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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군사기밀을 빼내 북한에 넘기려 한 혐의(국가보안법상 간첩죄)로 구속 수감된 이모 씨(74)는 이번 조사 과정에서도 철저히 간첩과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30일 “주범 이 씨가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해 조사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혐의를 시인하지 않을 수 없는 확실한 물증을 들이대지 않는 한 일체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수사당국에서의 진술 자체도 투쟁의 한 과정으로 여기는 간첩 등의 행태와 비슷하다는 게 수사 관계자들의 얘기다. 반면 뉴질랜드 교포인 공범 김모 씨(56)는 비교적 순순히 자신의 혐의를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이 씨는 1994년부터 대북 교역을 해왔다. 그는 고사리 도라지 송이버섯 등 농산물과 평양소주 등을 북한에서 수입해 국내에 판매했으며 2005년에는 30억 원을 들여 북한에 생수 공장을 세우고 ‘강서청산수’라는 상표로 남한에 들여와 판매하기도 했다. 이 씨는 대북 교역을 하면서 통일부의 승인을 받아 북한을 수차례 방문했다. 경찰 관계자는 “북한도 간첩죄로 수감돼 비전향장기수였던 이 씨에게 각종 이권을 주면서 그를 이용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2000년 뉴질랜드 국적을 얻은 김 씨는 이 씨의 지시를 받아 각종 군사 장비 정보를 수집해 넘겼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김 씨에게 보낸 e메일에는 ‘현품을 구해줄 수 있느냐’는 내용도 있다”며 “이들이 실제 장비를 구해 넘기려고 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가 비전향장기수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전향장기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전향장기수는 과거 국가보안법이나 반공법, 사회안전법 위반으로 구속 기소돼 7년 이상의 형을 복역하면서도 사상을 전향하지 않은 장기수를 말한다. 광복 이후와 6·25전쟁 당시 빨치산이나 인민군 포로, 6·25전쟁 이후 북한에서 남파된 정치공작원 등이나 남한의 자생적인 반체제 운동가 출신도 있다.현재 감옥에서 복역하고 있는 비전향장기수는 없다. 김대중 정부 때 이미 사면을 통해 모두 출소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출소한 비전향장기수에 대해서도 당국 차원에서 별도로 관리는 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비전향장기수에 대해 별도의 관리 규정이 없다”며 “예전에는 비전향장기수의 재범 위험성에 대해 경찰이 동향파악을 하긴 했었지만 문민정부인 김영삼 정부 들어서면서부터 인권 침해 등 논란이 빚어져 모두 없어졌다”고 말했다. 비전향장기수는 2000년 8월 기준으로 88명이 있었다. 당시 남북정상회담을 거치면서 조성된 남북화해 무드로 본인의 희망에 따라 63명이 북한으로 송환됐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 장치와 레이더 장비, 탄도미사일 기술, 스텔스 항공기 도료 등 최첨단 군사기술 정보를 북한에 넘기려던 비전향장기수 출신 대북(對北) 무역회사 대표 등 2명이 경찰에 구속됐다. 검찰과 경찰은 지난달 수도권에서 일어난 북측의 GPS 교란 시도가 이번 기술 유출과 관련이 있는지 집중 조사하고 있다.서울지방경찰청은 국군의 GPS 기술을 무력화할 수 있는 전파교란 장치 등 군사기술 정보를 수집해 북한에 넘기려 한 혐의(국가보안법상 간첩죄)로 D무역 대표 이모 씨(74)와 뉴질랜드 국적인 김모 씨(56)를 이달 초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들은 북한군의 공격을 미리 관측할 수 있는 대공망 구축에 필수적인 고공 관측 레이더와 장거리 로켓 위치탐색 안테나(NSI 4.0), 전투기 조종사들이 활용하는 비행시뮬레이션 장비, 해안침투에 이용되는 수중 탐지장비 등 최신 군사기술 정보도 빼내 북한에 넘기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7월 중국 단둥(丹東)에 있는 이 씨 소유 주택에서 북한 정찰총국 소속 공작원으로 추정되는 40대 남성으로부터 ‘군사정보를 수집하라’는 지령을 받았다. 이 씨는 지령을 수행하기 위해 김 씨에게 부탁했고, 이 씨의 청탁을 받은 김 씨는 국내 방위산업체에서 근무했던 정모 씨 등에게 접근해 각종 군사기밀을 수집한 뒤 이 씨에게 e메일로 보냈다.주범인 이 씨는 1972년 2월 간첩죄로 무기징역형을 받아 복역하던 중 1990년 가석방으로 출소한 비전향장기수 출신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수집한 정보는 우리 군이 쓰는 장비의 제원 등이 적힌 카탈로그와 장비의 사용 방법 등이 자세히 적힌 매뉴얼로 일반인은 절대로 접근할 수 없는 비밀 정보”라며 “이 정보가 북한으로 넘어갔다면 우리 군의 전력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경찰과 검찰은 이 씨가 북한에 관련 정보를 넘겼을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웃나라 국민을 강제 동원해 노역을 시켰던 나치 정권을 승계한 독일은 일본과는 180도 다른 태도를 보였다. 독일 정부와 당시 강제 노역에 관여했던 독일 기업은 나치 정권의 강제노역에 동원됐던 생존자 150만 명에 대해 피해자 변호인과의 장기간 협상 끝에 1999년 12월 배상금 지급 협정에 합의했다. 당시 나치 정권은 유대인 외에 점령 지역 국민도 독일 내 대기업으로 끌고 와 강제 노역을 시켰다. 강제 노역에 관여했던 독일 기업들은 독일 정부가 50억 마르크를 출연하기로 한 것에 더해 강제 노역 보상금 모금 재단을 만들어 기금을 모은 뒤 배상했다. 1999년 6월 다임러크라이슬러 BMW 폴크스바겐 알리안츠 도이체방크 코메르츠방크 드레스드너방크 BASF 바이엘 데구사-휠스 획스트 티센크루프 지멘스 RAG Veba 도이츠 등 16개 대기업은 기업 공동 기금을 통한 배상계획을 공개하면서 “과거의 죄악을 잊지 않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돈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1년 3월 재단은 기업들이 약속한 금액을 계획대로 출연함에 따라 보상금 목표액이었던 50억 마르크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재단은 독일 기업들에 대해 개별적인 배상 소송을 면제해준다는 강제노역 보상금 협정 규정을 바탕으로 피해자에게 1인당 5000∼1만5000마르크(약 300만∼920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옷 수선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 씨(58·여)는 유학 중인 아들에게 보낼 돈이 없어 근심하다 2004년 불법 사채업자에게서 200만 원을 일수로 빌렸다. 김 씨는 유학자금이 또 부족해지자 다른 사채업자에게서 일수를 추가로 썼다. 늘어난 일수 이자를 낼 돈을 구하려고 또 다른 일수를 써서 ‘돌려 막기’까지 했다. 김 씨는 7년여 동안 사채업자 6명에게 원금 1억 원을 빌리고 3억 원이 넘는 돈을 갚아야 했다.그는 많게는 하루 6개 이상의 일수를 찍으며 매일 20만 원에 이르는 이자를 내려고 오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끼니를 거르며 일했다. 이자를 못 내는 날이면 사채업자들은 오후 11시부터 ‘당장 돈 내세요’라는 똑같은 내용의 문자를 시간마다 보내며 괴롭혔다. 김 씨는 “하루 16시간씩 미친 사람처럼 일해 이자를 겨우 틀어막다시피 했는데 더는 감당할 수 없었다”며 “매일 찾아오는 일수업자들에게 시달리고 남편과 아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될까 봐 마음을 졸이다가 내가 자살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 씨는 지난해 4월 사채업자 6명을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고 나서야 ‘일수의 덫’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그러나 해방감은 잠시였다. 법원은 김 씨가 죽음까지 고민하게 만들었던 사채업자들에게 50만∼300만 원의 벌금형만 선고했다. 이들은 다시 김 씨 가게 주변 상인들을 상대로 활발하게 불법 사채업을 하고 있다. 김 씨는 “내가 받은 고통을 고려하지 않고 내린 가벼운 처벌이다”라며 “이웃들이 또 고통받는 걸 지켜보려니 내가 다시 빚 독촉을 받는 듯하다”고 말했다.▼ 사채업자들 법정 나서자마자 또 악질영업 ▼불법 사채업자는 법정이자율인 연 39%를 초과해 100%를 웃도는 초고금리로 서민에게 ‘사채 올가미’를 씌우고도 이처럼 벌금이나 집행유예처럼 ‘솜방망이’를 맞는 데 그친다. 이 때문에 사채업자들은 재판정을 나서자마자 마음 놓고 ‘사채의 칼’을 서민의 목에 들이대고 있다.대법원이 매년 발간하는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0년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 판결이 난 1253건 중 징역형 선고는 37건(2.95%)에 불과했다. 벌금형이 대부분인 재산형이 964건(76.9%), 집행유예가 192건(15.3%)인 것에 비춰 보면 가볍기 그지없는 수치다. 선고유예 21건(1.7%)까지 합치면 93.9%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같은 기간 채무자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등 공정추심법 위반으로 1심 판결이 난 52건 중 징역형 선고는 단 1건이었으며 집행유예가 7건, 재산형은 32건에 달했다. 사채업자가 처벌받고도 마음 편히 영업할 수 있도록 법원이 멍석을 깔아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법은 눈감고 사채는 신종 수법에 눈떠사채업자 J 씨(48)는 무역업을 하던 K 씨(50)에게 5억 원을 빌려준 뒤 이를 채권으로 만들어 다른 사채업자에게 더 높은 이자를 붙여 넘겼다. 자금이 급한 K 씨에게 추가로 돈을 빌려주며 선심을 쓰는 척했지만 다른 사채업자 9명에게 채권이 연이어 넘어가는 동안 원금 29억 원은 이자가 원금의 절반 이상 붙어 45억 원으로 부풀었다. K 씨는 사채업자들의 협박에 시달리다 부모와 동생 집을 담보로 저축은행에서 빚을 얻어 갚은 뒤에야 사채업자의 올가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알고 보니 J 씨는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3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은 상태였지만 K 씨를 먹잇감으로 삼아 계속 불법을 저지르고 있었다. 가벼운 처벌을 받을 것이 뻔하다는 이유로 일부 경찰은 대부업법 위반 고소장 접수를 꺼리기도 한다. 2005년 유흥업소 선불금 1000만 원을 갚으려고 사채 400만 원을 쓴 P 씨(33·여)는 다 갚았지만 6년 만인 지난해 4월 또 다른 사채업자에게서 “700만 원을 갚아야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원래 돈을 빌려준 사채업자가 P 씨가 돈을 갚지 않은 것처럼 허위 채권을 만들어 다른 사채업자에게 팔아넘긴 것. P 씨는 경찰서를 찾아가 이들을 대부업법 및 공정추심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려 했다. 그러나 담당 경찰은 “고소해서 이들이 기소돼도 벌금형 이상 나오기 힘드니 민사소송을 해 이자 차액이라도 돌려받는 게 낫다. 형사 고소는 놔두고 민사 소송이나 알아보라”며 P 씨에게 면박을 줬다. P 씨는 “오랜 고민 끝에 찾아간 경찰이 외면하니 ‘소용없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고소를 포기한 사이 사채업자는 채권 양수금 청구 소송을 걸었고 P 씨는 피해자인데도 피고 신세가 되고 말았다.○ 불법 사채업자, ‘30% 이자 합법’ 인정 말아야불법 사채를 인권 유린의 차원이 아닌 단순한 금전 문제로 보고 판결하는 법원의 태도가 솜방망이 처벌을 양산하는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등록 사채업자는 적발되더라도 이자제한법에 따라 연 30%까지는 합법이자로 인정받고 이를 초과하는 부분만 무효로 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등록 사채업자의 연간 최고이자율은 39%다. 이헌욱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본부장은 “무등록 업체는 존재 자체가 불법인 만큼 돈 빌려준 사실을 무효로 해야 한다”며 “법원이 무등록, 불법 사채업자의 권리를 보호하면 불법 사금융은 뿌리 뽑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인터넷 중고 물품 거래 사이트에서 농기계, 유모차 등을 판매한다고 속여 수천만 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임모 씨(24) 등 3명을 구속하고 임 씨의 여자친구인 신모 씨(19)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월부터 이달 13일까지 중고 물품 거래 사이트 10여 곳에 유모차, 농기계, 스마트폰 등을 판매한다는 글을 올린 뒤 이를 보고 연락한 피해자 120여 명에게서 5000여만 원을 가로챈 혐의다. 조사 결과 이들은 인터넷에서 구입한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사이트 10여 곳에 가입했으며 2, 3일에 한 번씩 차명폰을 바꾸는 수법으로 경찰의 추적을 따돌렸다.}

조석준 기상청장(58·사진)이 기상 관측 장비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입찰 참가 업체 대표에게 입찰 관련 정보를 제공한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조 청장과 박광준 한국기상산업진흥원장(59), 케이웨더 대표 김모 씨(42)가 지난해 3∼12월 레이더 장비 라이다(LIDAR·순간 돌풍 탐지 장비) 입찰 과정에서 라이다 납품 측정거리 기준을 기존 15km에서 10km로 변경하게 하고 관련 정보를 기상장비 판매 업체인 케이웨더에 제공한 정황을 잡고 조사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은 기상청의 장비 구매대행 및 장비 유지 업무를 위임받은 곳으로 기상청에서 분리된 법인이다. 경찰에 따르면 1차 입찰 과정에서 이뤄진 1, 2차 평가에서 케이웨더 장비의 측정거리는 15km에 못 미쳤지만 입찰 기준이 10km로 바뀐 뒤 이뤄진 재입찰에서 가격을 낮게 써낸 케이웨더 장비가 낙찰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국무총리실이 조사한 뒤 3월경 수사를 의뢰한 것”이라며 “총리실 조사에서 조 청장이 입찰에 개입했다는 진흥원 관계자들의 진술과 정황 증거가 충분히 확보된 만큼 조 청장과 박 원장, 김 대표의 신분이 현재는 참고인이지만 곧 피의자로 바뀔 가능성이 많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한국기상산업진흥원과 진흥원 전산실, 김 대표의 자택과 차량, 케이웨더 사무실과 전산실 등 6곳을 전격 압수수색해 관련 문서를 압수했다. 조만간 이 3명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과 기상청에 따르면 조 청장은 케이웨더에서 책임연구원, 기상예측연구소장 등을 지내며 김 대표와 친분을 쌓았다. 2010년 3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기상청 차장을 지냈던 박 원장과는 조 청장이 청장으로 취임한 지난해 2월부터 2개월가량 기상청에서 함께 일하며 가까워졌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이날 보도 자료를 내 “기상청의 기상장비 입찰과 관련한 모든 사업은 한국기상산업진흥원과 조달청 간에 이뤄졌으며 기상청은 이 과정에 전혀 관여할 수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사고 직후 피범벅이 된 상태에서도 ‘급발진’이라는 말만 계속하셨어요. 얼마나 억울하셨으면….” 회사원 최광석 씨(37)는 지난해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었다. 최 씨의 아버지 최공식 씨(당시 64세)는 26년의 무사고 운전 경력을 가진 베테랑 택시 운전사였지만 차량이 갑자기 출발하는 급발진 의심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당시 현장을 찍은 블랙박스 영상에는 사고 모습이 생생히 담겨 있다. 최공식 씨는 지난해 8월 20일 광주 북구 신안동의 왕복 6차선 도로의 2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호를 받고 출발한 지 몇 분 후, 갑자기 SM5 택시 차량 엔진에 굉음이 들리더니 몇 초 만에 속도가 시속 90km까지 올랐다. 급히 핸들을 돌려 앞서 가던 차량 두 대를 가까스로 피했지만 결국 버스 후미를 들이받았다. 최 씨는 모든 장기를 다쳐 10일 만에 숨졌다.경찰은 육안 검사와 계기판 검사 등을 통해 최 씨 과실로 결론 냈다. 아들 광석 씨는 “도로에 차가 많아 속도를 낼 수 없는 상황에서 가속페달을 밟고 돌진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국토해양부와 차량 제조업체에도 문의했지만 ‘급발진은 증명되지 않는다’는 말만 되돌아왔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있는데 원인은 ‘불명’차량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계속되면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공개된 동영상을 보면 급발진 정황이 뚜렷한데도 사고 후 검사에서는 운전자 과실로 결론이 나면서 “정부가 자동차 제조업체를 감싸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물론 피해자들은 자동차 업체로부터 한 푼도 보상받지 못했다.급발진 사고는 대표적인 ‘피해자는 있는데 원인이 없는’ 사고다. 그 바람에 피해자들은 “억울해서 미치겠다”고 하소연한다. 직장인 김현숙 씨(39·여)도 아찔한 급발진 사고를 겪었다. 지난해 8월 25일 출근을 하기 위해 차를 빼려고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한 빌라 1층 주차장에서 브레이크를 밟은 채 기어를 후진으로 맞췄다. 문제는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자마자 시속 50km로 후진해 버린 것. 김 씨는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고 결국 뒤에 있던 주택 담벼락과 창문을 모두 부수고서야 멈췄다”며 “피해자가 이렇게 많은데 모든 급발진이 운전 부주의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관합동조사, 원인 규명은 힘들 것지금까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조사를 통해 급발진 사고를 인정한 적은 없다. 국토부는 1999년 탤런트 김수미 씨 시어머니의 교통사고사 이후 급발진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24건의 급발진 신고를 정밀 조사했지만 모두 운전자 과실로 결론을 냈다.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게 실수로 가속페달을 밟아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급발진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지난해 신고 건수도 34건이나 되자 정부는 14일 급발진 피해자를 포함해 21명의 민관합동조사반을 꾸렸다. 조사 참여 신청 접수 하루 만에 20여 명이 자원했다. 조사를 담당하는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관계자는 “자신의 급발진 사고를 조사해 달라는 전화까지 포함하면 하루 200여 건의 전화가 걸려와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말했다.미국에서는 일가족 사망 사고 직전 911에 전화해 급발진을 호소했는데도 결론은 운전자 과실인 사건이 있었다. 미국 교통부는 미국 내에서 렉서스 급발진 논란의 시작이 됐던 2009년 8월 경찰관 마크 세일러 씨 일가족 4명 급발진 사망 사고를 10개월 이상 조사한 결과 “전자장치 결함으로 발생했다는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당시 조사를 위해 미국항공우주국(NASA) 엔지니어까지 동원됐지만 문제를 찾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이번 민관합동조사 역시 새로운 조사 기법이 개발되지 않는 한 원인 규명이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재생 버튼을 누르면 영상이 나옵니다) (▶ 재생 버튼을 누르면 영상이 나옵니다)}

“사고 직후 피범벅이 된 상태에서도 ‘급발진’이라는 말만 계속하셨어요. 얼마나 억울하셨으면….” 회사원 최광석 씨(37)는 지난해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었다. 최 씨의 아버지 최공식 씨(당시 64세)는 26년의 무사고 운전 경력을 가진 베테랑 택시 운전사였지만 차량이 갑자기 출발하는 급발진 의심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당시 현장을 찍은 블랙박스 영상에는 사고 모습이 생생히 담겨 있다. 최공식 씨는 지난해 8월 20일 광주 북구 신안동의 왕복 6차선 도로의 2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호를 받고 출발한 지 몇 분 후, 갑자기 SM5 택시 차량 엔진에 굉음이 들리더니 몇 초 만에 속도가 시속 90km까지 올랐다. 급히 핸들을 돌려 앞서 가던 차량 두 대를 가까스로 피했지만 결국 버스 후미를 들이받았다. 최 씨는 모든 장기를 다쳐 10일 만에 숨졌다.경찰은 육안 검사와 계기판 검사 등을 통해 최 씨 과실로 결론 냈다. 아들 광석 씨는 “도로에 차가 많아 속도를 낼 수 없는 상황에서 가속페달을 밟고 돌진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국토해양부와 차량 제조업체에도 문의했지만 ‘급발진은 증명되지 않는다’는 말만 되돌아왔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있는데 원인은 ‘불명’차량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계속되면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공개된 동영상을 보면 급발진 정황이 뚜렷한데도 사고 후 검사에서는 운전자 과실로 결론이 나면서 “정부가 자동차 제조업체를 감싸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물론 피해자들은 자동차 업체로부터 한 푼도 보상받지 못했다.급발진 사고는 대표적인 ‘피해자는 있는데 원인이 없는’ 사고다. 그 바람에 피해자들은 “억울해서 미치겠다”고 하소연한다. 직장인 김현숙 씨(39·여)도 아찔한 급발진 사고를 겪었다. 지난해 8월 25일 출근을 하기 위해 차를 빼려고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한 빌라 1층 주차장에서 브레이크를 밟은 채 기어를 후진으로 맞췄다. 문제는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자마자 시속 50km로 후진해 버린 것. 김 씨는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고 결국 뒤에 있던 주택 담벼락과 창문을 모두 부수고서야 멈췄다”며 “피해자가 이렇게 많은데 모든 급발진이 운전 부주의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관합동조사, 원인 규명은 힘들 것지금까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조사를 통해 급발진 사고를 인정한 적은 없다. 국토부는 1999년 탤런트 김수미 씨 시어머니의 교통사고사 이후 급발진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24건의 급발진 신고를 정밀 조사했지만 모두 운전자 과실로 결론을 냈다.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게 실수로 가속페달을 밟아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급발진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지난해 신고 건수도 34건이나 되자 정부는 14일 급발진 피해자를 포함해 21명의 민관합동조사반을 꾸렸다. 조사 참여 신청 접수 하루 만에 20여 명이 자원했다. 조사를 담당하는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관계자는 “자신의 급발진 사고를 조사해 달라는 전화까지 포함하면 하루 200여 건의 전화가 걸려와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말했다.미국에서는 일가족 사망 사고 직전 911에 전화해 급발진을 호소했는데도 결론은 운전자 과실인 사건이 있었다. 미국 교통부는 미국 내에서 렉서스 급발진 논란의 시작이 됐던 2009년 8월 경찰관 마크 세일러 씨 일가족 4명 급발진 사망 사고를 10개월 이상 조사한 결과 “전자장치 결함으로 발생했다는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당시 조사를 위해 미국항공우주국(NASA) 엔지니어까지 동원됐지만 문제를 찾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이번 민관합동조사 역시 새로운 조사 기법이 개발되지 않는 한 원인 규명이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동영상=2011년 8월 광주 SM5 택시 급발진 추정사고 동영상 전면▲동영상=2011년 8월 광주 SM5 택시 급발진 추정사고 동영상 후면}

‘통영의 딸’ 신숙자 씨 남편 오길남 박사 외에도 납북되거나 북한에 강제 구금된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유엔에 청원서를 제출한 가족이 여섯 가족 더 있는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신숙자 씨는 구출 서명운동 등으로 국내외 관심이 집중되면서 북한이 이례적으로 사망 확인 통보를 해 왔지만 이들은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한 채 가족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해 속을 태우고 있다.○ 유엔의 압박에도 꿈쩍 않는 북한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와 북한인권시민연합에 따르면 황인철 씨(45) 김영숙 씨(71·여) 이종성 씨(58)는 1969년 12월 대한항공(KAL)기 납치사건으로 납북된 가족의 생존 여부를 확인해 달라며 2010년 유엔인권이사회(UNHRC) 산하 ‘강제적·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에 청원서를 냈다.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60)도 1967년 6월 5일 연평도에서 어로작업을 하다 납북된 아버지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올해 3월 같은 곳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지난달에는 새터민 강철환 씨(44)와 신동혁 씨(30)가 각각 여동생과 아버지의 강제 구금 여부를 확인해 달라며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산하 ‘임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에 청원서를 냈다.유엔 실무그룹은 청원서를 접수한 다음 자료의 사실 여부를 1년가량 검토한 뒤 북한에 해명을 요청한다. 북한은 6개월 내 답변을 보내야 하지만 올해 2월 해명시한이 지나도록 KAL기 납북자 가족들은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그러면서 “정치 공세를 멈추라”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그 바람에 복잡한 절차를 거쳐 마지막으로 유엔의 문을 두드린 가족들은 다시 한번 좌절하고 있다. 유엔 실무그룹은 북한이 답변을 거부할 시 6개월 단위로 해명 요청을 반복하고, 유엔에 연례보고서를 올리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답이 올지는 미지수다. ○ “102세 아버지…살아계시겠죠?”강원 강릉에서 서울로 향하던 KAL기에 탑승했다가 납북된 남편 최정웅 씨(당시 30세)를 43년째 기다리고 있는 김영숙 씨는 둘째 아이를 낳고 15일째 되던 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당시 김 씨는 온몸에 부기도 채 빠지지 않은 상태에서 하루 종일 울다 눈이 붙어버려 10여 일간 앞을 보지 못했다. 그는 “당시 납북된 50명 중 2개월 만에 39명이 돌아온 걸 보면서 남편도 꼭 돌아올 거라고 확신하며 기다리다 어느새 43년이 흘렀다”며 “남편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한 번만 알아봐 달라는 게 어떻게 정치 공세냐”며 울분을 토했다. 황인철 씨도 자신이 두 살 때 납북된 아버지 황원 씨(당시 32세)의 생사만이라도 확인해 달라며 2010년 6월 국내 납북자 가족으로서는 최초로 ‘강제적·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에 청원서를 냈다. 이종성 씨도 아버지 이동기 씨(당시 47세)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하는 데 대해 분노했다. 이 씨는 “정부가 확인한 납북자가 517명이지만 복잡한 절차 탓에 유엔에 청원서를 제출한 사람이 7명밖에 안 되다 보니 정부가 관심을 갖지 않고 북한도 큰 압박을 느끼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버지 최원모 씨(당시 57세)가 납북된 최성용 대표는 비공식 소식통을 통해 아버지가 1970년 공개처형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공식적인 확인 없이는 믿을 수 없어 청원서를 제출했다. 새터민인 신동혁 씨와 강철환 씨는 국내외의 지속적인 관심을 호소했다. 2005년 북한 정치범수용소를 탈출한 신 씨는 “1995년 아버지가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됐지만 탈북 이후 생존 여부를 알 길이 없다”며 “청원서를 낸 것은 국제사회가 이 문제에 공감하도록 해 북한 정권이 생사 확인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압력을 넣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음악 영재들이 꿈을 키우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의 영재교육기관이 고액과외를 통한 대학교수의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됐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 학교 입시준비생들에게 불법으로 교습하고 부정 입학을 시켜 준 대가로 2억6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 학교 콘트라베이스 전공 이호교 교수(45)가 한예종 예술영재교육원과 예비학교(예술실기연수과정)에 다니는 중고교 제자들을 상대로 불법 교습을 하며 3000여만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와 한예종 관계자에 따르면 이 교수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불법 교습을 한 것으로 확인된 제자 12명 가운데 9명은 고교 재학 시절부터 한예종 영재교육원이나 예비학교에 다니며 이 교수와 인연을 맺었다. 이 교수와 가까운 한예종 관계자 A 씨는 “이 교수가 콘트라베이스 전공 예비학교나 영재교육원에서 강의하며 중고생들과 친분을 다진 뒤 ‘내 밑에 있는 시간강사나 대학원생에게 개인 교습을 받아야 한예종에 합격할 수 있다’며 교습을 권했다”고 말했다. 국립대 교원 신분으로는 현행법상 개인 교습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시간강사나 대학원생에게 교습을 맡긴 것이다. 학생들은 이들을 ‘중간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한예종 입학이 꿈인 학생 대부분 이 교수의 제안을 거부하지 못하고 ‘중간 선생님’에게 교습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문제는 이 교수가 학생들 교습에 참여하지 않는 척했지만 실제로는 교습을 하고 거액을 받았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입시 2, 3개월 전이 되면 ‘중간 선생님’에게 ‘교습을 그만하라’고 한 뒤 학생들을 넘겨받아 시간당 15만 원이 넘는 돈을 받고 가르쳤다. 이 교수는 이런 수법으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3000여만 원을 벌어들였다. 이 교수는 주변 시선을 따돌리기 위해 ‘중간 선생님’들에게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소문을 내라고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A 씨는 “시간강사가 교습을 한다고 소문이 나 있어 이 교수는 안심하고 불법 교습을 할 수 있었다”며 “일부 학생은 시험 직전 하루에 3, 4차례 불법 교습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수험생 사이에서는 한예종 영재교육원에 들어간 다음 교수에게 집중 교습을 받아야 합격할 수 있다는 소문이 나 있어 불법 교습을 당연시하는 분위기였다. A 씨는 “교복을 입은 중고교생이 교수실에 드나들면 불법 교습이라는 의심을 살 수 있지만 영재교육원이나 예비학교 학생은 이런 시선을 피할 수 있어 이 교수가 이들을 먹잇감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영재교육원은 음악, 무용 분야 등에서 한 해에 초중고교생 100여 명을 선발해 무료로 교육하는 한예종 부설 기관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설치 승인에 따라 2008년 설립됐다. 예비학교는 영재교육원보다 앞서 설립돼 영재교육원과 함께 예술 영재 교육을 담당했지만 2009년 감사 결과 예비학교 선발 시험에서 교수들이 담합한 사실이 드러나고 영재교육원과 기능이 겹친다는 이유 등으로 지난해 초 폐지됐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지난달 30일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창천근린공원에서 발생한 ‘대학생 살인사건’ 피해자인 김모 씨(20)의 전 여자친구 박모 씨(21)가 피의자들을 부추기는 식으로 살인을 방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박 씨가 사건 당일 피의자들에게 ‘김 씨를 혼내주고 싶다’고 말하며 이미 살해 결심을 한 피의자들을 자극했다”고 3일 밝혔다.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블로그를 하며 친해진 피의자 홍모 양(15)과 홍 양을 통해 알게 돼 과외까지 하게 된 또 다른 피의자 이모 군(16)과 함께 사건 당일 창천동에 있는 이 군의 집에 있었다. 박 씨는 평소 “김 씨를 죽여 버리겠다”는 말을 자주 하는 이 군이 인터넷 코스프레 카페에서 알게 돼 친해진 또 다른 피의자 윤모 씨(19)와 흉기 준비 계획까지 세우며 살해를 모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들이 채팅방에서 주고받은 대화 내용 등을 통해 알고 있었다. 이후 김 씨가 사건 당일 오후 채팅방에서 대화를 나누며 자주 말다툼을 한 이 군에게 “지금까지의 일들을 사과하겠다”며 신촌으로 찾아오자 박 씨는 이들이 만나는 자리까지 나갔다가 아무 말 없이 집으로 돌아갔다. 박 씨가 돌아간 직후 이 군과 홍 양은 윤 씨를 만나 김 씨를 공원으로 유인해 살해했다. 경찰 관계자는 “박 씨가 일부러 자리를 피해줌으로써 피의자들이 계획대로 김 씨를 살해하도록 도운 것이어서 살인 방조 혐의를 적용했다”고 말했다.경찰은 이 군과 홍 양, 윤 씨에 대해 살인 및 사체 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박 씨는 불구속 입건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서울 신촌의 한 공원에서 발생한 ‘대학생 살인사건’ 피의자들은 피해자인 대학생 김모 씨(20)와 미신을 믿는 문제를 두고 스마트폰 메신저에서 자주 다툰 끝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김 씨가 전 여자친구를 ‘사령(死靈·죽은 자 영혼) 카페’에서 탈퇴시키는 과정에서 피의자들과 갈등을 빚은 것이 범행의 결정적 이유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서대문구 창천근린공원에서 김 씨의 목과 배 등을 흉기로 40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이모 군(16)과 홍모 양(15)을 1일 검거한 데 이어 범행에 가담한 대학생 윤모 씨(19)를 2일 체포했다. 윤 씨는 피해자 김 씨와 일면식도 없었다고 한다.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1년 전 온라인게임을 통해 알게 돼 올해 1월 초부터 사귀다 지난달 헤어진 A 씨(21)가 스마트폰 카카오톡에 개설한 채팅방에 가입했다. 이 채팅방에는 가해자인 이 군과 이 군의 여자친구 홍 양도 있었다. 이들은 3, 4회 직접 만나며 친분도 쌓았다.하지만 채팅방에서 미신 이야기가 자주 오가자 개신교 신자였던 김 씨가 문제를 제기했다. A 씨는 채팅방을 개설하기 전부터 사령 카페를 통해 이 군 및 홍 양을 만나 친하게 지냈다. 김 씨가 A 씨를 사령 카페에서 탈퇴시키려고 했고 그 과정에서 이 군과 갈등을 빚었다.채팅방 대화 내용에 따르면 김 씨는 여자친구였던 A 씨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이 군에게 그동안의 일을 사과한 뒤 A 씨를 탈퇴시킬 목적으로 신촌에 갔다. 김 씨는 이 군에게 줄 그래픽카드 등 ‘화해용 선물’까지 준비했다.그러나 이 군은 윤 씨가 준비해온 흉기 2개를 가지고 홍 양과 함께 김 씨를 만나러 왔다. 수상한 분위기를 느낀 김 씨는 이날 오후 8시 13분경 친구에게 “점점 골목, 왠지 수상”이라는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남겼다.피의자들은 2분 뒤인 오후 8시 15분경 김 씨를 인근의 창천공원으로 유인해 살해했다. 홍 양이 살인에 가담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이 군 등이 범행 며칠 전 카카오톡으로 김 씨에게 ‘한 번 만나자’고 제안해 사전에 살해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군은 경찰 조사에서 “김 씨가 우리 신상 정보와 악성 댓글을 올리며 ‘죽이겠다’고 협박해 감정이 격해졌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가해자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서울 신촌 번화가의 한 공원에서 치정 관계에 얽힌 고등학생이 휘두른 흉기에 대학생이 온몸을 수십 차례 찔려 숨졌다. 경찰은 남자 고등학생이 15세의 여고생을 두고 이 대학생과 갈등을 빚다 또 다른 20대 남성과 함께 대학생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달 30일 오후 9시 10분경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창천근린공원(바람산 어린이 공원)에서 강원 지역 K대 2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 씨(20)가 흉기에 40여 차례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고 1일 밝혔다. 경찰은 유력한 살해 용의자인 이모 군(16·고2)과 살해 현장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홍모 양(15·고2)을 붙잡아 수사 중이다. 또 다른 살해 용의자 윤모 씨(20·대학생)는 행방을 쫓고 있다.경찰에 따르면 사건 당일 이 공원에 산책을 나갔던 목격자 정모 씨(35)는 오후 8시 43∼45분 산책로에 쓰러져 있는 김 씨와 김 씨 주위에 이 군과 대학생 윤 씨가 앉아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오후 8시 47분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 당시 이 군과 윤 씨는 도주했고 김 씨의 시신도 사라진 상태였다.곧바로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오후 9시 10분경 처음 쓰러져 있던 곳에서 3∼4m 떨어진 풀숲 속에 쓰러져 있는 김 씨를 발견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김 씨의 목과 배를 40여 차례나 찔렀고 이 중 4차례는 경동맥이 끊길 정도로 깊게 찌른 것으로 드러났다.경찰이 공원 주변에 있던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이날 오후 8시 15분경 이 군과 윤 씨, 이 군의 여자친구로 알려진 홍 양, 김 씨 등 4명이 공원 입구에 들어서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경찰은 목격자가 쓰러진 김 씨를 발견했을 당시 홍 양은 함께 있지 않았던 점 등으로 볼 때 홍 양은 살인에 직접 가담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경찰에 따르면 숨진 김 씨와 용의자 3명은 스마트폰 채팅방을 통해 만난 사이로 최근 인터넷을 통해 활동하는 사이버 음악 밴드를 구성하면서 가까워졌다. 경찰 관계자는 “홍 양은 밴드 활동을 하면서 이 군과 사귀고 있었고 숨진 김 씨와도 친하게 지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홍 양을 둘러싸고 두 남성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이 군이 밴드 멤버였던 윤 씨를 불러 김 씨를 함께 살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했다.김 씨는 지난달 27일 강원도에서 서울에 있는 집에 왔다가 30일 오후 3시경 학교로 돌아가겠다며 집을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오후 5, 6시경에는 친구 3, 4명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고 통화를 하던 중 채팅을 할 때 쓰는 ID 3개를 언급하며 “이들을 만나러 간다”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김 씨가 언급한 ID를 추적해 1일 오후 6시경 찜질방에 있던 이 군과 홍 양을 붙잡았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김모 씨(33·여)는 연이율 100%를 넘어가는 일수 20여 개를 찍으며 근근이 아동복 가게를 운영하던 중 운영비가 부족해지자 지난해 서민금융대출 상품인 미소금융 대출에 대해 알아봤다. 그러나 ‘보유 재산 대비 채무액 비율이 50%를 초과할 경우 대출이 불가하다’는 대출 부적격자 관련 조항을 보고 나서 포기했다. 김 씨는 “미소금융 대출이 안 될 확률이 100%인 데다 대출이 된다고 해도 오랜 시간 끌어야 할 것 같아 포기했다”고 말했다.○ 금융소외자에게 까다로운 정부 대출김 씨는 신용등급 8등급이어서 은행권 대출이 불가능했다. 미소금융 대출까지 포기한 그는 일수 대출을 30개까지 늘려가며 운영자금을 대다가 돈을 제때 갚지 못해 사채업자들의 추심에 시달리다 가게를 접었다. 일수를 쓴 사실이 남편에게 알려져 올해 초에는 이혼을 했다. 지금은 낮에는 식당에서, 밤에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고 있다. 김 씨는 “정부 지원 서민금융상품은 수십 개의 조건을 달아놓고 ‘하나라도 자격이 안 되면 계속 사채를 쓰라’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김 씨처럼 신용등급 7등급 이하로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금융소외자가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681만 명에 달한다. 정부는 금융소외자를 위해 시중은행, 기업과 공동으로 미소금융, 햇살론 등의 서민금융상품을 내놓았지만 실제로 대출받은 서민은 소수에 불과하다. 미소금융중앙재단에 따르면 2010년과 지난해 재단을 통해 대출 상담을 한 사람은 12만9549명이었지만 최종 대출을 받은 사람은 2만7622명으로 21.3%에 그쳤다.○ 사채업자들이 정부 대출 알선도정부 지원 대출의 문턱이 높다는 점을 악용해 수수료를 받고 정부 대출을 알선하는 일명 ‘작업 대출’까지 이뤄지고 있다. 사채업자 A 씨(34)가 설명하는 ‘작업 대출’ 수법은 이렇다. 급전이 필요하지만 직업이 없어 햇살론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을 겨냥해 사채업자들은 허름한 방을 임시로 빌려 ‘가짜 사무실’을 만든다. 여기에 휴대전화 상자를 가득 쌓아놓은 다음 온라인으로 휴대전화 판매 사업자 등록을 하고 114에도 전화번호 등록을 한다. 그 뒤 햇살론 대출을 해주는 은행에 직업을 증빙하는 각종 서류를 구비해 제출하면 은행 대출 현장 실사 담당 직원이 사업장을 방문한다. 사채업자들과 고객은 영업하는 곳인 것처럼 연기를 하고 직원들은 사업장 사진을 찍어 간 뒤 대출을 승인한다. ‘작업’에 성공해 햇살론 대출을 받으면 업자는 대출금의 40∼50%를 수수료로 챙기고 고객은 나머지 돈을 받는다. A 씨는 “서민금융상품의 대출 절차는 복잡하고 까다롭지만 영업장을 확인하는 실사 절차는 미리 날짜가 공지되고 사업장 사진을 찍어 가는 게 전부”라며 “실제로 이 돈을 가게 운영에 쓰고 있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작업 대출’을 받은 이후에도 별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2월부터 현장 실사 업무를 지역 신용보증재단 직원이 대신 하도록 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진만 찍어 가는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 사채업자들의 증언이다. ○ 서민금융상품 컨트롤타워 필요전문가들은 대출 절차와 자격 요건은 까다로우면서도 사후 관리는 허술한 현재의 서민금융상품 운용을 대출 수요를 정확히 파악해 서민 각자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함으로써 일대일 식의 ‘유연한 대출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바꾸고 사후 관리도 엄격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돈을 빌려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처럼 대출자가 돈을 갚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후 밀착 컨설팅을 통해 대출 이후 모든 단계를 꼼꼼하게 지원해야 서민금융상품의 의미도 살리고 도덕적 해이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서민금융상품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기획 및 대출 업무, 사후 관리 업무 등을 전문적으로 도맡아 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칭 ‘서민금융공사’를 만들어 서민금융상품 기획을 전담시키고 특별금융사법경찰권을 부여해 불법 사채 피해 발생 시 금융 소비자 보호 활동까지 하게 하는 등 서민금융 분야에만 집중하도록 해야 서민들에게 골고루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금융 긴급 상담 전화’ 같은 긴급 복지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이헌욱 본부장은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사채를 찾기 전에 금융·복지 전문가가 응대하는 ‘금융 긴급 상담 전화’에 전화를 걸 수 있도록 하는 ‘112식 긴급 서비스’를 개발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부정 입학을 대가로 수억 원을 받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콘트라베이스 전공 이호교 교수(45)가 구속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이 교수를 27일 구속수감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2009년 한예종 음악원 콘트라베이스 전공 실기 시험에서 제자 김모 씨(22)에게 최고점을 줘 합격시키고 악기를 강매하는 등의 수법으로 부모에게 모두 2억6000만 원을 뜯어낸 혐의다. 그는 또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김 씨를 포함한 입시 준비생 13명에게 불법 교습을 해 4000여만 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 2009년 8월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불법 사채업자들의 폭행 추심 등의 사례는 많이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불법 사채업자들은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한층 교묘해진 수법을 동원해 접근한 뒤 이들을 착취하고 있다. 》 불법 사채업자들은 신분을 속이고 이자를 받지 않을 것처럼 돈을 빌려준 뒤 연이율도 명시하지 않은 채 고리를 뜯어낸다. 정장을 갖춰 입고 친절한 상담까지 해주며 단시간 안에 돈을 빌려주고는 머지않아 마각을 드러내며 불법 추심을 일삼는다. ‘○○금융’ ‘○○캐피털’처럼 기존 금융회사와 혼동하기 쉬운 이름을 써 경제적 어려움에 사람들을 현혹시키거나 무등록업체면서도 등록 업체라고 속여 안심시킨 뒤 연이율 수백 %대를 챙기는 경우도 많다. 술집을 운영하던 이모 씨(45·여)는 2009년 가게 주변에 있던 ‘대출, 아무데서나 받지 마세요. ○○대부의 대출은 안전합니다’라고 적힌 전단을 보고 500만 원을 빌렸다. 이들은 “불법과는 무관한 정상 업체”라면서 이 씨 아들 자동차를 담보로 500만 원에서 수수료로 60만 원을 뗀 440만 원을 빌려줬다. 처음 빌려줄 때는 “매월 20만 원 갚고 원금은 돈이 생겼을 때 갚아라. 3개월 단위로 대출 연장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3개월 뒤엔 태도를 바꿔 “대출을 연장하려면 100만 원을 수수료로 내라. 아니면 원금을 갚아라”고 압박했다. 이 씨는 “전화 한 통으로 주말에도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게 좋았고 한 달에 20만 원만 갚으면 된다는 생각에 돈을 빌렸는데 그렇게 친절하던 사람들이 조폭처럼 변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불법 사금융 업자들은 ‘안전’ ‘등록’ ‘친절’ ‘믿음’ 등의 각종 용어를 남발하며 시중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거절당해 어디에서도 돈을 빌릴 수 없는 사람들의 불안한 마음을 파고든다. 한국대부금융협회가 지난해 5월 3일∼6월 14일 불법 사금융 관련 민원인 및 서울 남대문시장 상인 46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금융기관 대출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사채를 쓴 사람이 응답자 210명 중 109명(52%)에 달했다. 돈의 용도에 대한 질문에는 ‘생활자금’과 ‘사업자금’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각각 38%와 37%였다.불법 사금융에 한번 발을 들이게 되면 고금리에 시달리면서도 사채에서 발을 빼지 못하고 계속해서 돈을 빌리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마땅히 돈을 빌릴 곳 없는 사람들에게 ‘은행 대출보다 간단하고 빠른 곳’이라는 사채의 장점이 도드라져 보이기 마련이다.2007년 급전이 필요했던 주부 황모 씨(40·여)는 한 온라인 불법 대부업체 상담코너에 글과 전화번호를 올렸다. 그러자 곧바로 30대 후반의 회사원으로 보이는 남성이 말끔한 양복을 입고 집으로 찾아와 10분 만에 50만 원에서 선이자 17만 원을 뗀 33만 원을 빌려줬다. 이후에도 황 씨는 100만 원을 빌린 뒤 일주일에 이자로만 10만 원을 내거나 50만 원을 빌린 뒤 이자로만 한 달에 40만 원을 내면서도 사채의 손길을 끊지 못했다. 그는 “정말 절박할 때 10분 만에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점이 좋아 고리에 시달리면서도 벗어날 수 없었다”며 “나같이 직장 없고 보증인도 없는 데다 신용유의자인 사람이 급할 때 돈 빌릴 수 있는 방법은 사채밖에 없었다”고 말했다.불법 사채업자는 당장 돈이 급한 사람들이 등록업체인지 아닌지를 꼼꼼하게 따지지 않는다는 점을 노려 ‘등록업체’로 속이는 일부터 시작한다. 그렇게 안심시킨 뒤 최단 시간 안에 돈을 빌려주고는 고금리로 압박한다. 등록된 업체에서는 자신의 낮은 신용으로는 돈을 빌려줄 것 같지 않아 처음부터 미등록 업체를 찾아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저축은행 콜센터에서 비정규직 상담원으로 근무하는 K 씨(24·여)는 나이가 어리고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제도권에서 대출을 거절당하자 지난달 최후의 방법으로 개인사채업자에게 300만 원을 빌렸다. 300만 원 중 150만 원을 선 수수료로 떼고 5개월간 월 69만 원을 갚는 조건이었다. K 씨는 “저축은행에서 일해 미등록 대부업체의 법정 이자율 상한선인 연 30%를 큰 폭으로 웃돈다는 사실을 알았고 불법이라는 것도 알았지만 당장 돈이 급해 어쩔 수 없었다”며 “다음 달 2일이면 2회차 이자를 내야 하는데 150만 원밖에 되지 않는 월급으로는 이 돈을 갚을 수 없을 것 같아 무섭다”고 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사채가 당장은 편리하지만 나중에 더 큰 덫이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불법 사금융이 편하고 신속하게 대출되는 게 장점이라면 서민금융도 대출 속도를 개선하고 이를 위주로 홍보해 사채의 굴레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려는 사람들을 끌어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배모 씨(29·여)는 가게 운영비로 1200만 원이 필요해 불법 사금융 업체에서 100일 만에 1560만 원을 갚는 조건으로 돈을 빌려 갚아 나가다가 힘에 부쳐 18일 한국대부금융협회 소비자민원상담센터를 찾았다. 배 씨는 “처음에는 사채업자들이 100일 동안 하루 15만 원씩 갚으면 된다고 해서 큰돈이 아니라고만 생각했는데 갚다 보니 연 200%에 가까운 악성 고리대금이었다”며 “예전이었다면 그냥 갚고 말았을 텐데 최근에야 이게 불법 사채라는 생각이 들어 신고하게 됐다”고 말했다.‘사채업자의 불법 행위, 이제 모두 신고해주마.’정부가 시작한 ‘불법 사채와의 전쟁’과 함께 관련 피해 신고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단 8일 만에 피해 신고가 1만 건을 넘어서는 등 피해 접수가 폭주하고 있다.지난해 한국대부금융협회가 불법 사금융 이용자 실태 관련 설문조사에서 사금융 이용 시 피해를 당하고도 신고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67명에게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물은 결과 45명(67%)이 ‘신고해도 도움 받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사채업자의 괴롭힘을 당연한 듯 받아들였던 피해자들이 이제 서서히 양지로 나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당국의 홍보 부족으로 피해자들이 어디에 신고해야 할지 몰라 신고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며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센터 대표번호인 ‘1332’가 대대적으로 홍보되면서 피해자들이 ‘이번에는 제대로 해결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신고 건수가 늘어난 데는 정부가 나서서 구체적인 신고 방법에 대해 홍보한 영향이 가장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태경 민생연대 사무처장은 “피해자들이 원하는 건 거창한 구제 방식을 나열하는 식의 홍보가 아니라 일단 피해 사실을 알리기 위해 필요한 전화번호 등의 정보였다”며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움츠렸던 사람들이 조금씩 밖으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불법 사금융은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뿌리 뽑겠다”며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한 지 9일 만인 25일 사금융 피해 신고 건수가 1만 건을 돌파했다. 연간 2만여 건의 신고가 접수되는 것을 감안하면 단기간 신고 건수로는 놀라운 수치다.총리실은 18일부터 25일까지 불법 사금융 관련 피해 신고가 금융감독원 8873건, 경찰청 1107건, 각 지자체 84건 등 총 1만64건이 접수됐다고 26일 밝혔다. 금감원은 8873건 중 1667건을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지난해 상반기 금감원이 2889건을 통보한 것에 비춰보면 이 역시 상당한 성과다. 그만큼 많은 피해자가 곳곳에서 사채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에도 상당수 서민은 여전히 불법 사금융 피해의 그늘에서 고통을 겪고 있었다. 폭행이나 신체포기각서 요구, 인신매매 등의 극단적인 사례는 줄고 있지만 단속을 피하려는 업자들의 수법은 더 교묘해지고 집요해지고 있었다. 일부 업체는 ‘○○금융’이라는 이름으로 합법을 가장해 접근한 뒤 수십∼수백 %의 고리로 채무자들의 고혈을 빨고 있다. 한의사 황모 씨(49)는 한의원 임차료와 인건비, 은행대출 이자를 낼 돈이 부족해 지인이 ‘괜찮은 사업가’라며 소개해 준 최모 씨(50)에게서 2년간 5억 원을 빌렸다가 14억 원이 넘는 돈을 갚아야 했다. 업자는 “은행 이자를 갚으려면 내 돈을 계속 써라”며 반강제적으로 돈을 계속 빌려줬다. 결국 그는 업자의 괴롭힘에 못 이겨 지난해 땅을 헐값에 팔고 한의원을 정리해 모든 빚을 갚았다. 황 씨는 “협박이 이어질 때마다 돈을 줘서 연이율이 도대체 몇 %인지 계산도 못했다”고 했다.채권 추심업자들의 횡포도 계속되고 있다. 이모 씨(38·일용직)는 지난해 생활비가 부족해 휴대전화로 온 문자를 보고 연이율 270%에 100만 원을 빌린 뒤 돈을 갚지 못하자 불법 사채업자에게서 “장기를 팔아서라도 갚아라”는 등의 각종 협박을 받았다. 이들은 이 씨의 노모와 아들에게도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직장과 집을 불시에 찾아오고 가족과 지인까지 괴롭히는 불법 추심 행각 때문에 불법 사금융을 통해 돈을 빌린 사람들은 “빚 때문에 죽는 게 아니라 빚 독촉 때문에 죽겠다”고 호소할 지경이다.전문가들은 “정부의 강력한 단속이 일시적으로는 불법 사금융을 추방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시 단속 인력 확충과 정부 차원의 서민금융 활성화 같은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
김모 씨(65·여)는 초등학교 교사직에서 명예퇴직한 직후인 2007년 초 중학교 동창회에서 동창 A 씨를 만났다. A 씨는 반가운 척하며 “삼성전자보다 더 좋은 회사가 있는데 이 회사 주식에 100만 원을 투자하면 6개월 만에 1억 원을 만들 수 있어 노후가 편안해질 것”이라고 꼬드겼다.김 씨는 퇴직금 2억여 원 중 사별한 남편의 빚을 갚는 데 쓰고 남은 7000만 원과 대출받은 2000만 원을 A 씨에게 투자금으로 보냈다. 1년만 버티면 수십억 원을 만질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 주식은 주식시장에서 거래조차 되지 않는 비상장 주식이었다. 액면가가 100원짜리 주식은 가격이 액면가 이하로 떨어졌다. 김 씨는 회사 게시판에 수차례 글을 남기며 항의했지만 업체 직원은 “조금만 기다리면 폭등할 것”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알고 보니 업체는 퇴직한 노인들을 모아 놓고 수백조 원의 사업을 한다고 속여 투자금을 가로챈 금융다단계 업체였다.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노인 2496명에게 중국과 100조 원 규모의 컴퓨터 합작사업, 70조 원 규모의 브라질 대륙횡단 철도사업 등을 한다고 속여 194억 원 상당을 받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T커뮤니티 대표 이모 씨(55)를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업체 관계자 10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2006년 초 회사를 설립한 이 씨 등은 같은 해 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서울 강남, 부산, 울산의 사무실로 노인들을 불러 모아 매일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100조 원, 70조 원대 사업과 듀얼 모니터 판매사업 등 7개 사업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됐다. 이 씨 등은 “액면가 100원짜리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면 6개월 내 수천 배로 오를 것이다. 주가가 어디까지 오를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들은 금융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은 비상장 주식 785만 주(129억 원 상당)를 발행해 노인들에게 주당 79∼1만5000원에 파는 등 각종 투자금으로 194억 원을 챙겼다. 그러나 이들은 중국 브라질 등을 방문해 양해각서(MOU) 체결을 명분으로 주정부 관계자 등과 만나기만 했을 뿐 실제로는 사업을 추진하지 않았다. 업체 은행 잔액은 2000여만 원에 불과해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할 여력도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노인들이 컴퓨터, 주식 등에 대한 지식이 없다는 점을 악용했다”며 “피해자 중에는 99세 노인도 있고 피해액이 10억 원이 넘는 노인도 있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김모 씨(56)의 아들(22)은 음대 피아노 전공 입학을 꿈꿨지만 경쟁률이 높은 피아노 전공에 합격할 자신이 없어 고2 때부터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은 콘트라베이스로 전공을 바꿨다. 그러나 2009년 말 유명 대학 음대 실기시험에서 서툰 연주로 불합격했다. 아들을 국내 최고의 음대 중 하나인 국립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음악원에 보내려던 김 씨는 아들이 재수를 시작한 2010년 초 솔깃한 소식을 들었다. 국내 유일의 콘트라베이스 전공 정교수인 한예종 이호교 교수(45)에게 배운 제자들이 모두 한예종에 합격했다는 소문이었다. 김 씨가 교습을 부탁하자 이 교수는 국립대 교수가 개인 교습을 하는 것은 불법인데도 받아들였다. 아들은 교수실과 불법 교습소에서 시간당 15만 원씩을 주고 40여 회에 걸쳐 교습을 받았다. 2010년 6월에는 이 교수가 “내 악기를 쓰라”며 콘트라베이스를 빌려줬다. 김 씨 아들은 같은 해 10월 한예종 실기시험에 응시해 최종 합격했다. 이때부터 이 교수는 본심을 드러냈다. 그는 빌려준 악기를 1억8000만 원에 사라고 강요했다. 이 교수는 “이탈리아의 명장인 발단토니가 1863년 제작한 것으로 5억 원이 넘는 악기”라고 했다. 또 “실력이 부족한 아들이 합격한 건 내가 최고점을 준 덕분이다. 입학을 도운 다른 교수들한테도 줘야 하니 8000만 원을 달라”고 했다. 실제로 그는 실기시험에서 김 씨 아들에게 최고점인 92점을 줬다. 한예종 음악원은 부정 입학을 방지하기 위해 최저·최고점을 뺀 뒤 평균 점수를 낸다. 그러나 콘트라베이스 전공 교수가 준 점수를 참고해 바이올린 전공 교수 등 다른 교수들도 콘트라베이스 전공 수험생에게 점수를 주는 관행 때문에 이 교수가 김 씨 아들에게 최고 점수를 주는 방식으로 여론을 주도하면 최고점이 빠지더라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또 불합격자에게는 최저점을 줘 다른 교수들도 낮은 점수를 주도록 유도했다. 김 씨 부부는 2010년 11월 교수가 요구한 2억6000만 원을 모두 줬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이 교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2일 밝혔다. 김 씨 부부도 뇌물 공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이 이 교수가 강매한 악기 라벨을 감식한 결과 국내산 접착제를 쓰는 등 ‘짝퉁’으로 드러났다. 발단토니가 만든 진짜 악기는 라벨에 발단토니의 ‘풀네임’인 ‘주세페 발단토니 안코나에(anconae)’라고 써 있는 것과 달리 ‘주세페 발단토니 안콘체(anconze)’라고 돼 있었다. 한 악기 판매상은 경찰에서 “이 교수가 2009년 완전히 고장 난 악기를 들고 와서는 ‘고쳐 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3명에게 불법 교습을 해 4000만 원을 챙겼다. 자신의 악기를 고가에 강매하거나 제자의 악기와 강제로 교환한 혐의도 받고 있다. A 씨가 가지고 있던 500만 원 상당의 현악기 활을 본 이 교수는 “활이 커서 네 악기와 맞지 않는다”며 자신의 활과 강제로 바꿨다. A 씨가 받은 활은 접착제로 붙인 부러진 활이었다. 다른 교수에게 1000만 원에 팔기로 한 콘트라베이스는 제자에게 2500만 원 정도에 강매했다. 제자에게 특정 악기사의 악기를 강매한 뒤 악기사에서 수수료로 10%를 받아 1350만 원을 챙기고, 최신형 휴대전화를 사오라고 해 70만 원 상당의 휴대전화를 가로채기도 했다. 경찰은 2002년부터 올해까지 김 씨 아들을 포함해 이 교수 제자 19명이 모두 한예종 콘트라베이스 전공에 합격한 것에도 비리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이 교수에게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한예종 음악원 실기시험은 다른 학교 음대 시험과 달리 수험생이 연주할 때 심사위원과 학생 사이에 가림막을 치지 않고 심사위원들끼리도 점수를 공유할 수 있도록 칸막이가 없어 부정 입학이 쉬운 구조”라고 말했다. 한예종 관계자는 “경찰의 수사 결과가 오는 대로 부정 입학 의혹 학생들에 대한 입학 취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