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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고 대학으로 여겨지는 하버드대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스라엘 시위 대응,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폐기 등의 요구에 반기를 들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대학들의 면세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위협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 지원 중단 압박에 굴복했던 컬럼비아대도 다시 저항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미국 주요 대학과 행정부 간의 충돌이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15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하버드가 계속해서 정치적이고 이념적이며 테러리스트에서 영감을 받거나 이들이 지지하는 ‘병적인 행동’을 조장한다면, 면세 지위를 박탈하고 정치 단체로서 과세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면세 지위는 전적으로 공익에 부합하는 행동을 할 때만 유지되는 것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하버드대를 압박했다.지난달 31일 트럼프 행정부가 87억 달러의 보조금과 2억556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통보하자 전날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은 “연방 정부에 장악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에 대해 22억9000만 달러 규모의 보조금 지급 및 계약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또 다시 곧바로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미국 세법에 따르면 대학들은 공교육만을 목적으로 운영된다고 간주돼 연방 소득세를 면제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유대주의, 엘리트주의의 온상이 된 하버드대가 이러한 목적에서 벗어나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연방 보조금이 중단된 상황에서 면세 지위까지 박탈될 경우 하버드대는 대학 운영에 더욱 큰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하버드대처럼 연구 중심 대학에 대한 기부는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다”며 “이는 초고액 자산가들의 막대한 기부를 이끌어내는 요인이 되는데, 이들은 연방정부에 세금을 내는 대신 자신의 돈을 어떻게 쓸지 직접 결정하길 원하기 때문이다”고 전했다.트럼프 대통령의 면세 지위 박탈 발언에 대해 이날 하버드대 학보인 하버드크림슨은 “이번 발표는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의 비영리 지위 박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명확히 밝힌 것이다”고 전했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15일 X에 “하버드대는 학문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불법적이고 서투른 시도를 단호히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하버드대의 모든 학생들이 지적 탐구, 치열한 토론, 상호 존중의 환경 속에서 배울 수 있도록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 다른 고등 교육기관들에 모범을 보였다”며 하버드대를 옹호했다.한편 이날 NYT에 따르면 지난달 연방 보조금이 끊긴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개혁 요구를 받아들였던 컬럼비아대도 연방 정부의 압박에 저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NYT에 따르면 14일 클레어 시프먼 컬럼비아대 총장 대행은 교내 구성원에게 서한을 보내 “연방 정부가 우리에게 우리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프면 총장 대행의 서한은 하버드대 총장의 메시지에 영향을 받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14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회사들을 돕기 위한 조치를 생각하고 있다”며 다음 달 3일 이전 부과를 예고한 자동차 부품 관세의 면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멕시코, 캐나다 등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빅3 자동차 업체들이 관세로 인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완성차와 자동차 부품 업계도 관세 부담을 일정 부분 덜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일시적 관세 면제를 고려하는 제품이 있느냐’란 취재진의 질문에 “자동차 회사들을 돕기 위한 조치를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자동차 회사들은 캐나다, 멕시코 등지에서 만든 부품을 사용하고 있는데, 미국에서 그 부품을 만들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3일부터 모든 수입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엔진과 변속기 같은 부품에 대해선 다음 달 3일 이전에 관세를 매길 예정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미국산 부품 비율은 평균 47%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 자동차 한 대에 수만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단기간에 공급망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미국인들의 필수품으로 여겨지는 차량 가격 인상 우려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선 자동차 및 부품 관세 인상 여파로 소형 세단의 대당 가격이 2500∼4500달러가량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일단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자동차 부품 관세가 유예 또는 면제되면 미국 내 생산기지가 있는 완성차 업체들은 제조 단가를 당장 올리지 않아도 된다. 국내 자동차 부품 기업들의 대미 수출 타격도 완화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82억2200만 달러(약 11조7000억 원)다. 전체 자동차 부품 수출액(225억4700만 달러) 중 대미 수출 비중은 역대 최대인 36.5%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 제품이나 스마트폰 등이 관세 예외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내 마음을 바꾸지 않았지만 나는 매우 유연한 사람”이라고 답했다. 또 “(애플 최고경영자인) 팀 쿡과 이야기를 했고, 나는 최근에 그를 도왔다”며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전자제품 등에 대한 관세 발표가 예고된 가운데, 일부 품목이나 기업에 대한 예외 조치 가능성을 또 한 번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10일(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이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84%에서 125%로 수정 발표하자, 중국도 미국에 대한 관세율을 똑같이 84%에서 125%로 올리겠다고 11일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중(對中) 관세율은 중국산 펜타닐(좀비 마약) 원료를 문제 삼아 기존에 부과한 20%를 합쳐 총 145%에 이르게 됐다. 앞서 중국도 미국의 펜타닐 관세에 맞서 농산물에 한해 최대 15%의 관세를 매긴 바 있어 대미 관세율은 품목에 따라 최대 140%로 엇비슷해졌다. 미중의 상대국 수출 가격이 2배 넘게 치솟은 것이다. 다만, 양국은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거의 상실될 정도로 관세 폭탄을 주고받음에 따라 더 이상 추가 관세 인상을 하진 않기로 했다. 11일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125%로 올려 12일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미국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기본적인 경제 상식에 어긋나는 일방적 괴롭힘”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백악관은 10일 공개한 ‘무역 보복 및 정책 공조를 반영한 상호관세율 조정’이란 제목의 행정명령에 대중 상호관세율을 기존 84%에서 125%로 대체한다고 적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중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미국을) 심하게 등쳐 먹었다(ripped)”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매우 존경한다. 우린 (중국과의) 협상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내길 희망한다”며 협상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어 “그(시 주석)는 오랜 기간 진정한 의미에서 내 친구였다”며 “나는 양국 모두에 매우 좋은 결과로 끝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125% 보복 관세 발표 이후인 11일 트루스소셜에 별다른 추가 보복 언급 없이 “우리의 관세 정책이 정말 잘 진행되고 있다. 미국과 전 세계에 매우 흥미로운 일”이라고 썼다. 전날 그는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인상 계획에 대해선 “더 올릴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미중이 극단의 고율 관세를 서로 주고받은 가운데 양국 정상이 결국 정치적 해법을 모색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중 관세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경제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양국 경제에 적지 않은 피해를 줄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주요 외교 행사를 계기로 미중 정상이 만나 해결책을 논의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글로벌 경기와 정치 일정, 양국 국민 여론 등에 영향을 받을 순 있겠지만 올가을 안에는 미중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벼랑끝 관세전쟁… “트럼프-시진핑 톱다운 방식 외엔 타개 어려워”[美中 관세전쟁 ‘치킨 게임’]시진핑 “두려워 안해” 상무부는 “대화”… 트럼프 “시진핑은 오랜기간 내 친구”6월 14일 트럼프, 15일 시진핑 생일… WSJ “생일회담서 해법 찾을수도”“중국은 70여 년 동안 스스로의 힘으로 발전했고(자력갱생·自力更生), 어떤 부당한 압박에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125% 맞불 관세를 발표한 1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베이징에서 열린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의 회담에서 이렇게 밝혔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전쟁이 시작된 이후 시 주석이 공개적으로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건 처음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동시에 대화의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전날 허융첸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미국과의)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10일(현지 시간) “시진핑 주석은 오랜 기간 진정한 의미에서 내 친구였다”며 국면 전환의 여지를 남겨놨다. 관세 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경제가 침체되면 이와 연동된 미중 경제도 적지 않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적당한 시점에 만나 ‘톱다운식’ 해법을 모색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1, 2개월 내 협상 모멘텀 만들기 어려워”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첫해인 2017년, 자신의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시 주석과 처음 만났다. 당시도 미중 무역 불균형 문제 등을 놓고 양국이 첨예하게 맞서는 가운데 백악관 입성 76일 만에 마주 앉았다. 이때를 포함해 트럼프 1기 당시 미중 정상은 모두 5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 차례씩 서로 자국에 초청해 진행한 정상회담을 제외하면, 모두 다자회의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동했다. 트럼프 2기에선 양국이 1기보다 대폭 수위를 끌어올려 통상 전쟁에 나선 만큼, 당장 정상회담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선 당장 관세 협상을 진행할 국가만 70개국이 넘는다”며 “일단 핵심 타깃인 중국은 가장 후순위로 미뤄둔 만큼 1, 2개월 내 미중 간 극적인 모멘텀이 마련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정치)도 “이미 미중 갈등이 감정싸움 양상으로 격화돼 당분간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하지만 9일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외 국가들에 대한 90일 상호관세 유예 결정을 이끈 ‘시장의 힘’이 미중 정상 간 자존심 싸움을 멈추게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 침체는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중국 역시 부동산 경기 등 내수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장기간 수출 감소를 감내하기엔 한계가 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현 상황을 타개할 해법으로는 미중 정상회담의 가능성이 제일 높다”며 “다만 누가 먼저 양보하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시진핑-오바마 ‘서니랜즈 정상회담’ 성격 될 수도일각에선 미중 정상이 이르면 6월에 만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생일이 각각 6월 14일과 15일로 이른바 ‘생일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것.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두 정상이 “6월 워싱턴에서 ‘생일 정상회담’을 할지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와 경북 경주에서 10월 말∼11월 초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도 미중 정상이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시 주석은 그간 APEC 정상회의에 줄곧 참석해 왔는데, 올 2월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났을 때도 경주 APEC 참석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2013년 6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이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휴양 시설인 ‘서니랜즈’에서 가진 정상회담 성격의 만남이 될 거란 관측도 있다. 회담 직전 오바마 대통령이 ‘피벗 투 아시아’ 정책을 펼치자, 중국이 이를 자국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며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됐었다. 하지만 서니랜즈 정상회담을 거치며 양국은 ‘협력적 경쟁과 상생’으로 관계를 재설정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관세 유예 결정을 이끈 일등공신은 채권시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 부과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한 배경으로 최근 미국 주식, 채권, 달러 가치가 모두 하락한 ‘트리플 약세’가 꼽힌다. 이 중에서도 특히 채권시장에서 공포에 질린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서면서 미 국채 가격이 급락(채권 수익률 급등)하자 트럼프 대통령도 관세 유예를 결정하게 됐다고 CNN,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관세 폭격’ 후폭풍으로 최고 안전자산인 미 국채가 한순간에 매도 대상으로 전락한 것은 미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안겼다. 이에 연동하는 달러 가치, 대출 금리 등이 요동치고 연방정부의 이자 부담 또한 급증하자 트럼프 대통령 또한 관세를 무작정 고수하긴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미 재무부,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연방부채는 36조1400억 달러(약 5경2490조 원)이다. 지난해 국채 이자로만 8820억 달러를 썼다. 지난해 미국 의료보험, 국방비 지출보다 이자로 쓴 돈이 더 많다고 CBO는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에 보복하기 위해 보유 중인 미 국채를 집중 매각한다면 미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시장에 엄청난 후폭풍이 닥칠 가능성이 있다고 CNBC가 진단했다. 재무부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중국은 7610억 달러(약 1103조3450억 원)의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1조 달러 이상의 미 국채를 보유한 일본에 이은 세계 2위다.● 국채 급락에 놀란 트럼프… 中 보유 美 국채도 변수 미 국채 가격은 사실상 글로벌 금융시장의 ‘벤치마크’다. 각국 국채의 가격 또한 미 국채 가격에 연동돼 있다. 또 미국인의 퇴직연금 포트폴리오는 통상 6 대 4의 비율로 주식과 채권에 투자돼 있다. 즉, 미 국채 가격이 하락하면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미국인의 주택 및 자동차 대출 상환액이 늘어난다. 퇴직연금 또한 줄어드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이번 주초만 해도 3.9% 아래였던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관세 우려가 고조되자 9일 한때 4.51%까지 올랐다. 같은 날 30년물 국채 수익률 또한 한때 5%를 넘어섰다.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최근 3거래일간 약 50bp(0.5%포인트) 급등했다. 1982년 이후 가장 빠른 증가 속도다. 주식시장이 하락하면 안전자산인 국채 가격은 통상 오른다(국채 금리 하락). 하지만 상호관세 발표 후에는 주식과 국채 가격이 동시에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 우려를 키웠다. 다만 관세 유예 발표 후 국채 수익률 또한 하락세로 돌아서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4.3%대를 기록했다. 벤 윌트셔 씨티은행 금리 전략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번 매도는 미 국채가 더 이상 전 세계의 안전자산이 아니라는 체제 전환의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투자은행 ‘메이지야스다’의 기타무라 겐이치로 리서치 책임자는 중국이 미국에 대한 보복으로 미 국채를 팔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블룸버그에 “미 국채는 수급보다 ‘정치적 요인’에 의해 움직인다”고 진단했다. 미중 관세 전쟁이 더 격화되면 중국의 미 국채를 이용한 보복 수위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길리언 테트 FT 칼럼니스트는 미 국채 가격 급락이 계속되면 미국의 국가 부도 우려 또한 고조될 것으로 봤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부동산 사업가 시절 종종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맞았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이 알고 있다”고 꼬집었다.● 中 내수 활용해 “끝까지 저항” 중국은 미국에 맞설 뜻을 분명히 했다. 10일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압력과 괴롭힘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단호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같은 날 ‘X’에 1953년 한국전쟁 당시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이 “미군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한 영상을 게재했다. 당국은 이날 “미국 영화 수입 또한 적절히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의 홍콩 사무소 격인 주홍콩 특파원공서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기고문에서 미국을 ‘21세기 야만인’으로 규정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는 9일 소셜미디어 계정에 미국의 관세에 “단호히 반대하고(堅決反制), 끝까지 저항한다(奉陪到底)”는 게시물을 게재했다. 현지 소셜미디어에선 ‘애국 소비’를 장려하고 스타벅스, 나이키, 애플 등 미국 기업 대신 자국 기업 제품을 쓰자는 메시지가 확산되고 있다. 국제 통계사이트 스태티스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134조9084억 위안(약 2경6754조 원)으로 2023년보다 5% 늘었다. 이 중 약 44%가 내수로 추정된다. 미국의 압박에도 중국이 버틸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15일부터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 주요국을 순방하며 미국에 대한 대응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0일 “15개국으로부터 관세 협상 제안을 받아 검토 중”이라며 “결승선에 가까워진 거래가 많다”고 밝혔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각국과의 경제 및 안보 현안을) 한 개의 패키지로 묶는 것이 합리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각국과의 관세 협상 시 해당국의 방위비 분담금, 미군 주둔 문제 등도 ‘패키지’로 묶어 포괄적으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그는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의 통화 후 ‘원스톱 쇼핑(One Stop Shopping)’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관세와 안보 현안을 묶어 협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루 뒤 이 아이디어를 더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이다. 미 국방부도 한국, 일본, 대만 등 인도태평양 내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늘려야 한다는 뜻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방, 통상 관계자가 정부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또한 우리가 먼저 미국 측에 방위비 분담금 의제를 거론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관세―방위비 패키지 협상” 거듭 강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으로부터 ‘유럽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에 주둔한 미군 병력을 감축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우리는 유럽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데 제대로 보상도 받지 못하고 비용 또한 우리가 부담하고 있다”며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그건(방위비 분담금) 우리가 논의할 사안 중 하나”라며 “무역 문제와 별개지만 난 그걸 무역 논의의 일부로 포함시키는 게 말이 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 권한대행과의 통화에서 “상호관세와 한국에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보호 비용 지불(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이야기했다”며 관세와 방위비 분담금을 엮어 협상할 뜻을 내비쳤다. 특히 이날은 유럽 주둔 미군에 관한 질문을 받았음에도 한국을 콕 집어 언급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에 높은 수준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존 노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차관보 대행 또한 같은 날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증가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전투 능력을 갖춘 군사력을 바탕으로 억지력을 재확립해야 한다”면서도 “동맹 및 파트너들과의 부담 분담을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시 동맹의 분담금 증액을 요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역시 8일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마다 맞춤형 접근 방식을 취할 것”이라며 “대외 원조, 해당 국가에 주둔한 미군, 그들에 대한 비용 분담 문제 등이 포함된다면 그런 논의도 (관세) 협상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먼저 방위비 꺼내지 않을 것” 일단 정부는 우리가 먼저 미국 측에 방위비 분담을 거론하지 않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설사 미국 측이 관세 문제와 함께 방위비 분담금을 패키지로 협상하자고 요구하더라도 “안보와 경제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방위비 재협상 요구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한미 조선 협력 등은 관세와 패키지로 엮어 협상할 수 있겠지만 국민 생명에 직결되는 안보까지 관세와 엮어 협상한다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특히 일각에서 제기되는 ‘주한미군 주둔 등 각종 방위비를 한국이 모두 부담하자’는 주장에 대해선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해야 하는 의제이기에 단순히 ‘돈’만으로 판단하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한국과 미국은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인 지난해 10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적용되는 제12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 합의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바이든 전 행정부와의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이번으로 끝날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탁한 팸 본디 법무장관(사진)이 6일(현지 시간) 일각에서 제기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3선(選)’ 가능성을 일축했다. 3선을 금하는 미 헌법이 개정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이유에서다. 본디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임 제한을 극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헌법을 봐야 한다. 그것(개헌)은 힘든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수정헌법 22조는 ‘어떤 사람도 대통령직에 두 번 이상 선출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헌을 하려면 각각 100석, 435석인 상·하원에서 모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후 전체 50개 주의회에서 4분의 3(38개 주) 이상이 비준해야 한다. 집권 공화당은 현재 상원에서 53석, 하원에서 220석을 차지하고 있다. 야당 민주당보다 근소하게 많은 의석을 점유해 사실상 개헌이 불가능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거듭 3선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J D 밴스 부통령이 2028년 대선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서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대선에서 승리한 뒤 밴스 부통령이 자진 사퇴하면 부통령인 트럼프 대통령의 승계가 가능해져 3선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다만 수정헌법 12조는 ‘대통령 자격이 없는 사람은 부통령 자격도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통령으로 물러난 뒤 대통령에 복귀하는 방법이 위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이번으로 끝날 것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탁한 팸 본디 미국 법무장관이 6일(현지 시간) 일각에서 제기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3선(選)’ 가능성을 일축했다. 3선을 금하는 미 헌법이 개정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이유에서다.본디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임 제한을 극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헌법을 봐야 한다. 그것(개헌)은 힘든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미 수정헌법 22조는 ‘어떤 사람도 대통령직에 두 번 이상 선출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헌을 하려면 각각 100석, 435석인 상·하원에서 모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후 전체 50개 주의회에서 4분의 3(38개주) 이상이 비준해야 한다. 집권 공화당은 현재 상원에서 53석, 하원에서 220석을 차지하고 있다. 야당 민주당보다 근소하게 많은 의석을 점유해 사실상 개헌이 불가능하다.다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거듭 3선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J D 밴스 부통령이 2028년 대선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서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대선에서 승리한 뒤 밴스 부통령이 자신 사퇴하면 부통령인 트럼프 대통령의 승계가 가능해져 3선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다만 수정헌법 12조는 ‘대통령 자격이 없는 사람은 부통령 자격도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통령으로 물러난 뒤 대통령에 복귀하는 방법이 위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미국의 후티 반군 공습 정보가 사전에 유출된 이른바 ‘시그널 게이트’가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아이폰 ‘연락처 자동 업데이트’ 기능에서 비롯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6일(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백악관은 대화방에 제프리 골드버그 디애틀랜틱 편집장을 초대한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아이폰을 포렌식했다. 그 결과 왈츠 보좌관의 아이폰에는 대선 기간이었던 지난해 10월 골드버그 편집장의 연락처가 저장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당시 골드버그 편집장은 상이 군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비판하는 기사를 작성했고, 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묻고자 대선 캠프에 이메일을 보냈다. 당시 캠프 대변인을 맡고 있던 브라이언 휴즈(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는 골드버그 편집장의 이메일 내용을 복사해 왈츠 보좌관에게 문자로 발송하면서 대응을 맡겼다. 문자에는 골드버그 편집장의 연락처가 적힌 서명까지 함께 복사됐다.포렌식을 진행한 백악관 관계자들은 이 과정에서 왈츠 보좌관의 아이폰이 골드버그 편집장의 연락처를 휴즈 대변인의 추가 연락처로 자동 저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이폰은 고유 알고리즘을 통해 이메일이나 초대장 등에 담긴 연락처가 기존 연락처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기존 연락처에 추가로 저장한다. 결국 골드버그 편집장의 번호가 휴즈 대변인의 연락처로 추가됐고, 왈츠 보좌관은 휴즈 대변인을 대화방에 초대했지만 사실 골드버그 편집장이 초대됐다는 것이다.앞서 왈츠 보좌관은 골드버그 편집장과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지난달 26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골드버그 편집장의 연락처가) 의도치 않게 빨려들어가버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포렌식 결과대로라면 왈츠 보좌관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되는 셈이다.트럼프 대통령은 시그널 게이트 발생 이후 왈츠 보좌관이 자신이 싫어하는 매체인 디애틀랜틱의 언론인 연락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고 전해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왈츠 보좌관을 경질하는 것이) 좌파 진영에만 좋은 일이다”며 왈츠 보좌관을 해임하지 않았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포렌식 결과에 만족했다”고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5일(현지 시간) 미국 전역에서 연방정부 구조조정, 의료 예산 삭감, 글로벌 관세 부과 등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날 워싱턴과 뉴욕 같은 주요 도시와 미국 50개 주에서 최소 1300건의 시위가 열렸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 인디비저블(Indivisible)과 무브온(Move On) 등 197개 단체가 참여했고, 시위 주최 측은 이날 전국에서 60만 명가량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뒤 최대 규모의 반대 시위였다”고 전했다.시위대의 핵심 구호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에 반대한다는 뜻에서 ‘손을 떼라!(hands off!)’였다. 특히 시위대는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같은 정부 부처에 대한 감원, 의료 예산 110억 달러(약 16조765억 원) 삭감 등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CNN은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겸 정부효율부 수장이 공을 들이는 정책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특히 컸다고 전했다. 글로벌 관세 부과 등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부과한 10%의 기본 관세가 미 동부 시간 기준 5일 0시 1분(한국 시간 5일 오후 1시 1분)부터 발효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악의 침해국’이라며 한국을 포함해 60여 개국에 추가로 부과하는 상호 관세는 9일(미 동부 시간 기준)부터 적용된다. ‘트럼프발 관세 쇼크’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뉴욕 증시에선 이틀간(3∼4일) 6조6000억 달러(약 9646조 원)의 시가총액이 증발됐다.“관세로 증시 폭락, 은퇴 못할 판” 美 1300곳서 反트럼프 시위美전역 60만명 “트럼프, 손 떼라” 시위공무원 감원-사회보장 축소 등에 분노민주 하원의원 “트럼프 탄핵안 발의”… 오바마도 “국제질서 파괴 안돼” 비판응답자 52% “정부 경제정책 반대”“저는 억만장자들이 미국의 정치 시스템을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싫어요.” 5일 미국 워싱턴의 대표적인 공원인 내셔널몰에서 열린 ‘손을 떼라(hands off)’ 시위에 참여한 잭 베렌즈 씨(28)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반대한다며 워싱턴포스트(WP)에 이같이 말했다.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정부 구조조정과 고율의 글로벌 관세 부과 등 주요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 수만 명이 이곳에 모였다. 시위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1위 갑부(포브스 기준)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겸 정부효율부(DOGE) 수장과 손잡고 의료 서비스와 사회보장연금 등을 축소하려는 데 분노했다. 미국 민주당의 유력 인사들도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비판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4일 “지난 두 달간 우리는 미국 정부가 규칙 기반 국제 질서를 노골적으로 파괴하려는 움직임을 보아 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었던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도 “우리나라에 두려움이 퍼지고 있다”며 “‘이건 잘못됐다’고 말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2%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대선 직전이었던 지난해 10월 같은 여론조사에서 반대 응답은 40%였다.● 美 전역서 60만 명 모여 “트럼프 손 떼라” 시위이날 시위는 미 전역의 주 의사당, 연방정부 청사, 시청 등에서 동시다발로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각종 정책을 중단하라는 의미에서 ‘손을 떼라’라는 구호 아래 미국 진보단체 197개가 참여했다. 주최 측은 미 50개 주에서 최소 1300건의 시위가 열렸고, 총 60만 명가량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시위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부과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관세가 내 401(k)(미국 퇴직연금)를 죽이고 있다’는 팻말을 들고 뉴욕에서 시위에 나선 지안 씨(33)는 “고관세로 증시가 폭락한 탓에 아버지가 평생 모은 돈의 25%를 사흘 만에 잃었다”고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말했다. 도로시 아우어 씨(62)는 “40년 넘게 일해 왔다. 어제 투자금과 은퇴 계획을 살펴보니 은퇴할 수가 없을 것 같다”고 울먹였다. 연방정부 구조조정으로 사회보장이 줄어들게 된 데다 고관세로 퇴직 대비 투자금이 폭락한 데 대한 울분을 토로한 것.앨 그린 민주당 하원의원(텍사스)은 워싱턴 집회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한 달 내로 발의하겠다”고 말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전했다. 이 자리에서 그린 의원은 “트럼프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를 맡을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반(反)트럼프 시위는 폭력 사태 없이 평화로운 방식으로 진행됐다.전국적 시위에 백악관은 사회보장 정책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분명하다. 그는 항상 적합한 수혜자를 위해 사회보장 서비스를 보호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WSJ에 따르면 백악관 참모들 사이에서도 머스크가 추진 중인 정부 구조조정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초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머스크를 잘 관리하라”며 각 부처와의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현재 머스크는 와일스 비서실장과 매주 두 차례 장시간의 회의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에서도 ‘손을 떼라’ 시위 열려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 부과 조치를 중심으로 한 경제 정책에 대한 반감과 우려도 커지고 있다. WSJ가 지난달 27일∼이달 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2%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50%였다. 특히 관세 정책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4%가 반대했다. WSJ는 “미국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계획에 긍정적인 기대감을 갖고 그를 선택했지만 최근 추진한 대규모 관세 정책은 이러한 신뢰를 회의감으로 바꾸는 데 일조했다”고 평가했다. 5일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등 유럽 곳곳에서도 수천 명이 모여 ‘hands off’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로이터통신은 “유럽에서의 시위는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관세를 발표한 후에 벌어졌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세상은 당신의 헛소리에 지쳤다”, “도널드, 이제 떠나라” “폭군에게 저항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저는 억만장자들이 미국의 정치 시스템을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싫어요.”5일 미국 워싱턴의 대표적인 공원인 내셔널몰에서 열린 ‘손을 떼라(hands off)’ 시위에 참여한 잭 베렌즈 씨(28)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반대한다며 워싱턴포스트(WP)에 이같이 말했다.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정부 구조조정과 고율의 글로벌 관세 부과 등 주요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 수만 명이 이곳에 모였다. 시위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1위 갑부(포브스 기준)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겸 정부효율부(DOGE) 수장과 손잡고 의료 서비스와 사회보장연금 등을 축소하려는 데 분노했다.미국 민주당의 유력 인사들도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비판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4일 “지난 두 달간 우리는 미국 정부가 규칙 기반 국제 질서를 노골적으로 파괴하려는 움직임을 보아 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었던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도 “우리나라에 두려움이 퍼지고 있다”며 “‘이건 잘못됐다’고 말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2%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대선 직전이었던 지난해 10월 같은 여론조사에서 반대 응답은 40%였다.● 美 전역서 60만 명 모여 “트럼프 손 떼라” 시위이날 시위는 미 전역의 주 의사당, 연방정부 청사, 시청 등에서 동시다발로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각종 정책을 중단하라는 의미에서 ‘손을 떼라’라는 구호 아래 미국 진보단체 197개가 참여했다. 주최 측은 미 50개 주에서 최소 1300건의 시위가 열렸고, 총 60만 명가량이 참여했다고 밝혔다.시위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부과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관세가 내 401(k)(미국 퇴직연금)를 죽이고 있다’는 팻말을 들고 뉴욕에서 시위에 나선 지안 씨(33)는 “고관세로 증시가 폭락한 탓에 아버지가 평생 모은 돈의 25%를 사흘 만에 잃었다”고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말했다. 도로시 아우어 씨(62)는 “40년 넘게 일해왔다. 어제 투자금과 은퇴 계획을 살펴보니 은퇴할 수가 없을 것 같다”고 울먹였다. 연방정부 구조조정으로 사회보장이 줄어들게 된데다 고관세로 퇴직 대비 투자금이 폭락한 데 대한 울분을 토로한 것.앨 그린 민주당 하원의원(텍사스)은 워싱턴 집회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한 달 내로 발의하겠다”고 말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전했다. 이 자리에서 그린 의원은 “트럼프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를 맡을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반(反) 트럼프 시위는 폭력 사태 없이 평화로운 방식으로 진행됐다.전국적 시위에 백악관은 사회보장 정책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분명하다. 그는 항상 적합한 수혜자를 위해 사회보장 서비스를 보호할 것이다”라고 밝혔다.하지만 WSJ에 따르면 백악관 참모들 사이에서도 머스크가 추진 중인 정부 구조조정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초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머스크를 잘 관리하라”며 각 부처와의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현재 머스크는 와일스 비서실장과 매주 두 차례 장시간의 회의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에서도 ‘손을 떼라’ 시위 열려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 부과 조치를 중심으로 한 경제 정책에 대한 반감과 우려도 커지고 있다. WSJ가 지난달 27일~이달 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2%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50%였다. 특히 관세 정책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4%가 반대했다. WSJ는 “미국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계획에 긍정적인 기대감을 갖고 그를 선택했지만 최근 추진한 대규모 관세 정책은 이러한 신뢰를 회의감으로 바꾸는 데 일조했다”고 평가했다.5일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등 유럽 곳곳에서도 수천 명이 모여 ‘hands off’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로이터통신은 “유럽에서의 시위는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관세를 발표한 후에 벌어졌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세상은 당신의 헛소리에 지쳤다”, “도널드, 이제 떠나라” “폭군에게 저항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에 일조하며 ‘법치의 수호자’란 이미지로 각인됐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이라는 극적인 전환점을 맞았다.”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인용하자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내놓은 논평이다. 윤 전 대통령이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 수사에서 활약한 스타 검사지만 본인 또한 비상계엄 선포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돼 탄핵심판을 받았고,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됐다는 의미다. 이날 주요 외신은 탄핵 인용 결정을 일제히 긴급 뉴스로 타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4일자 1면에 탄핵 선고 기사와 사진을 담았다.상당수 외신은 이번 결정이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번 결정이 “한국 민주주의 여정에 중요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AFP통신은 미 조지메이슨대 손병환 교수를 인용해 “한국 민주주의가 ‘최악의 도전’인 쿠데타 시도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조희경 홍익대 법대 교수 또한 WP에 “거리에서 피를 흘리지 않고도 헌법 절차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을 해임할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다만 외신들은 한국 사회의 갈등과 혼란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WP는 수개월간 한국을 뒤흔든 정치적 혼란의 종식이 어려울 것이며 진보와 보수의 갈등 또한 격화할 가능성을 점쳤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한국의 보수와 진보가 함께할 수 없었던 미성숙한 모습이 지금의 극한 분단을 낳은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산적한 과제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AFP통신은 “리더십 공백 와중에 역사상 최악의 산불 같은 재해를 겪었고, 핵심 동맹인 미국으로부터 25%의 상호관세를 부과받았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도 관세 협상과 관련해 “임시 지도자가 있는 국가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힘의 우위’에 설 수 없다”고 평가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4일(현지 시간) “한국의 민주주의 제도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한국의 새 대통령 선출 전까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윤 전 대통령 파면과 관련된 질문을 받고 “올해는 한일 수교 60주년”이라며 “양국의 긴밀한 협력은 안보뿐 아니라 지역 평화와 안정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에 일조하며 ‘법치의 수호자’란 이미지로 각인됐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이라는 극적인 전환점을 맞았다.”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하자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내놓은 논평이다. 윤 전 대통령이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 수사에서 활약한 스타 검사지만 본인 또한 비상계엄 선포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돼 탄핵심판을 받았고,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됐다는 의미다. 이날 주요 외신은 탄핵 인용 결정을 일제히 긴급 뉴스로 타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4일자 1면에 탄핵 선고 기사와 사진을 담았다.상당수 외신은 이번 결정이 한국 민주주의 회복력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번 결정이 “한국 민주주의 여정에 중요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AFP통신은 미 조지메이슨대 손병환 교수를 인용해 “한국 민주주의가 ‘최악의 도전’인 쿠데타 시도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조희경 홍익대 법대 교수 또한 WP에 “거리에서 피를 흘리지 않고도 헌법 절차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을 해임할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다만 외신들은 한국 사회의 갈등과 혼란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WP는 수 개월간 한국을 뒤흔든 정치적 혼란의 종식이 어려울 것이며 진보와 보수의 갈등 또한 격화할 가능성을 점쳤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한국의 보수와 진보가 함께할 수 없었던 미성숙한 모습이 지금의 극한 분단을 낳은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계엄 같은 권력 남용을 방지하려면 “한국의 정치 체제 개혁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한국의 산적한 과제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AFP통신은 “리더십 공백 와중에 역사상 최악의 산불 같은 재해를 겪었고, 핵심 동맹인 미국으로부터 25%의 상호관세를 부과받았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도 관세 협상과 관련해 “임시 지도자가 있는 국가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힘의 우위’에 설 수 없다”고 평가했다.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 중국중앙(CC)TV 등도 탄핵 인용을 속보로 전했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에서는 이날 오전 검색어 1, 2위가 ‘윤석열 파면, 대통령직 상실’, ‘한국 60일 이내 대선’이었다.한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윤 전 대통령 파면과 관련된 질문을 받고 “올해는 한일 수교 60주년”이라며 “양국의 긴밀한 협력은 안보뿐 아니라 지역 평화와 안정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통치해 온 가자지구에서 최근 군사 작전을 확대해 온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일부 지역을 점령하겠다고 2일 밝혔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의 일부를 사실상 이스라엘 영토로 편입시키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또 2023년 10월 7일부터 전쟁 중인 하마스를 더욱 압박하고, 하마스의 가자지구 내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사진)는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가자지구를 분할하고 있으며, 하마스가 우리의 인질을 돌려보낼 수 있도록 압박을 단계적으로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모라그 통로(회랑)를 점령하고 있다. 이곳은 제2의 필라델피 통로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이날 “군이 (가자지구의) 테러리스트와 인프라를 제거하고 이스라엘의 안보 구역에 추가할 광범위한 영토를 점령할 것”이라고 밝혔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모라그는 2005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하기 전까지 최남단 라파와 칸유니스 사이에 조성돼 있던 유대인 정착촌이다. 이곳을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나누는 필라델피 통로처럼 만들어 라파와 칸유니스를 분리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이스라엘이 지중해 쪽을 제외한 가자지구의 3면을 전방위로 포위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AFP통신은 하마스가 지난달 29일 이스라엘이 역제안한 휴전안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생존해 있는 인질 5명을 풀어주면 1단계 휴전 기간을 50일 연장하고, 이 기간에 휴전 2단계에 대해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하마스는 “즉시 2단계 협상에 착수해야 한다”며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압박 강도가 세지고 있는 가운데 이란과 러시아의 밀착 움직임이 나타난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이 마지드 타흐트라반치 이란 외교차관과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최근 미국이) 이란 핵 인프라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한 건 불법이고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교장관은 “새로운 이란 핵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군사적 대치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오후 4시(미 동부 시간 기준·한국 시간 3일 오전 5시) 사실상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관세 조치를 발표하며 ‘글로벌 관세 폭격’에 나선다. 1월 재집권 뒤 중국 캐나다 멕시코 등 특정 국가,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등 일부 품목에만 관세를 부과하며 전초전을 벌인 데 이어 관세 적용 대상과 범위를 대폭 넓힌 것이다. ‘트럼프발(發) 통상전쟁’이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 세계 경제질서를 재편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야심이 보인다고 전했다.이번 관세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정원 ‘로즈가든’에서 직접 발표한다. 로즈가든은 역사적으로 미국 대통령이 주요 정책을 발표하고, 해당 정책의 권위와 정당성을 강조할 때 활용됐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이번 관세 발표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번째 로즈가든 행사”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자랑스럽게 명명한 미국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세 조치 발표 행사에는 백악관과 내각 주요 인사들도 대거 참석한다. 이번 관세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즉시 발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발표 하루 전인 1일까지도 모든 수입품에 일괄적으로 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 국가별로 각기 다른 상호 관세를 적용하는 방안, 미국에 대규모 무역적자를 안긴 일부 국가에만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 등을 놓고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지난해 미국에 8번째로 큰 무역적자를 안긴 한국 역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31일 내놓은 ‘2025 국가별 무역장벽(NTE) 보고서’에서 조건부 무기거래 관행인 ‘절충 교역’까지 문제 삼는 등 7쪽에 걸쳐 조목조목 한국의 ‘비(非)관세 장벽’을 지적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대규모 관세 부과 직전에 명분을 깔아둔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타깃이 될 일부 국가에는 2일이 ‘속박의 날’이 될 것”이라고 했다.특정국가→품목→전세계… 트럼프, 관세 ‘타깃’ 계속 넓혀[트럼프 관세 폭풍]“美 관세왕 이후 가장 강력조치” 평가FT “한국 수출 7.5% 감소할수도”… 美도 스태그플레이션 타격 우려中-EU “강력한 반격” 정면 승부… 日-英은 “신중한 접근” 협상 초점2일(현지 시간·한국 시간 3일 오전 5시)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미국의 대규모 관세 부과 정책 발표는 자유무역에 기반한 국제 통상질서를 크게 바꿀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후 펼쳐진 통상전쟁 또한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그동안 중국 캐나다 멕시코 등 특정 국가,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등 특정 품목을 겨냥했던 ‘트럼프표 관세 폭탄’이 사실상 전 세계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19세기 미국의 모든 수입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했던 ‘관세왕’ 윌리엄 매킨리 전 대통령(1897∼1901년 재임) 이후 가장 강력한 관세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응하는 각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중국은 모두 미국에 반격할 뜻을 밝혔다. 일본 기업은 생산 거점을 관세의 영향을 덜 받는 곳으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영국도 막판 협상을 통한 관세 면제 혹은 관세율 축소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다만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관세 부과 조치가 미국 경제에도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경제전문매체인 CNBC는 미국 내에서 고물가와 저성장이 공존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상황도 다르지 않다. 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애스턴대 연구 결과를 인용해 상호 관세가 부과되면 한국 수출이 7.5% 감소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전방위로 확대된 관세 폭탄 백악관은 1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와 관련한 최종 방침을 확정했다”라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동안 백악관 안팎에선 모든 수입품에 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 국가마다 각기 다르게 상호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 미국이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일부 국가에 초점을 맞춰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 등이 거론돼 왔다. 다만 특정 국가와 품목만 타깃으로 했던 기존 관세 정책보다 어떤 형태로든 더 큰 파장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현재까지 미국은 중국에 총 20%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선 25%의 관세 부과를 발표한 뒤, 2일까지 한 달간 유예했다. 산업별로는 지난달 12일 전 세계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또 3일부터는 자동차에 25%의 관세가 부과된다. 블룸버그통신은 1일 대미 무역흑자 상위 15개국을 대상으로 각기 다른 상호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54%)이 가장 높고 인도(53%), EU(52%), 캐나다(38%) 등이 뒤따랐다. 한국의 상호 관세율은 16%로 15개국 중 가장 낮은 세율을 부과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FT는 미국이 전 세계에 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고 상대국이 동일한 보복 조치에 나서면 미국의 수출이 66.2% 감소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멕시코(35%), 캐나다(32.6%), 일본(7.6%) 순으로 수출 감소가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의 수출 감소율은 7.5%로 세계 주요국 중 5번째였다.● EU-中 “강력 반격” 전 세계 통상 전쟁은 격화될 것이 확실시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일 “우리는 보복을 원치 않지만, 강력한 보복 계획을 갖고 있으며 필요하면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도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압박과 협박이 계속되면 단호하게 반격할 것”이라고 했다. 또 2일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자국 기업의 미국 투자를 제한하는 조치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중국 국가개발개혁위원회(NDRC)가 최근 몇 주간 미국에 투자하려는 중국 기업에 대한 승인을 보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통화를 갖고 미국에 공동 대처하기로 했다. 일본과 영국은 협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미국에 자동차 관세 면제를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국익을 위해 차분하고 침착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즉각 강경한 대응에 나서진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이번 관세 조치가 자동차 산업 등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매우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라면서도 “한국만 겨냥한 것이 아닌 만큼 각국 대응, 이에 대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반응 등을 본 뒤 최적의 방안을 찾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를 침체에 빠트릴 것이란 우려도 상당하다.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12개월 후 미국 경제의 침체 확률을 기존 20%에서 35%로 상향했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통치해 온 가자지구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재개한 이스라엘이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유엔 직원, 팔레스타인 적신월사(이슬람권 적십자사) 의료진과 구급대원 등 민간인 15명을 살해하고 집단 매장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쟁 중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 민간인을 공격하는 건 국제인도법상 전쟁범죄에 해당된다. 또 2023년 10월 7일 발발한 ‘가자전쟁’에서 이스라엘은 민간인과 국제기구 직원 등에 대한 반(反)인도주의적 공격을 여러 차례 감행해 비판을 받아 왔다. 이번 사건 역시 최종적으로 이스라엘군의 소행으로 드러날 경우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지난달 31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과 팔레스타인 적신월사는 지난달 23일 새벽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텔 알술탄 지역에서 적신월사 직원 8명, 민방위대원 6명, 유엔 직원 1명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총격을 받고 숨졌다고 밝혔다. 당시 이들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사상자를 수습하기 위해 현장으로 출동했다. 하지만 출동한 구급차 중 일부가 이스라엘군의 총격을 받고 연락이 끊겼다. 추가 호송대가 이들을 수습하기 위해 파견됐으나, 이들도 총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당시 호송대와 연락을 주고받고 있던 적신월사의 보건프로그램 책임자 바샤르 무라드 박사는 “통화 중에 우리는 ‘그들을 결박하고 벽에 세워라’라고 히브리어로 말하는 이스라엘 군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들은 총격을 받아 살해된 뒤 하나의 모래 구덩이 안에 집단으로 묻힌 채 발견됐다.이스라엘군은 이번 사건에 대해 “헤드라이트나 비상 신호 없이 이스라엘군을 향해 의심스럽게 진격하는 여러 차량에 총격을 가한 것”이라며 “해당 지역은 치열한 전투 지역이며 차량 이동은 이스라엘군과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적신월사 측은 “텔 알술탄 지역은 조율이 필요하지 않은 안전한 지역으로 간주된다”고 반박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미국 상무부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지원법(칩스법)상 보조금 지급을 보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1일 전했다. 상무부 내에서는 보조금 지급을 철회하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의 보조금 지급 약속을 믿고 대미 투자를 결정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피해가 우려된다.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이미 보조금 지급이 약속된 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보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익명의 칩스법 관계자들이 전했다. 또 외국 기업들이 대만 TSMC의 행보를 따르기를 러트닉 장관이 원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TSMC는 지난달 3일 미국에 1000억 달러(약 147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보조금 지급을 늘리지 않고도 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늘리는 것이 러트닉 장관의 목표라는 것이다.상무부 일각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이미 약속한 보조금 지급을 철회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대신 칩스법에 명시된 반도체 투자에 대한 25%의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방안에 러트닉 장관이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세액공제는) 대부분의 기업들에 직접적인 보조금 지원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면서도 “세액공제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의회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두 회사는 미 정부로부터 각각 47억4500만 달러와 4억5800만 달러의 보조금 지급을 약속받았다. 블룸버그통신은 기업들이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지 불분명해졌다며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은 최근 몇 달 동안 경쟁사에 밀리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다만, 칩스법 폐기까지는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업들이 미국 내 공장을 짓도록 유도하는 데 있어 관세가 더 나은 유인책이라고 주장하며 칩스법을 폐기하라고 의회에 요구하고 있다”면서도 “칩스법은 미 의회에서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미국 상무부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지원법(칩스법)상 보조금 지급을 보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1일 전했다. 상무부 내에서는 보조금 지급을 철회하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의 보조금 지급 약속을 믿고 대미 투자를 결정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피해가 우려된다.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이미 보조금 지급이 약속된 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보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익명의 칩스법 관계자들이 전했다. 또 외국 기업들이 대만 TSMC의 행보를 따르기를 러트닉 장관이 원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TSMC는 지난 달 3일 미국에 1000억 달러(약 147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보조금 지급을 늘리지 않고도 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늘리는 것이 러트닉 장관의 목표라는 것이다.상무부 일각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이미 약속한 보조금 지급을 철회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대신 칩스법에 명시된 반도체 투자에 대한 25%의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방안에 러트닉 장관이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세액공제는) 대부분의 기업들에게 직접적인 보조금 지원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면서도 “세액공제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의회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두 회사는 미 정부로부터 각각 47억4500만 달러과 4억5800만 달러의 보조금 지급을 약속받았다. 블룸버그통신은 기업들이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지 불분명해졌다며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은 최근 몇 달 동안 경쟁사에 밀리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다만, 칩스법 폐기까지는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업들이 미국 내 공장을 짓도록 유도하는 데 있어 관세가 더 나은 유인책이라고 주장하며 칩스법을 폐기하라고 의회에 요구하고 있다”면서도 “칩스법은 미 의회에서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통치해온 가자지구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재개한 이스라엘이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유엔 직원, 팔레스타인 적신월사(이슬람권 적십자사) 의료진과 구급대원 등 민간인 15명을 살해하고 집단 매장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쟁 중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 민간인을 공격하는 건 국제인도법상 전쟁범죄에 해당된다. 또 2023년 10월7일 발발한 ‘가자전쟁’에서 이스라엘은 민간인과 국제기구 직원 등에 대한 반(反)인도주의적 공격을 여러차례 감행해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사건 역시 최종적으로 이스라엘군의 소행으로 드러날 경우 논란은 커질 전망이다.지난달 31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과 팔레스타인 적신월사는 지난달 23일 새벽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텔 알술탄 지역에서 적신월사 직원 8명, 민방위대원 6명, 유엔 직원 1명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총격을 받고 숨졌다고 밝혔다. 당시 이들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사상자를 수습하기 위해 현장으로 출동했다. 하지만 출동한 구급차 중 일부가 이스라엘군의 총격을 받고 연락이 끊겼다. 추가 호송대가 이들을 수습하기 위해 파견됐으나, 이들도 총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당시 호송대와 연락을 주고받고 있던 적신월사의 보건프로그램 책임자 바샤르 무라드 박사는 “통화 중에 우리는 ‘그들을 결박하고 벽에 세워라’고 히브리어로 말하는 이스라엘 군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들은 총격을 받아 살해된 뒤 하나의 모래 구덩이 안에 집단으로 묻힌 채 발견됐다.이스라엘군은 이번 사건에 대해 “헤드라이트나 비상 신호 없이 이스라엘군을 향해 의심스럽게 진격하는 여러 차량에 총격을 가한 것”이라며 “해당 지역은 치열한 전투 지역이며 차량 이동은 이스라엘군과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적신월사 측은 “텔 알술탄 지역은 조율이 필요하지 않은 안전한 지역으로 간주된다”고 반박했다.한편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넘어 시리아와 레바논에도 장기 주둔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NYT가 분석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두 나라에 감시초소, 통신 인프라, 조립식 주택 등을 설치해 전초 기지를 만들고 있다. 이스라엘이 시리아와 레바논 일부 지역을 사실상 영구적으로 점령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러시아가 올봄 약 1000km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대공세를 준비하고 있다고 AP통신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겉으로는 최근 미국이 주도한 ‘에너지 인프라 부문의 30일 임시 휴전’과 ‘흑해에서의 휴전’에 동의했지만 실제로는 대규모 공세를 통해 점령지를 늘리고, 휴전 협상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러시아가 휴전에 미온적인 주요 이유 중 하나로 ‘돈’이 꼽힌다. 2022년 2월 전쟁 발발 후 막대한 돈을 국방비에 지출하는 ‘전시(戰時) 경제’가 정착되면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4.1%에 달했다. 또 러시아판 ‘러스트 벨트’로 여겨지는 중동부의 쇠락한 공업지대에서 무기와 군사 물자가 대거 생산되면서 양극화 해소와 균형 발전 같은 의도하지 않은 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중재를 외교 치적으로 내세우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를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휴전을 이행하지 않으면 러시아산 원유에 ‘2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겐 “광물 협정을 속히 타결하라”고 압박했다.● “러, 6∼9개월간 대공세… 돈 때문에 휴전 못해” A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과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올봄 현재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자포리자 일대에서는 점령지를 넓히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가까운 북동부 하르키우, 수미 등에서도 대규모 공세를 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러시아의 공세가 최소 6∼9개월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8월부터 기습 점령했던 남서부 쿠르스크주를 80% 탈환했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군의 핵심 병참 기지인 동부 포크로우스크에서도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관계자들은 “러시아가 휴전을 위한 진정성 있는 논의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뜻한다”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휴전이 오히려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GDP의 최소 40%가 전쟁 관련 생산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자원 입대자, 전사자 등에게 지급되는 각종 지급금에 따른 소비 진작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휴전으로 군비 지출이 감소하면 경제 성장이 꺾이는 구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러시아 중부의 자치지역 마리엘공화국에서는 자원 입대자에게 이 지역 노동자의 3년 치 임금에 해당하는 300만 루블(약 5200만 원)을 지급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일대 주민의 명목 소득은 전쟁 전보다 80% 늘었다.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군 전사자 부인은 남편이 숨진 뒤 받은 1200만 루블(약 2억700만 원)로 건물을 구입했다고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다.● 트럼프, 러-우크라 동시 압박 재집권 후 줄곧 친(親)러시아 행보를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에 미온적인 푸틴 대통령에게 공개 경고를 날렸다. 그는 지난달 30일 NBC방송 인터뷰에서 휴전 협상을 할 수 없다면 “러시아 원유에 ‘2차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러시아에서 원유를 산다면 미국에서 사업을 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경고했다. 모든 러시아 원유에 25∼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도 했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 원유의 미국 수입을 금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전쟁 발발 뒤에도 러시아 원유를 사들인 인도, 중국, 튀르키예 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WSJ는 이번 경고가 전쟁 후 서방의 주요 경제 제재보다 러시아에 큰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의 광물 협정 체결에 미온적인 우크라이나 또한 압박하며 “희토류 거래에서 물러난다면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3개월을 맞는 이달 20일 전 반드시 휴전을 성사시키려 한다고 전망했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기 위해 러시아는 현재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루한스크 등에 매장된 희토류를 미국과 개발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국부펀드(RDIF) 대표는 지난달 30일 “미국과 희토류 개발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 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해 “그는 광물협정을 맺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미국 측이 제안한 광물협정 초안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불만을 표하자, 협정 체결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사저에서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 안에서 기자들에게 “젤렌스키 대통령은 희토류 거래에서 물러나려고 하고 있다”며 “그럴 경우 그는 몇 가지 큰, 큰 문제들을 갖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23일 우크라이나에 광물협정 초안을 제시했다. 초안에는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공동 관리하는 ‘재건투자기금’ 이사진 5명 중 3명을 미국 측 인사로 구성하는 등 미국에 유리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특히 이사회가 거부하면 우크라이나 기업이 광물 사업에 참여할 수 없는 등 미국 기업에 특혜를 주는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유럽연합(EU) 경쟁법에 저촉될 수 있어, EU 가입을 원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EU 가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협정은 수용할 수 없다”며 불만을 표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의 회원이 되기를 바라지만 절대 될 수 없다”며 “그도 이를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물 협정을 받아들일 것을 재차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이 가운데 러시아는 미국과 러시아 내 희토류 개발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 등에 따르면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 대표는 “희토류는 중요한 협력 분야”라며 “미국과 러시아 내 다양한 희토류 개발과 프로젝트에 관한 논의에 들어갔다”고 말했다.특히 일부 기업이 이미 이에 많은 관심을 표하고 있다고 전하며 “다음 달 중순에 열릴 미국과 러시아 간 회담에서 희토류 개발 지원이 추가로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이에 따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점령지에 매장된 희토류를 미국과 함께 개발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도네츠크, 루한스크에는 희토류 등 광물 자원이 상당수 매장돼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