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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부장검사 최호영)가 LG그룹 오너 일가의 양도소득세 탈루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9일 서울 영등포구 LG그룹 지주회사인 ㈜LG 재무팀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검사와 수사관을 LG그룹에 보내 회계 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먼저 압수물을 분석한 다음 사건의 윤곽이나 처벌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압수수색 대상지에 오너 일가의 자택은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해 ㈜LG가 오너 일가의 LG상사 지분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100억 원대의 양도세를 탈루했다는 국세청 고발 내용을 토대로 수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의 검찰 고발은 지난달 이뤄졌다. 앞서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하면서 LG상사 주식매매가 이뤄진 과정 등을 집중적으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오너 일가가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장내매매를 한 것처럼 위장하는 방식으로 특수관계인들끼리 주식을 거래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수관계인 간 주식매매는 할증 세율이 적용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장내매매를 했다는 것이다. LG그룹 측은 “일부 특수관계인들이 시장에서 주식을 매각하고 세금을 납부했는데 그 금액의 타당성에 대해 과세 당국과 이견이 있었다”고 밝혔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0)의 대법원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법조계에는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만약 영향을 미치려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대주주였던 제일모직이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분식회계를 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분식회계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에게 뇌물을 줬다는 특검과 검찰의 기소 논리를 뒷받침하는 정황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2015년 7월 성사됐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 시점은 2015년 말이다. 분식회계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고 하더라도 합병 이후이기 때문에 분식회계는 합병의 조건이나 전제가 아니었다. 형사사건을 주로 다루는 한 변호사는 “사후에 벌어진 일이 관련 사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법리적인 문제를 떠나서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 특별감리를 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결산 이전에 이뤄졌다”며 “금감원은 회계 처리의 적정성을 검토할 뿐 합병과의 연관성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이 사실이고 그 준비가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었다면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증거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을 편다. 하지만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는 특검과 검찰이 삼성의 ‘포괄적 현안’이라고 한 경영권 승계 작업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개별 현안’으로 특검과 검찰이 제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의 기업 활동을 문제 삼을 수 없다고 봤다. 허동준 hungry@donga.com·강유현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순실 씨(62·구속 기소)가 삼성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본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 원에 대해 기존에 적용했던 제3자 뇌물죄 대신 단순 뇌물죄를 적용하겠다며 법원에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은 지난달 25일 최 씨 항소심을 맡고 있는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에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최 씨가 삼성에서 받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 원에 대해 묵시적 또는 명시적 청탁이 없어도 성립하는 단순 뇌물죄를 적용하겠다는 취지다. 특검은 앞서 최 씨를 기소하면서 삼성이 두 재단에 낸 출연금이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에게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청탁을 한 대가라고 주장했다. 청탁 대상인 박 전 대통령 본인 대신 최 씨에게 돈이 갔으므로 제3자 뇌물이라는 논리다. 1심 재판부는 최 씨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 원을 선고했지만 두 재단 출연금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삼성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박 전 대통령 사건 1심 재판에서도 같은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0) 사건에서도 1심과 항소심 재판부 모두 두 재단 출연금 부분을 무죄로 선고했다. 최 씨 변호인단은 법원에 공소장 변경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서를 4일 제출했다. 이경재 변호사(69·사법연수원 4기)는 이와 관련해 “공무원 신분이 아닌 최 씨에게 단순 뇌물죄를 적용할 수 없다. 특검은 (경영권 승계 관련) 묵시적 청탁이 어떤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대검찰청 형사부(부장 이성윤 검사장)는 3000억 원대 투자금 사기 사건을 두 달 만에 처리한 대전지검 천안지청 박배희 검사(38·사법연수원 39기·사진)를 올해 1분기 형사부 우수검사로 선정했다고 27일 밝혔다. 박 검사는 피해금액이 3000억여 원에 이르고 피해자가 32명에 달하는 관내 최대 규모의 투자금 사기 사건 12건을 배당받아 두 달 만에 주범을 밝혀냈다. 박 검사는 9400쪽에 이르는 사건 기록을 검토하면서 피해자들의 민원 전화 수십 통을 직접 응대했다. 박 검사는 10년 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해외 광산사업 투자금 사기 사건의 피의자를 구속 기소하고, 과거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농협조합장의 뇌물수수 사건을 재수사해 2명을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또 성폭력 피해자를 상대로 한 명예훼손 범행을 인지해 기소하는 등 성폭력 피해자 보호에도 앞장섰다. 2015년 7월부터 매달 ‘이달의 형사부 검사’를 선정해 온 대검은 올해 1월부터는 분기별로 국민이 바라는 검사상에 부합한 업무를 수행한 검사 1명을 대검 선정위원회가 ‘형사부 우수검사’로 선정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대검 관계자는 “형사부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검사를 적극 발굴하고 형사부 검사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별장 성접대 의혹’으로 수사를 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된 사건(2013년)을 본조사 대상으로 추가 선정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과거사위는 이날 오후 약 2시간 동안 회의를 갖고 검찰 수사 과정에서 권한 남용 의혹이 있고 국민의 관심도가 높은 점을 고려해 김 전 차관 사건을 본조사 대상으로 추가 선정했다. 이에 따라 김 전 차관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은 앞으로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의 기록 검토를 거쳐 수사의 적정성 결과를 과거사위에 통보하게 된다. 앞서 과거사위는 2월 ‘사전조사 대상’ 12건 중 김 전 차관 사건 등 4건은 사건기록이 많아 계속 검토해야 한다는 이유로 본조사 대상에 넣지 않았다. 당시 과거사위 관계자는 “사전조사를 권고했던 나머지 4건에 대해서도 대검 진상조사단에서 계속 사전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1999년) △유성기업 노조 파괴 및 부당노동행위 사건(2011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2012년) 등과 함께 사전조사를 계속한 것이다. 김 전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은 2013년 김 전 차관이 강원 원주의 한 별장에서 건설업자 윤중천 씨 및 유력 인사들과 함께 파티를 벌이며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경찰은 김 전 차관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성관계 장면이 담긴 동영상 속 인물을 특정할 수 없고 성접대의 대가성 입증이 어렵다며 김 전 차관과 윤 씨를 무혐의 처분했다. 당시 김 전 차관은 법무부에 사직서를 내고 별도의 사실 확인 및 징계 절차 없이 사직했다. 김 전 차관은 변호사 등록을 재신청한 끝에 사건 3년 만인 2016년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최인호 변호사(57·구속 기소)의 공군비행장 소음피해 집단소송 배상금 비리를 수사했던 일선 지휘부에 대해 수사가 필요하다고 서울고검 감찰부가 대검찰청에 보고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서울고검 감찰부(부장검사 이성희)는 2015년경 최 변호사의 횡령 혐의를 수사했던 서울서부지검장과 차장검사 등이 수사라인에 부적절한 지시를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직무유기)를 포착하고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대검에 보고했다. 대검은 내용을 검토해 사건을 법조비리수사단이나 일선 검찰청에 배당할 방침이다. 최 변호사는 대구 K-2 공군비행장 소음피해 손해배상 사건에서 승소한 다음 배상금 지연이자 142억 원을 가로챈 혐의(횡령 및 탈세)로 2015년 서울서부지검에서 조사를 받았지만, 횡령 혐의로만 기소돼 최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16년에는 배상금 중 일부를 ‘홈캐스트 주가조작 사건’에 사용한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서 수사를 받았다. 이에 검찰은 추가 수사를 벌여 최 변호사를 34억 원 상당을 탈세한 혐의로 2월 구속 기소했다. 또 당시 최 변호사가 횡령 혐의로만 기소된 것이 과거 검찰 지휘부가 사건에 개입했기 때문으로 의심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부산지검 서부지청 추모 검사(36·사법연수원 39기)와 춘천지검 최모 검사(46·36기)를 불구속 기소했다. 추 검사는 2014년 서울서부지검 공판부에 근무하면서 최 변호사가 고소한 광고대행사 대표 조모 씨(40)의 접견기록과 접견녹음파일을 몰래 유출해 최 변호사에게 건넨 혐의다. 최 검사는 수사기관 피의자신문조서 등을 홈캐스트 주가조작 사건 제보자에게 유출하고, 이후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이 서류들을 폐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허동준기자 hungry@donga.com}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자신이 성추행한 후배 여검사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안태근 전 검사장(52·사법연수원 20기)에 대해 구속 기소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수사심의위는 13일 “안 전 검사장이 2015년 8월 하반기 검사 인사에서 서지현 검사(45·33기)를 통영지청으로 발령한 것이 직권남용죄에 해당하는지 현안위원회를 열어 논의한 결과 기소 및 구속영장 청구 의견으로 의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단장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은 조만간 안 전 검사장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보강수사를 거쳐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조사단 수사 활동 종합 결과도 발표할 예정이다. 수사심의위는 사회 이목이 집중되는 중요 사건의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제고한다는 목적으로 올 1월 대검찰청에 설치한 심의기구다. 학계 법조계 언론계 등 사법제도에 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 25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위원장을 제외하고 무작위로 선정된 15명이 현안위원회에서 수사 계속, 구속영장 청구, 기소 여부 등을 논의한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2024년 4월 13일, 직장인 A 씨는 퇴근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법원 앱에 접속했다. 지난달 유럽 여행 때 여행사의 예약 착오로 휴가 일정이 어그러진 데 대해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여행사 실수’, ‘위약금’ 등 키워드 몇 개를 입력하자 A 씨와 비슷한 피해를 입고 소송을 벌였던 이들의 과거 재판 결과가 담긴 판결문이 검색됐다. 판결문을 읽어본 뒤 A 씨는 인공지능(AI) 챗봇에 소송을 내는 데 필요한 절차를 물어봤다. 소송을 내려는 이유를 입력하고 앱에서 물어보는 몇 가지 내용에 답하자 ‘소장 작성이 끝났다’는 안내가 나왔다. A 씨는 변호사 도움 없이 채 두 시간도 안 걸려 ‘나 홀로 소송’ 접수를 끝냈다. 대법원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 ‘스마트 법원 4.0’이 구축되는 2024년부터는 A 씨처럼 스마트폰으로 간단하게 소송을 접수하고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도 재판을 받을 수 있다고 12일 밝혔다. ‘스마트 법원 4.0’이 도입되면 민사, 가사, 행정재판 등 형사사건을 제외한 모든 재판을 스마트폰으로 진행할 수 있다. 모든 소송 서류는 디지털 문서화돼 빅데이터로 분석되고 관리된다. 두툼한 소송서류를 출력하거나 이미지 파일로 변환하는 번거로움도 사라진다. 가장 편리한 점은 법원에 찾아갈 일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앱으로 소장을 준비, 접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재판이 열리는 날도 앱으로 법정에 접속만 하면 된다. 챗봇이 소송 준비 전 과정을 24시간 안내해주기 때문에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일도 줄어든다. 재판이 끝날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도 과거 비슷한 재판 통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예측해 준다. 재판 받기를 원하는 날짜와 시간도 앱에 간단히 입력하면 된다. 대법원은 ‘스마트 법원 4.0’이 도입되면 법관들의 재판 부담이 줄어들어 현재보다 더 충실한 재판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장인종 법무부 감찰관(55·사법연수원 18기)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최근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54·23기)으로부터 사퇴 종용을 받았던 장 감찰관이 결국 10일 사표를 냈다. 장 감찰관은 2009년 대구지검 서부지청 차장검사를 끝으로 검찰을 떠난 뒤 변호사 활동을 하다 2015년 3월 감찰관에 임용됐고, 지난해 연임해 임기가 1년가량 남은 상태였다. 법무부 감찰관은 검사장급으로 통상 외부인사를 뽑아 2년 임기를 보장했다. 법무부가 지난달 28일 감찰관을 개방형 직위로 추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법무부 직제 시행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도 장 감찰관의 사퇴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법무부는 장 감찰관이 사표를 제출함에 따라 조만간 감찰관 외부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다. 법무부와 검찰 내부에선 장 감찰관 사퇴를 두고 무리한 ‘탈(脫)검찰화’라는 반응이 나왔다.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 과정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검찰 패싱’ 논란까지 겹쳐 법무부 파견 검사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진 상태다. 서울지역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내부 비위를 감찰하는 주요 보직인 감찰관을 임기 중에 정당한 사유 없이 사퇴시키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와 다를 게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1월 법무부 인권국 사무관에서 인권정책과장(부이사관)으로 승진한 오유진 과장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검사는 “법무부 사무관은 파견 검사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해왔는데 갑자기 과장으로 승진을 하자 검사들이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법무부는 탈검찰화 기조에 따라 이 실장을 비롯해 차규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50·24기), 황희석 인권국장(51·31기)을 외부에서 영입했다. 2일에는 정소연 보호정책과장(41·39기)과 김영주 여성아동인권과장(45·34기)을 임용했고 9일에는 한창완 변호사(38·35기)를 국제법무과장으로 뽑았다. 법무부의 한 일반직 공무원은 “코드 인사들이 자리를 꿰찬다는 지적과 별개로 해당 업무를 한 적이 없는 사람들이 상석을 차지해 부하 직원들의 부담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9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 만주의 무장독립운동단체 서로군정서에서 활약한 이근수 선생(1891∼1924)의 손부(孫婦) 신옥자 씨(63·여)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서 대한민국 국적증서를 받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 선생은 1919년 서로군정서 조선특별파견원에 임명돼 국내에서 군자금을 모집하고 주요 시설물 폭파를 준비하다 일제에 체포돼 옥고를 치르다 1924년 순국했다. 법무부는 이날 신 씨를 비롯한 귀화 전 중국 국적의 독립유공자 후손 배우자 7명에 대한 첫 국적증서 수여식을 열었다. 그동안 독립유공자 직계후손은 특별귀화 절차를 통해 필기와 면접시험이 면제됐지만, 그 배우자는 별도 예우가 없어 면접시험에서 종종 떨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신 씨도 앞서 두 번이나 귀화를 신청했지만 매번 면접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에 법무부가 올해 3월부터 독립유공자 후손 예우 차원에서 지침을 개정해 귀화 요건을 완화한 뒤 이날 후손 배우자에게 처음으로 국적증서를 수여한 것이다. 법무부는 60세 이상 독립유공자 후손 배우자에 대해 귀화 면접시험을 면제하고, 보훈처 생활지원금을 인정하는 등 생계유지 능력 인정범위를 확대했다. 귀화 심사기간도 대폭 단축했다. 정부의 국정과제인 ‘국가를 위한 헌신을 잊지 않고 보답하는 나라’를 구현한다는 취지라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박 장관은 수여식에서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는 독립유공자들의 고귀한 희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법무부는 앞으로도 독립유공자 후손 가족들이 국내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제99주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기념일(13일)을 앞두고 이날 마련된 수여식에는 홍범도 장군과 함께 의병을 조직했던 차도선 선생의 외증손녀사위인 박대로 씨(68), 독립군에 가담해 의군단 참모로 활동했던 이경재 선생(1875∼1920)의 외증손녀사위 김정산 씨(64), 을사늑약 체결 상소운동을 전개했던 오주혁 선생(1872∼?)의 외증손부 설순화 씨(61·여) 등 7명이 모두 참석했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의 1심 선고 결과를 전해 들은 최순실 씨(62·구속 기소)는 “다 나 때문이다”라며 심하게 자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최 씨 측 이경재 변호사(69·사법연수원 4기)에 따르면 최 씨는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가 끝난 6일 오후 4시경 서울동부구치소로 접견을 온 권영광 변호사로부터 선고 결과를 전해 들었다. 최 씨는 “내가 징역 20년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나를 기준으로 대통령의 형량이 더 올라간 것”이라며 낙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변호사는 “최 씨 본인이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은 그 이상의 형의 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나왔다”며 “최 씨가 중압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이는데, 본인의 징역 20년에 박 전 대통령의 징역 24년을 더한 총 44년의 무게로 보인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 1심 판결에 대해 검찰은 항소 기간(판결 선고 후 일주일) 만료일인 13일 이전에 항소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일부 무죄가 나온 부분이 있기 때문에 판결문을 분석해 이번 주에 항소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아직까지 항소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통령 국선변호인들은 이날 “피고인의 형이 높게 나왔기 때문에 피고인이 항소 포기 의사가 있는지 기다려본 뒤 (없다면) 12일경 항소장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권오혁 hyuk@donga.com·허동준 기자}
2013년 당시 서천호 국가정보원 2차장(57·구속 기소)이 채동욱 검찰총장(59)의 혼외자 정보 수집을 남재준 국가정보원장(74·구속 기소)에게 보고하고 승인받았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검찰은 서 전 차장이 채 전 총장과 혼외자에 대한 국정원의 사찰 결과를 박근혜 정부 청와대로 넘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최근 서 전 차장으로부터 “채 전 총장 혼외자 얘기가 있어서 알아보겠다고 남 전 원장에게 보고했고, 원장 승인을 받아 정보를 수집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서 전 차장은 채 전 총장과 혼외자 사찰 결과를 누구에게 어떻게 보고하고 배포했는지는 함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말 서 전 차장이 수감된 서울구치소 수용실을 압수수색하고 서 전 차장을 소환 조사했다. 서 전 차장의 진술은 그동안 채 전 총장과 혼외자 사찰에 대한 국정원 지휘부의 개입 의혹을 줄곧 부인해 오던 국정원 실무자의 진술을 뒤엎는 것이다. 채 전 총장 혼외자의 가족관계등록부를 불법 조회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국정원 직원 송모 씨는 검찰 조사와 재판에서 “식당 화장실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A초등학교 채모 군이 검찰총장의 혼외자’라고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고 진술해 왔다. 검찰은 서 전 차장과 남 전 원장을 상대로 △청와대로부터 채 전 총장 혼외자 사찰 지시를 받았는지 △채 전 총장 혼외자 관련 정보를 청와대에 넘겼는지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첩보가 언론에 유출되는 과정에 관여했는지 등을 집중 조사 중이다. 앞서 2014년 채 전 총장 혼외자 불법 사찰 의혹을 수사한 검찰은 송 씨 등 3명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대통령민정수석실 등 청와대 비서실의 관여 의혹에 대해서는 “직무 범위 내의 정당한 감찰”이라고 무혐의 처분했다. 당시 검찰은 곽상도 전 민정수석(현 자유한국당 의원) 등을 조사했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사전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춘천 초등학생 성폭행 살인 사건’의 주인공은 15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정원섭 목사(84)다. 정 목사는 1972년 9월 강원 춘천 역전파출소장의 딸(당시 9세)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몰렸다. 당시 만홧가게 주인이었던 정 목사는 경찰의 가혹행위에 못 이겨 범행을 했다고 인정했다. 이듬해 무기징역 확정 판결을 받은 정 목사는 1987년 모범수로 석방됐다. 정 목사가 누명을 벗는 데에는 동아일보 보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동아일보는 2001년 1000페이지가 넘는 사건기록을 분석하고 사건 관련자들을 만나 “협박에 못 이겨 거짓진술을 했다”는 등의 증언을 확보했다. 전국을 누비며 취재한 진실은 2001년 3∼10월 총 13차례에 걸쳐 보도된 ‘어느 무기수의 재심 청구’ 기사에 담겼다. 결국 재심을 한 대법원은 2011년 “가혹행위로 경찰에서 거짓 자백을 하고 검찰에서도 비슷한 심리 상태에서 거짓 자백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 확정 판결을 내렸다. 정 목사의 이야기는 2012년 영화 ‘7번방의 선물’로 제작됐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변론을 맡았던 ‘낙동강변 2인조 살인 사건’도 과거사위의 사전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1990년 낙동강 갈대숲에서 발견된 여성 시신의 성폭행 살해 용의자로 지목된 두 남성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사건이다. 2013년 모범수로 출소한 이들은 경찰의 고문으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평생 가장 한이 되는 사건”이라고 말했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단장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이 후배 여검사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검사 진모 씨에게 2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진 전 검사는 2015년 서울남부지검에서 근무하던 중 회식 자리에서 같은 검찰청에 근무하던 후배 여검사를 강제 추행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사건 직후 사표를 제출한 진 전 검사는 징계 없이 사표가 수리된 후 대기업 법무팀에 취직했다가 6일 사직했다. 당시 검찰은 진 전 검사의 성범죄 소문이 돌자 진상파악에 나섰지만, 2차 피해를 우려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 진 전 검사에 대한 징계 절차는 진행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진 전 검사가 검찰 고위직 출신인 부친의 영향으로 사표를 쓰는 선에서 사건이 무마된 것 아니냐는 말도 돌았다. 앞서 조사단은 진 전 검사에 대한 사건 자료를 대검찰청으로부터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조사단은 이 과정에서 진 전 검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가 여러 명인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대기업 소속으로 해외 연수차 미국에 있던 진 전 검사에게 귀국해 조사받을 것을 통보했다. 당초 소환에 불응했던 진 전 검사는 조사단이 불출석할 경우 강제소환을 위한 여권무효화 조치를 취한다고 압박하자 12일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해 약 15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조사단은 진 전 검사에 대한 범죄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고, 도주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사단이 1월 말 출범한 이후 구속영장 청구는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소속 김모 부장검사(구속 기소)에 이어 두 번째다. 김 부장검사는 검찰 외부인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후배 여검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에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방문을 제안한 인물은 ‘비선 실세’ 최순실 씨(62·구속 기소)였던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사고가 난 2014년 4월 16일 오후 2시 15분 최 씨가 ‘A급 보안손님’으로 관저에 들어왔다. A급 보안손님은 검색 절차 없이 차를 타고 청와대 관저 정문을 통과해 마당까지 바로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이다. 최 씨를 비롯해 비선 진료를 한 의사 김영재 씨와 부인 박채윤 씨 등 3명이었다. B급 보안손님은 검색 절차 없이 관저 정문까지만 차를 타고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이며 기치료사 오모 씨 등이었다. 침실에 있던 박 전 대통령은 관저 내실에 딸린 회의실에서 최 씨와 안봉근 전 비서관(52·구속 기소), 정호성 전 비서관(49·구속 기소), 이재만 전 비서관(52·구속 기소) 등 ‘문고리 3인방’과 함께 ‘5인 회의’를 열었다. 정 전 비서관이 “대통령께서 중대본에 가시는 게 좋겠다”는 몇몇 수석들의 의견을 최 씨에게 전했고, 최 씨가 운을 떼자 박 전 대통령이 중대본 방문을 결정했다. 약 30분간의 회의가 끝나고 2시 53분경 윤전추 전 행정관(39)은 미용사인 정매주 씨에게 전화를 걸어 빨리 청와대로 올 것을 요청했다. 윤 전 행정관은 “많이 급하십니다”라는 문자메시지도 보냈다. 머리 손질을 마친 박 전 대통령은 오후 4시 33분 관저를 출발해 오후 5시 15분 정부서울청사에 있는 중대본에 도착해 상황보고를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라며 “학생들이 다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 힘드냐. 중대본을 중심으로 동원 가능한 모든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최선을 다해 달라”고 지시했다. 박 전 대통령은 오후 6시 관저로 복귀해서도 집무실로 가지 않고 계속 머물렀다. 당시 최 씨의 청와대 출입 사실은 이영선 전 행정관(39·구속 기소)의 카드 결제 및 차량 통행 기록에서 수사 단서가 나왔다. 최 씨를 데리러 간 이 전 행정관의 차량이 오후 2시 4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최 씨를 태우고 청와대로 올 때와 오후 5시 46분 최 씨를 신사동으로 데려다주고 복귀할 때 남산1호터널을 통과한 기록이 남았던 것이다. 이 전 행정관은 청와대에서 신사동으로 갈 때는 길이 막혀 남산1호터널을 이용하지 않고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 앞 순환도로로 돌아갔다. 이 전 행정관이 강남에서 최 씨를 태우기 전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김밥집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신용카드로 결제한 것도 증거로 남았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과 검찰 수사 과정에서 사고 당일 간호장교와 미용사를 제외한 외부인의 관저 방문은 없었다고 주장한 것은 거짓말로 드러났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장관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정부 합의안을 도출하기 전에 검찰총장과 협의하는 기본 절차는 지켰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최근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수사권 조정 정부 합의안을 내는 과정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의견을 물어보지 않은 것에 대해 27일 검찰의 한 중간 간부는 이렇게 말했다. 법무부와 검찰은 이날 공식적으로는 검경 수사권 조정 정부 합의안이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라며 검찰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일선 검사들을 중심으로 검찰 내부에서는 중대 사안인 수사권 조정 문제에 관해 검찰이 패싱되고 있다며 물밑에서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서울 지역 검찰청의 한 검사는 “대선 공약을 무조건 따르려고 한다는 데서 수사권 조정 논의가 형식적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며 “민정수석과 장관 등 책임자들이 밀실에서 비공개로 정부 합의안을 논의하는 것도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 합의안 내용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지방의 한 평검사는 “수사종결권을 경찰에 준다면 경찰이 불기소 의견을 냈을 때 당사자 항의 등을 고려해 웬만하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것”이라며 “검사들이 경찰의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이 경찰에 대해 수사지휘를 하는 것은 견제의 의미가 있다”며 “경찰이 자체적으로 수사에 착수하고 종결하는 권한을 갖게 되면 당사자와 유착될 가능성이 커지는 반면 견제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당초 정부 공약에 있던 자치경찰제 도입이 수사권 조정 합의안에서 제외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한 부장검사는 “자치경찰제는 수사권 조정의 전제 조건이다”라며 “수사 및 행정경찰을 분리해 경찰 비대화에 따른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민정수석은 이날 오전 “검경 수사권 조정은 여전히 협의 중”이라며 “검경 의견은 계속 수렴 중이다”라고 해명했다.허동준 hungry@donga.com·김윤수 기자}

23일 새벽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돼 첫날 밤을 보낸 이명박 전 대통령(77·구속)은 기상시간인 오전 6시 30분을 넘겨 일어났다. 많이 피곤해 보이는 모습에 교도관도 이 전 대통령을 강제로 깨우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상 후 오전 7시를 넘겨서야 이 전 대통령은 아침식사를 배급받았다. 모닝빵과 잼, 두유, 양배추샐러드가 나왔다. 낯선 환경에서 잠을 잘 자지 못한 탓인지 이 전 대통령은 식사를 남겼다. 식사 후 1시간이 지나 교도관이 음식물 반납통을 가지고 와 남은 음식을 가져갔다. 이 전 대통령은 다른 수용자들과 같이 직접 싱크대에서 식기를 씻어 반납했다. 점심은 돼지고기 김치찌개, 마늘종, 중멸치볶음, 조미김, 깍두기로 식사를 했고 저녁은 감자수제비국, 오징어 젓갈무침, 어묵조림, 배추김치로 했다. 오전에는 아들 이시형 씨(40) 등 자녀 4명이 동부구치소로 찾아와 이 전 대통령의 접견 신청을 했지만 무산됐다. 일반 접견을 하면 일반 수용자들과 같은 공간에서 만나야 하는데 안전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어 구치소 관계자가 양해를 구하고 가족들을 돌려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입소 후 수의 입고 ‘머그샷’ 촬영 22일 오후 11시 5분 구속영장 발부 후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의 K9 승용차를 타고 23일 0시 20분 동부구치소에 도착했다. 신입 수용자들에게 적용되는 입소 절차에 따라 교도관에게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인적사항을 확인받은 뒤 간단한 신체검사를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영장 집행 전 자택에서 챙긴 현금을 구치소에 와서 영치금으로 넣었다고 한다. 소지품을 모두 영치한 이 전 대통령은 남성 미결수용자들이 입는 황토색 수의와 작은 직사각형의 광목천을 제공받았다. 광목천에는 수인번호 ‘716’이 적혀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은 수의 왼쪽 가슴에 수인번호를 붙이고 샤워를 한 후 수의로 갈아입었다. 과거에는 수용자가 바느질을 해 수인번호를 수의에 붙였으나 최근에는 벨크로(일명 찍찍이) 형태로 제작돼 그냥 붙이면 된다. 이 전 대통령은 이어 구치소 생활규칙에 대한 설명을 듣고 수용기록부에 붙일 사진인 이른바 ‘머그샷’을 촬영했다. ‘716’은 구치소의 컴퓨터가 무작위로 배정한 번호다. 하지만 나름대로 규칙이 있다. △여자 미결수 △여자 기결수 △남자 미결수 △남자 기결수 △기결수 중 노역수 등 총 5가지 신분을 구별할 수 있게 번호를 100단위나 1000단위로 나눠 놓는다. 구치소, 교도소마다 규칙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기관의 교도관들만 수인번호의 뜻을 알 수 있다. 신분에 따른 번호 구역을 지정해 놓으면 컴퓨터가 맞는 번호를 할당한다. 따라서 서울동부구치소의 수인번호 ‘716’은 남성 미결수가 받을 수 있는 번호인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은 지난해 3월 31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수인번호 ‘503’을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시경 12층에 있는 10.13m²(3.06평) 크기의 독방에 도착했다. 화장실(2.94m²)까지 합하면 총 13.07m²(3.95평)다. 서울구치소에 수용된 박 전 대통령의 독방 면적은 화장실을 포함해 10.08m²(3.04평)다. 화장실에 샤워기는 없지만 12층에는 다른 수용자가 없어 공용샤워장을 이 전 대통령이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 독방에는 폐쇄회로(CC)TV는 없다. 동부구치소는 지난해 9월 공식적으로 문을 열어 최신식 시설을 갖췄다.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대형 종합병원이 가까워 응급 상황에 대처하기도 좋다. 반면 아파트형이라 맨땅 위에서 걷거나 운동할 기회가 없다. 그 대신 12층에 농구코트 절반 정도 크기의 운동공간이 있다. 이 전 대통령은 휴식시간에 이곳에서 매일 1시간까지 운동할 수 있다. 동부구치소는 지하 통로로 동부지법과 동부지검으로 연결돼 있어 수용자들이 이동 중에 햇볕을 직접 쬐지 못한다고 아쉬워한다. 동부구치소는 유력 인사들을 관리한 경험은 적지만 박 전 대통령을 관리하는 서울구치소 교도관 전담팀(7명)을 벤치마킹해 이 전 대통령 전담팀을 7명으로 꾸렸다. ○ ‘출장 조사’ 후 4월 초 기소할 듯 검찰은 26일 동부구치소를 방문해 이 전 대통령을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례대로 구치소 출장 조사를 나가면 이 전 대통령의 독방 옆 심리상담실을 이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와 특별수사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6·13지방선거 등을 고려해 몇 차례 출장 조사를 한 다음 구속 기간을 다 채우지 않고 수사와 기소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구속 후 기소 전까지 총 5차례 구치소 방문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구속영장 혐의에 대한 보강수사를 벌이면서 ‘국가정보원 정치공작’ 등에 대한 추가 수사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 조사에 불응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23일 이 전 대통령 구치소 접견을 마치고 나온 강훈 변호사(64)는 “지난번 (소환)조사에서 바꾸거나 첨부할 것이 없는 상황에서 만약 (검찰이) 같은 질문을 반복하면 (이 전 대통령이) 진술을 거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재판은 준비기일 등을 거쳐 5월경에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전주영 aimhigh@donga.com·허동준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77)이 23일 뇌물수수 등 10여 가지 혐의로 서울동부구치소에 구속 수감됐다. 2013년 2월 퇴임한 지 5년 1개월 만이다. 이 전 대통령은 노태우 전두환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에 이어 구속 수감된 네 번째 전직 대통령이 됐다. 이로써 1995년 전, 노 두 전직 대통령이 함께 구속 수감됐던 데 이어 박, 이 두 전직 대통령이 동시에 수감되는 역사가 재연됐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45·사법연수원 26기)는 22일 오후 11시 5분 “범죄의 많은 부분에 대하여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 범죄의 중대성 및 이 사건 수사 과정에 나타난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부장판사는 이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 출석을 거부해 서류 검토만으로 구속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박 부장판사에게 A4 용지 207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1000쪽이 넘는 의견서, 8만 쪽이 넘는 수사기록을 제출했다. 이 전 대통령 변호인들은 36쪽 분량의 의견서를 냈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대기하다 서울중앙지검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과 송경호 특수2부장에 의해 서울 송파구 문정동 서울동부구치소로 이송돼 23일 0시 18분 수감됐다. 법무부는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박 전 대통령이 수감돼 있는 점을 감안해 이 전 대통령을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했다. 이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서 신체검사를 받고 수의로 갈아입은 뒤 약 10m² 크기의 독방에 수용됐다. 이 전 대통령은 구속 집행 직전 페이스북을 통해 “누굴 원망하기보다 이 모든 것은 내 탓이라는 심정이고, 자책감을 느낀다”며 “언젠가 나의 참모습을 되찾고 할 말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나는 그래도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국정 최고책임자로서의 권한을 사유화했고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어 증거 인멸 가능성이 농후하며 △중형이 예상돼 일시적 또는 장기간 도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허동준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77)은 23일 0시 1분 서울 논현동 자택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검사들과 함께 차고의 셔터 문을 열고 나와 맨 앞에 서 있던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51) 등 측근 3명과 악수를 하고 손을 흔든 후 곧바로 K9 검찰 관용 차량에 몸을 실었다. 이 전 대통령의 표정은 체념한 듯 담담했다.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71)는 대문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택 안에서 마지막 배웅을 하면서 이 전 대통령을 껴안고 펑펑 눈물을 흘렸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40)와 사위, 딸 등도 모두 울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전부 다 열심히 일한 사람들인데 나 때문에 불명예스럽게 된 거 같아 미안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에서는 22일 오후 11시 5분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K9, K5, 승합차 등 3대의 관용차가 영장 집행을 위해 11시 44분 서울중앙지검을 출발했다. 이 전 대통령의 논현동 자택으로 향하는 차량에는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48·사법연수원 29기)과 송경호 특별수사2부장(48·29기), 검찰 수사관들이 탔다. 10여 분이 지난 오후 11시 55분 검찰 관용차가 이 전 대통령의 자택 앞에 도착했다. 검사들은 차에서 내린 직후 곧바로 영장집행을 위해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검사들이 들어간 후 김효재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66),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72) 등 이 전 대통령의 측근 25명이 마지막 배웅을 위해 대문 밖으로 차례로 나왔다. 측근들은 대문 옆 담벼락에 일렬로 늘어섰다. 일부는 검찰 관용차 뒤에 섰다. ○ MB 측근들 배웅 속 검찰 관용차 올라 이 전 대통령이 차에 몸을 싣자 검찰 차량은 바로 출발했다. 검찰 승합차가 맨 앞에서 골목길을 달렸고, 이 전 대통령이 탄 K9 차량이 가운데에서, K5 차량이 뒤를 따랐다. 0시 2분 골목길을 빠져나온 이 전 대통령 일행은 서울동부구치소가 있는 송파구 문정동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이 전 대통령 자택에서 동부구치소까지는 약 13km 거리다. 이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은 23일 0시 18분 서울동부구치소에 도착했다. 이 전 대통령은 수의를 받고 독방에 수감됐다. 역대 4번째로 전직 대통령이 구속돼 구치소에 갇힌 순간이었다. 22일 이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가 결정된 시간은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 때보다 3시간 반 정도 단축됐다. 이 전 대통령은 22일 오전 10시부터 13시간 5분 동안 진행된 영장 서면심사 결과를 기다렸고,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30일 영장실질심사가 시작된 오전 10시 반부터 다음 날 오전 3시 3분까지 16시간 33분 동안 판단을 기다렸다. ○ MB 측근들 부산하게 자택 오가 앞서 측근들은 22일 낮부터 자택을 부산하게 오갔다. 오후 4시 50분경에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70)와 김효재 전 정무수석 등이 자택을 찾았다. 김 전 총리는 “검찰 수사 관련 얘기는 나누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방문해줘서 고맙다’는 인사 정도만 했다”고 말했다. 오후 7시 30분경에는 이재오 전 의원(73)이, 7시 50분경에는 이동관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61) 등 3명이 도착했다. 오후 8시 10분에는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58)이 자택에 들어갔고, 5분 뒤에는 정동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65·8기),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72) 등 측근 4명이 말없이 자택으로 들어갔다. 자택 앞은 밤이 되면서 취재진이 늘어나고 경찰 인력이 추가 배치되면서 조금씩 북적였다. 오후 9시 반경에는 80여 명의 취재진이 자택 앞에 대기했고, 경찰은 자택 경비를 하는 30명 외에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관 400명이 추가로 배치됐다. 경찰은 오전부터 자택 앞 골목길 약 200m를 통제했다. 오후 10시경 자택 인근 통제선 밖에는 10여 명의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명박이를 구속하라” “잘 가” 등을 외치며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불렀다.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51)은 오후 10시 25분경 자택 앞에 나와 개인 의견을 전제로 “정의로운 적폐 청산이라면 노무현 정부, 김대중 정부의 적폐도 함께 조사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오늘은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우리 검찰이 또 하나의 적폐를 만든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낮 시간대에도 ‘감방 가기 딱 좋은 날’ 현수막과 함께 ‘이명박 감방행차요’가 적힌 팻말이 통제선 밖에 세워졌다. 시민단체들은 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장미를 길 위에 놓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날 자택 앞에 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 영장실질심사는 서면심사로 진행 이날 영장실질심사는 서면 심사로 진행됐다. 검찰은 A4 용지 207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1000쪽이 넘는 의견서 외에도 8만 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수사 기록을 157권으로 묶어서 법원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 변호인들이 이날 법원에 낸 의견서는 36쪽에 불과했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45·26기)는 이날 밤늦게까지 검찰과 변호인들이 제출한 서류를 꼼꼼히 검토했다.정성택 neone@donga.com·허동준 기자}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단장 양부남 광주지검장)이 15일 대검찰청 반부패부를 압수수색한 목적은 2가지다. 우선 지난해 4월 춘천지검이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를 할 당시 대검 반부패부의 수사 지휘에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하려는 것이다. 또 그 이후 춘천지검과 서울서부지검, 서울남부지검 등에서 진행된 채용 비리 수사 지휘를 대검 반부패부가 적절하게 했는지 조사하려는 것이다. 서울서부지검과 서울남부지검은 각각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의 채용비리 의혹을 수사 중이다. 이 가운데 더 민감한 사안은 후자다. 지난해 4월 춘천지검의 강원랜드 수사는 김수남 전 검찰총장 때 일이고 그 이후 채용 비리 수사 지휘는 현 문무일 검찰총장 취임 후 일이기 때문이다. 전국 검찰청의 특별수사를 지휘하는 대검 반부패부는 검찰총장 직속 부서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은 독립적으로 수사를 하게 돼 있어 검찰총장과 대검 반부패부에도 일체의 수사 정보나 일정을 보고하지 않고 있다. 대검은 수사단의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단은 대검 반부패부가 춘천지검 등에 ‘기소 요건을 엄격히 하라’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낸 게 채용 비리 수사를 위축시킨 게 아닌지 확인할 방침이다. 이에 대검 측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문의 취지는 채용 비리 수사 과정에서 공무원이 다른 사람에게 뇌물을 받도록 하는 경우 적용되는 ‘제3자 뇌물수수죄’에 대해 엄격히 판단하라는 지시라고 한다. 공문에는 채용 비리를 통해 입사한 사람이 받은 월급을 제3자 뇌물죄로 기소한 경우에 대한 판례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단은 또 춘천지검에서 강원랜드 수사를 담당했던 안미현 검사(39)가 의정부지검으로 인사 발령을 받은 게 고의적인 인사 불이익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법무부 검찰국을 압수수색했다. 수사단은 당시 법무부 검찰국 검찰과에서 근무했던 검사의 서울중앙지검 사무실도 압수수색해 업무 수첩 등을 확보했다. 앞서 안 검사는 “지난해 4월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때 최종원 당시 춘천지검장이 수사를 조기 종결하라는 취지로 부당한 지시를 했다”고 폭로했다. 안 검사는 또 “당시 최 지검장에게 올린 보고서의 구속 논거가 불구속 논거보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실상에 더 부합하는데 최 지검장이 불구속 기소 의견을 대검에 개진했다는 것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