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란

한애란 기자

동아일보 경제부

구독 219

추천

재미있거나 유익하거나. 읽을 만한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21년차 기자입니다.

haru@donga.com

취재분야

2024-05-18~2024-06-17
경제일반55%
금융23%
미국/북미7%
산업3%
국제경제3%
칼럼3%
자동차3%
기타3%
  • 지방간 신약 나오나… 3상 성공에 주가 268% 뛴 미국 제약사[딥다이브]

    마치 주말이 없었던 것처럼 뉴욕 증시 분위기는 지난주 그대로입니다. 연준의 긴축, 그리고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지배하고 있죠. 19일(현지시간)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는데요. 다우지수 -0.49%, S&P500지수 -0.90%, 나스닥지수 -1.49%. 4거래일 연속 하락이군요. 나스닥 주요 종목들 주가가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아마존 -3.35%, 메타 -4.15% 등) 테슬라는 비교적 덜 빠졌습니다(-0.24%). 테슬라 주가는 장중에 5% 상승하기도 했는데요. 일론 머스크 CEO가 ‘트위터 대표직에서 물러날까?’라며 올린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무려 1750만명)의 57.5%가 ‘Yes’를 선택했다는 소식 덕분이었죠. ‘머스크는 제발 트위터에서 손 떼고 테슬라 경영에 집중해달라’던 테슬라 주주들에겐 반가운 뉴스. 물론 그걸 트위터 설문으로 결정하겠다고 한 머스크도 신기하지만, ‘No’를 선택한 응답자가 42.5%나 된다는 것도 신기하긴 합니다.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뒤 트위터 운영을 둘러싼 대혼란을 불러오며 비호감 경영자의 상징이 되어버렸는데요. 무엇보다 트위터 때문에 세차례에 걸쳐 테슬라 주식을 대량 팔아치워서 주가 하락을 부채질한 게 주주들을 화나게 했습니다. “머스크CEO는 테슬라 주식을 마치 현금인출기(ATM)처럼 맘대로 활용하고 있다”(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비판이 쏟아졌던 상황. 일단 머스크는 트위터 설문 결과에 따를 거라고 했었는데요. 실제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가 궁금합니다. 이날 뉴욕증시엔 초대박 종목이 있었는데요. 바로 마드리갈제약(티커 MDGL)입니다. 이날 하루 주가가 268.07% 상승했죠. 지난주 금요일 63.8달러였던 주식이 이날은 234.83달러로 마감. 비알콜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인 레스메티롬이 3상 시험에서 지방간염과 그로 인한 섬유증 모두에서 효과를 보여 목표치에 도달했다는 결과를 발표하자 일어난 일이죠. 내년 상반기에 식품의약국(FDA)에 승인서를 제출할 거라고 합니다. 비알콜성 지방간염은 간섬유증과 간경변, 간암의 주요 원인이 되는 질환인데요. 전 세계 성인의 20% 이상이 앓고 있다고 합니다. 환자가 증상을 느끼지 못해 초기진단이 매우 어렵고요. 심각한 질환이지만 아직까지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 받은 치료제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여러 글로벌 제약사들이 앞다투어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그동안은 임상에서 줄줄이 실패해왔습니다. 질병의 정확한 발병기전이 밝혀지지 않다 보니 개발 난이도가 높은 분야였죠. 비알콜성 지방간염 치료제 시장은 2030년이면 200억 달러(약 26조원) 규모가 될 거라는데요. 마그리알제약의 이번 임상 3상 성공으로 드디어 첫 신약 제품이 나올 전망입니다. 시장에서는 대형 제약사들이 마그리갈제약을 인수하러 나설 것으로 내다봅니다. By.딥다이브 *이 기사는 2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2-12-20
    • 좋아요
    • 코멘트
  • 이제 우주다! 우주 인터넷과 우주 태양광발전의 시대[딥다이브]

    생각보다 가까운 미래로 우리에게 다가와있는 신산업, 그 중에서도 로봇산업과 UAM(도심항공모빌리티)는 이미 딥다이브가 다뤘는데요. 오늘은 그와 아주 깊은 연관을 가진 산업, 우주산업을 들여다 보겠습니다! ‘우주산업’을 떠올리면 어떤 느낌이신가요. 누리호의 발사 장면을 볼 때처럼 가슴이 웅장해지는 느낌? 아니면 ‘부자들의 돈놀이터’라는 시니컬한 반응? 오늘 드릴 얘기는 좀 다릅니다. 우주산업은 매우 효용성이 큰,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산업이라는 실용주의적 관점인데요.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을 인터뷰했습니다. ‘우주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라’는 책을 낸 애널리스트이십니다.경제뉴스, 필요한 건 알겠는데 찾아보려니 너무 많고 어렵다고요? ‘딥다이브’는 글로벌 경제뉴스 중 핵심을 추려 생생하게 전달합니다.딥다이브 뉴스레터 구독 링크는 2030년 우주인터넷이 열린다-과거 미국∙소련 냉전시대엔 경쟁적으로 우주개발을 했지만, 이후 한동안 뜸했잖아요. 그런데 다시 요즘 우주산업이 핫해진 건 뭐가 달라졌기 때문인가요. “1950~60년대엔 미국과 소련이 서로 ‘상대국이 언제 미사일을 쏠지 몰라’라는 불안감이 컸죠. 그 정보를 사전에 알아보기 위해 점점 더 높이 올라간 게 우주가 됐던 거고요. 그런데 우주로 가야 하는 비용이 너무 비쌌습니다. 몇번의 유인우주선이 불행히 사고가 나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우주에 대한 투자가 줄었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제프 베이조스와 일론 머스크라는 조만장자들이 우주에서 비전을 본 거예요. 각각 2000년과 2002년에 블루오리진과 스페이스X를 만들었죠. 과거 보잉이나 록히드마틴처럼 정부가 지원해주는 걸로 우주산업을 했던 기업들은 혁신이 덜했는데요. 일론 머스크나 제프 베이조스는 직접 엔진과 우주 로켓, 우주선을 만들면서 비용을 크게 다운시켰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하게 됐고 그게 지금까지도 우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계기가 됐죠.” -정부 주도가 아니라 민간의 부자들이 자기 돈을 들여서 사업을 하니까 훨씬 더 나은 결과가 나온 거군요.“민간이 경쟁적으로 하면서 혁신을 만들어낸 거죠. 베이조스나 머스크가 투자하는거 보면 우주를 ‘정보통신의 세계’로 본 거 같아요. 많은 정보가 우주를 통해서 쌓이고, 그 정보를 활용해서 인류에게 유용한 일자리와 먹거리를 만들 수 있다고 본 거죠. 아무래도 큰 기업을 일궈 성공을 해본 사람 눈에는 우주가 다르게 보였나 봅니다.”-진짜 사업의 기회를 봤나 보네요.“기존에 정부가 투자한 건 우주정거장을 만들고, 달나라에서 뭘 가져오는 거였는데요. 지금 투자되고 있는 저궤도 위성통신을 보면, 부가가치가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는 분야라는 혜안을 갖고 있었던 걸로 봅니다.” -팀장님도 책에서 저궤도 위성통신, 우리가 흔히 ‘우주 인터넷’이라고 부르는 것에 매우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더라고요. 저궤도 위성통신이 왜 그렇게 중요하고 효용이 큰가요? “지금 이동통신이 LTE에서 5G로 넘어가고 있고, 앞으로는 더 빠른 속도의 6G 시대로 가야 한다고 얘기하는데요. 6G 시대로 가면 ‘사물 인터넷’이죠. 사물이 계속 데이터를 주고받으면서 스스로 알아서 판단하는 건데요. 자율주행차만 봐도 중요한 게 속도입니다. 얼마나 빠르게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느냐. 그런 점에서 저궤도 위성 통신이 굉장히 중요한 대안으로 자리잡았는데요. 지금 우리가 이용하는 해저케이블과 비교할 때 저궤도 위성 통신은 지연 시간이 훨씬 짧아요. 사물인터넷이 되면 엄청나게 많은 기기들이 주는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데요. 그런 정보통신 처리능력이 훨씬 강화된 저궤도 위성통신이 쓰이게 되는 겁니다.”-얼마 전 UAM(도심항공모빌리티) 관련해서 인터뷰를 했는데, 그것도 저궤도 위성통신이 필요한 거죠? “네 맞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위성은 정지궤도 위성인데요. 지표면에서부터 높이가 3만6000㎞ 정도예요. 저궤도는 지표면에서 300~2000㎞ 사이 구간이거든요. 지표면과의 거리가 굉장히 짧기 때문에 정보처리 속도가 매우 빨라집니다. 그래서 이 저궤도로 위성을 쏘아올리려는 경쟁이 생겼습니다. UAM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무인이거든요. 사람이 조종하지 않은 상태에서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다니는 도시형 모빌리티를 지향하는데요. 그럼 좌표라든가, 다른 장애물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위성과 계속 교신해야 하니까, 저궤도 위성통신이 꼭 쓰여야 합니다. 자율주행차, 자율주행선박에도 쓰이게 되겠죠.”-저궤도 위성통신은 이미 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죠.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나 영국의 원웹처럼요. 저궤도 위성통신 산업이 조만간 본격적으로 열릴 걸로 보시나요? “그렇죠. 이미 스타링크는 전 세계 35개국에서 저궤도 위성을 활용한 인터넷서비스를 승인 받았어요. 원웹도 12월 초에 위성을 한번 더 쏴서, 지금 500개 정도 위성을 쏘아 올렸고요. 그러면 원웹도 위성서비스를 내년부터 할 수 있을 겁니다. 국내에서도 스타링크와 원웹이 모두 위성서비스를 할 겁니다. 물론 두 회사가 지향하는 바대로 가려면 훨씬 더 많은 위성을 쏘아 올려야 하죠. 6G 시대가 도래하는 시기를 대략 2030년 정도로 보거든요. 지금부터 위성 쏘아 올리고 준비해야만 2030년이 됐을 때 우리도 편하게 6G를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위성통신이 쓰일 분야 중 하나가 요즘 각광받고 있는 로봇산업인데요. 로봇 하나하나마다 고성능 칩을 장착하고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게 하면 로봇이 너무 비싸지잖아요. 그래서 로봇에 송신할 수 있는 칩만 달아서 위성과 통신하게 하고, 데이터는 다른 곳(클라우드)에 저장하게 하면 가격이 훨씬 저렴해지게 됩니다. 그럼 로봇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고요.지금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 보급률 60%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혹시 비행기를 타서 인터넷을 이용해 보셨을지 모르겠는데, 지금은 비행기에선 카카오톡 텍스트 메시지 정도만 보낼 수 있어요. 동영상은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고요. 그런데 저궤도 위성통신이 쫙 깔려서 서비스하면 전 세계 어디든 인터넷 음영 지역이 없어지고요, 비행기 안에서도 우리가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굉장히 우리 삶을 편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도구이죠.”-모토롤라의 이리듐이란 서비스가 1998년에 있었잖아요. 그것도 위성통신 서비스였는데, 너무 비싸서 대중화가 안 되고 망했잖아요. 그런데 2030년이 되면 그게 지금의 휴대전화 같은 가격으로 대중화될 수 있나요?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과거 이리듐이 실패했던 이유를 보면 일단 기술이 그렇게 발달하지 않았잖아요. 칩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서 이리듐 단말기 자체가 벽돌처럼 무거웠고요. 또 쏘아올린 위성 개수도 많지 않아서 커버리지 할 수 있는 면적이 작았어요. 그래서 이용객이 굉장히 적었고, BEP(손익분기점)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는데요. 지금은 칩 기술이 발달하며 칩 가격도 싸졌어요. 또 제프 베이조스나 일론 머스크가 개발한 우주 발사체가 매우 획기적인 점이 재활용이 가능하단 거죠. 예를 들어 비행기를 한 대를 개발해서 한국에서 유럽까지 타고 가는데, 유럽에 도착하는 순간 비행기가 없어져 버린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럼 비행기 승객들이 내야 할 돈이 어마어마해지잖아요. 우주 산업이 그동안 그래왔거든요. 우주 발사체를 한 번 쏘고 나면 버리다 보니까, 발사 비용이 1㎏ 화물을 우주로 보낼 때 1만 달러 정도 했어요. 그런데 스페이스X가 재활용 가능한 발사체를 개발하면서, 이제 우주에 가서 2단 분리, 3단 분리해서 보내고 나면 1단은 회수해서 재활용하는 겁니다. 그래서 1㎏ 화물을 우주로 보낼 때 스페이스X의 팰컨9 발사체의 발사 비용은 2000달러입니다. 거의 80%가 줄었죠. 과거에는 위성을 보내는 데 들어가는 돈도 너무 많이 들었고, 칩 기술도 안 좋다 보니까 단말기도 너무 불편했지만, 이젠 위성 발사 비용도 싸졌고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도 굉장히 작아졌죠. 많이 달라진 겁니다. 그래서 이런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나선 기업이 아주 많아졌고요. 투자를 받아 새로운 걸 하려는 스타트업도 늘어났습니다. 우주 산업 주변의 생태계 자체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져 있기 때문에, 2030년이 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책에서 ‘우주 태양광 발전’이란 개념을 처음 봤는데요. 아주 신기하더라고요. 대기권을 통과하지 않은 풍부한 태양광을 이용해서 전기를 만드는 거니까요. 아직은 발전단가가 비싸긴 한데,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면 실제로 이용하게 되겠지요? “지금 태양광 발전의 가장 큰 문제는 효율이 낮다는 거예요. 태양광이 대기 중에 흡수되거나 반사되기 때문에 실제로는 태양광 패널이 생산하는 전기 효율이 20%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석탄화력발전소의 경우엔 석탄이 전기로 전환되는 그 비율이 80%가 넘는 데 말이죠. 그런데 우주로 나가면 그런 걸림돌이 없으니까 효율이 높은 태양광 발전이 이뤄지고요. 또 우리가 발전소를 지으면 그 주변지역으로만 전력을 보낼 수 있잖아요. 그런데 우주에서 전력을 생산하면, 아래를 내려다보고 저기가 전력이 많이 모자란다 싶으면 마이크로 웨이브를 이용해 그 지역으로 생산한 전기를 보내줄 수 있습니다. 그럼 굳이 어느 지역에 발전소를 짓느라 생기는 민원 같은 것도 적어지겠죠. 그래서 우주 태양광 발전을 미국∙중국∙일본 등이 개발하고 있는데요. 그런 게 빨리 현실화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앞서 스페이스X가 로켓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며 우주 산업을 이끌고 있다고 하셨죠. 사실 일론 머스크가 인간에 화성에서 살게 하겠다는 계획을 얘기하곤 해서, 과연 이 기업이 탄탄하게 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했는데요. 이미 올 상반기 스페이스X 기업가치가 125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하더라고요. 그 정도 가치가 있는 대단한 기업인가요?“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습니다. 기존 우주산업은 나사 같은 기관에서 정부 예산을 활용해 기업들에 지원했는데요. 소수 기업이 독점적으로 개발하다보니 엔진 등 기술 개선이 적었습니다. 국제우주정거장으로 화물 보내는 비용도 굉장히 비싸게 부과했고요. 그걸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X가 그 반값에 해줄 수 있어’라며 혁신을 만들어냈고요. 우주 발사체 재활용하는 기술도 계속 만들어냈죠. 혁신을 이뤄낸 기업이니까 충분히 가치가 있죠. 우주라는 공간을 활용해서 뭘 해보겠다는 기업은 매우 소수입니다. 우주가 만들어낼 수 있는 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머스크에게 테슬라는 상당히 작은 부분’이라는 얘기도 나오더라고요. 전기차는 머스크가 하는 사업 중 극히 일부이고, 스페이스X 같은 다른 것이 더 크단 얘기이죠. “결국 테슬라의 성공도 스페이스X의 성공에 달려 있으니까요. 스페이스X의 군집 위성이 얼마나 잘 갖춰지느냐에 따라 자율주행 성능이 차별화될 겁니다. 그렇게 축적되는 데이터 양이 어마어마하지 않겠어요. 그럼 후발 자율주행 업체들은 따라가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겠죠. 그런 그림을 미리 본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에도 위성이나 안테나 제작 등 우주산업과 연관된 기업들이 있죠. 우주 관련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주가가 뜨기도 하고요. 그런 우리나라 기업들도 유망하다고 보시나요? “사실 한국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1% 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우주에 대한 투자가 그동안 부진했죠. 우주산업의 가장 큰 분야는 서비스 쪽입니다. GPS를 이용해서 내비게이션을 쓰잖아요. 또는 위성이 보내준 정보를 분석해서 데인 그런 서비스 분야 시장이 훨씬 커요. 전 세계 우주산업 규모가 3800억 달러 정도인데, 그 중 85%가 서비스 분야입니다. 우리나라 기업 중엔 몇몇 위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있긴 하지만, 주요 기업은 대체로 발사체나 엔진, 안테나 쪽을 아직은 많이 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아직까진 민간 투자 영역이 아니라 정부가 주도하다 보니까, 특히 군사용 목적으로 우주 분야에 투자가 많이 이뤄집니다. 초소형 정찰 위성으로 한반도 주변 지역을 10분 단위로 계속 본다던가, 이런 것이 군사용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죠. 그 시장에 방산기업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죠. 대표적으로 한국항공우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같은 회사가 있습니다. 그런 기업이 한국의 우주 개발을 선도하고 있고요. 그 중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체, 엔진, 그리고 위성을 제작하는 쎄트렉아이까지 인수하면서 수직 계열화를 잘 만들어 놨습니다. 거기에 올해 누리호 발사가 성공했죠. 누리호 3차 발사부터는 민간이 주도하게 되는데, 그런 사업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사업자로 선정됐어요. 앞으로 항우연이 개발해 놨던 기술을 민간으로 많이 넘겨주면, 우리나라 기업이 더 많이 커갈 수 있겠죠.” -당분간 한국 기업은 방위산업 쪽에 치중해서 발전하겠군요. “아무래도 정부 예산이 들어가야만 진행이 돼서요. 한화그룹은 자체적으로 초소형 위성을 만들어서 직접 우주에 보내 테스트 해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기존엔 지상에서 매우 고비용으로 테스트를 했는데요. 이젠 일단 위성을 만들어서 우주로 보내요. 만약 작동을 하지 않으면 그 원인이 되는 부품만 교체합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가 발사비용이 싸졌기 때문인데요. 지금 우주로 보내는 게 1㎏에 2000달러라고 말씀 드렸는데, 나사의 목표는 이게 2040년이면 몇십 달러로 떨어지는 거예요. 지금 한국에서 미국으로 1㎏ 화물을 보낼 때 2만원 정도가 드는데요. 그 정도 비용으로 우주로 화물을 보내는 시대가 20년 안에 온다는 거죠. 그런 기술도 점점 축적될 겁니다.”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이유-일부에선 한국이 엄청난 강대국도 아닌데, 왜 큰 돈을 우주 개발에 계속 써야 하느냐고 회의적으로 보는 분들도 있습니다. 실패할 위험이 큰 산업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계속 우주에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이번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났을 때 우크라이나가 스페이스X에 위성을사용하게 해달라고 했죠. 전쟁이 일어나면 상대방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정보를 가져야 하니까요. 우리도 한반도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위성을 쏘아올릴 기술이 있어야 대응 능력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액체연료 발사체뿐 아니라, 위급 상황에서 즉시 발사할 수 있는 고체연료 발사체도 갖추고 있어야 하고요. 또 한가지는 스페이스X나 원웹, 카이퍼(아마존의 위성시스템)가 서로 싸우고 있는게 있어요. 바로 주파수예요. 위성은 데이터를 지상으로 보내야 의미 있잖아요. 보낼 때 주파수가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주파수가 매우 한정돼 있어요. 먼저 우주에 가서 위성을 깔고 주파수를 선점해 버리면, 뒤늦게 가는 후발 주자는 주파수 문제로 인해 제대로 된 위성 서비스를 할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지금부터 미리 준비를 해야 합니다.이게 한번에 높은 단계로 갈 수가 없어요. 누리호는 중형 발사체예요. 싣고 갈 수 있는 화물 중단이 3톤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누리호 발사체를 디딤돌로 해서 더 큰 발사체를 만들고, 또 큰 발사체까지 가면 이후엔 재활용까지 가능한 것까지 단계 단계를 밟으며 가야합니다.” -마지막으로 구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요.“우주에 대한 도전이 실패한 것에 대해 주식시장에선 반응이 매우 큰데요. 우리가 실패하는 과정에서도 얻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이 축적된 기업이 결국 이 시장을 먹을 겁니다. 스페이스X가 전 세계 우수한 인력을 다 끌어들여서 만들었지만 팰컨1이 발사를 성공하기까지 세 번의 실패를 겪었거든요. 그런 실패가 축적되면서 더 높은 진입 장벽을 만들어내는 거죠. 한두 차례 이벤트 실패에도 꾸준히 도전하는 기업이야 말로 우주 시대에 성공할 기업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투자에 나서시면 더 좋은 결과를 얻으실 겁니다.” By. 딥다이브우주산업에 대한 이야기, 어떻게 보셨나요? 저는 문득 ‘내가 죽기 전에 인류가 화성에 착륙할 거다’라고 한 일론 머스크의 말이 어쩌면 현실이 될지 모르겠다는 상상을 해봤는데요. 인터뷰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정부가 아닌 민간이 주도하는 우주 시대가 열렸습니다. 제프 베이조스와 일론 머스크가 경쟁적으로 우주 개발에 나서면서, 발사체 재활용이 가능해지고 발사비용은 5분의 1로 줄였죠.-2030년이면 ‘저궤도 인공위성 통신’ 서비스가 본격화할 겁니다. 저궤도 인공위성 통신은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로봇, 무인 UAM, 자율주행차의 시대를 현실화할 거고요. -한국의 우주산업은 아직 군사용에 치중해있는데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부지런히 한 단계씩 밟아나가며 준비해야 합니다.*이 기사는 1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2-12-17
    • 좋아요
    • 코멘트
  • 소비 왜 이래? 경기침체 우려에 뉴욕증시 급락[딥다이브]

    혹시 지금 오고 있는 게 산타(랠리)가 아니라 경기침체인가요?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일제히 급락했습니다. 다우지수 -2.25%, S&P500지수 -2.49%, 나스닥 지수 -3.23%. 이날 증시에 충격을 준 건 소매판매 지표였는데요. 11월 미국 소매판매가 전월보다 0.6%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올해 들어서 최대 감소폭이자, 시장 전망치(-0.3%)를 밑도는 건데요. 물가가 계속 오르고, 대출금리도 뛰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겁니다. “대부분 가계가 높은 이자율, 주택시장 침체, 계속되는 인플레이션, 경기침체의 가능성으로 어려워질 미래를 계획하면서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것”(컨설팅회사 컨슈머그로스파트너의 크레이그 존슨 회장)이죠.소비자들이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으로 인한 위기를 느끼기 시작한 셈인데요. 문제는 연준이 긴축의 강도를 더 높이고 있다는 점이죠. 전날 FOMC는 정책금리를 0.5%포인트 올리면서 내년 최종금리가 5.1%까지 오를 거라 예상했는데요. ‘연준이 물가 잡으려다가 경기 다 망치겠네’라는 불안감이 시장에서 점점더 커지는 겁니다. 참고로 이날처럼 나스닥지수의 하루 변동폭이 2% 이상이었던 거래일은 올 한해 84일이나 된다는데요.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83일)보다 시장이 더 출렁거린 겁니다. 2002년(=IT 버블 붕괴) 이후 20년 만에 최대이고요. 여러모로 올해 증시가 기록적이었다는 뜻. 전반적으로 뉴욕증시가 우울한 날이지만, 이날 아주 심하게 롤러코스터를 탄 종목도 있습니다. 바로 랑방(Lanvin, 티커 LANV)인데요. 칵테일 드레스로 유명한 프랑스 패션 브랜드로 대표되는 랑방그룹이 15일 뉴욕증권거래소에 10억 달러의 가치로 데뷔했습니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을 통한 우회상장입니다. 랑방은 2015년 중국의 포선 인터내셔널에 인수됐는데요. ‘중국 본토(상하이)에 본사를 둔 유일한 글로벌 럭셔리 그룹’이라고 합니다. 그동안은 경쟁업체와 비교해 시장점유율이 떨어지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이직도 잦아서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는데요. 이번 상장을 계기로 온오프라인에서 본격적인 확장에 나설 계획입니다. 특히 명품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는 중국 본토에서 공격적인 성장을 준비 중. 홍콩 언론에 따르면 랑방은 이번 상장을 앞두고 현대백화점 패션 계열사인 한섬과 메리츠증권 사모펀드의 투자도 받았습니다. 랑방의 주가는 이날 거래 시작 직후 130% 급등하며 한때 22.81달러까지 치솟았는데요. 이후 다시 극적으로 주가가 역전되면서 결국 시초가보다 25.6% 하락한 7.37달러로 마감했습니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시각이 엇갈렸다는 뜻이죠. 소매판매 부진과 금리인상에 대한 걱정이 고조되는 지금이 패션기업 상장에 그리 좋은 타이밍은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By. 딥다이브*이 기사는 1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2-12-16
    • 좋아요
    • 코멘트
  • 애플의 중국 사랑, 쉽사리 깨지지 않을 이유[딥다이브]

    ‘애플이 ‘탈 중국’에 속도 낸다.’ 정저우 폭스콘 공장이 코로나 봉쇄 여파로 대혼란에 빠지면서 이런 분석이 많이 나왔습니다. 애플이 인도와 베트남으로 생산라인을 더 많이 옮겨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데요. 그런데 애플과 중국, 그 관계가 보통 깊은 게 아닙니다. 그렇게 쉽게 결별하고 딴 나라에 공장 차리면 그만인 사이가 아니라는 거죠. 애플은 어쩌다가 중국과 그렇게 끈끈한 사이로 엮인 걸까요. 애플은 ‘탈 중국’을 진짜로 할 수 있을까요. 애플과 중국, 그리고 팀 쿡 CEO 이야기를 들여다 봅니다.경제뉴스, 필요한 건 알겠는데 찾아보려니 너무 많고 어렵다고요? ‘딥다이브’는 글로벌 경제뉴스 중 핵심을 추려 생생하게 전달합니다.딥다이브 뉴스레터 구독 링크는 대혼란 난장판 폭스콘 공장10월엔 노동자들이 공장을 집단 탈출해 텅 빈 고속도로를 걸어 집으로 돌아가더니, 11월엔 수당 불만으로 시위를 벌인 노동자들이 경찰과 충돌해 유리창을 박살냈습니다. 아이폰 세계 최대 생산기지 폭스콘 정저우 공장의 혼란상, 익히 기사로 봐서 알고 계실 텐데요. 이로 인해 애플 아이폰 출하물량이 11~12월 900만대나 줄어들 거란 전망(모건스탠리)까지 나옵니다. 4분기 예상 생산량에서 10% 넘게 차질이 생긴 겁니다. 최근 나온 소식은 중국 정부가 방역정책을 완화한 게 폭스콘 때문이라는 것. 궈타이밍 폭스콘 창업자가 한달 전 중국 관료에 ‘엄격한 방역이 세계 공급망 속 중국 지위를 위협할 거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면서 중국 정부 태도가 바뀌었다는 건데요. 그만큼 폭스콘과 애플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남다르단 뜻이겠죠. 하긴 폭스콘 정저우 공장의 임직원만 30만 명에 달하고, 인근 협력업체까지 다 합치면 직간접적으로 창출한 일자리가 100만 개가 넘을 거라고 합니다(중국 인민일보 보도 기준). 애플은 이번 사태로 화들짝 놀랐나 봅니다. 중국 말고 다른 나라, 특히 인도와 베트남으로의 생산시설 이전을 더 서두르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하죠. 언뜻 보면 아이폰 조립 공정은 노동집약적 산업이니, 중국보다 임금이 싼 인도∙베트남으로 가는 게 맞는 방향이긴 한데요. 잠깐. 여기서 우리가 들여다 봐야할 게 있습니다. 왜 애플은 그동안 제조를 중국에 그렇게까지 의존해 왔을까요. 중국이 값 싼 노동력을 가진 세계의 공장이라서? 글쎄요. 정말 그렇게 단순한 이유일까요? 캘리포니아와 중국의 공생 관계‘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Assembled in China’아이폰을 사면 상자 뒷면에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고 합니다. 이걸 보면 어떤 제조 과정이 떠오르시나요. 우주선 모양으로 유명한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 본사에서 미국 디자이너들이 설계한 차세대 아이폰 도면을 공유폴더에 딱 올려주기만 하면, 폭스콘 정저우 공장에서 빼곡히 앉아 일하는 수십 만명의 저임금 중국 노동자들이 그걸 보고 마치 로봇처럼 조립을 시작하는 모습을 상상하시나요. ‘Assembled in China’라는 문구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작업이 포함됩니다. ‘아이폰은 캘리포니아에서 설계되고 중국에서 만들어지던 제품에서 양국이 함께 만드는 제품으로 바뀌었다’(뉴욕타임스)는 말이 나올 정도이죠. 예를 들어 애플의 신제품소개(NPI) 작업은 중국에서 이뤄집니다. NPI란 도면이나 프로토타입으로만 존재하는 제품을 실제로 제조할 수 있도록 상세한 계획을 만들어내는 건데요. 이걸 하려면 수천 개의 부품 공급업체가 집약돼 있는 생태계가 필요합니다. 딱 맞는 최적의 부품을 찾아내려면, 다양한 부품을 바로바로 공급 받아야 하니까요. 하루에도 여러 번 부품을 들고 왔다갔다 할 정도의 가까운 거리가 필요하죠. 인도에서 NPI를 하기 위해 중국 부품업체 부품을 항공기로 받는다? 이런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왜냐면 아이폰은 매년 신상품을 출시해야 하니까요! 아이패드와 아이맥도 꾸준히 업데이트 해야 하고요. ‘애플은 엔진을 교체하면서 비행기를 계속 비행해야 한다’는 게 월스트리트저널의 설명입니다. 신제품 출시 시기를 맞추려면 단 몇시간도 허투루 쓸 수가 없죠. 방대한 부품업체 생태계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인도나 베트남에서 부품업체를 구하면 되지 않느냐고요? 그게 쉽지 않다는 걸 알려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애플은 2013년 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서 ‘맥 프로’ 컴퓨터를 생산을 시작했는데요. ‘애플이 미국에서 만드는 유일한 제품’이란 상징성이 컸죠. 그런데 맥 프로 생산은 초기에 몇 달이나 지연됐습니다. 이유 중 하나는 나사가 부족해서였습니다. 당시 미국엔 작은 나사를 그렇게 대량으로 생산해낼 공장이 없었던 겁니다. 결국 애플은 부랴부랴 중국에 나사를 주문해서 들여오느라 시간을 허비했죠. 중국 밖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한다면 (심지어 그게 미국이라 해도) 이런 문제들에 직면할 걸 각오해야 할 겁니다. 단지 부품업체 수가 많다 적다, 또는 가격이 싸다 비싸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더 큰 문제는 기술입니다. ‘나사 같은 부품 만드는 데 무슨 대단한 기술이 필요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론 그렇지가 않습니다. 팀 쿡 애플 CEO는 여러 차례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제조하는 건 비용이 아닌 기술 때문”이라고 밝혔는데요. 그의 설명은 이렇습니다.“애플 제품엔 정말 고급 ‘툴링(제품별 최적의 가공조건을 구성해주는 것)’이 필요하고, 툴링 기술은 중국이 매우 뛰어납니다. 미국에서 툴링 엔지니어 회의를 한다면, (엔지니어 수가 적어서) 그 자리를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중국에서 한다면 축구장 여러 개를 채우겠죠.”(2017년 포춘 글로벌 포럼)‘중국 노동자 기술력이 미국보다 우수하다’는 식의 이런 발언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울 순 있는데요. 적어도 애플이 필요로 하는 제조 기술에 있어서는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 텍사스 오스틴 공장을 가동했을 때 애플은 가전제조사가 아닌 코스트코 할인매장 등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신규 직원으로 채용해야 했다는데요. 매뉴얼을 무시하고 부품나사를 반대로 끼우는 등 엉망이어서 초기 결함률이 엄청 높았다고 합니다. 현재 애플의 공식 공급업체 190개 중 160개가 중국 내륙에서 부품을 생산한다는 데요. 그 배경에 바로 이런 중국의 숙련된 노동력이 있습니다. 지금도 인도에서 아이폰을 조립하는 공장이 있지만, 부품은 중국에서 가져오고 있죠. 참고로 전체 아이폰에서 중국산 부품이 차지하는 부가가치가 얼마나 커졌는지에 대한 연구가 있는데요(2019년 싱위칭 도쿄국립정책연구대학원 교수). 10여 년 전에는 중국산이 3.6%만 차지했지만 이제 25% 넘게 중국산으로 채워졌다고 합니다. 3년 가까이 이어진 코로나 팬데믹은 아이러니하게도 애플의 중국 의존도를 더 심화시켰습니다. 미국 엔지니어들이 예전처럼 중국으로 출장을 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애플은 중국에 출장가면 격리기간에도 하루에 1000달러(약 130만원) 봉급을 주겠다고 했지만, 엔지니어들이 안 가겠다고 했다는데요. 결국 애플은 선전과 상하이에 더 많은 중국 엔지니어를 고용해 캘리포니아에서 맡아 해온 디자인과 설계 업무 일부를 맡겼다고 합니다. 주로 미국에서 교육 받은 고임금 근로자들이죠. 결국 중국이 없으면 애플은 아이폰을 조립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사실상 신제품 개발도 못하게 될 판인데요. 물론 애플의 지난 20년 동안의 성취에 중국이 큰 역할을 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지나친 중국 의존이 애플의 발목을 잡을 거란 얘기가 나온 지 이미 몇 년 됐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패트릭 맥기 샌프란시스코 특파원의 표현을 빌리자면 “모든 영웅에겐 아킬레스건이 있고, 애플의 아킬레스건은 ‘중국 집중’임이 분명합니다”. 아킬레스건이 된 중국 집중, 대안은?애플의 ‘친 중국’ 행보엔 팀 쿡 CEO가 있습니다. IBM과 컴팩을 거쳐 1998년 애플에 합류한 그의 역할은 한마디로 ‘공급망 전문가’였습니다. 거의 망해가던 애플의 조달∙제조∙유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티브 잡스가 그를 영입했죠. 많은 이들은 애플하면 잡스와 조너선 아이브(전 디자인최고책임자)의 천재적인 디자인과 화려한 마케팅부터 떠올리겠지만, 애플이 지금처럼 돈 잘 버는 거대기업으로 성장한 건 사실 쿡 덕분이라 하겠습니다. 그는 폭스콘에 애플의 제조를 대량 아웃소싱하는 동시에 ‘올인원’식 공급망을 구축했습니다. 덕분에 재고는 확 줄이고 효율을 높였죠. 그 강력한 공급망 덕분에 애플은 다양한 제품과 액세서리를 출시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서 나오는 말, ‘스티브 잡스는 애플과 아이폰을 만들었고 팀 쿡은 그것을 현금으로 만들었다’. 팀 쿡의 또다른 능력은 외교적 기술입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던 시절, 미중 무역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애플은 시험대에 놓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중국 조립 아이폰에 15% 관세를 놓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인데요. ‘미중 무역 전쟁에 애플 등 터지게 생겼다’면서 애플 주가가 출렁이기도 했죠. 하지만 팀 쿡은 트럼프와의 돈독한 관계를 이용해 설득에 나섰고, 결국 아이폰 관세 부과 철회를 얻어냈습니다. 애플은 아무 타격도 입지 않았죠. 물론 팀 쿡의 친중국 행보를 둘러싼 미국 내 비판도 만만찮습니다. 그가 중국 공산당에 지나치게 저자세라며 못마땅해하는 건데요. 예컨대 지난달 애플은 아이폰 사용자끼리 인터넷 연결 없이도 파일을 공유하는 ‘에어드롭’ 시간을 10분으로 제한하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중국에서만 발표했습니다. 이를 두고 제로코로나 반대 시위대의 조직화를 막으려는 중국 정부에 협력한 거란 비판이 나왔죠(이후 다른 나라로 업데이트 확대 중). 월스트리트저널 칼럼은 ‘애플은 집(미국)에선 대담하게 목소리를 내면서, 베이징의 억압에 대해선 침묵한다’고 꼬집기도. 이런 비판에 아랑곳할 팀 쿡은 아니겠지만, 애플의 중국 사랑이 흔들릴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요인들이 잇따라 생겨나고 있습니다. 앞에서 얘기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그로 인한 정저우 공장의 난리법석이 그 중 하나이고요. 미국 정부의 중국 견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점도 걸림돌입니다(애플은 중국 국영 반도체 기업인 YMTC 낸드 구매 계획을 보류). 또 아주 무시무시한 시나리오도 있죠. 바로 중국의 대만 침공. 만약 미국과 중국이 대만을 놓고 다투게 된다면 애플은 그 사이에 끼어 잃을 게 가장 많은 기업일 겁니다. 그럼 지금이라도 얼른 인도와 베트남으로? 애플이 그렇게 방향을 틀고는 있지만 인도와 베트남 모두 현실적으로 중국을 대체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일단 베트남은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인구가 고작 1억 명(?)으로 중국의 10분의 1도 안 되니까요. “베트남은 6만 명의 제조공장은 만들 수 있어도 정저우처럼 수십만 명에 달하는 공장은 어렵다”(단 판즈카 전 폭스콘 임원)는 군요. 인도는 인력은 풍부하지만 중국처럼 일사분란한 정부 차원 지원이 어렵다는 게 문제입니다. 지방정부마다 규제가 제각각이고, 관료주의가 심해서 기업이 이를 헤쳐나가기가 만만찮다는데요. 전문가들은 아마도 애플의 중국과의 결별이 아주 천천히 진행될 거라고 봅니다. BOA의 애플 분석가 웜시 모한은 “애플의 중국 정부와의 긴밀한 관계를 감안할 때 지난 몇 년 동안 잘 해왔듯이 미중 간의 흐름을 계속 탐색할 것”이라고 봤고요.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애플이 중국 생산여력의 10%를 다른 국가로 이전하는 작업에 약 8년이 걸릴 걸로 내다봤습니다. 애플 전문가로 유명한 궈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장기 목표는 인도에서 아이폰 생산비중을 40~45%까지 늘리는 것”이라고 했지만 그게 언제인지 시기는 밝히지 못했죠. ‘탈 중국’엔 시간뿐 아니라 상당한 비용이 듭니다. 무려 43%나 되는 애플의 마진율(매출 대비 총이익 비율)이 상당히 줄어드는 비효율을 각오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에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애플은 이를 감당할 만큼 충분히 크다. 문제는 투자자들도 그럴까?”라고 언급하는데요. 20년 동안 참 좋았던 애플과 중국의 관계, 이제 이쯤에서 정리할 수 있으려나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애플은 지금처럼 승승장구할 수 있을까요. 자고로 세상 쓸데없는 게 애플 걱정이라는데,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의 행보를 둘러싼 관심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 By.딥다이브애플과 중국 관계에 대한 이야기, 도움 되셨나요? 제조업 강국이 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하면서 어려운 일인지를 알 수 있는 이야기인데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지난 20년 간 애플의 성장 배경엔 중국이 있었습니다. 아이폰은 사실상 캘리포이나와 중국이 함께 만드는 제품이 되었습니다.-비용, 규모, 인프라 면에서 중국 공급망은 애플에 최적화돼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애플이 높이 평가하는 건 중국의 제조 기술력이죠. -그런데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기라도 한다면? 리스크가 커지면서 이제 인도와 베트남이 중국의 대안으로 거론됩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데요. 애플의 ‘탈중국’엔 시간과 비용 모두 상당히 들 겁니다.*이 기사는 1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2-12-14
    • 좋아요
    • 코멘트
  • 산타랠리 오나요? 김칫국 마신 뉴욕증시[딥다이브]

    벌써 이렇게 올라버려도 괜찮은 걸까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13일)와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13~14일)을 앞둔 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다우지수 +1.58%, S&P500지수 +1.43%, 나스닥지수 +1.26%. 올 한해를 돌아보면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되는 날, 미국 증시가 요동친 적이 많았죠. 지난 달 발표일(11월 10일)엔 나스닥이 무려 7.35%나 뛰기도 했는데요. 이번에도 그럴 거란 기대감에 시장이 하루 일찍 반응한 겁니다. 일단 이코노미스트들은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7.3%로 전월(7.8%)보다 낮아질 걸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이미 정점에 도달했다는 신호를 강하게 주게 될 거란 전망인데요. 증시가 워낙 CPI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실제 수치가 예측치보다 0.2~0.3%포인트만 높거나 낮게 나와도 뉴욕증시가 요동칠 걸로 보입니다.JP모건 트레이딩 데스크는 아예 11월 CPI에 따라 S&P500지수가 얼마나 오르고 내릴지 예측치까지 발표했습니다. 마치 월드컵 승부 예측처럼 말이죠. 이에 따르면 만약 CPI 상승률이 6.9% 이하로 낮게 나온다면 S&P500은 최대 8~10% 급등할 거라고 합니다! 다만 그런 대박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5%에 불과. 반면 CPI 상승률이 7.8% 이상으로 높다면? S&P500지수가 4.5~5% 하락할 거란 예측입니다(이 역시 가능성은 5%). 11월 CPI 수치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내년 연준의 통화정책을 가늠할 잣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12월에 FOMC가 정책금리를 0.5%포인트 올리고, 내년 2월과 3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올릴 거란 전망이 우세하죠. 그리고 금리 인하는 2023년엔 어렵고 2024년에나 시작될 거란 전망이 대부분인데요. 만약 11월 CPI 상승률이 예상치를 밑돈다면 시장에선 연준이 더 빨리, 2023년 후반에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수 있다고 기대하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시장은 환호하고 그야말로 산타랠리를 즐길 수도 있죠. 하지만 아직은 파티를 즐기기엔 이르다는 경고가 적지 않습니다. “내일 CPI 발표에서 실망감이 있을 수 있고, 수요일 FOMC 결정 전에 연준의 매파를 더 강화할 수 있습니다.”(스위스쿼트뱅크 이펙 오즈카데스카야 수석분석가) “사람들은 연착륙에 대한 잘못된 안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연준이 곧 금리인하에 나서진 않을 겁니다.”(브랜디와인글로벌의 존 맥클레인 매니저) By. 딥다이브*이 기사는 1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2-12-13
    • 좋아요
    • 코멘트
  • 플라잉카? 에어택시? 확실한 미래, UAM 곧 뜬다[딥다이브]

    ‘2025년엔 ‘하늘을 나는 택시’를 타고 인천공항에서 잠실까지 25분 만에 간다.’정부가 9월 이러한 내용의 한국형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계획을 밝혔는데요. 어떠신가요? ‘와, 너무 좋겠다’ 싶으신가요? 아니면 ‘그게 되겠어’ 또는 ‘그거 잘못하면 떨어지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부터 드시나요? 그런데 그게 되긴 될 겁니다. 물론 정확히 2025년일지는 모르겠지만요. 왜 그런지, 또 UAM이 우리 삶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이재광 NH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을 만났습니다. ‘미래 모빌리티 UAM에 투자하라’라는 책을 통해 UAM산업을 샅샅이 분석해준 전문가입니다.경제뉴스, 필요한 건 알겠는데 찾아보려니 너무 많고 어렵다고요? ‘딥다이브’는 글로벌 경제뉴스 중 핵심을 추려 생생하게 전달합니다.딥다이브 뉴스레터 구독 링크는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07551플라잉카 말고 에어택시!-UAM이라고 하죠. 도심 항공 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 아직도 무슨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오는 얘기로 아직도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사실은 곧 다가올 미래다라는 얘기를 드리려고 연구원님을 모셨습니다. 우선 UAM 개념부터 알려주시죠.“새로운 산업이고 앞으로도 많이 바뀔 거기 때문에 부르는 이름도 바뀌고 있는데요. UAM으로 많이들 알려져 있는데, 최근엔 업계에선 AAM으로 많이 불러요. ‘어드밴스 에어 모빌리티(Advanced Air Mobility)’의 약자입니다. 선진항공 모빌리티, 또는 미래항공 모빌리티라고 번역할 수 있습니다.UAV∙UAM∙RAM, 세 가지가 AAM에 속합니다. UAV(Unmanned Aerial Vehicle, 무인항공기)는 우리가 잘 아는 ‘드론 배송’입니다. 사람이 아닌 작은 화물을 이동해주는 거고요.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은 사람이 타고 이동하는 건데, 거리가 약 50㎞ 이내 도시 안에서 이용하고요. RAM은 리저널 에어 모빌리티(Resional Air Mobility)의 약자인데요. UAM과 거의 똑같지만 거리가 50㎞ 이상, 즉 도시 경계를 넘어서는 도시 간 이동을 할 때 쓰는 겁니다.” -그동안 ‘플라잉카’라는 말을 많이 썼는데요. 연구원님 책을 보니까 플라잉카보다는 에어택시가 차라리 더 맞는 말이라고 설명하셨더라고요. “플라잉카라고 하면 ‘하늘을 나는 자동차’, 즉 마치 지금 우리가 자가용을 이용하듯이 그걸 구매해서 우리 집 주차장에서 타고 날아서 회사를 가는 걸로 오해할 수 있는데요.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위험해요. 안전 문제가 때문에 좀 통제가 필요하고요. 그래서 허가 받은 사업자가 이걸 운항하고, 일반인은 그걸 이용하는 거죠. 우리가 지금 항공기를 타듯이. 지금은 에어택시가 더 맞다고 봅니다.” -AAM이 이용하는 항공기가 eVTOL(이비톨)이잖아요. 전기식 수직 이착륙기요. 저는 그게 헬리콥터처럼 생긴 건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진 않더라고요.“이 항공기를 정의 내리는 데도 의견이 분분했어요. 이걸 비행기로 봐야 할지, 헬리콥터로 볼지, 감항당국이 뭘로 분류해서 기준을 잡고 인증을 해줄지가 문제였는데요. 최근에 드디어 미국에서 이걸 정의했습니다. 결론은 우리가 흔히 아는 날개 달린 비행기 같은 ‘고정익’도 아니고, 날개가 없는 헬리콥터 ‘회전익’도 아니다. 이건 스페셜 클래스라고 정의를 했고요. 어려운 말로는 ‘파워 리프트’라고 하는데요. 쉽게 말씀드리자면 ‘신개념 항공기’ 이렇게 생각하시면 되겠어요. eVTOL은 ‘일렉트릭 버티컬 테이크 오프 랜딩(electric vertical take-off and landing)’의 약자인데요. 전기식 수직 이착륙기를 의미합니다. 전기로 추진이 되고요. 일반 비행기는 활주로를 통해 하늘로 올라가고 내려오는데, 이건 헬리콥터처럼 수직이착륙이 가능합니다. 대신 날개도 달려 있고요.” UAM 상용화는 2024년 파리? 2025년 미국?-이게 수직으로 뜨고 내리지만 아무 고층빌딩 위에서 날아갈 수 있는 건 아니고, 인프라가 필요하다고요. “지금도 헬리콥터가 아무 데나 뜨고 내리진 않죠. 요건이 맞는 곳에만 헬리포트가 있고,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요. eVTOL은 헬리콥터보다 난이도가 더 높은 이유가 충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충전시설도 같이 있어야 해요. 또 헬리포트는 딱 한 대만 뜨고 내리면 되지만, eVTOL은 여러 명이 이용하려면 사이즈가 좀 커야 돼요. 뜨고 내리는 데도 있어야 되고, 대기하는 곳도 있어야 하고, 충전도 해야 되고. 그러니까 건물 옥상에 많이 짓기는 사실 쉽지 않죠. 돈도 많이 들고요. 그래서 그런 인프라도 준비를 해야 합니다.”-일부 국가에서는 빠르면 2024년이면 실제로 UAM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던데요. 그렇게 빨리 될 수 있나요? “상용화의 정의를 뭘로 내리느냐에 따라 다른데요. 만약 항공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에서 인증을 받고 승객이 최소 네 명 이상 탈 수 있는 항공기가 서비스하는 걸 상용화로 정의한다면 현재 가장 빠른 건 미국이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보다 기준을 낮춰서 조종사 한 명이 승객 한 명을 태우는 걸 상용화로 정의하면 2024년 파리올림픽 때 파리에서 볼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이용료가 너무 비싸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택시가 훨씬 더 싸지 않을까요. “목표 가격으로 말씀드리면 UAM으로 인천공항에서 잠실까지 오는데 편도로 10만~15만원 정도일 거에요. 현재 일반 택시로 잠실에서 인천공항 가는데 6만~8만원인데 대신 시간은 보장 못하죠. 막힐 수도 있고요. 사실 우리나라는 택시요금이 싼 편인데요. 미국의 경우엔 UAM 초기 이용료가 우버 블랙, 즉 고급형 우버 수준일 겁니다.” -저는 UAM이 바로 자율비행으로 가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처음엔 조종사가 조종을 해야 하는 거죠? 자율비행은 좀 더 걸리는 거죠.“만약 처음부터 그렇게 나오면 저는 안 탈 겁니다. 기술적으로 안 되는 건 아니에요. 지금도 할 수 있어요. 한 대는 할 수 있는데 이게 허가가 절대 안 날 겁니다. 위험하기 때문에요. 그래서 자율비행은 길게 봐야 하고요. 처음엔 당연히 조종사가 있는 방법으로 갈 거고 점차 확대되겠죠. 기술도 더 발전하고, 데이터를 쌓고, 더 중요한 건 사람들이 믿음이 있어야 하죠. 이게 안전하겠다는 신뢰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언제 되느냐고 물으시면 저도 몰라요. 다만 막연하긴 하지만 업계 로드맵을 봤을 때는 2040년 이후엔 자율비행이 좀 되지 않을까라고 봐요. 실제로 아예 바로 자율비행을 노리는 회사들도 있어요. 보잉이 하는 위스크(Wisk Aero)는 아예 조종사가 있는 모델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게 언제 허가 받을지는 그들도 말을 못합니다. 알 수가 없기 때문이죠.”UAM으로 주거문제, 환경문제 해결?-연구원님은 자율주행차보다는 자율비행 UAM이 더 빨리 올 거라고 보셨더라고요.“자율주행차는 정말 어려울 것 같아요. 왜냐. 하늘은 통제가 되어있지만 지상은 통제가 안 되잖아요. 예를 들어 ‘자율주행을 위해 오늘부터 사람이 운전하면 안 됩니다’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건 어려워요. 누구는 직접 운전하고, 누구는 자율 주행을 하면 난이도가 높아지죠. 반면 하늘은 통제될 거기 때문에 자율비행 기술을 접목시키기가 더 용이하고요. 지금도 항공은 오토 파일럿이라고 하는 자동비행이 엄청나게 많이 발전돼 있어요. 그런 게 처음에는 적용될 거고요. 그 다음엔 조종사가 타지 않고 지상에서 컨트롤 할 겁니다. 처음에는 한 명이 한 대를 컨트롤하다가, 두 대를 컨트롤 한다면 이건 인건비가 반으로 줄어드는 거죠. 이후 세 대, 네 대로 늘다가 그마저도 컴퓨터가 다 하는 게 자율 비행이라고 할 수 있겠죠.” -연구원님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게 ‘UAM이 상용화되면 주거 환경이 바뀔 것이다. 굳이 도시에 모여서 살지 않을 것이다. 여행도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실제 UAM이 삶을 매우 많이 바꿀 거란 예측을 하셨더라고요.“우리 삶은 이동 수단, 즉 모빌리티에 따라 엄청나게 많은 변화가 생깁니다. 자동차가 없던 시절엔 사람이 하루에 움직일 수 있는 거리가 한정돼 있잖아요. 당시 서울은 사대문 안이었죠. 그 뒤 철도와 자동차가 발전하자 사람이 하루에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확 넓어지면서 지금의 서울이 된 거고요. 그런데 여기에 만약 UAM이 대중화하면 훨씬 더 넓어질 겁니다. 주거 선택지를 넓히는 거죠. 도심이 좋은 사람은 도심에 살고, 한적한 데 살고 싶으면 그런 선택을 해도 이동에 문제가 없게요. 어떤 사람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살 거고요. 그럼 많은 문제도 해결되지 않을까요. 집값 문제나 환경문제도요. 그게 제 바람 섞인 전망입니다.” -eVTOL은 전기를 이용하니까 충전하고 뜨고 내리고 할 때는 환경오염이 별로 없다고 봐야 겠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만든다면 당연히 탄소 배출은 거의 없고요. 조용하고요. 그래서 환경 친화적인 미래의 모빌리티이죠. 또 멀리 보면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한 항공기도 분명히 이용할 겁니다. 수소는 에너지 밀도가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거의 200배 정도 높아서 같은 에너지로 멀리 갈 수 있어요. 하지만 수소의 운송과 보관 인프라가 아직 없기 때문에 그 문제가 해결돼야 하고요. 당장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이용해서도 한 50㎞까지는 어렵지 않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정도는 됩니다.”-투자자들은 eVTOL 제작사들에 관심이 많을 텐데요. 책에서 여러 곳을 소개하셨더라고요. 그 중 특히 앞서가고 있고 유망하다고 눈여겨보시는 데가 있으신가요?“다 뛰어나지만 대부분이 인정하는 걸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미국의 조비 에비에이션(Joby Aviation)과 베타 테크놀로지(Beta Technologies), 두 회사가 가장 가시성 있게 빨리 가고 있어요. 빨리 간다는 기준을 뭘로 잡느냐에 따라 다르긴 한데요. 미국은 미 연방 항공청(FAA)과 NASA가 지원하면서 같이 개발하고 있고요. 미 공군은 어질리티 프라임(Agility Prime)이라는 걸 만들어서 군용으로 쓸 수 있는 걸 개발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는데요. 거기 참여하는 주요 업체가 그 두 회사입니다.그래서 진도를 많이 나가 있고 아마 제일 먼저 나올 가능성이 큰 회사들이고요. 또 이런 걸 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한데요. 두 회사 다 돈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우리나라 기업들도 투자한 회사들이 있잖아요. 한화시스템이나 현대차가 다 UAM을 하고 있는데요. 그런 기업도 전망이 괜찮나요?“다행히 우리나라도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여러 주체들이 많이 뛰어들고 있는데요. 그 중 한화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적극적입니다. 한화는 미국의 오버에어라는 회사와 같이 하는데요. 현재까지 돈은 한화그룹(한화시스템과 한화 에어로스페이스)이 대고, 오버에어는 기술이 있습니다. 오버에어는 카렘에어크래프트라는 업계에서 유명한 회사가 민간용을 하기 위해 따로 스핀오프를 한 회사인데요. 그 기술을 그대로 이용해서 지금 eVTOL을 개발하고 있고요. 아마 올해 말 시제기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초도 비행하고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겠죠. 현대차그룹은 슈퍼널이란 회사를 미국에 만들었습니다. 실리콘밸리쪽에 인력이 많기 때문에 거기서 개발을 시작했고요. 구체적으로 어떤 기체로 갈 지는 아직 공개되진 않았고요. 조금 앞서가는 업체들을 보면서 가겠다는 전략인 것 같아요. 둘다 잘 되길 바라고, 아마 잘 될 겁니다.”-자동차 산업도 초창기엔 엄청나게 많은 스타트업이 생겼다가 그 뒤에 통합되면서 큰 기업만 남았잖아요. UAM 항공기 시장도 그렇게 될까요?“지금 의미 있게 진짜 개발하고 있는 업체들은 한 30개 정도인데요. 그게 끝까지 다가긴 어려울 거예요. 돈 문제도 있고요. 기술 개발도 쉽지 않고요. 궁극적으로 저는 항공기와 자동차 산업의 중간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항공기는 보잉과 에어버스, 두 업체가 거의 독과점이거든요. 자동차는 내연기관차 기준으로 볼 때 약 10개의 플레이어로 줄어들었고요. 이것의 중간 정도, 한 5~7개 기업이 나중에 남아있지 않을까 합니다. 아마 지역별로 나눠질 겁니다. 어느 정도 기술이 있는 국가는 자기네 나라에 (UAM 항공기 기업을) 갖고 싶어할 거기 때문입니다. 이게 군용과 다 연결 되거든요. 그 중에 우리나라 회사가 있기를 바랍니다.”-요즘 들어 UAM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걸 체감하시나요?“관심이라고 하면 다소 상반되는데요. 요새 주가가 말해주는 걸로는 ‘이건 안 된다’는 느낌이에요. 요즘엔 먼 미래를 보는 회사들의 주가가 많이 좋지 않죠. 그런데 이렇게 언론을 보면 확실히 점점 더 관심이 많아지고 있고요.실제로는 이 산업이 잘 진행되고 있어요. 주가만 보시면 ‘주가 반토막 났다. 이거 사기다’ 이렇게 볼 수 있는데, 아닙니다. 규제 문제가 얼마 전에 틀을 잡았고요. 틀이 잡혔기 때문에 개발도 좀 더 쉽게 할 수 있고요. 그렇게 미국은 가고 있고, 유럽도 비슷하게 가고요. 우리나라는 선두 국가는 아니라서 그들을 따라가는 입장인데요. 정부가 관심을 많이 갖고 지원도 많이 해주고 있어서 잘 될 수 있을 겁니다.” -여기에 우리나라가 너무 뒤쳐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만약에 어떤 나라든 어떤 도시든 UAM을 다른 곳보다 먼저 상용화를 잘 하는 곳이 있다면, 가만히 앉아서 GDP(국내총생산)가 한 2-3% 올라갈 거라고 봅니다. 이동에서 나오는 손실만 줄여도 그 정도 경제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겁니다. 생산성도 훨씬 높아질 거고요. 우리가 측정할 수 없는 행복도 역시 충분히 올라갈 겁니다. “ -일단 정부와 기업 모두 관심 가지고 차근차근 해나가니까 다행인 거로군요. “다만 조심해야 하는 것은 너무 혁신의 속도에 집착해서 안전을 포기하면 절대 안 됩니다. 사실 1년 늦어져도 그게 중요한 건 아니거든요. 속도에 집착하다가 만약 큰 사고가 나게 되면 산업 자체가 위험할 수 있어요. 이미 선례가 있어요, 항공 산업이라는. 그걸 반면교사 삼아서 가는 거고요. 100년 전만 해도 사실 이렇게 비행기가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자주 이용하잖아요. 그런 방향으로 간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구독자분들에게 한 말씀을 해 주시면. “투자 관점이든 지적 호기심이든, 진로 같은 여러 측면에서도 AAM 혹은 UAM은 참 좋은 주제입니다. 처음엔 좀 어려울 수 있는데 재미있고요. 잘 보면 좋은 투자기회도 분명히 있을 거고요. 그 시점을 말해달라고 하면 저도 몰라요. 그걸 알면 제가 엄청 부자가 됐겠죠. 그래도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언제가 될지는 정확히 특정 지을 순 없지만 분명 될 거라는 건 확신합니다. 제가 죽기 전에는 분명히 나올 겁니다.꾸준히 관심 가지시면 좋은 투자 기회, 꼭 주식이 아니어도 예를 들면 부동산 투자 기회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많이 관심 가져주십시오.” By.딥다이브UAM 이야기 어떠셨나요? 저는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살 수 있다는 얘기에 솔깃했는데요.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미래라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인터뷰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에어택시’ 도심항공모빌리티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상용화는 2025년 미국에서 시작될 겁니다.-UAM은 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켜 줍니다. 환경 문제와 주거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죠. 자율비행까지 된다면 요금은 더 저렴해집니다.-항공기 제작사 중 앞서가는 곳은 미국의 조비와 베타입니다. 한국에서도 한화와 현대차 그룹이 이 사업에 뛰어들었죠. UAM 상용화를 위해 차근차근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이 기사는 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 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2-12-10
    • 좋아요
    • 코멘트
  • “MS의 블리자드 인수 안돼”…소송 나선 미 경쟁당국[딥다이브]

    오랜만에 미국 증시에 초록불이 들어왔습니다. 8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모두 상승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 +0.55%, S&P500 +0.75%, 나스닥 +1.13%. 미국 고용시장이 식어가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자 주식투자자들이 반색한 건데요.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167만건으로 지난 2월 이후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그만큼 실직자들이 일자리 찾기가 전보다 어려워졌다는 뜻이죠. 전반적으로 고용시장은 여전히 괜찮은 수준이지만, 그 열기가 식어가는 중. 그렇다면 연준이 좀 유연하게 나오지 않겠냐는 기대를 투자자들은 하고 있는 겁니다. 다음주 미 연준의 FOMC 결과가 나올 때까진 이렇게 지표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게 되겠군요.이날은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막기 위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는 뉴스가 눈에 띕니다. 앞서 올 1월 MS는 블리자드를 687억 달러(약 90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죠. 게임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M&A였는데요. 계획대로라면 내년 6월에 합병이 마무리될 예정이었습니다. FTC는 “MS가 선도적인 독립 게임 스튜디오를 장악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게임시장의 경쟁을 해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소송 제기 이유를 밝혔습니다. MS는 게임콘솔 엑스박스를 판매하죠.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과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인데요. ‘콜 오브 듀티’와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같은 인기 게임을 보유한 블리자드를 인수해 이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에 서려 했습니다. 하지만 FTC는 MS가 “경쟁콘솔(소니 플레이스테이션)에서 블리자드 게임 품질을 저하시키거나 액세스 조건을 바꿀 수 있어서 소비자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봤죠. 여기서 잠깐. 빅테크의 수직적인 인수합병은 반독점적일까요? 전통적인 독점금지법은 경쟁업체끼리의 수평적인 합병에 초점을 맞춥니다. 시장 집중도를 높여서 소비자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 같은 진보적 인사들은 이제 빅테크가 공급업체나 파트너 기업을 인수해 통합하는 수직적 합병에 주목하고 있죠. 사실 이런 인수합병은 소비자 가격을 반드시 끌어올리는 건 아니고, 오히려 떨어뜨릴 수도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선 효율성이 높아지니까요. 하지만 경쟁을 제한해서 빅테크가 더 커지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FTC가 소송을 제기하기 하루 전인 7일 MS는 일본 닌텐도에 앞으로 10년 동안 콜오브듀티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소니 플레이테이션에도 10년 계약을 제안했다고도 밝혔고요(소니와는 아직 계약 진행은 안 함). 소송에 대비해서 ‘독점? 경쟁 제한? 그런 건 없다’고 보여준 거죠. 현재까지 나온 전문가 의견을 봐도 이번 소송 건은 FTC엔 그리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한편 이날 액티비전 블리자드 주가는 1.54% 하락, MS 주가는 1.24% 상승했습니다. By. 딥다이브*이 기사는 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 2022-12-09
    • 좋아요
    • 코멘트
  • 내년 증시 ‘상저하고’라는데…투자는 지금? 기다렸다가? [딥다이브]

    연말이 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온통 내년에 쏠려있습니다. 암울했던 2022년이지나가고 2023년엔 좀 달라질 거란 생각 때문인데요. 내년 글로벌 증시 전망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얘기가 이거죠, 상저하고(上低下高).혹시 지금은 별로지만 앞으로 나아질 거란 막연한 기대 때문에 상저하고라고 하는 걸까요? 그건 아닙니다. 도대체 왜 상저하고란 전망이 나오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투자에 참고할 수 있겠지요. 또 만약 내년 1분기가 정말 ‘바닥’이라면 증시에 진입하는 시점은 언제가 좋을까요. 내년 3월까지 기다릴까요? 아니면 지금 바로 들어가야 하나요. 그걸 얘기해주실 분을 만났습니다. 문남중 대신증권 글로벌 전략 수석연구위원입니다.경제뉴스, 필요한 건 알겠는데 찾아보려니 너무 많고 어렵다고요? ‘딥다이브’는 글로벌 경제뉴스 중 핵심을 추려 생생하게 전달합니다.딥다이브 뉴스레터 구독 링크는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07551‘3 피크아웃’ 달성하는 내년 1분기가 저점-내년 증시 전망은 대부분 기관이 ‘상저하고(上低下高)’라고 보더라고요. 아무래도 미 연준이 내년 1분기쯤에 금리 인상을 멈출 거라고 보기 때문이겠죠?“저도 내년 글로벌 증시의 전반적인 흐름은 상저하고를 예상합니다. 제가 중요하게 보는 세가지 (주가 상승의) 선결 조건이 있는데요. 첫 번째가 물가의 피크아웃, 두 번째가 연준 통화긴축의 피크아웃, 세 번째가 시장 금리의 피크아웃입니다.올해 6월부터 물가는 피크 아웃하고 있고요, 내년 3월 정도가 되면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할 가능성이 크고요. 시장금리는 정책금리보다 앞서서 움직이기 때문에 빠르면 올해 4분기, 늦어도 내년 2월 이전엔 피크아웃을 달성하겠죠.그래서 저는 내년 1분기가 연간으로 놓고 보면 세 가지 모두 피크아웃을 달성하면서, 가장 (주가의) 저점이 형성되는 구간으로 보고요. 이를 확인하면 2분기엔 추세 전환, 그리고 3분기와 4분기엔 완만하게 올라가는 흐름을 예상합니다. 다만 내년에도 염두에 둬야 되는 변수들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이 경기 침체에 진입하느냐인데요. 미국이 경기 침체에 진입한다면 미국 증시의 저점이 내년에 나타나기 어렵습니다.만약 경기 침체에 빠지면 2024년 1분기가 돼야 미국 증시의 저점이 형성될 수 있는데요. 그렇게 보는 이유는 과거 미국이 경기 침체에 진입했을 때 증시가 저점을 형성하는데 걸리는 기간이 12개월입니다. 만약 내년 3, 4분기에 미국이 경기침체에 들어간다면 미국 증시의 저점은 2024년에나 나타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저는 경기 침체에 들어가지 않기를 바라고요.내년도 S&P500의 예상 저점 역시 두 가지 경로로 생각해야 합니다. 우선 금리인상기(경기침체 없음)엔 저점을 3512포인트로 예상합니다. 과거 미 연준이 정책금리를 크게 올렸던 1979년 8월~1981년 5월에 S&P500의 12개월 선행 PER(주가 수익 비율)이 고점에서 26.8% 떨어졌거든요. 그걸 적용하면 3512포인트로 나오죠. 만약 내년에 미국이 경기 침체에 들어가면 예상저점은 훨씬 낮은 2611포인트로 산출됩니다. 과거 미국 경기침체 구간 중 가장 많이 떨어졌던 때의 PER 하락분 45.5%를 적용했습니다.내년도 예상 고점은 4089포인트로 전망합니다. 과거 미국 연준의 정책금리가 4.5% 이상되는 구간의 PER 평균(17.6배)을 내년 예상 주당순이익(EPS)에 곱해준 겁니다.”-올해도 주가가 이미 엄청 빠졌다고 생각했는데, 경기 침체가 오면 충격이 훨씬 더 커질 수 있는 거군요. 2600은 너무 암울하네요. 제발 그렇게는 안 됐으면 싶은데요. “사실 미국이 경기 침체에 들어갔을 때 S&P500 지수가 평균적으로 하락하는 수준은 -25% 전후입니다. 그런데 올해 미국 증시의 연간 수익률을 보면 지금이 -25% 전후이거든요. 경기 침체가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S&P500지수 흐름은 경기 침체를 이미 반영했다고 볼 수 있죠.그런데 내년에 실질적으로 경기 침체가 현실화한다면 더 떨어질 수 있는 거죠. 그래서 2600선 정도까지도 열어놓아야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실제 거기까지 갈지는 어느 누구도 사실 모릅니다. 만약 미국이 경기 침체에 들어간다고 하면, S&P500지수 기준으로 3200선 이하는 주가가 상당히 싼 구간이기 때문에 미국 증시에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봅니다.”신흥국 증시에 관심 가질 이유-내년 전망 보고서에서 ‘그레이트 컨버전스’라는 단어가 눈에 쏙 들어오던데요. 그게신흥국 GDP와 선진국 GDP거 비슷해지는, 달리 말하자면 신흥국 GDP 성장률이 선진국보다 훨씬 높은 현상인데요. 왜 그렇게 전망하시나요? 그럼 신흥국에 투자할 기회인가요?“내년 1분기 이전까지 놓고 보면 선진국에 투자하는 게 맞지만, 내년 2분기부터는 신흥국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하겠습니다. 그동안 연준의 고강도 통화긴축으로 신흥국 통화가치가 상당히 떨어졌고, 그로 인해 물가 부담이 높아져서 신흥국 성장이 제약됐습니다. 그런데 연준이 내년 3월 금리 인상을 중단하면 신흥국 통화가치가 절상되기 시작하고 물가도 낮아질 수 있죠. 외국인 자금유출 압력도 줄어들고요. 따라서 내년 2분기부터는 신흥국을 우선적으로 봐야 합니다.그레이트 컨버전스, 선진국과 신흥국의 성장 격차가 줄어든다는 얘기를 드리고 있습니다. 2000년대에 브릭스(BRICs ,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가 등장하면서 수출 중심의 경제 급성장이 나타나서 그레이트 컨버전스가 크게 확장됐지만 2010년대엔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로 그레이트 컨버전스가 정체됐죠. 2020년엔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었고요.앞으로는 이 그레이트 컨버전스가 좀 확장되는 기조로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동안 신흥국 성장에 고물가∙고금리∙강달러라는 제약이 많았지만, 이 환경이 내년엔 바뀌니까요.” -투자 의견을 보니까 신흥국 중에서는 중국∙한국∙아세안을 선호하신다고 밝히셨더라고요. 사실 중국은 올해 너무 안 좋았는데, 내년엔 반전이 있을까요? 한국은 왜 괜찮다고 보셨나요? “일단 내년도 선진국 우선순위는 미국-일본-유럽 순입니다. 신흥국은 분기별로 좀 구분을 해야 하는데요. 1, 2분기엔 중국을 우선시해서 봐야 하고요. 2, 3분기엔 대만과 한국 같은 반도체 국가가 부각될 거고요. 3, 4분기엔 아세안과 인도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내년도 중국 증시는 양회가 있는 3월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중국 증시가 상승으로 돌아서려면 ‘칭링(淸零) 정책’ ,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하는데요. 그 변화가 내년 양회를 기점으로 나타날 거라 보고, 시장이 기대하는 가시적인 경기 부양책도 그때 나타날 걸로 생각합니다.현 시점으로 칭링 정책 완화를 기대하는 의견도 있는데요. 내년 연초엔 새해 연휴와 춘절 연휴가 있는데다 겨울철은 감염병이 확산되기 때문에 당분간 선별적인 통제 기조는 계속 유지할 겁니다. 중국 증시는 내년 1분기에 저점을 형성하고, 2분기엔 칭링정책 변화로 인해 상승한 뒤 3분기엔 모멘텀 부재로 하락 수 있고요. 4분기엔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가 예정돼있기 때문에 2024년도 경제 향방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반등할 수 있다고 봅니다.내년에도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 관련한 강경 정책을 고수할 겁니다. 중국은 이에 대응해 5G, 신재생 에너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전략산업을 육성할 거라서, 이에 관심 가져야 합니다. 만약 중국에 투자한다면 소비와 클린 기술, ESG 관련 상품에 관심을 높여야 겠고요.한국 증시는 내년 2, 3분기에 부각될 수 있다고 보는데요. 사실 아주 좋다고 얘기하긴 어려워요. 수출 둔화 폭이 내년에도 커질 수 있고요. 금리 인상으로 인해 설비 투자도 회복이 어려운 환경입니다.내년도 코스피 지수는 상저하고로 보는데요. 1분기 저점이 형성될 거고요. 2분기로넘어가면서 통화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외환시장이 안정되면 상승으로 전환하는 모습이 나타날 거고요. 3분기엔 실적 기대치가 높아질 수 있고, 4분기엔 2024년도 경기 안정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수 있어서요. 내년 2분기부터 완만하게 상승하는 흐름으로 예측합니다. 코스피 지수 하단은 2050포인트, 상단은 2640포인트로 저희(대신증권)가 제시하고 있습니다.내년도 국내 증시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업황을 공부하시면 좋겠습니다. 내년 2, 3분기에 반도체 사이클이 돌아설 수 있어서 인데요. 내년 전체적으로 보면 IT 제품에 대한 수요가 그렇게 좋진 않아요. 달리 말하자면, 반도체 수요가 올해보다 나아질 기미는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중요한 건 올해 연말 기준으로 반도체 기업의 재고 축적이 가장 많이 누적된 상황인데요. 내년이 되면 반도체 기업의 공급 조절로 인해 (재고가) 올해보다 좀 나아질 수 있습니다. 반도체 가격 추이를 보자면 내년 3분기 이후가 좀 올라갈 시점인데요. 주가는 보통 1, 2분기 먼저 움직이기 때문에 2분기부터는 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와 함께 국내 증시 역시 상승으로 갈 걸로 예상합니다.” 배터리∙반도체∙전기차∙바이오에 주목-반도체 경기가 확 좋아지고 반도체 가격이 뛰어서가 아니라, 지금 너무 나쁜데 더 나빠지지 않는다는 신호만 와도 증시는 먼저 움직일 수 있는 거군요! 그리고 올해는 성장주들이 거의 다 크게 떨어졌잖아요. 워낙 금리가 높다보니 실적을 수치로 보여줄 수 있는 기업이 아니면 주가 면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해였는데요. 내년은 좀 달라질까요? 다시 성장주에 기회가 올까요?“앞에서 신흥국을 내년 2분기부터 관심 있게 봐야 한다고 얘기드렸는데, 그와 동일합니다. 성장주 역시 내년 2분기부터 가치주 대비 상대적으로 아웃퍼폼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결국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미국 소비자물가(CPI)와 정책금리의 스프레드가 역전(정책금리가 CPI상승률보다 높아짐)될 거란 기대감이 높아지는 시점이 내년 2분기여서요. 할인율 축소에 따른 주가상승 기대가 높아지는 이 시점에 성장주가 부각될 수 있습니다.미국 소비자 물가도 10월에 7%대로 진입했는데요. 물가가 시장이 예상하는 범위 내에서 움직여준다고 하면 사실 가치주보다는 성장주가 먼저 움직였던 게 매번 확인했던 부분입니다. 올해 성장주가 부진했던 바탕엔 고물가∙고금리∙강달러가 있었는데, 내년 2분기엔 물가는 이미 인하됐고, 시장금리도 내려가기 시작하겠죠. 달러 강세도 완만하게 약세로 돌아설 여지가 있고요.성장주, 특히 빅테크 기업을 보면 해외 매출 비중이 50%를 넘어가는 기업이 많습니다. 달러 강세는 해외 매출을 축소시키는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실적에 그리 좋지 않죠. 내년 2분기에 달러가 약세로 돌아선다면 빅테크의 실적이 좋아지는 변수가 될 수 있는 겁니다.그래서 내년 2분기 이후부터는 성장주를 우선시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드리고요. 올해 중간선거에서 바이든의 민주당이 선전했는데요. 결국 바이든이 했던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될 동력을 확보했다는 의미이거든요. 올해 반도체 및 과학법,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바이오 이니셔티브 관련된 법안들이 있었는데요. 결국 배터리∙반도체∙전기차∙바이오 이런 산업이 내년에도 계속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겁니다.저는 내년 미국 증시가 올해보다 나아질 거라고 보는데요. 성장주가 부각된다면 단연코 배터리∙반도체∙전기차∙바이오가 미국 증시를 주도할 걸로 생각합니다.” -산업 트렌드는 올해와 비슷하게 쭉 이어지는 거군요. 그럼 어찌 보자면 지금처럼 별로 증시가 좋지 않을 때 미리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겠네요.“투자하려고 하면 많은 논리를 가지고 접근하시겠지만, 막상 실제 주문을 하려다 보면 가격을 보시게 될 거예요. 그런데 불확실성이 클 때가 가장 낮은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시점이거든요. 거기에 해당되는 게 올해 4분기라고 생각합니다.내년 2분기 이후 돌아설 성장주에 투자할 생각인 경우에 내년 2분기까지 기다리면 지금보다 더 높은 가격에 사셔야 해요. 인내하면서 기다릴 수 있는 투자자라면 사실 올해 4분기가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구간이 되기 때문에 지금이 좋은 투자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죠.주식을 매수할 땐 올라가는 시점이 아니라 떨어지는 시점에서 사는 게 좋죠. 그런데 이게 쉽지 않습니다. 머릿속으로는 공감을 하시겠지만 막상 실행을 하려고 하면 그게 잘 안 되거든요. 그런데 잘 안 되더라도 염두에 두고 실행하셔야 투자수익률을 조금 더 높일 수 있습니다.“-위원님 저서 ‘미국 주식으로 살아남기’를 보면 ‘인내심을 가지고 공부하면서 명하게 장기 투자를 하자’라는 메시지가 인상적이었는데요. 투자를 고민하는 저희 구독자들에게도 조언을 한마디 해주신다면. “국내 주식 투자를 하던 분들 입장에선 해외투자를 하려고 하면 망설여지는 부분이있어요. 익숙하지가 않거든요. 국내 기업은 내가 일상에서 경험해왔고, 잘 알기 때문에 굳이 재무제표를 살펴보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어떤 걸 구입하는지를 보고 ‘아 저 기업 앞으로 계속 좋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하실 수도 있습니다. 해외기업은 그게 어렵죠.하지만 위기가 찾아온 이후 기간을 뒤돌아서 생각해보면, 항상 기회는 국내 투자가 아닌 해외 투자 특히 미국에 투자했을 때 나타났습니다. 2008년 미국 경제에 큰 위기가 찾아왔을 때 미국 정부는 디지털 산업 육성 정책에 집중했고요. 이후 미국 경제가 빠르게 위기를 극복하면서 증시도 빠르게 상승했죠. 코로나19를 놓고 봐도 가장 먼저 경제가 빠르게 회복한 국가는 단연코 미국입니다. 코로나 백신을 가장 먼저 연구 개발해서 보급한 나라가 미국 기업이죠.결국 위기가 닥칠 때마다 가장 빠르게 헤쳐나간 국가가 미국이고, 새로운 산업에 과감하게 투자를 하는 용기를 가진 기업들도 미국 말고는 없다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국내 투자보다는 해외 투자, 특히 미국 중심의 투자로 저변을 넓히시라고 얘기드립니다.“ By.딥다이브내년 글로벌 증시 전망을 정리하시는 시간이 되셨을까요? 물론 예측은 언제나 빗나갈 수 있고 투자는 어디까지나 자기 책임으로 하는 거지만, 전문 기관들이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지를 알아두시면 판단에 도움되실 겁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내년 글로벌 증시 흐름은 ‘상저하고’가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내년 3월에 미 연준이 금리인상을 멈추면 주가 상승의 선결조건이 다 갖춰지기 때문이죠. 단,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지지 않는 경우에 한해. -2분기 이후엔 신흥국에 관심 가질 만합니다. 한국은? 반도체 가격이 턴어라운드하기 전, 2분기부터 주목하세요. -내년은 다시 성장주의 시간이 돌아옵니다. 주목할 업종은 미국의 정책 수혜주. 배터리, 전기차, 반도체, 바이오가 미국 증시를 주도할 겁니다.*이 기사는 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 2022-12-07
    • 좋아요
    • 코멘트
  • 물가 잡기 쉽지 않겠네…긴축 공포 커진 뉴욕증시[딥다이브]

    지난주 파월 미 연준 의장 발언에 환호했던 그 시장은 어디로 간 걸까요.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긴축 공포’가 되살아나면서 가라앉았습니다. 다우지수는 -1.40%, S&P500지수는 -1.79%, 나스닥 지수는 -1.93%로 마감했죠. 예상보다 미국 경제가 너무 견조한 것이 문제입니다. 이날 공급관리연구소(ISM)가 발표한 11월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6.5로 전달(54.4)보다 높았는데요. 미국의 서비스업 경기가 여전히 확장되고 있다는 뜻이지요. 그만큼 인플레이션을 잡기가 쉽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그럼 연준은? 금리 인상 강도를 더 높이는 수밖에?! “매우 강한 PMI는 경제가 과열되고 있고 연준이 긴축을 강화할 거라는 걸 의미합니다. 소비의 회복탄력성은 예상보다 강렬했습니다. 억눌린 수요가 너무 많아서 기업들은 여전히 주문 잔고를 채워야 하기 때문에 높은 금리가 소비 지출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습니다.”(FHN파이낸셜 윌 컴퍼놀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켓워치 인터뷰)마침 월스트리트저널이 경제가 예상보다 강하다며 “일부 연준 위원들이 2월에 또다시 0.5%포인트 금리 인상을 시도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긴축 불안감을 부추겼는데요. 그러니까 원래는 앞으로 연준이 ‘12월 0.5%p, 2월 0.25%p, 3월 0.25%p’ 인상을 할 거라고 예측해왔는데, 12월뿐 아니라 내년 2월에도 0.5%포인트를 올릴 수 있다는 겁니다. 이건 마치 ‘산타랠리? 꿈 깨!’라며 찬물을 끼얹는 듯한 분석이군요. 이날 테슬라 주가는 6.37% 하락했습니다. 로이터가 ‘수요 감소로 인해 테슬라가 12월 상하이 공장의 모델Y 생산량을 20% 줄일 것’이라고 보도한 여파였습니다. 테슬라는 이 보도를 부인했고요. 테슬라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현지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죠. 이 때문에 10월엔 가격 인하에 나서는가 하면, 안 하던 TV 광고까지 시작하며 마케팅 공세를 펼쳤는데요. 그 덕분인지 테슬라는 11월 중국에서 출하량 10만대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록이 오래 이어지진 못할 거라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JL워런캐피탈LLC의 리준헝 CEO는 “추가 프로모션 없이는 테슬라의 중국 내수 시장 신규 주문이 12월엔 2만5000개로 정상화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수출 물량까지 더해도 상하이 공장 생산능력(월 약 8만5000대)을 다 채우지 못할 거란 얘기입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6일 발행하는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 2022-12-06
    • 좋아요
    • 코멘트
  • 청소로봇∙서빙로봇, 그 다음은? ‘넥스트 버블’ 로봇을 말하다 [딥다이브]

    ‘이제 플랫폼 버블은 끝났다. 새로운 버블은 제조업, 아마 로봇이 될 것이다.’얼마 전에 들은 이야기입니다. 어때요, 동의하시나요? ‘글쎄. 로봇? 너무 먼 얘기 아닌가’라고 하실 분이 많을 수도 있겠는데요. 배달 로봇 100대가 다닌다는 네이버 신사옥 1784나 물류로봇 52만대가 누비는 아마존 물류창고를 떠올리면 생각보다 로봇은 이미 우리 삶에 들어와 있습니다.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도 최근엔 로봇산업을 하나의 섹터로 구분해서 분석하기 시작했는데요. 미래에셋증권에서 로봇산업 분석을 맡고 있는 우재혁 애널리스트를 만나 글로벌 로봇산업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막연했던 로봇산업에 대해 정리하는 기회가 될 겁니다.경제뉴스, 필요한 건 알겠는데 찾아보려니 너무 많고 어렵다고요? ‘딥다이브’는 글로벌 경제뉴스 중 핵심을 추려 생생하게 전달합니다.딥다이브 뉴스레터 구독 링크는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07551‘제조업 부흥’ 시대, 로봇이 뜬다-‘로봇’이라고 하면 보통은 사람처럼 생겨서 걸어다니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떠올리게 됩니다. 애널리스트님이 보시는 로봇산업은 그보다 더 큰 범주일 텐데요. 로봇산업은 어떤 건가요?“크게 로봇을 두 분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용 로봇. 산업용 로봇에는 산업용 로봇 팔이나 수직 다관절 로봇이 있는데요.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화낙(일본), ABB(스위스), 쿠카(독일)가 있고요. 한국에는 로보스타, 휴림로봇, 삼익THK 같은 회사들이 있는데, 이런 회사들은 전통이 오래됐죠. 테슬라의 옵티머스나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스팟, 이런 쪽은 서비스 로봇으로 분류됩니다. 바로 이 시장이 점차 커질 거라고 판단해서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산업용 로봇 얘기부터 하자면, 미국을 포함한 각국이 제조업 부흥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 산업용 로봇 시장의 성장 원동력이 된다고요?“대표적으로 미국이 아시다시피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발표하고 자국 내 생산 설비를 유치하는 리쇼어링(생산시설 국내 유치) 정책을 추진 중이죠. 이렇게 다른 나라에 외주를 맡겼던 생산 설비를 미국으로 유치하려면 산업용 로봇 설치가 필수 불가결이라고 봅니다.”-미국은 인건비도 너무 비싸고 노동력이 부족하기 때문에요?“로봇을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가 생산성 증가와 인건비 감소입니다. 또 정교한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 특성상 반도체 장비의 웨이퍼 핸들링 쪽에서는 로봇을 쓰는 게 정말 당연하게 됐죠. 그렇기 때문에 기업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로봇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습니다.”-산업용 로봇은 지금은 중국에 집중돼 있더라고요. 산업적으로는 자동차쪽에 많고요. 앞으론 어떤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해 나갈까요?“현재 산업용 로봇 중 50% 이상이 중국에서 설치되고 있는데요. 앞으로는 대부분 국가가 제조설비를 자국 내에 유치하면서 이런 기조에 변화가 있을 겁니다. 이미 산업용 로봇 수요는 자동차 산업뿐 아니라 전기전자, IT, 디스플레이 영역 쪽에서 점차 증가하고 있는데요. 앞으로는 새로운 산업, 예를 들어 전기차 배터리나 태양광 쪽에 산업용 로봇 수요가 늘어날 걸로 봅니다.”-산업용 로봇 쪽에서 강한 기업으로는 아까 말씀하신 화낙, ABB, 쿠카 같은 곳이 있죠. 새로운 기업이 뚫기는 어려운 영역인가요?“산업용 로봇의 대표적인 기업들은 일본∙스위스∙독일 같이 공작기계나 전통 기계 산업이 강한 국가에 있습니다. 그리고 화낙, ABB, 쿠카, 야스카와, 미쓰비시 같은 회사들의 시장 점유율이 70% 가까이 되고요. 그래서 이쪽에 진입하기엔 장벽이 매우 높습니다.” 물류 로봇이 지금 가장 핫한 이유-그에 비하면 서비스 로봇 쪽은 아직 우리나라를 포함한 새로운 기업들에게 열려 있는 시장이 아닐까 싶은데요. 애널리스트님 보고서를 보니까 서비스 로봇 중에서도 물류 로봇이 유망하다고 보셨더라고요. 왜 그런가요?“물류 로봇의 성장이 가팔라질 걸로 보는 건 가장 빠르게 효율을 검증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물류라고 하면 짐을 나르는 일, 분류하는 일, 택배차량에서 하역하는 일 등 여러 작업이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저는 물류를 운반하는 쪽에서 로봇의 성장이 빨라질 걸로 봅니다.”-창고에서 물건을 나르는 로봇인가요?“네. 현재 가장 많이 알려진 물류 로봇은 아마존이 2012년도에 인수한 키바시스템즈가 만든 무인운반차(AGV)입니다. 이 로봇이 물건이 담겨 있는 랙(선반)을 사람에게 운반해주면 사람은 그걸 집어서 포장 업무만 하면 되는데요. 그런 게 대표적인 물류 로봇입니다.”-그럼 물류 창고에서 사람이 일일이 수레나 카트 같은 걸 끌고 다닐 필요가 없게 되는군요.“그렇기 때문에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고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죠. 물류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으니까 효율성도 증가하고요.”-그런데 물류 로봇 중에서도 무인운반차(AGV)와 자율주행 로봇(AMR)이 또 다르더라고요?“무인운반차는 바닥에 설치한 QR 코드나 선을 따라서 움직이고요. 새롭게 나오는 ARM, 자율주행 로봇은 조금 다른 형태이죠. 자율주행 로봇은 라이더나 카메라 센서가 부착되어 있어서 앞에 있는 사람이나 장애물을 인식하고 회피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훨씬 진화된 형태군요. 자율주행 로봇은 기술력이 뛰어난 곳이 어디인가요? 얼마나 상용화가 되고 있나요?“이 분야는 아직까지 절대 강자라고 할 상장사는 없습니다. 비상장 쪽에서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긱플러스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중국 회사인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점유율이 12%로 추정되고 있어요.”-중국이 AI나 자율주행 기술이 앞서 있어서 중국회사가 잘 하나요?“중국은 로봇을 사용할 때 판매하는 쪽에도 보조금을 주고, 사용하는 쪽도 보조금을 받기 때문에 빠르게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정부가 보조금을 준다고요?“네. 로봇을 전략 산업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죠. 중국은 2015년도에 ‘중국 제조 2025’라는 정책을 발표했고요. 그 뒤 2016년에 쿠카라는 독일 산업용 로봇 기업을 인수하면서 로봇 산업에 빠르게 진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그렇군요. 우리나라에도 물류 로봇을 개발하는 곳이 있나요?“한국에서도 다양한 업체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류 로봇의 베이스 기술이라 할 수 있는 게 자율주행인데요. 한국 상장 업체 중 물류 쪽에 뛰어든 회사들이 유진 로봇, 레인보우 로보틱스가 있고요. 비상장사 중엔 트위니라는 기업도 있습니다. 물류 시장이 로봇이 빠르게 공략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보고, 그쪽에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진출을 하는 거죠.” 로봇청소기는 기술의 집합체-요즘 식당에 가보면 음식을 가져다주는 서빙 로봇들도 보이더라고요. 물류 외의 다른 서비스 로봇 중엔 어느 쪽이 성장할까요.“물류 로봇과 서빙로봇, 또 로봇청소기로 불리는 청소로봇도 베이스 기술은 다 같습니다. 자율주행 기술 기반이죠. 따라서 자율주행 기술이 있다면 다른 영역으로 진출하려고 할 땐 그쪽의 데이터만 있으면 되거든요. 그래서 이런 데이터를 쌓기 위해 기업들이 실증 사업에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로봇은 사람(노동력)이 없는 분야에 빠르게 진출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코로나로 인해 서빙할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서빙 로봇이 그 자리에 들어간 거고요. 물류는 힘이 많이 드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쪽으로 로봇 기업들이 진출하는 현상이 나오는 겁니다.”-로봇 산업 발전엔 기술 개발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회적으로 어디에서 로봇을 필요로 하는가가 중요한 거네요. “로봇이 우리 삶에 들어오게 된 지가 정말 얼마 안 됐거든요. 산업용 로봇은 1970년대에 급격히 성장하긴 했지만, 로봇이 공장이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 보이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로봇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그게 해소되고 로봇이 주는 거부감이 줄어들었을 때, 그때 더욱 우리 삶에 빠르게 들어올 걸로 봅니다.”-로봇 청소기의 경우 저는 중국산을 쓰고 있는데요. 중국이 상당히 잘하는 분야라고 하더라고요. 청소 로봇은 앞으로 더 성장할 산업일까요? “청소 로봇의 대표적인 강자는 아이로봇이란 미국 업체입니다. 이어서 에코백스와 로보락, 이 두 기업이 중국 업체이고요. 이들 세 회사를 합치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50~60%를 점유하고 있습니다.아이로봇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청소기 시장에서 청소로봇이 차지하는 비중이 16%인데요. 지금은 청소로봇이 집 안을 한 번 돌고 나서 나머지 잘 안 된 부분을 사람이 무선 청소기로 청소하는 생활상을 보이는데요. 앞으로 청소 로봇이 좀 더 똑똑해지고, 청소를 빈틈 없이 한다면 16%를 넘어서 30~50%까지도 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더 똑똑해지면 진짜 빈틈 없이 싹 청소할 수 있겠네요.“그렇죠. 다만 가격이 비싸더라고요. 사실 로봇 청소기가 제가 생각하기엔 기술의 집합체이거든요. 카메라 센서는 물론, 라이더가 달려 있는 경우도 있고요. 많은 기술이 들어간 개인 서비스 로봇인데요. 이 성장이 크게는 아니더라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걸로 봅니다.”-로봇에 대한 관심이 좀 커진 계기가 테슬라의 옵티머스 공개일 텐데요. 아직 몇 년 남긴 했지만 옵티머스를 2만 달러에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죠. 로봇 산업을 담당하는 입장에서 옵티머스를 어떻게 보세요?“테슬라 옵티머스로 인해서 정말 많은 관심이 로봇 산업에 꽂히게 됐는데요. 로봇을 인간 삶에 빠르게 도입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하는 일론 머스크를 저는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 덕분에 로봇 산업이 한 번 더 다시 조명을 받게 됐고, 더욱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을 만한 이벤트였고요.옵티머스는 로봇을 공개하겠다라고 말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공개했다는 점에서 정말 놀라웠던 것 같습니다. 테슬라는 전기차로 알려진 회사이지만 이제 로봇 쪽으로도 전환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고요. 로봇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진다는 점에서 테슬라의 앞으로 행보가 더 기대됩니다.”-로봇이 이미 생활에 많이 들어와있고, 앞으로 발전할 미래 산업이라는 건 알겠는데요. 지금은 고금리이고, 성장주 주가가 꺾이는 시점이잖아요. 로봇 같은 성장 산업은 연구개발비도 많이 들고, 투자비도 많이 들 텐데요. 과연 투자 대상으로서 유망할까요?“전 세계를 봤을 때 로봇 업체들은 이제 겨울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가장 눈여겨봤던 쪽이 미국의 로봇 산업인데요. 미국의 비상장 로봇 기업들은 지금 인력을 감축하는 추세입니다. 아마존이 1만 명을 감축한다고 했는데, 스타트업들은 절반 넘게 감축하면서 겨울을 준비하는 태세이죠.그런데 한국 로봇 기업들은 지금도 적극 인재를 채용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유는 기초체력이 튼튼하기 때문인데요. 한국 로봇 산업을 보면 1990년대에 상장된 기업들이 많고요. 그 기업들은 IMF와 금융위기, 코로나 시기도 버텼죠. 그리고 지속적으로 인재 채용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로봇 산업은 아직 괜찮고, 향후 성장을 위해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인 1로봇’ 시대가 온다-국내 로봇 기업 주가가 출렁거리는 건 보통 삼성전자가 로봇기업 M&A에 나설 거란 기대감이 높을 때인데요. 그런 가능성은 어떻게 보세요?“삼성∙LG∙현대 같은 한국의 제조업 기반 대기업들은 과거에 산업용 로봇시장에 진출을 했었습니다. 삼성에는 삼성테크윈이 있었고, LG도 로보스타라는 산업용 로봇 회사에 지분 투자했고, 현대중공업이나 두산도 그렇고요. 산업용 로봇을 담당하는 자회사나 부서가 있었는데요. 이제 그런 걸 다른 기업에 많이 넘겼죠.이제 삼성에서 어떤 로봇을 할 거냐를 보자면, CES에서 선보이는 그런 서비스 로봇일 겁니다. LG도 현재 선보이는 ‘클로이’ 로봇이 서비스 쪽이죠. 방역이나 서빙 같은. 삼성이 M&A를 할지 안 할지는 저는 잘 모르지만, 삼성전자가 추구하는 방향성은 ‘1인 1로봇’이라는 서비스 로봇 쪽을 겨냥한다고 보면 됩니다.”-1인 1 로봇이요? 그러면 다 자기 로봇이 있게 되는 건가요? 스마트폰처럼?“삼성뿐만 아니라 아마존도 그렇고, 소위 말하는 빅테크 기업들은 그쪽을 준비하는 단계로 보시면 됩니다. 사실 이쪽에서 정말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회사는 아마존입니다. 우리가 한국에선 아직 접하지 못해서 잘 모르지만, 아스트로라는 개인 서비스 로봇이 나왔죠. 캔음료를 배달하거나, 반려로봇 수준으로 집안을 돌아다니고 사람을 쫓아다니기도 하고요. 화상으로 다른 사람을 볼 수도 있는, 그런 로봇이 이미 미국엔 나왔거든요.”-아마존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그런 제품을 내놓고 경쟁하는 시대가 오겠네요.“아직은 1인자라고 할 만한 기업은 없지만, 앞으로 이 시장에서 경쟁하지 않을까라고 봅니다.”-엄청 비싸진 않나요?“999달러입니다. 현재 환율로 한 135만원.”-스마트폰 가격과 별 차이가 없네요. 살 만 하려나요.“다만 이건 스마트폰처럼 밖으로 가지고 다닐 수는 없다는 차이가 있죠.”-딥다이브 구독자들에게 로봇 산업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정리 말씀을 해주신다면. “로봇산업을 투자 관점으로 보는 분들도 있고, 우리 삶에 어떻게 들어올지 기대하는 분들도 많을텐데요. 좀더 로봇 산업에 많이 관심을 가져 주시고 로봇과 관련한 문화 서비스를 체험하는 분이 많아진다면 로봇 산업은 더 빠르게 성장할 거라고 봅니다.” By.딥다이브 글로벌 로봇산업의 흐름을 정리하는 기회가 되셨나요? 저에겐 새로운 세계라서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이었는데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로봇산업은 크게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과 새롭게 뜨는 서비스용 로봇이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이 주목하는 건 바로 서비스용 로봇이죠.-서비스 로봇 중에서도 바로 돈이 될 만한 건 물류로봇입니다. 지금까지는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무인운반차’가 주류였지만, 알아서 움직이는 자율주행 로봇으로 기술이 발전해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1인 1로봇’을 추구하고 있고, 이 분야의 경쟁이 치열해질 겁니다. 이미 아마존은 가정용 로봇 ‘아스트로’를 출시하며 앞서가고 있고요. *이 기사는 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 2022-12-03
    • 좋아요
    • 코멘트
  • 제조업 심상찮네…경기침체 걱정 커진 미국증시[딥다이브]

    역시 방심은 금물입니다. 1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는 -0.56%, S&P500지수는 -0.09%로 하락한 반면 나스닥지수는 0.13% 상승했죠. 전날의 폭등세를 이어가지 못한 채 주춤했습니다. 이날은 긍정과 부정의 신호가 엇갈렸습니다. 10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에너지와 식료품 제외)이 5.0%로 전달(5.2%)보다 낮아졌다는 건 시장에 좋은 뉴스였죠. 인플레이션 압력이 조금이나마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전날 시장을 열광케했던 파월 의장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을 뒷받침해주는 소식이기도 합니다. 근원 PCE는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로도 알려져 있죠.하지만 이날 발표된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PMI가 49.0을 기록해 전달(50.2)보다 하락한 건데요. PMI는 50을 기준선으로 그 아래는 ‘제조업 경기 위축’, 그 위는 ‘경기 확장’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미국 제조업이 경기 위축 국면에 들어섰다는 뜻입니다. 이건 2020년 5월(43.5) 이후 처음이라는군요. 다시 말하자면 팬데믹 봉쇄가 한창이던 2년 6개월 전처럼 경기가 가라앉고 있다는 뜻. 이에 시장에선 ‘이러다가 진짜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겠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를 끌어내린 겁니다. 그만큼 시장이 민감하고 불안정합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이렇게 올려놨고 앞으로 더 올릴 텐데, 과연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큰 겁니다. 주요 기관들의 내년 증시 전망을 봐도 이런 시각이 엿보이는데요. JP모건체이스는 1일 “금융여건이 계속 긴축되고 통화정책이 제한적으로 바뀌면서 펀더멘탈은 악화될 거다. 2023년 상반기 S&P500지수가 올해의 저점을 재시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그 얘기는 지수가 지금보다 12% 정도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인데요. 그나마 다행인 건 내년 하반기엔 증시가 회복해 2023년 말엔 S&P500지수가 4200선으로 올라설 거라고 본다는 점이죠. “지속적인 증시 랠리를 위한 거시경제 여건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UBS글로벌웰스매니지먼트 마크 해펠 CIO)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블랙록 인베트스먼트 인스티튜트 대표인 장 부아뱅의 FT 기고문 내용을 참고할 만합니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이렇게 조언하는군요. “2023년엔 시장 정서가 긍정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10년 동안 이어질 강세장의 서곡이 될 거라 기대하진 마세요. 투자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경제적 손실이 시장가격에 얼마나 반영되는지를 평가하는 겁니다. 주식의 가치는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손실을 아직 반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은 ‘비중 축소’의 시기입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일 발행하는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2-12-02
    • 좋아요
    • 코멘트
  • 디즈니 CEO가 돌아왔는데 왜 잡스가 소환될까? 밥 아이거 이야기[딥다이브]

    디즈니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밥 아이거가 CEO로 다시 돌아왔다는 뉴스 보셨죠. 그 후 일주일 동안 ‘도대체 뭔 일이 있었길래 CEO가 교체됐나’라며 뒷이야기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보다 더 궁금한 건 이겁니다. ‘그래서 아이거가 앞으로 뭘 할 건데?’ 일단 28일(현지시간) 밥 아이거는 디즈니 직원들과의 타운홀미팅에서 “(디즈니플러스의) 가입자수 증가보다는 수익성을 추구하겠다”는 방향을 밝혔는데요. 그와 디즈니의 미래를 둘러싸고 언론에 나오는 각종 관측 중 현재까지 가장 솔깃한 얘기는 이겁니다. ‘아마도 아이거가 디즈니를 애플에 매각하는 걸 추진할 거다.’(확인되지 않은 추측 수준임에 유의) 갑자기 웬 애플? 디즈니, 그리고 밥 아이거와 스티브 잡스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여다 볼게요. 경제뉴스, 필요한 건 알겠는데 찾아보려니 너무 많고 어렵다고요? ‘딥다이브’는 글로벌 경제뉴스 중 핵심을 추려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딥다이브 뉴스레터 구독 링크는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07551너무 다른 두 BOB의 파국적 결말밥 아이거와 밥 체이펙. 이제는 디즈니 현 CEO와 전 CEO로 두 사람의 입장이 뒤바뀌게 되었는데요. 이번 갑작스런 인사를 두고 밥 체이펙 전 CEO가 디즈니 경영을 얼마나 잘못했길래 잘렸는가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쏟아집니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는 엄청난 적자의 늪에 빠졌고(지난 분기 적자 14.7억 달러), 한때(2021년 3월) 200달러를 넘었던 주가는 90달러 선까지 추락했다는 게 핵심이죠. 여기에 더해 그동안 일으킨 각종 논란(디즈니랜드 입장료 인상, 스칼렛 요한슨과 출연료 분쟁, 플로리다주와의 갈등)까지. 그걸 보면 ‘그래, 잘릴 만했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이런 의문이 듭니다. 그런데 체이펙을 후계자로 지명한 게 밥 아이거 아니었어? 네, 그렇습니다. 무려 15년(2005~2020년) 동안 디즈니 CEO를 지냈던 아이거가 고심 끝에 직접 정한 후계자가 바로 체이펙이었는데요. 당시에도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두 밥의 성향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인데요. 사용하는 단어부터 다릅니다. 밥 아이거는 ‘영혼’, ‘심장’, ‘창의성’ 같은 말을 즐겨 쓰는 데 비해, 밥 체이팩은 이런 식으로 말하죠. “디즈니는 이제 데이터 기반 기업이다.” 마치 MBTI의 F(감정형)와 T(사고형)의 차이 같은 느낌? 아이거는 이걸 알면서도 체이펙을 지명했습니다. 왜 그를 선택했는지를 두고 그는 지난해 CNBC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죠. “시대가 변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밥 체이펙은 아마도 내가 했던 것과 다르게 그들(디즈니)을 다룰 겁니다. 변화는 좋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갈수록 아이거는 그 변화를 못 마땅해했죠. 그가 그토록 중시했던 디즈니의 창의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여긴 겁니다. 올해 1월 아이거는 뉴욕타임스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데이터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어떤 이야기를 전할지를 정하는 데는 데이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 점점 분명해졌습니다. 만약 데이터에 의존했으면 ‘블랙팬서’는 결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헨리 포드가 한 유명한 말이 있죠. ‘사람들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다면 자동차가 아니라 더 빠른 말이라고 했을 거다.’ 그런 결정을 내리려면 인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밥 아이거는 CEO로 돌아오자 마자 체이펙이 새로 만들었던 사업부(디즈니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디스트리뷰션)를 없애버렸습니다. 이 사업부는 콘텐츠의 공개 시기와 방법에 대한 통제권을 콘텐츠 제작자들로부터 빼앗아 와서 결정권을 휘둘렀는데요. 당연히 많은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에 아이거는 “크리에이티브 팀의 손에 더 많은 의사결정을 맡기겠다”며 조직개편을 다시 했죠. 아이거 귀환의 또다른 아이러니는 현재 디즈니 수익성 악화의 주범인 디즈니플러스를 만든 당사자라는 점입니다. ‘넷플릭스의 경쟁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발상을 한 게 바로 아이거이고, 준비 작업을 거쳐 디즈니플러스를 론칭 시킨 사람도 바로 그입니다. 아이거는 디즈니플러스를 만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어느날 잠에서 깨어 생각해보니 우리(디즈니)는 제3세계 국가(넷플릭스)에 핵무기 기술을 판매하고 있었던 거죠. 그리고 이제 그들은 그것을 우리에게 불리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넷플릭스 라이선스를 중단하고 직접 (OTT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것은 오늘날 미디어에서 가장 강력한 성장 엔진인 비즈니스로 우리를 밀어 넣었습니다.”(2022년 1월 뉴욕타임스 팟캐스트) 더 놀라운 건 애초에 디즈니플러스가 막대한 적자를 낼 것을 알면서 추진했다는 점입니다. 2017년 아이거는 넷플릭스의 경쟁 플랫폼을 직접 구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환호했고, 주가는 급등했죠. 이후 2019년 가을 디즈니플러스를 출시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때도 이미 ‘4년 동안 총 110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2024년에나 마침내 이익을 낼 것’(미디어투자회사 MoffettNathanson)이란 분석이 있었지만 투자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죠. 참고로 2019년 론칭 당시 디즈니플러스가 밝힌 목표치는 2024년까지 전 세계에서 9000만명의 가입자를 모으는 것. 지금 디즈니플러스 가입자 수는? 무려 1억6400만명입니다(유료 가입자 기준). 달리 보면 디즈니플러스는 이미 목표치를 한참 초과달성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겁니다. 도대체 왜?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아이거가 디즈니를 떠났을 땐(2020년) 미디어 업계 모든 사람들이 넷플릭스가 되려고 시도했습니다. 이를 위해 기꺼이 큰 돈을 태웠죠. 월스트리트가 그걸 원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월스트리트는 마음을 바꿨습니다. 넷플릭스를 포함한 대형 미디어 회사처럼 디즈니 주식이 급락한 이유입니다.(중략) 디즈니의 경쟁업체 임원이 한 얘기를 소개할게요. ‘18개월 전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입니다. 그가 (이를 헤쳐나갈) 모델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직 아무도 못했지만.’’(11월 21일 VOX 기사를 인용)디즈니를 팔 거라고? 누가 사지?아이거가 과거 재직기간 동안 놀라운 성과를 낸 건 사실이죠. 특히 픽사(2006년), 마블(2009년), 루카스필름(2012년), 21세기 폭스(2019년)을 차례로 인수하며 디즈니를 세계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굳이 주가 상승률(400% 넘게 오름)을 얘기하지 않아도 그가 CEO로 오르기 전과 후의 디즈니가 확연이 다른 기업이 됐다는 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자, 그럼 아이거가 선보일 새로운 마법은 뭐가 될까요. 이와 관련한 다양한 관측 내지 추측이 난무하는데요.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이겁니다. 디즈니 매각 추진 설. 더랩(The Wrap)이라는 미국 연예뉴스 매체가 22일 익명의 전직 디즈니 고위 임원발로 전한 소식인데요. 이 취재원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아이거는 회사를 매각할 겁니다. 그것이 바로 궁극의 딜메이커를 위한 절정의 딜이죠. 그는 디즈니의 마지막 CEO가 될 거고, 내 생각엔 그는 이를 기꺼이 받아들일 겁니다.” 특히 이 익명의 전직 임원은 애플을 거론하며 “두 회사의 브랜드 정체성이 비슷하다”고도 언급했죠. 디즈니를 살 기업이 애플이 됐으면 좋겠다는 식의 뉘앙스. 이 기사 내용이 이름 모를 전직 임원의 ‘뇌피셜’인지, 아니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얘기인지는 파악되지 않습니다. 다만 기사를 쓴 기자(조 벨 브루노)가 이 업계에선 꽤 베테랑이라는 점에서, 아주 터무니없는 얘기만은 아닌 것도 같은데요. 이후 다른 매체에선 ‘기자가 애플의 디즈니 인수라는 스토리에 너무 꽂혀 있는 것 같다’는 평가(너무 과장해서 해석했다는 뜻)가 나오기도 했지만요. 만약 디즈니가 정말 매각을 추진한다고 해도, 성사될지는 의문입니다. 애플은 그동안 M&A를 부지런히 해오긴 했지만 덩치 큰 대기업 인수엔 소극적이었죠. 이 때문에 ‘왜 애플은 대기업엔 관심이 없지?’라는 의문이 늘 따라붙었는데요. 팀 쿡 애플 CEO는 지난 4월 실적 발표 때 이렇게 말하긴 했습니다. “대기업 인수를 배제하진 않을 겁니다. (M&A의) 주요 동력은 강력한 지적 재산과 유명인을 확보하는 겁니다.” (그리고 7개월이 지난 지금 들려오는 소식은 애플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설사 만에 하나라도 애플이 디즈니에 관심을 둔다고 해도 초대형 미디어 M&A는 반독점 규제에 가로막힐지 모릅니다. 물론 아직 그것까지 걱정하기엔 지금은 너무 이른 단계인 것 같지만요. 여기서 한가지 알고 가셨으면 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밥 아이거 디즈니 CEO와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간의 관계가 꽤 특별했다는 점입니다. 디즈니 매각설이 사실이든 아니든, 이런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알아두실 만한 이야기입니다. “스티브가 살아있었다면 회사를 통합했을 것”밥 아이거는 2019년 회고록을 썼는데요. 한 챕터를 스티브 잡스 이야기로 채웠습니다. 그 내용이 꽤 흥미진진해서 소개해 드릴 텐데요. 2005년 아이거가 디즈니 차기 CEO로 지명됐을 때, 스티브 잡스는 애플 CEO이자 픽사의 최대주주였죠. 당시 잡스는 디즈니와 ‘거래를 끊겠다’고 이미 공개 선언한 상태였습니다. 디즈니 전 CEO인 마이클 아이스너(무려 22년 장기집권)와 충돌하며 관계가 완전히 틀어진 건데요. 아이거는 CEO로 지명되자마자 잡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모든 음악을 아이팟에 저장해 사용 중인데, 이제 컴퓨터로 TV와 영화를 볼 날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했죠. 이 얘기를 들은 잡스는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더니 몇주 뒤 아이거를 만나러 왔다는데요. 그가 주머니에서 꺼내 보여준 장치가 바로 ‘비디오 아이팟’ 신제품이었죠. 잡스는 “우리가 이걸 출시하면 당신네 회사의 TV쇼도 거기 올릴 건가요?”라고 물었고, 아이거는 즉시 “예스”를 외쳤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짧은 시간에 의기투합합니다. 디즈니의 픽사 인수가 성사된 스토리도 영화 같은데요. 아이거는 망가져 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살리려면 픽사(당시 이미 토이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를 만들었던)를 잡아야 한다는 발상을 합니다. 그래서 CEO에 오른 지 일주일 만에 잡스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죠. “나에게 미친 아이디어가 있어요. 디즈니가 픽사를 인수하는 걸 어떻게 생각해요?”라고요. 아이거는 당시 잡스가 전화를 끊어버리거나 웃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긴 침묵 끝에 돌아온 답은 이랬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미친 생각은 아니네요.” 몇주 뒤 두 사람은 애플 캠퍼스에서 만났습니다. 잡스는 이 M&A에 무수히 많은 단점이 있다고 말했지만(특히 디즈니 문화가 픽사를 파괴할 것을 걱정) 결국 둘은 합의에 이릅니다. 픽사 인수 가격은 무려 74억 달러. 디즈니로서는 엄청난 베팅이었죠. 두 사람이 디즈니의 픽사 인수를 발표한 그날, 정확히는 기자회견 45분 전 잡스는 아이거에게 산책을 제안했는데요. 아이거 등에 팔을 두른 잡스는 “암에 걸렸다”고 고백하면서 “당신은 이 거래를 철회할 권리가 있다”고 말합니다. 아내와 의사만 알고 있는 비밀을 공유한 거죠. 물론 거래는 철회되지 않았고, 이 딜로 스티브 잡스는 디즈니 최대주주이자 이사회 멤버가 됐습니다. 이후 두 사람은 단순한 최대주주와 CEO가 아닌, 좋은 친구 사이로 지냈는데요. 잡스가 2011년 사망한 뒤 밥 아이거가 애플 이사회 멤버가 됐던 것도 이런 끈끈한 인연 때문이었습니다.(이후 2020년 애플이 애플TV플러스를 출시하자 사임) 밥 아이거는 회고록에서 이렇게 밝혔죠. “스티브가 아직 살아있다면 우리는 회사를 통합했거나, 적어도 그 가능성에 대해 매우 진지하게 논의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 말은 두가지를 모두 의미합니다. 애플의 디즈니 인수라는 시나리오가 영 망상 같은 생각만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팀 쿡이 애플 CEO인 지금은 가능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 주 150달러를 받는 ABC 말단 직원에서 디즈니 제국의 수장이 된 자수성가형 리더,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진지하게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어 볼까 고민했던 유명인, 스티브 잡스뿐 아니라 아이작 펄머터(전 마블 CEO), 조지 루카스, 루퍼스 머독 같은 오너들의 마음을 얻어낸 소통능력 뛰어난 경영자. 밥 아이거를 수식하는 말은 이미 많은데요. 과연 여기에 ‘디즈니를 두번 살린 전설의 CEO’라는 별칭까지 더하게 될까요? 2년이라는 그의 임기 동안 디즈니를 주목해 봐야 겠습니다. 디즈니와 밥 아이거, 그리고 스티브 잡스 얘기가 재미있으셨나요. 올 1월 인터뷰 때만 해도 “디즈니 CEO로 다시 돌아갈 순 없다”고 복귀설을 강하게 부인했던 아이거가 다시 돌아온 걸 보면, 무슨 일이 생길지 섣불리 예단할 순 없겠는데요. 주요 내용을 정리해보자면-밥 아이거 디즈니 CEO가 2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디즈니플러스를 만든 장본인이 그로 인한 위기를 극복할 구원투수로 재등판한 겁니다. -그동안 시장은 달라졌습니다. OTT에 가입자수가 아닌 수익성을 보여달라고 하고 있죠. -아이거는 어떤 마법을 보여줄까요? 일부에서는 ‘그가 디즈니를 매각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옵니다. 만약 애플이 디즈니를 산다면 괜찮지 않을까라는. 아직은 다소 상상 같은 이야기이죠. -물론 아이거는 스티브 잡스와 남다른 사업적, 인간적 관계를 맺었던 인물입니다. “잡스가 살아있다면 우리는 회사를 통합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다만 잡스는 이제 없다는 것.*이 기사는 2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2-11-30
    • 좋아요
    • 코멘트
  • 중국이 불안하다…불확실성 커진 글로벌 증시[딥다이브] 

    중국이 시위사태로 난리인데 글로벌 증시라고 별 수 있겠습니까. 28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 -1.45%, S&P500지수 -1.54%, 나스닥지수 -1.58%. 중국 본토의 확진자 수는 연일 역대 최다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애초엔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다시 강해지면 어쩌나 하는 게 시장의 큰 걱정거리였는데요. 여기에 하나가 더 추가됐습니다. 중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이죠. 가뜩이나 경제도 약한데,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진 셈인데요.시위를 촉발한 건 24일 신장 우루무치에서 일어난 화재입니다. 고층아파트 화재로 10명이나 사망했는데요. 당국의 외출금지 조치로 출입구에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어서 진화가 늦어졌다고 합니다. 이에 우루무치를 시작으로 베이징, 상하이, 난징, 우한, 광저우 등 중국 전역으로 시위가 퍼져나갔죠. 시위대는 ‘봉쇄 해제’와 함께 ‘시진핑 퇴진’까지 외친다는데요. 검열에 저항하는 의미로 아무 것도 적지 않은 흰색 종이를 들고 시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시위대가 백지를 사용하면서 월요일 중국 증시에서는 종이업체인 상하이M&G문구의 주가가 3.1% 하락하기도 했는데요. ‘국가가 안보 보호를 위해 A4용지 판매를 중단했다’는 루머가 돌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회사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고요. 그만큼 혼란스러운 상황인 거죠. 도대체 이 시위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 불안불안한데요. 바클레이스의 유럽주식전략 책임자 에마누얼 카우는 중국 불안으로 투자자들이 “현실 확인”을 당했다고 말합니다. “중국 재개라는 희망은 낙관적인 연말 이야기의 일부였습니다. 투자자들은 이제 여행이 순탄하지 않을 거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이날 애플 주가는 2.63% 하락한 144달러에 마감했습니다. 폭스콘 정저우 공장 직원들의 대량 이탈이 주가의 발목을 잡은 겁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직원 이탈로 올해 아이폰 프로 생산 부족분이 거의 6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는데요. 물론 직원 이탈이 계속되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27일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당초 예상보다 좀더 일찍 제로 코로나 정책을 ‘무질서한 방식으로’ 서둘러 종료할 수 있다고 내다봤는데요. 2023년 2분기에 들어가기 전에 중국 당국이 경제활동을 재개시킬 확률이 30%라고 본 겁니다. “중앙 정부는 봉쇄를 강화할지, 코로나가 더 퍼지게 할지, 양자택일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곧 몰리게 될 겁니다.”(골드만삭스 산후이 이코노미스트)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이겠군요. By.딥다이브*이 기사는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2-11-29
    • 좋아요
    • 코멘트
  • “IRA 본질은 메탈 싸움” 배터리 투자자가 알아둘 이야기[딥다이브]

    최근 외국인들이 열심히 담고 있는 국내 종목이 있죠. 바로 배터리주. 경기침체 걱정이 가득한 가운데도 배터리 관련주는 나홀로 질주하고 있는데요. 이게 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때문이란 얘기는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법이 시행되면 앞으로는 미국산 부품과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쓴 전기차에만 보조금(최대 7500달러)을 주는데요. 국내 배터리 기업은 이미 미국에 공장을 건설 중이라서 단연 유리합니다. 강력한 경쟁자인 중국 배터리 기업을 미국시장에서 완전히 제쳐버릴 기회!한국 기업에 기회가 온다니 좋긴 한데, 미국은 왜 이러는 걸까요. 도대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걸까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주제로 이안나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와 인터뷰를 나눴습니다.경제뉴스, 필요한 건 알겠는데 찾아보려니 너무 많고 어렵다고요? 딥다이브 뉴스레터 구독 링크는IRA는 결국 미국이 ‘메탈싸움’을 하겠다는 것-미국이 2023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한다고 하는데요. 애초에 미국은 왜 이런 법을 만든 걸까요? 그리고 IRA가 유예 없이 내년에 시행되긴 할까요?“2023년 1월 1일부러 땡하고 시행하진 않겠지만 유예될 것 같지도 않아요. 기준이 좀 모호한 것들이 있어서 세부안을 만들어야 하는데요. 시행하긴 할 겁니다. 왜냐하면 미국은 결국 메탈(광물) 싸움을 하겠다는 의도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싶은 거예요.지금까지는 화석연료를 가지고 정치적으로 이용했는데, 이제는 희토류와 리튬을 중심으로 한 광물 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나선 겁니다. 생각보다 (중국에 비해) 많이 늦었죠.”-중국은 일찌감치 광물 투자를 엄청나게 해왔고, 희토류나 리튬은 중국을 안 통할 수가 없지 않나요?“리튬의 전체 글로벌 생태계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게 50~60%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실상은 80%가 넘어갑니다. 왜냐면 중국 지분이 일부라도 들어가 있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그래서 탈중국이 가능하냐는 얘기가 계속 나오는 이유가 자세히 살펴보면 중국(지분)이 안 들어가 있는 게 없는 거죠. 그렇다 보니까 IRA 정책도 천천히 시행되는 거고요. 만약 당장 내년에 ‘중국을 기반으로 한 걸 완전히 배제시키겠다’고 하면 전구체(양극재의 기초재료)부터 (중국산으로) 걸려 들어가요.”-국내 기업들도 중국산 전구체를 쓰니까 그렇겠네요.“에코프로비엠이나 포스코케미칼은 중국과 전구체 합작법인(JV)을 만들었고요. 다만 국내에 공장을 지어서 원산지를 국내로 하고는 있죠. 제가 보기엔 미국이 이런 허점(중국과의 JV이지만 한국산으로 인정)을 이용할 수 있도록 우선은 열어두는 겁니다. 천천히 준비할 수 있게. 그리고 2~3년 정도 뒤엔 미국이 더 강력하게 나올 거예요. 그땐 완전히 중국 지분이 들어간 JV도 다 안 된다고 할 가능성이 큽니다.”-하나씩 막히기 시작하겠군요.“네. 우선은 미국이 광물 생산량을 늘릴 텐데, 이걸 써줄 기업이 필요하잖아요. 사실 (배터리용 광물) 수요자가 대부분 중국 기업인데, 중국을 배제하고 싶으면 미국 내에 수요처를 마련해야 하고요. 그러니까 국내 배터리 기업들에게 ‘미국에 와서 미국산 광물을 쓸 수요처를 마련해줘’라는 걸로 보입니다.”한국 배터리 기업, 2025년까진 경쟁자 없다?-근본적인 의문이 생기는데, 미국은 왜 이렇게 전기차 산업에 늦었을까요?“전기차 산업의 생태계를 열기 시작한 게 바로 중국이에요. 우리는 ‘테슬라’를 떠올리지만, 2008~2009년만 하더라도 미국 자동차 업계에선 전기차 사업부가 있다가 없어졌다가 했어요. 왜냐하면 주행거리도 안 나오고, 충전도 오래 걸리고, 불안정하고 화재 나고 그러니까 ‘이 시장이 열릴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 거죠. 그럼 화석연료에서 주도권을 잡는 게 핵심이라고 보고 미국은 화석연료를 계속 확대시켰어요(셰일가스 혁명).그런데 중국은 자기네가 수요(전기차 시장)를 만들어 낼 수 있잖아요. 그래서 2008년부터 배터리 관련 원재료가 되는 광물부터 중간단계에 있는 제품들까지 수직계열화를 다 마련하기 시작했고요. 2009년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올 버스∙청소차∙트럭부터 전기차를 깔기 시작했죠. 또 친환경 의식이 높은 유럽이 이 전기차를 받아들이기 시작했고요. 그래서 갑자기 전기차 생태계가 확 열렸습니다. 중국이 그걸 열어놓은 거죠.”-미국은 뒤쳐지다 보니 강력한 정책으로 이걸 끌고 나가려고 하는 건가요.“(중국이 못 들어오게) 막아버리고 하겠다는 건데요. 미국은 과거 화석연료 때도 다 그렇게 했어요. 정책적으로 막아놓고 에너지 패권 싸움에 들어갔죠. 조금 늦긴 했지만 그 방법을 다시 시도하는 거예요.” -사실 배터리 셀 기업은 뻔하잖아요. 국내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와 중국 기업, 일본 파나소닉. IRA는 중국을 완전히 배제한다는 거니까, 중국이 빠지면 한국 몫이 더 커질 수밖에 없겠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아서 배터리 기업 이익이 늘어나긴 하겠지만, 미국에 공장을 차리기 때문에 비용이 엄청 들어가는 마이너스 요인도 있다고요?“IRA는 배터리 관련 보조금이 ㎾당 35달러로 정해져있어요. 그래서 가동률 40%를 기준으로 하면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이 연간 9000억원 늘어난다는 계산이 나와요. 그런데 비용도 따져봐야죠. 사실 중국산 원재료는 저렴했는데 원재료 가격이 높아질 거고요. 전력비용과 인건비도 올라가고요. 또 직원 교육시키고, 초기에 수율(결함 없는 합격품 비율) 잡는 비용도 들고요. 지금 (IRA에 대해) 너무 시장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데, 비용을 생각하면 (보조금 지급 분이) 상쇄되는 수준입니다.사실 IRA법의 정책 목표는 이거에요. ‘(보조금을 통해) 한국과 같은 비용 환경으로 미국 시장을 열어줄 테니, 와서 해라.’ 어쨌든 한국 기업엔 큰 내수 시장이 없는데, 그 내수 시장을 열어주고 비용도 어느 정도 상쇄해준다면 엄청난 기회인 것은 맞아요.”-미국이 광물부터 배터리 소재와 배터리 셀, 완성차까지 다 미국 내에 두려하고, 우리가 그 덕 보는 건 좋긴 한데요. 미국 입장에서 자체 배터리 기업을 키우려고 하진 않을까요? 또 완성차 중 GM 같은 곳이 배터리를 내재화하려고 하는데요. 한국기업이 미국에 가도 초반에만 재미를 보고 마는 건 아닐까요?“경쟁사가 나올 수는 있어요. 하지만 앞서 말씀 드렸듯이 IRA정책의 핵심은 자국 배터리 기업을 키우겠다는 게 아니고, 나중에 광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싶다는 겁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배터리 셀 기업이 생겨나서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이 하락하는 건 정말 먼 얘기일 거고요. 특히 초기에 시장을 선점하는 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선두 위치는 유지할 거라고 봅니다.적어도 2025년까지는 신규 경쟁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는 이유를 일단 노스볼트(Northvolt, 스웨덴 배터리 기업)가 보여주고 있어요.” -노스볼트가 양산은 시작했는데, 수율이 문제라는 기사가 나오더라고요.“LG에너지솔루션도 폴란드에 갔을 때 수율 잡는 데 꽤나 시간이 걸렸거든요. 지금 노스볼트가 다시 한국 인력을 데려가고 있다더라고요.원래 유럽은 미국처럼 단순한 ‘메탈(광물) 전쟁’으로 생각한 게 아니에요. 자국 내 배터리 기업을 키우려고 해서 애초에 5~6개 기업들이 나왔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기업들에 혜택을 주면서 끌어올릴 생각을 중단했어요. 일단 노스볼트가 가는 길을 보려는 거죠. 오히려 유럽은 중국과 한국 기업을 대거 들어오도록 열어두고 있고요. 미국의 경우 워낙 교육된 인력이 없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배터리 기업을 키울 생각은 안 할 것 같아요. 그 부분이 일단 안심이고요.두번째로 완성차 내재화는 저도 늘상 고민해왔고, 이건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데요. 적어도 2025년까지는 아닙니다. 왜냐면 (배터리 셀) 공정이라는 게 단계별로 사람이 다 들어가야 하는데요. 그래서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단 얘기가 계속 나오거든요. 완성차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부분을 다 관리하면서 비용을 떠안을 이유가 사실 없어요.지금 LG에너지솔루션이나 삼성SDI가 ‘인라인 공정’을 올해부터 깔기 시작했어요. 사람을 좀 빼내고 전체 자동화하는 공정인데요. 잘 돌아가는지를 봐야 해요. 제가 보기엔 이 인라인 공정에서 수율이 잘 잡히는 순간엔 완성차 기업들이 내재화를 또 한번 생각해볼 여지가 있어요. 그래도 적어도 2025년 안으로는 대부분 공정이 인라인으로 가기는 어렵다고 보고요. 따라서 지금부터 우려할 부분은 아닙니다.” 실리콘 음극재에 주목-소재 얘기를 좀 여쭐게요. 아까 말씀하셨듯이 양극재의 핵심 재료인 전구체가 다 중국산이거나 중국합작법인과 만든 거라고 하셨는데요. 그럼 지금부터 국내 기업들이 투자해서 이걸 국산화해야 하나요?“국내 기업들이 못하는 게 아니에요. 다만 그동안 중국쪽에서 받아온 이유는 저렴하기 때문이었고요. 전구체는 니켈∙코발트 같은 핵심 광물과 맞닿아있는 생태계인데요. 그 수직계열화가 중국이 굉장히 잘 돼있어요. 그래서 수입한 거지, 못해서 그런 건 아니었고요. 지금 북미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아예 자체 라인으로 증설할 계획도 하고 있습니다.”-그럼 상황을 봐가면서 대응하면 되는 거군요. 그리고 음극재쪽을 보자면, 흑연이 기본이었는데 실리콘 음극재 쪽으로 많이 넘어갈 거라고요?“이미 넘어가고 있어요. 지금까진 실리콘 음극재 하면 포르셰 타이탄만 있었는데요. LG에너지솔루션은 얼티엄셀즈(GM과의 합작기업) 2공장이 2024년 양산을 시작하는데, 거기엔 실리콘음극재를 적용하겠다고 밝히고 있죠. 또 삼성SDI는 젠5(Gen5, 차세대 배터리) 양산을 올 하반기 시작했는데, 젠5에는 7% 함량의 실리콘음극재가 들어가요. BMW iX가 대표적인 차종이죠. 차종이 확대되는 건 큰 터닝포인트이기 때문에 눈여겨 봐야 해요.” -배터리 소재의 발전이 어느 정도 된 게 아닌가 했는데, 계속 이뤄지고 있군요.“중국 기업들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키우고 싶어하는데요. LFP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올리려면 실리콘 음극재의 성장이 필요해요. 이게 합쳐지면 LFP도 에너지 밀도가 상당히 많이 올라가거든요.양극활물질만 놓고 비교하면 LFP(리튬인산철, 주로 중국 기업)와 삼원계(주로 한국기업)의 에너지 밀도 차이가 많이 나는데요(삼원계가 에너지 밀도가 더 높다는 뜻). 이걸 가지고 배터리 팩까지 만들어서 비교하면 에너지 밀도 차이가 크지 않아요. 왜냐하면 배터리 팩의 경우 전체에서 LFP 배터리 셀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인데요. 삼원계 배터리셀은 보호장치가 너무 많이 필요해서 배터리 팩의 60% 밖에 안 돼요.” -그건 몰랐네요. 삼원계 배터리 셀은 아무래도 화재위험도 있고 하니까 추가적으로 붙여야 할 보호장치가 많아지는 거군요.“요즘엔 ‘셀 투 바디 (Cell to Body)’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팩도 만들 필요 없이, 그냥 차체에 셀을 넣어버린다는 거죠. 그런데 이걸 적용할 수 있는 게 LFP만 가능해요. 삼원계는 팩 없이 바로 차체로 들어가면 위험해지죠. 배터리 팩에 보호장치가 많이 들어가는 이유가 불안정하기 때문인데, 셀을 덩그라니 바디로 옮겨버리면 위험하니까 셀 투 바디 디자인은 LFP쪽에서 많이 하죠. 실리콘 음극재도 기술이 올라오고, 셀 투 바디까지 가면 에너지 밀도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리튬인산철(LFP)도 하겠다고 하는 이유가 그런 기술 흐름 때문인가 보군요.“네. 그렇게 봐요. 다만 전략이 좀 달라요. 삼성 SDI는 완전 프리미엄 제품만 하겠다는 전략이어서 LFP까지 건드릴 생각은 안하고요. LG에너지솔루션은 사실 LFP를 못하지 않아요. 어려운 것도 아니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내년 하반기 정도에 양산을 생각하는 건데요.사실 이렇게 미국 시장이 안 열렸으면, LFP를 해서 굳이 중국과 경쟁할 이유는 없었거든요. 그런데 미국이 중국을 막아준다니까 시도해볼 수 있는 거죠. 그동안은 계획이 지연되면서 어떻게 할지 한국기업들이 고민을 했는데요. 그래도 이제 (LFP를 하는 방향으로) 자리잡고 가는 것 같습니다.”전기차 성장 둔화해도 배터리는 괜찮은 이유-워낙 경기가 안 좋고 소비가 위축돼서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꺾일 거란 얘기가 많은데요. 내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세요?“장기적으로 전기차 시장은 더 올라갈 수밖에 없죠. 다만 내년엔 성장이 둔화될 것 같긴 합니다. 글로벌 경기침체도 있고,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도 계속되고, 배터리나 반도체 수급도 계속 타이트하고요. 그래서 완성차 기업들이 2023년 출시 모델들을 2024년으로 많이 미뤄놨습니다.지금까지는 전기차와 전기차 배터리의 성장이 같이 갔죠. 그러니까 이쪽(전기차)이 꺾이면 배터리고 꺾이지 않겠냐고들 얘기하는데요. 원래는 그래야 되는데, 지금은 미국이라는 시장이 열렸잖아요. 그게 내년부터 본격화하는 거고, 미국은 배터리가 엄청 부족해요. 미국 완성차 기업들은 최대한 가동률 높여서 배터리 물량 좀 맞춰달라고 하는 추세이거든요. 그래서 아마 (미국 공장을) 조기가동도 시도할 수 있고요. 배터리 쪽은 외형성장이 계속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지금까지는 (전기차와 배터리가) 동행한다고 많이 생각했지만, 내년부터는 성장률이나 주가 모두 다르게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By.딥다이브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대해 좀 정리가 되셨나요? K배터리가 중국 기업과의 경쟁 없이 미국 시장을 차지하게 될 거라니, 일단 다행인데요. 소재와 기술 개발이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는 분야라서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겠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미국이 IRA법을 만드는 건 ‘광물 싸움’을 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자기네 광물을 써줄 수요처가 필요하고, 그게 바로 한국 배터리 기업인 거죠. -미국 시장이 열리는 건 K배터리엔 엄청난 기회입니다. 다만 보조금 혜택이 있더라도 미국에 공장을 세우면 인건비, 전기료 같은 비용부담이 만만찮긴 하죠. -실리콘음극재를 포함한 기술의 발전은 계속 됩니다. 중국기업이 잡고 있는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입니다.-내년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꺾일 게 걱정된다고요? 아마 전기차 배터리 성장세는 계속 될 겁니다. *이 기사는 2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2-11-26
    • 좋아요
    • 코멘트
  • 중국경제 회복, 내년 상반기도 글렀다? [딥다이브]

    뉴욕증시는 조용합니다. 24일(현지시간)이 추수감사절 휴장일이기 때문이죠. 하루 전인 23일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이 공개되면서 3대 지수가 모두 상승 마감했다는 소식은 들으셨을 텐데요. 과반수 넘는 참석자들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하다는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시장이 기다렸던 속도조절의 조짐이 포착된 셈이죠.그래서 분위기 좋아지나 했는데, 불길한 조짐이 보입니다. 미국 말고 중국에서요. 중국의 코로나 확진자가 빠르게 늘고 있고, 여기에 중국 정부가 ‘봉쇄 조치’로 대응하고 있다는데요. 올 봄의 그 도시봉쇄 악몽이 되살아나려는 중.24일 발표된 노무라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총 국내총생산(GDP)의 약 21.1%가 현재 봉쇄 상태에 놓였다고 합니다. 한달 전(9.5%)보다 배 이상으로 증가. 지난 4월 중순 상하이 전체 봉쇄 기간의 최고치(21.2%)에 맞먹는 수준인데요. 노무라는 앞으로 몇 주 안에 중국 GDP의 30% 이상이 봉쇄될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경제 충격은 불가피하고요. “대부분 지표 위축이 상하이와 다른 두 도시 전체에 전면 봉쇄조치를 취했던 2분기보다 훨씬 더 나쁘다”고 하니 걱정입니다. 원래도 중국 경제는 중요하지만, 지금 특히 중요한 건 내년 세계 경제 회복을 이끌 곳이 중국이라고 다들 전망했었기 때문인데요. 그러니까 내년 3월 전인대가 열릴 즈음에 중국이 ‘제로 코로나’에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 중국 경제가 다시 되살아날 거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기대가 꺾이기 시작했습니다. 홍콩 스탠다드차타드의 슈앙 딩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제가 둔화되면서 중국이 살아날 거란 기대가 있었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지 않다”고 말합니다. 봉쇄조치로 인한 경제적 충격은 폭스콘 아이폰 조립공장에서 벌어진 폭력사태만 봐도 알 수 있는데요. 수천 명의 폭스콘 노동자들이 상여금 지급 지연과 방역정책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다가 경찰과 충돌했죠. 이 시위 전에도 봉쇄를 견디다 못한 노동자들이 정저우 공장을 떠나면서 전 세계 아이폰 생산능력의 약 10%가 차질을 빚을 거라고 봤는데요. 중국의 제로 코로나와 이 혼란이 언제 끝날지, 아직은 보이지 않네요. By. 딥다이브 *이 기사는 2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2-11-25
    • 좋아요
    • 코멘트
  • 전쟁 안 끝났는데 천연가스 가격 왜 떨어져? 글로벌 가스시장 엿보기 [딥다이브]

    올 여름, 유럽에선 ‘천연가스 대란’이 엄청난 이슈였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무지막지하게 뛰어서 겨울에 큰일나게 생겼다며 난리였던 게 불과 두세달 전 얘기인데요('Eating or Heating', 즉 먹거나 난방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판이란 아우성까지 나왔을 정도). 정작 겨울을 목전에 둔 지금은? 유럽의 가스대란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졌습니다.대신 최근 들어선 미국 천연가스 가격이 오히려 상승 조짐이라는데요. 왜 이렇게 천연가스 시장은 예측도 어렵고, 지역별로 제각각인 걸까요? 유럽의 천연가스 대란은 정말 끝난 걸까요? 전 세계 경제에 너무나 중요한 에너지원, 천연가스를 딥하게 들여다 봅니다.경제뉴스, 필요한 건 알겠는데 찾아보려니 너무 많고 어렵다고요?‘딥다이브’는 글로벌 경제뉴스 중 핵심을 추려 생생하게 전달합니다.딥다이브 뉴스레터 구독하기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07551천연가스 부잣집 유럽이 가난해진 이유 유럽은 전통적으로는 천연가스 부자였습니다. 영국과 네덜란드에 걸쳐 있는 북해 가스전 덕분에 1980년대까지도 천연가스를 거의 자급자족하는 수준이었는데요. 계속 빼서 쓰다보니 천연가스는 점점 고갈됐습니다. 네덜란드 흐로닝언지역은 천연가스를 하도 많이 빼낸 영향으로 지진이 잦아졌을 정도죠. 그런데 천연가스 수요는 되레 늘었어요. ‘친환경’ 때문인데요. ‘탄소 중립’을 위해 석탄 사용을 줄이다 보니 그 대체제로 천연가스 발전이 늘어난 겁니다. 천연가스도 탄소가 나오지 않냐고? 그건 그렇죠. 다만 천연가스는 ‘메탄’이 주성분인데요, 이건 석탄보다는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훨씬 적어요. 풍력∙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비싸고 효율이 낮음)로 바로 넘어가긴 어려우니까, 석탄과 신재생 사이의 ‘브릿지(Bridge)’ 에너지로 천연가스가 뜬 겁니다. EU국가의 에너지원 중 4분의 1이 천연가스일 정도. 그 결과 유럽은 천연가스 수입을 빠르게 늘려갔는데요. 지난해 EU 천연가스 수입 물량의 41%가 러시아에서 왔습니다. 여기서 잠깐. 사실 유럽대륙, 특히 독일 북부엔 엄청난 양의 셰일가스가 매장돼 있습니다. 땅에 묻힌 셰일가스를 채굴하면 몇십년간 사용할 양이 된단 얘기가 있을 정도죠. 하지만 채굴을 안 했습니다. 개발을 할까 말까 알아보기만 하고, 결국 포기했어요. 왜냐. 셰일가스를 뽑아내기 위한 ‘수압파쇄법(물과 화학물질을 넣어 셰일층 암석을 부숨)’이 물을 오염시킨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죠. 특히 독일에선 물이 오염되면 맥주맛이 떨어질 수 있다는 반대여론이 엄청 컸다고 합니다. (가스보단 맥주?)천연가스를 수입하는 건 좋은데 왜 그 중에서도 러시아냐. 이유는 단순합니다. 가격이 가장 싸니까요. 러시아는 1980년대부터 가스관 여러개를 유럽대륙까지 깔아서 가스를 공급했는데요. 2011년 개통한 해저가스관 노르트스트림(Nord Stream)이 그 중 가장 중요한 가스관입니다. 지난해엔 노르트스트림2도 완공했죠(가동은 아직 못함). 노르트스트림은 설립계획이 나왔을 때부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갈등의 불씨가 됐습니다. 그 전까지 러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가스관은 주로 우크라이나 땅을 통과했는데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로부터 가스관 통과 수수료를 받아 챙겨왔습니다(연 20억 달러 이상으로 꽤 쏠쏠). 그런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통과하지 않고 바다를 거쳐 바로 독일로 가는 해저가스관을 만들어 버린 거죠. 통과 수수료가 줄어들게 생긴 우크라이나는 반발했습니다. 2006년과 2009년엔 우크라이나가 가스값을 못 올려주겠다고 버티자 러시아가 며칠 동안 가스밸브를 잠가버리는 바람에 애꿎은 EU 국가들이 난리가 나기도 했고요. 전쟁은 2022년에 일어났지만, 천연가스를 둘러싼 두 나라의 갈등은 역사가 꽤 깁니다. 이 때문에 천연가스 수입을 러시아에 의존하는 건 위험하다는 얘기가 이전에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EU 국가별로 입장이 워낙 달라서 큰 진전이 없었는데요. 천연가스 수입선을 바꾸려면 적잖은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이 큰 이유였습니다. 천연가스는 기체이죠. 기체를 수송하려면 두 방법이 있는데요. 하나는 파이프관을 쫙 깔아서 기체형태로 그냥 보내는 방법(노르트스트림처럼), 다른 하나는 영하 162도의 초저온 냉각으로 기체를 액체로 만들어서(이게 LNG) 배에 실어 보내면 수입국가에서 다시 이 액체를 기체로 만든 다음에(=재기화) 파이프관으로 남은 구간을 보내는 방법입니다. 즉, 러시아처럼 파이프관이 연결돼있지 않은 다른 나라(예: 미국)에서 배로 LNG를 들여오려면 항구에 ‘LNG수입 터미널’이 있어야 하는 거죠.유럽에서도 서쪽 해안과 인접한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은 이런 LNG수입터미널을 갖춰놓고 있는데요. 독일은 이게 없습니다. 돈 많은 나라인데 뚝딱 지으면 되지 않냐고요? 그게 보통 일 아닙니다. LNG수입터미널만 지으면 되는 게 아니라 거기서 또 공장 있는 데까지 육상에 파이프라인도 깔아야 하니까요. 환경 이슈도 많고요. 독일에선 십년 넘게 지을까 말까 논의만 하다 말았었죠. 그래서 EU국가의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는 쉽게 낮아지지 않았는데요. 그런데 지난해 41%였던 러시아 의존도가 지금은 9%까지 떨어졌습니다. 어떻게? 러시아가 EU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는 이유로 가스 밸브를 잠그거나 공급을 줄인 탓입니다.가격이 널을 뛴다. 유럽 따로, 미국 따로그럼 이제 천연가스 가격 얘기를 해볼까요. 러시아가 가스 밸브를 잠그니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천정부지로 뛴 건 당연하죠. 천연가스 가격이 얼마나 치솟았냐. 지난 8월 26일 유럽의 가격지표인 네덜란드 TTF거래소 선물가격이 메가와트시(MWh)당 340유로를 돌파했습니다. 지난해 1월(약 13유로)와 비교하면 무려 26배. ㄷㄷ(부피 단위인 ‘배럴’당 가격을 매기는 석유와 달리 천연가스는 에너지 단위인 ‘메가와트시(MWh)’당 가격을 매김.) 그럼 지금은? 11월 18일 기준 108유로로 떨어졌습니다. 고점 대비로는 3분의 1 토막 났는데요. 전쟁이 끝난 것도 아닌데 어떻게 가격이 하락했을까요. 세가지가 겹친 덕분인데요. ①EU 각국이 모든 방법을 동원해 천연가스 재고를 미리 축적했고 ②그야 말로 허리띠를 졸라매며 천연가스 수요를 줄인 데다 ③다행히 하늘이 도와서 올 겨울 유럽이 따뜻할 걸로 예보되기 때문입니다. EU 각국은 올 겨울에 대비해서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미리 대폭 늘렸는데요. 덕분에 11월 기준 유럽연합의 가스저장고가 이미 95% 채워졌습니다. 독일과 벨기에는 100%, 프랑스와 폴란드도 99%를 채웠죠. LNG를 실은 선박 수십척이 하역을 하지 못한 채 유럽 항구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을 정도라는데요. 물론 이를 위한 피나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독일은 앞에서 말했듯이 원래는 LNG를 수입할 터미널이 아예 없었는데요. 바다에 둥둥 떠있는 부유식 LNG터미널 4개를 부랴부랴 구했습니다. LNG터미널을 새로 지으려면 시간이 몇 년은 걸릴 테니까, 배처럼 생긴 부유식 LNG터미널을 임대해온 거죠. EU 회원국들은 올해 8월부터 가스소비량을 15% 이상 줄이기로 했는데요. 에너지 절약 조치엔 이런 게 포함됩니다. 공공 작업장 온도는 최대 19도까지만 허용하고, 손만 씻을 때는 찬물을 이용하고, 네온사인 광고물 사용을 금지하고, 건물 외벽의 조명을 끈다(독일연방정부의 보도자료 내용). 와, 정말 알뜰살뜰.무엇보다 대박은 비정상적으로 따뜻한 유럽 겨울 날씨! 유럽의 겨울철 가스 소비량이 평년보다 30% 줄었다고 합니다. 운이 참 좋은 셈이죠. 그럼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어떨까요? 유럽과 마찬가지 아니냐고요?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미국에선 헨리허브 가격이 기준이 되는데요. 백만BTU(영국식 열량단위, 1MBtu=약 2.9MWh) 당 6달러 안팎입니다. 지난 8월 최고가격일 때도 10달러가 채 안됐죠. 비교를 위해 단위를 통일해서 보면 아래 그래프와 같습니다.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유럽 천연가스 가격(34달러/MBtu)의 6분의 1 수준.미국은 천연가스 생산량 세계 1위 국가입니다.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LNG를 수출하기 시작했죠. 만약 다른 나라의 수요가 폭증해서 미국의 LNG 수출이 크게 늘어난다면,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도 덩달아 뛸 텐데요. 그게 쉽지 않습니다. 배로 수출하려면 일단 천연가스를 액체로 만들어야 하는데, 액화를 위한 설비 용량이 이미 꽉 찼기 때문이죠. 아무리 유럽이 값싼 미국산 LNG를 더 많이 들여오고 싶어도 방법이 없는 겁니다. 그렇다 보니 유럽이 저 난리일 때도 미국 가격은 잔잔하게 움직였는데요. 한동안 5달러 아래로 떨어졌던 미국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10월 말부터 다시 살짝 오르는 추세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날씨인데요. 올 겨울이 따뜻할 거란 유럽과 달리, 미국 겨울은 평년보다 추울 걸로 예상이 된다는군요. 러시아 전쟁이니 뭐니 하는 국제이슈와는 별개. 그럼 한국은 어떨까요.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천연가스 가격지표는 JKM인데요. 저 위 그래프에서 보듯이 유럽 가격(네덜란드 TTF)과 비슷하게 움직입니다. 러시아는 유럽으로 가는 가스밸브를 잠갔는데, 왜 한국 가스 가격이 덩달아 유럽 수준까지 오를까요.한국이나 일본은 100% LNG 수입에 의존하는데요. 수출회사가 LNG를 실을 배를 유럽으로 보낼지, 한국으로 보낼지를 정하는 기준은 가격입니다. 유럽이 더 높은 가격을 부르면 한국으로 가려던 배가 바다 위에서 유럽으로 방향을 틀어버릴 수도!(계약 위반이라고요? 위약금 물면 그만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동북아 천연가스 가격은 어쩔 수 없이 유럽 시장에 맞춰 오르락 내리락할 수밖에 없습니다.벌써 2023년 겨울이 걱정이다말씀드렸다시피 현재 유럽의 가스 저장고는 거의 가득 찼습니다. 그럼 이제 러시아발 가스대란은 지나간 얘기가 됐을까요. 절대 아니죠. 여전히 천연가스는 유럽경제의 가장 뜨거운 이슈입니다. 천연가스 가격은 아직 예전 평균(30유로)의 3배가 넘는데다, 러시아가 내년에도 쭉 가스 공급을 끊어버릴지 모르기 때문이죠. 중국도 걱정입니다. 올해는 중국 경기가 워낙 안 좋아서(제로 코로나) 중국의 LNG 수입이 줄어든 덕분에 유럽이 LNG를 확보하기가 쉬웠는데요. 중국의 제로 코로나가 풀리면 상황이 달라지겠죠. 유럽에선 ‘만약 2023년 겨울이 춥기라도 하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벌써부터 가득합니다. 실내온도 17~19도를 유지하며 이번 겨울은 간신히 버티겠지만, 내년에도 또 이럴 순 없는 노릇이니까요. 이미 올해 상당한 반사이익(유럽으로 LNG 수출 증가)을 누렸던 미국이 내년에도 수혜를 볼 거란 전망도 나오는데요. 전문가 의견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2023년 말 메가와트시당 150유로에 이를 것입니다. 내년 겨울이 되기 전에 저장소를 채우려면 EU가 더 많은 LNG를 수입해야 할 겁니다.” (캐피탈이코노믹스의 빌 웨더번 이코노미스트, Gridnews 인터뷰) “IEA 추정치에 따르면 2023년 여름 유럽의 천연가스 부족량은 300억 입방미터에 달할 수 있습니다. 유럽은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합니다.”(IEA 에너지시장∙보안 디렉터 케이스케 사다모리, WSJ 인터뷰)앞에서 말했듯이 미국은 LNG 수출 터미널 용량이 이미 한계에 차 있는데요. 현재 3개의 수출 터미널을 건설 중이고 2023~2025년에 차례로 완공될 예정입니다. 즉, 2025년이 되면 미국발 LNG 수출 용량이 30% 넘게 늘어납니다. 그럼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수출이 느는 만큼 내수시장에 풀리는 물량은 줄어들 테니, 이것도 가격엔 플러스 요인입니다. 사실 천연가스 시장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10년 넘게 긴 불황에 시달렸는데요. 오죽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가격(백만Btu 당 13.57달러)에 아직도 한참 못 미칠 정도. 하지만 드디어 볕이 들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그렇다고 천연가스 ETF(상장지수펀드)에 장기투자하면 절대 안 되는 거 아시죠? 천연가스 ETF는 현물이 아니라 천연가스 선물을 담기 때문에 자칫 선물 만기연장을 하는 데 드는 비용(롤오버 비용)이 수익률을 크게 깎아먹을 수 있답니다. 천연가스뿐 아니라 모든 원자재 선물에 투자하는 ETF는 단기로만 투자하길 권하는데요. 이걸 더 깊이 설명하려면 콘탱고나 백워데이션까지 얘기해야 하겠지만. 일단 오늘은 거기까진 가지 않고, 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천연가스 ETF인 UNG의 장기 수익률 그래프를 공유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By.딥다이브 무섭게 뛰더니 또 가파르게 내리막을 타고 있는 유럽 천연가스 시장을 알아봤는데요. '러시아가 가스 밸브를 잠그면 가스 가격이 뛴다'고 단순하게만 보시고 투자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생각보다 변수가 너무나 많다)는 점을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주요 내용을 다시 정리해보자면*막대한 셰일가스 매장량 두고도 '값싼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길들여졌던 유럽. 부랴부랴 LNG 수입을 늘려서 일단 저장고를 꽉 채워놨습니다. *하늘이 도와서 마침 유럽 겨울이 따뜻하다는 군요. 8월 340유로였던 가스 가격이 108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그런데 미국은 천연가스 가격이 유럽의 6분의 1밖에 안 된다고? 왜 이런 지역별 가격 차이가 나타다는 걸까요. 그걸 알면 시장의 방향이 보입니다. *올해는 이대로 넘긴다 해도 유럽은 내년이 걱정. 천연가스 대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 기사는 2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만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2-11-23
    • 좋아요
    • 코멘트
  • ‘전설의 CEO’ 아이거가 돌아왔다…디즈니 주가 6% 급등 [딥다이브]

    시장이 싫어하는 ‘코로나 불확실성’이 다시 스멀스멀 퍼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코로나 확산 때문인데요. 21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 역시 이를 반영해 하락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 -0.13%, S&P500 -0.39%, 나스닥 -1.09%. 베이징에서 3명이 코로나로 사망했다는 소식은 21일 전 세계 금융시장에 불안감을 더했습니다. 블룸버그는 “다른 주요국처럼 확진자수 증가를 받아들일지, 아니면 중국 경제의 목을 졸라매는 통제 조치로 되돌아갈지를 중국 지도층이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고 보도했군요. 일단 현재까지는 엄격한 무관용적인 봉쇄정책으로 돌아갈 징후가 보이고 있어 더 불안합니다.21일 뉴욕증시에서 가장 눈에 띈 종목은 디즈니입니다. 과거 15년 동안 디즈니를 이끌었던 밥 아이거가 다시 CEO로 돌아온다는 깜짝 발표에 주가가 6.3%나 뛰었는데요. 2020년 12월 이후 가장 큰 일일 상승세입니다. 디즈니는 OTT서비스 디즈니플러스의 엄청난 적자로 인해 실적이 곤두박질쳤죠. 지난 분기 디즈니플러스의 손실 금액만 14억7000만 달러(약 2조원)에 달할 정도입니다. 치열한 OTT 시장에서 가입자를 끌어오기 위해 콘텐츠 제작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은 탓이었습니다. 가입자는 늘긴 했지만 도무지 수익성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주가는 뚝뚝 떨어졌죠(올해 들어 -41%). 밥 체이펙 전 CEO는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디즈니플러스 구독가격을 올리기로 하고(월 7.99달러→10.99달러), 구조조정까지 예고했는데요. 결국 일요일 밤(현지시간) 갑자기 해고됐습니다.71세인 밥 아이거는 자신이 1년 전에 후계자로 직접 뽑았던 밥 체이펙을 끌어내리고 다시 2년 동안 디즈니를 이끌기로 했습니다. 믿음직한 올드보이가 위기에 빠진 디즈니를 구할 수 있을까요. 일단 그런 기대감에 주가가 날아간 건데요. “이번 발표로 디즈니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았지만, 미디어업계 최고의 리더가 상황을 뒤흔들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면서 투자자들이 이를 받아들일 것”(웰스파고의 스티븐 카할 애널리스트)이라는 분석입니다.밥 아이거가 과거 디즈니를 이끈 15년의 성과가 놀라웠던 건 사실입니다. 2005~2020년 그의 재임기간 동안 주가는 4배 넘게 뛰었죠. 그 기간 동안 픽사, 마블, 루카스필름을 인수하며 디즈니의 황금기를 이끌었고요. 그리고 지금 디즈니의 골칫거리가 된 OTT서비스 디즈니플러스의 론칭 역시 아이거의 전략이었습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신중한 의견도 나오죠. “문제는 디즈니의 전략적 딜레마, 즉 디즈니플러스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입니다. 그런데 아이거는 그 스트리밍 전략의 설계자였고 여전히 집착하는 것 같습니다.”(리버티스카이어드바이저스의 애널리스트 이안 휘태커) 블룸버그에 따르면 밥 체이팩 전 디즈니 CEO는 비록 불명예스럽게 해고됐지만 경제적으론 잃는 게 별로 없습니다. 조기 해고되더라도 남은 임기(2025년 중반까지) 급여(약 650만 달러)를 다 받을 수 있게 계약했다는군요. 또 퇴직연금(최소 1690만 달러)과 스톡옵션(18일 기준 약 350만 달러 어치)도 당연히 챙길 예정. 디즈니는 과거 아이거 시절에도 경영진의 고연봉으로 유명하긴 했습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2-11-22
    • 좋아요
    • 코멘트
  • ‘네옴시티’라는 사막의 꿈…와, 이게 정말 현실이 된다고?[딥다이브]

    이 사람이 한국에 온다고 해서 며칠 전부터 산업계는 물론 주식시장까지 들썩거렸죠.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미스터 에브리씽(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 마치 산타처럼 한국에 큰 선물을 던져주러 오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는데요. 그 관련 뉴스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네옴시티(NEOM CITY)’입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2030년을 목표로 한 대규모 신도시 건설사업인데요. 그 스케일이 어마어마하다 못해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이죠. 국내 기업들에 ‘제2의 중동 붐’ 기대감을 부풀게 하는 네옴시티. 과연 그 정체가 무엇인지 딥하게 들여다 보겠습니다.탄소제로라는 산유국의 꿈네옴시티는 사우디아라비아 서북부 허허벌판 사막에 건설될 신도시입니다. 규모(2만6500㎢)로는 서울시의 44배로 벨기에만한 크기. 크게 주거지구(더 라인), 산업지구(옥사곤), 관광지구(트로제나)로 구성되는데요. 그 스케일 못지 않게 놀라운 건 ‘탄소제로’ 도시로 만든다는 구상입니다. 태양광∙풍력∙그린수소(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만든 수소) 같은 신재생에너지로만 전기를 생산할 뿐 아니라, 주거지구엔 아예 자동차가 다니지 않을 거라고 하죠. ‘더 이상 석유만 파서 먹고 살진않겠다’는 빈 살만 왕세자의 의지가 집약된 프로젝트인데요. 2017년에 발표한 총사업비는 5000억 달러(약 650조원). 현재 언론이 예상하는 사업비는 1조 달러에 달합니다. 1차 완공은 2025년, 최종 완공은 2030년을 목표로 하죠. 돈 많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역대급 초대형 신도시를 건설한다니, 엄청난 기회다 싶은가요? ‘사막의 기적’이라는 두바이 사례도 있는데, 네옴시티도 오일머니를 쏟아부으면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겠냐고요? 그런데 지난 7월 네옴시티 중에서도 핵심인 ‘더 라인(The Line)’ 조감도가 공개된 뒤, 전 세계가 술렁거립니다. 대체로 ‘뭐? 이게 말이 돼?’라며 눈을 의심한다는 반응이었죠.상식 파괴 공상과학적 디자인홍해 해안에서 사막을 거쳐 산을 향해 무려 170㎞에 걸쳐 높이 500m짜리 고층건물 두개가 200m의 폭으로 평행하게 일직선으로 뻗어갑니다. 높이는 롯데월드타워(550m)에 맞먹고, 길이는 서울에서 강릉까지 거리와 같죠. 이곳이 바로 900만명이 살게 될 네옴시티의 주거지구, 더 라인(The Line)입니다. 도시가 일직선인 데다 수직이라고? 정말 낯설기 짝이 없는 디자인인데요. 빈 살만 왕세자는 수직도시 설계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 디자인은 전통적인 ‘수평 도시’에 도전하고 자연보호와 인간의 거주성 향상을 위한 모델을 만들 겁니다.” 수평으로 펼치지 않고 수직으로 도시를 쌓아올리면 개발하는 면적을 줄일 수 있으니 주변 자연환경을 보존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더 라인 설계를 보면 땅 위에 차도가 없습니다. 자동차가 아예 못 다니는데요(‘교통사고와 오염이 없는 도시’라 홍보 중). 대신 지하에 터널을 뚫어 고속철도가 최대 20분 만에 도시를 관통한다고 합니다(170㎞를 20분 만에 돌파하면 시속 510㎞라는 얘기인 건가). 그래서 일단 지하 터널부터 파고, 이후 그 위에 도시를 건설하게 됩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이미 이 터널 공사에 들어갔죠. 그럼 출퇴근 할 때마다 고속철도를 타느냐고요? 아니요. 더 라인은 구역별로 사무실∙상점∙병원∙학교∙영화관∙경찰서 등을 적절하게 배치해서 ‘모든 게 걸어서 5분 거리 안에 있게’ 만든다는 계획입니다. 이땐 위아래만이 아니라 수평으로 이동하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되는데요. 예를 들어 50층에 사는 사람이라면 축구 경기장에 가기 위해 굳이 1층까지 내려올 필요 없이, 40층 또는 60층쯤에서 수평 이동 엘리베이터(또는 경전철)를 타고 갈 수 있다는군요. 사막으로 향한 양쪽의 벽면은 온통 거울로 채워집니다. 거울벽은 실용성(햇빛을 반사해 뜨거워 지는 걸 막아줌)이 물론 있지만, 디자인적인 의미도 큽니다. 네옴의 자일스 펜들턴 전무는 이렇게 말하죠. “거울이 주변환경을 반사하기 때문에 ‘더 라인’은 자연과 완전히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느낌이 어떠신가요. 무슨 공상과학 영화 속 도시 같다는 반응이 많은데요.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부터 영화 ‘블랙팬서’ 속 미래왕국 와칸다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거론됩니다. 실제 더 라인 개발 과정엔 건축가뿐 아니라 미래학자, 할리우드 프로덕션 디자이너까지 고용됐죠. SF 영화 속 미학을 연구하는 컨설턴트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애초엔 일직선으로 길긴 하지만 저층으로 구상됐던 더 라인 디자인이 500m라는 초고층의 거울 달린 장벽으로 완전히 바뀐 거고요. 멋지다는 반응도 있겠지만 시니컬한 전문가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스라엘 건축가 엘리야후 켈러가 후자에 해당합니다. “사우디는 ‘블레이드 러너’ 같은 일종의 공상과학 소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미래가 어떤 모습인지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에 맞는 이미지이죠. 반짝거리고, 빛나는 네온사인으로 가득 찬. 그런데 왜 사막에 이걸 새로 만들어야 하죠? 기후 위기에 대처하려면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 도시를 개선해야 하지 않나요?”너무 야심찬데, 이거 가능해?그렇습니다. 네옴시티 계획이 너무 야심차다 못해 비현실적이란 회의론도 많은데요.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그렇습니다. 하나는 ‘이거 정말 사람이 살 만한 도시가 될 수 있어?’, 다른 하나는 ‘탄소제로, 그거 정말 할 수 있는 거야?’ ①네옴시티는 살 만한 도시가 될까빈 살만 왕세자는 네옴시티가 2026년까지 45만명, 2030년 150만~200만명, 2045년엔 900만명을 수용하는 도시가 될 거라고 밝힙니다. “네옴시티를 아부다비보다 큰 도시로 만들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죠. 하지만 네옴시티가 들어설 타북주는 개발되지 않은 낙후 지역입니다. 이제 막 도시 건설을 위한 왕복 4차선 도로만 들어선 허허벌판인데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약 1000㎞나 떨어져 있죠. 다른 주요 도시들과도 수백㎞씩 떨어져 있고요.이렇게 외지고 동떨어져 있는 네옴시티로 이주하려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냐는 의문이 드는데요. 동시에 사람들이 이주해서 산다고 해도 큰 걱정거리가 있습니다. 과연 식량을 어디서 어떻게 공급하느냐는 거죠.현재 나온 계획으론 네옴시티는 식량을 자급자족하는 도시가 될 거라고 합니다. 어떻게? ‘혁명적인 수직농업과 온실을 이용’한다고 밝히는데요. 채소라면 실내 온실을 이용해 키워낼 수 있을 듯합니다. 그런데 고기는 어떻게 공급하겠다는 걸까요. 가축도 수직 농장에서 키우려나요. 궁금증이 남습니다.막대한 건설비용을 어떻게 대느냐도 문제인데요. 돈 많은 사우디아라비아이긴 하지만 최소 5000억 달러(어쩌면 1조 달러 이상)라는 비용은 만만찮습니다. 일단 빈 살만 왕세자는 1단계(약 3200억 달러) 비용의 절반은 사우디 공공투자기금으로 충당한다고 했는데요. 나머지 돈은 어디선가 끌어오겠다는 뜻이죠. 건설자금 마련을 위해 사우디가 채권을 발행하거나,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증권거래소에 상장하게 될 거란 관측이 나옵니다. ②탄소제로라고는 하는데…네옴시티가 탄소제로를 추구하는 프로젝트라고 말씀드렸죠. 화석연료 없이 태양광∙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만 100% 사용할 거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는데요.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사우디는 물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네옴시티엔 바닷물의 소금기를 없애주는 담수화플랜트가 반드시 필요한데요. 이 해수담수화 플랜트는 일반적으로 화석연료가 사용됩니다. 그리고 보통 엄청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죠. 네옴시티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담수화플랜트에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오, 좋은 아이디어라고요? 그런데 BBC 보도에 따르면 담수화 플랜트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게 아직까지 성공한 적은 없습니다. 즉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아직 알 수 없다는 거죠.기본적으로 이런 대형 건설 프로젝트 자체가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네옴시티 건설 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은 영국이 1년 동안 내뿜는 것의 4배가 될 겁니다. (사우디에선) 아무도 이것을 설명하지 않는군요.”(미국 시더빌대학 지질학과 톰 라이스 교수) 우주인터넷으로 에어택시 타는 도시회의론이 적지 않지만, 네옴시티가 산업계엔 엄청난 기회가 될 거라는 설렘도 가득합니다. ‘미래형’ 신도시를 추구하는 만큼 전통적인 인프라∙건설 산업뿐 아니라 미래지향적 신사업에 기회가 열릴 전망인데요. 이미 싹이 보이는 분야들이 있습니다. ①도심항공모빌리티(UAM)‘더 라인’엔 자동차가 없다고 말씀드렸죠. 그럼 자동차를 못 타게 된 사우디의 부자들이 이주노동자들과 나란히 고속철도나 경전철을 타고 이동하게 될까요? 아마 그렇진 않을 겁니다. 더 라인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즉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대중교통수단으로 도입할 예정이거든요. 이를 위해 네옴시티는 지난해 독일의 볼로콥터(Volocopter)와 계약을 맺고 15대의 수직이착륙항공기를 도입하기로 했는데요. 5대는 화물, 10대는 승객 수송에 쓴다는군요. 얼마 전엔 볼로콥터에 1억7500만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죠. 네옴시티는 건설 단계부터 에어택시가 이착륙할 수 있게 설계될 겁니다. 이 에어택시는 더 라인(주거지구)과 옥사곤(산업지구), 트로제나(관광지구)를 모두 오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②우주인터넷에어택시(UAM)가 상용화되려면 필요한 게 있죠. 바로 통신인데요. 네옴시티는 이를 위해 우주인터넷 기업인 영국의 원웹(Oneweb)과 손을 잡았습니다. 지난달 2억 달러 규모의 합작투자 계약을 맺었는데요. 우주인터넷은 기지국을 지상에 따로 깔 필요 없이 위성을 쏘아올려서 위성에서 바로 신호를 받아서 이용하는 인터넷 서비스입니다. 원웹은 이 분야의 선도주자인 기업이죠(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보다 먼저 위성 발사). 원웹은 네옴시티에서 와이파이는 물론 5G 통신도 지원한다는 계획입니다. ③그린수소사우디아라비아는 네옴시티에 하루 650t의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플랜트를 세울 계획입니다. 2026년 생산 예정. 수소에도 급이 있는 거 아시죠? 생산방식에 따라 급이 나뉘는데요. 화석연료를 이용해 수소를 만드는 그레이수소(탄소 배출 많음)와 달리,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얻은 전기로 물을 분해하는 방식이 바로 그린수소입니다. 한마디로 궁극의 친환경 에너지원. 그린수소는 너무 생산단가가 높다는 단점이 있죠. 또 수소 자체가 기본적으로 생산은 물론저장과 운송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게 문제입니다. 하지만 사우디 에너지 장관은 “우리는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할 때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나라”라며 자신감을 보이는데요. 햇볕이 쨍쨍 내려쬐고 바다 바람이 꾸준히 불어오다보니 태양광과 풍력 자원이 모두 뛰어나다는 것. 발전기를 설치할 남아 도는 땅(사막)도 풍부하고요. 과연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 최대 그린수소 생산국이란 타이틀을 갖게 될까요? 사우디에 맞서는 그린수소 경쟁국으로는 러시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있다는군요. By.딥다이브빈 살만 왕세자 방한에 맞춰 네옴시티를 좀 깊이 들여다 봤는데요. 주요 내용을 정리하자면최소 5000억 달러짜리 프로젝트라는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탄소 제로의 거대 신도시 건설이 시작됩니다. 상상 초월의 스케일, 상식 파괴의 디자인. ‘더 라인’ 조감도는 전 세계를 술렁이게 했습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 튀어나온 줄.거기에 누가 살겠어? 돈은 어떻게 조달해? 탄소제로는 안 될 걸? 회의론도 많은데요.도심항공모빌리티, 우주인터넷, 그린수소 같은 신산업엔 엄청난 기회가 열릴 수도. 빈 살만의 꿈은 과연 현실로 이뤄질까요. *이 기사는 1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받아 보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2-11-19
    • 좋아요
    • 코멘트
  • ‘블프’ 쇼핑 시즌, 올해는 잊어라? 베이조스의 조언[딥다이브]

    오르락 내리락 끝에 17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모두 소폭 하락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 -0.02%, S&P500 -0.31%, 나스닥 지수 -0.35%. 연준 인사의 매파적 발언이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강연에서 “기준금리가 아직 충분히 제한적인 구간에 있지 않다”고 말했죠. 그러면서 차트 하나를 보여줬는데요. 그 차트에선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필요한 기준금리 구간을 5~7%로 제시했습니다. 세상에, 5~7%라니. 시장이 깜짝 놀랄 수준. 물론 불라드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앞으로 몇 달 동안 낮아지면 이 수치도 내려갈 거라고는 봤는데요. 그러면서도 “기준금리의 최소 수준은 5~5.25% 범위”라고 말했습니다. 역시나 금리를 계속 좀더 올려야 한다는 얘기. 불라드 연은 총재는 연준 내에서도 가장 강경한 매파이긴 하죠. 이를 두고 알리안츠인베스트먼트의 요한 그란 ETF대표는 “지금은 기본적으로 경제, 시장, 연준 사이의 치킨게임”이라고 얘기하는데요. 동시에 “연준이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증시 랠리’ 따위는 보고 싶지 않은 연준이 매파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데, 결국 연준 뜻대로 될 거란 전망이죠.다가오는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 전망이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그리 밝지 않다는 점도 이날 주식시장을 맥빠지게 했는데요. 미국 슈퍼마켓 체인 타깃이 이날 실적을 발표하면서 소비심리가 가라앉고 있다고 밝힌 겁니다. 타깃의 최고성장 책임자 크리스티나 해닝턴은 “10월 마지막 2주간 고객의 가격 민감성이 심화돼서 급격한 (실적) 둔화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는데요. 연중 최대 쇼핑 대목을 앞둔 상황에서 좋지 않은 징조이죠.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역시 이번주 초 CNN과의 인터뷰에서 “대형 TV를 구입하려고 생각한다면 속도를 늦추고 현금을 보유하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라. 냉장고, 새 차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는데요. 곧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테니 지금은 빚 내서 쇼핑할 때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온라인 쇼핑 천국을 만든 세계적인 부자가 쇼핑을 자제하라고 할 줄이야. 확실히 흥청망청 쇼핑할 시기는 아닌가 봅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2-11-18
    • 좋아요
    • 코멘트
  • 코인판 리먼사태? 엔론사태! 핫이슈 ‘FTX 파산’ 따라잡기[딥다이브]

    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파산했다는 소식, 다들 들으셨죠? 지난주 수요일 처음 ‘바이낸스 FTX 인수 추진’ 뉴스를 보고 ‘이건 딥다이브에서 꼭 써야해!’라고 생각했는데요. 불과 며칠 만에 FTX는 파산신청을 해버리고, 시장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습니다. 게다가 뚜껑을 열어보니 어떻게 이따위로 거래소를 운영했나 싶을 정도로 FTX 운영은 부도덕한 사기 수준! 여러모로 가상자산 업계에 있어서 최악의 사건인데요. FTX, 그리고 창업자 샘 뱅크먼 프리드의 몰락을 딥하게 들여다보겠습니다.‘예치만 하면 8% 이자’라더니 “FTX 거래소에 달러를 예치만 하면 1만 달러까진 연 8%, 1만~10만 달러엔 연 5% 이자를 준대.” 지난달 지인이 전해준 ‘재테크 꿀팁’이었습니다. 이미 코인 좀 아는 사람들은 일종의 달러예금처럼 FTX 예치금을 활용한다더군요. 솔깃했죠. 그리고 지인이 덧붙인 한마디. ‘FTX가 망하면 코인판도 망하는 거야.’ 그런데 그 일이 터져버렸습니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3위라는 FTX가 11일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신청을 한 겁니다. 파산신청서에 따르면 부채규모는 최대 500억 달러(66조원). 시장은 일단 ‘아니, 어떻게 그 잘 나가던 FTX가 파산을!’이라며 놀랐고요. 알고 보니 FTX가 고객 돈에 손을 댔고, 그 결과 10억~20억 달러(약 1조3000억~2조6000억원) 정도가 비어있다는 사실에 분노했습니다. ‘가상자산계를 구원할 영웅’처럼 굴었던 FTX와 그 창업자가 알고 보니 간 큰 사기꾼이나 다름 없었던 거죠. 우선 돌이켜 보면 어처구니 없는 FTX 창업자 샘 뱅크먼 프리드의 그간의 행적부터 한번 보시죠.1인 중앙은행? 차기 워런 버핏?240억 달러(약 32조원). 2019년 FTX를 창업한 1992년생 샘 뱅크먼 프리드가 올해 상반기 기록했던(지금은 사라져버린) 재산 수준입니다. 좋은 집안(부모 모두 스탠퍼드 법대 교수)에 MIT 졸업장을 가진(수재 인증) 이 젊은 사업가는 업계의 엄청난 스타였는데요. 뽀글한 곱슬머리에 헐렁한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은 다소 어리숙해 보이는 외모가 친근감을 더했죠. 남다른 스펙의 뱅크먼 프리드는 소프트뱅크, 타이거글로벌, 블랙록 같은 기관투자자의 투자를 끌어모으며 FTX를 키웠습니다. 동시에 화려한 마케팅으로 입을 떡 벌어지게 했는데요. 이를 테면 이런 겁니다. 미국 프로농구(NBA) 마이애미 히트 홈구장 이름을 ‘FTX 아레나’로 붙였고요(1억3500만 달러짜리 명명권 구입). 미식축구 NFL 결승전 슈퍼볼 광고까지 사들였습니다(30초에 700만 달러). 패션모델 지젤 번천과 보그 화보도 찍었고요. 그의 명성을 더 높인 계기는 지난 5월 일어난 루나 사태였습니다. 루나 사태로 고꾸라지던 가상자산 업체들에 동아줄을 던져주며 ‘업계의 구원자’ 노릇을 한 겁니다. 블록파이에 4억 달러, 보이저 디지털에 5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해줬죠. 이런 행보로 뱅크먼 프리드는 ‘1인 중앙은행’, ‘크립토계의 피어폰트 모건(JP모건 설립자)’이란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포춘지는 8-9월호에 ‘차기 워런 버핏(The Next Warren Buffett)?’이라며 그를 표지모델로 내세우기까지.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그가 업계를 구원하려고 지원했던 게 아니라, FTX가 가라앉게 생겼으니까 무리하게 덩치를 키워서 겉보기에 멀쩡하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려고 했던 거였습니다. ‘업계 백기사’라던 뱅크먼 프리드의 추락은 11월 2일 나온 기사 한 꼭지에서 시작됩니다.FTX와 알라메다, 그 수상한 연결고리가상자산 투자회사 ‘알라메다 리서치’는 FTX의 핵심 관계사입니다. 그런데 코인데스크가 알라메다의 대차대조표를 들여다보니 자산(146억 달러) 대부분이 FTX 거래소가 발행한 자체 코인(FTT)으로 채워져 있다는 게 드러났습니다. 또 이 FTT코인을 담보로 알라메다가 대출을 받아 여기저기 투자하고 있고요. 이를 두고 코인데스크는 이렇게 지적했죠. “FTX와 알라메다의 관계가 비정상적으로 가깝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시장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는데요. 당시엔 아직 정확히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되진 않았지만, 어찌 됐든 ‘FTT 코인 가격이 무너지면 알라메다도 무너지고 FTX도 줄줄이 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집니다. 위태로운 상황에서 가상자산 거래소 세계 1위(점유율 50% 넘음) 바이낸스의 자오창펑 CEO가 한마디를 보탰죠. “바이낸스 장부에 남아있던 모든 FTT를 팔겠다.”(7일). 그 파장은 일파만파. FTT코인 가격이 급락하는 동시에, FTX거래소에서 자산을 빼는 ‘코인 런’이 벌어진 건데요.FTX의 뱅크먼 프리드는 “FTX는 괜찮다. 자금도 문제 없다”며 달래기에 나섭니다(나중에 보니 완전 거짓말). 동시에 자오창펑에게 FTX를 인수해달라고 SOS를 쳐서 인수의향서(LOI)까지 맺기도. 하지만 하루 만에 자오창펑이 “FTX 상황은 우리가 도울 능력 범위를 넘어섰다”고 철회하며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사실 이때만 해도 FTX사태는 ‘코인판 리먼사태(위험관리 실패로 인한 위기)’인 줄로 알았습니다. 동시에 ‘이거 바이낸스의 FTX 죽이기 아니야?’라는 얘기가 많았고요. 단순한 음모론이 아니라 뉴욕타임스나 블룸버그 같은 미국 주류 언론까지 이런 시각으로 본 건데요. 바이낸스는 압도적 1위 거래소이긴 하지만, 딱히 미국에 기반이 없다는 약점이 있죠(본사가 없는 ‘무국적’ 거래소). 그래서 미국 의회가 추진하는 가상자산 규제 법안(특징=미국 바깥의 거래소에 크게 타격)을 두고 자오창펑(규제안 반대)과 샘 뱅크먼 프리드(규제안 찬성)는 입장이 완전히 엇갈렸습니다. 미국 정치권 인맥이 탄탄한 뱅크먼 프리드(바이든 대선 자금 기부자 중 2위)는 중국계(정확히는 중국계 캐나다인)인 자오창펑을 향해 ‘워싱턴에 갈 수 있나?’고 조롱해서 자오창펑을 열받게 하기도 했죠. 이런 스토리를 엮어서 마치 중국계 거래소 바이낸스가 미국계 FTX를 무너뜨렸다는 식의 해설이 나온 겁니다. 결국 11일 FTX는 파산을 신청했고 뱅크먼 프리드는 CEO자리에서 물러났는데요.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생각보다 더 심각했습니다. 고객 돈을 빼돌린 겁니다! 21년 전 엔론사태의 재연 우리는 은행에 돈을 맡길 때 은행이 그 돈을 다른 누군가에게 대출해 줄 거라는 걸 압니다. 대신 예금주는 예금 이자를 받죠. 만약 모든 예금주가 ‘내 돈을 돌려달라’고 하는 뱅크런이 일어난다면? 은행은 이미 나간 대출을 다 회수하지 않는 한, 돈을 돌려줄 방법이 없습니다.가상자산 거래소는 어떤가요? 거래소는 은행과 다르죠. 국내 주식시장에 비유하자면 가상자산 거래소는 ‘한국거래소+증권사+예탁결제원’의 기능을 합친 것과 같은 일을 합니다. 거래소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내가 거래해서 맡겨둔 코인을 거래소가 잘 보관해둘 거라고 믿습니다(예탁원처럼). 그러니까 거래 수수료를 내는 거죠. 만약 고객들이 내 코인과 현금을 돌려내라고 한다면? 거래소가 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FTX는 그 기본을 무시했습니다. 고객 계좌에 있던 FTT 코인 100억 달러 어치를 계열사인 알라메다에 고객 동의 없이 무단으로 대출해준 겁니다. 100억 달러는 FTX 고객 자산(160억 달러)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죠. 사실 알라메다는 ‘루나 사태’의 여파로 코인 벤처 투자에 실패하면서 지난 6월 대출 상환 요구에 시달렸다는데요. 알라메다의 빚을 갚기 위해 FTX가 고객 계좌에서 자산을 빼서 메워줬다는 거죠. 완전히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꼴. 게다가 그 중 10억~20억 달러는 아예 사라져 버렸다고 합니다. “FTX사태는 리먼이 아닌 엔론 사건의 재연이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의 해설이 이 사건의 본질을 정리해주는데요. 위험 관리를 못해 벌어진 위기(리먼 파산, 범죄까진 아님)가 아니라, 경영진이 짜고 저지른 범죄(엔론 파산)라는 겁니다. 다만 FTX사태가 가상자산 시장에 일으킬 파장은 리먼 사태 못지 않습니다. 당장 큰일 난 건 FTX 고객들인데요. 과연 언제나 돈을 일부라도 돌려 받을 수 있을지가 요원합니다. 참고로 2014년 당시 세계 1위였던 마운트곡스 거래소가 해킹으로 파산했는데, 고객들이 아직도 배상을 못 받고 있거든요. FTX의 한국인 고객이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알 방법이 없는데요. 확실한 건 FTX 접속자 수 기준 일본 다음으로 많은 게 한국(6%)이라고 합니다. 최소 1만명은 될 거란 관측도.‘크립토 윈터’ 언제까지?FTX 파산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미칠 충격파는 상당할 겁니다. 이와 관련해 가상자산 전문가 두분에게 각각 전화로 물어봤습니다. 유튜브 알고란TV의 고란 대표와 신한투자증권의 이세일 블록체인부 부장입니다.-FTX 사태를 보고 국내 투자자들도 불안하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고객 자산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을까.(고란) “원화 입출금이 가능한 5개 국내거래소는 정기적으로 실사를 받는다. 고객이 예치한 코인과 실제 거래소가 보유한 코인이 같은지 실사를 거쳐 분기마다 보고서를 낸다. 과거에 고객 돈을 빼서 쓰던 작은 거래소들이 많았지만, 대부분 이미 파산했다. FTX 같은 큰 업체가 그랬다는 게 놀라운 이유다.”(이세일) “해외 거래소에 비해 국내 거래소가 예치금 관리를 더 빡빡하게 해와서 상대적으로 안전하긴 하다. 국내 감독당국이 해외보다 보수적이었던 게 역설적으로 도움이 된 측면이 있다. FTX 같은 해외 거래소는 산하에 관계사가 많아서 필요할 때 돈을 빌려주면서 수익 창출을 하기도 한다. 이와 달리 국내엔 그런 생태계가 없고 수수료 비즈니스만 해왔다. 다만 국내 거래소들이 100% 지갑을 공개하는 건 아니라서, 확인할 수 있는 건 아니다.” -FTX 사태의 파장 어디까지 갈까. ‘구조적 문제는 아니다’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반대로 가상자산 시장에 아주 긴 혹한기가 올 거란 신중론도 많다.(고란) “(FTX와 알라메다가) 투자했던 토큰이 워낙 많기 때문에, 청산하는 과정에서 내다 팔면서 시장이 무너질 수 있다. 기본적으로 심리가 중요한데, 신규 투자금은 안 들어오고 (코인을) 들고 있는 사람은 팔고 나가고 있다. FTX에 기관이 많이 투자해왔는데, 기관들이 손을 떼고 있다. 그동안 ‘연준의 금리인상이 멈추면 자산시장 상승과 함께 크립토도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이번 사태로 ‘크립토 윈터’가 더 길어질 거라고 본다. 2014년 마운트곡스 해킹 사건 땐 (크립토 윈터가) 3년 이어졌다.”(이세일) “FTX는 단순한 거래소가 아니라 ‘가상자산 시장의 거대한 기둥’ 중 하나였다. FTX와 관련된 프로젝트가 상당히 많다. 단기적으로는 FTX 파산의 영향이 수면 위로 안 드러나더라도 나중에 그 영향이 나타날 거다. 실제 몇 달 전 일어난 루나 사태가 FTX 파산으로 연결되지 않았나. FTX 파산 여파는 루나 사태보다도 훨씬 클 수 있다. 추가 연쇄 파산 가능성은 당연히 있다.”-가상자산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규제는 어떤 식으로 강화될까.(고란)“과거 미국에서 엔론의 회계부정 사건이 터진 뒤 ‘사베인-옥슬리법’이라고 부르는 회계감사를 대폭 강화한 법이 생겼다. 이처럼 미국에서도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한 법이 생겨날 거고, 그 도입도 빨라질 거다. 참고로 바이낸스의 자오창펑을 시작으로 해외 거래소들이 ‘준비금 증명’ 캠페인을 벌이며 자산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를 자율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몇몇 거래소(후오비, 크립토닷컴)는 숫자를 증명한 뒤 돈이 빠져나갔다는 의심도 받는다.”(이세일) “FTX 사태 이전에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요구는 많았다. 선진국에서 진행 중인 법안을 보면 고객 예치금이나 스테이블 코인 규제가 포함돼 있다. 다만 법 제정이 늦었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가속화될 거다. 개인적으로는 전통적인 금융회사가 가상자산 시장에 참여할 기회를 열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By.딥다이브가상자산 거래소 FTX 파산 사태를 정리해봤는데요. 코인 투자를 안 하는 분들에겐 생소할 수 있겠는데요. 파장이 작지 않은 사건이라 알아두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주요 내용을 정리하자면가상자산계의 ‘구원자’로 여겨졌던 FTX 창업자 샘 뱅크먼 프리드. 화려한 스펙으로 기관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 업계의 슈퍼스타였는데요. ‘관계사인 알라메다의 대차대조표가 이상하다’는 기사 하나가 일으킨 파장. 업계 1위 바이낸스가 인수를 하네 마네 하더니 결국 파산신청에 이르렀습니다.그런데 안을 들여다 보니 이게 웬일. 고객 돈을 빼돌려서 관계사 빚 갚는데 써버렸다는데요. 그래서 나오는 말. ‘코인판의 엔론사태’. 그 영향이 어디까지 갈까요? “크립토 윈터가 생각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이 기사는 1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 2022-11-16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