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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가 ‘여대생 청부살해 사건’의 주범인 윤모 씨에게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의사 박모 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54)에 대해 회원 자격정지 3년 결정을 내렸다. 의협은 26일 박 전 교수에 대한 중앙윤리위원회를 열어 회원에게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징계인 3년간의 자격정지와 행정처분 의뢰를 잠정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의협 중앙윤리위가 보건복지부에 박 전 교수의 행정처분을 의뢰하면 복지부는 의료법의 품위손상행위 처분규정을 고려해 면허취소,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을 검토한다. 박 전 교수는 의협 윤리위 결정에 대해 20일 안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재심을 신청하면 한 달 안에 재심을 거쳐 징계 수위가 결정된다. 의협 결정에 앞서 연세대는 지난달 26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박 전 교수를 직위해제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기초연금은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 도입하려는 복지정책이다.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과 개인연금으로 노후를 준비하는 노인이 많지 않아 현재의 기초노령연금을 확대하는 식으로 돕자는 취지. 하지만 기초연금을 도입하면 노인빈곤이 얼마나 개선되는지에 대해 정부가 정밀한 근거를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막대한 재정에도 효과는 알지 못해 국내에서는 소득인정액이 월 83만 원에 못 미치는 경우를 빈곤상태로 규정한다. 이렇게 가난한 노인(65세 이상)이 전체의 45.1%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평균(13.5%)의 3배 수준. 기초연금을 도입하면서 현 세대 노인의 빈곤문제를 완화하겠다고 정부가 강조한 근거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일 “기초연금이 도입됐을 때 노인빈곤율이 어느 정도 떨어지는지 국민연금연구원에 연구를 의뢰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데이터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막대한 재원이 들어가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효과를 제대로 따져보지 않았다는 얘기다. 전광희 충남대 교수(사회학과)는 “모든 정책의 효과는 모니터링이 기본이다. 연간 조 단위의 돈이 들어가는 기초연금은 검증을 더 철저히 해야 한다”며 “기초연금 도입으로 인한 시뮬레이션 데이터가 아직 없다면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초연금을 도입하면 노인빈곤율이 5∼10% 떨어진다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정부 산하 연구기관은 물론이고 학계가 인정할 만한 과학적 추계 결과는 사실상 없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정확한 샘플을 찾기 어려워 제도 도입에 따른 빈곤율 개선 효과를 추계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팀(사회복지학과)은 지난달 12일 국민연금바로세우기국민행동과 함께 기초연금 및 노인빈곤율 추계 결과를 발표하면서 “기초연금을 차등지급하면 공약대로 20만 원 일괄 지급할 때보다 노인 빈곤 개선 효과가 적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학계 일부에서는 시뮬레이션 방법과 빈곤율 개념에 문제를 제기했다.○ 맞춤형 지원대책이 효율적 이런 가운데 기초연금을 둘러싼 각계각층의 논쟁이 소모적이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중이다. 국민연금과 연계해 차등지급하는 ‘정부안’이나, 야당 및 일부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20만 원 일괄지급안’ 모두 노인 빈곤문제 해법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 공공기관장 A 씨는 “기초연금은 분명 중요한 문제지만 논쟁이 다소 과하다”며 “10만 원을 주나 20만 원을 주나 노인빈곤율 완화 효과가 극히 미미한 상황에서 논쟁을 벌이는 상황은 국력 낭비다”라고 주장했다. 기초연금을 도입해도 빈곤율 개선 효과가 미미하다는 말은 한국 노인의 삶이 그만큼 힘들다는 의미다. 지난해 기초노령연금을 받는 65세 이상 노인은 393만 명이다. 소득이 하위 70%에 속하는 계층으로 이 중 약 39%(152만 명)는 월 소득인정액이 0원이다. 기초연금 도입 이후에 20만 원을 받더라도 빈곤에서 탈출하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기초연금 논쟁이 정치적으로 흐르는 부작용을 경계해야 하며, 기초연금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빈곤율 개선 효과부터 과학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누가 얼마를 더 받느냐가 논쟁의 중심이 되면 안 된다. 노인빈곤율을 낮추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제도를 어떻게 만들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유근형·이샘물 기자 noel@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표를 수리해 진 전 장관은 200여 일 만에 새누리당으로 돌아오게 됐다. 그러나 친박(친박근혜)계를 중심으로 “정치적 패륜” “배신” 등 원색적 비난을 퍼붓고 있어 당 생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진 전 장관의 탈당론, 출당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치인으로서도, 장관으로서도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줬다. 당 복귀는 책임지는 모습이 될 수 없다”며 “의원들 사이에서 진 전 장관이 탈당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진 전 장관 본인이 탈당을 거부할 경우 당이 출당시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진 전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계동 복지부 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며 중도하차의 원인이 된 기초연금에 대한 ‘소신’을 다시금 밝혔다. 또 그는 “어떤 사람이 내게 어떤 비난의 말을 하더라도 다 인정하고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며 “그러나 여러분(복지부 직원)들이 저를 비난하고 손가락질 한다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길진균·유근형 기자 leon@donga.com}

《 한국 대표단이 22일 찾은 사우디아라비아 킹파흐드왕립병원(KFMC)의 심장중환자실 병동. 의사가 연필로 진료기록을 작성했다. 환자의 심전도 검사 그래프는 일일이 출력해 서류로 보관했다. 이렇게 해서 쌓인 의료기록이 진료실 한쪽을 차지했다. 한국의 종합병원에서는 대부분 컴퓨터로 처리한다. KFMC가 사우디 빅3 병원이고 왕실이 최첨단 병원으로 전략 육성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곳의 병원정보시스템(HIS)이 상대적으로 낙후됐음을 보여준다. 》사우디 수도 리야드 중심부의 알가디어 보건소도 사정은 마찬가지. 진료기록 처방 가족관계 등 기본적인 환자 정보를 전산 시스템에 담았지만 초보적 수준이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이집트 출신 의사 라푸트 살라 씨는 “리야드의 보건소 100곳 중 25% 정도만 이런 시스템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의료 환경, 수작업에서 IT로 사우디는 세계적 수준의 의료기기를 잘 갖춘 편에 속한다. 넉넉한 재정 덕분이다. 하지만 의료 정보기술(IT) 환경은 한국의 1990년대와 비슷하다. 수도 리야드를 벗어나면 의료 인프라가 더 좋지 않아 500병상 이하 병원 대부분이 종이 형태로 자료를 관리한다. 이런 풍경이 180도 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HIS가 사우디 각지에 똑같이 설치되는 대형 프로젝트 덕분이다. 1단계로 내년부터 10년 동안 사우디 3개 권역 중 1개 권역의 보건소 3000곳, 공공병원 80곳에 한국 의료 IT가 이식된다. 사우디 정부는 국가 단위의 보건의료 정보화사업 가운데 이미 발주한 사업을 제외하고 진료정보교류(HIE) 혈액관리(Blood Bank) 원격진료(Telemedicine) 현장진료(POC) 시스템 구축을 한국에 맡길 예정이다. 이를 위해 두 나라는 공동 투자한 합작법인(조인트 벤처)을 사우디에 세워 운영하기로 했다. 보건소 및 공공병원 HIS 구축사업은 삼성SDS, SK텔레콤-분당 서울대병원 컨소시엄, 현대정보기술이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우디 대표단은 10월 말 한국을 방문해 이 사업자들을 평가한다. 사우디는 한국의 의료 IT를 활용해 보건소 또는 병원에서 나오는 모든 기록을 국가가 통합 관리하고 의료기관 간에 공유하도록 만들 계획이다. 또 질병통계를 포함한 건강 관련 정보를 좀 더 체계적으로 활용하려고 한다. 한국의 경우 진료기록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관리하지만 의료기관 사이의 공유는 제한된다. 다만 분당 서울대병원이 경기 성남지역 의원급 병원의 진료기록을 통합 관리하는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정호원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과장은 “사우디는 한국처럼 전 국민 주민번호 체계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의 시스템을 이식받는 데 다른 국가보다 유리한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공산품 수출 능가하는 의료 수출 사우디와의 이번 합의로 한국에는 상당한 경제 효과가 기대된다. 한국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의료 IT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10년 동안 약 9623억 원의 부가가치가 유발될 것으로 추산된다. 쏘나타 승용차 3만5000대 또는 갤럭시 스마트폰 156만 대를 수출할 때와 비슷하다. 또 외국인 관광객 56만 명을 유치하는 수준과 비슷하다. 국내로 들어오는 순수익 역시 다른 업종보다 많다. 원자력발전소 사업을 수주하면 전체 부가가치의 20∼25%만 국내로 유입되지만 의료 IT는 80% 정도가 국내 이익이 된다고 산업계는 분석한다. 일자리는 IT 연구개발, 시공, 외국어를 중심으로 1만 개 이상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수 프로그램도 뜻깊은 사업이다. 한국은 1955년부터 1961년까지 한국 의료인 226명을 미국에 보냈다. 선진 의료기술을 배운 ‘미네소타 프로젝트’를 통해 의료기반을 닦았다. 의술을 원조받는 빈곤국이 반세기 만에 의료기술을 전수하는 선진국으로 발전했다. 유료 연수 프로그램은 황금 알을 낳는 사업으로 의료계가 인식하는 분야. 한국을 찾는 사우디 의사는 수업료 3000달러를 포함해 체재비로 6000달러 이상을 매달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철 세브란스병원장은 “한국에서 연수받은 의사는 본국으로 돌아가도 한국 의약품이나 기기에 계속 관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의료 IT 수출 프로젝트가 차질 없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과제가 적지 않다. 먼저 법적 구속력이 생기는 시행계약을 체결할 때까지의 2개월 동안 돌발 변수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우디 보건부 실무진은 양국 장관 면담을 앞두고 시행협약 체결 2개월 연기를 주장해 한국 대표단을 곤혹스럽게 했다. 상대의 진을 빼려는 중동 특유의 협상전략이었다. 방한 경험이 없는 사우디 실무진을 초청해 신뢰를 쌓는 등 대화 채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 IT업체의 해외사업 경험이 부족한 점도 걸림돌이다.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당장 사우디에 상당한 규모의 인력을 파견해야 한다. 기업이 많은 준비를 하지 않으면 차질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의료기관 해외 진출의 컨트롤타워 역시 강화해야 한다. 복지부는 최근 의료수출지원과를 새로 만들면서 과장급 1명, 사무관 3명, 주무관 3명을 배치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 정도 인력은 사실상 ‘언 발에 오줌 누기’밖에 안 된다. 해외 진출 상황을 챙기기는커녕 국내 규제를 다루는 데도 벅찰 것이다”고 말했다.리야드=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사우디아라비아에 한국의 병원정보시스템(HIS)을 그대로 옮기는 1조 원 규모의 프로젝트가 성사 단계에 들어섰다. 현지 보건소 3000곳과 공공병원 80곳이 대상으로, 병원 의료기기 의약품 수출에 이어 한국의 의료 정보기술(IT)을 수출하는 첫 사례가 되는 셈이다.진영 보건복지부 장관과 압둘라 알라비아 사우디 보건부 장관은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보건의료협력 합의 의사록에 22일 서명했다. 법적 구속력을 갖는 시행협약(executive agreement)은 2개월 이내에 체결하기로 했다. 양국은 앞서 4월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우디 현지에 국내 의료환경을 그대로 옮기는 이른바 ‘쌍둥이 프로젝트’ 협상도 가시적 성과를 냈다. 삼성서울병원은 사우디 킹파흐드왕립병원(KFMC)과 1단계 사업으로 내년부터 2년 동안 ‘뇌조직은행’을 구축한다. 뇌조직은행은 수술 및 검사 과정에서 나온 환자의 뇌조직을 보관하는 시설로 뇌종양, 치매 연구에 꼭 필요하다. 쌍둥이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중동 국가와의 보건의료협력 협상도 탄력을 받게 됐다. 정부는 쿠웨이트 및 예멘과의 쌍둥이 프로젝트 MOU를 연내에 체결하기 위해 막바지 협상을 하는 중이다. 사우디와의 이번 합의는 개인 또는 병원 차원의 해외 진출과 달리 정부 지원을 통한 G2G(정부 대 정부·Government to Government) 형태라는 데 의미가 크다. 시행협약이 체결되기 전까지는 세부 내용을 더 논의해야 하지만 1970년대 중동 건설 붐부터 쌓아온 양국의 신뢰가 두터워 번복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사우디 의사에게 의료기술을 전수하는 연수 프로그램은 내년 3월부터 시작된다. 양국 보건당국은 이와 관련된 본계약을 확정했다. 사우디 의사들은 1인당 월 3000달러의 교육료를 내고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5곳에 파견된다. 국내 의료기관은 연평균 100명을 목표로 잡고 있다. 진 장관은 “세계적으로 일반화된 의료 연수는 공적개발원조(ODA) 성격이 강했지만 한국과 사우디의 연수 프로그램은 다르다. 엄밀히 말해서 의료기술의 수출로 봐야 하는 프로젝트”라고 평가했다.리야드=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삼성서울병원의 승리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의료계 전체의 승리입니다.” 한국의 의료환경을 사우디아라비아에 옮겨 심는 ‘쌍둥이 프로젝트’. 역사적인 첫발을 내디딘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원장(사진)은 23일 국가적 책임의식을 느낀다고 했다. 정부와 다른 병원의 공동 노력 없이는 삼성서울병원이 사우디 킹파흐드왕립병원(KFMC)과 뇌조직은행을 구축하는 시행협약을 맺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사우디 의료수출의 문을 열었다는 점에 송 원장은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를 계기로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병원, 의료기기, 의약품, 의료인력이 중동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삼성서울병원은 사우디 국왕의 지시로 건립되는 KFMC 뇌신경병원의 핵심인 뇌조직은행을 2년에 걸쳐 세운다. 500병상 규모인 뇌신경병원의 지하 1, 2층에 들어선다. 한국보다 규모가 크다. 뇌조직은행은 치료법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뇌 또는 신경질환 치료의 열쇠를 쥐고 있다. 뇌조직은행이 생기면 뇌와 신경질환자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정리해 개인 맞춤형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남도현 교수팀은 세계 신경외과학회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는 실력을 갖췄다. 송 원장은 이번 의료수출이 국내 연구개발(R&D)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며 이렇게 제안했다. “사우디의 우수한 자금력으로 뇌질환 관련 R&D를 선도할 재원이 마련됐다. 병원을 해외에 내보내 돈만 벌 것이 아니라 국내 의료기술의 수준을 높이는 모델로 발전시켜야 한다.”리야드=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22일로 장외 투쟁 53일째를 맞은 민주당이 대여 투쟁의 무게중심을 장외에서 원내로 옮기고 있다. 추석 연휴 직전 박근혜 대통령과의 3자회담을 통해 박 대통령의 ‘불통(不通)’ 이미지를 확인한 만큼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고 있고, 더이상 정기국회 일정 등에 ‘나 몰라라’ 손놓고 있다가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추석 민심 보고회’를 열고 대여 투쟁 방향과 관련해 “(3자회담에서) 대통령의 불통 정치가 확인된 이상 원내외 투쟁 양쪽을 다 강화해야 한다는 말씀이 많았다”면서도 “기초연금, 무상 보육 등 민생을 해결해 달라는 추석 민심도 많았다”고 전했다. 원내 투쟁을 적극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추석 연휴 기간의 민심을 넉 자로 정리하면 ‘대실대불(大失大不)’로 추석 대목 경기는 실종됐고 대통령은 불통이었다”면서도 “지금까지는 원내외 병행 투쟁에서 원내 비중이 10% 정도였으나 이제는 실질적인 원내외 병행 투쟁 강화를 통해 국가정보원 개혁 등 민주주의 회복과 민생 살리기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23일 의원총회에서 원내외 병행 투쟁 강화를 앞세워 정기국회에 참여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을 것으로 알려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김 대표는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노숙 투쟁을 계속하되, 나머지 의원들은 박근혜 정부 첫 국정감사에 만전을 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안팎에선 10월 초 정기국회가 정상화돼 국정감사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10월 14일부터 국정감사(3주)를 실시해 현 정부의 ‘인사 실책’ 등을 부각시키면서 재·보궐선거(10월 30일)까지 끌고 간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2005년) 사학법을 고리로 벌인 장외 투쟁 기록이 53일이다. 53일을 뛰어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강경파 일각에선 ‘빈손 등원’ 반대론도 여전해 23일 의원총회에서는 복귀 시기와 수위 등을 놓고 진통이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정국 정상화를 위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 문제를 제외하고는 민주당의 국정원 개혁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도 23일 의원총회를 열어 정기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한다.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복지 공약 중 하나인 기초연금제도의 ‘후퇴’ 논란도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 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단계에서부터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차등 지급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기 시작했고, 26일 발표 예정인 정부의 최종안 역시 ‘65세 이상 노인의 70% 내지 80%에게 최고 20만 원 한도에서 차등 지급’하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민주당은 공약 후퇴라며 공세를 펼 태세다. 이와 관련해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한 측근은 “(진 장관이) 기초연금 정부안이 공약과 달라진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히기로 결심했고 청와대에도 그런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의 공세에 대비해 ‘자진 사퇴’를 예고하며 선수를 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새누리당에선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고 정부안으로 국민을 설득하기도 어려워진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중인 진 장관은 본보 기자와 만나 “뭔가 와전된 거 같다. 사퇴와 관련해서는 지금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청와대는 기초연금 공약 수정에 대해 부족한 복지 재정과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솔직하게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할 계획이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장관 사퇴로 끝낼 수 있겠는가”라며 “장관 혼자 물러난다고 무너진 신뢰와 약속에 따른 국민의 실망과 분노가 잠재워질 순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황승택 기자·리야드=유근형 기자 hstneo@donga.com}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주변 8개 현의 수산물을 전면 수입 금지한 한국의 조치에 항의하기 위해 16일 충북 청원군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방문했다. 이날 일본 수산청의 가가와 겐지 증식추진부장 등 9명은 장기윤 식약처 농축산업국장 등을 만나 금수 조치 해제를 강력하게 요청했다. 또 일본 후쿠시마 주변 8개 현에서 잡힌 수산물이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근거를 조목조목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의 수입 금지 확대 조치의 근거와 경위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수산청 증식추진부는 어업 육성 업무를 담당하며 가가와 부장은 한국 정부의 국장급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일본 방사능 오염수에 대한 정보 공유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았고 정보가 차단돼 안전성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고려하기 위해 금수 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당초 30분으로 예정됐던 면담은 2시간 가까이 계속됐다. 장 국장은 면담이 끝난 뒤 “일본의 얘기를 충분히 들어주다 보니 시간이 길어졌다”며 “오늘 면담에서 일본이 한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는 언급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14일 일본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한국의 수입 제한 확대 조치에 대해 WTO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정부는 총리실 주관으로 관계 부처 회의를 열어 향후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국내의 대사증후군에 대한 관심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 수준입니다. 의사도, 환자도, 건강한 사람도 모두 위험을 인지해야 합니다.” 최근 동아일보가 보도했던 ‘내 몸 안에 시한폭탄 대사증후군’ 시리즈의 ‘주치의 역할’을 했던 임도선 고려대의료원 교수(순환기내과 과장)는 차분하지만 강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세계적으로 ‘중증질환의 근원’으로 신경 쓰고 있지만 한국만은 무사태평하다는 뜻이다. 임 교수는 “대사증후군은 한때 ‘신드롬 X’로 불렸다. 말 그대로 어떤 병으로 발현할지 아무도 모른다. 현재 심뇌혈관질환, 암, 당뇨의 전 단계 정도라는 연구가 나왔지만 그보다 더 위험성이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사증후군의 위험성이 국민에게 잘 전달되지 못하는 이유로 국내의 연구 부족을 들었다. 그는 “하루하루 바쁘게 치료에 매달리다 보면 중증질환의 전 단계인 대사증후군 관리에는 막연한 관심 이상의 열의를 보이기 어려운 게 사실”라고 지적한 뒤 “연구 데이터가 축적돼야 심각성을 국민에게 이해시킬 수 있고 관련 지원 예산을 확보하는 데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대사증후군이라는 용어를 조금 더 쉽게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복부비만, 고혈압, 혈당장애, 고중성지방, 낮은 HDL콜레스테롤의 5개 위험요소 중 3개 이상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증상을 표현하기에는 대사증후군이라는 말이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일반인들은 대사증후군을 장염이나 소화불량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 그는 “일본은 2000년대 중반 당뇨, 고혈압, 위장병, 뇌중풍, 암 등을 지칭하는 ‘성인병’이란 용어를 ‘생활습관병’으로 고쳤고 독일은 ‘문명병’으로 바꿨다”며 “일반인들이 대사증후군의 위험성을 잘 알 수 있도록 새로운 이름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 주도의 대사증후군 관리도 강조했다. 치매처럼 대사증후군 관련 지원법을 만들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환자 관리를 확대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주문이다. 현재 서울시가 보건소 25곳을 지원해 대사증후군 무료 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그 밖의 지역에서는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는 “대사증후군은 당장 죽고 사는 병이 아니라 예산을 확보하기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국가가 조직적으로 관리하면 고령화사회의 노인 의료비 급증에 대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서울시의회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 대사증후군 환자 200명을 추적 관찰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환자들의 생활 패턴, 식습관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해 ‘대사증후군 관리 대안식단’까지 제시할 예정이다. 결과에 따라 향후 연구대상을 1000명까지 늘리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임 교수는 “대사증후군의 위험을 밝히려면 환자 한 명 한 명을 장시간 연구한 데이터가 축적돼야 한다”며 ‘장기전’의 필요성을 설명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전월세 폭등 여파로 올해 상반기 약 12만 가구의 건강보험료가 인상 상한선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이낙연 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건강보험료가 인상 제한선인 10%까지 오른 세입자는 모두 12만3360가구였다. 10% 인상 제한은 지난해 4월 도입됐다. 7월 말 기준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748만4996가구 중 전월세 세입자는 36%(269만6166가구)에 이른다. 이 중 4.6%의 보험료가 상한선까지 인상된 셈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전세 2억 원인 집에 사는 세입자의 보험료가 10%까지 오르려면 최소 5000만 원 이상 전세금이 오른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건보공단은 2년마다 전국의 전월세 시세를 조사해 건보료 부과 기준액에 반영한다. 전세금은 약 30%를 재산 인정액으로 반영한다. 예를 들어 전세보증금이 1억 원이라면 재산이 3000만 원인 것으로 간주해 건강보험료를 책정한다. 월세는 월세의 40배를 전세보증금으로 반영한다. 월세를 100만 원 낸다면 보증금 4000만 원짜리 전세에 사는 것과 같다. 건보공단이 보험료 산정을 위해 지난해 9월 파악한 전월세 시세를 보면 강북 3구(강북, 노원, 도봉구)의 아파트 전세금은 평균 21.4%가,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는 평균 15.9%가 올랐다. 이 의원은 “전월세 폭등도 모자라 건강보험료까지 올라 서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전월세가 일정 비율 이상 폭등하는 때에는 상한제뿐만 아니라 저가 전월세 가구에 대한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청진기 없는 병원 진료는 가능할까? 한 방울의 혈액 검사로 암을 진단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대가 올까? 통증 없는 주사기는 언제쯤 개발될까? 보건복지부가 이 같은 과제들을 해결하고 2030년대 의료 환경의 청사진을 제시하기 위해 11일 미래의료 원정대를 출범시켰다. 원정대는 ‘100세 건강시대를 위한 미래 의료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과제를 발굴하고 신기술 개발 로드맵을 내년까지 마련한다. 원정대 수장을 맡은 박영일 이화여대 교수(디지털미디어학과)는 출범식 뒤 본보 기자와 만나 “시간이 흐르면 미래는 오지만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원하는 미래는 오지 않는다”며 “미국 일본 영국 등 의료 선진국처럼 싱크탱크 그룹을 가동해 미래 병원의 모습을 정확하게 그려보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 의학연구원(IMO)은 전문가 2000여 명의 집단 토론을 통해 R&D 과제를 산출해 융합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원정대는 비의료계 인사가 전체 위원 21명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미래예측 분야 사회학자, 법 제도 사회경제 전문가, 융합기술 전문가 등도 포함됐다. 의료계 밖에 있는 다양한 생각이 합쳐져야 정확한 미래 예측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과학기술부 차관 출신에 기술경영학을 전공한 박 교수를 위원장으로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불량 콘택트렌즈 7종이 판매 금지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콘택트렌즈 17개 제품을 검사한 결과 곡률반경(렌즈가 구부러진 각도), 두께, 지름 등이 기준치를 초과하거나 미달한 7개 제품이 발견돼 판매를 중지시키고 회수 조치했다고 11일 밝혔다. 콘택트렌즈가 기준치에 맞지 않으면 이물감을 느낄 수 있고 안구 통증, 충혈이 생길 수 있다. 두께가 기준치보다 두꺼우면 눈물 순환과 산소 공급을 방해해 각종 염증의 원인이 된다. 적발된 제품은 G&G콘택트렌즈의 ‘G&G BT’, 포비젼의 ‘Maple’, 오케이비젼의 ‘Super max lens’, 디케이이노비젼의 ‘SM-700 AQUA’, 듀바콘택트렌즈의 ‘Messish’, 네오비젼원주지점의 ‘NEO COSMO’, 티씨사이언스의 ‘Twinkle’ 등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렌즈를 사용하기 전에 반드시 안과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불량제품을 발견했을 때는 홈페이지(www.mfds.go.kr) 또는 상담센터(1577-1255)로 신고해 달라고 덧붙였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복지국가의 대명사로 불리는 스웨덴이 한국과 9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서로의 장점을 배워 양국 복지체계를 함께 발전시키자는 취지. 스웨덴 대표단 일원으로 방한한 군나르 프레이포르스 SCA 총괄본부장(사진)은 한국의 창조력이 스웨덴의 낡은 복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SCA는 북유럽의 최대 헬스케어 그룹. 그는 “한국은 (복지) 역사가 짧지만 양질의 복지체계를 갖추고 있다. 특히 세계 정보기술(IT)을 선도하는 한국의 창조력이 복지 시스템을 효율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므로 업무 프로세스를 배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프레이포르스 본부장은 ‘스웨덴식 복지’가 변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가 복지를 전부 책임지는 시대는 지났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정부의 복지 부담을 나누는 것이 스웨덴 스타일”이라며 “스웨덴 정부는 이미 학계, 기업과 3중 나선모델(Triple Helix)을 구축해 부담을 나누고 있다. SCA도 스웨덴의 노인 요실금 사업, 치매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조건적인 복지 확대 추구 역시 정답이 아니라고 했다. 세수가 국내총생산(GDP)의 46%에 이르는 스웨덴에서도 복지 확대와 증세에 관한 논란이 40년째 계속되는 중이므로 스웨덴처럼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는 얘기다. ‘증세 없는 복지’ 논란에 대해서는 한국식 해법을 강구하라고 조언했다. 복지 확대를 위해 세금을 더 걷을지 말지를 따지기 전에 먼저 한국의 복지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프레이포르스 본부장은 “복지 시스템에 누수 현상은 없는지, 쏟아 붓는 돈에 비해 복지 체감도는 높은 수준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기업이 복지 산업에 뛰어들면 복지의 효율화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레이포르스 본부장은 한국이 스웨덴의 실수를 답습하지 않아야 한다며 2가지를 제시했다. 먼저 노인복지 영역에서 ‘재택요양(홈 케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가가 노인요양기관을 짓고 의료비 지원을 확대하기보다는 홈 케어를 강화해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되 비용은 낮춰야 한다는 말이다. 노인이 요양기관이나 병원에서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해야 하며, 홈 케어는 국가시설 위주의 노인정책 비용을 10분의 1 수준으로 아낄 수 있고 노인이 느끼는 만족도 역시 높다는 말도 덧붙였다. 두 번째로는 간호사의 역할을 강조했다. 프레이포르스 본부장은 “스칸디나비아 3국은 간호 인력의 규모와 권한을 늘리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렇게 하면 의료 서비스의 질과 비용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 빅데이터 운영센터’를 9일부터 본격 가동한다고 밝혔다. 운영센터는 전 국민 5000만 명의 출생에서 사망까지의 보험료 자료, 병원 이용명세, 진료비, 건강검진 결과, 희귀난치성질환·암 등록정보 등 지난 10년간 축적된 1조3034억 건의 빅데이터를 연구기관에 공개할 예정이다. 건보공단은 운영센터 가동과 함께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 개발’에도 본격 나서기로 했다. 먼저 센터 인원 25명을 서비스개발팀, 데이터분석팀, 정보통신기술(ICT)지원팀 등 세 그룹으로 나눴다. 여러 분야로 흩어져 있는 대용량 데이터를 분석,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도 갖췄다. 센터는 지역별, 질환별, 연령별, 사업장별 건강정보를 1차로 구축해 다양한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으로 이어지는 플랫폼을 개발할 예정이다. 개인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평생 건강관리 정보를 인터넷 또는 스마트폰으로 언제든지 조회할 수 있는 포털 서비스와 개인별 건강정보를 바탕으로 위험요인을 분석해 맞춤형 예방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서비스를 마련한다. 만성질환자는 약물치료를 빼먹지 않도록 도와주는 알람 서비스와 환자가 이용하는 약의 적정성, 지속 투약 여부 등도 체크할 예정이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세계 신경외과 의사들의 올림픽.’ 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세계신경외과학회 학술대회’의 또 다른 이름이다. 전 세계 신경외과 권위자들이 4년마다 모여 최첨단 뇌·심장 의료기술의 향연을 펼치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1957년 벨기에 브뤼셀 대회 후 이번이 벌써 15번째다. 이번 서울대회는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다. 전 세계 110개국에서 4500여 명의 신경외과 전문가들이 최신 의료기술을 체험하기 위해 몰려든다. 내용 면으로도 최고 수준의 대회가 예상된다. 8∼13일 뇌혈관 질환, 신경종양 및 두개저 수술, 척추수술, 소아신경외과, 방사선 수술, 수두증 등 다양한 분야에 약 3300 개의 논문 발표 또는 기조 강연이 예정돼 있다. 두융광(杜永光) 대만 타이베이국립대 신경외과 교수는 ‘뇌 동맥류 치료 전략’을 강연한다. 뇌혈관 수술은 크게 머리를 열고 혈관을 치료하는 방식과 머리를 열지 않고 카테터를 삽입하는 방법으로 나뉜다. 하지만 두 교수는 거대 동맥류에 문제가 있는 환자는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바로 ‘우회술’이다. 두 교수는 “문제가 있는 혈관을 막으면 정상 혈관으로 가는 길까지 차단될 수 있다. 정상 혈관으로 가는 우회로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폴커 자이페르트 독일 프랑크푸르트 볼프강 괴테대학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 아래 부분에 생기는 수막종의 치료에 대해 강연한다. 과거 수막종 치료는 위험 부위라도 일단 종양을 제거하는 방식이 대세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에는 안전 부위라면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지만 위험 부위일 땐 부분 제거와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는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 폴커 교수는 “나이가 많거나 심한 합병증이 있으면 방사선 치료를 고려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희원 대회 조직위원장(전 서울대병원장)은 “뇌 구조는 굉장히 복잡하기 때문에 3차원으로 보지 않으면 수술 과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며 “대가들의 수술 장면을 3차원으로 볼 수 있다는 건 의학도들에게 대단한 기회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길수 서울대 명예교수(사진)는 8일 개막식에서 한국인 최초로 명예훈장을 수상했다. 최 명예교수는 뇌종양과 뇌혈관 질환 분야의 권위자로 1969년 서울대 의대 전임강사로 교직을 시작해 2000년 정년퇴임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마흔이면 청춘이었는데…. 진작 의사 말 좀 들을걸.’ 올해 대장암 수술을 받은 백모 씨(70)는 문득문득 30년 전 그날을 떠올린다. 마흔이 되던 해 의사는 몸무게, 혈당수치, 혈압이 위험수준에 도달했다고 경고했다. 요즘 용어로는 대사증후군이었다. 의사는 당시 키 165cm에 몸무게 85kg에 육박하는 백 씨에게 말했다. 10kg 이상 체중을 빼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거라고. 하지만 사무실 책상에 앉아 하루 10시간 이상씩 일했던 그로서는 운동과 다이어트는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그는 올해 건강검진에서 대장암 판정을 받았다. 김열홍 고려대 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는 “당시 백 씨가 대사증후군의 심각성을 깨닫고 적절한 조치를 했다면 암 발병 위험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사증후군 환자, 암 확산 빨라 대사증후군이 암 발병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지난해 이탈리아의 에스포시토 나폴리 제2대학 교수가 발표한 ‘대사증후군과 암의 위험성’이란 논문이 대표적이다. 이 논문에 따르면 대사증후군 남성 환자의 간암 발병률은 일반인의 1.4배, 대장암 1.3배, 췌장암 1.2배다. 여성 대사증후군 환자의 자궁내막암과 췌장암, 유방암 위험은 일반인보다 1.6배 정도 높다. 대사증후군의 위험은 인종별로 다소 다르게 나타났다. 유럽 대사증후군 환자들은 대장암에 걸리기 쉽고 아시아 환자들은 간암 위험성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증후군의 5개 위험 요소 중 암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허리둘레, 즉 복부 비만이다. 허리에 지방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상대적으로 인슐린이 과다하게 분비된다. 이를 억제하기 위해 나오는 호르몬이 암의 성장을 촉진한다. 국내 의학계도 대사증후군과 암의 상관성을 밝히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울산대 의대는 2000년 이후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환자 1만5000명을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대사증후군 위험인자를 보유한 환자가 일반인보다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1.7배 높다고 밝혀냈다. 특히 체질량지수(BMI·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지수)가 25 이상인 사람은 25 미만인 사람보다 대장에 용종이 생겨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1.6배 높았다. 특히 대사증후군 여성은 폐경 이후 암에 걸릴 위험성이 높았다. 지방 조직의 아로마타제가 분비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라디올이 암 세포의 성장을 돕는다. 김 교수는 “대사증후군은 폐경 이후 여성의 자궁내막암 발생을 높이는 주적이다. 대사증후군 위험요소가 적으면 자궁내막암에 걸려도 생존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대사증후군이 있는 환자에게 암이 발생하면 일반 암 환자에 비해 생존율이 낮다는 것이 의학계의 중론이다. 예를 들어 전립샘암 환자가 대사증후군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을 때 사망률은 1.4배 높았다. 대사증후군과 암을 함께 잡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캐나다의 온콜 교수팀은 대사증후군의 위험요소 중 하나인 고혈당과 전립샘암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그 결과 혈당을 낮추는 치료제인 메트포민이 전립샘암 사망률을 억제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건보공단, ‘대사증후군-암 두 마리 토끼 잡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대사증후군을 관리해 암 등 중증질환 발병률을 줄이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가오는 고령화사회에서는 노인 의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유병률을 낮추지 않으면 건보재정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암, 심뇌혈관계 질환 등 중증질환의 전 단계로 인식되는 대사증후군을 잡으려는 이유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보건소와 공단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무료 대사증후군 관리사업을 진행했다. 지난해만 총 63만949명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대사증후군 관리를 받았다. 정형태 건보공단 검진사후관리단장은 “대사증후군을 방치하면 심근경색, 뇌중풍, 당뇨, 암 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건보공단의 무료 대사증후군 프로그램에 참여해 미리 중증질환을 예방해 달라”고 당부했다. 건보공단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전화(1577-1000)를 이용하거나 가까운 공단 지사를 방문하면 된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후쿠시마(福島) 현 등 일본 내 8개 현에서 나온 수산물 수입이 전면 금지된다. 정부는 다른 지역의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서도 세슘 검사를 해 방사능이 조금이라도 검출될 경우 추가 검사증명서 발급을 요구해 사실상 수입하지 않을 방침이다. 정부는 5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 이어 6일 당정협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확정했다. 수산물 수입이 금지되는 지역은 후쿠시마 현 외에 미야기(宮城), 도치기(회木), 이바라키(茨城), 군마(群馬), 지바(千葉), 이와테(巖手), 아오모리(靑森) 등이다. 수입금지 조치는 9일부터 적용된다. 이들 8개 현에서 이미 수입된 수산물에는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일본산 수산물의 방사능 검역 기준도 강화된다. 지금까지 일본산 수산물 및 축산물은 세슘 기준치(kg당 100베크렐) 이하일 경우 국내에 수입 유통됐지만 앞으로 기준치 미만의 세슘이 검출되더라도 플루토늄과 스트론튬 등의 추가 검사증명서를 요구한다. 정부 당국은 이 경우 검역 기간이 최대 6주 길어져 사실상 반송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기준치 이하 세슘이 검출된 일본산 수입 수산물은 올해 9건 등 총 131건에 이른다. 총 검사 건수 1만3173건 중 1% 수준이다. 정부는 이들 8개 현에 대해 그동안 수산물 50종의 수입만 제한해왔다. 최근 후쿠시마 원전사고 현장에서 오염수가 유출된 이후 일본 수산물 수입 중단을 요구하는 국내 여론이 커지자 이를 의식한 정부가 특별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승 식약처장은 “지난달 19일 이후 하루 수백 t의 오염수가 원전사고 현장에서 태평양으로 흘러들고 있다”며 “향후 사태 예견이 어려워 특별조치를 단행한 것”이라고 말했다.세종=박재명 기자·유근형 기자 jmpark@donga.com}

“세계 최고의 신경외과 분야 전문가 4500명이 한국으로 몰려옵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8일 개막하는 제15차 ‘세계신경외과학회 학술대회’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정희원 조직위원장(전 서울대병원장)의 목소리에는 강한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정 위원장은 “한국은 30년 전 미국 등 의료 선진국에 가서 배웠던 나라였지만 이제는 ‘신경외과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학술대회가 열리는 나라가 됐다”며 “성공적인 개최로 국격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는 8∼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질 예정이다. 지난달 25일 온라인 등록 결과 세계 110개국 3563명의 신경외과 전문가가 등록 신청했다. 현장 등록자까지 더하면 2009년 제14차 보스턴 대회 때의 3479명을 넘어 약 4500명이 참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3300여 편의 논문 발표, 세계적인 신경외과 석학의 공개강좌, 3차원 수술 참관 등이 진행돼 내용도 풍성하다. 조직위는 ‘하나의 신경외과, 하나의 세계’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번 대회를 저개발국 의사들을 지원하고 교육하는 장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조직위는 약 130명의 저개발국 참가자에게 숙식과 교통비 약 3000달러씩 지원했다. 정 위원장은 “참가 110개국 중 한국보다 의술이 20년 이상 떨어진 나라가 약 70%다. 이들이 석학들의 최신 의술을 접해 의료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한국에서 열리는 학회에 다녀가면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어 해 결국 한국 전도사가 되는 이들이 많다”며 “학술대회에 한 명 오면 중형차 한 대를 파는 것보다 더 큰 부가가치가 있다”고 밝혔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중학생 시절까지 쇼트트랙 선수였던 고등학생 김모 군(18)은 운동을 그만둔 뒤에도 허리와 엉덩이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쇼트트랙의 특성상 왼쪽으로만 돌면서 골반이 틀어졌기 때문이다. 양쪽 다리 길이도 3cm나 차이가 났다. 가만히 서 있어도 체중이 왼쪽 다리로만 쏠리는 현상도 계속됐다.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가까운 정형외과에 다니던 김 군은 의사의 권유로 운동 치료를 병행하기로 했다. 일주일에 2회씩 전문 트레이너에게 척추 교정운동을 배웠다. 운동 3개월 만에 좌우 균형이 아주 좋아졌다. 다리 길이 차이도 1cm로 줄었다. 김 군은 “이제야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밝게 웃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게임에 몰두하던 중학생 성모 군(16)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성 군은 하루에 6시간 이상 스마트폰 게임에 몰두하면서 두통과 어깨 통증이 심해졌다. 급기야 일명 거북목이라고 불리는 일자목 현상이 왔다. 성 군은 거북목 교정운동을 배운 뒤 증상이 나아졌다. 목 근육 강화 스트레칭, 탄력밴드를 이용한 교정법 등 자세 교정운동을 3개월간 지속한 덕분이었다.어린이 척추환자 증가세 목 허리 골반 등에 문제를 겪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이 청소년들에게도 필수품이 되면서 이런 추세를 심화시키고 있다. 어린이 척추 질환은 성인들과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일단 발생 원인이 다르다. 성인들은 염좌나 근육경직으로 오는 요통이 많다. 반면 청소년들은 원인 불명이거나 척추분리증에 따른 요통이 많다. 자세 이상과 비만 등도 주요 원인이다. 책상에 앉아 생활하는 시간과 컴퓨터 사용 시간이 길어지는 반면에 적절한 운동을 못해 생기는 현상이다. 학업 스트레스 등 심리적 요인도 관련이 있다. 척추측만증은 대표적인 청소년 질환이다. 척추가 옆으로 휘어지는 병이다. 일반적으로 10도 이상 척추가 휘어지는 것을 뜻한다. 정상적인 척추의 옆선은 자연스러운 S자 곡선을 보인다. 척추측만증이 있으면 C자형으로 바뀌게 된다. 서승우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팀이 지난해 서울·경기지역 초중고교생 10만7854명(남 5만5546명, 여 5만2308명)을 대상으로 검사한 결과 전체의 6.8%(남 4.7%, 여 9.1%)가 척추측만증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전인 2007년보다 1.5배, 10년 전인 2002년에 비해서는 5배 증가했다. 여자 청소년이 남자 청소년보다 2배가량 많다. 특히 척추측만증은 외형적 변화보다는 요통이 주로 문제가 된다. 허리가 기울어지면서 척추신경의 통로가 좁아지는 신경공 협착증도 발생할 수 있다. 협착증이 나타나면 대체로 엉덩이부터 다리까지 땅긴다. 종아리가 터질 것 같고 발바닥까지 무감각해진다. 증상만으로 보면 추간판 탈출증(디스크)으로 오인될 수도 있다. 청소년기에 척추측만증이 발생하면 잘못 성장한 척추가 신경계통에도 이상을 일으켜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거북목은 머리가 거북이처럼 앞으로 나와 목이 일자로 변하는 증상이다. 목 어깨 허리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뒤통수 아래 신경을 자극해 두통이 생길 수 있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무직 직장인들에게 많이 나타났지만 최근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청소년 환자도 늘고 있다. 골반 틀어짐은 1년에 10cm 이상 자라는 급성장기 때 자세를 바르게 하지 않으면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성장에 맞춰 적당한 의자, 책상을 제공하지 않아 문제가 생기는 때도 많다.운동치료 병행하면 재활효과 높아 척추 질환 치료에는 약물, 비수술적 시술, 수술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초기에 발견하면 대부분 수술 없이 운동이나 교정 치료만으로도 완쾌가 가능하다. 성장기 청소년이라면 운동요법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성장판을 자극하면서 치료를 병행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척추 정렬을 바로잡아서 곧은 자세로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도 1∼3cm의 숨은 키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척추 골반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교정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최호준 맥스 퍼스널 트레이닝 스튜디오 대표는 “청소년기에는 척추 질환으로 인한 신체 불균형이 어른보다 심각할 수 있다. 반대로 운동을 통해 조금만 교정하면 효과를 더 크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 디스크가 있으면 운동을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통증이 조금 완화되면 복근과 허리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할 필요가 있다. 정성수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수영과 같은 전신 유산소운동은 디스크 환자의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최근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 연구가 주목을 받았다. 암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증상이 없어지는 상태인 ‘투약 없는 완화(Treatment Free Remission)’에 대한 연구였다. 암 치료에서 복약을 중단한다는 것은 완치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또 경구 치료제를 통한 암 완치의 사례도 없었다. 이 때문에 기능적 완치라는 새로운 개념을 입증하는 임상연구가 시작됐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관심을 끌었다. 이런 사실이 가장 반가운 사람은 바로 백혈병 환자 본인과 가족들이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나도 약을 끊어도 될지?’라고 의문을 가지게 됐다. 하지만 국내 연구진은 약을 끊기 전에 전제 조건들이 있다고 강조한다. 아직 치료제 복용 중단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손상균 대한혈액학회 만성골수성백혈병연구회 위원장은 “백혈병과 관련된 표준 치료지침이 마련될 때까지 환자들이 차분하게 대응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약 중단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혈액 내 암 유전자가 남아 있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의학 용어로는 완전 유전자 반응에 도달한다고 말한다. 혈액 안에서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의 농도가 0.0032% 이하로 줄어든 상태다. 이 상태를 1∼2년 이상 유지한 환자만 투약 중단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글리벡으로 치료했을 때 약 40%의 환자가 완전 유전자 반응에 도달했다. 이 중 투약을 중단한 뒤에도 완전 유전자 반응 상태를 유지한 환자는 3분의 1에 불과했다. 글리벡으로 치료한 전체 환자 중 12%만이 투약 중단을 고려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글리벡 이후에 나온 2세대 약물 중 타시그나는 글리벡에 비해 세 배 이상 완전 유전자 반응에 도달할 확률이 높다. 아직 임상연구 중이지만 투약을 중단할 수 있는 환자가 늘어날 수 있다. 두 번째 전제 조건은 철저하게 유전자 반응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투약 중단 뒤 다시 암 유전자 수치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투약 중단 뒤 초기 6개월은 매달, 그 후에는 적어도 3개월에 한 번씩 반드시 검사를 병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투약 중단 연구가 현재까지 완성되지 않았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완전 유전자 반응에 도달하고 이것을 유지하고 있는 환자 모두가 투약 중단이 가능하다고 결론 난 것은 아니다. 전 세계 어느 치료 지침에도 약물 투약을 중단할 수 있다는 권고안은 없다. 임상연구 결과가 나왔더라도 국제적인 백혈병 치료 지침과 가이드라인이 나올 때까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최종 가이드라인이 나올 때까지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분명한 사실은 백혈병 치료의 패러다임이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사실이다. 손 위원장은 “만성골수성백혈병의 치료는 이제 ‘기능적 완치’라는 새로운 치료 목표를 향해 진화해 가고 있다.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차분히 미래를 준비하자”고 당부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