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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우 우리은행장의 뒤를 이을 차기 행장으로 이광구 우리은행 개인고객본부 부행장(57·사진)이 내정됐다. 청와대의 사전 내정설,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출신이라는 점 등의 이유로 파문이 일었던 이 부행장이 실제로 내정됨에 따라 금융권 전반의 ‘정치(政治)금융’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행장후보추천위원회는 5일 이 부행장과 김승규 부행장, 김양진 전 수석부행장 등 3명을 심층 면접한 끝에 이 부행장을 차기 행장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 행추위는 “이 후보가 은행업 전반에 대한 폭넓은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우리은행의 기업가치를 제고함으로써 민영화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 부행장은 1979년 상업은행에 입행해 우리은행이 출범한 뒤 개인영업전략부장, 영업본부장, 경영기획본부 부행장 등을 지냈다. 이 부행장은 이달 30일 주주총회를 통해 공식 선임된다. 이 부행장은 지난달 말 행추위가 구성되기도 전에 청와대와 당국의 개입으로 사전에 차기 행장으로 내정됐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 부행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이사회도 거치지 않았다. 차기 행장으로서의 포부 등은 조만간 밝히겠다”며 말을 아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우리은행장 선임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행추위가 자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행장 선임에 금융위가 개입하거나 청와대의 뜻을 전달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내정설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아직까지는 이광구 우리은행 부행장을 차기 행장에 낙점한다는 의사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4일 “면접이라는 막판 변수가 남아 확정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청와대가 기존 방침을 바꿀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지만 우리은행 행장후보들은 5일로 예정된 면접 등에 끝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특히 내정설이 돈 이 부행장 외의 2명의 후보는 ‘들러리가 되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4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우리은행 행추위는 5일 이 부행장, 김승규 부행장, 김양진 전 수석부행장을 대상으로 최종 행장후보 선정을 위한 심층면접을 진행한다. 각 후보가 행추위원들에게 우리은행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프레젠테이션하는 방식이다. 각 후보는 면접에서 정치금융 논란으로 흐트러진 우리금융의 분위기를 추스르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힐 계획이다. 김양진 전 부행장은 ‘이광구 부행장 내정설’과 관련해 “우리은행을 둘러싼 논란을 지켜보며 우리은행이 왜 이렇게 됐는지 눈물이 날 지경”이라며 “내가 면접대상에 포함된 걸 보면 행추위가 최대한 공정하게 심사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에둘러 답했다. 김승규 부행장은 내정설에 대해 즉답을 피하며 “가능성이 있든 없든 후보로 선정된 만큼 면접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조심스러운 답변을 내놨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이 부행장은 이 행장이 연임을 포기한 1일 이후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피하고 있다. 인터뷰를 거부할 뿐 아니라 전화도 받지 않고 있다. 다만 이 부행장은 11월 말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서금회 이야기가 나오는 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부담스럽다. 서금회는 금융인 모임일 뿐이고 난 서금회에서 맡은 직책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날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 행추위가 후보들을 다시 선정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다만 행추위의 한 관계자는 “이 판국에 행추위가 무산되면 정치금융 논란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며 “후보를 다시 선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전통이 무너진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은행장 내정설 등으로 촉발된 최근의 ‘정치(政治)금융’ 파문에 대해 금융계 원로들의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성과 능력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하는 금융회사의 인사(人事) 문제에 권력 최고위층이 부적절하게 개입하면서 금융계가 나름대로 쌓아 온 원칙과 절차가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당시 수석부행장인 이순우 행장에게 자리를 물려주면서 다른 건 몰라도 최고경영자(CEO) 승계 과정만큼은 굉장히 신경 써 잘 마무리했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런 경영 승계가 전통으로 자리 잡기를 바랐는데 이게 무너진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금융계 인사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국내 금융회사들의 CEO 인선 시스템 자체는 선진화돼 있는 편이다. 회장·행장추천위원회 같은 독립기구들은 1990년대부터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고 이사회와 경영진의 권한 배분도 비교적 잘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훌륭한 절차를 순식간에 허울로 만들어 버리는 외부의 압력이다. 여기서 외압의 주체는 금융당국이 아닌 핵심 권력층, 또는 그 주변에서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가신(家臣) 그룹을 말한다. 현 정부 들어 낙하산 인사를 떨어뜨리는 주체가 관료들이 중심이던 과거 ‘관치(官治)’의 수준을 넘어섰다는 뜻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금융지주 회장은 “가장 힘이 센 ‘윗선’들은 금융권 CEO 정도는 그냥 아무나 가서 하면 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금융계에서 일해 보지 않고 정치만 하던 사람들은 전문성, 능력 같은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한 전직 시중은행장도 “시스템을 아무리 잘 만들면 뭐 하나. 권력층이 마음을 고쳐먹지 않는 한 모든 게 엉망이 된다”며 “위에서 누군가에게 자리를 내주고 싶을 때 제일 쉽고 폼 나는 곳이 금융기관”이라고 말했다. 대학교수 등 외부의 민간인으로 구성된 행추위원들도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깜냥’이 안 되는 낙하산은 뽑지 않겠다”고 용기 있게 반기를 들 수는 있지만 그 후에 ‘비협조적’이라는 평이 돌아 정부에 ‘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전직 금융회사 CEO는 “소신을 꺾지 않고 괜한 고집을 부렸다가 나중에 사외이사 자리가 나도 못 가고 정부 용역도 못 받을 수 있다”며 “한번 찍히면 ‘풀’에서 영원히 제외될 수 있다는 생각에 교수들이 소신껏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금융계 원로들은 최근의 ‘정치금융’ 현상이 결국엔 금융회사의 경영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은 “전문성 있는 금융인을 기르지 못하고 낙하산 인사가 계속된다면 하루 이틀은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금융위기 등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때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은 “정도경영, 이런 거 하기도 바쁜데 인사 때마다 압력이니 뭐니 해서 시끄러우니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낙하산으로 오는 본인 역시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훌륭한 능력을 갖고 있어도 위에서 찍어 내려왔다는 인식이 조직원들에게 퍼져 있으면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의 모임)의 회원들 사이에서도 “외부의 곱지 않은 시선 때문에 앞으로 역차별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 금융지주사 고문은 “당국이 간섭만 하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금융회사 내부에서 CEO가 나오는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인사 문제만큼은 금융기관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홍익대 전성인 교수는 “예를 들어 3년 정도의 금융사 근무 경력을 임원 자격으로 명시하면 최소한 정피아(정치인 출신 마피아)는 막을 수 있다”며 “교수들도 정부가 주는 ‘자리’나 용역에 예속되지 말고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장윤정 yunjung@donga.com·송충현·유재동 기자}

“돌아가는 걸 보면 모르나. 연임하는 걸 포기하지 않고 내가 (차기 행장이) 되면 조직이 난장판이 되는 거지. (버티다간) KB 임영록 전 회장처럼 되지 않겠나. 그렇지 않나.” 차기 행장 경쟁을 포기한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1일 밤 서울 중구 신당동 자택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가슴속에 담아뒀던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기자는 이날 3시간을 기다린 끝에 이 행장의 아파트 앞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이 행장이 충남 아산시 고객들과 만찬을 끝내고 아파트 현관에 들어서던 자정 무렵이었다. “돌아가라”며 인터뷰를 거부하고 집에 들어갔던 그는 20여 분 뒤 기자를 집으로 들어오게 했다. 1일 오후 6시 반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이 행장에게 “이광구 우리은행 부행장 때문에 포기한 것이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보면 모르나. 내가 뭘 더 하겠다고….” 이 행장은 자신이 연임을 포기하지 않고 행장 레이스에 뛰어드는 게 우리은행 조직을 망치는 길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윗선’에서 특정 후보를 민다는 걸 알면서 눈치 없이 자리를 지킬 경우 조직에 해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한 달 전까지 우리금융 안팎에서 이 행장의 연임은 당연시됐다. 민영화 과제를 뚝심 있게 수행해왔고 은행 실적 면에서도 흠결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느닷없이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출신인 이 부행장의 내정설이 돌기 시작했다. 우리은행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 멤버들은 자신을 제외한 위원들이 누구인지, 누가 위원장을 맡았는지, 회의가 언제 열리는지 통보도 받지 못한 채 이 행장과 이 부행장이 ‘2파전’을 벌이고 있다는 보도를 지켜봐야 했다. 이 행장은 “(윗선이) 이 부행장을 찍어서 냈는데 행추위에서 (이 부행장이 회장 후보가) 안 되면 난리가 나지 않겠느냐”며 “(연임 포기는) 주말 동안 많은 고민을 해서 내린 결론”이라고 말했다. 행추위의 지지를 받아 연임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으로 보느냐고 물었다. 실제로 다수의 행추위원은 포기 선언 전까지 이 행장의 연임을 지지했다. 그는 “민영화 작업이 한창인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면 안 된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왔다는 걸 나도 안다”며 “연임하려 들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우리은행) 조직은 다 죽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또 “행추위를 통과해 연임이 돼도 (우리은행) 정부 지분이 57%나 되니 정부가 주주총회에서 밀어버리면 그만이다. 그걸 왜 내가 생각하지 않겠나. 연임 포기 결정이 내가 우리 조직을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의중을 알고도 버티기에 나섰다가 조직 전체가 망가진 ‘KB금융 사태’의 전철을 밟을 수 없었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이어 “그래서 정말 민영화를 하고 싶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 행장은 “민영화가 되면 CEO(최고경영자) 인사 때마다 나오는 잡음은 없어질 것이다. (금융당국 등이) KB금융 회장으로 하영구 전 한국씨티은행장을 밀었지만 결국 사외이사들이 지지한 윤종규 회장이 되지 않았나. 내 대(代)에서 이런 일들을 끝내 버리려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민영화 되고 직원들 복지가 좋아지면 직원들이 영업할 때 고객들에게 술도 한잔씩 사고 영업력도 좋아질 건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 행장이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다음 날인 2일 우리은행 행추위는 2차 회의를 열어 이광구 부행장과 김승규 부행장, 김양진 전 수석부행장 등 3명을 차기 행장 후보 면접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광구 부행장은 본인 내정설과 관련해 “지금은 말하기 거북한 입장”이라고 답했다. 행추위는 5일 이들 3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진행한 뒤 9일 임시 이사회에 최종 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다.송충현 balgun@donga.com·장윤정 기자}

임기가 이달 30일까지인 이순우 우리은행장(사진)이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의 후보추천 회의를 하루 앞둔 1일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다. 이 행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은행 매각 예비입찰이 끝난 지난달 28일 연임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면서 “나는 행원부터 시작해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봐서 미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이어 “경영권 매각은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정부가 할 일”이라며 자신은 할 일을 다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광구 부행장 내정설에 대해 기분 나쁘지 않으냐’는 질문에 “누가 될지 아직 모르는 것 아니냐”며 “누가 돼도 잘할 것이고 섭섭함은 없다”고 말했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최근까지 연임이 유력시됐던 이 행장이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이 실패로 돌아간 데다 이 행장과 경합을 벌여온 이 부행장의 차기 행장 내정설에 부담을 느껴 연임을 포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2일 열리는 우리은행 행추위에서 이 부행장이 낙점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부행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같은 서강대 출신으로 이른바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의 지원 속에 차기 행장 후보로 급부상했다. 이 부행장이 차기 행장으로 내정될 경우 서금회에 대한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역시 서강대 출신인 홍성국 대우증권 부사장이 신임 사장에 내정되며 이 모임에 대한 관심이 커진 바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서금회에 대한 논란 속에 이 부행장이 낙점될 경우 정권이 특정인을 우리은행장에 앉히려고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차기 행장 인선에는 이 부행장 외에 이동건 우리은행 수석부행장과 정화영 중국법인장, 조용흥 전 우리은행 미국법인 은행장 등도 아직 후보군에 올라 있다. 앞서 이 행장은 이날 오후 임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민영화라는 최대의 숙명적 과제를 안고 은행장 소임을 맡은 지 벌써 3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고 우리금융 계열사 매각 등의 민영화 작업 끝에 지금 이 순간까지 왔다”며 “이제 저의 소임은 다한 것으로 여겨져 회장 취임 때의 약속을 지켜야 할 때”라고 썼다.송충현 balgun@donga.com·유재동 기자}
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임단협)에서 지난해보다 낮은 2.0% 수준의 임금 인상에 합의하기로 했다. 노조는 그 이유로 임단협 과정에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30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윤 회장은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은행 본점에서 국민은행 노조와 첫 번째 임단협을 가질 예정이다. 국민은행 노조는 지난해(4.8%)보다 낮은 4.4%의 임금 인상률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후 사측과 협상을 거쳐 2.0% 수준의 임금 인상률을 수용할 예정이다. 국민은행 노조 고위관계자는 “윤 회장이 취임한 뒤 조직 안정에 힘쓰고 있는 상황에서 협상에서 불필요한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무리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취지에서 국민은행 노조는 10월 29일 윤 회장이 KB금융 이사회에서 회장 후보로 추대된 직후 국민은행 본점 행장 집무실 앞을 점거하며 요구했던 ‘특별수당’도 임단협 안건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시 노조는 올해 초 벌어진 카드정보 유출 사태 때 직원들이 야근 및 휴일근무 수당을 받지 못했다며 시위를 벌였다. 이런 노조의 태도가 국민은행 노사 간 관계의 근본적 변화로 이어질지 안팎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윤 회장이 노조의 지지를 받으며 임명된 만큼 노조가 은행 경영에 노골적으로 간섭하며 특혜를 누리는 ‘노치(勞治)’ 현상이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다만 윤 회장이 주요 경영과제로 밝힌 점포 통폐합에 대해 노조는 인력 구조조정이 동반될 경우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밝히고 있어 이런 밀월관계가 지속될지는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한국은행이 2015년도 신입직원 정기채용에서 60명을 선발했다. 합격자 중 지방대 출신의 비중은 역대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한국은행은 올해 신입직원 채용에 총 4573명이 응시해 60명이 합격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쟁률은 76.2 대 1이었다. 합격자 중 남성은 41명(68.3%), 여성은 19명(31.7%)으로 나타났다. 최고령 합격자는 32세, 최연소 합격자는 22세다. 특히 올해 한은 공채에서 지방대 출신 합격자가 11명로 전체 합격자의 18.3%를 차지했다. 이는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은 관계자는 “2010년 지방인재 채용목표제를 도입한 이후 지방대 출신의 입행이 꾸준히 늘어왔다”며 “올해에도 지난해 15.3%에서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응시 부문별로는 경제학 31명, 경영학 16명, 법학 2명, 통계학 3명, 정보기술(IT)·컴퓨터공학 4명, 해외전문인력 2명, 자유전공 2명 등이다. 외국에서 오랜 기간 공부한 인재를 해외전문인력으로, 프랑스어와 독일어를 전공한 인문학 인재를 자유전공인력으로 선발했다. 합격자 중 2명은 법학전문대학원 출신으로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고 11명은 공인회계사 자격증 소지자다.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하루아침에 수천 명의 은행원이 실직자가 돼 거리로 쏟아졌다. 누구는 해고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속옷을 싸들고 농성장으로 갔다. 차마 가족들에게 실직 사실을 알리지 못해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는 척 나와 공원으로 ‘출근’한 사람들도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은행원들의 소식도 간간이 들려왔다. 1997년 12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받은 직후 금융권에서 벌어졌던 ‘잔혹사’다. 최근 금융권에서 벌어지는 구조조정은 외환위기 직후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금융권 종사자 9만 명 거리로 IMF 구제금융 이후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한 건 1998년 6월부터다. 당시 금융감독위원회는 경기 대동 동남 동화 충청은행 등 5개 은행을 시장에서 퇴출한다고 발표했다. 은행의 대규모 감원 움직임은 1998년 초부터 감지됐다. 대기업들의 잇단 부도로 금융권에 부실 경고등이 켜지며 은행들의 지점 통폐합과 감원이 이어졌다. 제일은행 퇴직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일명 ‘눈물의 비디오(내일을 준비하며)’가 만들어진 시기도 이때다. 그해 6월 5개 은행이 무더기로 문을 닫게 되면서 국내 금융권은 구조조정의 소용돌이로 빠져 들어갔다. 5개 은행에서 9000여 명의 은행원이 직장을 잃었다. 정부는 5개 은행을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구조조정했다. 인수 은행이 피인수 은행의 우량자산과 부채만 인수하는 방식이었다. 고용승계 의무는 없었다. 필수 인력을 제외한 대다수의 인력이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었다. 살아남은 은행들도 감원 ‘칼바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은행들은 인수합병을 거치며 조직을 정비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수백 개의 점포가 문을 닫았다. 2000년에는 한빛은행에서만 약 900명의 직원이 명예퇴직 형식으로 직장을 떠났다. 2001년 8월 IMF 관리체제를 졸업할 때까지 금융권 전체에서 약 9만 명이 직장을 잃은 것으로 추산된다.가족 흩어지고 생활고 시달려 은행에서 해고 통지를 받은 직원들의 삶은 망가져 갔다. 당시 대한민국 경제는 IMF 구제금융이라는 산소마스크에 의존하던 상태였다. 인력을 줄이겠다는 회사는 있어도 새로 사람을 뽑는다는 회사를 찾기는 어려웠다. 은행에서 나온 이들은 분식점, 빵집 등을 차려 영세 자영업자가 되거나 아파트 경비원, 대리운전 기사 등 계약직의 문을 두드렸다. 거리 곳곳에 식당, 오락실, 치킨집이 앞다퉈 문을 열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창업은 뼈아픈 결과를 낳았다. 동아일보가 1998년 동화은행이 문을 닫고 6년이 지난 2004년 동화은행 퇴직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자영업에 도전했던 사람 중 80%가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실패 등으로 은행원으로 재직할 때보다 경제적 지위가 하락했다는 이들도 66%에 달했다. 동화은행 지점장 출신의 A 씨는 해직된 뒤 거주하던 아파트를 처분해 얻은 4억 원으로 옷가게, 갈비집, 노래방에 도전했다가 실패해 자산을 모두 날렸다. 자영업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B 씨는 술집 웨이터나 공사장 노동자로 생계를 이어 나갔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가져온 가장 큰 폐해는 가정의 해체였다. 경제력을 상실한 가장은 집 바깥을 맴돌았다. 노숙인을 위한 무료 배식소에 은행원 출신이 줄을 잇고 있다는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가장(家長)이 무너지자 가족의 유대도 약해져 갔다. 별거를 하다 자녀가 결혼한 뒤 합의 이혼하는 부부가 속출했다. 자녀들은 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군대를 가거나 대학을 휴학하고 학비를 벌었다. 금융권 구조조정이 빚어낸 씁쓸한 한국의 현대사 중 한 페이지의 모습이었다.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정모 씨(50)는 1년 만에 월수입이 10분의 1로 줄었다. 지난해만 해도 서울 여의도 증권사의 부장으로 한 달 1000만 원이 넘는 월급봉투를 손에 쥐었다. 작년 말 회사에서 ‘비(非)자발적 희망퇴직’을 한 뒤 지금은 보험설계사 일을 하며 월 100여만 원을 벌고 있다. 정 씨의 추락은 다니던 회사의 경영상황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시작됐다. 증시 부진으로 업황이 악화되자 회사는 ‘수익원 다변화’를 명목으로 직원들에게 금융상품 판매를 강요하기 시작했다. 가족과 친지를 모두 동원해 영업한 뒤에도 정 씨는 할당된 실적을 채우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결국 그는 사내에서 ‘부진자(不振者)’로 찍혀 강도 높은 실적 올리기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석 달간 모두 세 차례의 과정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에서 정 씨는 상위 10% 직원도 올리기 힘든 목표를 부여받았다. 정 씨는 “아주 힘든 업무를 부여해서 결국 못 버티고 회사를 나가게 만드는 과정이었다”라고 회고했다. 실제 그는 2차 프로그램을 마치고 지난해 말 회사를 나왔다. 당장 생활비 마련을 위해 정부 일자리센터로 달려갔다. 하지만 재취업은 쉽지 않았다. 그나마 유일하게 자신을 필요로 한 곳은 어느 보험사였다. 박 씨는 “지금 월수입은 100만∼150만 원 정도”라며 “설계사들 대부분은 가족, 친지들에게 보험을 팔아 3∼4개월을 버티면 더이상 계약을 딸 곳이 없다. 설계사를 시작한 지 1년 안에 10명 가운데 9명이 그만둔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인력 감축이 금융권에서 진행되고 있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만 해도 89만4000명까지 늘었던 금융·보험업 취업자의 수가 올해 10월 81만7000명으로 줄었다. 불과 15개월 만에 7만7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금융회사들이 신규채용을 줄인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기존 인력의 막대한 구조조정 탓에 이렇게 많은 일자리가 증발한 것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최근 2, 3년간 금융권에서 정년을 앞두고 이른 나이에 퇴직한 ‘금융맨’들을 추적해 이들의 퇴직 이후 삶과 고민을 들어봤다. ▼ 금융맨의 눈물… 20년간 다니던 증권사에 6개월 계약 재취업 ▼생존을 위한 재취업 ‘전쟁’ 은행 지점장으로 일하다 2010년 희망퇴직한 이모 씨(54)는 별다른 준비 없이 회사를 그만둔 뒤 ‘기술’을 배우기로 했다. 일반 회사에 다시 들어간다 해도 언젠가 예상치 못한 때에 다시 퇴직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과 제대로 된 기술 하나만 배워놓으면 나이가 더 들어도 계속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가 선택한 새 직업은 보일러공이었다. 벌이는 월 100만 원 안팎으로 자기 용돈과 매달 나가는 경조사비 정도 충당할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이 나이가 돼서도 일한다’는 기쁨이 생각보다 컸다. 미혼인 두 아들의 결혼 비용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7억 원대 아파트를 팔고 3억 원대 집으로 옮겨 마련할 계획이다. 문제는 정작 돈의 액수보다 자신의 마음속에 있었다. 양복을 빼입고 직원들을 부리던 옛날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이 씨는 “일을 하니 그래도 돈을 번다는 뿌듯함은 있다”면서도 “그런데 현장에서 기름때를 묻히며 ‘부림’을 당하다 보면 알 수 없는 설움이 와락 밀려온다”고 털어놨다. 결국 이 씨는 조금이라도 더 ‘대접’받는 곳에서 일하기 위해 다른 금융 관련 자격증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다. 나이에 ‘5’자가 들어가는 순간, 금융회사 직원들의 직장생활은 언제 끝나도 이상할 게 없다. 그나마 은행이나 보험사는 좀 나은 편이다. 증권사는 40대 초반만 돼도 연말 인사철이 영 편치 않다. 예전에는 회사를 조금 일찍 나와도 갈 곳이 있었다. 몸만 좀 낮추면 어떻게든 다른 금융회사에서 ‘둥지’를 틀 수 있었다. 은행을 관두고 저축은행에, 또는 증권사에서 나와 중소 투자자문사에 재취업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전(全) 금융권이 동시다발적 경영난에 빠진 요즘은 같은 금융권에 남아 있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약 5년간의 통계로 추산한 바에 따르면 중장년층이 퇴직 이후 같은 직종에 재취업하는 비율은 금융·보험업이 20.3%로 23개 직종 중 4번째로 낮았다. 금융권에서 조기 퇴직하는 이들의 행보는 크게 두 갈래다. 한 가지는 이 씨처럼 기존에 하던 일과 완전히 다른 일을 찾는 경우다. 대개는 소득수준이나 사회적 신분이 모두 하락하기 때문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또 하나는 원래 다니던 회사에 계약직으로 재취업을 하는 경우다. 올 7월 퇴직한 증권사에 다시 취업한 양모 씨(45)가 그런 사례다. 20년간 한 증권사에서만 일했던 양 씨는 40대 중반 나이에 명예퇴직 권고를 받고 회사를 나왔다. 안 나가겠다고 버텨봤자 원격지로 발령이 나거나 새로 만든 방문판매부로 쫓겨날 게 뻔했기 때문이다. 양 씨는 명예퇴직 한 뒤 재입사해 지금 6개월 시한부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하는 일은 이전과 거의 같지만 급여는 예전의 절반도 안 된다. 이런 열악한 처우에도 양 씨처럼 같은 회사에 계약직으로 재취업한 직원이 전체 퇴사자의 40%가 넘는다.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양 씨는 “지금 자리마저도 내년 초 재계약이 어려울 것 같아 막막한 심정”이라며 “퇴직금을 쏟아부어 음식점을 여는 것은 주변에서 다들 절대 하지 말라고 해서 어떻게든 월급쟁이로 남아 있으려 한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권 퇴직자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자영업 진출을 극도로 꺼린다는 점이다. 외환위기 직후 너도나도 음식점을 차렸다가 퇴직금만 날리고 폐업한 경험이 ‘금융맨’들에게 깊은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전직(轉職) 컨설팅업체인 인지어스의 정태식 사업본부장은 “과거에는 요식업 창업이 많았지만 요즘에는 우리가 먼저 뜯어말린다”며 “금융권은 동종업계 취업도 쉽지 않기 때문에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조업, 통신업 등 다른 산업군으로 넘어가려는 추세”라고 말했다. 용케 일반 기업에 안착하더라도 상당 폭의 연봉 감소와 노후 불안은 피할 수 없다. 2년 전 시중은행에서 퇴직한 김모 씨(53)는 지난해 일반 기업의 감사직으로 재취업했다. 그의 월 소득은 실수령액 기준 약 300만 원으로 은행지점장 시절의 3분의 1도 안 된다. 소득이 줄었지만 씀씀이까지 줄이진 못했다. 비록 돈은 적게 벌어도 경조사나 동창회 등의 모임에 빠짐없이 얼굴을 비추지 않으면 소속됐던 커뮤니티에서 소외될 것이란 불안감이 작용했다. 김 씨는 “정작 은행에 다닐 때는 외모에 별 신경을 안 썼는데 요즘은 집을 나설 때마다 잘 다려진 옷을 입고 머리엔 왁스를 바른다”며 “‘직장에서 쫓겨나니까 사람이 후줄근해졌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소득이 줄어든 현실과 사회적 체면, 품위를 유지하고 싶은 욕구가 상충되는 현상은 많은 금융권 퇴직자들이 겪는 딜레마다.미리미리 준비한 성공적 명퇴 국내 대형 은행에 다니다 올해 1월 말 퇴직한 박모 씨(55)는 18년간 7군데의 은행 지점을 거치며 내내 은퇴 이후의 삶을 고민했다. 박 씨는 지점장 시절 생명보험설계사를 비롯해 부동산투자상담사, 펀드투자상담사 등의 자격증을 땄다. 나이가 들어 수험서를 붙들고 시험 준비를 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은퇴한 뒤에는 무조건 늦는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 물고 도전했다. 그 결과 박 씨는 퇴직한 후 한 달 만에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 박 씨의 화려한 ‘스펙’을 눈여겨본 헤드헌팅 업체에서 먼저 생명보험회사에서 일하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해온 것이다. 박 씨는 현재 한 보험사의 임원으로 금융상품 영업부서를 맡아 일하고 있다. 급여도 은행에서 일할 때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박 씨는 “보통 6개월에서 8개월간 재취업하지 못하고 쉬는 사례도 많은데 미리 은퇴 준비를 해 둔 게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퇴직 이후의 성공 여부는 퇴직 이전의 준비가 얼마나 충실한가에 달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자신의 과거에 미래에 대한 답이 있다는 것이다. 착실한 준비 과정을 거쳐 금융권에서 일한 전문성을 살리면서 경쟁력 있는 일자리를 찾은 사례도 많다. 올해 7월 구조조정으로 증권사에서 퇴직한 김모 씨(49)는 “(구조조정을 당한 게)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말한다. 21년간 ‘증권맨’으로 일하며 지점장을 세 차례나 맡았을 정도로 인정받았던 그는 퇴직 전 업황이 나빠지면서 실적 부담에 시달렸다. 스트레스가 병을 키웠는지 설상가상으로 쓸개를 떼어내는 수술까지 받았다. 더이상 버티기 힘들었다. 김 씨는 사직서를 내고 나와 고향인 광주에 작은 투자자문사를 차렸다. 오랫동안 증권맨으로 일하며 쌓아온 전문성이 빛을 발했다. 회사가 지난달 낸 순수익만 1300만 원. 증권사 부장 시절 받았던 연봉 1억여 원보다 오히려 벌이가 좋았다. 연금이 나오는 15년 뒤엔 제주도에서 아내와 노년을 보낼 생각이다. 김 씨는 증권사에 다닐 때도 늘 은퇴 후를 준비했다. 바쁜 시간을 쪼개 국제공인회계사 자격증까지 땄다. 그는 “은퇴 후 깡통을 차지 않으려면 자기관리가 중요하다”며 “당장 눈앞의 실적에만 매달리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퇴직 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맨의 희망 은행 다닐 때 자격증 준비… 생보사 임원으로 ▼“화려한 과거는 잊고 긴 미래를 봐야” 보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인생을 설계하는 퇴직자도 많다. 50대 중반에 퇴직을 한 뒤 일반 기업이나 금융회사에 재취업하면 길어야 3, 4년을 다닐 수 있는데 앞으로 남은 인생을 생각하면 너무 짧다는 것이다. 국내 외국계 은행을 다니다 올 6월 말 희망퇴직한 김모 씨의 생각도 그랬다. 김 씨는 귀농을 선택했다. 아직 두 자녀가 미국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어 퇴직금만으로는 노후생활이 어려웠다. 김 씨는 “큰 병에 안 걸리면 90세까지도 살 텐데 앞으로 30∼40년은 경제생활을 해야 한다“며 “연 3000만 원의 농가소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귀농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해 강원도 횡성에 5000m² 규모의 밭을 사고 자그마한 집도 지었다. 주말농장 삼아 아내와 감자, 고구마, 깨 등 10여 가지 작물을 심는 등 예행연습도 했다. 김 씨는 밭일이 손에 익으면 밭을 늘려 더덕이나 도라지, 오가피 같은 약용작물 농사도 해볼 생각이다. 지금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실업자 직업훈련 과정에 등록해 조경 기술을 배우고 굴착기 운전 자격증을 딸 준비도 하고 있다. 지난해 직접 전원주택을 짓고 귀농을 준비하면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조경을 부업으로 해볼 계획이다. 김 씨는 “회사 생활에 익숙한 퇴직자들이 단기간 일자리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잘해봐야 2, 3년이고 그 이후에는 또 대책이 없다”며 “최소 30년을 내다보고 퇴직 후의 삶을 짜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이형종 수석연구원은 “일단 어디에라도 들어가 월급을 받자는 마음으로 재취업한다고 해도 사실상 인공호흡으로 퇴직 시점을 2, 3년 늦추는 임시 방편에 불과할 뿐”이라며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퇴직 후의 인생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려했던 과거를 잊고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조언도 많다. 보험사 지점장으로 일하다 지난해 희망퇴직한 조모 씨(54)는 퇴직금을 받아 판촉물 업체를 차렸다. 수건과 행주, 김, 국수 등 보험회사 영업점이 고객들에게 주는 각종 사은품을 만드는 회사다. 조 씨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그래도 내가 지점장 출신이라는 생각에 폼 잡고 영업하러 다니다가 ‘건방지다’ ‘임직원처럼 행동한다’는 얘기를 간접적으로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그때부터 철저한 ‘을(乙)이 되자’고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퇴직 후 전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마음가짐인 것 같다. 혼자 일하지만 출퇴근 시간을 꼭 지키고 회사를 다닐 때보다 더 긴장감을 갖고 일한다”고 덧붙였다. 송양민 가천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고령자 일자리의 경우 보통 월 100만 원 안팎의 소득을 얻을 수 있는데, 과거의 연봉만 고집해서는 좀처럼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들다”며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퇴직 후에도 경제생활을 위해 많은 수입을 올려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사회적 기업이나 봉사활동 등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일자리를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박민우 minwoo@donga.com·신민기·송충현·유재동 기자}

관치금융 논란으로 후보 선출이 연기됐던 차기 전국은행연합회장에 하영구 전 한국씨티은행장(사진)을 선임하기로 시중은행장들이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연합회 이사회는 28일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총회 직전에 모여 하 전 행장을 단독 회장 후보로 추천할 예정이다. 은행연합회 이사회의 멤버인 한 시중은행장은 2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회장 후보를 바꿀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없다”며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사회 멤버들 모두 하 전 행장을 그대로 후보로 추천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시중은행장도 “24일 이사회를 마치고 은행장들이 모여 저녁식사를 하면서 의견을 교환했다”며 “하 전 행장으로 뜻이 모아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장도 “회장 자리가 논란이 있다고 이랬다저랬다 바꿀 수 있는 자리가 아니지 않으냐”고 밝히면서 하 전 행장이 은행권 안팎의 예상처럼 회장 후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장 10명과 연합회 회장, 부회장 등 12명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당초 24일 회장 후보를 선정할 계획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정례 이사회를 미뤘다. 하 전 행장 내정설이 나오면서 금융노조 등이 ‘낙하산 관치 인사’라고 반발하자 신중하게 결정하는 모양새를 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노조는 당시 이사회 회의장 복도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으며 일부는 회의장에 진입하기도 했다. 한 은행장은 “24일 저녁 자리에서 관치 논란이 이는 것에 언짢아하는 얘기들이 오갔다”고 전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하 전 행장의 내정설에 대해 “현재 인사시스템은 내정설이나 ‘금융당국이 거기 관여하겠다’ 이런 것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관치 논란이 거세질 경우 하 전 행장의 단독후보 추천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금융노조는 27일 금융당국이 은행연합회장 선임에 압력을 행사했다며 감사원에 금융위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정임수 imsoo@donga.com·송충현 기자}

초저금리 시대가 장기화하며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중국과 브라질 인도 등에 투자해 한국 시장 대비 높은 수익을 올리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한국의 해외증권투자 잔액은 사상 처음으로 2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해외 투자가 그만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의 금융투자회사들은 투자자들의 수요에 발맞춰 다양한 해외투자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최근 가장 각광을 받는 시장은 중국이다. 상하이와 홍콩 증시의 교차 거래를 허용하는 ‘후강퉁’이 17일 시작되며 중국 본토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후강퉁으로 투자가 개방된 상하이 증시 종목은 약 570개에 이른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식투자를 할 수 있는 수백 개의 투자처가 추가로 생긴 셈이다. 지금까지는 적격외국기관투자가(QFII) 및 위안화 적격해외기관투자가(RQFII) 자격을 갖춰야 중국 시장에 직접 투자할 수 있었다. 중국에서는 후강퉁의 대상 주식을 늘려 중국 증시를 세계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초대형 투자시장으로 키우자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국 금융투자업계는 중국 시장에 직접 투자하는 게 부담스러운 투자자를 위한 다양한 간접투자 상품도 내놓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저평가된 성장주를 발굴해 투자하는 ‘한국투자내비게이터중국본토자H펀드’와 중국 현지 운용사에 위탁해 운용하는 ‘KB중국본토A주펀드’ 등이 대표적이다. 브라질 국채도 대표적인 해외투자 상품으로 꼽힌다. 브라질 국채는 투자적격등급의 채권이면서도 연 10% 수준의 높은 이자를 제공한다. 브라질 국채는 한국과 브라질간 조세협약에 따라 이자소득과 환차익이 비과세되는 절세 상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브라질의 현재 재정 상황이 나쁘지 않은 편이라 글로벌 투자시장이 출렁이더라도 브라질은 크게 타격을 입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판매하는 ‘한국투자글로벌채권신탁’ 상품은 해외투자를 통해 매월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월지급식 상품이다. 1억 원을 투자했을 때 월 83만 원 수준의 월 이자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한국투자증권 측의 설명이다. 기본가입금액이 3000만 원인 신탁 상품이지만 절세 효과를 기대하는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편이다. 다만 브라질채권의 경우 가격변동의 위험이 있어 투자 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채권의 가격은 이자율 등 여러 거시경제 지표에 따라 언제든지 변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브라질의 재정이 악화돼 채무불이행에 처할 경우 투자금의 일부를 잃을 수도 있다. 인도 시장에 채권형 펀드투자를 하는 것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인도는 5월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취임한 뒤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통해 경기를 회복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행정규제를 간소화하고 외국인 투자자를 유치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라훌차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는 “모디 새 정부가 중점을 두고 발전시키려는 분야는 인프라 개발과 관련한 종목의 주가가 상승세를 나타냈다”며 “인도는 정치적 리더십이 잘 나타나고 있고 인구층도 젊어 장기적으로 우수한 투자처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자, 배당, 자산배분 등을 기대할 수 있는 글로벌 인컴펀드도 대표적인 해외투자상품이다. 인컴펀드는 정기적인 수익을 올리는 데 중점을 두기 때문에 고배당주, 고수익채권, 전환사채 등에 투자한다. 일반 펀드가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해 시장 가격 상승으로 인한 차익을 얻는 것과 대조적이다. 대표적인 글로벌 인컴펀드의 유형으로는 글로벌 고수익 채권에 분산투자해 높은 채권금리 수익을 노리는 글로벌 하이일드 펀드가 있다. 전환사채에 투자해 주가가 오르면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해 수익을 올리고 주식시장이 안 좋으면 채권으로 만기까지 보유해 이자수익을 얻는 글로벌 전환사채 펀드도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우리은행의 새로운 행장을 뽑기 위한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가 이번 주 첫 회의를 갖는다. 일부 행추위원들이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은행 매각 작업의 마무리를 위해서는 이순우 현 행장이 연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혀 우리은행 대주주인 정부와 의견을 어떻게 조율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은행 행추위는 28일경 상견례를 겸한 행추위를 열고 어떤 후보를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선임할지 논의할 계획이다. 행추위의 핵심 관계자는 “늦어도 이달 안에는 첫 회의를 열어야 한다”며 “이번 주중 행추위를 소집해 후보를 정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12일 이사회를 열어 사외이사 3명과 외부 전문가 3명,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대표 1명으로 행추위를 구성했지만 아직까지 회의를 열지 못했다. 우리은행 매각 절차가 예상보다 늦어져 행추위 회의도 열리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다. 행추위 내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만큼 외부 공모를 하지 않고 내부 출신 인사를 낙점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이 행장의 임기가 끝나는 다음 달 30일 주주총회를 열어 새 행장을 선임한다. 주주총회가 열리기 3주 전에 총회 안건이 주주들에게 공고돼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행추위는 다음 달 10일 이전에 최종 행장 후보를 확정해야 한다. 현재 차기 우리은행장으로는 이순우 현 행장과 이광구 개인고객본부 부행장이 경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행추위원들은 우리은행의 매각절차 마무리를 위해서는 이순우 행장의 연임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 행추위원은 “우리은행 매각 절차가 막바지인데 선장을 바꿔서야 되겠느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행추위원은 “28일 입찰이 마감되는 이번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이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부행장을 지지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 아직 불투명하다. 한편 교보생명은 25일 이사회 내 경영위원회를 열고 우리은행 경영권 인수 입찰 참여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경영위원회를 열었지만 입찰 참여 여부를 확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18일 이사회를 열고 우리은행 경영권 인수 입찰에 대한 참여 여부를 논의했지만 최종 결정을 경영위원회에 미룬 바 있다. 교보생명이 이렇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교보생명 이사회 관계자는 “우리은행 경영권 인수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지만 변수는 외부에 있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유효경쟁 성립을 위한 또 다른 입찰 참여자가 나올지도 문제다.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 매각은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돼 2곳 이상의 응찰자가 나와야 한다.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으면 교보생명이 참여하더라도 입찰이 무산된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교보생명으로서는 유효경쟁이 성립할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안팎의 우려를 감수하고 선뜻 나서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송충현 balgun@donga.com·신민기 기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사진)은 25일 “회장과 행장 겸임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가진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지주 회장과 국민은행장을 겸임하는 시기가 당초 예상했던 1년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은행 경영이 정상화되고 KB금융이 리딩금융그룹으로 복귀할 때까지는 당분간 행장을 겸임할 계획”이라며 “겸임 기간을 못 박진 않겠지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주 사장직 부활에 대해서는 “겸임에 따른 과중한 업무를 해결하는 방법은 많다”며 “지주 사장직 부활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아직은 살펴보는 단계”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또 “내년에는 KB금융의 중소기업 금융과 자산관리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저금리가 이어지면 점점 많은 고객이 수익성을 추구하는 쪽으로 투자 취향을 바꿀 것”이라며 “자산운용에 대한 고객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자산관리 부분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경영 방향에 맞게 점포 구성을 재편성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LIG손해보험 인수에 대한 의지도 다시 한 번 밝혔다. 윤 회장은 “LIG손보 인수는 금융위원회의 승인이 있어야 하는 만큼 금융당국에 LIG손보를 인수하는 게 KB금융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지속적으로 설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금융감독원이 KB금융의 LIG손해보험 경영관리 능력에 대한 검사를 조만간 실시한 뒤 12월 중에 인수 승인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이순우 우리은행장(사진)이 우리은행 자사주 1만 주를 샀다. 우리은행 민영화를 완수해 은행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우리은행은 24일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이 행장이 20일 자사주 1만 주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매입 가격은 주당 1만1300원이다. 이 행장은 지난해 6월, 올해 10월에도 각각 1만 주의 자사주를 사들이는 등 지금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보유주식을 늘렸다. 이 행장이 보유한 우리은행의 주식은 총 3만1998주이며 지분은 0.0047%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민영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주가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가 은행 매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 행장이 민영화를 앞두고 향후 은행의 가치에 대해 자신감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28일 예비입찰과 내년 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통해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56.97%) 중 30%를 경영권 인수자에게 넘길 계획이다. 나머지 지분(17.98%+콜옵션 8.99%)은 투자자에게 최소 0.4%에서 최대 10%까지 쪼개서 팔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민영화의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증권 계열과 지방은행 계열을 매각해 왔다.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며 재테크에 어려움을 느끼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대체 돈을 어떻게 굴려야 목돈을 마련할 수 있을지 투자자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이런 투자자들에게 줄 수 있는 조언을 한국 대표 시중은행들의 프라이빗뱅커(PB)들에게 물었다. 김진호 국민은행 PB팀장, 김상호 신한은행 PB팀장, 박훈규 하나은행 골드PB팀장, 정삼연 우리은행 PB팀장의 세대별 투자조언을 한데 묶어 소개한다. Q. 30세 미혼 직장인이다. 취업한 뒤 3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월급통장을 그냥 놔뒀더니 보통예금만 7000만 원이 쌓였다. 주중엔 야근에 지치고 주말엔 잠만 자니 아무 재테크도 할 수 없다. 저처럼 바쁜 사람을 위한 상품, 그냥 묵혀놓고 한동안 잊어버려도 문제없는 상품은 없을까. A. 사실 안 쓰는 것만큼 좋은 재테크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3년간 7000만 원을 모았으면 성공적인 재테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예금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얻고 싶다면 금융투자 상품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결혼과 집 장만을 앞두고 있는 만큼 장기투자 상품이 아닌 단기투자 상품이 적합하다. 우선 주택청약종합저축을 가입하자. 꼭 청약종합저축이 있어야 집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연말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어 절세 효과가 있다. 특히 2014년 세법개정안에 따라 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중 총급여가 7000만 원 이하인 무주택 가구주의 소득공제 한도가 연 120만 원에서 240만 원으로 확대돼 1년에 19만8000원의 절세 효과를 볼 수 있다. 나머지는 연금저축펀드, 보험 등에 가입해 노후를 위한 투자를 시작하자. Q. 40세 주부다. 치솟는 전세금을 감당하기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리다 보니 빚이 순식간에 2억 원으로 늘었다. 지금 사는 집의 전세금이 5억 원이니 빚을 빼면 순자산이 3억 원 정도 된다. 다른 예·적금이나 펀드는 하나도 없다. 빚을 천천히 갚더라도 투자를 시작해야 할지, 아니면 빚부터 얼른 갚고 투자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A. 빚을 갚는 게 먼저다. 수익의 70%를 빚 갚는 데 사용하자. 금리가 낮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예·적금 금리보다 대출 금리가 높다. 아직은 집을 살 때가 아니다. 5억 원짜리 전셋집에 산다면 주거 환경에 대한 욕심이 어느 정도 있을 것이다. 비슷한 수준의 집을 사려면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다. 월 5만 원이라도 대출상환용 적금에 들자. 종신보험에 가입했다면 납입액의 절반을 적금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언제 보험금을 받을지 모르는 종신보험보다 운용이 쉽고 상대적으로 투자기간이 단기인 적금을 이용해 빚을 갚아 나가는 게 필요하다. Q. 대학생 자녀 둘을 둔 55세 중산층 가장이다. 3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했고 은행예금 3억 원, 퇴직금 2억 원이 있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 4억 원 정도 하는 집 한 채가 있다. 자녀 2명은 아직 결혼을 안 했다. 퇴직 후 월 200만 원 이상 고정 수입이 있으면 좋겠다. A. 고민 중 하나가 결혼자금이다. 평균적으로 아들에게는 1억 원이, 딸에게는 5000만 원의 결혼자금이 필요하다. 가급적 아들에게 결혼비용을 줄일 것을 요구해야 한다. 예금과 퇴직금을 더한 5억 원으로 월 200만 원을 얻고자 한다면 연 5%대의 수익률이 필요하다. 2억 원가량을 가입하자마자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즉시연금에 투자하자. 현재 금리 수준이라면 월 80만 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가장 좋은 노후 준비는 일을 하는 것이다. 월 100만 원 정도 받는 일을 구하면 현재 가진 돈으로 금융투자를 하는 것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오늘도 부장이 사라졌다. 며칠째 퇴근시간만 되면 소리 없이 사무실을 나선다. 어디를 향해 그리 바삐 가는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제는 참치횟집에서, 어제는 한우구이집에서 모 임원에게 ‘인사 민원’을 했다는 소문만 무성하다. ‘새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사내 메신저의 알림창이 하루 종일 깜빡인다. 메시지의 내용은 둘 중 하나다. “어디로 간대?” “누가 온대?”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메신저를 이용한 사내 ‘탐문’ 활동은 왕성해진다. 다음 달이면 각 회사의 연말 인사시즌이 시작된다. 인사철에 사무실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진다. 직장인들이 뿜어내는 욕망과 불안, 좌절, 아부가 사무실 공기와 범벅이 된다. 인사철에만 확인할 수 있는 회사 내 다양한 군상의 모습을 정리해 봤다.○ 내 성과는 내가 알린다 “민석 씨, 쉬엄쉬엄 일해. 잘생긴 얼굴 상할라.” 한 통신기기 제조업체. 오후 업무로 한창 분주한 김민석(29·가명) 씨 옆으로 팀장이 슬쩍 오더니 말을 걸었다. 김 씨는 평소 데면데면하던 팀장의 농을 듣자마자 직감적으로 느꼈다. 인트라넷의 사내 공지를 확인하기 전이었다. ‘상향 인사평가(후배가 선배를 평가) 기간이구나!’ 김 씨의 팀장은 상향 인사평가 기간만 되면 갑자기 후배들을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업무 중 틈만 나면 후배들 책상 옆을 기웃거리거나 난데없이 가족들은 잘 있느냐며 ‘호구조사’를 벌인다. 인사팀에 동기가 있어서 누가 자신에게 나쁜 평가를 했는지 다 알고 있다는 뒷말도 무성하다. 그래서 김 씨를 포함한 다른 팀원들은 팀장의 이중적인 모습을 알면서도 좋은 평가를 줄 수밖에 없다. 인사철 즈음해서 좋은 고과를 받기 위해 ‘막판 스퍼트’를 올리는 직장인들도 있다. 출판업체에서 일하는 지상은(36·가명) 씨는 다년간의 직장생활 끝에 따뜻한 인사철을 보낼 수 있는 비법을 찾았다. 평가 기간이 시작되기 한 달 전부터 야근을 자청하는 것이다. 지 씨는 11월이 되면 한두 시간씩이라도 꼭 야근을 한다. 정 할 일이 없을 때에는 컴퓨터 앞에 앉아 낮에 작성한 기획안에 오탈자가 있는지 확인한다. 지 씨보다 먼저 사무실을 나서는 부장이 어깨를 툭 치며 “고생이 많아”라고 말하는 건 좋은 고과를 기대하게 하는 신호다.○ 인사철 ‘을’은 힘이 없다 조직을 이끄는 인사권자들에게 직원들을 평가하는 권한은 가장 강력한 힘이다. 반면 인사 평가를 받아야 하는 인사철의 ‘을’들은 인사권자들의 힘이 두렵다. 혹여 그들의 눈에 어긋나 고과에서 낮은 평가를 받으면 조직 내의 커리어가 꼬여 버릴 수 있다. 인사권자의 개인감정은 고과에 얼마나 영향을 줄까. 취업포털 ‘사람인’이 기업 인사담당자 5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명 중 1명은 ‘인사평가 시 개인적인 감정을 개입시킨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개인적인 감정의 89%는 ‘부정적’인 감정이었다. 감정적인 평가를 한 이유로는 ‘후배가 평소 마음에 들지 않는 언행을 해서’가 가장 많았다. 또 기혼 여직원들은 남자 직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고충을 인사철에 겪는다.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임신할 예정이거나 임신 중인 여직원은 여전히 인사철의 약자다. 보험회사에 근무하는 박미연(28·가명) 씨는 작년 인사 때 새로 이동한 부서에서 곤욕을 치렀다. 직전 부서 부장이 박 씨를 새 부서로 보내면서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임신한 여직원은 최소 120일의 출산휴가를 쓸 수 있다. 대체인력을 받기 어렵다는 이유로 직전 부장이 임신한 박 씨를 아예 다른 부서로 이동시킨 것이다. 새로 옮긴 부서 사람들은 나중에야 박 씨의 임신 사실을 알고 난감해했다. 박 씨는 “임신한 사실이 알려져 다른 부서에서 나를 받지 않으면 공중에 붕 떴다가 비인기 부서로 갈 확률이 높다”며 “새 부서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배신자 소리를 듣긴 했지만 인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임신 사실을 솔직히 말하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윤종규 KB금융지주 신임 회장(사진)이 취임 일성으로 LIG손해보험을 인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은행 부문에 과도하게 집중된 KB금융의 자산 비중을 다변화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인수 승인을 미루고 있다. ‘KB 사태’의 책임이 있는 사외이사들의 연임 포기나 전원 퇴진 등의 조치가 없으면 이 문제에 결론을 내리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윤 회장은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된 뒤 주주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향후 경영 구상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윤 회장은 “이사회와 전임 경영진이 추진해 온 LIG손보 인수를 철회할 사유를 찾지 못했다”며 LIG손보 인수 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 “(KB금융의) 비은행 부문이 약하다고 하는데 고령화와 저출산을 생각하면 보험 부문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LIG손보는 장기보험상품 비중이 70%가 넘어 고객 구성이 좋다”면서 “어떻게든 LIG손보 인수를 추진해 비은행 부문을 강화할 기회로 삼을 것이며 감독기관에 승인을 간곡히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KB금융은 올해 8월 LIG손보를 인수하겠다며 금융당국에 승인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KB금융과 국민은행 간의 갈등이 이어지자 “KB금융의 경영이 안정화되는 게 급선무”라며 승인을 연기했다. LIG손보 인수는 20일 이경재 KB금융이사회 의장의 사퇴 발표로 청신호가 켜지는 듯했다. 정부가 승인을 위한 선결 조건으로 KB금융 사태에 책임이 있는 사외이사들의 퇴진을 암묵적으로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승인에 여전히 미온적이다. 이날 이 의장에 이어 국민은행의 5명의 사외이사 중 일부가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금융당국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 인수 승인을 결정하겠다”며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물러나는 국민은행 사외이사는 25일 임기가 만료돼 자연스레 물러나는 박재환 사외이사와 내년 4월에 임기가 만료되지만 그 이전에 사퇴하기로 한 김중웅 국민은행이사회 의장이다. 정부가 KB금융 사외이사 8명의 전원 동반 사퇴를 겨냥하고 있다는 게 금융권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이 의장을 제외한 KB금융의 다른 사외이사들은 거취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금융위는 이달 26일 열리는 회의에도 KB금융의 LIG손보 인수 승인건을 상정하지 않을 예정이다.송충현 balgun@donga.com·유재동 기자}

“한국 금융이 핀테크(FinTech·금융기술) 흐름에 올라타려면 ‘위로부터의 혁신’이 필요합니다. 정책당국, 감독당국이 앞장서서 금융회사들이 맘껏 뛸 수 있는 길을 뚫어줘야 합니다.”(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이제 구글이나 애플 같은 비(非)금융회사들이 금융회사의 경쟁자가 될 것입니다. 금융과 비금융의 무너진 경계 안에서 금융회사들은 미래 청사진을 그려야 합니다.”(김용아 매킨지&컴퍼니 시니어 파트너) ‘2014 동아스마트금융박람회’의 특별강연에 연사로 나선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핀테크 열풍은 낙후된 한국의 금융시장을 한 단계 도약시킬 기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대에 뒤처진 규제를 먼저 손보지 않으면 이런 기회도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한국 스타트업만 고군분투” “외국과 달리 한국에는 금융권 출신이 만든 핀테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하나도 없습니다. 규제가 많아 핀테크 사업을 하기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핀테크 스타트업을 대표해 강연자로 나선 황승익 한국NFC 대표는 척박한 한국의 핀테크 환경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한국NFC는 올 3월 모바일 쇼핑몰에서 물건을 살 때 스마트폰 뒷면에 신용카드를 갖다 대면 자동으로 결제가 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하지만 사업자 인증이나 보안성 심의 등의 창업 과정이 복잡해 8개월째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하지 못했다. 황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았으면 이 서비스를 개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황 대표는 또 각종 규제로 한국의 간편결제 서비스가 ‘간편한 결제’가 되지 못하는 상황을 전했다. 그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통해 모바일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려면 많게는 22단계까지 거쳐야 한다”며 “복잡한 결제 과정 탓에 결제 도중 쇼핑을 포기하는 이용자가 30%에 이른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한국은 스타트업들만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금융회사들은 미국의 페이팔이나 중국의 알리페이 등이 국내 시장에 진출한다고 하면 시대에 맞지 않게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비판했다.○ “핀테크 관련 규제 선행돼야 해외와도 경쟁 가능” 이와 달리 해외는 선진국뿐 아니라 금융 기반이 낙후된 신흥국에서도 금융과 정보기술(IT)의 융합 속도가 눈부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영국은 런던 테크시티가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자리 잡은 뒤 에든버러, 버밍엄, 맨체스터 등 다른 도시로 핀테크의 물결이 번지고 있다. 핀테크 투자를 통해 이 3개 도시에서 한 해 생긴 일자리만 약 17만 개에 이른다. 윤 원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이 고사 위기에 빠지자 정부가 나서서 핀테크를 국가 전략적 산업으로 삼고 처절한 변화와 개혁을 이끈 결과”라고 설명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그룹 알리바바는 간편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부터 알리페이에 충전한 여윳돈을 굴려 수익을 내는 온라인 펀드 ‘위어바오’, 전자상거래 빅데이터를 활용한 소액대출까지 금융과 IT를 융합한 ‘완벽한 생태계’를 이뤘다. 윤 원장은 “규제를 완화해 IT 기업의 금융업 진출을 적극 허용한 덕분”이라며 “한국에서는 ‘금산분리’의 벽에 막혀 아무것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김 파트너는 “오히려 금융 인프라가 많지 않은 신흥국에서 모바일, 디지털 금융에 대한 수요가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며 “국내 금융회사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이를 눈여겨보고 사업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매킨지가 아시아 국가를 조사한 결과 홍콩, 싱가포르 등 선진국보다 인도 중국 필리핀 등의 후진국에서 인터넷, 모바일 등의 디지털채널 진행 속도가 더 빨랐다. 특히 인도에서는 디지털채널을 주력으로 쓰는 스마트금융 소비자들이 2011년 도시 인구의 4∼6%에서 2020년에는 13∼17%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김 파트너는 “국내 금융회사들이 앞으로 디지털뱅킹 등을 만들 때 국내뿐 아니라 해외 진출 방안으로 삼고 경쟁자가 될 구글, 애플 등 비금융회사까지 고려해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하지만 이것도 규제 개선이 선행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한국도 규제만 극복하면 해외 업체들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좋은 핀테크 기업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해 주신 분들(가나다순)▽최고경영자(CEO) 및 기관장 △강원 우리카드 사장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김병호 하나은행장 직무대행 △김주하 농협은행장 △김한조 외환은행장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장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 △서진원 신한은행장 △신제윤 금융위원장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이순우 우리은행장 △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 △정연대 코스콤 사장 △조영제 금융감독원 부원장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최규연 저축은행중앙회장 ▽임원급 △고형석 하나SK카드 최고정보책임자(CIO) △공웅식 외환은행 CIO △구원회 미래에셋증권 스마트Biz부문 대표 △김병철 대신증권 CIO(전무) △김영윤 KB금융지주 전무 △박영배 신한카드 신사업본부장 △백인기 국민은행 부행장 △서현주 신한은행 부행장 △성재모 삼성카드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시석중 기업은행 부행장 △신승진 농협은행 CIO △심재승 코스콤 전무 △이재정 신한카드 부사장 △전대근 코스콤 전무 △정용호 KDB산업은행 부행장 △정환 신한금융투자 마케팅본부장 △조완우 KDB대우증권 스마트금융본부장 △한준성 하나금융지주 CIO정임수 imsoo@donga.com·송충현 기자}
이경재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이 KB금융 사외이사직에서 물러난다. 이 의장은 “21일 윤종규 신임 KB금융 회장의 취임과 동시에 이사회 의장직과 사외이사직에서 모두 물러나고자 한다”고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이 의장의 원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보도자료에서 이 의장은 “2010년 3월 이후 KB금융 이사회 의장으로서 부족한 사람이지만 성실하게 일해 왔다”며 “그러나 연이어 발생한 어려운 일들로 의장으로서 마음이 무거웠다”고 말했다. 이어 “새롭게 취임하는 윤 회장을 중심으로 KB금융이 리딩금융그룹으로 반드시 재도약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기에 떠나는 마음이 가볍다”고 덧붙였다. 그간 금융권에서는 이 의장을 비롯한 KB금융 사외이사들이 윤 신임회장의 취임에 맞춰 사퇴 의사를 밝힐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남은 이사회 멤버 8명 중 5명은 내년 3월, 나머지는 2016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이들은 KB금융의 경영이 안정될 때까지 당분간 사외이사직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박근혜정부의 두 번째 금융감독 수장에 고졸 검정고시 출신의 진웅섭 정책금융공사 사장(55)이 내정됐다. 수장의 교체로 금감원은 앞으로 물갈이 인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는 18일 신제윤 금융위원장 주재로 전체회의를 열어 최수현 금융감독원장(59)이 제출한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 원장으로 진 사장을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고 밝혔다. 진 사장은 19일 오전 임명장을 받고 곧바로 취임할 예정이다. 금감원장은 민간인 신분이기 때문에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발표한 장차관급 인사 명단에서는 제외됐다. 집안 형편이 어려웠던 진 내정자는 포항 동지상고를 잠시 다니다가 중퇴하고 고졸 검정고시를 봤다. 7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그는 건국대 법학과에 진학해 28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재무부와 재정경제부의 주요 부서를 두루 거친 뒤 금융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대변인, 자본시장국장,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을 지냈다. 올 2월부터 정책금융공사 사장을 맡아왔다. 금융위는 “진 내정자는 금융정책과 감독 분야의 업무 전문성이 뛰어나고 거시경제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폭넓다”며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맞춰 금감원의 도약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한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진 내정자는 성품이 온화하고 소탈해 관료 선후배와 동료들 사이에서 신망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며 긍정적이고 책임감이 강한 스타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진 내정자가 금융위에서 오랫동안 일한 데다 관료조직의 인맥이 넓어 금융감독 방향을 놓고 정부와 폭넓은 교감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진 내정자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공식 취임 절차가 끝난 뒤 신임 원장으로서의 계획을 밝히겠다”며 말을 아꼈다. 지난해 3월 박근혜 정부의 첫 금융감독 수장으로 임명됐던 최 원장은 이날 오후 5시 이임식을 갖고 퇴진했다. 2016년 3월까지인 3년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한 것이다. 최 원장은 이임식에서 “연이은 금융사고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다시 한 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다시는 후진적인 금융사고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독당국에 대한 불만과 비판은 시장이 살아있고 제도가 움직인다는 의미”라며 “감독당국이 참고 견뎌내야 하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최 원장의 퇴진을 일신상의 이유라고 밝혔지만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문책성 경질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해 ‘동양 사태’부터 올 들어 신용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 금감원 직원이 연루된 KT ENS 대출사기 사건, KB금융 내분 사태 등 대형 사건, 사고가 터질 때마다 최 원장의 책임론이 불거졌다. 특히 KB사태와 관련해서는 금감원이 조기에 혼란을 수습할 기회를 놓치고 오히려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도 받았다. 수장이 교체됨에 따라 금감원에는 인사 후폭풍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행시 25회 출신인 최종구 수석부원장은 행시 후배가 신임 원장으로 오는 만큼 조만간 거취를 표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55세의 비교적 젊은 금감원장이 취임함에 따라 진 내정자보다 나이가 많은 금감원 임원들도 일부 용퇴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임 원장이 오면 통상 임원들의 일괄 사표를 받아 재신임 절차를 거치고 금감원 조직 개편과 인사 쇄신 작업에 들어갔다”며 “조만간 새 원장 체제로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정임수 imsoo@donga.com·송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