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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안암병원이 6년에 걸친 대규모 공사를 마무리하며 스마트 병원으로 탈바꿈했다. 미래 병원의 모델을 제시한 고려대 안암병원을 다녀왔다.필수 의료 중증질환 진료 강화고려대 안암병원(원장 한승범)은 의료 전달 체계 최상위 의료기관이다. 중증·급성기 질환을 중심으로 초고난도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고려대 안암병원을 찾는다. 새로운 건물 1층은 응급의학센터다. 기존 본관에 있던 응급의학센터의 공간을 새로 조성한 1층으로 확대 이전했다. 신관을 부분 오픈한 2021년 중증질환과 필수 의료를 강화하기 위해 암병원, 심혈관센터, 뇌신경센터 등을 확대해 전면 배치한 바 있다. 3층 암병원은 암 종별 특화 진료가 가능하다. 갑상선센터, 여성암센터를 비롯해 암의 부위와 특성에 따른 협진이 이뤄진다. 검사와 진료, 항암 치료까지 한 공간에서 모든 진료가 가능하다. 4층 심혈관센터는 청정 시술실을 갖추고 있다. 뇌신경센터는 신경과와 신경외과, 신경생리검사실 등 뇌·척추 신경에 대한 체계적인 진료를 실현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의 각 센터에서는 세계적 수준 전문의들의 진료를 받아 볼 수 있다. 병원은 CAR-T 세포 치료센터를 오픈해 기적의 항암제라 불리는 최신 항암 치료도 제공할 예정이다.세계적 의료진과 첨단 인프라, 최상의 치료 실현고려대 안암병원은 수술실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실시간 수술 스테이션을 구현하고 스마트 수술실로 진화한다. 수술은 수술용 로봇과 내시경 등을 활용한 최소 침습, 최소 절개를 한다. 수술 후 빠른 회복과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칼을 대기 어려운 방광·전립샘·직장암·유방 재건 등 로봇 수술 실력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직장암 로봇 수술 법 세계 최초 개발, 입안으로 로봇 팔을 넣어 갑상선암을 치료하는 로봇 경구 갑상선 수술 세계 최초 개발, 근치적 방광 절제술 아시아 최초·최다 시행 등 관련 분야에 굵직한 성과를 남겼다. 흉터 크기를 10분의 1로 줄인 국내 최초 로봇 유방 재건술 등 현재까지 7000례 이상의 로봇 수술을 시행하며 암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을 전하고 있다. 장기 이식 수술, 초고난도 대장암 수술 등 세계에서 손꼽히는 의료 기술을 배우기 위해 연간 50여 명의 해외 의료진이 안암병원을 방문하고 있다. 방사선 치료는 아시아 최초로 도입한 방사선 암 치료기 핼시온 2.0과 국내 최초의 5세대 ClearRT 래디잭트 X9를 통해 환자 맞춤 치료를 한다. 환자 공간 최적화로 동선 효율적 운영외래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환자와 내원객은 2층 로비 출입구를 이용한다. 응급 환자와 일반 환자의 진입 통로를 분리해 동선의 혼잡도와 감염 위험을 낮추고 신속하고 전문적이며 쾌적한 병원 이용이 가능하게 했다. 로비를 중심으로 각 진료센터를 효율적으로 배치했다. 기본 검사인 채혈실과 CT 검사실, MRI 검사실을 신규 공간에 추가로 마련해 외래 진료 환자의 동선 효율성을 높이고 대기 시간을 대폭 줄였다. 특히 병원은 수납 절차를 간소화해 진료와 검사 후 귀가 전 단 1회 수납만으로 필요한 외래 절차를 끝낼 수 있도록 했다. 안암병원은 초협진 진료를 추진해왔다. 초협진 진료는 진단부터 치료 후 추적 관찰까지 다학제로 진행되는 새로운 개념의 진료 프로세스다.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한 진료과의 유기적인 협력으로 각 분야 전문의가 최선의 치료 방법을 논의할 수 있다. 미래 의학을 실현하는 스마트 호스피탈스마트 호스피탈의 구현은 단기간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안암병원이 실현한 스마트 호스피탈은 고려대 의료원에서 국내 최초로 개발해 100% 전환에 성공한 클라우드 기반의 정밀 의료병원정보시스템(P-HIS)을 기반으로 한다. 외래 진료에서는 혈압, 체중, 신장 등 기초 측정 데이터는 IoT를 통해 입력한다. 내원 후 검사만 하면 자동으로 의료 데이터가 P-HIS로 즉시 전송된다. 외래 예진 설문지는 병원을 방문하기 전에 모바일을 통해 미리 작성할 수 있다. 의료진은 음성으로 도표를 입력한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줄이고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진료의 효율성을 높여 환자에게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병동은 무선 네트워크와 IoT 기술을 결합한 스마트 병동 솔루션을 구현했다. 실시간 병상을 감시할 수 있는 첨단 시스템을 갖추고 담당 간호사가 업무 공간에서 병실 내부를 확인할 수 있다. 미래 감염병 대비해 건강과 생명 지킨다고려대 안암병원은 이번 완공과 메디컴플렉스 신관 오픈을 기념해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할 계획이다. 전 세계의 저명한 학자들이 모여 미래 의학에 대한 논의를 펼치게 될 이번 국제심포지엄을 시작으로 매년 다양한 세부 주제의 최신 지견을 공유할 수 있는 국제행사를 개최하며 대한민국 대표 의료기관으로서의 국제적인 입지를 다질 전망이다. 안암병원은 그동안 해외 재난 지역을 직접 찾아가 의료봉사를 펼치는 등 인류애를 실천해 왔다. 이를 위해 해외 의료진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피지에 국립재활병원을 건립하기 위한 지원을 펼치고 있으며 어디라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주저 없이 병원의 선진 의료 기술과 경험을 전수하고 있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한 선구자적 활동도 펼치고 있다. 국내 대학병원 최초의 젠더 클리닉을 개설해 음지에서 고통받던 성소수자들의 건강권을 향상하고 혐오와 편견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특화된 고령 맞춤 치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환자의 삶에 초점을 맞춰 미래 건강까지 고려한 진정한 환자 중심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암병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며 감염병 관리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한 바 있다. 에어 텐트와 건축 구조물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형태의 모듈 병원인 서울형 소아 전용 외래센터를 운영하며 즉각적이고 유연성이 강조된 프로세스를 확립했다. 병원은 감염병 대응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감염병에 관련된 모든 시설을 집약한 독립적인 시설로 감염병 진료뿐만 아니라 일반 진료를 정상화할 수 있는 특화된 시스템이다. “초협진 가능한 옴니버스 플랫폼 구축할 것” 한승범 고려대 안암병원장 인터뷰홍은심 기자= 새로 오픈하는 병원 공간에서 크게 달라지는 것들은 무엇인가. 한승범 고려대 안암병원장= 모든 공간에서 의료 서비스의 질 향상과 환자의 편의에 초점을 맞췄다. 병상 수를 늘리지 않고 대신 환자 1인당 공간을 확대했다. 새로 오픈한 공간도 중증질환 최종 치료 기관으로서 사명과 필수 의료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는 의료 전달 체계 최상위 의료기관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급성기와 중증질환 치료를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서다. 병원은 초대형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에서 프로세스 개선, 공간의 확장과 더불어 환자와 내원객의 편의를 위한 휴식 공간과 편의시설을 대폭 확대했다. 인근 전철역부터 이어지는 공원을 조성하는 등 병원 건물 내에도 다양한 편의시설을 늘렸다.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 병원 생활에서 활력을 잃지 않도록 환자 입장에서 고민한 결과다. 홍 기자= 고려대 안암병원은 연구 중심 병원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한 병원장= 국내 최고의 연구 중심 병원으로 인정받고 있는 안암병원은 융복합 연구 분야의 리더로서 다양한 연구 플랫폼을 개발하고 기술 사업화를 이루고 있다. 2017년 정부가 추진한 2개의 국가 기반 전략 정밀 의료사업 ‘암 정밀 진단치료법 개발 사업단’과 ‘정밀 의료 병원정보 시스템 개발 사업단’을 모두 담당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2021년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2021년 의료데이터 중심 병원 지원 사업’ 담당으로 선정돼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진료 정보 빅데이터 표준화에 앞장서고 있다. 보건복지부 국가 임상 시험 지원재단으로부터 ‘국가 감염병 임상시험센터’로 지정받아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임상 시험 수행도 지원했다. 홍 기자= 병원이 추구하는 전 주기적 의료 서비스가 무엇인가. 한 병원장= 국내외 최고의 기업, 연구기관과 협력해 임상 현장과 환자가 디지털로 연계되는 옴니버스 플랫폼이다. 환자 맞춤형 디지털 의료 생태계를 구축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환자는 옴니버스 플랫폼을 통해 초개인, 초정밀, 초협진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홈케어까지 가능하다. 환자가 병원에 오기 전부터 치료를 마치고 가정으로 돌아간 뒤에도 적절한 관리가 가능한 ‘전 주기적 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한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목소리를 많이 사용하는 가수나 성악가, 교사, 아나운서 등은 성대 질환을 겪기 쉽다. 성대폴립은 성대에 생기는 일종의 물집인데 성대를 무리하게 사용해 염증이 생긴 상태에서 계속 목소리를 내거나 잘못된 발성으로 성대에 지속적인 부담이 가해진 경우 점막 내 출혈 또는 부종이 생겨 발생하게 된다. 목소리는 성대 점막이 진동하면서 형성되기 때문에 성대폴립이 생기면 목소리를 제대로 내기 어려워진다. 갑자기 쉰 소리를 내거나 특정 음역의 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성대폴립을 의심해야 한다. 성대 질환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기 힘들어질 수 있고 성대를 쓰면 쓸수록 빠르게 악화할 수 있으므로 될 수 있는 대로 신속하게 진단하고 치료해야 한다. 성대 이상을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시경 검사다. 성대 점막 상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성대폴립은 성대 결절과 증상이 매우 유사해 환자의 상태만 가지고 구분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직접 보고 진단을 내려야 더욱 정확하다. 성대폴립은 물집의 크기와 위치 등을 고려해 치료한다. 그리 심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약물 치료를 진행하며 목소리 사용을 줄이고 휴식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다. 성대폴립이 한 번 생긴 사람은 평상시 발성법이 잘못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검사를 통해 현재 사용 중인 발성법을 확인하고 음성 치료로 올바른 성대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 좋다. 이러한 비수술 치료의 효과가 크지 않거나 성대폴립이 자꾸만 재발하는 상황이라면 후두 미세 수술을 통해 폴립을 직접 제거해 치료할 수 있다. 성대는 매우 민감한 조직이기 때문에 폴립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최대한 손상되지 않도록 꼼꼼하고 섬세한 접근법이 필요하다. 전신마취를 한 후 입안에 후두경을 삽입해 성대 조직을 직접 살펴보면서 수술을 진행한다. 수술 시간 자체는 10∼20분 정도로 짧은 편이지만 조직이 회복될 때까지 일주일 정도는 소리를 내지 않고 충분히 휴식해야 한다. 수술 후 목소리가 일시적으로 변하거나 잘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때에도 음성 치료를 적용할 수 있다. 발성 과정의 나쁜 습관을 찾아내 고치고 올바른 발성법을 익힐 수 있도록 연습하는 한편 성대 질환의 재발을 막기 위해 발성기관의 근육을 강화하는 등 여러 방법을 이용하게 된다. 사람마다 발성 습관이 다르기 때문에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 한승훈 한림대 동탄 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성대폴립은 과도한 발성 이후 조기에 안정을 취하면 회복될 수 있지만 자극이 반복되면 섬유화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초기에 형성된 폴립은 단기적으로 음성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지만 대부분 수술 치료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음성 치료는 성대 질환을 앓기 전 이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시행할 수 있다. 평소 목소리가 자주 쉬거나, 자꾸만 갈라지고 약한 소리, 떨리는 소리가 나는 경우에는 발성이 올바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검사 및 음성 치료를 통해 성대 활용법을 제대로 익혀 성대폴립 등을 예방할 수 있다.성대폴립 예방법① 금연한다. ② 술·커피 등 탈수를 유발하는 음식은 피한다. ③ 수분 섭취와 습도 조절을 한다. ④ 말을 할 때 확실하고 천천히 한다. ⑤ 오랜 시간 이야기하지 않는다. ⑥ 넓고 시끄러운 곳에서는 마이크를 사용한다. ⑦ 목이 쉬거나 피곤할 때는 음성 사용을 자제한다. ⑧ 목에 힘을 주고 말하지 않는다. ⑨ 고함을 지르거나 흥분해서 소리치지 않는다. ⑩ 극단적인 고음이나 저음을 내지 않는다. ⑪ 이상한 소리를 흉내 내지 않는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전 세계 디지털 당뇨병 관리 시장은 연평균 23.8% 성장하고 있다. 2024년에는 약 200억 달러(약 2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인 당뇨병 디지털 의료기기로 꼽히는 연속혈당 측정기(CGM)와 체내에 인슐린을 주입해주는 인슐린 펌프는 인공지능(AI), 무선 송수신,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등 첨단 IT를 결합하면서 기능의 차별화를 도모하고 있다. 메드트로닉은 1983년 최초의 인슐린 펌프, 2009년 세계 최초의 인슐린 펌프 및 연속혈당 측정기 통합형 시스템을 출시했다. 1997년부터 메드트로닉의 연속혈당 측정기 알고리즘 개발에 참여해 관련 임상 연구를 이끌어온 신 존 시니어 디렉터를 만나 당뇨병 관리 의료기의 기술 발전 동향을 짚어보고 인공 췌장 시스템 등 미래 기술에 대한 전망을 들어봤다.홍은심 기자=간단한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신 존 시니어 디렉터=미국 남가주대학을 졸업했다. 수면 공학에 관심이 있어 석·박사 과정을 밟던 중 ‘미니메드’를 알게 됐다. 당시 미니메드는 연속혈당 측정기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준비 중이었는데 데이터를 분석해 줄 대학원생을 구하고 있었다. 미니메드는 2001년 메드트로닉에 인수됐다. 그때 인연으로 시작해 메드트로닉에 26년째 근무 중이다. 홍 기자=연속혈당 측정기에 관해 설명해달라. 신 존=연속혈당 측정기가 있기 전에는 손가락에서 채혈해서 혈당을 측정해야 했다. 이 방법에는 많은 제약이 있다. 손가락 채혈은 하루 2번 하는 환자, 10번 하는 환자 등 환자마다 채혈 횟수가 다를 뿐만 아니라 채혈 횟수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지속해서 혈당을 측정해 줄 수 있는 기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연속혈당 측정기 개발을 시작했다. 메드트로닉은 궁극적으로 측정 데이터(혈당값)를 바탕으로 인슐린 주입까지 해주는 인공 췌장을 구현하고자 하는데 연속혈당 측정기는 이를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었다. 홍 기자=최근 출시된 연속혈당 측정기 가디언 4는 어떤 기능이 추가됐나. 신 존=기존 제품의 알고리즘 개선으로 더 이상 손끝 채혈 없이도 정확한 혈당값을 도출해 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자사의 기존 연속혈당 측정기는 사용자가 측정된 신호를 혈당과 비교해 데이터를 바로잡는 작업이 필요했다. 환자는 12시간마다 손끝 채혈을 통해 혈당값을 측정하고 기록해야 했는데 인공지능, 머신러닝(ML)과 같은 기술을 접목해 신호에 대한 계산 모델을 개선했다. 또한 저혈당 및 고혈당에 이르기 전에 예측 알람이 울리도록 했다. 홍 기자=인슐린 펌프 ‘미니메드 780G’에는 어떤 새로운 기술이 접목됐나. 신 존=식사 감지 기술 알고리즘을 통해 환자가 필요로 하는 인슐린양을 측정하고 자동으로 바로잡아주는 기능이 있다. 기저(기초) 인슐린은 환자가 일상에서 필요로 하는 기본적인 인슐린을 말한다. 먹거나 활동하지 않을 때도 포도당 수치가 올라가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인슐린이 분비돼야 하는데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의사는 환자에게 대략적인 인슐린 양을 예측해 주입될 수 있도록 사전에 정해놓는다. 반면 식사 인슐린은 식사량에 따른 혈당 변동 수치를 예측해 주입하는 인슐린이다. 미니메드 780G는 자동 보정 기능을 탑재해 5분마다 환자에게 필요한 인슐린양을 측정하고 주입량을 결정한다. 환자가 탄수화물 양을 완벽하게 계산하지 않아도 시스템이 알아서 혈당을 조절할 수 있도록 인슐린양을 조절해 준다. 홍 기자=인슐린 펌프와 연속혈당 측정기에 사용하는 소모품의 교체 주기는 어떤가. 신 존=인슐린 펌프에 사용하는 인슐린 주입 세트와 레저버의 교체 주기는 3일이다. 미국에는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주입 세트와 레저버도 출시돼 있다. 연속혈당 측정기 센서는 7일 간격으로 교체가 필요하다. 센서의 변경 횟수를 줄이기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홍 기자=인슐린 펌프와 연속혈당 측정기가 인공 췌장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신 존=유럽에서는 이미 200∼300명의 환자가 체내 삽입 펌프를 사용하고 있다. 다만 환자마다 선호하는 유형이 달라 체내 삽입을 원하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체외용 제품을 원하는 환자도 많다. 당뇨병 환자가 혈당 관리로부터 자유롭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관리할지 다양한 옵션을 만들어 주는 것도 우리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메드트로닉이 연구를 많이 하는 이유도 결국 환자와 의료진에게 다양한 치료 옵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서울 중구 인제대 서울백병원이 경영 악화로 개원 82년 만에 폐원 위기에 놓였다. 5일 서울백병원 관계자는 “20일 이사회를 열고 서울백병원 경영정상화 기획단(TF)에서 결정한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의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폐원안이 의결되면 1941년 ‘백인제 외과병원’ 이름으로 문을 연 서울백병원은 사라지게 된다. 이사회에 폐원안이 상정된 것은 지난 20년간 누적된 적자 때문이다. 올해까지 서울백병원 누적 적자는 1745억 원에 달한다. 경영난 벗어나기 위한 노력에도 적자 이어져서울백병원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2016년부터 경영 정상화 TF를 운영해왔으나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병원은 2017년부터 276개였던 병상수를 122개까지 줄이고, 인건비를 절감하기기 위해 인턴 수련 병원으로 전환해 전문의(레지던트)를 받지 않았다. 또 매출을 늘리기 위해 병동을 리모델링하고 매년 30억∼50억 원씩 투자했다고 밝혔다. 폐원 여부를 본격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는 폐원 결정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나서 갈등이 예상된다. 지역사회의 유일한 대학병원인 서울백병원을 경제적인 논리만으로 폐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12일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는 9층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원 폐원안을 이사회에 상정하겠다는 TFT 결정을 취하하고 병원 회생과 발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서울백병원 교직원들과 대화하기를 요구한다”라고 밝혔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묵묵히 일했으나 법인에서는 서울백병원 적자의 책임을 교직원들에게 돌리며 병원을 되살리기 위한 그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인력 감축만을 끊임없이 요구했다는 것이 교수협의회의 주장이다. 또한 교수협의회는 “2021년 지금의 원장이 부임하면서 법인 요구대로 레지던트 수련 병원 포기, 응급센터 축소, 대규모 인력 감축, 공간 리모델링을 시행했고 이를 받아들이면 월 10억 원 정도의 적자 규모는 모태 병원의 상징성을 고려해 감수하고 병원을 유지하겠다고 의료원장이 밝혔었다”라며 “하지만 리모델링 완료와 함께 준비했던 활성화안을 시도조차 하기 전에 법인에서는 폐원을 위한 수순에 들어갔다”라고 주장했다. 교수협의회 “고용 승계 비현실적 의료 공백 우려”학교법인 인제학원은 서울백병원 외에도 상계·일산·부산·해운대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인제학원은 서울백병원이 폐원하더라도 법인 내 다른 병원을 통해 400명 가까운 직원의 고용은 승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교수협의회는 고용 승계에서도 전환 배치가 가능한 수도권 내 상계백병원과 일산백병원은 최근 경영이 악화하고 있어 서울백병원 교직원을 받아들일 여력이 있는지 의문이며 교직원의 동의 없이 생활권이 다른 부산 지역 병원으로 전출하는 것은 묵과할 수 없는 탄압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더불어 교수협의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과 같은 공중보건 비상사태는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으며 지금도 응급 환자를 이송할 병상이 부족해 지역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라며 “이런 상황 속에서 서울백병원의 폐원은 중구를 비롯한 서울 도심의 심각한 의료 공백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감을 피력했다. 교수협의회는 “경제적인 논리로 병원문을 닫고자 하는 재단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평생 병원을 위해 헌신하며 일해온 서울백병원 교직원들과 평생 이 병원을 통해 건강을 관리해온 환자들의 의견도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울백병원 관계자는 “다각적인 경영 정상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거대 자본력을 갖춘 대형 병원과의 경쟁, 유동 인구는 많지만 상주 인구는 부족한 지역적 특색으로 적자폭이 줄어들지 않았다”라며 “전체 학교법인 재정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와 동시에 폐원안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아직 폐원 결정이 난 것은 아닌 만큼 이사회의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형 병원이 경영난 악화로 폐원한 사례는 부산에도 있었다. 부산 금정구 남산동 침례병원은 부산을 대표하는 민간 병원이었다. 1951년 중구 남포동에서 진료를 시작해 영도구와 동구를 거쳐 2000년 금정구로 옮겨왔다. 600여 개 달하는 병상과 응급 의료시설을 갖춘 침례병원은 금정구를 비롯한 동부산 지역 대표 의료기관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전 이후 의료 서비스 안팎 상황이 급변하면서 경영난이 시작됐고 한때 30억 원을 넘던 월 매출은 1억 원대로 급감했다. 직원 임금까지 주지 못하며 의료 서비스에도 차질이 생겼다. 결국 2017년 1월 잠정 휴업에 돌입한 뒤 다시는 문을 열지 못하고 같은 해 7월 폐업했다. 법원 매각 절차 끝에 422억7000만 원에 민간에 매각되며 병원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우리 몸의 근육은 25∼30세에 최고조에 달했다가 40세 무렵부터는 크게 줄어든다. 특히 등 근육과 복근, 엉덩이 근육, 넓적다리 근육과 같이 큰 근육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근육이 움직이면서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근육량이 줄면 체온이 내려간다. 이때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당이 충분하게 연소하지 않으면서 체내에 잉여물이 남게 되는데 이러한 잉여물이 혈관을 막으면 고지혈증과 당뇨병 등의 발생 위험이 커진다. 근육량이 줄면 기초대사량이 떨어져서 살이 찌기 쉽다. 기초대사량은 호흡, 체온 유지 등 우리 몸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다. 기초대사량이 높으면 체내에서 소비하는 에너지가 많아 조금만 운동해도 살이 쉽게 빠지고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살이 덜 찐다. 또한 근육량이 줄면 균형 감각도 떨어져 쉽게 넘어지고 다칠 가능성도 크다.》평소 꾸준한 근력 운동으로 근육 손실 막아야근육은 근력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기관이다. 근력과 건강의 밀접한 관계는 많은 연구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얼마나 운동해야 근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여러 연구에 따르면 근육량은 30세쯤 정점에 달하고 40세 이후에는 해마다 1%씩 감소해 80세가 되면 절반 정도로 줄어든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40대부터는 근력 운동을 통해 근육의 손실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는 중·장년층은 체력이 이미 많이 떨어진 상태인데다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을 앓고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근력 운동과 함께 가벼운 유산소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운동은 적어도 일주일에 2∼3회, 한 번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 한다. 근력 운동은 어깨부터 허리, 가슴, 복부, 다리 등 주요 근육을 골고루 발달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근력 강화 운동을 하는 것이 좋지만 여유가 없다면 집에서 아령이나 덤벨 들어 올리기 등을 꾸준히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 밖에도 팔굽혀 펴기, 계단 오르내리기 등도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근력 운동이다.운동 효과를 보려면 얼마나 걸어야 할까 걷기 운동은 건강을 지키고 질환을 예방하는 가장 쉬운 운동법이다. 부상의 위험이 적고 폭넓은 건강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운동 강도가 심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실천하기 쉬운 운동법이다. 걷기 운동은 매일 꾸준히 하루 10분 정도로 시작하면 좋다. 첫날부터 장시간 걷는 것은 힘든 데다가 계속하지 않으면 운동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걷는 것에 익숙해졌다면 서서히 보행 시간을 늘리면서 운동 효과를 측정해 본다. 20분 이상의 걷기 운동으로도 지방 연소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아침에 걸으면 세로토닌 분비로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단시간 걷기는 부담이 적어 고령자, 임산부도 쉽게 할 수 있다. 가까운 마트에 갈 때 걸어서 가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면서 운동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단시간 걷기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기 어렵다. 따라서 식사의 열량 섭취량에 주의하면서 꾸준히 지속할 필요가 있다. 반면에 장시간 걸으면 꾸준히 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체력을 만드는 데 좀 더 용이하다. 그에 따라 대사량도 높아져 체중 감량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습관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시간 걷는 것은 피로가 쌓일 수 있기 때문에 걷기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무리하지 않도록 주의한다.올바르게 걷는 방법 알아두면 도움 돼나이가 들어도 오랫동안 보행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세’가 중요하다. 자세가 올바르지 않으면 아무리 열심히 걸어도 의미가 없다. 건강을 위해서는 오래 걷는 것보다 바르게 걷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바른 자세로 걷기 위해서는 복근과 등 근육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벽을 이용해 올바른 자세를 기억하고 복근과 등 근육의 감각을 잡는 것이 좋다. 올바른 자세를 만들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연습해 보는 것도 좋다. 우선 벽에 뒤꿈치, 엉덩이, 등, 머리를 붙이고 선다. 벽에 기대어 서면 매우 편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복근에 상당한 힘이 들어간다. 머리를 벽에 붙인다. 시선은 똑바로, 턱은 바짝 당긴다. 눈을 내리뜨면 어깨가 안쪽으로 말려 자세가 무너지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양어깨를 단단히 벽에 붙인다. 이때 양어깨 뼈 사이의 근육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으면 팔꿈치도 벽에 붙는다. 엉덩이는 벽에 댄다. 허리와 벽 사이의 간격이 주먹 하나 정도 벌어진다면 허리가 뒤로 굽어진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손바닥만큼의 틈이 벌어지는 정도가 이상적이다. 무릎과 무릎은 살짝 붙인다. 무릎이 붙지 않으면 ‘O자 다리’다. 마지막으로 뒤꿈치는 붙인 상태에서 발끝은 주먹 하나 정도로 벌린다. 복근에 힘이 들어가면 올바른 자세를 만들고 있다는 증거다. 걸을 때는 뒤꿈치부터 착지하고 엄지발가락 관절 쪽으로 중심을 이동하는 것이 핵심이다. 발이 땅바닥에 닿을 때 발의 뒤꿈치가 닿는다. 이때 발끝은 위로 들어야 한다. 다음으로 발바닥이 닿고 마지막으로 발끝으로 지면을 힘차게 누르면서 앞으로 이동하면 좋은 걷기 자세다. 이렇게 걸으면 다리 안쪽의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O자 다리’를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다. 8자로 발을 벌리고 걷는 것은 자세를 뒤틀리게 해 골반과 무릎의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11자 형태로 걷는 것이 좋은데 이를 제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양발의 안쪽과 양 무릎의 안쪽 면이 항상 스치는 듯이 유지하면서 걷는 것이 제대로 된 방법이다. 워킹협회를 구성하고 전 국민 바른 걷기 운동을 추진하고 있는 오한진 한국워킹협회 회장(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은 “중년 이후에는 심장, 뼈, 심폐 기능을 증진하는 유산소운동이 좋다”라며 “걷기는 부상 위험이 다른 운동보다 적으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고려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김신곤 교수팀이 칼슘과 비타민D 혼합복용이 사망 발생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우리나라는 칼슘 섭취가 비교적 적은 나라 중 하나다. 칼슘 섭취에 관한 기존 연구는 서양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고 비타민D 관련 대규모 임상 연구도 있었지만, 연구 대상 설정에서 우리나라 현실과는 달랐기 때문에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실정이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코호트 데이터를 활용해 90일 이상 칼슘보충제를 단독으로 복용한 6256명과 칼슘보충제와 비타민D를 함께 병용한 2만1590명 등 총 2만7846명의 환자 데이터를 통해 두 그룹 간의 사망률을 분석했다.연구 결과 칼슘보충제 단독 복용 군은 칼슘보충제 및 비타민D를 복용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전체 사망률에서는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비타민D와 칼슘보충제를 혼합 복용한 경우에는 복용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전체 사망률이 15% 낮아지는 것이 관찰됐다. 특히 심혈관 관련 사망위험도가 28%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65세 고령인 경우, 기저질환으로 심혈관이나 암 질환이 있는 경우에 더 효과가 있는 것으로 관찰됐다.연구팀의 김경진 교수는 “칼슘과 비타민D의 병합 요법이 사망률의 위험도를 낮추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라며 “비타민D 취약 군에게는 칼슘과 비타민D 병합요법을 적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인 내과학회지 저널에 게재됐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마늘종은 꽃대가 완전히 자란 마늘의 꽃줄기를 의미한다. 마늘 속대, 마늘 싹, 마늘종이라고도 부른다. 마늘 특유의 매운맛은 마늘종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마늘만큼 냄새가 심하지 않다. 그래서 나물 요리나 볶음 요리에 마늘종이 자주 등장한다. 마늘종은 아삭아삭한 맛이 좋아 생으로 쌈장에 푹 찍어 먹어도 맛있지만 소금물에 살짝 데치면 초록빛이 확 살아나면서 한결 부드러운 맛을 즐길 수 있다. 고기 구울 때 버섯이나 양파와 함께 구워 먹어도 근사한 곁들임 채소가 된다. 마늘종에는 알리신이 많이 들어 있다. 알리신은 알린이 변화한 물질로 마늘 특유의 매운맛과 냄새의 원인이 된다. 알린은 아무런 향이 없지만 마늘 조직이 상하는 순간 알린 조직 안에 들어있는 알리나제가 작용하면서 알리신으로 변화한다. 알리신은 강력한 살균 및 항균 작용을 한다. 식중독균을 죽이고 위궤양을 유발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까지 죽이는 효과가 있다. 또한 알리신은 소화를 돕고 면역력도 높이며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 콜레스테롤이 빠진 만큼 체내 지방도 적게 쌓여서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 알리신의 항균 효능은 항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마늘종과 궁합이 좋은 식재료로 건새우와 멸치가 있다. 짭짤한 해산물과 아삭한 마늘종의 식감이 조화를 이루기도 하지만 영양학적으로도 상호 보완이 가능하다. 마늘종에는 상대적으로 단백질과 칼슘이 부족한데 건새우와 멸치를 첨가하면 이 점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돼지고기는 육류 중에서 비타민 B1 함량이 높은 편에 속하므로 마늘종과의 궁합이 좋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마늘종을 한 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속 쓰림 또는 복통이 유발될 수 있다. 알리신이 체내에 너무 많이 유입되면 위가 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하루 120g 이하로 마늘종을 섭취했을 때 안전하게 마늘종의 효능을 누릴 수 있다. 마늘종은 진한 녹색을 띠며 줄기가 곧고 탄력이 있는 것일수록 신선도가 높다. 끝부분의 꽃봉오리가 단단히 닫혀 있는 마늘종일수록 줄기가 연하고 먹기 좋다. 반면 줄기가 억세고 누런빛을 띠는 마늘종은 수확한 지 오래됐을 가능성이 크므로 고르지 않는 것이 좋다. 마늘종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썰은 후 간간한 소금물에 1시간 이상 절인 후 흐르는 물에서 두어 번 헹궈 냉동 보관한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사용자가 물으면 원하는 답변을 척척 하는 ‘AI(인공지능) 챗봇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오픈AI의 AI 챗봇인 챗GPT가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으고, 마이크로소프트(MS)는 챗GPT의 성능을 개선한 AI 챗봇을 탑재한 검색엔진 ‘빙’을 내놨다. AI 챗봇은 방대한 분량의 언어 데이터를 학습해 사용자의 질문에 사람처럼 답변해준다. 열흘간의 해외 출장 일정으로 유럽을 방문한 주말. 챗GPT가 알려준 파리 여행 일정을 따라가 봤다. 챗GPT의 당일 파리 여행은 다소 빡빡했다. 아침 일찍이 일어나 에펠탑에서 일출을 봐야 한다고 했다. 전날 자정이 다 돼서 파리에 도착한 기자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아직 시차 적응이 됐을 리 없다. 일출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에펠탑 근처 카페에서 파리의 아침 식사는 할 수 있었다. 빵 냄새가 솔솔 풍기는 카페를 찾아 파리에 도착했음을 느끼며 크루아상과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먹었다. 전날 비가 조금 왔던지, 아침 공기가 상쾌했다. 기분 좋은 한국의 봄 날씨와 같았다. 에펠탑 근처 공원과 골목을 산책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호텔 방으로 들어왔다. 챗GPT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꼼꼼하고 세세하게 일정을 짜주었다. 아침 식사 후에는 센강을 따라 산책하며 멋진 파리의 풍경을 감상해야 한다고 했다. 강을 따라 3.5㎞ 정도 걸으면 루브르박물관과 유명한 노트르담 대성당이 나온다. 루브르박물관은 프랑스의 수도 파리 중심가 제1구에 있다. 제1구는 파리를 구성하는 20개의 행정구 중 하나다. 파리시의 중앙에 자리하고 센강 북안에 접해 있다. 루브르박물관은 전 세계 거장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세계적인 박물관이다. 해마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세계 3대 박물관이지만 원래는 전혀 다른 용도로 쓰였다. 1190년 필립 2세가 앵글로 노르만족의 공격으로부터 파리를 보호하기 위해 외벽과 탑, 내부 건물로 이뤄진 요새를 지은 것이 루브르박물관 건물의 시초다. 아직도 루브르박물관 지하 홀 등 곳곳에 요새로 쓰였던 흔적이 남아 있다. 루브르박물관엔 ‘모나리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3만5000점의 작품이 전시 중이다. 1848년 이전까지의 작품들, 오롯이 고전주의 작품들로만 채워진 장소다. 누군가는 루브르박물관의 방대한 작품들을 제대로 보려면 3박 4일은 걸린다고 했다. 챗GPT의 여행 일정은 오전에 루브르박물관 방문 후, 샹젤리제 거리에 가서 쇼핑하는 것까지였다. 하지만 박물관에서 넋을 놓고 작품들을 감상하기 바빴던 기자의 다리는 이미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점심은 라틴 쿼터에 있는 협곡 거리에 가서 하라고 했다. 다행히 루브르박물관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2019년 화재로 복구공사 중인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남쪽으로 센강을 건너면 라틴 쿼터다. 학생이 많아지며 팽창한 일종의 학생 지구인데 파리 중세 대학의 시발점이 됐다. 13세기 토마스 아퀴나스가 이 대학에 처음 왔을 때 노트르담 신건물인 대성당은 준공한 지 얼마 안 된 백색 초고층 건축으로 유럽 대륙에선 높은 건물 중 하나다. 대성당과 대학은 하나의 유기체적 건축군을 이루며 중세 시대 아퀴나스 같은 세기의 천재를 파리로 끌었다. 늦은 점심을 하고 나니 이미 오후 4시가 넘었다. 챗GPT가 다정하게도 저녁 식사를 하기 전에 카페에서 유명한 파리의 디저트 마카롱을 맛보라고 한다. 이런 제안이면 얼마든지! 챗GPT를 따라 한 파리 여행은 어느 단체 여행사의 일정만큼이나 빽빽했다. 여유로운 파리를 즐기려면 발길 닿는 대로 다니길 권한다. 발길 닿는 곳곳에 아름다운 건축물과 유서 깊은 박물관이 있는 곳이 파리이므로.파리=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비타푸드 유럽은 110개 이상의 국가에서 매년 2만5000명 이상의 업계 전문가가 참석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건강기능식품 박람회다. 이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비타푸드 유럽(Vitafoods Europe 2023)’에 기자가 직접 다녀왔다.전 세계적으로 건기식 성장세지난해 건기식 시장 규모는 전년 5조6902억 원 대비 8% 증가하며 6조 원을 넘어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건기식 판매 업소는 2019년 8만1559개에서 2020년 9만1489개로 12%가량 크게 증가했다. 또 건기식 시장에 대기업까지 지속적으로 진출하면서 강화된 업계 경쟁 강도가 올해 지속될 가능성도 엿보이는 상황이다. 26회째를 맞은 비타푸드 유럽은 세계 건기식 시장의 트렌드와 기술을 조망하고 업계 간 파트너십을 강화할 수 있는 교류의 장이다. 면적 5만7500㎡에 참가 기업 1250개, 관람객 약 2만5000명을 기록한 대규모 전시회다. 이번 비타푸드 유럽에서는 친자연적·친환경적 트렌드가 두드러졌다. 과일, 식물 등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원료를 최소한으로만 가공해 육체와 정신 건강을 함께 케어하는 새로운 트렌드가 주를 이룬 것. 건기식을 담는 용기도 ‘100%로 재활용 가능’ ‘CO 절감 용기’ 등의 문구를 내세웠다. 기능도 중요하지만 맛도 중요해졌다. 다양한 원료를 기반으로 한 젤리 타입의 건기식 제품도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젤리 타입의 건기식이 기존 유아용 제품에서 성인용 제품까지 확대되며 트렌드 반열에 오르는 모양새다. 최근 최초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FDA의 승인을 받는 등 장 건강을 넘어 다양한 기능성이 주목되고 있는 ‘프로바이오틱스’의 인기도 여전했다. 지난해 국내 수면 건강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약 15% 늘어난 약 550억 원(추정치)에 달하며 성장세를 보이는 영역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기준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2017년 56만 명 △2018년 59만 명 △2019년 63만 명 △2020년 65만 명 △ 2021년 68만 명 △2022년 80만 명 등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번 박람회에서도 정신 건강 관련 소재들이 많아졌다. 스트레스 완화, 긴장 완화, 수면 개선 등의 건기식 성분이 인기를 끌었다. 국내 업체들도 수면 건강 시장 규모가 커지는 점에 주목해 제품 연구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특히 수면 건강 개선을 포함한 ‘멘탈케어’에 관여하는 제품 개발을 위한 움직임이 눈에 띈다. CJ웰케어는 최근 편안한 잠을 위한 ‘닥터뉴트리 슬립메이트 락티움’ 제품을 선보였다. 수면 건강 등 소비자가 원하는 기능의 제품을 닥터뉴트리 브랜드를 통해 출시를 이어갈 계획이다. hy는 올해 ‘위-장-간’ 라인업을 잇는 차세대 전략 제품인 ‘스트레스케어 쉼’을 선보였다. 기존의 장 건강 중심의 발효유 기능성을 멘탈 헬스케어 영역으로 확장시킨 것. 특정 연령대가 아닌 수험생, 직장인 등 다양한 고객층을 공략하고 있다. 박람회 장에서 익숙하고 반가운 한국 기업도 만나볼 수 있었다. 이번 박람회에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운영하는 한국관에 입주한 11개 기업을 비롯해 쎌바이오텍, 메디오젠, 동국제약 등이 참가했다. 국내 기업 부스에서는 직접 맛도 보고 실제 구매 상담까지 현장에서 원스톱으로 진행됐다. 박람회 한편에는 주최 측에서 새롭고 혁신적인 제품만을 선별해 소개하는 ‘New Product Zone’이 있다. 건기식의 새로운 트렌드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하는 이 공간은 바이어의 관심도가 높은 곳이다. New Product Zone에서 한국 브랜드 듀오랩(DUOLAB)을 만날 수 있었다. 듀오랩은 쎌바이오텍이 지난 11월 새롭게 선보인 영양제 브랜드다. 쎌바이오텍은 지난 28년 동안 유산균의 다양한 기능성을 연구해 ‘시너지 유산균’이 영양제의 흡수율을 높인다는 새로운 역할을 발견했다. 비티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으로 박람회가 중단됐던 2020년을 제외하고 2014년부터 10년간 매년 비타푸드 유럽에 참가한 한국 기업이다. 기능성 원료 소재를 개발하고 유통한다. 박람회 장에서 만난 김태영 비티씨 대표는 “자체 개발한 발효 홍삼 ‘FermenGIN’, 피부 건강에 효능이 있는 ‘DermaNIA’, 노인 근력 개선을 위한 ‘Bio-GTE’ 등을 전시하고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시장 규모 키우기 위해 개선해야 할 과제도유럽 시장에서는 건기식이 약국을 통해 가장 많이 유통된다. 이 밖에 자사 채널을 활용한 직접 판매, 드러그 스토어, 건강 전문점 등에서 취급한다. 물론 온라인 판매도 가능하지만 의료 전문가와 상담한 이후 약국을 통해 구입하는 것이 일반적인 구매 행태다. 이 때문에 유럽 시장에서는 일반 소비자보다 약사와 같은 의료 전문가를 먼저 설득해야 하며 제품의 안전성, 기술력이 가장 중요한 설득 요소가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 제품이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은 까다로운 유럽의 건기식 규제 기준을 충족하고 안전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박람회 장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들은 건기식에 대한 우리나라 식약처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고 입을 모은다. 많은 나라가 건기식 제품을 등록할 때 신고제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허가제이고 해외 건기식 성분을 수입할 경우 임상을 다시 해야 하는 일도 다반사라는 것이다. 조경원 씨제이웰케어 상무(연구소장·약학박사)는 “해외의 건기식 소재를 우리나라에 수입할 경우 임상 시험을 국내 기준에 맞게 다시 해야 하는 일도 다반사”라며 “건기식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커졌지만 국내는 아직 여러 가지 규제가 많아 수출·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제네바=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황색포도상구균이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피부 지질 조성을 바꾸고 피부 장벽의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직접 원인으로 밝혀졌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안강모·김지현 교수, 미국 내셔널주이시 헬스병원 도널드 륭·엘레나 골레바 교수, 김병의 박사 공동 연구팀은 아토피피부염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의 작용 기전을 규명해 유럽 알레르기 및 임상 면역학회 공식 학술지 ‘알레르기’ 최근 호에 발표했다.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피부에는 정상인과 달리 황색포도상구균이 흔히 분포하고 이에 따라 아토피피부염의 증상을 악화시키고 중증도를 높인다. 가려움, 진물과 같은 증상을 유발해 수면장애를 일으킴으로써 삶의 질을 극도로 악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알레르기 행진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기존 연구에서는 황색포도상구균이 초 항원, 다양한 독소 물질 및 지질 단백질을 분비해 피부 염증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황색포도상구균이 피부의 지질 조성을 바꿈으로써 피부 장벽 기능을 더욱 약화시킨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결국 황색포도상구균이 피부에 한 번 침투하면 피부 보호막을 계속 무너뜨려 침투가 더욱 쉽도록 황색포도상구균 스스로 ‘악순환의 반복’을 만들고 있었던 셈이다. 연구팀은 소아 아토피피부염 환자 24명과 정상인 소아 대조군 16명에서 테이프를 이용한 피부 수집 방법으로 피부 지질의 조성을 분석하고 황색포도상구균의 존재 여부를 조사했다. 이를 통해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된 아토피피부염 병변에서는 중증도가 심하고 경피 수분 손실이 높아서 피부는 더욱 건조해지고 피부 장벽 기능이 약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병변에서의 피부 지질의 조성을 보면 피부 장벽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긴 사슬지방산의 비율이 낮아지고, 상대적으로 피부 장벽 기능 유지에 불리한 짧은 사슬 지방산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음도 확인했다. 또한 연구팀은 이러한 차이가 발생한 이유를 밝히기 위해 3차원 세포배양시스템을 통한 세포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항생제에 민감한 황색포도상구균은 피부 각질 세포로부터 TNF-알파(TNF-α), 인터류킨-1베타(IL-1β)와 같은 사이토카인의 생산을 유도해 긴 사슬 지방산 합성에 관여하는 효소인 ELOVL3의 발현을 억제함을 관찰했다. 흥미롭게도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황색포도상구균은 피부 각질 세포로부터 추가로 인터류킨-6(IL-6), 인터류킨-33(IL-33)과 같은 사이토카인의 생산을 유도해 긴 사슬 지방산 합성에 관여하는 효소인 ELOVL4의 발현도 추가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황색포도상구균은 피부 장벽 기능과 관련이 있는 지방산의 탄소 사슬 길이를 감소시키는 형태로 피부 지질 조성의 변화를 일으키고 피부 장벽 기능을 약화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현상은 항생제 내성균에서 더욱 강력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연구팀은 “황색포도상구균이 이미 알려진 것처럼 피부 염증을 악화시켜서 피부 장벽 약화에 간접적으로 기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직접적으로도 피부 장벽의 지질 조성 변화와 기능 장애를 일으키고 있음을 규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라면서 “아토피피부염이 심할수록 황색포도알구균의 군집이 더욱 많아지므로 앞으로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치료에 있어서 피부 위생 관리와 함께 미세먼지와 같은 악화 요인 회피, 적절한 항염증 치료를 통해 황색포도상구균, 특히 항생제 내성균의 군집을 막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연구용역사업을 통해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우리 몸의 장기는 심장의 펌프질로 적절한 혈액을 공급받아 영양분과 산소를 얻게 된다. 이렇게 혈액을 펌프질해주는 심장 역시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혈액을 공급받아야 하는데 심장에 혈액을 공급해주는 혈관을 ‘관상동맥’이라고 한다. 관상동맥은 심장 자체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해 심장을 먹여 살리는 혈관이라고 할 수 있다. 관상동맥 질환은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게 돼 심장근육에 충분한 혈액 공급이 이뤄지지 못할 때 나타나는 병이다. 이런 관상동맥 질환이 바로 허혈성 심장질환이며 협심증, 심근경색증 또는 급사(심장 돌연사)로 나타난다. 심장병 환자는 여성보다 남성이 많고 중년 이상의 환자가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를 보면 2021년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50∼60대 남성은 36만215명으로 전체 환자 100만여 명 중 약 36%에 달한다. 관상동맥이 좁아지는 원인은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과 같은 지방질이 쌓이는 죽상경화증과 이에 동반된 혈전 때문이다. 위험 인자로는 고지혈증, 흡연, 고혈압, 당뇨병, 비만 등이 있다. 협심증은 죽상동맥경화와 혈전으로 관상동맥의 내부 지름이 좁아져 심장근육으로의 혈류 공급에 장애가 생기는 경우를 말한다. 관상동맥이 좁아져 있기는 하지만 협심증 환자도 휴식 중에는 어느 정도 심장근육에 혈액 공급이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운동을 하거나 힘든 일을 하는 경우, 또는 정신적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므로 필요한 혈액의 양이 증가하게 된다. 협심증 환자는 관상동맥이 좁아져 있으므로 이러한 상황에서 혈액 공급을 증가시키는 데 한계가 있고 따라서 상대적으로 심장으로 가는 혈액량이 심장이 필요로 하는 양보다 부족한 상태가 돼 가슴에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때 휴식을 취하면 심장이 요구하는 혈액량이 감소하게 되므로 증상이 사라진다. 심근경색증은 보통 죽상동맥경화로 협착이 일어난 관상동맥에 갑자기 핏덩이가 생기고 이에 따라 심장근육으로 가는 혈류가 완전히 차단돼 발생한다. 이 경우에는 휴식을 취하더라도 가슴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다. 심장근육에 혈액이 30분 이상 공급되지 못하면 해당 부위의 근육세포가 죽게 되고 심장 근육세포가 죽은 부위는 기능을 전혀 할 수 없으므로 심장의 펌프 기능이 떨어져 심부전(심장 기능 저하 상태)으로 진행될 수 있다. 급사 또는 심장 돌연사란 증상이 나타난 지 1시간 이내에 사망하는 경우를 말한다. 허혈성 심장질환의 진단은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을 의심할 수 있는지 확인한 후에 여러 가지 검사를 하게 된다. 심장 초음파는 간편하게 할 수 있는 검사로 허혈이 있는 심근의 운동 저하를 확인하게 된다. 허혈성 심장질환은 주로 약물 치료와 관상동맥 성형술, 관상동맥 우회술 등의 방법으로 치료한다. 협심증은 대부분 약물 치료를 기본으로 한다. 약물로 증상이 개선되지 못한 경우에는 관상동맥 성형술로 혈관을 확대하는 수술을 하거나 우회적으로 혈관을 연결하는 우회술을 한다. 허혈성 심장질환의 원인이 되는 동맥경화는 대부분이 생활 습관병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평소 식생활 습관이나 운동으로 예방할 수 있다. 질환이 발병한 후에는 약물 요법을 잘 지키고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하면서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창범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심장질환을 앓는 환자는 등산과 같은 격렬한 운동을 간간이 하는 것보다는 규칙적으로 일주일에 3∼4회 이상 유산소운동으로 몸을 단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디지털 치료 기기(DTx)는 약과 주사 등 전통적인 의약품은 아니지만 디지털 기술을 통해 장애나 질병을 예방·치료·관리하는 소프트웨어다. 의사 처방 뒤 사용해야 하고 치료 효과가 검증됐다는 점에서 단순히 건강을 관리해주는 헬스케어 어플리케이션(앱)과 다르다. 인체 전기자극 등을 통해 정신계나 면역계, 대사질환을 치료하는 전자 약과도 다르다.의사 진료 후 앱을 처방받아 사용소프트웨어가 의료기기로 인정받아 병·의원 치료 등에 쓰이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에임메드가 개발한 불면증 치료 소프트웨어 솜즈가 올해 2월 국내 첫 디지털 치료 기기 허가를 받은 데 이어 4월 웰트가 개발한 인지 치료 소프트웨어 ‘WELT-I’가 두 번째 국내 디지털 치료 기기 허가를 받았다. 현재 전 세계 14국이 이런 소프트웨어 디지털 치료 기기를 허가했으며 불면증 치료 기기 허가는 미국·영국·독일에 이어 한국이 네 번째다. 솜즈와 웰트 모두 병원에서 의사의 진료를 받은 뒤 약 대신 앱을 처방받는다. 의사가 병·의원을 방문한 환자에게 앱을 처방하면 환자는 내려받아 사용하게 된다. 환자가 수면 시간과 환경 등을 기록하는 수면 일지를 작성하면 앱이 수면의 질과 불면증 정도 등을 평가하고 이에 맞춰 카페인·알코올 섭취 제한, 수면 공간의 자극 조절 등 개선책을 제시한다. 불면증을 과도하게 걱정하는 등 심리를 교정하기도 한다. 이런 인지 행동 치료법은 6∼9주 동안 제공된다. 식약처가 국내 시험 기관 3곳에서 6개월간 임상 시험을 한 결과 솜즈를 사용한 환자의 46%가 불면증이 개선돼 수면 일지만 쓴 대조군(12%)에 견줘 개선 비율이 높았다. 오유경 식약처 처장은 “인지 행동 치료법은 불면증 증상 개선 치료 초기 단계의 비약물적 치료법인데 솜즈와 웰트의 앱은 이런 치료법으로 허가를 받은 것”이라며 “인지 행동 치료가 효과가 없을 경우 약물 치료법으로 이행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식약처 품목 허가를 받았다고 바로 상용화되는 건 아니다. 우선 보건복지부의 의료 기기 고시, 건보 적용 여부 심사 등을 거쳐야 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을 경우 환자가 부담해야 할 기기 사용료가 다른 치료법에 비해 비싸 자주 처방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디지털 치료 기기에 대해서는 현행 ‘행위별 수가제(의사의 진료 행위마다 가격을 매겨 비용을 지급하는 방식)’와 다른 방식의 건보 수가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병원 방문, 약 처방 횟수와 달리 건강보험공단이 환자의 앱 사용 빈도 등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윤 서울대 교수(의료관리학)는 “디지털 치료 기기가 쓰일 경우 처방된 앱에 대해서가 아닌 전체 치료 과정에 대해 수가를 지급해야 한다”라며 “그래야 디지털 치료 기기가 다른 치료 수단과 함께 완결적인 의료 체계로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디지털 치료 기기 품목 허가 신청 늘어정부는 디지털 치료 기기의 의료기기 품목 허가 신청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불면증 개선 용도의 다른 제품이 심사를 받는 중이고 30개 이상의 앱이 신청을 앞두고 있다는 게 식약처 설명이다. 특히 불면증·중독 증상 완화 목적의 앱들이 주로 개발되던 것과 달리 지난해부터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 장애(ADHD)나 발달장애, 경도인지장애 등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는 앱들도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1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린 제6회 규제과학혁신포럼에서 밝힌 혁신 의료 기기 통합심사·평가 현황을 보면 디지털 치료 기기,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 등 혁신 의료기기가 품목 허가 획득과 동시에 의료 현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해주는 ‘혁신 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가 현재 총 13건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혁신 의료기기 통합 심사·평가는 혁신 의료기기의 신속한 의료 현장 진입을 지원하고자 지난해 10월 도입된 제도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혁신 의료기기 지정’,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급여 대상·비급여 대상 여부 확인’,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혁신 의료 기술평가’가 동시에 진행된다. 남후희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과 팀장은 “의료기기가 허가받고 사용되기까지의 기간을 기존 280일에서 80일 이내로 단축하고자 했으며 허가 단계에서 안전성·유효성을 인정받았는데 추후에 보험 등재 과정에서 또 다른 평가를 받지 않도록 한 것”이라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쌓이는 의료 데이터, 안전한 관리도 관건디지털 치료 기기의 가장 큰 장점은 사용자의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여준다는 점이다. 환자는 병원이나 의료기관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디지털 치료 기기를 통해 치료받을 수 있다.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의료진에게 환자의 정보가 제공돼 의사는 환자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또한 디지털 치료 기기는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개인의 건강을 예측하고 예방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개인정보 보호와 방대하게 쌓이는 의료 데이터 보안 문제는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사용자의 건강 정보와 개인 식별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철저한 보안 시스템과 규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의료 데이터를 개방해 달라는 산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2020년 데이터 3법을 개정했다. 의료 데이터를 더 많은 기관이 제공, 수집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다. 이는 민간 기관이 제도로 가로막혔던 의료 데이터를 활용할 토대가 됐다. 개인정보를 비식별화하면 동의 없이도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 의료 데이터는 오랜 기간 오용과 악용 우려로 사용이 제한돼 왔다. 개인의 생활, 건강 정보는 물론 신체적, 생리적 특징이 담긴 민감 정보이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를 비식별화했어도 여러 정보를 취합하는 과정에서 정보 주체를 특정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민감 정보인 만큼 유출되면 사회적인 문제로 비화된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중년 이후 여성에서 주로 나타나는 류머티즘성 관절염이 파킨슨병의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팀에 의해서 밝혀졌다. 류머티즘성 관절염은 체내 면역체계의 오류로 자기 몸을 공격해 관절 내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신동욱 교수, 국제진료센터 류머티즘내과 김형진 교수, 고신대 복음병원 가정의학과 강지훈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10년에서 2017년 사이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40세 이상 32만8080명을 평균 4.3년 추적 관찰한 결과, 류머티즘성 관절염과 파킨슨병이 관련 있다고 밝혔다.연구팀은 류머티즘성 관절염을 앓고 있는 5만4680명과 류머티즘성 관절염이 없는 27만3400명을 대조군으로 두 집단 간 파킨슨병의 발생 위험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류머티즘성 관절염 환자군의 파킨슨병 발생 위험이 대조군보다 74% 높았다.신동욱 교수는 “연구결과는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에서 파킨슨병의 위험을 고려해 봐야 한다는 것”이라며 “운동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날 경우 적시에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또한 연구에서 류머티즘성 인자가 양성으로 나온 ‘혈청 양성형 류머티즘성 관절염’ 환자는 대조군보다 파킨슨병 발병위험이 2배에 가까운 95%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류머티즘성 환자의 약 80%가 혈청 양성 환자에 해당하는데 이번 연구에서도 전체 환자 5만4680명 중 혈청 양성인 환자가 3만9010명으로 71.3%에 달했다. 류머티즘성 관절염 환자의 상당수가 파킨슨병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결과다. 연구팀은 혈청 양성 환자가 음성 환자보다도 파킨슨병 위험이 61% 더 높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밝혔다. 기존에는 혈청 양성 환자와 음성 환자를 명확히 구분해 대규모 연구를 진행하기 어려운 탓에 이 부분을 주목한 연구가 없었다.강지훈 교수는 “대규모 코호트 연구로 혈청 양성형과 음성형 류머티즘성 관절염 파킨슨병의 위험을 정량적으로 분석한 첫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이번 연구에서는 류머티즘성 관절염 약제에 대한 탐색적 분석도 진행됐다. 연구팀은 류머티즘성 관절염을 치료할 때 쓰는 기존 항류마티스 제제(tsDMARD)와 생물학적 류머티즘성 제제(bDMARD)를 사용한 환자 차이를 비교했다. 기존 항류마티스 제제를 쓴 환자는 여전히 대조군보다 파킨슨병 위험 71% 높게 나타났지만, 생물학적 제제를 쓴 환자들은 대조군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김형진 교수는 “류머티즘 관절염에서 파킨슨병의 위험도가 증가한 것은 류머티즘성 관절염에서 보일 수 있는 신경 염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다만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한 군은 파킨슨병 위험이 크지 않게 나타난 만큼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이번 연구는 신경학 분야 최상위 저널인 미국 의사협회가 발행하는 자마뉴롤로지 최근호에실렸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국내외에서 암 예방은 물론 치료도 가능한 항암 백신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암 치료법보다 독성은 낮고 생존율은 높다는 것이 장점이다. 최근 모더나와 MSD가 공동 개발 중인 암 백신이 고위험 흑색종 환자에게서 효과를 보였다는 중간 임상 시험 결과가 발표됐다. 3∼4기 흑색종 환자 157명을 대상으로 중간 단계 임상 시험을 한 결과 ‘환자 맞춤형 암 백신 mRNA-4157(V940)’과 면역 항암제 ‘키트루다(성분 펨브롤리주맙)’를 함께 투여한 환자 79%에게서 18개월 후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맞춤형 백신은 코로나 백신에 사용된 mRNA 기술이 적용됐다. 코로나 항원 대신에 환자의 종양 세포를 분석해 가장 강력한 면역 반응을 끌어낼 것으로 추정되는 신생 항원 34개를 암호화한 mRNA가 포함돼 환자에게 맞게 종양 세포를 더 효과적으로 표적화해 제거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폴 버턴 모더나 최고의학책임자를 만나 항암 백신에 관해 물었다. 홍은심 의학기자= 최근 항암 백신이 의료계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항암 백신은 항암제인가, 백신인가. 폴 버턴 모더나 최고의학책임자= 백신은 면역 체계가 항체를 만들도록 훈련해 우리 몸이 질병과 싸우도록 돕는다. 우리 몸의 자연 방어력(면역력)을 사용해 특정 감염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고 면역 체계를 강화한다. 암 분야에서는 개인 맞춤형 신생 항원 치료제를 사용해 T세포를 훈련하고 활성화해 암세포를 더 잘 인식하고 파괴할 수 있도록 한다. 신생 항원 치료제 mRNA-4157(V940)은 환자 종양의 고유한 돌연변이에 맞는 맞춤형 항암 반응을 생성할 수 있도록 면역 체계를 준비하는 데 사용된다. 이미 존재하는 암을 치료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한다. 홍 기자= 개인 맞춤형 신생 항원 치료제는 우리 몸에서 어떻게 작용하나. 버턴 최고의학책임자= 개인 맞춤형 신생 항원 치료제는 면역 세포를 활성화하기 위해 환자의 암 특징에 맞게 설계됐다. 종양이 자라면서 유전적 돌연변이를 생성하고 이러한 돌연변이 중 일부는 환자의 암에 대한 고유한 신생 항원(면역 체계에 의해 외부 물질이라고 인식되는 단백질)을 생성한다. 종양 세포는 정상 세포에서 볼 수 없는 단백질 조각을 표면에 생성해 암의 지문 역할을 하는 표식을 만든다. 따라서 신생 항원 단백질은 맞춤형 암 치료에 적합한 표적을 제공한다. mRNA 기반 신생 항원 치료제는 세포에 환자가 가지고 있는 특정 암을 인지하고 공격하는 것을 돕는 신생 항원을 생성하도록 지시한다. 연구에 따르면 신생 항원 치료제가 특정 신생 항원 T세포 반응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그중 한 작은 연구에서는 환자 6명 중 4명에게서 암이 재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 항원 치료제의 mRNA 기술은 여러 신생 항원을 코드화할 수 있기 때문에 타 플랫폼에 비해 장점이 있다. 모더나와 머크(MSD)사가 개발한 신생 항원 치료제 후보 물질은 34개까지의 신생 항원을 코드화할 수 있다. 또한 mRNA는 DNA와 다르게 숙주 안으로 통합되지 않는다. 홍 기자= DNA 백신 등 국내 벤처 기업들도 항암 백신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mRNA 플랫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맞춤형 항암 백신은 다른 항암 백신과 어떻게 다른가. 버턴 최고의학책임자= 암 치료제는 모더나 연구·개발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우리의 mRNA 플랫폼을 이용해 설계한 최초의 치료법 중 하나다. 개인 맞춤형 항암 치료제 생산을 위해 구축된 제조 및 개발 프로세스를 통해 mRNA에 기반한 코로나19 백신을 신속하게 개발, 제조 및 출시할 수 있었다. mRNA 기반 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는 몇 가지 이점이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제조 과정의 속도와 효율성이다. mRNA 기술을 통해 전임상 모델에서 항원을 신속하게 생성하고 테스트해 후보 물질을 빠르게 정할 수 있다. 반면 mRNA 기반이 아닌 치료제들은 잠재적인 백신 구성물의 테스트를 시작하기 위한 표적 병원체의 생산, 전용 세포 배양, 또는 발효 기반 제조 생산 프로세스에 의존한다. 많은 암 환자가 치료법에 대한 임상 반응을 달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한다면 개별화된 mRNA 백신 개발의 효율성은 중요할 수 있다. 우리는 소규모 배치 생산 기술과 디지털 인프라를 통해 백신을 몇 주 안에 만들 수 있다. 또한 매사추세츠 제조 시설 내에 있는 개별화된 유닛에서 이러한 임상 시험용 맞춤 항암 백신을 만들고 개발한다. 이를 통해 우리의 파이프라인 전반에 일관된 프로세스를 사용할 수 있다. 홍 기자= 최근 AACR(America Association for Cancer Research)에서 연구 발표를 했다고.버턴 최고의학책임자= AACR에서 고위험 흑색종을 절제한 3·4기 환자를 대상으로 머크사의 면역항암제인(PD-1) 키트루다와 mRNA-4157(V940)의 병용 요법 효과를 평가하는 임상 2b상 KEYNOTE-942/mRNA-4157-P201의 세부 결과를 처음으로 발표했다. 전체 치료 의향 분석 환자군에서 mRNA-4157(V940)과 키트루다 병용 요법은 통계적으로 유의하고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의 높은 무 재발 생존율(RFS)을 보여줬다. 또한 키트루다 단독 투여군과 비교해 병용 요법은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을 44% 감소시켰다. 무 재발 생존 위험률의 감소에서 보인 결과는 해당 병용 요법이 고위험군 흑색종 환자의 수명을 잠재적으로 연장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임을 암시한다. 홍 기자= 흑색종 외에도 신생 항원 치료제가 다른 암에도 적용될 수 있나. 버턴 최고의학책임자=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보조 효과 관련 임상 3상 연구를 시작한다. 또한 비소세포폐암(NSCLC)을 포함해 다른 종류의 종양에 대한 적응증 확대를 위한 임상 개발 프로그램을 빠르게 진행할 예정이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우리가 흔히 ‘삐었다’라고 표현하는 질환은 염좌다. 일반적으로 관절을 접질리는 것을 의미한다. 움직임이 많아지는 여름에는 발목 염좌 환자도 증가한다. 발목 염좌는 발목의 바깥쪽 인대 일부가 손상되는 것으로 발목 주위에 멍이 들며 부종이나 압통으로 이어진다. 발목 관절염 조기 치료 중요무릎에 비해서 발목은 관절염이 덜 생기는 편이지만 관절염으로 인한 기능 장애는 심한 편이다. 발목 관절염은 무릎 관절염보다 발생 빈도가 25분의 1 정도로 낮다. 발목 관절염의 대부분은 과거 발목 골절이 있었거나 발목을 자주 접질리고 삐었기 때문이다. 발목 염좌로 인대가 찢어지거나 늘어나면 안정적인 관절 유지가 어렵다. 이를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본래 강도로 회복하지 못해 쉽게 발목을 접질리는 발목 불안정증, 발목 연골 손상, 발목 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퇴행성 관절염은 나이가 들면서 연골이 저절로 닳아서 생기는 일차성 퇴행성 관절염과 골절이나 자주 접질려서 발생하는 이차성 퇴행성 관절염으로 나눌 수 있다. 일차성 관절염은 특별한 원인이 없기 때문에 원발성 관절염이라고도 한다. 이차성 관절염 중에서 외상으로 생기는 관절염은 외상성 관절염이라고 한다. 발목 관절은 외상성 관절염이 더 흔하게 발생한다. 발목 관절염이 발생하면 관절의 통증과 부종이 나타난다. 통증은 주로 발목 관절의 앞쪽 또는 발등 부위 심부에서 느껴진다. 관절염의 정도에 따라 발목 관절의 변형이 심해지면 육안적으로도 변형이 관찰될 수 있다. 아침에 관절 뻣뻣함이 가장 심하고 활동하면서 점차 완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심한 변형이 지속되면 걸음걸이도 이상하고 잘 걸을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한 경우도 있다.손상 일으키는 염좌 등 주의해야발목 관절염은 X선(X-ray)으로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초기 발목 관절염은 약물·물리·주사 치료 등으로 통증을 줄이고 환자의 기능적 회복에 중점을 둔다. 관절염을 예방하고 진행을 억제하는 약제는 아직 없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약물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다. 통증 감소와 관절 기능 개선 효과가 있지만 위장 관계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보조기나 신발 교정은 관절 부위에 하중을 줄여주는 데 도움이 된다. 진행된 관절염에서는 발목 관절의 운동을 제한하고 후족부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한다. 뒤꿈치 쿠션이 있는 호상 바닥 신발창(Rocker bottom sole)은 발뒤꿈치의 충격을 감소시키고 발목의 시상 면 운동을 신발 바닥으로 전위시키는 효과가 있다. 보존적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중기 이후의 발목 관절염은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수술적 치료는 관절 연골이 일부 남아 있는 경우에 관절염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예방하고 관절을 오래 사용하기 위해 관절을 보존하는 치료법이 있다. 하지만 이미 관절염이 진행해 관절연골이 없을 때는 발목 관절 전 치환술이나 관절 고정술 등과 같이 관절을 제거하고 치료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정비오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발목을 접질리고 2∼3일이 지나도 호전되지 않으면 병원에 내원하는 것을 권한다”라며 “발목 관절염은 조기에 치료하고 관리하면 재활 치료로도 70% 이상 좋아지는 질환”이라고 말했다. 관절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생활 속 발목의 작은 손상을 주의해야 한다. 장기간 걷거나 운동을 할 때는 반드시 발목 스트레칭을 통해 발목의 피로를 최소화하고 발목 염좌를 방지해야 한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남은 약이 별로 없다. 있는 약도 의미 없다고 해서 호스피스를 알아보던 중에 엔허투가 나와서 자비로 첫 투여했습니다. 잘될 거라는 믿음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엔허투… 실비보험도 없는데 앞길이 막막합니다. 집을 팔아서라도 맞을 생각입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데 엔허투 치료비가 너무 비싸서 엄마가 치료를 못 받을까 봐 걱정입니다. 신용 대출을 받아야 할지, 월급 더 주는 곳으로 이직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기존 치료제 대비 무진행 생존 기간을 4배 이상 연장하며 허투(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인생 2막을 열 것으로 주목받는 신약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에 대한 환자의 기대감이 약값 걱정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건강보험 첫 심사 결과가 ‘재논의’로 내려지자 유방암 환자 커뮤니티에서 환자와 가족들이 절박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전이성 유방암 환자, 10년 후 5명 중 1명만 생존유방암은 검진 활성화로 조기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지면서 예후가 비교적 좋은 암으로 알려져 있지만 전체 유방암의 약 8%를 차지하는 전이성 유방암은 다르다. 우리나라 전체 유방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91.2%, 10년 생존율 84.8% 정도로 다른 고형암 대비 높은 편이다. 그러나 암이 전신으로 전이된 4기 유방암 환자는 5년 생존율 34%, 10년 생존율은 22.2% 수준으로 현저히 낮아진다. 전체 유방암의 약 20∼25%를 차지하는 허투 양성 유방암의 경우 재발과 전이 가능성이 높고 질병의 진행 속도가 빨라 예후가 좋지 않다. 그동안은 허투 양성 전이성 유방암에서 캐싸일라(성분명 트라스트주맙엠탄신) 치료에 실패한 이후 반응률과 생존 기간을 효과적으로 개선한 표준 치료법이 부재해 효과가 좋은 치료제에 대한 환자와 의료진의 요구가 매우 큰 상황이었다.허투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 위한 신약 등장다행히 허투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생존 기간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신약이 등장하면서 환자에게 희망이 생겼다. 지난해 9월 국내 허가를 받은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트주맙데룩스테칸)는 특정 단백질을 표적하는 항체에 암세포를 사멸하는 약물을 연결한 항체약물접합체(ADC, Antibody Drug Conjugate)다. 항체와 허투 단백질이 과발현된 표적 암세포가 결합하면 항체에 연결된 항암제가 암세포 내로 이동해 암세포를 사멸시켜 치료 효과는 극대화하고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기전을 지닌 신약으로, 쉽게 설명하면 폭탄을 실은 전투기가 목표를 정확하게 타깃한 뒤 폭탄을 내부로 전달해 터트리는 방식이다. 엔허투는 DESTINY-Breast03 임상 연구를 통해 허투 양성 전이성 유방암의 기존 2차 치료제인 캐싸일라 대비(6.8개월) 4배 이상 긴 28.8개월의 무진행 생존 기간을 확인했으며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72% 낮췄다. 이는 다음 치료제가 등장할 때까지 환자와 가족들이 함께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 것이라 의미가 있다. 엔허투는 임상 연구 결과가 공개된 학술대회에서 큰 주목을 받았고 현재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의 국가에서 보험 적용을 받아 환자 치료에 쓰이고 있다.획기적 신약 나왔지만 국내 보험 적용은 아직지난해 엔허투의 신속한 국내 허가를 촉구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이 5만 명의 동의를 얻어 화제를 모았고, 올해 2월 건강보험 촉구 국민동의 청원 또한 사흘 만에 5만 명을 달성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청원소위의 심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엔허투 급여에 대한 환자들의 간절한 염원과 달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3월 열린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엔허투 급여 재논의’ 결정을 내려 환자와 가족의 시름이 깊다. 환자들은 ‘생존율이 낮은 전이성 유방암 환자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며 엔허투의 조속한 건강보험 적용을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엔허투 건강보험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급여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김지형 강남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서구권과 달리 40∼50대의 젊은 유방암 환자가 대다수”라며 “한창 사회경제적 활동을 영위하는 시기인 만큼 환자 투병으로 인한 가정 안녕 저해와 사회경제적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는 시간이 많지 않다”라며 “이들이 가정과 사회에서 온전히 그 역할을 유지할 수 있도록 2차 필수 치료제로서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한 엔허투의 급여 결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뇌전증은 뇌의 전기적 이상 현상으로 뇌전증 발작이 반복되는 질환을 말한다. 별다른 유발 요인 없이 발작이 2회 이상 반복되면 뇌전증으로 진단한다. 뇌전증의 가장 흔한 증상은 운동성 경련 발작이지만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는 뇌의 영역과 위치에 따라 고유한 기능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팔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뇌 영역에서 발작 증상이 나타나면 한쪽 팔을 떠는 정도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에 측두엽 부분에서 증세가 나타나면 멍해지면서 일시적으로 의식을 상실하고 입맛을 다시는 증상이 나타난다. 양쪽 뇌에 전체적으로 퍼지면 거품을 물고 온몸이 뻣뻣해지며 대발작이 일어난다. 이처럼 뇌전증에 의한 발작은 영향을 받은 뇌의 부위와 그 강도에 따라 달라진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전신이 뻣뻣해지고 침을 흘리는 등 누구나 발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형태부터 잠시 멍해져 대답을 못하거나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 또는 아주 짧게 움찔하는 형태 등이다. 때로는 환자 스스로 증상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뇌전증은 일부 선천적인 경우도 있지만 이미 정상 발달이 이뤄진 뇌에 종양, 감염, 외상, 뇌졸중 등이 발생해 후천적으로 발병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치매와 같은 뇌의 퇴행성 질환도 뇌전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뇌전증은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의사가 환자의 뇌전증을 직접 목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따라서 발작 증상과 관련한 상황에 대해 자세하게 병력을 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작 양상에 대한 특징, 과거력을 통한 뇌전증 발생 위험 인자 규명, 그리고 뇌전증과 다양한 신경계 질환에 대한 가족력 유무 등을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를 통해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이 뇌전증 발작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고 어떤 형태의 뇌전증에 해당하는지 감별할 수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뇌전증과 종종 혼동하는 실신에 대해 감별 진단을 할 수 있다. 이외에도 뇌전증 진단에 있어 중요한 검사로는 뇌파 검사와 뇌 영상 검사가 있다. 뇌파 검사에서 발작파가 관찰되지 않으면 24시간 동안 뇌파를 파악하는 ‘24시간 뇌파 감시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뇌전증 치료의 기본은 항뇌전증약제다. 30여 종에 달하는 다양한 항뇌전증약제 중에서 뇌전증의 원인 질환, 뇌파 특성, 동반 질환 등 환자의 임상적 특성을 고려해 약을 선택한다. 가임기 여성에게는 임신과 출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약제를 선택한다. 약물 치료에 실패한 일부 환자에게는 수술적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다. 문혜진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과 교수는 “최근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고령 뇌전증 환자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라며 “특히 뇌전증 환자의 외상 관리, 자살 사고 모니터링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한 예방 가능한 사망을 줄이기 위해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를 이용해 뇌전증 환자 코호트 연구를 수행한 결과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새롭게 진단 및 치료받은 뇌전증 환자 13만8998명 중 2만95명이 사망했으며 뇌전증 환자의 사망 위험이 일반인보다 2.25배 높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문 교수는 “뇌전증 환자의 사망 원인은 뇌전증의 원인이 되는 기저질환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발작에 따른 폐렴, 낙상, 자살 등도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라며 “뇌전증 환자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 발작 및 기저 질환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뿐만 아니라 부상 예방 교육, 자살 생각 모니터링 등 외부적 요인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병원이 보유하고 있는 진료 기록의 효용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환자 정보 활용을 위한 법령 마련이 추진 중이다. 그 사이 병원 내 환자 데이터를 재가공하고 개인정보를 가명 처리해 고가에 판매하는 회사도 등장했다.보건의료 데이터 시장 가파른 성장세빅데이터는 과거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내면서 우리의 삶을 빠른 속도로 바꿔 가고 있다. 최근 급부상 중인 ‘챗GPT’를 비롯해 자율주행 자동차, 개인 맞춤형 광고 등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빅데이터는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 영역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사실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오래전부터 진료에 데이터를 활용해 왔다. 진료 기록, 혈액 검사, 영상 검사, 처방전 등이 모두 보건의료 데이터다. 각각 흩어져 있던 이 데이터가 모이면서 가치가 높아졌다. 질병에 걸릴 위험을 분석해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게 됐고, 치료제 개발뿐만 아니라 기업은 각종 환자 서비스와 제품을 개발하는 등 활용 분야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보건의료 빅데이터는 상업적 이해와도 밀접히 연관된다. 의약품과 진단 기기 개발, 건강관리 장치, 보험 상품 개발 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보건의료 데이터 관련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배경이다. 이에 구글, 아마존 등 세계 유수의 정보통신 기업도 본격적인 보건의료 데이터 사업에 나서는 모습이다. 우리 정부도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산업통상자원부는 ‘바이오헬스 빅데이터 플랫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마이데이터’ 프로젝트를 각각 추진 중이다. 여기에 스마트병원(복지부), 닥터앤서(과기부), 모바일 건강 지킴이(복지부) 등 보건의료 빅데이터 관련 정부 프로젝트가 즐비하다. 환자냐, 병원이냐… 데이터 소유권 논란빅데이터의 잠재적 가치가 주목받으면서 자연스레 관심은 소유권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보건의료 빅데이터는 기본적으로 환자에 관한 것인 만큼 소유권은 환자에게 있다는 주장과 그 데이터를 생성, 가공, 보관하는 의사나 의료기관에 있다는 주장이 맞선다. 애초에 환자가 없었다면 데이터도 존재할 수 없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수고가 없었다면 정보 가치도 가질 수 없다는 게 각각의 논거다. 전문가들은 환자와 병원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으로는 의료 빅데이터 소유권 논란의 해결점을 찾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병원은 ‘데이터 주체’로서의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의료기관은 의료 데이터를 직접 생성 및 보유하고, 이를 임상 연구 등에 활용하는 주체인 만큼 관련 법상에 의료 데이터 주체로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도화선은 지난해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이 발의한 ‘디지털 헬스케어 진흥법’이었다. 해당 법안에는 의료 빅데이터 연구 활성화를 위한 데이터 가공 방식 등이 담겼다. 연구나 산업 분야에서 ‘의료 빅데이터’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개인정보를 최대한 보호하면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법안의 취지였다. 이에 대해 병원계는 “의료기관은 데이터 보유 기관으로서 의무와 책임만을 규정해 놓고 정작 데이터 보유 기관과 활용 기관에 대한 정의 및 권리, 권한 등은 명시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대한병원협회는 “의료 데이터 추출 생산, 보관, 해석, 관리 등을 위해 큰 비용과 인력, 시설, 장비에 투자하고 있는 의료기관도 의료 데이터 주체로 명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 데이터는 의료진 진단 등 전문적 해석과 안전한 관리 등이 종합될 때 그 가치가 발현된다”라며 “병원이 의료 데이터에 투입하는 비용, 노력, 가치가 인정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첨예한 의료 데이터 소유권 논란과 관련해서 전문가들은 의료기관 데이터 생성 기여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시각을 견지했다. 황희 카카오 헬스케어 대표는 “의료 데이터 기본 소유권은 환자에게 있지만 정제되고 의료적으로 의미 있게 가공한 의료기관의 역할이나 기여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의료 데이터 활성화를 위해 소유에 대한 정립이 필요하다”라며 “그 과정에서 의료 데이터를 가공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기여도 역시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데이터 판매 기업 등장… 관련 규정 없어이런 와중에 환자 데이터를 판매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 과제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시작한 데이터 판매 플랫폼 A사는 “판매되고 있는 데이터 대부분은 환자 진료 정보와는 관계없는 공통 데이터 모델(CDM, Common Data Model)”이라고 주장했다. CDM은 각 의료기관이 보유한 다른 구조의 의료 데이터에 적용할 수 있는 같은 구조와 규격의 데이터 모델을 말한다. 데이터 소유자가 데이터를 공유하는 일은 굉장히 민감한 문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이 분산 연구망인 CDM이다.CDM은 데이터 추출부터 최종 분석까지 하는 코드를 짜서 병원이나 심평원에 보내준다. 이를 받은 기관은 단순히 코드를 받아서 최종 통계 분석 결과만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연구자는 프로그램만 돌리면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낱개의 데이터를 볼 필요가 없다. 이에 따라 개인정보 유출이 차단된다. 2018년 산업통상자원부 분산형 바이오헬스 빅데이터 사업단을 이끌었던 박래웅 아주대의료원 교수(의료정보연구센터장)는 "참여 병원이 보유한 의료 정보는 CDM데이터로 변환돼 있고, 이 자료는 직접 접근이 차단돼 있다"라며 "데이터 판매 업체가 주장하는 CDM 데이터는 가명화된 환자 개별자료로 CDM 데이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임상 정보 데이터, 혈액 검사 데이터, 환자 기본 정보 등이 적게는 2720원에서 2억 원 넘게 팔리고 있었다. 곽환희 법무법인 오른하늘 변호사는 “현재는 데이터 중개업에 관한 세부 규정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면서 “단지 과기부에 신고하는 절차만 있다”라고 말했다. 불법은 아니라는 것이다.의료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전제 조건한 개인이 일생 생산하는 의료 데이터는 1100TB가 넘는 방대한 양이다. 여기에는 개인의 인적 정보, 건강보험 정보, 진료 정보, 진료 관리 정보, 요약 정보, 사망 기록 정보 등이 포함되며 외적 데이터로는 행태적, 사회경제적, 환경적 요소로 구성된 1100TB, 유전체 데이터 6TB, 임상 데이터 0.4TB 등이 있다. 국내 각 기관(질병관리본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이 보유하고 있는 의료 빅데이터는 기업이나 의료기관 등이 보유한 임상 데이터와 결합해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와 신약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희소 질환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빅데이터가 임상 시험 대조군을 대체할 수도 있다. 아울러 유전자 분석 정보를 활용해 환자의 약물 반응성을 파악하면 약물 치료 효과를 향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가명 정보 기반의 의료 빅데이터 활용은 다양한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 활성화는 물론 나아가 의료 서비스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사회적 비용도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의료 빅데이터가 우리 사회에 효과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민감한 정보의 안전한 관리와 데이터 활용의 윤리적 책임 의식이 제고돼야 할 것이다. 데이터 3법의 주요 개정 포인트는 개인정보 판단 기준의 명확화, 가명 정보 개념의 도입, 관련 법률 간 유사·중복 규정을 정비한 추진 체계 일원화, 개인정보 처리자의 책임 강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가명 정보 개념 도입을 통해 개인정보가 포함된 민감성 의료 빅데이터를 가공해 특정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한 후 각종 연구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마련된 것은 의료 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요소다. 다만 의료 산업 현장이나 연구기관 등에서 민감성 의료 정보 활용에 따른 위험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데이터 3법의 개정 내용을 보다 구체화해 데이터 3법의 시행령·시행 규칙 등 하위 법령 제정이 필요하다. 향후 개정안의 해석 및 적용에 관해 규제를 완화하자는 입장과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는 견해가 대립할 수 있어 하위 법령에서 관련 사항을 명시해야 한다. 특히 정보 주체의 사전 동의 없이 처리가 가능한 가명 정보 처리의 경우 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 등에 중요한 전환 요소다. 개별 추가 서면 동의 없이 바이오·의료 정보 중심으로 연계 및 통합이 가능하기 때문에 단기간 내 대규모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특정 개인의 유전자 분석 정보나 임상 정보 등 민감성 정보의 수집, 연계, 공유 방법에 대한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현욱 차의과학대학 의학전문대학 정보의학교실 교수(분당차병원 의료정보 빅데이터센터 부센터장)는 “보건의료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개선해야 할 문제가 여러 가지 있다”라며 “특히 제3자 정보는 언제,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본인의 데이터가 활용되는지를 공유하며 투명하게 운영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유경 빅데이터 전략본부 빅데이터 기획부장은 “환자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관인 만큼 보험사 등 기업의 정보 공개 요청이 다수 들어온다”라며 “지금까지는 민간 보험사의 연구 계획이 과학적 연구 기준에 충족하지 못해 미승인 혹은 보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부장은 “하지만 업계 상황을 인지하고 있어 데이터의 안전한 개방을 위해 관계자들과 자료 제공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한 해 약 40만 명이 갱년기 장애로 병원을 찾고 있다. 갱년기 증상은 영양, 운동, 여행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 ㈜바바그라운드와 대한 갱년기학회·오한진 연구소가 시니어 여성의 갱년기 상태분석과 맞춤형 웰니스 콘텐츠 추천 시스템 개발 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이번 협약을 통해 갱년기 여성의 약물 의존도를 낮추고 치유 솔루션을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농촌진흥청, 지자체와 협력 개발한 웰니스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시니어 여성의 개인 성향과 환경, 갱년기 증상 정도에 맞춰 영양, 운동, 여가 등 갱년기 극복 전략을 세워 준다. 8월까지 1차 개발과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대한 갱년기학회는 갱년기 관리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권위자로 알려진 국민 주치의 오한진 박사를 중심으로 갱년기에 대한 공동 연구 및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대한 갱년기학회 오한진 박사는 “대부분의 갱년기 자가 진단 설문조사는 증상을 기준으로 작성하고 경미·중증·심각과 같이 단순한 형태로 유형을 도출해 시니어 여성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갱년기는 개인의 성향이나 환경, 생활 습관에 따라 복잡하게 발현되기 때문에 최적화된 질문과 유형을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극복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바바그라운드는 활동적인 장년 여성 대상 웰니스 상거래 플랫폼 ‘노는 법’ 운영하고 있다. 노화, 갱년기 등 정신적·신체적으로 특수한 상황을 겪는 시니어 여성에게 맞춤화된 웰니스 콘텐츠를 제공한다. 바바그라운드 허정 대표는 “이번 협약을 통해 갱년기 여성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 제공으로 고객 만족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4월 11일은 ‘세계 파킨슨병의 날’이었다. 파킨슨병은 치매에 이은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이지만 현재로서는 뚜렷한 치료제나 치료법이 없어 조기 발견으로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이 최선이다. 듀켐바이오의 FP-CIT, 도파체크주사 등과 같은 방사성의약품은 파킨슨병을 조기에 진단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조기에 재활 치료를 시작해 꾸준히 시행하면 몸의 경직이나 운동 능력 저하 등을 효과적으로 늦출 수 있다. 파킨슨병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분비하는 세포들이 파괴되면서 나타나는 중추신경계 질환이다. 도파민은 운동 능력이나 감정 등을 조절하는 역할을 해 분비가 감소하면 무기력, 우울감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손발의 떨림, 몸의 경직, 불안정한 걸음걸이나 자세, 느린 동작 등과 같은 운동 능력 저하 증상이 따르게 된다. 파킨슨병 진단에 쓰이는 방사성의약품은 약품과 방사성동위원소가 결합한 특수 의약품으로 신체 대사를 이용하거나 특정한 단백질 등 바이오마커를 활용해 암 진단은 물론 치매, 파킨슨병 등 뇌 질환까지 진단할 수 있다. 방사성의약품은 PET-CT 촬영 시 정맥주사로 투여하며 몸속에서 일종의 조영제 역할을 하면서 체내의 변화를 세포 단위까지 이미지화해 보여준다. 실제로 파킨슨 환자 진단 시 FP-CIT, 도파체크주사와 같은 방사성의약품을 주사한 후 PET-CT를 촬영해 파킨슨 환자에게만 특징적으로 보이는 도파민성 세포의 감소 여부를 이미지로 확인할 수 있다. 초기에 나타나는 현상까지도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로는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듀켐바이오 관계자는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퇴행성 질환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내는 진단제 수요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고령화 질환은 뚜렷한 치료제가 있다기보다는 조기 발견으로 증상을 늦추는 것이 최선인 만큼 신속한 진단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진단 관련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