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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내년 9월 도봉구 창동역 인근에 전문 복합문화공연장 ‘서울아레나’(조감도)를 착공한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31일 서울아레나에 대한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의 민자(民資) 적격성 조사를 통과했다며 9일 이같이 밝혔다. 2016년 1월 KDB인프라자산운용을 비롯한 9개사 컨소시엄 ‘서울아레나㈜’(가칭)의 제안서에 대해 적격성 조사를 의뢰한 지 3년 만이다. 당초 컨소시엄은 아레나 옆에 유스호스텔 등을 지어 대관 수익을 기대했으나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적격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지난해 2월 2000석 규모의 중형 공연장과 스크린 11개를 갖춘 영화관, 대중음악 지원시설 등을 짓는 방안을 PIMAC에 다시 제출해 사업성을 충족시켰다. 1만8400명을 수용하는 서울아레나가 2024년 개장하면 서울의 공연 인프라 수요를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1만 석 이상 실내 콘서트 공간은 상암 월드컵경기장, 고척 스카이돔 같은 체육시설뿐이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우리동네 돌봄단’의 라현자 씨(54·여)와 최영정 씨(52·여)는 지난해 3월 장모 씨(87)를 알게 됐다. 장 씨는 치매를 앓는 부인과 지적장애가 있는 50대 딸을 부양하고 있다. 이들이 처음 찾은 장 씨 아파트는 퀴퀴한 냄새로 가득했고 부엌에서 요리를 한 흔적도 잘 보이지 않았다. 치매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부인은 증상을 완화하는 약을 먹지 않아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다. 딸은 그저 아이 같았다. 가정을 오롯이 떠맡은 장 씨에게 웃음은 사치였다. 그랬던 장 씨가 웃음을 되찾았다. 이들은 꾸준히 장 씨의 집을 찾거나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 태풍이 오면 준비는 잘하는지, 더우면 냉방은 어떻게 하는지 등을 살폈다. 그때마다 ‘기억이 안 난다’ ‘왜 자꾸 찾아오느냐’며 냉정하게 대하던 장 씨는 지난해 10월 초 돌봄단과 함께 경기 양평군 두물머리로 가을소풍을 다녀오곤 마음의 문을 열었다. 돌봄단이 찾아와도 무심히 쳐다만 보던 장 씨가 집안 청소를 마친 뒤 웃으며 돌봄단을 맞이했다. 오전에 집안일을 마치면 오후에 경로당에 나가기도 했다. 라 씨는 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한 것은 큰일이 아니다. 그저 고민을 들어주고 어려움이 있으면 구청에 얘기해주는 말벗이 됐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그동안 외로움과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분도 꽤 만났다”며 “이분들에게는 작은 관심과 대화 상대가 필요한데 인력이 부족해 아쉽다”고 말했다. 현장의 이런 목소리를 반영해 서울시는 돌봄단을 기존 7개 자치구(78개동)에서 올해 10개 자치구(136개동)로 늘린다고 7일 밝혔다. 돌봄단원은 홀몸노인이나 한부모가정, 장애인, 다문화가정같이 이웃의 돌봄이 필요한 가구를 정기적으로 방문한다. 특히 홀몸노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독사 방지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동작구 돌봄단은 배우자가 숨지고 자식과도 절연한 채 살던 오모 씨와 정서적 유대를 맺고 귀중한 생명을 구했다. 오 씨는 경찰에 “농약을 마시고 죽겠다”고 말할 정도로 우울감과 자살충동을 겪었다.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치료 권유도 거부했다. 하지만 돌봄단이 끈질기게 찾아와 대화를 시도하자 서서히 곁을 내주기 시작됐다. 오 씨는 현재 구에서 제공하는 각종 후원을 받으며 돌봄단과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돌봄단의 모태는 금천구가 2012년 시작한 ‘통통희망나래단’이다. 금천구는 사회복지공무원과 함께 저소득층과 홀몸노인을 도울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 현재 나래단원은 57명. 금천구에 살던 송모 씨(58)는 알코올의존증에 척추협착증까지 있어 거동이 불편했다. 나래단은 2017년 10월 집에서 눈꺼풀과 손가락을 다쳐 피를 흘리는 송 씨를 발견했지만 그가 완강히 거부해 병원으로 데려가지 못했다. 나래단은 방문 간호사를 불러 송 씨의 상처를 치료했고 벽에 묻은 피를 닦아내는 등 정리도 도왔다. 이후에도 매일 송 씨 집을 찾아 살피고 있다. 서울시는 이들 돌봄단원에게 활동비로 월 22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이 돈을 전화상담 비용이나 취약계층 집을 방문할 때 음료수 구입 등에 쓴다. 돌봄단원은 지난해 기준 282명이다. 올해 294명으로 늘릴 예정이지만 수요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 그래도 이들은 지난해 모두 5804가구를 5만6041번 방문했고 전화상담도 3만1049번이나 했다. 기초생활수급자 등록이나 긴급지원 신청 같은 공적 서비스로 이어준 사례도 255건이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제 얘기가 알려져 한 사람이라도 더 장기기증을 선택해 생명을 살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신장 순수 기증을 앞두고 있는 안병연 씨(59)가 2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밝힌 바람이다. 순수 기증은 가족이나 친척이 아닌 생면부지의 타인에게 장기를 기증하는 것을 말한다. 안 씨는 2001년부터 만성신부전으로 투석을 받아 온 장모 씨(60)에게 3일 신장을 기증할 예정이었으나 장 씨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수술이 미뤄졌다. 안 씨가 신장 기증이라는 쉽지 않은 선택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엔 먼저 세상을 떠난 누나가 있었다. 2002년 7월 교통사고로 숨진 누나 병순 씨(당시 63세)는 신장과 각막 등을 4명에게 기증했다. 생전의 누나에게 장기기증을 알게 해 준 사람이 바로 안 씨였다. 안 씨는 “1998년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당한 뒤 운동이나 하자고 올라간 산에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플래카드를 보고 장기이식에 대해 알게 됐다”며 “내가 먼저 본부에 사후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했다. 이 사실을 얘기하니 누나가 좋은 생각이라며 ‘나도 하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안 씨는 누나가 떠난 뒤 자원봉사·헌혈 등 나눔의 삶을 이어오다 지난해 신장이식을 결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안 씨 같은 이들이 줄고 있다. 3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해 뇌사 장기기증자는 449명으로 2016년(573명), 2017년(515명) 이후 계속 줄고 있다. 타인에게 신장이나 간을 기증하는 순수 장기기증자도 2013년 19명에서 2014년 6명으로 감소한 뒤 매년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환자 가족 간의 ‘릴레이기증’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2010년 장기이식법 개정에 따라 이식 대기자 접수가 병원에서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릴레이기증을 주선해 온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같은 민간단체가 새로운 환자와 기증자를 찾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장기기증이 줄고 있는 데는 불신도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2017년 한 대학병원에서 뇌사자의 장기를 적출한 뒤 이후 시신 수습 등을 유가족에게 떠넘겨 뇌사자 아버지가 직접 시신을 수습한 사건이 알려졌고 이후 장기기증 서약 취소가 이어졌다. 국가는 장기이식법에 따라 뇌사 장기기증자의 장제비와 진료비 명목으로 36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유족들은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우리가 올바른 선택을 했다는 인정과 지지’라고 입을 모은다. 운동본부 관계자는 “뇌사 장기기증자 유족들은 ‘돈을 받고 기증한 것 아니냐’ 같은 주변의 발언과 시선 때문에 상처를 받는다”며 “추모공간 설립처럼 ‘여러분이 좋은 일을 했다’는 사회적 인정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이식학회 이사를 맡고 있는 안규리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스페인처럼 뇌사자가 발생하면 평소 장기기증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경우가 아니라면 장기기증을 할 수 있게 하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기 기증자들의 만족도는 높다. 2009년 3월 신장을 기증한 백창전 씨(61·여)는 “기증자·이식인 모임에서 ‘기증해 주신 신장 덕분에 소변을 볼 수 있어 감사하다’는 말을 듣자 남은 삶을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며 “기증자들 중에는 ‘신장이 10개 있다면 9개를 떼어주고 싶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정말 감사합니다. 남들은 제 나이에 혈압도 안 좋고 당뇨도 있는데, 저는 축복받아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생면부지의 타인에게 신장을 기증하기로 한 안병연 씨(59)가 수술을 하루 앞둔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이같이 심경을 밝혔다. 3일 낮 12시부터 시작되는 수술이 무사히 끝나면 안 씨는 올해 첫 순수 신장기증자가 된다. 순수 기증은 가족이 아닌 타인에게 장기를 기증하는 것을 말한다. 안 씨의 신장은 1999년 만성신부전증 진단을 받고 2001년부터 투석을 받아온 장모 씨에게 전달된다. 경기 수원시의 한 아파트 상가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안 씨가 신장을 기증하기로 결정한 배경엔 먼저 세상을 떠난 누나의 영향이 컸다. 안 씨는 2일 “1998년 다니던 전자부품회사에서 해고당한 뒤, 운동이나 하자고 올라간 산에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플래카드를 보고 장기이식에 대해 알게 됐다”며 “내가 먼저 본부에 사후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했다. 그 사실을 가족들에게 얘기하니 누나가 좋은 생각이라며 ‘나도 하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2002년 7월 안 씨의 누나 병순 씨(당시 63세)는 교통사고로 숨졌다. 안 씨는 “트럭이 누나를 치었는데, 트럭 운전하는 분 부부가 5일장 다니면서 먹고 살던 분이었다. 보험도 안 들었다”고 했다. 황망한 상황에서도 안 씨는 누나가 장기기증을 희망했다는 사실을 떠올렸고 가족들을 설득했다. 결국 가족들의 결정으로 병순 씨의 신장과 각막 등을 4명에게 기증했다. 누나가 떠난 뒤 안 씨는 주변을 살피며 살았다고 했다. 안 씨는 노숙인을 돕는 경기 수원시 나눔의집에서 무료 급식봉사를 시작했고, 교회에서 배운 기술로 2012년부터 시작한 세탁소 일이 익숙해지자 기부도 했다고 한다. 헌혈도 67차례나 했다. 안 씨는 “더 많은 사람을 돕고 싶어 교회에서 기도를 하던 중 장기기증이 떠올랐고 누님이 생각났다”며 “누님은 돌아가시며 4명을 구했는데 살아서 한 명의 생명이라도 구해야겠다는 마음에 지난해 6월 신장기증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안 씨의 신장을 기부 받는 장 씨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저를 위해 기꺼이 수술대에 오르겠다고 나선 기증인의 뜻을 받아들여 앞으로 건강하게 살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신장 순수기증자는 해가 갈수록 줄고 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신장 순수기증자는 2명뿐이었다. 2015년(7명) 2016년(4명) 2017년(6명) 등 감소세다. 처음 캠페인을 시작한 1991년 20건의 순수 기증이 있은 뒤 2011년까지는 한해 평균 45명이 생면부지 타인에게 신장을 기증했으나, 2011년 이후 한해 평균 8건으로 줄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그동안은 공짜로 주더니 왜 돈을 받나.” 전국 모든 대형마트와 대형 슈퍼마켓(매장 크기 165m² 이상)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되고, 제과점에서의 비닐봉투 무상 제공이 금지된 첫날인 1일. 대형 슈퍼마켓에서는 여전히 비닐봉투가 사용되고, 제과점에서는 비닐봉투가 무상으로 손님들에게 제공되고 있었다. 개정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비닐봉투를 유료로 판매하는 업주들에게 ‘왜 돈을 받느냐’며 따지는 고객들도 있었다. 1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대형 슈퍼마켓. 이곳에선 고객들에게 여전히 비닐봉투를 유상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대형 슈퍼마켓의 경우 전날까지는 비닐봉투 유상 제공이 허용됐지만 시행규칙 개정으로 1일부터는 유상이든 무상이든 비닐봉투 사용 자체가 금지된다. 이 슈퍼마켓 관계자 A 씨(43·여)는 “비닐봉투 제공을 중단해도 손님들이 군말 없이 종량제 봉투를 쓰는 대형마트와 우리 같은 동네 슈퍼마켓은 사정이 다르다”고 하소연했다. 주로 동네 주민들을 상대로 하는 장사인데 ‘불편하다’는 소문이 나면 금세 다른 슈퍼마켓으로 가버린다는 것. 강북구의 한 대형 슈퍼마켓에서도 여전히 비닐봉투를 제공하고 있었다. 슈퍼마켓 이름이 찍힌 비닐봉투를 50원에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왜 비닐봉투를 돈을 받고 파느냐’고 따지는 고객에겐 속비닐을 무상으로 건넸다. 생선이나 고기 등 수분이 있는 재료를 담는 속비닐은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슈퍼마켓에서는 생선이나 고기를 사지 않은 손님에게도 속비닐을 제공했다. 이 슈퍼마켓 직원은 “법이 바뀌었다고 해도 동네 장사하는 입장에서 손님들이 불편해하는 걸 곧바로 따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동작구의 한 제과 체인점 직원 정모 씨는 비닐봉투를 무상으로 제공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 직원은 “본사에서 아무런 지침이 없었다”며 “봉투 값을 따로 받으면 고객들이 싫어할 텐데…”라고 난색을 표했다. 비닐봉투를 무상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아는 제과점에서도 ‘공짜 봉투’에 빵을 담아주기도 했다. 동작구의 한 제과점 주인 최모 씨(61)는 “동네 빵집은 입소문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봉투 값을 달라고 하면 손님들이 화를 낸다”며 “내일 안내문을 붙이긴 하겠지만 손님들이 따라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 제과점에서 빵을 산 고객들은 봉투 값을 내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정부와 협약을 맺고 비닐봉투 사용량 줄이기에 나섰던 대형마트와 기업형 베이커리 체인점에서는 혼란이 없었다. 고객들은 구매한 물건을 가져온 장바구니에 담아 가거나 구매량이 적은 고객은 종량제 봉투를 사용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이날 동작구의 한 빵집에서 만난 이모 씨(47)는 “환경을 위해선 비닐봉투 사용을 줄여야 하고, 그래서 봉투 값을 받는 것을 이해한다”며 “앞으로 빵집에 갈 때도 종이가방을 갖고 다닐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영등포구의 한 빵집에서는 점원이 봉투 값을 요구하자 “일주일에 2, 3번은 오는 가게인데 지금까지 안 받던 봉투 값을 왜 내라는 것이냐”며 언성을 높이는 고객도 있었다. 홍석호 will@donga.com·송혜미·박정서 기자}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넘어갈 뻔했던 70대 할머니가 오히려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검거하는 데 힘을 보태 경찰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동작경찰서에 따르면 동작구 사당동에 거주하는 조모 씨(71·여)는 같은 달 13일 오전 10시경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낯선 목소리의 남성은 “손녀 ○○이가 친구가 진 빚 5000만 원에 보증을 서 우리가 데리고 있다. 빚을 대신 갚지 않으면 손녀를 해치겠다”고 말했다. 실제 손녀의 이름을 대며 협박하는 목소리에 놀란 조 씨는 급히 은행을 찾았다. 은행에 넣어 둔 적금을 해지해 손녀가 보증을 섰다는 빚을 갚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은행에 도착한 조 씨는 은행 직원으로부터 ‘보이스피싱 같다’는 얘기를 듣고 경찰에 신고했다. 조 씨는 자신이 보이스피싱에 당할 뻔했다는 걸 알고 현장에 출동한 사당지구대 소속 경찰과 함께 보이스피싱 조직의 수금책 검거를 돕기로 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첫 번째 전화 이후 여러 차례 더 전화를 걸어 “인출한 돈을 2000만 원과 3000만 원으로 나눠라”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를 다른 곳으로 바꾸겠다”는 등 추적을 피하기 위해 혼선을 줬다. 하지만 조 씨는 침착하게 지시에 따르는 척했다. 조직원이 “왜 이렇게 오래 걸리냐”고 다그치자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둘러대면서 수금책을 유인했다. 돈을 건네받기 위해 조 씨를 만나러 온 보이스피싱 수금책인 말레이시아인 A 씨(18)는 결국 조 씨가 처음 전화를 받은 지 4시간 30분 만인 13일 오후 2시 30분경 사복 차림으로 잠복해 있던 경찰에 붙잡혔다. A 씨가 검거되면서 연락이 끊기자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이 조직원은 “경찰에 신고한 것 아니냐”며 욕설을 퍼부어댔다. 하지만 조 씨는 “신고하지 않았다”고 둘러대며 또 다른 수금책인 말레이시아인 B 씨(20)마저 유인해 경찰이 B 씨를 검거할 수 있게 도왔다. 경찰은 A 씨와 B 씨를 모두 구속했다. 동작경찰서는 26일 조 씨에게 감사장을 수여했다.사지원 4g1@donga.com·홍석호 기자}

뮤지컬 배우 손승원 씨(28·사진)가 무면허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뒤 뺑소니까지 쳤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손 씨는 이른바 ‘윤창호법’이 적용된 첫 연예인으로 기록됐다. 이 법은 음주운전으로 인명 피해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음주운전 기준을 강화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및 위험운전치상 등의 혐의로 손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26일 밝혔다. 손 씨는 26일 오전 4시 20분경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학동사거리 인근에서 만취 상태에서 부친 명의의 벤츠 승용차를 몰다 다른 차량을 들이받은 뒤 150m가량을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손 씨는 사고를 낸 뒤 피해자 상태를 확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중앙선을 넘어 도주했다. 하지만 신호에 걸려 멈춘 사이 쫓아온 시민과 택시운전사 등에게 붙잡혀 경찰에 넘겨졌다. 당시 손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06%였다. 과거 세 차례의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손 씨는 올 8월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지난달 18일부터 운전면허가 취소된 상태였다. 경찰은 손 씨가 반복해 음주사고를 내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또 손 씨의 차량에 함께 타고 있던 20대 남성도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입건할 예정이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화장하지 않고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여성이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여성혐오 논란을 빚었던 ‘이수역 주점 폭행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남녀간 쌍방 폭행으로 결론을 내렸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A 씨(21) 등 남성 3명과 B 씨(26) 등 여성 2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공동 폭행) 위반, 모욕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13일 오전 4시경 서울 동작구 지하철 7호선 이수역 인근 한 주점에서 시비가 붙어 서로 모욕하고 몸싸움까지 벌였다. 사건 직후 B 씨 측이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머리에 붕대를 감은 사진과 함께 “화장하지 않고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다”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현장의 폐쇄회로(CC)TV와 피의자 및 참고인 조사를 통해 경찰은 일방 폭행이 아닌 상호간의 모욕과 신경전이 있은 뒤 몸싸움이 벌어진 것으로 판단했다. ‘주점 바깥 계단에서 A 씨가 발로 찼다’는 B 씨의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다. 계단 쪽에 CCTV가 없어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 씨의 운동화와 B 씨 상의 성분분석을 의뢰했으나 발로 찬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A 씨는 손목, B 씨는 두피에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A 씨와 B 씨에게는 상해 혐의도 적용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아가∼, 우리 아가 어떡해. 엄마가 따라갈게.” 21일 오전 8시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오열하는 중년 여성의 애끊는 탄식에 주변이 숙연해졌다. 강원 강릉시 펜션 보일러 사고로 숨진 서울 대성고 3학년 유모 군(18)의 어머니였다. 내내 눈물을 흘리던 어머니는 아들의 관이 운구차에 실리자 다리에 힘이 풀린 듯 휘청하더니 주저앉았다. 영정 속 유 군은 교복을 입고 앳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유 군의 관을 든 친구 6명도 모두 같은 교복 차림이었다. 이날 같은 장례식장에서 유 군과 함께 여행을 갔다가 보일러에서 새어나온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숨진 안모 군(18)과 김모 군(18)의 발인도 있었다. 영정사진 속 안 군은 활짝 웃고 있었지만 영정사진을 들고 운구차로 향하는 친구는 고개를 숙인 채 입술을 꾹 깨문 엄숙한 표정이었다. 세 학생의 친구들은 장례식장을 가득 메운 채 정다웠던 친구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안 군의 어머니는 아들 시신이 담긴 관이 운구차에 실리자 마지막으로 아들을 한 번이라도 더 만져보고 싶은 듯 관을 향해 손을 뻗으며 안 군의 이름을 불렀다. 주변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김 군의 관이 바로 옆 운구차에 실렸다. 김 군의 어머니는 더 이상 울 힘조차 없는 듯 허망한 표정으로 아들이 떠나가는 장면을 지켜봤다. 세 학생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는 장지로 향하기 전 모교인 대성고로 향했다. ‘아이들이 마지막으로 학교를 한번 가봤으면 좋겠다’는 게 유족들의 뜻이었다. 학교 정문 앞 언덕길에는 세 학생을 추모하는 학생과 교사, 지역주민 등 수백 명이 운구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운구차가 지나갈 때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은 채 묵념했다. 운구차는 학교 운동장을 한 바퀴 돈 뒤 정문을 빠져나갔다. 일부 학생은 울음을 터뜨리며 ‘잘 가’ ‘사랑해’라고 외쳤다. 많은 학생이 운구차가 떠난 곳을 바라보는 시선을 한참 동안 거두지 못했다. 유 군 등과 함께 펜션에서 사고를 당해 중태에 빠졌던 학생 7명 중 일부는 서서히 회복하고 있다. 강릉아산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도모 군(18)은 이날 오후 퇴원했다. 도 군은 패딩 점퍼를 입고 마스크를 쓴 채 부축을 받지 않고 병원을 떠났다. 일반 병실로 옮긴 다른 학생 2명은 다음 주 퇴원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다. 투석치료를 받았던 김모 군(18)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으로 호전됐다. 하지만 강릉아산병원에 입원 중인 학생 1명과 원주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고 있는 학생 2명은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강릉=홍석호 will@donga.com / 김정훈 기자}
일산화탄소 유출로 고교생 10명이 피해를 입은 강원 강릉시 아라레이크펜션의 보일러를 무자격자가 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2014년 이 펜션 건물이 완공되며 보일러가 설치된 뒤 추가 시공은 없었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강원지방경찰청에 따르면 해당 펜션 가스보일러를 설치한 시공업체 대표는 보일러 시공 무자격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강릉시 관계자도 “해당 시공업체는 시에 ‘가스시설시공업’ 등록을 한 업체가 아니다”고 말했다. 가스보일러는 대리점이나 온라인으로 누구나 구매할 수 있지만 설치·시공은 반드시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가스시설시공업(1, 2, 3종)을 등록한 자(면허보유자)가 해야 한다. 이에 따라 경찰은 조만간 당시 보일러 시공업체 대표를 불러 배기통 연결부를 절단했는지 여부와 이음매에 내열실리콘을 바르지 않은 경위 등을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2014년 이 건물을 지은 건축주도 불러 무등록 업체에 보일러 시공을 맡긴 이유에 대해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올해 7월부터 펜션 건물을 임차해 펜션업을 시작한 김모 씨(43)는 19일 경찰조사에서 “임차를 시작할 때부터 보일러가 설치돼 있었고, 이후에 보일러를 건드린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연결부 일부가 잘려나간 배기통을 보일러에 끼워 넣어 제대로 맞물리지도 못한 데다 이음매에 내열실리콘도 바르지 않아 그 틈으로 치명적인 일산화탄소가 샌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보일러 등에 대한 감식 결과가 나오는 대로 조사 대상자들의 신변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펜션 보일러 점검 결과를 감독해야 할 강릉시는 가스공급업체의 점검 결과를 구두로만 통보받고 점검대장을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아라레이크펜션에 가스를 공급하는 A사는 올 6월 펜션의 보일러를 점검한 뒤 강릉시에 ‘점검했고 문제없다’라고만 구두로 보고했다. 액화석유가스(LPG)법에 따르면 가스공급업체는 6개월에 한 번씩 보일러와 배관을 점검하고 안전관리 실시대장을 작성해야 한다. 대장은 ‘배관의 설치 상태 및 누출 여부’ 등의 점검 여부를 표시하고 사용자의 날인을 받도록 돼 있다. 강릉시 관계자는 “시청이 보일러 점검 결과를 최종 감독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안전관리 실시대장을 모두 받을 의무는 없다”며 “감독업무는 한국가스안전공사에 위탁했다”고 해명했다. 강릉시는 A사가 작성한 대장을 확인하고 보일러와 배관 검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파악할 예정이다. 피해 학생 중 일부는 조만간 퇴원이 가능할 정도로 호전됐다. 강희동 강릉아산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20일 브리핑에서 “중환자실에 있던 4명 중 2명을 20일 오후 1시 50분경 일반병실로 옮겼다”며 “(전날 일반병실로 옮긴) 도모 군은 21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다”고 밝혔다. 강릉=홍석호 will@donga.com·김정훈·이인모 기자}
일산화탄소 중독사고로 고등학교 3학년 학생 10명이 숨지거나 중태에 빠진 강원 강릉시의 펜션은 재난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농어촌 일반민박이기 때문에 가입 의무가 없었다. 이 때문에 피해 학생의 진료비나 위로금 등은 강릉시가 일단 부담한 뒤 재난 원인 제공자에게 청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강릉시 조례 등에 따르면 재난에 대한 배상 책임은 재난 원인 제공자에게 있다. 하지만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 당분간 원인 제공자가 누구인지 확정하기 어렵고, 원인 제공자가 배상 여력이 없는 경우 지방자치단체에서 먼저 재난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다. 경찰 수사 결과 사고 원인과 그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확인되면 비용을 나중에 청구할 수 있다. 지자체는 재난이 발생했을 때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행정안전부가 정한 기준에 맞춰 지원 금액을 결정할 수 있다. 강릉시는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학생 7명의 가족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있고 치료비용 지원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7명은 강릉아산병원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입원 중이다. 의식불명인 학생이 받는 고압산소치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시간당 2만∼3만 원, 보행이 가능해진 도모 군을 제외한 나머지가 머물고 있는 중환자실은 하루에 5만 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또 서울시교육청은 교육과정(개인체험학습) 도중 학생들이 사고를 당했다는 점을 고려해 예비비를 편성해 숨진 학생 3명의 장례비용을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사고로 충격을 받은 서울 대성고 교직원과 재학생, 학부모들을 위한 심리상담도 진행한다.강릉=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18일 강원 강릉시 펜션에 투숙했던 고교생 3명이 사망하고 7명이 의식불명에 빠진 경위를 수사 중인 경찰은 객실 내 보일러 배기통에서 새어나온 일산화탄소에 학생들이 중독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현장 감식 결과 학생들이 묵은 2층 객실에 설치된 액화석유가스(LPG) 보일러 본체와 가스가 배출되는 배기통이 2∼3cm가량 벌어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이 측정한 실내 일산화탄소 농도는 155∼159ppm으로 환경부의 정상 기준치(10ppm)의 15배가 넘는 상태였다. 이런 상태에 몇 시간 노출되면 체내 산소 농도가 급격히 떨어져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보일러와 배기통 사이 벌어진 틈새 확인 사고가 난 펜션은 2층 건물로 객실은 1층에 3개, 2층에 2개가 있다. 2층의 두 객실은 복층 구조다. 학생들은 복층으로 된 201호에 머물다가 변을 당했다. 개별난방 구조여서 객실 안에 보일러실이 있고, 거실 쪽으로 출입할 수 있는 문이 있다. 소방관이 현장에 출동했을 때 이 문은 열려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보일러와 배기통 사이에 벌어진 틈으로 일산화탄소가 새어나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것이 사망 원인이었는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장을 살펴본 소방 관계자는 “보통 보일러와 배기통의 연결 부위는 분리되지 않도록 은박지로 감거나 고리로 걸어 고정하는데, 해당 보일러에는 그런 흔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 펜션은 2013년 10월 단독주택으로 지어진 뒤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운영되다가 올해 7월 펜션으로 업종 전환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다가구주택으로 허가받은 건물이라 농어촌 일반 민박으로 분류돼 정밀 소방점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관할 소방서가 연간 1회 일부 업소를 샘플로 정해 점검하도록 돼 있지만 이 펜션은 최근 2년간 소방점검을 받지 않았다. 이 펜션에는 일산화탄소 누출 감지기도 없었다. 현행 규정상 별도의 설치 기준이 없다. 최저 2만 원 정도인 누출 감지기라도 설치돼 있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보기는 일산화탄소 농도가 100ppm이 넘을 경우 경보음이 울린다.○ “새벽에 잠든 뒤 일산화탄소 흡입한 듯” 학생들은 아래층 거실과 방에서 각각 4명과 2명이, 위층 거실에서 4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됐다. 입에는 거품과 토사물이 묻어 있었다. 이 중 3명은 사망했고 7명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당시 현장의 일산화탄소 농도(155∼159ppm)는 몇 시간 노출될 경우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정도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환경부의 정상 기준치(10ppm)를 한참 넘긴 수치라 장시간 들이마시면 체내 산소 공급을 차단해 호흡이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겨울철에는 홀몸노인들이 찌그러진 보일러 배기통 사이로 새어나온 배기가스를 마시고 사망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피해 학생들은 새벽까지 깨어 있다가 이른 아침 잠든 사이에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펜션 주인 김모 씨는 경찰 조사에서 “학생들이 17일 오후 2박 3일 일정으로 입실했다”며 “그날 저녁 고기를 구워 먹었고 18일 오전 3시까지도 방에 인기척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김 씨는 18일 오후 1시 12분경 학생들 방에서 소리가 나지 않아 문을 열어봤다가 쓰러져 있는 학생들을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다. 사망한 3명은 각각 강릉고려병원(2명)과 강릉아산병원(1명)으로 옮겨졌으며, 부상자 7명은 강릉아산병원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강릉=홍석호 will@donga.com·김정훈·구특교 기자}
70.6% vs 45.7% 서울대가 10일 발표한 ‘2018 서울대 통계연보‘를 보면 2015년 8월과 2016년 2월에 학부를 졸업한 학생들의 취업률은 70.6%로 나와 있다. 심각한 청년실업을 감안할 때 나쁘지 않은 결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취업자는 1543명(45.7%)뿐이다. 학교 측이 발표한 취업률과 실제 취업률이 약 25%포인트 차이가 난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대학에서 발표한 취업률은 전체 졸업생에서 진학자, 입대자, 사망·이민 등으로 취업이 불가능한 자, 외국인유학생 등을 뺀 인원을 기준으로 취업한 사람의 비율로 산출한다. 졸업생 중 실제 취업한 사람의 비율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전체 졸업생 3375명 가운데 1081명(32.0%)이 대학원에 진학했고, 642명(19.0%)은 취업준비, 진학준비, 국가고시 준비 중임을 의미하는 ‘기타’로 분류됐다. 또 입대 46명, 취업불가능자 10명, 외국인유학생 53명 등 109명도 취업 대상 인원에서 빠졌다. ‘70.6%’는 이를 모두 제외한 졸업자 2185명 중 1543명이 취업했다는 의미다. 단과대별로 살펴보면 경영대 졸업생 174명 중 120명(68.9%)이 실제 취업했다. 인문대는 졸업생 287명 중 145명(50.5%), 사회과학대는 424명 중 218명(51.4%)이 직장을 구했다. 공과대는 297명(35.0%), 자연과학대는 234명의 졸업생 중 48명(20.5%)이었다. 실제 취업자 비율은 통계연보의 취업률보다 적게는 17.4%포인트(경영대), 많게는 39.8%포인트(공대)까지 차이가 났다. 서울대만 이렇게 취업률을 산출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가 정한 대학 취업률 공시 방법이 진학자 등을 빼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통계 산출이 현실을 왜곡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하나밖에 없는 아들, 한 번도 속 썩인 적 없는 착한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에 우리도 같이 죽었습니다.” 충남 태안군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 숨진 김용균 씨(24·사진)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14일 기자회견에서 “이런 곳인 줄 알았다면 아들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 부모가 자식을 ‘살인병기’로 내몰겠느냐”면서 “옛날 지하탄광보다 열악한 게 지금 시대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오열했다. 김용균 씨는 11일 오전 1시경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나르는 컨베이어벨트의 소음 점검 작업을 하다가 몸이 끼여 숨졌다. 15일 공개된 김 씨의 유품에선 끼니를 때울 컵라면 세 개와 과자 한 봉지가 나왔다. 김 씨는 평소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위험한 곳에서 작업을 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5월 서울 지하철 구의역 안전문 수리 중 전동차에 치여 숨진 김모 군(당시 19세)의 유품에서도 컵라면이 나왔다. 어둠 속에서 작업을 하기 위해 김용균 씨가 직접 산 손전등은 고장 난 상태였고, 사고 당시에는 휴대전화 조명으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전문대를 졸업한 김 씨는 올 2월 군 복무를 마치고 7개월 만인 9월 17일 태안화력발전소 현장설비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에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1년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조건이었지만 3개월도 채 되지 못해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차 촛불 추모제에선 부모가 사준 정장과 구두를 신고 기뻐하는 김 씨의 영상이 공개됐다. 김 씨는 혼자서 컨베이어벨트 6km가량 구간을 점검하는 일을 했다. ‘설비 순회점검 구역 출입 시 2인 1조로 점검에 임한다’는 한국발전기술의 내부 지침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컨베이어벨트에 설치돼 있는 ‘풀코드(정지) 스위치’도 혼자서 작업하고 있을 때에는 누를 수 없는 구조다. 또 전국공공운수노조 등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보령지청이 11일 오전 5시 37분경 서부발전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지만 서부발전은 오전 6시 30분경부터 약 80분간 김 씨가 사망한 컨베이어벨트에서 1m가량 떨어져 있는 벨트를 돌렸다. 서부발전이 국회에 태안화력발전소 관련 인명사고를 보고하면서 2011년 이후 발생한 사망자 4명을 누락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씨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컨베이어벨트는 10월 실시한 안전검사에서는 합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고용부는 태안화력발전소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나섰다. 김 씨는 사고 발생 열흘 전인 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나는 화력발전소에 석탄 설비를 운전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생명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외주화하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이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16일 성명에서 “최근 주요 사고와 노동재해의 특징 중 하나는 ‘사내 하청’이자 ‘청년’이다.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안전사고와 중대 재해를 예방하고 책임져야 할 사용자의 의무까지도 하청업체로 외주시키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에 법·제도의 개선을 촉구했다. 홍석호 will@donga.com / 태안=지명훈 기자}

8일 오전 1시 40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아파트 지하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30여 분 만에 꺼졌지만 주민 30여 명이 긴급 대피했고, 배관을 통해 유입된 연기를 마신 30대 여성과 70대 남성은 병원으로 실려 갔다. 소방당국은 창고 천장을 지나는 하수배관이 얼지 않도록 감아놓은 열선에서 불이 시작됐지만 창고에 버려져 있던 가전제품과 쓰레기에 불이 옮겨 붙으며 화재를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건조한 날씨로 화재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가운데 아파트 지하주차장이나 창고에 방치된 폐(廢)가전제품 등 쓰레기가 화재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세탁기나 선풍기 같은 플라스틱 재질의 가전제품에 작은 불씨만 붙어도 큰불로 이어질 수 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폐가전제품 같은 가연물이 많이 쌓여 있을수록 작은 불씨가 쉽게 번질 수 있고 불이 붙으면 연기가 많이 생겨 위험하다”며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불이 나면 순식간에 계단, 비상구를 통해 빠져나간 연기가 주민을 덮칠 수 있어 아주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화재가 발생했던 신림동의 아파트를 취재진이 12일 찾았을 때도 여전히 지하 창고에 버려진 가전제품이나 가구 등이 쌓여 있는 게 보였다. 또 주차장 한쪽에는 약 2m 높이로 전기밥솥, 선풍기, 진공청소기, 가스레인지 등 폐가전제품들이 쓰레기와 함께 쌓여 있었다. 이 아파트만의 일이 아니다. 취재진이 서울 관악구, 동작구, 영등포구 소재 아파트 10곳의 지하주차장을 살펴본 결과 8곳에서 방치된 가전제품이나 가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사를 하면서 버린 것으로 보이는 에어컨과 실외기, 선풍기, 전기밥솥, 전기레인지 등 낡은 가전제품이나 옷장이 대부분이었다. A아파트 지하주차장 구석에는 에어컨, 실외기 등이 버려져 있었고 소화전 앞까지 전자레인지와 컴퓨터용 모니터가 방치돼 있어 접근이 어려웠다. ‘소화전 앞에 물건을 치워주세요’라는 경고문이 붙어있었지만 소용없었다. 방치된 폐가전제품 등으로 빚어지는 화재 위험을 예방·관리하는 책임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몫이다. 관리사무소는 소방당국이나 지방자치단체에 요청해 치우거나 버린 사람에게 과태료를 물릴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가전제품 쓰레기를 치웠다가 주인이 나중에 나타나 ‘내 물건 어디 있느냐’고 따지면 난감해진다”며 “안내문을 부착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다른 아파트 관계자도 “오래 방치돼 있더라도 함부로 치우기는 어렵다. 잘못했다가는 우리가 물어줘야 할 수도 있다”며 “냄새가 나거나 너무 위험해 보여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 경우 부녀회 등과 상의한 뒤에 치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8일 오전 1시 40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아파트 지하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30여 분 만에 꺼졌지만 주민 30여 명이 긴급 대피했고, 배관을 통해 유입된 연기를 마신 30대 여성과 70대 남성은 병원으로 실려 갔다. 소방당국은 창고 천장을 지나는 하수배관이 얼지 않도록 감아놓은 열선에서 불이 시작됐지만 창고에 버려져 있던 가전제품과 쓰레기에 불이 옮겨 붙으며 화재를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건조한 날씨로 화재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가운데 아파트 지하주차장이나 창고에 방치된 폐가전제품 등 쓰레기가 화재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세탁기나 선풍기 같은 플라스틱 재질의 가전제품에 작은 불씨만 붙어도 큰불로 이어질 수 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폐가전제품 같은 가연물이 많이 쌓여있을수록 작은 불씨가 쉽게 번질 수 있고 불이 붙으면 연기가 많이 생겨 위험하다”며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불이 나면 순식간에 계단, 비상구를 통해 빠져나간 연기가 주민을 덮칠 수 있어 아주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화재가 발생했던 신림동의 아파트를 취재진이 12일 찾았을 때도 여전히 지하 창고에 버려진 가전제품이나 가구 등이 쌓여 있는 게 보였다. 또 주차장 한쪽에는 약 2m 높이로 전기밥솥, 선풍기, 진공청소기, 가스레인지 등 폐가전제품들이 쓰레기와 함께 쌓여 있었다. 이 아파트만의 일이 아니다. 취재진이 서울 관악구, 동작구, 영등포구 소재 아파트 10곳의 지하주차장을 살펴본 결과 8곳에서 방치된 가전제품이나 가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사를 하면서 버린 것으로 보이는 에어컨과 실외기, 선풍기, 전기밥솥, 전기레인지 등 낡은 가전제품이나 옷장이 대부분이었다. A 아파트 지하 주차장 구석에는 에어컨, 실외기 등이 버려져 있었고 소화전 앞까지 전자레인지와 컴퓨터용 모니터가 방치돼 있어 접근이 어려웠다. ‘소화전 앞에 물건을 치워주세요’라는 경고문이 붙어있었지만 소용없었다. B 아파트에는 버려진 캐비닛에 ‘화재 위험이 있어 일주일 내로 치워 달라. 치우지 않으면 관리사무소에서 임의로 폐기하겠다’는 지난해 4월 6일자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방치된 폐가전제품 등으로 빚어지는 화재 위험을 예방·관리하는 책임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몫이다. 관리사무소는 소방당국이나 지방자치단체에 요청해 치우거나 버린 사람에게 과태료를 물릴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가전제품 쓰레기를 치웠다가 주인이 나중에 나타나 ‘내 물건 어디 있느냐’고 따지면 난감해진다”며 “안내문을 부착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다른 아파트 관계자도 “오래 방치돼 있더라도 함부로 치우기는 어렵다. 잘못했다가는 우리가 물어줘야 할 수도 있다”며 “냄새가 나거나 너무 위험해 보여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 경우 부녀회 등과 상의한 뒤에 치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순옥 할머니(사진)가 5일 오전 9시 5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6세. 올해에만 7명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눈을 감았다.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가운데 생존자는 26명뿐이다. 1922년 평양에서 태어난 김 할머니는 ‘공장에 취직할 수 있다’는 말에 속아 1940년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의 위안소로 끌려갔다. 광복 이후 중국인과 혼인해 중국에 정착했던 김 할머니는 2005년 정부와 나눔의 집 등의 도움으로 한국 국적을 회복하고 나눔의 집에 입소했다. 이후 김 할머니는 수요 집회와 증언 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2012년에는 위안부 소녀상에 ‘말뚝 테러’를 했던 일본인 스즈키 노부유키(鈴木信行)를 다른 할머니들과 함께 검찰에 고소했다. 빈소는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발인은 7일 오전 8시, 장지는 나눔의 집 추모공원이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충남 아산경찰서는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인 유성기업 김모 상무(49) 감금·폭행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노조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고 3일 밝혔다.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제출된 수사기록만으로는 압수할 물건과 범죄 혐의의 관련성 및 압수수색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통해 폭행의 사전 계획 여부, 노조원들의 폭행 가담 범위 등을 확인할 계획이었다”며 “영장 재신청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4일부터 폭행 사건 피의자를 본격 소환할 예정이다. 경찰은 피의자 11명 가운데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는 5명이 4일, 폭행 혐의자 6명이 6일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전해 왔다고 밝혔다. 노조는 1, 2분 동안 우발적인 폭행이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폭행이 40분에 걸쳐 두세 차례 벌어졌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이 합법적으로 물리력을 행사할 때 남용되지 않는 범위에서 어떻게 행사해야 하는지 정리된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이 없었다”며 “일관된 법 집행을 할 수 있는 지침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장 대응에서 미흡했던 점이나 기존 지침 등 대응 시스템을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관련 기관 합동감사단을 편성했다”고 밝혔다.아산=지명훈 mhjee@donga.com / 홍석호 기자}

“평소 같으면 공약이라도 훑어보는데, 이번엔 읽어보지도 않고 찍었어요.” 29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만난 이 대학 4학년 정모 씨(26)는 이달 중순 진행된 총학생회 투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 씨는 “한 선거운동본부(선본)가 ‘페미선본(페미니즘을 지지한다는 의미)’이라고 들었다”며 “지금까지 단과대와 총학 투표를 합쳐 10번 넘게 참여했는데 그 때마다 학내 복지보다 정권비판에 몰두하는 운동권 선본은 찍지 않았다”며 “이제는 선본이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지에 따라 투표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달라진 대학가 헤게모니 대학생 사회의 헤게모니가 변하고 있다. 학생들을 대표하는 총학생회 선거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주요 대학 총여학생회를 폐지하는 추세와 맞물려 총학 선거에서도 페미니즘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과거 총학 선거에선 ‘민족주의계열(NL)’ ‘민중민주계열(PD)’ 같은 운동권 계파 노선이 투표의 중요한 잣대로 작용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학생 복지를 강조하는 ‘비(非)운동권’이 떠오르면서 운동권인지, 비운동권 성향인지가 학생들의 표심을 갈랐다. 올해 서울대 총학선거에 나온 A 선본은 후보가 여성주의 학회와 소수자인권위원회, ‘H교수 사건대응을 위한 학생모임(H연대)’ 소속이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친(親)페미니즘’으로 분류됐다. H연대는 사회학과 H교수의 갑질을 규탄하며 서울대본부 앞에서 120일 가량 천막농성을 벌인 학생들이었다. 하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단체대화방에서 “한남(한국남성의 준말로 비하의 뜻이 담김)의 절반을 날려 달라” “왜 반만 날리나. 다 날려야지” 같은 남성혐오적 발언이 오간 사실이 폭로된 뒤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생들의 비판을 받았다. 결국 A 선본은 43.0%(4112표)의 지지를 받아 49.4%(4725표)의 지지를 받은 B 선본에 밀려 낙선했다. A 선본 관계자는 “공식적인 절차를 통한 평가보다 익명 커뮤니티를 통한 평가가 중심이 된 것 같다”며 “밤낮 없이 페미니즘 이슈가 언급되는 상황에서 사실이 아닌 내용이 언급되는 것은 아쉬웠다”고 말했다. 실제로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A 선본에 대한 비판글 중에는 “A 선본이 당선되면 페미니즘 인사들이 서울대에서 활개를 칠 것” “‘이수역 폭행 사건’에 대해서도 일방적인 성명이 총학생회 명의로 나올 것” 같은 추측성 글도 적지 않았다.● 페미니즘 공약 놓고 찬반 갈려 페미니즘이 총학생회 선거의 주요 이슈가 된 것은 서울대만의 상황이 아니다. 홍익대 3학년 윤모 씨(24)는 “올해 홍대 총학생회 선거에도 두 선본이 나왔는데, 한 선본은 운동권 후보와 페미니즘 지지 후보로 구성됐다”며 “학교 커뮤니티 등에서 정책에 대한 얘기보다는 이 선본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확산됐고 결국 떨어졌다”고 전했다. 충남대생 김모 씨(24)는 “총학생회 후보 공약 중에 페미니즘이나 성소수자 관련된 내용이 있으면 뽑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총학생회는 학생의 대변인인데 불필요한 정치색을 띠는 것은 학생의 편의나 권익과 무관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페미니즘 공약을 한 선본을 지지하겠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서울 소재의 한 사립대에 재학 중인 유모 씨(22·여)는 “대학생과 총학생회는 사회의 중요한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과거에 민주화였다면 최근엔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여대 재학생 김모 씨(23·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후로 운동권 총학생회가 지지를 받았지만, 최근엔 전반적으로 페미니즘 이슈에 대한 진보적인 자세를 가진 학생회가 눈에 보인다”고 전했다. ● 성평등이 핵심 이슈로…군복 입은 여성 후보 사진도 페미니즘을 포함한 성평등 이슈가 대학가의 중요한 이슈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은 다른 학교 총학생회 선거과정과 공약을 살펴봐도 두드러진다. 28일 연장투표를 통해 총학생회를 뽑은 중앙대는 총학생회 산하 성평등위원회가 출마 선본에게 ‘인권’과 ‘소수자’에 대한 의견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보내고 그 답변을 SNS에 공개했다. 예비역이나 유학생에 대한 질문도 포함됐지만, 전체 질의의 절반가량이 성평등이나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에 대한 것이었다. 단독으로 출마한 선본이더라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약을 내놓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다. 특정 성향이 강한 선본이라고 낙인찍히면 투표율 미달로 무산되거나 반대표가 과반수를 넘겨 낙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투표가 진행 중인 한양대 총학생회에 단독 출마한 선본은 남학생 두 명으로 구성됐지만 남자휴게실 신설과 여자휴게실 시설 개선을 묶은 공약을 내놓았다. 학교 내 몰래카메라 탐지 의무화와 군 복무 중 학점 취득 같은 공약도 자료집의 같은 페이지에서 약속했다. 성균관대 인문사회과학캠퍼스 총학생회는 정·부후보가 모두 여학생이지만 군복무 학점 이수제와 복학생 복수전공 신청 가능 공약을 냈다. 자료집에서 예비군복을 입은 후보 사진을 찾을 수도 있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제27대 서울대 총장 최종 후보로 오세정 자연과학대 명예교수(65·사진)가 결정됐다. 올 7월 총장 최종 후보자였던 강대희 의대 교수가 논문 표절과 성희롱 의혹으로 자진 사퇴한 지 4개월 만이다. 서울대 이사회는 27일 오전 서울대 관악캠퍼스 호암교수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비공개 투표를 통해 오 명예교수를 최종 후보자로 결정했다. 이사회 재적 수 14명 가운데 9명이 오 명예교수에게 표를 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총장추천위원회가 5명의 예비후보를 대상으로 진행한 교직원, 학생 정책평가에서도 오 명예교수는 1위를 차지했다. 서울대 총장은 이사회가 최종 후보자를 결정하면 교육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임기는 4년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다면 총장 임기는 다음 달 말에서 내년 초 사이에 시작할 것으로 관측된다. 오 명예교수는 이사회 발표 직후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사회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며 “대통령의 임명 후 공식적인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오 명예교수는 2010년과 2014년 서울대 총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세 번째 도전에서 뜻을 이뤘다. 2014년 당시 학내 정책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이사회가 2위였던 성낙인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최종 후보로 뽑아 학내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는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현 바른미래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고, 올해 9월 “서울대가 위기에 빠졌다”며 의원직을 사퇴하고 총장 선거에 출마했다. 1953년 서울에서 태어난 오 명예교수는 경기고와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1984년부터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서울대 총장 중 물리학부 출신은 처음이다. 또 23대 정운찬 전 총장 이후 이장무 오연천 성낙인 전 총장까지 최근 5명의 총장이 모두 경기고 출신이라는 기록도 이어가게 됐다. 오 명예교수의 처남이 홍상수 영화감독이고, 장모는 국내 첫 여성영화제작자인 고 전옥숙 씨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