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김순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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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순덕 칼럼니스트입니다.

yuri@donga.com

취재분야

2025-07-03~2025-08-02
칼럼97%
정치일반3%
  • [김순덕의 도발]법사위 사태, ‘윤석열 검찰’도 위험하다

    단순히 관행을 깨는 차원이 아니다. 집권당이 끝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차지했다는 건. 바둑에선 상수(上手)가 백을 잡고 흑을 쥔 사람이 먼저 두는 게 관행인데 이걸 깬 것과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은 15일 미래통합당이 없는 상태에서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을 법사위원장으로 뽑아 올렸다. 법사위원장을 야당에서 맡는 건 2004년 민주당이 여당일 때부터 관행이었다. 법으로 못 박진 않았지만 민주주의가 법으로만 작동되진 않는다. 소수 국민의 뜻도 중요하다는 의미로 배려했던 암묵적 규칙을 박살내고도 그들은 저희들끼리 웃기까지 했다. 야당 법사위원장이 자구(字句) 심사권을 구실로 주요 법안의 발목을 잡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국회는 다르다. 법사위 소관사항 가운데 ‘법률안·국회규칙안의 체계·형식과 자구의 심사에 관한 사항’은 (가)(나)(다)(라)…(아)의 8가지 중 맨 끝인 (아)에 불과하다. ● 야당이 사법부 견제할 길 없어져여당의 폭거는 법안 통과만을 위해서랄 수 없다. 설령 통합당 법사위원장이 핵심법안을 붙잡고 늘어진대도 176석 거대여당은 패스트트랙(신속 안건 처리)에 올려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다. 집권세력이 죽어도 법사위원장을 못 내준 이유는 따로 있다. 법사위 소관사항이 법무부, 감사원, 헌법재판소, 법원 사법행정 등이기 때문이다. 소관기관에는 법무부, 헌법재판소, 법원은 물론 대검찰청도 포함된다. 근대 민주정치의 근본원리가 3권 분립에 의한 견제와 균형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부는 행정부와 사법부를 견제하는 게 본연의 임무다. 문재인 청와대가 행정부 장악은 물론이고 사법부까지 꽉 잡은 지 오래다. 20대 국회 때는 그래도 야당이 사법위원장을 맡아 문제 제기라도 할 수 있었다. 앞으론 불가능하다. 대통령 탄핵소추도 법사위 소관사항이다. 법사위원장은 문재인 정권을 보위하는 최후의 보루인 것이다. 법조인 출신도 아닌 친문실세 윤호중이 법사위원장을 맡은 것이 이를 입증한다. ● 집권세력 연루 사건, 제대로 수사하고 있나다수 국민의 희망인 ‘윤석열 검찰’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법사위에 들어간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16일 한명숙 전 총리 수사를 언급하면서 법사위에서 윤석열 총장을 손볼 뜻을 비쳤다. 윤호중 위원장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후속법안부터 서둘러 처리할 게 분명하다. 통합당이 법사위를 보이콧 한대도 무슨 요상한 자구를 넣어서든 집권세력 뜻대로 공수처장을 만들어낼 것이다.그리하여 공수처가 출범하면 ‘대통령의 복화술사’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공언대로 윤석열 부부는 공수처 수사 1호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무리 대명천지 대한민국에서 그럴 리 있겠느냐고? 그 가능성만으로도 윤석열의 칼날이 예전 같을 리 만무하다. 벌써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놓고 수사를 제대로 하는지 알 수 없다는 소리가 나오는 판국이다.법사위가 올 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출석시켜 “인사에 대한 윤 검찰총장의 의견을 묵살해 검찰청법 34조를 위반했다”고 질타한 것도 야당이 법사위원장이어서 가능했다. 1월 검사장 인사에선 윤석열이 장관에게 맞섰다지만 7월 인사에서도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총선 전부터 ‘식물총장’ 소리가 나오더니 지금은 길고 가늘게 잊혀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 김경수 조국, 무죄판결 받을 수도법사위는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제주 강정마을 구상권에 대해 유례없는 강제조정을 한 판사의 출석을 요구했다. 국가가 청구한 34억여 원을 포기시켰는데 무슨 압력이 있는지 알아야겠다는 거다. 국감장에 판사를 부르는 건 재판의 공정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결국은 무산됐다. 그러나 내로남불로 유명한 집권당이다. 위원장까지 차지한 터에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사건 재판관들을 불러내 압박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드루킹 댓글 사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던 김경수 경남지사도 종국엔 무죄로 결판날 거라는 추측도 나돈다. 조국 사건 관련자들 역시 어제부터 발 뻗고 잠자고 있을 것이다.이 모든 것은 모두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진다. 헝가리와 폴란드 등 최근 민주주의가 무너진 나라의 공통점이 바로 그거다. 선거는 실시됐고, 독재자는 의회 승인을 받았으며, 사법부까지 장악했다. “심지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비춰진다”고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책은 강조했다. ● 그럼에도…굳이 희망을 찾는다면통합당이 망연자실하고 있는 것도 당연하다. 통합당에 대한 기대는 별로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 보이콧은 하지 말기 바란다. 통합당이 국회 안 나온다고 집권세력이 눈 하나 깜짝할 리 없고, 통합당 의원들이 세비를 안 받아갈 리도 없다.만약 윤석열에게 강골 검사의 기개가 남아 있다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을 목숨 걸고 파헤쳤으면 한다. 위아래에서 압력이 들어온다면,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며 국정원 수사 외압을 폭로했던 2013년처럼 사실을 밝히고 장렬히 산화하는 거다. 있는 듯 없는 듯 검찰총장 2년 임기의 천수를 누리는 것보다 그 편이 장하고 자랑스럽다(그리고 대선에 나서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것도 어렵다면 정치인들이 좋아하는 막스 베버의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맺음말을 찾는 수밖에 없다. ‘모든 희망이 깨져도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한 의지를 갖춰야 한다. 지금에라도 그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날 남아있는 가능한 것마저도 성취해내지 못할 것이다’라고.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

    • 2020-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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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 칼럼]시진핑의 중국 닮아가는 ‘문파의 나라’

    여당이 총선에서 대승한 이후 내게도 변화가 생겼다. 나라 걱정이 사라진 것이다. 각계 전문가들과 전직 관료들이 공부하는 단톡방에선 “우리도 주는 대로 누려보자”는 쪽지가 돌았다. 재난지원금이든 기본소득이든 퍼주는 대로 받고, 만약 외환위기가 터질 경우 젊은 세대에 맡기면 그만이다. 북한 김여정이 죗값을 계산한다며 남북 핫라인을 끊어도 불안하지가 않다. 이 정부 첫 주일 대사 말대로 주한미군이 철수하든,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부의장 말대로 준전시상황에 들어가든 근심할 필요 없다.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그럴수록 민주주의로 평화를 이뤄야 한다”고 10일 대통령이 천명을 했다. 대북전단 날리는 탈북민단체뿐 아니라 설령 군대를 해체한들, 선의로 가득한 한반도에 전쟁 나랴 싶다. 다만 한 가지 걱정은 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국가”라는 취지의 3일 이수혁 주미 한국대사 발언 때문이다. 미국 국무부에 이어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9일 “민주주의를 선택한다면 옳은 선택을 한 것”이라고 까칠하게 반응해서만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미중 갈등이 신냉전으로 치닫는 상황에 문재인 정부가 미국 아닌 중국 선택하기를 넘어 아예 닮아가는 모습이어서다. 한국은 코로나19 발생 초기 대처에 실패했지만 다른 나라들이 더 실패하는 바람에 중국처럼 뜻하지 않게 방역 모범국으로 등극했다. 중국에선 감염자 급증 사실을 한 달 이상 은폐해 전 세계 피해가 커졌는데도 우한 시민들이 희생해 전파를 막았다며 되레 당당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에서 전염병 통제가 강력히 이뤄진 근본 원인은 공산당의 영도 및 사회주의 제도의 우위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며 코로나 위기를 권력 확장에 이용하고 있다. 코로나 발생 초 우한시 통계청 책임자를 경질하고 사법부장(장관) 등을 속속 측근으로 교체한 건 물론,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등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위협하는 모습이다.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첨단 정보통신기술까지 동원해 코로나를 극복하면서 시진핑은 권위주의 통치에서 마오쩌둥 시절의 전체주의로 돌아갔다”며 1930년대 같은 파시즘 부활을 이끌 수도 있다고 했다. 덩샤오핑이 흑묘백묘론으로 개혁했던 중국은 지금 없다. 중국공산당은 소련처럼 인민의 생각을 지배하는 것은 물론 중국에 대한 세계인의 생각까지 좌우할 의도로 자유민주주의 기본 가치를 공격한다. 미국이 선전포고 같은 ‘대(對)중국 전략보고서’를 새롭게 내놨을 정도다. 문재인 대통령도 2월 야당 대표들과의 모임에서 초기 대처 실패라는 비판을 듣고 “상황이 종료된 뒤 복기하자”며 덮은 바 있다. 전문가들의 노고와 시민들의 협조로 코로나가 잦아들자 K방역을 내세워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에서 압승했다. 그 뒤 여권 인사들이 재판정에서 줄줄이 풀려나고, 단독 국회 개원을 불사하는 모습은 코로나 위기를 권력 확장에 이용한 중국과 다르지 않다. 특히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현대사 바로잡기에 앞장선 것은 국민의 머릿속까지 지배하겠다는 전체주의적 시도다. 여당 의원 177명 전원 명의로 5·18광주민주화운동 비방·왜곡처벌법을 발의한 것도 불길하다. 문 대통령과 생각이 다르면 ‘문파’가 홍위병처럼 공격하는 것도 모자라 국가가 ‘진실’을 결정하고 표현의 자유를 막겠다는 의도가 역력하다. 꼭 100년 전 이맘때 스페인독감으로 목숨을 잃은 독일의 막스 베버는 근대화에 이르지 못한 국가의 특징으로 가산제적(patrimonial) 사회질서를 꼽았다. 지배자가 통치조직을 사적으로 분배해 후견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국가이익 아닌 사적이익을 추구하는 전근대국가를 뜻한다. 가산제 국가를 근대국가로 만들기는 독재에서 민주화로 가기보다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지배자의 뜻에 따라 재가산제로 돌아가는 건 쉽다. 시진핑의 중국은 능력 위주의 관료들을 측근으로 채워 전근대국가로 후퇴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어떻게 발전한 대한민국인데 ‘운동권 청와대’가 정의연 출신 윤미향 같은 ‘운동권 네트워크’에 공직을 분배하고, 그들의 사적이익 추구에 눈감아 이 나라를 전근대국가로 후진시키고 있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

    • 2020-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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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의 도발]세상이 바뀐 것 확실히 느꼈다

    그래도 설마,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하늘이 두 쪽 나도 법이 정한 날짜인 5일, 반드시 본회의를 열겠다”고 엄포를 놨어도 설마 21대 국회 첫 출발을 여당 단독 개원으로 시작하겠나 싶었다. 여당 단독 개원이란 헌정사상 단 한번밖에 없던 일이다. 1967년 6·8총선 부정선거 때문이었다. 당시 석간이었던 동아일보는 6월 8일자에 울산 국민학교에서 공화당원이 유권자에게 현금 나눠주는 현장을 ‘한낮의 매표행위’ 제목으로 특종 보도했다. 7월 10일 국회 개원일 , 7월 10일 국회 개원일, 경찰은 야당인 신민당의 국회의원 당선자까지도 태평로 국회의사당 접근을 막았고, 힘없는 시민당은 정문 앞에서 부정선거 규탄 데모로 항거했다. 그날 동아일보는 ‘7대 국회가 많은 파란을 안고 10일 야당의원 전원이 불참한 가운데 개원됐다. 여당 일당만에 의해서 새 국회가 개원되기란 한국의정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보도했다. 유신독재 때도, 전두환 신군부 때도 두 번 다시 못 했던 일을 그때 그 신민당의 후예가 감행한 것이다. ● 올챙이 적 잊은 개구리, 민주당더불어민주당이 법대로 한 건 맞다. 국회법 5조 3항은 총선 후 첫 임시회를 의원 임기 개시 후 7일에 열게 돼 있다. 21대 국회의원 임기 개시일이 5월 30일이니 7일째인 6월 5일이 법에 정한 날짜다. 매번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지루한 ‘개원 협상’으로 국민을 짜증나게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엔 177석의 거대여당이 상임위원장 18개를 모두 갖겠다고 해서 협상이 불발된 거다. 민주당은 81석이었던 2008년 18대 국회 때도 6개 상임위원장을 받아갔다. 민주화 이후 관행대로 의석비례로 나누면 103석인 미래통합당에 7개는 돌아가야 한다. 그걸 못 주겠다고 단독 개원을 해버린 민주당은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오만한 개구리다. “세상이 바뀐 것을 느끼게 갚아주겠다”던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말씀은 이제 현실이 됐다. 통합당이 국회 등원을 거부해도 국회는 얼마든지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국회의장은 재적의원 과반수의 득표로 당선된다’는 국회법에 따라 5일 통합당 의원 퇴장 뒤 박병석 국회의장이 191표로 선출됐다. 법대로라면 상임위원장을 전부 여당이 갖는 것도 가능하다. ● 거대여당, 개헌까지 못할 게 없다국회법은 의장 선출 사흘 안에 상임위원장을 뽑도록 돼 있다. 국회의장 뽑듯 통합당 없이 뽑으면 그만이다. 상임위원 배분도 의장 뜻대로 할 수 있다. 교섭단체 소속 의원은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요청으로 의장이 선임하게 돼 있지만 ‘요청이 없을 경우 의장이 선임할 수 있다’는 게 국회법이다. 태영호 통합당 의원을 국방위나 정보위에 안 보낼 수도 있다. 53년 만에 처음 단독 개원도 했는데 뭔들 못하겠나. 범여 190석을 확보한 이상, 민주당은 어떤 법안이든 패스트트랙을 통해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 있다. 의사진행을 막는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은 중단시키면 그만이다. 북한 김여정의 요구에 정부가 즉시 화답한 ‘대북전단 금지법’은 물론 현 정부 숙원사업인 검경 수사권 조정, 해고금지 같은 친(親)노동, 온 국민 예산 퍼주기 법안도 일사천리 가능하다. 5일 국회 참석한 193명에서 7명만 더 끌어 모으면 개헌도 할 수 있다. 과거사에 집착하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원대로 5·18 광주민주화운동 왜곡 행위 처벌법도 결국 통과될 것이다. 지난 국회에선 들어있던 ‘예술 학술 보도 등의 목적으로 한 행위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는 대목은 빠졌다. 통합당이 최후의 보루 법사위원장을 확보하지 못하면,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법안도 집권세력 뜻대로 처리될 판이다. 정부가 개인의 양심까지 간섭하는 전체주의다. ● 대통령 복심, 최강욱을 주목하라이수진 민주당 의원이 자기 실력 없다고 폭로한 법관을 탄핵하겠다는 앙탈도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재적 의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시킬 수 있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구성을 집권세력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건 물론이다. 국무총리와 대법관,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 정도는 가볍다. 사실 지금도 야당 반대를 개의치 않았지만 앞으론 야당 자체가 의미 없어진 것이다. 국회가 국회법을 지키겠다는 데 뭐가 문제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공수처법안 표결 때 기권한 금태섭 전 의원 징계부터 당장 취소해야 한다. 국회법 114조 2항은 의원이 소속당의 의사에 귀속되지 않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는 규정이 있다. 금태섭 징계는 국회법은 물론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시하고 양심에 따른다’는 헌법 46조 2항 위반이다. 이제는 청와대 출신 최강욱을 유심히 봐야 할 것 같다. 그가 총선 뒤 “역할을 기대한다”는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굳이 알린 것은 우습게 볼 만용이 아니었다. 최강욱의 통화 마케팅이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강기정 정무수석은 “전혀 아니고, 없는 말을 한 것도 아니다”라고 분명히 확인했다. 어쩌면 최강욱은, 점잖은 대통령이 말 못하는 것을 말해주는 ‘복심 스피커’일 수 있다. 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

    • 2020-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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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의 도발]윤미향, 이정희, 그리고 한명숙

    윤미향이 1일 나비 모양의 배지를 달고 국회에 입성했다. 나비는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한다. 윤미향이 이사장이었던 일본군 성노예제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에서 ‘백만인 나비달기 운동’까지 벌이며 팔았던 그 나비 배지다. 위안부 피해자한테 “아이들 코 묻은 돈까지 받았다”는 소리까지 들었으면, 보통사람 같으면 그 배지 가슴에 못 단다. “할머니들을 이용해 사욕을 챙겼다”는 직격탄을 받았으면, 도의적 책임에서라도 의원직을 사퇴하는 게 보통사람의 상식이다. 나비 배지를 부적처럼 붙인 채 온몸으로 사퇴를 거부하는 윤미향 모습에 역시 한사코 사퇴를 거부했던 통합진보당 이정희가 겹쳐보였다. ● 비례대표 지켜낸 ‘진보의 붉은 장미’ 통진당은 2012년 총선에서 지역구 7석, 비례대표 6석으로 일약 제3당에 올랐던 정당이다. 유시민의 국민참여당과 이정희의 민주노동당, 노회찬 심상정 등 진보신당 탈당파가 전격 합당해 흥행에 성공한 데다, 지역구에 민주당을 찍으면 비례대표는 통진당에 주는 ‘교차투표’가 많았기 때문이다. 총선 일주일도 안돼 통진당 비례대표 부정선거 의혹이 폭로됐다.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돼 “비례대표 경선은 총체적 부실, 부정선거”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던 이정희는 그러나 다음 날부터 대표직 사퇴를 완강히 거부했다. 5월 4일 오후 2시에 시작된 통진당 전국운영위를 의장 자격으로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무려 17시간 동안 진행하며 비례대표 당선자 사퇴 표결을 막아낸 거다. 합당 전 유시민이 “대선에서 야권이 승리할 수 있는 확실한 필살기가 야권연대”라며 ‘진보의 붉은 장미’처럼 띄워 올린 이정희였다. 목소리도 나긋나긋했던 이정희가 돌연 가시 본색을 드러내자 인터넷 생중계로 회의를 지켜보던 이들은 경악했다. 진중권이 “가장 충격적인 것은 이정희 변신이다. 영화 ‘링’을 보는 듯 소름이 끼쳤다”고 했을 정도다.● 17시간 진행 이정희, 진땀 흘린 윤미향 윤미향은 등원 하루 전날 해명성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비 오듯 땀을 흘렸다. 야당에선 “잘못을 알면서도 거짓을 말하자니 진땀이 나는 것”이라며 공격했다. 하지만 남자들이 몰라서 하는 소리다. 그 정도 심장 가지고는 정의연 운영 그리 못한다. 그건 갱년기 증상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따낸 의원직인데 누구 좋으라고 물러나느냐, 윤미향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망신은 잠깐이되 권력은 영원하다. 이정희 역시 ‘당권파 패권주의’라는 비난도 못 들은 척 당권을 움켜쥐고 비례대표 이석기, 김재연을 지켜냈다. 2013년 9월 이석기 체포 때 정부가 제출한 국회동의안을 보면 이들에게 국회는 무엇인지 알 수 있다. 통진당 사람들까지 이석기 보좌진으로 의정활동에 참여시켰다며 국회를 ‘남한 사회주의 혁명의 교두보로 인식’한다는 거다. 결국 이석기, 김재연이 의원 배지를 뗀 것은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명령에 의해서였다.● 국회는 진보의 밥줄, 혁명의 교두보윤미향 의원실에도 정의연에 함께 있던 사람이 5급 비서관으로, ‘김복동의 희망’ 재단 사람이 4급 보좌관으로 혈세 연봉을 챙기게 됐다. 안타깝지만 위안부 할머니들이 언제까지 살아 있지는 않는다. 윤미향과 정의연 식구들에게는 국회가 혁명의 교두보는 아닐지언정 먹고사는 교두보로 요긴한 셈이다. 내란 선동 혐의로 징역 9년을 복역 중인 이석기는 자기가 운영하는 선거홍보회사에서 돈을 빼내 빌딩을 사들여선 임대수익을 올린 혐의로 지난해 대법원에서 징역 8개월을 추가 받았다. 사회변혁을 꿈꾼다는 사람치고는 참으로 치사한 짓이 아닐 수 없다. 윤미향이 개인계좌로 기부금을 모으고 현찰로 아파트를 사들였다는 건 ‘의혹’이라고 치자. 그러나 자기 남편의 신문사에 일감을 맡기고 정의연 돈을 지불한 것은 참 치사한 일이다. 심지어 이정희는 2012년 대선 후보를 선거 사흘 전에 사퇴해 선거보조금 27억 원을 먹튀 했다. 온 국민을 교화시킬 듯이 도덕성을 자부하는 이른바 진보가 돈 문제에선 트릿하기 짝이 없으니 작년에 먹은 송편이 올라오는 것이다. ● 한명숙과 그 남편이 키운 진보의 그늘2012년 통진당과 이정희를 키워준 핵심 인물이 한명숙 당시 민주통합당 대표다. 2012년 총선 승리를 위해선 야권연대가 필수라며 이정희와 협상 끝에 지역구를 대거 양보해줬다. 친노와 운동권 86세대 위주 ‘정체성 공천’으로 민주당은 패배했고, 한명숙은 취임 반년도 못돼 당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쉽게 사라지거나 잊혀질 한명숙이 아니다. 여성운동의 대모, 참여정부 총리 출신일 뿐 아니라 박성준이라는 남편이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가 신영복이고, 박성준은 신영복의 ‘지도’를 받았던 사람이다. 신영복과 박성준은 1960년대 북한의 지령으로 결성된 통일혁명당(통혁당)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산 전력이 있다(물론 두 사람은 통혁당을 부인했다. 그러나 “당시 보도 내용들이 기본적으로는 대개 사실”이라는 게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 증언이다).한명숙이 2015년 유죄 판결 뒤 복역까지 마친 뇌물사건에 대해 여권에서 재심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마음의 빚’ 때문이 아닌가 싶다. 수감 직전 한명숙도 윤미향, 이정희처럼 결백을 외쳤다. 그렇다면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1억 원 수표가 왜 한명숙 여동생의 전세금에서 나왔단 말인가. ● 우리 편은 옳다. 왜? 진보니까!끝내기 전, 반전이 있다. 2012년 통진당 사건으로 대법원 유죄 판결을 받은 백모 씨와 이모 씨는 유시민 계열 비례대표인 오옥만에게 대리투표를 몰아준 이들이었다. 원자료를 포렌식 기법으로 분석한 김인성 전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유시민은 참여당이 안고 온 부채 8억여 원을 통진당에 두고 탈당했다”며 “속된 말로 먹튀를 한 것”이라고 했다(신동아 3월호). 그래서 궁금한 것이다. 이 나라 집권세력은 왜 그리 뻔뻔한지. 사람이 잘못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과는커녕 지적한 쪽을 되레 토착왜구로 공격하는 사악함은 통진당 때도 못 보던 일이다. 진영논리라고 할 수도 없다. 우파는 내부 문제가 생기면 잘라내기라도 했다. 좌파는 똘똘 뭉쳐 싸고돌아선 정의(正義)를 돌게 만든다. 신념이 옳고 순수하면 모든 행동은 선악을 초월해 항상 정당하다는 ‘신념의 윤리’는 언급하기도 싫다. 가장 본질적이고도 치사한 돈에 눈멀어 서로 봐주며 나라를 뜯어먹는 ‘좌파 네트워크 마피아 공화국’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

    • 2020-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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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 칼럼]진실·화해 이후 남아공 행복한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읽는 것도 고통스럽다. 미싱사 선주는 5·18 광주에서 계엄군에게 차마 글로 옮길 수 없는 고문을 당한다.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이 된 그가 되살아난 것은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고통의 힘, 분노의 힘으로’였다. 도청 안마당에 모로 누워있는 동호의 사진을 보면서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첫해 “광주의 진실은 저에게 외면할 수 없는 분노였고 아픔을 함께 나누지 못했다는 크나큰 부채감”이라고 했다. “그것이 이 자리에 서기까지 성장시켜 준 힘이 됐다”는 대통령처럼, 이 땅엔 5·18에 대한 분노와 부채의식으로 생각과 운명이 달라진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하늘이 무심치 않았는지 우리는 7년 만에 민주화를 쟁취해냈다. 문민정부의 대법원은 전두환, 노태우 등 5·18 진압 주범들을 내란 및 내란목적살인죄로 단죄했다. 이들이 사면 복권된 건 ‘민주정부 1기’ 김대중이 대통령 당선 뒤 김영삼 대통령에게 건의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20년도 더 전에 광주 5·18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이뤘고 법률적 정리까지 마쳤다”고 문 대통령도 작년 기념사에서 깔끔히 정리했다. 그럼에도 3기 민주정부는 진실을 낱낱이 못 밝혀냈다며 보름 전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관련 조사로 치면 열 번째다. 이번엔 진실고백-용서-화해 프로세스의 남아프리카공화국 모델이다. 남아공을 잘 모르는 사람도 남아공 진실화해위원회는 안다. 1994년 흑인 인권운동가 넬슨 만델라 집권 뒤 과거 아파르트헤이트 체제(1960∼1994년) 고문, 살인, 납치 등 정치적 범죄를 공개 고백하면 사면조치를 내려 공동체 화해에 성공했다는 아름다운 얘기다. 문 대통령은 “이제라도 용기를 내어 진실을 고백하면 용서와 화해의 길이 열릴 것”이라며 가해자들의 고백을 촉구했다. 함께 기억하는 진실이 사회를 정의롭게 하고 국민을 통합시킨다고도 강조했다. 그렇다면 남아공은 지금 정의롭고 통합돼 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용서 없이 미래 없다”고 강조했던 위원장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가 “아파르트헤이트로 가장 고통 받던 이들이 지금도 가장 고통을 받고 있다”고 개탄했다는 게 최근 알자지라 보도다. 유능한 정치와 경제정책이 뒤따르지 못해 빈곤과 불평등이 극심해진 탓이다. 청와대는 지금껏 밝혀지지 않은 발포 명령자의 고백을 고대하는지 모른다. 그러나 만델라와 노벨평화상을 공동수상한 데클레르크 전 대통령을 빼고는 반인륜적 인종정책에 대해 사과한 전임 대통령이 없다는 것도 청와대가 아는지 궁금하다. 권력이란 그런 것이다. 흑인 탄압으로 악명 높던 P W 보타 전 대통령은 “공산 혁명세력으로부터 나라를 지킨 투쟁”이라며 사면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만델라를 배출한 흑인정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만 26년째 독재하는 나라에서 국민 화합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제이컵 주마 전 대통령은 과거 무장투쟁 때부터 끈끈했던 ANC-기업-노조의 부패 네트워크를 통해 법과 제도와 국고를 말아먹다 특별위원회 앞에 서기도 했다. 남아공 최대 부호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 역시 부패에서 자유롭지 않다. 아무리 진실-화해를 잘 해도 현재의 집권세력이 폐단을 쌓으면 ‘크리넥스 공청회’만 무한반복할 판이다. K방역에 자부심을 감추지 않는 청와대는 K과거사청산의 진가를 볼 필요가 있다. 광주 민중항쟁을 기록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2017년 개정판엔 “세계의 학자들은 5·18민주화운동을 과거청산의 대표적인 모범 사례라고 말했다”고 나와 있다. 남미나 남아공 등지에선 과거청산작업이 부분적으로밖에 이뤄지지 않은 반면 우리나라에선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명예회복, 피해보상, 기념사업 등 광주문제 해결 5대 원칙이 모두 관철됐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새 위원회가 출범했으니 출범선언문대로 신념과 다른 사실이 발견되면 주저 없이 사실 앞에 무릎 꿇기 바란다. 진실 확인을 통해 보통 통합도 아닌 ‘정의로운 국민통합’을 강조하는 것을 보면 원하는 답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송선태 위원장은 발포 명령자로 전두환 조사를 시사했다. 단기기억상실 증세가 있다는 그가 진실 고백을 못할 것을 예상해 일각에선 미국 백악관 책임을 거론한다. 어쩌면 우리는 1980년대 같은 반미운동 속에 2022년 대선을 치를 수도 있다. ,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

    • 2020-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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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의 도발]‘위안부 비즈니스’ 윤미향, 의원 자격 없다

    30년 전 누구도 입에 올리기 꺼렸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세상에 알린 윤정옥 선생님(95)은 참 여리 여리한 분이다. 이화여대 영문학과 교수 시절, 팔다리 길고 날씬한 모습에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미국 소설을 강의할 때는 꼭 뽀빠이 만화에 나오는 올리브 같았다. 정년퇴직한 다음 위안부 문제에 투신한 선생님이 놀라워 물어본 적이 있다. 선생님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내가 페미니즘을 했잖아. 내가 정신대에 끌려갈 뻔했거든. 동아일보는 1992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공동의장을 맡고 있던 선생님에게 ‘여성동아 대상’을 수여했다. “문제를 세상에 꺼내놨으니 더욱 열심히 일하라는 뜻으로 생각하겠다”는 음성은 소녀 같았지만 선생님은 젊은 날의 신념과 학구적 열정을 행동으로 옮긴 참 지식인이었다. 그해 정대협 간사로 시작해 윤정옥을 이어받은 사람이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다. ● ‘이낙연 리더십’ 시험하는 윤미향윤미향 당선자를 배출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와 당사자 관련 의혹이 고구마 줄기처럼 얽혀 나온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18일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밝힌 것을 보면 제명이 불가피하다고 내심 결론을 내린 듯하다. 민주당 지도부는 난감할 것이다. 부동산 의혹의 양정숙 당선자를 제명한 데 이어 윤미향까지 제명할 경우, 아무리 위성정당이지만 제대로 검증 못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이낙연이 물러서면, 지지율 1위 차기 대선주자의 리더십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리더십으로 당 대표 선거에 나선다면 당선도 장담 못한다. 이낙연이 앞장서 윤미향의 민주당 제명을 끌어낸대도 ‘꼬리 자르기’일 뿐이다. 의원직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비례대표 의원이 당적을 이탈·변경하는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지만 정당으로부터 제명 결정을 받은 경우는 그 직을 유지한다’고 돼 있다. 윤미향은 18일 사퇴를 고려하지 않는다며 의정활동을 지켜봐달라고 했다. 윤미향의 정의연 활동이 다음 주부터는 국회에서 펼쳐질 판이다. ● 정의연은 위안부 해결 원치 않는다 7일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 이후 쏟아지는 윤미향과 정의연 관련 의혹은 한도 끝도 없다. 본질을 따지면 외려 심플하다. 정의연의 전신(前身)인 정대협이 권력을 가지니 돈이 몰리고, 돈이 몰리니 초심을 잃은 것이다. 그럼에도 누구도 이를 지적하지 못했다. ‘친일파의 부당한 공격’으로 몰릴까 봐서다. 이용수 할머니가 용감하게 거론했음에도 윤미향은 친일파로 몰아붙이는 전략적 실수를 자행했다. 심지어 정의연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원치 않는 단계에 들어선 지 오래다. 위안부 지원단체라는 존재의 이유가 사라진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 배상금 아닌 동정금, 뿌리치게 하라이건 나 혼자 주장이 아니다. 요즘 정의와 기억을 독점하려는 세력들이 많아 표현의 자유가 위태로운데, 2004년 이화여대 여성학과 김정란의 박사논문에 나오는 연구 결과다. 1995년 일본이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을 통한 해결책을 모색했을 때 윤미향은 이 돈을 받으면 피해자 할머니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공창(公娼)이 되는 것이라는 막말을 했다. 윤정옥 역시 위안부 문제가 ‘침략정치의 골수’라며 배상금 아닌 동정금을 뿌리쳐 ‘전후 청산의 모범’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심에서 한참 멀어진 것이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른 ‘화해·치유재단’의 기금도 정대협은 거세게 반대했다. 그러나 생존 피해자 34명, 사망자 유족 68명이 44억 원의 ‘치유금’을 받은 것으로 집계돼 있다. 교수 출신, 운동권 출신의 피해자단체 사람들에게는 피해자들의 구체적이고도 소박한 아픔은 단순한 ‘돈 문제’로 보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피해자 할머니들에게는 그토록 민족적 자존심만 강조한 사람들이 왜 피 같은 국고보조금이나 코 묻은 국민모금의 회계는 그따위로 처리했는지. ● 윤미향을 국회에 보낼 수 없다윤미향의 국회 입성이 걱정스러운 이유는 국민의 돈을 가볍게 처리한 것처럼 세금 또한 함부로 여기며 사욕을 채울까 봐서다. 그는 여성인권평화재단법을 만들어 위안부 피해 진상 규명과 평화인권교사 양성 등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미향이 달랑 법 제정만 나설 리 없다. 여성인권평화재단이라는 것이 설립되면 국고를 통한 예산 지원은 당연지사, 윤미향과 비슷한 사람들이 재단에서 안정적 일자리를 갖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용수 할머니는 이를 훤히 내다본 듯 “자기 사욕 차리려고 위안부 문제 해결 안 한 다음에 어디 엄한 데(국회) 가서는 해결하려고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개했다. 윤미향이 운동가 시절 주장해온 ‘일본의 법적 책임 인정, 공식 사과와 배상’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요구함으로써 한일관계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은 더욱 걱정스럽다. 일본이 정의연의 요구를 고스란히 받아들이지 않는 한, 위안부 문제는 영원히 해결될 수 없다. 그게 과연 피해자 할머니들이 원하는 것일까.반대파, 아니 상식파를 토착왜구로 몰고 가는 집권세력의 전략은 윤미향의 얕은수로 인해 효능을 잃었다. 반일감정을 국정동력으로 삼아온 청와대가 단안을 내리지 못한다면, 이낙연이 윤미향의 제명과 사퇴를 이끌어내 리더십을 입증해야 한다. 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

    • 2020-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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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 칼럼]正義와 기억을 독점할 수 있나

    기억은 때로 주인을 배반한다. 굳이 남을 속이거나 거짓말을 할 작정이 아니어도 기억이 잘못되는 바람에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자도 그런 경우이길 바란다. 일본군 위안부 존재 자체도 모르던 30년 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시절부터 윤미향은 피해자 문제 해결에 힘써 온 여성평화인권운동가였다. 영문학자이면서 뇌과학을 파고든 권택영 경희대 명예교수는 기억엔 속임수가 있다고 했다. 과거의 경험들을 저장해 둔 뇌의 장치에서 그 사건을 그대로 떠올리는 게 아니라 현재의 내가 원하는 사건으로 회상하기 때문이다. 윤미향 당선자를 배출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는 그래서 용감하다. 정대협이 2016년 설립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과 통합해 2018년 탄생한 시민단체인데 명칭에 정의수호도, 정의회복도 아닌 정의기억이 들어간다. 내 기억도 다를 수 있는 판에 심지어 연대해서 정의를 기억하라는 소리 같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도 하나의 기억만 가지고 있지 않다. 2006년 동아일보에는 “열다섯 살이던 1942년경 집에서 자다가 일본군에 의해 대만으로 끌려갔다”고 했는데 여성가족부의 ‘일본위안부 피해자 e역사관’에 채록된 1993년 증언은 다르다. 1944년 만 열여섯 살 때 취직하라는 친구 분순이 엄마 말을 듣고 분순이와 함께 일본 남자를 따라갔더니 위안소였다고 돼 있다. 정의연이 일본의 범죄 행위로 보는 ‘강제 연행’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정의연은 자기네 미션이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범죄 인정,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 진실 규명, 책임자 처벌 등을 통한 정의로운 해결’이라고 밝히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관한 한 누구도 이 단체에 이의 제기 못 할 만큼 정의연은 권력이 된 상태다. 반일(反日) 민족주의에 페미니즘으로 무장한 좌파진영에 속해 있으면서 국정 교과서처럼 정의와 기억을 독점한 형국이다. 이런 정의연의 운동 방식을 저서 ‘제국의 위안부’에서 비판한 박유하 세종대 교수는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해 학문의 자유가 위태로워졌다. 7일 “속을 만큼 속았고 이용당할 만큼 당했다”는 이 할머니의 작심 발언은 피해자들을 볼모 삼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사실상 막아온 정의연에 대한 원폭 투하였다. 어제 진영 다툼을 그치고 한일 교류와 현 시대에 맞는 사업 방식을 촉구한 것 역시 어떤 지일파 정치인도 못 해낸 ‘큰 정치’가 아닐 수 없다. “친일세력의 부당한 공격”이라고 호소한 윤미향보다 이 할머니가 비례대표에 적격이다. 할머니가 지적한 정의연의 불투명한 회계 처리는 고치면 된다. 더 큰 문제는 일본 제국주의에 대항해 위안부를 지원한다는 이 좌파단체가 스스로 ‘국가’가 되어 개인의 의지를 허용하지 않는 민족권력으로 군림한다는 데 있다. 7일 이 할머니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때 10억 엔이 일본서 들어오는데 윤미향만 알고 있었다” “자기 사욕 차리려고 위안부 문제 해결 않고 국회의원 한다”고 지적했다. 정의연과 윤미향은 펄쩍 뛰었지만 1997년 일본이 아시아여성기금을 통한 해결에 나섰을 때도 그들은 반대한 전력이 있다. “할매들은 다 죽어가잖아. 그런데 (정대협에서) 모금을 받지 말라, 그것 받으면 더러운 돈이다, 화냥×이다.” 2004년 이화여대 김정란의 여성학 박사 논문에 나오는 증언이다. 윤미향은 1998년 “(일본이) 죄를 인정하지 않는 동정금을 받는다면 피해자는 일본 우익들이 내뱉었듯이 ‘자원해서 나간 공창(公娼)’이 되는 것”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생존자들이 국민기금을 수령하면 위안부 운동은 파국을 맞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라는 것이 김정란 박사의 지적이다. 위안부 문제 해결은 ‘피해자 중심 접근’이어야 한다고 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는 2017년 말 결론지었다. 그렇다면 이제 정의연은 물러나야 한다. 피해자들은 일본의 ‘적절한 사과’에 동의하고 경제적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느낀다는데 ‘민족적 자존심’을 내세워 막는 것도 도리가 아니다. 반일을 국정 운영의 동력으로 삼을 작정이 아니라면, 2015년 한일 합의를 사실상 파기한 문재인 대통령이 나설 필요가 있다. 정의와 기억은 누구도 독점할 수 없다. 정의연도, 정부도 마찬가지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

    • 2020-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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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의 도발]보수는 진보로 ‘전향’했나

    진보 동원은 필패. 야당의 전가의 보도였던 정권 심판론의 실효성이 상실되고 있는 상황. 정체성 확립이 혁신과 선거 승리의 요체…. ‘보수 동원은 필패’인데 ‘진보 동원’으로 잘못 쓴 게 아니다. 이건 5년 전 더미래연구소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승리를 위해 주최한 토론회에서 나왔던 얘기였다. 더미래연구소는 김기식, 조국 등 좌파 성향 정치인과 지식인들이 2015년 출범시킨 싱크탱크다. 이 연구소의 국민정치지형 여론조사에서 스스로 진보라는 유권자가 31.9%, 보수가 44.8%나 됐다. 진보 유권자를 전부 동원해도 선거 패배라는 ‘기울어진 운동장론’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보수층은 거의 다 새누리당으로 결집하는데 진보층은 절반 정도만 새정치민주연합으로 결집한다는 한탄도 나왔다. 대안야당이 못 돼 정권 심판 아닌 야당 심판론이 나오는 거라며 새누리당을 배워야 한다는 소리까지 들렸다. 에고, 그런 시절이 있었나 싶다.● 망하는 정당은 언제나 비슷하다결론은 그때도 못 내린 듯하다. “그래서 중도로 가야 한다”는 주장에 “우리가 진정 진보여서 패한 적이 있느냐”는 주장이 맞섰을 뿐이다. 진보를 보수로, 새누리당을 미래통합당으로, 새정련을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꾸면 지금 상황에도 거의 들어맞는 얘기다. 역사를 공부하는 묘미는 결과를 알고 본다는 데 있다. 가까운 과거도 그렇다. 토론회가 열렸던 2015년 8월 넷째 주 새정련 지지율이 21%(갤럽·새누리당은 44%)였다. 진보 집권을 위한 잇단 토론회에도 불구하고 정당 운영도, 지지율도 달라지지 않다가 결국 10월 말 재보선에서 참패했다. 그 뒤 이 당이 어떻게 2016년 총선에서 승리했는지 우리는 안다. 문재인 대표가 사퇴하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들어와 ‘친노 정체성’을 세탁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다. 미래통합당도 비슷한 길로 가는 것일까. 이번 총선 득표율로 보면, 보수 동원은 필패다. 통합당 지지율이 25%인데 득표율 41.5%니 찍을 사람은 전부 찍어줬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민주당보다 8%포인트 적을 뿐이라며 좀 더 동원하면 된다는 말들이 없지 않다. 심지어 통합당이 언제 진정한 보수였던 적이 있었느냐, 태극기와 함께 가열하게 나가야 한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 돌아오지 않는 통합당 집토끼들이번 총선에서 민주당과 정의당, 민생당, 민중당까지 포함한 진보진영에 표를 준 유권자가 53.8%다. 과거 보수층 일부가 진보로 돌아섰다는 의미다. 유권자의 이념 지형이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은 21대 총선을 심층 분석해 “4월 총선에서 과거 새누리당 지지층의 62.9%만 보수 지지층으로 복원됐다”고 최근 특별논평을 내놓았다. 한때 콘크리트 지지층이라고 불리던 박근혜 대통령 지지층, 그리고 굳이 박근혜를 지지하는 건 아니지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보수층 10명 가운데 6명은 새누리당에서 돌아선 지 오래다. 언제부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박근혜 탄핵을 거치면서부터.이 점이 중요하다. 통합당이 공천도 못했고, 대안정당도 못 됐고, 막말을 쏟아냈고, 정부여당도 잘한 건 없지만 통합당은 그보다 더 못했기 때문에 총선에서 패배했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공천 잘하고, 대안 내놓고, 막말 안 하면 과거 지지층이 돌아올 수 있을까. ● 보수가 개종해 진보시대가 왔다?새누리당 지지층이었던 이들 가운데 33.1%는 이제 보수정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17.9%는 민주당으로, 3.4%는 정의당으로 개종했다는 게 EAI 분석이다(나머지는 무당파). 주간지 시사인도 최근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과거 통합당 지지자 중 15%가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지지로 전향했다는 거다. 이념 성향 자체가 민주당과 함께 움직인다며 진보가 다수인 시대가 왔다고 했다. 과연 보수가 진보로 전향한 것일까. 정치와 사회에 관심 많은 이들을 제외한 보통사람들은 스스로 진보니, 보수니 하지 않는 편이다. 보통, 중도, 상식적이라고 여긴다. 데일리안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총선 직후 실시한 조사에서도 자신이 진보라는 응답이 19.2%, 보수가 18%였다. 유권자의 거의 절반(47.1%)이 중도라는 얘기다. 이들 중도층이 보수와 가장 의견 차이가 큰 대목이 박근혜 탄핵이다. 보수의 46.5%가 박근혜 탄핵에 공감한다고 답한 반면, 중도는 75.5%, 진보는 94.3%가 공감하고 있다. 탄핵 직후 국민의 80%가 탄핵에 공감한 데서 달라지지 않았다. 통합당이 암만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원칙 아래 뭉쳤다 해도 보통 유권자에게 이 당은 반성하지도, 책임지지도 않은, 그때 그 당인 것이다. ● 핵심은 박근혜 탄핵에 대한 태도다8일 통합당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주호영, 권영세 두 후보자는 대대적 개혁 의지를 밝혔다. 실용적 리더십, 강경보수 아닌 국민의 눈높이를 강조하는 것도 비슷하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협상꾼을 뽑는 게 아니라면, 보수층이 이탈한 요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들이 돌아올 명분을 줄 리더십을 지녀야 한다. 보수가 다시 집권해 국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지가 있다면, 통합당은 박근혜 탄핵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지금 당선자는 세상이 자기 것 같아서, 낙선자는 제 코가 석 자여서, 다른 상당수는 긁어 부스럼 만들 것 있냐며 뭉개려 해도 국민은 잊지 않았다.내부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를 해결하는 것은 강력한 리더십일 수밖에 없다고 EAI는 지적했다. 새로 뽑힐 원내대표가 그런 리더십을 가졌기 바란다. 아니면 강력한 비상대책위원장을 모셔오든지. ‘오너’가 없어 비대위가 성공하기 어렵다고? 세금으로 지원해주는 국민이 통합당 오너다. 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

    • 2020-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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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 칼럼]‘우리 이니’를 위한 대통령 중임제 개헌인가

    이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영(令)이 안 서는 모양이다. 분명 개헌 함구령을 내렸는데도 송영길 의원에 이어 어제는 ‘문재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출신 이용선 당선자의 개헌 제안이 등장했다. 주로 민주당 소속인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도 지방분권 개헌 공론화를 추진할 태세다. 180석을 확보한 민주당으로선 21대 국회를 놓칠 수 없을 것이다. 당청 모두 “지금은 코로나 위기 극복에 매진할 때”라고 한 걸 보면 개헌은 시간문제다. 개헌안 통과에 부족한 20석 정도는 지난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 거래처럼 ‘책임총리제’를 던져주면 어렵지 않게 확보 가능할 터다. 5선 반열에 오른 송영길이 대통령 중임제(重任制) 개헌을 주장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2018년 청와대가 발의한 개헌안은 대통령 4년 연임제(連任制)여서다. 연임제는 연속해서 두 번 대통령을 하는 것이지만 중임제는 횟수에 상관없이 할 수 있다. 즉, 4년 차를 앞두고도 지지율 60%가 넘는 문재인 대통령이 얼마든지, 거듭해서, 그럴 리는 없겠지만 종신집권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8월 당 대표 출마를 작정한 송영길이 이 차이를 모를 리 없다. 그의 중임제 개헌안이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은 현재 마땅한 친문 대선 주자가 없기 때문이다. 이낙연 전 총리 지지율이 40%를 넘었다고는 하나 호남 출신, 김대중 민주당의 적자(嫡子)다. 친문 황태자 조국이나 1심 유죄 판결을 받은 김경수 경남지사는 사법부 심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문파’가 이재명 경기지사나 박원순 서울시장을 지지할 것 같지도 않다. 절대 정권을 놓칠 수 없는 PK(부산경남) 친문에게는 문 대통령의 재출마 가능성이 ‘진보 집권 30년’을 비추는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현행 헌법엔 대통령 임기 연장이나 중임 개헌은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선 효력이 없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2022년 5월 퇴임한 뒤 송영길 당 대표가 자기 임기 안에 개헌을 완수하면 문 대통령은 2027년 출마해 재집권할 수 있다. 우상 숭배하듯 ‘우리 이니’를 떠받드는 문파와 당 대표를 원하는 송영길의 상생전략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청와대 정부’가 내각을 허수아비로 만든 것도 모자라 제왕적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꾀한다는 점이다. 더구나 ‘코로나 위기’ 속에 국가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큰 정부, 권위주의 정부가 당당하게 등장하는 상황이다. 이 절호의 기회에 달랑 중임제 개헌만 할 리 없다. 이용선은 물론 이해찬이나 이인영 원내대표는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확히 하자고 요구한다. 청와대 개헌안 속의 지방분권국가 지향과 노동권 강화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바꿀 수도 있다. 공수처 출범을 앞두고 삼권분립이 위태로운 지금, 청와대와 거대 여당의 폭주를 견제할 세력은 어디에도 없다. 총선이 끝난 지 2주일이 넘도록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뼈를 깎기는커녕 손톱도 못 깎는 상태다. 집권세력에 ‘야당복 시즌2’를 선사하기로 작정을 한 것 같다. 차라리 민주당 안의 양심세력에 희망을 걸고 싶다.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찬성했던 ‘청와대 우파’가 있었듯,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해줄 ‘민주당 우파’가 있다고 믿는다. 지금까진 총선 때문에 문파의 눈치를 본 의원들이라 해도 가슴속 깊은 곳엔 진영논리에 사로잡히지 않은 애국심이 있을 것이다. 조국을 어떻게 보느냐가 양심세력의 기준이다. 원내대표에 출사표를 낸 정성호 의원은 조국 사태 때 “책임을 통감하는 자가 단 1명도 없다”고 페이스북에 개탄을 했다. 2016년 당 강령에서 ‘노동자’를 빼면 안 된다는 아우성에 1980년대 학생운동 식 낡은 사고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2017년 대선 전에는 문 대통령의 측근 문제를 놓고 “박근혜 정권에서의 최순실 비선실세와 다를 게 뭐가 있겠느냐”고 용감하게 지적한 적도 있다. 정성호 같은 비주류 아닌, 친문 원내대표가 탄생할 공산이 크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여당 의원도 헌법기관이다. 국민의 대표로 선출됐다는 자부심과 책임의식이 있다면 대통령 숨결에나 신경 쓸 수는 없을 것이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청와대 거수기’를 거부하는 목소리를 내주었으면 한다. 그것이 진정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돕는 길이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

    • 2020-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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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보정권 30년’이냐, 박근혜와 절연이냐 [김순덕의 도발]

    그럼 조국이 맞단 말인가? 총선이 끝나고도 한동안 나는 이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조국으로 대표되는 집권세력의 민주주의 파괴와 실정을 국민은 준열히 심판할 줄 알았다.제1야당이 훌륭한 대안세력이라고 여겼던 건 아니다(지난 1년간 미래통합당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없을 정도다). 총선 분석도 나올 만큼 나왔다(선거 다음 날 신문에 실린 ’황교안 역할은 끝났다‘ 칼럼엔 “너도 끝났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다행히도 ’조국이 옳아서‘ 여당이 압승했다는 얘기는 없는 것 같다(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이었던 이근형에 따르면 ’조국 사태‘는 전혀 통합당의 득점 포인트가 되지 못했다).모두가 동의하는 분석이 있다면 ’코로나19 대처‘가 여당 승리의 1등 공신이라는 사실이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축하 전화에 “최근 확진자 수가 크게 감소하는 등 사정이 호전된 것이 총선 승리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 대처 잘한 지도자가 이긴 총선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여당 득표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점이다. 총선 이틀 전 갤럽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59%다(이유는 과반수가 ’코로나 대처 잘함‘을 들었다).국회의원 300명에 긍정평가 59%를 적용하면 177명, 부정평가 34%를 적용하면 102명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을 합친 180석,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의 103석에 신기할 만큼 근접한다(2016년 총선 무렵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 긍정평가 39%와 비슷한 122석이 나왔다. 2012년 총선에선 이명박 대통령 긍정평가가 24%였으나 차기 대선주자 박근혜의 지지도 49%에 근접한 152석을 얻었다).위기 때는 국가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치는 경향이 있다. 코로나19 사망자가 2만5000여 명, 세계 2위를 지키는 이탈리아의 총리 지지율이 70%를 넘는다. 독일(79%) 캐나다(74%) 총리에 비하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외려 낮은 셈이다. 탁월한 의료진과 질병관리본부를 둔 것도 문 대통령의 복이다. 국민으로서도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득표율로 보면 통합당 大敗 아니다?코로나 말고도 야당 대패를 설명하는 분석은 무지 많다. 하지만 사람은 받아들이고 싶은 것만 받아들이는 법이다. 통합당과 그 지지층이 볼 때는, 득표율로 따져 보수-진보가 별 차이 없다는 해석이 제일 마음 편하다. 민주당이 49.9%이고 통합당이 41.5%인데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 때문에 참패했을 뿐이라는 거다.비례정당 득표율로 보면 더 안심된다. 미래한국당(33.84%)이 더불어시민당(33.35%)보다 높다. 여기 꽂히면 통합당은 크게 고민할 것도 없고, 고칠 것도 없다.단, 이 경우엔 태극기세력을 자임해온 우리공화당(0.74%)이나 기독자유통일당(1.83%)이 국민의 외면을 받았다는 사실도 받아들여야만 한다.자유우파, 애국시민을 자부하는 이들 중에는 통합당이 ’박근혜 탄핵 무효‘를 적극 외치지 않고, ’광화문 세력을 대표하는 전광훈 목사‘와 손잡기는커녕 ’배신자 유승민‘을 영입한 탓에 총선 패배했다고 믿는 사람이 적지 않다(팩트를 중시하는 언론인 선배들, 지식인도 적지 않아 마음이 불편하다).● 태극기부대의 정체성, ’영남 자민련‘으로통합당 내에서도 이 문제는 정리되지 않았다. 즉 아직도 박근혜 탄핵을 인정하지 못하는 세력이 부글거리고 있어 당내 화합도, 다수 국민과의 화해도 안 되고 있는 것이다.작년 2월, 입당 43일 만에 대표로 선출된 황교안이 이를 상징한다. 거칠게 말하면, 운동권 86세대의 ’도구‘로 노무현 문재인이 택군(擇君)당한 것처럼 황교안도 친박과 대구경북(TK) 세력에 업혀왔다고 할 수 있다. ’딱 태극기부대의 정체성‘이라는 지적에서 헤어나지 못한 결과가 ’영남 자민련‘으로 찌그러진 통합당이다.총선 과정에서 친박도 사라졌다지만 이제는 총선에서 살아남은 중진들이 그 알량한 당권을 잡겠다고 난리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소리에 “당에 자주적 역량이 없어 식민통치를 자청하는 식”이라며 발끈하는가 하면, ’대권의 꿈‘이 위태로워진 홍준표는 김종인의 과거를 거론했다.● 좌파 장기독재 1.5정당 체제로 가나현 정부 실정에 실망한 국민에게는 가장 겁나는 총선 분석이 ’구조적 정치변동‘이라는 거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보수가 최대 결집하면 51 대 49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여당이 못하면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 성향에 따라 보수-진보 양당 간에 정권교체가 이뤄진다는 ’10년 주기설‘도 있다.총선 결과 6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이 민주당 지지 우위다. 영남과 서울 강남을 제외한 전국에서 민주당 지지가 더 많다. 갤럽 조사에서 총선 때 25%로 올라갔던 통합당 지지율은 지난주 22%, 평상시로 돌아왔다. 이 정도면 민주당은 주류정당이다. 1960년 4·19혁명, 1987년 6월항쟁에 이어 30년 만에 유권자 지형이 근본적으로 바뀐 것이다.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작년 4월 “박근혜 탄핵을 거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은 2개의 운동장으로 바뀌었다”는 ’대한민국 중심정당의 길‘ 보고서를 냈다. 민주당이 주도하고 탄핵에 찬성하는 80% 유권자들의 주류 운동장과, 통합당과 함께 탄핵에 반대하는 유권자 20%의 비주류 운동장이다.주류 유권자는 설령 민주당이 잘못해도 태극기의 녹슨 철근만 붙잡고 있는 통합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정권교체가 주류정당 내에서 일어나는 1.5당 체제‘다. 이 논리가 맞는다면, 앞으로 30년은 우파 집권을 기대할 수 없는 ’좌파독재 30년‘이 열리게 된다(좌파독재라는 단어가 그들의 비위에 거슬릴까 겁나서 제목엔 ’진보정권 30년‘이라 쓴다).● 박근혜 세력과의 결별, 가능한가굳이 트집을 잡자면, 지금 같은 민주당은 절대 중심정당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보고서에선 “중심정당은 ’하나라도 같으면 동지‘라는 초심과 상식을 지키는 정당”이라고 했으나 민주당은 이와 거리가 멀다. ’문 대통령과 하나라도 다르면 적(敵)‘이라는 오만과 독선이 하늘을 찔러 온 국민과 화합하지 못한 상태다.대한민국의 이념지형과 세대지형이 바뀌지 않았다는 분석도 많다. 문제는 통합당 역시 ’하나라도 다르면 빨갱이‘라는 반공보수, 시장보수의 20% 정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식 있는 보수로 꼽히는 김진홍 목사도 최근 기독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광화문세력이 오히려 보수의 외연 확장에 걸림돌이 됐다”는 비판에 “결국 그렇게 됐다”고 인정했다.박근혜 탄핵 반대 세력과의 결별이 쉬울 리 없다. 어찌 보면 통합당도 일개 정당에 불과하고, 이 당의 회생에 국민이 애면글면할 것도 없다.● “자살하지 않은 민주주의는 없다”그러나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불렀던 시절을 기억한다면, 권력에는 견제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떠오를 것이다.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민주주의 원리가 삼권 분립이다. 행정권력, 지방권력에 이어, 사법권력에 입법권력까지 거머쥔 현 정권을 견제하기 위해선 그래도 제대로 된 야당이 필요하다.’김종인 비대위‘가 아니어도 좋다. 그러나 통합당이 자력갱생하겠다며 이를 걷어찬다면, ’도로 그 당‘이 되어 집권세력에 ’야당복 시즌 2‘를 열어줄 공산이 크다. “지금까지 자살하지 않은 민주주의는 없다”는 미국의 명언이 우리나라에도 들어맞을까 두렵다.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

    • 2020-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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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 칼럼]황교안 역할은 끝났다

    총선 승리 정당에는 3대 법칙이 있다. 외연을 확장하는 혁신적 공천, 진영 심판론을 벗어난 미래 비전 제시, 그리고 절대 오만하지 않은 절박한 태도. 더불어민주당의 민주연구원이 작년 말 발표한 정책브리핑 골자다. 4·15총선에서 민주당은 이 법칙을 모조리 어기고도 제1당이 됐다. 청와대-친문-86세대 위주로 공천하고, ‘코로나 극복’보다 ‘야당 심판’ 구호가 요란했고, “고민정 후보를 당선시켜 주면 국민 모두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드리겠다”고 오만을 떨었으나 출구조사 결과는 승리였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失政)이 코로나19 사태에 묻힌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운도 실력이다. ‘국뽕’에 국민이 잠시 취할 순 있으나 자연과 역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선악의 개념에 동의하지 않는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의 책임이 크다. 선거 이틀 전, 그는 신발 벗고 큰절을 하며 “그동안 우리 잘못을 철저히 뉘우치지 못했다. 큰절을 하면서 몸을 낮추기 시작하니까 그곳에 국민이 계셨고 서민이 계셨다”고 했다. 진작 그런 절박함을 가졌다면 황교안은 공천에서 외연을 넓힐 수 있었을 거다. 국민 눈높이보다 자기 세력 확대가 더 중했는지 통합당과 미래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날리기까지 했다. “민주당이 나라를 망쳤는데도 180석이면 이 나라의 미래는 절망이다. 나라가 무너지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던 그의 말대로 이제 국민은 경제와 안보, 자유민주주의가 위태로워진 나라에서 살게 됐다. 사법부 장악에 이어 입법권력까지 거머쥔 청와대 정부의 폭주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 황교안은 2주 전 영입된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만큼도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야당이 잘돼야 정부도 긴장한다”고 했던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 같은 리더십도 기억에 없다. 집권당, 아니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찬성하지 않는 국민도 통합당은 더 미덥지 않아 표를 못 주겠다는 게 이번 총선 민의다. 집권을 하기 위해 고 김대중 대통령은 군부독재 원조 김종필과 DJP연합을 단행했다. 그것이 현실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길이어서다. 황교안이 진정 나라가 무너지는 것을 막을 결심이었다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도, 유승민 홍준표 김세연과도 손잡고 총선에서 이겨야 했다. 대표직 아니라 정계 은퇴라도 걸고 지지를 호소했다면 감동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황교안은 삭발 뒤 잘생긴 두상을 드러냈을 때 말고는 어떤 감동도 안겨주지 못했다. 국민의 수준이 그 나라 정치 수준이라는 말은 하지도 말기 바란다. 국민은 현명하지 못해 통합당을 안 찍은 것이 아니다. “정책정당, 민생정당, 미래정당으로 당을 담대하게 바꿔 나가겠다” “3대 ‘문재인 게이트’ 실상을 끝까지 파헤치겠다”고 외치고도 황교안은 국민의 기대를 배신했다. 현 정부의 실정과 박근혜 정부에서 일했던 책임감에 정치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황교안은 2011년 문 대통령의 정계 입문을 연상케 한다. 어젯밤 “모든 당직을 내려놓겠다”는 걸 보면 아예 대선 경선 준비에 들어갈 작정인 듯하다. 그러나 황교안이 아무리 훌륭한 인품을 갖췄다 해도 정치에는 안 맞는 인물이라는 느낌이다. 그가 논란의 박찬주 전 육군대장 영입에 집착한 장면은 문 대통령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집착하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 주요 당직에 친박 인사를 기용한 것도 친문 인사를 고집하는 문 대통령과 흡사하다. 황교안이 ‘우파 문재인’이라면 설령 대통령이 된대도 문 대통령보다 나을 것 같지가 않다. 꽉 막힌 꼰대 이미지의 통합당과 황교안은 너무나 비슷해서 죽기 아니면 까무러쳐야 할 수구우파 정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잉 의전을 마다하지 않는 관료 체질에 유머감각은커녕 자신의 말실수를 비판하는 것조차 노여워하는 ‘그릇’으로는 청년과 여성, 3040세대를 끌어들이기도 어렵다. 황교안이 박근혜 정부 시절 총리로서 불통의 대통령에게 직언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최순실 씨가 청와대를 출입했다는 의혹도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한 국회 기록이 남아 있다. 그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정치인을 수권 정당의 대표로, 차기 대통령감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황교안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

    • 2020-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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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의 도발]“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유세가 유독 도드라지는 총선이다. 청와대 출신 후보 윤건영이나 비례후보 최강욱은 물론, 청와대와 거리가 먼 경남지사 출신 김두관도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비례정당 열린민주당은 아예 “친문, 친조국이 자랑스럽다”를 들고 나왔다.11일 고민정의 선거운동장에선 “고 후보가 당선되면 대통령께서 참 좋아하고 기뻐할 것”이라는 응원도 등장했다. 국회의원 선거가 국민의 대변자를 선출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 호위무사, 심지어 대통령의 기쁨조를 뽑아 올리는 행사가 된 느낌이다.● 대통령한테 응원하는 게 국민한테 하는 것‘대통령의 연출가’ 탁현민이 며칠 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말이 생각난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임관식 축사를 하고 떠나기 전, 생도들이 대통령을 둘러싸고 독수리 구호를 외쳐 대통령을 기쁘게 했다는 거다.“졸업생도들은 대통령한테 뭔가 응원을 하고 싶다고 했다. 대통령한테 (응원) 하는 것이 국민한테 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하더라”며 탁현민은 “되게 기특하다”고 말했다. 생도들이 군통수권자에 대해 예의를 표시한 것을 자기 식으로 해석했을 수 있다.그러나 ‘대통령 지킴이’ 후보들은 대통령을 지키는 것이 국민을 지키는 것이라고 믿을 공산이 크다. 옌롄커의 소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주인공도 그랬다. 중국 마오쩌둥의 연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에서 제목을 따온 작품에서다.● 사단장님을 위해 봉사하는 게 인민에 봉사하는 것문화혁명 시기, 사단장 사택의 벽에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나무 팻말이 세워져 있다. 사택 취사병으로 일하는 우다왕은 “사단장님의 가정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바로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것임을 명심”하고 기쁘게 일한다.사단장이 두 달 일정으로 베이징으로 떠난 어느 날, 사단장의 젊은 아내가 그 팻말을 식탁에 놓으며 말하는 것이었다. “앞으로 이 나무 팻말이 원래 있던 자리에 없거든 내가 볼일이 있어 찾는다는 뜻이니 위층으로 올라오도록 해.”그 다음 벌어진 서사는 굳이 옮기지 않겠다. 대한민국의 국운이 걸린 이번 총선을 희화화하거나 왜곡 선동하려는 게 아니다. 옌롄커는 유력한 노벨상 후보자이자 중국의 양심으로 주목받는 작가다. 그가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마오쩌둥의 명언을 욕망의 발산기제로, 욕망의 최음제로 파악했음을 알아두자는 얘기다.● 하나는 전체를 위해…전체주의대통령 한 사람이 국민 전체를 대신한다는 것, 국민 전체의 뜻이 대통령 한 사람에게서 표현된다는 식이 전체주의다.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구호는 북한 곳곳에 걸려 있다.과거 전대협에서 ‘의장님’을 과도하게 영웅시했듯, 문파의 대통령 지키기에서 종교적 열광이 넘쳐흐른다. 대통령 편이면 국민(인민)이고, 대통령에 반대하면 토착 왜구(인민의 적)라는 인식이 인민민주주의 식이라는 얘기는 하고 싶지도 않다.다만 일민미술관에서 열리는 ‘새일꾼’ 전시회는 한번 보라는 말은 해주고 싶다. 박정희 독재 시절, 공화당 후보들의 선거 포스트는 ‘박 대통령 일하도록 밀어주자 OOO’으로 도배를 했다. 1980년대 전두환 신군부 독재까지도 ‘대통령 일하게 민정당에 투표하자’는 구호가 이어졌다.지금의 집권여당이 끔찍하게 증오하는 과거 독재의 유산을 그들이, 심지어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이들이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건 슬픈 아이러니다. 그래도 그때는 ‘대통령이 일하게’ 자신을 뽑아달라고 했다. 지금은 ‘대통령을 지키게’ 자신을 뽑아달라는 거다. 그럼 국민은 누가 지켜준다는 말인가.● 나라와 국민을 지키는 후보, 어디 없나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의지해 의원으로 당선되고 나면, 그들은 당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후속입법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처리해 대통령을 발 뻗고 주무시게 할 것이다. 북한 개별관광과 남북철도 연결사업을 강행해 문 대통령 퇴임 후에도 잊혀지지 않게 할 듯하다.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했을 때도 당장 북핵 포기가 이어질 분위기였다. 북-미 회담 직후 흥분상태에서 선거가 치러진 까닭이다. 2년이 다 되는 지금, 북한 김정은은 핵을 포기했던가. 남북관계는 개선됐는가. 살림살이는 좀 나아졌는가.15일 투표 때는 잊지 않았으면 한다. 국회는 국민을 대변하는 대의기관이라는 사실을. 대통령을 지키다 못해 나머지 국민을 적으로 만드는 일은 ‘문파’만으로 차고 넘친다는 사실도.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

    • 2020-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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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의 도발]좌파라고 다 이렇진 않다…포르투갈의 경우

    포르투갈 미스터리인가, 포르투갈 모델인가. 코로나19가 휩쓸고 있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프랑스 옆에서 포르투갈의 선방(善防)이 눈길을 끈다. 확진자로 치면 유럽에서 스페인의 비극은 이탈리아를 넘어섰다. 8일 오전 10시 현재 확진자 14만여 명에 사망률 9.9%. 스페인과 국경을 맞댄 포르투갈은 확진자 1만2000여 명에 사망률 2.8% 정도다. 물론 포르투갈 인구는 스페인 4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중국 턱 밑의 우리나라처럼 스페인과 딱 붙은 포르투갈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는 쉽지 않을 터. 확진자 순으로 17위인 우리 눈에는 16위인 포르투갈의 분투가 남의 일 같지 않다. ● 유럽에서 가장 신속한 조치 취한 나라최근 프랑스의 쿠리에 인터내셔날은 포르투갈의 선전(善戰) 이유를 유럽에서도 가장 신속한 조치를 취한 덕분이라고 전했다. 3월 2일 첫 확진자가 나온 지 일주일 만인 9일 포르투갈은 ‘유럽의 중국’이 된 이탈리아발(發) 입국과 대규모 행사를 금지시켰다. 16일 첫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전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첫 사망자 발생 뒤에도 열흘 이상 미적댄 것과 딴판이다. 포퓰리즘 정당 없는 통합의 정치 풍토도 큰 몫을 했다. 포르투갈은 준대통령 체제인데 2016년 취임한 우파야당 대통령이 2015년부터 연임한 중도좌파 사회당의 안토니우 코스타 총리와 잡음 없이 협치한다. 스페인에선 같은 기간 총선을 네 번이나 치르며 퉁탕댔다. 9일 첫 조치를 발표하기 전, 우리의 노사정협의회 같은 사회협의상임위원회에서 지원대책을 논의하는 분위기도 부럽기 짝이 없다. 그날 나온 1차 코로나 대책은 중소기업 재정지원금 12일 지급, 확진 근로자 임금 100% 정부 보장, 피해업종 직원의 월급 70% 정부 부담 등 파격적이고도 구체적이다. 미등록 난민에게도 코로나 치료를 받게 해준 포용적 풍토 역시 바이러스도 고개 숙이게 만들 것 같다. ● 유능한 좌파, 소득주도성장 성공시켜3월 19일 코스타 총리는 이동제한을 골자로 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며 “국민의 기본권이나 표현의 자유는 절대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고 국민의 불안을 덜어주었다. 1974년 카네이션 혁명으로 민주화가 도래하기까지 수십 년 계엄령 치하에 살아온 포르투갈 국민의 트라우마를 잘 알기 때문이다. 올 초 나는 포르투갈 여행을 다녀왔다(이번 생의 마지막 여행이 아닐까 싶게 아득하고도 아련하다). 포르투갈이 유독 내 관심을 끈 것은 사민주의가 후퇴한 유럽에서 좌파가 집권해, 심지어 경제적으로 성공하고 있어서다. 제러미 아이언스가 덜 섹시하게 등장한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감동받은지라 민주화 혁명의 후예는 어떻게 변했을지도 궁금했다. 유럽연합(EU) 27개국 가운데 중도좌파가 집권한 나라는 6개국에 불과하다. 10년 전 유럽 재정위기에 빠진 PIGS(포르투갈·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모두 좌파정권이었고,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 포르투갈은 노동시장의 경직성 때문에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없어 만성 경상수지 적자에 빠진 상태였다. 평상시 재정건전성에 신경 쓰지 않으면 외부에서 경제적 충격이 닥쳤을 때 나라 경제는 급격히 무너진다는 것을 온몸으로 입증한 나라가 포르투갈이다. 그랬던 이 나라가 이제는 ‘좌파 정권도 잘할 수 있다’는 성공스토리로 파이낸셜타임스, 슈피겔 등 유럽 언론에 종종 등장한다(코로나19 위기 전까지). 심지어 최저임금과 연금을 인상하는 등 문재인 정부가 목 놓아 외쳤던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나랏빚은 물론 실업률까지 줄이는 데 성공을 했다. ● 알고도 거꾸로 간 문재인 정부 비결이 궁금한가. 2011~2015년의 우파정권에서 단행한 노동개혁·공공개혁을 그 다음에 집권한 좌파정권이 뒤집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권을 잡자마자 임금피크제 같은 전임정부의 개혁조치를 없었던 일로 만들어버린 문재인 정부와 정반대였던 거다.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포르투갈은 2012년 해고규정 완화, 노사합의에 따른 근무일수 확대, 시간외수당 삭감 등 강도 높은 노동개혁을 해야 했다. 최저임금은 사회협의상임위에서 결정하되 노사합의가 안 되면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식으로 노사관계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았다. 2017년 1월 전해철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포르투갈 방문 뒤 국회에 제출한 ‘노동개혁 및 일자리 창출 사례 조사를 위한 해외시찰 결과보고서’에 나오는 내용이다.간담회 자리에서 포르투갈의 노동부 차관 보좌관은 “현 사회당 정부에서 2012년 노동법에 완전히 반대해 100% 원위치를 시킬 계획은 아님”이라고 밝혔다고 분명히 기록돼 있다. 그런데도 보고서의 ‘방문성과’ 대목에는 “노동자의 권익을 축소하게 된 노동개혁에 대해 개혁 이전으로 환원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음”이라고 요약돼 있다. 민주당이 집권 전부터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을 뒤집을 작정이었다는 건 이해한다고 치자. 그러나 혈세 들이고 포르투갈까지 가서 왜곡된 교훈이나 얻어와 경제를 망친 것은 용서하기 어렵다. ● 좌파든 우파든 시장원리는 같다물론 노동개혁만으로 포르투갈 경제를 살려냈다고 할 순 없을 것이다. 좌파든 우파든 시장논리는 벗어날 수 없는 법이다. 좌파정권이면서도 기업 하기 좋은 정책을 편 것이 주효했다. 법인을 설립하면 정부는 투자비용의 절반을 돌려줬다. 외국인이 부동산을 사거나 현지인을 고용하면 골든비자를 발급했다. 구글이 연구개발(R&D)센터를, 메르세데스 벤츠가 디지털혁신센터를, BNP파리바가 유럽 총괄본부를 세울 만큼 기업과 인재가 몰려들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이다. 유럽 경기 회복과 관광 붐도 포르투갈을 도왔다. 2014년 0.9%였던 성장률은 2016년 1.9%, 2018년 2.1%로 올라갔다. 실업률은 2014년 14%에서 2018년 7%로 떨어지면서 자기 삶에 만족한다는 포르투갈 사람들이 66%, 1년 만에 두 배가 됐다. 유능한 정부가 좋은 경제정책을 펴면서 최저임금과 연금 인상, 소득세와 보유세 인하로 국민의 주머니를 채워준 까닭에 소비와 투자, 수출이 늘어나는 선순환이 가능했다. 소득주도성장이라고? 어떤 좌파정권도 노동개혁 없이 성장과 고용과 평등과 분배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포르투갈이 또 한번 온몸으로 입증한다. ● 어디 이런 좌파 정치인 없소?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정치력이 코스타 총리에서 나왔다. 한(恨) 서린 파두 같은 포르투갈의 민족성이 정권 교체 1년 만에 ‘뽕 맞은 듯’ 달라졌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단임으로 끝난 프랑스의 좌파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가 “코스타를 보면 좌파 정권도 신뢰할 수 있고, 가치에 충실한 정책을 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할 만큼, 그는 좌파 정치인의 희망이 됐다. 푸근한 미소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그러면서도 극좌파나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절대 흔들리지 않는 현실주의자이자 실용주의자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작년 5월 사회당을 뺀 극좌파 정당들과 우파야당이 9년간 동결했던 교사 월급을 소급 인상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자 코스타는 내각 총사퇴를 불사해 모두를 항복시키기도 했다. 더 많은 국민을 위해 “성장-일자리-평등은 책임예산하에 이뤄져야 한다”는 소신을 지켜낸 거다. 그가 우리나라 86그룹과 비슷하게도 1961년생이다. 공산주의자이며 작가인 아버지 밑에 자라 1974년 카네이션 혁명 직후 사회당 청소년부에 입단해 정치를 배웠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속에 액자처럼 등장하는 과거는 1970년대 카네이션 혁명 직전이었다. 포르투갈에서 이어진 제3의 민주화물결을 타고 우리나라에도 1980년대 구국의 강철대오가 등장했다. 그들이 과거 독재정권 뺨치게 변한 모습을 목도하는 요즘, 코스타 같은 정치인을 지닌 포르투갈이 부럽다. 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

    • 2020-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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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의 도발]문전 뉴스와 100만 원짜리 고무신선거

    5공화국 때는 ‘땡전(全) 뉴스’였다. 방송사는 밤 9시를 알리는 시보가 ‘뚜 뚜 뚜 땡’ 하자마자 “전두환 대통령은 오늘…”로 시작하는 뉴스를 내보냈다. 문재인 정부에선 ‘문전(電) 뉴스’다. 문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 전화(電話)를 하는 뉴스가 이틀에 한번꼴로 등장한다. 우리 정부가 코로나19 대처를 너무나 잘하고 있어 세계 각국에서 도움 요청이 쏟아진다니 가슴이 벅찰 지경이다. “앞으로도 정상통화를 희망하는 국가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어려움에 처한 국민들에게 위로와 자긍심을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청와대는 친절히 설명했다. 적어도 총선 전날인 14일 까지는 문전 뉴스가 계속된다는 얘기다. 안물안궁(안 물어보고 안 궁금하다) TMI(Too Much Information·너무 과한 정보)! ● 100만 원 받으려면 여당 찍어라!과거로 돌아간 건 문전 뉴스만이 아니다. 여당 찍으라며 고무신 나눠주던 자유당 때 선거가 돌아왔다. 이번엔 무려 100만 원 짜리다. 코로나19에 대응한 긴급재난지원금을 국민의 70%에게 준다는 거다. 단, 총선이 끝난 다음에! 7조1000억 원의 추경 예산이 무사히 국회를 통과하려면 더불어민주당은 과반 이상 득표하거나 최소한 제1당이 돼서 국회의장을 확보해야 한다. 즉, 돈 받고 싶으면 여당 찍으라는 소리다. 지난달 말 열린 당정청 협의회가 이를 입증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하자고 모처럼 할 소리를 하자 여당이 “답답한 소리만 한다”며 언쟁을 벌였다는 거다. 국민의 80%에게 똑같이 뿌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은 ‘총선도 다가오는데 당의 입장을 정부가 수용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로 압박했다”고 심지어 한겨레신문이 보도를 했다. ● 진짜 어려운 국민은 지원 받지 못한다가슴에 손을 얹고 말하건대, 나는 코로나 긴급재난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중세 때 페스트가 이랬을까 싶어지는 이 기막힌 사태로 인해 일이 없어지거나, 급전이 필요해지거나, 폐업을 하게 된 국민들은 세금으로 지원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별 어려움이 없는 사람도 괜히 지원금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공공기관처럼 철밥통 직장에 다니면서 정년까지 잘릴 걱정도 없는데 정부가 피 같은 예산을 뿌릴 이유는 없다. 공돈 싫어할 사람은 없지만 한정된 재원에서 나온 지원금인 만큼 꼭 필요한 사람, 더 어려운 사람에게 돌아가야 합당하다. 더구나 3월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한다는 건 공무원 편의주의다. 최근 직장을 잃거나 휴직을 당해 월급 못 받는 사람은 어쩌란 말인가. 청소도우미처럼 건강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수입이 급격히 줄어든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에 대해선 명확한 기준도 공개되지 않았다. 현금 아닌 지역상품권이나 전자화폐로 주는 것도 문제다. ‘사회적 거리 지키기’ 관두고 전통시장 가서 뭘 사라는 의도다. 어떤 집에선 아이들 학원비가 아쉬울 수도 있다. 전자화폐를 쓸 줄 모르는 사람도 많다. 긴급지원금이 가장 절실한 우리 집은 손가락 빨고 있는데 멀쩡한 옆집에선 공돈을 받는다면 전 국민이 열불 날 판이다. ● 국민을 분리 지배하는 나쁜 선거정치 선거 전이니 돈만 뿌리면 개돼지는 무조건 좋아할 것으로 믿는, 국민 편의나 선택권은 눈곱 만큼도 고려하지 않는 탁상행정이다. 국민을 있는 자와 없는 자로 나누어 분리지배하려는 의도라면 더욱 사악하다. 문재인 정부는 상위 30%를 적으로 여긴다는 선전포고처럼 보인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물론 선진국도 긴급재난구호를 한다. 독일에선 실업신고를 하면 소득 확인 없이 실업수당을 주도록 했다. 실업보험을 안 든 사람도 준다. 세입자는 임차료 체납했다고 계약 파기 안 당하게 9월까지 확실히 보호해준다. 자영업자는 직원 수에 따라 일회성 차등지원금을 주되 3개월 이내 쓰다 남은 돈은 상환하게 했다. 세계 최초로 사회보장제도를 시작한 독일이니 세심하고 꼼꼼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독일도 예전엔 이렇지 않았다. ● 히틀러를 등극시킨 ‘돈 선거’ 불러내나 그토록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독일인들이 어떻게 히틀러를 숭배했는지 의아해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선동적 연설만으로는 안 넘어간다. 다양한 분석이 있지만 결국 ‘돈’이다. 1933년 3월만 해도 히틀러 지지율이 44%였는데 아우토반 건설 계획을 발표하자 달라졌다. 지지율이 마구 치솟으면서 11월 선거에서 압승을 했다(물론 나치 빼고 다른 정당은 해산시켰지만). 아우토반이 지나가는 지역일수록 히틀러 반대가 빠르게 줄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그렇게 간사한 것이 사람이다.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는 도민들에게 10만 원씩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발표한 뒤 부천시장이 이견을 내놓자 “부천은 빼겠다”고 협박을 했다. 부천시장이 바로 잘못했다고 꼬리를 내려 넘어갔지만 민주당 치하에서 이런 일은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 제 주머니에서 나온 제 돈도 아니면서 국민을 타락시켜서는 한국판 히틀러가 나올까 우려스럽다. 집권 3년 동안 이룬 것이 없는지 문전 뉴스나 날리면서, 그러고도 자신 없어 100만 원짜리 고무신까지 뿌리는 선거로 나라를 망치진 말아야 한다. 코로나19가 터지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는가. 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

    • 2020-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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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 칼럼]돌아온 김종인 “일당 독재 막아달라”

    문재인 대통령이 ‘남자 박근혜’라면 요즘 더불어민주당은 ‘좌파 새누리당’을 보는 느낌이다. 4·15총선에 비문(非文)은 귀신같이 털어내고 친문(親文) 위주로 공천한 건 약과다. ‘현역은 경선’이라는 원칙을 깨고 청와대당처럼 공천하고도 대통령 지지층을 믿고 자신만만한 것도 똑 닮았다. 4년 전 집권 새누리당에는 진박(眞朴) 낙점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직(職)을 걸고 ‘보이지 않는 손’과 맞선 당대표도 존재했다. 징글징글한 계파 갈등에 국민은 진저리를 냈지만 그때 여당은 제왕적 대통령이 문제라는 건 알았다. 현재의 집권 민주당 사람들은 그런 문제의식조차 없다. 4년 전 빈사의 민주당에 영입된 김종인은 “새누리당 ‘1당 독재 국회’ 저지가 절체절명의 목표”라고 외쳐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 결과 새누리당의 독재는 막았는데 지금은 민주당 독재시대가 돼버렸다. 그가 돌아왔다. 이번엔 새누리당에서 개명한 미래통합당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다. 4년 전과 똑같이 “민주당 1당 독재를 막아달라”고 유세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됐다.김종인의 기구한 운명이고, 국민의 불행이다. 당시 총선에 승리한 뒤 그가 새누리당에 조언한 인터뷰 기사를 보면 웃음이 난다. “대통령과 다른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지금 여당에는 당내 민주주의라는 것이 없다”고 했다. 지금의 여당이야말로 대통령과 다른 독자적 목소리가 나올 수 없는 당이다. 대통령이 아끼는 조국에게 쓴소리한 의원은 공천 탈락은 물론이고 문빠의 총공격을 감수해야 한다. 다양한 갈등을 표출해 대안을 조직해 내는 것이 민주주의인데 친문 패권주의 민주당에선 다양한 계파가 있을 수 없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모든 인민을 다수 인민의 총의에 복종하도록 강제하는 틀은 전체주의”라며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지적했을 정도다. 민주당 내 사정이야 그들만의 문화라 쳐주자. 국회법에 명시된 교섭단체 간 협상 원칙을 철저히 무시한 채 제1야당을 배제한 것은 1당 독재나 다름없다. 범여권 군소 야당들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미끼로 던져주고 정권의 숙원사업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받아낸 것은 용서하기 어렵다. 그러고는 소수정당에 돌아갈 단 한 석도 아까워 약속을 깨고 비례대표용 위성정당까지 만들어냈다. 김종인의 오락가락에 실망한 사람도 “집권여당이 이번 선거에서 이기면 앞으로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그의 말에는 공감하는 반응이 적지 않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공수처 수사 1호로 잡아넣는 건 시작에 불과할지 모른다. 선출된 통치자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 한마디로 독재가 팬데믹(유행병)처럼 세계로 번지는 상황이다. 미디어를 옥죄고, 사법부를 장악하고, 선거제도를 유리하게 고쳐선 장기집권으로 가는 수순에 문재인 정부는 충실하게 따라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이들 독재자에게 황금의 찬스다.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는 확진자가 불과 13명이던 11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코로나 대응책에 반대해선 안 된다는 구실로 정적(政敵)과 언론 처벌은 물론 행정부가 법률을 만들거나 없앨 수도 있는 무소불위 권한을 거머쥐었다. 민주당은 코로나 대처를 문재인 정부의 성과로 내세우지만 의료진의 극한 희생 덕분이라는 것을 국민은 알고 있다. 제 국민보다 중국을 더 챙기는 집권세력이 헝가리처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초법적 행위를 감행할 수도 있다. ‘청와대 정부’ 출신 윤건영 후보는 1일 “코로나19로 국가적 위기상황”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것은 강한 정부”라고 강조했다.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비상사태를 선포해 민간기업 경영 개입이나 파격적 남북관계, 굴욕적 한중관계로 나아간다면 국민은 방법이 없다. 4년 전 김종인은 “정권이 잘못됐을 때 그 정권을 바꿀 기회를 놓치면 나라는 희망을 잃는다”고 했다. 설마 그렇게야 하겠어, 싶은 일도 문재인 정부는 눈 하나 깜짝 않고 해치워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나라’를 만들어냈다. 어쩌면 이번이 국가비상사태 같은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 전, 마지막 선거가 될 수도 있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

    • 2020-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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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의 도발]코로나 의료진에게 감사의 박수를!

    이탈리아에선 토요일 낮 12시면 모두 발코니로 나와 박수를 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치솟아 10일부터 외출금지령이 떨어진 나라. 갇혀만 있기 심심해 발코니에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던 이 자유로운 영혼의 나라에서 ‘14일 토요일 정오, 의료진에게 일제히 박수를 보내자’는 메시지가 소셜미디어(SNS)에서 돌았다. 쿨! 좋은 생각!! 환자를 위해 자기 목숨 내놓고 일하는 의사와 간호사, 의료기사들은 ‘가운 입은 천사’들이다. 이탈리아가 일제히 보낸 사랑과 존경이 동영상으로 퍼지면서 지금 세계에선 의료진에 대한 ‘박수 사례(謝禮)’가 유행이다. ● 외출제한 유럽에 울려 퍼진 박수13일의 금요일 이탈리아 확진자가 1만770만 명, 사망자가 1266명이었다. 징글징글하게 법과 규칙을 안 지키는 걸로 유명한 이탈리아 국민들이 정해진 시간, 일제히 박수치는 영상은 가슴 뭉클한 감동의 도가니다. 우리는 마스크 사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그래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물론 사회적 거리 두기는 지켜야 한다). 유럽은 거의 이동 금지 상태다. 스페인에선 국가비상사태까지 선포했다. 27일 이탈리아는 확진자 8만 명으로 중국 턱밑까지 갔다. 이젠 유럽이 코로나19의 중심지다. 그런데도 스페인에서, 영국에서, 네덜란드와 벨기에, 유럽을 지나 이스라엘에서도 의료진에 대한 감사와 존경과 응원의 박수가 울려 퍼진다. 심지어 파리에선 매일 오후 8시에 박수를 친다. 아무리 병원이 멀리 있더라도 의료진이 못 들을 리 없다. 설령 못 듣는대도 온 국민이 마음을 모아 성원을 보낸다고 생각하면 불끈, 없는 힘도 절로 날 터다. ● “의료인도 지쳤다, 외국인 막아달라”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주요 20개국(G20) 특별 화상 정상회의에서 “우리의 성공적인 대응모델을 국제사회와도 공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어마어마한 검진을 통한 확진자 발견, 감염 경로 추적과 격리 조치로 세계에서 주목하는 것도 사실이다.하지만 그날은 대한감염협회 백경란 이사장이 “의료인도 지쳤다”며 “외국인까지 치료해주고 있을 정도로 (의료) 일선의 여력이 남아 있지 않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날이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정부에서 주장하는 상호주의에 입각해 (외국인 입국을) 금지해 달라”고 호소했을지 가슴이 다 먹먹해진다. 다음 날 정세균 총리는 해외 입국 환자의 90%가 우리 국민이라며 딱 잘라 거절했다. 우리 국민의 입국을 막으라고 하지 않았다. 상호주의에 입각해 외국인만 막자고 했을 뿐이다. 중국의 아픔은 우리의 아픔으로 느낀다면서, 중국도 외국인 입국을 금지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왜 우리 의료진의 아픔을 외면하는지 알 수가 없다. 외국인 전수검사는 물론 치료비와 격리비용까지 혈세로 대주며 민주적인 척 인심 쓰는 모습에 세금 내는 국민은 억장이 무너진다.● 코로나 종식은 없을 수도 있다대한의사협회가 7차례나 권고했는데도 중국발 외국인 입국을 막지 않았으니, 이제 와서 막기가 면구스럽기도 할 것이다. 중국과 몹시 친한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한국은 출입국을 차단하지 않고 방역에 성공한 국가”라고 치켜세우니 문 대통령은 더욱 고무됐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의료계에선 ‘의료진을 갈아 넣는 방역’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처음엔 나라와 국민을 구하는 심정으로 의병(義兵) 아닌 의병(醫兵)으로 나선 그들이지만, 언제까지 극한상황에서 ‘삼일정신’으로 버티게 할 순 없다. 외국인까지 전수 검사하느라고 의료진에 걸리는 과부하가 한계점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어쩌면 ‘메르스 종식’ 때처럼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합니다” 하는 날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대로 마스크 쓰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코로나19가 전 국민의 60%쯤 감염시키고는 또 하나의 감기로 정착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대처에도 이제는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 국민이 알아주자, 의료진의 희생을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미 한 달 전 청와대회의에서 지금의 ‘봉쇄전략’을 ‘완화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그럼에도 우리 대통령은 다 듣고 나선 자기 마음대로 하는 특성대로 “방역에서 여전히 중요한 것은 조기 발견”이라고 토론을 마무리했다. 어쩌면 의료진이 퍽퍽 쓰러지기 전에는, 이대로 계속 갈 수도 있다. 그래서 제안한다. 우리라도 SNS로 사발통문을 돌려 정해진 시간에 일제히 의료진에 박수를 보내보자. 우리나라 모든 의료진의 탁월한 의술과 희생정신! 정부는 몰라준대도 국민이 알고 있음을 가운 아니 방호복 입은 천사들에게 보여주었으면 한다.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가슴 벅차게 자랑스러운 우리 의료진께, 마음으로부터 감사와 존경을 보낸다. 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

    • 2020-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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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의 도발]조국·조광조가 개혁을 했다고?

    “‘조’를 생각하면 중종 때 개혁을 추진하다 모함을 당해 기묘사화 피해자가 된 조광조 선생이 떠오르고…”. 정봉주·손혜원이 만든 열린민주당의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이 최근 올린 글이다. 가족 비리와 얽혀 법무부 장관직에서 낙마한 조국이 검찰개혁을 추진하다 모함당한 피해자로 뵈는 모양이다. 집권여당은 조국 수호 집회를 주도한 ‘개싸움국민운동본부’(참 이름도 살벌하게 붙였다)가 주축인 당과 비례정당까지 만들었다. 열린민주당과 연합도 거론했다. 이번 총선을 ‘조국에 대한 복수의 장’으로 만들 작정인 듯하다. ● 성리학 이념에 철저했던 조광조사상과 표현과 착각은 자유다. 조국이 앞장선 이른바 검찰개혁을 개악으로 치는 쪽에선 왜 조국을 조광조에 비교하느냐며 황당해한다. 조광조(1482~1519)가 우리 역사에서 개혁의 화신처럼 각인된 것도 사실이다. TV 드라마에도 그렇게 묘사됐다. 국사편찬위원회가 만든 ‘우리역사넷-한국사연대기’ 역시 조광조에 대해 “개혁 정책을 주도했지만 국왕과 공신 세력의 반발을 사게 됐다”고 나와 있다.하지만 조광조가 했다는 개혁이 과연 개혁인지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의 개혁정치로 꼽히는 것이 현량과다. 과거제가 공정하지 못하니 추천을 통해 학문과 덕이 높은 대현인(大賢人)을 얻어야 한다는 명분으로 1519년 4월 시행됐다. ● 자파세력 확대가 무슨 개혁인가 장원급제는 조광조와 가장 친한 김식에게 돌아갔다. 조광조가 관직에 들어서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해준 안당의 세 아들도 한꺼번에 급제했다. 결국 조광조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대거 등용되면서 현량과는 조광조 세력의 확대로 이용된 거다. 역사학자 임용한은 ‘시대의 개혁가들’에서 “그러나 조광조파는 만족할 수 없었다”고 썼다. 현량과를 시행했지만 급제자 수로 보면 천거된 120명 중 28명만 통과했을 뿐이다. “그것이 억울했는지 그해가 가기 전에 조광조파는 승부수를 던졌다. 정국공신의 위훈삭제를 요구한 것이다.”기묘년 11월 11일 중종은 반정공신 117명 중 76명의 작위 삭탈을 결정했다. 그러자 다음 날 조광조파의 대간들은 하사품까지 환수해야 한다는 상소를 올렸다. 환수된 집과 재물이 누구에게 돌아갈지는 자명하다. 정의롭고 양심적인 조광조 무리 말고 누가 있겠나. 15일 중종은 조광조파의 체포를 지시했다. 그것이 기묘사화다. ● 내로남불의 심성은 조국-조광조 닮은꼴 실록에는 조광조가 “서로 붕당을 맺고서 저희에게 붙는 자는 천거하고 저희와 뜻이 다른 자는 배척하여, 세력을 만들어 서로 의지하여 권력이 있는 요직을 차지하고, 위를 속이고 사사로운 감정을 행사하되 꺼리지 않았다”는 기록이 나온다. 사림 패권주의다.조광조가 모함을 당해 죽었다고? 조광조 사형을 강력히 주장한 사람은 중신들 아닌 중종이었다. “조광조는 내 곁에 오래 있어서 내가 잘 안다. 그자는 심성이 바르지 못한 인간이다. 죽어도 아까울 것이 없다.” 도학(道學)정치를 강조한 조광조에 대해 중종은 ‘심성이 바르지 못한 인간’이라고 했다. ‘자기와 뜻을 같이하면 선인(善人)이라고 하고, 뜻을 같이하지 않으면 악인(惡人)이라는’ 내로남불의 심성을 꿰뚫어본 것이다. 자기네 진영은 무조건 옳고, 나머지는 무조건 적폐라고 믿는다는 점에서 조광조는 조국과 꼭 같은 인간형이다. ● 졸렬한 이상주의가 조선을 망쳤다이런 조광조가 존경받는 인물이 된 이유를 임용한은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거나 집행한 사례가 없고 원론적인 주장만 한 덕분”이라고 했다. 정치를 도덕과 일치시켜야 한다는 도덕적 근본주의에 누가 감히 반대하겠나. 정치를 부도덕하게 할 참이냐고, 당장 비난받을 터인데. 잠시 숨죽었던 사림은 이후 조선의 정치를 주도하면서 조광조를 부활시켰다. 당대엔 현실정치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사후에 정치적으로 복권됨으로써 조광조의 도덕적 근본주의는 한국 정치사상의 전형으로 확립이 됐다. 그래서 조선은 좋았는가. 루터의 종교개혁(1517년) 마젤란의 세계일주(1519년)가 일어나던 시기, 조광조는 소학과 열녀전만 보급하면 나라가 평안해진다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그럼에도 그를 ‘영원한 개혁의 순교자’로 볼 건지, ‘졸렬하리만큼 급진적인 도학적 이상주의자’로 볼 건지는 각자의 자유다. ● 조국은 文의 본심… 차기 후보는 살아있다 조광조의 후예는 위정척사파로, 반미자주파 아니면 주사파로, 심지어 중국사대주의파와 검찰개혁파로 환생을 거듭하고 있다. 도학정치를 주장하며 내로남불을 일삼았던 조광조를 떠올리면, 검찰을 대통령에게 종속시키는 것이 검찰개혁이라고 주장하며 내로남불을 일삼는 조국은 닮은꼴 맞다. 조광조는 개혁정치가 아니었고, 조국 역시 검찰개혁이라 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놓고 말 못 하는 본심을 대리 노출해준 것이 조국이라면, 점잖은 분장을 벗기고 본색을 드러낸 것이 열린민주당 같다. 결국 4·15총선은 조국 총선이고, 문재인 총선이다. 이번 총선에서 열린민주당-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이 승리하면 조국은 대선 후보로 화려하게 등장할 수도 있다. 이 환생의 고리를 끊을 것인지, 시대착오적 남조선의 신민(臣民)으로 계속 살아갈 것인지 이번 총선에 걸렸다. 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알려왔습니다] 3월 24일 자 “[김순덕의 도발] 조국·조광조가 개혁을 했다고?” 칼럼에 관하여, 한양조씨 대종회는, 아래와 같이, 정암(靜庵) 조광조(趙光祖, 1482∼1519)는 기묘사화의 희생 제물로 역사에서 사라진 인물이며, 그 후 조선의 동방 5현(賢)으로 성균관 문묘와 전국 향교에 배향되어 유림들의 추앙을 받았고, 그의 개혁 사상과 행동은 본(本)을 받아야 마땅한 인물이다. 특히, 한양조씨 가문에서는 자랑스런 한양조씨 인물로 가정(家庭)에서 훈육(訓育)하고 있다. 정암은 종2품의 대사헌으로 발탁이 되어 조선 제도권 언론이 수장이 되었는데 사헌부는 현대 언론기관, 검찰청 등의 기능을 했고, 국가 업무를 집행하거나 인사정책을 총괄하는 실무부서가 아니었으며, 반정으로 나라가 혼란스러울 때 중종이 정암이 원하지 않았음에도 구원 투수로 제도권 언론의 수장으로 정암을 등장시킨 것이다. 정암은 언로(言路)를 개방하여 흩어진 민심을 수습하고, 제도권 언론의 수장으로서 조정과 백성의 실사구시(實事求是) 삶의 방향을 제시한 공이 있으므로 정암에 대한 폄하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따라서 학계 등에서 조광조의 개혁을 자파(自派)세력이나 확대하는 졸렬(拙劣)한 이상주의자로 빗대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며, 더더욱 조국 전 법무장관과 연관 지어서는 안 된다.라고 알려왔습니다.}

    • 2020-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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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 칼럼]청와대黨-조국黨, 국회까지 장악할 셈인가

    우리나라 총선에는 공식이 있다. 공천 때마다 파동이 일어난다. 찍을 때마다 찍을 사람이 없다. 그럼에도 국민은 현명했다. 꼭 4년 전인 2016년 3월 18일, 미래통합당의 전신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는 ‘비박(비박근혜) 공천 학살’ 결과를 수용 못 한다며 “독재정권 때나 하는 짓”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로 찍은 유승민 의원을 불출마시키려고 친박(친박근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공천 보이콧도 불사한 날이었다. 막장 공천은 집권여당이 20대 총선에서 참패한 결정적 이유로 꼽힌다. 대통령의 불통과 쌍벽을 이루는 친박 패권주의, 지긋지긋한 계파 갈등에 국민이 분노하면서 민심은 야당 심판론에서 정권 심판론으로 급격히 돌아섰다. 친박만 몰랐을 뿐이다. 그때의 교훈 때문일까. 계파 갈등 없는 더불어민주당의 2020년 공천 과정은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친문(친문재인) 강화, 청와대 대거 진출, 운동권 86세대 물갈이 없는 공천으로 친문 패권주의는 욱일승천할 일만 남았다. 되레 공천 파동이 없다는 게 문제다. 공천 룰을 담은 특별당규는 현역 의원의 경우 경선을 원칙으로 한다. 실제론 현역 의원 과반이 경쟁 없이 본선행 티켓을 확보했다. 친문이 벼슬이어서다. 대통령 절친을 위해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받을 사람들까지 공천받고 선거에 나온다는 건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일이다. 평소 다른 소리를 낸 비문(비문재인) 의원들만 탈락됐을 뿐이다. 그런데도 몇몇 당사자 말고는 입을 닫는다. 대통령 권력에 맞서는 당 대표는 물론 없다. ‘민주당의 유승민’ 같은 금태섭 의원조차 “선거 전까지 죽은 듯 있겠다”며 순종하는 분위기다. 정당의 목적과 조직과 활동은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헌법이 규정하고 있다. 국민 세금이 정당에 지원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계파 이익을 앞세우는 정당이 민주적일 순 없다. 비민주당도 대통령 임기 후반에는 불안한지 ‘문재인 청와대’는 국회까지 진군나팔을 불고 있다. 무려 53명이 출사표를 던져 후보자 등록을 일주일 남짓 앞둔 17일까지 28명이 공천받았다. 역대 정부와 비교할 수도 없는 대규모로 문재인청와대당, 약칭 문청당을 차려도 될 판이다. 그중 11명은 경선도 없이 전략공천이나 단수공천으로 본선에 직행했다. “특별한 경우 아니면 전략공천 없다” “청와대 출신이라고 우대는 없을 것”이라던 이해찬 대표를 믿은 이들만 바보 된 꼴이다. 이런 특혜 공천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도 궁금하다. 박 전 대통령은 참모들 전략공천이나 단수공천은 엄두도 못 냈지만 총선 경선 개입 혐의로 공직선거법 위반 징역 2년을 살았다. ‘청와대’가 국회 진출해 뭘 할 것인지는 더 궁금하다. 2017년 9월 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가 이명박(MB) 정부의 ‘대통령실 전출자 총선 출마 준비 관련 동향’ 문건을 공개하며 퍼부은 비난을 상기하면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문건에 거론된 출마 준비자가 달랑 11명이었는데도 민주당은 “VIP 국정철학 이행과 퇴임 이후 안전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당선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적혀 있다”며 “사실이라면 이 대통령은 탄핵을 통해 물러났어야 할 대통령”이라고 포화를 내뿜었다.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독재정부를 막는 것이고, 그 핵심 기제가 국가권력의 독점을 막는 3권 분립이다. 대통령의 일개 참모 조직이 내각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은 것도 모자라 입법부까지 장악하겠다는 건 친문 패권주의의 3권 분립 무력화나 다름없다. 문 대통령 퇴임 이후 안전핀 역할을 위해 청와대당을 만들고, 검경과 사법부의 목줄을 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만들고, 그래도 만족 못해 어제 민주당은 비례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을 만들었다. 선거법 개정 명분을 뒤집고 민주당이 손잡은 ‘시민을 위하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 집회를 주도했던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가 주축이다. 비례의석 한 석도 놓칠 수 없어 조국당까지 동원하는 것을 보면 문 대통령이 탄핵당할까 봐 몹시 두려운 모양이다. 돌아보면 국민의 선택은 언제나 위대했다. 그러나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은 그 깊은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지 못해 이내 손가락을 자르고 싶게 만들었다. 민주당은 야당의 공천 파동을 비웃을 때가 아니다. 오만한 권력은 심판받는다는 것을 친문 패권주의 세력도 알아야 한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

    • 2020-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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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의 도발]돌아온 친문 패권주의…비례정당 꼼수가 대수냐

    집권세력 내에서 비례정당의 필요성을 맨 처음 거론한 사람을 기억하시는지? 윤건영과 손혜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 비난에 열을 올리던 2월 21일 대통령의 복심(腹心)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그 전날엔 대통령 부인의 절친 손혜원 의원은 ‘신호’를 쏘아 올렸다. 과연 우연이었을까. 13일 마침내 민주당이 범여권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선언했다.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 창당을 핑계 삼고, 민주당의 권리당원 투표 결과를 명분 삼아서다. 윤건영이 “비상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손혜원이 “당 외곽에서 민주당을 위한 비례정당 만드는 것을 검토하려 한다”고 운을 뗀 지 꼭 3주 만이다. ● 대통령-부인의 복심들 “비례정당 만들라” 당시만 해도 윤건영은 서울 구로을 민주당 후보자로 전략공천 받지 않은 상태였다. 매일 대통령을 만나는 남자였다고 해도 당에서 보면 공천을 고대하는 을(乙)의 처지다. 그때 윤건영의 말을 “개인 의견”이라며 깔아뭉갰던 당 핵심인사들이 지금 청와대를 제대로 쳐다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친 김에 13일 방송인터뷰에서 윤건영은 정국 전망과 청와대 구상까지 밝혔다. “청와대에 7년 넘게 계셨는데 이번에 (국회) 입성하면 당정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할 것 같다”는 진행자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아주 중요한 포인트”라고 답한 것이다.“집권 후반기가 될수록 당정청의 긴밀한 협력이 이완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당선된다면 (나에게) 충분히 역할이 있을 걸로 보고 (진행자의 말은) 아주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당정청의 긴밀한 협의라는 부분이다.”● 文의 남자 윤건영이 국회로 가는 까닭은 청와대엔 국회의원 출신 대통령비서실장이 있고 정무수석도 있다. 강기정 정무수석은 작년 초 취임 인사로 “대통령 뜻을 국회에, 국회의 민의를 대통령께 잘 전하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왜 윤건영이 굳이 국민의 대표자로 선출돼 당정청 가교 역할을 해야 하는 걸까. 윤건영의 천기누설이 시사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① 문 대통령이 퇴임해도 ‘친문 패권주의’는 계속된다. ② 민주당의 제1당 유지는 민주당보다 청와대에 더 중요하다. ③ 비례정당이라도 만들어 친문세력이 행정부, 사법부에 이어 입법권력까지 장악해야 한다. ● 운동권 시절부터 지켜온 패권주의 악습2011년 8월 당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혁신과 통합’을 통해 정계 입문할 때부터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사람이 윤건영이다. 친문 세력이 대통령과 연결되는 고리가 ‘부산-대선캠프-민주당-노무현 정부-노무현재단-학생·노동운동’의 여섯 개 고리인데 윤건영은 송인배 전 비서관과 더불어 유이(唯二)하게 여섯 개 모두 연결된다. 댓글 조작 사건으로 2월 대법원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드루킹’ 김동원은 “과거 민정수석에게 가던 정보가 국정상황실로 들어가서 윤 실장이 사실상 넘버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첫 비서실장 임종석이 비(非) 친문이고, 친문 핵심 양정철이 청와대에 안 들어가는 바람에 친문 패권주의가 사라진 듯했지만 잠시였을 뿐이다. 청와대 2기에 노영민 비서실장이 합류하는 등 친문 패권주의는 계속 강화됐다. 계파 패권주의란 권력을 독점한 패권적 지위를 이용해 사적(私的) 이익을 앞세우는 것을 말한다. 민족해방(NL)을 외쳤던 운동권 시절부터 그들은 자기 진영만이 선(善)이고, 자기네 계파가 조직 내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 진보라고 믿는 패권주의 악습을 고수해 왔다. ● 권력은 부패한다. 친문 패권주의도 마찬가지친문 패권주의가 강화되면서 야당이 ‘3대 친문 게이트’라고 주장하는 사건 중 2개에 윤건영의 이름이 거론된다. 유재수 전 금융위원회 국장의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 사건과 울산시장선거 청와대 개입 의혹 사건에서다. 윤건영은 이번 총선 출마를 결심한 계기가 검찰 조사에 있다고 했다. 청와대에 있는 것이 대통령에게 도움이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는 거다. 자못 충정어린 얘기지만 실제로 2년 남짓 남은 청와대보다 4년이 보장되는 금배지가 더 튼튼한 보호막이 될 터다. 문 대통령은 퇴임 후 조용히 잊혀지고 싶다고 말해 국민을 놀래켰다. 그러나 친문 세력은 친문 패권주의를 잃을 수 없다. 청와대는 물론 행정부와 사법부 장악만으로는 부족하고, 집권 말로 갈수록 집권당도 못 믿는다. 윤건영 같은 친문 세력이 국회를 장악해 차기 청와대까지 주물러야 한다. “미래한국당의 입법권력 찬탈을 저지하자”는 최재성 의원 발언을 보라. 친문에게는 국민의 대표기관 국회가 입법권력으로, 정권 교체가 왕위 찬탈로 뵈는 것이다. ● 총선 승리는 청와대에 더 절박하다물론 윤건영은 문재인 정부에선 어떤 불법행위도 없다고 강조를 했다. 그런데도 미래통합당이 제1당이 되면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히자 그는 2월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이 명령하지 않은 탄핵은 월권”이라고 격하게 반발했다. 바로 그날 손혜원이 처음 비례정당을 언급했다. 다음날 윤건영도 비례정당의 필요성을 거론하고 나섰다. 희한하지 않은가.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을 가짜정당이라고 비난해온 민주당은 이제 와 비례정당을 추진한다는 게 면구스러울 것이다. 청와대는 그런 여유가 사치다. 반드시 제1당이 돼서 국회의장 의사봉을 차지해야만 야당이 대통령 탄핵을 추진해도 막는 게 가능하다. 3대 친문 게이트 특검을 막기 위해서도 제1당은 필수다. 민주당의 이번 공천 특징이 친문 강화다. 금태섭 의원처럼 입바른 소리나 하는 자는 공천 못 준다. 그놈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군소정당들과 여대야소를 만든대도 안심할 수 없다(2월 26일 민주당 친문 핵심들과의 회동에서 이인영 원내대표는 “정의당이나 민생당이랑 같이 하는 순간, X물에서 같이 뒹구는 것”이라고 했다). 꼼수로 ‘비례민주당’ 만드는 게 대수냐. 괜히 군소야당 끌어들여 연합정당 꾸렸다가 민주당이 한 석이라도 놓치면 위험해질 판이다. ● 문 대통령이 먼저 비례정당 생각했을까여기서 잠깐. 비례정당의 필요성을 이처럼 절절하게 깨달은 사람이 과연 문 대통령일까 궁금해진다. 지금까지 문 대통령에게서 이렇듯 발칙한 ‘정치적 셈법’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손혜원의 절친 김정숙 여사가 비례정당을 원했을 수도 있지만 내막은 알 수 없다. 차라리 윤건영을 비롯한 이른바 ‘청와대’가 고심한 결과로 보는 게 합리적 추론이다. 문 대통령과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정치를 함께 했던 김한길은 “문재인이라는 정치인은 지난 5년 간 친문패권을 더 튼튼하게 만든 것 외에는 한 일이 없다”고 했다. 2017년 대선 때 문 대통령을 깎아내리는 발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좌파 논객 진중권도 최근 “조국의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을 주장한 것도 윤건영이었다”며 “문 대통령에게는 당정에 스며든 586 전대협 출신을 통제할 능력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암만 문빠라 해도 문 대통령의 성품을 평가하지, 정치적 두뇌를 높게 치진 않는다. ● 친문 패권주의는 사라지지 않는다그들 말이 맞는다면, 문 대통령은 고 노무현 대통령처럼 그들의 ‘도구’일 뿐이다. 젊은 날 총학생회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선거공학, 정치공학을 익힌 그들은 문 대통령을 택군(擇君)해 권력을 쥘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한 것도 선거 빚 때문이라고 보면 국정운영에 대한 숱한 의문이 풀리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친문 세력의 DNA는 변하지 않는다. 총선을 앞두고 친문 패권주의는 대놓고 당당하게 돌아왔다. 문제는 갈수록 위력을 발휘하는 그들의 패권주의 때문에 나라가 뒤집힐 판이라는 점이다. 2012년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패배한 뒤, 대선평가위원회는 가장 큰 패배 요인으로 계파 갈등을 꼽았다. 친문 패권주의가 기승을 부린 탓에 정작 유능한 인재는 선거운동에 끼지를 못해 ‘이길 수밖에 없는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분석이다. 똑같은 상황이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다. ● 전체주의냐, 자유민주를 지킬 것이냐 경제와 안보만 뒤흔들린 게 아니다. 반대를 용납하지 않는 친문 세력, 견해가 다른 사람을 토착 왜구로 모는 친문 패권주의는 전체주의로 가는 길이다. 악다구니처럼 달려드는 문빠가 무서워 민주당 의원들은 물론 지식인들도 입을 다무는 세상이 됐다. 그들만의 공정(公正)이 온 국민의 가치관을 뒤집어놓는 바람에 많은 이들이 내가 이상해졌나, 정신이상이 될까 걱정한다. 아닌 건 아니라고 똑 부러지게 말하는 진중권의 독설이 되레 위안을 줄 정도다. ‘검사내전’을 쓴 김웅 전 부장검사는 야당에 입당하면서 “사기꾼 때려잡는 게 내 전문”이라는 말로 ‘친문 이익패거리’의 사기 행각을 지적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만들기 위해 군소야당에 비례대표제로 사기 쳤던 그들이 이제 꼼수 비례정당까지 만들어 사기를 계속할 태세다. 4월 총선은 대한민국이 전체주의로 갈 것이냐,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것이냐의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 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

    • 2020-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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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의 도발]공적 마스크가 드러낸 ‘문재인 사회주의’

    9일부터 또 하나의 새로운 나라가 시작된다. 정부가 마스크 생산과 유통, 판매와 분배까지 100% 관리하는 문재인표 사회주의다.단순히, 저렴한 마스크를 골고루 쓸 수 있도록 하는 차원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어떤 사람은 여러 차례 줄서서 기다려도 구입하지 못하고, 어떤 사람은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으로 구입해야 하는 불평등한 상황을 반드시 개선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정부가 지정한 공급처에서 사는 공적 마스크(1500원), 좀 비싸지만 줄 서지 않고 살 수도 있는 사적 마스크가 공존하는 것은 ‘불평등’하니 종식시켜야 한다는 ‘마스크 사회주의’로 가는 것이다. ●마스크는 의료진 공급이 우선이어야코로나19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일어나는 건 세계적 현상이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르니 값이 뛰고, 시중에서 동이 나는 건 안타깝지만 당연하다. 그래서 더 불안해지고, 기를 쓰고 마스크를 구하려 들며, 정부는 뭐 하느냐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마스크를 안 써도 되는 사람들이 마스크에 매달리는 바람에 정작 의료진에게 돌아갈 마스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미국에선 2월 29일 국가의사(surgeon general)가 “마스크 사기를 멈춰 달라!”고 트위터로 외쳤다. “일반인이 마스크를 쓰는 건 감염 방지에 효과적이지 않지만 의료진이 마스크를 못 쓰면 사회 전체가 위험해진다”는 이유에서다.● 시작부터 잘못된 마스크 만능주의한국에선 정반대다. 이덴트는 마스크 생산 중단을 선언하면서 “정부가 의료기관에 마스크 판매하는 것조차 불법이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개탄했다. 벌써 마스크 공장이나 판매처에선 “이 나라가 독재국가냐” “민주주의, 자본주의가 아니라 공산주의 공출제”라는 아우성이 나온다.정부는 처음부터 ‘마스크 방역’을 지나치게 강조한 게 잘못이라는 의식이 없는 듯하다. 방송에선 시도 때도 없이 “외출할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캠페인을 벌여 불안을 부추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건강한 국무위원들과 함께 하는 국무회의에서도 마스크를 썼다. 그러니 공급이 수요를 당해낼 리 없다.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진작 밝힌 마스크 필수 착용 대상은 환자, 환자를 돌보는 사람이나 의료인이다. KF80 이상 보건용 마스크 착용이 필요한 경우는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거나, 감염 의심자를 돌보는 경우, 의료기관 방문자, 감염 전파 위험이 높은 직업군 종사자(대중교통 운전사나 판매원, 대면서비스 종사자 등)로 분명히 알리고 있다. 나머지는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는 의미다. ●정부가 “마스크 안 써도 된다” 할 수 없는 이유중국 편향적이어서 신뢰를 잃은 세계보건기구(WHO) 말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도 ‘마스크는 환자가 남들에게 감염시키지 않으려고 쓰는 것’이라고 적어놨다. 코로나19 환자는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하지만 그것도 격리될 때까지고, 격리돼 있을 때는 쓸 필요가 없다. 심지어 ‘N95 마스크는 오직 의료종사자에게만 권장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게 팩트다.정부로선 이제 와서 마스크 안 써도 된다고 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에 마스크를 퍼 나르다가 제 국민이 쓸 마스크가 부족해지니 딴소리라고 비판받을 게 분명하다. 그래서 정부는 온 국민이 마스크를 사서 쓸 수 있도록 이른바 ‘공적 마스크’ 관리에 나선 것이다.공적(公的) 마스크가 온 국민의 지탄을 받는 공적(公敵) 마스크가 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정부가 무능하면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게 낫다. 민간인을 배제한 채 대뜸 ‘듣거라’ 식으로 명령을 내리면 재앙이 닥친다는 걸 이번처럼 명확히 보여준 적도 흔치 않다.● 무능한 정부는 가만있는 게 낫다“2월 27일부터 마스크의 절반은 우체국, 농협 등 공적 판매처에서 판다”는 ‘공적 마스크’ 발표가 나오고도 마스크는 여전히 귀한 몸이었다. 기획재정부 주도의 태스크포스에 식품의약품안전처, 산업통산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높은 관리들이 책상머리에서 숫자만 써댄 결과라고 본다.가령 이미 잡혀있는 수출 계약을 깨야 하는 공장이 있다면, 정부가 위약금이라도 줄 건지 외교적 방법은 없는지 TF는 지혜를 모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들은 대뜸 매점매석, 불법수출, 탈세 단속처럼 국민 때려잡기에나 나섰다.정부가 발표하면 국민은 무조건 따르는, 국가주도 자본주의도 아닌 문재인 특색의 사회주의가 이런 식이다. 의도했던 결과라도 착착 나왔으면 또 모른다. 야당의원 주장대로 청와대는 마스크를 잔뜩 쟁여놓고 국민만 공적 마스크를 사라고 했다면, 6·25 때 한강 다리를 먼저 넘은 이승만 대통령이 떠오를 판이다. ●공산주의 말고 건강한 시민의식으로9일부터는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다. 마스크 국내 생산 1000만 장이 매일 나온다지만 국민 5200만 명이 평등하게 나눠 쓰려면 주당 1장으로도 모자란다. 마스크에서 ‘평등’이나 ‘공적’을 찾아선 안 된다는 얘기다.정세균 총리는 8일 “나부터 면마스크를 쓰겠다”고 모범을 보이듯 말했다. 70세 넘은 나이 때문에 취약계층이라고 주장하면 할 수 없지만, 호흡기 질환이 없거나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가 아니면 총리라고 마스크를 쓸 필요는 없다.공적 마스크가 보여준 문재인식 사회주의 폐해를 이미 체험한 이상, 정부보다는 건강한 시민정신에 의지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모두에게 닥칠 수도 있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또 나보다 더 마스크가 필요한 사람을 위해, 우선 건강한 시민부터 마스크 사기를 관두는 것이다.마스크는 의료진과 환자에게 양보하고, 건강한 시민들은 손 씻기에 열중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외환위기 때로 치면 ‘금 모으기 운동’과 다름없다. 그런 의미에서 공직자들부터 제발 마스크를 벗기 바란다.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

    • 202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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