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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10시 법정에 들어선 이명박 전 대통령(77)의 얼굴엔 핏기가 없었다. 양 볼은 홀쭉했다. 피고인석으로 걸어가던 그는 잠시 멈춰 선 채 검사석과 방청석 사이 나무 가림막을 손으로 짚었다. 교도관이 그를 부축해 피고인석에 앉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 심리로 열린 공판에 나온 이 전 대통령은 병색이 짙었다. 자신의 18번째 공판이었다.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 전 대통령은 지병인 당뇨병 등이 악화돼 지난달 30일부터 5일 동안 서울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구치소에 다시 수감된 뒤 이날 처음 법정에 나온 이 전 대통령은 두 차례 변호인에게 귓속말을 한 것 외에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올 5월 첫 공판에서 10여 분간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혐의를 적극 부인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이날 오후 6시 5분까지 이어진 공판 내내 수시로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눌렀다. 손수건으로 입을 막고 쿨럭거렸다. 점심식사 후엔 피고인석에 앉은 채 꾸벅꾸벅 졸았다. 검찰은 법정에서 김백준 전 대통령총무기획관(78)의 진술 조서를 공개했다. 조서에는 ‘김소남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비례대표 공천 대가로 2억 원을 받았고, 김 전 의원 측 요청을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이 담겼다. 이 전 대통령 측에 거액을 건넨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2008년 1∼5월 작성한 41쪽 분량의 비망록 사본도 공개됐다. 비망록에는 ‘통의동 사무실에서 MB 만남. 나의 진로에 대해 얘기했고, 긍정 방향으로 조금 기다리라고 했음’이라고 적혀 있다. 이 전 회장은 인사 청탁이 이뤄지지 않자 “MB와 인연 끊고 다시 세상살이 시작해야 하는지 여러 가지 괴롭다. 옷값만 얼마냐”고 적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거나 피고인석에 놓인 종이에 메모를 했다. 하지만 재판이 끝날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이용해 씨(51)는 올해로 ‘25년 차 감독’이다. 대학 졸업 뒤 한 방송사에서 10년간 예능 PD로 활동하면서 ‘좋은친구들’ ‘이홍렬쇼’ ‘LA아리랑’ 등 시청률 30%를 넘나드는 화제작을 연출했다. 2003년 외주 제작사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올인’ ‘주몽’ 등 인기 드라마를 연달아 기획·제작했다. 제작사 메이콘텐츠의 대표이사가 됐을 때가 43세였다. 그런 이 씨가 올해 변호사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지난달부터 법무법인 화우에서 실무수습을 하고 있다. 예전에는 빨간 펜을 들고 방송 대본을 고치는 고참 선배였지만 이젠 비슷한 나이의 변호사들에게 항소이유서를 첨삭받는 수습 변호사다. “20여 년 동안 PD 생활을 하다 보니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습니다. 방송 출연자였던 변호사 한 분이 로스쿨 진학을 권유했습니다. 그때는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변호사 자격까지 취득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쉽게 생각했어요.” 1일 서울 강남구의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만난 이 씨는 늦깎이 변호사의 길에 도전했을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2015년 전남대 로스쿨에 입학한 이 씨는 올 4월 제7회 변호사시험에 51세 최고령 합격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올해 최연소 합격자(23세)는 아들뻘”이라며 “로스쿨 시절에도 최연소인 친구와 함께 다니면 ‘아들과 아버지’란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50대에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다는 건 생각과 달리 쉽지 않았다.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 시절 법학 교양 과목조차 들어본 적이 없었다. 입학 첫해부터 좌절했다. ‘사법시험 장수생’인 로스쿨 동기들 사이에서 혼자 뒤처지는 것 같았다. 동기들은 자퇴서를 내겠다는 이 씨를 여러 차례 말렸다. “형처럼 로스쿨 취지에 걸맞은 사람이 변호사가 돼야 한다”며 용기를 북돋았다. 이 씨는 “제작사 대표를 겸하고 있어 생계 걱정이 없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한 해를 오기로 버텼고, 로스쿨 생활을 하다 보니 점차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고 했다. 변호사 시험을 석 달 앞두고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에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 눈이 시큰거렸고 앞이 보이지 않았다. 곧바로 응급수술에 들어갔다. 시력을 잃을 수도 있는 ‘망막박리’ 증상이었다. 주중엔 로스쿨생, 주말엔 제작사 대표로 몸을 혹사한 영향이 컸다. 입원해 있을 당시 35세 이상 로스쿨 동기인 ‘삼오곡’ 모임 멤버들이 이 씨에게 매일 전화를 걸어 최신 판례를 읽어줬다. 시력을 회복한 뒤 간신히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다. 이 씨는 앞으로 법무법인 화우에서 문화·예술계 전담 변호사로 일할 예정이다. 롤모델은 야구선수 출신 변호사 스콧 보라스다. 은퇴 뒤 변호사로 변신한 보라스는 법률 지식을 무기로 메이저리거들을 대리하는 대형 에이전시를 세웠다. 이 씨는 “미디어업계의 가려운 곳을 법률 지식으로 긁어줄 수 있는 보라스가 되고 싶다. 언젠가 로펌 변호사의 삶을 그린 드라마를 만드는 것도 또 다른 꿈”이라고 말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으로 근무하던 2013년 10월 말 청와대에 청탁한 내용이 주철기 당시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통해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에게 직접 전달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와 특별수사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2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압수수색 과정에서 윤 전 장관 앞으로 송달된 당시 주 수석과 임 전 차장의 면담 기록이 담긴 문서를 확보했다. 이 문서에는 임 전 차장이 당시 대법원에 계류 중이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의 진행 상황과 향후 방향을 주 수석에게 보고한 내용과 함께 “주 유엔대표부에 법관을 파견하도록 도와 달라”고 청탁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주 수석은 면담 이후 임 전 차장과의 협의 내용을 참고해 잘 시행하라는 취지로 면담 기록을 윤 장관 앞으로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듬해인 2014년 6월부터 법원행정처는 유엔대표부에 ‘사법협력관’이라는 이름으로 판사를 보냈다. 임 전 차장은 2015년 6월 당시 송영완 오스트리아대사에게 이메일을 보내 “전날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을 만나 (징용 소송에 관한) 의견서 제출을 협의했다. 이참에 오스트리아 대사관 법관 파견을 잘 부탁드린다”고 청탁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처장이 PC에 이메일 초안을 저장해 검찰이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6년부터 시작된 오스트리아 대사관 파견 판사는 2010년 이후 중지된 상태였다. 임 전 처장이 요구한 오스트리아 대사관 파견은 성사되지 않았다. 다만 외교부는 2016년 11월 “양국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재상고심을 맡은 대법원 재판부에 제출했다. 한편 검찰이 외교부와의 재판거래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 중 외교부만 발부하고, 법원행정처 국제심의관실 등은 기각한 것을 놓고 판사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렸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일 ‘일개 행정처 심의관이 작성한 문건에 따라 대법관이 재판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례적인 기각 사유를 밝혔다. 대전지법의 김모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망에 “(대법관의) 퇴임사에서도 어김없이 ‘인권의 최후 보루’나 ‘사회적 약자 보호’ 같은 이야기가 등장한다. 법원은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무능력을 합리화하고 결백을 가장하는 윤리적 알리바이 만들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반면 영장 기각이 정당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결국 혐의를 충분히 소명하라는 의미이며 심의관들의 문건이 대법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강조사를 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고도예 기자}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노동자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에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개입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일 외교부를 압수수색했다. 법원행정처가 한일 외교관계에 소송이 미칠 파장을 감안해 달라는 외교부 민원을 받고 관련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봉수)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이날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내 국제법률국과 동북아국, 기획조정실을 압수수색해 ‘법관 해외공관 파견 기록’ 등 문건을 확보했다. 앞서 검찰은 2013년 9월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이 작성한 문건에서 강제징용 노동자 손해배상 소송 판결의 고려 사항 중 외교부 협조가 필요한 ‘판사들의 해외 공관 파견’, ‘고위 법관 외국 방문 시 의전’이 포함된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외교부의 민원과 협조를 검토한 게 강제징용 노동자 손해배상 소송이 대법원에 5년째 계류 중인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2016년 1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작성한 문건에서 위안부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1심을 각하 또는 기각으로 미리 결론 낸 사실을 파악했다. 외교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법원은 법원행정처 문건 작성에 관여한 전·현직 판사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모두 기각했다. 검찰 내부에선 “지금까지 법원행정처 관련 영장이 95% 이상 기각됐다”, “대법관과 대법원 관계자는 건드리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이라는 불만이 나왔다. 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현직 판사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선고 일정을 앞당긴 정황도 검찰에 포착됐다. 검찰은 최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에서 ‘최민호 전 판사 관련 대응 방안’이란 문건을 확보했다. 이 문건은 2015년 1월 18일 작성됐다. 당시 현직이었던 최 전 판사는 이 문건이 작성된 날 사채업자 최모 씨에게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이 문건에는 최 전 판사 사건에 대한 대응책으로 1월 22일 이 전 의원 내란음모 혐의 사건 선고를 하는 방안이 담겼다. 대법원은 문건 작성 다음 날 실제로 이 전 의원에 대한 선고일을 1월 22일로 확정했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이 전 의원에게 징역 9년에 자격정지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원행정처는 선고 사흘 뒤 만든 후속 문건에서 “대응전략이 주효해 사건 수습 국면”이라고 자평했다. 허동준 hungry@donga.com·고도예 기자한성희 인턴기자 한양대 경영학부 4학년}

잇따른 화재로 대규모 리콜에 들어간 BMW 520d 차량과 관련해 소비자들이 처음으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차주들의 추가 소송이 예정돼 있어 소송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BMW 차량에 추가로 화재가 발생해 BMW 측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BMW 차주들 손배소송 제기…규모 커질 듯 서울중앙지법은 30일 임모 씨 등 BMW 520d 차주 4명이 수입사인 BMW코리아와 딜러사인 도이치모터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이들은 화재 피해 당사자는 아니지만 계속된 화재로 중고차 매매가격이 떨어졌고 차량 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1인당 500만 원씩을 청구했다. 차주들은 소장에서 “국내 판매 차량에만 국내 업체가 제조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쿨러가 장착됐다”며 “이를 정밀 검사하지 않은 건 자동차관리법을 위반해 결함을 은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을 대리하는 하종선 변호사는 “현재까지 20여 명의 차주가 소송 참여를 희망하고 있어 일주일 뒤 추가 소송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차량이 불에 탄 차주 윤모 씨는 27일 BMW코리아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10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윤 씨의 대리인 성승환 변호사는 “리콜 대상 차량의 차주를 포함해 500여 명이 소송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라고 밝혔다. 소송이 이어지는 가운데 30일 낮 12시경 수도권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항 방면 북항터널 구간을 달리던 BMW GT 차량에서 불이 나 20여 분 만에 꺼졌다. 운전자 민모 씨(46) 등 3명이 곧바로 대피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 민 씨는 출동한 소방관에게 “고속도로를 주행하고 있는데 갑자기 보닛에서 연기가 나면서 순식간에 불이 붙었다”고 말했다. ○ BMW “EGR 모듈 이상…24시간 대응 체제” BMW코리아 측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EGR 모듈의 이상으로 일부 차종에서 화재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며 “리콜 전담 고객센터와 전국 서비스센터를 24시간 운영하는 등 사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015, 2016년 벌어진 화재 사건 당시 BMW코리아가 EGR 부품에 대해 정밀 조사를 하지 않아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종선 변호사는 “당시 BMW코리아가 EGR를 화재 원인으로 일찍 지목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BMW코리아 측은 “당시에는 EGR 부품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도 조사를 했지만 명확한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다”며 “이후 연료 호스 누수 문제가 제기돼 해당 차량을 리콜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잇따른 화재가 단순한 EGR 모듈 이상 때문이 아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BMW는 화재 가능성으로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100만 대, 올해 5월 영국에서 30만 대 리콜을 실시했지만 EGR 부품 때문은 아니었다. 고도예 yea@donga.com·김현수 / 인천=황금천 기자}

현직 부장판사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과거 이 소송을 맡았던 대법관과 선배연구관이 납득하기 힘든 지시를 내렸었다고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2014년 2월∼2016년 2월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했다. 앞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때인 2013∼2014년 법원행정처가 이 소송에 대해 ‘외교부의 민원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의 문건을 두 차례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이 사건은 5년째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A부장판사는 2015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관련 사건에 대해 “종전 미쓰비시 사건의 판시를 인용한 의견서(판결 초고)와 보고서를 주심 대법관께 보고했다”며 “난데없이 선배연구관이 ‘그 판결 이유가 그렇게 나가면 안 된다. 판결에서 인용한 미쓰비시 사건을 다시 파기환송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미쓰비시 사건은 2007년, 2009년 1, 2심에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에 패소했지만 2012년 대법원이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을 말한다. 이에 2013년 부산고법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미쓰비시중공업이 피해자 1인당 8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후 다시 대법원에 사건이 올라왔는데 이례적으로 대법원 스스로 자신의 판결을 뒤집으려 했다는 게 A부장판사가 페이스북에 쓴 글의 요지다. A부장판사는 “대법원이 자신이 내린 판결의 정당성을 같은 사건에서 스스로 부정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검토되고 있다는데도 연구관실 누구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대법관님은 (당연하게도) 이미 상황을 다 알고 계신 듯 미쓰비시 판결이 이상하다면서 한일 외교관계에 큰 파국을 가져오는 사건이라며 다시 한번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지시를 따르지 않았으며 “‘일제강점기 만행에 대해 자국민의 희생을 인정하고 보상을 명한 국가 최고법원의 판단을 스스로 뒤집는단 말인가’라는 보고서를 썼다가 끝내 보고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A부장판사는 “모든 이상한 상황을 설명해 주는 법원행정처 문건이 속속 발견된다”면서 자신에게 내려진 지시의 이면에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법원과 행정처는 같은 조직이지 어느 순간에도 분리된 적이 없다”며 “행정처는 대법원과 분리돼 있어 어떤 경우에도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대법관님들의 성명은 그분들에 대한 나의 최소한의 기대와 존경을 무너뜨린다”라고 했다. A부장판사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페이스북 글이 비공개라고 생각해 객관적이지 않은 과한 표현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A부장판사는 “대법관님이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될 위기에 처했다. 외교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는데 강제동원 판결할 때 우리가 제대로 검토했는지 의문이 있다’고 말씀했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2015년 1월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대한변호사협회를 압박하기 위해 형사 사건에서 변호사의 성공보수 약정 무효화를 검토하는 A4용지 7, 8쪽 분량의 문건을 작성한 경위를 수사 중이다. 검찰은 최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에서 이 같은 정황이 담긴 문건을 입수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고도예·황형준 기자}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2016년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58)에게 벌금 15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26일 확정했다. 판결에 따라 최 전 의원은 2020년 21대 총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됐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피선거권을 5년 동안 박탈당한다. 최 전 의원은 2016년 4월 지역 케이블TV 토론회에서 “경기도지사에게 경기 북부 테크노밸리 유치를 약속받았고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조안 나들목 신설을 확인했다”며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는 일부 혐의가 무죄가 나면서 벌금액이 줄었다.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최 전 의원은 20대 총선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유명 요리사 이찬오 씨(34)가 마약을 흡입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24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씨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씨에게 보호관찰 명령을 내렸고 마약 구입 대금인 9만4500원도 추징하기로 했다.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출연으로 유명해진 이 씨는 지난해 대마초를 농축한 마약류 ‘해시시’를 두 차례 국내에 밀반입하고, 세 차례 흡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유명 요리사인 피고인의 그릇된 행동으로 사회에 큰 악영향을 미쳐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씨에게 마약 전과가 없고 우울증과 공황장애 치료를 받아온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씨의 마약 흡입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지만 마약을 국제 우편물을 통해 밀수한 혐의는 증거 부족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 씨 측은 재판에서 “이혼하면서 우울증을 앓았고 치료차 해시시를 흡연한 사실은 있지만 국제 우편물을 통해 밀수했다는 혐의는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박근혜 청와대’가 서울 효자동에서 경기 의왕시로 자리를 옮긴 것 같더라.” 형사사건을 주로 맡는 A 변호사는 지난달 피고인 접견차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방문했다가 이 같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교도관의 호명에 따라 접견실에 들어가자 진풍경이 연출된 것. 플라스틱 유리로 구분된 변호사 접견실마다 박근혜 전 대통령(66) 시절 청와대 고위인사와 장차관, 국가정보원 인사들이 앉아 있었다. 수의 차림의 이들은 변호인과 마주앉아 변론 전략을 논의하고 있었다. 출입문에서 멀리 떨어진 안쪽 자리일수록 고위직들 차지였다.○ 서울구치소만 15명 이상 수감 20일 열린 선고 공판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손발’ 역할을 했던 청와대 참모들과 장차관, 국정원 관계자 30여 명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구치소에만 15명 이상이다. 장관급인 대통령비서실장과 안보실장 가운데는 4명이 재판을 받고 있다. ‘왕실장’으로 불리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올 1월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현재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또 김 전 실장은 조윤선 전 정무수석 등과 함께 보수단체에 자금을 불법지원했다는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병기 전 비서실장과 이원종 전 비서실장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에 연루돼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김관진 전 안보실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방부 장관을 지내면서 국군사이버사령부에 정치공작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우병우 등 ‘박근혜 청와대’ 수석비서관 5명 수감 차관급인 수석비서관 중에선 7명이 재판에 넘겨졌고, 이 가운데 5명이 구속됐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구치소에서만 전직 수석 4명이 있다. 국정농단을 방조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도 서울구치소에서 항소심을 대비하고 있다. 우 전 수석은 국정원을 동원해 공직자와 민간인을 불법사찰한 혐의로도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현기환 전 정무수석은 국정원으로부터 불법여론조사 비용을 받은 혐의 등으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건설시행사인 엘시티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는 대법원이 3년 6개월형을 확정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연루돼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조윤선 전 정무수석과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이곳에 있다. 국정농단 핵심 관련자로 불리는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은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전직 국정원장들도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불법 상납한 혐의로 서울구치소 신세를 지고 있다. 남재준, 이병호 전 국정원장은 지난달 15일 1심에서 국고에 손해를 끼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각각 징역 3년과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두 사람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희비 엇갈린 ‘문고리 3인방’… 친박계 재판도 진행 박 전 대통령의 20년 정치 인생을 보좌한 ‘문고리 3인방’은 희비가 엇갈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는 12일 국정원 특활비를 불법 상납받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만 전 총무,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에게 각 징역 1년 6개월과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에게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은 올해 5월 보석으로 석방된 지 한 달 만에 다시 구속됐다. 지금은 동부구치소에 수감돼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같은 곳에서 지내고 있다. 3인방 가운데 막내인 정호성 전 비서관은 불구속 상태다. 정 전 비서관은 최순실 씨에게 청와대 대외비 문건들을 유출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확정받았지만, 올해 5월 형기를 채워 풀려났다.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에 대한 하급심 재판도 진행되고 있다. ‘친박 실세’로 불렸던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정원 특활비 1억 원을 뇌물로 받은 혐의로 지난달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홍문종 한국당 의원은 수십억 원대 사학비리 혐의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고, 불법 정치자금 및 뇌물 수수 혐의로 수감된 이우현 한국당 의원은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족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첫 법원 판결이 나왔다. 2014년 4월 16일 참사가 발생한 지 4년 3개월 만이다. 법원은 참사 직후 구조에 나선 목포해양경찰서 경비정 123정장의 과실에 대한 국가 배상을 인정했지만 국가 재난 컨트롤타워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상현)는 19일 국가와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이 참사 희생자 118명의 유족 355명에게 723억여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유족이 107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 일부 승소한 것이다. 배상금은 희생자 1명당 위자료 2억 원과 일실수입(60세까지 일한다고 가정해 벌 수 있는 돈)이다. 단원고 1학년 남학생 희생자의 경우 총 5억7000여만 원이다. 유족 위자료는 △배우자 8000만 원 △친부모 각 4000만 원 △자녀 2000만 원 △형제자매 각 500만∼1000만 원 △동거 조부모 각 1000만 원(비동거 각 500만 원)이다. 재판부는 “123정장 김모 씨가 승객들을 배에서 내리도록 유도하지 않아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국가는 공무원의 위법 행위로 유족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청해진해운에 대해 “화물 과적과 고박 불량 상태로 세월호를 출항시켰고 선장과 선원들이 구호조치 없이 배에서 내렸다”고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하는 짓을 보면 잘 봐줘야 보슬아치, 좀 심하면 메갈리아, 좀 더 나가면 워마드….’ 인터넷 매체 기자 김모 씨(62)는 2016년 8월 동호회 회원 700여 명이 참여하는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한 여성과 말다툼을 하다가 이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보슬아치’는 성별을 내세워 특권을 누리려는 여성을 비꼬는 신조어다. ‘메갈리아’와 ‘워마드’는 남성 혐오 내용이 주로 게시되는 인터넷 사이트 이름이다. 김 씨는 이후에도 여러 차례 비슷한 글을 올리는 등 총 14회에 걸쳐 이 여성을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이수영)는 1심과 같이 김 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각 어휘는 여성인 피해자를 폄하하거나 경멸적 감정을 나타내는 표현임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의 이 같은 행위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로도 보호될 수 없는 범죄”라고 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52)과 서지현 검사(45)가 16일 법정에서 만났다. 올 1월 서 검사가 안 전 국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고 폭로한 지 6개월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상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안 전 국장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서 검사는 재판부에 안 전 국장이 없는 상태에서 증언을 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안 전 국장은 “인사 내용을 피고인 본인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증인 대면권이 보장됐으면 한다”며 반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서 검사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대신 증인석과 피고인석 사이에 1.5m 높이의 가림막을 설치했다. 증인 신문은 서 검사의 요청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됐다. 2시간 반 동안 이어진 증인 신문에서 안 전 국장이 서 검사를 인사 조치하기 전 성추행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를 놓고 공방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서 검사는 2010년 10월 동료 검사 상가에서 안 전 국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안 전 국장은 성추행 소문이 나자 2015년 8월 수원지검 여주지청에서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서 검사를 전보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성추행 의혹은 공소시효(7년) 만료로 혐의에서 빠졌다. 하지만 안 전 국장은 상가에서 술에 취해 성추행을 기억하지 못했고, 올 1월 서 검사의 폭로 이후에 처음 알게 됐다고 주장한 것이다. 서 검사는 증언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본인(안 전 국장)은 모르는 일이라고 진술했다”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고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9) 일가,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58),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62), 함영주 KEB하나은행장(62)…. 최근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주요 인사들이다. 이들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줄줄이 기각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법원은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 부족을 주요한 기각 사유로 들고 있다. 서울남부지법은 배임, 횡령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조 회장의 구속영장을 6일 오전 3시 23분경 기각하면서 “피의 사실들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신병을 구속할 만큼 범죄 사실이 충분히 소명되지 못했기 때문에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기각했다는 것이다.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69)에 대해 지난달 두 차례 청구된 구속영장도 혐의 소명 부족 등의 이유로 기각됐다. 강원랜드 채용과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5일 기각된 권 의원도 비슷한 경우다. 서울중앙지법은 “범죄 성립 여부에 관해 법리상 의문점이 있고,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주거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은 4일 이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했고, 서울서부지법은 채용 비리 관여 혐의를 받는 함 행장에 대해 지난달 1일 “피의 사실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영장이 줄줄이 기각되자 검찰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제3노총 조직 설립에 필요한 자금을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받은 혐의를 받는 이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검찰은 “일각에서 뭔가 다른 기준과 의도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그 전에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 13건 중 11건이 기각된 것까지 감안한 반응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검찰 내부에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를 받게 된 법원이 영장 심사가 엄정하게 이뤄진다는 점을 부각하며 견제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민노총은 전날 성명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농단에 대한 본격적인 검찰 수사를 앞두고 영장 기각을 통해 자신들이 건재함을 보여주는 시위를 하는 듯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영장에 대한 불만과 근거 없는 추측을 밝히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심히 유감스럽다”고 맞받았다. 법원 내에선 최근 검찰이 불구속 재판 원칙을 무시하고 여론에 기대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한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는 것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 줬는데도 혐의 입증을 제대로 못한 상태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고도예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창립 회원이자 회장을 지낸 김선수 대법관 후보자(57·사법연수원 17기)는 평소 언론 기고를 통해 각종 현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동아일보가 5일 김 후보자의 글을 사안별로 분석한 결과 기존 대법원 판례나 헌법재판소 결정과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그대로 나타났다.○ 전교조 등 변론… 대법원 심리서 배제될 듯 김 후보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설립된 1989년 해직 교사들의 무효 소송을 담당했다. 이 인연으로 줄곧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고용노동부가 2013년 10월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한 것에 반대했다. 2014년 6월 A일간지 기고문에서 “이미 설립된 노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를 규정한 시행령은 법률에 위임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2015년 5월에도 같은 일간지에 “(전교조에) 교원 아닌 자가 가입한 경우에도 자주성이 침해되지 않았다면 법상 노조의 지위는 유지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헌재는 기고문이 실린 날 재판관 8 대 1 의견으로 교원노조법 제2조가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전교조가 제기한 행정소송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판사는 변호사 시절 대리한 사건을 심리할 수 없다. 따라서 김 후보자는 대법관이 될 경우 전교조 사건처럼 자신이 변론한 사건을 심리하는 소부나 전원합의체에서 빠지게 된다. ○ 철도노조와 통진당 변론 김 후보자는 2009년 12월 B일간지에 기고한 글에선 철도노조의 파업에 대해 업무방해죄 무죄를 주장했다. “파업 과정에서 형법 위반 등의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가 수반된 바가 전혀 없었다”며 “평화적·비폭력적 파업에 업무방해죄를 인정한 대법원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며 유죄를 확정한 대법원을 비판했다. 김 후보자는 자신이 헌재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에서 변호인단의 단장을 맡게 된 이유를 밝혔다. 2014년 12월 C일간지에 쓴 글에서 “(통진당을) 내란음모로 몰아가는 것은 부당해 보였고, 또한 정당 해산이라는 극단적인 처방이 동원돼야 할 상황도 아닌 것으로 보였다”고 썼다. 헌재는 같은 달 통진당 해산 결정을 했다. 다만 대법원은 내란음모는 무죄로 확정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6월 “법조 일원화로 엘리트 법관의 폐쇄적 순혈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며 사법개혁을 주장했다. 재야 변호사로서 쓴 글이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선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편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김 후보자와 이동원 노정희 대법관 후보자에게 보낸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 미개업 동의서’에 김 후보자는 서명을 했다.이호재 hoho@donga.com·고도예 기자}

3일 오전 9시 50분경. 검은색 백팩을 멘 노신사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 들어섰다. 승용차를 타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대법원 근처까지 온 뒤 수행원 없이 혼자 정문을 거쳐 청사 안으로 걸어 들어가 김명수 대법원장을 만났다. 1980년 이후 판사와 검사를 거치지 않은 재야 변호사 출신으로 처음 대법관에 제청된 김선수 변호사(57)였다. 김 대법관 후보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창립 멤버이자 회장을 지냈다. 김 후보자의 발탁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민변 소속 변호사들의 요직 진출이 정관계의 이슈로 떠올랐다. 이미 청와대와 감사원, 법무부 등에 민변 출신 변호사가 차지하는 자리가 꾸준히 늘어났기 때문에 민변이 현 정부의 ‘인력풀’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 청와대, 감사원 요직에 이어 대법관까지 지난해 임명된 청와대 민정수석실 이광철 선임행정관과 김미경 법무행정관은 대표적인 민변 출신이다. 이 행정관은 2014년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당시 김 후보자와 함께 통진당을 대리했다. 현 정부 들어 임명된 조상희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과 김외숙 법제처장, 김진국 감사원 감사위원도 민변 소속이다. 또 지난해 탈검찰화 일환으로 민간에 개방된 법무부 요직에 민변 변호사가 대거 기용됐다. 비록 국회 인사청문회 때 불거진 불법 주식거래 의혹으로 중도 하차했지만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도 민변 출신이었다. 민변 출신 인사들은 ‘위원회 공화국’으로 불리는 문 정부 각 부처의 위원회 위원 자리에 다수 포진해 있다. 지난해 말 출범한 검찰 과거사위원회에는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9명 가운데 6명이 민변에서 활동했었다. 또 지난해 9월 출범한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의 위원장을 민변 회장을 지낸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이 맡았다. 새 정부 들어 경찰청에 설치된 경찰개혁위원회에는 민변 소속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와 김희수 변호사, 최강욱 변호사가 위원으로 들어갔다.○ 문 대통령, 민변 창립 초기부터 회원 활동 1988년 창립한 민변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권인숙 성고문 사건 등 각종 시국사건 변론을 맡았으며, 사법개혁을 주장해온 법조계의 대표적인 진보 단체다. 민변이 정부의 ‘인력뱅크’ 역할을 한 건 창립 멤버였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당시부터다. 문 대통령은 민변 창립 초기 부산 지역에서 지부장을 지냈고 10여 년간 민변 회원으로 활동했다. 2002년 청와대에 참모로 들어가면서 민변을 떠났지만, 청와대에서 나온 뒤 다시 민변에 가입할 정도로 소속감을 보였다. 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는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앞으로도 정권의 ‘인재풀’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에는 각종 정부 위원회를 만들 때 지방변호사회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민변에 후보 추천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는 경우가 잦아졌다고 한다. 민변은 소속 변호사들이 정관계 요직을 맡게 되자, 내부적으로 선출직을 포함해 공직에 있는 인사들을 모두 특별회원으로 바꾸고 의결권을 주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임명권자 입장에서 국정 철학과 핵심 정책을 잘 이해하는 인물을 기용하려 하는 건 인지상정”이라며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그동안 개혁적인 의견을 많이 냈기 때문에 진보적인 현 정부에 등용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정권 교체에 따라 특정 변호사단체가 권력 주변에서 득세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변 소속이 아닌 한 변호사는 “집권 1, 2년 차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정권 내내 그렇게 되면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도예 yea@donga.com·김윤수 기자}
2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한 신임 대법관 후보자 3명이 공개되자 정치권에서는 여야 간 평가가 크게 엇갈렸다. 대법관은 헌법에 따라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과반 동의를 받아야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130석으로 과반이 되기 위해서는 야당의 찬성이 필수적이다. 보수야당은 특히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해산 결정 당시 통진당을 변호한 김선수 변호사가 후보로 제청된 데 강력히 반발하며 ‘현미경 검증’을 예고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후보들의 면면을 분석 중인데 대부분 심각한 좌편향적 인사다. 특히 김 변호사 인선은 심각하다”라고 말했다. 야권에선 김 후보자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사법개혁비서관을 지내고, 대통령 직속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기획실무추진장을 지낸 점 등도 문제 삼고 있다. “정치적 중립성이 생명인 대법관 후보로는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김 변호사가 문재인 대선 후보 캠프에서 법률지원단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 이에 김준우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사무차장은 “(캠프) 활동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반박했다. 반면 민주당은 “김 변호사는 인권 보장을 위해 한평생 살아왔고 합리적인 법조인이라고 평가받는 분”이라며 “사법부의 신뢰 회복을 위해 적합한 인재라고 생각한다”며 엄호에 나섰다. 김 후보자는 법관이나 검사 경력이 없다. 순수 재야 변호사가 대법관 후보로 제청된 건 처음이다. 1985년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한 그는 판사 대신 인권변호사의 길을 택해 1990년 서울대병원 근로자의 법정수당 청구 소송을 주도해 통상임금 관련 법리를 정립하는 등 노동 전문가로 불렸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사법개혁비서관을 지내며 법학전문대학원과 국민참여재판 도입을 포함한 사법개혁 건의안을 마련하는 등 문 대통령의 법조 분야 개혁 구상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후보자는 민변 노동위원회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활동했다. 이 때문에 김 후보자가 김명수 대법원장의 법원행정처장으로 발탁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다. 과거 4차례 추천 때마다 다양한 대법관 구성을 위해 필요한 인력이란 주장과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는 반론이 맞서 5수 끝에 지명됐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저에 대해 우려의 눈길로 보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 청문회 준비를 잘해서 우려를 해소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동원 후보자는 1991년 임관 이후 사법행정 업무를 맡지 않고 재판에만 매진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때 그는 부모와 같이 난민 신청을 한 미성년 자녀를 면접심사 없이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을 위법으로 판단했다. 또 도산법과 환경법 분야에서도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노정희 후보자는 지난해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재직하며 아버지 성에서 어머니 성으로 바꾼 자녀도 종중의 종원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부계와 모계 혈족을 차별해선 안 된다는 내용으로, 종중 관련 판결 중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받았다.고도예 yea@donga.com·장관석 기자}
종교나 신념에 따라 군 복무를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대체복무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헌재는 정당한 사유 없이 병역을 거부한 사람을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대체복무를 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돼야 하지만, 병역 거부를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헌재는 28일 병역의 종류를 규정한 병역법 5조 1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 달라며 병역거부자들과 일선 법원이 낸 헌법소원과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6(헌법불합치) 대 3(각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법조항이 위헌이지만 즉각 무효화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사회적 혼란을 감안해 특정 시점까지만 효력을 유지하는 결정이다. 헌재는 국회에 2019년 12월 31일까지 대체복무제 입법안을 마련하라고 명시했다. 이 기한까지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해당 조항은 2020년 1월 1일자로 효력을 잃게 된다. 헌재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국가안보와 병역 의무의 형평성이라는 공익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지만 이를 규정하지 않는 데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감수해야 하는 불이익은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또 정당한 사유 없이 병역을 거부할 경우 3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한 병역법 88조 1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4(합헌) 대 4(일부 위헌) 대 1(각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위헌 결정 정족수는 재판관 9인 중 6인 이상이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최근 변호사 개업신청을 한 이헌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57)의 변호사 등록 취소 여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이 전 이사장은 임기를 1년여 남겨둔 올 4월 공단 운영 논란 등을 이유로 법무부에서 해임됐다. 서울변호사회 관계자는 25일 “이 전 이사장 개업 신청을 ”26일 열리는 상임이사회 안건으로 올려 논의할 것“이라며 ”변호사 등록을 취소해야 하는지 따져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징계 처분에 의해 해임된 지 3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변호사 등록을 취소하거나 거부할 수 있다. 이 전 이사장 측은 ”해당 변호사법 조항은 판사·검사 등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것이라 공공기관 임직원인 공단 이사장에게 확대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옛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법정 근로시간(40시간)을 넘겨 주말에 일했더라도 ‘휴일 수당’ 외에 ‘연장근로 수당’까지 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신 대법관)는 21일 경기 성남시 환경미화원 37명이 성남시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미화원들이 승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008년부터 10년 동안 이어진 소송에서 미화원들은 주당 40시간을 초과한 주말 근무는 휴일 근무이자 연장 근로라며 휴일 수당과 함께 연장근로 수당까지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남시가 토·일요일 하루 4시간씩 일한 데 대한 휴일 수당을 지급하면서 연장 근로 수당은 지급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쟁점은 옛 근로기준법의 ‘한 주’에 휴일이 포함되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옛 근로기준법상 한 주간 연장근로 시간은 휴일이 아닌 근로일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휴일근무가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미화원들은 옛 근로기준법의 ‘한 주’를 ‘주 7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주말을 제외한 ‘주 5일’로 본 것이다. 옛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하루 근로시간은 8시간, 한 주 근로시간은 40시간이었으며 노사 합의에 따라 12시간 근로가 연장될 수 있었다. 여기에 휴일근무를 연장근무와 별개로 판단한 정부는 ‘휴일근로 16시간’을 더 일할 수 있다고 해석했기 때문에 일주일에 총 68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했다. 이번 판결엔 올 2월 국회에서 ‘한 주’를 ‘주 7일’로 명시해 근로시간을 휴일 포함 주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된 게 영향을 미쳤다. 개정법에 따르면 3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2021년 7월 1일까지는 한 주 최대 60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다. 만일 재판부가 옛 근로기준법상 주당 근로시간을 최대 68시간이 아니라 52시간으로 보고 주말 근무에 대해 연장근로 수당까지 지급하도록 했다면 법 개정으로 30인 미만 사업장의 최대 근로시간이 오히려 늘어나는 결과가 됐을 것이다. 이번 판결은 옛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 수당을 달라고 다투는 유사 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