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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71·수감 중)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등에 관여한 혐의로 고등법원장과 법원장, 고법부장 등을 지낸 전·현직 고위 법관 10명이 추가로 5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권순일 대법관(60)을 포함해 현직 판사 66명을 징계해 달라며 대법원에 비위사실을 통보했다. 권 대법관은 징계시효(3년)가 완성돼 징계를 할 수 없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58)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57)을 직권남용 및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심상철 전 서울고등법원장(62),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59),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55),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53) 등도 기소 대상에 포함됐다. 올 1월 30일 김경수 경남도지사(52·수감 중)를 ‘댓글 여론조작’ 공모 등의 혐의로 법정 구속한 서울동부지법 성창호 부장판사(47)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재직 당시 수사기밀을 빼낸 혐의로 기소됐다. 이로써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62) 고영한 전 대법관(64),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수감 중) 등 모두 14명의 전·현직 고위 법관이 사법행정권 남용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보석 청구가 이날 기각돼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전주영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 기소하는 등 책임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은 점을 감안해서 오늘 기소 범위는 최소화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5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58) 등 전·현직 고위법관 10명을 재판 개입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직후 이렇게 밝혔다. 또 지난해 6월부터 8개월 넘게 수사한 결과 범죄의 중대성과 적극적 가담 여부, 진상 규명에 기여한 정도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해 기소 대상자를 선별했다고 설명했다.○ 전·현직 대법관 불기소 양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법원행정처 처장과 차장을 각각 지낸 차한성 전 대법관(65)과 권순일 대법관(60)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양 전 대법원장 공소장에는 차 전 대법관이 2013년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재판에 개입했고, 권 대법관은 양 전 대법원장과 공모해 ‘물의 야기 법관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돼 있다. 검찰 관계자는 “차 전 대법관과 권 대법관이 법원행정처 보고 라인이었던 것은 분명하나 범행이 구체화하고 본격화해 심각한 수준에 이르기 전에 퇴직하거나 보직 이동 등으로 범행에서 이탈한 점 등을 고려해 기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윗선의 지시를 받고 사법행정권 남용에 수동적으로 가담한 정다주(43) 박상언 부장판사(42) 등 전직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을 모두 불기소했다. ○ “국민의당 리베이트 사건 재판 정보 유출” 이 전 실장의 공소장에는 옛 국민의당(현 바른미래당) 소속 박선숙, 김수민 의원의 선거비용 리베이트 의혹 사건 재판 정보를 유출하기 위해 부당한 지시를 한 혐의가 포함됐다. 박, 김 의원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광고업체로부터 리베이트 2억여 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로 2016년 8월 기소됐다. 하지만 1심과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당시 이 전 실장은 2016년 11월 서울서부지법 판사에게 연락해 박, 김 의원에 대해 “피고인 측 변명이 완전히 터무니없어 보이지는 않는다”는 재판부의 심증을 파악해 국민의당 국회의원에게 전달했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다. 이 전 실장의 묵비권 행사로 어려움이 있지만 검찰은 청탁한 국회의원이 누군지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또 재판 청탁 의혹 등에 연루된 여야 정치인들의 기소 여부를 올 상반기 내에 결정할 방침이다.○ 성창호 부장판사 등 영장전담 2명 기소 검찰은 ‘댓글 여론 조작’ 공모 등의 혐의로 김경수 경남도지사(52·수감 중)를 법정 구속한 성창호 부장판사(47) 등 전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2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성 부장판사는 2016년 영장전담 부장판사로 근무하면서 ‘정운호 게이트’ 수사기록과 영장청구서 등 수사 기밀을 신광렬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54)에게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전 부장판사로부터 기밀을 전달받은 법원행정처는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법관과 가족 등 31명의 명단을 불법 수집해 영장전담 재판부에 전달하면서 영장발부 심사를 더 엄격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성 부장판사는 당시 법관 가족의 계좌추적 영장을 기각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오늘이 이 사건 수사의 마지막이라고 이해하지 말라”며 “필요한 부분 수사는 계속할 것이고 추가 기소자가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전주영 aimhigh@donga.com·이호재 기자}
2013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연루된 이른바 ‘별장 성접대 의혹’을 수사한 경찰이 3만 건이 넘는 디지털 증거를 누락했다고 대검찰청 산하 과거사진상조사단이 4일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검찰과의 협의를 거쳐 관련성이 높은 자료만 취사선택한 것이다. 조사단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별장 성접대 의혹’을 재조사하는 진상조사단은 “경찰이 최소 3만 건 이상의 디지털 증거를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누락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보도자료를 이날 배포했다. 진상조사단은 경찰이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의 노트북 등에 저장돼 있던 사진 파일 1만6000여 개, 동영상 파일 210개를 복구해놓고도 이를 전부 검찰에 송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건설업자의 친척 휴대전화 등에서 나온 사진 파일 8628개, 동영상 파일 349개를 검찰에 전달하지 않았다고 진상조사단은 밝혔다. 사건 관련자인 박모 씨의 휴대전화 등에 저장된 사진 파일 4809개, 동영상 파일 18개를 복구했지만 동영상 파일 4개를 빼고 나머지는 검찰에 송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다. 이에 따라 진상조사단은 경찰청에 13일까지 진상 파악 및 자료 제출을 해달라고 지난달 28일 요청했다. 진상조사단은 “별장 성접대 추가 동영상이 존재할 개연성이 충분한데도 경찰은 디지털 증거를 누락했고, 검찰은 이에 대한 추가 송치를 요구하지도 않은 채 김 전 차관 등에 대해 두 차례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고 했다. 경찰은 대검 진상조사단의 보도자료 내용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경찰 수사팀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진상조사단의 주장은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방대한 디지털 자료 중 사건 관련성 등을 고려해 수사에 필요한 일부를 취사선택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모두 검사의 지휘를 받았는데, 경찰이 의도적으로 송치를 누락한 것처럼 주장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베트남 유학생의 국내 비자 발급이 더 까다로워진다. 어학연수 비자로 국내에 들어왔다가 한국을 떠나지 않고 불법 체류하는 사례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베트남 어학연수생에 대한 유학경비 보증제도를 새로 도입하는 내용의 ‘유학생 비자제도’를 4일부터 시행한다고 3일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대학 측에 유학생 선발의 자율권을 최대한 부여했으나 대학들이 재정, 학업 능력에 대한 자체 검증을 부실하게 해 불법 체류자가 증가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어학연수 비자를 받고 불법 체류한 외국인은 2015년 4294명에서 지난해 1만2526명으로 3년 만에 3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지난해 어학연수 비자로 불법 체류한 이들 중 69%(8680명)가 베트남인이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베트남 어학연수생을 대상으로 ‘유학경비 보증제’를 시범 도입한다. 베트남 학생은 한국 유학을 위해 9000달러(약 1012만 원)의 학자금이 본인 또는 부모 명의의 계좌에 있다는 예금 잔액 증명서를 제출해왔다. 베트남 현지 유학 브로커들은 이를 악용해 학생 명의로 돈을 맡긴 뒤 잔액증명서를 제출하고, 곧바로 이를 인출해 다른 학생에게 빌려주는 ‘돌려 막기’ 수법을 일삼았다. 법무부는 베트남 및 우리나라 시중은행에서 지급유보방식(6개월 단위로 500만 원씩 분할 인출 가능, 1년간 지급 정지)의 금융상품에 가입하고 1만 달러(약 1124만 원)를 예치해 잔액증명 서류를 제출하도록 조건을 강화했다. 법무부는 또 국립국어원이 발급한 3급 강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만 대학 부설 어학원에서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도록 하고 강사 한 명당 담당 유학생을 30명으로 제한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청와대가 특별감찰반원으로 활동했던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그의 형사처벌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수원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욱준)는 다음 주 김 전 수사관을 다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세 번째 소환이다. 앞서 검찰은 김 전 수사관과 함께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다른 전직 특감반원 등의 조사를 마무리했다. 검찰은 김 전 수사관 3차 조사를 마치는 대로 박형철 대통령반부패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 소환 및 김 전 수사관의 기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수사팀은 김 전 수사관이 특감반 근무 당시 작성한 문건 등을 언론에 공개한 게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하는지 법리 검토 중이다. 대검찰청과 법리 적용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법리 검토의 핵심 쟁점은 김 전 수사관이 공개한 특감반 활동과 감찰 정보 등이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느냐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무상 비밀누설죄의 목적은 비밀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비밀 누설로 위협받는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김 전 수사관이 공개한 내용을 청와대가 ‘불순물’이라고 규정한 게 청와대 스스로 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자인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또 김 전 수사관은 국민이 관심을 가질 만한 사안에 대해 이른바 ‘공익 제보’를 한 것이어서 보호할 만한 비밀이라고 하더라도 위법성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김 전 수사관이 폭로했던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찍어내기’를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주진우)가 형사처벌 대상으로 판단하고 수사 중인 사실도 김 전 수사관 기소 여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2014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었던 박관천 전 경정의 폭로로 터진 이른바 ‘정윤회 문건’ 사건 판례에 따르면 김 전 수사관은 형사처벌될 가능성이 있다. 법원은 1심(2015년), 2심(2016년) 선고에서 박 전 경정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인정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1, 2심 재판부는 박 전 경정이 유출한 대통령 친인척 및 여권 실세들의 동향 정보 자체는 진위가 확인되지 않아 비밀로서 가치가 없다고 봤다. 하지만 정보가 공개돼 청와대 인사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차질을 빚거나 관련 의혹이 제기돼 국정 운영에 부담이 생긴다면 그 정보는 공무상 비밀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기소를 하기로 결정한다면 재판에서 반드시 유죄를 받아야 하고, 불기소를 하더라도 재정신청 등에 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법리 검토를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정성택 neone@donga.com·전주영 기자}

“할아버지께서 목숨 바쳐 이루고자 했던 독립이 이뤄지고 제가 대한민국 국민이 됐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대한독립 만세! 대한민국 만세!”(독립운동가 이여송 선생의 손자 이천민 씨·64)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27일 법무부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적 증서 수여식’에서는 독립운동가 후손이 100년 전 할아버지처럼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일제강점기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국내외에서 항일 독립운동을 한 19명의 후손 39명이 대한민국 국적을 얻었다. 후손들은 러시아 중국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쿠바에 흩어져 살다 국적 증서를 받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의 손자 최발렌틴 씨(81)는 “할아버지께서 이루고자 했던 것은 ‘러시아 거주 동포들의 삶의 터전을 마련하는 것과 대한민국이 조국의 침입자로부터 해방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두 가지가 모두 실현돼 가슴이 뿌듯하다. 저의 명예를 걸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함경북도 경원 출생인 최재형 선생은 안중근 의사 등 독립운동가들에게 자금을 대는 등 전 재산을 독립운동에 쏟아붓고 상하이임시정부 초대 재무총장으로 추대된 인물이다.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에 본부를 둔 ‘독립단’을 조직했다. 권재학 선생의 후손 김넬랴 씨는 어눌한 러시아어 말투였지만 또박또박 한국어로 소감문을 읽었다. 그는 “외할아버지는 일제 때 사할린으로 강제징용을 당해 한국을 그리워하며 눈물도 많이 흘리셨지만 꿈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면서 “발전된 조국을 보시면 하늘에서 얼마나 기뻐하실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재학 선생은 1919년 4월 1일 충북 음성 소이면에서 수백 명의 시위 군중을 이끌고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했다. 이여송 선생의 차손 이천민 씨는 “할아버지는 민족의 자주독립을 위해 장백 밀림 속에서 28세의 아까운 나이에 순난하셨다”면서 “이러한 애국 장령들의 소원이 바로 오늘날의 민주와 자유, 평등의 대한민국”이라고 강조했다. 이 선생은 1936년 중국 지안(集安)에서 일본군과 전투하다 전사했다. 법무부는 2006년부터 해마다 강제이주 등으로 타국에서 살아온 독립유공자의 후손을 찾아 국적증서를 수여해왔다. 지금까지 1118명의 독립유공자 후손이 대한민국 국적을 얻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나라를 위해 희생한 독립유공자를 계속 발굴해 후손들이 한국 국적을 되찾아 국내에서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100주년을 맞아 사회적 갈등 치유와 지역공동체 회복을 키워드로 7개 집회 사범 등 107명을 포함한 4378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문 대통령은 26일 국무회의를 거쳐 △사회적 갈등 사건 관련자 107명 △일반 형사범 4242명 △특별배려 수형자 25명 △국방부 관할 대상자 4명 등을 28일자로 특별사면하기로 결정했다. 사회적 갈등 사건 관련자 107명은 한일 위안부 합의 반대 집회(22명), 세월호 관련 집회(11명),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집회(19명),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집회(30명), 경남 밀양 송전탑 반대 집회(5명), 광우병 촛불집회(13명),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파업 집회(7명) 등이다. 사드 집회는 찬반 양측이 모두 사면 대상에 포함됐고, 쌍용차 집회는 집회 참가자뿐만 아니라 진압 과정에서 직권남용 혐의로 처벌받은 경찰관 1명이 사면됐다.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은 “사회적 공감대를 깊이 고려해 화염병을 던진다든지 강력한 폭력 시위를 해 다른 사람에게 상해를 입힌 분들은 이번 사면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밀양 송전탑 대책위 측은 “재판에 넘겨진 67명 중 5명만 사면이 됐다”며 생색내기용 사면이라며 반발했다. 쌍용차 노조는 “2009년 집회로 200여 명이 처벌받았는데, 6명만 사면된 것은 실망스럽다”고 했다. 부패 범죄를 저지른 정치인이나 경제인 등은 사면 대상에서 배제됐다. 당초 한명숙 전 국무총리,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를 비롯해 옛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 한상균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등의 사면 가능성이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하지만 3·1운동과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특별사면이라는 상징성이 퇴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들을 배제하기로 결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뇌물과 배임, 횡령 등 부패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 첫 특별사면인 2017년 12월에 이어 이번에도 이 원칙은 유지됐다.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음주 및 무면허 사범은 사면 대상에서 아예 제외됐다. 운전면허 행정제재 특별 감면이 이번 사면에선 제외됐다. 앞서 2017년 12월 특사 때는 165만여 명이 면허 정지나 취소 등 처분이 취소되는 혜택을 받았다. 미성년자 자녀를 둔 여성 수형자 4명은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위원장 박상기 법무부 장관) 심사 과정에서 사면 대상으로 추가됐다. 특별사면 대상이 된 교도소 수형자 1043명은 잔형을 감형받으면서 28일 0시를 기점으로 석방돼 사회로 복귀한다. 집행유예 기간 중 복권된 이들은 본인을 기소한 해당 지방검찰청으로부터 “사면장을 받아가라”는 통보를 받게 된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전주영 기자}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군 사이버사령부에 야당을 비난하는 내용의 온라인 댓글 공작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70·사진)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김태업)는 21일 김 전 장관의 군형법상 정치 관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 조항은 과거 군이 정치에 깊이 관여해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한 불행한 역사를 반성하는 차원에서 6월 항쟁 이후 헌법에 명문화한 것”이라며 “국방부 최고 책임자인 피고인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애초에 구속적부심에서 불구속 재판을 선언했다”며 김 전 장관을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또 김 전 장관이 2013년 말 국방부 조사본부의 사이버사령부에 대한 수사를 방해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도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2012년 6월 사이버사령부가 댓글 공작에 투입할 군무원을 채용할 당시 신원 조사 기준을 높이고 호남 지역 출신은 배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중소우량기업을 무자본으로 인수합병(M&A)한 뒤 회사 자금을 통째로 빼돌리고, 상장 폐지시킨 이른바 ‘개미(소액주주) 도살자’에 대해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소액주주들은 ‘개미 도살자’로부터 입은 피해액을 1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최근 이모 씨(62)를 검찰에 고소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김태권)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등으로 코스닥 상장회사인 지와이커머스 실소유주 이 씨의 서울 광진구 사무실 등을 19일 압수수색했다. 이 씨는 전자상거래 전문 기업인 지와이커머스를 인수한 뒤 회사의 자금을 이용해 또 다른 기업 M&A에 나섰다가 실패해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등에 따르면 이 씨는 미리 설립해 둔 투자조합을 동원해 지난해 1월 지와이커머스의 주식 207억여 원어치를 매수해 실소유주가 됐다. 이 씨는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기 돈을 들이지 않았다. 지인이나 친인척 등을 대표로 내세워 투자조합을 구성한 뒤 사채를 빌려 자본을 확보했다. 회사를 인수한 뒤 이 씨는 자신의 친인척을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등에 앉힌 뒤 회삿돈을 유용했다. 특히 지와이커머스의 자금 60억 원을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또 다른 회사에 대여하면서 상장폐지 직전인 회사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다. 또 사채업자를 상대로 35억 원 상당의 개인 채무를 지는 과정에서 회사가 연대 보증하게 하는 수법을 이용했다. 검찰은 이 씨의 행위가 주주들에게 피해를 전가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 씨는 회사 인수 당시 끌어다 쓴 사채 빚을 갚기 위해 회사 주식을 다 처분한 뒤에도 친인척을 앞세워 실소유주로 활동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 등은 조직적인 기업범죄를 벌이며 자본시장을 교란시켜 왔다. 이 씨는 2011년 특가법상 횡령 및 증거은닉 등의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당시 이 씨가 2009년 4월경부터 투자조합을 통해 회사를 인수했고, 인수한 회삿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이 씨는 출소 뒤에도 이 같은 범행을 반복했다. 2016년 6월경 IT 부품업체인 레이젠, 2017년 4월경 초정밀 부품 제조업체인 KJ프리텍을 인수하는 과정에도 같은 수법을 사용했다. 당시 이 씨가 설립한 투자조합이 개입해 회사 주식을 담보로 한 사채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자본을 기업 인수에 활용했다. 이 씨는 기업을 M&A할 때마다 자신의 친인척 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기업 자본금을 빼돌렸다. 자신의 조카에게 KJ프리텍, 지와이커머스의 사내이사를 맡기고, 부인을 지와이커머스의 사내이사에 임명했다. 또 레이젠의 대표이사 정모 씨에게 KJ프리텍 사내이사를 겸임하도록 해 이사회를 장악했다. 검찰은 지와이커머스 외에 레이젠과 KJ프리텍 등 관련 기업들의 M&A 과정을 전반적으로 수사할 계획이다. 이 씨가 손을 댄 기업마다 자금 악화에 직면하고, 소액주주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되면서 증권가와 사채업자들을 중심으로 이 씨를 ‘개미 도살자’로 부르고 있다. 지와이커머스의 경우 회삿돈 총 600억여 원이 사라지는 등 주주들에게 피해가 전가됐다고 보고 있다. 레이젠은 현재 코스닥 시장에서 지난해 10월 상장폐지됐고 KJ프리텍과 지와이커머스는 상장폐지 심사를 앞두고 있다.김동혁 hack@donga.com·전주영 기자}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구조가 같다.” 검찰 관계자는 19일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현재까지 검찰은 환경부 산하기관장 표적 감찰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수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와의 연결고리가 추가로 드러난다면 현 정권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대통령 임명권 기관장이 수사 핵심”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주진우)는 최근 출국금지한 김 전 장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피의자로 보고 있다. 한국환경공단 이사장과 상임감사를 표적 감찰하고 사표를 종용한 정황이 담긴 문건과 환경부 관계자 진술 등을 다수 확보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이 ‘입맛에 맞지 않는 인물들을 윗선에서 솎아냈다’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문체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당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에게 지시해 문체부 공무원들에게 부당하게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한 것을 김 전 실장 2심 재판부는 최근 유죄로 판단했다. 판결문에는 “신분이 보장되는 공무원으로 하여금 그 의사에 반하여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여 면직하는 것은 공무원의 신분 보장과 직업공무원 제도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 적시돼 있다. 공교롭게도 검찰이 수사 중인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및 상임감사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및 상임감사,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및 상임감사도 대통령이 임명권을 갖고 있다. 이사장의 경우 환경부 장관이 2명을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청와대 인사수석실 개입 여부 조사 이달 초 검찰에 소환된 김 전 장관은 관련자의 진술과 문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고 한다. 김 전 장관은 업무용 PC를 쓰지 않고, 종이문서로 보고받은 뒤 파기하거나 민감한 사안은 구두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환경부 감사관실 관계자와 안병옥 전 차관을 소환해 대질신문을 한 검찰은 김 전 장관이 표적 감사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전·현직 환경부 관계자들과 정면 배치되는 주장을 한 김 전 장관에 대한 추가적인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사표 종용과 표적 감사를 독단적으로 진행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환경부 산하기관 블랙리스트 문건 작성 당시 청와대 인사수석실 등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검찰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청와대는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장관은 ‘국정철학’ 실현을 위해 산하기관 인사 등 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서 “산하기관 관리 감독 차원에서 작성된 각종 문서는 통상 업무의 일환으로 진행해온 ‘체크리스트’”라고 반박했다. 또 “산하기관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있는 만큼 부처와 청와대의 협의는 지극히 정상적인 업무 절차”라고 밝혔다.○ 김 전 장관 좌천 인사도 수사… 뒤숭숭한 환경부 검찰은 김 전 장관이 환경부 내에서 부당하게 좌천 인사 발령을 낸 정황도 포착해 수사 중이다. 김 전 장관은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 국(局)에 소속된 인원 대부분을 지방으로 좌천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의 지시에 따라 국장 1명과 과장 4명으로 구성된 이 부서에서 과장 1명을 제외한 전원이 3개월에 걸쳐 지방으로 발령이 났다는 것이다. 지난달 박천규 차관이 검찰 수사를 받은 데 이어 감사실과 운영지원과 직원들, 기관장 후보추천위원회 등에 속한 이들이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환경부는 내내 침통한 분위기다. 검찰 조사를 받은 환경부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매우 난처한 상황이다. 수사 중인 사항이라 말을 할 수 없다.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전주영 aimhigh@donga.com·정성택·강은지 기자}

검찰이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63·사진)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출국 금지한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주진우)는 김 전 장관이 박근혜 정부 당시 임명된 환경부 산하 기관 임원 등을 내보내기 위한 환경부의 표적 감사에 관여한 정황을 뒷받침하는 문건과 환경부 전·현직 관계자 등의 진술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달 환경부 감사관실 컴퓨터를 압수수색해 ‘장관 보고용 폴더’ 등을 확보했다. 또 삭제된 파일을 복구해 ‘산하기관 임원 조치사항’이라는 제목의 문건 등을 발견했다. 일부 문건에는 한국환경공단 임원 등의 개인 비위,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말 김 전 장관 자택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그를 소환 조사했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블랙리스트 관련 보고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을 다시 소환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청와대가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관여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 중이다. 김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대통령민원제안비서관 등을 지냈으며,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캠프 자문위원을 거쳐 2017년 7월 환경부 장관이 됐다.정성택 neone@donga.com·전주영 기자}

마약 수사를 다룬 1000만 관객의 영화 ‘극한직업’에는 폭력조직이 마약의 일상화를 꿈꾸는 장면이 나온다. 치킨 배달을 하면서 소금 봉지에 마약을 넣어 팔아 막대한 수익을 올리다가 꼬리가 잡힌다. 영화 못지않게 현실에서도 마약은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엔 대만의 가장 큰 폭력조직 ‘죽련방(竹聯幇)’이 한국 마약시장을 뒤흔들었다. 죽련방은 1955년 결성될 때 대나무 밭에서 자주 싸움을 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난해부터 죽련방은 마약 수출지로 한국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죽련방의 공격적인 침투로 한국에 밀수된 필로폰은 역대 최고량을 경신했다. 검찰과 경찰이 지난해 압수한 죽련방의 필로폰은 총 152.3kg에 달한다. 산술적으로 508만4815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다. 2015∼2017년 3년간 전체 필로폰 압수량(114kg)을 훌쩍 넘긴 것이다. 1980년대 한국 ‘마약왕’이 사라진 이후 초유의 사태였다. ○ 대만 마약 공장의 필로폰이 한국으로 지난해 4월 대만 현지 언론은 대만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마약생산 공장이 적발됐다는 내용을 앞다퉈 보도했다. 이 공장은 죽련방이 관리하고 있던 곳으로, 필로폰 3t을 만들 수 있는 양의 원료와 완성품 107kg이 현장에서 발견됐다. 현지 언론은 이 공장에서 생산된 수많은 양의 필로폰이 이미 해외로 유통됐을 거라고 추정했다. 죽련방의 공장에서 생산된 필로폰은 어디로 갔을까. 한국 수사당국도 이 뉴스가 심상치 않다고 여겼다. 두 달 전인 그해 2월 12일, 대만인 1명이 필로폰 2kg을 몸에 숨기고 말레이시아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압수된 그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채팅 기록을 바탕으로 다음 날 김해공항을 통해 도주하려던 공범 2명도 붙잡았다. 나흘 뒤 또 다른 대만인 1명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적발됐다. 일주일이 되지 않는 기간에 대만인 4명이 연이어 체포된 것이다. 이들은 서로 친구였다. 인천지검 강력부는 이 사건들이 일회적 범행이 아니라 대만인들이 관여된 조직적 필로폰 밀수범행으로 판단했다. 이들은 공장에서 생산된 필로폰을 해외로 날랐던 죽련방의 마약 운반책들이었다. 필로폰 밀수가 수차례 실패하자 죽련방도 작전을 바꿨다. 지난해 4월부터는 말레이시아∼인천국제공항 대신에 대만 쑹산국제공항∼김포국제공항으로 밀수 루트를 변경했다. 죽련방의 운반책들은 필로폰 2kg을 나누어 복부, 허벅지, 가슴 등에 붙이는 수법을 이용했다. 필로폰을 담은 비닐봉지를 몸에 붙이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동이 불편한 게 단점이다. 따라서 비행기에서 내려 세관 검색대를 거쳐 출구까지 나가는 거리가 비교적 짧은 김포국제공항이 제격이라 판단한 것이다. 죽련방은 간부들의 신원을 숨기는 방식도 철저했다. 조직 간부들의 신원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운반책에게 휴대전화를 반납하게 하고 별도의 아이폰을 제공했다. 아이폰에 미리 저장된 앱 아이디를 통해서만 조직 상층부와 연락하게 했다. ○ 소금으로 수사당국 시험…인해전술 죽련방의 필로폰 밀수 방식은 인해전술에 가까웠다. 지난해 2∼7월 필로폰 밀수에 가담한 대만인은 총 19명, 적발된 밀수량은 33.8kg이었다. 이들은 필로폰을 2∼3.8kg씩 몸에 숨기고 들어왔다. 20대 청년이 대다수였고, 16세 청소년까지 범행에 가담했다. 죽련방은 감시책을 운반책과 함께 한국으로 보내 지근거리에서 운반책들이 무사히 세관을 통과하는지 체크하고 호텔에서 필로폰을 회수하는 역할을 맡겼다. 죽련방은 한국 수사당국의 필로폰 적발 실력을 시험하기 위해 소금을 보낸 적도 있다. 지난해 5월 한 운반책은 소금 2.5kg을 몸에 숨기고 대만에서 김포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소금은 크리스털 가루 형태인 필로폰과 외형상 비슷하다. 은닉한 물건이 필로폰은 아니지만 검찰은 마약류 범행을 범할 목적으로 입국한 사실을 확인해 ‘소금 운반책’을 마약류불법거래방지특례법에 따라 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운반책들은 검찰에서 “죽련방의 필로폰은 이미 전국으로 퍼져 있다”고 진술했다. 인천지검은 체포된 운반책들로부터 “부산역 앞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에서 한국인 여성 A 씨(51)를 만나 필로폰이 든 백팩을 전달해줬다”는 진술에서 힌트를 얻었다. 지난해 7월 검찰은 부산역 주변 폐쇄회로(CC)TV를 전수 조사해 중간 알선책인 A 씨를 검거했다. 또 A 씨의 협조를 받아 위장 거래를 통해 필로폰 10kg을 소지하고 있던 대만인 B 씨(28)를 긴급체포하고 필로폰은 현장에서 압수했다. 다만 거주지에 숨겨뒀다 사라진 B 씨의 필로폰 28.5kg을 압수하는 데는 실패했다.○ “통거래만 한다” 죽련방의 통 큰 거래 나머지 필로폰은 추적이 쉽지 않았다. 위장 거래도 어려웠다. 검찰은 처음엔 소매상인 척 죽련방 대만인 판매책에게 접근해 “샘플 거래를 하자”고 제안했다. 마약 거래는 마약이 진품인지 확인하기 위해 샘플 거래부터 먼저 하는 게 통상적 절차다. 하지만 “우리는 ‘통거래’만 한다”며 판매책이 제안을 거부했다. 판매책은 kg 단위로 살 수 있는 ‘도매상’을 원했다. kg당 시가는 5000만 원으로 검찰이 당장 그 정도의 현금을 마련하긴 어려웠다. 판매책은 필로폰을 ‘통’으로 살 도매상을 찾아 대구로 떠났다. 검찰은 관할지검인 대구지검에 이 정보를 알렸다. 지난해 8월 검찰은 이번엔 도매상인 척 먼저 “통거래를 하자”며 접촉했다. 판매책은 “5kg을 3억 원에 팔겠다”고 통보했다. 미끼를 문 것이다. 다행히도 검찰은 협력기관에서 십시일반 모은 현금으로 3억 원에 가까운 돈을 조성할 수 있었다. 가까스로 현금은 준비했지만 이번엔 판매책이 접선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근처에 몰래 온 판매책이 구매자로 위장한 마약수사관의 얼굴 등 인상착의만 확인한 후 떠나버린 것이다. 외부에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마약수사관들이 현금다발을 들고 접선 장소에 다시 나갔다. 결국 접선 다섯 번째 만에 판매책 2명이 현장에 나와 체포됐고 검찰은 필로폰 5kg과 함께 호텔에서 보관하고 있던 나머지 23.5kg도 추가 압수했다. 압수한 필로폰은 인천지검이 B 씨와의 위장 거래로 압수한 필로폰 10kg과 ‘마약지문’이 일치했다. 같은 공장에서 생산됐다는 것이다. 검찰이 반입 경로를 추적한 결과 모두 B 씨가 지난해 6월 항공화물 컨테이너에 몰래 숨겨 들여온 것으로 밝혀졌다. 마약지문은 마약의 성분을 분석해 나온 결과로 공장마다 생산된 마약의 성분과 그 순도가 각기 다르다. 과거 북한산 마약이 순도가 높아 인기가 좋았듯 공장마다 품질에 차이가 난다. 인천지검과 대구지검은 지난해 10월 죽련방 필로폰 밀수·유통 관련 대만인 20명과 한국인 2명을 구속 기소하고 도주한 대만인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압수량은 총 62.3kg으로 소매가 2080억 원어치다. 죽련방의 필로폰 밀수는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인천지검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단기간에 말레이시아인 8명을 필로폰 13.3kg 밀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모두 죽련방이 생산해 수출한 필로폰인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마약 밀수 8.4배 폭증 수사당국은 한국이 더 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니라 동남아시아 마약조직들의 주된 수입국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제 마약조직사회에서 한국은 대량의 필로폰을 소화할 능력이나 수요가 없다는 전제하에서 일본 등 제3국으로 필로폰을 밀수하기 위해 이용되는 중간 경유지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2017년(35.2kg)에 비해 지난해 적발된 마약 밀수량(298.3kg)이 약 8.4배로 증가했듯 한국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마약 밀수 수사는 해외 수사기관과 공조해 정보를 입수하는 게 관건이다. 공항 입국장에는 X레이 검색대가 없어 아무런 정보 없이 마약사범을 잡는 것은 어렵다. 한국은 언더커버(마약·폭력조직 위장잠입 수사)가 불법이기 때문에 그 외 홍콩, 마카오 등 합법인 국가가 가진 정보를 입수하는 게 도움이 되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한국은 마약청정국이라는 인식 때문에 마약이 어느새 우리 사회에 깊숙이 확산되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마약·조직 범죄는 초국가 범죄이므로 긴밀한 국제 공조가 필요하며 국내 유통을 막기 위해 수사당국의 효율적인 대응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마약 수사를 다룬 1000만 관객의 영화 ‘극한직업’에는 폭력조직이 마약의 일상화를 꿈꾸는 장면이 나온다. 치킨 배달을 하면서 소금 봉지에 마약을 넣고 팔아 막대한 수익을 올리다가 꼬리가 잡힌다. 영화 못지않게 현실에서도 마약은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엔 대만의 가장 큰 폭력조직 ‘죽련방(竹聯幇)’이 한국 마약시장을 뒤흔들었다. 죽련방은 1955년 결성될 때 대나무 밭에서 자주 싸움을 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난해부터 죽련방은 마약 수출지로 한국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죽련방의 공격적인 침투로 한국에 밀수된 필로폰은 역대 최고량을 경신했다. 검찰과 경찰이 지난해 압수한 죽련방의 필로폰은 총 152.3kg에 달한다. 산술적으로 508만4815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다. 2015~2017년 3년간 전체 필로폰 압수량을 다 합친 것(114kg)을 훌쩍 넘긴 것이다. 1980년대 한국 ‘마약왕’이 사라진 이후 초유의 사태였다. ● 대만 마약 공장의 필로폰이 한국으로 지난해 4월 대만 현지 언론들은 대만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마약생산 공장이 적발됐다는 내용을 앞다퉈 보도했다. 이 공장은 죽련방이 관리하고 있던 곳으로, 필로폰 3t을 만들 수 있는 양의 원료와 완성품 107kg이 현장에서 발견됐다. 현지 언론은 이 공장에서 생산된 수많은 양의 필로폰이 이미 해외로 유통됐을 거라고 추정했다. 죽련방의 공장에서 생산된 필로폰은 어디로 갔을까. 한국 수사당국도 이 뉴스가 심상치 않다고 여겼다. 두 달 전인 그해 2월 12일, 대만인 1명이 필로폰 2kg을 몸에 숨기고 말레이시아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압수된 그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채팅 기록을 통해 다음 날 김해공항을 통해 도주하려던 공범 2명도 체포됐다. 나흘 뒤 또 다른 대만인 1명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적발됐다. 일주일이 되지 않는 기간에 대만인 4명이 연이어 체포된 것이다. 이들은 서로 친구였다. 인천지검 강력부는 이 사건들이 일회적 범행이 아니라 대만인들이 관여된 조직적 필로폰 밀수범행으로 판단했다. 이들은 공장에서 생산된 필로폰을 해외로 날랐던 죽련방의 마약 운반책들이었다. 필로폰 밀수가 수차례 실패하자 죽련방도 작전을 바꿨다. 지난해 4월부터는 말레이시아-인천국제공항 대신에 대만 쑹산국제공항-김포국제공항으로 밀수 루트를 변경했다. 죽련방의 운반책들은 필로폰 2kg을 나누어 복부, 허벅지, 가슴 등에 붙이는 수법을 이용했다. 필로폰을 담은 비닐봉지를 몸에 붙이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동이 불편한 게 단점이다. 따라서 비행기에서 내려 세관 검색대를 거쳐 출구까지 나가는 거리가 비교적 짧은 김포국제공항이 제격이라 판단한 것이다. 죽련방은 간부들의 신원을 숨기는 방식도 철저했다. 조직 간부들의 신원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운반책에게 휴대전화를 반납하게 하고 별도의 아이폰을 제공했다. 아이폰에 미리 저장된 앱 아이디를 통해서만 조직 상층부와 연락하게 했다. ● 소금으로 수사당국 시험…인해전술 죽련방의 필로폰 밀수 방식은 인해전술에 가까웠다. 지난해 2~7월 필로폰 밀수에 가담한 대만인은 총 19명, 적발된 밀수량은 33.8kg이었다. 이들은 필로폰 2kg~3.8kg씩 몸에 숨기고 들어왔다. 20대 청년이 대다수였고, 16세 청소년까지 범행에 가담했다. 죽련방은 감시책을 운반책과 함께 한국으로 보내 지근거리에서 운반책들이 무사히 세관을 통과하는지 체크하고 호텔에서 필로폰을 회수하는 역할을 맡겼다. 죽련방은 한국 수사당국의 필로폰 적발 실력을 시험하기 위해 소금을 보낸 적도 있다. 지난해 5월 한 운반책은 소금 2.5kg을 몸에 숨기고 대만에서 김포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소금은 크리스털가루 형태인 필로폰과 외형상 비슷하다. 은닉한 물건이 필로폰은 아니지만 검찰은 마약류 범행을 범할 목적으로 입국한 사실을 확인해 ‘소금 운반책’을 마약류불법거래방지특례법에 따라 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운반책들은 검찰에서 “죽련방의 필로폰은 이미 전국으로 퍼져 있다”고 진술했다. 인천지검은 체포된 운반책들로부터 “부산역 앞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에서 한국인 여성 A 씨(51)를 만나 필로폰이 든 백팩을 전달해줬다”는 진술에 힌트를 얻었다. 지난해 7월 검찰은 부산역 주변 폐쇄회로(CC)TV를 전수 조사해 중간 알선책인 A 씨를 검거했다. 또 A 씨의 협조를 받아 위장거래를 통해 필로폰 10kg을 소지하고 있던 대만인 B 씨(28)를 긴급체포하고 필로폰은 현장에서 압수했다. 다만 거주지에 숨겨뒀다 사라진 B 씨의 필로폰 28.5kg을 압수하는 데는 실패했다.● “통거래만 한다” 죽련방의 통 큰 거래 나머지 필로폰은 추적이 쉽지 않았다. 위장거래도 어려웠다. 검찰은 처음엔 소매상인 척 죽련방 대만인 판매책에게 접근해 “샘플 거래를 하자”고 제안했다. 마약거래는 마약이 진품인지 확인하기 위해 샘플거래부터 먼저 하는 게 통상적 절차다. 하지만 “우리는 ‘통거래’만 한다”며 판매책이 제안을 거부했다. 판매책은 kg단위로 살 수 있는 ‘도매상’을 원했다. 1kg당 시가는 5000만 원으로 검찰이 당장 그 정도의 현금을 마련하긴 어려웠다. 판매책은 필로폰을 ‘통’으로 살 도매상을 찾아 대구로 떠났다. 검찰은 관할지검인 대구지검에 이 정보를 알렸다. 지난해 8월 검찰은 이번엔 도매상인 척 먼저 “통거래를 하자”며 접촉했다. 판매책은 “5kg을 3억 원에 팔겠다”고 통보했다. 미끼를 문 것이다. 다행히도 검찰은 협력기관에서 십시일반 모은 현금으로 3억 원에 가까운 돈을 조성할 수 있었다. 가까스로 현금은 준비했지만 이번엔 판매책이 접선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근처에 몰래 온 판매책이 구매자로 위장한 마약수사관의 얼굴 등 인상착의만 확인한 후 떠나버린 것이다. 외부에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마약수사관들이 현금다발을 들고 접선장소에 다시 나갔다. 결국 접선 다섯 번째 만에 판매책 2명이 현장에 나와 체포됐고 검찰은 필로폰 5kg과 함께 호텔에서 보관하고 있던 나머지 23.5kg도 추가 압수했다. 압수한 필로폰은 인천지검이 B 씨와의 위장거래로 압수한 필로폰 10kg과 ‘마약지문’이 일치했다. 같은 공장에서 생산됐다는 것이다. 검찰이 반입 경로를 추적한 결과 모두 B 씨가 지난해 6월 항공화물 컨테이너에 몰래 숨겨 들여온 것으로 밝혀졌다. 마약 지문은 마약의 성분을 분석해 나온 결과로 공장마다 생산된 마약의 성분과 그 순도가 각기 다르다. 과거 북한산 마약이 순도가 높아 인기가 좋았듯 공장마다 품질에 차이가 난다. 인천지검과 대구지검은 지난해 10월 죽련방 필로폰 밀수·유통 관련 대만인 20명과 한국인 2명을 구속 기소하고 도주한 대만인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압수량은 총 62.3kg으로 소매가 2080억 원어치다. 죽련방의 필로폰 밀수는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인천지검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단기간에 말레이시아인 8명을 필로폰 13.3kg 밀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모두 죽련방이 생산해 수출한 필로폰인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마약 밀수 8.4배 폭증 수사당국은 한국이 더 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니라 동남아시아 마약 조직들의 주된 수입국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제 마약조직사회에서 한국은 대량의 필로폰을 소화할 능력이나 수요가 없다는 전제하에서 일본 등 제3국으로 필로폰을 밀수하기 위해 이용되는 중간경유지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2017년(35.2kg)에 비해 지난해 적발된 마약 밀수량(298.3kg)이 약 8.4배 증가했듯 한국이 경각심을 가져야한다는 것이다. 마약 밀수 수사는 해외 수사기관과 공조해 정보를 입수하는 게 관건이다. 공항 입국장에는 X레이가 없기 때문에 아무런 정보 없이 마약사범을 잡는 것은 어렵다. 한국은 언더커버(마약·폭력조직 위장잠입 수사)가 불법이기 때문에 그 외 홍콩, 마카오 등 합법인 국가가 가진 정보를 입수하는 게 도움이 되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한국은 마약청정국이라는 인식 때문에 마약이 어느새 우리 사회에 깊숙이 확산되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마약·조직범죄는 초국가 범죄이므로 긴밀한 국제 공조가 필요하며 국내 유통을 막기 위해 수사당국의 효율적인 대응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신응석)는 12일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50·수감 중)의 오사카 총영사 인사 청탁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를 받았던 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53)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앞서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지난해 3월 김 씨가 김경수 경남도지사(52·수감 중)를 통해 “오사카 총영사로 임명해 달라”고 했던 도모 변호사를 백 전 비서관이 만난 사실을 확인했다. 특검팀은 청와대 인사 담당자인 백 전 비서관이 인사 청탁 대상자와 면담한 과정에 직권남용 소지가 있다고 보고 사건을 검찰에 인계했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증거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검찰은 지난달 30일 법정 구속된 김 지사의 1심 판결문 검토 결과 추가로 드러난 사실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수감 중)을 11일 구속 기소한 검찰은 이제 사법부에 ‘재판 청탁’을 한 전·현직 국회의원 등 정치인 수사라는 또 하나의 고비를 넘어야 한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정치인의 형사처벌 여부에 대해 “전·현직 법관 100여 명의 사건을 처리한 이후에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범인 법원 내부 인사에 대한 사건 처리가 우선적으로 정리되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 과정에서 관련 물증과 복수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해 의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따지는 법리 검토 과정만 남겨둔 상황이다. 정치인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의 공범으로 기소하려면 해당 법관의 형사처벌 여부부터 먼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수사팀 내부에서는 국회의원이 양 전 대법원장이 추진했던 상고법원을 찬성하는 대가로 법원행정처가 재판 민원을 들어주는 구조의 뇌물죄 적용 여부를 검토했다. 하지만 상고법원 찬성 자체가 개인적 이득이라고 볼 수 없어 기소가 어렵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은 ‘사건의 수사·재판을 법령을 위반해 처리하도록 하는 행위를 부정하게 청탁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재판 민원 시기가 법 시행 이전(2016년 9월 28일)이어서 김영란법을 적용해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앞서 검찰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수감 중)의 공소장에 현직 국회의원인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유동수 의원과 자유한국당 홍일표 의원 등이 재판 청탁을 했다고 적시했다. 전직 국회의원인 민주당 전병헌 전 의원과 한국당의 이군현 노철래 전 의원도 재판 청탁을 한 정치인으로 거명됐다. 이 가운데 전병헌 이군현 전 의원은 비공개로 검찰에 소환됐으며, 서 의원은 검찰의 출석 요구에 수차례 불응하다가 서면조사만 받았다. 이에 따라 검찰이 전·현직 국회의원을 추가 소환 조사하거나 재판 청탁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사법시스템은 절차와 재판 결과가 직결됩니다. 재판 내용에 대해 방향을 정해준다든지 재판 절차에 개입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수감 중)을 구속 기소한 11일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인 한동훈 3차장검사는 재판 개입 행위가 명백한 불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장 재임 당시 수차례 재판에 개입하며 사법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들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검찰 조사 당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해온 양 전 대법원장은 후배 법관 앞에서 피고인 신분으로 검찰과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296쪽 공소장에 범죄사실만 47개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은 A4용지 296쪽 분량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260쪽)보다 분량이 늘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수감 중)의 공소장(242쪽)보다 두껍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공소장에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개입과 법관 사찰을 위한 ‘법관 블랙리스트’ 문건 작성 등 47개 범죄사실을 기재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62) 고영한(64) 전 대법관의 공소장 범죄사실은 각각 33개, 18개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 지연을 주도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2013년 9∼11월경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전범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2012년 대법원 소부(小部) 판결의 문제점과 재판지연 방안 등을 검토한 문건을 작성하게 했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이 문건을 2013년 12월 재상고사건 담당 대법원 재판연구관에게 전달하도록 지시했다. 2014년 6월 징용 소송의 재상고심 주심인 김용덕 전 대법관(62)에게 2012년 판결의 외교적, 국제법적 문제를 거론하며 원고 청구기각 의견을 전달한 사실도 공소장에 포함됐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중점 추진했던 상고법원 도입과 법관 재외공관 파견 등에 대한 청와대와 외교부의 지원을 받아낼 목적으로 강제징용 재판에 개입한 것으로 판단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대선개입 사건 등에도 당시 청와대 의중을 반영하려고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梁, 5년간 법관 31명에게 인사 불이익” 공소장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도입 등 자신의 사법정책 방향에 비판적인 법원 안팎의 세력을 탄압하기 위한 조치를 주도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동안 총 31명의 법관을 블랙리스트 문건에 포함시켰다. 양 전 대법원장이 승인한 이 문건을 근거로 인사 때마다 문책성 인사 조치를 검토하거나 부정적 인사정보를 소속 법원장에게 통보하는 식으로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부산고법 판사와 ‘정운호 게이트’ 등 판사 비위를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등 부당한 조직 보호에 관여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법원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헌법재판소 파견 법관을 이용해 헌재 내부 정보와 동향 등을 불법 수집한 혐의도 범죄사실에 포함됐다. 검찰 관계자는 “법과 상식에 부합하는 선고가 나올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전주영 aimhigh@donga.com·김동혁 기자}
“이 재판에는 저를 포함해 문화예술계 모든 여성들, 이 땅에 사는 여성들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권력으로, 오랜 관행의 힘으로 약자의 성을 착취하는 문화는 사라져야 합니다. 원고 고은의 오랜 성추행에 대해 정의로운 심판이 내려지길 빕니다.” 고은 시인(86)의 성추행을 목격했다고 폭로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한 최영미 시인(58)은 30일 결심 공판 최후 변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앞서 고 시인은 최 시인과 그의 폭로를 보도한 본보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최 시인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이상윤)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저는 1994년 늦봄경 서울 종로 탑골공원 근처 술집에서 원고 고은 시인이 의자 위에 누워서 저희들한테 ‘야, 니들이 여기를 만져줘라’는 걸 분명히 보고 똑똑히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동아일보에 제보할 때도 원고를 징벌하겠다는 목적이 아니라 유언장 쓰는 기분으로 저 자신을 위해 썼다”라고 말했다. 고 시인 측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그때 당시 그러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최 시인과 박진성 시인의 각 진술, 블로그 글 외에 구체적인 증거로 확인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 시인 측 변호인은 “최 시인이 직접 눈으로 보았고 고 시인과 원한 관계도 없다. 보지 않은 걸 조작할 이유도 없다. 동아일보는 원고에게 반론권을 보장했지만 고 시인은 일절 응답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1심 선고는 다음 달 15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공사현장으로 출근하다가 빙판길에 넘어져 다친 근로자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하석찬 판사는 A 씨가 “출퇴근 재해를 인정해 요양급여를 지급해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A 씨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7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부터 개정 시행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공사현장 안전반장으로 일하던 A 씨는 지난해 1월 31일 오전 서울 금천구에 있는 공사현장으로 출근하다 횡단보도 앞 빙판길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오른쪽 어깨 근육 등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개정 전 산업재해보험보상법은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편으로 출퇴근을 하다 다친 경우에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1월부터 법이 바뀌어 A 씨처럼 도보나 지하철, 버스 등의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다 다친 경우도 보호를 받게 됐다. 공단은 “증인들의 말이 달라 사고 발생경위를 신뢰할 수 없고 A 씨는 원래부터 어깨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출퇴근 재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고 발생 장소에 대한 목격자들의 진술이 다소 다르긴 하지만 당일 출근 시간에 A 씨에게서 사고 발생 사실을 들었다는 게 공통된다”며 “A 씨 주장처럼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근하는 도중에 실제 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A 씨의 오른쪽 어깨에 원래 문제가 있었다”는 공단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재해가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기존 질병이더라도 업무와 관련해 발생한 사고 등으로 더 악화된 것이라면 업무와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이 24일 오전 구속 수감됐다. 사법부 71년 역사상 초유의 사태다. 전직 행정부 수장인 이명박(78) 박근혜 전 대통령(67)에 이어 전직 사법부 수장까지 수의(囚衣)를 입고 수감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52)는 이날 오전 1시 57분경 “범죄 사실 중 상당 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며 양 전 대법원장의 영장을 발부했다. 이어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의 6.56m²(약 1.9평) 독방에 수감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르면 25일부터 양 전 대법원장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박 전 대통령 요구에 따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지연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으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전직 사법부 수장 구속에 대해 두 차례 허리를 굽혀 대국민 사과를 했다. 김 대법원장은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송구하다는 말씀 드린다”며 3초간 허리를 굽혔다. 이어 “사법부 구성원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겠다. 그것만이 이런 어려움을 타개하는 유일한 길”이라며 다시 한번 2초간 허리를 굽혔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재판 개입 등의 혐의를 받는 전·현직 판사들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공소유지에 검사 30여 명을 투입할 계획이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전주영 기자}

24일 새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 결과를 기다리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71)과 박병대 전 대법관(62)에게 각각 다른 소식이 전달됐다. 교도관으로부터 재청구된 영장이 기각됐다는 얘기를 들은 박 전 대법관은 말없이 귀가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양복을 수용복으로 갈아입고 수감됐다. ○ 자충수 된 “모함” “왜곡” “조작” 주장 양 전 대법원장은 전날 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의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왜곡됐으며, 후배 판사의 모함이라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선 이 방어 전략이 오히려 자충수가 돼 영장 발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이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52)에게 제시한 스모킹 건은 △양 전 대법원장의 김앤장 변호사 독대 문건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57·18기)의 업무수첩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 문건 등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재판 개입과 사법행정권 남용을 주도한 책임자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였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압수수색해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장 집무실에서 김앤장 소속 한모 변호사를 만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지연을 상의한 대화 내용이 담긴 문건을 확보했다. 대법원장이 집무실에서 소송 대리인을 독대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대리인에게 사건의 전원합의체 회부 여부 등을 알려줬다는 게 법조계에선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양 전 대법원장 측은 “한 변호사를 만난 것은 맞지만 소송 얘기는 하지 않았다. 한 변호사가 사실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 부장판사의 업무수첩에 적힌 지시사항 옆 ‘大’가 양 전 대법원장을 의미한다는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은 “나중에 조작된 가능성이 있어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대응했다.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로 불리는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 문건 중 특정 법관 이름 옆의 ‘V’ 표시에 대해서는 “기계적으로 표시한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영장심사에서 이에 배치되는 전·현직 판사 다수의 진술과 객관적 물증을 확인한 명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법원 안팎에선 양 전 대법원장이 영장 심사를 맡은 25년 후배 영장전담 부장판사 앞에서 후배 법관들의 진술을 왜곡이나 조작이라고 몰아세운 것은 상식 밖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또 양 전 대법원장이 자신에게 불리한 후배 법관들의 진술을 전면 부인한 게 명 부장판사에게는 증거인멸 우려를 키웠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 박병대 영장 기각 이유는? 검찰 내부에선 박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지난해 12월에 이어 이번에 다시 기각된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온다. 윗선인 양 전 대법원장과 하급자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도 구속됐는데 지휘 체계상 가운데 있는 박 전 대법관이 구속을 면했기 때문이다. 양 전 대법원장 재임 중 법원행정처장은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이었고 그 아래 임 전 차장이 있었다. 그런데 실무 책임자인 임 전 차장과 최종 결정권자이자 지시자인 양 전 대법원장만 구속된 게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 모두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법원의 영장 발부 기준이나 원칙이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법원 내부에선 법원행정처 업무 체계상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 차장으로부터 직보를 받는 게 일상화돼 있었기 때문에 박 전 대법관은 구속이 안 되고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이 구속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원행정처 차장이 초안을 만들면 법원행정처장에게 의견을 물은 뒤 대법원장에게 직접 결재를 받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법원행정처장의 역할은 의견 제시에 그쳤다는 것이다. “나는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고 전 대법관의 검찰 진술도 같은 맥락이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