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돈만 내면 음식점, 병원, 학원, 카페 이름을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올려 줍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검색어 불법 조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조작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네이버는 검색 순위 왜곡을 막지 못하고 있다. 검색어 불법 조작 일당을 적발한 검찰은 조작을 의뢰한 측도 공범으로 형사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돈만 내면 검색어 순위 올린다” “전문적인 프로그램이 있다. 최상의 ‘퀄리티’로 연관 검색어 노출을 보장한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27일 이 같은 내용의 광고를 내고 네이버 검색 순위를 조작한 혐의로 조작업체 대표 장모 씨(32·전직 프로게이머) 등 2명을 구속 기소하고 직원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장 씨 등은 2014년 7월부터 최근까지 식당과 병원, 카페, 학원 등에 포털 사이트 홍보 업무제안서를 발송하고 매출액 세금 신고를 하며 합법적인 기업인 것처럼 활동해 왔다. 38만 회에 걸쳐 133만 건의 키워드 검색어 조작으로 벌어들인 돈은 총 33억5000만 원. 일부 업체는 이 회사에 검색어 조작 대가로 2억 원이 넘는 돈을 내기도 했다. 장 씨 등은 연면적 330m² 규모의 3층짜리 사옥 사무실에 PC와 스마트폰 100여 대를 설치해 놓고 검색어를 조작했다. 반복적으로 특정 검색어를 조회하도록 설계된 ‘봇(BOT)’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또 네이버 측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인터넷주소(IP주소) 조작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네이버는 같은 IP주소에서 특정 검색어를 반복적으로 조회할 경우 이를 검색어 순위 산정에 반영하지 않는 ‘IP 필터링’을 하고 있다. 장 씨 등은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네이버의 감시망을 뚫었다. 또 수사 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브로커를 고용해 호객을 하기도 했다. 검찰은 조작업체 관계자들에게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를 적용했다. 범죄 수익 환수를 위해 이들의 부동산, 차량, 금융계좌에 대해 추징 보전 조치를 했다.○ “검색어 조작 의뢰인도 처벌 검토” 돈을 받고 네이버 검색어 순위를 조작한 범행이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지난해 9월 네이버 블로그 검색어 순위를 상위권에 올려주고 22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최모 씨(42) 등 30명을 적발했다. 최 씨 등은 스마트폰을 통해 컴퓨터를 인터넷에 연결하는 ‘테더링 서비스’의 허점을 노렸다. 테더링 서비스는 인터넷에 접속할 때마다 IP주소가 달라지기 때문에 네이버의 IP 필터링을 피할 수 있다. 올 3월에는 블로그 등 특정 인터넷 페이지에 반복 접속해 검색어 순위를 올리는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3억 원을 받고 마케팅 업체에 판매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대표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렇게 검색어 순위를 조작하는 업체가 늘면서 의뢰인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올 7월 서울 성북구에 네일아트 가게를 연 A 씨는 “가게를 열자마자 ‘매달 15만 원을 내면 네이버에 연관 검색어로 뜨게 해주고, 인터넷 카페 등에 홍보를 해 주겠다’는 제안이 들어왔다”며 “그 이후에도 10여 개 업체 사람들이 연이어 가게에 찾아와 비슷한 제의를 했다”고 말했다. A 씨는 “경쟁 업소들이 포털 사이트 검색어 조작으로 홍보를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흔들렸다”고 털어놨다.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검색어 순위 조작을 의뢰한 것으로 나타난 업종은 음식점, 학원, 성형외과, 치과, 인터넷 쇼핑몰 등 다양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색어 조작이 불법인 줄 알면서 돈을 주고 조작을 의뢰한 사람들을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허동준 기자}

검찰이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부대’ 운영 의혹과 관련해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68·사진)을 출국금지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김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 국방부 장관이던, 총선과 대선을 앞둔 2012년 군 사이버사령부가 국내 정치에 개입한 사실을 알고, 이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검 국가정보원 전담수사팀은 사이버사령부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벌인 이른바 ‘댓글 공작’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을 확보했다. 김 전 장관의 서명이 담긴 ‘사이버사령부 관련 BH 협조 회의 결과’ 문건은 △군무원(사이버사령부) 정원 증가 △북한의 대남 C-심리전(사이버심리전) 대응전략 △국방비서관실 요청사항 관련이 주 내용이다. 이 문건에는 북한의 대남 사이버심리전과 관련해 “BH는 주요 이슈에 대한 집중 대응 요구”라며 ‘주요 이슈’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 해군기지, 탈북자 인권 유린 등을 적시했다. 검찰은 이를 사실상 국내 정치에 대응하라는 지시 성격으로 보고 있다. 또 군무원 정원 증가와 관련해 ‘대통령께서 두 차례 지시하신 사항’이라고 굵은 글씨체로 강조했다. 실제 사이버사령부는 2012년 7월 군무원을 79명 추가로 선발해 47명을 사이버 심리전 담당 530심리전단에 배치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이 전 대통령에게 사이버사령부 댓글 활동을 보고한 정황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확보한 사이버사령부 댓글 활동 문건에는 ‘V’라고 적혀 있다. 검찰은 이것이 VIP(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의미라고 추정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이달 중순 2012년 사이버사령관이던 연제욱 전 대통령국방비서관과 이어 부임한 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을 비공개 소환 조사했다. 15일에는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 혐의로 상고심 중인 이태하 전 530심리전단장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관련 기록 및 관련자 조사 등을 마무리하고 김 전 장관을 소환할 방침이다. 검찰은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했다. 이날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을 소환해 국정원 국익전략실 근무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을 겨냥한 정치 공세 및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작성, 관리에 관여한 혐의를 조사했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하성용 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66)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인식 KAI 부사장(65)이 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검찰 안팎에서는 김 부사장의 죽음이 KAI 경영비리 수사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그러나 검찰은 “김 부사장은 조사나 소환 대상이 아니었다”며 선을 그었다.○ “잘해 보려고 했는데…” 유서 남겨 김 부사장은 이날 오전 7시경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던 경남 사천시 회사 사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KAI 직원은 김 부사장이 평소와 달리 일찍 출근하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자 사택을 찾아갔다가 숨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김 부사장의 아파트 거실에는 소주와 맥주를 마신 흔적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거실에서 A4 용지 3장 분량 유서가 발견됐다. 김 부사장은 하 전 대표 등 회사 관계자 앞으로 “잘해 보려고 열심히 했는데 사장님과 회사분들에게 고통을 드렸다. 송구스럽다”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와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고 한다. 경찰은 타살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이날 시신을 유족에게 인도했다. 빈소는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에 차려졌다. 김 부사장은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한 공군 조종사 출신이다. 합참의장 보좌관을 지냈으며 공군에서 주로 항공사업 분야 업무를 담당했다. 2006년 KAI에 입사해 고등훈련기 T-50과 국산 헬기 수리온 수출, 차세대 미국 고등훈련기(APT) 교체 사업 등 해외업무를 총괄했다. KAI에 따르면 김 부사장은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에도 밀린 T-50 IQ 경공격기 수출대금을 받기 위해 17일 이라크를 방문했다가 별다른 소득 없이 20일 오후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KAI 관계자는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이 회사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 데다 검찰 수사가 고교 동기인 하 전 대표에게로 향하자 핵심 임원으로서 큰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 “김 부사장 조사 대상 아냐” 21일 오전 김 부사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 KAI 경영비리 전반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KAI 수사와 관련해 김 부사장을 조사하거나 소환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이 자살한 이유가 검찰 수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김 부사장이 하 전 대표의 최측근이며 회사 경영 곳곳에 관여했던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검찰은 추석 연휴 이전에 하 전 대표의 개인비리 수사를 마무리한 뒤 KAI의 해외사업 관련 의혹과 정치권 로비 의혹 등으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었다. KAI의 사실상 2인자로, 굵직한 해외 수출 프로젝트를 주도해온 김 부사장을 조사할 수 없게 된 건 검찰로서는 뼈아픈 일일 수밖에 없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이용일)는 이날 하 전 대표에 대해 KAI의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날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43·사법연수원 32기)는 KAI 채용 비리에 개입한 혐의로 청구된 이모 KAI 경영지원본부장의 구속영장을 재차 기각했다. 이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앞서 8일에도 한 차례 기각됐었다. 강 판사는 “범죄사실 내용과 제출된 증거 자료 등에 비춰볼 때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강정훈 manman@donga.com·허동준 기자}
검찰이 20일 배우 문성근 씨(64)와 김여진 씨(43)의 나체 합성사진을 제작해 유포한 혐의로 국가정보원 전 심리전단 팀장 유모 씨와 팀원 서모 씨에 대해 20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유 씨와 서 씨는 문 씨가 2010년 8월경부터 당시 야당 통합 정치 활동을 하자 ‘좌편향 여배우’로 분류한 김 씨와 부적절한 관계인 것처럼 묘사한 합성사진을 만들어 인터넷에 유포해 두 배우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진재선)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는 ‘국정원 적폐청산 TF’가 수사 의뢰한 보수단체 어버이연합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국정원이 어버이연합을 동원해 MB 정부에 비판적인 연예인을 규탄하는 시위를 열게 하고 시위 횟수에 따라 돈을 지불한 내용이 담긴 문건을 TF로부터 넘겨받았다. 또 검찰은 MB 정부에서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66·구속 수감)이 박원순 서울시장을 견제하기 위해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와 협조한 정황이 포함된 국정원 회의 기록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에 따르면 어버이연합은 최근 서울 종로구의 사무실을 폐쇄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자금 지원이 끊기고 수사를 받게 되자 사무실을 없앤 것으로 보인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사무실 압수수색을 하지 못해 어버이연합 내부 자료 확보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20일 오후 추선희 전 사무총장을 소환하려고 했지만 추 전 사무총장은 “출석하지 못하겠다”는 의사를 검찰에 통보했다. 검찰은 또 원 전 원장이 2011년 11월 국정원 회의에 참석해 같은 해 10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 시장과 경쟁했던 나경원 후보(현 자유한국당 의원)가 ‘1억 원 피부숍 논란’으로 낙선한 사실을 언급하며 “사실이 아닌 거 가지고도 나가떨어지는데 사실인 것도 싸워서… 악착같이 해가지고 그 놈(박 시장)이 무너질 때까지 싸우라”고 지시한 녹취록을 입수했다. 검찰은 MB 정부에서 국정원 댓글 부대 운영의 실무 책임자인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을 21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전주영 aimhigh@donga.com·허동준 기자}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발표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 권고안에 대해 검찰 수뇌부는 무거운 침묵을 지켰다. 반면 일선 검사들은 “공수처 권고안은 고쳐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핵심 공약인 공수처 설립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 지금부터라도 차분한 논의를 거쳐 제대로 된 법률을 만들자는 것이다. 대검은 공수처 논의에 대해 일절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법무·검찰개혁위의 권고안은 말 그대로 권고일 뿐이어서 현 단계에서 공식 입장을 내는 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문무일 검찰총장도 19일 대검 검찰개혁위원회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통해 “개혁을 통해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국민의 검찰상을 확립하는 것이 제게 주어진 사명”이라면서도 공수처 문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대검 검찰개혁위는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가 공수처 설립 권고안을 이미 내놓은 점을 감안해 향후 논의에서 공수처 문제는 제외하기로 했다. 대검 관계자는 “법무부 위원회는 법무부 ‘탈검찰화’나 입법이 필요한 안건, 대검 위원회는 수사 관행과 검찰 조직문화 등으로 논의 대상이 나뉘어 있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일부 중첩되는 안건은 서로 조율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선 검사들은 법무·검찰개혁위의 권고안은 공수처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관련 범죄 대부분에 대해 우선 수사권을 갖는 데 대한 우려가 컸다. 한 검찰 간부는 “권고안에 따르면 기업범죄를 수사하다가도 고위공무원 관련 범죄 정황이 나오면 공수처에 곧바로 통보를 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사건을 통째로 넘겨줘야 한다”며 “이런 식이면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사건은 거의 남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의 수사 결과에 대한 통제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권고안에 따르면 고소인 또는 고발인은 공수처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할 경우 서울고법에 재정신청을 내야 한다. 일반적인 검찰 사건과 달리 고검, 대검에 항고, 재항고를 할 길이 막혀 있는 것이다. 서울 소재 검찰청의 한 검사는 “공수처가 수사를 불성실하게 하고 불기소 처분을 하면 재정신청을 내도 법원에서 인용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고소·고발인으로서는 수사 결과에 불복할 기회를 잃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검사와 수사관의 수를 각각 50명과 70명씩 둘 수 있도록 한 권고안의 공수처 규모도 지나치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찰 간부는 “공수처의 규모가 커지면 내부 경쟁 때문에 과잉 수사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의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법무·검찰개혁위의 권고안은 궤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할 법률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검찰 내부 여론을 들어야 하는데 현재 권고안으로는 일선 검사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법무부의 한 간부는 “결국 대검과 협의 과정에서 권고안 중 과도한 부분은 상당히 걸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허동준 기자}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개혁위)가 18일 발표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권고안은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공수처 설립 방안으로 볼 수 있다. 개혁위가 청와대, 법무부 측과 직간접적으로 긴밀하게 의견을 조율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 공수처, ‘수사 이첩’ 사실상 강제 한인섭 개혁위 위원장(58·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공수처 설치 목적은 검찰의 ‘셀프 수사’를 차단하고 수사기관 간 경쟁을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권고안대로라면 공수처가 검찰의 머리 위에 올라앉는 이른바 ‘슈퍼 검찰’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권고안에 따르면 공수처가 검경과 수사 대상, 범위가 중복될 경우 검경이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도록 하는 ‘우선 수사권’을 갖도록 했다. 공수처 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할 때는 공수처장에게 통지해야 하며 공수처장은 사건을 넘겨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권고안은 검경 등 다른 수사기관이 강제처분을 행하거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수처장의 요구에 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공수처의 검사가 수사 중인 사건과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는 기관은 그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권고안의 사건 이첩 규정엔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이 협의하는 조정 절차가 포함돼 있지 않다. 사실상 강제 조항인 것이다. 다만 권고안엔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은 고위공직자 범죄 등의 적정한 처리를 위하여 상호 협력해야 한다’라고만 돼 있다. 검찰의 한 간부는 “다른 수사기관이 공수처에 사건을 넘겨야 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고 말했다. 또 한 변호사는 “공수처가 ‘옥상옥’이 되지 않으려면 ‘조정 기구 설치’ 등 구체적인 협의 절차가 반드시 법으로 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소불위’ 막을 통제 장치 없어 이렇게 막강한 권한을 가진 공수처는 처장과 차장, 검사 50명과 수사관 70명을 합해 최대 122명의 수사 인력을 보유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이 공동 대표로 발의한 공수처 법안이 최대 20명까지 검사를 두도록 한 것에 비하면 매머드급 기관이다. 따라서 공수처가 무소불위의 권력 기관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견제 및 통제 장치가 필요한데 권고안엔 그런 방안이 포함돼 있지 않다. 특히 이미 국회에 발의된 법안에 있는 ‘기소법정주의’(충분한 혐의가 인정되고 소송 조건을 갖추면 무조건 공소를 제기해야 하는 규정)가 권고안엔 없는 게 문제라는 비판이 많다. 공수처의 검사가 자의적 판단으로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검경이 수사하던 고위공직자 사건을 넘겨받은 공수처가 ‘봐주기 수사’를 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중립성 보장 못하는 공수처장 임명 절차 권고안의 공수처장 임명 절차가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수처장 후보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위원 7명은 법무부 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각각 1명, 국회 추천 4명이다. 이 가운데 여권 측 의사를 반영할 가능성이 높은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추천 인사와 여권 인사가 맡게 될 가능성이 있는 국회 추천 2명을 더하면 7명의 과반인 4명이 여권 ‘코드 인사’에 동원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개혁위에서 권고안 실무 작업은 이윤제 아주대 교수(48·사법연수원 29기)와 김남준 변호사(54·22기)가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수는 2012년과 올해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 몸담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변호사는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천정배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냈다.전주영 aimhigh@donga.com·허동준 기자}
“차라리 ‘5공화국 청산’ 때처럼 특별기구라도 만들어라.”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 산하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 활동에 대해 이명박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인사는 17일 “무슨 법적 권능과 근거로 국정원 기밀사항을 뒤지느냐”며 “제대로 하려면 국정원이 도청도 했던 이전 정권 때 일도 공개해야 옳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내걸고 진행 중인 전 정권 수사는 법적 근거가 없는 정치 보복이라는 것이다. 적폐청산 TF는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실이 국정원을 통해 정부에 비판적인 성향의 연예계 인사와 언론인 등을 탄압한 정황이 있다고 발표했다. 당사자로 지목된 한 전직 수석비서관은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국정원에 지시를 하거나 보고를 받은 시스템은 없다. 나도 그렇게 지시한 일이 없다”며 적폐청산 TF 발표를 정면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국정원에서 올라온 보고 중 일부를 참고하라며 수석실에 보내주는 경우는 있다”며 “하지만 참고할 내용이 없어서 잘 안 봤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를 향한 전방위 사정 공세에 대해서는 법조계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한 부장검사는 “정치검사를 비난하며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정권이 검찰정치에 나선 꼴”이라고 꼬집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도 “최근 상황은 정치보복성 수사, 정적을 겨냥한 표적 수사라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법조계와 자유한국당 등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정원 개혁위 활동이 국정원법 9조의 정치 관여 금지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허동준 기자}

문재인 정부의 ‘사정(司正) 드라이브’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검찰은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로부터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민간인 댓글부대, 일명 ‘사이버 외곽팀’을 운용했다는 의혹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국정원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실행 의혹으로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여권에서는 검찰과 특검 수사,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이미 끝난 ‘BBK 의혹’ 사건을 다시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감사원은 이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며 중점 사업인 4대강 사업에 대해 네 번째 정책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MB 향한 검찰의 ‘투 트랙’ 수사 검찰은 지난달 중간간부 정기인사가 끝나자마자 대규모 수사팀을 꾸려 원세훈 전 국정원장(66·구속 수감) 재임 당시 국정원이 벌인 일들을 훑고 있다. 수사는 사이버 외곽팀의 정치·선거 개입 의혹과 문화예술계 정부 비판세력 퇴출 시도,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의 두 갈래로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블랙리스트 사건은 청와대의 개입 정황이 상당 부분 드러난 상태다. 앞서 적폐청산 TF는 2009년 9월∼2011년 12월 청와대가 국정원에 △좌파 성향 영화감독과 방송국 PD들의 제작활동 실태 △좌파 연예인 비판활동 견제 방안 △KBS 간부들의 정치 성향 분석 △좌파 성향 언론인 학자 연예인의 방송프로그램 진행 및 출연 실태 파악 등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이 과정에 당시 대통령민정수석실, 홍보수석실과 기획관리비서관이 개입했다고 공개했다. 적폐청산 TF가 국정원법 위반으로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한 사람은 원 전 원장과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70) 정도다. 하지만 블랙리스트 수사가 본격화하면 권재진 전 대통령민정수석(64) 등 당시 대통령비서실 관계자 상당수가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이 관련 내용을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은 18일 국정원이 제작한 ‘나체 합성사진’ 피해자인 배우 문성근 씨(64)를 불러 조사하고 19일 방송인 김미화 씨(53)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KBS와 MBC 등 지상파 방송을 장악하려 했다는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원 전 원장 재직 당시 국정원이 이들 방송사의 동향을 파악하고 인사에 개입한 내용이 담긴 문건을 적폐청산 TF에서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말 엄기영 당시 MBC 사장(66)이 사퇴하고 김재철 전 사장(64)이 후임으로 선임된 과정에도 국정원이 개입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사이버 외곽팀 수사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공안2부(부장 진재선),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가 주축인 국정원 관련 사건 수사팀에 최근 외사부(부장 김영현) 소속 일부 검사를 추가 투입했다. 수사팀은 전 국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장을 조사하는 등 국정원 예산이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부대’ 운용에 쓰였다는 의혹도 확인 중이다.○ BBK 의혹 재수사 불 지피는 여당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BBK 의혹’ 사건을 재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14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BBK 의혹과 관련한 새로운 내용을 제보받았다며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자료를 제공할 테니 새로 수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박 장관은 “자료를 보내주시면 신중하게 재수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12일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대법원까지 거친 사건이지만 재판에서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혐의가 나온다면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BBK 재수사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감사원은 6월부터 국토환경부와 환경부 등을 대상으로 ‘4대강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감사’를 벌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 22일 4대강 사업 정책결정 및 집행 과정에 대한 정책감사의 필요성을 언급한 데 대한 후속 조치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정책 감사는 이번이 네 번째다. 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마저 4대강 사업을 감사하겠다고 나서자 이 전 대통령은 7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재판까지 받은 사안인데”라며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이번 감사에서는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된 부분이 집중 감사 대상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대형 신규 공공투자산업을 진행할 때 경제적 효율성과 현실성을 미리 점검하는 제도다. 강경석 coolup@donga.com·허동준 기자}
“김대중(전 대통령)은 글로벌 찐따.” “뇌물짱을 외치며 부엉이바위와 무등산에서 번지점프.”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을 비하하고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글과 이미지 파일을 만들어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유포한 정황이 드러났다. 국정원의 민간인 댓글부대, 일명 ‘사이버 외곽팀’ 운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보수 성향 누리꾼이 즐겨찾는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서 국정원 심리전단이 유포한 글들을 확인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15일 국정원과 검찰 등에 따르면 국정원 심리전단은 이명박 정부 시절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개설된 카페 ‘대한민국 긍정파들의 모임’ 게시판에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이미지 파일을 올렸다. 김 전 대통령이 환하게 웃는 사진 위에 ‘김대중을 중국어로 읽으면 jin da zhong(찐따종)’, ‘참뜻: 13억 짱깨들도 인정하는 글로벌 찐따’라고 적었다. 또 다른 게시물에서는 5·18민주화운동을 ‘망할 민(泯) 빌 주(呪) 재앙 화(禍) 죽을 운(殞) 얼 동(凍)’이라며 한자 풀이 형식을 빌려 폄훼했다. 국정원은 문제의 게시물에서 ‘즐라인민공화국 슨상교도’ ‘홍어’ 등 김대중 전 대통령과 호남 지역을 비하하는 표현을 썼다. 검찰 수사를 받다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게시글에서 ‘뇌물짱을 외치며 부엉이바위와 무등산에서 번지점프를 하며 절정에 이르렀다’고 비하했다. 야당 지지자로 알려진 연예인들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공작도 벌였다. 영화배우 문성근, 김여진 씨가 함께 침대에 누워 있는 합성 나체 사진도 국정원 심리전단이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의 사진에는 ‘공화국 인민배우 문성근, 김여진 주연’이라고 적어 두 배우가 북한을 추종하는 것처럼 몰아세웠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피해자인 문 씨를 18일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또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수사의뢰를 해온 방송인 김제동 씨의 2009년 KBS ‘스타골든벨’ 하차 사건 등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이 한 일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남아있지 않은 부분도 진상규명 차원에서 끝까지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 조사를 통해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에 관여한 정황 등이 드러나면서 검찰은 관련 수사팀 확대를 고민 중이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은 공안2부(부장 진재선)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를 중심으로 16~17명가량의 검사를 투입해 국정원 관련 사건을 조사 중이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인터넷 경매사이트에 학교 도서관 책이 올라와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20일 서울대 중앙도서관에 한 졸업생의 전화가 걸려왔다. 인터넷 예술품 경매사이트인 K사 홈페이지에 ‘서울대학교 법과대학도서관’ 직인이 찍힌 대전회통(大典會通·사진) 5권이 매물로 올라왔다는 내용이었다. 대전회통은 고종 2년(1865년)에 편찬된 조선시대 최후의 통일법전이다. 이 사실을 전달받은 서울대 법학도서관이 즉시 서가를 뒤져 보니 1970년 작성된 도서원부(책 입고 현황을 기록한 장부)만 남아있고 책은 온데간데없었다. 서울대 측은 즉시 K사에 경매 중단을 요청하고 동시에 관할 경찰서에 도난 신고를 했다.○ 47년 만에 모습 드러낸 대전회통 서울대 측은 대전회통을 1970년대에 도난당한 것으로 추정한다. 서울대 규정상 자료를 이관·폐기 등을 할 경우 원부에 기록하도록 돼 있지만 1970년 이후에는 아무런 기록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경매 중단 요청 직후 K사를 찾은 서울대 교직원들은 분실된 책 5권의 첫 장마다 서울대 법과대학의 전신인 ‘법관양성소’ 직인이 찍혀 있는 점을 확인했다. 그중 세 권에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도서관’ 직인 및 도서원부에 기록된 번호와 일치하는 등록번호가 적혀 있었다. 이에 K사는 “대전회통을 경매 의뢰인과 상의해 직접 반환하도록 하거나, 반환이 힘들 경우 직접 구입해 서울대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경매 의뢰인 이모 씨(74)가 K사의 제안을 거부하면서 대전회통의 반환은 무산됐다. 이 씨는 “1975년 서울대가 종로구 동숭동에서 관악캠퍼스로 이전하면서 버리고 간 것을 구매한 것”이라며 정당하게 소유권을 얻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 씨의 주장을 뒤집을 뾰족한 증거가 없는 데다 워낙 오래전 일이라 경찰 수사도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대전회통을 돈을 주고 사오면 이 씨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꼴이 돼 안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서울대 측에는 부담이 됐다. 결국 서울대는 올해 초 K사를 상대로 대전회통 인도 청구 소송을 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민사84단독 이일염 부장판사에게 배당됐다.○ “인사동 곳곳에 서울대 도서관 책 유통” 이번 사건은 국립대학교와 사인(私人)이 고서의 소유권을 두고 벌이는 첫 소송이다. 이번 소송의 결과는 앞으로 유사 소송에서 방향키가 될 수 있다. 서울대는 대전회통 사건을 계기로 최근 중앙도서관이 보유한 고서 중 데이터베이스(DB)가 구축되지 않은 20여만 권에 대한 전수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원래 있어야 할 책 가운데 약 44.2%인 8만8700여 권이 분실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고서점이 밀집한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일대에는 현재 서울대 직인이 찍힌 고서 400∼500권이 유통 중이라고 한다. 정확한 숫자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다른 대학이 분실한 고서도 심심찮게 눈에 띄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방치하면 학술적 가치가 높은 고서 가운데 상당수가 같은 한자 문화권인 중국이나 일본 등지로 유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대학 당국이 고서 관리를 체계화하고 DB 구축에도 적극 투자해야 한다”며 “소송 외에도 밀반출된 도서를 유인할 방안 마련도 시급하다”고 말했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중앙통제실입니다. 현재 운동장에서 수용자가 외부에서 던진 부정물품을 습득해 드론이 추적 중이니 기동순찰팀 대원들은 현장에서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31일 경기 안양교도소 운동장. 수용자 A 씨가 5m 높이의 교도소 담장 너머에서 던진, 담배가 든 테니스공을 받는 장면이 드론에 포착되자 경고 방송이 울려 퍼졌다. 120m 상공에 떠있던 드론이 위잉 하며 A 씨를 향해 재빨리 하강했다. 당황한 A 씨는 도망쳐 봤지만 드론을 따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겁에 질린 A 씨의 표정과 도망치는 모습은 중앙통제실에 고화질(HD)영상으로 실시간 전송됐다. 곧 출동한 기동순찰팀 대원들이 A 씨를 제압하기까지 채 3분이 걸리지 않았다. 이날 오후 안양교도소에서 열린 드론을 활용한 교정시설 경비시스템 현장설명회의 한 장면이다. 법무부는 7월부터 6개월간 경기 안양교도소, 경북 북부제1교도소, 강원 원주교도소 등 3곳에서 드론을 활용한 교정시설 경비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시범 운영기간 법무부는 각 교도소마다 세계 최대 드론업체인 DJI사의 최신 모델 ‘인스파이어 2’를 한 대씩 배치했다. 인스파이어 2는 △실시간 영상 전송 △피사체 추적 △장애물 회피 기능 등을 갖췄다. 최대 시속 108㎞로 비행하며 1080p 풀HD 영상을 실시간으로 온전히 전송할 수 있다. 7㎞를 날아갔다가 별다른 조종 없이 복귀하는 ‘리턴 투 홈’ 기능도 갖췄다. 안양교도소는 재소자들이 오전 8시 방문을 열고 외부로 나오는 개방 때와 다시 들어가는 오후 4시 반 폐방 때 20여 분씩 드론을 띄운다. 이 시간 드론은 약 36만㎡의 교도소 상공을 떠다니며 외부활동을 하는 재소자들을 감시한다. 법무부는 시범운영을 통해 ‘대(對)드론 방어시스템’ 구축도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는 비슷한 사례가 없지만 해외에서는 드론을 이용해 마약, 휴대전화 등을 교도소에 밀반입하거나 탈옥을 위해 외부 조력자가 교도소 주변을 정탐하는 사례가 종종 적발된다. 지난달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교도소에서는 드론으로 전달한 절단기 등을 이용해 수용자 4명이 도주했다. 이에 대비해 이날 현장설명회에서는 포획용 그물이 달린 방어용 드론을 띄워 외부에서 침입한 드론을 낚아채는 장면도 시연했다. 이밖에 드론은 야간이나 재난 상황 등 교정시설 내부 인력의 사각지대에서도 역할을 하게 된다. 법무부는 드론 활용 능력을 보완해 내년 상반기부터 다른 교정시설에도 드론 경비시스템을 점차 설치해 나갈 방침이다. 윤재흥 법무부 보안정책단장은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범죄수법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어 첨단 기술을 활용해 시설 방호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인력 및 비용을 절감하는 데도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안양=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이 허리 통증을 호소해 30일 외부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교정당국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과 위내시경, 치과 치료 등을 받았다. 재판 일정이 없는 까닭에 박 전 대통령은 진료가 끝난 뒤 곧장 서울구치소로 돌아갔다. 서울구치소 측은 “박 전 대통령이 입소 이후 허리 통증 등을 지속적으로 호소해 형집행법에 따라 외부 의료시설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진료 결과 박 전 대통령의 허리 통증은 노화에 따른 퇴행성 증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은 장시간 진행되는 재판과 구치소 생활 등 환경적인 이유와 60대 중반의 나이에 따른 퇴행성 허리 통증으로 구치소 내 담당 의사로부터 진료를 받아왔다고 한다. 이 밖에도 박 전 대통령은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역류성 식도염 증상을 보이는 등 소화기 계통이 좋지 않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생활할 때도 위장병 때문에 식사를 천천히 하고 죽을 자주 먹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 수감 이후에도 속쓰림 증세 때문에 음식을 적게 먹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하늘색 환자복 차림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휠체어를 탄 모습으로 병원을 찾았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 수감 이후 구치소 외부 병원을 찾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달 28일에도 박 전 대통령은 같은 병원에서 독방 내 화장실 문지방에 발가락을 찧어 생긴 통증으로 정밀 검사를 받았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내가 웅진그룹 회장 친척인데….” 2011년 5월 윤모 씨(47)는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A 씨에게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이어 윤 씨는 자신이 설립한 초등학생 대상 학습지 업체 T사가 “내년(2012년)에는 영업이익 400억 원을 달성하고 2년 후 회사 가치는 1조 원이 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T사는 태블릿PC로 학습지를 배송하고 채점과 상담도 인터넷으로 해주는 ‘무(無)방문, 양방향’ 교육서비스 업체였다. 당시 T사는 심각한 자금난으로 콘텐츠 개발은커녕 직원들 월급 줄 형편도 안 됐다. 하지만 A 씨는 윤 씨가 대표적인 ‘스마트 학습지’ 기업 웅진 오너의 친척이라는 사실에 솔깃해 13억5000만 원을 투자했다. A 씨는 이듬해 T사가 여전히 매출 부진으로 허덕이자 윤 씨에게 “약속한 것과 다르다”며 항의했다. 윤 씨는 A 씨를 달래며 기존 사업과 방식은 똑같고 유치원생으로 매출 타깃만 바꾼 ‘스마트 유치원 사업’에 투자하라고 권유했다. A 씨는 손실을 만회하려고 T사에 또다시 4억 원을 투자했지만 결국 더 큰 손해를 보았다.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부장 김양수)는 윤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검찰 조사 결과 윤 씨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6촌 동생으로 2000∼2008년 웅진그룹에서 자금 담당자로 근무하다 횡령 사실이 발각돼 감옥을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의 1심 판결에 대해 증거 인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법조계는 재판부가 같은 증거를 놓고 어떤 혐의에서는 ‘믿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가, 또 다른 혐의에서는 유죄 판단의 증거로 삼은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과 독대를 하면서 경영권 승계 관련 청탁을 했는지 판단하면서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의 업무수첩 내용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안종범 수첩’과 대통령비서실이 독대 준비를 하며 작성한 이른바 ‘말씀자료’에 경영권 승계 관련 내용이 적혀 있다고 해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관련된 대화를 했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재판부는 삼성이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후원금 16억2800만 원을 뇌물이라고 판단할 때는 ‘안종범 수첩’의 내용을 증거로 인정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만났던 2016년 2월 15일자 수첩에 ‘빙상, 승마’가 적혀 있는 점으로 볼 때 독대에서 영재센터 이야기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다. 같은 ‘안종범 수첩’ 내용을 두고 ‘삼성 경영권 승계 관련 얘기는 안 했을 것’, ‘영재센터 청탁은 했을 것’이라고 정반대의 판단을 한 것이다. 재판부는 삼성의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모녀 승마 지원을 뇌물로 판단하면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진행상황을 파악하고 있었고, 이를 승마 지원 등 부당한 요구를 하는 데 이용했다는 취지다. 이는 청와대가 지난달 특검에 넘긴 ‘캐비닛 문건’과 앞서 수사 과정에서 발견된 고 김영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업무수첩에 적힌 ‘삼성 경영권 승계 모니터링’ 메모 등을 증거로 삼은 것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 재판부는 민정수석실 관계자를 증인으로 불러 문제의 ‘캐비닛 문건’이 어떤 경위로 작성됐는지 확인했을 뿐, 정작 해당 문건이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가 됐는지는 조사하지 않았다. 이는 대통령비서실이 작성한 이 부회장 독대 ‘말씀자료’에 대해 내린 판단과 완전히 다른 잣대다. 이처럼 들쑥날쑥한 증거 인정 기준 때문에 재판부가 결론부터 먼저 내놓은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법조계는 “항소심에서는 증거 채택과 사실관계 인정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배석준 eulius@donga.com·허동준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의 뇌물공여 등 5가지 혐의 모두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무죄로 인정된 부분이 많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 부회장의 혐의를 뒷받침한다고 제시한 법 논리와 증거 관계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항소심에서 이 부회장 유죄 여부를 놓고 특검과 삼성 간에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1심 유죄 대부분이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의 1심 판결문을 입수해 검토한 결과와 항소심의 쟁점을 심층 분석했다.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일부를 유죄로 판단했다.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딸 정유라 씨(21)가 삼성 측의 승마 지원을 받은 게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과 최 씨의 ‘단순수뢰죄’에 해당하므로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된다는 것이었다. 수뢰죄는 기본적으로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한 부정한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경우 적용된다. 그런데 재판부는 공무원이 아닌 최 씨가 돈을 받은 게 박 전 대통령이 받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공무원(대통령)이 민간인(최 씨)과 뇌물수수를 공모해 ‘공동정범’인 민간인으로 하여금 뇌물을 받게 하는 경우 이는 공무원 자기 자신이 받는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 “박 전 대통령-최순실 ‘공동정범’ 판단 무리” 하지만 법원 안팎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관계를 ‘공동정범’으로 판단한 건 무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동정범은 두 사람 이상이 범죄단체처럼 범죄행위를 단계별로 나눠 맡고 실행에 옮겨서 전체 범죄를 완성한 경우의 형사처벌 대상을 의미한다. 재판부는 최 씨가 뇌물 범행 아이디어를 내고 뇌물 요구는 박 전 대통령이, 뇌물을 받는 행위는 최 씨가 각각 나눠 맡았다고 봤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의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를 ‘한 몸’으로 본 것인데 솔직히 이런 사례를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를 들어 장관인 아버지를 둔 아들이 돈을 받아도 아버지에게 책임을 묻는 건 상당히 어렵다”고 밝혔다. 두 사람을 공동정범으로 묶어서 뇌물의 이익을 공유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뇌물죄에서 두 사람을 공동정범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부모와 자식 관계나 부부간(어느 한쪽이 공무원인 경우)에도 공무원이 아닌 쪽이 돈을 받았을 때 두 사람의 뇌물죄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가 남남 사이인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를 공동정범으로 본 것은 여론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분석이 많이 나오면서 법조계에선 법에 없는 이른바 ‘민간인 뇌물죄’가 적용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재판부가 삼성의 최 씨 모녀 승마 지원을 ‘단순수뢰죄’가 아니라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해 민간인이 돈을 받은 경우 적용되는 ‘제3자 뇌물죄’로 봤어야 했다는 의견이 법원 내부에서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묵시적 청탁’으로 ‘제3자 뇌물죄’ 인정 어려워” 또 다른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지금까지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 돈을 받은 경우 전부 ‘제3자 뇌물죄’로 기소됐다”며 “‘제3자 뇌물죄’는 부정한 청탁이 구체적으로 입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포괄적 청탁’ 내지 ‘묵시적 청탁’만 있으면 인정되는 ‘단순수뢰죄’와 달리 ‘제3자 뇌물죄’는 구체적인 청탁의 뚜렷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의 도움을 받기 위한 명시적 청탁을 한 증거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 부회장이 2014년 9월과 2015년 7월, 2016년 2월 세 차례에 걸쳐 박 전 대통령을 독대할 때도 구체적 청탁을 한 적이 없다고 본 것이다. 다만 독대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삼성의 주요 현안을 경영권 승계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보고 ‘단순수뢰죄’를 적용한 것이다. 서울 지역의 한 고위 법관은 “이 부회장의 뇌물죄와 연계된 박 전 대통령 뇌물죄의 유죄가 선고돼야 할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이런 판결이 나온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단순수뢰죄’가 아닌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할 경우 부정한 청탁의 구체적인 입증이 어렵다고 봤다는 것이다. 따라서 항소심에선 우선 특검과 삼성 측이 ‘단순수뢰죄’와 ‘제3자 뇌물죄’ 중 어떤 죄를 적용하는 게 타당한지를 둘러싼 법리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특검이 ‘단순수뢰죄’ 적용이 무리한 것으로 판단해 ‘제3자 뇌물죄’로 죄명을 바꿀 경우 ‘묵시적 청탁’만으로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권오혁 hyuk@donga.com·허동준 기자}

주수도 전 제이유그룹 회장(61·사진)이 옥중에서 측근들을 조종해 또다시 다단계 사기극을 벌인 혐의로 고소를 당한 사실이 20일 확인됐다. 주 전 회장은 ‘단군 이래 최대 사기극’으로 불렸던 2조 원대 다단계 사기 사건의 주범이다. 2007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12년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이모 씨(42·여) 등 일가친척인 20명의 고소인은 “주 전 회장이 배후에서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다단계 판매회사에 2013∼2015년 투자를 했다가 4억5000만 원가량의 피해를 봤다”며 18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 씨 등은 고소장에서 “주 전 회장은 제이유그룹 비서실 출신 한모 씨 등을 내세워 2011년 다단계 회사 ‘주식회사 조은사람들’을 설립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 씨가 주 전 회장의 접견 담당 변호사를 통해, 주 전 회장에게 매일 회사 경영상황을 보고하고 각종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이를 뒷받침할 근거로 “주 전 회장이 수감 생활 중 만난 류모 씨가 2014년 말 출소한 뒤 조은사람들 경영진에 합류했다”는 점 등을 들었다. 조은사람들은 이 씨 등에게 “서울시의 승인을 받았으며,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에 가입된 합법적 회사다. 판매원으로 등록하면 실적에 따라 매달 1000만 원 이상을 벌 수 있다”며 판매원 등록을 권유했다고 한다. 이 씨 등은 “조은사람들이 ‘판매원 등록 후 첫 20일간은 판매 실적만 있으면 하루에 90만 원씩 특별수당을 주겠다’고 속여 피해자들이 자비로 물건을 구입하도록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조은사람들의 이 같은 영업 방식은 신규 판매원이 낸 투자금으로 기존 판매원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돌려 막기’ 방식 다단계 사기라고 이 씨 등은 의심했다. 한 씨 등 조은사람들 관계자 5명은 앞서 이 씨 등으로부터 같은 혐의로 고소를 당해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박지영)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주 전 회장 사건도 같은 부서에 함께 배당할 방침이다. 주 전 회장은 다단계 사기 사건에서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인물이다. 검정고시 출신인 주 전 회장은 1970년대 후반 서울 학원가에서 유명 영어강사로 명성을 날리다 1999년 제이유그룹을 설립해 다단계 판매업에 발을 들였다. 2006∼2007년 경찰과 검찰 수사에서 제이유그룹은 9만3000여 명에게서 2조1000억 원을 가로챈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정·관계 유력 인사들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검찰은 “제이유그룹이 세무조사 무마에 17억 원을 쓰는 등 로비 비용으로만 72억 원가량을 썼다”고 발표했다. 주 전 회장은 현재 충남 공주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옥중에서 조은사람들의 경영과 영업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주 전 회장의 수감 생활은 더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전주영 aimhigh@donga.com·허동준 기자}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사진)가 올해 3월 대선을 두 달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영입 인사에 포함됐고, 그 전에도 여러 차례 주요 선거 전에 특정 정당이나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야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이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가운데 ‘폴리저지(politics+judge·정치재판관)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2002년 4월 결성된 ‘노무현을 지지하는 변호사 모임’에 이름을 올렸다. 16대 대선 8개월 전이었다. 이 모임에는 당시 변호사였던 문 대통령도 있었다. 또 17대 총선 직전인 2004년 4월 이 후보자는 변호사 88명과 함께 민주노동당 지지를 선언했다. 민노당은 당시 지지 선언 변호사들을 총선 홍보대사로 임명했다. 이 후보자는 18대 총선을 앞둔 2008년 3월엔 민노당 심상정 노회찬 의원 등이 탈당해 만든 진보신당 지지를 선언했다. 당시 이 후보자 등 변호사 114명은 선언문에서 “신자유주의로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고 노동 유연화에 대응하는 등 시대가 요청하는 법조인들의 역할을 진보신당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또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당시 야권 단일 후보였던 박원순 후보 지지를,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여성 법률가들과 함께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헌법재판소 관계자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한 것은 기억이 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노당과 진보신당 지지 선언에 대해 “오래전이라 선언을 했는지 여부나 경위 등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올 3월 민주당 영입과 관련해선 “여성단체연합의 추천으로 명단에 들어갔다. 하지만 후보자가 실제로 (당) 활동을 하거나 당원 가입을 하지는 않았다”고 이 후보자 측 관계자가 설명했다. 헌법재판소법 9조는 ‘재판관은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에 관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관의 과거 행적에까지 소급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야당은 이를 근거로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으로 부적격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 등 야3당은 “헌법재판소의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의 과거 정치 활동을 속속들이 파헤칠 방침이다. 청문회에선 과거 사회적 파장이 컸던 일들에 개입한 이 후보자의 경력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는 2002년 제2연평해전 당시 북한 도발에 대한 비판이 포함되지 않은 ‘서해교전 사태해결 300인 선언’에 참여했다. 또 2008년 광우병 파동 때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을 위한 시국선언’에 이름을 올렸다. 이 후보자 자격 논란에 대해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선 “정치인 출신이 헌법재판관이 된 전례가 있고 헌법재판관의 과거 정치 활동이 문제된 적이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1988∼1994년 초대 헌법재판관을 지낸 한병채 전 재판관은 신민당, 민정당 의원으로 활동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낸 뒤 헌법재판관이 됐다. 하지만 당시는 군사정부의 맥을 이은 노태우 정부 시절이었기 때문에 지금과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허동준 기자}
1000억 원이 넘는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해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86)의 회고록 인세 확보에 나섰다. 1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강지식)는 “전 전 대통령이 회고록 판매를 통해 출판사에서 받게 될 인세를 압류해 달라”며 10일 법원에 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전 전 대통령이 받을 인세는 국고에 환수된다. 앞서 전 전 대통령은 4월 총 3권으로 이뤄진 ‘전두환 회고록’을 펴냈다.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5·18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로 표현했다. 또 자신을 ‘광주사태 치유와 위무를 위한 씻김굿에 내놓을 제물’에 비유해 논란을 빚었다. 검찰의 인세 압류 추진에 전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나 출판사로부터 따로 연락받은 건 없다. 특별히 할 이야기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전 전 대통령도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내란, 반란수괴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 원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당시 전 전 대통령이 “전 재산이 29만 원밖에 없다”며 버티자 국회는 추징금 집행시효를 2020년까지 연장하는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을 통과시켰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 파견 검사들과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이 대거 서울중앙지검 주요 보직에 발탁됐다. 모두 특검 수석파견검사와 댓글 사건 수사팀장을 맡았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사법연수원 23기)과 호흡을 맞췄던 검사들이다. 반면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과 함께 청와대에서 근무했거나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수사했던 검사들은 좌천되거나 주요 보직에서 배제됐다. 법무부가 10일 단행한 고검 검사급 538명과 일반 검사 31명에 대한 승진 및 전보 인사 결과 특검에 파견됐던 한동훈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 2팀장(27기)이 서울중앙지검의 특별수사를 총괄하는 3차장에 임명됐다. 전임 이동열 법무연수원 기획부장(22기)보다 법무연수원 다섯 기수 아래 후배로 파격적 승진이라는 게 검찰 내부 평가다. 한 신임 3차장은 평검사 때인 2003년 SK그룹 분식회계 사건을 수사했고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사건 수사팀에서 일했다. 또 2007년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했다. 한 차장의 지휘를 받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4부장 중 3명도 특검팀 파견 검사들이다. 신자용 신임 특수1부장(28기)은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딸 정유라 씨(21) 이화여대 입시 및 학사 비리를 수사해 9명을 기소했는데 모두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났다. 양석조 신임 특수3부장(29기)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수사를, 김창진 특수4부장(31기)은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 비선 진료 수사를 담당했다. 또 2013년 윤 지검장의 지휘를 받아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했던 진재선 대전지검 공판부장(30기)이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에, 김성훈 홍성지청 부장검사(30기)가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장으로 발령 났다. 앞서 지난달 서울중앙지검 1차장 직무대리로 보임됐던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25기)은 1차장으로 정식 임명됐다. 윤 차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민정수석실에 파견돼 특별감찰반장을 지냈고 윤 지검장과는 현대차 비자금 사건 등 여러 특별수사를 같이해 막역한 사이다. 검찰 안팎에선 “‘윤석열 사단’이 서울중앙지검을 점령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이번 인사로 우 전 수석 아래서 대통령민정비서관을 지낸 권정훈 법무부 인권국장(24기)은 대전지검 차장으로, 선임행정관을 지낸 이영상 대검 범죄정보1담당관(29기)은 대구지검 형사3부장으로 발령 났다. 두 사람 다 서울중앙지검의 주요 보직 후보로 거론됐지만 지방 근무를 하게 됐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총리를 수사한 신응석 대검 수사지원과장(28기)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서울동부지검 형사3부장에 임명됐다. 노 전 대통령 수사에 참여했던 이주형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 부부장(30기)은 인천지검 형사6부장으로 옮기게 됐다. 또 서울시 간첩조작사건 공소유지를 담당했던 이시원 법무연수원 기획과장(28기)은 수원지검 형사2부장에,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김광수 법무부 대변인(25기)은 순천지청장에 임명됐다. 검찰 인사와 예산을 관장해 법무부의 ‘실세’로 분류되는 검찰국의 과장 5명이 모두 서울중앙지검에 발령 받지 못했다. 그동안 대표적인 승진 코스였던 검찰과장, 형사기획과장 등이 지방이나 서울의 다른 지검에 배치된 것이다. 여기엔 검찰국의 힘을 빼겠다는 청와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에선 “검찰국을 공중분해했다”는 반응이 나왔다.강경석 coolup@donga.com·허동준 기자}
“최저가 입찰 담합사건으로는 단군 이래 최대 담합.” 검찰은 국내 대표적 건설사들이 3조5000억 원대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 공사 입찰을 담합한 사건을 이같이 표현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이준식)는 2005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LNG 저장탱크 건설공사 12건, 3조5495억 원 상당의 입찰을 담합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 등)로 10개 건설사 임직원 2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기소된 업체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대표 건설사로 대부분 ‘4대강 공사 담합’, ‘호남고속철도 공사 담합’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상태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제비뽑기로 수주물량을 배분했다. 1차 합의에서 제비를 뽑아 결정한 낙찰 순서는 2차 합의까지 유지했다. 2차 합의까지 공사를 수주하지 못한 업체는 3차 합의에서 금액이 큰 공사를 수주하도록 했다. 낙찰 예정사는 들러리 서는 업체의 입찰 내역서를 예정 낙찰가보다 높게 작성한 뒤 그보다 낮은 가격을 써내는 방식으로 공사를 따냈다. 신규업체는 낙찰 순번을 마지막에 배치하고 ‘마지막 입찰 시까지 합의를 유지한다’는 각서를 쓰도록 해 담합을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준식 부장검사는 “장기간 조직적으로 범행한 점과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엄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4대강 입찰 담합사건 수사를 계기로 대형 건설사들의 자정 결의가 있었고, 이번 사건은 그 이전 범행인 점 등을 고려했다”며 “이번이 대규모 담합사건에 대한 마지막 불구속 수사”라고 설명했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