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진

신규진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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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에서 국방부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newjin@donga.com

취재분야

2026-03-09~2026-04-08
대통령37%
정치일반32%
경제일반9%
국방6%
국제정세4%
미국/북미4%
국제일반2%
외교2%
사고2%
국회2%
  • “딸 가까이서… 한번이라도 더 봐야죠”

    “아침에 일어났는데 문득 보고 싶었어요.” 26일 오전 10시, 미수습자인 경기 안산시 단원고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 씨(48)는 다시 배에 올랐다. 75시간 바다 위에서 생활하다 인양 성공 소식을 듣고 전날 전남 진도군 팽목항으로 돌아온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다. 애초에 계획도 없었다. 이 씨는 “엄마가 안 가면 은화가 서운해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서 배에 탄다”고 말했다. 이 씨를 비롯해 미수습자 가족 5명이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말린’에 거치된 세월호를 500m 앞에서 보려고 배에 올랐다. 전날 세월호 전체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 탓도 있었다. 이 배는 선체인양업체인 상하이샐비지와 컨소시엄을 맺은 오션C&I사가 제공한 지원선이었다. 미수습자 단원고 양승진 교사의 부인 유백형 씨(56)는 “세월호 가까이만 가면 눈물이 나지만 꼭 봐야 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원선에서 본 화이트말린 위 세월호는 곳곳이 상처투성이였다. 선미(船尾)의 찌그러진 난간과 철제 구조물이 눈에 띄었다. 선수(船首)엔 인양 와이어가 기다란 흠집을 냈다. 가족들은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지원선이 세월호를 크게 한 바퀴 돌고 팽목항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가족들의 시선은 맹골수도를 떠나지 못했다. 팽목항으로 돌아온 가족들은 목포신항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 수습을 맡았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과 정홍원 전 국무총리가 팽목항을 찾아 이들을 위로했다. 미수습자 가족이 머물던 이동식 조립주택은 이르면 27일 목포신항으로 옮겨질 예정이다.진도=신규진 newjin@donga.com·이호재 기자}

    • 2017-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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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엔 꼭 모두 함께 돌아가야죠”

    ‘이제 미수습자 가족에서 희생자 유가족이 되고 싶습니다.’ 세월호 미수습자 9명의 가족이 유일하게 바라는 것이었다. 세월호 인양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22일 어업지도선(무궁화2호)을 탄 가족들은 사흘째인 24일까지 단 한 명도 육지에 발을 올리지 않았다. 선체가 인양되는 모든 과정을 두 눈에 담기 위해서다. 단원고 허다윤 양의 아버지 허흥환 씨(53)는 여름용 슬리퍼를 신은 채 배에 올랐다. 진도 앞바다는 새벽녘이면 세찬 바람 때문에 체감기온이 영하에 가깝다. 허 씨는 팽목항 숙소에서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바로 배에 오르느라 짐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세월호가 수면 위에 오르는 모습에서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어 제대로 씻지도 못했다. 그는 “세월호가 완전히 인양되면 빨리 면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가족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23인승인 무궁화2호에는 가족과 해양수산부 관계자 등 40명이 넘게 타고 있다. 먹을 것이 없어 23일 식사는 컵라면이 전부였다. 24일에야 짜장밥과 김치 등의 식사가 나왔다. 가족들은 변변찮은 식사를 하면서도 오로지 바닷속에 있을 가족 생각만 했다. 단원고 양승진 선생님의 아내 유백형 씨(54)는 “미수습자 가족 모두가 함께 손잡고 집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월호가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23일은 부부의 결혼기념일이었다. 세월호가 수면 위로 완전히 올라온 24일 오전 가족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안전하게 인양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호소했다. 세월호 인양이 마무리되면 후속 작업도 이뤄진다. 진도군은 27일 팽목항에 있는 미수습자 가족 등의 숙소를 세월호가 거치될 목포시 목포신항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현재 팽목항 5000m²에는 이동식 주택과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 가족회의실, 식당, 창고, 세탁실, 샤워장, 화장실 등 가족지원시설 25개동이 있다. 진도군은 업체에서 빌린 식당과 창고 등 10개동은 반납하기로 했다. 진도군은 분향소 2개동과 가족회의실 3개동은 해수부와 유가족 협의 상황을 지켜보며 옮기기로 했다. 진도군은 전체 가족지원시설이 옮겨지면 팽목항에서 진도항 2단계 건설사업을 진행한다. 한편 세월호 참사 가족 모임인 416가족협의회는 세월호 수색이 끝나 미수습자들을 찾고 사고 원인이 정확하게 확인된 뒤에 미수습자를 포함한 합동영결식을 치를 예정이다. 진도=신규진 newjin@donga.com·황성호 / 목포=이형주 기자}

    • 2017-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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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윤회 “朴 소환 모습 안타까워 TV 안봤다”

    “보면 뭐 하겠어. 안타까운 마음뿐이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실장이자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전남편인 정윤회 씨(62·사진)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그는 21일 TV로 생중계된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 장면을 차마 볼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불가항력’ ‘운명’ 같은 표현을 꺼냈다. 이날 오후 자택에서 채널A 기자와 만난 정 씨는 “사람이 살다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닥친다”며 “그냥 앉아서 고통받는 시간의 연속인 지금이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때 ‘주군’으로 모신 박 전 대통령이 탄핵에 이어 검찰에 출석하는 처지가 되자 크게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앞서 정 씨는 박 전 대통령 파면이 결정된 10일 “내가 (박 전 대통령을) 보좌하던 때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보좌했어도 더 잘못됐을 수 있다”며 “운명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을 ‘최순실 국정 농단’의 피해자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여전히 말을 아꼈다. “상황이 안 좋게 됐는데 무슨 피해자가 있고 가해자가 있겠느냐”는 게 정 씨의 답변이었다. 2014년 5월 최 씨와 이혼 전 국정 농단을 알고 있었다는 의혹에는 “전혀 몰랐고 상상도 못 할 일”이라며 “최 씨와 2011년 이후 대화하지 않아 알 수가 없었다”고 부인했다. 덴마크에 있는 딸 유라 씨(21)를 향해선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전하면서 울먹이기도 했다. 얼굴을 보거나 연락한 지 여러 해가 지났다고 밝힌 정 씨는 “무한정 미안하고 자식 보기에 면목이 없고, 그래서 보자는 소리를 (그동안) 못 했다”고 밝혔다. 그는 딸이 한국으로 송환돼 구치소 등에 수감되면 “꼭 찾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신규진 newjin@donga.com·백승우 기자}

    • 2017-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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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만5000개 심장, 한마음으로 봄의 광장을 달리다

    어떤 장애도, 어떤 피부색도 터질 듯한 심장 박동과 아스팔트를 박차는 발을 가로막지 못한 춘삼월의 축제였다. 19일 열린 2017년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8회 동아마라톤 참가자들은 출발 1시간 전인 오전 7시경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웠다. 이번 대회에는 역대 최다인 3만5000명이 출전했다. 이날 오전 기온이 영상 4도에 그쳐 전국에서 모여든 상당수 러너는 두꺼운 점퍼를 입고 광화문광장에 도착했다. 출발 직전 광장에 운집한 수만 명이 일제히 노래에 맞춰 체조를 하는 장관이 펼쳐졌다. 결승선인 송파구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 설치된 마사지 부스는 봄날의 환희를 맛본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기부천사와 특별한 이가 함께한 서울의 봄 ‘기부천사’로 유명한 가수 션(45)은 이날 생애 첫 마라톤 풀코스 도전에 나서 3시간 39분 27초에 골인했다. 션은 스터지-베버 증후군(뇌 3차신경 혈관종증) 같은 희귀성 난치병을 앓고 있는 박은총 군(14) 가족과 함께 뛰었다. 은총 군은 박지훈 씨(43)가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풀코스를 완주했다. 션은 이번 대회에 앞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365명으로부터 1만 원씩 모금해 은총이 같은 아이들이 치료받는 어린이재활병원에 기부했다. 션은 “은총이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마라톤”이라며 “아이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달렸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특별한 이들도 봄날의 열기를 지폈다. 베트남전쟁에서 두 다리를 잃은 상이군인 출신 김윤근 씨(68)는 휠체어를 타고 42.195km에 도전했다. 다만 김 씨 홀로 다 해낼 수 없어 지난해 한 마라톤대회에서 알게 된 해병대 후배 음길현 씨(63)가 간혹 휠체어를 뒤에서 밀어줬다. 김 씨는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머리띠에 태극기 2개를 꽂고 달린 손현복 씨(71)는 “일흔 살 이전까지는 풀코스를 뛰었는데 요즘엔 나이를 생각해 10km로 만족하고 있다”면서 다음 대회를 기약했다.○ 중국에서 온 ‘고독한’ 러너 국제적인 명성에 걸맞게 여러 나라 ‘손님’으로도 대회가 채워졌다. 아일랜드인 마틴 하인스 씨(41)는 “2010년 한국에 온 이후 동아마라톤만 4번째다. 이제는 동아마라톤을 뛰는 게 일종의 기념일이 됐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한중 갈등 국면에도 중국에서 온 참가자도 있었다. 얼굴에 중국 국기 스티커를 붙인 얀웨이훠 씨(39·여)는 “사드 문제 등으로 중국과 한국이 예전보다 사이가 조금 안 좋은데 앞으로는 다시 더 가까워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에는 각종 단체와 동호회 깃발이 나부꼈다. 수도군단 1175공병단 158대대 소속 군인 65명도 나왔다. ‘블랙러너클럽’이라는 부대 내 동호회 소속인 이들은 교류하는 미군 13명과 함께 운동화 끈을 졸라맸다. 박상준 블랙러너클럽 회장(중위)은 “장병들이 주말에 쉬는 것도 좋지만 가만히 실내에 있지만 말고 밖에서 활력을 찾자는 취지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독특한 복장으로 마라톤의 피로를 잊게 해주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일본 여고생이 입는 세일러복을 입은 남녀 3명은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머리에 뿔을 달고 뛰거나 조선시대 임금이 입던 곤룡포 차림의 장년 남성도 있었다.○ 이어진 자원봉사 손길 자원봉사를 나온 청소년들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대회를 지켜봤다. 중학교 2학년인 김진서 군(14)은 “마라톤을 마친 사람들이 서로 격려해주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다. 서른 살이 되기 전에 꼭 풀코스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체대 체육학과 학부생 40여 명은 무료로 참가자들에게 마사지를 해줘 인기를 끌었다. 대회 참가자들이 결승선을 통과할 때면 박수가 크게 터져 나왔다. 지인들은 참가자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으며 즐거워했다. 대회가 마무리되고 낮 기온이 10도 이상으로 오르자 참가자들은 완연한 봄날을 즐기며 피로를 풀었다. 참가자들은 가지고 온 먹을거리를 올림픽주경기장 인근에서 나눠 먹으며 한바탕 축제를 마무리했다.황성호 hsh0330@donga.com·신규진·조윤경 기자}

    • 201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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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학교도, 병원도 못 가봤다… ‘있어도 없는 18년’ 유령 소녀

    세상에 태어났지만 아무도 존재를 몰랐다. 주민등록번호도 없고 학교에 가본 적도 없다. 마치 ‘유령’ 같은 삶이었다. 은혜(가명·18) 양 이야기다.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탓이다. 그래서 20년 가까이 은혜는 세상에 없는 듯 살았다. 학교는 물론이고 병원조차 간 적이 없다.○ ‘유령소녀’의 18년 은혜는 1999년에 태어났다. 그러나 부모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 은혜를 낳은 어머니 A 씨(45)와 아버지 B 씨(48)는 법적 부부가 아니었다. A 씨가 남편과 별거한 사이 B 씨를 만나 동거를 시작했고 은혜를 출산했다. A 씨는 원래 남편과 이혼하지 못해 은혜의 출생신고를 하지 못했다. B 씨도 마찬가지였다. 은혜의 친아버지가 A 씨 남편이 아닌 자신인 걸 입증하려면 복잡한 법적 절차가 필요했다. 적지 않은 비용도 들었다. B 씨는 결국 은혜의 출생을 세상에 알리지 않았다. 출생신고가 안 됐으니 당연히 은혜에게는 주민등록번호가 없다. 한 번도 예방접종을 받지 않았다. 유치원은 물론이고 초등학교도 다니지 않았다. 아예 학교 문턱에 가본 적이 없다. 은혜는 거의 하루 종일 집 안에 머물렀다. 다행히 A 씨 부부는 은혜를 잘 먹이고 잘 키웠다. 다만 세상에 드러내놓지 않았을 뿐이다. A 씨 부부는 그게 어떤 죄인지 몰랐다. 부모가 읽고 쓰는 걸 가르친 게 전부였다. 또래 친구들이 대학 입시 준비를 할 나이지만 은혜는 간단한 덧셈이나 뺄셈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사회성을 키울 기회는 아예 없었다. 부모와 말하는 것이 대화의 전부였다. 은혜의 존재가 드러난 건 지난해 6월. 우연히 은혜가 근처 슈퍼마켓에 갔다. 주인은 멀쩡해 보이는 은혜가 거스름돈 계산을 하지 못하는 걸 보고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그리고 최근 경찰은 A 씨와 B 씨를 아동복지법 위반(방임) 혐의로 입건하고 대전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이계한)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폭력 없는 방임도 분명한 학대 지난달 15일 검사의 직권으로 은혜의 출생신고가 18년 만에 이뤄졌다. 그리고 은혜는 요즘 지역의 한 청소년복지센터에 다니고 있다. 기초 공부를 하면서 조만간 초등 졸업자격 검정고시에도 응할 예정이다. 종이접기와 바느질에도 소질을 보였다. 청소년복지센터 관계자는 “얼마 전에는 양말인형을 만들어서 선생님에게 선물하고 어머니에게도 주는 등 사회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혜는 지금도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관계자는 “아동학대 혐의는 명백하지만 은혜가 부모님을 처벌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로 말했고 실제 기소 때 아이에게 악영향이 갈 수 있어 기소 여부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은혜는 부모를 잘 따르고 특히 아버지를 향한 애착이 크다고 한다. 하지만 부모가 은혜의 삶에서 18년을 앗아간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폭력 등 심각한 학대가 아니라도 이처럼 기본적인 양육의무를 외면한 방임에 대해 부모의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형모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A 씨 부부의 행동은 유엔아동권리협약 가운데 자녀의 생존권을 침해한 것이고 교육적 방임도 했기 때문에 처벌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아동학대 사례 중 방임은 2015년 3175건(중복 학대 포함)에 이른다.황성호 hsh0330@donga.com·신규진 기자}

    • 2017-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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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고시작 21분만에 “파면”… 숨죽이던 법정에 나직한 탄성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아….” 10일 오전 11시 21분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탄핵 심판의 결론에 해당하는 주문을 읽자 대심판정 방청석에서 나직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환호나 고성은 없었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 여부가 판가름 나는 역사적 현장. 이날 오전 11시 정각 이 권한대행이 “지금부터 2016헌나1 대통령 박근혜 탄핵 사건에 대한 선고를 시작하겠습니다”라고 선언하자 대심판정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숨이 막힐 듯했다. 이 권한대행이 선고 이유에 해당하는 결정문을 읽어 내려가는 21분 동안 심판정은 얼어붙은 듯 고요했다. 소리는 이 권한대행의 음성밖에 없었고, 움직이는 것은 생중계 TV 카메라뿐이었다. 방청석에는 내외신 기자 150여 명이 자리했다. 인터넷 추첨에서 선정된 일반인 24명도 자리했다. 796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사람들이다. 이들 역시 잔뜩 상기된 표정을 풀지 못했다. 앞서 국회 탄핵소추위원단과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날 오전 10시 40분부터 차례로 심판정에 들어섰다. 그리고 오전 11시 이 권한대행과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 등 8명의 재판관이 차례로 입정했다. 모든 방청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권한대행은 결정문을 읽기에 앞서 심판 진행 경과와 헌재의 입장을 밝혔다.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 근거이고 국민은 그러한 헌법을 만들어 내는 힘의 원천이다.… 재판부는 역사의 법정 앞에 서게 된 심정으로 이 선고에 임하려 한다.” 11시 3분. “지금부터 선고를 시작하겠다.” 이 권한대행의 결정문 낭독이 시작됐고, 대심판정의 모든 사람이 그의 입에 귀를 맞췄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국회 탄핵 소추 의결 과정의 하자 부분을 주장한 것과 관련해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는 대목에서 서기석 재판관이 고개를 돌려 이 권한대행을 잠시 쳐다봤다. 동시에 대리인단의 손범규 변호사도 이 권한대행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반면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황정근 변호사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11시 8분 탄핵 소추 사유의 판단 결과가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하자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공무원 임면권 남용과 언론 자유 침해, 세월호 참사에 대해 박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위배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자 탄핵소추위원단 측 참석자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소추위원장인 바른정당 권성동 의원은 재판부를 빤히 쳐다봤다. 하지만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국정 농단 공모가 언급되면서부터다. 11시 12분 이 권한대행은 청와대 문건이 수시로 최 씨에게 전달된 문제를 지적했다. 순간 조용호 재판관과 바로 옆 강일원 재판관이 서로를 응시했다. 박 대통령 파면 결정을 짐작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어 미르·K스포츠재단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박 대통령의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지를 판단한 내용이 설명됐다. 이 권한대행이 “최 씨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 헌법, 국가공무원법 등을 위배했고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규정짓자 권 의원은 미소를 지었다. 반면 박 대통령 측 이동흡 변호사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이 권한대행의 목소리는 점점 단호해졌다. “박 대통령은 최 씨의 국정 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부인하면서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했다.” “법 위배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 마치 박 대통령을 꾸짖는 듯한 어조였다. 이 권한대행은 박 대통령 파면을 선언한 뒤 안창호 재판관의 보충 의견을 밝혔다. “탄핵 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로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해 파면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었다. 이 권한대행과 재판관 7명이 퇴정하자 탄핵소추위원단 변호사들은 악수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권 의원은 박 대통령 대리인단 쪽으로 걸어가 이동흡, 이중환 변호사에게 악수를 청했다. 박 대통령 측 변호사들은 얼굴이 붉게 상기된 채 아무 말 없이 대심판정을 빠져나갔다.배석준 eulius@donga.com·신규진 기자}

    • 2017-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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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억원으로 부화한 식빵속 앵무새 알

    ‘앵무새 알을 밀수하는 법.’ A 씨가 경찰 앞에 앉더니 책상 위에 놓인 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그는 희귀동물 밀수 조직에서 운반책으로 일하다 입건됐다. A 씨는 식빵과 통조림 깡통을 이용한 신종 밀수 방식을 그림까지 곁들여 생생히 설명했다. 다음은 A 씨가 경찰에 밝힌 밀수 방법이다. 우선 알을 솜으로 잘 싼다. 그러고 미리 구입한 비닐봉지에 든 식빵 사이마다 알을 넣는다. 이어 공기가 잘 통하도록 비닐봉지에 구멍을 숭숭 뚫는다. 통조림 깡통 밀수도 비슷하다. 깡통 안에 솜을 깔고 알을 놓는다. 그 위에 차례로 솜과 알을 층층이 쌓는다. 마찬가지로 구멍을 뚫는다. 초등학생의 유치한 장난 같지만 효과는 만점이었다. 밀수 조직은 한 번에 앵무새 알 수백 개를 숨긴 식빵과 통조림이 담긴 가방을 들고 190여 차례나 공항으로 입국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2012년 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앵무새의 알을 밀수해 시중에 불법으로 유통한 혐의로 밀수업자 전모 씨(42)를 구속하고 S 씨(44) 등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이들은 대만과 태국 등지에서 190여 회에 걸쳐 앵무새 알 약 4만 개(6억5008만 원어치)를 구입해 밀수입했다. 현지 공급책부터 판매처까지 희귀동물 밀수 경로 전체가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 관계자는 “밀수 방법이 생각보다 너무 단순해 놀랐다”며 “흉기 등 날카로운 물질은 X선 검사에서 잘 보이지만 알은 잘 보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일당은 앵무새 알을 부화시킨 뒤 2, 3개월간 키워 파는 수법으로 10억2000만 원을 챙겼다. 개당 1만 원인 선코뉴어 앵무새 알과 80만 원인 아마존 앵무새 알을 부화시켜 각각 23만 원, 250만 원을 받았다. 이들은 범행을 감추기 위해 정상적인 경로로 들여온 어미새의 알인 것처럼 속이고 허위로 ‘국제적 멸종위기종 인공증식증명서’를 발급했다. 이처럼 희귀동물 수요가 늘면서 최근 불법 밀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김모 씨(39)는 희귀 원숭이 슬로로리스와 가비알 악어 등을 어른 양말 속에 넣고 발목 부분을 묶어 여행 가방에 넣어 왔다. 이번에 구속된 전 씨도 살아 있는 앵무새에게 수면유도제를 먹여 재우고 부리에 테이프를 붙여 밀수했다. 환경부는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해 지난달 13일부터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밀수하거나 국내에서 불법으로 거래한 사실을 제보하면 1인당 연간 최대 10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신규진 기자}

    • 2017-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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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만원 ‘자살세트’ 팔고사는 사회

    ‘고통 없이 죽는 법, 100% 확실한 자살.’ 지난해 11월 ‘자살 브로커’ 송모 씨(55)는 트위터 아이디 ‘편안한 동행’으로 이 같은 광고 문구를 띄웠다. 그는 장기 임차한 충남 태안의 펜션에 질소가스통, 타이머, 가스호스, 신경안정제 등 일명 ‘자살세트’를 구비하고 동반 자살자를 모집했다. 원가 50만 원의 자살세트를 100만 원에 팔았다. 자살을 택했지만 죽음이 두렵거나, 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람이 송 씨의 주된 ‘고객’이었다. 건강상의 이유로 자살로 내몰린 딱한 처지의 사람도 많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인 한국에서 자살 브로커는 돈벌이가 됐다. 송 씨는 스스로를 ‘저승사자’라 불렀다. 같은 달 그는 인천에 사는 38세 여성 집에 찾아가 자살세트를 설치해 줬다. 그리고 비닐로 텐트를 어떻게 감싸는지, 질소가스에 호스는 어떻게 연결하는지, 수면제는 어느 정도 먹고 타이머는 몇 시간에 맞춰 놓는지 등 ‘스스로 목숨을 끊는 법’을 소상하게 알려줬다. 그해 12월에는 충남 홍성군에 사는 50대 남성 집에 자살세트를 설치해 주고, 자살을 도와주겠다며 펜션으로 20, 30대 여성 2명을 부르기도 했다. 다행히 지인의 112 신고 등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없었다. 송 씨도 한때 자살을 시도했다. 운영하던 도매업이 망하자 지난해 7월 차량 안에 연탄을 피워 놓고 수면제를 먹었지만 실패했다. 이후 질소가스를 이용하면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다는 소리를 듣고 자살 방법을 연구했다. 햄스터로 실험까지 마쳤다.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서 장기간 일하며 죽음을 가까이 한 경험도 자살 방법을 연구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송 씨가 돈 문제로 자살을 택했다가 결국 돈을 벌기 위해 자살 브로커로 변신했다”고 전했다. 동반 자살 희망자 중엔 20, 30대 젊은 여성이 많았다. 송 씨는 극한 상황에 놓인 여성의 심리를 악용해 성적인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동반 자살자를 구한다’는 글을 보고 펜션으로 찾아온 22세 여성을 강제로 껴안고 입을 맞추며 강제추행한 것. 죽음이 코앞이니 성관계쯤이야 대수롭지 않으냐는 식이었다. 동반 자살 모임에서 만난 여성과는 잠시 동거하기도 했다. 송 씨의 피해자들은 “여성에게 유독 집착하고 접근했다”고 전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자살방조 미수, 무허가 고압가스 판매 등의 혐의로 송 씨를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또 송 씨와 함께 자살 브로커로 활동한 이모 씨(38)도 자살방조 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동반 자살 모임에서 송 씨를 알게 된 이 씨 역시 다량의 수면제를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적이 있었다. 송 씨는 “돈을 받고 사람을 살리려 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주장했다. 하지만 두 사람과 자주 연락한 50여 명 중 3명은 결국 다른 방식으로 자살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자살을 돕거나 동반 자살자를 구한다는 인터넷 게시글 대부분이 사기나 성추행 목적으로 올린 글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자살자 수는 2011년 1만5906명에서 2015년 1만3513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가스 중독에 의한 자살은 1251명에서 2207명으로 늘었다. 인터넷에선 질소가스를 판매한다는 글이 버젓이 올라오고 택배로 집까지 배달해 준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신규진 기자}

    • 2017-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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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상선 “탄핵기각땐 불복” “빨갱이 척결”… 시민들은 차분했다

    《 98년 전(1919년) 3월 1일 서울 도심의 군중은 하나였다. 광화문 앞에서 한목소리로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2017년 3월 1일 광화문은 경찰의 차벽(車壁)으로 둘러싸였다. 탄핵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날을 ‘총결집의 날’로 정해 태극기를 들고 세종대로에 모였다. 탄핵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노란 리본을 단 태극기를 들고 광화문광장에 자리 잡았다. 양측의 경계는 세종대로 사거리에 세워진 경찰 차벽뿐. 단상 위에선 상대를 향해 “빨갱이 척결” “부패한 권력의 방패”를 외쳤다. 하지만 단상 아래 대다수 시민은 차분했다.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치고 쓰레기를 치운 뒤 질서를 지키며 귀가했다. 양측은 각각 500만 명과 30만 명이 집회에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 ● ‘탄핵인용 만세’ 소리친 촛불집회“만에 하나 탄핵이 기각되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강력한 규탄행위를 해야 합니다.”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에서는 이처럼 헌법재판소의 선고에 대한 ‘불복 발언’이 이어졌다. 집회를 주최한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제시한 집회 명칭은 ‘박근혜 구속 만세! 탄핵 인용 만세! 황교안 퇴진! 3·1절맞이 박근혜 퇴진 18차 범국민행동의 날’이었다. 촛불집회는 태극기집회보다 3시간가량 늦은 오후 5시에 시작됐다.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시민들은 우산을 쓰거나 우비를 입고 가족 친구 등과 함께 집회에 참석했다. 손에는 촛불과 작은 태극기를 들고 있었다. 태극기에는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단상에 오른 최영준 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은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으로 시작한 박 정권은 출발부터 잘못됐다”며 “이것만으로 대통령은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탄핵되면 1차 승리를 자축하며 결의하겠다. 하지만 만에 하나 기각되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강력한 규탄행위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검법 개정안의 직권상정을 거부한 정세균 국회의장과 헌재 결정에 승복 의사를 밝힌 적이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 욕설을 하는 집회 참가자도 일부 있었다.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은 탄핵 반대 단체에 대해 “숭고한 태극기를 부패한 권력자의 방패로 쓰는 것은 애국선열을 모독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또 박 대통령 대리인단을 향해서는 “정의감과 민족정신 애국심도 없이 부패한 대통령 옹호하며 억지 쓰는 건 국민과 역사 앞에 죄짓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에 참석한 뒤 촛불집회로 자리를 옮긴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89)도 단상에 올랐다. 그는 “박 대통령을 탄핵하고 튼튼한 대한민국을 지키는 후손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넘겨줘야 한다”고 했다. 집회 주최 측은 “탄핵안이 인용돼 박 대통령이 자연인 신분으로 엄정한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아프리카 악기인 부부젤라를 불거나 야유를 보내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행사는 대체적으로 차분하게 진행됐다. 특히 단상 아래 대부분의 시민은 단상 위 과격한 선동 발언에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3세 아들과 함께 집회에 참석한 유모 씨(35·여)는 “우리 가족은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을 위해 이 자리에 참가한 것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반드시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유 씨는 유모차를 밀면서 틈틈이 집회 현장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들을 주웠다. 강영윤 씨(22·여)는 “평소 가족들끼리 정치와 관련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며 “오늘도 엄마는 태극기집회에 갔다”고 말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집회에 참석한 이성훈 씨(33)는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던 선조들이 오늘 벌어진 두 집회 광경을 본다면 너무 슬퍼할 것 같다”며 “이번 위기가 우리 국민의 저력을 보여줄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황교안이 박근혜다. 둘 다 꺼져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에서 100m 떨어진 지점까지 행진했다. 집회 주최 측은 “촛불이 민심이다” “촛불이 승리한다”를 외치며 오후 7시 50분경 집회 종료를 선언했다. ● ‘대한민국 만세’ 외친 태극기집회“좀비들아 태극기 말 좀 들어라. 좀비들아 어른들 말 좀 들어라!” 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열린 ‘태극기집회’에서는 이처럼 원색적인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이 발언은 단상에 오른 집회 사회자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측을 겨냥한 것이었다. 사회자는 참석 인사 발언 중간 중간 ‘촛불집회’가 열린 북쪽 광화문광장을 향해 “꺼져버려”를 외쳤다. 그때마다 집회 참가자들은 ‘5초간 함성’으로 화답했다. 이날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 주최로 열린 집회 단상에 오른 인사들은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김평우 변호사는 “촛불은 어둠의 자식들”이라며 저주에 가까운 표현을 꺼냈다. 김 변호사는 “헌법재판소 법정에 나가 ‘박 대통령님은 무죄이므로 억울한 유폐 생활에서 즉시 풀려나야 한다’고 역설했다”며 “국회의 탄핵소추가 그 목적과 절차 방법에 있어 동서고금의 유례가 없는 사기 거짓 졸속의 탄핵소추였음을 깨끗이 증명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는 구호로 참가자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미국 성조기를 함께 흔들며 “빨갱이들 잡아라” “김진태 차기 대통령 해라”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또 같은 당 소속 윤상현 의원은 “특검이야말로 대한민국 최고의 무소불위 권력이 되어버렸다”며 “입만 열면 탄핵 탄핵 하는 사람들이 왜 북핵에 대해선 한마디도 안 하느냐”고 외쳤다. 이날 집회 현장에는 집에서 자신의 왼손 새끼손가락을 자르고 나왔다는 이모 씨(51)가 참가했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오전 11시경 서울 금천구 자신의 집에서 흉기로 손가락을 절단한 뒤 혈서를 작성해 집회에 참석했다. 이 씨는 혈서에 ‘나는 충청도 사람이다. 나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 대한민국 만세’라고 적었다. 그는 경찰에서 “안중근 의사처럼 해보고 싶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구속된 것에 항의하기 위해 그랬다”고 주장했다. 태극기집회 단상 위 분위기는 섬뜩했지만 단상 아래서 차분하게 행동하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태극기를 들고 나란히 집회에 참석한 김성찬 씨(55) 부부는 “태극기집회 참가자가 촛불집회보다 많다. 이제 진실이 눈을 뜬 것 같다”고 말했다. 이원룡 씨(57)는 테니스 동호회원 4명과 함께 참가했다. 이 씨의 가방에는 ‘하나 되자♡대한민국’ ‘사랑해요♡대한민국’이라는 문구와 태극기가 그려진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이 씨는 “특별히 정치적 견해는 없다. 다만 그동안 정치 자체에 대한 혐오감이 컸다”며 “태극기집회 쪽 참가 인원들이 대부분 또래여서 직접 와봤다”고 말했다. 휴일을 맞아 두 딸과 함께 나들이를 가려다 집회에 참석했다는 조원희 씨(44) 부부는 “아이들이 어리긴 하지만 워낙 국가적인 사안인 만큼 아이들에게도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 씨는 “태극기를 아이들에게 쥐여주고 애국가를 부르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오후 7시경 집회가 끝난 뒤 세종대로와 인근 청계광장에서는 일부 참가자가 쓰레기를 치우고 귀가했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집회 참석을 위해 혼자 서울에 왔다는 이석환 씨(31)는 “어르신들이 이렇게 춥고 비도 오는데 나와서 나라 걱정한다고 집회하시는 거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정지영 jjy2011@donga.com·조윤경·백승우 기자·정동연 call@donga.com·신규진·성혜란 기자}

    • 2017-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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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끽~ 무단횡단 유커에 간 떨어질 뻔!

    19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근처 사거리. 두 손에 커다란 쇼핑백을 가득 든 중국인 관광객 3, 4명이 횡단보도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신호등은 빨간불이었다. 곧이어 다른 여성 관광객 두 명이 커다란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빠른 걸음으로 뒤를 따랐다. 신호등은 여전히 빨간불이었다. 마침 대로를 지나던 택시가 관광객들을 보고 급정거했다. 택시 운전사는 창문을 내리고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들은 오히려 웃으며 지나쳤다. 주변 상인 신모 씨(47·여)는 “신호도 무시하고 튀어나오는 관광객 때문에 사고 낼 뻔한 차를 수없이 본다”며 혀를 찼다. 외국인 관광객의 단골 코스인 동대문 일대가 무단 횡단을 일삼는 중국인 관광객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일 서울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구 일대에서 무단 횡단으로 단속된 외국인 1017명 중 중국인이 606명(59.5%)으로 가장 많았다. 일본인(139명) 홍콩인(45명) 몽골인(41명) 대만인(29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올해 1, 2월에도 무단 횡단으로 단속된 외국인 217명 중 중국인이 156명(71.8%)에 달했다. 중국인 관광객의 질서 의식이 문제가 된 건 어제오늘이 아니다. 제주도에서도 몇 년 전부터 중국인 관광객의 무단 횡단이 심각하다. 제주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 제주도 전체의 무단 횡단 적발 1만616건 가운데 외국인은 6535건으로 61.6%에 달했다”며 “대부분이 중국인 관광객”이라고 전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9월부터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무단 횡단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동대문과 명동 일대는 차량 통행이 많다. 특히 화물차량이 많이 다니고 짐을 싣고 내리는 불법 주정차도 심각하다. 무단 횡단으로 인한 교통사고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동대문 인근 쇼핑센터에 의류 배송을 하는 황종연 씨(46)는 “빨간불만 보고 우회전 하다간 사고 나기 십상”이라며 “골목에서 우회전으로 나갈 때가 많은데 아무 눈치도 안 보고 뛰는 관광객 때문에 급정차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경찰 단속은 쉽지 않다. 을지지구대 관계자는 “적발을 해도 말이 잘 안 통해 구글번역기를 켜서 위반 사항을 설명해 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부경찰서는 지난해 하반기 동대문 사거리 근처에 중국어로 ‘무단 횡단을 하지 맙시다’라고 쓰인 현수막을 걸어 놓기도 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중국에선 보행자나 운전자 모두 교통신호를 지키지 않는 습관이 있는데 한국에서까지 그대로 행동하는 것”이라며 “여행 가이드 등 관광업계 종사자들이 현장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불법 행위임을 안내해야 한다”고 말했다.최지연 lima@donga.com·신규진 기자}

    • 2017-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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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檢, 최순실 소유 빌딩·전경련·더블루케이 등 압수수색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순실 씨(60) 소유 빌딩, 전국경제인연합회, 최 씨가 실소유한 업체 더블루케이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지난달 29일 시민단체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댄 대기업과 안종범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 등을 검찰에 고발해 수사에 착수한 이후 처음 이뤄지는 강제 수사다. 미르·K스포츠재단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한웅재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은 26일 오전 검사와 수사관 수십여 명을 보내 미르·K스포츠재단 본사, 최 씨의 자택과 최 씨 소유 서울 강남구 신사동 미승빌딩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검찰은 수백억 원대 모금 과정을 주도한 의혹 제기된 전경련 관련 사무실도 제한적으로 압수수색하고 있다. 최 씨가 재단 모금을 독일로 유출하기 위해 설립한 곳이라는 의혹 제기된 업체 더블루케이에도 검찰 수사관이 들이닥쳤다. 압수수색 장소에는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최 씨 소유 회사 더블루케이의 등기이사였던 고영태 씨(40) 등의 자택과 관련 사무실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씨는 현재 잠적한 상태로 알려졌다. 검찰의 압수수색은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과 자금 모금 과정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최 씨 모녀의 횡령이나 탈세 혐의를 확보한 상황이 아닌데도 최 씨 자택이 압수수색 장소에 포함된 것은 최 씨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자금 모금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관련 증거 확보차원으로 보인다. 한편 더블루케이 조모 전 대표 측은 "안종범 수석이 K스포츠재단 및 최 씨가 실소유한 업체 더블루케이 운영에 관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 수석이 다리를 놔줘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식당에서 정현식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을 소개받았고, 이 자리에서 '서로 잘 도와주라'고 안 수석이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26일 오전 조 전 대표, 최모 변호사, 더블루케이 경리직원 등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201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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