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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중국 남부 광둥(廣東) 성 선전(深(수,천))에 대형 헬스케어 연구개발(R&D) 및 건강검진 시설을 설립하고 중국 헬스케어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SK텔레콤은 3일 선전에서 하성민 사장과 천뱌오(陳彪) 선전 시 부시장, 판밍춘(范鳴春) 선전 투자지주공사 동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헬스케어 R&D센터’와 ‘SK선전메디컬센터’ 개소식을 진행했다. 헬스케어 R&D센터에서는 SK텔레콤이 투자한 의료진단기기 전문업체인 나노엔텍과 중국 의료기기 전문업체 톈룽(天隆)을 중심으로 모두 50명의 연구진이 체외진단기기와 시약 관련 연구개발을 하게 된다. 메디컬센터는 건강검진센터와 가정의학과 소아과 치과 부인과 등 4개 과목의 전문 클리닉을 운영한다. 의사 20명, 간호사 30명을 포함해 총 150명이 이곳에서 근무한다. 선전은 텅쉰(騰訊) 화웨이(華爲) 샤오미(小米) 등 중국의 내로라하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밀집한 ‘중국판 실리콘밸리’다. 특히 헬스케어 산업은 시 정부가 2015년까지 36조 원 규모로 시장을 키운다고 목표를 세운 핵심 차세대 산업이다. 이날 개소식에 앞서 쉬친(許勤) 선전 시장은 하 사장에게 “시정부 차원에서 토지 관련 세금을 감면해주고 보조금 지급 등의 지원 대책을 고려할 것”이라며 전폭적인 지원 의사를 밝혔다.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IT와 헬스케어의 융합 분야를 핵심 신사업으로 삼고 중국 진출을 준비해 왔다. 2012년 톈룽의 지분을 사들여 2대 주주가 됐고, 지난해 6월에는 베이징(北京) 의료법인 비스타(VISTA)와 합작회사를 설립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올해 4월 나노엔텍의 지분 26%를 확보해 병원 전문 체외진단기기를 개발해 판매해 오고 있다. 6월에는 분당서울대병원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우디아라비아 국가방위부와 700억 원 규모의 병원 정보 시스템 수출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SK텔레콤의 이번 중국 시장 진출이 ‘건강 한류’의 확산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환자는 전년 대비 72.5%가 늘어난 5만6075명으로 전체 방한 외국인 환자의 26.5%에 이를 정도다. 중국 내에서 한국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인지도가 부쩍 높아지고 있다. 하 사장은 “이번 센터 개소는 미래의 헬스케어 사업을 위한 중요한 시작”이라며 “한국 IT와 의료의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지난달 29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2014 부산 국제모터쇼’ 프레스데이 행사장에는 낯익은 얼굴이 속속 등장했다. 신차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연예인이었다. 이탈리아 스포츠형 세단 브랜드 마세라티는 배우 차승원을 홍보대사로 내세웠다. 이날은 마세라티가 디젤차 ‘기블리 디젤’과 ‘콰트로 포르테 디젤’을 아시아 최초로 선보이는 자리였다. 깔끔한 슈트를 차려입은 차승원이 신차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자 곳곳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마세라티 관계자는 “차 씨는 고급스러우면서도 너무 중후하지 않고 개성이 강하며 멋스러운 이미지를 풍기는 배우”라며 “스포츠형 세단을 지향하는 마세라티의 이미지와 딱 어울리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와 연예인, 환상의 커플 수년 전만 해도 완성차 업체들이 유명 연예인을 앞세워 자사(自社) 차량을 홍보하는 일은 그리 흔치 않았다. 주력 상품 출시를 기점으로 집중적인 홍보가 필요할 때나 불황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단기간 활용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는 다른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값이 비싸기 때문에 고객들은 디자인이나 성능을 살펴보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편”이라며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전면에 내세우면 자동차보다 모델이 더 부각되면서 차량 정보가 고객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2, 3년 새 자동차 업계의 이런 불문율은 점차 깨지고 있다. 차량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연예인을 섭외해 각종 행사 및 이벤트에 등장하도록 함으로써 홍보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부산모터쇼에는 신차만큼이나 많은 연예인들이 행사장을 찾아 관람객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인피니티는 브랜드 홍보대사로 배우 이서진을 내세웠다. 인피니티 관계자는 “이 씨는 여러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으며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구축해온 인물”이라며 “이런 이미지가 인피니티의 현대적이면서 고급스러운 감각을 드러내는 데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해 홍보대사로 낙점했다”고 말했다. 인피니티 측은 또 “‘꽃보다 할배’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 ‘짐꾼’ 역할을 자임하며 동행한 선배 배우들을 각별하게 챙기는 모습이 ‘고객을 특별하게 보듬는 차’라는 인피니티의 방향성과도 일맥상통했다”고 덧붙였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배우 조인성을 홍보대사로 낙점했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조 씨는 평소 벤츠 차량을 몰고 다닐 만큼 각별한 애정을 보인 연예인”이라며 “새로 나오는 ‘더 뉴 C클래스’의 주요 타깃과도 일치해 그에게 홍보대사를 맡아달라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TV 광고에도 등장 폭스바겐코리아는 골프 고성능 모델인 ‘GTI’와 ‘GTD’를 국내에 선보이면서 배우 소지섭이 출연하는 광고를 찍었다. 영화 형식의 스토리를 갖춘 광고로 폴크스바겐 골프 고성능 모델의 날렵함을 잘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GM은 올 초 중형 세단 ‘말리부 디젤’을 선보이면서 배우 정우를 광고모델로 발탁했다. 정우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출연하면서 다소 까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정한 이미지로 많은 시청자들의 인기를 모았다. 한국GM 관계자는 “디젤엔진을 장착한 말리부 디젤의 강인함을 드러내기에 정우가 제격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미러클 두산!’ 두산이 운영하는 두산 베어스는 전신인 OB베어스 시절을 포함해 한국프로야구 3회 우승과 6회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내며 야구팬들에게 명문구단으로 각인됐다. 2001년에는 준플레이오프에서 시작해 기적 같은 우승을 이뤄내면서 ‘미러클 두산’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두산 베어스는 올해 6월까지 전체 프로야구 구단 중 가장 많은 약 58만 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두산 베어스가 야구 명문구단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선수 발굴에 대한 두산의 지속적인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두산은 수많은 야구 유망주를 발굴해 내면서 야구팬들로부터 ‘화수분 야구’라는 별칭을 얻었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기업의 인재 양성 철학을 스포츠 마케팅에 그대로 접목한 결과다. 경기 이천시의 2군 전용구장 ‘베어스필드’는 두산 ‘화수분 야구’의 산실이다. 두산은 400억 원을 들여 이 구장을 정비해 올해 5월 ‘베어스파크’로 재탄생시켰다. 베어스파크는 면적이 7만9646m²(약 2만4093평)으로 실내연습장과 실내 불펜을 확보해 4계절 훈련이 가능하다. 또 국내 최초로 아쿠아 치료실을 신설하는 등 선수단 재활 시설을 강화했다. 아마추어 선수 다수가 가장 가고 싶어하는 구단으로 두산을 꼽는 데에는 이러한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해외 스포츠 마케팅은 주로 이름 있는 스포츠 대회나 팀을 후원해 브랜드를 알리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두산은 2010년부터 세계 4대 메이저 골프대회 중 하나인 ‘디 오픈 챔피언십’(브리티시 오픈)을 후원하고 있다. 이 대회는 두산과 롤렉스, 메르세데스벤츠, HSBC, 니콘, 마스터카드, 랄프로렌, NTT 등 총 8개 세계 유수 기업이 경쟁적으로 후원할 만큼 브랜드 홍보 효과가 뛰어난 대회로 알려졌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미국 현지 시장을 겨냥해 미국 명문 자동차경주 업체인 ‘조 기브스 레이싱’의 테크니컬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후원하는 조 기브스 레이싱팀은 2008년 7500만 미국인이 열광하는 ‘나스카 넥스텔 컵 네이션와이드 시리즈 멕시코200’ 경기에 두산인프라코어 로고가 새겨진 차량으로 출전해 우승을 거뒀다. 비인기 종목에 대한 투자와 스포츠 꿈나무 육성을 위한 투자도 빠지지 않았다. 두산은 1991년부터 ‘두산핸드볼 팀’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두산 베어스기 리틀 야구대회’와 ‘라데나 골프장 꿈나무 육성 프로젝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08년부터는 두산중공업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을 개최해 한국 프로골퍼들이 활약할 수 있는 무대의 장을 넓히고 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덴마크 머스크, 스위스 MSC, 프랑스 CMA CGM 등 세계 1∼3위 해운업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컨테이너선 동맹체인 ‘P3 네트워크’ 출범이 무산됐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컨테이너 선박에 주력하는 국내 해운회사들로서는 시장을 잠식당할 잠재적 요인이 사라지게 됐다. 17일(현지 시간) 머스크는 “P3 네트워크 준비 작업을 중단하고 당초 계획했던 P3를 실행에 옮기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이날 중국 상무부가 P3가 결성되면 시장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세 기업의 기업결합심사를 불허한 데 따른 것이다. 당초 P3는 세 개 회사가 각각 출자해 합작 선박 운영센터를 만든 뒤 연말부터 아시아∼유럽 및 태평양과 대서양 구간 29개 항로에서 선박 255척을 운영할 계획이었다. 미국 연방해사위원회(FMC)와 유럽위원회(EC)는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내줬지만 세계 물동량의 약 60%를 차지하는 중국 당국이 불허하면서 실효성을 잃게 됐다. 닐스 앤더슨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P3가 결성되면 비용 절감,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서비스 향상 등의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P3의 파장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한진해운이 속한 연합체 ‘CKYHE’와 현대상선이 속한 연합체 ‘G6’는 항로와 항만을 공동 사용하는 개념이지만 P3는 선박과 터미널을 공동운항하고 선박연료유를 공동구매하며 정보를 공유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개념이다. 게다가 18일 현재 선복량을 기준으로 P3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36.9%(673만8882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로 CKYHE(16.5%·301만2454TEU), G6(18.2%·331만4579)와 크게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P3가 2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하자 한국선주협회가 “시장을 독점한 뒤 운임을 담합할 가능성이 높다”며 허가를 내주지 말라는 건의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만약 이 세 기업이 합작운영센터가 아닌 단순 연합체로 출범하면 이를 막을 방법은 딱히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P3에 기업결함심사 신청을 취소할 것인지 입장을 물은 상태”라며 “연합체로 출범한다면 공정위 신고 대상에 해당이 안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강유현 yhkang@donga.com·김재형 기자}
중산층의 교육·보육비 지출 부담이 고소득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우리나라 가계의 에인절계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에인절가구’(18세 미만 자녀와 거주하면서 교육·보육비를 지출하는 가구로 국내 전체 1140만 가구 중 49.2%인 561만 가구가 해당)의 지난해 평균 ‘에인절계수’(총 지출 중 교육·보육비 비중)는 17.7%였다. 연구원은 에인절가구를 가구원 수를 고려한 소득 수준에 따라 5개 계층으로 구분했다. 계층별 에인절계수는 중산층에 속하는 4분위가 2010년 20.8%, 2013년 18.6%로 가장 높았다. 2010년에는 중산층인 3분위의 에인절계수(19.8%)가 고소득층인 5분위(19.9%)보다 낮았다. 하지만 지난해는 3분위 18.2%, 5분위 17.5%로 역전됐다. 소득 수준을 고려했을 때는 중산층의 교육비 부담이 더 높아졌다는 뜻이다. 지난해 월평균 교육·보육비 지출은 3, 4, 5분위가 각각 50만8000원, 61만9000원, 70만8000원이었다. 사교육비 부담도 점차 커지고 있다. 전체 에인절가구의 총 교육·보육비 중 사교육비 비중은 2000년 54.7%, 2010년 60.3%, 2013년 68.1%로 집계됐다. 그 대신 공교육비와 보육비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의 교육·보육비에 대한 직접 지원 정책은 효과가 있었지만 사교육비 규제 효과는 아직 미미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 10개 산업단체들이 “저탄소차협력금제도를 철회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공동 건의서를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에 12일 제출했다. 저탄소차협력금제도는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많은 차를 사면 부담금을 물리고 적은 차를 사면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이들 단체는 건의서를 통해 “이 제도가 도입되면 자동차산업 전반의 제조기반과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돼 고용감소 등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지우게 되는 것은 물론 소비자 후생과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산화탄소 감축만을 고려한 이 규제는 디젤차 쏠림 현상을 가속화해 질소산화물과 같은 또 다른 환경 문제를 수반할 수 있다”며 “오히려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차 대체효과를 저감시킬 소지도 있다”고 덧붙였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1000억 원을 모아 영세 콘텐츠기업을 지원하겠다며 지난해 출범한 한국콘텐츠공제조합의 파행 운영이 논란이 되고 있다. 돈은 목표의 10%도 못 모은 채 전직 관료들을 고위급으로 두고 수십억 원의 국민 혈세를 펑펑 쓰는 것을 두고 ‘관피아’의 폐해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비판이 나온다. 콘텐츠조합은 지난해 10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화려하게 출범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김종민 이사장은 “자조 자립의 문화새마을운동이 시작됐다”며 “3년 동안 1000억 원을 모아 대출 및 보증 지원을 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국정홍보처 출신으로 문화부에서 고위 공무원(1급)을 지낸 이염 전 아리랑국제방송 경영본부장이 상근 전무이사로 합류했다. 하지만 현재 실적은 실망 그 자체다. 지금까지 모인 돈은 총 72억 원으로 출범 당시 60억 원에서 고작 12억 원 늘었다. 그중 30억 원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경품용 상품권 수수료에서 낸 것이어서 간접적으로 국민이 부담한 셈이다. 직접 모은 돈은 네이버가 낸 30억 원, 조합사들이 낸 12억 원이 전부다. 돈이 안 모인 탓에 당초 계획했던 대출은 꿈도 못 꾸고 있다. 8개월 동안 40여 개 업체의 중소 규모 계약 총 50억 원에 이행보증을 서 준 것이 전부다. 문화부 관계자는 “최소한 500억 원은 돼야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재원 부족한데도 거액 홍보용역 등 무책임 발주 ▼‘관피아’ 콘텐츠공제조합사정이 이런데도 당초 목표 1000억 원 운영을 기준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람을 뽑느라 운영비로 받은 국고보조금 30억 원을 대부분 써 버린 상태다. 조합 안팎에서는 ‘이러다 곧 문을 닫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지만 조합 측은 지난달 1750만 원어치의 장비 구입 공고를 내는가 하면 이달 초 6400만 원짜리 홍보대행 용역 공고를 올리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국고보조금 반납 기한(6월 말)이 다가오자 무책임하게 써버리는 것 같다” “고위 공무원 출신이 있으니 정부에서 망하게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조합 측은 “국고 지원을 요청할 때 사업계획서에 포함돼 있던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재원 조달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없이 ‘일단 문을 열고 보자’는 식으로 출범한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조합 관계자는 “정부가 목표액의 절반(500억 원)은 지원해 줄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화부는 지난해 기획재정부에 대출 및 보증재원으로 240억 원을 요청했지만 기재부가 “사적 단체에 공공재원 투입은 불가하다”며 전액 삭감했다. 기대했던 금융권이나 대기업의 출자도 지지부진하다. 조합 관계자는 “성사된 곳은 물론이고 지원 의사를 밝힌 곳이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콘텐츠 업계에서는 “괜히 헛물만 켰다” “전직 공무원들 자리만 만들어 준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이에 대해 조합 측은 “김 이사장은 비상근으로 보수를 받지 않고 소정의 업무추진비만 받으면서 재원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초기라서 다소 어렵지만 운영 정상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김재형 monami@donga.com·장원재 기자}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산업연구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저탄소차협력금 부과 기준(잠정안)을 9일 공개했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의뢰로 함께 만든 잠정안이지만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 감축 및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경제효과 분석이 연구원별로 달라 논란이 예상된다. 저탄소차협력금제는 CO₂ 배출량이 많은 차를 사는 소비자들에게는 부담금을 물리고, 배출량이 적은 차를 사면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이날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엘타워에서 열린 ‘저탄소차협력금 제도 공청회’에서 세 연구원이 내놓은 잠정안은 자동차가 배출하는 CO₂ 양에 따라 10개 구간을 나눈 뒤 △전기차에 1000만 원 △하이브리드차에 200만 원 △CO₂ 배출량이 적은 차에 50만∼100만 원을 지급하고 △CO₂ 배출량이 많은 차에 75만∼400만 원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 뼈대다. 잠정안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에는 차 가격 외에 부담금이 최대 150만 원 붙는다. 반면 BMW ‘320d’를 사는 소비자는 보조금 5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부과 기준이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니어서 구체적인 부담금 및 보조금 액수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조정될 수 있다. 저탄소차협력금은 사실상 간접세로 간주돼 ‘탄소세’로도 불린다. 물건을 살 때 제품 가격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가 추가로 붙듯이 CO₂ 배출량에 따라 추가로 정해진 금액만큼 차 가격이 올라간다. 국내 시장에 중대형차를 많이 수출하는 미국이 가격 경쟁력 하락을 우려해 무역마찰 가능성을 제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환경부는 이 제도를 통해 걷은 부담금을 별도 계정에 적립해 보조금 지급 재원으로 전액 활용할 계획이다. 이날 공청회에서 조세재정연구원은 환경부가 2020년까지 자동차 부문에서 CO₂ 배출량을 160만 t 감축하겠다고 했지만 제도 도입으로 인한 감축량은 54만8000t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대신 내년 1년간 국산차 구매자들이 추가로 내야 하는 돈은 748억50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산업연구원은 2020년 국내 완성차업체 및 부품업체의 생산액이 2조8409억 원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하이브리드차 및 전기차 산업이 성장하면서 2020년 배터리 산업에서 2조2000억 원의 부가가치와 1만7000만 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상반된 전망을 내놓았다. 전문가들 반응도 양쪽으로 나뉘었다. 박심수 고려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수익이 적다는 이유로 경유차 개발을 등한시해 오면서 매출의 70% 이상이 중대형차에 편중됐다”며 “제도 도입을 계기로 국산차 업계는 연료소비효율(연비)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영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자동차세를 올리는 등 기존 정책을 이용해 충분히 CO₂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며 “오히려 하이브리드차에 지원금을 적용하면 소득이 높은 사람들에게 보조금을 더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3월 최봉홍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대기환경보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저탄소차협력금제는 내년 1월 1일 시행될 예정이지만 실제 시행될지는 미지수다. 이 제도가 시행되려면 환경부 소관인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개정돼야 하지만 정부 부처 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데다 제도의 실효성 자체에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내년 초 시행해 2019년 부담금 상한액을 500만 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산업부는 “부담금을 낮추든 시행 시기를 유보하든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행령을 제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법안을 폐기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저탄소차협력금 제도 필요성이 처음 제기됐을 때 논의할 문제가 이제야 논의되는 것이 문제”라며 “근본적으로 자동차를 살 때 몇십만 원 아끼기 위해 발품을 파는 소비자들이 논의에서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강유현 yhkang@donga.com·김재형 기자}
글로벌 기업의 헤드쿼터와 연구개발(R&D)센터 유치는 한국 경제에 왜 중요한 것일까. 헤드쿼터와 거점 R&D센터는 특정 사업 분야나 지역의 전체적인 경영전략과 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기능을 지닌다. 그만큼 이를 유치할 경우 투자 규모가 커지고 자연스럽게 고용이 늘어난다. 일자리의 질도 높아진다. 김종갑 한국지멘스 회장은 “헤드쿼터와 R&D센터는 일반 생산이나 판매 법인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온다”며 “중·장기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고급 일자리’가 늘어나는 건 물론이고 글로벌 기업의 전략과 기술 노하우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이런 점을 감안해 올 4월 외국인투자위원회를 열고 글로벌 기업 헤드쿼터와 R&D센터 유치를 중심으로 연말까지 170억 달러(약 17조4080억 원)의 외국인 투자유치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2일 산업부와 KOTRA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20개 글로벌 기업과 R&D센터 및 헤드쿼터 유치와 관련된 논의를 시작했다. 정부가 접촉 중인 기업들은 주로 유럽과 미국계로 업종은 석유화학, 의료기기, 전자와 화학 소재 부문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산업부는 총 600여 개의 잠재적 유치 대상 글로벌 기업 리스트를 마련했다. 이 중 50개의 ‘중점 타깃 기업’을 올해 안에 선정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집중 유치 대상인 동시에 정책 지원 대상인 외국계 기업의 헤드쿼터나 R&D센터는 글로벌 시장과 관련된 △전략 △인사 △자회사 관리 △장기적인 R&D 등과 관련된 기능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전체 근무 인력과 외국인 전문경영인 상주 인력 규모도 일정 수준 이상이어여 한다. 정부는 이미 한국에 헤드쿼터와 R&D센터를 운영 중인 기업들과도 투자협력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축해 추가 투자 유치와 정책 지원 관련 논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오랜 기간 글로벌 기업들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주요 법령에 대한 영문 번역 서비스 미비, 정책 설명회 부족 등도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이세형 turtle@donga.com·김재형 기자}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은 연구개발(R&D)센터와 헤드쿼터 설립 지역으로 한국이 나름대로 매력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 규모와 핵심·원천기술 같은 항목을 제외하고는 중국과 일본을 앞설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주석 체제가 들어선 뒤 정부 규제가 심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지식재산권 보호, 생활여건 등에서 중국은 글로벌 스탠더드와 거리가 멀다고 답했다. 일본은 장기 경기침체, 문화적 폐쇄성, 대지진 등으로 인기가 크게 떨어졌다는 의견이 많았다. ○ 우수한 인적 자원과 협력의지가 매력 글로벌 기업들은 R&D센터 지역으로서 한국의 장점으로 ‘우수한 인력’(32.9%)과 ‘기술력’(26%)을 가장 많이 꼽았다. 헤드쿼터 지역으로서의 장점도 ‘기술력’(25.9%)과 ‘우수한 인력’(24.1%)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이 나왔다. ‘인력’과 ‘기술력’이 글로벌 기업을 유혹하는 데 가장 확실한 카드란 뜻이다. 미국 화학업체인 다우케미컬은 현재 200명 수준인 경기 화성 전자재료 부문 R&D센터 인력을 조만간 300명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불과 2년 전에 설립된 한국 R&D센터에서 벌써 수십 건의 다양한 기술혁신 사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권형준 한국다우케미컬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해외 R&D센터에서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기술혁신이 나온 건 거의 없었던 일이라 본사에서는 한국 투자를 최고 성공 사례 중 하나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도레이첨단소재도 현재 100명 수준인 한국 R&D센터 인력을 5년 안에 200명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 회사는 한국 R&D센터에서 진행하는 연구 중 20% 이상을 3∼5년 뒤를 대비한 중·장기 과제로 삼고 있을 만큼 수준 높은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기업과 협력 가능성’도 한국의 매력이다. 이 항목도 R&D센터와 헤드쿼터로서 한국의 장점으로 모두 꼽혔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 기업이 외국 기업과 협력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높게 평가했다. 독일 지멘스는 지난해 10월 에너지 솔루션 사업부문의 아시아지역 헤드쿼터를 한국에 설립했다. 지멘스는 2017년까지 500명 이상의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지멘스는 당초 헤드쿼터 설립 지역으로 한국과 중국 등 5개 나라를 검토했다. 한국이 ‘최후의 승자’가 된 배경에는 국내 기업들의 강한 협력 의지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김종갑 한국지멘스 회장은 “한국 기업이 일본과 중국 기업에 비해 외국 기업과 협력하려는 의지가 상대적으로 더 강하다는 점과 활발한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같은 개방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게 헤드쿼터 유치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조선해양 부문 글로벌 헤드쿼터를 지난해 한국에 설립한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도 한국 기업들의 협력 의지를 높게 평가했다. GE 관계자는 “사업 진행 과정에서 거래 기업 의견을 수용하고, 대안을 찾는 속도에서 한국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편에 속한다”고 평가했다. ○ 공적 영역은 개선해야 한국이 글로벌 기업의 헤드쿼터와 R&D센터로서 더욱 매력적인 지역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정책 리스크’가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인력, 기술력, 기업들의 협력 의지 같은 ‘민간 영역’과 달리 ‘정부 영역’에선 개선점이 많다는 뜻이다. 헤드쿼터와 R&D센터 유치를 위해 가장 필요한 사항으로는 ‘정책 일관성 확보’(23.8%)와 ‘규제 완화’(21%)가 나왔다. 다음으로는 ‘노사 갈등 해소’(17.5%)가 많았다. 유럽계 A기업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설 때 한국의 기업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규제 완화 속도는 기대에 못 미쳤다. 2012년 대선을 전후로는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부의 편중’, ‘경제 민주화’ 같은 이슈들이 집중적으로 거론되며 반(反)기업 정서가 오히려 강해졌다. 또 의원 입법 등을 통한 규제도 더 강해지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A기업 관계자는 “여론 변화로 주요 정책이 바뀌는 건 물론이고 같은 정당이 정권을 잡아도 정책에 변화가 발생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A기업 본사는 한국을 주요국 중 세금, 환경, 안전 같은 분야와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면 곧바로 기존 법이 크게 바뀌는 데 이어 강도 높은 규제가 생길 수 있는 나라로 분류하고 있다. 독일계 제약 및 화학기업인 머크도 한국의 장점인 빠른 스피드가 정책 부문에서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하엘 그룬트 한국머크 대표는 “전 정부에서는 녹색성장, 이번 정부에서는 창조경제 그리고 최근에는 안전 등 정책이 갑작스럽게 바뀐다”며 “잦은 정책 변화는 장기적인 R&D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상한 관행’도 문제라는 의견이 많았다. 미국계 B기업의 한국인 직원들은 담당 부처의 주요 관계자가 바뀔 때마다 황당한 일을 겪을 때가 많다. 전임자에게 이미 보냈던 자료를 새 담당자가 다시 보내 달라고 하거나 전임자와 이미 논의했던 내용을 다시 협의하자고 하는 등 귀찮게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B기업 관계자는 “본사에서는 이런 모습을 ‘한국만의 특이한 규제’로 평가하고 있다”며 “전략, 기획, 인사, 재무 등이 주 업무인 헤드쿼터 유치에 정부부처의 ‘갑질’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이세형 turtle@donga.com·박진우 기자}
4월 헌법재판소가 심야시간대에 16세 미만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 접속을 막는 ‘셧다운제’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린 뒤 국내 게임업체 중 30% 이상이 해외로 판로를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한국무역협회가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와 함께 국내 90여 게임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30.5%가 셧다운제 합헌 판결 이후 ‘해외로 판로를 변경했다’고 응답했다. ‘셧다운제 적용 대상에 들지 않은 성인용 게임에 집중했다’는 응답이 22.4%, ‘게임 개발 계획을 철회했다’, ‘고용 및 자금 감축으로 인해 저사양 게임으로 변경했다’는 응답이 각각 19%와 16.1%로 집계됐다. 셧다운제로 우려되는 점에 대해선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32.2%)과 ‘게임산업 위축 가속화’(27.6%), ‘법 적용이 유예된 모바일 게임 대상 셧다운제 적용’(26.4%), ‘게임 산업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 확대’(13.8%) 등을 꼽았다. 응답 업체 중 80.5%는 외국 정부로부터 정착금 지원, 세제 감면 등 혜택이 주어지면 해외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디자인 전략을 통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가치가 달라졌다.’3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디자인경영과 창조경제 포럼’에 참석한 국내 기업의 디자인경영 담당자들은 “디자인을 단순한 외형 꾸미기가 아닌 경영전략의 방법으로 인식하면 제품은 물론이고 기업의 전체적인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동아일보와 한국디자인진흥원(KIDP)이 주최하고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한 이번 포럼에는 200여 명의 국내 기업 디자인 부문 관계자가 참석했다.이날 포럼에서는 삼성전자, KT, 현대카드 등 국내 대기업의 디자인경영을 통한 경쟁력 강화 사례와 욕실 인테리어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중소기업 세비앙의 사례가 다뤄졌다.김영준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선행디자인팀장(전무)은 삼성전자의 디자인경영이 글로벌 수준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최고경영자(CEO)의 확고한 철학과 의지 △강한 조직 역량 △우수 인력 확보와 양성 △강한 선행디자인 프로세스 구축을 꼽았다.김 전무는 “기업이 제품을 넘어 문화와 철학을 팔아야 하는 시대에 디자인은 중요한 차별화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삼성전자의 경우 디자인 성공 경험이 많아지면서 파격적이거나 실험적인 디자인 시도도 과거보다 더 잘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했다.KT는 기업이미지(CI)를 새로 바꾸는 과정에서 디자인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성공을 거뒀다고 소개했다. 임재희 KT 그룹디자인정책팀장은 “‘올레’ 브랜드를 론칭하는 과정에서 디자인을 활용해 매장 인테리어, 로고 글씨체, 서비스 아이콘 등을 세련되고 고객친화적으로 바꿔 구태의연하고 권위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KT는 셋톱박스 같은 제품에도 디자인을 도입하는 등 지속적으로 노력해 국내 서비스 기업 중 처음으로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의 하나인 ‘레드닷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현대카드는 디자인을 통해 다른 금융회사와는 확실히 구별되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정원 현대카드 디자인실장은 “현대카드는 굉장히 모던하다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며 “앞으로도 ‘현대카드답다’고 할 수 있는 이미지와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디자인을 더욱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류인식 세비앙 대표는 ‘수납형 샤워기’라는 혁신적인 제품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과정을 발표했다. 이 회사 제품은 미국 독일 이탈리아 인테리어 기업의 신제품 개발에도 영향을 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장기적인 디자인 산업 육성 방안에 대한 제안도 나왔다. 조재경 한국디자인경영학회장(이화여대 교수)은 “유럽의 장인들이 시도했던 것처럼 디자인을 이용해 차별화된 사업 아이템을 만들어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이종석 산업부 디자인생활산업과장은 “정부는 디자인을 성장성과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보고 있다”며 “산업계 전반에서 디자인 역량을 키우고 국제적인 수준의 디자인 전문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정책과 교육 지원을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이세형 turtle@donga.com·김재형 기자}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일부 신도들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의 행방을 추적하는 검찰을 향해 “유 전 회장을 끝까지 보호하겠다”며 강한 저항 의사를 밝혔다. 검찰이 유 전 회장과 장남 대균 씨(44)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신도 6명을 체포하며 압박 강도를 높이자 검찰과 다시 정면대결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 구원파 “우리도 현상금 5억 원 걸겠다” 이태종 구원파 평신도복음선교회 대변인은 26일 오후 2시 반경 경기 안성시 금수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만 신도들이 유 전 회장을 하루씩 숨겨줘 모두 (검경에) 잡혀가는 한이 있더라도 최후까지 그를 내놓지 않고 보호할 작정”이라고 밝혔다. 평신도회는 유 전 회장을 비호하는 구원파 내 강경 신도들의 모임이다. 이 대변인은 “1991년 오대양 사건 당시 유 전 회장이 검찰에 출두했다가 본질과 무관한 혐의(상습사기)로 4년간 옥살이를 했다”며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유 전 회장을 최후까지 지키겠다”고 말했다. 구원파 내 극렬 신도들이 ‘세월호 사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잠잠해질 때까지 유 전 회장을 도피시키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평신도회는 이날 “세월호 침몰 사고의 진짜 원인을 밝히는 사람에게 주겠다”며 ‘현상금’ 5억 원도 내걸었다. 이는 25일 검경이 유 전 회장 검거 현상금을 5억 원으로 인상하며 ‘내부 제보’를 유도하자 일부 신도의 배신을 방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녹취록 공개로 ‘검찰 망신주기’ 기자회견에서 평신도회는 검찰 수사에 항의하는 의미로 녹음파일 4개를 공개했다. 평신도회 측은 “금수원에서 압수된 현금 5000만 원과 ‘우리가 남이가’라는 현수막을 내린 것과 관련해 검찰의 해명이 (사실과) 달라 우리가 거짓말쟁이가 될 위기에 처해 녹음파일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우리가 남이가’ 등의 현수막을 검찰이 내려달라고 구원파 측에 요청한 적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검찰 관계자와의 통화 녹음을 공개했다. 공개된 녹음 파일에는 현금 5000만 원과 관련해 “현금을 이렇게 놔두고 막 쓰실 정도가 되면 굉장히 부도덕한 것 중 하나인데 그쪽(구원파)에서 뭔가 성의를 보여야…(우리가 언론에 공개하지 않겠다)”라며 협상을 유도하는 듯한 검찰 관계자의 발언 등이 담겨 있었다. 대화는 편집된 채 공개됐고, 검찰 관계자의 목소리는 변조한 상태였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은 “수사팀에선 현수막을 내려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다”며 “(검찰 관계자가 했다는) 발언의 내용이 구원파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방법을 조언하고 법질서 준수를 권고하는 수준으로 문제될 것 없다고 판단되지만 (그 내용을 공개한 것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 “저항 신도 많다” vs “일부에 불과” 평신도회 신도 400여 명은 이날 오전부터 대형 버스 등을 나눠 타고 금수원에 집결해 정문에 “김기춘 갈 데까지 가보자”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라는 현수막을 붙이고 농성을 다시 시작했다. 신도들의 농성은 금수원 압수수색 이후 5일 만이다. 금수원 압수수색을 전후해 구원파 내에서는 ‘유 전 회장이 당당하게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온건파와 ‘끝까지 저항해야 한다’는 강경파(평신도회)가 의견을 달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을 감싸며 검찰 수사에 저항하는 신도의 비율을 놓고 평신도회와 검찰의 해석이 달랐다. 이 대변인은 “신도 개개인이 입장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지만 평신도회와 뜻을 함께하는 신도가 아주 많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구원파 내 복수의 협력자들의 말을 빌려 “신도 90%는 유 전 회장 일가의 범행에 환멸을 느끼고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극소수가 유 전 회장을 비호하며 수사에 저항해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안성=조건희 becom@donga.com·김재형인천=장관석 기자}

법무부는 20일 제7회 세계인의 날을 맞아 다문화 사회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에게 정부 포상을 수여했다.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대통령표창 3명, 국무총리표창 7명, 법무부장관표창 7명 등 총 17명이 상을 받았다. 올해 신설된 ‘올해의 이민자상’(대통령표창)의 수상자로는 벨기에 출신 마리 헬렌 브라쇠르(한국명 배현정·68·사진) 전진상의원 원장이 선정됐다. 1972년 26세 때 벨기에를 떠나 한국에 온 브라쇠르 원장은 김수환 추기경의 추천으로 서울 금천구 시흥동 판자촌에 무료 진료소인 ‘전진상(全眞常) 가정복지센터’를 열고 의료봉사를 시작한 이래 40여 년간 저소득층 39만 명을 진료해 왔다. 브라쇠르 원장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살아갈 것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와 광주외국인노동자건강센터도 각각 대통령 표창을 받았으며 베트남 출신 결혼이민자 웬티응옥여임 씨 등 7명은 이민자 사회통합에 기여한 공로로 법무부장관 표창을 받았다.과천=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최모 씨(51·여)는 매년 2, 3차례씩, 20년 넘게 자살 시도를 했다. 남편의 외도와 폭력에 시달리던 그는 분노가 극에 달할 때마다 가족이 보는 앞에서 자살하려 했다. 가족들이 "잘못했다"고 빌면 시도를 멈추는 식이었다. 베개 밑에 늘 칼과 넥타이를 감춰둘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지만 20년 동안 한 번도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지 않았다. 최 씨 남편은 "정신과에 가면 평생 정신병자로 낙인찍힌다"고 여겼다. 최 씨는 2012년 아들과 다툰 끝에 목을 매 자살했다. 가족들은 최 씨의 행위를 일상적인 반복 행위로 받아들였지만 정작 최 씨는 20년 넘게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분노를 쌓아온 것이었다. 이동우 인제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한 번의 자살 시도도 심각한 수준의 질환이므로 첫 시도 당시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아주대 연구진과 동아일보 취재팀이 심리 부검한 60명 중 40명(66.7%)은 자살 전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있었다. 40명 가운데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충분한 진료를 받은 사람은 6명(15%)에 불과했다.자살 위험군에 속한 사람과 그의 가족들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지 않는 데는 낙인에 대한 두려움이 크게 작용한다. 대인 관계나 취업 등 사회 활동에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하는 것.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통상 우울증 외래 진료 환자 3명 중 1명은 완치 전에 치료를 중단한다"며 "환자나 환자 가족이 환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해 중단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사회적인 불이익과 편견이 두려워 그만두는 것"이라고 했다.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을 받더라도 건강보험 청구 기록에 정신질환 대신 '일반 상담'으로 기록을 남길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으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은 환자에게만 해당될 뿐 이전에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이 다시 병원을 찾는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 게다가 약물 처방을 받으면 정신 질환 기록이 남게 돼 있어 약이 긴급히 필요한 사람이 오히려 병원을 찾지 않게 만드는 결과를 낳고 있다.심한 정도에 상관없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병력이 있다는 이유로 민간 보험 가입이 거절되는 것도 문제다. 지난달 6일 신의진 의원(새누리당)은 보험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가벼운 우울증 등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은 국민의 보험 가입을 거부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정당한 이유'의 기준이 모호해 가입 거절을 막는 데 한계가 있을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심리적 부검 프로젝트로 자살률을 절반 가까이 줄인 핀란드는 노인 등 사회 취약계층을 상대로 정기적인 상담을 진행했다. 자살 징후가 포착되면 그 즉시 전문 상담기관이 개입해 자살을 막았다. 한국도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손효주 hjson@donga.com·김재형 기자}

서울 D대 4학년 재학생 김모 씨(27)는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 들어가는 순간 ‘고려대 미디어학부 최○○ 씨(26·여)’가 된다. 김 씨는 최 씨와 일면식도 없지만 최 씨의 이름으로 도서관을 드나들고 열람실 좌석도 예약한다. 학번만 넣으면 학생증 바코드를 만들어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앱) 덕이다. 안암동 집에서 가까워 고려대 도서관을 이용하는 김 씨는 “옆자리에 다른 학생이 앉는 것이 귀찮을 땐 학생증 바코드를 4, 5개 만들어 주변 좌석을 전부 예약해버린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바코드 생성 앱을 이용해 다른 학생의 신분으로 대학가를 활보하는 학생들이 생겨나면서 개인정보 도용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도서관 등 대다수 대학교 시설은 학생증에 부착된 고유 바코드를 키오스크(무인 정보 단말기)에 갖다 대면 얼굴 확인 없이 출입할 수 있는데 앱을 활용하면 모르는 사람의 학생증 바코드도 손쉽게 복제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등 모바일 장터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는 바코드 생성 앱은 20종이 넘는다. 20, 21일 취재팀이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중앙대 등 대학교 네 곳의 도서관에서 시험한 결과 스마트폰 앱으로 위조한 바코드는 전부 실제 학생증과 다름없이 작동했다. 앱에 미리 양해를 구한 재학생들의 학번을 입력하니 도서관 출입은 물론이고 열람실 좌석 예약까지 가능했다. 연세대와 성균관대의 무인 대출기에서는 도서까지 빌릴 수 있었다. 학번을 제공한 중앙대 재학생 최모 씨(27)는 “누군가가 내 신분을 도용해 학교에 돌아다닐 수 있다니 소름 끼친다”고 말했다. 학번을 몰라도 바코드를 만들어내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학교 측이 학번을 부여할 땐 입학연도 4자리(20××)와 학과 고유번호 2∼3자리, 개인 고유번호 2∼4자리 등 일정한 규칙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러한 ‘학번 패턴’을 공유하는 글이 쉽게 검색됐다. 취재팀이 성균관대에서 해당 패턴으로 추정한 학번을 바코드 생성 앱에 입력해 키오스크에 갖다대니 2008년에 입학한 육모 씨의 이름이 화면에 나타났다. 소지품 도난 문제도 유발할 수 있는 이런 학생증 바코드 도용은 형법상 사문서 위조 및 부정행사에 해당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다. 하지만 일부 학생은 ‘앞자리에 다른 학생이 앉으면 다리를 쭉 펴기 힘들다’거나 ‘도서관에서 혼자 모의 토익시험을 치를 때 옆자리에 사람이 있으면 집중이 되지 않는다’는 핑계로 별다른 죄의식 없이 바코드를 위조해 주변 좌석을 독차지하고 있다. 고려대 재학생 박모 씨(26)는 “친구 5명과 ‘자리 맡아주기’ 당번을 정하고 매일 아침 좌석을 10여 개씩 무더기로 예약한다”며 “떳떳하진 않지만 편리함 때문에 그만둘 수 없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외부인이 학교 시설에 자유롭게 출입하면 보안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위조가 어려운 ‘무선 주파수 검지(RFID)’ 방식 학생증을 발급하는 것이 대안이지만 해당 학생증에 맞게 키오스크를 교체하려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김재형 monami@donga.com·조건희 기자}

“그만하자 규혁아. 스케이트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잖니.” 12일 이규혁의 마지막 레이스를 TV 생중계로 지켜보며 어머니 이인숙 씨(55·전국스케이팅연합회장)는 4년 전 밴쿠버 겨울올림픽이 끝난 뒤 아들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당시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안 되는 걸 도전한다는 게 너무 슬펐다”며 눈물을 보인 아들의 모습에 이 씨도 가슴을 움켜잡고 울었다. 1994년 릴레함메르 겨울올림픽 이후 한 번도 아들의 국제대회 경기를 생중계로 본 적이 없었던 이 씨는 12일 경기 시작 4시간 전 아들의 전화를 받았다. “엄마, 이번에는 꼭 경기 (생중계로) 봐줘요. 진짜 마지막이니까….” 이 씨는 힘주어 답했다. “알겠어. 엄마가 눈 동그랗게 뜨고 잘 지켜볼 테니까 걱정 마”라고. 이 씨는 “규혁이가 여느 겨울올림픽보다 편하게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고 했다. 12일 마지막 레이스에서 이규혁은 초반 전성기 때의 스피드를 보였다. 진작 욕심을 버렸던 이 씨도 순간적으로 아들의 메달을 응원했다. 하지만 이규혁은 600m 이후 체력이 떨어졌다. ‘조금만 나이가 어렸어도 충분히 메달권에 들었을 텐데….’ 이 씨의 마음속에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이 떠올랐다. 하지만 레이스를 마친 뒤 밝은 표정으로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는 아들을 보고 이 씨는 생각을 바꿨다. 이전 올림픽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경기를 마치고 웃는 아들을 보니까 그제야 ‘시원섭섭하다’는 말이 무엇인지 실감이 나더라고요.” 이 씨는 13일 이 말을 꼭 팬들에게 전해 달라고 했다. “밴쿠버 겨울올림픽 직후에는 저도 아들에게 ‘스케이트 그만하자’고 했는데…. 규혁이가 마지막 레이스에 설 수 있도록 성원해 준 여러분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조건희 becom@donga.com·김재형 기자}

8일 0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 왕복 2차로. 이른바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맞아 번화가에 나왔던 시민들이 버스 막차를 타기 위해 바쁘게 도로를 가로질렀다. 연세로는 지난달 6일 서울의 첫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돼 일반 차량의 통행이 24시간 금지되고 인도가 넓어졌다. 그때 연세로 한쪽에서 ‘빠앙’ 소리가 들려왔다. 검정 쏘나타 승용차가 차로를 횡단하던 시민 2명을 발견하고 급정거하며 경적을 울린 것. 이 승용차는 시민들이 길을 건너자 다시 속도를 올려 연세로를 빠져나갔다. 오전 7시∼오후 9시에는 모범운전자회 회원들이 양쪽 진입로에서 일반 차량 통행을 막고 있지만 이들이 퇴근한 시간에는 무단 진입하는 차가 적지 않았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지난달 22, 25일, 이달 8일 총 3차례에 걸쳐 관찰해 보니 0시∼오전 3시에 1시간 평균 20대의 일반 차량이 연세로 550m 구간을 통행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아찔한 상황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인도 턱과 신호등이 전부 철거된 뒤 무단 횡단하는 시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횡단보도 표시가 없는 곳에서 길을 건너는 시민은 시간당 평균 80여 명이었다. 택시의 통행이 허용되는 유일한 시간대인 0시∼오전 4시가 되면 차로 양쪽을 택시가 점령했다. 주정차한 택시가 통행하는 다른 운전자의 시야를 가려 길을 건너는 시민을 뒤늦게 발견하는 모습도 관찰됐다. 오전 3시가 되자 연세로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연세로7길에서 음식점에 식자재를 나르는 2.5t 냉동 탑차가 빠져나와 슬그머니 연세로에 정차했다. 상점 영업에 필요한 업무차량은 서대문구로부터 미리 허가를 받아 오전 10∼11시, 오후 3∼4시에만 제한적으로 통행할 수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인근 음식점의 배달 오토바이들은 턱이 없어진 인도와 차로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곡예 운전을 했다. 연세로를 이용하는 시민 대부분은 ‘일반 차량의 통행을 엄격히 단속해야 한다’는 시각이지만 상인 일부는 통행금지를 완화해 달라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취업준비생 임모 씨(26)는 “새벽 시간대에도 보행자가 많은 번화가의 특성을 감안해 밤과 낮 구분 없이 단속반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인근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48)는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 이후 손님이 줄었다”며 “오후 9시 이후에는 차량 통행 제한을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대문구는 2월까지 계도 기간을 둔 뒤 이르면 3월부터 연세로 진입로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카메라 4대를 활용해 통행 제한 위반 승용차에 과태료 4만 원, 승합차에 5만 원을 각각 물릴 계획이다.조건희 becom@donga.com·김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