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추사랑’ 이전엔 일본 ‘미라이짱’ 열풍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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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눈망울 앙증맞은 미소… 어른들 마음 쏙 빼앗았네

‘추블리’ 추사랑(3)의 일상 속 모습. 이종격투기 선수 추성훈 씨의 딸인
그녀는 KBS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추사랑 헤어스타일’까지 아이들에게 유행시켰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최근 ‘미라이짱과 추사랑 중 누가 더 귀여운가’를 놓고 한일 누리꾼 간 논쟁이 일기도 했다. KBS 제공
‘추블리’ 추사랑(3)의 일상 속 모습. 이종격투기 선수 추성훈 씨의 딸인 그녀는 KBS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추사랑 헤어스타일’까지 아이들에게 유행시켰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최근 ‘미라이짱과 추사랑 중 누가 더 귀여운가’를 놓고 한일 누리꾼 간 논쟁이 일기도 했다. KBS 제공
큰 눈망울이 ‘꿈벅꿈벅’…. 왕만두처럼 통통한 볼과 오종종한 입술에서 첫눈 같은 미소가 떠오르면 안아주다 못해 쪽∼하고 뽀뽀해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대세’로 통하는 세 살짜리 그녀에 대한 세상의 반응이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KBS2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추블리’ 추사랑(3)을 떠올릴 것이다. 반면 “원조(元祖)는 따로 있다”며 책 한 권을 내미는 사람들도 있다.

‘미라이짱(未來ちゃん)’의 2, 3세 때의 모습. 사진집 ‘미라이짱’에서 보이
는 그녀의 순수한 모습은 독자로 하여금 때 묻지 않은 어린 시절을 회상케한다. 이 사진집이 4년간 국내 외서(外書) 일본부문 베스트셀러를 차지한 이유다. 사진작가 가와시마 고도리(www.kawashimakotori.com) 홈페이지 캡처
‘미라이짱(未來ちゃん)’의 2, 3세 때의 모습. 사진집 ‘미라이짱’에서 보이 는 그녀의 순수한 모습은 독자로 하여금 때 묻지 않은 어린 시절을 회상케한다. 이 사진집이 4년간 국내 외서(外書) 일본부문 베스트셀러를 차지한 이유다. 사진작가 가와시마 고도리(www.kawashimakotori.com) 홈페이지 캡처
○ ‘추사랑’ 이전부터 ‘그녀’가 있었다…

동아일보 출판팀이 2011∼2014년 국내 대형서점 외서 베스트셀러를 분석한 결과 ‘미라이짱(未來ちゃん)’이란 사진집이 4년간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일본 책이었다. 교보문고의 경우 ‘미라이짱’은 2011, 2012년 외서(外書) 일본부문 베스트셀러 1위, 2013년 3위를 기록한 후 올해 상반기 다시 1위에 올랐다. 예스24도 마찬가지. 교보문고 관계자는 “4년간 같은 책이 장기 집권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미라이짱’은 짙은 눈썹과 큰 눈을 가진 일본인 아이를 촬영한 사진집이다. 사진작가 가와시마 고도리 씨(川島小鳥)가 니가타 현 사도가 섬에 사는 친구의 어린 딸 쓰바키의 순수한 모습에 감명을 받아 매달 1주일씩 섬에 머물며 1년간 필름카메라로 촬영했다. 쓰바키에게 ‘미라이짱’이란 애칭도 붙였다. ‘미래에서 온 아이’란 뜻이다. 이후 2010년부터 블로그에 사진을 게재했다.

미라이짱이 국내에 알려진 것은 한국에서 인기 많은 일본잡지 ‘BRUTUS’에 미라이짱 사진이 소개되면서부터. ‘정말 귀여운 일본 아이가 있다’는 입소문이 났고 인터넷에 사진이 떠돌기 시작했다. 2011년 4월 일본에 정식 사진집으로 발간되면서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됐다.

○ 큐피인형 효과와 가상육아

사진집이 장기간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미라이짱’이 예뻐서가 아니라고 출판계는 말한다. 추운 날씨에 콧물을 흘리고, 입을 크게 벌린 채 밥을 먹고, 온갖 인상을 쓰며 운다. 예스24 고은영 일본 외서 분야 MD는 “인위적이지 않은 모습과 자연 풍광이 조화를 이루며 독자에게 힐링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추사랑과 미라이짱이 라이벌 관계로 설정된 것도 사진집의 인기를 높였다. 지난해 12월 종합편성채널의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어느 패널이 “추사랑이 미라이짱을 능가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인터넷 게시판에는 미라이짱과 추사랑의 비교 논쟁이 계속됐다. 여기에 일부 일본 누리꾼이 “추사랑은 어른이 되면 흔해질 얼굴”이라며 미라이짱 편을 들자 추사랑을 지지하는 한국 누리꾼이 늘었다. 대학원생 이혜영 씨(25)는 “한일 누리꾼 간 감정싸움을 보고 미라이짱이 궁금해져 사진집을 샀다”고 말했다.

미라이짱과 추사랑뿐 아니라 MBC 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의 출연 아이들이 인기를 얻는 이유를 ‘큐피인형 효과’(The Kewpie Doll Effect)라는 사회심리학 이론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큐피인형 효과’는 큰 눈, 동글한 얼굴 등 유아의 모습이 본능적으로 성인에게 보호본능을 유발한다는 발달심리학 이론. 한국은 아이 키우기 어려운 환경이 되면서 큐피인형 효과를 현실에서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대리만족을 위해 아이 사진집, TV프로그램이 킬러 콘텐츠가 됐다는 해석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결혼해 아이 낳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본능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취업과 결혼이 늦어지고 경제적 사정으로 아이도 적게 낳는다”며 “육아 욕구를 대중 콘텐츠로 대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추사랑#미라이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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