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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한 게 없네요.” 23일 경기 고양시의 대형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에서 만난 주부 이모 씨(34)가 불쾌한 듯 말했다. 이 씨의 시선은 쇼핑몰을 돌아다니는 반려견과 주인을 향해 있었다. 스타필드는 반려견 동반이 가능하다. 이날 반려견 대부분은 목줄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불편해하는 쇼핑객이 많았다. 이 씨는 “목줄만 한다고 능사는 아니다”라며 “개가 아이한테 가까이 다가와 깜짝 놀랐는데, 정작 주인은 ‘물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바라만 봤다”고 말했다. 평일 낮 시간이지만 이곳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반려견을 볼 수 있었다. 대부분 목줄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반려견의 목줄을 풀어놓는 모습도 쉽게 눈에 띄었다. 한 중년 남성은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안고 있던 갈색 푸들 한 마리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목줄은 풀어져 있었다. 푸들은 곧바로 근처 반려견 출입금지 매장으로 달려갔다. 스타필드는 반려견 동반이 가능하지만 매장에 따라 출입을 제한한 곳도 있다. 푸들이 들어가자 매장에 있던 손님들은 “당장 데리고 나가라”며 개 주인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반려견을 데리고 온 황모 씨(58)는 간이판매대에서 옷을 고르다 잠시 바닥에 목줄을 내려놓았다. 개가 목줄을 끌고 돌아다니자 곧바로 이곳저곳에서 “목줄 잡아라”는 외침이 들렸다. 유명 한식당 ‘한일관’ 대표가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 씨의 프렌치불도그에게 물린 뒤 사망한 사건 후 공공장소에서 반려견을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곳곳에서 일반인과 개 주인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주부들이 주로 찾는 인터넷 카페에는 “쇼핑몰 복도에서 ‘영역 표시’를 하는 모습을 봤다” “끈을 짧게 해달라고 요구했다가 개 주인으로부터 ‘레이저 눈빛’을 받았다” 등 일부 개 주인의 안일한 모습을 비판하는 내용이 이어지고 있다. 주부 윤모 씨(36)는 사건 이후 외출 때 아들에게 두꺼운 양말을 신게 한다. 공원 등지에서 만나는 반려견이 아들에게 다가와 발을 핥는 경우가 많아서다. 윤 씨는 “지금껏 물릴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하고 지켜만 봤는데 사건 후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3월부터 ‘개파라치’ 제도를 도입한다. 공공장소에서 목줄을 채우지 않은 반려견과 그 주인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신고를 하려면 개 주인의 이름 등 인적사항도 파악해야 한다. 이웃이 아닌 경우 정보를 알기 어렵다. 벌써부터 유명무실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신고포상금제 시행에 앞서 반려견 인식표 부착이 하루빨리 뿌리내려야 한다는 의견이다. 인식표에는 주인의 이름과 전화번호, 동물등록번호 등이 명시돼 있다. 이형석 우송대 동물보호학과 교수는 “인식표가 없으면 주인을 알기 어렵다”며 “지금도 인식표 미부착 시 주인에게 과태료 20만 원을 부과하지만 이 역시 단속이 안 돼 지키지 않는 주인이 많다”고 말했다. 이웅종 연암대 동물보호계열 교수는 “개파라치 제도가 정착하려면 주인을 쉽게 특정할 수 있도록 외출 시 반드시 인식표를 부착하도록 해야 한다”며 “동물병원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반려견 관련 교육 및 홍보를 확대해 인식표 부착에 대한 의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양=신규진 newjin@donga.com / 최지선·김예윤 기자}

한 경찰 간부가 전국적으로 주택 80여 채를 보유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관과 임대업자를 병행한 것이다. 하지만 해당 간부는 견책 징계만 받고 계속 근무 중이다. 19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기지역 한 경찰서에 근무 중인 A 경감(50·경찰대 6기)은 현재 서울과 경기 인천에 40여 채를 포함해 전국에 주택 80여 채를 보유 중이다. A 경감은 1990년대 말부터 경매에서 낙찰받거나 대출을 받는 방식으로 주택을 구입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A 경감이 겸직허가 없이 임대업자로 활동한 것에 대한 진상 조사에 나섰다. A 경감의 부동산 보유 현황이 처음 파악된 건 2009년 말 공직자 재산등록 심사 과정에서다. 당시 A 경감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고향인 경북 김천시와 처가인 상주시, 충북 충주시, 강원 등 전국에 주택 100여 채를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이 시작되자 A 경감은 적극적으로 소명자료를 냈다. 당시 그는 “주택을 산 뒤 전세를 주고 대출을 더해 다시 집을 산 것이고 부정한 돈이 아니다”라며 “돌려줄 전세금을 빼면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010년 2월 A 경감의 부동산 구입자금 출처가 규명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무허가 임대업 부분에 대해서만 경징계인 견책 처분했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공무원은 허가 없이 영리 업무를 겸직할 수 없는데 A 경감은 2006년부터 허가 없이 임대업자로 등록해 활동한 것이다. 경찰 내규에 따르면 부동산 관련 업무가 직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많으면 겸직을 불허한다. 그는 2010년경 업무시간에 인터넷으로 부동산 정보를 알아봤다가 근무태만으로 경고를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경감은 2010년 상부로부터 주택을 팔거나 임대업자 겸직 허가를 받으라고 지시받았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도 허가 없이 임대업을 하고 있다. A 경감은 19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서울 강남과 송파구에 각 1채, 수도권에 40여 채, 경북 충북 강원 등지에 40채가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단칸방이나 옥탑방, 지하방 등을 경매로 싸게 산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보유 주택이 워낙 많아 자신도 정확한 숫자를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공시지가로 따지면 전체 20억 원대 규모”라며 “집을 사는 과정에서 생긴 빚을 제외하면 실제 자산은 10억 원대”라고 주장했다. A 경감은 “대출을 받고 집을 사고 임대료를 받고 또 집을 사는 과정을 반복해 1년에 4채가량씩 샀다”며 “공직자 윤리에 어긋나는 걸 알지만 집 사는 게 일종의 취미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2006년 당시 부동산이 호황이라 임대업자로 정식 등록하고 활동했다”며 “남들이 사실상 버린 집을 잘 가꿔 세를 주고 가격도 올려 받지 않아 세입자들이 좋아한다”고 주장했다. A 경감은 1998년 서울 송파구의 반지하 주택을 1800만 원에 처음 구입했다고 한다. 이후 열악한 집을 경매로 확보해 수리한 뒤 임대수익을 올리는 것에 관심을 쏟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1986년 경찰대에 입학해 1990년 경위로 임관했지만 동료들과 달리 승진에도 욕심을 내지 않았다고 한다. A 경감과 함께 경찰대를 다닌 한 동료는 “그가 1998년에 ‘경매로 나온 집을 몇 채 샀다’며 내게도 투자를 권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A 경감은 임관 23년 만인 2013년 7월에야 근속승진으로 경감이 됐다. 당초 경위까지만 가능했던 근속승진이 2012년부터 경감까지로 확대된 것이다. 그는 경찰 경력 27년 중 14년을 경찰대 경찰수사연구소, 도서관 등에서 근무했고 학생지도, 교수 등을 맡았다. 경찰 관계자는 “주택이 아무리 많더라도 깨끗한 돈으로 샀고 경찰 직위를 이용한 게 아니라면 크게 문제 삼기는 어렵다”며 “다만 주택을 사고 임대하는 과정에서 불법적 요소가 없었는지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조동주 djc@donga.com·신규진 기자}

‘어금니 아빠’ 이영학(35) 사건을 둘러싼 경찰의 초동수사 부실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당초 경찰은 이영학의 집을 수색한 시간을 2일 오전 11시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는 2시간 뒤인 오후 1시였다. 이영학 딸 이모 양의 행적을 추적하기 위해 망우사거리 주변 패스트푸드점의 폐쇄회로(CC)TV를 먼저 확인한 것도 경찰이 아니라 피해자 김모 양(14)의 어머니였다. 본보가 실종전담수사팀 근무 실태를 취재한 결과 김 양 실종을 ‘단순 가출’로 봤던 경찰의 안이한 판단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현행 실종신고 대응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종수사팀 형사들에겐 공식 매뉴얼에 나오지 않는 ‘현실 매뉴얼’이 따로 있다. 대표적인 게 ‘24시간 룰’이다. 실종자와 연락이 끊긴 지 만 하루가 지나야 수색에 나선다는 것이다. 실종 신고 대상자가 24시간쯤 지나면 귀가하는 경우가 많아 생긴 관행이다. 김 양은 실종신고 후 약 13시간 만에 살해됐다. ‘24시간 룰’이 통용되는 한 어느 경찰관도 김 양의 죽음을 막지 못했을 것이다. 한 경찰은 “만약 내가 담당이었다고 해도 김 양이 친구와 놀다가 연락이 끊긴 것으로 생각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초동 대응의 핵심은 범죄 연루 여부를 신속히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범죄 혐의 없음’으로 성급히 결론 짓고 수색을 포기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일선 경찰들은 인력 부족 핑계를 댄다. 위치추적을 해도 휴대전화 기지국 주변 반경 500m까지만 알 수 있어 수색 인력이 많이 필요한데 경찰관 5, 6명이 하루 평균 10건 정도를 처리하려면 버겁다는 것이다. 경찰은 긴급한 사안의 경우 법원 영장 없이도 실종자 통신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경찰관들은 추후 개인정보를 무단 조회했다는 지적을 받을까 봐 몸을 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찰이 의존해야 하는 신고자도 불안에 떠는 경우가 많아 상세한 정황을 알기 어렵다. 이때 경찰관들은 각자의 ‘감’으로 범죄 연루 여부를 판단한다. 한 경찰관은 “실종신고 1000건 중 단순 가출이 990건이다. 그렇다 보니 실종보다 가출에 무게를 두는 선입견이 생긴다”고 말했다. 경찰은 250쪽 분량의 실종신고 처리 매뉴얼을 일선에 배포했지만 현장에서는 별 소용이 없다. 한 형사는 “신고자를 진정시키라고만 되어 있지 정확히 무엇을 어떻게 물어야 하는지는 알아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관들 사이에선 ‘징계로또’라는 말까지 나온다. 재수 없게 걸려서 징계받는 직원만 불쌍하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전문가들은 실종 사건을 중요 범죄로 분류하지 않는 기본 전제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범죄 연루 정황이 있을 때만 바짝 수색할 게 아니라 가출이 확실하지 않다면 범죄 피해 가능성을 전제하고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18세 미만 아동에 대한 실종신고가 들어올 경우 잠재적 유괴로 간주해 즉각 수사에 착수한다. 실종전담 경찰관에 대한 선호도가 낮다 보니 전문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양 실종 사건을 담당한 서울 중랑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 16명 중 12명이 수사 경력 5년 미만이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을 잡으면 성과로 인정되지만 없어진 사람을 찾는 일은 잘해야 본전”이라고 말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실종 수사에 대한 내부 평가를 강화하고 베테랑 형사들을 배치하는 등 수사 인력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김동혁 hack@donga.com·신규진·이지훈 기자}

법원은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 구속 기간 연장 사유로 ‘증거 인멸 염려’를 들었다. 박 전 대통령이 풀려날 경우 주요 증인들에게 진술 번복을 요구하거나 증거를 조작하도록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재직 중 국정 농단 사건 관련자 상당수를 직접 지휘한 인사권자였고 사건 연루 기업들에 대한 각종 현안 보고를 받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내밀한 정보를 갖고 있을 개연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 1심 선고 늦어지면 내년 초 법조계에선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 구속 기간을 연장한 배경에 재판을 신속하게 끝내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박 전 대통령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으면 잦은 법정 불출석으로 재판이 지연될 가능성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은 7월 발가락 부상을 이유로 재판에 몇 차례 불출석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진행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끝내 불출석했던 전력도 재판부의 구속 기간 연장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앞으로 박 전 대통령 재판을 매주 3, 4차례씩 열며 강행군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판을 시작한 지 5개월이 넘었지만 아직도 법정에서 증인신문을 하거나 검찰 진술 조서 내용을 확인해야 할 사건 관계인이 300명 이상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는 늦어지면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이번 법원 결정으로 구속 기한이 내년 4월 16일 밤 12시가 됐기 때문에 그 이전에 구속 상태에서 1심 선고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구속 기한이 11월 18일 밤 12시인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과 정호성 전 대통령부속비서관(48)을 포함해 다른 국정 농단 사건 주요 피고인들은 박 전 대통령보다 먼저 1심 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통령 사건 1심 재판은 6개월을 넘기게 됐지만 2심과 3심은 상대적으로 빨리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1심 재판에서 증거조사가 꼼꼼하게 이뤄지고 있어서 항소심과 상고심은 법리 다툼 중심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박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상태로 2심 재판을 받을 경우 2심 선고가 연장 구속 기한인 내년 4월 16일 밤 12시를 넘기게 되면 2심 재판부가 다시 구속 연장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2심과 3심의 구속 기간도 1심과 마찬가지로 6개월씩이다. 선고가 늦어진다고 가정해도 2심은 내년 중반, 3심은 내년 말 또는 후년 초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과거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 1995년 12월 21일 구속 기소된 뒤 구속 기간이 연장됐고, 8개월 만인 이듬해 8월 1심 선고를 받았다. 항소심과 상고심은 각각 4개월 만에 끝나 1997년 4월 17일 최종적으로 유죄가 확정됐다.○ 울부짖은 친박 단체 회원들 박 전 대통령의 구속 기간 연장이 결정되자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친박(친박근혜) 성향 단체 회원 100여 명은 법원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일부 회원은 “대통령님을 돌려내라”고 외치며 울부짖었다. 오후 2시 법원 앞에서 집회를 연 대한애국당 당원 500여 명은 오후 5시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으로 이동해 시위를 이어갔다. 일부는 “할복하겠다”고 소리를 질렀다.권오혁 hyuk@donga.com·김윤수·신규진 기자}
서울의 한 외국어고에서 치러진 중간고사 시험문제 일부가 사전에 유출된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논란이 커지자 학교 측은 재시험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11일 서울 도봉경찰서와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A외고는 10일 B학원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학교 측은 고소장에서 “1학년 2학기 중간고사 영어시험 문제가 B학원에 유출됐는지 조사해 달라” 밝혔다. A외고는 지난달 27일 중간고사를 치렀다. 그런데 시험 직후 유출 의혹이 제기됐다. 1학년 ‘영어2’ 30문제 중 27문제가 시험 직전 B학원이 수강생에게 제공한 문제와 일치하거나 비슷했다는 것이다. 학부모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제보가 이어지자 학교 측은 추석연휴 때인 2일 1학년 영어교사 4명 등을 불러 조사했다. 또 1학년 학부모를 대상으로 3차례 설명회를 열었다. 그러나 ‘2학년 영어시험 문제도 B학원이 제공한 것과 비슷하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B학원에는 A외고 1학년 30여 명, 2학년 20여 명이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외고는 10일 의혹이 제기된 1학년 영어2 과목과 2학년 심화영어, 심화영어독해1 과목의 재시험을 결정했다. 기말고사 때 같은 과목 시험을 두 차례 치르는 방식이다. 또 11일 2학년 학부모 설명회도 열었다. 경찰은 조만간 B학원장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경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성적처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학생과 학부모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학부모 C 씨는 “1학기 시험문제도 혹시 유출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고3 자녀를 둔 학부모 D 씨는 “시험 유출 소식이 퍼지면 입시를 앞둔 아이들에게 자칫 불똥이 튈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정부가 몰래카메라(몰카)와의 전쟁까지 선언했지만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남성도 몰카 피해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텀블러의 한 블로그에는 서울의 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촬영했다는 몰카 영상이 잇달아 게시되고 있다. 영상은 대부분 남자화장실에서 촬영된 것이다. 특히 버스터미널을 이용하면서 화장실을 찾은 군인들의 몰카 영상이 많다. 일부 영상에서는 몰카 촬영자로 보이는 한 남성의 모습도 언뜻 보인다. 해당 버스터미널을 확인한 결과 영상 속 장면과 일치했다. 이곳에는 ‘미풍양속을 해치거나 다른 사람에게 불쾌한 행동을 하면 즉시 불이익을 받는다’는 경고문까지 붙어 있다. 몰카 피해가 잦자 상인들은 자발적으로 화장실 순찰까지 하고 있다. 당구장을 운영하는 A 씨는 지난달 한 20대 남성이 화장실을 몰래 엿보는 걸 목격했다. A 씨가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자 그 남성은 그대로 달아났다. 7월에는 화장실 옆 칸을 내려다보며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남성을 붙잡으려다 놓치기도 했다. A 씨는 “여기는 남자화장실 몰카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며 한숨을 쉬었다. 해당 터미널을 이용하는 일부 군인들도 몰카 피해를 알고 있었다. 10일 터미널에서 만난 군인 B 씨(22)는 “휴가 나오기 전 부대 선임이 ‘몰카로 유명해지고 싶지 않으면 터미널 화장실에 아예 가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실제 몰카 피해자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이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남성 몰카 피해자는 2015년 120명에서 지난해 160명으로 늘었다. 올 들어 1∼8월 125명으로 연말에 200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몰카 영상이 많이 올라오는 텀블러의 경우 운영업체인 야후가 미국 법을 들어 성인음란물 수사에 비협조적이라 수사가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야후 한국지사가 철수하면서 수사당국이 협조를 요청할 창구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조동주 djc@donga.com·신규진 기자}

거대 백악종(白堊腫)이라는 질환이 있다. 치아와 뼈 사이(백악질)에 악성 종양이 계속 자라는 병이다. 전 세계에서 수십 명만 앓는 것으로 알려진 희귀 난치병이다. 이모 씨(35)가 일반의 관심을 모은 계기가 바로 거대 백악종이다. 2006년 이 씨가 자신과 똑같은 병을 갖고 태어난 딸을 살리려 애쓰는 안타까운 모습이 일부 언론에 공개됐다. 당시 이 씨는 계속된 치료로 치아가 어금니 1개밖에 남지 않아 ‘어금니 아빠’로 불렸다. 그로부터 11년 후 이 씨는 여중생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범행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딸까지 범행에 동원한 ‘딸바보’ 아빠 7일 서울 중랑경찰서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달 30일 중랑구 망우동 자택에서 딸 이모 양(14)의 친구 A 양(14)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폐쇄회로(CC)TV에는 A 양이 같은 날 낮 12시 17분경 이 양과 함께 건물로 들어가는 장면이 찍혔다. A 양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이 무렵 A 양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친구가 놀러가자는데 가도 되느냐”고 말했다. A 양이 집에 오지 않자 같은 날 오후 부모가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A 양이 사라진 전후 이 씨가 딸과 함께 강원 영월군을 오간 정황을 포착했다. 영월은 이 씨의 어머니가 사는 곳이다. 경찰은 이 씨가 1일 A 양 시신이 든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색 대형 가방을 차량에 싣는 CCTV 화면과 이 씨 부녀가 탄 차량이 1일 영월 요금소를 지난 기록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 씨 부녀가 1일 밤 강원 정선군의 한 모텔에서 숙박한 뒤 서울로 돌아온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 씨가 A 양을 자택으로 오게 하기 위해 딸을 동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양은 중학교 진학 이후 교류가 거의 없던 A 양에게 최근 돌연 “만나자”고 연락했다. A 양의 한 친구는 “이 양이 2년 만에 갑자기 연락해 만나자고 해 (A 양이) 당혹스러워 했는데 워낙 거절을 못하는 성격이라 따라 나섰다가 화를 당한 것 같다”며 “이 양이 다른 친구들에게도 만나자고 했는데 다 거절당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 양은 1일 ‘30일 오후 2시쯤 A랑 놀다가 헤어졌는데 그 이후 전화가 끊겼다. 가출한 것 같다’는 문자메시지를 친구에게 보냈다. 경찰은 이 씨가 알리바이를 위해 딸에게 거짓말을 종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씨는 영월에 가기 전 차량 블랙박스를 제거했다가 서울로 돌아와 다시 붙인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넷에 ‘아내가 그리워 동해로 간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씨 부녀는 5일 오전 10시 20분경 서울 도봉구의 한 빌라에 숨어 있다가 체포됐다. 두 사람 모두 수면제를 과다 복용해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간신히 의식을 되찾은 이 씨를 추궁한 경찰은 6일 오전 9시 A 양 시신을 찾았다. 이 씨 부녀는 생명엔 지장이 없으나 의식이 또렷하지 않아 경찰은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이 확보한 이 씨 태블릿PC에는 2일 이 씨가 딸과 함께 찍은 영상이 담겨 있다. 영상에서 이 씨는 “자살을 마음먹고 영양제 안에 약을 넣어뒀는데 집에 놀러온 A 양이 모르고 먹었다”고 주장했다. 살인이 아닌 사고라는 의미다.○ 이 씨 소유의 집 2채와 고급 차량 3대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현재 서울에 집 2채, 독일산 외제차 2대와 국산 고급차 1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이 씨는 딸을 살리겠다며 미국까지 건너가 모금활동을 펼쳤다. 이 씨 자택에서는 음란기구도 여럿 발견됐다. 경찰은 이 씨가 부인 최모 씨(32)의 사망 이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살인을 저지른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최 씨는 지난달 초 서울 중랑구 5층 자택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수년에 걸쳐 시어머니의 지인에게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했다고 최근 이 씨에게 털어놨다. 이후 최 씨는 영월경찰서에 가해자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당시 이 씨는 최 씨에게 “증거를 확보해야 하니 (가해자와) 성관계를 가져라”고 종용했다고 한다. 이 문제로 부부가 심하게 다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최 씨가 투신하기 전 이 씨에게 폭행까지 당한 걸로 볼 때 이 씨가 최 씨의 자살을 방조했을 가능성을 두고 내사를 벌였다. 최 씨가 남긴 A4용지 4장 분량의 유서에는 최 씨가 어린 시절부터 가족 등 여러 사람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고백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이지훈 easyhoon@donga.com·김배중·신규진 기자 ● 여중생 살인사건 일지△9월 5일 피의자 이모 씨의 부인 최모 씨 자살17·27일 이 씨, 최 씨 유골함·영정 영상 공개30일 여중생 A 양 피살(추정)△10월 1일 강원 영월군 야산에 시신 유기5일 경찰, 서울 도봉구 빌라에서 이 씨 체포6일 A 양 시신 발견7일 이 씨(사체유기 혐의) 구속영장 신청}

불꽃놀이를 보려고 건물 옥상 환기구에 올라섰던 어린이 두 명이 바닥으로 추락해 크게 다쳤다. 사고 장소는 출입이 제한된 곳인데 관람객이 몰리자 개방했다가 사고가 났다. 현장에 어른 수십 명이 있었지만 사고를 막지 못했다. 1일 서울 동작경찰서에 따르면 2017 서울 세계불꽃축제가 열린 지난달 30일 오후 7시경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옥상 환기구 덮개가 파손되면서 배모 양(7)과 조모 양(11)이 추락했다. 배 양 등은 약 10m 아래 수산시장 바닥으로 떨어졌고 머리와 팔다리 등을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두 아이는 각각 부모와 함께 불꽃놀이를 보다 높이 약 1m, 지름 157cm 정도의 환기구에 올라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진 환기구 덮개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부서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가 난 곳은 노량진수산시장 구(舊)시장 옥상이다. 1971년 지어진 건물로, 옥상의 절반가량은 주차장으로 쓰인다. 나머지 공간에는 환기구 30여 개가 설치돼 있다. 주차장에서 사고 장소로 가려면 철제 계단과 1.3m 높이의 펜스를 지나야 한다. 지난해 3월 신(新)시장이 문을 연 뒤 평소 주차 인원을 제외하고 옥상 출입이 통제됐다. 불꽃축제 당일 노량진수산시장 안팎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수산시장은 이른바 ‘불꽃축제 명당’이다. 축제 전날 오후부터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텐트까지 동원될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김덕호 수협 노량진수산㈜ 경영기획부 과장은 “매년 불꽃축제가 열리면 평소 인파의 10배 이상이 시장에 몰린다”며 “이번에도 신시장 주차장 3∼5층과 잔디밭, 구시장 주차 통행로 등이 관람객으로 가득 찼다”고 말했다. 인파가 몰리자 경찰은 옥상 입구 세 곳에 설치한 폴리스라인을 제거하고 일부 출입을 허용했다. 자칫 사람들이 밀려 사고가 날 수 있어서다. 현장에서 일부 시민은 경찰에게 “왜 옥상으로 못 가게 하느냐”며 출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옥상을 개방하면서 불꽃놀이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주차장 쪽 난간에 경찰관 6명을 배치했다. 그러나 환기구 쪽은 제대로 신경 쓰지 못했다. 아이들이 올라갔던 환기구 덮개는 불투명 재질이다. 낮에도 속이 잘 보이지 않는다. 어두울 때는 내부가 뚫려 있는 걸 육안으로 확인하는 게 불가능하다. 환기구 근처에 올라가지 말라는 안내 표시는 없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들이 보호자와 함께 있었고 출입 통제를 수차례 했기 때문에 시장 측에 관리 책임을 묻기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세계불꽃축제는 올해 15회를 맞았다. 그러나 일부 관람객의 무질서는 여전했다. 이날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는 경찰 추산 85만 명, 주최 측 추산 100만 명이 찾았다. 축제 시작 전부터 보행로와 자전거도로는 돗자리를 편 관람객에게 점령당했다. 불꽃놀이가 시작되자 일부 관람객은 사진을 찍기 위해 차도와 인도를 넘나들었다. 쓰레기 문제는 오히려 이전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원 계단과 통행로 가로등 근처마다 어김없이 쓰레기가 산처럼 쌓였다. 서울시 환경미화원과 주최 측 자원봉사자 700여 명이 동원됐지만 역부족이었다. 축제 직후 만난 자원봉사자 김모 씨(30)는 “나눠준 쓰레기봉지를 펴보지도 않고 그냥 바닥에 버린다”며 “밤을 새워 치워도 모자랄 것 같다”며 한숨쉬었다. 축제장을 찾은 김민영 씨(29)는 “다신 한강에 오지 않을 것처럼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의 모습에 놀랐다”며 “쉽지 않겠지만 앞으로 불꽃축제 때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과태료를 물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불꽃축제 현장에 버려진 쓰레기는 약 75t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2015년(약 65t)보다 오히려 늘어났다.이지훈 easyhoon@donga.com·신규진 기자}

‘하나 둘 셋….’ 버스 운전사는 마음속으로 숫자를 셌다. 이어 거울을 쳐다봤다. 그제서야 오른발로 지그시 가속페달을 눌렀다. 다시 운전석에 앉은 뒤 생긴 버릇이다. 28일 만난 버스 운전사 김모 씨(60)의 얼굴에선 긴장이 느껴졌다. 그는 “아이 혼자 내렸으니 세워 달라”는 엄마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달린 것으로 알려져 비난을 받은 바로 그 ‘240번 시내버스’의 운전사다. 11일 인터넷에 올라온 목격담이 포털 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거쳐 가짜 뉴스로 탈바꿈하면서 ‘아동학대’ ‘막장운전’ 등의 집중 포화가 김 씨를 향했다. 졸지에 ‘공공의 적’이 됐다. 다행히 언론의 검증 보도를 통해 진실이 확인되면서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던 김 씨는 일주일 만인 18일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건대 앞에서 내려 달라고 하셨던 손님, 이번에 내리시면 돼요.” 28일 오후 2시 기자가 탄 240번 버스가 서울 광진구 화양초교 앞을 지나자 김 씨는 승객 쪽을 향해 외쳤다. 한 중년 여성이 조심스레 일어나 뒷문으로 향했다. 정류장에 도착하자 김 씨의 시선은 운전석 옆 후면거울에 고정됐다. 안전하게 내리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삐이익.’ 버스가 출발하자 커다란 책가방을 멘 남자아이가 벨을 눌렀다. 김 씨는 ‘후’ 하며 크게 숨을 내쉬었다. 다음 정류장에 아이가 내리자 엄마로 보이는 여성이 뒤따라 내렸다. 김 씨는 출발하지 않았다. 그 대신 모자(母子)가 나란히 걷는 모습을 잠시 바라봤다. “그날 이후 아이들이 타고 내린 뒤에도 속으로 3초 셌다가 출발합니다. 하나 둘 셋 하고….” 건국대 앞을 지나고 나서 김 씨는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11일 오후 6시 반경 김 씨는 아이가 내린 건대역 정류장을 출발하고 10초가량 지나 엄마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그는 “1차로 쪽 진입이 불가능했다”며 창문 밖 주황색 차단봉을 가리켰다. 억울함이 풀린 탓일까. 김 씨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하지만 마음속 상처는 아물지 않은 듯했다. 이날 기자가 탄 240번 버스 뒷문에는 운전사 자격증이 붙어 있지 않았다. 이름과 사진이 있는 자격증이다. 김 씨는 “얼굴과 인적사항이 노출될까 봐 자격증을 떼어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고 말했다. 지금도 승객 중에는 “그 240번 운전사 맞느냐”고 묻는 사람이 종종 있다고 한다. 버스 회사에는 김 씨 앞으로 온 편지 30여 통이 있다. 진실이 밝혀진 뒤 시민들이 보낸 사과 편지다. ‘잘 모르고 인터넷에 심한 욕설을 했다. 죄송하고 반성한다’는 내용이다. ‘충격을 조금이나마 덜어 드리고 싶다’며 화과자 세트를 보낸 시민도 있다. 처음 잘못된 목격담을 인터넷에 올린 누리꾼은 경찰서를 통해 용서를 구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하지만 김 씨는 “아직은 용서하기 어렵다”며 정중히 거절했다. 그는 “(사건이 발생하고) 나흘쯤 되니 240번 버스 이야기가 인터넷에서 싹 사라졌다”며 “남은 건 상처 입은 나 자신뿐”이라고 말했다. 다시 운전석에 앉은 날 김 씨는 자신의 카카오스토리 계정에 글을 올렸다. 제목은 ‘공정한 SNS 사용하기’. 그는 ‘악플 탓에 지옥과 천당을 들락날락했다. 왜 그랬느냐 따져보고 싶었다’며 당시 억울한 심경을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다시 희망을 갖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자신을 믿어준 가족과 회사 동료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앞으로 모든 이들께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란다’고 맺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파리바게뜨에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하라는 정부 명령의 파장이 크다. 고용노동부와 파리바게뜨는 각각 파견법과 가맹계약법을 근거로 물러서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제빵기사와 가맹점주, 협력업체 등 프랜차이즈 빵집 생태계의 밑에 있는 ‘을(乙)’들의 목소리는 정부와 대기업의 법리 논쟁에 밀려 묻혀 있는 상태다. 동아일보는 제빵기사 3명과 가맹점주 5명, 협력업체 관계자 3명을 심층 인터뷰해 이들이 처한 상황을 날것 그대로 전달한다.》 ● 미래가 두려운 제빵기사 “열심히 하면 본사 정규직 되는줄 알아”본사 직원들 부하 부리듯 반말… 점주 몰래 빵 추가주문 시키기도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은 2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파리바게뜨에서 일한다고만 생각했지 협력업체 직원 신분일 줄은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본사 직원들의 업무 지휘와 명령이 “직접적이고 일상적이었다”고 증언했다. 10년 차 제빵기사인 A 씨는 “본사 공채로 갓 입사한 영업사원들까지 찾아와 ‘매장에 왜 이렇게 빵이 없느냐’며 더 많은 빵을 만들라고 지시를 내리는가 하면, 퇴근 후에도 업무 전화를 자주 했다”며 “본사 직원들이 목표 실적을 맞추기 위해 가맹점주 몰래 ‘빵을 추가로 더 주문하라’고 강요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3년 차 제빵기사인 B 씨(여)는 본사와 제빵기사들의 관계를 ‘갑을 관계’라고 한마디로 규정했다. 그는 “본사 직원들은 처음 만날 때부터 부하직원 대하듯 반말을 했다”며 “열심히 하면 본사 정규직이 되는 줄 알았지만 그건 ‘희망고문’이었다”고 토로했다. 이들에게 가장 힘든 점은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했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파리바게뜨에서 10년째 빵을 만든 C 씨(여)는 “나를 지켜주고 챙겨주는 존재가 아무도 없다”며 “파리바게뜨 안에서 우리는 아르바이트생보다도 낮은 계급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생은 가맹점주가 직접 고용했기 때문에 점주와 얘기하면 되지만, ‘간접 고용’ 신분인 자신들은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아 기댈 곳이 없었다는 것이다. C 씨는 “내가 10년 뒤에도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많다”며 “신입 기사가 들어오면 바로 ‘다른 일을 해보라’고 조언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 한숨 늘어나는 가맹점주 “추가 인건비 전가하고 간섭 심해질것”본사 직접 고용한 제빵기사 파견땐 감시자 늘어 경영자율성 침해 우려26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파리바게뜨 가맹점. 아르바이트생이 계산을 하고 있는 카운터 뒤편에서 제빵기사가 열심히 빵을 굽고 있었다. 한 손님이 “도넛이 없다”고 하자 점주는 “도넛 좀더 구워 주세요”라고 제빵기사에게 말했다. 여느 빵집과 다름없는 일상적인 풍경이지만 최근 ‘제빵기사 불법 파견’ 논란 때문인지 점주도 제빵기사도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동아일보와 만난 가맹점주 5명은 “본사가 제빵기사들을 직접 고용하면 추가 인건비를 우리에게 전가할 게 뻔하고, 본사의 감시와 간섭이 심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서울 성북구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유모 씨(50)는 “본사의 인건비가 늘면 원가도 당연히 늘 텐데, 결국 가맹점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특히 본사 소속인 제빵기사가 매장에 온다면 우리를 감시하는 사람이 한 명 더 늘어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가맹점이 본사의 ‘을’인 상황에서 경영 자율성을 더 침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 광명시의 한 점주는 정부 결정으로 비용 부담이 늘 것을 우려해 아르바이트생 고용 계획을 접었다고 밝혔다. 그는 “제빵 프랜차이즈 시스템에서 본사가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하는 형태로 본사와 점주가 상생하긴 힘들다”며 “정부가 본사와 점주를 이간질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점주는 “점주 800여 명이 모여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는 정부가 가맹점 운영 실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가 파리바게뜨의 이미지 하락으로 이어지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한 점주는 “‘본사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는 손님들이 많다”며 “소비자 불매운동으로 이어질까 봐 걱정이 태산”이라고 토로했다. ● 문닫을 위기 협력업체 대표 “제빵기사 교육 18년 노하우 넘기라니”신제품 많아 본사 개입 많았을뿐 정부 상생하겠다더니 강압 조치“18년간 제빵기사들을 채용하고 교육해왔는데 이들을 그냥 (본사로) 넘기라는 건 말도 안 된다.” 파리바게뜨 협력업체인 국제산업 정홍 대표는 “인수합병(M&A)을 한다면 몰라도 우리 회사 직원들을 본사가 마음대로 데려간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본사가 우리 직원들을 직접 고용하고 말고 할 권한 자체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산업이 채용하고 관리 중인 제빵기사는 모두 660여 명이다. 채용공고부터 해직에 이르는 근로계약 과정은 물론이고 임금과 노무 관리까지 모두 국제산업이 직접 한다는 게 정 대표의 주장이다. 특히 협력업체 대표들은 신제품 비중이 높은 파리바게뜨의 특성을 정부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파리바게뜨는 다른 업체에 비해 신제품이 많기 때문에 본사 직원들이 가맹점을 더 많이 방문할 수밖에 없다”며 “제빵기사도 많아 품질 관리를 본사가 직접 할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인사·노무 관리는 전적으로 우리가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 특성상 본사 개입과 감독이 많긴 했지만 인사·노무 관리는 협력업체가 전권을 쥐고 했기 때문에 파견법상 불법 파견이 아니라는 논리다. 이들은 근무시간이나 출근일수도 협력업체가 자체적으로 체크해 왔다고 했다. ‘직접 고용’이라는 극단의 조치보다는 대안을 마련해 달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모두가 상생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 새 정부의 기조 아니냐”며 “강압적인 조치를 내리기보다는 협동조합 같은 대안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유성열 ryu@donga.com·신규진 기자}
여당 소속 전 국회의원 아들의 여학생 성추행과 관련해 진상 조사 및 징계 여부를 결정할 학교폭력자치위원회(학폭위)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52)은 22일 가해 학생이 자신의 아들임을 밝히고 사과했다. 학교 측 관계자는 이날 “2015년 발생한 성추행과 관련해 조만간 학폭위를 개최해 추가 징계 여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교육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학교 측은 학내 폭력을 인지한 후 14일, 늦어도 21일 내 학폭위를 열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폭력 사실을 알게 되면 학교는 반드시 학폭위를 열어야 한다”며 “진행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과문을 올렸다. 정 전 의원은 “제 아이는 지난해 학폭위 결정에 따라 하루 8시간씩 5일간 총 40시간의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했고 부모교육도 8시간 이행했다”며 “올해 초 가정법원의 재판 결과에 따라 다시 한 번 아이교육 40시간, 부모교육 8시간 이수 명령을 추가로 받고 성실하게 교육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은 “그동안 정치인으로 살아오며 아버지로서의 역할에는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마음이 무겁고 제 아이 역시 잘못을 뉘우치며 크게 후회하고 있다”고 적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 국회의원의 중학생 아들이 또래 여학생을 성추행, 성희롱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경찰은 가해 사실 일부만 학교에 통보했다. 학교 측은 이를 바탕으로 ‘특별교육 5일’ 징계를 내렸고, 가해자와 피해자는 계속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다. 21일 경찰과 학교 관계자 등에 따르면 서울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A 군(15)은 올 3월 가정법원에서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수강을 명령받았다. A 군은 2015년 같은 학교 여학생을 성추행했고 지난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피해자를 성희롱했다. 피해 여학생은 성희롱을 당한 후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당시 A 군이 만 14세 미만으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觸法少年)이라 지난해 11월 가정법원에 곧바로 송치했다. 경찰은 A 군의 범행 가운데 성희롱 사실만 학교에 통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측에서 피해 사실이 알려지기를 원치 않았다”며 “성추행은 모든 피해를 학교 측에 통보할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중순 열린 학교폭력자치위원회(학폭위)에서는 A 군에게 특별교육 5일의 징계 처리를 내렸다. 학폭위는 학교 관계자와 학교전담경찰관(SPO) 등이 모여 가해 학생의 징계 수준을 판단하는 기구다. 판단 기준은 △심각성 △지속성 △고의성 △반성 △화해 5가지로, 0∼4점까지 점수가 매겨진다. 이 학교에서는 10점이 넘으면 출석이 정지되고, 16점이 넘으면 전학 조치가 이뤄진다. A 군은 총 6점을 받았다. 심각성(3점)은 높고, 고의성(2점)은 보통으로 판단됐다. 지속성은 1점이 매겨져 낮은 것으로 결론 내려졌다. 반성과 화해는 모두 0점이 매겨졌다. 학폭위 관계자는 “A 군이 깊게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자와 화해를 해 이같이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A 군과 피해자는 같은 학교에서 여전히 생활하고 있다. 피해자 측은 A 군에게 선처를 바란다는 탄원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관계자는 “A 군과 피해자의 학급 편성을 일부로 멀리 떨어지게 배치하는 등 신경 썼다”고 말했다. A 군의 아버지인 여당의 전 국회의원은 1차 성추행이 발생했을 당시에 현직이었다. 본보는 해당 전 의원에게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황성호 hsh0330@donga.com·신규진 기자}
서울미래유산인 ‘공씨책방’에 법원이 퇴거 명령을 내렸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건물 1, 2층을 쓰는 공씨책방은 1층을 당장 비워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서울서부지법 민사5단독 황보승혁 판사는 21일 “공씨책방은 건물주에게 건물 1층을 양도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계약 만료 6개월부터 1개월 전까지 계약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며 “새 장소로 이전하기에는 지나치게 짧다는 피고(공씨책방) 측 주장은 현행법 해석으로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씨책방의 문화적 가치는 서적과 운영자의 해박한 지식, 단골 등에 있다”며 “장소가 이전되더라도 본질적 부분은 침해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계약 만료를 약 40일 남긴 지난해 8월 26일 당시 건물주는 공씨책방에 재계약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10월 새 건물주 전모 씨는 보증금 3000만 원과 월세 300만 원을 내지 않을 거면 1층을 비우라고 요구했다. 월 130만 원을 내던 공씨책방 측이 거부하자 12월 전 씨는 법원에 부동산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2층은 2015년 책방을 넓히면서 계약해 계약 기간이 남은 상태다. 2013년 공씨책방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한 서울시는 7월 “공씨책방은 현 위치에 보존돼야 하며 임차료 인상분을 지원하겠다”는 소견을 법원에 냈다. 이달 7일 법원은 월세를 220만 원으로 인상하고 계약을 3년 연장하는 조정안을 냈지만 건물주는 거부했다. 1972년 경희대 앞에서 문을 연 공씨책방은 광화문 등을 거쳐 1995년 현재 건물에 자리 잡았다. 서울시는 “책방의 무형가치를 인정해 지정했기 때문에 공씨책방이 서울미래유산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면서 “다만 임차료 추가분 지급이나 새로운 책방 터 제공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마녀사냥’이 내게도 닥칠지는 몰랐다. 자살까지 생각했다.” 11일 “아이 혼자 내렸다”며 버스를 세워 달라는 어머니의 요구를 매몰차게 묵살했다는 잘못된 인터넷 글로 고통을 겪은 서울의 240번 시내버스 운전사 김모 씨(60)의 말이다. 김 씨는 인터넷에 올라온 숱한 악의적 글 때문에 사흘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잤다. 혼자 많이 울었다고 했다. 진실을 밝히려니 두려움이 앞섰다고도 했다. 14일 동아일보와 만난 그는 마음고생을 털어놓으면서도 억울함에 간혹 몸서리쳤다. 》 “너무 고통스러워 자살 생각까지 들더군요. 마녀사냥이라는 말을 들어보긴 했지만 사람 인생이 하루아침에 이렇게 망가질 수 있는 건지….” 240번 시내버스 운전사 김모 씨(60)는 14일 서울 중랑구 한 공터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울먹이며 말했다. 그의 눈에는 핏발이 서있었고 피부는 거칠었다. 지난 사흘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을 때, 부르튼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김 씨는 11일 오후 6시 반경 서울 광진구에서 “아이 혼자 내렸으니 세워 달라”는 엄마 A 씨의 요청을 무시하고 다음 정류장까지 버스를 몰았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그러나 사건을 조사한 서울시는 13일 ‘당시 김 씨가 아이 혼자 버스에서 내린 사실을 알 수 없었고 A 씨 안전을 고려해 바로 정차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김 씨는 A 씨를 내려준 뒤 1시간쯤 뒤인 11일 오후 7시 반경 동료 운전사들에게서 “인터넷에 240번 기사를 비판하는 글이 떠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사건을 처음 인터넷에 올린 누리꾼은 ‘미친 기사 양반’ 등 험악한 표현으로 김 씨를 비난했다. 김 씨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오후 9시 반경 인터넷을 직접 확인한 김 씨는 자신에 대한 악의에 찬 비난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지옥이 시작됐다. 그는 “입에 담지 못할 욕들이 너무 많아 떠올리기도 싫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밥 한 끼 먹을 수도, 잠 한숨 잘 수도 없었어요. ‘운전사를 강력히 처벌하라’는 댓글을 보면 화가 치밀면서도 앞으로 몰아칠 고통이 두려웠습니다.” 충격을 받은 김 씨의 손발은 가끔씩 마비된다고 한다. 병원에서는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인터뷰 도중에도 김 씨는 “사흘간 가족과 정말 많이 울었다”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12일 오후 2시경 두 딸은 김 씨가 보는 앞에서 인터넷 커뮤니티에 억울함을 토로하는 글을 올렸다. 김 씨는 “딸애가 울면서 키보드를 쳤다”면서 또 눈시울을 붉혔다. 두 딸은 혹여나 김 씨에게 더 큰 비난이 쏟아지지 않을까 더 조심했다고 한다. 김 씨는 13일 오후 서울시가 ‘김 씨의 위법행위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하고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안정을 되찾아 갔다. “오늘(14일) 아침 인터넷에 들어가서 저를 옹호해 주는 글들을 보니 긴장이 풀려 순간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족들도 그제야 웃음을 보였다. 딸들은 “아빠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김 씨는 아이 엄마 A 씨에게 욕을 했다는 오해를 가장 억울해했다. “기사 경력 33년 동안 단 한 번도 승객에게 욕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아이 엄마가 ‘아저씨’ ‘아저씨’ 하는 소리만 들렸어요. 아이 엄마가 큰소리로 부르지 않았다면 그마저도 듣지 못했을 겁니다.” 처음 ‘왜곡된’ 글을 올린 누리꾼이 공개 사과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김 씨의 고통은 끝나지 않은 듯했다. 이 누리꾼은 “기사에게 사과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사과는 받지 못했다. “인터넷을 볼 때마다 나를 비난하는 글만 눈에 들어와요. 이번 일이 죽을 때까지 나를 괴롭힐까 두렵습니다. 내가 망가진 것보다 회사 이미지에 먹칠하고 동료들이 얼굴을 못 들고 다니게 만들어 더 가슴 아프기도 하고요.” 33년째 버스를 운전하는 그는 회사의 ‘이달의 친절상’을 4차례, ‘무사고 운전포상’을 2차례 수상했다. 7월 정년을 맞았지만 회사가 요청해 1년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김 씨는 다음 주 다시 운전대를 잡는다.신규진 newjin@donga.com·황성호 기자}
10대 청소년들의 잔혹한 민낯을 보여준 부산과 강릉 집단폭행 사건은 피해자 측이 교육당국과 사법체계 등을 불신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폭로하면서 여론화됐다는 점에서 판박이처럼 닮았다. 두 사건 모두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했지만 사건 당사자가 가출해 행방불명이라는 이유로 수사가 지연됐다. 참다못한 피해자 측이 잔혹한 피해 장면 사진을 SNS에 올려 파장이 커지고서야 경찰 수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가해자들은 피해자 A 양(14)이 6월 말 벌어진 1차 폭행을 학교와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1일 가혹한 보복을 가했다. 7월 초 학교폭력위원회에 회부됐던 가해 여중생들은 사회봉사 2일, 청소년 선도 프로그램 2일 이수 등의 가벼운 조치를 받는데 그쳤다. 강릉 사건 역시 피해자 B 양(17)이 7월 중순 사건 직후 경찰에 고소했지만 경찰은 가해자 중 1명이 가출해 행방불명이라며 미적거렸다. B 양의 언니(19)는 “누구도 동생의 피해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SNS 폭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폭행 피해자들의 끔찍한 사진과 가해자들의 반성 없는 단체 채팅 내용이 알려지자 여론은 분개했다. 소년범이어서 엄중한 처벌이 어렵다는 사실에 대중의 분노는 증폭됐다. 일부 네티즌들은 가해자 신상을 캐내 온라인에 유포했다. 피해 동영상도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며 2차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피해자의 참혹한 얼굴을 희화화한 사진을 SNS에 유포한 혐의로 8일 경찰에 입건됐다. 강릉 사건 피해자 B 양의 언니는 최근 가해자 부모로부터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사건 폭로 이후 벌어진 가해자 신상털이의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가해학생 단체 채팅방에서 이름이 거론된 한 남학생은 사건과 전혀 무관하지만 신상이 털려 이 학생 부모가 항의하기도 했다. 부산 사건 가해자들과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여학생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해당 학교 측은 전교생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100여 건 가까운 2차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한 학생은 가해자들과 같은 교복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편의점에서 중년 여성에게 폭행을 당해 손목 에 부상을 입었다. 또 다른 한 학생은 다리에 깁스를 하고 택시를 타려다가 교복을 본 택시기사가 승차를 거부당한 경우도 있다. 욕설과 손가락질에 시달리는 사례는 부지기수였다. 교육당국과 사법체계가 학교 폭력 피해자들을 충분히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불신이 커질 수록 이 같은 2차 피해를 유발하는 SNS 폭로가 잇따를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법적절차로 처벌이 이뤄지지 못할 걸 우려한 피해자 측의 SNS 폭로는 프라이버시 보호나 선정성 폭력성 등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SNS를 이용한 폭로는 불특정 다수에게 영향을 끼칠 잠재력이 무궁무진해 다른 파생범죄를 유발할 위험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 주범 C 양(15)은 11일 부산지법 서부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여진 횟수가 줄고 강도가 약해지면서 경북 경주는 1년 전 평온한 일상을 거의 되찾았다. 지난달 경주를 찾은 국내외 관광객도 170만 명이 넘었다. 지진 발생 전인 지난해 8월 169만 명보다 많았다. 시민들도 지진 공포를 떨쳐낸 모습이다. 그러나 내진 보강이나 내진 설계 등 근본적인 방재대책은 갈 길이 멀다. 지난해 지진 발생 후 당시 국민안전처(현 행정안전부)는 종합대책 중 하나로 건축물의 내진설계 의무화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올 2월부터 2층 또는 연면적 500m² 이상 건축물은 내진설계가 의무화됐다. 12월부터는 2층 또는 200m² 이상 건축물과 모든 주택으로 내진설계 대상이 확대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는 신축 건물 기준이다. 기존 민간 건물에는 내진 보강을 권장할 뿐이다. 소규모 민간 건축물은 지진 때 피해 위험이 가장 크다. 2016년 기준으로 국내 전체 주거용 건축물 연면적 중 19.6%가 소규모 단독주택이다. 정부가 모든 건물에 내진설계를 강제하긴 어렵다. 그래서 민간이 스스로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유인책을 시행해야 한다. 정부가 내진 보강을 유도하기 위해 현재 내놓은 지원책은 세제 혜택뿐. 취득세 50%, 재산세는 5년간 50%를 줄여주는 정도다. 7일 행안부가 주최한 ‘지진방재대책 발전을 위한 국제세미나’에서 어우위천(歐昱辰) 국립대만대 교수는 “대만은 1999년 3000명 이상 숨진 대지진 후 소규모 민간 건축물의 내진보강 시공비 55%를 지원하고 있다”고 “집값 하락 등의 이유로 내진보강에 소홀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부가 의지를 갖고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지진 발생 후 1년간 경주지역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 86곳 중 단 1곳만 내진보강 공사를 완료했다. 많은 예산이 필요하지만 정부의 지원은 충분치 않다. 경주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예산 확보 등에 어려움이 있어 늦어졌다”며 “내년 2월까지는 52개 학교의 내진보강 공사가 완성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재난 취약 계층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경주는 고령화 도시다. 지난해 노인 인구 비율이 18.6%로 전국 평균(13.4%)보다 높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잘 쓰지 않는 노인들은 지진 발생조차 제때 알기 어렵다. 6일 경주의 한 경로당에서 만난 노인들은 “지난해에도 한참 지나서야 지진이 발생한 걸 알았다”며 “마땅히 어떻게 행동하고 대피하라는 말을 들은 적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노약자 등을 위한 매뉴얼을 보급하고 대피훈련을 실시하는 등 맞춤형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정성택 neone@donga.com / 경주=신규진 기자}
국방부가 7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나머지 발사대 4기를 경북 성주 기지에 배치한다. 북한 김정은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도발(7월 28일) 다음 날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잔여 발사대의 조기(임시) 배치를 지시한 지 한 달여 만이다. 이로써 사드는 올해 3월 6일 일부 장비(발사대 2기 등)가 경기 평택시 오산공군기지를 통해 한국에 전개된 지 185일 만에 1개 포대(발사대 6기, 탐지레이더, 교전통제소 등)의 배치를 완료하게 됐다. 앞서 문 대통령은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사드 배치를 최대한 신속하게 완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6일 군 당국에 따르면 주한미군 캠프 캐럴(왜관) 기지에 보관돼 왔던 사드 발사대 4기를 실은 군용 트럭과 지원 차량 20여 대가 7일 0시부터 새벽 사이 성주 기지로 이동한다. 군의 협조 요청을 받은 경찰은 7일 0시경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시위 중이던 반대 주민 및 시민단체 400여 명을 대상으로 해산 작전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이 격렬한 몸싸움을 벌여 일부 부상자가 발생했다. 경찰은 이날 현장에 100여 개 중대 8000여 명을 투입했다. 한편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중국군은 한반도 유사시를 가정한 것으로 보이는 실전 훈련을 벌이고 있다. 중국 공군은 5일 북한과 마주보고 있는 서해 보하이(渤海)만 지역에서 처음으로 기습 공격해 오는 미사일을 격추하는 훈련을 벌였다. 비슷한 시기 베이징(北京) 등 수도권을 방위하는 중국군 중부전구(戰區)는 중국 북부 지역에서 최신형 중장거리 지대공미사일 홍치(紅旗·HQ)-9를 발사차량에 장착하는 기동 훈련을 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성주=신규진 기자}
정부가 7일 새벽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를 추가 배치하는 가운데 이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부상자가 발생했다. 경찰은 이날 0시경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사드 추가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김천 지역 주민 및 시민단체 등 400여 명의 해산을 시작입했다. 시위대는 사드 추가 배치 소식이 알려지자 6일 오후부터 마을회관 근처에 모여 장비 진입을 막기 위한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진입로 확보 등을 위한 군의 협조 요청에 따라 100여 개 중대 8000여 명을 투입했다. 그러나 해산 과정에서 시위대가 격렬하게 저항하면서 양 측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경찰과 시위대 모두 부상자가 발생했다. 앞서 사드 배치 반대 시민단체가 공동 운영하는 마을회관 종합상황실은 6일 오후 3시경 “내일(7일) 새벽에 발사대를 추가 배치하는 것을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했다”며 “지난 정부의 최대 적폐인 사드배치를 기정사실로 하는 추가 장비 도입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최대한 많은 인원을 집결시켜 사드 추가 배치를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시위대 해산이 시작된 직후 경기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K-55)에서는 사드 장비 수송 차량이 성주로 출발했다. 이날 0시 32분쯤 검은색 가림막으로 둘러쳐진 미군 차량 10여 대가 오산기지 후문을 빠져나갔다. 대형 특수차량 4대에는 발사대로 추정되는 장비가 실렸다. 군용 유조차를 비롯한 지원 차량이 뒤따르고, 행렬 앞뒤로 경찰차 10여 대씩이 배치됐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성주=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집이 흔들렸어요. 너무 무섭네요.” 3일 낮 12시 36분. 이용자가 약 460만 명인 국내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방금 지진이 난 것 같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처음에는 “너무 민감한 것 아니냐”며 믿지 않는 댓글이 달렸다. 하지만 곧이어 “나도 진동을 느꼈다”는 내용의 댓글이 잇달아 올라오기 시작했다. 북한이 역대 가장 큰 위력의 핵실험을 감행한 직후 소방서에는 ‘지진 신고’가 이어졌다.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땅이 흔들렸다”는 내용의 119신고가 30여 건 접수됐다. 신고는 서울 등 수도권뿐 아니라 북한과 상당히 떨어진 충남 등지에서도 들어왔다. 소방청 관계자는 “낮 12시 반쯤 ‘흔들림이 느껴졌다’는 신고가 전국 각지에서 집중적으로 접수됐다”고 설명했다. 과거 여러 차례 북한의 핵실험이 있었지만 이로 인한 진동을 직접 느꼈다는 주민들의 신고가 쏟아진 건 이례적이다.○ ‘연이은 도발’에 부쩍 커진 불안감 이날 핵실험에 이어 중대 발표까지 하는 북한의 모습을 보며 곳곳에서 걱정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과거 핵실험 때와 달리 도발의 간격이 좁혀지는 것에 대한 우려였다. 이날 오후 3시경 서울역 1층 맞이방 앞에는 시민 100여 명이 대형 TV 앞에 모여 관련 뉴스를 주시했다. TV에서 ‘30분 뒤 북한이 중대 발표를 하기로 했다’는 자막이 흘러나오자 한 노인이 다른 손님들에게 “조용히 좀 해보라. 뉴스가 안 들린다”고 외치기도 했다. ‘지난해 5차 핵실험의 9배 위력’이라는 자막이 나오자 일부 시민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대전행 열차를 기다리던 김철현 씨(62)는 “올여름 들어 북핵 관련 소식이 너무 자주 들리는 것 같다”며 “강경책이든 유화책이든 정부가 확실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모 씨(74)는 “예전에는 전시 대비 훈련을 자주 했는데 요즘은 민방공 훈련에도 사람들이 별 관심들을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과 인접한 강원, 서해 5도 지역 주민들은 일단 차분해 보였다. 하지만 북한의 반복되는 도발을 막기 위해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백령도 주민 김경찬 씨(51)는 “김정은이 집권한 뒤 되풀이되는 북한의 도발에 이제는 짜증이 날 정도”라며 “정부가 북한의 반복되는 도발을 막기 위해 강력한 대응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보 위기가 조업 제한이나 지역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보였다. 동해안 최북단인 강원 고성군 명파리 이장인 장석권 씨(62)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고성 주민들의 염원인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희망이 커졌는데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로 사실상 물거품이 된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탈북자단체들은 “수소탄 실험은 예상한 수순”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완성을 선언하고 대외 개방 등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서두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이날 남북 접경지역 경찰서 13곳의 비상근무 체계를 ‘경계 강화’에서 한 단계 높은 ‘병호’로 격상시켰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전국 경찰서에 경찰특공대 등 작전부대 출동대기 태세를 확립하라고 지시했다.○ ‘설마…’ 무덤덤한 반응도 여전 핵실험이 휴일 한낮에 실시된 탓인지 나들이 나온 시민들은 대체로 무덤덤한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지구촌 나눔 한마당 2017’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돗자리를 펴고 사진을 찍으며 행사를 즐겼다. 한 시민은 “스마트폰으로 북한 핵실험 뉴스를 확인했지만 당장 큰일이 벌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들과 구경을 나온 김모 씨(42·여)는 “이런 일이 생길 때면 평소보다 한 줄 ‘뉴스 속보’를 챙겨 보긴 하지만 나들이를 취소할 만큼 심각하게 여기지는 않는다. 주변에 ‘피란 키트’ 같은 걸 장만하겠다는 엄마들이 있긴 한데 그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 청계광장에서 두 아들과 나들이를 즐기던 홍모 씨(39·여·서울 성동구)는 “그동안 비슷한 소식을 자주 접해서인지 전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까지 당일치기로 놀러왔다는 이모 양(18)은 “서울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다 핵실험 기사를 봤다”며 “초등학생 때부터 툭하면 핵실험 소식을 들어서인지 별로 무섭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에 오래 살았던 외국인들도 일단 차분한 반응이었다. 국내 거주 16년 차인 이란인 모세 씨(37)는 “김정은은 외교적인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정말 미사일을 쏠 것 같아 가끔 걱정이 된다”며 “하지만 당장 한국을 떠나야 할 것 같다는 극단적인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온 바실리 씨(43)는 “걱정스럽긴 하지만 한국 정부가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부 외국인은 “북한이 괜한 불안감을 조성한다”며 반감을 드러냈다. 콜롬비아 출신 에드윈 씨(38)는 ‘김정은’을 또박또박 발음하며 “한국은 김정은만 아니면 정말 평화로운 나라인데 자꾸 불안함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김동혁 hack@donga.com·김예윤·신규진 기자}
항공사 승무원 류모 씨는 지난달 30일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그는 현재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돼 추가 수사를 받고 있다. 유치장에는 젖먹이 아들도 함께 있다. 류 씨가 아들과 떨어지려 하지 않아서라고 한다. 거짓 출산을 두 차례나 했지만 적어도 지금 유치장에서의 모습은 ‘진짜 엄마’라는 전언이다. 류 씨는 올해 초 이혼 후 서울 강서구에서 수개월간 살다가 검거 직전 인천의 친정집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을 낳은 건 6월경이다. 류 씨는 유치장에서 어떤 엄마보다도 자녀를 끔찍이 아끼는 걸로 알려졌다. 또 경찰이 아이를 데리고 예방접종을 대신 받아주자 매우 고마워했다고 한다. 조만간 경찰의 도움을 받아 아이의 출생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 조사에서 류 씨는 범죄 사실을 대체로 시인하고 있다. 그러면서 출생신고 후 보육원 등에서 아이를 입양하려 했으나 절차가 복잡해 포기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많지만 류 씨는 일관되게 같은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 류 씨는 경찰 조사가 마무리되면 구치소로 옮겨진다. 류 씨 아들도 함께 갈 것으로 보인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