘크리트 속 감춰진 ‘누락’을 디지털로 구현한 ‘아파트 철근탐사 보고서’()로 연결됩니다. 27일 오전 9시부터 4부작 다큐도 동아일보 유튜브 채널()에서 순차 공개됩니다.▽팀장: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취재: 김수현 이문수 주현우 기자 ▽프로젝트 기획: 위은지 기자 ▽사진: 홍진환 기자 ▽편집: 양충현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 ▽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ND ▽인터랙티브 디자인: 정시은 CD 윤서영 안태광 인턴 ▽영상: 김지희 안정용 PD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5-01-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철근 8개 있어야할 기둥, 실제론 4개밖에 없었다[히어로콘텐츠/누락①-상]

    지난해 11월 경기 A아파트 지하주차장. 사각기둥 한 곳 표면에 비(非)파괴 철근 검사기를 갖다 대고 왼쪽부터 천천히 훑었다. 검사기 액정 화면에 ‘철근’을 나타내는 파란 수직선이 하나씩 나타났다. 총 4개. 표면에서 깊이 3cm 안에 철근 4개가 들어 있다는 뜻이다. “8개여야 하는데 4개가 안 보이네요.” 설계 도면대로면 철근은 8개여야 했다. 기둥의 다른 3개 면도 검사기로 훑었다. 그 결과 기둥 속에 있어야 할 주철근 총 24개 중 12개가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과 검사에 동행한 최명기 서울디지털대 건설시스템공학전공 객원교수는 “기둥이 잘못 설치됐다”고 말했다.2023년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주차장 붕괴 뒤 국토교통부는 같은해 10월 23일 전국 민간 무량판 아파트 427곳(시공 중 139곳, 준공 288곳)을 2개월간 전수 조사한 결과 ‘철근 누락 등 부실 시공이 없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토부는 결과만 발표하고 아파트 명단, 세부 안전진단 결과는 비공개에 부쳤다.아파트는 한국인에게 ‘집’을 넘어 재산 대부분이자 정체성이다. 한국인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산다. 정부 발표대로 우리 아파트는 안전할까. 검증이 필요했다. 히어로팀은 정부가 공개하지 않은 1102쪽 분량(준공 288곳)의 무량판 아파트 안전진단 보고서 전체를 입수해 전문가들과 수개월간 분석했다. 철근 누락 8곳, 콘크리트 강도 미달 3곳 등 최소 11곳에서 부실이 발견됐다.히어로팀은 아파트를 직접 찾아가 조사했다. 국토부 조사팀이 다녀갔던 아파트 중 히어로팀이 설계도면을 확보한 21곳을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에 걸쳐 조사했다. 국토부가 사용한 장비와 똑같은 전문장비로 지하주차장 기둥 총 850여 개를 조사하고, 문제가 있는 곳은 전문가와 함께 찾아가 재검증했다. 그 결과 9개 단지(43%) 기둥 25개에서 철근 누락을 발견했다. 도면에는 있지만 실제로는 없는, 누락된 철근은 총 60개였다.히어로팀은 더 나아가 아파트의 ‘뼈대’인 철근이 어떻게, 왜 누락되는지 이유를 취재했다. 철근이 빠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아봤다. 이를 위해 붕괴 위험을 3차원(3D) 시뮬레이션으로 실험하고 건설 현장을 취재했다. 그 과정에서 만난 근로자, 감리, 구조기술사 등 182명은 ‘누락’의 실체를 털어놨다. 이 기획은 그간 7개월을 담은 ‘부실과 누락에 대한 보고서’다.“이곳 지하 주차장은 여러 종류의 기둥들이 모여 있어 복잡합니다. 시공자가 헷갈려 설계도면과 다른 기둥을 설치한 것으로 추정됩니다.”최 교수는 도면을 손으로 가리켰다. 주철근 절반이 빠진 기둥의 주변에는 다른 종류의 기둥이 여러 개 그려져 있었다. 최 교수는 “이 기둥은 공장에서 철근을 모두 넣은 완제품을 현장에서 설치한 방식”이라고 했다. 그런데 도면 속 기둥과 실제 설치된 기둥은 철근 개수가 달랐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최 교수와 함께 부실 기둥의 위쪽에 뭐가 있는지 확인해 봤다. 1층에 가 보니 비상시 소방차가 다니는 보행자 통행로가 있었다. 최 교수는 “만약 고층 건물 아랫부분이었다면 하중이 커 위험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1곳 아파트 중 9곳 철근 누락주철근은 건물을 지탱하는 여러 소재 중 콘크리트와 함께 가장 중요한 ‘뼈대’ 역할을 한다. 2023년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전단보강근’은 기둥과 천장, 바닥의 연결 부위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지만, 주철근은 건물 무게를 직접 지탱한다. 건물의 붕괴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부위지만 정작 국토부 조사에서는 대상에서 빠졌다.히어로팀은 지난해 5개월간 전국 5개 시도의 21개 단지 아파트 지하주차장 기둥의 주철근 시공 상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9개 단지에서 주철근 누락이 확인됐다. 기둥 숫자로는 총 850여 개를 조사했는데 그중 25개(약 3%) 기둥에 철근 총 60개가 빠져 있었다.경기 B아파트 주차장에선 기둥 30개 가운데 6개에서 철근 누락이 확인됐다. 기둥 1개당 적게는 1개, 많게는 5개의 철근이 빠져 총 17개 철근이 빠졌다. 그 위에는 어린이집, 상가 등이 있었다. 이곳의 주차장 도면을 보면 크게 두 종류의 기둥이 설치됐다. 한 종류는 사각 기둥의 한 면에 철근 3개씩, 다른 종류는 5개씩 들어갔다고 도면에 쓰여 있었다. 3개씩 들어가는 기둥이 전체 기둥 139개 중 94개(68%)였다. 이들은 철근에 문제가 없었다. 반면 철근이 5개씩 들어가야 할 기둥에서는 누락이 발견됐다. 현장을 동행한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대학장(건축구조기술사)은 “5개씩 철근이 설치돼야 할 기둥에도 3개씩만 넣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전남 C아파트 지하 주차장은 연속된 기둥 3개 전부 철근이 2개씩 빠져 있었다. 대구 D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는 기둥 3개에서, 대구 E아파트에서는 기둥 5개에서 철근 누락이 발견됐다. 전남 F아파트에서는 기둥 콘크리트 밖으로 철근 일부가 튀어나와 있었다. 부식의 위험이 커 보였다.● 철근 1개=사무실 하나 버틸 힘… “1개라도 누락 땐 보강해야”철근 24개중 절반 12개 빠진 기둥도1개 빼면 사무실 하나 버틸 힘 사라져“하나쯤 괜찮겠지 관행이 붕괴 불러무게 버틸 수 있게 반드시 보강해야”히어로팀은 현장에서 얻은 검사 결과를 가지고 구조설계 전문업체 ‘한구조엔지니어링’에 분석을 의뢰했다. 철근이 빠진 기둥은 무게를 버티는 힘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분석 결과 A아파트 기둥(철근 24개 중 12개 누락)이 설계대로 시공됐을 경우 견뎌낼 수 있는 무게는 약 300t이다. 하지만 철근 누락 시공 탓에 지탱 한계가 4분의 3인 226t으로 줄었다. 철근 총 20개 중 2개가 빠진 B아파트 기둥이 견딜 수 있는 최대 무게는 294t이다. 철근 20개를 모두 넣었더라면 306t까진 버틸 수 있었다. 이길림 한구조엔지니어링 이사는 “B아파트 기둥의 경우 철근이 하나 빠지면서 사무실 하나 정도(㎡당 350kg)를 견딜 수 있는 힘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기둥뿐 아니라 천장에도 주철근이 빠졌다면 어떤 영향이 있을까. 천장 철근을 5개에서 4개로 줄였다고 가정해 분석하자 ‘부적격 건물’이라는 결과가 나타났다. 기둥 철근이 빠졌을 때보다 영향이 컸다.아파트 설계 및 시공에는 ‘안전율’이라는 개념이 있다. 버틸 수 있는 최대 무게를 실제 가해지는 무게로 나눈 숫자. 안전율이 1보다 낮으면 붕괴 위험이 크다는 뜻이다. 구조기술사들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대비해 안전율에 1.2∼1.5배 이상의 여유분을 두고 건물을 설계한다. 철근 10개가 필요한 지점에 12∼15개를 설계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1, 2개가 빠져도 당장 붕괴가 일어나진 않는다.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철근 누락 지점을 반드시 보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원감정인(건설) 오석진 진이엔씨 대표는 “신차 타이어 부품 1개가 없어도 당장은 문제가 없겠지만,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바퀴가 빠지는 사고가 벌어질 수 있다. 아파트도 같다”고 말했다. 구조설계전문업체 정승열 SH구조엔지니어링 대표는 “철근 한 개라도 빠지면 그만큼 무게를 버틸 여유가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최근 건설 현장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율을 내는 ‘밸류엔지니어링(VE)’이 확대되고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안전율을 최소화하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1.5배 이상 두던 안전율을 1에 가깝게 타이트하게 수정하는 식이다. 김규용 충남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한국은 다른 선진국보다 시공 관리 감독 역량이 떨어진다”며 “무턱대고 안전율만 타이트하게 가져가면 붕괴 위험만 높아지는 꼴”이라고 했다.● “철근 하나쯤이야 관행 계속되면…”지난해 9월 서울 구로구의 공사 현장에서 만난 신상준 철근소장은 “철근이 빠져도 콘크리트에 묻히고 나면 아무도 모르고 넘어가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철근 하나쯤은 빼먹어도 괜찮을 것. 모를 것”이라는 관행으로 굳어졌다는 게 현장 이야기다. 철근 탐사를 마친 안 전 학장은 이 같은 업계 관행에 대해 “설마 하며 넘어갔던 안전불감증 끝에 발생한 사고를 몇 번이나 더 겪어야 하냐”라며 ‘하인리히 법칙’을 예로 들었다. “330번 중앙선을 침범하면 300번은 문제가 없고 29번은 경미한 사고, 1번은 사망 사고가 발생한다는 게 하인리히 법칙입니다. ‘철근 하나쯤은 괜찮겠지’라는 관행이 계속되면 어느 순간 대형 붕괴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히어로팀 어떻게 조사했나국토부 쓰는 장비로 기둥 1개당 30번 이상 주철근 탐지히어로콘텐츠팀은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자기장 활용 비(非)파괴 검사 장비로 조사 대상 아파트 기둥과 철근을 탐사했다. 콘크리트를 깨부수지 않고 철근 시공 유무를 검사할 수 있는 유일하고 검증된 방식이다. 히어로팀은 리히텐슈타인 ‘힐티’사의 최신 철근 탐지기인 ‘PS(페로스캔) 300’ 모델을 사용했는데, 국토교통부 전수조사 시행 당시 조사업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장비다. 기자들은 서울 송파구 힐티코리아 본사에서 전문가에게 장비 사용 교육도 받았다. 이 장비는 콘크리트 깊이 최대 20cm 안까지 철근 확인이 가능하다.히어로팀은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하나의 기둥당 위, 중간, 아래 부위를 총 30회 이상씩 검사했고 전문가와 동행해 재검증을 받았다. 결과 데이터는 건축구조기술사 등에게 의뢰해 다시 검증을 받았다.국토부는 2023년 조사 당시 철근 중 ‘전단보강근’을 조사했는데 이 철근은 기둥과 천장, 바닥의 연결 지점에 묻혀 있어 검사 장비로는 제대로 탐지가 안 된다. 전문가들은 “콘크리트를 부수고 그 안을 들여다보는 파괴 조사를 하지 않는 이상 전단보강근은 외부에서 장비로 검사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다른 철근들에 가려져 있어 제대로 판독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히어로팀은 이런 점을 감안해 기둥에 수직으로 설치되는 ‘주철근’을 탐사했다. 건물의 붕괴를 막는 데 있어 전단보강근보다 훨씬 중요한 핵심 부위가 주철근이라는 점, 외부에서 장비로 탐지하기가 매우 쉽고 빠르다는 점, 검사 결과가 정확히 나온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히어로팀은 철근 누락이 발견된 아파트의 실명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입주민 등에 재산상 피해를 줄 수 있는 점, 특정 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전체 아파트의 문제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히어로콘텐츠팀 ‘누락’ 시리즈 모음〉()[④-상] “부실 지적한 감리사 교체 당해…2시간 철근검사 10분에 끝내” [④-하] “조경비용 늘면 철근서 빼…‘쪽대본 드라마’ 찍듯 아파트 지어”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누락: 당신의 아파트는 안녕하신가요’는 2023년 발표된 국토교통부 민간 아파트 조사 결과의 진실성, 이와 관련된 철근 등 부실 시공 문제를 7개월간 파헤쳤습니다. 아래 QR코드를 스캔하면 콘크리트 속 감춰진 ‘누락’을 디지털로 구현한 ‘아파트 철근탐사 보고서’()로 연결됩니다. 27일 오전 9시부터 4부작 다큐도 동아일보 유튜브 채널()에서 순차 공개됩니다.▽팀장: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취재: 김수현 이문수 주현우 기자 ▽프로젝트 기획: 위은지 기자 ▽사진: 홍진환 기자 ▽편집: 양충현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 ▽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ND ▽인터랙티브 디자인: 정시은 CD 윤서영 안태광 인턴 ▽영상: 김지희 안정용 PD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5-01-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석유시추 확대”… ‘친환경’도 지우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20일(현지 시간)부터 화석에너지 친화 정책을 쏟아내며 친(親)환경을 강조한 조 바이든 전 행정부와의 차별화에 나섰다. 지지층 앞에서 탄소배출량을 규제하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했고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도 선언했다. 그는 대선 때부터 “기후 변화는 사기”라고 주장하며 협약 탈퇴를 공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 협약을 탈퇴하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불공정하고 일방적인 강도질”이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또 이 협약에 관한 모든 재정 지출 약속 또한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파리 협약은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된 국제 협약이다. 지구의 평균 기온이 1.5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는 것이 골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전임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주도한 이 협약에서 탈퇴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이 2021년 2월 다시 가입했지만 재탈퇴가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도 석유 시추를 확대하겠다는 구호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을 언급했다. 또 미국 땅에 매장된 석유를 ‘액체 금’으로도 표현했다. 미국산 원유와 천연가스를 전 세계로 수출하고 물가도 낮추겠다고 했다. 대선 유세 때 공언한 ‘반값 에너지 정책’을 실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환경 규제 완화, 송전 인프라 허가 절차 단축, 알래스카 지역에서의 화석에너지 개발을 앞당기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2030년까지 미국 내 신차 판매의 56%를 전기차로 충당하겠다며 내놓은 ‘그린 뉴딜’ 정책 또한 종료하겠다고 했다. 그는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주요 광물이 중국산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한국에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리라고 촉구할 가능성도 커졌다. 2016년 한국의 미국산 원유 수입 비중은 0.2%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6.5%로 늘었다. 미국산 원유의 운임비는 배럴당 약 4달러로 중동산(약 2달러)의 2배다. 그간 원유 수입 다변화 차원에서 우리 정부가 일부 차액을 지원해 온 터라 현재보다 수입을 늘린다면 정부 지출 또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5-01-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FTA 전면 재검토” 지시… 삼성, 관세폭탄에 멕시코 일부 라인 美이전 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존 무역협정의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시험대에 올랐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보편 관세 부과는 첫날 시행되진 않았지만 멕시코와 캐나다에 2월 1일 관세 부과 계획을 밝히며 의지를 재확인했다. 삼성전자가 멕시코 공장 라인 일부의 미국 이전을 검토하는 등 기업들의 대응도 빨라졌다. 20일(현지 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임 직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무역 정책’의 이행을 지시하는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에는 무역협정을 맺은 국가들과 “상호적이며 공통으로 유리한 양보를 얻거나 유지하는 데 필요하거나 적절한 개정을 권고하라”고 지시했다. 한미 FTA 역시 기존 무역협정이라는 측면에서 재검토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도 한미 FTA 재협상을 통해 2021년 종료 예정이던 한국산 화물자동차(픽업트럭)의 관세(25%)가 2040년까지 연장된 바 있다. 첫 관세 부과 대상국과 적용 시기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멕시코와 캐나다에) 2월 1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지지자 대상 연설에서 “관세는 우리를 엄청나게 부자로 만들 것이다. 우리를 떠난 기업을 다시 불러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관세와 수입세 등 외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수입을 징수할 ‘대외수입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우선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힘에 따라 미국 수출을 위해 멕시코 등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계산도 복잡해졌다. 삼성전자는 현재 멕시코 케레타로 공장에서 생산하는 건조기 라인 일부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 공장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FTA 재협상과 관세 폭탄 우려 속에 수출 직격탄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장성길 산업부 통상정책국장 등 실무 대표단을 현지에 급파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올해 상반기(1∼6월) 수출이 특히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며 “2월 발표를 목표로 범부처 비상수출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식 시작 직후 X(옛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동맹을 다시 위대하게(Making the Alliance Great Again) 만들길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 2025-01-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1월 수출 일시적 둔화 예상”… 산업부, 지역별 점검

    정부가 올 1월 수출이 일시적으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설 연휴로 조업 일수가 줄어든 데다 아시아 주요 교역국들로의 수출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20일 오후 수출지역담당관 회의를 열고 “올해는 임시공휴일(27일)을 포함해 연휴 기간이 총 6일간 지속되면서 1월 조업 일수가 전년 동월 대비 4일 감소했다”며 “아시아 주요 교역국의 연휴로 수입 수요 감소도 발생해 1월 수출은 일시적인 둔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주요 교역국인 중국과 베트남은 각각 음력설인 춘제(1월 28일∼2월 4일)와 뗏(1월 25일∼2월 2일)을 앞두고 있다. 월간 수출은 지난해 12월까지 1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1월 수출이 전년보다 줄어들게 되면 16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게 된다. 정 본부장은 “올해는 선진국과 신흥·개도국 모두 전년 수준의 견조한 경제성장이 전망되지만 미국 신정부 출범과 지정학적 갈등 등 무역·통상 환경의 불확실성도 상존하고 있다”며 “정부는 민관 원팀으로 기민한 대응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수출은 주요 지역 9개 가운데 중동을 제외한 8개 지역에서 모두 수출이 증가했다. 대(對)미 수출은 119억 달러(약 17조2680억 원)로 전년보다 6% 증가했고, 대중 수출 역시 8.6% 증가한 118억 달러(약 17조1210억 원)였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5-01-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무역금융 360조원 공급… 반도체 투자공제 5%P 높이기로

    올해 수출 증가율이 1%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부가 수출을 뒷받침하기 위해 역대 최대인 360조 원 규모의 무역금융을 공급한다. 반도체 기업이 투자에 쓴 금액만큼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율’은 5%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1%대 성장률이라도 지키기 위해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과 반도체 산업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2일 발표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수출 기업에 지난해보다 5조 원 늘어난 360조 원 규모의 무역금융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해 수출 환경이 아무래도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초대형 수주에 대해서는 특별 프로그램 지원 규모를 95조 원으로 10조 원 더 늘린다. 교역 환경 변화에 따른 수출 중소·중견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긴급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도 신설한다. 업종에 따라 대출 한도는 최대 10% 확대되고 대출 금리는 최대 1.2%포인트 인하된다. 전체 매출 대비 수출이 50% 이상 차지하는 수출 중소기업에 대해선 법인세 납부 기한을 연장하고 세무조사에서 제외해주는 ‘세정 지원 패키지’도 1년 연장된다. 수출 품목과 지역 다변화에도 나선다. 정부는 인공지능(AI)과 바이오를 비롯한 신사업과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에 있는 신흥·개발도상국) 등으로 품목이나 지역을 다변화할 경우 금융 지원을 더 우대해 주기로 했다. 최근 침체를 겪고 있는 석유화학 산업에 대해선 신속한 사업 재편 지원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기업활력제고특별법에 따른 사업 재편 심사 기간을 최대 120일에서 90일로 단축한다. 지난해 4월 출범한 민관 합동 석유화학 산업 협의체를 상설화해 사업 재편 등 경쟁력 강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협의하기로 했다.주력 산업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정부는 올해 반도체 기업에 대한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율을 5%포인트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 대·중견기업은 15%, 중소기업은 25%의 세액공제율이 적용되는데 해당 내용이 국회 문턱을 통과하면 각각 20%, 30%로 높아지게 된다. 군함 등 선박 MRO(유지, 보수, 정비) 수주 기업에는 무역보험 보증료를 최대 20% 감면하고 최대 1.2%포인트의 우대금리도 제공한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으로 조선 산업에선 한미 간 협력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시설투자자금도 역대 최대인 55조 원을 공급한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5-01-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독]“의료로봇기술 빼간 하이구이”… 中 돌아가 우수당원 뽑힌 사례도

    지난달 23일 서울동부지법 형사법정 304호. 한국의 한 대형병원 산하 연구소에서 일했던 중국인 남성 A 씨가 법정에 섰다. 그는 연구소의 첨단 의료 로봇 기술을 중국에 빼돌린 혐의(부정경쟁방지법 위반)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2015∼2018년 해당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동안 연구소 컴퓨터의 ‘캐드(CAD)’라는 폴더에서 파일들을 외부 저장 장치에 담아 반출했다. 캐드는 컴퓨터를 이용해 도면을 만드는 설계 프로그램의 일종이다. A 씨가 빼낸 파일에는 이 연구소가 개발 중인 로봇 관련 자료들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 씨가 빼낸 기술로 ‘첸런(千人·천인)계획’과 유사한 중국 연구 지원 사업에 응모한 것으로 의심하고 지난해 말 기소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을 만난 연구소 관계자는 “우리가 10년 넘게 준비해 온 기술을 A 씨 본인이 개발한 것처럼 (중국에 넘기려고) 했다”고 말했다.● 하이구이 10명, 서울대 등에서 첨단 기술 연구중국은 해외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일하다 자국으로 돌아오는 중국인 유학생, 연구원들을 ‘하이구이(海歸)’라고 부른다. 직역하면 ‘바다를 건너 돌아오다’라는 뜻이다. A 씨 역시 중국에서 한국으로 온 뒤 연구 자료를 가지고 중국으로 돌아가려 한 하이구이에 해당한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2010년 이후 한국에서 일정 기간 연구한 뒤 중국에 복귀해 첸런계획에 참여한 하이구이 10명의 명단을 파악해 분석했다. 현재는 폐쇄된 과거 첸런계획 홈페이지의 데이터, 첸런계획 후보자 명단, 한국 연구기관 연구자 현황 등을 종합해 명단을 추려냈다. 분석 결과 하이구이들은 한국에 체류할 당시 서울대, KAIST, 포스텍,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초과학연구원(IBS),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 최정상급 이공계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분야는 인공지능(AI), 나노 복합체, 나노 의학, 원자 단위 소재, 광섬유 레이저 등 다양했다. 대부분 각국이 경쟁 중인 첨단 기술 분야였다. 하이구이 10명 중에는 수년 뒤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발표한 이들도 있었다. 중국인 링모 박사(39)는 서울대와 IBS를 거친 뒤 중국에 돌아가 2013년경 첸런계획에 선발됐고, 상하이교통대 석좌교수 및 같은 대학 산하 고급진단시약연구센터 부소장에 임명됐다. 그는 한국에서 중국으로 복귀한 뒤 ‘네이처’ 등 세계적인 학술지에 논문을 수십 편 게재했다. 중국인 왕모 교수(43)는 2009년 포스텍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으로 건너간 뒤 2013년경 첸런계획에 선발됐다. 이후 6년간 30편 이상의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을 썼고 2018년 중국공산당 지역 우수당원에 선정됐다. 한 학계 관계자는 “하이구이들이 중국에서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한국에서 습득한 기술이나 지식, 정보들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며 “현 상황을 방치하면 한국은 중국에 무방비로 첨단 기술 정보를 계속 내어 주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학계에선 ‘기술 유출’ 경계심 확산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학계에서도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KAIST에서 신소재공학 분야를 연구하는 B 교수는 최근 3, 4년 사이 자신의 연구실에서 이상한 현상을 목격했다. ‘한국에서 공부를 하고 싶다’며 중국에서 온 중국인 유학생들이 연구실에서 각종 지식을 배운 뒤 돌연 귀국하는 사례가 잇따랐던 것. 부족한 연구 인력을 유학생으로 채우고 있었는데, 연구 성과가 나오기도 전에 떠나 버리니 난감했다. 한 중국인 박사는 “남자 친구가 중국으로 돌아가서 나도 같이 귀국해야 한다”는 문자메시지만 남긴 뒤 사라졌다. B 교수는 “신소재공학 분야는 1, 2년 공부해선 핵심 기술을 습득하기 어려워 다행이지만, 기계나 전자 등의 분야는 설계도 등 연구 자료 유출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반대로 중국은 이런 과정을 거쳐 자국에 돌아온 하이구이들을 ‘애국자’로 치켜세우며 환대한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에 따르면 지난달 19, 20일 중국 후난성 창사시에서 하이구이들을 환영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공산당 간부들은 하이구이들에게 “애국주의를 견지하고 조국에 봉사하며 야망을 키우라”, “유학생들은 조국의 부름에 응답해 귀국하여 중화민족의 부흥과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지혜와 힘을 바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2009년부터 7년간 한국 고등과학원(KIAS)과 일본 도쿄대 등을 오간 뒤 2016년 쑨원대로 복귀한 하이구이 리모 교수(43)는 동아일보에 자신이 한국을 떠난 이유에 대해 “한국은 중국처럼 청년 인재들에게 좋은 대우와 정책 지원을 해주지 못했고, 연구 안정성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연구 출입국 등 관리 감독 필요” 정부가 이 같은 상황에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의 천인계획 연구’ 논문을 쓴 구자억 전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최근 발전시킨 기술 대부분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 중국으로 돌아간 하이구이 연구원들의 공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올 8월까지 연구 비자(E-3)를 받은 중국인은 249명이다. 현재 국내에 체류 중인 E-3 비자 소지 중국인은 330∼340명 규모다. 이주형 창원대 중국학과 교수는 “많은 국내 대학이 중국인 유학생을 대량으로 받아들였다”며 “기술 유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연구 활동, 출입국, 취업에 대해 철저한 관리와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4-10-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