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상습폭력 남편, 아내가 처벌 원치않아도 구속수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 대검 “朴대통령 지적 4대악 척결”… 강화된 처리지침 마련

실직 후 아내의 가게 일을 돕던 A 씨(50)는 술만 마시면 폭력을 휘둘렀다. 다른 남자와의 관계를 의심하거나 신세를 한탄하다가 폭력으로 이어졌다. 아내는 참다못해 신고했지만 “처벌을 원하느냐”는 경찰의 물음에 “가정을 파탄 낼 수는 없고… 참고 살아야죠”라고 했다. 결국 단순 폭행사건이 돼 남편은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다. 이후 남편의 폭력은 계속됐다.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30대 B 씨도 술만 마시면 아내를 때렸다. 하지만 아내는 신고하지 못했다. 한국말도 서툴렀고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도 몰랐다. 길에서 남편에게 맞는 아내를 본 시민이 경찰에 신고한 뒤에야 아내는 자신의 상황을 호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찰서에서도 옆에 있는 남편 눈치를 보며 처벌해 달라고 하지 못했다. 남편과 헤어진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막막했다. 결국 남편은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다.

2011년 대검찰청의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가정폭력 6227건 중 65%가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가정폭력은 집안일이라는 인식에 따라 사건이 그냥 종결 처리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가정폭력을 휘두른 남편은 아내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구속 수사를 받을 수 있다. 특히 A 씨처럼 상습적이거나 흉기를 휘두른 경우는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 대상이다. 초범도 최소 8시간∼최대 40시간 교육·상담을 받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4대악(가정폭력 성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 중 하나로 규정한 가정폭력을 뿌리 뽑기 위해 대검찰청은 이달 중 강화된 가정폭력사범 처리 지침과 매뉴얼을 전국 일선 지검에 하달할 계획이다.

15일 본보가 확인한 지침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상처가 남지 않은 폭행사건인 경우 아내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공소권 없음’ 처분했지만 앞으로는 가정보호사건으로 관할 법원에 송치한다. 이 경우 판사가 가해 남편과 피해자, 가족 등을 소환해 조사·심리한 뒤 △격리 △접근금지 △구치소 유치 △보호관찰 △사회봉사 등을 명령할 수 있다.

초범이거나 몸에 상처가 생겼어도 남편과 합의했으면 기소유예 처분했지만 이제는 한국가정폭력상담소나 보호관찰소 등이 실시하는 8∼40시간짜리 교육·상담을 받아야 한다. 교육·상담을 받지 않으면 폭력 배우자가 기소되거나 법원에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된다. 이 같은 방침의 시행을 위해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김홍창)는 14일 한국가정폭력상담소 등 관련 시민단체 및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상습적으로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은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한다. 특히 피해자가 다문화여성이거나 장애인인 경우 이 방침을 더 엄격히 적용할 계획이다. 표현이 서툴고 어디에 신고해야 할지 몰라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또 다문화가족지원센터나 법률구조공단 등과 협조체계를 구축해 사건 발생 초기부터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대검 관계자는 “아버지의 가정폭력을 보고 자란 아이는 학교폭력 가해자가 될 수 있고, 가정폭력 남편은 비뚤어진 성의식으로 성폭력을 저지를 가능성도 있다. 가정폭력을 바로잡는 게 4대악 근절의 출발”이라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채널A 영상]“아버지 말리려 했는데…” 가정폭력이 부른 참극
[채널A 영상]‘부부 간 성폭행’ 처벌될까? 공개변론 열기로


#가정폭력#남편#구속수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