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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부터 암 심혈관 뇌혈관 희귀난치성 질환 등 4대 중증질환 환자의 초음파 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보건복지부는 27일 22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6월 발표했던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계획의 세부 지침을 심의 의결했다. 현재 상급종합병원에서 심장 초음파 검사를 받으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약 23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10월부터는 이 비용이 6만4000원 정도로 줄어든다. 이번 조치로 암 환자(90만 명), 심장 환자(7만 명), 뇌 질환자(3만 명), 희귀난치성 질환자(59만 명) 등 약 159만 명이 혜택을 보게 됐다. 건보공단은 이러한 건보 적용 확대로 연간 3400억 원가량이 추가로 지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심근증, 선천성 심질환, 크론병 환자의 자기공명영상(MRI) 촬영도 빠르면 10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유방암, 위암 환자가 주로 하는 HER2 유전자 증폭검사, 관상동맥 내 혈압 및 혈류 측정기구 등도 하반기에 건강보험이 확대 적용된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흡연 진료비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검토하기로 했다. 건보공단이 실제로 소송을 제기하면 국내 공공기관으로서는 최초의 ‘담배 소송’ 사례가 된다. 소송가액도 조 단위로 예상된다. 건보공단은 연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과 공동으로 27일 서울 마포구 건보공단 대강당에서 개최한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한 흡연의 건강영향 분석 및 의료비 부담’ 세미나의 발표 자료가 담배의 건강 피해를 입증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1992∼1995년 일반검진을 받은 공무원, 사립학교 교직원, 피부양자(30세 이상) 약 130만 명의 질병정보를 2011년 말까지 최대 19년 동안 추적 분석했다. 건강검진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진행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연구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흡연 남성의 후두암 위험은 일반인의 6.5배, 폐암은 4.6배, 식도암은 3.6배였다. 방광암(1.9배), 뇌중풍(1.8배), 췌장암(1.7배) 발병률도 높았다. 여성 흡연자도 후두암 위험은 5.5배, 췌장암은 3.6배, 결장암은 2.9배였다. 방광암(2.1배), 폐암(2.0배), 자궁암(1.7배), 뇌중풍(1.7배)에 걸릴 위험도 증가했다. 건보공단은 흡연에 따른 2011년 기준 건보 진료비 지출이 1조6914억 원으로 전체 건보 진료비(46조 원)의 3.7%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뇌혈관 질환(3528억 원), 허혈성 심질환(2365억 원), 당뇨병(2108억 원), 폐암(1824억 원), 고혈압(1657억 원) 순으로 많았다. 지선하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흡연은 20∼30년 동안 장기간에 걸쳐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과거 1980∼1990년 흡연율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이 영향이 2020년 정도까지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종대 건보공단 이사장은 세미나가 끝난 뒤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는 선량한 관리자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소송을 포함한 모든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건보공단은 소송의 근거를 국민건강보험법의 구상권 청구 규정에 두고 있다. 이 법 제58조는 제3자의 행위 때문에 건보 진료비가 쓰였다면 공단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허용한다. 진료비를 기준으로 하면 건보공단의 최종 청구금액은 1조 원을 넘을 수 있다. 미국과 캐나다 주정부의 담배 소송 사례를 볼 때도 소송가액은 천문학적 규모에 이른다. 미국에서는 1994∼97년에 50개 주 정부가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양측이 법정 공방 끝에 합의하면서 담배회사가 25년간 주 정부에 2060억 달러(약 229조 원)를 물어주게 됐다. 캐나다에서는 5월에 온타리오 주가 담배회사에 500억 달러(약 56조 원)를 청구한 소송에서 이겼다. 다만 건보공단이 소송에 착수했을 때 담배회사의 과실과 책임을 입증하는 일이 어렵다. 법적 공방이 끝없이 이어질지 모른다고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이유다. KT&G 측도 “담배회사가 불법을 저지르지 않은 상황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진행될 때마다 나오는 얘기가 있다.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특수직역연금도 고쳐야 한다는 여론이다. 국민연금은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 ‘더 내고, 덜 받고, 늦게 받는’ 식으로 바뀌면서 가입자의 부담이 늘었다. 예를 들어 가입기간의 평균소득과 비교한 연금수령액 비율(소득 대체율)이 60%에서 2028년 40% 수준까지 줄었다. 그나마 이는 국민연금에 40년 꼬박 가입했을 때 가능한 수준이다.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도 60세에서 2033년 65세로 늦춰진다. 반면에 공무원연금은 최대 연한(33년)을 근무했다면 지급률은 최대 62.7%가 된다. 이 비율은 2009년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해 낮춘 수치다. 2010년 이전 공무원이 됐다면 이전 지급률(76.0%)을 보장받는다. 공무원연금 보험료율이 국민연금 보험료율인 9%보다 많은 14%라는 점을 감안해도 높은 수준이다.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문가 과반, “직역연금 개혁 필요” 동아일보가 설문조사한 복지 전문가 50명 중 62%(31명)는 직역연금 개혁이 지금 당장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필요하지만 시기상조라는 의견은 18%(9명), 개혁이 필요 없다는 14%(7명)에 불과했다. 김수영 부산복지개발원장은 “직역연금의 재정적인 불안정성은 국민연금보다 훨씬 심하고 (적자를) 국고 보조로 메운다”며 “직역연금을 두고 국민연금만 손대는 일을 국민이 수용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며 지적했다. 2009년의 공무원연금 개혁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급률을 76.0%에서 62.7%로 낮췄지만 2010년부터 공무원이 된 가입자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공무원연금 개혁은 2009년 이전과 2010년 이후 공무원에게 지급률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2009년 이전까지 기간에 대해서는 기득권을 주되 개편된 지급률을 신구(新舊) 공무원에게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의 적자 중 일부를 세금으로 충당하는 점도 국민으로서는 불만이다. 직역연금은 1993년에 처음으로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적자가 발생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퇴직자가 급증해 1997년 말 6조2015억 원이었던 기금이 2000년 말 1조7752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008년에는 연간 1조 원이 넘는 적자가 났다. 정부는 2001년부터 연금 수입을 초과해 지출하는 부분에 대해 ‘보전금’을 지급하고 있다.○ 개혁 부작용 우려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내년에 공무원연금은 수익보다 지출이 2조 원 이상 많아지고 적자폭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2014∼2020년에는 보전금도 연평균 17.8% 증가한다. 수입은 연평균 3.3% 증가하지만 지출은 연평균 7.8% 늘어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하지만 직역연금 개혁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무원 교사 군인이 되기 위해 들였던 노력과 직무수행에 따른 노고를 연금으로 보상해야 한다는 얘기다. 연금 수령액을 줄이면 국가조직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부패 가능성도 커진다는 견해도 있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무원과 군인이 노후를 보장받지 못하면 재직 시절에 부정축재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며 “제대로 보장하는 대신 못된 짓을 못하게 하는 방안이 맞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자칫 정권이 흔들릴 만한 폭발성 있는 현안이므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지방소재 대학 교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도입으로 충성심을 확보했다”며 “박근혜 정부가 직역연금을 개혁하면 공무원이나 군인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유근형·이샘물 기자 noel@donga.com}
중국기업이 투자해 제주도에 만들려던 국내 1호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병원)의 설립이 잠정 보류됐다. 보건복지부는 22일 “제주도가 승인을 요청한 산얼(善이)병원의 사업계획서를 충분하게 검토하기 위해 승인을 잠정 보류한다”고 밝혔다. 산얼병원은 자산규모 18조 원의 중국 톈진화업그룹이 제주 서귀포시에 추진한 투자개방형 병원이다. 제주도는 특별법에 따라 복지부의 승인과 제주도지사의 허가로 투자개방형 병원을 세울 수 있는 지역이다. 톈진화업그룹의 한국법인인 차이나스템셀(CSC)은 제주를 찾는 중국인 부유층을 타깃으로 하는 병원을 505억 원을 들여서 세울 방침이었다. 규모는 9839m² 터에 지상 4층, 지하 2층. 48병상을 갖춰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를 운영할 계획이었다. 이번에 승인이 나면 의사 8명, 간호사 21명을 채용하고 내년 말이나 2015년 초에 개원하려고 했으나 승인이 보류돼 개설 시기가 불투명해졌다. 복지부는 산얼병원의 줄기세포 시술에 대한 관리·감독이 어렵다는 점을 승인 보류의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톈진화업그룹은 중국에서 줄기세포를 이용한 노화방지센터를 운영 중이다. 국내 의료법상 자신의 몸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곧바로 주입하는 일은 가능하다. 하지만 추출한 줄기세포를 ‘배양’해서 치료나 미용 목적으로 사용하려면 까다로운 임상시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제주도가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했지만 그 정도 감독으로는 불법 줄기세포 시술을 막기 어렵다”고 밝혔다. 응급의료 대응 체계 미흡도 지적됐다. 산얼병원은 제주 한라병원과의 진료협력을 통해 응급상황에 대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한라병원이 진료협력 양해각서(MOU)를 파기해 차질이 생겼다. 일각에서는 산얼병원에 대한 승인보류 결정이 석연치 않다고 지적한다. CSC는 논란이 되는 줄기세포 시술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정부에 전했는데 이를 이유로 승인을 보류하는 조치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해외 진출을 계획 중인 의료계 관계자는 “중국에 진출한 국내 병원은 현지의 여러 가지 규제와 관료의 변덕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승인 보류 과정도 그와 비슷하다”고 비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중국기업이 투자해 제주도에 만들려던 국내 1호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병원)의 설립이 잠정 보류됐다. 보건복지부는 22일 "제주도가 승인을 요청한 싼얼병원의 사업계획서를 충분하게 검토하기 위해 승인을 잠정 보류한다"고 밝혔다. 싼얼병원은 자산규모 18조 원의 중국 톈진화업그룹이 3월부터 제주도 서귀포에 추진한 투자개방형 병원이다. 제주도는 특별법에 따라 복지부의 승인과 제주도지사의 허가로 투자개방형 병원을 세울 수 있는 지역이다. 톈진화업그룹의 한국법인인 차이나스템셀(CSC)은 제주를 찾는 중국인 부유층을 타깃으로 하는 병원을 505억 원을 들여서 세울 방침이었다. 규모는 9839㎡ 부지에 지상 4층, 지하 2층. 48병상을 갖춰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를 운영할 계획이었다. 이번에 승인이 나면 의사 8명 간호사 21명을 채용하고 내년 말이나 2015년 초에 개원하려고 했으나 승인이 보류돼 개설 시기가 불투명해졌다. 복지부는 싼얼병원의 줄기세포 시술에 대한 관리·감독이 어렵다는 점을 승인 보류의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톈진화업그룹은 중국에서 줄기세포를 이용한 노화방지센터를 운영하는 중이다. 국내 의료법상 자신의 몸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곧바로 주입하는 일은 가능하다. 하지만 추출한 줄기세포를 '배양'해서 치료나 미용 목적으로 사용하려면 까다로운 임상시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제주도가 주기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했지만 그 정도 감독으로는 불법 줄기세포 시술을 막기 어렵다"고 밝혔다. 응급의료 대응 체계 미흡도 지적됐다. 싼얼병원은 제주 한라병원과의 진료협력을 통해 응급상황에 대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한라병원이 진료협력 양해각서(MOU)를 파기해 차질이 생겼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아 일반 병원보다 느슨하게 운영될 우려가 많은 투자개방형 병원은 더 견고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전문가 자문회의, 의견수려을 거쳐 실효적 보완책을 마련하도록 조처하겠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싼얼병원에 대한 승인보류 결정이 석연치 않다고 지적한다. CSC는 논란이 되는 줄기세포 시술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정부에 전했는데 이를 이유로 승인을 보류하는 조치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해외 진출을 계획 중인 의료계 관계자는 "중국에 진출한 국내 병원은 현지의 여러 가지 규제와 관료의 변덕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승인 보류 과정은 그와 비슷하다"고 비판했다.유근형기자 noel@donga.com}

국민연금은 노후생활의 안전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기초연금 지급 대상자가 65세 이상 노인 전체에서 70% 또는 80%로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동아일보가 복지 전문가 50명에게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물어본 결과 10명 중 8명꼴인 82%(41명)가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보험료율 9%를 유지하면 2060년에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고갈된다. 이때가 되면 젊은 세대가 내는 돈을 노인에게 바로 지급하는 부과방식을 도입하고 보험료율을 21%대까지 올려야 한다.○ 현 정부가 보험료 올려야? 절반에 가까운 전문가(42%, 21명)는 국민연금의 파국을 막으려면 박근혜 정부가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당장 13%까지 올려야 한다. 인상을 미래 세대에 미룬다면 반대 목소리가 더욱 커져 요율을 올리기가 더욱 힘들어진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국민연금 요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다. 2009년 OECD 회원국 평균 공적연금 요율은 19.6%로 한국의 2배가 넘는다. 한국은 핀란드(21.6%), 스웨덴(18.9%)은 물론이고 일본(15.4%)보다 낮다. 요율 인상이 필요하지만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기금 고갈까지 47년이나 남았고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국민과 기업이 보험료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반론이다. 정부도 소극적이다. 이용하 국민연금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 상황에서 요율을 올리면 지금도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계층은 계속 사각지대를 벗어날 수 없다”고 우려했다. 21일 열린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 공청회에서도 2017년 이전부터 요율을 단계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견해와 2043년까지는 인상이 어렵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특히 적립기금이 제로가 되는 ‘2060년 위기’가 과장됐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의 공적연금은 적립기금이 없는 대신 부과방식으로 잘 운영된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궁극적 해법은 출산율 높이기? 일각에서는 적립기금이 한국 경제 규모에 비해 너무 크므로 고갈 예상 자체가 난센스라고 말한다. 올해 적립기금은 약 417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31.1% 정도다. GDP 대비 비율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비율은 2035년이 되면 50%까지 육박한다. 세계적으로 GDP 대비 기금 비율이 30%를 넘는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적립기금이 막대하다 보니 투자방향에 따라 주식시장이 요동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며 “한국이 적립기금으로 투자한 주식과 자산을 2043년 이후 팔아서 연금을 지급한다는 공공연한 영업비밀을 전 세계가 아는 판에 제 값을 받고 팔 수 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출산율을 올리는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금융보험학과)는 “미래의 연금재정 지출을 안정시키려면 다양한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지금의 저출산 기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어떤 정책도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유근형·이샘물 기자 noel@donga.com}

《 복지 전문가 10명 중 7명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에서 후퇴하더라도 지급 대상자들에게 기초연금 20만 원을 똑같이 지급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재원을 조달하기 힘드니까 지속 가능한 제도를 만들려면 공약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동아일보는 박 대통령이 대통령선거 당시 약속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등 국내 연금제도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한 의견을 복지 전문가 50명에게 물었다. 》 이들 중에서 70%(35명)는 ‘기초연금 공약이 후퇴하더라도 차등 지급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최대 지급액을 20만 원으로 하고, 일정 기준에 따라 액수를 줄이자는 얘기다. 어떤 기준으로 달리 지급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36%(18명)는 소득이 많으면 기초연금을 적게 지급해야 한다고 답했다. 34%(17명)는 국민연금을 많이 받을수록 기초연금을 적게 줘야 한다고 밝혔다. 20만 원을 일괄 지급해야 한다는 전문가는 24%(12명)였다. 이에 앞서 국민행복연금위원회(행복위)는 기초연금 지급 대상 노인을 소득하위 70% 또는 80%로 줄이자고 건의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에는 20만 원 일괄 지급과 차등 지급이라는 복수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최종안을 이르면 8월 말 발표한다.○ 소득을 기준으로 한다면 소득을 기초연금의 지급 기준으로 삼는다면 정부가 노인 소득을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다. 소득으로 인정되는 항목이 근로소득, 사업소득, 재산, 공적이전소득 등 다양하기 때문이다. 유리지갑인 봉급생활자와 달리 자영업을 하는 노인의 소득은 신고 내용을 토대로 하므로 정부가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 은퇴자의 재산도 마찬가지다. 소득 파악의 어려움은 국민연금과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를 정할 때도 나왔던 문제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금융보험학과)는 “소득을 기준으로 기초연금을 지급하면 노인이 저축을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 여러 편법을 동원해 소득을 숨기는 일도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가 불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에 오랫동안 가입한 국민은 비교적 안정된 직업을 갖고 재산을 많이 모았을 수 있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한 노인은 소득의 상당 부분이 연금 수령이다. 이 소득이 많아 기초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수령액이 기준이라면 보건복지부가 가장 유력하게 검토하는 방안이다. 연금 수령액을 파악하기가 쉽고 재원이 가장 적게 들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노인이 최대 금액(20만 원)을 받는다는 점. 역으로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20년이 넘으면 기초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할 수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민연금 수급자 중 20년 이상 가입자는 19만5513명에 불과하지만 2020년 이후 급격히 늘어난다. 국민연금 장기체납자(125만3000여 명)는 보험료를 계속 내지 않으려고 버틸 개연성도 짙다. 실제로 올해 2∼6월 국민연금 임의가입자 3만9205명이 탈퇴했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지 않고, 기초연금에 기댈 수 있다는 희망에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국민연금을 기준으로 하면 취약계층과 저소득층이 국민연금에서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세대 갈등 심화도 우려스러운 대목. 현재의 20∼40대 대부분은 은퇴시기가 되면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20년을 넘게 돼 기초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김연명 교수는 “젊었을 때는 기초연금을 떠받치다가 오히려 노인이 되면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20만 원을 일괄 지급하면 현재로서는 차등 지급안이 유력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20만 원 일괄 지급안으로 급선회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야당이 이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차등 지급안에 비해 재원을 너무 많이 투입해야 한다는 점이 당정 모두 부담스럽다. 2020년 기준으로 20만 원 일괄 지급안은 국민연금 기준 차등 지급안보다 재원이 1.4배가량 필요하다. 이 격차는 2040년에 약 2배, 2060년에는 약 3배로 급격하게 벌어진다. 일각에서는 지급 기준을 강화하는 대신 액수를 늘리는 식으로 노인연금의 틀을 새로 짜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수완 강남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노인의 70%를 대상으로 하면 지원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급 대상은 생활이 어려운 하위 50% 이하로 줄이되 지급액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전문가 50인 명단(가나다순) 강제헌(인제대) 김미혜(이화여대) 김상균(서울대) 김수영(부산복지개발원) 김수완(강남대) 김양균(경희대) 김연명(중앙대) 김용하(순천향대) 김원식(건국대) 김재경(공무원연금공단) 김재칠(자본시장연구원) 김재현(상명대) 김종숙(경기복지재단) 김진욱(건국대) 김찬우(가톨릭대) 문진영(서강대) 문창진(한국건강증진재단) 박능후(경기대) 박윤형(순천향대) 박찬용(안동대) 배준호(한신대) 백종만(전북대) 석재은(한림대) 신영석(한국보건사회연구원) 오영호(한국보건사회연구원) 우건조(고려대) 유길상(한국기술교육대) 윤석명(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홍식(인하대) 이규식(연세대) 이미숙(배재대) 이봉주(서울대) 이삼주(한국지방행정연구원) 이상규(단국대) 이상이(제주대) 이수연(세종대) 이용하(국민연금연구원) 이정우(인제대) 전광희(충남대) 정기택(경희대) 정익중(이화여대) 정형선(연세대) 조중근(장안대) 조흥식(서울대) 최균(한림대) 최병호(한국보건사회연구원) 최준욱(한국조세연구원) 홍경준(성균관대) 홍백의(서울대) 홍선미(한신대) 유근형·이샘물 기자 noel@donga.com 권승록 인턴기자 서강대 경영학과 졸업 오신혜 인턴기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
지난해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사람이 총 35만7112명으로 2008년 22만7907명 이후 4년 만에 56.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수면장애 총 진료비는 약 195억 원에서 353억 원으로 1.8배로 급증했다. 18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진료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면장애 여성 환자는 21만2081명으로 남성 14만5031명의 1.5배였다. 연령별로는 50대가 7만4807명(21%)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70대(19.1%), 60대(17.2%), 40대(15.2%) 순이었다. 수면장애의 여러 유형 중 쉽게 잠들지 못하거나 자주 깨는 ‘불면증’ 환자가 23만7931명(66.7%)으로 가장 많았다.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원인불명 수면장애’(8만4287명·23.6%), 수면 중 상기도가 막히는 ‘수면성 무호흡’(2만6168명·7.3%) 등이 뒤를 이었다. 신수정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노년기에는 뇌의 대사와 구조에 변화가 생겨 수면 리듬도 바뀐다”며 “이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수면장애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야근과 회식이 잦은 회사원 박준식(가명·40) 씨는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가 기준치보다 높게 나왔다. 의사는 대사증후군이니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박 씨는 “직장인이 다 그렇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1년이 지나 박 씨는 깊이 후회했다. 갑작스러운 가슴통증으로 응급실에 실려가 심장혈관 삽입술을 받고 간신히 목숨을 건진 뒤였다. 병명은 급성심근경색. 그는 “1년 전 건강검진에서 이상신호가 왔는데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은 자신이 원망스럽다”고 자책했다. 박 씨처럼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이 한꺼번에 기준치를 넘는 대사증후군을 가볍게 넘겼다가 병을 키우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동아일보와 고려대의료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 데이터베이스(DB)에 저장된 1217만1006명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3.2%(282만6896명)가 대사증후군 증상을 보였다. 국민 4명 중 1명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몸에 지니고 사는 셈이다. 대사증후군에 포함되는 각각의 요소는 가벼운 증상처럼 보인다. 하지만 위험요소가 3개 이상인데도 방치하면 큰 위협이 된다. 이번 분석에 따르면 위험요소가 3개 이상인 사람은 정상인에 비해 심근경색 등 심장병으로 사망할 확률이 8배, 뇌중풍(뇌졸중)과 당뇨는 각각 5배로 늘었다. 대사증후군은 큰 병으로 악화되기 전에 잘 관리하면 예방 효과가 그만큼 크다. 동아일보와 고려대의료원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위험요소가 3개 이상이었지만 생활습관을 고치고 운동을 꾸준히 해서 2개 이하로 떨어뜨리면 심뇌혈관 질환으로 숨지는 환자가 최대 23%까지 줄었다. 건강보험 재정에서 나가는 의료비 역시 같은 비율로 감소했다. 허갑범 한국대사증후군포럼 회장은 “대사증후군은 생활습관에 의한 병으로 만성질환의 뿌리이자 만병의 근원”이라며 “대사증후군 관리는 노인 질병과 의료비 급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므로 국가가 관심을 크게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사증후군(metabolic syndrome) :: 복부 비만, 고혈압, 혈당장애, 고중성지방, 낮은 HDL콜레스테롤 등 5가지 위험요소 중 3개 이상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증상을 가리킨다. 몸 안의 오폐물(汚廢物)을 내보내고 자양분을 다시 섭취하는 대사(代謝)기능에 문제가 생기면서 비롯된다. 뚜렷한 원인, 특히 유전적인 요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998년 처음 사용한 용어다. 국내에서는 2009년부터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기 시작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대사증후군요? 소화불량을 말하는 건가요? 아니면 장염인가요?”길 가는 일반인 10명에게 대사증후군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정확하게 뜻을 알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이 정도로 대사증후군은 아직 일반인에게 낯선 개념이다. 그러다 보니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한 인식도 낮다.복부둘레, 중성지방, 혈압과 같은 대사증후군의 위험요소는 심각한 질병과는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사증후군 위험요소를 3개 이상 함께 가지고 있으면 얘기가 전혀 달라진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민국, 대사증후군 위험국세계 의학계는 한국을 대사증후군 비정상 국가로 보고 있다. 비만율은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이웃나라처럼 서구보다 낮은 편이다. 하지만 유독 대사증후군 환자는 서구 선진국 수준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동아일보와 고려대의료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 데이터베이스(DB)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한국의 대사증후군 발병률(23.2%)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발병률(25∼35%)과 맞먹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13%대, 중국은 12%대로 한국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한국은 대사증후군 위험요소 1, 2개를 지니고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주의군도 50.1%에 이르렀다.성별로 보면 여성의 발병률(18.2%)이 남성(27.4%)보다 낮고, 해마다 조금씩 줄어드는 점이 눈에 띈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몸매를 관리하려는 여성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김신곤 고려대 안암병원 교수(내분비내과)는 한국의 특이성을 과속 질주하는 소형차에 비유했다. 김 교수는 “우리 국민은 서구인들처럼 육류를 많이 먹지만 대사능력은 그들보다 떨어진다. 마치 1200cc 소형차를 타고 시속 200km로 달리는 격”이라며 “한국인의 식습관은 이미 동양인의 체형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서구화됐다”고 지적했다.특히 대사증후군에 걸린 것으로 판정되면 개별 질병에 걸릴 개연성이 크게 높아진다. 대사증후군을 언젠가 폭발할 ‘몸속의 시한폭탄’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예를 들어 당뇨는 일반적으로 공복혈당이 기준치인 dL당 126mg을 넘으면 걸렸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사증후군 환자는 공복혈당이 100mg 이상만 돼도 위험할 수 있다. 고지혈증도 마찬가지다. 통상적인 발병 기준은 중성지방이 dL당 400mg 이상이지만 대사증후군 환자는 150mg만 넘어도 각종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김선미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가정의학과)는 “대사증후군 위험요소는 지속적으로 체내에 염증 반응을 일으켜 동맥경화 같은 심뇌혈관 질환의 위험에 계속 노출된다”며 “대사증후군을 몸속에 갖고 있으면 언젠가는 터진다는 생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몸속 지방 감소가 최고 예방책대사증후군은 암 당뇨 심뇌혈관 등 ‘만성질환의 뿌리’로 지목되고 있다. 선진국은 미래 질병 대책의 열쇠를 대사증후군 관리로 설정해 놓았다. 위험성이 크지만 초기에 잘 관리하면 중증질환 발생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동아일보와 고려대의료원의 시뮬레이션 결과에서도 이러한 사실이 확인됐다. 대사증후군 위험요소 4개 이상을 지닌 환자의 수치를 모두 정상 수준으로 떨어뜨려봤다. 이상적인 상황을 가정한 것이지만 이렇게 하면 연간 심혈관 질환 사망자를 34.4%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에 맞게 위험요소를 3개 이상 가진 사람을 2개로 떨어뜨려 보니 심뇌혈관 질환 사망자가 23% 줄었다.환자 수를 줄이면 급속하게 다가오는 초고령사회의 의료비 부담도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심뇌혈관 질환 사망자를 23% 낮추는 노력을 하면 10년 뒤 이 질환에 들어가는 건강보험 재정을 약 20%까지 줄일 수 있다.윤석준 서울시대사증후군관리단장(고려대 의대 교수)은 “현재 정부의 보건정책은 병이 난 뒤에 의료비를 지급하는 방식”이라며 “하지만 사후약방문으로는 고령화시대의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사증후군을 국가가 집중 관리해서 선제적으로 만성질환 발병률을 떨어뜨리는 정책이 절실한 때”라고 주문했다.대사증후군을 일으키는 가장 큰 주범은 몸속 지방이다. 지방이 지나치게 쌓이면 인슐린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겨 혈당이 증가하고 이는 동맥경화를 불러오기도 한다. 지방조직에서 분비되는 대사 조절물질의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이런 변화들은 모두 당뇨 암 심뇌혈관 질환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대사증후군을 예방하려면 생활습관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 육류, 고열량 고지방의 인스턴트식품, 단 음식, 탄산음료 등을 피해야 한다. 탄수화물 섭취는 전체 식사 칼로리의 50% 미만으로 낮추는 것이 좋다. 흰쌀 같은 다당류 탄수화물보다는 도정하지 않은 곡류인 현미, 잡곡밥을 먹으면 도움이 된다.꾸준한 운동도 필수다. 주로 뚱뚱한 대사증후군 환자들은 뛰기보다는 1주일에 150분 이상 땀이 날 정도로 걷는 것이 좋다. 근육운동을 병행하면 혈압개선, 콜레스테롤 감소에 효과적이다.최경묵 고려대 구로병원 당뇨센터 교수는 “대사증후군을 잡는 것은 ‘저비용 고효율’로 만성질환에 대비하는 지름길”이라며 “특히 복부에 지방이 많은데도 겉으로는 말라 보이는 사람일수록 대사증후군에 더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日은 관리 1년만에 40만명 혈당-중성지방 정상으로 ▼의료진 상담-건강관리비 지원대사증후군 관리는 ‘저비용 고효율’ 정책이다. 고령화사회의 노인 만성질환 유병률을 떨어뜨리고 의료비 폭탄을 막기 위해 선진국이 대사증후군 관리에 적극적인 이유다.가장 앞선 국가는 일본이다. 국립보건의료과학원이 표본환자를 모집해 관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먼저 대사증후군 위험요인을 3개 이상 가진 그룹(적극적 지원군)은 의료진이 1년에 두 번 만난다. 또 전화나 e메일을 이용해 5회 정도 건강 상담을 한다. 개인별 식이요법이나 운동 프로그램을 알려주고 6개월에 한 번은 건강관리비로 50만 원 정도를 지원하기도 한다. 위험요인이 2개인 그룹(동기부여 지원군)은 의료진이 1년에 한 번 만나고 이와 별도로 전화나 e메일을 통한 상담 기회를 한 번 더 만들었다.특히 40만 명이 참가한 2008년의 프로젝트 결과는 놀라웠다. 시행 1년 뒤인 2009년 복부둘레, 공복혈당, 혈압, 중성지방, HDL 콜레스테롤을 측정해보니 수치가 모두 개선됐다. 참가자 40명의 평균 중성지방이 약 11.3%, 공복혈당이 6.0% 감소하면서 정상으로 돌아왔다. 평균 체중은 64.9kg에서 62.9kg으로 3%가량 줄었다.한국도 대사증후군 관리를 통해 만성질환 유병률을 낮추는 정책을 2009년부터 적극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의 대사증후군관리단은 2011년부터 약 5000명의 환자를 관리 중이다. 참가자는 3개월마다 운동 처방과 영양 및 건강 상담을 받고 대사증후군 수치를 측정했다. 사업 시작 뒤 1년 6개월이 지나자 참가자 51.5%의 대사증후군 위험요소가 2개 이하로 줄어들었다.윤석준 서울시대사증후군관리단장은 “대사증후군은 구체적인 수치로 자신의 위험도가 그대로 드러나므로 관리하기가 쉽다. 국가가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고 지원하면 미래 의료비 재앙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정부가 세법개정안 수정에 따른 공약 축소는 없다고 밝혔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복지 공약들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이미 후퇴 논란이 벌어졌다. 당초 수준에서 후퇴했다는 지적이 가장 큰 공약은 기초연금이다. 박 대통령은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소득에 상관없이 월 20만 원씩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현재 소득하위 70%가 약 10만 원 받는 기초노령연금을 두 배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약속이었다. 하지만 기초연금 밑그림을 그린 국민행복연금위원회는 지급대상을 소득하위 70% 또는 80%로 축소했고 지급액도 월 20만 원씩 일괄 지급하거나 소득 또는 국민연금 수령액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복수안을 제안했다. 행복위 안을 토대로 8월 말까지 최종안을 만들 예정인 보건복지부는 재원 마련과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 차등 지급 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수령액을 기준으로 차등 지급하면 약 20년 이상 국민연금에 가입한 노인은 기초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된다.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도 후퇴 논란의 중심이었다. 박 대통령은 공약집에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 제목으로 “비급여 부문을 포함해 4대 중증질환 보장률을 100%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6년부터 건강보험이 일부라도 지원하는 진료항목을 99.3%까지 끌어올리는 ‘4대 중증질환 보장강화 계획’을 6월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거의 모든 4대 중증질환에 건강보험이 적용됐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정부 계획은 환자 부담이 큰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간병비 등을 제외했다.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를 추가하면 건보 적용항목은 91.4%로 줄어든다. 환자의 실제 부담률은 약 3조 원에 이르는 간병비를 제외하고도 현재 25% 수준에서 2016년까지 17% 수준으로 내려가는 데 그친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내년부터 필수예방접종을 받을 때 내던 본인부담금 5000원을 국가가 지원한다. 치사율이 높은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고도격리시설도 5년 안에 세운다. 보건복지부는 2017년까지 75종의 법정감염병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감염병 발생량을 현재의 80% 수준까지 떨어뜨리는 것을 목표로 제시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기본계획’을 12일 발표했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복지부는 백일해와 세균성 이질, 파라티푸스, 장티푸스, 말라리아 등 5가지 질병은 퇴치 수준까지 발병률을 떨어뜨리기로 했다. 퇴치 수준이란 인구 100만 명당 환자 수가 1명 이하로 유지되는 상태다. 복지부는 감염병 예방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필수예방접종 15종의 본인부담금 5000원을 내년부터 완전 폐지하기로 했다. 필수접종 대상도 2017년까지 17종으로 늘리기로 했다. A형간염, 폐렴구균, 자궁경부암 등이 확대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다. 신종 바이러스와 생물테러 위협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2022년까지 두창(천연두) 백신 비축량을 전 국민의 80%까지 배급할 수 있는 약 4000만 도스(1회 접종단위)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두창백신의 현 비축량은 약 1000만 도스 수준이다. 에볼라 바이러스 등과 같은 고위험군 감염병에 대비하기 위한 고도격리시설도 5년 안에 구축한다. 이 시설은 외부 공기가 완전 차단되며 병원균 분리부터 연구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진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현재 구속 수감 중인 이재현 CJ그룹 회장(53·사진)이 지병인 만성신부전증 치료를 위해 이달 말 신장이식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이 회장은 8일 법원에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신장 기증자는 이 회장의 부인 김희재 씨(53)다. 이 회장은 구치소 안 병동에서 신장 기능이 정상인의 10% 수준까지 떨어진 말기(末期) 상태라는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손과 발 근육이 위축되는 희귀 유전질환 ‘샤르코-마리-투스’와 고혈압, 고지혈증을 동시에 앓고 있다. CJ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주치의와 수술 날짜를 정하던 중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며 “구속된 후 식이요법과 약물치료로 버텼지만 최근 병세가 악화돼 더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구속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이달 말쯤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만성신부전증의 치료법에는 투석과 신장이식이 있다. 고혈압 환자인 이 회장은 투석 치료를 받을 경우 심혈관계에 무리가 올 수 있어 신장이식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이 회장은 당초 외아들인 선호 씨(23)로부터 신장을 이식받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가족력 때문에 선호 씨도 신장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언급되자 수술을 반대했다. 이후 서울대병원과의 협의를 통해 부인을 신장 제공자로 정했다. 서울대병원의 한 관계자는 “신장이식을 받은 후에는 새 신장이 체내에서 적응하도록 하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계속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 총수들의 구속집행정지 신청은 그동안 여러 차례 있었다. 이 때문에 CJ 측은 혹시라도 갑작스레 ‘건강 이상설’을 제기했다는 의혹의 눈초리를 받지는 않을까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CJ그룹 관계자는 “개인의 사생활이고 기업 이미지에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그동안 이 회장의 건강 문제를 알리지 않은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김범석·유근형 기자 bsism@donga.com}
최성재 전 대통령고용복지수석비서관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출신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을 거쳐 핵심 참모로 일해 왔지만 이번에 사실상 경질성 인사로 교체됐다. 학계에서 전문가로 인정받아 발탁됐으나 국정 경험이 없는 탓에 추진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청와대 내부에서 나온 터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러 차례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 점검과 사고 대책을 주문했는데도 별다른 성과가 없자 최근 수석비서관회의 자리에서 이를 지적하기도 했다. 후임 고용복지수석으로 최원영 전 보건복지부 차관을 임명한 것은 국정 경험이 있는 관료 출신을 찾은 결과로 보인다. 학자 출신인 최 전 수석이 정책의 밑그림을 그려 놓은 만큼 여야 이견을 조율해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현 시점에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수석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는 대결 국면이 됐는데, 최 전 수석이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많았다”고 말했다. 최 신임 수석은 행정고시 24회로 1981년 총무처 행정사무관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1986년부터 복지부로 자리를 옮겨 복지부 장애인제도과장, 식약청 식품안전국장과 복지부 보험연금정책본부장, 의료정책실장 등 요직을 거쳤다. 복지부 안팎에서 ‘뚝심 있는 관료’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1989년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 2000년 의약분업, 2006년 국민연금제도 개혁 등 굵직굵직한 보건복지 정책들을 일선에서 다뤘다. 복지부 관계자는 “2011년 차관 시절 가정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 현안을 두고 약사, 의사, 정치권의 이견을 잘 조정했다”고 말했다. △경남 창녕(55) △대건고, 경북대 행정학과, 연세대 사회복지학 박사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안전국장 △보건복지부 보험연금정책본부장 보건의료정책실장 기획조정실장 △보건복지부 차관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통합의료진흥원장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고 심지어 항생제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내성균이 국내에서 집단적으로 발견됐다. 질병관리본부는 4월부터 200병상 이상 의료기관에 대해 항생제 내성균 현장 점검을 한 결과 13개 병원에서 63명으로부터 국내에서 발견된 적이 없는 ‘OXA-232’ 유형의 ‘카바페넴계열 항생제 분해효소 생성 장내세균(CPE)’이 발견됐다고 4일 밝혔다.}
오비맥주가 지난달 12일 가성소다 맥주의 자발적 회수를 발표하기 전에 사고 사실을 한 달가량 숨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맥주 공정과정에서 가성소다가 들어가는 사고가 6월 8일 발생했지만 오비맥주는 열흘 동안 생산을 멈추지 않았고, 지난달 12일 자진 회수 발표까지 사고 사실을 숨겼던 점이 확인됐다”고 1일 밝혔다. 오비맥주는 6월 26일부터 지난달 9일 사이에 광주공장에서 생산된 ‘OB 골든라거’에 제작 실수로 가성소다가 포함됐다며 지난달 12일 자진 회수를 발표했다. 당시 오비 측은 “밸브 조작 실수로 소량의 가성소다 희석액이 정상 발효 중인 탱크의 맥주에 섞이게 됐다. 사실을 발견한 즉시 식약처에 보고하고 관련 제품을 자발적으로 회수키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식약처 조사 결과는 달랐다. 사고 사실은 공장장에게 보고됐지만 10일 동안 생산이 계속됐다. 이 중 상당량이 시중에 유통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여름은 제품 회전 속도가 빠르다. 자진 회수 발표 이전에 유통된 제품은 시중에 팔렸을 가능성이 높다”며 “가성소다 맥주는 1일 현재 약 73%가 회수됐다”고 밝혔다. 혼입된 가성소다는 희석된 수산화나트륨으로 흔히 양잿물로 불린다. 식약처는 “문제의 제품의 PH 농도나 가성소다 잔류량이 정상제품과 차이가 없어 인체에 무해하다”고 밝혔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최근 2년 안에 직장인 건강검진 등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사람은 1일부터 운전면허를 발급받거나 갱신할 때 별도의 신체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정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국가건강검진정보를 이용해 신체검사 없이도 운전면허를 발급받을 수 있다고 31일 밝혔다. 지금까지 운전면허를 발급받거나 갱신하려면 면허시험장에서 4000원을 내고 시력, 청력 검사를 받아야 했다. 신체검사를 면제 받으려면 건보공단 홈페이지에서 과거 건강검진 결과서를 직접 출력해 제출해야 했다. 하지만 출력할 때 공인인증 절차가 번거로워 지난해 이용자 수가 전체의 3.3%에 불과했다. 1일부터는 최근 2년 내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적이 있으면 검진 결과를 출력하는 대신 발급 또는 갱신 신청서 양식에 있는 정보이용 동의란에 표시만 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경찰서 또는 운전면허시험장 직원이 행정정보 공동이용시스템에 접속해 시력, 청력 검사 결과를 열람한 뒤 발급, 갱신 절차를 밟게 된다. 지난해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사람은 약 1570만 명에 이른다. 이번 조치로 연간 신규 발급자 140만 명, 면허 갱신자 160만 명 등 약 300만 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신체검사비나 필요서류를 갖추는 데 사용하는 비용 약 161억 원 역시 절약될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의 56%인 2800만 명은 10년에 한 번씩 운전면허를 갱신해야 한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내년부터 월급이 깎이면 국민연금 보험료를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됐다고 30일 밝혔다. 개정안이 발효되는 내년 1월 1일부터 근로자는 실제 소득이 국민연금공단의 보험료 부과기준 월 소득액보다 일정 수준 이상 더 적어지면 기준소득 변경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연금공단이 이를 받아들이면 신청 다음 달부터 줄어든 보험료를 내게 된다. 실제 소득이 기준소득보다 얼마만큼 줄어들어야 신청할 수 있도록 할지는 복지부 산하 국민연금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다. 월급 수령액이 자주 바뀌면 몇 차례든 추가 신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복지부는 추가 신청을 하지 않아도 다음 해 8월경 보험료를 정산한다. 만약 보험료 소득기준 액수를 변경한 뒤 추가로 월급이 깎였다면 보험료를 되돌려 받게 된다. 월급이 올랐다면 보험료를 더 내야 할 수도 있다.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는 1년 전 소득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지금까지는 소득기준이 정해진 뒤 근로자의 월급 수령액이 변해도 이를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월급이 줄어들어도 내는 보험료는 1년 전 기준이어서 저소득층에게 부담을 준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동네의 의사들은 단순 고열이라고 했다. 생후 12개월 동안 감기약을 먹였다.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4시간을 달려 수도 프놈펜으로 향했다. 딸의 심장에 작은 구멍이 있다고 했다. 정확한 병명은 활롯씨 4증후군. 이름도 생소한 병이었다. 엄마는 딸을 안고 털퍼덕 주저앉았다. 캄보디아 주부 프롬 사문 씨와 딸 스레이 누 양의 투병생활은 이렇게 시작됐다. 수술이 필요했지만 꿈을 꾸지 못했다. 스레이 양의 아버지는 가난한 소작농.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논밭에서 일을 해 가족의 끼니를 챙겨야 한다. 설상가상 스레이 양의 오빠는 만성 장염을 앓았다. 엄마는 아들까지 건사하느라 밖에 나가 돈을 벌 수 없었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다 보니 병세는 갈수록 심해졌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가빴다. 얼굴이 자주 질리고 입술이 파래졌다. 뇌로 산소가 잘 공급되지 않아 쓰러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열이 나면 손톱에 피가 몰려 검푸른 색으로 변하는 청색증이 심해졌다. 여섯 살이 되던 해, 첫 등굣길에서도 숨이 차 쓰러졌다. 정상적으로 학업을 이어가기 어려웠다. 엄마는 학교에 가지 말라고 말렸지만 딸은 고집을 부렸다. 잦은 휴학과 유급 속에서도 공부를 멈추지 않았다. 아슬아슬한 상황은 누가 봐도 오래가기 힘들어 보였다. 기적은 올해 4월 찾아왔다. 스레이 양이 열한 살 되던 해였다. 한국의 가천대 길병원 의료진이 캄보디아로 의료봉사를 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장으로 의료진을 만나기 위해 프놈펜으로 다시 갔다. 의료진은 스레이 양의 상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수술을 받지 않으면 20에서 30세 사이에 숨질 가능성이 높았다. 최덕영 가천대 심장소아과 교수는 “캄보디아 시골 마을에 사는 환자가 한국 의료진에게 발견된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말했다. 스레이 양은 가천대 길병원과 인천시가 공동 진행하는 ‘저개발국가 심장병 환자 초청 수술’의 300번째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심장병 환자 초청 사업은 1991년 시작됐다.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이 한국여자의사회 의료봉사단 일원으로 베트남을 방문하면서였다. 현지에서 만난 20대 여성 도티늉 씨는 오랜 투병으로 중년 여성처럼 늙어 보였다. 이 회장은 그를 무조건 한국으로 데려가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살린 생명이 지금까지 300명에 이르렀다. 이 회장은 19일 본보 기자와 만나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부부가 1983년 한국을 방문했다가 귀국길에 한국 어린이 2명을 데려가 심장 수술을 해준 장면을 마음속에 항상 품었다. 세계로부터 받았던 따뜻한 마음을 이제는 우리가 세계로 돌려줄 때”라고 말했다. 스레이 양은 18일 인천 가천대병원에서 심장 수술을 하고 중환자실에서 집중 관리를 받았다. 이튿날에는 일반 병동에 갈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다. 19일 스레이 양의 손을 잡은 이 회장은 “가슴에 상처가 있어도 ‘이제 뛸 수 있어서 좋아요’라고 했던 수많은 환자들이 떠오른다. 새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마다 ‘아! 이래서 내가 의사가 됐어’라는 감격을 느낀다. 오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스레이 양은 이날부터 이 회장을 엄마라고 부르기로 했다며 미소 지었다. “캄보디아에 돌아가면 그림을 마음껏 그리고 싶어요. 가장 먼저 이길여 엄마의 얼굴을 그릴 거예요.”인천=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행복연금위원회가 기초연금 최종 합의안을 내지 못한 채 4개월간의 활동을 마감했다. 행복위는 17일 열린 제7차 마지막 회의에서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 또는 80%를 대상으로 한다. 월 20만 원씩 일괄 지급하거나 소득 또는 국민연금 수령액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는 복수안을 발표하는 데 그쳤다. 다만 행복위는 △재원은 조세로 하고 △명칭은 기초연금으로 하며 △최고액수는 20만 원으로 △2014년 7월부터 지급한다는 4개 항목에는 합의했다. 행복위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복지부는 8월 말까지 정부 단일안을 만들어 9월부터 입법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날 발표문에는 행복위 위원 13명 중 민노총 대표를 제외한 12명이 서명했다. 민노총 대표는 ‘80%에 20만 원을 일괄 지급해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탈퇴했던 한국노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대표는 복수안을 명기하는 조건으로 서명에 동참했다. 김상균 행복위 위원장은 “노인빈곤 해결의 전기를 마련하면서도 후세대에 지나치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며 “서명하지 않은 위원 1명의 의견도 합의문에 반영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발표문을 정리하면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80%에게 20만 원을 일괄지급하는 안 △70%에게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차등지급하는 안 △70%에게 국민연금 수급액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안으로 좁혀졌다. 한편 행복위의 방안은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소득에 상관없이 월 20만 원씩 지급하겠다고 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서 후퇴한 것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또 국민연금 수령액을 기준으로 하면 20년 이상 가입한 노인은 기초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할 수도 있어 형평성 시비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