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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아이들, 특히 여자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에이즈와 결핵, 말라리아 퇴치에 큰 진전이 있습니다. 나이지리아와 에티오피아에서는 의료 서비스를 받고 자랑스럽게 모유 수유를 하는 산모를 만났습니다.” 방한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3일 주한외교단을 대상으로 열린 조찬강연에서 이런 사례들을 열거하며 유엔 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MDGs)의 성과를 강조했다. 국제 빈곤퇴치 캠페인 MDGs는 정부가 글로벌 새마을운동을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김영목 이사장은 “새마을운동이 MDGs 달성을 위해 활용될 수 있는 국제적 모델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유엔이 2000년 새천년정상회의에서 채택한 MDGs는 8대 세부 목표로 구성돼 있다. 그 내용은 △절대빈곤과 기아 퇴치 △보편적 초등교육의 달성 △영유아 사망률 감소 △성평등과 여성 능력 고양 △모자 보건 향상 △후천면역결핍증(AIDS·에이즈) 말라리아 등 질병 퇴치 △지속 가능한 환경 보장 △개발을 위한 국제 파트너십 구축 등이다. 1일 소득 1달러 미만 인구를 절반으로 줄이자는 목표는 2010년 달성됐다. 그러나 경제 위기 영향으로 다시 1억 명이 빈곤 상태로 돌아가는 등 달성 시한으로 잡은 2015년 이후의 대책 마련이 시급해진 상태다. 유엔은 2015년 이후 MDGs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는 ‘포스트-MDGs’ 관련 작업을 이미 시작했다.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김성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등 모두 27명이 참여하는 유엔의 포스트-MDGs 고위급 패널이 활동 중이다. 이들 고위급 패널은 20∼30년을 내다보는 유엔의 활동 방향 제언과 권고가 담긴 보고서를 다음 달 반 총장에게 제출할 예정이다.이정은 기자lightee@donga.com}

북한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이 24일 “평화는 귀중하다”며 북한이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고 밝혔다. 인민군을 격려하는 의미가 담긴 선군절(25일) 기념행사에서 내놓은 발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 국장은 이날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열린 선군절 중앙보고대회에서 “경제강국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총적(최종) 목표로 내세우는 우리에게 평화는 더없이 소중하다”면서 “우리 인민은 전쟁을 바라지 않으며 어떻게 해서든지 동족상쟁을 피하고 조국을 자주적 평화적으로 통일할 것을 바라고 있다”고 연설했다. ‘핵 억제력’이나 ‘핵과 경제건설 병진’ 등은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25일에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담화를 발표하고 노동당의 역할과 기능 강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당의 영도는 인민군대의 생명이며 당의 영도를 떠나서는 인민군대의 위력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며 “우리의 총대는 영원히 당과 그 위업을 굳건히 담보하는 억척의 지지점이 돼야 한다”고 했다. 군부에 힘을 실어줬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달리 당 중심의 권력 체계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뜻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대학원대 양무진 교수는 “선군절에 나온 북한 지도자들의 이런 발언은 군이 아닌 노동당을 중심으로 경제개발에 매달리면서 대남, 대미 유화책을 쓰고 있는 최근의 북한 내부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군절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60년 8월 25일 ‘근위서울류경수 제105탱크사단’을 처음으로 현지 지도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2000년대 초 ‘선군혁명 영도 기념일’로 지정됐다가 최근 선군절로 바뀌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3일 “한국은 공적개발원조(ODA)의 좋은 본보기다. ‘새마을운동’이라는 성공 경험을 전 세계와 공유하기 위해 유엔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주한외교단을 대상으로 열린 조찬강연에서 유엔이 설정한 새천년개발목표(MDGs)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새천년개발목표는 유엔이 2000년 새천년정상회의에서 채택한 것으로, 저개발국의 빈곤 퇴치와 모자(母子) 보건, 양성 평등, 교육환경 개선 등 8대 목표를 달성하자는 계획을 말한다. 2015년까지 달성한다는 목표로 유엔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반 총장은 이를 위해 4월 ‘새천년개발목표-행동 1000일’ 캠페인을 시작하는 등 의욕을 보여 왔다. 반 총장은 “새마을운동이 1970년대와 1980년대 한국의 농촌 지역을 어떻게 발전시켰는지 잘 기억하고 있다”며 “한국은 현재 아프리카 국가들이 겪는 것과 똑같은 길을 걸어왔지만 이제 더이상 원조에 의존하지 않고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아프리카 지역의 기아와 빈부 격차, 한 해 15만 명에 이르는 모성사망률 등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한국의 지원을 촉구했다. 이날 포럼에서 김관용 경북지사는 새마을운동의 세계화를 통한 가난극복 성공사례를 발표했다. 김영목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이사장도 반 총장과 별도로 면담하고 새마을운동의 국제화에 대한 유엔의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 김 이사장은 최근 아프리카 4개국 방문 결과를 설명하면서 “새마을운동을 새천년개발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스마트하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오후에는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유엔도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DMZ 평화공원을 북한과 협의해 추진하면서 북한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오면 유엔과 협의해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갔으면 한다”며 유엔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에 반 총장은 “이미 한국 외교부와 협의해 유엔에서 실무적으로 평화공원의 법적, 정치적 가능성을 전부 검토했다”며 “남북 간에 공원 조성에 대한 합의만 이뤄지면 유엔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여러 제도적 장치에 대해 조언하고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청와대 방명록에 “대통령님의 영도하에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정착돼 평화와 번영이 깃들기를 기원한다”고 적었다. ‘영도’라는 표현이 눈길을 끌었다.이정은·윤완준 기자 lightee@donga.com}
남과 북이 9월 25일부터 30일까지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개최하기로 했다. 규모는 남북 각각 100명씩이다. 대면상봉은 2010년 10월 마지막 이산가족 상봉 이후 3년 만이다. 화상을 통한 상봉 행사도 10월 22일부터 23일까지 남북 각각 40가족씩 진행하기로 했다. 남북은 23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진행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적십자 실무 접촉에서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남북은 29일 200∼250명 규모로 상봉을 위한 생사 확인 의뢰서를 교환하고, 최종 명단은 9월 16일 교환하기로 했다. 상봉 형식과 방법은 관례에 따르고, 상봉 시작 5일 전에 선발대를 현지에 파견하기로 했다. 남북은 또 11월 중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한 차례 더 진행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를 위해 상봉 행사가 끝난 뒤 남북적십자 실무접촉을 추가로 열기로 했다. 통일부 김형석 대변인은 “이번 합의를 통해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남북이 9월 25∼30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기로 합의하면서 생사도 모른 채 속을 태워온 이산가족들이 얼굴을 마주 볼 수 있는 기회가 3년 만에 다시 열렸다. 이산가족 규모가 남북 각각 100명씩으로 결정된 것은 당초 정부가 추진했던 이산가족 상봉 규모에는 못 미친다. 정부는 200명씩을 요구했지만 북측이 난색을 표시하면서 결국 예전과 같은 수준인 100명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정부는 11월에 추가 상봉행사를 열기로 북한과 합의한 만큼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및 규모 확대의 바탕은 마련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상봉 장소는 결국 북한이 고집한 금강산으로 결정됐다. 정부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연계시킬 가능성을 감안해 장소를 금강산이 아닌 서울과 평양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11시간 가까운 ‘밀고 당기기’ 끝에 북측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남측 이덕행 수석대표는 북측 박용일 수석대표에게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 생사 확인, 서신 교환 실시도 요구했다. 납북자와 국군포로의 생사·주소 확인을 위한 남북 양측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북측은 “납북자와 국군포로의 생사·주소 확인을 위해 남북이 노력하자”는 남측의 문제제기에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가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를 꺼내 들었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이들과 가족들의 별도 상봉을 제안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국군포로 및 납북자 문제와 이산가족 상봉은 성격 자체가 다르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에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는 만큼 기존 관례대로 전체 대상의 10% 정도는 국군포로와 납북자 가족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실무협의에서는 쌀 지원이나 수해 지원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고 금강산(관광)도 없었다. 순수하게 상봉 행사에 집중해서 결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이정은·조숭호 기자 lightee@donga.com}

“과거 우리는 한국에 적과 싸우러 갔다. 이제는 닥터 김이 이곳에서 우리의 결핵과 싸워주고 있다.” 에티오피아의 한 보건요원이 최근 현지에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하얀 가운의 한국인을 위해 지은 시의 일부다. 하얀 가운의 주인공은 에티오피아 현지에서 의료봉사를 펼치고 있는 김정룡 박사(53·사진). 그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개성공단 내 유일한 병원인 개성협력병원의 원장이었다. 남한 의사로는 유일하게 8년간 개성공단에 상주하며 북한 의사들과 함께 개성공단 주민들을 치료했다. ‘개성공단의 슈바이처’로도 불리던 그는 개성공단 문이 닫히기 직전인 4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에티오피아 결핵예방 및 퇴치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아프리카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일산백병원이 올해부터 개성공단 내 병원 운영을 맡겠다고 나서면서 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 소속인 그가 설 자리도 없어진 시점이었다. 20일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만난 김 박사는 “개성협력병원에서 일할 때 결핵이나 말라리아 같은 감염병 질환을 맡았던 경험이 이곳에서 많은 도움이 된다”며 “아프리카와 북한의 보건 체계에 유사한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현재 에티오피아 보건국과 함께 결핵퇴치 사업을 기획하고 보건요원들을 교육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한국이 지원한 이동검진차량을 타고 직접 빈민들의 가래를 받아 객담조사를 하고 진료하는 일도 함께하고 있다. 열대의학을 전공한 김 박사는 과거 인도 콜카타(옛 캘커타)에서도 16년간 의료봉사활동을 해온 경력이 있다. KOICA와는 탄자니아 현지의 모자보건 사업자들의 교육훈련 프로그램에 강사로 참여했다가 인연을 맺게 됐다. 김 박사의 부인은 지금도 인도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고, 영국에서 의학을 공부하는 두 아들도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김 박사는 최근 남북한이 개성공단 재가동에 합의했다는 소식에 “남북 관계가 오르막길에서 잠깐 숨을 고르고 다시 힘차게 나아가려는 것”이라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연말까지 아디스아바바에 머물 예정인 그는 “한국에 돌아간 이후에도 북한과 관련된 일을 계속하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다. 그는 내년 평양과학기술대에 신설될 예정인 의학부에 교수로 와 달라는 제안을 최근 받았다고 했다. 김 박사는 “개성공단에 들어갈 때부터 통일이 되는 것을 북한 땅에서 보겠다는 생각이었다”며 “아쉽게 개성공단을 떠나왔지만 앞으로도 북한 결핵퇴치 등에 기여해 통일의 꽃이 피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아디스아바바(에티오피아)=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이 23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다. 실무접촉 장소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던 북한이 예정일을 하루 앞둔 22일 판문점 채널을 통해 우리 정부의 제안을 전격 수용한 데 따른 것이다. 북한은 정부가 9월 25일 개최하자고 수정 제의한 금강산관광 재개 관련 실무접촉에 대해서는 “금강산관광은 빨리 재개했으면 좋겠다”며 8월 말∼9월 초 금강산에서의 개최 희망 의사를 밝혔다. 23일 실무접촉에는 남측에서는 이덕행 대한적십자사 실행위원이, 북측에서는 박용일 적십자 중앙위원회 중앙위원이 각각 수석대표로 나선다. 이산가족 상봉 규모와 장소 등을 둘러싼 양측의 논의가 무난히 합의에 이를 경우 이산가족 상봉은 2010년 10월 이후 3년 만에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상봉 시기는 추석(9월 19일)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들의 생사를 확인하고 명단을 확정하는 데만 한 달 정도 걸리기 때문에 추석 이전에 진행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상봉 규모는 과거보다 더 늘리고 상봉 행사도 정례화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이뤄진 18차례의 상봉 행사 규모는 남북 양측에서 각각 200명이었던 14차를 제외하고는 모두 100명이었다. 상봉 장소를 놓고는 남북 간의 밀고 당기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금강산을 제시한 반면에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태도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과거 4차∼18차 상봉 행사가 금강산에서 열리긴 했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사업이 중단된 현 시점에서 인도적 사안인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의 분리대응 원칙을 세워놓은 만큼 이를 무너뜨릴 수 있는 상황으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게 당국자들의 생각이다. 다만 정부는 북한이 당초 이산가족 상봉의 실무접촉 장소로 고집하던 금강산을 포기하고 정부의 수정 제안인 판문점을 받아들였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북한이 금강산-이산가족 상봉의 연계를 다소 느슨히 풀면서 남한과의 협상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측 입장이 무뎌지고 강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원산관광특구 건설 등에 필요한 자금 확보에 혈안이 돼 있는 상황이다. 금강산 관련 실무접촉의 시기를 이르면 8월 말로 당겨서 하자고 재차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두 사안의 연계가 쉽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금강산 관련 회담을 살려나가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회담의 시기와 장소 등을 검토한 뒤 정부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과거처럼 이산가족 상봉의 대가로 경제적 지원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또 다른 당국자는 “이산가족 상봉 같은 사안에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것이 정부의 원칙”이라면서도 “인도적 차원의 지원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한국 사람들이 여기서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를 새삼 다시 느끼고 있습니다. 새마을운동의 세계화를 통해 (빈곤한) 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을 대한민국의 진정한 친구로 만드는 일에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5월 취임 후 처음으로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김영목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은 현지에서 발견한 새마을운동의 국제화 가능성에 흥분한 듯 보였다. ‘아프리카판 새마을운동’을 통한 성장 잠재력을 설명하면서 그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흔히 구토와 복통을 동반하는 말라리아 예방약을 복용하고 하루 종일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피로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14일 저녁(현지 시간)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에서 기자와 만난 김 이사장은 “새마을운동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정받는 개발협력의 모델”이라며 “올해에만 25개국이 새마을운동의 노하우를 전수해달라고 새로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내전과 ‘인종청소’라는 최악의 비극에 신음하다가 뒤늦게 개발을 시작한 아프리카 국가들에 새마을운동은 성장이라는 역사의 새 장(章)을 여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새마을운동의 정신과 노하우를 빈국들에 전수하고 이를 한국형 공적개발원조(ODA)의 모델이자 새로운 국가 브랜드로 만들기 위한 시도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김 이사장은 7월 아시아 순방에 이어 이달 아프리카 순방을 강행군하며 ‘글로벌 새마을운동의 전도사’로 나섰다. 21일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모잠비크, 에티오피아를 방문해 새마을운동의 전수 현장을 둘러볼 계획이다. 그는 “한국의 대외원조는 사람이 직접 개입해 현지인들과 함께 개발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감동이라는 요소가 있다”며 “이를 통해 나누는 한국의 ‘정(情)’은 그 흡입력과 밀착력 면에서 돈만 주고 끝나는 다른 국가들의 원조와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아프리카의 자원을 노리고 거액의 원조 공세를 펴는 중국 등 일부 국가와는 달리 “땀으로 마음을 얻는 원조”라는 설명이다. 그가 방문한 우간다의 경우 농민들이 자체적으로 새마을운동 관련 조직을 만들고 ‘SMU(SaeMaeul Undong의 영문 약자)’라는 이름을 퍼뜨리며 적극적으로 이를 배우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의 추진 의지도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이사장은 이날 오후 무세베니 대통령과 면담했다. 27년째 장기집권 중인 무세베니 대통령에게 새마을운동의 정신과 성과를 역설했다. 최근 석유 매장 사실이 확인되면서 외국기업들의 정유시설 투자를 타진하고 있는 우간다와 한국의 협력 가능성도 언급했다. 김 이사장의 열정적 설명에 무세베니 대통령은 커다란 웃음과 함께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호응했다고 한다. 김 이사장은 “하루빨리 개발협력의 성과를 보고 싶어 하는 우간다 정치인들의 열의가 대단하다고 느꼈다”며 “이런 국가들에서 진행하는 글로벌 새마을운동이 성공적으로 확산될 경우 국내 젊은이들에게도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캄팔라(우간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북한의 대남 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사진)이 “개성공단 문을 닫을 생각이 없었는데 (대남 강경파인) 군부 때문에 결과적으로 가동이 중단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은 지난달 27일 북한의 이른바 ‘전승절’(정전협정 기념일) 60주년 관련 행사 참석차 방북한 평화자동차 박상권 사장과 2시간 반 동안 면담하는 과정에서 이런 내용을 언급했다고 복수의 정부 관계자와 대북 소식통들이 11일 전했다. 김 부장은 4월 8일 개성공단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본 뒤 북측 인력의 전원 철수와 공단 가동의 잠정 중단을 선언하는 담화를 발표한 장본인이다. 그런 그가 당초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할 의사가 없었음을 밝힌 만큼 14일로 예정된 제7차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에서 북측이 좀 더 긍정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박 사장은 9일 통일부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개성공단과 관련해 김 부장과 나눈 구체적인 이야기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다만 그는 “김 부장이 ‘개성공단이 잘돼야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조성도 잘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김 부장이 “개성공단도 따지고 보면 DMZ에 있다(개성공단도 DMZ를 지나가야 한다는 뜻인 듯). 개성공단이 잘돼야 DMZ에 공원 만드는 것도 되든지 말든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박 사장은 덧붙였다. 박 사장은 “북한에서 누구도 (개성공단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나도) 개성공단은 잘되리라 생각한다”며 긍정적 전망을 피력했다. 방북 기간 중 북한의 마식령 스키장 건설 현장과 원산시 관광특구 일대를 둘러본 박 사장은 “북한이 백두산과 칠보산, 원산, 금강산, 개성 등 6개 지역에 관광특구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를 위해 군부가 운영하던 백두산 인근의 삼지연공항과 칠보산 인근의 어랑공항, 원산 인근의 갈마공항 등 3대 공항을 모두 민영화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한 대북 소식통은 “여기서 ‘민영화’는 군부가 아닌 기관이 담당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한국의 민영화와는 다른 의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평양에서 해외 동포들과의 단체 기념사진 촬영을 하던 중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단둘이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김정은이 자신을 앞으로 불러내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 때부터 지속적으로 좋은 관계를 가져 온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조국통일을 위해 함께 손잡고 일해 가자”며 따로 촬영을 했다고 전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북한이) 절대 (쉽게) 붕괴할 거 같진 않다. 이제 와서 (갑자기) 붕괴되겠는가.” 북한의 이른바 전승절(戰勝節·정전협정 체결일) 60주년 행사 참석차 최근 방북했던 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은 9일 저녁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체제를 이렇게 평가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박 사장은 총 215차례 방북한 북한통이다. 그는 평양과 마식령 스키장, 금강산 등을 둘러보고 북한의 최근 모습을 사진과 영상에 담아왔다. 그는 “어쨌든 김정은은 외국에서 공부를 해서 영어가 될 것이고 외국 의식구조를 갖고 있을 거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아버지(김정일) 할아버지(김일성)보다 진취적으로 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평양이 (김정은) 집권 1년밖에 안 됐는데, 그 1년간 변한 걸 보면 과거 10년 변한 것만큼 변했다”며 “평양 시내는 바닥부터 달라지고 있다. 평양 잔디가 지금 빈틈이 없다. 5cm도 빈 땅이 안 보이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물론 잔디 많이 심는다고 배고픔이 해결되진 않지만 집안청소 안 되곤 아무것도 안 된다”며 “(평양에서) 미화사업을 대대적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가장 인상적인 ‘평양의 변화’ 중 하나로 발마사지를 들었다. 그는 “평양에는 그동안 발마사지가 없었다. 자존심이 세서 발 만져주고 돈 받는 건 중국이나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드디어 여기(평양)서도 발마사지를 하더라. 놀라운 일이다”고 말했다. 평양 시내에는 경유로 달리는 버스가 등장했고 전력 여건도 전보다 나아진 것 같았다고 전했다. 마식령 스키장 공사 현장에서 북측 담당자와 만난 박 사장은 “김정은이 10년짜리 공사를 무조건 올해 안에 끝내라고 해 몇만 명이 작업을 하고 있더라”며 “스위스에서 가져오려던 리프트 대신 백두산 삼지연 근처 스키장에 있는 것을 뜯어다 쓴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이 마식령 스키장 등 원산관광특구를 인민들로부터 자신의 역량과 능력을 테스트(평가)받는 장(場)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북측은 스키장과 명사십리해수욕장 등을 연계한 관광특구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 사장은 “싱가포르 홍콩 중국의 돈 있는 사람들이 이 지역에 투자하겠다고 직접 찾아온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 대북 소식통은 “박 사장은 사업차 방북해 지도층의 안내를 받는 처지여서 북한의 실상을 100% 알기는 힘들 수 있다”며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 및 붕괴 가능성에 대한 징후도 적지 않게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 사장은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에 대한 인상도 소개했다. 그는 “이번 방북 때 김여정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전에 자주 봤다”면서 “똑똑해 보였고 행동이 빨랐으며 군인들의 인사를 꼬박꼬박 다 받아주는 모습에 ‘저 사람 잘하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고모 김경희에 대해서는 “몸은 약해 보였지만 꼿꼿하게 걷는 걸 보니 지금은 (몸 상태가) 괜찮은 거 같다”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북핵 문제의 해결 방안 등과 관련해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의 역할론’을 주문했다. 그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났을 때 ‘제발 통일에 관심을 갖고, 평양에 한 번 가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구상도 다 유엔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반 총장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김철중·이정은 기자 tnf@donga.com}
북한의 김정은 지도부가 노동당 당원들을 상대로 “일부 당원들이 국가적 시책에서 자기 잇속만 차리고 있다”며 부정부패 현상을 강하게 질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가 9일 입수한 북한 노동당의 내부 자료에 따르면 노동당 지도부는 올해 4월경부터 당원들을 상대로 한 강연자료에서 “일부 당원이 국가 물자를 갖고 제 것처럼 특세(위세)를 부리면서 사람들에게 돈과 물건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도부는 이어 “이런 반당(反黨)적인 행동으로 인해 민심이 흐려지고 인민들에게 생활상 불편을 주고 있다”며 “당원들은 온갖 비(非)사회주의적 현상들을 철저히 짓뭉개버리기 위한 투쟁에서 맹수가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에 공개된 내부 자료에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칭송하며 그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는 내용도 대거 포함돼 있다. 김정은이 주민 편의시설인 ‘류경원’의 한증탕을 현지지도 했을 당시 “위생을 위해 돗자리가 아닌 의자를 깔라”고 지시하고 공기조화기(정화기)를 설치해주는 등 인민들에게 세세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식의 내용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10월 마식령 지구에서 폭탄이 발견됐을 당시 온몸을 던져 해체 임무를 맡았다는 폭발물처리대 대원의 이야기 등을 충성의 모범 사례로 소개했다. 한 북한 소식통은 “충성 사례로 폭탄 제거 이야기를 소개했지만 다르게 보면 김정은을 테러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의미도 된다”고 지적했다. 이 강연자료는 “제3차 지하 핵시험에서 성공한 그 본때로 당 정책을 관철시켜야 한다. 경제강국 건설을 힘 있게 밀고 나갈 담보가 확고해졌다”며 핵실험의 의미를 강조했다. 다른 소식통은 “체제가 불안정하고 당원들의 동요가 심해지다 보니 핵실험을 앞세워 민심을 다독이려고 애쓰는 모습이 더 역력한 것이 눈에 띈다”고 분석했다. 한편 북한은 8일 정부의 제7차 개성공단 회담 수용 통보에 회신 통지문을 보내면서 “(우리의) 아량과 대범한 제안에 찬물을 끼얹는 말을 삼가 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9일 뒤늦게 밝혀졌다. 남한 언론이 개성공단 회담 재개 사실을 보도하면서 ‘달러 박스를 포기 못하는 북한’ ‘북한의 굴복’ 같은 표현을 쓴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는 이날 오전 판문점 채널을 통해 다시 북측에 통지문을 보내 “북한 전통문의 일부 표현은 상호 존중의 자세에서 벗어난 것으로 적절치 못하다. 7차 회담에서 쌍방이 서로 존중하는 자세로 협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북한이 7차 회담에서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남한 언론 보도를 문제 삼아 협상 진행을 어렵게 할 개연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정부는 14일 개최되는 제7차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이 개성공단을 다시 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배수진을 칠 계획이다. 청와대와 통일부는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합의문 서명을 이끌어 낸다는 목표로 북한의 재발 방지 약속과 가동 중단의 책임 인정을 확답받기 위한 회담 준비에 들어갔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8일 “이번이 진짜 마지막 회담”이라며 “이번에도 북한이 진정성을 보이지 않으면 더이상 기다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6차 회담 때 내놓은 합의서의 재발 방지 관련 조항에서 ‘남측은 군사적 위협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언급했으나 7일 특별담화에서는 이 부분이 빠지고 ‘정세의 영향 없이 정상 운영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 변화를 가장 주목한다. 북측 대표단은 6차 회담에서 남측 김기웅 수석대표가 “우리는 다음 달에 예정대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하는데 이를 이유로 또 개성공단을 폐쇄할 수도 있다는 뜻이냐”고 물었을 때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북한은 회담이 결렬된 이후 연이어 UFG 한미 연합군사연습에 대해 ‘북침 역습을 위한 훈련’이라며 강하게 비난해 왔다. 이 때문에 정부는 북한이 개성공단 정상화에 대한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북한의 이번 전향적 제의가 19일부터 열리는 UFG와 같은 군사훈련을 비난해 온 기존 행태의 변화로도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른 정부 고위관계자는 “14일 만나서 이 부분을 분명히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 오후 4시 판문점 연락관의 연장근무를 요청한 뒤 오후 5시 40분경 ‘남북이 같이 노력해서 7차 회담에서 좋은 결실을 이룰 수 있길 바란다’는 통지문을 전달했다. 이날 오전 정부가 김기웅 수석대표 명의로 ‘북측의 14일 회담 제의를 받아들인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낸 것에 대한 답신 차원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이례적으로 판문점 채널의 가동 시간을 연장하면서까지 ‘친절한’ 메시지를 보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말했다. 휴가를 단축하고 7일 저녁 급히 사무실로 복귀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8일 간부회의를 열어 회담 전략과 대응책 등을 논의했다. 한편 정부는 회담 개최와는 별개로 입주기업들이 신청한 남북경협 보험금은 계획대로 지급하기 시작했다. 수출입은행은 “경협보험금을 신청한 109개사 중 절차를 마친 2개사에 대해 8일 각각 51억9800만 원과 3억1200만 원 등 모두 55억1000만 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이 2개사는 가죽제품·액세서리 제조사와 의류업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회사가 지급받은 보험금만큼 개성공단 내 설비 등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대위권은 정부로 넘어가게 된다. 보험금 지급이 개시됐지만 일부 기업은 산정심사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개성공단 업체의 한 대표는 “100억 원 가까이 개성에 투자했는데 정작 보험금은 4분의 1만 준다고 해 불만이 많다”며 “당분간 보험금을 받지 않고 7차 남북 실무회담 결과를 지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이정은·이상훈 기자 lightee@donga.com}
정부의 개성공단 실무회담 제의에 묵묵부답하던 북한이 7일 “14일에 제7차 남북 당국 회담을 열자”며 마침내 입을 열었다. ‘개성공단을 살리자’는 적극적인 의지까지 담았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회담 재개를 제의한 지 열흘 만이고, 7일 오후 3시경 정부가 개성공단 경협보험금 지급 결정을 발표한 지 약 1시간 만이다. 북한은 이날 오후 4시경 판문점 연락관 채널 및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의 특별담화를 통해 개성공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제7차 회담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은 이와 함께 △개성공단의 잠정 중단 조치 해제 및 남측 인력의 출입 전면 허용 △북측 근로자들의 정상 출근 보장 △남측 인원의 신변안전 담보 및 재산 보호 △정세의 영향 없이 정상 운영 보장 등도 약속했다. 조평통 대변인은 특별담화에서 “개성공업지구를 위기에서 구원하고 번성하게 하는 것이 애국적 용단이며 정의로운 선택”이라며 “남조선 기업들의 고통과 피해를 줄이며 긴장 완화를 바라는 내외 여론의 기대와 염원에 맞게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또 담화는 “지난 10년간 온갖 풍파와 곡절 속에서도 겨레에 통일에 대한 희망과 신심(믿음)을 안겨 주던 개성공업지구가 이제 깨지게 되면 북과 남 온 겨레의 마음속에 줄 상처와 북남 관계에 미칠 영향은 실로 이루 다 헤아릴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김형석 대변인은 이날 오후 늦게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 정부의 당국 간 대화 제의에 북한이 전향적으로 나온 것으로 평가한다”며 북측의 ‘14일 회담 제의’를 수용했다. 유창근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은 “7차 회담이 성사된 것에 대해 적극 환영한다”며 “긍정적인 합의 결과를 통해 개성공단 정상화가 조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에 경협보험금을 지급하겠다며 그동안 북측에 경고해 온 ‘중대 결단’으로 가는 사전 조치를 사실상 본격화했다.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는 이날 위원 18명의 서면 의견을 종합해 기업들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의결했다. 정부는 교추협의 의결과 수출입은행의 지급 심사 등을 통해 7월 말까지 보험금을 신청한 109개 기업을 대상으로 지급할 2809억 원의 보험금 액수를 확정했다. 보험금을 신청한 기업들은 8일부터 수출입은행에서 회사당 최대 70억 원에 이르는 보험금을 개별적으로 지급받게 된다. 그 금액의 한도 내에서 개성공단 내 설비 등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대위권은 정부에 넘어가게 된다. 정부로서는 향후 북한과의 협상 및 개성공단 폐쇄 등 중대 조치를 부담 없이 진행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개성공단 사태의 재발 방지 등이 명실상부하게 보장되지 않으면 (공단 폐쇄를 불사하는) 중대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정부의 일관된 방침을 북한이 이해하고 호응해오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7차 회담에서 실질적 결실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이정은·강유현 기자 lightee@donga.com}

정부가 강경한 태도로 ‘중대 조치’의 사전 절차를 밟기 시작하면서 폐쇄 위기에 몰렸던 개성공단은 북한의 제7차 회담 역제의와 정상 가동 약속으로 일단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벼랑 끝에서 돌아서긴 했지만 개성공단의 정상화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핵심 쟁점인 ‘개성공단 가동 중단의 책임 인정’ 부분에 대해 북한이 근본적 태도까지 바꾼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기 때문이다. 14일 개성공단에서 열리는 제7차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은 이런 점에서 개성공단의 향후 운명을 결정할 최후의 결전이 될 개연성이 크다.○ 결국 한발 물러선 북한 북한은 지난달 28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대북 인도적 지원 발표와 함께 내놓은 제7차 회담 제의에 대해 7일 오전까지 11일째 묵묵부답 상태였다. 그랬던 북한이 이날 오후 3시경 정부가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가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에 대한 경협보험금 지급 사실을 발표하자 1시간 만인 오후 4시 긴 침묵을 깨고 전격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북한은 특별담화 내용을 미리 준비해 놓고 정부가 실제 개성공단을 폐쇄할 의지가 있는지를 살폈을 개연성이 크다. 그러다 정부가 북한에 경고해 온 ‘중대 결단’을 단행할 조짐을 보이자 서둘러 이를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의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며 먼저 회담 결렬을 선언하는 등 엄포를 놨지만 결국 ‘돈줄’인 개성공단 재가동의 필요성이 절박하다는 점을 자인한 셈이다. 북한이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의 특별담화 형식으로 내놓은 제안에는 정부가 그동안 요구해 온 내용들이 대폭 수용돼 있다. 조평통 대변인은 특별담화에서 “개성공업지구 남측 인원들의 신변안전을 담보하며 기업들의 재산도 철저히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어가 ‘북측’으로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조평통이 엄숙히 천명하는 내용 중 하나로 열거해 사실상 북한이 이를 보장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기존에 내놨던 합의안 및 수정안의 2조에서 주어를 ‘북과 남’으로 고집하며 공동책임을 요구했던 태도에서 물러선 셈이다. 또 북한은 4월 8일 일방적으로 선포했던 개성공단의 잠정 가동 중단 조치를 해제하고 입주기업들의 출입도 전면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설비 점검과 가동 준비가 된 기업들에는 북측 근로자들의 정상 출근도 보장하겠다고 했다. 재발 방지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주체를 ‘북과 남’으로 내세웠지만 ‘중단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며 정상 운영을 보장한다’는 정도로 타협적인 문구를 넣었다. 6차 회담에서 요구했던 ‘남측은 공업지구를 겨냥한 불순한 정치적 언동과 군사적 위협을 하지 않는다’는 표현은 사라졌다.○ 최종 타결의 길목에 놓인 난제들 북한은 이날 담화에서 정부가 핵심으로 보고 있는 책임 인정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가장 걸림돌이 되는 부분에 대해 여전히 기존 방침을 고수할 개연성이 있다. 다만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이 내놓은 제안들이 기존 6차 회담까지 내놨던 합의문 및 수정안에 비해 전향적인 내용을 담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북한의 태도 변화를 감안할 때 14일에 열릴 7차 회담에서 책임 인정 부분에 대해서도 보다 진전된 합의안을 가져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이유다. 정부 핵심 당국자는 “회담 결렬을 선언하면서 남측의 입장 변화를 회담 재개의 조건으로 내걸었던 북한이 조건 없이 회담 재개를 제의하고 나온 것 자체를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며 “개성공단을 어떻게든 유지해 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차기 회담에는 남측의 김기웅 수석대표와 북측 박철수 수석대표가 그대로 참석한다. 북한이 차기 회담에서 개성공단 가동 중단의 책임을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다 명확한 재발방지를 약속한다면 나머지 쟁점들은 일사천리로 풀릴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이미 6번의 회담을 진행하면서 정부가 요구해온 개성공단의 국제화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합의문 수정안에 “개성공단 내의 인터넷 통신, 휴대전화 등 원만한 통신보장, 통관 절차의 간소화와 통관 시간의 단축 등 조치를 협의한다”고 명시해 이른바 ‘3통’ 문제의 해결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남북한이 합의에 도달하더라도 개성공단 재가동 시기를 놓고 실랑이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서둘러 합의문에 서명한 뒤 곧바로 개성공단 문을 다시 열자고 요구할 것이다. 반면 정부는 ‘3통’ 개선 이행 등 합의문의 내용이 현실화된 이후 개성공단을 열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핵심 당국자는 “우리가 (북한을) 한두 번 본 것도 아닌데 냉정하고 냉철하게 여러 가지 잘 감안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독도 인 더 헤이그’라는 독도 관련 소설을 써서 화제를 모았던 정재민 판사(36·사진)가 최근 ‘국제법과 함께 읽는 독도현대사’라는 책을 냈다. 지난 2년간 외교부 독도법률자문관으로 일하면서 얻은 지식과 경험을 총동원해 독도에 대한 전문 서적을 탄생시킨 것이다. 정 판사는 22일 법원으로 복귀한다. 정 판사는 ‘하지환’이라는 필명으로 독도 소설을 썼다가 2011년 이를 읽은 당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요청으로 이례적으로 외교부에 파견됐다. 당초 파견근무 기간이 1년이었지만 지난해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후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한일 외교전이 불붙으면서 임기를 1년 연장했다. 새 책에는 국제법적 측면에서 분석한 일본의 독도 침탈 불법성 등이 읽기 쉽게 정리돼 있다. 그는 “앞으로도 영토문제와 관련된 국제법 공부를 계속해서 그동안의 공부와 경험이 헛되지 않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3일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10주기 추모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북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구두(口頭)친서를 전달했다. 원동연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통해 전달한 친서에서 김정은은 “정몽헌 선생은 민족화해와 협력의 길을 개척하고 북남관계 발전과 조국통일 성업을 위해 큰일을 했다”며 “그의 명복을 기원하며 현 회장을 비롯한 선생의 가족과 현대그룹의 모든 일이 잘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북한이 정부의 개성공단 실무회담 재개 제의에 일주일째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메시지여서 주목된다. 친서에는 개성공단과 관련된 직접적 언급이나 특별한 정치적 메시지는 없다. 그러나 최고지도자의 친서 형식이라는 점에서 개성공단을 비롯한 남북경협 재개에 대한 북측의 의지와 기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의 최측근이자 대남업무의 실세로 평가받는 원동연을 직접 금강산에 보냈다는 점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현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5년 이상 관광이 중단되고 힘든 상황이지만 현대는 결코 금강산 관광을 놓지 않을 것”이라며 “반드시 관광이 재개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민간 분야에서 남북경협을 주도했던 정 전 회장에 대해 잇달아 애도를 표시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4일 김정은의 친서 내용을 공개하는 한편 황호영 금강산국제관광특구지도국 국장이 추모사를 통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정 전 회장에 대해 “큰 사랑과 믿음을 줬다”고 평가했다는 내용도 전했다. 이런 북한의 태도로 볼 때 이번 주 중 정부의 회담 제의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답변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들도 “개성공단 정상화가 우리 정부의 입장이지만 언제까지 북한의 답변을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압박했다. 19일부터 2주간 진행되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연합군사연습이 시작되면 사실상 남북 당국 간 대화가 불가능해지는 경색 국면으로 전환된다는 점도 결단 시기가 머지않았다는 전망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중대 결단’을 검토, 확정해 북측에 통보하고 이후 따르는 세부 조치를 이행하려면 이번 주가 데드라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5일까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신청한 경협보험금에 대한 심의를 마치겠다고 밝힌 것도 북한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협보험금을 받는 기업은 공단 내 자산의 소유권을 정부에 넘겨야 하는데, 이는 개성공단 폐쇄 수순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10개사가 신청한 경협보험금을 지불하는 데는 2800억 원의 남북협력기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통일부 김형석 대변인은 4일 성명을 통해 “북한 당국의 진정성 있는 태도를 원하는 국민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북한이 진정 개성공단을 남북관계의 시금석으로 본다면 침묵이 아니라 책임 있는 말과 행동으로 그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은·강홍구 기자 lightee@donga.com}
“박철수는 반드시 개성공단을 재가동시키라는 상부의 지령을 받고 온 게 분명해 보였다. 그런데도 진전이 없었으니 매번 회담이 끝날 때마다 죽을 맛이었고 평양 돌아가서도 많이 혼났을 거다.” 이달 초부터 이어진 개성공단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을 지켜본 한 정부 관계자는 북측 박철수 수석대표의 태도를 이렇게 분석했다. 절실함과 조바심이 동시에 느껴졌다고 한다. 북측 박 수석대표는 25일 6차 회담에서 “오늘 내로 논의를 마무리 짓자”며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오후 종결회의에서 남측 김기웅 수석대표가 “차기 회담 일정을 잡자”고 제안하자마자 “결렬하자는 겁니까?”라며 ‘결렬’이라는 단어를 먼저 꺼내고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대규모 열병식을 예고한) 7·27 기념일(전승절) 전에 어떻게든 마무리하려고 했던 것 같다”며 “아무리 밀어붙여도 우리(남한)가 꿈쩍하지 않으니까 과거에 되풀이해 온 수법대로 일단 세게 치고 나온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6일 새벽 제6차 실무회담 소식을 전하면서 “남측이 오후 4시도 되기 전에 회담을 일찌감치 걷어치우고 다음번에 보자는 식으로 노골적인 지연 전술에 매달렸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이날 오전 9시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한 남북 간 개시 통화에는 정상적으로 응했다. 정부는 26일 북한을 향해 경고한 ‘중대 결심’이 개성공단의 영구 폐쇄를 의미한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서로가 말싸움을 할 수는 있지만 주먹을 썼다면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분명하고 구체적이고 확실한 보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주먹을 휘두른 일방적 폭력’으로 심각하게 규정한 것이다. 정부는 재발 방지와 관련해 일방적인 통행 제한, 근로자 철수 등 북한이 해서는 안 되는 구체적인 행동들을 합의서 문구에 넣어야 하고 책임의 주체도 ‘북측’이라고 명시하도록 요구해 왔다. 한편 개성공단 정상화촉구 비상대책위원회는 26일 통일부를 방문해 개성공단을 계속 유지할지에 대한 명확한 방침을 내놓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또 △입주 기업별로 1, 2명의 인력이 공단에 체류하거나 지속적으로 방북할 수 있도록 할 것 △공단 주재원과 국내 지원인력 약 5000명의 급여를 직접 보전할 것 △도산 위기 기업들에 대한 경협보험금을 신속히 집행할 것 △실효성 있는 긴급 대출을 해줄 것도 촉구했다. 옥성석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은 “정부로부터 버려진 느낌이다. 희생하고 인내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고 호소했다. 개성공단 비대위는 30일 입주 기업 전체회의를 열고 공식 의견 및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통일부 측은 “협상이 진행되지 않은 것은 북한이 재발방지 약속을 하지 않았고 지나치게 모호한 문구를 합의안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라며 “북한이 ‘폐쇄’가 아닌 ‘결렬 위기’라고 표현한 만큼 기다려보겠다”고 말했다.이정은·강유현 기자 lightee@donga.com}

북한이 체제 선전을 위해 이른바 ‘7·27 전승절’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곳곳에 삐거덕거리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5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첫 외신 인터뷰를 놓고 전승절 행사 지휘부와 외무성 간 알력이 벌어지고 있다. 행사 지휘부는 외신 인터뷰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목적을 내세운 반면 실제 외신을 접촉하는 외무성은 해외 취재진에게 “우리는 초청 주체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발뺌하며 아직까지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다는 것. 그 과정에 인터뷰를 알선하고 수만 달러를 받은 재미교포 대북 브로커가 있다는 설까지 나돌고 있다. 북한 당국이 대대적인 행사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해외 상사원들에게 ‘1인당 최소 1000달러(약 111만 원) 상납’을 지시한 것을 놓고 내부적인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최근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 거주하는 상사원들에게 ‘1000달러 이상’이라고 최소금액만 규정해 외화 상납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부 상사원은 개인 명의로 돈을 빌려서까지 수천 달러를 송금하고 있다고 대북 소식통이 전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위한 독일제 천체망원경과 부인 이설주가 사용할 것으로 보이는 프랑스제 미용기구 등 이른바 ‘특수 물자’ 구입 및 발송 지시도 함께 하달됐다. 발렌타인 30년산을 비롯한 고급 양주도 무려 1000여 상자나 조달 품목 리스트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이날 중국 베이징(北京)∼평양 고려항공을 기존 1편에서 3편으로 늘리는 등 막판 손님 모시기에 나섰다. 평양행 스케줄이 없던 중국국제항공도 임시편을 편성해 운행에 들어갔다. 리위안차오(李源潮) 중국 국가부주석과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가 이날 북한으로 떠났고 프로레슬러 출신인 일본의 안토니오 이노키 일본 참의원 의원도 공항에 나타나 취재진의 관심을 끌었다. 이에 앞서 24일에는 북한으로부터 초청받은 외신기자 100명가량이 서우두 공항을 통해 평양으로 갔다. 방북 외국인은 2000∼3000명으로 추산된다. 정부 당국자는 “사상 최대 규모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던 중공군 수십 명과 미군 2명도 초청했다. 한편 북한은 25일 평양 연못동에서 ‘조국해방전쟁 참전열사묘’ 준공식을 개최했다. 평양에 국립묘지에 해당하는 혁명열사릉과 애국열사릉을 갖고 있는 북한이 새 군인 묘역을 조성한 것은 김정은 체제의 상징물로 만들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노광철 인민군 부총참모장이 중장(우리의 소장)에서 상장(우리의 중장)으로 진급한 사실도 처음 확인됐다. 북한이 정전일을 앞두고 군 승진인사를 단행해 군심(軍心) 챙기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정은 기자·베이징=고기정 특파원 lightee@donga.com}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5일 열린 남북 당국 간 제6차 실무회담이 차기 회담 일정을 잡지 못한 채 결렬됐다. 북측은 결렬 직후 “개성공단에 군인들을 다시 주둔시킬 수 있다”고 위협했다. 남측도 북한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개성공단 폐쇄 방안도 결단할 수 있다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남북 간에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남북관계 전반이 경색될 개연성이 커졌다. 남북한은 이날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제6차 회담을 열었으나 핵심 쟁점인 북측의 가동 중단 책임 인정 및 재발 방지 약속을 놓고 기존의 견해차를 전혀 좁히지 못했다. 북측 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지도개발총국 부총국장은 회담 결렬을 선언한 후 회담장과 같은 건물에 마련된 남측 프레스센터에 임의로 들어가 “개성공업지구는 남측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얼마든지 운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개성공업지구 협력사업이 파탄되게 된다면 공업지구 군사분계선 지역을 우리 군대가 다시 차지하게 될 것이며 서해 육로도 영영 막히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박 대표는 이런 주장을 담은 기자회견문을 일방적으로 읽은 뒤 그동안 자신들이 회담에서 내놨던 기본발언문과 합의안, 수정안, 재수정안 등 21쪽 분량의 자료를 전격 공개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김형석 대변인은 유감을 표하는 성명을 내고 “정부는 오늘 개성공단 회담 결과로 인해 개성공단의 존폐가 심각한 기로에 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정부로서는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은 ‘중대 결심’의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정부 핵심 관계자는 “‘재발 방지가 보장되지 않는 한 개성공단 폐쇄도 불사한다’는 정부의 방침이 확고하다”고 말했다.개성공동취재단·이정은·김철중 기자 lightee@donga.com}

어렵게 마련됐던 협상의 장이 깨지는 데는 20일도 걸리지 않았다. 이달 6일 개성공단의 재가동 문제를 놓고 처음으로 회담 테이블에 마주앉았던 남북한은 25일 제6차 당국 간 실무회담에서도 핵심 쟁점에 대한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고 북측은 일방적으로 회담 결렬을 선언했다. 향후 남북관계의 시금석이었던 개성공단 문제가 끝내 해법을 찾는 데 실패하면서 한반도 정국은 다시 급랭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정부 일각에서는 “북한의 돌출행동은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절박함을 북한 특유의 방식으로 표현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한반도 대화 국면을 도발 분위기로 전환할 경우 잃게 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 北 3∼6차회담 비공개 발언 전격 공개 이날 오후 5시 10분 종결회의가 시작됐을 때만 해도 양측이 제7차 회담으로 다시 공을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개성공단 회담을 이대로 끝내버리기에는 남북한 모두 부담이 너무 큰 만큼 서로가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8월 초까지는 회담을 이어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었다. 그러나 북측 대표단은 종결회의에서 남측이 차기회담 일정을 잡자고 제안하자 이를 “회담 결렬”이라고 주장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에 대한 북한의 책임 인정과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하는 남측의 끈질긴 요구를 더이상 견디지 못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셈이다. 이날 북측이 전격 공개한 3∼6차 회담에서의 비공개 발언, 북측 합의안과 수정안들을 보면 북측의 속내가 그대로 읽힌다. 3차 회담 비공개 발언에는 “사실 동족대결로 악명을 떨친 이전 정권 시기에도 유지돼온 개성공단 지구가 오늘에 와서 폐쇄된다면 이명박 정권보다 더한 대결정권으로 내외의 규탄을 면치 못할 것이며, 민족사에 두고두고 가장 저주로운 치욕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논란에 대해서도 “가장 신성시해야 할 북남 수뇌 담화록을 내부의 정략적 목적을 위해 전면 공개하면서 그를 완전히 백지화하고 험악하게 모욕했다”고 주장했다. 합의안과 수정안에는 ‘책임 인정’(1조)과 ‘재발 방지’(2조) 부분의 주어가 모두 ‘북과 남’으로 돼 있다. 공동책임이라는 것이다. ‘개성공단의 정상운영을 저해하는 정치적 군사적 행위’의 책임을 남측에도 돌렸다. 심지어 제4차 회담에서는 이 규정의 세부항목으로 ‘남측은 개성공업지구의 안정적 운영에 저해되는 일체의 정치적 언동과 군사적 위협행위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을 추가해 놨다. 이는 1차적으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언급했던 개성공단 내 인질 구출을 위한 군사작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에서 더 나아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뜻하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남측 김기웅 수석대표도 회담 후 브리핑에서 “우리 측이 ‘언제라도 유사한 (군사적) 행동을 보인다면 (인력 철수 등) 유사한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냐’고 추궁했는데 북측은 구체적으로 대답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북측은 개성공단의 국제화와 관련해 임금과 세금의 인상을 요구한 사실도 드러났다. ‘국제적 기준에 맞춘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입주기업들에 부여했던 기존 ‘특혜’도 철회하겠다고 했다. 임금과 세금 외에 남측이 요구한 노무관계와 보험 등은 뒤늦게야 국제적 수준으로 맞출 대상에 포함시켜 놨다.○ ‘중대 결심’ 예고한 정부 정부는 개성공단 재가동의 핵심 조건인 1조에서 북한의 책임을 명시해야만 다른 부분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는 원칙을 견지했다. 이날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개성공단의 존폐’를 언급했고 북한이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면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것도 이런 원칙론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북한이 끝내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경우 정부가 먼저 개성공단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강한 메시지를 보내며 북한을 압박한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개성공단이 북한에 자본주의와 자유주의를 전파할 수 있는 ‘트로이 목마’의 역할을 기대만큼 하지 못했다는 냉정한 평가가 나온다”고 정부 내 기류를 전했다. 앞서 22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개성공단 실무회담은 새로운 남북관계 정립을 위한 원칙과 틀을 짜는 중요한 기초가 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며 원칙을 강조했다. 북한이 남북대화를 전략적 차원으로 대응해온 특성을 감안하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선택과 행보가 향후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변화에 직접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은 남북대화가 중단되면 그 책임을 남쪽에 돌리고 자신들의 주장이 정당했음을 강조하기 위해 강경 노선으로 돌아서 왔다”며 “앞으로 긴장국면이 최소 1, 2개월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성공단 회담이 이대로 완전히 끝나버리지는 않더라도 한동안 냉각기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개성공단 문을 이대로 닫아버리기엔 북한이 잃을 것이 너무 많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북한이 다시 회담을 제의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교수는 “추석(9월 19일)을 전후해 이산가족 상봉 제의 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개성공동취재단·이정은·조숭호·김철중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