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금지약물 양성 반응을 보인 ‘피겨 외계인’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는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집어삼켰다. 양성에도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출전을 강행한 발리예바의 첫 올림픽 출전은 무성한 논란과 비판만 남겼다. 발리예바가 다음 올림픽에 출전해 명예회복을 노릴 수 있을까. 아쉽게도 ‘일회용 컵’처럼 버려질 가능성이 높다. 발리예바는 예테리 투트베리제 코치(48·러시아) 사단의 선수다. 투트베리제 코치는 발리예바를 비롯해 안나 셰르바코바(18), 알렉산드라 트루소바(18) 등 3명의 선수와 함께 이번 올림픽에 참가했다. 투트베리제 코치는 2014년부터 현재까지 여자 피겨를 지배하고 있는 인물이다. 다만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영광을 함께한 선수는 곧바로 은퇴를 하거나 투트베리제 코치의 곁을 떠났다는 점이다. 2014년 소치 피겨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율리야 리프니츠카야(24·러시아)는 거식증으로 고생하다 3년 뒤 은퇴했다. 2018년 평창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획득한 알리나 자기토바(20)와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23·이상 러시아)의 운명도 비슷했다. 자기토바는 1년 뒤 같은 사단의 선수들에게 뒤처지자 은퇴했다. 메드베데바는 올림픽 3개월 뒤 “친구 같은 코치와 일하고 싶다”며 김연아(32)의 코치였던 브라이언 오서 코치에게 갔다. 이 외에도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올라간 선수들이 잠깐 두각을 보이다 부상 등을 당하면 가차 없이 투트베리제 코치에게 버림받았다. 투트베리제 코치는 현재 여자 피겨의 쿼드러플(4회전) 점프 시대를 만든 인물이다.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러시아 출신 선수 3명 모두 쿼드러플 점프를 뛴다. 여자 선수 중 러시아 선수를 제외하고 쿼드러플 점프를 실전에서 뛰는 선수는 일본의 기히라 리카(20) 정도에 불과하다. 기히라도 몸에 무리가 가는 쿼드러플 점프 탓에 부상으로 올림픽 출전이 불발됐다. 투트베리제 코치는 어린 선수들에게 살벌할 정도의 강도 높은 훈련과 식단 조절을 요구한다. 하루에 12시간 넘는 훈련은 기본이며 물 마시는 것까지 통제한다. 그럼에도 7년 넘게 러시아피겨선수권에서 우승자를 계속 배출해 투트베리제 코치가 이끄는 삼보70 클럽에는 러시아의 어린 선수들이 줄을 서 있을 정도다. 러시아에는 쿼드러플 점프를 뛸 수 있는 어린 유망주가 10명 넘게 있다. 발리예바가 없어도 대신할 선수들이 넘친다는 얘기다. 해외 피겨 전문가들과 코치들이 발리예바가 ‘일회용 컵’ 운명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색깔을 꼭 바꾸고 싶었는데 아쉽죠.” 새벽 5시까지 팀원들과 이야기를 하다 잠든 탓에 17일 오후에야 눈을 떴다는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맏형 곽윤기(33·고양시청·사진)의 목소리는 여전히 아쉬움이 가득했다. 곽윤기는 16일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결선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12년 만의 남자 계주에서 나온 메달이었지만 경기를 마친 뒤 그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는 “아쉬운 나머지 표정 관리가 안 됐다”고 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2010년 밴쿠버에서 올림픽 데뷔전을 치른 그는 이번이 세 번째 올림픽 출전이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7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유독 올림픽 금메달과의 인연은 없었다. 밴쿠버 남자 계주에서 딴 은메달이 전부다. 자신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은 마음은 그만큼 간절했다. 특히 밴쿠버에서 샤를 아믈랭(38)이 이끄는 캐나다에 금메달을 내줬다. 이번에도 아믈랭이 뛴 캐나다에 밀려 은메달에 그쳤다. 곽윤기는 “12년 만에 금메달을 노렸는데 12년 전과 같이 캐나다에 진 것이 분했다.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니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고 밝혔다. 한국 대표팀은 결선에서 줄곧 선두를 달리다 그가 교대하기 직전 잠시 삐끗하며 캐나다에 역전당했다. 그는 “파인 얼음에 스케이트 날이 걸렸다. 날이 심하게 망가졌는데 버틴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올림픽을 마친 그는 다음 달 세게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뒤 다시 소속팀으로 복귀한다. 12월까지 계약이 되어 있는 그는 “앞으로 선수 생활을 더 할진 결정하지 못했다. 금메달이 간절하긴 하지만 내 옆의 11세 어린 동생을 보니 그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목소리로 대표팀 막내인 이준서(22·한국체대)를 가리키는 듯 “준서 때문에요”라고 덧붙였다. 비록 메달 색깔은 바꾸지 못했지만 팬들의 응원 덕분에 유튜브 구독자 수 100만 명을 확보해 ‘골드 버튼’을 받는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꽉잡아윤기’ 구독자 수는 17일 100만 명을 돌파했다. 올림픽 전 10만 명 정도였던 구독자 수가 올림픽 중간 60만 명을 넘더니 16일 남자 5000m 계주가 끝난 뒤 100만 명을 넘어선 것이다. 그에게 응원을 보내는 팬들이 몰린 결과다. 팬들이 금메달을 놓친 그에게 ‘유튜브 골드 버튼’을 만들어준 셈이다. 그는 올림픽 기간 틈틈이 선수촌과 대표팀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렸다.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고 그는 응원에 힘입어 ‘올림픽 최초의 유튜버 금메달리스트’를 꿈꿨다. 그는 “상상도 못 한 일이 일어났다. 내가 이런 관심을 받아도 되는지 모를 정도로 꿈만 같다”며 “앞으로도 꼭 경기장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쇼트트랙을 알리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된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는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집어 삼켰다.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경기 출전을 강행한 발리예바의 첫 올림픽 출전은 무성한 논란과 비판만 남겼다. 메달을 따든 따지 못하든 발리예바가 다음 올림픽에 출전해 명예회복을 노릴 수 있을까. 결론은 ‘일회용 컵’처럼 버려질 가능성이 높다. 발리예바는 예테리 투트베리제 코치(48·러시아) 사단의 선수다. 투트베리제 코치는 발리예바를 비롯해 안나 셰르바코바, 알렉산드라 트루소바(이상 18) 등 3명의 선수와 함께 이번 올림픽에 참가했다. 투트베리제 코치는 2014년부터 현재까지 여자 피겨를 지배하고 있는 인물이다. 다만 여기서 눈 여겨 볼 것은 영광을 함께 한 선수는 곧바로 은퇴를 하거나 투트베리제 코치의 곁을 떠났다는 점이다. 2014년 소치 올림픽 피겨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율리아 리프니츠카야(24·러시아)는 거식증으로 고생하다 3년 뒤 은퇴했다.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획득한 알리나 자기토바(20)와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23·이상 러시아)의 운명도 마찬가지였다. 자기토바는 1년 뒤 같은 사단의 선수들에게 뒤쳐지자 은퇴했다. 메드베데바는 올림픽 3개월 뒤 “친구 같은 코치와 일하고 싶다”며 김연아(32)의 코치였던 브라이언 오서 코치에게 갔다. 이 외에도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올라간 선수들이 잠깐 두각을 보이다 부상 등을 당하면 가차 없이 투트베리제 코치에게 버림을 받았다. 투트베리제 코치는 현재 여자 피겨의 쿼드러플(4회전) 점프 시대를 만든 장본인이다.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러시아 출신 선수 3명 모두 쿼드러플 점프를 뛴다. 여자 선수 중 러시아 선수를 제외하고 쿼드러플 점프를 실전에서 뛰는 선수는 일본의 키히라 리카(19) 정도에 불과하다. 키히라도 몸에 무리가 가는 쿼드러플 점프 때문에 부상으로 올림픽 출전이 불발됐다. 투트베리제 코치는 어린 선수들에게 살벌할 정도의 강도 높은 훈련과 식단 조절을 요구한다. 하루에 12시간 넘는 훈련은 기본에 물 마시는 것까지 통제한다. 그럼에도 7년 넘게 러시아피겨선수권에서 우승자를 계속 배출해 투트베리제 코치가 이끄는 삼보70 클럽에는 배움을 청하는 어린 선수들이 줄을 서 있을 정도다. 무한경쟁 체제에서 지난해부터 두각을 나타낸 투트베리제 사단 선수들이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3명의 선수다. 물론 이들 말고도 삼보 70 클럽에는 쿼드러플 점프를 뛸 수 있는 유망주들이 10여명 넘게 있다. 이 말은 발리예바가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를 하더라도 다시 올림픽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선수들이 줄을 서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해외 피겨 전문가들과 코치들은 발리예바가 ‘일회용 컵’ 운명에 처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가 모든 것을 앗아가 버렸다. 어떤 선수에겐 첫 올림픽 무대, 어떤 선수는 최고점수를 받았지만 사람들의 관심 밖이었다. 오직 발리예바 한 선수에게만 전 세계의 시선이 쏠렸을 뿐이다. ● 발리예바의 연기에 침묵한 중계 방송사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된 발리예바는 15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거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굳은 표정으로 나섰다. 쇼트프로그램 음악은 키릴 리히터의 ‘인 메모리엄(In Memoriam)’으로 2019년 돌아가신 할머니를 추모하기 위해 발리예바가 선택했다. 첫 점프인 트리플 악셀(3회전 반) 점프를 실수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모든 연기를 마친 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흐느꼈다. 만 15세 소녀의 울음이지만 아무도 동정하는 사람은 없는 듯 했다. 점수를 기다리며 ‘키스 앤 크라이 존’에서 발리예바는 눈물을 참으려고 노력했다. 82.16점으로 30명의 출전 선수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난달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작성한 쇼트프로그램 최고점수인 90.45점에는 많이 모자랐다. 기쁜 내색도 없이 곧장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으로 향했다. 수많은 취재진들 앞에서 그는 어떠한 인터뷰도 거절한 채 싸늘한 표정으로 “감사합니다”만 말한 채 사라졌다. 이날 1위부터 3위까지 참가하는 기자회견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많은 중계에서 그의 연기는 사라졌다. 국내 방송 3사는 발리예바의 연기 때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보통 기술 설명이나 점프를 잘 했는지 못했는지 등을 말한다. 하지만 발리예바가 없는 듯 철저하게 무시했다. 미국 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NBC의 해설을 맡은 타라 리핀스키와 조니 위어도 발리예바의 연기 때 침묵으로 일관했다. 발리예바의 연기 뒤 리핀스키는 “그녀는 금지약물 양성 반응이 나왔고 우리는 이 경기를 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 잊혀져 버린 여자 피겨 29명의 선수들 발리예바의 개인전 출전 강행으로 소외되는 것은 다름 아닌 공정하게 겨루고 있는 29명의 여자 피겨 선수들이다. 이미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된 선수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선수들의 소외감과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보통 선수였다면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된 순간 짐을 싸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만 16세 이하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규정 덕분에 29명의 선수들과 경쟁하고 있다. 유영(18), 김예림(19·이상 수리고)은 이날이 자신들의 올림픽 첫 무대였다. 엘리스카 브레지노바(체코)는 쇼트프로그램에서 65.4점(12위)를 받으며 자신의 최고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모든 의미있는 기록과 말들이 발리예바에게 묻혔다. 28위를 차지해 프리스케이팅에 진출하지 못한 영국의 나타샤 맥케이는 경기 뒤 “평평한 경기장은 아니다”며 “피겨는 물론 모든 스포츠는 공정한 경기장에서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올림픽 전만 해도 발리예바의 금메달은 너무나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금메달을 따도 그 누구도 발리예바가 시상대에 서거나,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을 이번 올림픽에서 보지 못하는 기이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발리예바가 메달을 딴다면 시상대에 세우지 않겠다고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물론 시상식도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메달을 딴 다른 선수들은 기록에만 남을 뿐 시상식도 없이 올림픽을 떠나야 한다. 피겨 단체전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미국과 일본 피겨 선수단도 마찬가지다.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뒤 사람들의 기억에는 발리예바만 남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공정하게 경쟁하고자 했던 29명의 선수들의 존재는 꼭 기억해야만 할 것이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피겨 여왕’ 김연아(32)의 후배 사랑은 유명하다. 은퇴 뒤 피겨 대표팀이 훈련하고 있는 서울 태릉스케이트장을 틈틈이 찾아 후배들을 봐주곤 했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금메달 이후 한동안 스케이트화를 벗었던 그는 2012년 7월 후배들을 위해 복귀했다. 이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올림픽 출전권 3장을 따냈고, 그 덕분에 후배들은 2014년 소치 올림픽을 경험했다. 김연아는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된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올림픽 출전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2015년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한 김연아는 팬과의 소통 창구로 간간이 일상 사진과 글을 올렸다. 자신의 견해가 담긴 글은 거의 없었다. 김연아 측의 한 관계자는 “김연아가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발리예바의 여자 피겨 출전이 공정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결국 올림픽 피겨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란이 피겨계나 후배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글을 남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석연찮은 판정 논란 끝에 김연아는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게 금메달을 내주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억울하다는 등의 어떤 반응이나 언급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당한 불공정은 참았던 김연아가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후배 유영(18)과 김예림(19·이상 수리고)이 당할 불공정에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약물 복용 선수와의 경쟁은 올림픽에 어울리지 않으며, 자칫 피겨가 약물 스포츠라는 불명예를 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후배들도 김연아의 행보에 동참했다. 최다빈(22), 이시형(22·이상 고려대), 이해인(17·세화여고) 등은 14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김연아를 지지하며 그의 글을 공유했다. 한편 발리예바는 할아버지의 심장 치료제 탓에 도핑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 등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징계위원회의 데니스 오스발트 종신위원장의 말을 인용해 발리예바가 올림픽 출전 여부를 결정한 스포츠중재재판소(CAS) 청문회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15일 전했다. 오스발트 위원장은 “발리예바의 할아버지가 복용하는 약물이 섞여서 (소변 샘플이) 오염됐다고 발리예바가 주장했다”고 밝혔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피겨스케이팅 규정도, 시상식도 모든 것이 한 사람 때문에 바뀐다.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된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올림픽 출전 허용으로 15일 열리는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쇼트프로그램 규정이 바뀐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30명이 출전하는 쇼트프로그램에서 발리예바가 상위 24명 안에 들 경우 17일 프리스케이팅에 진출하는 인원을 24명에서 25명으로 늘린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요청으로 ISU가 받아들인 것이다. IOC는 전날 발리예바가 여자 피겨에서 메달을 딴다고 해도 꽃다발을 주는 간이 시상식은 물론 메달을 주는 공식 시상식도 열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추후 메달이 박탈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된다면 공정하게 메달을 딴 선수들도 시상대에 서는 것은 물론 메달도 걸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한편 발리예바는 할아버지의 심장 치료제 탓에 도핑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로이터 통신은 IOC 징계위원회의 데니스 오스발트 종신위원장의 말을 인용해 발리예바가 올림픽 출전 여부를 결정한 스포츠중재재판소(CAS) 청문회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15일 전했다. 오스발트 위원장은 “발리예바의 할아버지가 복용하는 약물이 섞여서 (소변 샘플이) 오염됐다고 발리예바가 주장했다”고 밝혔다. 그 동안 인터뷰를 거절했던 발리예바는 이날 러시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요즘 감정적으로 매우 힘들었다”며 “행복하지만 감정적으로 피곤하다. 기쁨의 눈물과 약간의 슬픔이 겹친다”고 눈물을 보였다. 이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어 행복하다. 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덧붙였다.김동욱기자 creating@donga.com}

‘피겨 여왕’ 김연아(32)의 후배 사랑은 유명하다. 은퇴 뒤 피겨 대표팀이 훈련하고 있는 태릉스케이트장을 틈틈이 찾아 후배들을 봐주곤 했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금메달 이후 한동안 스케이트화를 벗었던 그는 2012년 7월 후배들을 위해 복귀했다. 이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올림픽 출전권 3장을 따냈고, 덕분에 후배들은 2014년 소치 올림픽을 경험했다. 김연아는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된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리픽위원회·ROC)의 올림픽 출전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2015년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한 김연아는 팬과의 소통 창구로 간간히 일상 사진과 글을 올려왔다. 하지만 자신의 견해가 담긴 글은 거의 올리지 않았다. 김연아의 한 관계자는 “김연아가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발리예바의 여자 피겨 출전이 공정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결국 올림픽 피겨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란은 피겨계나 후배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글을 남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석연찮은 판정 논란 끝에 김연아는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게 금메달을 내주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억울하다는 등의 어떤 반응이나 언급을 하지 않았다. 자신이 당한 불공정에는 참았던 김연아는 이번올림픽에 출전 중인 후배 유영(18)과 김예림(19·수리고)이 당할 불공정에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약물복용 선수와 ‘깨끗한’ 선수의 경쟁은 더 이상 올림픽에도 어울리지 않으며, 자칫 피겨가 약물 스포츠라는 불명예를 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세 문장을 통해 말했다. “도핑을 위반한 운동선수는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피겨를 비롯한 모든 스포츠에 해당한다. “이 원리는 예외없이 지켜져야 한다” 미성년자 등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모든 선수들의 노력과 꿈은 똑같이 소중하다”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 후배들도 김연아의 행보에 동참했다. 최다빈(22·고려대), 이시형(22·이상 고려대), 이해인(17·세화여고) 등은 14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김연아를 지지하며 그의 글을 공유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대표팀의 맏형 곽윤기(33·고양시청)의 모토는 ‘흔적을 남기는 삶’이다. 2010 밴쿠버, 2018 평창에 이어 세 번째 올림픽 무대를 밟는 곽윤기는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가 될 베이징에서 남다른 방식으로 자신만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그중 하나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꽉잡아윤기’를 통한 팬들과의 소통이다. 설 명절을 맞은 남자 대표팀의 세배 영상, 오륜기 조형물 앞에서의 기념촬영 영상, 여자 3000m 계주 결선 관전 영상 등을 올리며 선수촌 생활 이모저모를 소개하고 있다. 10일에는 지난해 월드컵 기간 중 네덜란드 쇼트트랙 선수와 넷플릭스 화제작 ‘오징어게임’에 나온 달고나 뽑기 게임을 하는 영상을 올려 화제가 됐다. 이달 초 16만 명이었던 구독자도 14일 약 70만 명으로 늘었다. 곽윤기는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정말 믿기지 않는다”며 놀라워했다. 선수촌 영상은 자신이 촬영을 하고, 편집 등은 국내 스태프들이 하고 있다. 대회가 끝날 때까지 업로드는 계속할 예정이다. 맏형으로서 선수들과의 소통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맏언니 김아랑(27)과 개회식 기수를 맡은 그는 훈련장 기념촬영, 다른 나라 선수와 기념핀 교환 등 올림픽 무대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을 후배들에게 적극 소개하고 있다. 이유빈(21·연세대), 서휘민(20·고려대) 등 계주 경험이 적은 여자팀 후배들을 위해 여자 계주 훈련에도 ‘특별강사’로 동참했다. 맏형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에 곽윤기는 “내가 동료들을 잘 만난 것뿐이다. 이렇게 좋은 후배들이 있어서 더 힘이 나는 것 같다”며 공을 돌렸다. 이번 대회 개최국 중국에 유리하게 적용될 판정 논란을 예상한 듯 개회 전 “동료들과 중국 선수와 바람만 스쳐도 실격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하기도 했다. 곽윤기의 이 같은 남다른 행동은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의지의 표현이다. 아직까지 곽윤기의 올림픽 메달은 2010 밴쿠버 올림픽 남자 5000m 계주에서 따낸 은메달이 전부다. 11일 남자 5000m 계주 준결선에서 팀의 마지막 주자로 나선 곽윤기는 마지막 바퀴에서 인코스 추월에 성공하며 조 1위로 결선 진출을 이끌었다. 준결선 때와 같은 역할을 맡는다면 결선에서도 그의 스케이트 날 끝에 메달 색이 갈릴 가능성이 높다.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살려 ‘올림픽 최초의 유튜버 메달리스트’가 되기를 꿈꾼다. 밴쿠버 대회 시상식 때 ‘아브라카다브라’의 시건방 춤을 선보였던 곽윤기가 베이징에서도 다시 깜짝 세리머니를 선보일까. 이에 대해 그는 “전혀 세리머니에 대한 생각이 없다. 세리머니를 염두에 두면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냥 담담하게 경기를 치르고 세리머니도 별도로 하지 않을 계획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팬들은 다만 끼와 흥이 넘치는 그가 시상대 위에서 어떤 예상치 못한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하고 있다. “대한민국 쇼트트랙 역사에 흔적을 남기겠다”는 곽윤기의 마지막 올림픽 경기는 16일 열린다. 곽윤기는 다음 달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을 끝으로 정든 태극마크를 내려놓는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피겨 여왕’ 김연아(32)가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된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올림픽 출전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연아는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검은색 이미지와 함께 “도핑을 위반한 운동선수는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이 원리는 예외 없이 지켜져야 한다. 모든 선수들의 노력과 꿈은 똑같이 소중하다”는 글을 남겼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이날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가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발리예바의 출전정지 징계를 철회한 것을 두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대신한 국제검사기구(ITA),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제기한 이의 신청을 기각했다. 지난해 12월 러시아선수권대회에서 발리예바는 약물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 WADA가 지정한 금지약물이자 협심증 치료제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다. ITA는 이 사실을 ROC가 피겨 단체전에서 우승한 다음 날인 8일 확인했다. RUSADA가 발리예바에게 잠정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지만 발리예바가 항소하자 징계를 철회했다. ITA 등이 제동을 걸었고 결국 CAS에 제소했다. CAS는 “이번 올림픽 기간 도핑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것도 아닌데 올림픽 출전을 금지하면 발리예바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는 이번 올림픽 기간 발리예바가 모든 도핑 검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발리예바가 만 16세 미만인 미성년자로 책임이 경미하고, 도핑 검사 결과가 늦게 통보된 점도 고려됐다. 발리예바는 결국 15일 열리는 피겨 여자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한다. 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은 “CAS는 개인전 출전만 결정했다. 단체전 금메달 (박탈) 문제는 나중에 결정된다. 올림픽 기간 중 해결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IOC는 발리예바가 메달을 따더라도 시상대에 오르지는 않는다고 발표했다. 김연아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글을 남기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동안 김연아는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근황 등만 가끔 전해 왔다. 김연아가 이번 CAS 판결을 강하게 비판한 것은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현재 상황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 올림픽에는 유영(18), 김예림(19·이상 수리고)이 여자 피겨에 나선다. 김연아를 비롯해 전현직 선수들과 피겨계의 시선은 차갑다. 이미 금지약물 복용이 확인된 발리예바가 도핑 위반이 없는 ‘깨끗한’ 선수들과 메달을 놓고 경쟁하기 때문이다. 김예림은 이날 훈련을 마친 뒤 발리예바의 출전 소식에 대해 “모든 선수가 안 좋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한 미국 선수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도 이건 아니라고 했다”고 말했다. 실력만으로 볼 때 금메달이 유력한 발리예바가 금메달을 따도 ‘도핑 위반’이라는 꼬리표는 계속 따라다닐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출전과 금메달 꿈은 이룰지 모르지만 김연아처럼 존경과 전설로 인정받기는 어려울 듯하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도핑을 위반한 운동선수는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이 원리는 예외없이 지켜져야 한다. 모든 선수들의 노력과 꿈은 똑같이 소중하다.” ‘피겨 여왕’ 김연아(32)는 14일 금지약물 복용 의혹을 받고 있는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올림픽 개인전 출전을 허용한 결정에 강하게 비판했다. 김연아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검정색 이미지와 함께 “도핑 위반 선수는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는 글을 영어로 남겼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이날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가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발리예바의 출전정지 징계를 철회한 것을 두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대신한 국제검사기구(ITA),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제기한 이의 신청을 기각했다. 지난해 12월 러시아선수권대회에서 발리예바는 약물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 WADA가 지정한 금지약물이자 협심증 치료제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다. ITA는 이 사실을 ROC가 피겨 단체전에서 우승한 다음 날인 8일 확인했다. RUSADA가 발리예바에게 잠정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지만 발리예바가 항소하자 징계를 철회했다. ITA 등이 제동을 걸었고 결국 CAS에 제소했다. 발리예바는 결국 15일 열리는 피겨 여자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한다. 김연아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글을 남기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 동안 김연아는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근황 등만 가끔 전해 왔다. 김연아가 이번 CAS 판결을 강하게 비판한 것은 현재 상황이 공정하지 못한 상황이며, 후배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발리예바의 출전을 두고 선수들과 피겨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미 금지약물 복용이 확인된 발리예바가 도핑 위반이 없는 ‘깨끗한’ 선수들과 메달을 놓고 겨루기 때문이다. 올림픽에 출전 중인 김예림(19·수리고)는 이날 훈련을 마친 뒤 발리예바의 출전 소식에 대해 “모든 선수가 안 좋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한 미국 선수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도 이건 아니라고 했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발리예바의 올림픽 개인전 출전이 그 동안 깨끗한 올림픽을 지향했던 전 세계 스포츠인들의 노력을 무시한 행위라는 의견이 많다. 피겨 단체전에서 ROC에 이어 은메달을 획득한 미국올림픽위원회는 “깨끗한 선수들이 평등한 운동장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것을 알 권리가 거부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러시아의 깨끗한 스포츠에 대한 체계적이고 만연한 무시의 또 다른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입장을 밝혔다. 실력만으로 볼 때 금메달이 유력한 발리예바가 금메달을 따도 ‘도핑 위반’이라는 꼬리표는 계속 따라다닐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출전과 금메달 꿈은 이룰지 모르지만 ‘피겨 여왕’ 김연아처럼 존경과 전설로 인정받기는 어려울 듯하다.김동욱기자 creating@donga.com}

금지약물 복용 의혹도 ‘피겨 외계인’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금메달 행보를 막진 못했다. 선수들과 피겨계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14일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가 발리예바의 출전정지 징계를 철회한 것을 두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대신한 국제검사기구(ITA),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제기한 이의 신청을 기각했다. 지난해 12월 러시아선수권대회에서 발리예바는 약물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 WADA가 지정한 금지약물이자 협심증 치료제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다. ITA는 이 사실을 ROC가 피겨 단체전에서 우승한 다음 날인 8일 확인했다. RUSADA가 발리예바에게 잠정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지만 발리예바가 항소하자 징계를 철회했다. ITA 등이 제동을 걸었고 결국 CAS에 제소했다. ● 출전 허용 판결 뒤 4회전 점프 등 훈련이번 올림픽에서 최대 화제를 몰고 다닌 발리예바는 11일부터 이날까지 논란에도 상관없다는 듯 공식 훈련을 계속했다. 14일 CAS 판결이 나온 뒤에도 30분 간 100여명의 취재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4회전 점프를 선보였다. 때론 밝은 미소를 짓기도 했다. 훈련 뒤 자신이 좋아하는 인형을 들고 링크장을 떠났다. 발리예바의 코치인 예테리 투트베리제(48·러시아)는 “이번 일은 매우 복잡하고 논란이 많다. 질문은 많지만 답은 없다”며 “우리는 발리예바가 결백하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해외 매체들은 발리예바의 금지약물 복용에 코치 등 어른들의 개입 가능성을 높게 본다. CAS는 “이번 올림픽 기간 도핑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것도 아닌데 올림픽 출전을 금지한다는 것은 발리예바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 올림픽조직위원회는 이번 올림픽 기간 발리예바가 모든 도핑 검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발리예바가 16세 미만인 미성년자로 책임이 경미하고, 도핑 검사 결과가 늦게 통보된 점도 고려됐다. 발리예바는 15일 열리는 피겨 여자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한다. 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은 “CAS는 개인전 출전만 결정했다. 단체전 금메달 (박탈) 문제는 나중에 결정된다. 올림픽 기간 중 해결되긴 쉽지 않다”며 “CAS가 발리예바의 출전을 허락했다고 해서 그가 도핑 위반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또 출전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해도 도핑 위반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ROC의 단체전 금메달 시상 여부는 앞으로 4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는 선수들 불만발리예바의 출전을 두고 선수들과 피겨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미 금지약물 복용이 확인된 발리예바가 도핑 위반이 없는 ‘깨끗한’ 선수들과 메달을 놓고 겨루기 때문이다. 김예림(19·수리고)는 이날 훈련을 마친 뒤 발리예바의 출전 소식에 대해 “모든 선수가 안 좋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한 미국 선수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도 이건 아니라고 했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발리예바의 올림픽 개인전 출전이 그 동안 깨끗한 올림픽을 지향했던 전 세계 스포츠인들의 노력을 무시한 행위라는 의견이 많다. 피겨 단체전에서 ROC에 이어 은메달을 획득한 미국올림픽위원회는 “깨끗한 선수들이 평등한 운동장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것을 알 권리가 거부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러시아의 깨끗한 스포츠에 대한 체계적이고 만연한 무시의 또 다른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입장을 밝혔다. 실력만으로 볼 때 금메달이 유력한 발리예바가 금메달을 따도 ‘도핑 위반’이라는 꼬리표는 계속 따라다닐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출전과 금메달 꿈은 이룰지 모르지만 ‘피겨 여왕’ 김연아처럼 존경과 전설로 인정받기는 어려울 듯하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품격 올림픽이 있다면 대한민국이 1위를 다투지 않을까.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태극전사들의 품격 있는 행동과 말이 화제다. 메달 색깔과 순위에 상관없이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물론 실수를 사과할 줄 알고, 패자를 배려하는 행동은 충분히 박수를 보낼 만 했다. 무엇이 ‘올림픽 품격’인지 태극전사들이 제대로 이번 올림픽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실수에 과감하게 사과한 황대헌13일 쇼트트랙 남자 500m 메달 사냥에 나섰던 황대헌(23·강원도청)은 준결선에서 탈락했다. 준결선 2조 주자로 나선 황대헌은 마지막 코너에서 추월을 시도하던 도중 스티븐 뒤부아(캐나다)와 부딪히며 가장 늦게 결승선을 통과한 뒤 실격 판정을 받았다. 경기 뒤 황대헌은 자신의 무리한 추월로 부딪힌 뒤부아를 찾아가 손을 내밀며 사과했다. 황대헌은 “캐나다 선수에게 미안해서 사과했다. 후회없이 미련없이 레이스를 펼쳤다”고 말했다. 뒤부아는 어드밴스로 결선에 올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황대헌이 금메달을 딴 남자 1500m 결선에서 뒤부아는 “황대헌의 뒤만 보고 따라 갔더니 은메달을 땄다”고 말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동메달을 딴 김민석(23·성남시청)은 자국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7위에 그친 중국 선수 닝중옌(23)을 위로하는 모습으로 관심을 모았다. 8일 김민석은 동메달을 딴 직후 태극기를 몸에 두른 채 경기장을 돌다 벤치에 앉아 고개를 다리에 파묻고 좌절해 있는 닝중옌을 발견하고는 옆자리에 앉아 다정히 그의 등을 토닥였다. 동갑내기인 둘은 평소에도 절친한 사이로 통한다.●저조한 성적에도 “나는 자랑스러운 국가대표”스켈레톤 대표팀의 김은지(30)는 12일 자신의 생애 첫 올림픽 무대를 마친 뒤 환하게 웃으며 중계 카메라를 향해 자신의 손바닥을 펴보였다. 그의 장갑에는 ‘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가대표다! 대한민국 파이팅!’이란 문구가 적혀있었다. 김은지는 이번 올림픽 여자 스켈레톤 1~3차 시기에서 25명 중 23위를 기록했다. 멀리뛰기 선수였던 김은지는 2017년 스켈레톤으로 종목을 전향했다. 2018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부상으로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김은지는 평창 올림픽에선 국가대표가 아닌 ‘전주자(트랙을 미리 타 상태를 점검하는 사람)’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만큼 태극마크가 간절했고 순위에 상관없이 자신의 이번 올림픽 마지막 경기에서 대표선수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의 품격 선보여푸른 눈의 한국 국가대표 아일린 프리쉐(30)는 8일 루지 여자 1인승 경기 4차 시기에서 트랙을 질주하다 썰매가 레이스 후반부에 중심을 잃고 뒤집혀지는 사고를 당했다. 경기를 중간에 포기할 법도 했지만 프리쉐는 끝까지 썰매를 잡고 미끄러지면서 결승선을 통과했다.이날 경기는 이번 대회를 마치고 은퇴하는 그의 마지막 1인승 레이스였다. 투혼의 완주를 펼친 프리쉐는 아쉬움이 컸지만 웃으며 트랙 밖으로 걸어나갔다. 프리쉐는 2018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특별 귀화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평창에선 여자 루지 1인승 8위에 올라 한국 루지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을 냈다. 프리쉐는 평창 올림픽 뒤에도 독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 국가대표로 남았다. ‘진짜 한국인’이 되기 위해 한국어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2019년 월드컵 대회 도중 트랙 벽에 부딪혀 양손과 꼬리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 3년간의 재활 끝에 2회 연속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뤘다. ●절망의 순간에도 품격 있는 소감 남겨스노보드 간판 ‘배추 보이’ 이상호(27·하이원)는 스노보드 알파인 남자 평행대회전 8강에서 2014 소치 올림픽 2관왕인 36세 베테랑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빅토르 와일드에 불과 0.01초 뒤져 4강행이 좌절됐다. 꿈이 단 0.01초 차이로 멈춰선 것. 아쉬운 마음이 크겠지만 그는 품격 있는 올림피언 답게 소감이 남달랐다. 이상호는 “주위에서 기대하신 금메달을 갖고 오지 못했지만 그래도 후회가 남지 않는 경기를 하자는 제 개인적인 목표는 이뤘기 때문에 후련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승훈(34·IHQ), 정재원(21·의정부시청) 김민석으로 이뤄진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대표팀은 13일 팀추월 준준결선에서 6위로 1~4위에 주어지는 준결선 티켓을 놓쳤다. 이날 팀을 이룬 세 명은 2018 평창 대회에서는 함께 호흡하며 은메달을 일군 바 있다. 이승훈은 경기 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결과를 받아들인다. 우리의 수준을 확인했다. 다음 올림픽을 위해 더 끌어올려야 한다”며 객관적으로 전력을 평가하며 미래를 내다봤다.김동욱기자 creating@donga.com}

금지약물 양성 반응을 보인 ‘피겨 외계인’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사진)의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인전 출전 여부가 14일 결정된다. 출전 여부와 상관없이 러시아 여자 피겨 선수와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불신 확산이 더 큰 문제로 보인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13일 발리예바의 징계를 철회한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에 대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검사기구(ITA)의 제소와 관련해 이날 화상청문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청문회 결과는 14일 오후 당사자들에게 통보될 예정이다. 이번 청문회는 발리예바의 15일 피겨 여자 쇼트프로그램과 17일 프리스케이팅 출전 여부만 결정한다. 만 15세 미성년자인 발리예바는 코치진을 통해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외신들은 보고 있다. 발리예바는 예테리 투트베리제 코치(48·러시아) 사단의 선수다. 투트베리제 코치는 발리예바를 비롯해 안나 셰르바코바, 알렉산드라 트루소바(이상 18) 등 3명의 선수와 함께 이번 올림픽에 참가했다. 발리예바가 개인전 메달을 딴다고 해도 이 메달을 피겨계에서 인정할 가능성은 낮다. ‘금지약물 복용’이란 꼬리표가 따라붙기 때문이다. 스포츠에서 금지약물 복용자에 대한 시선은 적대적이다. 메이저리그 최다 홈런(762개) 기록 보유자 배리 본즈(58)는 금지약물 복용으로 명예의 전당 입성에 실패하기도 했다. 셰르바코바와 트루소바도 금지약물 복용 의혹에서 벗어나긴 힘들어 보인다. 한 피겨 관계자는 “두 선수가 메달을 딴다면 다른 피겨 선수들의 불만이 폭발할 수 있다. 나중에 도핑에 적발되지 않는다고 해도 어떤 교묘한 수를 썼구나 하는 의구심은 여전히 따라다닐 것 같다”고 말했다. 러시아 여자 피겨 선수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문제가 커질 수 있다. 러시아 선수들은 2014년 ‘피겨 여왕’ 김연아(32)의 은퇴 이후 여자 피겨를 주름잡고 있다. 2018년 평창 대회에서 러시아 선수가 금메달(알리나 자기토바), 은메달(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을 획득했다. 2014년 소치 대회도 판정 논란 끝에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금메달을 차지했다. 피겨계에서는 러시아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달성한 업적들이 약물의 힘이 아닌가 하며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소트니코바는 금지약물 복용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러시아는 2012년부터 국제 대회에서 선수들이 조직적으로 금지약물을 복용하고 도핑 테스트 결과를 은폐해 IOC의 제재를 받고 있다. 러시아 출신 선수는 올해 12월까지 올림픽에서 국호나 국기를 사용할 수 없다. 이번 올림픽도 ROC 소속 개인 자격으로 참가하고 있다. IOC의 최고참 위원인 캐나다의 딕 파운드는 “러시아는 회개하지 않았다. 앞으로 2, 3개의 올림픽에 결장해야 한다”고 말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금지약물 양성 반응을 보인 ‘피겨 외계인’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인전 출전 여부가 14일 결정된다. 출전 여부와 상관없이 러시아 여자 피겨 선수와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불신 확산이 더 큰 문제로 보인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13일 발리예바의 징계를 철회한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에 대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검사기구(ITA)의 제소와 관련해 이날 화상청문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청문회 결과는 14일 오후 당사자들에게 통보될 예정이다. 이번 청문회는 발리예바의 15일 피겨 여자 쇼트프로그램과 17일 프리스케이팅 출전 여부만 결정한다. 만 15세 미성년자인 발리예바는 코치진을 통해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외신들은 보고 있다. 발리예바는 예테리 투트베리제 코치(48·러시아) 사단의 선수다. 투트베리제 코치는 발리예바를 비롯해 안나 셰르바코바, 알렉산드라 트루소바(이상 18) 등 3명의 선수와 함께 이번 올림픽에 참가했다. 해외 언론들은 이 러시아 출신 3명이 피겨 여자 금·은·동메달을 휩쓸 것으로 예상한다. 발리예바가 개인전 메달을 딴다고 해도 이 메달을 피겨계에서 인정할 가능성은 낮다. ‘금지약물 복용’이란 꼬리표가 따라붙기 때문이다. 스포츠에서 금지약물 복용자에 대한 시선은 적대적이다. 메이저리그 최다 홈런(762개) 기록 보유자 배리 본즈(58)는 금지 약물 복용으로 명예의 전당 입성에 실패하기도 했다. 셰르바코바와 트루소바도 금지약물 복용 의혹에서 벗어나긴 힘들어 보인다. 한 피겨 관계자는 “두 선수가 메달을 딴다면 다른 피겨 선수들의 불만이 폭발할 수 있다. 나중에 도핑에 적발되지 않는다고 해도 어떤 교묘한 수를 썼구나 하는 의구심은 여전히 따라다닐 것 같다”고 말했다. 러시아 여자 피겨 선수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문제가 커질 수 있다. 러시아 선수들은 2014년 ‘피겨 여왕’ 김연아(32)의 은퇴 이후 여자 피겨를 주름잡고 있다. 2018년 평창 대회에서 러시아 선수가 금메달(알리나 자기토바), 은메달(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을 획득했다. 2014년 소치 대회도 판정 논란 끝에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금메달을 차지했다.피겨계에서는 러시아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달성한 업적들이 약물의 힘이 아닌가하며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소트니코바는 금지약물 복용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러시아는 2012년부터 국제 대회에서 선수들이 조직적으로 금지약물을 복용하고 도핑 테스트 결과를 은폐해 IOC의 제재를 받고 있다. 러시아 출신 선수는 올해 12월까지 올림픽에서 국호나 국기를 사용할 수 없다. 이번 올림픽도 ROC 소속 개인 자격으로 참가하고 있다. IOC의 최고참 위원인 캐나다의 딕 파운드는 “러시아는 회개하지 않았다. 앞으로 2, 3개의 올림픽에 결장해야 한다”고 말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뺏기지 않는다는 ‘피겨 외계인’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사진)가 도핑 위반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1일 브리핑에서 발리예바가 약물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공식 발표했다. AP 등 해외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선수권대회에서 수집한 발리예바의 샘플에서 금지 약물 성분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다. 이 약물은 협심증 치료제로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2014년 금지약물로 지정했다. IOC를 대신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도핑 검사를 수행하는 국제검사기구(ITA)는 발리예바의 도핑 위반 결과를 ROC가 피겨 단체전에서 우승한 다음 날인 8일 확인했다.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는 약물 양성 반응 결과를 확인한 뒤 이날 발리예바에게 잠정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발리예바는 9일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RUSADA는 징계를 철회하고 발리예바의 경기 출전을 허락했지만 ITA와 IOC가 제동을 걸었다. ITA는 RUSADA의 징계 철회가 부당하다며 IOC를 대신해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다. 15일 피겨 여자 쇼트프로그램 경기가 열리는데 그 전에 결론이 나도록 CAS에 긴급 청문회 개최를 요청했다. CAS가 IOC의 손을 들어주면 발리예바는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ROC의 피겨 단체전 금메달도 CAS 결정에 따라 박탈 여부가 정해진다. 발리예바는 11일 공식 훈련에 참가해 35분간 훈련했다. 훈련 뒤 취재진의 질문에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았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올림픽은 도전의 무대다. 많은 선수들이 그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4년 마다 열리는 올림픽에서 선보인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묘미는 새로운 기술의 성공과 무명 선수의 반란이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남자 피겨스케이팅은 ‘새로운 기술의 성공’에 관해 올림픽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바로 하뉴 유즈루(28)의 쿼드러플 악셀(4회전 반)의 성공 여부였다. 쿼드러플 악셀 점프는 하뉴를 제외하고는 어떤 선수도 공식무대에서 시도한 적이 없다. ●“쿼드러플 악셀 점프 성공 위해 올림픽 나간다”2014년 소치 올림픽, 2018년 평창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하뉴는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하면서 단 하나의 목표가 있었다. 메달은 그의 목표가 아니었다. 그는 올림픽에 나서기 전 “올림픽에 출전하는 단 하나의 이유는 쿼드러플 악셀 점프의 성공이다”고 말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규정집에는 점프별 기본점수와 수행점수기 나와 있다. 이 중 가장 가장 기본점이 높은 점프가 쿼드러플 악셀이다. 12.5점에 최고 수행점수는 무려 6.25점이다. 쿼드러플(4회전) 러츠 점프보다 기본점수는 1점, 수행점수는 0.5점 높다. 악셀 점프는 다른 5개의 점프와는 눈으로도 확연히 구분된다. 뒤로 뛰는 나머지 점프와 달리 악셀 점프는 앞으로 향해서 뛰어 뒤로 착지한다. 그만큼 선수들이 악셀 점프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현재 트리플 악셀(3회전 반) 점프는 하뉴의 코치인 브라이언 오서가 1984년 사라예보 올림픽에서 남자 선수 최초로 성공시킨 뒤 남자 선수들에게 흔한 점프가 됐다. 여자 선수들에게 트리플 악셀은 일본의 이토 미도리가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에서 성공시켰다. 하지만 그 이후 올림픽 무대에서 여자 선수들의 트리플 악셀 점프 성공을 보기는 힘들었다. 2000년대 일본의 아사다 마오가 트리플 악셀 점프를 무기로 ‘피겨 여왕’ 김연아를 넘어서기 위해 올림픽 무대에 선보였지만 제대로 된 착지를 하지 못했다. 하뉴는 올림픽 3연패를 위해 다른 쿼드러플 점프를 안정시키면서 더욱 많이 프로그램에 넣어 구성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반드시 쿼드러플 악셀 점프를 뛰어 우승하겠다”고 말해왔다. 하뉴는 지난해 12월 일본 선수권대회에서 쿼드러플 악셀 점프를 시도했다. 무사히 착지했지만 회전수가 부족했다. 하뉴는 2020년 3월부터 오서 코치와 함께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쿼드러플 악셀 점프를 연습하며 성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오서 코치는 “쿼드러플 악셀 점프는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이다. 언젠가 누군가는 올림픽 무대에서 성공시키겠지만 그 선수가 하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림픽은 도전이었고, 내 모든 것을 바쳤다”하뉴는 8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 겨울올림픽 남자 피겨 쇼트프로그램에서 첫 점프로 쿼드러플 악셀 점프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점프 전에 빙판 위에 홈이 파여져 있어 스케이트 날이 걸렸다고 경기 뒤 하뉴는 말했다. 이틀 뒤 열린 남자 피겨 프리스케이팅에서 다시 쿼드러플 악셀 점프를 시도했다. 하지만 착지에 실패하고 넘어졌다. 언더로테이트 판정으로 결국 쿼드러플 악셀 점프로는 인정을 받았다. 4위로 올림픽을 마친 하뉴는 경기 뒤 눈물을 글썽이며 “이번 올림픽은 나에게 큰 도전이었고 내 모든 것을 바쳤다”며 “결과는 실망스럽지만 내 모든 것을 걸었던 것 같다. 내가 노력한 것을 생각하면 많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뉴의 프리스케이팅 음악은 일본의 토미토 이사오의 ‘천국과 땅(Heaven and Earth)’로 하뉴는 “승리와 패배의 관점에서 나는 해내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오늘 공연이 제 음악의 제목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하뉴는 빈손으로 일본으로 돌아간다. 하뉴는 “어릴 때부터 쿼드러플 악셀 점프를 하고 싶었다. 그때 내 멘토이자 코치님이 너는 언젠가는 성공하겠다고 해서 그때부터 계속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4년 뒤인 2026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겨울올림픽에 하뉴가 나설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오서 코치의 대답이 4년 뒤를 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뉴는 항상 무언가를 위해 노력합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엄마는 생계를 위해 김밥을 말았다. 그리고 이시형(22·고려대)은 피겨스케이팅 훈련에 매진했다. 이시형의 운명을 바꾼 것은 ‘피겨 여왕’ 김연아(32)였다. 이시형은 2009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가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하는 모습을 TV로 지켜봤다. 그날 그는 피겨와 사랑에 빠졌다. 어느 날 초등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이 어머니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아이가 이상하다는 것이다. 이시형은 쉬는 시간마다 복도에서 피겨 안무를 따라했고, 실내화를 신고 점프를 했다. 학교에서는 심리상담을 권유하기도 했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피겨를 시키기 힘들었던 어머니는 그래도 피겨가 좋다는 아이의 모습에 결국 아이스링크로 그를 데려갔다. 결국 그는 피겨를 시작했지만 현실적인 벽에 부딪혔다. 피겨는 레슨비를 비롯해 아이스링크 대관료, 의상, 부츠 등 1년에 수 천 만원이 드는 스포츠다. 아버지의 극심한 반대에 어머니, 쌍둥이 여동생과 집을 나온 그는 고시원을 전전하기도 했다. 어머니는 김밥을 말면서 그가 피겨를 탈 수 있도록 도왔다. 하지만 인대 파열에 암까지 걸리며 위기를 맞기도 했다. 다행히 그는 피겨에서 재능을 꽃피웠다. 피겨를 시작한지 1년 만인 2011년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꿈나무대회에서 1위를 기록했다. 2015년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별선수권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해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 등 국제대회에도 나가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의 재능이 알려지면서 주위에서 조금씩 후원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2017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그를 지원대상으로 선정했다. SK네트웍스와 개인 후원자들이 십시일반 후원해주기도 했다. 이런 지원이 없었다면 그는 이미 빙판 위를 떠났을지도 모른다. 피겨를 시작했을 때부터 그의 목표는 올림픽 출전이었다. 2017년 태극마크를 달면서 그는 올림픽이라는 꿈에 한 발짝 다가서기 시작했다. 지난해 차준환(21·고려대)이 세계선수권에서 10위에 오르며 올림픽 남자 피겨 진출권을 최소 2장 확보하게 했다. 이어 이시형이 네벨혼 트로피에서 5위에 오르며 2장을 확정지었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이시형은 차준환에 이어 2위에 오르며 베이징행 티켓을 손에 거머쥐었다. 이시형은 8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피겨 남자 쇼트프로그램에 나섰다. 꿈에 그리던 무대였지만 세계적인 선수들이 모인 무대는 쉽지 않았다. 점프에서 실수를 하며 총점 65.69점을 받았다. 개인 최고점 79.95점에 크게 못 미치는 점수였다. 결국 29명의 출전 선수 중 27위로 24명까지 출전하는 프리스케이팅 진출에는 실패했다. 그는 “첫 올림픽 무대를 뛰게 돼 영광이지만 많이 떨렸다”며 “그동안 많은 국제대회를 출전하지 못했는데 경험 문제로 실수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프리스케이팅에 오르고 싶은 아쉬운 마음도 컸다. 바로 자신을 지금까지 도와줬던 후원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그는 “가족과 후원자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곳에 있을 수 없었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는 대회에 출전할 때 마다 가족사진을 항상 가지고 다닌다. 그는 “가족사진을 안주머니에 넣고 있으면 가족들과 함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어려운 가정환경에 대해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앞으로 후원이 끊긴다면 더 이상 스케이트화를 신지 못할지도 모른다. “피겨스케이팅을 탈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할 수 있어요. 엄마가 고생하니 아무리 힘들어도 제가 노력해야죠.” 4년 뒤 그의 모습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4년 전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졌다. 미국의 피겨스케이팅 간판 네이선 첸(23·미국)과 일본의 ‘얼음 왕자’ 하뉴 유즈루(28)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남자 피겨에서 맞붙었다. 당시 기대주였던 첸은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2014 소치 올림픽 남자 피겨 금메달리스트인 하뉴는 완숙한 연기력과 점프로 2연패를 노리고 있었다. 결과는 ‘실수’에서 갈렸다. 하뉴는 쇼트프로그램(1위)과 프리스케이팅(2위) 모두 실수 없이 마친 반면에 첸은 쇼트프로그램에서 3개의 점프를 실패해 17위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하나의 점프를 제외하고 모두 성공하며 1위에 올랐지만 총점에서는 5위에 그쳤다. 금메달은 하뉴의 차지였다. 첸은 “생각한 대로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며 첫 올림픽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놨다. 4년 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두 선수의 상황은 반대가 됐다. 첸은 10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프리스케이팅에서 218.63점을 받아 8일 열린 쇼트프로그램 113.97점을 합쳐 총점 332.60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첸의 얼굴에서는 더 이상 어떤 부담감이나 중압감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살면서 가장 힘든 순간으로 2018년 쇼트프로그램에서 17위를 받아 든 순간을 꼽은 첸은 평창 올림픽 뒤 미국 명문 예일대에 진학했다.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3세 때 스케이트화를 신은 뒤 줄곧 피겨에만 집중했던 그는 “친구들을 사귀고 공부를 하면서 피겨를 하지 않고도 다양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법을 배웠다”며 피겨에 대한 압박감에서 벗어났다. 첸은 이날 흥겨운 엘턴 존의 ‘로켓맨’ 음악에 맞춰 한결 가벼운 표정으로 모든 연기를 완벽하게 수행하며 로켓처럼 날아올랐다. 모든 연기를 마친 뒤 금메달을 확신하는 듯 환한 표정을 지었다. 올림픽 3연패와 남자 피겨 선수 최초로 공식 경기에서 쿼드러플 악셀(4회전 반) 점프 성공을 노렸던 하뉴는 프리스케이팅에서 188.06점을 받아 쇼트프로그램 점수(95.15점)를 합쳐 283.21점으로 4위를 기록했다. 4년 전 하지 않았던 ‘실수’가 발목을 잡았다. 쇼트프로그램에서의 쿼드러플 악셀 점프 실패에 이어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쿼드러플 악셀과 쿼드러플 살코 점프에서 실수를 저질렀던 점이 뼈아팠다. 쿼드러플 악셀 점프 성공에 승부수를 걸었던 하뉴는 연기를 마친 뒤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올림픽에서 아무도 뛰지 않았던 쿼드러플 악셀 점프를 시도했다는 도전정신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만했다. 하뉴는 경기 뒤 “전부 쏟아냈다.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것 또한 내 모습”이라며 “보상 받지 못한 노력이 됐지만 더 이상 열심히 할 수 없을 만큼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은메달과 동메달은 일본의 가기야마 유마(18·310.05점)와 우노 쇼마(27·293점)가 차지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한국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 황대헌(23·강원도청), 이준서(22), 박장혁(24·이상 스포츠토토) 모두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남자 1500m 결선에 진출했다. 이준서는 9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500m 준결선 1조에서 2분10초586의 기록으로 조 1위를 차지해 결승에 올라갔다. 이번에도 역시 준준결선에서 구사한 아웃코스 전략으로 초반부터 1위로 치고나갔다. 결선은 각 조 상위 1, 2위 선수가 진출한다. 2조의 황대헌도 2분13초188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결선에 합류했다. 7일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왼쪽 손을 다쳐 11바늘을 꿰매는 치료를 받았던 박장혁은 3조에서 중반부터 선두권을 지키다 류 샤오랑(헝가리)에 이어 2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남자 1000m 금메달을 획득한 중국의 런쯔웨이(25)는 비디오 판독 결과 상대 선수를 팔로 밀었다고 판정돼 실격 당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한국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의 에이스 최민정(24·성남시청)과 이유빈(21·연세대)이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여자 1000m 준준결선에 진출했다. 최민정은 9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1000m 예선 1조에서 1분28초053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각 조 2위까지 진출하는 준준결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최민정은 올림픽 신기록을 세웠지만 2조에서 수잔 슐팅(네덜란드)이 1분27초292를 기록하며 다시 올림픽 기록을 갈아치웠다. 5조의 이유빈은 초반 3위를 달리다 결승선을 앞두고 캐나다의 킴 부탱이 넘어지면서 1분27초862로 2위를 기록하며 준준결선에 진출했다. 6조의 김아랑(27·고양시청)은 1분28초680으로 3위를 기록했다. 여자 1000m는 예선 8개 조 1, 2위 선수와 각 조 3위 8명 중 기록이 좋은 4명의 선수가 준준결선에 진출한다. 김아랑은 각 조 3위 선수 중 5번째를 기록하며 준준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여자 1000m 준준결선과 준결선, 결선 경기는 11일 열린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