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모

유원모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구독 114

추천

동아일보 법조팀 유원모 기자입니다. 잘 듣고 잘 쓰겠습니다.

onemore@donga.com

취재분야

2026-01-09~2026-02-08
검찰-법원판결60%
사회일반17%
사법10%
정치일반7%
사건·범죄6%
  • 새벽 조업 50대 부부의 ‘목숨건 튜브 던지기’ 3명 살렸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살려주세요”라고 계속 외쳐댔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차가운 바닷물에 흠뻑 젖은 몸은 솜처럼 무거웠다. 바다 위에 뒤집힌 선체의 밧줄을 붙잡은 손에선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배가 뒤집힌 뒤 선체를 끌어안고 있던 사람은 7명이었으나 다들 어디로 갔는지 생존자는 3명으로 줄어 있었다. 그리운 가족들의 얼굴이 아른거리며 이렇게 끝이 나는가 보다 하는 순간 멀리서 배 한 척이 보였다.○ 구명튜브 수십 차례 던지며 생존자 구조 김모 씨(47·부산)가 선체 위로 올라가 두 손을 크게 흔들었다. 11시간 가까운 사투 끝에 이제 살았다 하는 희망의 빛이 보였다. 어선도 이들을 발견한 듯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97흥성호(9.77t)였다. 이때가 6일 오전 6시 25분. 동틀 무렵 일찌감치 돔을 잡기 위해 조업에 나선 97흥성호 선장인 박복연 씨(57)와 부인 김용자 씨(53)는 바다 위에서 검은 물체를 발견했다. 다가가 보니 뒤집힌 배가 눈에 들어왔다. 팬티와 러닝셔츠만 입은 남성 1명과 웃옷만 걸친 1명, 거의 알몸에 가까웠던 1명이 배에 바짝 엎드린 채 살려 달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바다에는 거친 파도가 일었다. 추자도 주변은 전날 오후부터 강풍이 불고 천둥 번개까지 치는 등 기상 상태가 좋지 않았다. 부인 김 씨는 줄에 묶인 구명튜브를 돌고래호 쪽으로 던졌다.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파도 때문에 좀처럼 구명튜브는 사람들에게 닿지 않았다. 박 씨는 10여 차례 시도한 끝에 97흥성호를 돌고래호 10m 거리까지 접근시킬 수 있었다. 자칫하면 배가 충돌할 수 있었지만 상황은 절박했다. 사람부터 구해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 김 씨가 다시 돌고래호를 향해 구명튜브를 던지길 수차례. 10여 분 만에 배에 매달려 있던 1명에게 겨우 튜브가 닿았다.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체온이 내려가 벌벌 떨고 있는 남성을 박 씨 부부는 선실로 데려간 뒤 이불과 옷을 덮어줬다. 그렇게 30여 분. 박 씨 부부는 돌고래호에 매달려 있던 3명을 모두 구조했다. 마침 주변을 수색 중이던 해경 경비함정에 이들을 안전하게 넘긴 뒤에야 박 씨 부부는 긴장의 끈을 놓았다. 김 씨는 파도에 수도 없이 휘청거리다 배에 여러 번 부딪쳐 온몸이 시퍼렇게 멍든 사실도 그제야 알았다. 6일 오후 박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큰일을 했다기보다는 더 구조하지 못해 마음 아플 뿐이다.(이런 상황을 봤다면) 누구라도 구하지 않았겠느냐. 우리 눈에 보였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구조에 온 힘을 쏟느라 탈진한 김 씨 역시 “해상에서 사고를 당한 사람들을 돕는 것은 당연하다. 도리어 실종자, 사망자 분들에게 미안하다”며 안타까워했다. 박 씨 부부는 추자도에서 일단 몸을 추스른 뒤 원래 사는 곳인 전남 완도항으로 귀항할 예정이다.○ 암흑과 차가운 바닷속 11시간의 사투 이렇게 박 씨 부부가 생존자들을 구조하기까지 뒤집힌 선체에 매달려 있던 이들은 11시간 가까이 암흑과 차가운 바닷속에서 사투를 벌여야 했다. 사고 당시 돌고래호 내부 선실에서 쉬고 있던 이모 씨(49)는 “출발한 지 20분쯤 지났는데 ‘쾅’ 소리가 나며 배가 옆으로 완전히 뒤집어졌다. 잠을 안 자고 있어서 바로 밖으로 뛰어나왔다”고 말했다. 생존자들은 휴대전화, 자동차 키 등 소지품을 모두 바다에 던졌다. 무게를 줄여 몸이 바닷속으로 가라앉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 씨는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서로의 뺨을 때리며 ‘날이 밝으면 헬기가 뜰 테니 1시간만 참자’며 버텼다”고 전했다. 이들은 밧줄에 의지해 밤을 지새웠다. 밧줄 한쪽 끝을 스크루에 묶고 나머지로는 자신들의 몸을 묶어 바닷물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한 것이다. 사고 소식을 듣고 제주한라병원으로 온 생존자 김 씨의 남동생은 면회 직후 “형이 ‘선장을 포함한 7명이 줄에 매달린 채로 자리를 바꾸며 파도에 맞섰지만 힘이 빠지면서 한 명씩 떨어져 나갔다’며 안타까워했다”고 말했다. 함께 배에 매달려 있던 선장은 파도에 떠밀려가던 다른 탑승자를 구조하려고 손을 잡다가 너울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갔다고 한다. 생존자들은 제주한라병원 응급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으며 안정을 취하고 있다. 병원 측은 “도착 당시 저체온 증세가 있었지만 곧 체온이 정상 범위로 돌아왔다”며 “다만 배에 매달려 무리하게 근육을 쓰는 바람에 혈액 내 근육효소수치(CPK)가 과도하게 높아져 약물을 투여한 만큼 2, 3일 정도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추자도=유원모 onemore@donga.com / 제주=김호경 / 해남=이형주 기자}

    • 2015-09-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대학생-3040도 “創農에서 희망의 싹을 봤다”

    “농사에 관심이 많아 지금도 집 근처 텃밭에서 당근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르면 내년쯤 처가가 있는 경기 광주시로 귀농할 생각입니다.” 이날 박람회를 찾은 김상훈 씨(39)가 밝힌 ‘귀농의 꿈’이다. 행사장 곳곳을 빠짐없이 둘러보던 그는 특히 ‘스마트팜관’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경기 수원시에서 휴대전화 대리점을 운영하는 김 씨는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고품질 종자를 개발하는 기술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귀농 후 자색당근 재배를 계획하고 있다. 김 씨는 “자색당근에 안토시아닌(노화를 늦추고 심장에 좋은 항산화물질)이라는 성분이 많아 판로 확보에 유리할 것 같다”며 “다만 국내에 흔치 않은 작물이라 재배방법과 씨앗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박람회에는 김 씨처럼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30, 40대의 발길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귀농귀촌을 바라보는 시선이 과거 ‘은퇴 후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한 것’에서 이제는 ‘젊은이들이 새로운 인생을 위해 도전하는 것’으로 변화한 것이다. 이들은 현재 몸담고 있는 분야와 농업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창농’에 적극적인 것이 특징이다. 정보기술(IT) 교육업계에 종사하는 이광남 씨(36)도 “IT 전공을 좀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귀농 아이템을 찾아보려고 박람회에 왔다”고 말했다. 이 씨는 “개인적으로 하우스 작물 재배에 관심이 많은데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농작물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자녀의 성장과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귀농을 고려하는 이들도 있었다. 경기 지역의 한 대안학교 교사인 성모 씨(36)는 “요즘 강원 춘천이나 정선 또는 전북 쪽을 예정지로 눈여겨보고 있다”며 “아이들이 자연과 가깝게 지내는 게 교육적으로 좋고 건강을 고려해 농촌에서 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은퇴한 60, 70대 관람객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줄을 이었다. 홍태의 씨(62)는 “얼마 전까지 자동화 기계 관련 엔지니어로 일했다”며 “지난해부터 집 근처 텃밭에서 고구마 등을 기르는데, 이제는 재배기술을 제대로 배우고 싶어 이곳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엔지니어를 했던 경험을 살려 하우스 재배 시스템 등을 배워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고 싶다”고 덧붙였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5-08-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금융사 3곳 압수수색

    서울남부지검 금융범죄합동수사단(단장 김형준)은 시세 조종 세력과 짜고 주가조작을 도운 혐의(알선수재)로 미국계 투자기관인 골드만삭스자산운용(현 골드만삭스투자자문)의 전 임원 김모 씨(49)를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11년 “시세를 조작한 코스닥 상장사의 주식을 매수할 펀드매니저를 구해 달라”는 최모 씨 등의 의뢰를 받고 외국계 자산운용사 등의 펀드매니저들에게 주식 매수를 지시한 뒤 수억 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다. 이에 앞서 검찰은 7월 최 씨 등 4명을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서울 종로구 골드만삭스 본사와 중구 ING생명보험, 영등포구 맥쿼리투신운용 본사 등 외국계 금융사 3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 회사들의 전현직 임원을 수사하는 한편 주가조작에 연루된 정황이 포착된 국내 금융사 2곳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측은 “개인 차원의 비리로 파악하고 있으며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5-08-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검찰,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금융사 3곳 압수수색

    서울남부지검 금융범죄합동수사단(단장 김형준)은 서울 종로구 골드만삭스 본사와 중구 ING생명보험, 영등포구 맥쿼리투신운용 본사 등 외국계 금융사 3곳을 압수수색했다고 26일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인위적으로 시세가 오른 주식을 외국계 금융사가 매수하도록 돕고 수억 원의 뒷돈을 챙긴 혐의(알선수재)로 전 골드만삭스자산운용(현 골드만삭스투자자문) 직원 김모 씨(49)를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11년 “주가를 조작한 코스닥 상장사의 주식을 매수해 줄 펀드매니저를 구해달라”는 최모 씨 등 작전세력의 의뢰를 받았다. 김 씨는 외국계 자산운용사와 보험사의 펀드매니저들에게 주식을 매수하도록 지시하고 수억 원을 받은 혐의다. 앞서 검찰은 6월 최 씨 등 4명을 주가조작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김 씨와 함께 주가조작 세력으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ING생명보험과 맥쿼리투신운용(당시 ING자산운용) 전·현직 임원을 수사하고 있다. 또 국내금융사 2곳도 주가조작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골드만삭스 측은 “개인 차원의 비리로 파악하고 있으며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5-08-26
    • 좋아요
    • 코멘트
  • 뇌성마비 딛고 대표 연설… 뇌 노화 연구한 68세 박사

    “자신을 믿는 만큼 성장하고 발전한다.” 28일 열릴 제69회 서울대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 대표로 선정돼 연설을 앞둔 정원희 씨(25·여)가 밝힌 졸업 소감이다. 정 씨는 뇌성마비로 알려진 선천성 뇌병변 장애를 가진 2급 중증장애인이다. 올 4월 한국투자공사에 취업해 현재 주식운용실에서 리서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2009년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정 씨는 신입생 시절 몸의 제약으로 스스로에게 좌절감을 느꼈다. 정 씨는 “MT에 가서 남들처럼 뛸 수도 없고, 춤·스포츠 동아리에 들 수도 없었다”며 “처음으로 내 몸이 별로라고 생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 씨의 생각이 달라진 건 우연한 기회에 시작한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였다. 처음 맡은 배역은 햄릿의 여주인공 오필리아였다. 정 씨는 “휠체어를 탄 오필리아는 나밖에 할 수 없는 것”이라며 “누구나 다른 몸을 가졌듯이 나 역시 다른 모습일 뿐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후 정 씨는 장애문화예술연구소 ‘짓’의 단원으로 활동하며 홍익대와 구로동 일대에서 14회에 걸친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정 씨의 대학 생활은 활동적이고 다양했다. 1학년 땐 동기들과 함께 싱가포르로 여행을 떠났고, 연구원 신분으로 미국에 다녀오는 등 대학 시절 20여 개국을 경험했다. 특히 2012년 교환학생으로 오스트리아 빈대학에서 공부하며 장애인을 바라보는 선진국의 시선이 부러웠다고 밝혔다. 정 씨는 “소수자를 위한 인사관리 과목이 따로 있을 정도”라며 “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학문적으로 승화시킨 모습을 보며 한국에서도 배울 부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 씨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후배 장애인을 돕는 봉사활동을 했다. 서울시립아동병원에서 정신지체 아동들을 위한 보조교사를 했다. 정 씨는 “장애인들이 적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순 있다”며 “우리 사회는 다르고 느린 것에 대한 편견이 심하다”고 꼬집었다. 정 씨의 부모님은 어렸을 때부터 장애가 삶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씨는 초등학교 때까지 자신에게 장애가 없는 것으로 알고 지냈다고 한다. 정 씨는 “장애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순간 진짜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11년 석박사 과정 끝낸 김재익씨고희(古稀)를 앞둔 노인은 자신의 연구 결과 이야기를 하는 내내 즐거워했다. 28일 서울대에서 뇌과학 박사 학위를 받을 예정인 김재익 씨(68)는 뇌 연구에 푹 빠져 있었다. 김 씨의 어린 시절은 가난했다. 그는 1969년 서울대 섬유공학과에 진학했다. 섬유공학을 선택한 건 당시 패션업계에 취업하면 대우가 좋다는 이유에서였다. 김 씨는 “고교 시절 집안 형편이 당장 먹고살 게 걱정이어서 취업이 잘되는 서울대 공대를 갔다”고 말했다. 졸업 후 김 씨는 대기업인 제일모직에 다녔고, 새로 시작한 사업도 번창해 남부러울 것 없는 인생을 살았다. 하지만 더 배우지 못한 아쉬움이 생긴 김 씨는 우연한 기회에 초심리학 분야의 책을 읽고 영혼의 존재가 궁금해졌다. 이를 위해선 뇌를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모교인 서울대 대학원에 진학했다. 2004년 석사과정을 시작했지만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1970년대 대학과 달리 외국인 교수가 수업을 하고, 모든 교과서는 외국어로 된 원서였다. 김 씨는 “나이를 먹으면서 기억력이 떨어지는 걸 느꼈다”며 “강의를 녹음해 집에 와 다시 들으며 곱씹었다”고 말했다. 석사과정의 뇌 해부학 시험 날엔 운영하던 봉제공장에서 불이 났다. 김 씨는 급하게 화재를 수습하고 시험에 응했다. 결과는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 중에서도 상위권이었다. 가장 큰 고비는 박사과정 기간이던 2013년 전립샘암에 걸린 때였다. 학회지에 낸 논문 심사를 기다리는 중에 암이 발병했고, 1년 반 동안의 투병생활이 이어졌다. 김 씨는 완쾌한 후 학교로 복귀했고 논문은 재심사 끝에 통과됐다. 김 씨의 연구결과는 학계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교육수준에 따라 뇌의 노화 속도가 다르다는 걸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7년여 동안 300번이 넘는 실험 끝에 얻은 결론이다. 지도교수인 최진영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해외 유명대학에서도 김 박사의 연구 결과에 대해 문의한다”며 “고령화가 진행되는 우리나라에 의미 있는 연구 결과”라고 평가했다. 서울대 뇌과학협동과정에선 김 씨의 논문과 관련한 후속 연구를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김 씨는 “요즘 젊은이들이 취업난 때문에 깊이 공부할 수 없는 환경이 된 것 같아 안타깝다”며 “학교가 아니더라도 계속 공부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된다”고 강조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5-08-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김포-시흥 불꽃놀이 눈총… SNS엔 “명령대기” 예비군 글

    남북 간 군사 충돌 위험이 극한으로 치닫는 최근 상황을 아랑곳하지 않는 일각의 ‘과도한 평상심’이 오히려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22일 밤 일부 지역에 주민대피령이 내려진 경기 김포시에서 난데없이 ‘쾅쾅’ 하는 폭발음과 불꽃놀이가 벌어져 일부 주민이 공포에 떨었다. 이날 오후 10시경 김포시 구래동주민센터와 구래동주민자치위원회는 구래동 호수공원에서 ‘제1회 김포한강 호수&락’ 축제를 열고 마지막 행사로 5분간 수백 발의 폭죽을 터뜨렸다. 당시 인근 주민들은 폭죽 소리를 북한의 추가 포격 도발로 알고 급히 집을 나서다 뒤늦게 불꽃놀이인 것을 알고 김포시, 김포경찰서 등에 항의 전화를 했다. 야간이라 수백 발의 폭죽 소리가 김포 여러 지역으로 전해졌다. 폭죽이 터진 곳은 남북 군사분계선과 10여 km 떨어진 곳이다. 주민 이모 씨(22·여)는 “산 너머에서 굉음이 들려 전쟁이 난 줄 알았다. 이웃들도 황급히 밖으로 나와 불안에 떨었다”고 말했다. 정모 씨는 김포시 페이스북에 “10시경 포를 쏘는 소리가 들려 급히 뉴스를 보니 불꽃놀이를 하고 있었다. 어린이들은 울고 노인들은 깜짝 놀랐는데 이런 시국에 불꽃놀이를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올렸다. 행사를 주관한 구래동주민센터는 불꽃놀이 행사를 충분히 고지했다고 설명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북한이 오후 5시에 위협 행동을 하면 취소하려 했지만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려 행사를 진행했다”며 “당시 주민 2만 명이 모여 즐겁게 축제를 했기에 오히려 취소했으면 주민들이 진짜 큰일 난 줄 알고 불안해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기 시흥시에서도 한밤중에 진행된 불꽃놀이의 폭죽 소리 때문에 시민들이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22일 오후 9시경 이곳 배곧신도시 아파트 입주 행사로 한라건설이 주최한 ‘금난새의 해설이 있는 음악회’의 마지막 순서로 불꽃놀이가 진행됐다. 행사에 참가하지 않은 시민들은 예고 없이 터진 폭죽 소리에 놀라 황급히 뉴스를 확인하기도 했다. 목진휴 국민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북한 도발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남북이 대치 중이고 수많은 장병이 목숨을 걸고 전선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벌인 불꽃놀이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일부 좌파 성향의 단체는 북한 주장을 옹호하는 반미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22일 오전 5시경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인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로 ‘자주통일과 민주주의를 위한 코리아 연대’ 회원 박모 씨(31) 등 3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이들은 대사관 앞에서 ‘북침선제핵타격 을지프리덤가디언 중단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대북 심리전 중단하고 박근혜 정권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에선 남남 갈등이 일어났다고 반기겠지만 워낙 소수의 의견이기에 고려할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반면 21일부터 국방부 공식 페이스북 등에서는 예비역 군인들의 전투 결의 인증 릴레이가 벌어졌다. 예비군들은 군복, 군화, 군번줄 사진과 함께 “불러만 달라. 준비돼 있다” “지금이라도 적을 섬멸하겠다” 등 북의 잇단 도발을 강력 규탄하는 글을 올렸다. 이 같은 결의 글과 사진을 모은 육군의 페이스북에는 23일까지 지지 내용이 대부분인 1만2100여 개의 댓글이 붙었고 16만여 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국방부의 북한 포격 관련 페이스북 게시물에도 5만여 명이 ‘좋아요’를 선택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유원모 기자}

    • 2015-08-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7개 항목 9000자 써내라”… 공기업 ‘자소서 考試’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기업이 청년 구직자들에게 과도하게 자기소개서를 요구하고 있어 ‘불필요한 횡포’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자기소개서에 적어 내야 하는 문항이 신입사원의 문제해결능력 수준을 훨씬 뛰어넘을 뿐 아니라 분량도 1만 자에 육박해 짧은 인생 경력을 모두 담아도 채울 수 없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에 채용연계형 인턴사원을 모집한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총 26개 항목에 걸쳐 8200자의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또 6월에 채용 절차를 진행한 중소기업진흥공단은 7개 문항 9000자, 한국주택금융공사는 5개 문항 4050자였다. 한국서부발전은 채용형 인턴사원 모집 자기소개서가 9개 문항 7000자에 이른다. 응답 문항 역시 △지원 분야의 구체적인 경험 △공사가 처한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 등 실제 업무능력과 무관하거나 신입사원에 걸맞지 않은 추상적 질문이 대부분이다. 지원자들 사이에서 “자기소개서인지 프로젝트 계획서인지 헷갈린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취업준비생 정모 씨(26)는 “방대한 분량을 채워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지어내서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할 창의적 방안이나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 내에 일을 해결한 경험을 내놓으라니 ‘자기소개서가 아니라 영웅 소개서를 쓰라는 말이냐’는 불만이 많다”고 토로했다. 올해 공공기관의 신규채용 규모는 총 1만7187명. 지난달 29일 입사지원이 마감된 공무원연금공단의 경우 신입사원 23명 모집에 5269명이 지원해 22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채용 담당자들은 “지원자가 몰리는 바람에 이를 걸러내려면 많은 분량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취업준비생 김모 씨(27)는 “거꾸로 말하면 ‘우리 회사는 재미없는 얘기를 길게 쓸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는 말 같다”며 “긴 자기소개서를 다 읽는지도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자기소개서에서 요구하는 질문이 실제 업무능력과 관련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든 사람이 스티브 잡스와 같은 창의성을 갖추거나 중국 인터넷 상거래업체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과 같은 고난을 거친 것도 아닌데 요구하는 항목이 판에 박힌 내용이라는 것. 직장인 한모 씨(34)는 “자기소개서 항목을 보면 모두가 리더십을 발휘하고 희생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며 “입사 후 경험에 비춰보면 근무에 필요한 역량과 조직 생활에 적합한 인성을 갖췄는지만 봐도 충분한데 모두가 비현실적 인재상을 요구하니 ‘자소설(자기소개 소설)’이 난무하고 취업 사교육까지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서 학교를 다닌 뒤 한국 기업에 취직한 한원정 씨(27·여)는 정답이 정해진 듯한 자기소개서에 부담이 컸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기관들은 대부분 채용 시 이력서와 함께 자유 형식의 커버 레터(cover letter)를 제출할 것을 요구한다. 한 씨는 “미국에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 된다. 하지만 한국에 와서 주변 친구들이 샘플을 내려받아 자신의 이야기를 억지로 끼워 넣는 것을 보고 당황스러웠다”며 “정해진 형식의 자기소개서가 이상적인 답변에 자신을 맞춰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만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러다 보니 자기소개서가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 이모 씨(28·여)는 “취업준비생들이 자기소개서를 ‘복붙’(복사+붙여넣기)한다고 비판하지만 천편일률적인 질문에 답을 하다 보면 비슷하게 나온다”고 말했다. 자기소개서가 까다로워진 것은 최근 공공기관이 도입하기로 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NCS란 직무 수행을 위해 요구되는 지식·기술·소양의 기준을 정부가 표준화한 것으로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2002년부터 개발해왔다. 스펙 경쟁을 없애자며 도입했지만 직무 관련 경험을 과도하게 요구하다 보니 자연스레 자기소개서 분량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정 씨는 “재무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 전문 자격증을 준비했는데 갑자기 자격증은 배제하고 NCS 기반 자기소개서 비중이 늘어나 당황스럽다”고 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상명하달식의 정책보다 현장 실무자의 수요와 지원자들의 상황을 고려한 실효성 있는 채용 제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NCS 등의 기준이 또 다른 사교육을 낳으면서 ‘채용 갑질’로 변질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김민 kimmin@donga.com·유원모 기자}

    • 2015-08-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檢, 문희상 의원 부인 22일 소환조사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70)의 처남 취업 청탁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문 의원 부인을 소환 조사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최성환)는 문 의원의 부인 김모 씨(69)를 22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23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오후 2시경 변호인과 함께 출석한 김 씨를 자정 넘도록 조사했다. 취업 청탁 의혹에 대한 전반적인 경위를 물었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2004년 고교 후배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6)에게 미국에 거주하던 처남의 취업을 부탁했다. 처남은 한진 측과 관련이 있는 미국 회사 브리지 웨어하우스 아이엔시에 컨설턴트로 취업했지만 실제로 근무하지 않고도 2012년까지 74만7000달러(약 8억 원)의 급여를 받은 의혹을 사고 있다. 문 의원의 취업 청탁 의혹은 처남이 매형인 문 의원과 누나 김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판결문을 통해 알려졌다. 처남 측은 재판 과정에서 “매형이 (내게 지급해야 할) 이자 명목으로 (한진을 통해) 보수를 받게 (취업을 알선) 했다”고 주장했다. 이 내용이 알려지자 한 보수단체가 검찰에 문 의원을 고발했다. 검찰은 청탁 의혹 관련자 조사가 마무리됨에 따라 조만간 문 의원과 조 회장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5-08-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토요판 커버스토리]동요없는 국민들… 금융시장은 출렁

    큰 동요는 없었다. 지나칠 만큼 차분했다. 북한이 서부전선에 기습 포격 도발을 감행한 다음 날인 21일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풍경이었다. 이날 북한은 22일 오후 5시까지 대북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추가 도발을 예고했다. 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히 접경지역 주민에 국한된 얘기인 듯했다. 성숙한 시민의식 때문일까. 아니면 심각한 안보불감증에 빠져 있는 걸까. 21일 서울역과 재래시장 등은 평소와 다름없이 승객과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학교나 길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은 주말을 앞두고 다소 들떠 있을 뿐 북한의 도발에 대한 두려움이나 걱정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과거와 같은 극성스러운 생필품 사재기 같은 현상은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시민의식이 성숙해졌다고 단정하긴 이르다. 온라인에서는 과격한 주장과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온한 거리 분위기와 달리 금융시장은 패닉(공황) 국면에 빠졌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38.48포인트(2.01%) 내린 1,876.07로 마감해 2013년 8월 이후 2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코스닥지수는 장중 한때 6.3% 폭락했다가 4.52% 내린 627.05로 거래를 마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9.9원 급등한 달러당 1195.0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2011년 9월 이후 3년 11개월 만의 최고치다.   ▼ 시장-마트 북적, 유흥가도 “불금”… 의식 성숙? 안보 불감? ▼北도발, 동요없는 국민들북한의 서부전선 포격 도발 이튿날인 21일 휴전선 인근은 일촉즉발의 초긴장 상태였지만, 국민은 평소와 다름없는 차분한 분위기였다. 과거와 다른 성숙한 시민의식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지나친 차분함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남북한이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처럼 강경 대치하고 있는 상황 속에 동아일보는 이날 대한민국의 단면을 시간대별로 취재했다.○ 대피소는 초긴장 vs 북적거리는 시장 낮 12시경. 경기 연천군 중면 삼곶리 민방공대피소에는 뜬눈으로 밤을 새운 주민 40여 명이 둘러앉아 있었다. 앞서 오전 1시경 추가로 내려진 긴급 주민대피령 때문인지 불안감이 한껏 고조된 모습이었다. 창문이 없는 대피소 안은 더운 기운과 습기가 가득했다. 어른들은 연방 부채질을 하며 스마트폰으로 북한 관련 뉴스를 챙겨봤다. 주민 이명록 씨(68)는 “북한이랑 가까운 이 동네에 50여 년간 살면서 총소리를 워낙 자주 들어 이골이 났지만 이번처럼 대피소에서 초긴장 상태로 밤을 보낸 건 처음”이라며 불안해했다. 같은 시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은 시민과 관광객이 뒤엉켜 북새통이었다. 사물놀이패가 꽹과리와 소고 등을 치며 골목으로 들어서자 몇몇은 어깨를 들썩이며 흥겨워했다. 광장시장에서 40년째 먹거리를 팔고 있다는 이희순 씨(65·여)는 “예전에 북한에서 귀순한다며 비행기가 넘어올 때는 사람들이 꽤 웅성거렸다”며 “요즘은 북한이 어떤 행동을 해도 어차피 시장에 올 사람들은 다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중국인 리쯔민 씨(21·여)는 “한국에 오자마자 북한이 공격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지만 한국 사람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길래 정해진 일정을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후 1시경.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2층 로비에는 60여 명이 앉아 있었다. TV에서는 북한 도발 관련 속보가 계속 이어졌지만 집중하는 시민은 많지 않았다. TV를 지켜보던 허모 씨(76)는 “(북한이 예고한) 내일 오후 5시 전에 선제공격을 하자”고 호전적인 주장을 폈다. 하지만 로비에 있던 대다수는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거나 게임을 하는 등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였다. 비슷한 시간 서울역 1층 로비 풍경도 영등포역과 비슷했다. 대구 고향집에 간다는 대학생 임모 씨(26)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도 문제겠지만 시민들이 너무 요란스럽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이날 오전 출발 예정이던 경원선 백마고지역행 열차 1편과 경의선 도라산역행 열차 1편 등 두 대의 운행을 취소했다.○ “과도한 불안감은 자제” vs “‘불금’ 분위기 문제”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캠퍼스. 아직 방학 중이어서 교정은 비교적 한산했다. 중앙도서관에서 만난 정치외교학과 2학년 곽서연 씨(20·여)는 “북한이 군사 도발을 하는 모습을 자주 봐왔기 때문인지 실제 전쟁이 발생하리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을 준비 중인 이모 씨(21)도 “전쟁이 일어난다면 예비군의 의무를 다하겠지만 지금으로선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같은 시간 연천군 중면 민방공대피소에는 구호물품이 속속 도착했다.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운 주민들은 대한적십자사가 제공한 쌀밥과 닭곰탕, 호박나물 등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쌓이는 구호물품에 주민들은 오히려 현 상황이 장기화될까 봐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주민 박점규 씨(55)는 “늦은 여름휴가를 연천으로 오려 했던 사람들이 취소할까 봐 걱정이다. 안보의식 고취도 좋지만 과도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연천군 등에 내려진 주민대피령은 오후 6시에 해제됐다. 서해5도 주민들도 불안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연평도 주민 김하성 씨(45)는 “북한이 무차별 공격을 엄포하고 있어 혹시나 국지전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백령도 연평도 등 서해5도를 오가는 여객선은 정상 운항했지만 탑승객이 크게 줄어들었다. 사재기 현상도 눈에 띄지 않았다. 오후 5시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생필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손님은 거의 없었다. 오후 9시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거리에는 평소처럼 젊은이들이 몰려들었다. 식당, 술집, 클럽 등에는 ‘불금’(불타는 금요일의 줄임말)을 즐기려는 젊은이들로 붐볐다. 이러한 분위기가 오히려 우려된다는 반응도 있었다. 택시운전사 박모 씨(56)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가 “불금 잘 보내라”고 하자 화를 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불금’이라는 말을 꺼내는 건 문제가 많다. 전방에서 군복무를 하다 다리가 잘린 군인을 떠올린다면 차마 못할 얘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온라인에선 하루 종일 격론 벌어져 길거리의 차분한 분위기와 달리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격한 의견이 오갔다. 불경기에 고통받는 청년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전쟁을 하자”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왔다. 트위터 이용자 @dkak****는 “통일 따위 하지 말고, 총알받이라도 해줄 테니까 전쟁이라도 났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인터넷 괴담 유포도 여전했다. 20일에는 대학생 김모 씨(24)가 국방부 명의로 허위 징집 문자메시지를 작성해 ‘카카오톡’에 유포했다가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가족과 남자친구를 군에 보낸 여성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불안감을 쏟아냈다. 부사관 남편을 둔 한 누리꾼은 “밤새 고생하는 신랑 때문에 마음이 아픈데 다른 사람들은 국가안보에 너무 무관심해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이러한 반응을 과도하게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해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차분함의 이면에는 갈등 관계인 북한과 지리적으로 붙어 있는 상황에서 불안이 커지면 더 힘들어진다는 생각도 있다. 의도적으로 전쟁을 떠올리지 않으려는 심리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도발은 있었지만 확대되지는 않았고 정부가 국민을 향해 어떤 행동을 취하라는 메시지를 내놓지도 않았는데 별도 행동을 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도 “국민들 사이에는 한중 관계나 주한미군의 주둔, 우리 군의 전쟁 억제력 등을 고려한다면 전면전으로 번지지는 않으리라는 강한 믿음이 있다”며 “전쟁을 하자는 일부 젊은이들의 반응도 사회에 대한 불만이나 섭섭함을 극단적인 말로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고 해석했다. 권오혁 hyuk@donga.com·강홍구 / 박창규 kyu@donga.com·유재동 기자연천=유원모 / 인천=황금천 기자}

    • 2015-08-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연천-강화 등 주민 2000명 대피령

    “소총 사격연습인 줄 알았는데, 북한에 대포를 쐈다니 다들 전쟁 나는 줄 알았어요.” 20일 오후 10시경 경기 연천군 중면 삼곶리 민방공대피소에서 만난 김귀영 씨(57)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곳은 지난해 10월 10일 북한이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반발하며 쏜 고사총탄 1발이 대피소 마당에 떨어지는 등 북한의 도발이 반복된 서부전선 최북단 접경지역이다. 김 씨는 “대피훈련을 하면 20분이 지나야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데 오늘은 실제 상황이라는 방송을 듣고 5분 만에 주민이 모두 모였다”며 “젊은 주민들은 거동이 불편한 70, 80대 어르신을 등에 업고 대피소로 달려 왔다”고 전했다. 지하 1층 대피소에 모인 주민 60여 명은 북한 포격 뉴스 속보를 전하는 라디오에 귀를 기울였다. 어린이들만 어른들의 무거운 침묵이 부담스러운지 따로 모여 장난을 칠 뿐이었다. 주민 피영남 씨(67)는 “30년 넘게 이곳에서 살았는데 쉴 새 없이 퍼붓는 대응 사격 소리는 처음이라 너무 무서웠다”며 “북한이 48시간 안에 확성기를 치우라고 협박했다니 무슨 일이 일어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선풍기 10대만 틀어놓은 대피소 안은 창문이 없어 덥고 습했지만 일부 주민들은 집으로 가지 않고 이곳에서 잠을 청했다. 북한과 가까운 인천 강화군 교동도 주민들도 이날 가까운 초등학교나 대피소로 대피했다. 집에 남은 주민들도 TV 뉴스를 시청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주민 류춘수 씨(69)는 “교동에서 군부대 대피명령이 떨어진 것은 20여 년 만에 처음이다”며 “인사리와 지석리 주민들 대부분 고추밭에서 일하다 사이렌 소리를 듣고 급히 대피했다”고 전했다. 군은 이날 경기 연천 파주 김포와 인천 강화 지역 주민 2000여 명에게 대피명령을 내렸다. 오후 4시부터 군 대피명령에 따라 주민들은 대피시설로 향했다. 접경지 지자체들은 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주민 대피가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마을 이장들과 비상연락망 체계를 확인하는 등 분주한 오후를 보냈다. 강원 고성군 관계자는 “군부대로부터 ‘전방 주민들의 외출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주민 안전과 관련한 업무를 맡은 직원들은 퇴근하지 않고 비상 대기 중이다”라고 말했다.연천=유원모 onemore@donga.com / 강화=차준호 / 고성=이인모 기자}

    • 2015-08-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독]서울대 ‘文史哲 통합 교육’ 인문학 인재 육성

    서울대 인문대가 인문학 인재 양성을 목표로 문사철(文史哲) 통합형 논문 작성 과정을 시작한다. 인문학의 위기가 지속적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학부생 때부터 분야를 막론한 인문학 리더를 키우겠다는 취지다. 서울대 인문대는 2학기부터 인문대 학부생 20명을 선발해 한 학기 과정의 ‘학부 인문 아너스 프로그램(Honors Program)’을 운영한다고 18일 밝혔다. 아너스 프로그램은 논문 중심 세미나 형태로 운영된다. 세미나당 지도교수 1명에 다양한 전공의 인문학도 10명을 배치할 계획이다. 세미나에서 수강생은 서로의 연구 방향이나 주제 방법 등에 대해 비판적으로 토론하며 논문을 작성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전공 학문만이 아닌 인문학 전반의 소양을 갖춘 인문학도를 양성하는 게 핵심 목표다. 가령 역사를 전공한 학생에게 문학적 감각과 철학적 분석력을 동시에 키워 주자는 취지다. 논문 심사도 기존의 방식과 차별화할 계획이다. 인문학의 각 영역인 어학, 문학, 사학, 철학 등 각 전공 분야의 교수가 논문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인문학 전반에 관한 이해도를 검증하기 위해서다. 수준 높은 인문학 프로그램을 목표로 하는 만큼 선발 요건도 엄격하다. 주 전공 과목을 24학점 이상 이수해야 하며 학점이 3.5점(4.3점 만점) 이상인 학부생에 한해 지원이 가능하다. 글쓰기와 고전 관련 수업을 반드시 수강해야 하고 리더의 자격을 검증하기 위해 사회봉사 과목, 학내에서 운영하는 해외 방문 프로그램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경제적 지원도 뒤따른다. 참여 학생 전원에게 학기 중 1회 연구지원비 50만 원을 지원하며 논문 심사를 거친 이수자 중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한 학생 2명에게 100만 원씩의 상금을 별도로 지급한다. 또한 세미나에 참석하는 학생들이 원하는 주제에 따라 인문학 관련 연사의 특강도 진행될 예정이다. 논문 심사를 통과한 이들에겐 정규 교육과정보다 강화된 인문학 교육을 이수한 만큼 졸업 시 ‘아너스 프로그램 이수증’을 수여한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5-08-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민주노총 화물연대 조합원 광고탑 농성 해제

    민주노총 화물연대 조합원 2명이 여의도 광고탑 위에서 벌이던 고공 시위를 끝내고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14일 서울 동작경찰서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30m 높이의 LG화학 광고탑에서 고공 시위를 하던 이준서(51)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울산지부장과 신기맹(40) CJ대한통운 택배분회 부분회장이 13일 오후 7시 25분경 농성을 해제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13일 오후 4시 40분경 화물연대 울산지부 CJ대한통운 택배분회 노조원들이 투표를 통해 사측과의 협의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고공 시위를 중단했다. 이들은 지난달 30일부터 노조 간부에 대한 고소·고발과 손해배상 청구·가압류 신청을 철회하고 교섭에 응할 것을 CJ대한통운 측에 요구하며 광고탑에 올라갔다. 경찰은 이 지부장과 신 부분회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해 수사하고 있다.유원모기자 onemore@donga.com}

    • 2015-08-14
    • 좋아요
    • 코멘트
  • “정의화 국회의장 살해하겠다” 고 협박한 50대男 검거

    정의화 국회의장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14일 오전 8시 50분쯤 국회사무처로 전화를 걸어 정 의장에게 위해를 가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로 전모 씨(59)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국회 측에 따르면 전 씨는 이날 오전 국회에 전화를 해 월요일(17일)에 정 의장을 칼로 찌르겠다고 협박했다. 국회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전 씨 소유 차량을 수배해 인천 강화도에 있던 전 씨를 검문 과정에서 검거했다. 전 씨는 지난달 13일 국회 안내실에서 민원상담을 요구하다 이를 제지하는 방호 담당직원에게 욕설을 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입건됐었다. 경찰은 전 씨가 국회에 민원 제기를 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앙심을 품고 이 같은 협박을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유원모기자 onemore@donga.com}

    • 2015-08-14
    • 좋아요
    • 코멘트
  • [단독]서울대의 역주행… “비정규직, 무기 계약직 전환 금지”

    서울대가 내부적으로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방침을 정해 이를 실행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2013년 발표한 ‘공공부문의 정규직 전환계획’에 정면으로 배치돼 논란이 예상된다. 본보가 3일 단독 입수한 서울대의 ‘비정규직 개선 계획’ 문건(사진)에는 ‘무기계약은 정년까지 채용해야 하므로 재정 부담이 가중됨을 감안하여 계약 기간 만료 시 원칙적으로 (무기계약직) 전환을 금지한다’며 ‘부득이한 경우 예외적으로 전환한다’고 적혀 있다. 2010년 작성돼 내부 모든 기관에 통보된 이 문건 내용은 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주요 정책으로 유지되고 있다. 무기계약직은 정년이 보장되는 근로 형태로 고용 안정, 수당 등에서 기간제 근로자와 차이가 난다. 서울대는 지난해 9월 미술관 소속 근로자 조모 씨(36·여)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뒤 ‘무기계약전환심사위원회’를 통해 미술관 측에 “향후 무기계약 전환 자제를 요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간제 근로자의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 확산을 우려해 나온 조치라는 설명이다. 대학 측의 이 같은 방침으로 무기계약직 전환 비율도 저조하다. 올해 무기계약 전환 자격(근무 기간 2년 이상)을 갖춘 326명 중 실제로 전환에 성공한 이는 10% 남짓한 33명. 최근 5년간 기간제 근로자는 490명에서 833명으로 크게 늘었지만 같은 기간 무기계약직 전환자 수는 31명에서 단 2명 늘어난 셈이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대 비정규직 근로자는 총 2040명이다. 대학 측은 “학교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재정 부담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해당 근로자의 업무의 지속성 등을 고려해 (서울대 소속) 각 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전환을 결정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달 31일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2년 계약 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는 A 씨는 “행정 총괄 업무 등 업무의 지속성과 중요성이 충분히 인정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일방적으로 무기계약 전환 불가 통보를 받았다”며 “본부 측에서 무기계약 전환을 하지 말라고 해 전환을 할 수가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5월 무기계약직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며 대학 관계자, 노조, 비정규직 노조 등이 참여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도 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5-08-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검찰, 대한항공 내 부속의원 압수수색

    검찰이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구치소 편의 제공 청탁 의혹과 관련해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 있는 부속 의원을 압수수색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 최성환)는 이날 압수수색에서 조 전 부사장의 진료기록부 등을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브로커에게 청탁 할만한 이유가 있었는지 등을 규명하기 위해서 진료기록부를 확보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이 구속 수감 됐을 당시 “구치소 생활 편의를 봐 주겠다”고 서용원 ㈜한진 사장에게 접근해 강서지역의 렌터카 정비 사업권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26일 염모 씨(51)를 구속했다. 염 씨는 무릎 건강이 좋지 않은 조 전 부사장이 구치소에서 운동을 하지 않는다는 서 사장의 이야기를 듣고 다른 수감자들의 시선을 받지 않고 운동할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해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염 씨는 구치소 사정에 정통한 A 씨를 통해 교도관 등 내부 인물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염 씨는 변호사법 위반으로 처벌받아 현재 집행유예 기간 중이다. 염 씨는 경찰 수사를 무마해주겠다며 지인에게 현금 2000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2013년 법원에서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 받았다.유원모기자 onemore@donga.com}

    • 2015-07-31
    • 좋아요
    • 코멘트
  • “서울대 자연대, 세계 10위권 되려면 최고의 교수진 영입해야”

    서울대 자연대가 세계 10위권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최고 수준의 교수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23일 서울대 자연대의 해외석학 평가사업 자문위원인 리타 콜웰 메릴랜드대 교수(전 미국과학재단 총재)는 “5~10년 내 전략적으로 3개 정도 분야에서 최고의 교수진을 영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콜웰 교수는 10년 전 첫 해외석학 평가 당시와 비교해 많은 발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콜웰 교수는 “10년 전엔 세계 일류대학이라 보기 힘든 열악한 시설이었다”며 “지금은 전 세계 어느 대학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신임 연구진과 대학원생에 대한 투자를 비롯해 인력양성시스템을 개선하면 세계 10위 안에 진입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의견도 덧붙였다. 김성근 서울대 자연대학장은 “지금까지 ‘빠른 추종자’ 모델을 써서 발전을 해왔기 때문에 선두대학이라고 말하기 힘들었다”며 “특정 분야에서 세계를 이끄는 연구진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대 자연대는 정량적이고 획일적인 대학 평가 대신 해외 전문가의 정성평가와 자문을 받는 해외석학 평가사업을 10년 전 국내 처음으로 도입했다. 자연과학 분야 최고 석학들로 구성된 11명의 해외석학 자문위원단은 8월까지 방문 평가를 마치고 9월에 최종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5-07-23
    • 좋아요
    • 코멘트
  • “임대아파트 당첨됐으니 수수료 내야” 노인들 돈 가로챈 60대 구속

    구청 직원을 사칭해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로부터 임대아파트 당첨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가로챈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22일 서울 금천경찰서는 2008년 10월부터 올 6월까지 노인 11명으로부터 683만 원을 뜯어낸 혐의(사기)로 전모 씨(65)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달 8일 전 씨는 홀로 단칸방에 사는 이모 씨(82·여)에게 접근했다. 전 씨는 공무원처럼 보이기 위해 사회복지서비스 신청서와 전입신고서 등 각종 행정서류를 보여 주며 임대아파트에 당첨됐으니 보증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전 씨가 구청직원인 줄 알고 속아 폐지 수집 등을 통해 모은 100만 원을 건넸다. 경찰 조사 결과 전 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노인 11명에게 한 사람 당 적게는 3만 원에서 많게는 270만 원까지 돈을 뜯어냈다. 피해자 대부분은 기초연금과 장애인 연금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영세 노인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임대아파트에 입주하면 계약 갱신을 통해 안정적으로 살 수 있기 때문에 노인들이 쉽게 속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수사 중이다.유원모기자 onemore@donga.com}

    • 2015-07-22
    • 좋아요
    • 코멘트
  • “수요일 밤 10시 마포대교 걷는 이 주목”

    정모 씨(25)는 가수를 꿈꿨다. 고교 시절 연예기획사 오디션에 합격해 연습생이 됐지만 경쟁에 밀려 데뷔하지 못했다. 군 전역 후 3년간 공장에서 용접공으로 일했지만 고된 노동 강도를 이기지 못했다. 보험설계사로 직업을 바꿨지만 실적을 올리지 못해 스스로 보험에 가입하는 일만 늘었다. 결국 빚만 3000만 원이 쌓여 생계가 막막해졌다. 4월 11일 오후 11시 반경 서울 마포대교로 갔다. 112로 “자살하겠다”고 말하고선 난간에 몸을 기댔다. 15m 아래 검은 한강 물을 바라보는 사이 경찰이 도착했다. 경찰은 “마포대교의 숨은 뜻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설득했다. 정 씨처럼 생계에 어려움을 느끼다 마포대교를 찾아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여의도지구대 112생명수호팀이 3월부터 최근까지 140명의 자살 시도자를 분석한 결과다. 분석 결과 ‘수요일 오후 10시경 생활고에 시달리는 20대 남성’이 가장 많았다. 여의도지구대는 ‘절망의 다리’로 불리는 마포대교에서 일어나는 자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월 별도의 팀을 만들었다. 연령별 조사에선 20대가 56명으로 가장 많았다. 10대와 30대가 각각 24명으로 30대 이하가 총 104명으로 전체의 74.2%였다. 남녀 비율은 비슷했다. 안영전 112생명수호팀장(39·경위)은 “젊은 세대가 취업, 결혼 등으로 고민이 많다 보니 극단적인 선택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자살이란 극단의 상황으로 내몬 이유로는 생계 문제(25.2%)가 가장 많았다. 주부 박모 씨(60·여)는 자신이 앓고 있는 파킨슨병으로 가족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는 것이 미안해서, 손모 씨(60)는 운영하던 회사가 망하고 가족까지 자신을 떠나자 마포대교 위에서 몸을 던지려 했다. 이어서 우울증(24.4%), 가정 불화(21.6%), 연인과의 이별(13%) 등이 이유였다. 지구대 관계자는 “젊은 세대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결혼하기 힘들어서인지 결혼 직전 헤어진 남녀가 자살을 시도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전했다. 시간대는 오후 10∼11시가 26명으로 가장 많았고, 0시∼오전 1시(16명), 오전 1∼2시(15명) 등 대부분 늦은 밤 시간이었다. 요일별로는 수요일이 27명으로 가장 많았다. 자살 시도자의 주거지역은 서울 영등포구가 가장 많았지만 멀리 경남 창원, 전남 여수 등에서도 마포대교까지 올라왔다. 112생명수호팀 경찰관들은 작성한 리포트를 바탕으로 자살 시도자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비가 오거나 흐린 날씨에 자살 시도가 많아 더 긴장해서 근무한다. 안 팀장은 “수요일 밤 홀로 고개를 숙이고 걷거나 울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면 먼저 말을 건네기도 한다”며 “마포대교를 전담해 순찰하면서 지난해에 비해 자살자도 30%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여의도지구대는 새로운 희망을 안고 새 삶을 시작하도록 돕는 방법도 추진 중이다. 사채 빚에 시달리다 자살을 시도한 20대 여성에게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안내하면서 빚 정리를 도와주기도 했다. 우울증이 심해 두 번이나 마포대교를 찾은 여성은 구청 정신보건증진센터에서 치료받도록 해줬다. 김형렬 여의도지구대장은 “자살 구조도 중요하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다시 하지 않도록 원인을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유원모 onemore@donga.com·강홍구 기자}

    • 2015-07-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커닝 논란 서울대, 無감독 시험 도입

    서울대가 처음으로 무감독 시험 제도를 도입한다. 올 1학기 서울대 교양수업에서 일어난 집단 부정행위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자구책이다. 김성근 서울대 자연대학장은 19일 “학생들이 시험 감독이 없는 상태에서 양심에 따라 시험을 치르는 무감독 시험제를 서울대 최초로 도입할 예정”이라며 “미국의 하버드대, 스탠퍼드대가 시행하는 ‘아너 코드(Honor code·명예규약)’와 비슷한 제도”라고 밝혔다. 자연대는 다음 주 가칭 ‘서울대 자연대 아너 코드 시행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고 논의를 거쳐 내년 1학기에 도입할 예정이다. 대학 실정에 맞는 무감독 시험 방안과 위반 시 처벌 수위 등을 담은 매뉴얼은 2학기에 마련된다. 서울대 자연대는 일부 수업에서 관련 제도를 시행한 뒤 결과에 따라 전 수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에선 학생이 시험이나 과제물 제출 때 ‘부정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아너 코드에 스스로 서명하고 위반 시 벌칙을 감수한다. 학생뿐 아니라 교수 등 학문을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기준이다. 서울대에서는 올 4월 철학과 교양시험 때 집단 부정행위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이후 서울대는 부정행위 근절을 위해 스마트폰을 수거하는 등 시험 감독 지침을 마련하고 전수조사로 부정행위 학생 2명을 적발해 징계하기로 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5-07-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서울대 자연대 ‘무감독 시험’ 도입…부정행위 땐 어떻게?

    서울대가 처음으로 무감독 시험 제도를 도입한다. 올 1학기 서울대 교양수업에서 일어난 집단 커닝 사태를 막기 위한 자구책이다. 서울대 김성근 자연대학장은 19일 “학생들이 시험감독이 없는 상태에서 양심에 따라 시험을 치르는 무감독 시험제를 서울대 최초로 도입할 예정”이라며 “미국의 하버드, 스탠퍼드가 시행하는 ‘아너 코드’(Honor code·명예규약)와 비슷한 제도”라고 밝혔다. 자연대는 다음주 중 가칭 ‘서울대 자연대 아너 코드 시행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고 논의를 거쳐 내년 1학기 도입할 예정이다. 대학 실정에 맞는 무감독 시험 방안과 위반 시 처벌 수위 등을 담은 매뉴얼은 2학기 중 마련된다. 서울대 자연대는 일부 수업에서 관련 제도를 시행한 뒤 결과에 따라 전 수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에선 학생이 시험이나 과제물 제출 때 ‘부정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아너 코드에 스스로 서명하고 위반 시 벌칙을 감수한다. 학생 뿐 아니라 교수 등 학문을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기준이다. 서울대에서는 올 4월 철학과 교양시험 때 집단 커닝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이후 서울대는 커닝 사태 근절을 위해 스마트폰 등을 수거하는 등 시험 감독 지침을 마련하고 전수조사로 커닝 학생 2명을 적발해 징계하기로 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5-07-19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