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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단행된 특별사면 대상자를 심사하기 위해 25일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위원장 권재진 법무부 장관)가 일부 심사 대상자들에 대한 주요 신상 정보가 심사위원들에게 제공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사면심사위에 참석한 민간위원들은 심사 대상자들의 구체적인 신상 정보 없이 현직과 혐의, 형량 등 기초자료만 제공받은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위원회는 법무·검찰 당연직 위원 4명과 민간 위원 4명으로 이뤄졌다. 민간위원들은 이날 자료를 처음 받았고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1시까지 두 시간 반 만에 대상자 55명의 사면·복권 적격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사면·복권 대상 후보자로 심사 대상에 오른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 조현준 효성섬유 PG장(사장)의 경우 심사자료에는 이 대통령과 조 사장의 관계가 전혀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법무부는 위원들에게 나눠주는 심사자료에 조 사장과 이 대통령의 관계를 밝혀야 할지 검토하다가 밝히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사장은 이 대통령의 셋째 딸 수연 씨의 남편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의 사촌이다. 일부 위원은 심사위원회가 끝난 뒤 “대통령 친인척은 배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조현준 사장이 대통령 사돈인지 알 수 있는 정보가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위원들은 고 노무현 대통령 빈소 습격 사건에 연루된 서정갑 국민행동본부장에 대해서도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심사위원회에서는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 전 세중나모여행 회장에 대해서만 주로 논의가 이뤄졌는데 사면 반대 의견이 거세 따로 표결을 거쳐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면 업무에 정통한 전직 법무부 관계자는 “사면심사위는 결국 대통령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는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스윽스윽…. 책상과 의자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복도. 펜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린다. 정민아(가명) 양의 손등 위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친구와 남의 물건을 훔쳤습니다. 그깟 꾸미는 건 어른 돼서 하면 되는데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수치스러운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엄마가 우는 걸 다시는 보고 싶지 않습니다. 저 때문에 속앓이 하고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제가 이런 짓을 했는데도 편 들어주시고 맛있는 것과 옷도 사주시는 걸 보면…. 저를 쓰레기 취급해야 마땅한데 그렇게 대해주시니까 너무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겁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학교가 아니다. 서울중앙지검 7층 복도.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안미영)가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매일 청소년들이 반성문을 쓴다. 오토바이 스마트폰 절도, 학교폭력, 성폭력…. 소년법 49조3항에 따라 검사는 선도를 받게 하는 조건으로 기소유예할 수 있다.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에게 반성문이 대수로울 리 없다. 서너 줄 쓰고 키득거리며 돌아가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지난해 7월 부임한 김윤영 검사(44·사법연수원 32기)는 물었다. “너는 꿈이 뭐니? 앞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니?” 아이들이 고민해 보지 못한 질문이었다. 돌아온 대답은 짧았다. “모르겠는데요.” 김 검사는 아이들의 마음을 열고 싶었다. 반성문을 통해 9가지 질문을 던지기로 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제일 잘한 일, 잘못한 일 △가장 좋아하는 일, 싫어하는 일 △엄마, 아빠, 그 외 가족에 대한 생각 △꿈 △검사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다. 분량은 범죄 유형과 전력, 면담 태도에 따라 2∼10장을 쓰게 했다. 장수를 듣는 아이들 표정이 일그러진다. 조사 중에도 삐딱하게 앉아 김 검사를 째려본다. 같이 온 부모는 자식에게 짜증 섞인 말을 듣고도 한숨만 내쉰다. 김 검사는 한 방을 더 날린다. “내용이나 글씨에 반성하는 마음이 담겨 있지 않으면 새로 써야 해. 양이 두 배로 늘어날 수도 있어.” 책상 앞에 앉은 아이들은 자신이 한 일을 떠올려 본다. “엄마 아빠가 이혼했는데 집안 모든 게 다 싫어 가출했습니다. 친구 2명과 한 친구를 때렸습니다.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 친구의 기분도 생각했어야 하는데….” “사람을 절대 때리면 안 되는데, 제 친구들을 욕하는 바람에 욱해서 그랬습니다. 다시는 감정에 치우쳐 이런 행동을 하지 않겠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잘못한 일은 학교에서 몰래 담배 피운 것, 전화 안 받고 집에 안 들어간 것, 학교 안 간 것, 가출한 것, 2학년 때 후배들 돈 뺏은 것입니다. 하지만 3학년 때 동급생 친구를 때린 게 제일 잘못한 것 같습니다.” 부모에게는 미안한 마음도 생긴다. “정신 차려서 엄마한테 최고의 딸이 될 수 있게 행동할게요. 너무 미안하고 항상 고맙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아버지 속을 무척 썩였습니다. 폭력은 안 된다고 하셨는데 그 약속을 못 지켜서 너무 죄송합니다.” “사고 쳐서 안양소년분류심사원에 3주간 있었는데, 매일 면회 오는 엄마 눈이 부어 있었다. 나는 면회시간 15분 동안 눈물만 흘렸다. 죄송합니다. 나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습니다. 이제 절대 나쁜 짓 안 하고 호강시켜줄게. 사랑해.” 자신의 미래 모습도 다짐해 본다. “늦었다고 생각하지만, 늦지 않았을 수도 있으니까 제 인생을 180도 바꾸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이런 일(폭행)을 벌이게 될수록 제 꿈(축구선수)을 이루기 힘들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운동으로 기른 체력을 괴롭힘당하는 친구들을 위해 쓰겠습니다.” “경찰이 돼서 방황하는 아이들을 잡아주고 싶습니다. 저도 그런 말 듣지 않았지만 계속 말하다 보면 언젠가 한 번쯤은 들어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고민해 보는 것들이다. 다 쓰는 데 두 시간 이상 걸린다. 김 검사가 민원대기실에 들어가서 쓰라는데도 아이들은 굳이 복도 책상에 앉는다. 한동안 펜을 잡고 집중하는 모습…. 복도 소파에 앉아 바라보는 부모에게는 낯설게만 느껴진다. 눈물을 훔치는 부모도 있다. 김 검사를 찾아와 더 혼내 달라는 엄마도 있다. “오토바이 좀 못 타게 해주세요.” 반성문을 받아든 김 검사는 모르는 척 아이에게 다짐을 받아낸다. 사무실 전화번호도 적어준다. “어머님, ○○이가 약속 안 지키면 연락하세요.” 증명서 개념으로 반성문을 복사해 주기도 한다. 아이들은 멋쩍은 듯 웃는다. 검사실에 처음 들어올 때와는 다른 눈빛이다. 김 검사는 “소년범과 면담하는 건 닫혀 있는 마음을 여는 일에서부터 출발한다”며 “무서운 것도 거칠 것도 없는 아이들이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면 달라질 수 있는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말썽꾸러기들이 자기 고백을 하게 만드는 반성문은 다른 검찰청에도 전파되고 있다. 안미영 부장검사(47·여·25기)는 “반성문 한 번으로 아이들을 바꿀 순 없지만 자신을 진지하게 돌아보고 미래에 대해 고민하면서 다시는 죄를 짓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 김재훈)는 전두환 전 대통령 조카 조일천 씨(56)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전 전 대통령 여동생의 아들인 조 씨는 2명에게 투자금 명목으로 9750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사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조 씨는 2007년 12월 정모 씨에게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외국에 있던 아버지 재산 1800억 원이 동결됐다. 이 돈을 국내로 들여올 수 있도록 비용을 지원해 주면 사례비로 5억 원을 주겠다”고 말해 총 5750만 원을 건네받았으며 오모 씨로부터도 같은 명목으로 4000만 원을 받았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상호)는 18년 전 밀입북해서 북한 체제에 동조한 혐의(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 회합·통신, 찬양·고무 등)를 받고 독일에 장기 체류했던 조영삼 씨(54)를 최근 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조 씨는 1993년 북송된 비전향 장기수 이인모 씨로부터 1995년 2월에 초청 엽서를 받고 독일과 중국을 거쳐 밀입북한 뒤 이적행위 등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씨는 비전향 장기수에 대한 월간지 기사를 본 뒤 그들을 돕기로 마음먹고 1991년 11월부터 빨치산 전력자가 운영하던 경남의 오리농장 일을 도왔다. 1992년 1월 농장 인근에 거주하던 이인모 씨를 처음 만난 조 씨는 거동이 불편한 이 씨의 간병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조 씨는 1995년 8월 11일부터 그해 9월 6일까지 북한에서 이 씨를 만나고 김일성 동상에 헌화한 뒤 금수산문화궁전에 있는 김일성 시신을 참배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연방제 통일과 국보법 폐지 등에 관한 결의문을 채택하고 기자회견을 하는 등 7회에 걸쳐 북한에 동조한 사실도 드러났다. 방북 뒤 조 씨는 1995년 9월 6일 독일로 가 지난해 말까지 장기 불법 체류했고 이로 인해 공소시효는 정지됐다. 독일 체류 중 망명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는 검찰 조사에서 “한국에 있는 노부모를 만나고 독일에서 태어난 아들을 한국에서 키우기 위해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에 따르면 현 정부 들어 검거된 간첩은 모두 35명으로 참여정부 때(23명)보다 50% 이상 늘었다. 이 중 탈북자 위장 간첩은 총 14명이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K건설 대표이사 김모 씨는 2007년 S사에서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사의 고급 승용차 ‘마이바흐 57’(사진)을 구입했다. 마이바흐는 삼성 이건희 회장과 탤런트 배용준의 ‘애마’로 알려져 있다.5억3000만 원을 주고 구입했지만 2년 만에 이상이 생겼다. 신호대기 중 갑자기 워셔액이 나오고 계기판이 깜빡대더니 아예 시동이 꺼져버렸다. 김 씨는 바로 S사에 원인 규명을 요구했고, 두 달 뒤 “외부업체가 내비게이션을 장착하면서 미등 커넥터를 재떨이 스위치에 연결해 다른 장치까지 손상됐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를 두고 S사와 내비게이션 설치업자가 분쟁을 벌이면서 차 수리는 점점 지연됐다. K건설은 S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대표이사 김 씨의 차량 렌트비 5억4560만 원(하루 160만 원씩 341일)과 마이바흐 차량 하자 수리비 등을 합쳐 5억7560만 원을 배상하라는 것.1심 재판부는 “S사가 수리가 완료될 때까지 벤츠 S클래스를 사용하라고 제안했으나 김 씨는 자신이 보유한 다른 승용차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렌트비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수리 지연으로 인한 성능 감소 손해와 교환가치(중고가) 감소분 9433만 원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민사20부(부장판사 장석조)는 1심을 뒤집고 연료통 소음 등 구입 시 결함이 있던 하자 수리비 464만 원만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고장 때문에 성능이 저하됐거나 중고가가 낮아졌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사유를 밝혔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검찰 출신인 안창호 헌법재판소 재판관(56·사법연수원 14기·사진)이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 검증에 필요한 신상조회에 동의한 사실이 확인됐다. 헌재 재판관이 임기 중 다른 공직으로 옮기기 위해 인사 검증 절차에 동의한 것은 처음이다. 27일 검찰과 법무부 헌재 등에 따르면 안 재판관은 검찰총장 후보자로 천거된 검찰 외부 인사 6, 7명 가운데 유일하게 재산과 병역 등에 대한 신상조회에 동의했다. 법무부는 동의한 인사를 검증한 뒤 결격사유가 없는 후보자들을 이르면 이달 말 열릴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 보고한다. 정치권에선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의 교감을 통해 안 재판관이 검찰총장으로 내정됐다’는 설이 나오고 있다. 안 재판관은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헌재 소장으로 재임하던 시기(1994년 9월∼2000년 9월) 약 2년간(1997년 8월∼1999년 6월) 헌재 파견 연구관으로 재직하며 김 후보자에게서 두터운 신뢰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는 안 재판관이 신상조회에 동의한 사실에 술렁이고 있다. 최고 헌법 해석기관의 현직 재판관이 수사기관의 장으로 임명되는 것은 3권 분립을 규정한 헌법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법원장급 판사는 “헌재 재판관처럼 명예로운 자리를 다른 공직을 위해 포기한다는 것은 공직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방의 한 검사장은 “행정부처인 법무부 지휘를 받는 검찰총장 자리를 위해 헌재 재판관 자리를 포기하겠다는 건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지적했다. 안 재판관은 지난해 8월 서울고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다. 지난해 9월 20일 헌재 재판관 취임식에서 “개인 목적 달성을 위한 자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헌법적 가치 구현을 통해 국민을 섬기라는 소명을 받은 자리라고 생각하고 일하겠다”라고 다짐했다.전지성·최예나 기자 verso@donga.com}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강남일)는 코스닥 상장사였던 엔터테인먼트 업체 싸이더스의 주가를 조작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송재빈 전 타이거풀스 대표(45)를 25일 구속했다. 송 씨는 김모 씨(43) 등과 함께 2007년 11월 싸이더스 주식을 인위적으로 띄우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2009년 공범 윤모 씨 등 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고, 도주했던 김 씨는 지난해 11월 구속기소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금융감독원의 내사를 받고 있는데 해결해 주시면 인사를 하겠습니다. 5억∼6억 원 정도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증권전문가 라모 씨(54)는 2011년 9월 자신의 증권방송 카페 유료회원 김모 씨(54)에게 도움을 청했다. 증권전문채널인 한국경제TV에 출연하던 라 씨는 미리 사들인 주식을 방송에서 추천한 뒤 주가가 오르면 팔아치워 1억 원 가까운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수사 받고 있었다. 금감원 조사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도움을 청할 사람을 찾다가 김 씨가 국가정보원 직원이라고 했던 게 생각났다. 김 씨는 “옛날과 달라서 요즘은 국정원 직원도 함부로 개입 못하지만 최선을 다해 보겠다”며 라 씨에게 돈을 요구했다. 4일 뒤 라 씨는 경기도의 한 일식집에서 김 씨를 만나 현금 1000만 원과 발렌타인 30년산 양주 한 병을 건넸다. 이틀 뒤에는 서울의 한 호텔 주차장에서 2000만 원을 더 줬다. 라 씨의 전주(錢主) 신모 씨(50)도 김 씨를 찾았다. 신 씨는 자신이 지정한 주식을 방송에서 추천하도록 라 씨에게 ‘꽃값(사례금)’ 3억5000만 원을 건넨 뒤 83억여 원을 챙긴 혐의로 수사 받고 있었다. 신 씨는 도와달라며 김 씨에게 두 차례에 걸쳐 현금 5000만 원을 줬다. 그러나 국정원 직원이라던 김 씨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라 씨와 신 씨 모두 재판에 넘겨졌고 신 씨는 구속까지 됐다. 검찰 수사 결과 김 씨는 충남 천안시 A동의 동장으로 드러났다. 개미들을 속여 번 돈을 국정원 직원을 사칭한 동장에게 사기 당한 것이었다. 증권방송 시장은 속고 속이는 약육강식의 정글이었다. 검찰은 주식 투자에 실패해 돈이 궁했던 김 씨가 사기를 저지른 것으로 봤다. 수사 사실이 알려지자 김 씨는 올해 초 동장직을 그만뒀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강남일)는 신분을 속이고 금품을 받은 혐의(사기, 변호사법 위반)로 김 씨를 구속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김연아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을 기르고 있는데 (김연아의 TV 맥주 광고 출연은) 아이 교육상 좋지 않다.”지난해 4월 ‘피겨 여왕’ 김연아의 매니저 앞으로 이런 내용을 담은 e메일이 왔다. 허무맹랑한 e메일을 보낸 이는 일용직 노동자 최모 씨(39). 그는 김연아가 TV 맥주 광고에 출연하는 것을 반대하기 위해 e메일을 보냈다고 했다. 협박의 강도는 점점 강해졌다. 처음에는 “맥주 광고가 방송되면 내 동맥을 끊어버리겠다”더니 이틀 뒤에는 “맥주 광고가 계속 나가면 김연아뿐 아니라 가족의 목숨도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협박했다. 그렇게 두 달 동안 보낸 e메일은 총 47통이나 됐다.이런 e메일이 영향을 미쳤는지 김연아의 ‘결혼설’ ‘출산설’ 등 루머까지 퍼졌다. 결국 김연아의 소속사 올댓스포츠는 지난해 8월 보도자료를 내고 “각종 루머는 터무니없는 이야기이고 김연아를 음해하려는 의도가 있다. 강경 대응하겠다”며 최 씨를 고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말 최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그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잘못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빌었고 각서를 쓴 뒤 구속은 면하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 김재훈)는 21일 최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박성진)는 대마초를 피운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현대가(家) 3세 정모 씨(22·여)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정 씨는 지난해 8월 서울 성북구 자택 인근에 주차한 자신의 차 안에서 홍모 씨(20)와 함께 대마 0.5g을 담배 파이프에 넣고 불을 붙여 번갈아 연기를 들이마신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정 씨가 대마초를 피웠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지난해 12월 초 외국에 나갔다가 귀국하는 정 씨를 공항에서 체포했다.}

탈북자 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모 씨가 간첩 혐의로 구속되면서 탈북자 지원과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공안당국은 유 씨가 관리하던 서울 소재 탈북자 명단과 주소가 북한에 넘겨졌을 경우 탈북자 사회를 붕괴시킬 수 있을 정도로 파급력이 큰 사안으로 보고 있다. 유 씨가 관리해 온 탈북자 정보는 1만여 명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2만4000여 명의 절반에 육박하는 숫자다. 주소 및 신상정보가 노출되면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이 우선 위협받게 된다. 북한은 가족을 인질로 삼아 탈북자를 회유하거나 협박해 간첩활동을 지시할 가능성이 크다. 가족을 죽인다고 협박하면서 간첩활동을 강요하면 현실적으로 거절하기 어렵다. 과거 탈북자 간첩사건들도 북한 보위부가 가족을 인질로 삼아 협박한 사례가 대다수다. 지난해 북한으로 재입국한 박인숙 씨와 김광혁 고정남 부부도 가족을 처벌한다는 압력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이 주시하는 몇몇 주요 탈북자는 1997년 이한영 씨 피살사건 같은 테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탈북자 대다수는 임대아파트에서 살기 때문에 쉽게 이사 갈 처지도 못 된다. 이번 사건으로 말단 계약직공무원이 국가 안보에 중요한 극비 정보를 빼낼 수 있도록 방치된 관리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안유지를 위해서는 탈북자 정보를 소수의 제한된 공무원만 다루도록 해야 하는 게 맞지만 현실적으로는 탈북자의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선 지자체 단위의 행정업무가 필요해 정보가 지자체 단위에까지 공유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우선적으로 계약직원에게 맡겨진 탈북자 정보관리 업무를 상위 정규직에게 맡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 씨가 어떤 이유로 간첩활동을 했는지도 중요한 포인트다. 당국은 “간첩 임무를 위해 위장 탈북했다”는 주변 탈북자들의 참고인 진술로 미뤄 유 씨가 처음부터 위장 탈북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탈북 이후 유 씨 가족이 있는 함경북도 보위부에 의해 포섭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국정원은 유 씨가 탈북자 정보를 북한에 넘기려는 목적으로 서울시 공무원에 지원했는지, 공무원이 된 뒤 포섭이 됐는지를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유 씨는 서울시에 취직한 뒤 야간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했고 주말에는 ‘영한우리’라는 남북 청년모임을 만들어 탈북 대학생들의 정착을 돕기도 했다. 여러 차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름을 알린 것도 탈북자 정보 수집에 도움을 준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은 탈북자들의 정착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잇따라 터지고 있는 탈북자 간첩사건과 재입북사건은 편견과 불신에 시달리는 탈북자들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고, 궁지에 몰린 탈북자들을 간첩으로 활동하게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최예나·주성하 기자 yena@donga.com}

탈북자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현직 서울시 공무원이 간첩 혐의로 구속됐다. 탈북자 출신 공무원이 간첩 혐의로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특히 서울에 거주하는 탈북자 명단과 이들의 구체적인 동향이 통째로 북한에 넘겨진 정황도 포착돼 정부의 탈북자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국가정보원은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지령에 따라 자신이 관리하는 탈북자 명단과 한국 정착 상황, 생활환경 등 관련 정보를 북한에 넘긴 혐의(국가보안법상 목적수행, 특수잠입·탈출, 회합·통신) 등으로 서울시청 복지정책과 생활보장팀 주무관 유모 씨(33)를 구속해 수사 중인 것으로 20일 확인됐다.국정원은 유 씨가 내사 받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뒤 달아나려 하자 11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한 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상호)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유 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보위부 소속 간첩들이 위장 탈북했다가 국정원 합동심문센터 심문 과정에서 적발되거나 간첩활동 중 검거된 경우는 있었지만 탈북자 출신 공무원이 검거된 것은 처음이다.공안당국에 따르면 2004년 혼자서 탈북한 유 씨는 함경북도 청진의대를 졸업한 뒤 1년간 외과 의사를 한 엘리트였다. “밀수를 하기 위해 중국에 갔다가 독재정권의 폐쇄성이 북한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걸 알게 됐다”는 게 유 씨가 밝힌 탈북 이유였다. 탈북 후 명문 사립대에서 중문학과 경영학을 복수 전공했고 유창한 영어 중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무역회사에서 근무했다. 가족은 북한에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후 2011년 6월 탈북자 대상 서울시 특별전형에 2년 계약직으로 합격해 최근까지 1만여 명의 서울 거주 탈북자 지원 업무를 전담해 왔다. 주 2, 3회 탈북자 가정을 방문해 면담하고 탈북자 전화상담을 하는 업무여서 탈북자들의 생활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국정원은 유 씨가 간첩활동을 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서울시 공무원시험에 지원을 했는지와 보위부의 지령을 받아 탈북자 정보를 북한 쪽에 넘긴 과정 등을 수사 중이다. 특히 북한에 넘긴 정보의 내용과 유출 경로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유 씨는 탈북 이후 중국을 거쳐 여러 차례 북한을 드나들었던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국정원은 1차 수사가 마무리되는 이달 말경 이 사건을 지휘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에 송치할 예정이다.전지성·최예나 기자 verso@donga.com}
“택시운전사가 저를 강제로 추행했습니다. 처벌해 주세요.”피아노 강사인 유모 씨(32·여)는 지난해 7월 강남경찰서에 이 같은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모 씨(58)가 모는 모범택시를 타고 가던 중 학동역 앞에서 신호 대기로 차가 정차한 사이 이 씨가 자신의 허벅지를 만졌다는 것이다. 진술은 엇갈렸다. 경찰서에 소환된 이 씨는 “절대 추행하지 않았다.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오히려 자신은 술에 취한 손님을 위해 목적지에 도착해 뒷문까지 열어줬는데 갑자기 유 씨가 멱살을 잡고 때렸다고 했다. 사건 현장에는 둘뿐이어서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숨겨진 목격자가 있었다. 택시 안에 설치된 ‘블랙박스’였다. 유 씨가 택시를 탄 순간부터 내릴 때까지가 고스란히 녹화돼 있었다. 이 씨가 유 씨를 추행하는 장면은 없었다. 오히려 유 씨가 이 씨를 구타하는 모습이 나왔다.유 씨는 녹화된 화면을 본 뒤에야 거짓임을 털어놓았다. “골목길로 들어가 집 앞에 내려 달라고 했는데 택시운전사가 거절해 화가 났다.” 그는 이 씨에게 사과한 뒤 고소를 취소했다.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안미영)는 무고 및 폭행 혐의로 유 씨를 지난해 말 불구속 기소했다고 18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거짓말 때문에 택시운전사가 강제추행범이 될 뻔했다. 고소를 취소한다고 무고죄가 성립되지 않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지금 형편이 조금 안 좋으니까 다음에 보내 줄게.”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 2011년 3월, 중학교 2학년이던 민준이(16)는 교회에서 주최하는 방학캠프를 신청하고 싶어 했다.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캠프여서 기대가 컸다. 하지만 민준이의 ‘아빠’ 안승호 씨(55)는 허락할 수 없었다. 민준이는 여권을 발급받을 자격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슴 아프지만 거짓말을 할 수밖에…. 2년 전엔 민준이 명의로 휴대전화를 사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미성년자가 여권이나 휴대전화를 가지려면 법정대리인의 보증이 있어야 한다. 10년 넘게 키웠지만 안 씨는 법적으로 민준이의 아빠가 아니었다. 성(姓)도 달랐다. 안민준이 아닌 김민준. ‘민준이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구나.’ 안 씨는 결심했다. 민준이를 정식으로 입양시키기로. 민준이는 네 살 때부터 안 씨 가족에게 ‘막내아들’이었다. 그를 처음 만난 건 2001년. 서울 A 보육원의 어린이날 행사에서였다. 봉사하는 가정당 아이 한 명을 짝지어 하루를 보내게 했는데, 이때 네 살 난 민준이가 왔다. 태어난 지 약 석 달 만에 버림받았다는 민준이는 정말 예뻤다. 안 씨와 부인 김혜진 씨(52)는 이후 매주 민준이를 보러 갔다. 헤어질 때마다 아이는 엉엉 울었다. 그게 눈에 밟혀 집에 데려와 하루 이틀씩 지내기도 여러 번. 2001년 12월부터는 아예 가정위탁을 맡았다. 민준이는 할머니 아빠 엄마 형 누나로부터 귀여움을 받았다. “나는 왜 형, 누나랑 성이 달라?” 중학교에 입학한 민준이가 물었다. 형은 말했다. “너는 엄마랑 성이 같잖아.” 어려서 천사원에서 살았던 기억을 어렴풋이 갖고 있던 민준이에게 아빠는 “널 잃어버려서 잠시 천사원에 있을 때 성이 그렇게 됐어. 나중에 꼭 바로잡아 줄게”라고 얼버무렸다. 그러나 민준이의 성을 바꿀 길이 없었다. 친아버지가 민준이를 천사원에 맡기기 전 호적에 자신의 아들로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이제 안 씨 부부가 정식으로 입양해 성을 바꿔 주려면 친부모의 동의가 필요한데, 친부는 주민등록이 말소된 상태여서 소재 파악이 안 됐다. 이때 만난 사람이 ‘공감’의 소라미 변호사였다. 소 변호사는 우선 친모를 찾았다. 이미 새 가정을 꾸린 친모는 입양 동의를 해줬다. 2011년 6월, 소 변호사는 법원에 친양자 심판 청구를 했다. 민법 제908조에 친부모가 사망하거나 그 밖의 사유가 있는 경우 입양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에 따라 친부의 동의는 필요하지 않다는 확인을 받으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주민등록이 말소된 친부를 상대로 친권상실 재판 청구를 거친 뒤에야 친양자 심판 청구가 받아들여졌다. 지난해 11월 민준이는 ‘안민준’이 됐다. 바뀐 성을 갖고 민준이는 고등학교 입학 지원서를 냈다. 아빠 안 씨는 “아이가 고등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기 전에 성이 바뀌길 바랐는데 정말 기뻤다. 소 변호사의 도움이 없었다면, 절차와 비용 문제 때문에 어려웠을 것”이라며 고마워했다. 2일 창립 9주년이 된 ‘공감’은 변호사 7명이 공익활동에만 전념하는 국내 최초의 ‘비영리 전업 공익변호사단체’다. 아동 빈곤 여성 장애 난민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률 자문과 소송을 무료로 도와주고 있다. 1년에 공감이 맡는 사건은 50여 건. 공익법 제정을 위한 운동에도 열심이다. 공감은 지난해 12월 ‘공익인권법재단’이 됐다. 그 전에는 아름다운재단에 속해 있었지만 재단법인으로 등록한 뒤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됐다. 소 변호사는 “이제 스스로 재정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많은 분의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민준이에게 진짜 가족을 만들어준 것처럼 ‘공감’이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면 하나은행 162-910015-36804(예금주: (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로 후원하면 된다. 02-3675-7740 ※인권 보호를 위해 소 변호사를 제외한 등장인물 이름은 모두 가명으로 처리했습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동아제약으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의사 100명 이상이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18일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들을 매일 소환하고 있다. 아직 소환하지 않은 의사까지 합치면 대상은 100명을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반장 서울중앙지검 고흥 형사2부장)은 전국 1400여 개 병·의원에 48억 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동아제약 임직원 등 12명을 10일 기소했다. 이번에 소환되는 의사들은 동아제약으로부터 200만~300만 원 이상의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환 대상은 2010년 11월 28일 리베이트를 받은 사람도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된 이후 적발된 의사들이다. 수수한 금품 액수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수사반은 이르면 이달 안에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들의 사법 처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조상철)는 지난해 10월 두 차례 국정감사와 11월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혐의(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국회 정무위원회로부터 고발당한 대기업 2, 3세 4명을 약식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벌금 700만 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벌금 500만 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의 동생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에게는 각각 벌금 400만 원으로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정 부회장은 증인 채택 이후 뒤늦게 해외출장 비행기 티켓을 예약해 고의로 불출석한 것으로 보고 가장 많은 벌금을 청구했다. 신 회장의 경우 2건은 베트남 대통령과 태국 총리를 만나는 일정이 있어 혐의없음 처분됐고 나머지 1건만 기소됐다.}
“동생이 갖고 있는 양도성예금증서(CD)가 곧 만기잖아. 나한테 계속 맡겨주면 안정적이고 수익률 높은 상품에 가입해 불려 줄게.” 류모 씨(49)는 2008년 7월 한 대형 시중은행 지점의 VIP팀장 소모 씨(51)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8년 전 사놓은 CD의 원리금 33억5358만 원을 맡기면 시장수익률을 넘는 이윤을 보장하겠다는 것이었다. 류 씨는 돈을 소 씨에게 믿고 맡겼다. 2010년 3월 경기 지역 지점장이 된 소 씨는 다시 류 씨에게 3억 원을 빌려주면 류 씨 명의로 예금에 가입해 실적을 올리고 2개월 뒤 돌려준다고 제안했다. 류 씨는 또다시 소 씨를 믿고 100만 원권 수표 315장을 건넸다. 그러나 지난해 말 투자금을 회수하려고 은행에 연락해본 류 씨는 소 씨가 돈을 개인적으로 주식과 선물옵션에 투자했다가 모두 날린 상태임을 확인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소 씨를 11일 불구속 기소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인테리어 공사비용(1억 원), 내시경 구입비(3000만 원), 명품시계(1100만 원), 오디오 세트(1600만 원), 자녀 어학연수비(1400만 원), 가족 해외여행비(790만 원)…. ‘판촉비용’이라고 적힌 동아제약 회계장부의 실제 명세이다. 에이전시(구매대행업체)를 통해 판촉물을 구입한 것처럼 기록돼 있었지만 사실은 동아제약이 전국 1400여 개 병·의원에 제공한 리베이트 목록이었다. 검찰청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7개 기관으로 구성된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반장 서울중앙지검 고흥 형사2부장)은 자사 의약품을 처방해 달라며 병·의원에 48억 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로 동아제약 임직원과 4개 에이전시 대표 등 12명을 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2008년 12월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된 후 최대 적발 규모다. 리베이트 수법은 진화했다. 직접 병·의원을 상대하지 않고 철저하게 에이전시를 통해서만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에이전시가 병·의원에 인테리어 공사비용이나 의료기기 구입비용을 대신 내주고, 동아제약에 판촉물 비용 형식으로 청구했다. 병원의 홈페이지를 제작해주거나 지하철·버스에 하는 광고비를 내줄 때도 마찬가지였다. 병원장에게 명품시계, 고가의 악기 가구 전자제품 등을 제공하기도 했다. 교육 콘텐츠 제공 전문 에이전시를 통해서는 의사에게 15∼20분짜리 인터넷 강의를 하는 대가로 건당 240만 원을 줬다. 수강생은 동아제약 영업사원들이었다. 국내 1위 제약사인 동아제약은 2009년 2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이런 방식으로 1400여 개 병·의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검찰은 허모 전무(55) 등 2명을 구속 기소하고, 박모 상무(56) 등 5명과 동아제약을 불구속 기소했다. 동아제약과 공모하고 병·의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4개 에이전시 대표도 불구속 기소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과거에는 제약업체 영업사원이 직접 의사들에게 현금이나 법인카드를 제공했지만 리베이트 쌍벌제가 도입된 뒤에는 수법이 은밀하고 지능화되고 있다”며 “주는 자와 받는 자를 숨기기 위해 제3의 에이전시가 등장한 것이 새로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도 내부 고발 없이는 적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제약 정모 차장(44)은 내부 제보자와 가족들을 협박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리베이트를 받은 병·의원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시장이 워낙 변동 폭이 크기 때문에 수급이 강하고 테마가 있는 종목이 좋습니다. 안철수연구소(안랩), 국내 1위 정보보안 서비스업체로 해킹사태가 급증하면서 실적이 좋습니다. 대선 테마주로 부상하고 있고요.”(2011년 10월 4일, 와우한국경제TV 프로그램 중) 증권방송전문가인 전모 씨(34)는 이날 오후 10시 와우한국경제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안랩을 매수 종목으로 추천했다. 다음 날 다른 프로그램과 인터넷증권방송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유료회원들에게는 문자 메시지로 매수를 권유했다. 회원들은 한 달에 80만∼100만 원씩 회비를 내고 투자 정보를 받는 ‘개미(개인투자자)’였다. 증권사 객장에서 방송 점유율 1위인 이 방송채널과 전 씨의 명성이 실제로 어느 정도 힘을 발휘했는지는 확인키 어렵지만 주가는 단기간에 급등했다. 2009년 4월부터 이 방송에서 활동한 전 씨는 특정 기업의 투자 전망을 하거나 모의 수익률을 산정하며 투자 정보를 제공했다. 전 씨는 주로 황금시간대(오후 10∼11시)나 주식시장 개시 전(오전 6∼7시)에 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개미들은 그를 믿고 주식을 샀다. 하지만 개미들이 모르는 게 있었다. 전 씨는 4일 방송에 출연하기 전 ㈜안랩 주식 7만6074주(30억9499만 원 상당)를 미리 매수해 놓고 있었다. 주가가 급상승하자 그는 이틀에 걸쳐(17, 18일) 이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 이렇게 벌어들인 차익은 23억1279만 원이었다. 14일 만에 74.4%의 수익을 낸 것이다. 주가도 3만7900원(2011년 10월 4일 종가 기준)에서 6만9100원(같은 달 18일 종가 기준)으로 크게 올랐다. 며칠 새 10만 원까지 올랐던 주식은 11월 초 5만 원대로 급락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강남일)는 사전에 매수한 특정 주식을 자신이 출연한 방송에서 추천한 뒤 팔아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전 씨를 구속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전 씨는 2011년 10월부터 2012년 1월까지 ㈜안랩 ㈜서한 ㈜바이오스페이스 ㈜바른손 등 4개 종목 주식 210만7004주를 매매해 총 36억9866만 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부당이득 중에는 전주(錢主) A 씨의 몫도 있었다. 검찰은 전 씨의 행위가 ‘스캘핑’의 전형이라고 봤다. 스캘핑은 북중미 인디언들이 적의 시체에서 특정 부위 피부를 벗겨 전리품으로 챙겼던 행위를 뜻하는 말로, 증권시장에서는 투자자문업자가 매수 추천을 하기 전에 해당 주식을 사고 주가가 오르면 파는 행위를 의미한다. 검찰은 “현행 자본시장법에는 증권방송전문가의 스캘핑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어 포괄적 사기 금지 규정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전 씨는 검찰에서 범행 일체를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자신이 산 주식을 추천해 달라며 전 씨 등 다른 방송 출연자에게 돈을 주고 차익을 올린 혐의로 전주 A 씨도 구속기소했다. A 씨는 한 번에 ‘꽃값(사례금)’을 3억 원씩 주고 6개월간 90억 원을 챙겼다. 이번 수사는 개미들의 문제 제기로 시작됐다. 검찰은 “증권방송전문가들이 선행매매로 이득을 보고 있다”는 여러 건의 민원을 접수해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와 함께 수사에 착수했다. 증권방송전문가의 이 같은 스캘핑 행각은 전 씨에게만 국한된 게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다른 케이블방송 및 인터넷방송의 증권방송전문가와 전주 등 10여 명에 대해서도 비슷한 혐의를 포착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법무부는 7일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정성진 전 법무부 장관)를 구성하고 차기 검찰총장 인선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상 최초로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위원회가 검찰총장 후보자를 추천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대통령이 직접 임명해왔다. 추천위는 8일부터 14일까지 개인 또는 단체로부터 후보자를 천거받아 인사 검증을 거친다. 이르면 이번 달 말 위원회를 열어 3명 이상의 후보자를 권재진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하고 권 장관은 최종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결국 새 검찰총장은 다음 달 25일 새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위원은 모두 9명으로 국민수 법무부 검찰국장, 권순일 대법원 법원행정처 차장, 신영무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이관희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신현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등 5명이 당연직 위원이다. 정성진 위원장과 김선욱 이화여대 총장(여), 신성호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여) 등 3명은 외부 위원으로 위촉됐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당시 “검찰총장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인물로 임명하고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사람은 임명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전지성·최예나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