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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아는 출판사 아닙니까. 그 따위로 살지 마시오!” 끊임없이 이어지는 항의와 협박….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협박이 아찔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열혈 독자 100여 명의 협박을 ‘오타쿠’(한 분야에 지나치게 빠져드는 사람)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치부해 무시했다면 현재와 같은 ‘대박’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를 둘러싸고 10년간 이어온 출판사와 독자의 애증은 드라마를 방불케 한다. ○ 10년간 이어진 출판사 vs 독자 전쟁 ‘얼음과 불의 노래’는 미국 작가 조지 R R 마틴(66)의 장편 판타지 소설로 ‘해리포터’처럼 총 7부가 예정돼 있으며 현재 미국에선 5부까지 나왔다. 이 소설이 국내에 처음 출간된 것은 14년 전인 2000년 11월. 은행나무 출판사는 1부 ‘왕좌의 게임’을, 2001년 2월 2부 ‘왕들의 전쟁’을 연달아 출판했다. 판타지 장르의 국내 독자층이 얇고 미국에서도 초기엔 큰 반향을 일으키진 않았지만 ‘문학적 가치가 높다’고 판단해 과감히 출판한 것. 처참했다. 초판 2000부 중 1500부가 반품됐다. 두꺼운 책이어서 번역비만 4000만 원이 들었다. 실패한 작품이라고 보고 ‘3부 발간 계획은 없다’고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그러자 1, 2부를 구매했던 이 책의 열혈 팬들이 “돈만 아는 출판사” “독자와의 약속을 무시하는 비도덕적 행태”라며 맹렬히 비난하기 시작했다. 조직적으로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3부를 내라’고 협박했다. 직접 사무실로 찾아와 읍소한 독자도 있었다. “100명 정도에 불과한 마니아 독자들이 똘똘 뭉쳐 1년 이상 협박과 회유를 거듭하니 3부를 낼 수밖에 없었습니다.”(은행나무 주연선 대표)○ 번역가 교체로 인한 또 한 차례 소동 2005년 3월 15일 드디어 3부 ‘성검의 폭풍’이 출간됐다. 마니아들은 여세를 몰아 곧바로 4부 출간을 요구했다. 당시 은행나무 측은 손해액만 2억 원이 넘은 상태였다. 출판사 내부에서는 “조지 R R 마틴이 아파서 후속편을 못 내면 좋겠다”는 농담마저 나왔다. 궁여지책으로 4부는 1∼3부 번역가 대신 경험이 적은 번역가에게 맡겠다. 번역 비용이 50%가량 저렴했기 때문이다. 4부 ‘까마귀의 향연’이 2008년 6월 발간되자 독자 항의가 재개됐다. “판타지는 세계관이 중요해요. 같은 ‘Sword’라도 어느 왕국의 어떤 가문이 쓰느냐에 따라 단검, 장검, 대도 등 다르게 해석해야 합니다. 그런데 번역본은 모두 ‘검’으로만 나와요. 설정부터 용어까지 판타지 장르의 문법을 모르니 오역이 가득했어요. 울화가 터졌죠.”(독자 이태헌 씨) 번역가에게 비판 e메일이 쏟아졌고 인터넷에는 1∼3부와 4부의 달라진 문체를 비교하는 글이 올라왔다. 결국 출판사는 4부 판매를 중지하고 원래 번역가를 섭외해 다시 번역했다. 독자들과 정기 토론회를 갖고 그 내용을 반영해 4부의 재번역판을 출간했다. 하지만 4부 역시 약 2000부 판매에 그쳤다. ○ 쨍하고 해 뜬 날 출판사와 독자의 갈등이 윈윈 게임으로 반전된 것은 미국 케이블채널인 HBO가 ‘얼음과 불의 노래’의 드라마를 방영한 2011년부터. 드라마의 재미가 서서히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고 국내 방영도 이뤄지면서 판매량이 4, 5배 급증한 것. 마지막 고비도 있었다. 국내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자 저자 측이 선인세를 올라달라고 압박한 것. “당시 선인세가 각 부당 300만 원이었어요. 출판사가 손해를 보면서도 계속 출간했던 우여곡절을 얘기하며 설득했죠. 2013년 나온 5부 ‘드래곤과의 춤’ 선인세를 1000만 원 선에서 합의했어요.”(은행나무 이진희 출판주간) 이 책의 누적 판매량은 이제 30만 부에 이른다. 은행나무 사람들은 이렇게 중얼거린다. “독자들의 ‘협박’이 ‘대박’이 될 줄이야∼.”▼드라마 붐 타고 세계적 킬러콘텐츠 부상… 오바마도 열혈 시청자▼‘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는가상의 대륙 7개국가의 전쟁과 권력다툼 과정 그려… 최근엔 게임으로 개발되기도 총 7부작으로 예정된 조지 R R 마틴(66)의 장편 판타지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는 세계적인 ‘킬러 콘텐츠’로 통한다. 주요 내용은 가상의 대륙 ‘웨스테로스’를 무대로 7개 국가의 왕과 귀족들이 대륙을 지배하는 연맹 왕국의 통치권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과 권력 다툼을 벌이는 과정이다. 내전으로 살해된 과거 왕의 딸이 용을 키워 복수를 꿈꾼다. 미국에서는 5부(드래곤과의 춤)까지 발매됐다. 책도 인기를 끌었지만 2011년 4월 미국 드라마 전문채널 HBO가 1부(왕좌의 게임)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드라마를 방영하면서 세계적 팬덤 현상이 발생했다. 해외 언론에서 2012년 가장 열광적인 팬덤 문화로 가수 레이디 가가, 저스틴 비버와 함께 ‘왕좌의 게임’을 뽑았을 정도. 골든글로브상과 에미상 시상식에서 각종 상도 휩쓸었다. 매년 시즌제로 방영하며 현재 소설 3부(성검의 폭풍)까지 다룬 시즌4까지 끝난 상태다. 최근 게임으로 개발되기도 했다. 문화평론가들은 ‘얼음과 불의 노래’는 ‘반지의 제왕’에서는 볼 수 없는 권력 다툼과 그 속에서의 인간의 욕망이 적나라하게 표현돼 판타지 마니아는 물론이고 40, 50대 팬까지 확보했다고 평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 드라마 열혈 시청자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케이블 방송을 통해 방영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시즌4가 종영됐다. 미국과의 ‘시차’를 기다리지 못하는 열성 팬들은 미국에서 새 시즌이 방영될 때마다 곧바로 자막을 삽입해 불법 파일공유 사이트에 올릴 정도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인사청문회가 열린 10일부터 박근혜 대통령이 청문보고서 송부를 국회에 재요청한 15일까지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59)를 지켜본 문체부 관계자들의 말이다. 문체부 직원들에 따르면 청문회 직후 정 후보자는 말 그대로 ‘멘붕’ 상태였다. 아파트 전매 금지를 어긴 것과 관련해 위증 논란을 겪은 데다 청문회 직후 가진 회식 때 폭탄주를 마신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주 “참 힘들다”고 중얼거렸다고 한다. 계속되는 야당 공세로 14일 “청와대가 정 후보자 지명도 철회할 것”이란 소문이 돌자 정 후보자는 서울 시내 문체부 관련 기관의 한 사무실에서 조용히 상황을 주시했다. 정 후보자는 15일 오전 “청와대의 결단에 따르면 된다”며 결과를 기다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박 대통령이 정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의 송부를 국회에 재요청했다는 소식이 전달되자 문체부에선 사실상 임명된 것과 마찬가지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 후보자는 “아직 여러 절차가 남아 있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이윤세, 아세요?”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한다. “‘귀여니’라고 덧붙이면 ‘아하’ 하며 고개를 끄떡인다. 그녀는 여전히 본명보다 필명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윤세 씨(30·여)는 2000년대 초 ‘그놈은 멋있었다’ ‘늑대의 유혹’ 등으로 혜성처럼 등장해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줬던 인터넷 소설 1세대 작가. 그녀가 최근 라오스를 여행한 후 에세이 ‘어느 특별한 한 달, 라오스’(반디출판)를 냈다. 10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이 씨를 만났다. “지난해 9월 라오스로 떠나기 전까지 1년간 집(서울 논현동) 반경 5km 이상을 벗어나지 않은 것 같아요. 만남도 기피하고, 집에서만 지내 고독감도 극에 달했죠. 그러다 서른 살이 되기 전에 무작정 ‘떠나자’라고 결심했어요.” 그녀의 칩거생활은 ‘그놈’과 연관이 있다. 헤어진 남자친구 이야기가 아니다. 충북 제천여고 2학년인 2001년 ‘귀여니’란 필명으로 인터넷에 쓴 로맨스 소설 ‘그놈은 멋있었다’가 큰 인기를 누렸다. 2003년 책으로 출판돼 베스트셀러가 됐고 이듬해엔 ‘그놈…’과 후속작 ‘늑대의 유혹’이 영화로 개봉됐다. 온 세상을 가진 듯했다. “감당 못할 행운에 처음엔 얼떨떨했지만 곧 게걸스럽게 그 행운을 누렸습니다. 계속 인기소설을 쓸 수 있다고 자만했죠.” 일찍 맛본 성공은 삶을 억눌렀다. 일거수일투족이 악플의 표적이 됐다. 2004년 수시모집 특기자로 성균관대에 합격하자 특혜 시비가 일었고 2008년엔 성형 논란도 겪었다. 안티 팬은 급증했고 후속작은 과거처럼 화제가 되지 못했다. “‘뭔가 터뜨려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심했는데 뜻대로 안되자 점차 무기력해졌어요.” 이 씨는 장르를 바꿔 판타지 소설 ‘팜피넬라’(2011년)를 발표했지만 세간의 평가는 냉정했다. 오래 준비한 드라마 극본마저 방송 편성이 무산되자 좌절감에 빠졌다. 자신의 이름이 검색어로 뜨면 한동안 컴퓨터를 켜지 않았다. 라오스 여행은 힐링을 위한 절박한 선택이었다. 에세이는 한 달간 라오스 전역을 혼자 여행한 경험담을 특유의 발랄한 문체로 전달한다. 실명으로 처음 낸 책이다. “라오스 보케오 숲에서 장 프랑수아라는 프랑스인을 만났어요. 번듯한 회사를 다니다 라오스에 와서 훼손 위기의 숲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게 했고, 나무 위 집에서 숲을 체험하는 ‘긴팔원숭이 체험프로그램’을 만든 사람이에요. ‘풍족한 삶을 버리고 왜 여기서 고생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어릴 때부터 나무 타는 것을 좋아했어. 나는 내 즐거움을 위해 살아’라고 말하더군요. 막힌 가슴이 뻥 뚫렸어요.” 이 씨는 이제는 편안하게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실제 연애를 해보니 ‘그놈은 멋있었다’의 지고지순한 나쁜 남자 지은성(송승헌)이나 ‘늑대의 유혹’의 차도남 태성이(강동원)는 현실에 없더군요. 환상이 깨져 예전 같은 로맨스 소설은 못 쓸 거 같아요. 이젠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의 여성이 공감하는 사랑 이야기를 쓸 겁니다. 갈수록 망가지는 찌질남도 주인공이 될 거고요.”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이윤세. 아세요?"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한다. 반면 "귀여니"라고 말하면 '아하'하는 감탄사와 함께 머리를 끄떡인다. 그녀는 여전히 본명보다 필명으로 기억되고 있다. 작가 이윤세 씨(30·여) 씨는 2000년대 초반 큰 인기를 누렸던 '그놈은 멋있었다' '늑대의 유혹' 등 인터넷 소설 1세대 작가. 그가 최근 라오스를 여행한 후 에세이 '어느 특별한 한달, 라오스'(반디출판)를 냈다. 10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에세이와 성공 이후의 좌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긴 슬럼프와 여행 "지난해 9월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1년 간 집(논현동) 반경 5㎞ 이상을 벗어나지 않은 것 같아요. 만남도 기피하고, 집에서 만 지냈죠. 고독감도 극에 달했죠. 그러다 서른 살 전에 무작정 '떠나자'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의 칩거생활은 '그놈'과 연관이 있다. 헤어진 남자친구 이야기가 아니다. 이 씨는 충북 제천여고 2학년인 2001년. '귀여니'란 필명으로 인터넷에 로맨스 소설 '그놈은 멋있었다'를 연재해 큰 인기를 누렸다. 2003년 책으로 출판돼 베스트셀러가 됐고 2004년에는 '그놈…'과 '늑대의 유혹'이 영화로 개봉됐다. 영화 원작료만 5000만 원을 받을 정도로 큰 돈도 만질 수 있었다. 현재 가장 잘 나가는 작가의 영화 원작료가 1억 원인걸 감안하면 10년 전 5000만 원은 최고 대우였다. 온 세상을 가진 듯 했다. "공부도, 운동에도 재능이 없고, 단지 글쓰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였는데…. 감당하지 못할 행운이 밀려왔어요. 물질적 혜택, 유명세까지. 처음에는 얼떨떨했지만 곧 게걸스럽게 그 행운을 누렸습니다. 앞으로도 죽 인기소설을 쓸 수 있다고 자만했죠." 하지만 일찍 맛본 성공은 점차 이 씨의 삶을 억눌렀다. 일거수일투족 주목을 받으면서 악플에 시달리게 된 것. 2004년에는 수시모집 특기자로 성균관대에 합격해 특혜 논란이, 2005년에는 이 씨 소설이 인터넷 소설가 송정실의 '아우어 스토리'와 유사하다는 표절논란이 일었다. 비록 표절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았지만 그에겐 상처로 남았다. 2008년 성형 논란마저 겪었다. 그 과정에서 안티 팬이 급증한 반면 후속작은 과거처럼 화제가 되지 못했다. "글을 쓰는 것 자체가 힘들었어요. 시간이 흘러 히트작을 내놓은 시점이 멀어지면서 '뭔가 하나 터트려야한다'는 강박관념도 강해졌고, 점차 무기력해졌죠." 이 씨는 2008년부터 소설을 쓰지 않다가 장르를 바꿔 '팜피넬라'라는 판타지 소설을 2011년 발표했지만 세간의 평가는 냉정했다. 오래 준비한 드라마 시나리오마저 편성이 무산되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자신의 이름이 검색어로 뜨면 한동안 컴퓨터를 안 켰을 정도. 그녀에게 라오스 여행은 절박한 선택이었다. 아직도 순수한 자연을 간직한 라오스에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할 힐링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해외를 혼자 여행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여행에서 깨달은 삶의 의미 에세이에는 라오스 전역을 혼자 여행하면서 겪은 우여곡절 경험담이 특유의 발랄한 문체로 생생히 전달된다. 이 씨는 "귀여니가 아닌 '이윤세'란 실명으로 처음 낸 책"이라며 "여행으로 힐링을 경험했고 이를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어 에세이를 썼다"고 말했다. "라오스 보케오 숲에서 장 프랑소와라는 프랑스인을 만났어요. 번듯한 회사를 다니다 갑자기 라오스에 와서 훼손위기 숲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게 하고 나무 위에 집에서 숲을 체험하게 하는 '긴팔 원숭이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이에요. '남들은 풍족한 삶을 위해 일하는데 넌 왜 거꾸로 그 삶을 포기하고 여기서 고생이냐'고 물었더니 그는 '어릴 때부터 나무 타는 것을 좋아했어. 나는 내 즐거움을 위해 살아'라고 말하더군요. 막힌 가슴이 뻥 뚫렸어요." 이 씨는 이제는 편안하게 글을 쓸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사랑이 활활 타오르다가 식어가는 과정을 다룬 로맨스 소설을 쓸 계획이다. "실제 연애를 해보니 '이게 남자야'란 생각이 들었죠. '나쁜 남자'지만 지고지순한 지은성('그놈은 멋있었다'의 송승헌), '늑대의 유혹'의 태성이(강동원)는 현실에 없더군요. 환상이 깨져 한동안 로맨스 소설을 못 쓸 정도였어요. 호호. 이제는 20대 중후반부터 30대 초반의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를 쓸 겁니다. 갈수록 망가지는 찌질남도 주인공이 될 거구요." 30살이 된 하이틴 로맨스 소설작가는 현실의 로맨스로 방향 전환을 선언했다.김윤종기자 zozo@donga.com}

애인과의 새 출발에 방해가 된다며 어린 세 딸을 버린 엄마…. 최근 조간신문에 보도된 내용이다. 분노와 함께 이 시대에 ‘가족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한 해 부부 3쌍 중 1쌍이 이혼하는 ‘가족 혼란시대’ 아닌가. 이 때문인지 책의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다. ‘뭐? 가족을 고쳐준다고?’ 도발적인 제목에 취해 단숨에 읽어보니 이 책은 솔직하다 못해 ‘영악’하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매일 얼굴을 맞대는 가족 때문에 우리가 과연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육아를 비롯해 아내, 아이, 부모와의 갈등까지, 가족과 함께 하는 순간이 더 힘들 때가 많지 않은가. 이에 “사랑하면 가정이 만사형통하리라” “자녀와 마음을 열고 대화하라”는 식의 피상적 조언은 ‘개나 줘버려’라며 일축한다. 이 책의 핵심은 가족도 결국 사람으로 이뤄진 조직이기 때문에 구성원 간 ‘밀당(밀고 당기기)’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 다소 차갑게 들리지만 저자 역시 쉽사리 내린 결론은 아니다. 쌍둥이 딸을 가진 저자는 3대가 모인 가족모임에서 사소한 문제로 온 가족이 다투는 경험을 한다. 아버지로부터 “우리 가족이 망가지고 있다”라는 한탄까지 들은 후 ‘가족이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를 치열하게 고민한다. 해답을 찾기 위해 가족의 삶과 행복을 다룬 책 200여 권을 읽었지만 막연하고 진부했다. 이에 가족을 하나의 조직, 즉 ‘팀’이란 관점으로 접근해 3년간 경제경영학자, 심리학자, 군 전문가, 스포츠 전문가를 찾아 가족(팀)의 행복을 증대할 실질적 해법을 연구했다. 우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활용되는 ‘애자일(agile)’ 개발 프로그램을 자신의 가정에 도입했다. 작은 팀을 만든 후 팀원 간 수평적 토론 회의를 통해 상호 업무를 점검해주고 개선점을 토론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방법에 따라 부엌에 ‘해야 할 일’ ‘진행 중’ ‘끝마친 일’ 등을 명시한 보드를 붙이고 팀을 나눠 장보기, 청소하기 등 가족 일을 실천했다. 주말에는 ‘가족이 이번 주에 잘한 일’ ‘다음 주에 개선할 일’ 등 가족회의를 병행하자 가족 간 다툼과 스트레스가 50% 이상 줄었다. 베스트셀러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 코비와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짐 콜린스 교수의 의견을 참고해 유명 기업처럼 가족 구성원의 꿈을 대변할 ‘가족 브랜드’를 만들자 아이와 부모 간 연대의식이 강화됐다. 저자 가족의 캐치프레이즈는 ‘우리의 첫말은 모험, 우리의 끝말은 사랑’이다. 바이런 트롯 전 골드만삭스 부회장의 조언에 따라 자녀와 공동계좌를 만들어 방학여행비 등에 활용했더니 두 딸이 현명하게 용돈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또 하버드협상연구소의 창립자 윌리엄 유리의 협상이론을 적용시켜 아내와의 사소한 의견대립을 해소하고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에게서 아이들에게 채소를 먹일 방법을 개발하는 등 책 곳곳에 저자 가족이 겪은 생생한 사례가 소개된다. 행복한 가정이 될 방법이라지만 가족을 마치 조직원 관리하듯 대하는 저자의 관점에 반감도 생긴다. 하지만 겉으론 아무 문제없어 보이지만 속으로는 관계가 소원하고 서로 신뢰하지 않는, 평범하고 수많은 가정에서는 한번 읽어볼 만하다. 이렇게 구체적인 해법을 주는 책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1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정 후보자가 1980년대 후반 자신 소유 아파트를 불법으로 매도했다는 의혹과 위증 논란이 벌어졌다. 이날 유인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 후보자가 1987년 12월 3800만 원에 구입한 서울 일원동의 106m²(32평)짜리 아파트를 3년간 전매 금지 규정을 어기고 4개월 만에 임모 씨에게 팔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정 후보자는 “분양은 받았지만 중도금이 부족해 임 씨에게 자금을 빌렸고 임 씨 요구로 가등기를 설정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유 의원은 임 씨의 “당시 8000만 원을 주고 내가 샀는데 등기가 넘어오지 않아 가등기를 했다”는 전화 내용을 공개하며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 후보자는 “그게 사실이라면 제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분(임 씨)이 왜 저렇게 답변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정 후보자는 “기억에 의존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해 버렸다”고 답했다. 그러자 야당 의원들은 정 후보자가 위증했다며 회의 진행을 거부했고 청문회가 파행 속에 끝났다. 이후 새정치연합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인사청문회가 거짓과 위증으로 긴급 중단됐다. 부동산 투기, 양도세 탈루 의혹, 자녀 불법 조기 해외유학 등 위증으로 일관했다”며 청와대 지명 철회와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새누리당 측은 반박 기자회견을 통해 “정 후보자가 발언에 대해 시정하고 사과했는데도 새정치연합이 악의적으로 청문회를 중단시켰다”고 주장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하반기에는 ‘한방’이 나와야 한다.” 김영사, 민음사, 문학동네, 창비 등 이른바 ‘빅4’ 출판사들의 절실한 바람이다. 출판계에 따르면 빅4 출판사는 ‘한방’, 즉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책을 출간해 베스트셀러로 만들며 출판시장을 주도해왔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교보문고의 연간 베스트셀러를 분석해보면 해마다 빅4 출판사의 책이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냈다. 2009년에는 창비가 ‘엄마를 부탁해’(신경숙)를 발표해 대형 서점 베스트셀러 1위를 독점했다. 같은 해 문학동네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로 붐을 일으켰다. 이 책들은 모두 100만 부 이상 팔렸다. 2010년에는 김영사가 ‘정의란 무엇인가’로 정치권과 사회 전반에 정의 열풍을 일으켰다. 2011년에는 민음사가 ‘스티브 잡스’ 자서전을 통해 사람들을 서점가로 모았고 2012년에는 대선과 맞물려 ‘안철수의 생각’(김영사)이 연간 베스트셀러 2위를 차지하는 등 대중적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지난해 뚝 끊어졌다. 2013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강신주의 감정수업’(이상 민음사)이 베스트셀러에 올랐지만 사회적 이슈 만들기는 물론이고 판매량에서도 전작에 미치지 못했다. 부진했던 빅4들은 올 하반기 대반전을 벼르고 있다. 문학동네는 하루키의 신작 단편소설 ‘여자가 없는 남자들’을 비롯해 파울루 코엘류의 신작 ‘불륜’ 등 해외 인기 작가 작품과 김애란, 박민규 등 국내 작가의 신작으로 하반기 출판시장을 달굴 계획이다. 민음사는 14년 만에 신작 장편을 내는 밀란 쿤데라의 ‘무의미의 축제’를 이달 발간하고 9월 말에는 ‘노동의 종말’ ‘3차 산업혁명’ 등으로 유명한 세계적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의 신작을 출판한다. 김영사도 ‘2030 대담한 미래’의 저자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장의 신작 ‘기회의 대이동’을 발간해 ‘미래’라는 키워드를 출판가의 흐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창비 김성남 서점영업부장은 “최근 출간된 성석제 작가의 ‘투명인간’을 비롯해 10월에 나올 예정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교토편’, 곧 영화로 개봉되는 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이 하반기 기대작”이라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출판사 대표 A 씨를 만났다. 그는 대뜸 하소연부터 했다. “요즘 출판계 사람들이나 문인들을 만나 소주 한잔 하면 다들 ‘뒤숭숭하다’고 합디다.”최근 도는 소문 때문이란다. 국내 출판계의 맏형으로 통하는 ‘민음사’의 장은수 대표 편집인(46)이 조만간 물러난다는 이야기가 기정사실처럼 떠돌고 있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1993년 민음사에 입사한 후 편집장을 거쳐 2006년부터 대표 편집인을 맡고 있다. 지난달 초에는 ‘출판계의 미다스 손’으로 불렸던 김영사의 박은주 대표(56)가 매출 부진 등을 책임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출판계의 대표주자 격이던 인물들마저 불황의 파고를 넘지 못해 자리를 보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 ○ 대형 출판사 대표들의 연이은 퇴진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는 6월 말부터 장기 병가(病暇)를 쓰고 있다. 하지만 민음사의 한 관계자는 “창업주인 박맹호 회장의 아들 박근섭 사장이 올해 1월 일선에 복귀한 후 ‘출판사도 기업으로 이윤을 남겨야 한다’는 흐름이 일고 있다. 내부에서 대대적 체질 개선이 있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박 사장은 미국 미주리대 경영학석사(MBA) 출신이다. 올 초 민음사는 경영 실적 악화를 이유로 일부 직원들을 구조조정하려고 했다가 반발이 거세자 취소하는 등 소동을 겪기도 했다. 민음사 내부에서는 장 대표의 거취는 병가가 끝나기 전후 결정되겠지만 ‘장 대표 편집인’ 체제는 없을 것이란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장 대표는 사의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몸이 아파서 쉬고 있다”며 직답을 피했다. 여기에 또 다른 대형 출판사인 ‘문학동네’가 조직 슬림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출판계의 술렁임이 더욱 커졌다. 문학동네는 현재 200여 명인 직원을 180명 선으로 줄일 방침이다. 인위적 구조조정은 배제하고 신입사원을 뽑지 않는 방식으로 2, 3년간 자연스럽게 인원을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빅4 출판사마저 흔들린다 김영사, 문학동네, 민음사, 창비는 출판사 ‘빅4’로 불린다. 이들은 매출 규모가 200억∼400억 원대이며 각 출판사마다 5∼20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출판인회의 고흥식 사무국장은 “계속된 출판 시장의 위기 속에서도 대형 출판사는 비교적 ‘탄탄하다’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이제는 ‘마지노선까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출판팀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빅4 출판사의 경영 상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빅4 중 3곳의 당기순손실 합계가 약 31억 원에 달했다. 문학동네가 7억 원, 민음사 5억 원, 김영사는 19억 원의 당기 순손실이 발생했다(표 참조). 올 상반기 매출 역시 지난해보다 10%가량 줄어든 상태라고 이들 출판사는 밝혔다. 빅4 규모의 출판사는 ‘스테디셀러’, 즉 구간(舊刊)만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김영사 출신의 한 출판인은 “30만 부 정도 팔리는 신간(新刊)이 연간 2, 3권은 나와야 회사가 유지된다”고 밝혔다. 반면 스마트폰 보급 등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갈수록 사람들이 책을 덜 읽는다.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도서 구입비는 1만8690원으로 전년(1만9026원)보다 1.8% 줄었다. 가구당 한 달에 구입한 책이 2권도 안 된다는 의미다. 빅4 출판사도 자구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과거 문학, 인문학 중심의 단행본 발간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수익’이 되는 분야에도 진출하고 있다. 창비 측은 “2010년부터 발간한 국어 교과서의 시장 점유율이 10∼20%를 오가고 있으며 교과서와 관련 서적에서 발생한 매출이 회사 경영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들의 부진이 ‘자업자득’이란 비판도 있다. 박익순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장은 “국내 메이저 출판사들이 돈이 되는 해외 작품을 들여오는 데 열중할 뿐 정작 국내 작가는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며 “신인을 발굴해 베스트셀러 작가로 키워 출판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다시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는 데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어야 했다”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29일부터 ‘책 사재기’를 신고하면 포상금이 주어진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29일부터 포상금 제도가 시행된다”고 8일 밝혔다. 앞으로 출판사의 사재기 행위를 발견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내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02-3327-1122·www.cleanbook.or.kr)에 신고하면 건당 200만 원 이하의 포상금을 준다. 다만, 행정 및 수사기관의 적발 이전에 신고가 이뤄질 경우 동일 건에 대해 최초 신고자에게만 지급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뭔가 허전하다….”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광화문점)를 자주 찾는 사람들의 말이다. 교보문고가 2010년 리모델링을 하면서 18년간 입구를 장식해 온 노벨상 수상자 초상화 전시공간을 없앤 탓이다.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교보문고는 “올 초부터 노벨상 수상자 초상화 재전시를 추진해 최근 마무리했으며 9일부터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시공간은 세종대로 사거리 지하도에서 서점으로 들어가기 전 약 5m의 통로다. 양 벽면에 수상자의 초상화가 걸린다. 새롭게 초상화로 만나게 될 수상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1926∼2009)과 헤르만 헤세(1877∼1962)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 등 총 22명이다. 교보문고는 올 초 문학상 수상자 24명,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평화상, 경제학상 수상자 각각 4명 등 총 44명의 후보를 선정한 후 독자투표 방식으로 최종 대상자를 확정했다. 초상화는 박영근 성신여대 서양화과 교수와 최석운, 이인, 이동재 씨 등 국내 유명 화가들이 수상자 5, 6명씩 맡아 컬러 유화 형식(가로 38cm×세로 45cm)으로 그렸다. 미리 본 노벨상 수상자의 초상화는 근엄한 표정의 예전 전시 작품과 달리 웃는 모습이 많았다. 파블로 네루다(1904∼1973), 제임스 왓슨(1928~현재) 등을 그린 화가 최석운 씨는 “내 작품 스타일에 맞춰 다소 재미있게 인물을 표현하려 했다”며 “다만 노벨상 수상자라는 무게감과 영구 전시한다는 교보문고 측의 설명 때문에 추후에 그림을 여러 번 고쳤다”며 웃었다. 박 교수의 경우 초상화의 배경과 질감에도 신경을 썼다. 아인슈타인 초상화 배경에는 E=mc²을, 밀턴 프리드먼(1912∼2006) 초상화 배경에는 달러 표시를 부조(浮彫)로 넣었다. 또 붓 대신 전기 그라인더나 치과용 도구 등을 이용해 속도감과 거친 느낌을 살리기도 했다. 교보문고 측은 “미대생이 연필 흑백 데생으로 그렸던 이전 초상화보다 작품성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또 ‘제2의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를 위해 공간 한편을 비워둘 것으로 알려졌다. 1992년 교보문고에 처음 노벨상 수상자 초상화들이 전시됐을 때도 한편에 마련된 빈 공간에 ‘한국인 수상자를 위해 비워뒀음’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자리는 2000년 10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채워졌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만화 ‘최고봉’ 시리즈 등으로 1970∼80년대 큰 인기를 누렸던 만화가 김영하(본명 김영삼·사진) 씨가 3일 별세했다. 향년 67세. 1947년 평북 박천 출생으로 극장 간판 그림을 그리다가 1960년대 후반 ‘주머니대장’을 발표하며 만화가로 데뷔했다. 고인은 1997년 은퇴할 때까지 대본소 단행본을 비롯해 보물섬과 아이큐점프 등 만화잡지를 통해 ‘고봉이와 페페’, ‘주머니 동자’, ‘짬보람보’, ‘요괴 헌터’ 등 2000여 권의 작품을 발표했다. 나쁜 악당이 거의 나오지 않는 어린이용 명랑만화를 주로 그렸다. 외계 펭귄의 모험담을 다룬 ‘펭킹 라이킹’은 1990년대 초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됐다. 유족은 부인 고영임 씨와 1남 1녀.}

큰 눈망울이 ‘꿈벅꿈벅’…. 왕만두처럼 통통한 볼과 오종종한 입술에서 첫눈 같은 미소가 떠오르면 안아주다 못해 쪽∼하고 뽀뽀해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대세’로 통하는 세 살짜리 그녀에 대한 세상의 반응이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KBS2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추블리’ 추사랑(3)을 떠올릴 것이다. 반면 “원조(元祖)는 따로 있다”며 책 한 권을 내미는 사람들도 있다. ○ ‘추사랑’ 이전부터 ‘그녀’가 있었다… 동아일보 출판팀이 2011∼2014년 국내 대형서점 외서 베스트셀러를 분석한 결과 ‘미라이짱(未來ちゃん)’이란 사진집이 4년간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일본 책이었다. 교보문고의 경우 ‘미라이짱’은 2011, 2012년 외서(外書) 일본부문 베스트셀러 1위, 2013년 3위를 기록한 후 올해 상반기 다시 1위에 올랐다. 예스24도 마찬가지. 교보문고 관계자는 “4년간 같은 책이 장기 집권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미라이짱’은 짙은 눈썹과 큰 눈을 가진 일본인 아이를 촬영한 사진집이다. 사진작가 가와시마 고도리 씨(川島小鳥)가 니가타 현 사도가 섬에 사는 친구의 어린 딸 쓰바키의 순수한 모습에 감명을 받아 매달 1주일씩 섬에 머물며 1년간 필름카메라로 촬영했다. 쓰바키에게 ‘미라이짱’이란 애칭도 붙였다. ‘미래에서 온 아이’란 뜻이다. 이후 2010년부터 블로그에 사진을 게재했다. 미라이짱이 국내에 알려진 것은 한국에서 인기 많은 일본잡지 ‘BRUTUS’에 미라이짱 사진이 소개되면서부터. ‘정말 귀여운 일본 아이가 있다’는 입소문이 났고 인터넷에 사진이 떠돌기 시작했다. 2011년 4월 일본에 정식 사진집으로 발간되면서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됐다.○ 큐피인형 효과와 가상육아 사진집이 장기간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미라이짱’이 예뻐서가 아니라고 출판계는 말한다. 추운 날씨에 콧물을 흘리고, 입을 크게 벌린 채 밥을 먹고, 온갖 인상을 쓰며 운다. 예스24 고은영 일본 외서 분야 MD는 “인위적이지 않은 모습과 자연 풍광이 조화를 이루며 독자에게 힐링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추사랑과 미라이짱이 라이벌 관계로 설정된 것도 사진집의 인기를 높였다. 지난해 12월 종합편성채널의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어느 패널이 “추사랑이 미라이짱을 능가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인터넷 게시판에는 미라이짱과 추사랑의 비교 논쟁이 계속됐다. 여기에 일부 일본 누리꾼이 “추사랑은 어른이 되면 흔해질 얼굴”이라며 미라이짱 편을 들자 추사랑을 지지하는 한국 누리꾼이 늘었다. 대학원생 이혜영 씨(25)는 “한일 누리꾼 간 감정싸움을 보고 미라이짱이 궁금해져 사진집을 샀다”고 말했다. 미라이짱과 추사랑뿐 아니라 MBC 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의 출연 아이들이 인기를 얻는 이유를 ‘큐피인형 효과’(The Kewpie Doll Effect)라는 사회심리학 이론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큐피인형 효과’는 큰 눈, 동글한 얼굴 등 유아의 모습이 본능적으로 성인에게 보호본능을 유발한다는 발달심리학 이론. 한국은 아이 키우기 어려운 환경이 되면서 큐피인형 효과를 현실에서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대리만족을 위해 아이 사진집, TV프로그램이 킬러 콘텐츠가 됐다는 해석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결혼해 아이 낳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본능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취업과 결혼이 늦어지고 경제적 사정으로 아이도 적게 낳는다”며 “육아 욕구를 대중 콘텐츠로 대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지난해 10월 스위스에서 모든 성인에게 일정금액의 생활비를 매달 현금으로 지급하라는 법안이 의회에 제출됐다. ‘부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반면 ‘말이나 되는 법안이냐’며 의심하는 사람들은 더 많을 것이다. 두 부류 모두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이 책은 세계적으로 논쟁이 되고 있는 ‘기본소득제도’에 대한 가려움을 살살 긁어준다. 기본소득제는 국민 모두에게 조건 없이 일정수준의 생활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매달 생계비를 지급하는 제도. 프랑스 경제학자인 저자는 기본소득제의 취지, 도입 이유 등을 설명했다. 저자는 ‘기본소득제’를 반대하는 논리를 재반박한다. 부자건 가난뱅이건 누구에게나 월급을 주는 것이 불필요하며 시행 시 부작용이 크다는 반대가 워낙 거센 탓이다. 우선 공짜로 월급을 받으면 사람들이 노동을 안 하려 할 것이란 비판에 대해 실험 결과로 반박한다. 1980년대 미국 내 여러 지역에서 기본소득을 준 결과 전체 노동시간은 7∼9%만 감소했다. ‘힘들게 일해 낸 세금으로 놀고먹는 사람을 왜 먹여 살려야 하나’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과 사회적 부의 개념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동만이 사회적 부를 창출하는 유일한 것이란 통념에서 벗어나야 자본주의 한계를 넘을 수 있다는 것. 기본소득으로 인간관계, 사회적 연대감이 높아지고 행복이 증가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회적 부’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또 재원 확보도 탄소세, 초고소득자 과세를 비롯해 기존 부가가치세, 소득세 등을 보완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책을 덮으면 마치 ‘소녀시대’ 전원과 데이트를 한 기분이 든다. 이룰 수 없는 꿈인 듯싶은데 상상만 해도 즐겁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렇게 주장한다. “우리는 너무도 많은 시간을 일로 소진한다. 그 바람에 내가 좋아하는 것, 가족, 친구 등 인생의 소중한 것을 잊어버린다. 기본소득은 일 이외에 존재하는 부(가족, 친구, 자아)를 실질적인 부로 만드는 일이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초등학교 때 부모님에게 이런 말을 자주 들은 기억은 없는지. “○○야. 여자는 국어, 외국어를 잘한다는데 넌 왜 점수가 이 모양이니?” “××야. 사내는 이성적이고 종합화 능력이 뛰어난데, 수학 점수가 55점이라니….” ‘남녀 간 뇌의 차이가 있다’는 전제하에 나온 말이다. 하지만 ‘젠더, 만들어진 성’은 남성과 여성의 뇌가 선천적으로 다르다는 뇌과학 이론에 강력한 반기를 든다. 신경과학자인 저자에 따르면 뇌과학자들이 발표한 기존 연구 결과는 100% 검증된 것이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게슈바인트 이론. 임신 8주경 남성 태아는 여성에 비해 테스토스테론(호르몬의 일종)이 과다 분비되면서 뇌의 좌반구가 비좁아지고 우뇌가 발달한다. 이에 남성은 여성보다 수학적 능력이 뛰어난 우뇌 재능이 높아진다는 것. 하지만 후속 연구에서는 이 이론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또 뇌 실험 연구 중 상당수는 인간이 아닌 쥐나 새에 호르몬을 주입한 후 행동 양상을 분석한 것이기 때문에 그대로 인간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 포유류인 붉은털원숭이에게 적용한 결과에선 테스토스테론 주입에 따른 유아기 남녀 뇌의 차이가 없었다. 남녀 뇌 차이를 강조한 과학적 결과들이 과장된 이유에 대해 저자는 “남녀의 뇌가 다를 것이라는 편견을 가진 후 결과를 도출한 탓”이라고 설명한다. 또 잘못된 연구 결과로 인해 남녀 뇌에 차이가 있다는 성차별인 ‘뉴로섹시즘(neurosexism)’이 사회에 팽배하게 됐다고 비판한다. 유아복의 경우를 보자. 남자아이는 파란색, 여자아이는 분홍색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각각의 옷을 선물한다. 하지만 20세기 중반 이전에는 분홍색은 ‘확고하고 강한 열의’를 나타내는 남성적 색인 반면 파란색은 ‘얌전하고 예민한 믿음의 상징’으로 통했다. 즉, 뇌 자체가 아니라 우리 주변을 둘러싼 사회적, 문화적 편견이 뇌의 남녀 차이를 만든 만큼 뉴로섹시즘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 반면 ‘뇌를 훔치는 사람들’은 ‘뉴로마케팅(Neuromarketing)’의 속살을 폭로한다. 뇌신경학자인 저자는 기업이 소비자의 뇌 속에 숨은 욕망을 어떻게 읽어내고 이윤과 연결시키는지를 다양한 사례로 보여준다. 요즘은 TV 광고 시청 후 30초 만에 소비자의 뇌파가 변한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광고를 제작한다. 실제로 실험자에게 광고를 보여주기도 한다. 광고에 관심을 보일 땐 뇌의 베타파가 활성화되고,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알파파가 감소했다. 긴장 이완 상태를 보여주는 ‘세타파’, 기억을 강화하는 ‘감마파’도 활용된다. 자기공명영상(MRI)을 이용한 마케팅도 있다. 콜라 회사들은 실험 대상자를 아예 뇌 스캐너에 넣고 블라인드 테이스트 테스트를 한다. 요즘 선호되는 ‘뉴로마케팅’은 ‘모든 걸 쉽게 하라’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본능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중시한다. 상품을 판단하고 구매하는 데도 최소한의 에너지를 쓰려고 하기 때문에 익숙한 브랜드를 선호하거나 처음 접해도 이해가 잘되는 상품을 고르게 된다는 논리다. 기업들이 첨단 뇌과학을 활용하는 사례를 접하다 보면 내 심리가 낱낱이 꿰뚫리고 있다는 불안감이 든다. 주체적, 합리적 소비가 가능하긴 한가? 이 때문에 소비자가 뉴로마케팅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지식이야말로 소비자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어수단이라는 것이다. 다만 뇌 속 1000억 개의 뉴런과 1만 개 이상의 연결 구조를 파악해 뇌의 역할과 기능을 밝히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보이니 너무 걱정하진 말자.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어두컴컴한 지하실. 고문을 준비 중인 수사관은 이죽거린다. “네가 그 유명한 놈이구나. 한번 혼나봐라. 너 같은 놈은 죽어나가도 아무도 몰라.” 누굴까? 수많은 민주투사의 이름이 머리를 스칠 것이다. 힌트를 주자면 그는 1970, 80년대 수사기관에서 가장 많이 연행한 인사로 통한다. 스스로도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을 비롯해 서초동(서울중앙지검), 서빙고(국군보안사령부), 장안평, 홍제동(대공분실) 등 안 가본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독재정권의 위협을 무릅쓰고 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지하신문이나 유인물을 제작했던 인쇄공 고(故) 강은기 씨(1942∼2002)다. 후방에서 한국 민주화를 지원한 탓에 강 씨의 공적은 일반인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고인과 함께 전북민주동우회에서 활동했던 저자는 2002년 투병 중인 강 씨를 찾아 구술작업을 통해 그의 일생을 정리했다. 책을 보면 실제 강 씨의 활동 범위는 넓지 않았다. 좁디좁은 서울 을지로 인쇄소 골목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강 씨가 마음 졸이며 찍었던 인쇄물 하나하나는 1970년대부터 80, 90년대를 거쳐 오늘날에 이른 우리의 현대사를 관통한다. 전북 남원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강 씨는 경제 사정으로 중학교를 중퇴한 후 서울로 상경한다. 1964년부터 을지로 인쇄골목에서 인쇄공으로의 일생을 시작한다. 1972년에는 서울 영등포에 ‘세진인쇄’를 설립했다. 박정희 유신체제가 출범한 해다. 책 중간중간 시대상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강 씨의 구술이 나와 역사적 생생함을 더한다. 인쇄소를 세운 이유에 대해 그는 “나름대로 유신헌법에 대항해서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후 강 씨는 그 누구도 꺼렸던 반독재 시국선언서, 광주항쟁 화보집, 재야단체 기관지와 소식지를 인쇄하기 시작했다. 처음 인쇄한 것은 광주 지역의 지하신문 ‘함성’(1972년)이다. 유신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을 다뤘다. 1973년 4월에는 유신의 부당함을 토로한 남산 부활절 연합예배 신앙 선언문을 제작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김재준 목사, 법정 스님 등 15명이 YMCA 강당 1층에서 발표한 민주체제 재건 시국선언문을 인쇄했다. 언론이 침묵할 때도 ‘민주화 운동의 펜’ 역할을 했다. 1973년 10월 서울대생 시위가 모든 신문과 방송에 보도되지 않자 당시 동아일보 기자들은 철야농성과 함께 언론자유 결의문을 작성했다. 이 역시 강 씨가 인쇄한 것. 인쇄를 통해 강 씨와 인연을 맺은 인물도 여럿 등장한다. 특히 고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과의 사이가 각별했다. 강 씨는 1983년 9월 김 전 고문이 민청련을 창립할 당시 읽었던 창립선언문을 만드는 계기로 인연을 맺었다. 김 전 고문은 이후 강 씨를 “천사”라고 칭했고 강 씨는 김 전 고문을 “진주(珍珠)”라고 불렀다. 정부는 반독재 유인물이 발견될 때마다 강 씨를 의심했다. 경찰, 국가안전기획부, 검찰, 중앙정보부에서 연행, 조사, 구금을 받는 생활을 수년간 이어갔다. 1985년 서울노동운동연합(서노련) 사건 당시 보안사 요원들이 강 씨를 응급환자용 앰뷸런스로 몰래 연행하는 등 강 씨가 서울시내에서 가보지 못한 경찰서나 정보기관이 없었을 정도. 그럼에도 그는 민주화 운동 유인물을 계속 인쇄했다. 감시를 피해 퇴근 후 한밤중에 다시 나와 몰래 인쇄기를 돌렸다. 1980년에는 ‘김재규 항소 이유서’를 인쇄해 줬다는 이유로 1년 1개월간 옥살이를 하게 된다. 옥고 후 인쇄소가 영업정지가 돼 생활고마저 겪는다. 그런 상황에서도 그는 1985년도 연하장에 ‘송구영신(送舊迎新)’이 아닌 ‘송군영민(送軍迎民)’이라고 적어 보내며 민주화를 염원했다. 그의 인생에서 기쁜 순간은 1987년 6월이었다. 6월 민주항쟁 때 그는 승합차를 빌려 수많은 유인물을 현장에 뿌렸다. 강 씨가 가장 활짝 웃은 순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민주화 이후에도 강 씨의 지사적 결기는 계속됐다.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시민단체들의 낙선 운동을 도와 밤새 인쇄기를 돌리다 손가락이 잘려 봉합수술을 받았을 정도다. 안타깝게도 강 씨의 불꽃같은 열정은 2002년 11월 꺼지게 된다. 췌장암 때문이다. 그는 현재 경기 마석 모란공원 민주인사 묘역에 잠들어 있다. 책을 덮으면 여러 상념이 생긴다. 강 씨처럼 음지에서 묵묵히 소명을 다한 수많은 사람들의 용기와 열정이 없었더라면 이 땅에 민주화가 제대로 이뤄졌을까? 6·25전쟁에서 산화한 무명용사에게 감사하듯 27주년을 맞은 6·29 민주화 선언에 헌신한 무명투사를 추모해 본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서울 송파구에 사는 주부 송모 씨(37)는 초등학교 4학년생 아들의 과목별 단원 정리 문제집을 보다 이상한 걸 발견했다. 교과서에서 강조돼 있는 문학작품이 문제집의 지문이나 문제에서 빠져 있었던 것. 송 씨는 “지난해 학습용 전과를 샀을 때도 교과서에 수록된 자료 일부가 아예 공란으로 비어 있었다”고 말했다. 송 씨 사례를 들어 이유를 묻자 해당 출판사들도 급소를 찔린 듯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동시(童詩) 한 편에 1억 원을 달라는 이야기까지 듣습니다. 죽을 맛입니다.” 》 ○ 출판사들 “참고서에 ‘펑크’나게 생겼어요” 출판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참고서 출판사들이 저작권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참고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교과서에 나온 문학작품의 저자들과 저작권 문제로 다투는 사례가 늘고 있는 탓이다. 저작권법(25조)상 교과서에 수록된 문학작품은 저자에게 이용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된다. 사용 후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한 보상금을 저자에게 지급하면 된다. 영리보다는 교육 목적이 크기 때문. 하지만 교과서를 기반으로 만든 참고서는 저작권법 적용 대상이다. 참고서 출판 전에 교과서 속 문학작품 저자에게 이용 허락을 받은 뒤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참고서 출판 전 저작권 문제를 완벽히 마무리하는 출판사는 적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개정 교과서가 나오면 바로 참고서를 내야 한다. 시간 부족으로 저자에게 이용 동의를 받지 않고 작품을 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런 행태가 2, 3년 전까지는 관행으로 통했지만 ‘지식재산권’ 의식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출판사에 문제를 제기하는 작가가 많아진 것이다. A출판사는 참고서 제작 시 일부 작가와 저작권 협의를 마무리하지 못했고 결국 2억 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B출판사 대표는 “동의 없이 참고서를 만들면 출판사가 완벽한 을(乙)이 된다”며 “200자 원고지 1장 기준으로 30만 원(1만 부 기준)을 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참고서 내 문학작품 저작권료의 시장가도 2010년경 편당 10만 원 내외에서 올해 15만 원 내외로 올랐다. 이런 상황이 겹치면서 출판사들이 저작권 문제가 되는 작품을 빼고 참고서를 내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이다.○ 작가들 “당연한 권리”… 결국 학생들만 피해 작가들은 동의 없이 작품을 싣고 추후 일방 통보해온 출판사의 ‘횡포’에 일침을 놓는 것이라고 항변한다. 올 2월 서울중앙지법이 ‘노벨과 개미’ 출판사가 저자 동의 없이 시를 참고서에 실은 것에 대해 18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점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 승인 저작권 신탁(信託)기관인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가 책정한 참고서 사용료 기준이 일반 출판물 저작권료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낮은 점도 문제다. 신탁회원 3900명을 보유한 이 협회는 매년 문체부의 조율을 거쳐 저작권료를 산정한다. 올해 기준으로 △시나 시조 1편 수록할 때 2만1600원(1만 부 기준) △소설 300자 원고지 1장당 1390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협회를 탈퇴해 출판 저작권 대행 중개업체를 이용하는 작가도 생겼다. 대행업체는 작가들을 대신해 저작권 계약을 한다. 과거 참고서까지 뒤져서 출판사로부터 저작권 침해 피해보상을 요구한다. 협회 손정달 사무국장은 “정부 차원에서 저작권 사용료 기준을 현실화해주는 한편 저작권료를 협회 기준의 10배까지 요구하는 대행업체가 자제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시장 자율에 맡길 문제라며 손을 놓고 있다. 문체부 임병대 저작권산업과장은 “신탁기관에 가입할지 혹은 대행업체를 내세울지는 개인의 선택”이라고 밝혔다. 결국 학생들만 피해를 본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초등학생 딸을 둔 회사원 박재섭 씨(40)는 “교과서의 중요한 부분이 참고서에서 누락되면 해당 참고서로 공부하는 아이들만 손해”라며 “작가와 출판사들이 한 발씩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세월호 참사로 인한 사회적 상처를 인문(人文)정신으로 치유할 수 있을까? 정부가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각종 사회 문제에 대한 해법 중 하나로 ‘인문학’을 들고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세월호 참사를 발생시킨 근본원인을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한 ‘국민대토론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18일 밝혔다. 문체부에 따르면 국민대토론회는 다음 달 9일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대토론회에는 경기 강원 충청 영남 호남 등 5개 권역에서 선출된 작가, 인문학 관련 교수, 지자체 문화센터 전문가가 참석한다. 권역별 대표는 해당 지역에서 구상해온 ‘치유’ ‘회복’ 등 키워드를 중심으로 발제와 토론을 준비한다. 예를 들어 강원도는 ‘치유’를 주제로 토론을 준비 중이다. 토론을 기반으로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한국인의 윤리의식 저하 문제 △우리 사회의 정신문화 부재 △공동체·시민의식 부족에 대해 인문학적인 해답을 내놓을 방침이다. 당초 문체부는 청와대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산하 인문정신문화진흥특별위원회(유종호 대한민국예술원장)와 함께 ‘인문정신 문화 진흥’을 주제로 6월 대토론회를 준비해왔다. 이를 위해 매달 인문학 전문가를 초빙해 논의 주제와 정책 방향을 조정했다. 그러다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토론회 주제를 세월호 참사에 초점을 맞춰 바꾼 것이다. 인문정신위 간사인 김혜숙 이화여대 철학과 교수는 “인문학은 반성적 차원에서 자신에게 묻고, 자신을 물어보고,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것”이라며 “세월호 사태를 치유하는 데 인문학적 통찰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체부 김현환 인문정신문화과장은 “개인이나 행정, 안전시스템의 문제를 넘어 한국 사회를 지탱하는 정신문화가 약해졌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토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논의된 내용은 추후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요즘 국내 문화예술계를 보면 ‘문화를 공간화’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 문화발전을 위해 특정 지역(공간)을 부각시키고 그 속의 문화요소를 발전시킴으로써 국가의 전반적인 문화수준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진행되고 있는 ‘문화수도’ 선정 프로젝트다. 4월 설립된 재단법인 ‘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원회’가 계획한 사업으로, 매년 도시 한 곳을 선정해 1년 내내 문화와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유럽(1985년), 아랍(1996년), 중남미(2000년)에서 시행된 ‘문화수도’ 제도를 벤치마킹한 것. 조직위는 지방자치단체의 신청을 받은 후 △예술인과 지역민의 교류 △지역문화 독창성 △문화 소외 정도를 심의해 올 12월 ‘2016년 문화수도’를 선정할 계획이다. 조직위 김석은 이사장은 “여러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1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창립세미나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앙정부도 ‘문화의 공간성’을 중시하는 것 같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골프장 등 각종 개발이 생태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환경영향평가’처럼 한 지역의 문화역량을 평가하는 ‘문화영향평가제도’를 내년에 도입한다. 이를 위해 현재 평가항목과 지수를 개발하고 있다. 특정 지역 내 문화재, 유·무형 문화유산 유지, 문화수준을 평가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도 한창이다. 그 핵심이 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내년에 완공된다. 문화계에서는 의미 있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서울’이란 한정된 공간에 지나치게 집중된 문화행사, 나아가 문화권력을 전국으로 확산시킬 경우 균형 있는 문화발전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가 제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인프라도 갖춰져야 하기 때문에 공간을 중요시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공간’을 중시하더라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게 있다. 그 공간을 채울 인간 소프트웨어다. 그간 각종 문화정책이 소프트웨어는 제쳐두고 하드웨어에만 집중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예를 들어 문화수도의 경우 예술단체를 설득해 서울에서 개최되는 각종 문화행사를 지방에서 열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일회성 이벤트란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문화의 공간성 강화는 필요하다. 문화발전을 위해 기본적인 인프라 구축이 필수다. 하지만 자칫 속빈 강정이 될 수도 있다. 부디 이 같은 시도들로 만들어진 문화적 공간에 알맹이도 꽉 채워지길 바란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구석기인들이 ‘눈금자’를 사용했다? 5월 중순 충북 단양군 적성면 하진리의 남한강가에서 구석기 유적 발굴 작업을 하던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연구진은 깜짝 놀랐다. 약 1만8000년 전에 제작된 여러 석기를 발굴하던 중 마치 자처럼 일정 간격으로 눈금이 새겨진 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구석기인이 포획 동물 수를 뼈에 새겨 넣는 등 수(數) 개념을 사용했다는 사실은 기존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하지만 구석기인들이 수를 이용해 크기, 넓이를 계산하는 측정 도구를 사용했는지는 밝혀진 바 없었다. 눈금이 새겨진 돌을 보고 놀란 이유다. 16일 문화재청과 한국선사문화연구원은 “2011년부터 충북 단양군 적성면 하진리 단양 수중보 건설지역에서 진행된 후기 구석기 유적(수양개 6지구) 발굴조사를 통해 눈금을 새긴 돌제품 등 총 1만5000여 점의 유물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연구원에 따르면 이 유적지(830m²)에서는 총 3개의 후기 구석기 문화층이 발견됐다. 문화층이란 집터, 석기 제작터 등 인류 행위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다. 출토된 석기는 몸돌, 격지, 조각, 망치 등 석기 제작과 관련된 유물이다. 이 일대에서 석기 제작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눈금이 새겨진 돌은 가장 아래층인 3문화층에서 발견됐다. 길이 20.6cm, 너비 8.1cm, 두께 4.2cm의 길쭉한 규질사암 자갈돌에 0.4cm 간격으로 눈금 22개가 새겨져 있다. 손으로 들고 다른 돌의 길이를 잴 수 있는 크기로 망치 등을 제작할 때 쓰였을 수도 있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유적의 형성 시기는 중간층인 2문화층의 숯 연대를 측정한 결과 약 1만8000년 전후였다. 우종윤 선사문화연구원장은 “눈금 돌이 발견된 것은 한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서도 처음”이라며 “구석기인들이 단순히 숫자 개념을 알고 있다는 것을 넘어 각종 사물을 측정하는 용도로까지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눈금 돌이 측정용으로 사용됐는지를 추가 연구를 통해 밝혀낼 계획이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올해로 20회를 맞은 ‘서울국제도서전’(사진)이 18∼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국내 최대의 책 전시회로 인문, 사회, 과학, 아동도서 등 출판 전 분야 도서가 소개되며 저작권 수출입을 위한 판권 교류도 이뤄진다. 올해는 ‘책으로 만나는 세상, 책으로 꿈꾸는 미래’라는 주제로 23개국 369개 출판사가 참여한다. 올해 도서전 주빈국은 오만. 오만의 문화, 문학, 경제 등 책 60여 종이 전시된다. ‘신밧드와 유향의 나라, 오만’ 세미나(19일 낮 12시 30분)도 열린다. 2008년부터 주빈국 행사를 시작한 도서전은 그간 중국, 프랑스, 인도 등을 초대해 관련 도서 전시를 진행했다. 한국-이탈리아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이탈리아의 소설, 예술, 디자인 등 희귀 서적 300여 권이 전시된다. 도서전 동안 매일 열리는 ‘저자와의 대화’에서는 조정래 은희경 등 한국 대표 작가 22명을 만날 수 있다. 이 밖에 △국내 출판 책 표지 디자인의 변화를 다룬 ‘한국 근현대 책표지 디자인 특별전’ △아동도서 노벨상으로 통하는 ‘볼로냐라가치상’ 수상도서 전시 등을 볼 수 있다. 자세한 시간과 내용은 홈페이지(www.sibf.or.kr) 참조.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