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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니면 된다는 ‘폭탄 돌리기’식.” 검찰은 5조 원대 분식회계와 21조 원대 사기 대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61·구속)의 분식회계 혐의를 이렇게 표현했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유남근)의 심리로 열린 고 전 사장의 첫 공판에서 검찰은 “고 전 사장은 언젠가 손실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데도 대표이사 지위 보전 등 사익을 위해 마구잡이로 원가를 조작했다”고 밝혔다. 이에 고 전 사장 측 변호인은 “지금에 와서 볼 때는 분식회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고 전 사장은 재직 당시 분식회계에 대해 인지하거나 보고받은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또 “분식회계를 전제로 한 사기 대출과 성과급 지급도 부인한다”고 밝혔다. 함께 기소된 대우조선해양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 김갑중 전 부사장(61·구속) 측 변호인은 “분식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한다”면서도 “분식 규모나 가담 정도 등에 대해서는 향후 구체적인 의견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사기, 성과급 배임 등은 모두 분식회계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라며 “분식회계 여부와 그 규모가 주된 쟁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회식에서 만취해 직장 상사 집으로 옮겨졌다가 베란다에서 추락사했을 경우 업무상 재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장순욱)는 숨진 한국철도공사 직원 곽모 씨의 아내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충남 천안 소재의 한 역에서 근무했던 곽 씨는 2014년 새로 부임한 부역장이 주최한 전입 축하 회식에 참석해 1·2차 자리가 끝난 뒤 몸을 가누질 못할 정도로 만취했다. 이에 부역장은 곽 씨 등 만취한 직원 2명을 재우기 위해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갔다. 하지만 잠자리를 마련해 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퍽' 소리가 들렸고 10층 베란다에서 떨어진 곽 씨가 발견됐다. 곽 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다발성 손상으로 사망했다. 재판부는 "회식이 사전에 공지됐고 역장에게도 보고 된 사정 등을 종합해 볼 때 당시 회식은 소속기관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였다"며 "곽 씨는 회식에서의 음주로 정상적인 판단이나 거동이 어려워 사고를 당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 "회식이 이뤄진 시·공간을 벗어나 부역장의 집에서 발생했다는 사정만으로 회식과 사고의 인과관계가 단절됐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허동준기자 hungry@donga.com}
검찰이 공군 전자전 훈련 장비(EWTS) 도입 사업과 관련해 1100억 원대의 방산비리에 연루된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67)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심담)의 심리로 22일 열린 이 회장 등 7명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10년에 추징금 59억9000여만 원을 구형했다. 이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함께 기소된 예비역 공군 준장이자 전 SK C&C 상무 권모 씨(62) 등 6명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5~7년이 구형됐다. 검찰은 "이 회장 등이 EWTS 사업의 중요한 목표를 도외시한 채 업체의 이익과 개인의 영달을 위해 부정 결탁을 하는 등 튼튼한 국방·안보 구축에 대한 국민들의 희망을 철저히 외면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회장 측 변호인은 "EWTS는 터키와 방위사업에 협력하는 성과를 내 국방부와 공군이 잘 된 사업으로 평가했는데도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이 이 회장의 사기로 규정했다"고 반박했다. 이 회장도 "사업 터전이며 고객인 국가를 상대로 사기를 쳤다는 시나리오로 나를 매국노로 만든 사건"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 회장은 2009년 4월부터 2012년 7월까지 터키 하벨산사의 EWTS 도입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납품가를 부풀려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200억여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이 회장은 차명계좌를 이용해 90억여 원의 회삿돈을 홍콩 등에 빼돌리고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 및 조세포탈) 등으로 추가로 기소됐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신규 대리점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특약점 소속의 능력 있는 방문판매원을 일방적으로 재배치하는 등 '갑의 횡포'를 부린 아모레퍼시픽에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김종복 판사는 22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아모레퍼시픽 법인에 벌금 5000만 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전 아모레퍼시픽 상무 이모 씨(53) 등 전직 임원 2명은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 판사는 "강제로 이전된 거래 상대방에게 상당한 고통과 손해를 야기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에서 국가나 지자체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대기업"이라며 "대기업의 사회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발생했을 때 거래 상대방이 굉장히 큰 압박을 받을 수 있고 국민들에게 손해와 고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모레는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총 187개 방문판매 특약점 소속 방문판매원 3686명을 임의로 신규 특약점이나 영업이 부진한 직영영업소로 재배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특약점은 '설화수', '헤라' 등 아모레의 고가 브랜드 화장품만 판매하는 곳이다. 본사와 계약한 민영 특약점주는 방문판매원 관리를 따로 한다. 하지만 아모레는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특약점과 거래를 종료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어 사업상 '갑의 횡포'를 부렸다. 아모레는 70개 특약점에서 2회 이상 방문판매원들 일방적으로 빼앗아 다른 곳에 배치했고 5차례나 판매원들을 빼어 내 재배치하기도 했다. 모두 실적이 우수한 판매원들이 대상이었다. 2014년 공정거래위원회는 방문판매원을 임의로 재배치한 아모레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며 과징금 5억 원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후 공정위는 중소기업청이 고발을 요청하자 의무고발요청제에 따라 아모레를 검찰에 고발했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투자자 3000여 명을 상대로 약 1380억 원 규모의 투자사기를 벌인 유사수신업체 이숨투자자문의 실질적 대표인 송창수 씨(40)가 항소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황한식)는 22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송 씨에게 1심과 같이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이숨투자자문 본부장 최모 씨(40)와 부대표 조모 씨(28)도 1심과 같이 각각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바지사장' 역할을 한 대표 안모 씨(32)와 투자금 관리담당 한모 씨(26)는 각각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송 씨 등은 합법적 금융기관의 외관을 만든 다음 해외선물 거래 투자명목으로 3000명에 가까운 피해자들로부터 1380억 원을 편취했다"며 "여러 명이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 사기범행을 저질렀고 다수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반복적으로 상당기간 이뤄져 죄질이 매우 무겁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사기 피해자들이 신청한 배상신청 명령에 대해선 1심과 달리 각하했다. 재판부는 "각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책임 범위가 명백하지 않아 배상명령을 하는 것이 부적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빠른 시일 내에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송 씨는 또 다른 사기 사건인 인베스트컴퍼니 사건 항소심에서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최유정 변호사(46·여)를 선임한 뒤 청탁 명목으로 50억 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던 송 씨는 최 변호사를 선임한 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한편 법조 브로커 이동찬 씨(44)로부터 송 대표 관련사건 청탁과 함께 4200만 원대의 뇌물을 받은 현직 경찰관도 이날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남성민)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서울 강남경찰서 강력4팀장 김모 경위(49)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벌금 4200만 원, 추징금 385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경위의 범행은 묵묵히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의 명예를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경찰공무원 직무집행의 청렴성과 공정성, 사회적 신뢰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김 경위는 지난해 10월 이 씨로부터 "송 씨가 운전기사인 김모 씨에게 절도 피해를 입었으니 구속 수사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금 500만 원을 받았다. 이후 김 경위는 3월까지 송 씨 관련 고소 사건을 잘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총 5차례에 걸쳐 4200여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여성 연예인의 해외 성매매를 알선한 연예기획사 대표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이상현 부장판사는 21일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연예기획사 대표 강모 씨(42)의 1심 선고 공판에서 강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벌금 1500만 원, 추징금 1200만 원을 선고했다. 함께 구속 기소된 회사 이사 박모 씨(34)에게는 징역 1년에 벌금 1000만 원, 추징금 250만 원을 선고했다. 이 부장판사는 “강 씨 등은 남성 재력가에게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연예인이나 연예인 지망생을 소개해주고 대가를 받는 행위를 반복해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고 건전한 성 문화와 선량한 풍속을 해쳤다”고 밝혔다. 이어 “강 씨의 경우 같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아 수감됐다가 출소한 지 2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또다시 범행을 저질렀지만 공범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등 반성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강 씨 등은 지난해 3월부터 5월 사이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남성 재력가들에게 인기여가수 A 씨(29·여) 등 여성 연예인 및 지망생 4명과의 성매매를 알선해주고 5만8000달러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강 씨는 2014년 8월에도 배우 성현아 씨의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한편 법원은 해외에서 성매매를 한 혐의로 약식 기소된 A 씨 등 여성 연예인과 지망생 4명에게는 각각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회장의 ‘갑질 횡포’를 폭로하겠다며 돈을 뜯어내려 한 주류회사 무학 최재호 회장의 전 운전기사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신광렬)는 공갈미수 혐의로 기소된 송모 씨(42)에게 1심에 이어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이 송 씨에게 선고한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송 씨가 상고를 포기해 확정됐다. 송 씨는 지난해 12월 회사 경영진들에게 재직 당시 최 회장으로부터 욕설 등 ‘갑질 횡포’를 당했다며 합의금 명목의 돈을 뜯어내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4년 4월부터 10월까지 최 회장의 운전기사로 근무한 송 씨는 ‘갑질 횡포’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송 씨는 회사 관리팀장에게 전화해 “몽고식품 사태를 아느냐, 대기업 회장들의 갑질 논란에 대해 방송사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며 “경쟁업체에서도 제보해주면 1000만 원을 주기로 했다”고 협박했다. 특판사업부장에게는 “몽고식품 수행기사는 1억5000만 원에 합의했다. 돈을 안 주면 경쟁업체에 제보하고 사례금을 받겠다”고 겁을 줬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송 씨는 사회적 이슈에 편승해 회사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허위 사실을 유포할 거 같은 태도를 보였다”며 “갈취하려고 한 액수도 적지 않고 실제로 언론기관에 허위성 제보를 하는 등 확정적인 범행 결의를 가지고 실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경찰서 유치장에 설치된 개방형 화장실은 인권침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단독 하헌우 판사는 20일 시인 송경동 씨와 정진우 전 노동당 부대표 등 4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1인당 10만 원씩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2011년 희망버스를 기획했던 송 씨와 정 전 부대표 등은 경찰서 유치장의 개방형 화장실과 폐쇄회로(CC)TV 때문에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2013년 국가를 상대로 1인당 50만 원의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전국 21개 경찰서 유치장에 수용됐던 이들은 화장실 차폐시설이 충분치 않아 신체부위가 그대로 노출됐고 용변 과정에서 냄새와 소리가 그대로 흘러나와 수치심과 굴욕감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또 폐쇄회로(CC)TV의 경우 현행법상 자살 등 우려가 큰 때에만 설치할 수 있는데도 유치실 내 모든 유치인을 감시하도록 돼 있어 과도한 인격침해라고 주장했다. 하 판사는 “송 씨 등이 인간으로서 수치심과 당혹감 등을 느끼게 되고 이런 불쾌감을 느끼지 않기 위해 가급적 용변을 억제하는 등 육체적 고통을 겪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다른 유치인이 용변을 보는 경우에도 불쾌감과 역겨움을 느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헌법상 존중돼야 할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반하는 공권력 행사로서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하 판사는 “구속 여부 결정이나 집행이 완료되지 않은 유치인의 경우 경찰이 개별적으로 구금ㆍ관리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며 CCTV에 대해서는 송 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허동준기자 hungry@donga.com}

“내 인생이 거기서 다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정봉화 씨(77)는 43년 전 전역지원서에 서명하던 순간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18일 기자와 만난 그는 자신을 ‘윤필용 사건의 첫 번째 희생양’이라고 소개했다. 사건 관련자 가운데 가장 먼저 보안부대(현 국군기무사령부)에 연행된 정 씨는 징역형은 면했지만 당시 받은 고문의 후유증으로 고관절이 괴사해 평생을 지팡이 신세로 살아 왔다. 1973년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이던 윤필용 소장의 비서실장(소령)으로 근무했던 정 씨는 그해 3월 11일을 또렷이 기억한다. 이날 정 씨는 윤 소장 생일 조찬에 참석하기 위해 윤 소장 자택을 찾았다. 대문 앞에 다가가자 작업복을 입은 건장한 체격의 남성 네 명이 정 씨를 둘러쌌다. “죽고 싶지 않으면 따라오라”며 정 씨를 지프에 강제로 태우고 간 곳은 보안부대 서빙고분실이었다. ‘신고식’이 정 씨를 맞이했다. 보안부대 요원들에게 명찰과 계급장을 뜯긴 정 씨는 쇠파이프로 온몸을 두들겨 맞았다. 정신을 차리자 손발이 의자에 묶여 있었다. “윤 소장이 유신헌법 반대를 추진 중이냐”, “윤 소장이 이후락 중앙정보부장과 모반을 꾸몄느냐”는 등의 질문과 ‘물고문’, ‘비행기 태우기’, ‘전기고문’과 같은 혹독한 고문이 이어졌다. 정 씨는 “일개 소령이 뭘 알겠느냐”고 답변했지만 요원들은 10년 가까이 윤 소장을 보좌한 정 씨의 말을 믿지 않았다. 정 씨는 “당시 조사실에 이미 손영길 당시 수경사령부 참모장(준장), 김성배 당시 제3사관학교 생도대장(준장)의 이름이 적힌 서류가 있었다”며 “미리 짜놓은 듯한 순서대로 질문을 하고 고문을 하는 일상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정 씨는 죽는 것보다 고통스러웠지만 허위 자백으로 전우들을 끌어들일 수는 없었다. 요원들은 한 달이 지나도록 만족스러운 답이 없자 정 씨에게 전역지원서를 내밀었다. “서명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처럼 형사재판을 받도록 하겠다”며 협박하고 고문했다. 정 씨는 처자식 생각으로 버텼지만 결국 사흘째 되던 날 서명했다. 퇴직금을 탈탈 털었지만 쌀 한 말밖에 살 수 없었다. 수년간 이어진 보안부대 요원들의 감시에 육사 동기들과도 연락할 수 없었다. 하루아침에 세상이 무너진 기분이었다. 1975년 경북 포항으로 내려간 정 씨는 용접 기술을 배우고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정 씨를 만나러 온 윤 소장과 1년 동안 함께 어울리며 바다낚시를 다니기도 했다. 윤 소장은 “고기가 왜 이리 잡히지 않느냐”며 역정만 부릴 뿐 사건 얘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 이후 정 씨는 군인 정신으로 자신의 사업체를 포항제철 외주 파트너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수필가로 등단하고 자서전을 발간하는 등 새 삶을 살았지만 정 씨는 늘 가슴 한편이 허전했다. ‘조국에 헌신하는 군인이 돼라’는 돌아가신 아버지 말씀이 귓가에 맴돌았다. 아직도 그의 개인 사무실에는 소령 시절 군복과 군 시절 받은 훈장들이 걸려 있다. 정 씨가 명예회복을 위해 이번 소송을 제기한 이유다. 드디어 9일 정 씨의 명예가 법적으로 회복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김병수)는 이날 정 씨가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전역명령처분 무효 확인 청구소송에서 “정 씨가 가혹 행위로 의사결정의 자유가 박탈될 정도의 강박 상태에서 전역지원서를 작성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윤필용 사건으로 강제 전역을 당한 31명 중 행정소송에서 이긴 첫 번째 사례다. 정 씨의 변론을 맡은 박주범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40년 넘게 말 못 할 고통 속에 살아온 정 씨에게 이번 판결이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 윤필용 사건 1973년 윤필용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이 술자리에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에게 “박정희 대통령이 노쇠했으니 물러나게 하고 형님이 후계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쿠데타 모의 혐의를 받았던 사건. 이를 계기로 윤 사령관을 비롯한 군 간부 13명이 징역형을 받았고 31명은 강제 예편됐다.}
법원이 ‘동양사태’로 징역 7년을 확정 받아 수감 중인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67)에게 파산을 선고했다.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3단독 권창환 판사는 남모 씨 등 동양사태 피해자들이 낸 현 전 회장의 파산신청을 받아들였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채권자도 파산신청을 할 수 있다. 재판부는 파산관재인을 선임해 현 전 회장이 보유한 자산을 조사하고 이를 매각해 채권자들에게 배당할 예정이다. 현 전 회장은 서울 성북구의 주택과 지방 소재 토지, 미술품 약 300점의 경매 공탁금, 주식회사 티와이머니대부가 발행한 주식 16만 주 등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전 회장은 2013년 1조2958억 원의 사기성 기업어음과 회사채를 발행해 일반 투자자 4만여 명에게 피해를 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으로 구속 기소돼 지난해 징역 7년형이 확정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2013년 2월부터 2013년 9월까지 판매된 기업어음 및 회사채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현 전 회장이 부도를 예견할 수 있었던 시점을 2013년 8월 이후로 판단하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12월 21일 1차 채권자 집회 및 채권 조사기일을 가질 예정이다. 현재까지 신고 된 채권자는 3700명이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근육주사를 맞은 경주마에게 부작용이 일어나 경주에 출전하지 못했다면 수의사가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3단독 서보미 판사는 마주(馬主) 이모 씨가 수의사 김모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2000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9일 밝혔다. 서 판사는 “근육주사를 맞은 경주마는 양쪽 뒷다리의 부종 및 전신 기력 저하를 보이는 상태로 경주 훈련을 소화할 수 없어 약 3~6개월의 휴양이 필요한 상태였다”며 “약정했던 날짜보다 5개월이 지나서야 경주에 출전할 수 있었으므로 약정에 따라 김 씨에게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 씨는 2014년 11월 자신의 경주마가 컨디션 저하 증세를 보이자 김 씨의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다. 김 씨는 말에게 진통소염제와 복합영양제를 근육주사로 투약했는데 다음날 갑자기 주사를 맞은 말의 오른쪽 목 근육이 부어오르며 고름이 생기기 시작했다. 함께 주사를 맞은 다른 두 마리의 말에게도 같은 증상이 발생했다. 이에 이 씨와 다른 마주들은 김 씨와 “12월 말까지 경주마들이 훈련에 임할 수 있을 정도로 완치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체결하고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김 씨가 배상책임을 지기로 했다. 하지만 목 부위가 완치된 말이 산통 증상을 보이며 다음해 2월 초까지 치료를 받게 되자 이 씨는 “약속했던 돈을 달라”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김 씨는 “약속했던 목 부위는 완치했으니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서 판사는 “오른쪽 목 부위 치료로 인한 운동 부족이나 체력 저하가 원인이 돼 산통을 비롯한 다른 증상들이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김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방탄유리 시험평가서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전 육군사관학교 교수 김모 씨(66)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동아)는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씨에게 징역 1년에 추징금 898만 원을 19일 선고했다. 김 씨와 공모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방산업체 W사 대표 이모 씨(56)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방탄 제품에 관해 허위 시험평가서를 발급하는 것은 공공의 신용을 위태롭게 하는 것을 넘어 군인을 포함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범죄”라며 “국가 방탄성능 실험을 사실상 개인의 영리 목적으로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예비역 육군 대령인 김 씨는 2009년 육군사관학교 교수로 재직할 당시 이 씨가 운영하는 W사가 방탄유리 납품업체로 선정되도록 관련 시험평가서 36장을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과정에서 김 씨가 그 대가로 이 씨로부터 898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아 챙긴 혐의도 드러났다. 한편 김 씨는 2009년 방탄 실험에 이용하는 것처럼 속여 M60용 탄환 290발, 44매그넘 탄환 200발을 빼돌려 방산업체 S사로 넘긴 혐의(군용물 절도)도 받고 있다. 이 부분은 현재 군사법원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강제성이 없어도 초등학교 여학생에게 안마나 뽀뽀를 시킨 행동은 아동학대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초등학교 여학생에게 안마와 뽀뽀를 요구한 혐의(미성년자 강제추행 및 아동학대)로 기소된 김모 씨(22)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파기 환송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 씨의 행동은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으로 피해 아동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가혹행위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2014년 경기 성남시의 한 초교에서 야구부 코치로 근무하던 중 이 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A 양(당시 12세)을 야구부 숙소로 불러 “가슴살을 빼야겠다”고 말하며 안마를 시키거나 강제로 끌어안으며 “뽀뽀해 달라”고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다음날에는 B 양(당시 11세)을 체육관 뒤로 데려가 강제로 끌어안고 입을 맞춘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김 씨가 A 양을 강제추행한 혐의에 대해 강제성이 없고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없었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대신 B 양을 강제추행한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4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이에 검찰은 김 씨에게 아동학대 혐의를 추가해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 역시 같은 취지의 판단으로 1심 형량에 집행유예 3년만 추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김 씨가 폐쇄된 공간에서 A 양에게 안마를 시키고, 신체 부위를 평가하는 말을 한 것은 흔히 할 수 있는 통상적인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A 양이 당시 적극적으로 거부의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A 양의 나이 등에 비춰 볼 때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을 갖추었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최유정 변호사(46·여)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에게서 50억 원의 사건 수임료를 받기 위해 ‘재판부 로비’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는 증언들이 연이어 나왔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 심리로 열린 최 변호사의 2차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 전 대표는 “최 변호사가 항소심 재판부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보석(保釋)이 100% 된다고 안심시켰다”고 주장했다. 최 변호사는 정 전 대표와 송창수 이숨투자자문 대표에게서 재판부 로비 명목 등으로 각각 50억 원의 수임료를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5월 구속 기소됐다. 정 전 대표는 법정에서 “최 변호사가 보석은 100% 보장하고, 수임료는 50억 원에서 한 푼도 깎아 줄 수 없다고 말해 묘하게 믿음이 갔다”며 “법원 직원을 통해 자신과 가까운 판사에게 사건이 배당되게 해야 한다고 재촉해 사건을 맡겼다”고 덧붙였다. 또 “최 변호사가 익명의 법원 ‘인사권자’를 언급하며 ‘인사권자가 항소심 담당 성모 부장판사와 만나 식사를 했고, 나도 해당 재판부 배석판사와 자주 식사하는 등 친분이 깊다’고 말했다”며 최 변호사가 끊임없이 재판부 로비를 시사했다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구속된 김수천 부장판사(57)에 대해선 “1심 당시 변호인단 구성에 조언을 해 줬다”고 말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정 전 대표의 여동생 정모 씨(45)도 “최 변호사가 담당 재판부에 식사 대접을 해야 하니 돈을 빨리 달라고 독촉했다”고 증언했다. 정 씨는 최 변호사에게 추가 선임료 30억 원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정 씨는 “최 변호사가 ‘나는 회장들 사건만 하는데 50억 원이면 싸게 해 주는 것이다. 이 사건을 얼른 끝내고 신원그룹과 동국제강 사건도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권오혁 hyuk@donga.com·허동준 기자}

9억50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로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30년 지기’ 진경준 전 검사장(49)과 김정주 NXC 회장(48)의 법정 진술이 엇갈렸다. 진 검사장은 “친구사이에 베풀었던 호의 또는 배려”라며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지만 김 회장은 진 검사장에게 건넨 금품이 “뇌물이 맞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의 심리로 12일 열린 진 전 검사장과 김 회장의 재판에서 진 전 검사장 측 변호인은 “진 전 검사장은 고위공직자로서 자신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물의를 일으켜 많은 분들께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친구 사에 베풀었던 호의 또는 배려가 뇌물 수수 혐의로 비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진 전 검사장 측은 “둘의 사이는 직무 청탁을 매개로 하는 관계가 아니다”라며 “주식 취득은 물론 제네시스 차량과 여행경비 제공 등이 이뤄졌을 당시 상황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지난 기일에서도 “검찰 진술을 인정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던 김 회장 측은 “여행경비 중 일부는 김 회장이 진 전 검사장 등 친구들과 함께 여행 갈 때 항공권 등을 부담한 것으로 이 부분은 뇌물이 아니다”라며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부인했다. 이에 검찰은 “김 회장은 진 전 검사장의 업무상 지위를 고려해 장래 구체적인 현안이 발생했을 때 도움을 받고자하는 성격의 뇌물을 제공한 것”이라며 진 전 검사장 측 주장을 반박했다. 김 회장 측 주장에 대해서도 “여행비 일부 성격이 다르다고 하지만 금원 내용과 성격이 달라진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은 1시간 가까이 진행됐지만 오랜 벗인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다.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던 김 회장은 한 차례 깊은 한숨을 쉬기도 했다. 김 회장은 재판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도 아무런 대답 없이 자리를 떠났다. 법정에서 서로를 외면했던 두 사람은 다음달 11일 열리는 증인 신문 기일에 김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마주하게 될 예정이다.허동준기자 hungry@donga.com}
여성에 대한 강간죄 처벌이 가능해진 이후 가장 처음 기소된 여성이 1심에서 강간 혐의에는 무죄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이재석)는 9일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을 감금하고 강제로 성폭행한 혐의(감금치상 등)로 기소된 심모 씨(41·여)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강간 혐의는 무죄로, 감금치상과 강요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심 씨는 지난해 5월 김모 씨(43)와 공모해 남편 A 씨(37)의 손목과 발목을 청테이프 등으로 묶은 뒤 11시간 동안 감금하고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강간 혐의에 대해 “심 씨가 A 씨를 따로 폭행하거나 협박하지 않았고 성관계 전후로 두 사람이 평소 성관계를 하기 전에 하던 말을 했다”며 “성관계 당시 몸이 결박돼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A 씨의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유형력 행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남편을 상대로 강제로 성관계를 한 혐의로 처음 재판에 넘겨진 여성이 1심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이재석)는 9일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을 감금하고 강제로 성폭행한 혐의(감금치상 등)로 기소된 심모 씨(41·여)에게 강간 혐의는 무죄로, 감금치상과 강요 혐의는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2013년 6월 시행된 개정 형법에 따라 강간죄 피해자가 ‘부녀(婦女)’에서 ‘사람’으로 범위가 넓어지면서 여성에 대해서도 강간죄 처벌이 가능해졌다. 이 법 시행 이후 여성이 이 혐의로 기소된 것은 심 씨가 처음이다. 심 씨는 지난해 5월 김모 씨(43)와 공모해 남편 A 씨(37)의 손목과 발목을 청테이프 등으로 묶은 뒤 11시간 동안 감금하고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기소됐다. 심 씨는 손발이 묶인 남편에게 이혼 책임은 남편에게 있다는 진술을 강요해 녹음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당시 상황을 보면 남편이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볼 여지는 있다”면서도 “성관계 직전 두 사람의 행동이나 대화 내용을 보면 심 씨로서는 상대가 (성관계에) 동의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비록 심 씨의 남편이 묶여 있었지만 팔꿈치 아래 팔 부분을 움직일 수 있었고 심 씨의 도움으로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식탁에서 빵을 먹는 등 저항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성관계를 맺기 직전 심 씨는 남편을 폭행하거나 협박하지 않았고, 오히려 심 씨의 남편도 ‘성관계 전후 두 사람 사이에 분위기가 호전됐다’고 인정했다”고 지적했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정부서울청사에 무단으로 침입해 자신이 본 공무원 필기시험 성적을 조작한 ‘공시생’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황기선 부장판사는 9일 열린 야간건조물침입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송모 씨(27)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황 부장판사는 “송 씨가 사전에 치밀한 계획과 준비과정을 거쳐 정부종합청사에 수차례 침입해 보안설정을 무력화 시킨 후 공무관련 전자기록을 함부로 변작했다”며 “시험 공정성에 대한 신뢰에 손상 및 충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잠재적인 선의의 경쟁자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송 씨는 3월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에 침입해 공무원 선발 업무 담당관의 컴퓨터로 자신의 답안지를 고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송 씨는 자신이 응시한 ‘2016 국가공무원 7급 지역인재 수습직원 선발 1차 시험답안지’를 고쳐 자신의 필기시험 성적을 45점에서 75점으로 올리고,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추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 씨는 2011년도, 2012년도 수학능력시험과 2015년 1월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등에서 허위로 발급받은 저(低) 시력자 진단서를 이용해 시험시간을 연장 받은 혐의(사문서변조·위계공무집행방해)도 받고 있다. 송 씨는 약시(弱視)로 판정 받아 일반 수험생보다 1.5배 더 늘어난 시험시간을 이용해 ‘시간 차 커닝’을 했다. 일반 학생 시험 시간에 맞춰 매 교시 종료 후 인터넷에 올라온 답안을 화장실에 미리 숨겨둔 휴대전화로 검색해 쓴 것이다. 허동준기자 hungry@donga.com}
딸을 때려 숨지게 하고 시신을 1년 가까이 미라 상태로 방치한 ‘부천 여중생 미라’ 사건의 가해 부모에게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이 선고 됐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창보)는 9일 중학생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방치한 혐의(아동학대치사) 등을 받고 있는 목사 이모 씨(47)와 계모 백모 씨(40)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1심과 같이 각각 징역 20년과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 씨 부부는 지난해 3월 경기 부천의 자택에서 중학생 딸(사망 당시 13세)이 가출했다는 이유로 빗자루와 빨래건조대 등으로 7시간을 때린 뒤 난방이 되지 않는 방에 재워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 됐다. 딸의 시신을 11개월간 미라 상태로 방치한 것으로 드러나 온 국민에게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1심에서 검찰은 이 씨에게 징역 15년, 백 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은 죽음을 마주하기에는 너무 이른 12세 소녀와 우리 사회 전체에 엄청난 충격과 공포를 줘 무거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 씨와 백 씨에게 각각 징역 20년과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씨 부부는 훈육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일어난 불상사라 주장하지만 보살핌의 대상이 돼야 할 자녀에게 이같이 가혹한 체벌을 한 것은 용납될 수 없다”며 “숨진 딸은 가장 사랑하던 사람인 아버지에게서 학대를 받고 생명을 잃어가는 과정에서 삶을 지탱하던 마지막 희망까지 잃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허동준기자 hungry@donga.com}

1년 넘는 치열한 진실 공방 끝에 홍준표 경남도지사(62)에게 유죄가 선고되면서 1차전은 검찰의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법원은 검찰이 핵심 증거로 제시한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육성 녹음파일과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 진술의 신빙성이 높다고 보고 홍 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반면 홍 지사 측은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도지사직까지 잃게 돼 정치 인생의 최대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의 심리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홍 지사는 재판이 시작되기 10분 전에 미리 도착해 변호사와 대화를 나누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재판장이 판결문을 읽어 내려갈수록 주먹을 쥐락펴락 반복하며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재판부가 ‘징역 1년 6개월, 추징금 1억 원’의 실형을 선고하는 부분에서는 고개를 살짝 떨궜다.○ 성완종 남긴 진술과 메모, 증거 능력 인정 성 전 회장이 죽기 전 남긴 진술 내용과 메모의 증거 능력 인정 여부는 이번 재판의 주요 쟁점이다. 법원은 1월 유죄 판결을 받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65)에 이어 이번에도 성 전 회장이 남긴 생전 진술과 메모의 증거 능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의 생전 진술에 대해 “진술 경위가 자연스럽고 다른 사람들의 진술 내용과 부합해 ‘특별히 신뢰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법정에서 이뤄진 진술만을 재판의 증거로 인정하지만, 당사자가 사망해 진술이 불가능할 경우 ‘특별히 신뢰할 수 있는 상태’에서 진술했거나 작성했다는 사실이 인정되면 증거로 삼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이 제시한 녹음파일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지난해 3월 말 검찰의 경남기업 압수수색 후 내부 대책회의에서 “비자금 중 1억 원은 2011년에 윤승모에게 줬다”고 말했다. 같은 해 4월 병원에 입원해 있던 윤 전 부사장를 찾았을 때 윤 전 부사장이 “홍 지사에게 (돈) 준 것 확인했느냐”고 묻자 성 전 회장은 “확인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성 전 회장이 사망 직전 경향신문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도 홍 지사에게 돈을 준 시점을 “(2011년) 대표 경선할 때”라고 명확히 밝혔다.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의 이런 진술이 측근의 진술 및 객관적인 정황 증거와 부합해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 ‘돈 전달자’ 윤승모, 일관되게 전달 사실 인정 ‘돈 전달자’로 지목된 윤 전 부사장이 일관되게 돈을 전달한 혐의를 인정하고 전달 과정을 진술한 부분도 홍 지사의 유죄 판결을 뒷받침했다. 재판부는 윤 전 부사장 진술에 대해 “일부 객관적 사실이나 다른 사람의 진술과 일치하지 않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금품 전달 과정에 대해 수사기관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어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홍 지사 측은 그간 1심 재판 과정에서 “윤 전 부사장의 진술 중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고 신빙성 문제를 파고들었다. 윤 전 부사장은 홍 지사에게 돈을 건넬 당시 의원회관 지하 1층 안내실을 거쳐 갔다고 일관되게 진술했으나 당시 내부 리모델링 관계로 해당 안내실은 폐쇄된 상태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4년 넘게 지난 일인 만큼 일부 기억이 불명확한 부분은 있을 수 있지만 일관된 금품 전달 부분은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성 전 회장과 윤 전 부사장이 나눈 대화 내용, 성 전 회장 측근들의 진술 등으로 볼 때 윤 전 부사장이 ‘배달사고’를 냈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며 1억 원 횡령 가능성을 일축했다. 재판부는 혐의를 인정한 윤 전 부사장에 대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며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 기여한 점을 양형에 반영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하지만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한 홍 지사에 대해선 “윤 전 부사장이 허위로 사실을 꾸며 냈다거나 1억 원을 임의 소비했다고 주장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꺼지지 않은 ‘성완종 리스트’ 로비 의혹 이 전 총리에 이어 홍 지사에 대한 유죄 선고로 ‘성완종 리스트’의 증명력이 또 한 차례 입증되면서 기소되지 않은 6인을 둘러싼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 전 총리와 홍 지사에 대한 불법 정치자금 수사는 성 전 회장의 죽음이 발단이 됐다. 성 전 회장은 지난해 4월 9일 자원외교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유력 정치인 8인의 이름이 적힌 메모를 남겼다. 당시 메모에는 ‘김기춘 10만 달러, 허태열 7억 원, 홍문종 2억 원, 서병수 2억 원, 유정복 3억 원, 홍준표 1억 원, 이완구, 이병기’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후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수사에 착수해 지난해 7월 이 전 총리와 홍 지사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전 총리와 홍 지사 외에 나머지 6명에 대해서는 수사를 벌였지만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무혐의 또는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리고 수사를 종결했다. 성 전 회장에게서 3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총리는 1심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22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권오혁 hyuk@donga.com·허동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