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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립이 양측의 전면적인 경제, 안보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유럽 주요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덴마크 영토를 넘보고, 이를 지원하려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8개국에 추가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는 점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재집권 후 그의 국방비 증액 요구, 불리한 무역협정 등을 모두 감수했던 유럽의 축적됐던 분노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형국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 시간) “미국을 달래려던 시절은 끝났다”며 유럽의 분노 수위가 한계점에 다다랐다고 진단했다.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력과 군사력 등의 우위를 토대로 “미국이 없으면 유럽의 안보와 경제가 모두 위기를 맞을 것”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럽의 보복이 시행되면 추가 관세 부과는 물론이고 유럽과의 안보 협력도 축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뜩이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 유럽으로선 큰 위협이다.다만 양측이 19~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을 계기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다보스를 찾아 유럽 주요국 지도자를 만날 예정이다.● 유럽 vs 美 거센 대립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간) 미국의 추가 관세 위협을 “용납할 수 없는 행위”로 보고 유럽 차원의 대응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 주요국 정상들과 직접 소통하며 일명 ‘무역 바주카포’라 불리고, 부과 대상 국가 기업의 EU 내 활동을 크게 제한하는 통상위협대응조치(ACI) 발동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또 EU는 930억 유(약 159조 원)의 보복 관세를 미국에 부과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관세가 시행되면 미국에서 유럽으로 수출되는 항공기와 자동차, 이들의 관련 부품, 옥수수 소고기 버번 위스키 산업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EU는 지난해 미국과 무역협상을 벌일 때 이미 보복관세를 부과할 세부 제품 목록을 작성했지만,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실제 부과는 유예했다.지난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타결한 양측 무역협정의 무기한 보류도 거론된다. 유럽의회는 26~27일 미국과의 무역협정을 표결에 부쳐 최종 승인할 계획이었지만, 그린란드 사태로 이를 보류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트루스소셜에 “이제 때가 됐다. (러시아로부터의 그린란드 보호 임무를) 완수할 것”이라며 합병 필요성을 또 한 번 강조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같은 날 NBC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를 미국의 한 부분으로 하지 않고선 안보 강화가 불가능하다고 믿는다”고 했다. 유럽의 반발에 개의치 않고 그린란드 병합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유럽, 경제와 안보 모두 美 의존 높아다만 유럽이 ACI, 맞불 관세 등 반격에 실제 나설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많다.2025년 기준 유럽의 대(對)미국 수출은 5379억1800만 달러(약 791조 원)다. 미국의 대유럽 수출 3469억7500만 달러(약 510조 원)보다 약 280조 원 많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대립 격화로 미국 시장을 잃어버리면 EU가 받는 타격이 더 크다.또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빅테크는 EU 대부분의 국가에서 검색, 전자상거래, 클라우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가 거의 없는 유럽의 현실을 감안할 때 미국 빅테크의 EU 내 활동이 제한되면 소비자 불편을 피하기 어렵다.베선트 장관의 발언대로 유럽의 안보가 사실상 미국이 중심인 나토 체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미국이 나토 동맹국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했다 유사시 공동으로 핵 공격에 나서는 ‘나토식 핵 공유’ 전략 등에서 역할을 축소하거나, 탈피할 경우 러시아에 대한 억제력이 필요한 유럽에겐 큰 안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뉴욕타임스(NYT)는 “유럽의 강경한 보복 조치는 유럽 경제와 안보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이에 따라 양측이 다보스 포럼을 계기로 해결책을 모색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베선트 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빌 게이츠 MS 창업자 등 정재계 거물이 포함된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다보스 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다.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18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뒤 “우리는 대화를 원한다”며 화해 의지를 드러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이란 팔레비 왕조의 마지막 왕세자였던 리자 팔레비가 16일 “이란은 지금쯤 중동의 한국이 돼야 했지만 북한이 됐다”고 밝혔다. 최근 이란의 반(反)정부 시위 과정에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등을 강하게 비판해 온 팔레비 전 왕세자가 반미·반서방 이념을 추구하며 국제사회 제재로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최근에는 시위로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한 고국의 현실을 한반도에 빗대 표현한 것이다. 팔레비 전 왕세자는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1979년 이슬람혁명 당시) 이란은 한국보다 5배 높은 국내총생산(GDP)을 기록했지만, 지금은 북한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인재 또는 자원이 없어서가 아니다”라며 “민생을 박탈하고 국가와 자원을 착취하며 배를 굶기는 정권, 극단적인 테러 그룹과 지역 안팎의 간첩을 지원하는 정권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팔레비 전 왕세자는 “이란 이슬람공화국은 무너질 것”이라면서 이란 귀국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란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개혁과 혁명의 대결이 아니라 점령과 해방의 대결”이라며 “이란 이슬람공화국은 무너질 것이고, 시기의 문제만 남았다”고 주장했다. 팔레비 전 왕세자는 1940년부터 이란을 통치한 무함마드 팔레비 전 국왕의 아들이다. 1979년 이슬람혁명 발발 당시 미국에서 조종사 훈련을 받는 등 유학 중이었다. 왕정이 무너지고 루홀라 호메이니를 중심으로 한 혁명세력의 통치가 시작되자 미국에 정착했다. 팔레비 전 왕세자는 이번 이란 반정부 시위 중 일부 시위대가 “팔레비 왕정으로 복귀”를 주장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현실 대안 정치세력으로는 실질적인 이란 내 영향력이 없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이끌어낼 역량도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그는 최근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특사 등과 만나며 이란 문제를 논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팔레비 전 왕세자에 대해 “이란이 그의 지도력을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팔레비 전 왕세자는 하메네이 체제 붕괴 뒤 서방과 협력하며 경제난을 타개할 뜻도 밝혔다. 그는 “이란은 모든 국가들과 공정한 관계를 맺을 것이지만 자유민주주의 정부를 원하는 만큼 동맹과 협력 파트너로서 서방을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이란인들은 지금 정부와 달리 평화와 안정성, 교역과 상업을 통한 삶의 질 개선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미국 연계 세력과 이스라엘이 수천 명의 이란인을 죽였다.”(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병든 인간이다. 이란의 새로운 리더십을 찾아야 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신정일치 국가 이란의 최고지도자로 1989년부터 37년간 장기 집권 중인 하메네이가 지난해 12월 28일 발발한 반정부 시위 배후에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고 17일 주장했다. 특히 그는 이번 사태로 수천 명이 죽었다고 밝혀 시위 발발 후 처음으로 대규모 사망자 발생을 시인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이란의 정권교체 가능성을 거론하며 맞불을 놨다. 이스라엘 N14방송은 한때 하메네이의 정치적 후계자로도 꼽혔던 그의 차남 모즈타바(57) 등 일부 이란 엘리트들이 신정일치 체제의 붕괴를 우려해 해외로 자금을 빼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위대 사망 미국 탓” vs “정권 교체”알자지라방송과 CNN 등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이날 연설에서 “우리는 (시위) 사상자와 손상 발생, 이란 국가에 대한 비방에 따라 미국 대통령을 범죄자(criminal)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반정부 시위로 수천 명이 숨졌다는 사실을 처음 인정하면서도, 그 책임을 미국과 이스라엘에 전가한 것이다. 하메네이는 이어 “이것은 미국의 음모이며 미국의 목표는 이란을 군사, 정치, 경제적으로 지배하려는 것”이라며 “미국 등 시위 배후에 있는 국제 범죄자들을 처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정치매체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이제 이란의 새로운 리더십을 찾아야 할 때”라며 정권 교체를 시도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특히 하메네이를 겨냥해 “병든 인물이다. 그 형편없는 리더십 때문에 (이란이) 세계 어디를 통틀어도 살기에 최악인 장소가 됐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메네이가 내린 최고의 결정은 “이틀 전 800명 넘는 사람들을 교수형에 처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며 미국의 개입에 따라 시위대의 대규모 처형이 연기됐음을 자찬했다. 당분간 이란에 군사 개입은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세계적 영화제를 석권한 이란 영화계의 거장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16일 미국 CNN 인터뷰에서 하메네이 정권이 “사실상 붕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정권은 이미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측면에서 무너져 남아 있는 것은 껍데기뿐”이라고 말했다. 파나히 감독은 당국의 탄압 속에서도 영화 ‘써클’로 2000년 이탈리아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택시’로 2015년 독일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에는 ‘그저 사고였을 뿐’으로 프랑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아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을 모두 받았다. ‘그저 사고였을 뿐’은 하메네이 정권 붕괴 이후 이란 상황을 가정해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심수였던 남성이 과거 자신을 신문했던 인물을 납치하며 복수와 용서의 딜레마에 빠지는 내용이다.● 하메네이 차남 등 자산 국외로 빼돌려 한편 N14방송은 17일 “최근 48시간 동안 이란 엘리트들이 15억 달러(약 2조2050억 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이란 밖으로 송금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모즈타바 혼자 3억2800만 달러(약 4821억 원)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빼돌렸다며 “이란 지도부는 자신들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에 훗날을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14일 미국 보수 성향 케이블 매체인 뉴스맥스 인터뷰에서 “이란 지도부가 수백만, 수천만 달러를 해외로 송금하거나 몰래 빼돌리고 있다. 쥐들이 배에서 도망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이란 내 반정부 시위는 당국의 강경 진압 속에서 잦아드는 모양새다. 16일 뉴욕타임스(NYT) 등은 당국의 거듭된 유혈 진압으로 이란 전역에서 시위가 상당 부분 소강 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도 14, 15일 이틀간 이란 전역에서 시위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위 소강과 무관하게 사상자 수는 급증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영국 더타임스의 주말판 선데이타임스는 이란 현지 의사들이 작성한 보고서를 통해 17일 기준 최소 1만6500명이 숨지고 33만 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최소 50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전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덴마크령 그린란드 병합 의지를 강조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그린란드 방어 훈련 참가를 위해 병력을 파견한 유럽 8개국에 다음 달부터 10%, 6월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17일(현지 시간) 밝혔다. 20일 재집권 1년을 맞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동맹에 다시 한번 관세 폭탄을 투하하며 재집권 2년 차의 문을 연 것이다. 1949년 설립 후 77년간 북미와 유럽의 집단 안보를 책임졌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체제 역시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진단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가 알 수 없는 목적으로 그린란드에 접근했다”며 “이들 나라는 2월 1일부터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상품에 10%의 관세를 부과받고, 6월 1일에는 관세가 25%로 인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이 그린란드 병합 필요성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이 8개국이 그린란드 방어를 위한 ‘북극의 인내’ 작전에 병력을 파견하자 관세로 보복 및 경고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전 세계의 안보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 그 누구도 이 신성한 땅을 건드릴 수 없을 것”이라며 “이 위험한 상황을 신속하고 확실하게 종식시키기 위해 (관세라는) 강력한 조치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관세는 (미국이) 그린란드를 완전히 ‘매입(purchase)’하는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은 강하게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을 맞은 8개국은 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의) 관세 위협은 대서양 관계를 훼손하고 위험한 악순환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린란드 훈련에 대해선 “나토 회원국으로서 동맹국들이 사전에 협의한 훈련이며 누구에게도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독일 집권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은 올해 미국, 멕시코, 캐나다에서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 보이콧 가능성도 시사했다. 미국 정계에서도 초당적 우려가 쏟아졌다. 집권 공화당의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이번 관세는) 미국, 미국 기업, 미국 동맹국에 모두 나쁘다”며 “나토 분열을 원하는 중국, 러시아 등 적대 세력에만 좋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은 그린란드인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 동맹국의 영토를 그 의사에 반해 강탈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이라며 “수십 년 만의 가장 큰 대서양 갈등으로 이어져 나토 방위 동맹의 근본적 균열을 초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은행이 왜 음식 배달 사업을 하지?’ 신한은행이 2022년 1월 배달의 민족, 쿠팡이츠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모바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에 공공 배달 앱 ‘땡겨요’를 선보이며 뛰어들자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은행을 예·적금 관리와 대출 업무를 수행하는 곳으로만 인식해 온 대중에게, 은행의 배달 시장 진출은 생소한 행보였기 때문이다. 은행이 고유 업무가 아닌 영역에 진출하지 않도록 규제하는 금융당국은 신한은행의 배달 앱은 허용해 줬다. 민간 배달 앱 수수료율(7.8%)에 비해 2%의 낮은 수수료율을 제공해 자영업자와 상생한다는 취지나 음식점 주문 데이터 등으로 자영업자 신용을 평가해 대출하는 혁신성을 의미 있게 본 것이다. 배달 앱은 지난해 11월 배달 앱 시장 점유율 7.7%까지 성장했지만, 신한은행은 고민이 많다. 앱의 사업 규모가 커져 분사해서 사업을 더 키우고 싶어도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사업을 분사시키려면 은행법에 따라 은행은 지분의 15%까지만 가질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거대 민간 자본이 지분 대부분을 가져가면 배달 앱의 공공성이 희석되기 쉽다”며 “우리 앱처럼 공공성이 있는 플랫폼은 분사할 때 은행 지분을 높일 수 있게 규제를 풀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가 혁신 금융 성장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금융권 자금을 과열된 부동산과 손쉬운 대출에서 혁신 산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틀기 위해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고 있지만, 금융회사들은 획기적인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해외에서 시도되는 다양한 혁신 금융을 벤치마킹하고 싶어도, 규제 탓에 못 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 금융지주 출자 규제 완화안, 9개월째 제자리금융위원회는 지난해 4월 핀테크에 대한 금융지주회사의 출자 제한을 5%에서 15%로 완화하기로 했다. 금융지주가 혁신 서비스를 운영하는 핀테크에 투자할 수 있도록 금융지주회사법 등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것이다. 하지만 금융그룹들은 출자 제한 비중과 범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출자 제한을 10%포인트 늘린다고 재무적(FI) 투자자가 하는 수준 이상으로 협업을 확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출자 제한 범위를 핀테크 산업에 한정하는 것은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웹3.0 시대의 흐름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지주 출자 범위를 핀테크 외 다른 분야로 넓혀야 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해당 개정안은 9개월이 지나도록 국회에 제출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올해부터 5대 금융이 생산적 금융에 441조 원을 투입하기로 한 가운데 ‘생산적 금융’ 분야로 분류되는 74.7%(331조 원)를 차지하는 대출에 대한 세부 지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데이터센터를 짓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면 생산적 금융 대출로 볼 수 있을지 모호하다. 이 사람이 데이터센터를 지은 뒤 센터에서 임대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대출이 아닌 혁신 산업에 대출하자는 생산적 금융의 취지를 고려하면 이런 경우는 생산적 금융으로 분류할지 애매하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금융사가 자의적으로 판단했다가 나중에 생산적 금융 여신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금융 당국에서 큰 틀에서의 지침을 제공해야 속도와 실행력이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적 금융 투입 자금 중 50조 원이 배당된 정책 펀드(국민성장펀드)가 잘 굴러가도록 주식의 위험가중자산(RWA) 산정 기준을 더 완화해 달라는 의견도 있다. 은행의 건전성 지표인 RWA를 산정할 때 기업 대출, 주식 등 비교적 모험적인 투자에는 가계대출보다 높은 위험 가중치가 적용된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건전성을 양호하게 관리하기 위해 모험 투자를 꺼리는 편이다. 은행들이 정책 펀드 투자를 꺼리지 않게끔 건전성 기준을 낮춰 달라는 의미다. ● 보험사들 “건전성 규제 부담 덜어줘야” 보험사들은 비상장 주식에 해당하는 정책 펀드에 투자할 때 요구 자본을 계산할 경우 충격 수준 또는 위험계수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요구 자본은 보험금 지급에 대비해 반드시 적립해야 하는 최소한의 자본을 말한다. 지금 규제에 따르면 비상장 주식 충격 수준은 49% 정도인데, 유럽 등 선진시장의 상장 주식이나 장기 보유 주식(25∼35%)에 비해 높다는 얘기다. 당국이 요구하는 충격 수준이나 위험계수가 높으면 보험사들은 자본을 많이 쌓아둬야 해 부담이 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충격 수준이 높으면 펀드 투자에 대한 장부가액이 하락해 자본과 순자산이 떨어지기 때문에 결국 요구 자본 증가로 이어진다”며 “당국이 충격 수준을 완화하면 건전성 규제를 맞추는 부담을 덜어 투자가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신금융업계에서는 신기술금융사가 투자 목적회사(SPC)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외부 자금 차입을 허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는 신기술금융사가 신기술 투자조합을 만들어 벤처기업 등에 투자하는 형태다. 그런데 재원이 한정돼 투자 규모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 차원에서 생산적 금융의 실행을 위한 고환율 등 복합적인 거시 위험을 적극적으로 관리해 달라는 요구도 나온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환율 변동성 확대는 해외·투자은행(IB) 부문의 헤지 비용과 이익 변동성을 키우고, 재정 확대·기업 조달 비용 증가로 시장금리가 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기업금융·인프라 금융의 조달 비용 부담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돈 안 되는 초기 단계, 정부가 총대 메야” 마중물 전략 강조中 빅펀드, 금융지원 추가 확보 기여테마섹 모델, 국가 전략산업 육성성공한국판 생산적 금융이 성공하려면 정부는 정책 금융으로 연구개발(R&D)과 초기 사업단계 자금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높은 수익이 보장되지 않아 민간 금융이 투자하기 어려운 단계에선 정부의 자금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생산적 금융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발표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초혁신경제 선도를 위한 한국 금융의 생산적 지원 역할 강화 전략’ 자료에 따르면 정책 금융은 혁신 산업 생태계 기반 조성을 목표로 하고 초기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가 있다. 첨단 제조와 신산업의 경우, 민간 금융으로선 지출하는 투자 비용이 많이 들고 투자금 회수 기간이 긴 데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서 단독으로 진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는 중국이 눈에 띄는 사례로 꼽힌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은 2015년 발표한 산업정책 ‘중국제조 2025’를 추진하기 위해 생산적 금융 정책을 내놨다. 첨단·신흥산업으로 장기 자금이 집중될 수 있도록 국영은행을 중심으로 저리 대출을 지원했다. 정부 자금이 투입된 사모펀드(GGF)는 적극적인 대내외 투자에 나섰다. 국가 반도체 산업투자 펀드(빅펀드)는 상징적인 사례로 꼽힌다. 중국 정부가 국가 재정을 투입해 2014년 1기, 2019년 2기, 2024년 3기 빅펀드를 출범시켰다. 3개 국영 펀드의 자본금 규모 합계는 6868억5000만 위안(약 145조3031억 원)에 이른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빅펀드 투자는 대상 기업이 은행 대출 등 여타 금융 지원까지 추가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며 “빅펀드가 투자한 기업은 금융회사에 정책 정합성, 투자 적격성 신호로 인식되고 대외 신용도도 높아져 중장기 설비 대출·회사채 발행이 용이해지는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도 국가 전략산업을 장기적으로 육성하는 데 성공한 모델로 꼽힌다. KDI는 “항공·통신·금융 등 기간산업 기반 구축에서 시작해 인공지능(AI)·바이오·첨단 제조까지 전략기술 투자로 국가 경쟁력을 강화했다”고 짚었다. 민간 금융은 글로벌 확장을 목표로 대규모 양산, 해외 확장 단계에서 자금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KDI는 설명했다. 예컨대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 바이트댄스는 세쿼이아 캐피털, GGV 캐피털의 투자를 받아 미국·유럽 진출에 필요한 마케팅·인프라 비용을 지원받았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도 소프트뱅크와 야후의 투자를 받아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 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1년을 나흘 앞둔 16일(현지 시간). 그의 트루스소셜에는 두 장의 흑백 사진이 연달아 올라왔다. ‘결단의 책상’으로 불리는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 내 책상 위에 양 주먹을 짚고 선 그가 정면을 응시하는 흑백 사진이었다. 사진 위에는 ‘관세 왕(The Tariff King)’, ‘미스터 관세(Mister Tariff)’란 글씨가 적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뒤 194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설립 후 미국의 오랜 동맹인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 등 유럽 8개국에 다음 달부터 10%, 6월부터 25%의 보복성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이 병합을 추진하는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공동 방어하려는 ‘매우 위험한 게임’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최근 1년간 전 세계에 ‘관세 폭탄’을 투하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경제가 아닌 안보 사안에서 동맹에까지 관세를 무차별적으로 사용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에서 함께 싸운 ‘혈맹’ 영국과 프랑스에도 그린란드에 파병을 이유로 보복성 관세를 부과한 건 나토와 동맹의 특수성을 무시한 조치란 지적도 제기된다.● 트럼프 “세계 평화 위해 그린란드 가져야”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8개국이 최근 그린란드 방어 목적의 ‘북극의 인내’ 작전에 가담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지구의 안전, 안보, 생존에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8개국이 “감당할 수 없거나 유지 불가능한 수준의 위험을 초래했다”고도 했다. 지난해 관세 협상을 통해 미국은 영국산 수입품에 10%, 유럽연합(EU)산 수입품에는 1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여기에 10%의 관세를 더할 뜻을 밝힌 것이다. 그린란드 병합의 정당성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수년 동안 관세나 어떤 형태의 대가도 청구하지 않음으로써 덴마크와 모든 EU 국가들, 그리고 다른 나라들에 보조금을 지급했다”며 “수 세기가 지난 지금 덴마크는 (미국에) 보답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세계 평화를 위해 미국이 그린란드를 소유해야 한다는 논리도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가 그린란드를 원하고 있다”며 “덴마크가 이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고, 이들이 현재 가진 건 개썰매 두 대뿐”이라고 했다.● 유럽 국가들 거세게 반발 유럽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X에 “관세 위협을 용납할 수 없고 지금 상황에 맞지도 않는다. 유럽인들은 단합해 조율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나토 동맹국들이 집단 안보를 추구한다는 이유로 동맹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건 완전히 잘못된 일”이라고 동조했다. 그린란드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폴리티코 유럽 등에 따르면 유럽 주요국은 미국산 무기 수입 중단, 유럽 주둔 미군 지원 중단, 유럽 내 미군기지 통제권 회수 등도 거론하고 있다.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장은 그린란드와 무역협정 의회 승인을 연계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럽의회는 당초 26, 27일 미국과 무역협정을 표결에 부칠 계획이었으나 그린란드 갈등이 불거지면서 승인을 보류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EU가 27개국으로 구성된 단일 무역 체제인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그린란드 파병 국가 대상 관세 부과가 큰 혼란을 야기하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허언’에 그칠 가능성을 제기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위협을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고 전했다.● 美-유럽 집단안보 체제 위기 이번 사태로 2차 세계대전 이후 나토를 중심으로 이어져 온 미국과 유럽의 집단안보 체제가 근본적 위기를 맞았다는 진단도 나온다. 영국 BBC는 “미국과 영국의 ‘특수 관계’가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두 나라는 1, 2차 세계대전과 냉전, 테러와의 전쟁 등에서 같은 편에서 싸웠다. 또 나토를 통해 긴밀히 협력해 왔다. 미국 내 반대 여론도 높다. 최근 여론조사회사 유고브에 따르면 미국인의 73%는 “군사력을 통한 그린란드 점령에 반대한다”고 답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이란 팔레비 왕조의 마지막 왕세자인 레자 팔레비가 16일 “이란은 지금쯤 중동의 한국이 돼야했지만 북한이 됐다”고 밝혔다. 최근 이란의 반(反)정부 시위 과정에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도지도자 등을 강하게 비판해 온 팔레비 왕세자가 반미·반서방 이념을 추구하며 국제사회 제재로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최근에는 시위로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한 고국의 현실을 한반도에 빗대 표현한 것이다.팔레비 전 왕세자는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1979년 이슬람혁명 당시) 이란은 한국보다 5배 높은 국내총생산(GDP)을 기록했지만, 지금은 북한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인재 또는 자원이 없어서가 아니”라며 “민생을 박탈하고 국가와 자원을 착취하며 배를 굶기는 정권, 극단적인 테러 그룹과 지역 안팎의 간첩을 지원하는 정권 탓”이라고 지적했다.그러면서 팔레비 전 왕세자는 “이란 이슬람공화국은 무너질 것”이라면서 이란 귀국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란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개혁과 혁명의 대결이 아니라 점령과 해방의 대결”이라며 “이란 이슬람공화국은 무너질 것이고, 시기의 문제만 남았다”고 주장했다. 팔레비 전 왕세자는 1940년부터 이란을 통치한 모하마드 팔레비 전 국왕의 아들이다. 1979년 이슬람 혁명 발발 당시 미국에서 조중사 훈련을 받는 등 유학 중이었다. 왕정이 무너지고 루홀라 호메이니를 중심으로한 혁명세력의 통치가 시작되자 미국에 정착했다. 팔레비 전 왕세자는 이번 이란 반정부 시위 중 일부 시위대가 “팔레비 왕정으로 복귀”를 주장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현실 대안 정치세력으로는 실질적인 이란 내 영향력이 없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이끌어낼 역량도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다만 그는 최근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 등과 만나며 이란 문제를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팔레비 전 왕세자에 대해 “이란이 그의 지도력을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팔레비 전 왕세자는 하메네이 체제 붕괴 뒤 서방과 협력하며 경제난을 타개할 뜻도 밝혔다. 그는 “이란은 모든 국가들과 공정한 관계를 맺을 것이지만 자유민주주의 정부를 원하는 만큼 동맹과 협력 파트너로서 서방을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이란인들은 지금 정부와 달리 평화와 안정성, 교역과 상업을 통한 삶의 질 개선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영국이 아닌 다른 유럽 나라에 있었다면 우리의 아이디어는 아직 머릿속에서만 존재했을지 모른다.” 영국 친환경 냉동운송 시스템 스타트업인 선스왑의 공동 창업자 앤드루 스시스 최고경영책임자(COO)는 지난해 12월 15일 영국 수도 런던 인근 서리의 연구개발(R&D)센터를 아시아 언론 최초로 동아일보에 공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선스왑이 2020년 창업 후 5년 만에 트럭 냉동운송계의 ‘게임 체인저’로 성장한 비결은 영국의 기후테크 전문 벤처캐피털(VC)에 있다는 얘기다. 그는 “기후테크 VC들은 아이디어의 싹을 틔우는 인큐베이팅 역할을 시작으로 실제 사업성을 갖춰 주는 액셀러레이팅까지 한다”고 말했다. ● 탈탄소 냉동 트럭으로 운송비 81% 감소 선스왑은 디젤 기반 냉동 시스템이 30년 이상 독주하던 트레일러 업계에서 ‘신성’으로 평가받는다. 전기와 태양광으로만 운영되는 ‘탈탄소 냉동 시스템’을 개발해 급성장하고 있다. 트레일러 상부와 측면에 고효율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를 설치하면 운행 중에도 자체적으로 충전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트럭 1대당 이산화탄소 배출을 연간 12t 줄일 수 있다. 냉동 트레일러 운영 비용도 디젤 차량 대비 최대 81%까지 줄었다. 선스왑은 앤드루 등 공동 창업자 3명이 시작한 작은 회사였다. 사업이 아이디어 단계에 불과했던 2020년 기후테크 전문 VC ‘서스테이너블 벤처스’가 전격적으로 15만 파운드(약 3억 원)를 투자하면서 연구개발의 기반이 마련됐다. 서스테이너블 벤처스는 단순 자금 투자뿐 아니라 사무공간을 제공했다. 1년간 재무, 마케팅, 영업, 웹사이트 디자인 등 실무를 돕고, 다양한 교육을 지원했다. 축적된 기후테크 컨설팅 노하우를 살려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유통망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했다. ● 기후테크 VC의 전문성, 성공의 밑거름 사업이 물꼬를 트자 추가 투자가 이어졌다. 영국 유력 바클리 은행, 정부 기후펀드 ‘클린 그로스 펀드’, ‘브리티시 그로스 펀드’ 등이 투자를 결정했다. 셸벤처스의 투자는 선스왑이 유럽 전역의 물류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투자는 ‘기술 혁신’으로 이어졌다. 투자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고, 자체적인 시험 데이터가 쌓이면서 ‘데이터 기반 배터리 관리 소프트웨어 기술’까지 갖추게 됐다. 인공지능(AI) 데이터 기술을 도입해 시간이 지나면서 배터리 기능을 최적화시키는 시스템까지 마련했다. 선스왑 관계자는 “기존 디젤 기반 냉동 운송 체계는 성능이 떨어지고 고장이 나도 왜 그런지 알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배터리와 냉동 수준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3명이 창업을 꿈꿨던 회사는 현재 직원 100명인 중견 기업으로 성장 중이다. 사무실 규모도 6배로 확장했다. VC가 스타트업을 직접 인수하며 기술 혁신이 가속화된 사례도 있다. 영국 노팅엄에 본사를 둔 풍력발전기 예측 정비기업 오닉스는 2024년 세계적인 금융그룹 맥쿼리가 지분을 100% 확보하며 기술 혁신이 속도를 냈다.오닉스는 사전에 고장 가능성을 예측하기 힘들고, 한 번 고장 나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되는 풍력발전 터빈을 실시간 점검하는 회사다. 기존에는 풍력발전의 고장 탐지와 진단에 집중했다. 그러다가 맥쿼리의 인수 뒤 감속 운전 여부, 수리 시점, 자원 투입 계획까지 AI로 운영되는 솔루션으로 진화했다. 단순 경보 시스템을 넘어 풍력발전소의 총운영비까지 줄이는 시스템으로 발전한 것이다. 알렉시스 그레논 오닉스 최고경영자(CEO)는 “맥쿼리의 투자로 자원이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인재들이 합류하면서 개발 역량이 급속도로 커졌다”고 설명했다.● VC의 투자 손실 지원하는 영국 정부유럽 지역에서 영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상대적으로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혁신 금융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SEIS 제도가 대표적이다. 영국 정부는 SEIS를 통해 개인투자자가 소규모 기업에 투자하면 최대 50%까지 소득세를 공제해 준다. 투자 주식을 3년 이상 보유하면 양도소득세를 면제해 주고, 투자에 실패해도 손실을 부분적으로 보전해 투자 리스크를 낮춰 준다. 스타트업 컨설팅 전문 기업 도헤 글로벌의 율리아나 이사는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영국의 스타트업 투자가 활발한 건 리스크가 낮기 때문”이라며 “아이디어 단계에서도 민간 VC들이 망설임 없이 투자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을 키우는 제도들도 영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강점으로 평가된다. 영국 정부의 연구개발 보조금 지원 제도인 ‘이노베이트 UK’는 초기 개발 단계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지만, 지분을 취득하지 않는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실제 투자에 적용하는 셈이다. 영국 정부가 기후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안정적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비결이다. 오닉스 관계자는 “미국은 정권에 따라 기후 정책이 달라지는데, 영국은 5년 단위 탄소 감축 예산이 법으로 이미 규정돼 있어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고 있다”고 소개했다.기후 스타트업 160여 개 품은 英 벤처캐피털창업가 500여 명 자유롭게 드나들어고액 투자자들의 방 별도로 마련“회사 맞아? 카페 아닌가?” 지난해 12월 16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의 명물 런던아이 인근. 100년 넘은 바로크풍 흰색 벽돌 건물 5층에 들어선 기후테크 전문 벤처캐피털 ‘서스테이너블 벤처스’ 사옥의 첫인상은 이랬다. 회사 외부는 영국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의 호그와트를 연상케 했지만, 실내로 들어서자 파티룸에 들어선 느낌이 들었다. 입구 바로 앞 카페에선 직원들이 다양한 종류의 음료와 디저트를 30% 할인가로 즐기며 자유로운 토론을 진행했다.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진 1인용 방에 누워 생각에 빠진 이들도 있었다. 회사 사무실이라곤 믿기지 않는 풍경이었다. 이 건물은 1900년대 초부터 런던의 행정기관으로 사용되다 최근 37년간 제대로 된 쓰임새를 찾지 못하고 방치돼 왔다. 서스테이너블 벤처스는 3년 전 런던 중심부의 건물을 ‘기후 테크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공간의 벽과 바닥은 100년 넘은 기존 자재를 그대로 유지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살렸다. 다만 가구, 파티션 등 사무실 인테리어는 모두 재활용 소재를 사용했다. “공간이 사고를 지배한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공간을 추구한 것이다. 앤드루 워즈워스 서스테이너블 벤처스 최고경영자(CEO)는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영감을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160여 개의 기후 테크 스타트업이 입주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루 평균 500여 명이 출퇴근 시간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이색적인 건 이 공간에 고액 자산가 투자자들의 방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같은 공간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초기 단계부터 교류하며 투자할 회사들을 모색한다. 서스테이너블 벤처스는 투자하고 수익을 거두는 전형적인 VC를 넘어 유망한 기업을 아이디어 단계부터 발굴해 사업 모델을 함께 성장시켜 나가 ‘기후테크 생태계’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워즈워스 CEO는 “우리는 투자자가 아니라 가상의 공동 창업자에 가깝다”며 “기후테크 기업들의 어려움을 초기 단계부터 맞춤형으로 해결할 수 있게 돕고 있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 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

최근 이란에 대한 군사 조치 감행 의지를 거듭 나타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이란에서 (시위대) 살해가 중단됐다고 들었다. 그 의미가 뭔지 알아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28일 발발한 반(反)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하고 이날 26세 남성 에르판 솔타니의 교수형 집행 계획까지 공언했던 이란 당국이 솔타니의 처형을 연기하는 등 한발 물러선 것을 감안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국의 군사 조치와 이를 통한 양국의 무력 충돌 가능성은 여전하다. 미국은 중동 역내 기지에 머무는 일부 미군 인력에게 철수를 권고했다. 남중국해에 있던 미국 항공모함 전단이 중동 지역으로 이동을 시작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란 또한 15일 오전 1시 45분부터 7시 30분까지 약 6시간 동안 ‘공중 임무’를 이유로 자국 영공을 전면 폐쇄했다. 이처럼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 우려가 고조되자 이탈리아, 폴란드, 인도 등 각국은 이란 내 공관을 폐쇄하거나 자국민의 철수를 권고했다.● 트럼프-이란 모두 수위 조절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신뢰할 만한 소식통에게 들은 정보에 따르면 최근 며칠간 사람들이 얘기했던 처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당국의 시위대 살해 또한 “중단됐다”며 현지 상황이 호전됐음을 시사했다. 하루 전 솔타니의 처형 계획에 관한 질문을 받자 “매우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군사 개입을 시사했던 것과 상반된다. 같은 날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오늘이나 내일(15일) 중으로 교수형이 집행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솔타니가 살아 있다고 전했다. 이런 이란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기 위한 조치라고 진단했다. 다만 시위대에 대한 이란 당국의 위협은 계속되고 있다. 이란 사법부 수장 골람호세인 모세니에제이는 14일 시위대가 수감된 수도 테헤란의 한 교도소를 찾아 “어떤 사람(시위대)이 누군가를 참수하고 불태웠다면 우리는 임무를 신속하게 해야 한다”며 강경 진압 필요성을 강조했다. 14일 워싱턴포스트(WP)도 최근 온라인 영상들을 분석해 이란 군경이 최소 6개 도시에서 자국 시위대를 향해 산탄총 등을 발포했다고 전했다. 수도 테헤란 인근의 한 영안실에서는 최소 100구의 시신이 가방에 싸인 채 신원 확인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노르웨이 기반 국제 인권단체 ‘이란인권(IHR)’은 시위 18일째인 14일 기준 누적 사망자를 3428명으로 집계했다. 실제 사망자는 훨씬 더 많다고 덧붙였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이란 매체 ‘인권활동가통신(HRANA)’도 최소 1만8400명이 체포 및 구금됐다고 추산했다.● 미-이란 군사 충돌 가능성은 여전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에 대한 군사 옵션은 배제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실제 미군이 이란 공습을 준비하는 듯한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미국 보수성향 케이블 방송 ‘뉴스네이션’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이날 남중국해에 배치됐던 항모전단을 중동으로 배치하기로 했다. 이 전단은 핵추진 항공모함인 ‘USS 에이브러햄링컨’호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란 인근 해역으로 이동하는 데는 약 1주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NBC방송 또한 이란과 페르시아만을 두고 인접한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미 공군기지에선 일부 병력이 철수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란과의 무력 충돌에 대비해 위험 지역에서 일부 병력을 이동시킨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란은 지난해 6월 미국이 이란의 핵 농축 시설을 대규모 공습했을 당시 이 기지에 보복 타격을 가했다.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미 CBS방송에 “예방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미군 기지가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튀르키예 등에 “미국이 이란을 공격한다면 당신 나라의 미군 기지를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하마드 파크푸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반정부 시위의 배후로 미국과 이스라엘을 지목하며 “결정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최고 수준의 준비태세를 갖췄다”고 주장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회사 맞아? 카페 아닌가?”지난해 12월 16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의 명물 런던아이 인근. 100년 넘은 바로크풍 흰색 벽돌 건물 5층에 들어선 기후 테크 전문 벤처캐피탈 ‘서스테이너블 벤처스’ 사옥의 첫 인상은 이랬다. 회사 외부는 영국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의 호그와트를 연상케 했지만, 실내로 들어서자 파티룸에 들어선 느낌이 들었다. 입구 바로 앞 카페에선 직원들이 다양한 종류의 음료와 디저트들을 30% 할인가로 즐기며 자유로운 토론을 진행했다.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진 1인용 방에 누워 생각에 빠진 이들도 있었다. 회사 사무실이라곤 믿기지 않은 풍경이었다.이 건물은 1900년대 초부터 런던의 행정기관으로 사용되다 최근 37년간 제대로 된 쓰임새를 찾지 못하고 방치돼왔다. 서스테이너블 벤처스는 3년 전 런던 중심부의 건물을 ‘기후 테크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를 가동했다.공간의 벽과 바닥은 100년 넘은 기존 자재를 그대로 유지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살렸다. 다만 가구, 파티션 등 사무실 인테리어는 모두 재활용 소재를 사용했다. “공간이 사고를 지배한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공간을 추구한 것이다. 앤드류 워스워스 서스테이너블 벤처스 최고경영자(CEO)는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영감을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이곳은 160여개의 기후 테크 스타트업들이 입주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루 평균 500여 명이 출퇴근 시간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이색적인 건 이 공간에 고액 자산가 투자자들의 방이 별도로 마련돼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같은 공간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초기 단계부터 교류하며 투자할 회사들을 모색한다.서스테이너블 벤처스는 투자하고 수익을 거두는 전형적인 VC를 넘어 유망한 기업을 아이디어 단계부터 발굴해 사업 모델을 함께 성장시켜 나가 ‘기후 테크 생태계’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앤드류 CEO는 “우리는 투자자가 아니라 가상의 공동 창업자에 가깝다”며 “기후테크 기업들의 어려움을 초기 단계부터 맞춤형으로 해결할 수 있게 돕고 있다”고 말했다.런던=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정부가 시위대를 교수형에 처한다면 “매우 강력한 조치(very strong action)에 나설 것”이라고 13일(현지 시간) 밝혔다. 지난해 12월 28일부터 발발한 반(反)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하고 있으며, 14일 26세 남성 에르판 솔타니의 사형 집행까지 예고한 이란 정부에 군사 옵션 카드를 쓸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트루스소셜에 “애국자들이여. 정부 기관들을 점령하라. 도움이 곧 도착한다(help is on its way)”고도 썼다. 이란 시위대에 힘을 실어주는 메시지를 전하며 조만간 미국이 사태에 개입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이런 발언과 무관하게 미국이 실제 이란에 개입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여전하다. 그간 시위대의 배후로 미국을 지목하는 이란 정부가 보다 강경한 진압에 나설 수 있고, 이란 내 반미 감정 또한 고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우선주의 및 고립주의’를 지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내 지지층 또한 군사 개입에 부정적이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가 이달 10, 11일 중 미국에 망명 중인 이란 팔레비 왕조의 마지막 왕세자 리자 팔레비(66)와 비밀리에 회동해 이란 사태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미국이 신정일치 국가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퇴진, 신정체제 붕괴 가능성에도 대비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두로-솔레이마니-바그다디 사례 거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CBS방송 인터뷰에서 솔타니의 교수형 가능성에 관한 질문을 받고 “만약 교수형을 집행하면 매우 강력한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강력한 조치’의 최종 목표는 “이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진행자가 ‘이기는 것’을 어떻게 정의하느냐고 묻자 3일 군사작전을 통해 체포한 뒤 미국으로 압송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거론했다. 2019년 10월 제거한 이슬람 수니파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 2020년 1월 제거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도 언급했다. 또 지난해 6월 B-2 폭격기로 이란 본토의 핵시설을 타격한 사례도 들었다. 마두로 대통령의 생포와 바그다디 제거에는 미 육군 최정예 특수부대인 델타포스가 투입됐다. 솔레이마니는 무인기(드론)로 살해됐다.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력과 정보 자산으로 ‘핵심 표적’만 공격하는 방식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하메네이 등 이란 최고위 핵심 지도부를 겨냥한 ‘핀셋 타격’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도움이 곧 도착한다”고 언급한 건 미국이 이란 당국을 상대로 조만간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윗코프 특사와 팔레비 왕세자의 회동에도 관심이 쏠린다. 팔레비 왕세자의 부친은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으로 퇴위한 무함마드 팔레비 왕이다. 팔레비 왕세자를 비롯한 팔레비 왕가 사람들은 이후 미국에 정착해 하메네이의 독재를 고발하는 반정부 활동을 해왔다. 그는 12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에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국이) 더 빨리 이란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사 개입 걸림돌 여전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불참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경제 제재 강화 등 비군사 옵션, 군사 공격 등 다양한 이란 대응 시나리오를 논의했다. 다만 미국의 군사 개입에 대해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인사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의 반발, 미국 내 반대 여론은 물론이고 미군의 배치 현황 또한 걸림돌이다. 마두로 대통령 축출을 위해 미군의 핵심 자산이 대거 중남미 카리브해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중동 내 미 공군 기지에서 전투기를 투입하고, 인근 해역에 배치된 미 구축함에서 토마호크 미사일 등을 발사하는 방안이 가능한 선택지로 꼽힌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아랍권 주요국과 미국의 중동 내 핵심 우방인 이스라엘 등은 후폭풍을 우려해 미국의 이란에 대한 군사 개입에 부정적이라고 NBC방송이 전했다. 미국의 이란 공격 시 이란이 페르시아만 봉쇄에 나서고,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같은 인근 친미 산유국을 공격하면 유가 급등 등 미국 경제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한편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HRANA’는 이번 시위로 최소 2571명이 숨졌다고 추산했다. 영국 소재 반체제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사망자를 1만2000여 명으로 추산했다. 하메네이의 발포 지시로 8, 9일 양일간 국가 권력에 의한 계획적인 대학살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13일 이란 국영방송 또한 시위 과정에서 “많은 순교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방송이 사망자가 다수라고 인정한 건 처음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스티브 윗코프 미국 중동 특사가 이란 팔레비 왕조의 마지막 왕세자였던 레자 팔레비와 비밀리에 만났다고 13일(현지 시간) 미 정치매체 악시오스가 전했다. 이란 반체제 시위가 격화된 가운데, 미국이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이끄는 이란 신정체제 붕괴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악시오스에 따르면 위트코프 특사는 미국에 망명 중인 팔레비 전 왕세자와 지난 주말에 만났다. 지난해 12월 28일 시작된 이란 반정부 시위 후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가 팔레비 전 왕세자와 접촉한 건 처음이다. 1960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2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팔레비 전 왕세자는 1979년 이슬람 혁명 당시 미국에서 전투기 조종 훈련을 받고 있었다. 그는 1980년 부친인 모하마드 팔레비 사망 후 미국에 정착해 하메네이 독재를 고발하는 반정부 활동을 해왔다. 그는 12일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에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국이) 더 빨리 이란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 내 일부 시위대도 팔레비 왕조 부활을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미국에 기반한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13일까지 이란 반정부 시위 참가자 2403명, 군경 147명 등 257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영국에 본부를 둔 이란 반체제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8~9일 이란 현대사에서 가장 대규모의 학살이 자행돼 최소 1만2000명이 죽었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하메네이가 발포를 직접 지시했고, 3부 요인의 승인 하에 강경 진압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이날 이란 국영방송은 시위대를 ‘무장테러단체’라고 부르며 “많은 순교자가 나왔다”고 했다. 이란 국영방송이 사망자가 다수라고 인정한 건 처음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지난해 12월 28일부터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발한 이란에서 당국이 폭압적인 시위대 진압을 이어 가고 있다. 인명 피해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노르웨이에서 활동 중인 이란인권(IHR) 등에 따르면 8일 시위 도중 당국에 붙잡힌 남성 에르판 솔타니(26)가 14일 교수형에 처해질 예정이다. 당국은 솔타니를 사형이 가능한 ‘신(神)에 대한 전쟁’ 혐의로 기소했다. 그에게 변호인 접견조차 허락하지 않고 있다. 이에 국제인도주의비정부기구(IHRNGO)는 “시위대에 대한 이란 당국의 초법적 처형 위험이 심각하다. 국제사회가 당국의 대량 학살로부터 민간인 시위대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촉구했다.영국 일간 가디언과 IHR 등에 따르면 8일 소수민족 쿠르드족 여대생 루비나 아미니안(23·사진) 또한 시위 진압 과정에서 숨졌다. 유족과 목격자에 따르면 그는 뒤쪽 근거리에서 발사된 총탄에 머리를 맞았다. 이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란 당국이 사실상 자국민을 상대로 ‘즉결 처형’ 수준의 진압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아미니안의 어머니는 딸의 유해를 찾기 위해 서부 쿠르디스탄주 마리반에서 수도 테헤란으로 상경했다. 수백 구의 시신을 직접 뒤지며 딸의 신원을 확인했다. 당국은 아미니안의 유해를 고향에 매장하려는 유족들의 염원을 외면한 채 시신을 테헤란 인근 도로변에 묻을 것을 강요하고 있다. 2022년 9월 이란에서 발생한 ‘히잡 의문사’ 반정부 시위도 쿠르드족 여성 마사 아미니(당시 22세)의 죽음으로 발발했다. 아미니는 당시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 경찰에 끌려갔고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당시 이란 당국은 아미니의 사망 원인을 심장마비라고 밝혀 국민들의 분노를 키웠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에 25%의 관세를 즉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28일부터 반(反)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대폭 강화하며 시위대를 유혈 진압 중인 이란 당국에 경고를 보낸 것이다. 노르웨이 기반의 국제 인권단체인 이란인권(IHR)에 따르면 시위 발발 뒤 이날까지 최소 648명이 숨졌고 일각에선 6000명 이상 사망을 거론한다. 이에 미국 국무부는 이란에 거주하는 자국민에게 “즉시 이란을 떠나라. 미국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지 않는 자체적인 출국 계획을 마련하라”고 공지했다. 관세 부과 발표는 이란의 핵 개발 의혹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이란산 원유를 대거 수입하는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제 정보조사업체 트레이드아이멕스에 따르면 중국은 2024∼2025년 325억 배럴의 이란산 원유를 수입했다. 이란 전체 원유 수출량의 90.8%에 달한다. 다만 한국 기업은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이란 제재를 단행한 2018년 뒤 이란 관련 교역이 거의 없어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 美, 이란-중국 동시 옥죄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번 관세가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 최종적이며 변경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이란산 원유·천연가스·각종 상품을 수입하거나 이란 기업과 거래하는 기업이 미국과도 거래한다면 25%의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는 뜻이다. 관세로 이란이 원유 수출 대금을 미국 달러로 회수하는 일은 더 어려워졌다. 달러 유입이 줄면서 그렇지 않아도 연일 사상 최저치인 이란 리얄화 가치는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문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란은 외환 보유액도 매우 부족해 당국이 느끼는 어려움이 계속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제재는 미국과 패권 갈등 중인 중국을 겨냥한 측면도 크다. 중국은 미국과 갈등을 빚는 이란, 베네수엘라 등에서 원유를 대거 수입했기에 이번 제재가 중국의 원유 확보 전략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앞서 3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하며 세계 1위 원유 보유국인 베네수엘라 원유 시장을 사실상 장악했다. 중국은 이번 관세가 “불법 제재”라며 반발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란 내 도로 폐쇄, 대중교통 운행 차질, 인터넷 제한 등을 거론하며 “이란을 떠나 이웃 튀르키예나 아르메니아로 가라”고 권고했다. 이란은 1979년 11월∼1981년 1월 444일간 52명의 미국인을 인질로 삼았다. 이후 미국은 이란과 단교했고 현재 이란 수도 테헤란에는 주미국 대사관이 없다. 미국 국무부가 사이버 대사관만 운영 중이다. ● 트럼프, 군사 개입 가능성 여전히 검토 중 한편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2일 이란 공습 또한 미국 군통수권자(대통령)가 “선택 가능한 많은 옵션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군사 옵션을 쓰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란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승인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 있다고 전했다. 다만 J D 밴스 부통령을 포함한 일부 고위 참모들은 “미국이 반정부 시위대를 부추긴다”고 주장하는 이란 당국에 유혈 진압의 빌미를 줄 수 있다며 외교 해법을 선호한다. 또 이란의 중동 지역 내 영향력과 군사력 등을 감안할 때 군사 개입의 부작용이 클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외교안보 참모진과 회의를 한 후 군사 개입 가능성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공습, 사이버 공격, 추가 제재, 반정부 성향 단체 지원 등이 거론된다고 덧붙였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에 25%의 관세를 즉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28일부터 반(反)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대폭 강화하며 시위대를 유혈 진압 중인 이란 당국에 경고를 보낸 것이다. 영국에 본부를 둔 이란 관련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13일 “8, 9일 이틀에 걸쳐 이란 현대사에서 가장 대규모의 학살이 자행됐다. 최소 1만2000명이 죽었다”고 주장했다. 희생자 대부분이 ‘정부 위의 정부’로 불리는 이란 혁명수비대, 바시즈 민병대 대원들의 총격으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신정일치 국가 이란의 최고지도자이며 시위대로부터 거센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알리 하메네이가 발포 명령을 내렸다고 덧붙였다.이 발표는 외부 검증을 거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이란 현지에서 실제로 대규모 사상자가 나왔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노르웨이 기반의 국제 인권단체 이란인권(IHR)또한 시위 발발 뒤 12일까지 최소 648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미국 국무부는 이란에 거주하는 자국민에게 “즉시 이란을 떠나라. 미국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지 않는 자체적인 출국 계획을 마련하라”고 공지했다. 관세 부과 발표는 이란의 핵 개발 의혹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이란산 원유를 대거 수입하는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제 정보조사업체 트레이드아이멕스에 따르면 중국은 2024~2025년 325억 배럴의 이란산 원유를 수입했다. 이란 전체 원유 수출량의 90.8%에 달한다. 다만 한국 기업은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이란 제재를 단행한 2018년 뒤 이란 관련 교역이 거의 없어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 美, 이란-중국 동시 옥죄기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번 관세가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 최종적이며 변경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이란산 원유·천연가스·각종 상품을 수입하거나 이란 기업과 거래하는 기업이 미국과도 거래한다면 25%의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는 뜻이다.관세로 이란이 원유 수출 대금을 미국 달러로 회수하는 일은 더 어려워졌다. 달러 유입이 줄면서 그렇지 않아도 연일 사상 최저치인 이란 리얄화 가치는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문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란은 외환 보유액도 매우 부족해 당국이 느끼는 어려움이 계속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이번 제재는 미국과 패권 갈등 중인 중국을 겨냥한 측면도 크다. 중국은 미국과 갈등을 빚는 이란, 베네수엘라 등에서 원유를 대거 수입했기에 이번 제재가 중국의 원유 확보 전략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앞서 3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하며 세계 1위 원유 보유국인 베네수엘라 원유 시장을 사실상 장악했다. 중국은 이번 관세가 “불법 제재”라며 반발했다.미국 국무부는 이란 내 도로 폐쇄, 대중교통 운행 차질, 인터넷 제한 등을 거론하며 “이란을 떠나 이웃 튀르키예나 아르메니아로 가라”고 권고했다. 이란은 1979년 11월~1981년 1월 444일간 52명의 미국인을 인질로 삼았다. 이후 미국은 이란과 단교했고 현재 이란 수도 테헤란에는 주미국 대사관이 없다. 미국 국무부가 사이버 대사관만 운영 중이다. ● 트럼프, 군사 개입 가능성 여전히 검토 중한편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2일 이란 공습 또한 미국 군통수권자(대통령)가 “선택 가능한 많은 옵션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군사 옵션을 쓰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란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승인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 있다고 전했다. 다만 J D 밴스 부통령을 포함한 일부 고위 참모들은 “미국이 반정부 시위대를 부추긴다”고 주장하는 이란 당국에 유혈 진압의 빌미를 줄 수 있다며 외교 해법을 선호한다. 또 이란의 중동 지역 내 영향력과 군사력 등을 감안할 때 군사 개입의 부작용이 클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외교안보 참모진과 회의를 한 후 군사 개입 가능성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공습, 사이버 공격, 추가 제재, 반정부 성향 단체 지원 등이 거론된다고 덧붙였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지난해 12월 28일 시작된 이란 반(反)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11일(현지 시간) 현재까지 최소 500명, 최대 2000여 명이 사망했다는 외신과 인권단체들의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이란 수도 테헤란 등 주요 도시 곳곳에 시신들이 겹겹이 쌓인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이란 정부가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친위대 격이며 신정일치 체제 수호가 핵심 임무인 최정예 군대 혁명수비대를 투입하며 유혈 사태가 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몇몇 강력한 선택지를 고민하고 있다”며 군사 개입 가능성을 다시 한번 시사했다.● 경제난과 무너진 하메네이 권위가 시위 키워 미국에서 활동 중인 인권단체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이란 반정부 시위 여파로 민간인 496명, 보안요원 48명 등 최소 54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전날 116명에서 5배 가까이로 급증한 수치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인권(IHR)은 최소 192명의 사망을 확인했고, 실제 사망자 수는 2000명 이상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란 안팎에선 8일 이란 정부가 인터넷과 국제전화를 끊은 뒤 강경 진압이 본격화됐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1일 이란의 28세 여성 기자인 마흐사가 8일 “시위대 얼굴에 조준 사격을 가하고 있다. 거리는 피로 가득하고 엄청난 수의 사망자가 속출해 두렵다”고 말한 뒤 전화가 끊겼다고 전했다. 이번 반정부 시위는 미국과 서방의 경제 제재로 인한 사상 최악의 경제난과 하메네이가 이끄는 신정일치 체제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결과다. 이란 경제가 붕괴되면서 리알화 가치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9일 기준 달러당 99만4055리알로 2015년 이란이 서방 5개국과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맺었을 때(당시 달러당 3만2000리알)보다 약 31배 치솟았다. 식료품 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0% 이상 올라 중산층도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수준이다. 이란 국민의 30% 이상이 빈곤 상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체제 순응적이었던 상인과 중산층이 시위에 대거 참여하고 있다. 이스라엘, 미국과의 전쟁을 거치며 ‘중동 맹주’를 자처하는 하메네이 체제의 권위가 무너진 것도 시위를 키운 요인이다. 이란은 지난해 이스라엘-미국과 치른 ‘12일 전쟁’에서 핵시설 등이 대거 파괴되며 사실상 참패했다. 최근 시위대는 ‘왕정 복귀’ ‘하메네이에 대한 죽음’ ‘주변국 개입 중단’ 등 사실상 현 체제를 부정하는 내용의 구호를 많이 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메네이, 트럼프에 “당신도 몰락할 것”미국은 이란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며 군사 개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대통령 전용기에서 “우리는 한 시간마다 (이란)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몇몇 강력한 선택지들을 살펴보고 있고, 결정을 곧 내릴 것”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대이란 공격에 대한 세부 방안을 보고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부가 미국에 협상을 제안한 사실을 밝히며 대화 가능성도 거론했다. 트럼프는 “그들은 협상을 원하고 있고, 미국에 계속 두들겨 맞는 데 지친 것 같다”며 “우리가 먼저 행동할 수도 있지만 회담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메네이는 12일 X에 트럼프 대통령이 새겨진 고대 이집트 석관이 무너지는 사진을 게시하며 “세상 독재자들의 교만이 극에 달했을 때 몰락했는데, 저자 또한 무너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우리는 전쟁에 대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화에도 임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 개입 가능성을 놓고 미국 정치권에선 부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은 ABC방송에 “폭격은 해결책이 아니고, 대통령이 내키는대로 폭격하도록 헌법이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메네이 체제 붕괴로 이어질진 미지수 반정부 시위가 거세지만 하메네이 체제 붕괴로 이어질진 미지수라는 전망이 많다. 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군부가 하메네이 체제를 떠받치고 있고, 맞설 정치적 대안 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은 “미국 군사 개입 등 외부로부터의 변화가 있을지 여부에 따라 하메네이 체제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지난해 12월 28일 시작된 이란 반(反)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11일(현지 시간) 현재까지 최소 500명, 최대 2000여 명이 사망했다는 외신과 인권단체들의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이란 수도 테헤란 등 주요 도시 곳곳에 시신들이 겹겹이 쌓인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이란 정부가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직속기관으로 신정일치 체제 수호가 핵심 임무인 최정예 군대 혁명수비대를 투입하며 유혈 사태가 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몇몇 강력한 선택지를 고민하고 있다”며 군사 개입 가능성을 다시 한번 시사했다.● “시위대 얼굴에 조준 사격, 거리에 피 가득”미국에서 활동 중인 인권단체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이란 반정부 시위 여파로 민간인 496명, 보안요원 48명 등 최소 54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전날 116명에서 5배 가까이로 급증한 수치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인권(IHR)은 최소 192명의 사망을 확인했고, 실제 사망자 수는 2000명 이상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이란 안팎에선 8일 이란 정부가 인터넷과 국제전화를 끊은 뒤 강경 진압이 본격화됐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란의 28세 여성 기자인 마흐사가 8일 “시위대 얼굴에 조준 사격을 가하고 있다. 거리는 피로 가득하고 엄청난 수의 사망자가 속출해 두렵다”고 말한 뒤 전화가 끊겼다고 전했다. 또 저격수들이 투입됐단 주장도 나온다.이번 반정부 시위는 사상 최악으로 치닫는 경제난과 하메네이가 이끄는 신정일치 체제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결과다. 이란 경제가 붕괴되면서 리알화 가치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9일 기준 달러당 99만4055리알로 2015년 이란이 서방 5개국과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맺었을 때(당시 달러당 3만2000리알)보다 약 31배 치솟았다. 식료품 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0% 이상 올라 중산층도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수준이다. 이란 국민의 30% 이상이 빈곤 상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학생과 진보 지식인뿐 아니라, 체제 순응적이었던 상인과 중산층이 시위에 대거 참여하고 있다.이스라엘, 미국과의 전쟁을 거치며 ‘중동 맹주’를 자처하는 하메네이 체제의 권위가 무너진 것도 시위를 키운 요인이다. 이란은 지난해 이스라엘-미국과 치른 ‘12일 전쟁’에서 핵시설 등이 대거 파괴됐다. 또 군지도자와 핵과학자들도 상당수 표적 공습으로 암살당했다.최근 시위대들은 ‘왕정 복귀’ ‘하메네이에 대한 죽음’ ‘주변국 개입 중단’ 등 사실상 현 체제를 부정하는 내용의 구호를 많이 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군사 개입 강력한 선택지” vs 이란 외무 “전쟁과 대화 모두 준비”미국은 이란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며 군사 개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대통령 전용기에서 “우리는 한 시간마다 (이란)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몇몇 강력한 선택지들을 살펴보고 있고, 결정을 곧 내릴 것”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안보 당국자들로부터 대이란 공격 선택지에 대한 세부 방안을 보고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부가 미국에 협상을 제안한 사실을 밝히며 대화 가능성도 거론했다. 트럼프는 “그들은 협상을 원하고 있고, 미국에 계속 두들겨 맞는 데 지친 것 같다”며 “우리가 먼저 행동할 수도 있지만 회담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바스 아라크치 이란 외무장관은 “우리는 전쟁에 대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화에도 임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트럼프 행정부의 군사 개입 가능성을 놓고 미국 정치권에선 부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은 ABC방송에 “폭격은 해결책이 아니고, 대통령이 내키는대로 폭격하도록 헌법이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메네이 체제 붕괴로 이어질진 미지수이란 반정부 시위가 하메네이 체제 붕괴로 이어질진 미지수라는 전망이 많다. 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군부가 하메네이 체제를 떠받치고 있고, 시민들의 분노를 대표해 맞설 정치적 대안 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란은 2009년 대선 부정선거 시위, 2022년 히잡 착용 반대 시위를 겪었지만 하메네이 체제는 건재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은 “미국 군사 개입 등 외부로부터의 변화가 있을지, 이 경우 이란 엘리트와 혁명수비대가 어떤 입장에 서는지에 따라 하메네이 체제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고”이라고 전망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지난해 12월 28일 시작된 이란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최소 116명, 최대 2000여 명이 사망했을 수도 있다는 외신 보도와 인권단체의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이란 정부가 인터넷과 국제전화 등 외부 연결을 차단한 뒤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사상자 수가 계속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은 (시위대를) 도울 준비가 됐다”며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심각한 경제난에 미국의 개입 가능성까지 더해지며 이슬람교 시아파 성직자인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이끄는 이란의 신정일치 체제가 47년 만에 최대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검찰총장 “시위 참여하면 사형 혐의”미국 인권단체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이란 반정부 시위로 인한 사망자가 민간인 78명, 보안군 38명 등 최소 116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란 당국의 강경 진압이 본격화되면서 전날 기준 65명에서 사망자가 약 2배로 급증한 것. 시위로 인해 체포되거나 구금된 사람도 2600명을 넘어섰다. 이란 정부가 8일부터 국제전화와 인터넷을 차단해 내부 상황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시위 중 죽거나 다친 사람은 더 많을 수도 있다. 실제로 미 주간지 타임은 이란 병원 6곳에서만 최소 217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시민단체인 이란인권센터(CHRI)는 이란에서 수백 명의 시위대가 사망했다는 목격자 증언과 보고를 접수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밝혔다. 노르웨이에서 활동 중인 이란휴먼라이츠(IHR)는 “일부 소식통은 2000명 이상 사망 가능성도 제기하지만 인터넷 차단 등으로 검증은 어려운 상태”라고 전했다.CNN, BBC 등이 입수한 영상을 보면 이란 당국과 시위대의 충돌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의료체계가 마비되고 영안실 수용 공간이 부족해 수도 테헤란 동부의 한 병원에선 시신들이 겹쳐 쌓여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관공서, 차량, 모스크 등이 불타기도 했다. 이란 시민들은 인터넷 차단 우회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시위대 진압 참상을 전하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는 “당국이 치명적인 무력 사용을 강화하고 있다는 참담한 보고를 분석 중”이라고 했다. 2003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이란의 인권운동가 시린 에바디는 당국의 인터넷 차단을 겨냥해 “학살을 준비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이란 국영 매체들은 일부 시위대의 무장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이란 관영 타스님 통신은 당국이 총기, 수류탄, 휘발유 폭탄 등을 소지한 시위대 약 200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또 모하마드 모바헤디아자드 이란 검찰총장은 “시위에 참여하면 누구든 신의 적으로 간주한다. 이는 사형에 해당하는 혐의”라고 경고했다.● 美, 이란 공습 예비검토 착수 미국은 이란 사태에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트루스소셜에 “이란은 어쩌면 과거 어느 때보다 자유를 바라보고 있다. 미국은 도울 준비가 됐다”고 썼다. 그는 전날 백악관 행사에서도 “미국이 개입해 이란의 아픈 곳을 매우 세게 때리겠다”며 군사 개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대규모 공습 등 군사 개입 옵션에 대해 보고받고 실행 여부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대이란 군사작전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외신들은 이란의 신정일치 체제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메네이는 이란을 ‘중동의 맹주’로 이끄는 지도자로 자신을 포장해 왔지만, 지난해 이스라엘-미국과 치른 12일 전쟁에 참패하면서 권위가 크게 실추됐다. 또 오랜 기간 지속된 경제난이 이젠 중산층조차 버티기 힘들 정도로 악화되면서 친정부 성향이었던 상인들마저 시위에 나서고 있다. 중동 소식통에 따르면 시위 참가자들 사이에선 “막대한 원유와 천연가스, 비옥한 농업지대, 풍부한 문화유산을 가진 나라에서 왜 이렇게 가난하게 살아야 하느냐”는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 또 시위대는 ‘팔레비 왕조 복귀’, ‘하메네이에게 죽음을’ 같이 현 체제를 부정하는 구호도 외친다. 다만, 하메네이 체제가 당장 붕괴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란 안보와 치안을 떠받치며, 다양한 공기업을 운영해 경제력도 막강한 혁명수비대 등 군부가 하메네이에 대한 충성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지난해 12월 11일(현지 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州) 서머빌시. ‘미국 바이오산업의 실리콘 밸리’, ‘지구에서 가장 혁신적인 1제곱 마일’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케임브리지시 켄들 스퀘어와 함께 바이오산업 혁신 벨트를 형성하고 있는 이곳에 ‘아프리오리 바이오(Apriori Bio·이하 아프리오리)’사가 있었다. 아프리오리는 인공지능(AI), 머신러닝으로 바이러스의 미래 변이를 예측하고, 그에 맞는 효과적 백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바이오 벤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를 탄생시켜 글로벌 바이오 업계에서 유명한 벤처캐피털(VC)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Flagship Pioneering·이하 플래그십)’이 창업을 이끌었다.이날 찾은 아프리오리 입주 건물에서는 뜻밖에도 아프리오리 외에 플래그십이 창업시킨 바이오 벤처 회사 5곳을 한 층에서 볼 수 있었다. 이곳은 플래그십이 유망한 신생 기업들을 모아 무럭무럭 키우는 거대한 인큐베이터인 셈이었다. 첨단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하는 ‘혁신 금융’ 플래그십은 씨앗 기업들을 집적해 창업 시너지를 배가시키고 있었다.● 대형 VC가 마련한 바이오 창업 단지기업들은 넓은 한 층 공간을 각각 구역을 나눠 쓰고 있었다. 가벽 하나 세워져 있지 않은 개방된 공간이라 겉보기에는 마치 한 회사의 거대한 연구실처럼 보였다.연구실에서 만난 아프리오리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직원이 20여 명이라 딱 스타트업 규모지만 우리가 누리는 자원은 일반 스타트업은 누릴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플래그십이 투자한 여러 분야 바이오 벤처가 한 공간에서 협업하고 자원을 공유하기 때문에 AI 전문가부터 계산 생물학, 데이터 분석, 실험 연구자 등 전문 인재가 풍부하고 수십억 원 규모의 첨단 장비를 쓸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이날 돌아본 플래그십 창업 벤처 연구 공간에는 세포 배양과 분석부터 차세대 유전자를 읽는 기술 딥 시퀀싱에 이르기까지 직원 수십 명이 수일, 수십 일 동안 해도 해내지 못할 연구를 하루나 몇 시간 만에 처리하는 첨단 장비가 가득했다. 바이러스 시료 수십 종을 자동판매기처럼 자동으로 보관하고 출고해 주는 장비도 있었다. 아프리오리 관계자는 “이런 투자와 장비 덕분에 우리는 그 시간에 더 좋은 논문을 읽고 더 지적인 질문들을 할 수 있다”며 “플래그십 안에서 이뤄지는 투자, 협업을 통해 우리는 과학 기술 최전선에서 최대한 혁신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 VC가 투자뿐 아니라 창업 과정에 참여연구 현장에서 만난 플래그십 출신 크레이그 윌리엄스 아프리오리 최고경영자(CEO)는 “이 모든 건 플래그십만의 독특한 벤처 투자 프로세스가 있기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플래그십은 단순히 유망 벤처에 투자하고 이익을 얻는 일반 VC들과 달리 고유한 ‘창업(origination)’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플래그십은 매년 사내 전담 조직을 통해 100여 개의 ‘만약 ∼라면(What if?)’이라는 질문을 도출한다. 그런 뒤 사내 200여 명의 과학자들이 가능성 없는 질문을 제거해 나간다. 이때 중요한 것은 ‘기술 하나에서 여러 방향의 혁신 기회가 나올 수 있는가’이다. 이 과정을 통해 플래그십이 정말 투자를 통해 회사로 만들 만한 가치가 있는 3∼4개의 최종 질문을 찾아낸다. 윌리엄스 CEO는 “플래그십은 아무도 모르는, 그래서 진짜 혁신이 나올 수 있는 ‘불확실성(uncertainty)의 영역’에 투자하길 원한다”며 “하지만 리스크는 줄여야 하므로 끝까지 살아남은, 검증된 아이디어에 대해 투자를 진행하는 이런 방식이 엄청난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플래그십이 투자를 결정했다고 바로 회사가 되는 건 아니다. 처음엔 회사 이름 없이 프로젝트 숫자만 부여된다. 윌리엄스 CEO는 “아프리오리도 처음엔 그저 ‘FL(Flagship Lab) 77’이었다”며 “질문에 대한 플랫폼이 실제로 작동한다는 게 입증되기 전에는 회사라는 생각에 너무 매달리지 말고 자유롭게 새로운 영역을 탐색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덕분에 플래그십이 투자하고 창업을 이끈 바이오 회사는 각 전문 분야에서 빠르고 혁신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윌리엄스 CEO는 “플래그십은 화이자, 노보 노디스크, GSK와 같은 글로벌 제약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일종의 빅파마(대형 제약사) 연구개발(R&D)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며 “투자자로서는 이 같은 혁신 ‘원천’에 가까워질수록 훨씬 더 큰 수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플래그십 투자 열기가 뜨거울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플래그십, 25년간 118곳 창업 지원플래그십은 3년마다 글로벌 펀드를 조성해 바이오 벤처 투자를 진행한다. 가장 최근 펀드 규모는 36억 달러(약 5조2000억 원), 그 전 펀드는 33억 달러 규모였다. 모더나부터 아프리오리까지 이런 방식으로 플래그십이 창업을 이끈 기업은 25년간 118개에 달한다. 플래그십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략 고문인 안드레 안도니안 아태 지역 의장은 “플래그십은 VC가 아니라 기업 창조자(company creater)”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스스로 아이디어를 만들고, 창업가를 키우고, 자금을 대고, 회사를 운영하고 확장하는 모든 것을 한 지붕 아래에서 한다”며 “켄들 스퀘어 연구실 면적의 25%가 플래그십과 관련돼 있고 이를 통해 1만 명의 고용을 창출해 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안도니안 의장은 “혁신 측면에서 VC와 스타트업은 아주 큰 역할을 한다”며 “우리가 ‘파일럿’이 아니라 미지의 영역으로 갈 ‘우주 비행사’에게 투자하길 원하는 이유”라고 말했다.““반도체보다 큰 1000조 시장… 韓 스타트업, 큰 시장에 나와야”빅5 병원 데이터-우수 인력 강점보스턴 큰손 플래그십도 韓 개척“반도체가 400조 원 규모라고 하면 신약시장은 1000조 원이 넘습니다. 연간 성장률도 12%에 달하니 바이오에 베팅을 안 할 수가 없죠.”(이성환 SV인베스트먼트 이사)미국 바이오 산업 메카인 보스턴과 케임브리지에서 만난 한국 벤처캐피털(VC)들은 입을 모아 더 많은 한국의 VC와 바이오 기업이 이 시장에 뛰어들고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2014년 보스턴에 진출해 올해로 현지 바이오 벤처 투자 13년 차를 맞는 솔라스타벤처스 윤동민 대표는 “바이오 투자야말로 현지에 나와 실시간으로 동향을 느끼고 중요 기업인과 네트워킹하며 독점 개발 정보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글로벌 빅파마 연구개발(R&D) 헤드와 바이오 벤처 수백 개가 모인 이곳은 벤치마킹할 수 있는 데이터들이 굉장히 많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이 이사는 “한국에서는 바이오벤처가 초기 투자를 받은 뒤 상장하지 않으면 중간에 가치를 인정받을 길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미국에서는 중간에 빅파마와 손을 잡거나 라이선스를 팔거나,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엑시트할 다양한 기회가 있고, 많은 경우 한국보다 4∼5배 높은 가치 평가를 받는다”고 강조했다.한국 VC 가운데 보스턴 현지에 사무실을 내고 본격 진출한 곳은 다섯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다. 이 이사는 “한국에서 나오는 정책자금만 운용하거나 코스닥에만 상장시켜도 VC들이 먹고사는 데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이라며 “한국 VC와 기업이 자꾸 더 큰 시장에 나오고 한미 산업의 가교 역할을 하며 성공 케이스를 만들어야 바이오산업의 발전을 이끌 수 있다”고 역설했다.한편 이들은 “2, 3년 전부터 보스턴 VC 사이에서 한국 바이오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추세”라며 “한국의 우수한 인력, 세계 어디서도 찾기 힘든 빅5 병원 환자 규모와 데이터, 시장 자금력 등 여러 면에서 한국 바이오산업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실제로 미국 대표 바이오 VC인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도 2년 전 싱가포르에 지사를 내 한국과 일본 등 3개국 시장을 개척 중이다. 안드레 안도니안 플래그십 아태지역 의장은 “아시아는 혁신 원천이자 가장 큰 시장”이라며 “기회가 너무 많아 어디에 시간과 노력의 우선순위를 둘지가 가장 큰 고민일 정도”라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 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

“3, 2, 1! 자, 배가 물 위로 올라갑니다! 배 뒤에 생기던 파도가 사라졌어요.” 지난해 12월 17일(현지 시간)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동부 항구지역인 프리함넨 인근 해역. 전기 수중익(水中翼·선체 밑에 설치된 날개) 선박을 운항하는 ‘칸델라’ 직원 토드 링엔홀 씨가 이같이 외쳤다. 2014년 설립한 스웨덴 스타트업 칸델라는 세계 최초로 전기 수중익 선박을 개발하고 상용화한 기업이다. 기자가 칸델라가 개발한 2세대 전기 수중익 선박 ‘C-8’의 데모 버전에서 ‘수중익’ 기어를 위로 올리자 선체 앞부분부터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선체 뒤로 10m가량 길게 퍼지던 파도는 수중익 모드로 전환한 지 10초도 안 돼 잠잠해졌다. 스톡홀름에서는 2024년 칸델라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전기 수중익 여객선 ‘P-12 노바(Nova)’ 운항을 시작했다. 100% 전기로 움직여 ‘조선업의 테슬라’라고 불린다. 노바의 최대 장점은 속도다. 노바는 파도를 만들지 않아 기존 선박보다 약 2배로 빠른 시속 46km로 달린다. 노바 이용객이기도 한 링엔홀 씨는 “50분 이상 걸리던 출퇴근이 30분 가까이로 줄었다”며 웃었다. 혁신 기업이 시민의 출퇴근 시간을 줄이면서 환경 오염도 방지하고 있는 셈이다. 칸델라의 전기 수중익선은 올해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호주 등으로 수출을 앞두고 있다.● 인구 감소한 스웨덴, 수출 키워줄 ‘혁신 산업’ 키운다스웨덴은 시민들 삶의 질을 높여 주는 혁신 기업을 성장시켜 수출 엔진을 키우고 있다. 한국에 앞서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 문제를 절감하며 사업 초기부터 내수가 아닌 해외 시장을 겨냥한 수출 강소기업이 늘어야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스톡홀름의 무인(無人) 전기 운반 트럭 ‘엔라이드’도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이 무인 전기 트럭은 레이저로 주변 장애물을 감지하고 위험 정도를 판단해 대응할 수 있다. 엔라이드는 세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5월 미국 아이온큐와 자율주행·물류 최적화 영역에서 3년간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양자컴퓨팅 상용화를 시도한 세계 최초 사례다. 지난해 엔라이드가 아이온큐를 포함해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유치한 투자금은 약 1억 달러(약 1452억 원)에 달한다.이들 기업 창업자는 모두 스웨덴의 민간 벤처캐피털(VC)이 성장하는 힘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구스타브 하셀스코그 칸델라 대표는 “(칸델라와 같은) 하드웨어 기업은 창업 이후 제품을 실제 판매하기까지 ‘죽음의 계곡’ 시간이 치명적”이라며 “이큐티(EQT) 벤처와 같은 스웨덴 대형 민간 VC가 우리에 대한 투자를 약속하자 이를 신뢰의 증표로 본 다른 자본들도 유치됐다”고 설명했다. 로베르트 팔크 엔라이드 대표도 “스웨덴 VC 시장은 추후 글로벌 자본까지 이어지는 일종의 허브”라며 “글로벌 자본을 향한 개방성이 성공을 이끌었다”고 전했다.● 창업 선배가 VC로 활약하는 ‘인재 선순환’스웨덴의 스타트업 생태계 핵심은 민간 주도 혁신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스웨덴 국내총생산(GDP) 대비 VC 투자 비율은 0.11%로 추정된다. 유럽연합(EU) 회원국 평균(0.05%)보다 두 배 이상으로 높다. 1인당 VC 투자액은 2020∼2024년 누적액 기준 EU 회원국 중 1위다. 인구 100만 명당 2400유로로 추정된다.스웨덴 내 스타트업 VC 관계자들은 혁신의 키워드로 ‘선순환’을 꼽았다. 과거 스타트업의 성공을 이끌었던 창업자가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의 에인절 투자자로 변신하는 것이다. 전환의 핵심에는 민간 VC가 있다. 성공 경험이 있는 창업자를 VC 내부 파트너로 영입하거나 미래 세대 스타트업 이사회 핵심 멤버로 연결하는 플랫폼 기능을 한다. 스웨덴 스타트업의 신화로 꼽히는 스포티파이와 유럽 최대 사모펀드 EQT가 대표적인 사례다. 2018년 스포티파이 기업공개(IPO) 이후 초기 임원진 다수가 에인절 투자자 또는 VC 파트너로 영입됐다. 이들은 이후 엔라이드, 클라르나 등 자국 스타트업의 초기 투자자로 활동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포티파이가 스톡홀름 테크 생태계에 ‘재능·자본 재활용 기계’로 변모했다”고 평가했다. 정부도 스웨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파일럿 소비자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웨덴 내 혁신조달 제도를 통해 정부나 지자체가 파일럿 사업의 형태로 스타트업의 고객이 된다.● AI가 ‘숨은 챔피언’을 찾아낸다 벤처 투자자들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미래의 혁신 기업을 찾아내는 데 인공지능(AI)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EQT 벤처는 AI에 기반한 마더브레인 시스템을 통해 지난 10년간 투자처를 발굴했다. 마더브레인은 창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잠재력이 높은 창업자와 스타트업을 식별한다. 매출, 영업이익 같은 재무적 지표가 아니라 기업의 채용 속도, 기술 활동, 창업 생태계 내 참여도, 초기 고객 수요, 창업자의 위기 대응 능력 등 맨파워를 따져 투자 가치가 높은 기업을 선별한다. 빅토르 엥레손 EQT 파트너 겸 초기 단계 기술 부문 총괄은 “투자처를 선정할 때 핵심은 창업자의 야망과 문제에 대한 통찰력 및 위기 회복력”이라고 설명했다. 韓 은행들 혁신기업 찾는 ‘AI 헤드헌터’ 도입… “기술력은 갈 길 멀어”국내 은행, 올해 AI로 우량기업 선별AI가 은행의 대출 심사 기간 줄여줄 듯“AI의 기업대출 기능, 아직은 보조적”인공지능(AI)으로 혁신 기업을 선별해 자원을 집중하려는 시도는 한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혁신 기업을 발굴해 내기 위해 AI를 기업대출 심사에 활용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올해부터 AI가 적극 개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연내 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예측모델을 AI 기반 기업대출 자동심사 시스템 ‘빅스(Bics)’에 반영할 계획이다. 빅스는 AI가 각종 정보를 분석해 상대적으로 신용 위험이 낮은 대출에 대한 판정 결과를 기업대출 심사 담당자에게 제공한다. 신속한 심사를 도울 뿐 아니라 우량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을 선별할 수 있다. AI가 심사관뿐 아니라 일종의 헤드헌터 역할도 맡게 되는 것이다. 신한은행 역시 심사 업무를 돕는 자체 AI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은 심사의견서 작성에 필요한 재무 분석, 사업 역량, 기술 경쟁력, 업종 분석 등을 포함한 참고 자료를 제공한다. 이르면 3월 도입될 예정이다. 하나은행 역시 이달부터 AI가 기업대출 심사보고서 초안을 자동으로 생성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한다. 자동심사 지원 시스템을 통해 우량기업을 선별하고, 재무 정보와 산업 전망 등을 종합해 보고서를 작성한다. 우리은행도 기업대출 업무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심사 지원, 서류 진위 및 정보 검수, 대출 사후 관리 등 기업대출 과정 전반에 AI 기능을 적용할 계획이다. 통상 소득과 신용도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가계대출과 달리 기업대출은 기업 재무제표와 사업 역량, 업황 등 검토 요소가 많아 심사가 더 오래 걸린다. AI가 먼저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참고 자료를 제공하면 은행 담당자가 심사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AI가 주도적으로 기업대출 심사와 혁신 기업 선별을 맡기에는 기술력에선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잘못된 판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AI에 심사를 맡기기에는 리스크가 있다”며 “우선 심사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고도화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 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