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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열병식에 등장한 전략미사일이 비어있는 미사일 발사관이라는 의혹을 받는 것처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공성계(空城計)’를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로 향하고 있다고 밝힌 칼빈슨 항공모함 전단이 사실은 한반도 반대 방향으로 이동했던 것으로 드러나자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19일 사설에서 이렇게 비판했다. 공성계는 아군이 열세일 때 방어하지 않는 것처럼 꾸며 적을 혼란에 빠뜨리는 전략으로 손자병법 36계 중 하나다. 촉나라 제갈공명이 서성(西城)을 지킬 때 위나라 사마중달의 대군이 몰려왔으나 성 안에는 늙고 병든 병사들밖에 없었다. 제갈공명은 오히려 성문을 열어 비어있는 것처럼 한 뒤 망루에 올라 한가롭게 거문고를 뜯었다. 사마중달은 매복 가능성을 우려해 스스로 물러갔다. 이 신문은 칼빈슨 항모전단을 한반도로 향하게 한 것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전 세계가 주목했지만 15일 평양에서 김일성 생일 열병식이 진행될 당시 칼빈슨 항모전단은 북한에서 5600km 떨어진 해역에 있었다며 “북한과 미국이 ‘공대공(空對空·빈말 대 빈말)’의 상호 위협을 펴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북한이 15일에 6차 핵실험을 하지 않은 것이 칼빈슨 항모전단 때문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미국 역사에 보기 드문 ‘칼빈슨함 가짜 뉴스’는 트럼프와 미국의 위엄을 손상시켰다고 비판했다. 백악관 등 미 행정부는 일제히 거짓 발표가 아니었다며 해명에 나섰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함대가 한반도 해역을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벌어진 사실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주 브리핑에서 칼빈슨함의 한반도 전개를 언급한 것에 대해선 “(칼빈슨함 전개가) 무슨 의미인지에 관한 질문에 답했을 뿐 시기에 대해서는 말한 바 없다. 무엇이 오도라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칼빈슨함 항로 논란에 대해 “의도적으로 한 것은 아니며 북한을 향해 ‘압도적인 군사력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전방위 대북 압박에 나서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결국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동안 미 의회와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나 미 행정부는 법적 요건 등 절차상의 이유를 들어 당장 지정은 쉽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19일(현지 시간) 브리핑을 갖고 “북한을 테러지원국(state sponsor of terrorism)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심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과거 (행정부의) 협상과는 다른 입장에서 북한 정권에 가할 수 있는 모든 압박 방안과 함께 테러지원국 재지정까지 고려하는 등 북한의 모든 지위를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 정부는 1987년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 사건 후 1988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으며 2008년 북한과의 핵 검증 합의 후 명단에서 삭제했다. 이번에 재지정하면 9년 만이다. 테러지원국 재지정 권한을 갖고 있는 틸러슨 장관이 직접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심사를 거론한 만큼 미 행정부 내에선 재지정이 마무리 수순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 소식통은 “테러지원국 재지정 요건을 갖추기 위한 국제법적 근거를 수집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VX 가스로 김정남을 암살한 것도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 미국과의 통상 등에서 각종 불이익을 받게 되지만 북한은 대외무역을 대부분 중국과 하고 있어 실질적인 타격은 거의 없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을 ‘테러 국가’로 낙인찍어 다른 국가의 대북 제재를 유도하는 한편 해킹 등 사이버 이슈, 인권 문제 등과 관련한 대북 추가 제재를 더 쉽게 할 수 있다. 한편 미중 양국은 대북 압박을 위한 공동 전선을 이어가고 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중국이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 미국과 계속 협력해 나가고 있다. 중국이 점점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미국의 입장과 동조해서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북한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통일된 노력은 모두의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19일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를 전면적이면서도 엄격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北京)에서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제7차 중·EU 고위급 전략대화’를 가진 뒤 “어떤 대립과 긴장을 가속하는 언행에 반대하며 유관 각국이 정세를 완화하는 데 절실한 노력을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런 가운데 관영 환추(環球)시보가 20일 평양 시내 일부 주유소 영업이 중단됐다고 전해 중국의 대북 석유 공급 조치와 관련이 있는지 주목된다. 이 신문은 ‘19일 평양에서 온종일 주유소만 찾아다녔다’는 평양발 기사에서 평양 시내 일부 주유소에서 유류 판매가 중단됐고 외국 공관이나 기구의 인사들이 애용하는 외교단(外交團)주유소는 일반 고객을 상대로 한 영업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미중의 대북 압박에 존 에버라드 전 북한 주재 영국대사는 19일 CNN 온라인판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적 대북 압박이 심각한 위험을 안고 있지만, 일단 북한을 궁지에 몰아넣었다”고 평가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19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시점에서 북한과 어떠한 직접 대화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에서 적자를 감수하고 환율조작국 지정을 포기하면서 북핵에서 협조를 구하는 빅딜까지 추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표리부동’하게 북한을 지원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통해 북한을 바꾼다는 ‘이중제북(以中制北)’ 구애작전의 효과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방송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몹시 나쁜 상황이 닥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시 주석)을 상대로 강력한 무역보복이나 환율조작 발표를 시작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북핵 대응 태도가 기존과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중국이 (예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북한에) 대처하지 않고 있다”며 “누구도 중국이 이렇게 (대북 문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걸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를 무색하게 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15일 북한 김일성 105돌 생일(태양절) 군사 퍼레이드에 미사일을 운반하는 차량으로 중국산 트럭이 버젓이 등장한 것이다. 로이터통신과 중문 BBC방송은 19일 “퍼레이드에 등장한 6기의 북극성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2기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실은 트럭에는 모두 ‘중국중형(重型)자동차집단(Sinotruk)’의 로고가 선명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북한이 선보인 신형 방사포도 이 회사의 ‘하오워(HOWO)’ 브랜드의 트럭에 실려 소개됐다고 방송은 전했다. 중형자동차집단은 중국의 대표적인 국영 특수차량 제작업체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열병식에 나온 중국산 트럭과 타이어에 대한 질문을 받고 “중-북은 정상적인 무역 거래를 하고 있으며, 안보리 관련 결의는 엄격히 준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17일 중국이 유엔의 대북 제재결의안을 준수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달라진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6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전략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한반도에 재전개했다고 밝힌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CVN-70)이 실제로는 한반도로 향하지 않고 호주 해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북한 김일성 주석의 105회 생일을 기점으로 한반도 주변에 ‘4월 위기설’을 키운 근거가 사실이 아니었던 셈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8일 현재 호주 북서쪽 해상에 있는 칼빈슨함은 이제야 한반도로 함수를 돌리고 있다. 미군 관계자는 이날 AFP통신에 “칼빈슨함이 호주 북서쪽 해상에 있으며 앞으로 24시간 안에 동해를 향해 이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칼빈슨함은 빨라야 25일경 동해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미군 태평양사령부는 8일 “한반도 지역의 제1위협인 북한에 직접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며 칼빈슨함을 싱가포르에서 한반도 쪽으로 긴급 이동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칼빈슨함은 1주일 뒤인 15일에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와 자바 섬 사이의 순다 해협을 지나고 있었다. NYT는 미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지난주까지도 칼빈슨함은 인도양 해상에서 호주 해군과의 연합훈련을 위해 (한반도와) 정반대 방향으로 항해하고 있었다”며 “15일 한반도에서 남서쪽으로 4830km 이상 떨어진 곳에 있었다”고 전했다. 한반도와 주변국들을 일촉즉발의 위기로 몰아간 칼빈슨함의 엉뚱한 행보가 북한과 중국을 압박해 북한 도발을 제어하기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된 기만전술이었는지, 미 정부 내 소통 오류에 따른 해프닝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백악관 관계자는 CNN에 “펜타곤(미 국방부)이 백악관에 칼빈슨함의 정확한 위치를 업데이트하지 않았다”며 내부 소통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전했다. 한반도 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던 또 다른 미 항공모함 니미츠함도 중동 지역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네이비 타임스’ 등이 전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군사 조치 가능성과 관련해 ‘기습’과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전술을 본격적으로 구사하기 시작했다. 17일(현지 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관련해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지켜보자. 나는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내 조치들을 알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다.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을 한반도 인근으로 이동시키는 등 군사력을 평양에 정조준하면서도 군사행동의 시점과 조건, 규모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당분간 함구하겠다는 것이다. 이틀 전만 해도 트위터에 “우리 무력은 증강되고 있고 그 어느 때보다 급격히 강해지고 있다. 솔직히 말해 우리는 다른 방법이 없다”며 북한에 군사적 경고 메시지를 날린 트럼프가 대북 군사 조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겠다고 한 것은 대북, 대중 압박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중국, 북한과의 군사적, 외교적 기 싸움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최후의 수단인 군사 조치에 대해선 자신의 패를 보여 주지 않은 채 상대방을 압박하겠다는 트럼프 특유의 협상 전략인 셈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 기간에도 이슬람국가(IS) 격퇴전과 관련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판하며 “미리 공격하겠다고 공언하면 지도부들이 다 숨어서 군사 조치의 효과가 없다”고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트럼프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오바마 대통령 시절 몇 년간 (지금과는) 다른 일들을 봤다. (미국이) 북한의 이 양반(this gentleman·김정은)에게 압도(outplayed)됐다”고 주장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전략적 모호성 전술을 설파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브리핑에서 대북 군사 조치가 시작되는 레드라인이 있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공허하게) 모래밭에 어떤 레드라인을 그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적절한 때 단호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선을 넘었다고 판단되면 시리아 공습 때처럼 예고 없이 응징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북 군사 조치를 한다면) 아마도 (의회와의 협의 절차 없이) 헌법 2조의 대통령 권한을 활용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8일 일본을 방문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의 오찬에서 “미국의 전략적 인내 정책은 끝났다.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며 필요한 경우 무력사용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어 “평화는 힘에 의해 달성된다”며 “미국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일본 한국 및 모든 동맹국, 그리고 중국과 긴밀히 연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잇따라 강경한 대북 메시지를 내놓자 북한도 고위급 외교 라인을 동원한 선전전을 펼치며 맞불을 놓았다. 한성렬 외무성 부상은 18일 평양에서 BBC 취재진과 만나 “우리는 주 단위, 월 단위, 연 단위로 더 많은 미사일 시험을 수행할 것”이라며 “만약 미국이 우리를 향해 군사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면 우리는 우리의 방식과 수단으로 핵 선제 공격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군사적 수단을 동원할 만큼 무모하다면 그날 바로 전면전이 발생하는 것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김인룡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17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자처해 미국의 시리아 공습에 대해 “깡패 비슷한 논리를 가지고 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 주성하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이 각각 방한 중이던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측에 면담을 요청했으나 펜스 부통령 측에서 완곡하게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 안 후보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18일 “문, 안 후보 측에서 서로 다른 루트로 펜스 부통령과 만날 수 있는지 타진했으나 펜스 부통령은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점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미 정부 관계자도 펜스 방한 기간 중 백악관 기자들과 만나 “문, 안 후보 측에서 만남을 요청한 것은 맞다. 하지만 우리는 누가 당선되더라도 함께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펜스 측이 만남을 고사했음을 시사했다. 펜스 부통령은 2박 3일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다음 순방지인 일본으로 이날 떠났다. 그러나 문 후보 측은 “문 후보가 펜스 부통령에게 면담 요청을 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공식 부인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도 “면담을 요청했을 리 없다”고 해명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황형준 기자}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사진)이 18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손보겠다(reform)는 뜻을 밝혔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최고위급 인사가 한국을 지목해 FTA 개정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이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안보에 적극 협력하는 대신 FTA 재협상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연설에서 “우리의 무역협정이 상대국에 이익이 되는 만큼 미국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고자 모든 무역협정을 검토(review)하고 있다”며 “우리는 앞으로 함께 한미 FTA 개선이라는 목표를 향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 FTA 발효 이후 5년간 미국의 무역적자가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며 “미국 산업이 진출하기에 너무 많은 장벽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펜스 부통령의 발언을 한미 FTA ‘재협상’으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당장 조치한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현 시점에서 미 행정부의 검토 결과 이후 조치에 대해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잘 처신해야 한다(gotta behave)”며 대북 압박의 고삐를 조였다. 17일(현지 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대북 군사적 조치 가능성에 대해 “내가 뭘 할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공개적으로) 전달(telegraph)하길 원치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대북 군사 조치를 취할 경우 최근 시리아 공습처럼 기습적으로 단행할 것이며 그 전까지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대북·대중 압박 효과를 높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대북 군사 조치가 시작되는 ‘레드 라인’이 있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자신의 (대북) 카드를 조끼에 숨기고 있다”고 말했다.외교부 공동취재단·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공짜 안보는 없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한국을 떠나기 전 남긴 발언을 두고 외교 및 통상 전문가들은 이런 해석을 내놨다. 펜스 부통령은 방한 일정 마지막 날인 18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연설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선(reform)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 이후 “모든 무역협정을 재검토(review)하겠다”고 천명한 적은 있지만 최고위 인사가 한국을 방문해 직접 개정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 한미동맹 재확인 하루 만에? 펜스 부통령이 전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미동맹에 대해 ‘강철 같고 변하지 않을 것’ ‘미국은 한국 편에 100% 설 것’이라고 밝힌 뒤 하루 만에 한미 FTA 개정을 피력한 것은 트럼프식 한미동맹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핵 위협을 막아주는 대가로 무역 역조를 해소하기 위해 한미 FTA를 개정하자는 ‘안보 청구서’를 들이민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으로서는 발등에 떨어진 북핵 이슈 대처를 지렛대 삼아 미국의 무역수지와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여기는 한미 FTA를 언젠가는 뜯어고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미국의 무역통상 정책은 안보와 긴밀하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중국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우리와 협력하는데 왜 내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이라고 부르겠느냐”는 글을 남겼다. 중국은 안보 협력의 대가로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했다. 펜스 부통령의 이번 발언이 “무역통상 분야에서 일부 양보하라”는 ‘무언의 너지(Nudge·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로 해석되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엔 한미 FTA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해 왔지만 지난해 대선 기간에 한미 FTA의 개정 및 재협상 가능성을 수차례 시사했다.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죽이는 협정”이라거나 “미국 산업에 재앙”이라는 극단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중단 및 탈퇴를 선언하면서 다음 타깃은 한미 FTA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개정이냐 개선이냐… 의견 분분 정부는 펜스 부통령의 발언에 대해 “미국의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부통령이 연설문에서 쓴 ‘work toward’ ‘days ahead’ 같은 표현들을 보면 당장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미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외교 당국자도 “강경한 재협상이나 전면 수정 입장을 내비친 것도 아니고, 시기나 구체적인 계획을 정하지도 않아 크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도 “미국이 안보에 대한 반대급부로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했다는 해석은 지나치다”며 “부통령이 언급한 ‘reform’은 ‘개정’이 아닌 ‘개선’의 의미로 분석하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정혜선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 연구원은 “당장 재협상할 생각이 있었다면 ‘renegotiation’이라는 표현을 썼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펜스 부통령의 발언이 철저히 계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에 밝은 한 당국자는 “보통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 개선을 언급할 때 ‘review and revise’라고 말하지 사전적 의미로 개혁을 뜻하는 ‘reform’은 잘 쓰지 않는 표현”이라며 “크게 손질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정부 간 공식석상에서 나온 이야기는 아니지만 상대국에 주재하는 미국 기업인들을 상대로 한 연설이라면 작심하고 한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고도 전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모든 가능성을 열고 미국 측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철 대외경제연구원 무역통상본부장은 “정부가 한미 FTA의 성과를 미국과 공유하고 비관세 장벽 등 FTA 이행 문제에 대한 해소 방안을 찾는 데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세종=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신나리 기자}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비가 내린 1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함께 우산을 받쳐 쓰고 환담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황 대행은 이날 펜스 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 도착하자 미리 우산을 들고 나와 펜스 부통령 일행을 맞았다. 펜스 부통령이 차량에서 내리자 나란히 우산을 쓰고 오찬 장소인 삼청당까지 걸어서 50m가량 이동했다. 황 대행은 이 자리에서 삼청당의 역사와 주변의 고목 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펜스 부통령은 황 대행에게 “이번 방문은 여러 달 전에 기획된 것인데, 타이밍이 중요해졌다. 한국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미국의 의지를 재확인하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펜스 부통령은 이날 오전 예고 없이 남북 대치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해 한미 연합 방위 태세를 점검했다. 수행 기자들과 만나 “내가 여기 온 것 자체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보여 주고 있는 것”, “모든 대북 옵션은 테이블에 있다”고 강조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초강경 대북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인 캠프 보니파스에 도착해 남측 지역인 ‘자유의 집’을 찾아 장병들의 복무 상황을 살피고 격려했다. ‘자유의 집’을 “자유의 최전선(frontier of freedom)”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어 군사분계선(MDL)에서 불과 25m 떨어진 최북단 ‘오울렛 초소’를 찾아 망원경으로 북측을 살펴봤다. 이어 기자들에게 “내 부친(에드워드 펜스)이 소위 계급으로 1952년부터 1953년까지 6·25전쟁에 참전했다. 이곳에 와서 내 아버지가 싸운 전장도 볼 수 있었다. 한미 간 파트너십은 가족, 그리고 내게 상당한 자부심”이라고 한국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오찬 자리에서도 “아버지가 받은 훈장을 제일 소중히 여긴다”며 1953년 동성훈장을 받은 부친을 언급했다. 황 대행은 에드워드 펜스 소위가 훈장을 수여받는 사진이 새겨진 고려 백자 접시를 선물했다. 펜스 부통령은 황 대행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안녕하십니까”, “같이 갑시다”라고 한국말로 인사하기도 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우경임 기자}
취임 후 첫 방한에 나선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17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초강경 대북(對北), 대중(對中) 기조를 서울 한복판에서 재확인했다. “중국이 나서지 않으면 우리가 직접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없지만, 7일 미중 정상회담 후 1주일 넘게 북-미 간 군사적 긴장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 행정부의 강경한 대북 기조를 어느 때보다 분명한 어조와 메시지로 재천명한 것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서열 2위가 미국의 새로운 대북정책인 ‘최고의 압박과 개입(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을 본격화하겠다는 선언을 한반도에서 밝힌 만큼, 북핵을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회동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고 재확인하면서 전면 압박을 기조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구상을 비교적 상세히 밝혔다. 중국의 협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프로세스를 전방위로 전개하되, 이게 효과가 없으면 언제든 대북 선제타격 등 군사적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펜스 부통령은 우선 미국의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 의지를 어느 때보다 강한 어조로 재확인했다. 그는 “우리는 (한국민) 당신들과 함께할 것이다. 이는 100%”라고 말했다. 100%라는 표현은 트럼프가 지난달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도중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직후 사용한 표현으로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도 100%의 안보 공약을 제공하겠다는 점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은 한반도와 아시아태평양 평화 안전의 린치핀(lynchpin·핵심 축)”이라고 강조한 뒤 “한미동맹은 강철 같고 변하지 않을 것(ironclad and immutable)”이라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중국 역할론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중국이 북한의 도발에 적절하게 대처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밝혔듯이 중국이 북한에 대처하지 못하면 우리 동맹국이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대한(對韓)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와 관련해 펜스 부통령은 “한국이 자국을 방어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에 대해 중국이 경제적인 보복 조치를 취하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며 “중국은 이런 방어 조치(사드)를 필요하게 만드는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은 황 대행과의 오찬 자리에서 긴밀히 나눈 협상 끝에 나온 결과다. 정부 당국자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 우리 측 의견이 잘 반영된 성명이 나왔다. 우리가 ‘부당한 조치가 조속히 중단되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는 부분을 공동성명에 넣겠다고 하자 미국에서도 ‘좋다’고 호응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펜스 부통령은 이날 오전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 자리에서 수행 중인 백악관 출입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특정한 군사 조치에 대해서는 (전술적 이유를 감안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을 것임을 누차 밝혀 왔다”고도 했다. 펜스 부통령의 방한에 대해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이 군사적 압박을 가하면서 북한을 향해서는 ‘비핵화 대화로 나오라’, 중국을 향해서는 ‘북한을 비핵화 대화로 불러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평가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신나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미 중국이 북한 정권을 약화시키거나 불안정하게 할 수 있는 어떤 일도 하지 않을 것임을 깨닫고 있는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라는 두 스트롱맨의 북핵 정상회담이 사실상 아무 성과 없이 끝나자 워싱턴포스트(WP)는 이렇게 분석했다. 중국이 대북 제재에 선뜻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고 일찌감치 초강경 대북, 대중 압박으로 북핵 정책의 방향타를 잡았다는 것이다. 두 정상이 회담 후 “엄청난, 진정한 진전이 있었다”(트럼프) “공통의 이해에 도달했다”(시 주석)고 말했지만 이는 외교적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CBS 방송은 “두 정상이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만남(get to know each other meeting)”이라고 전했다. 이날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중국 방문 초청을 수용했고 올해 안에 답방할 가능성이 있다고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밝혔다. 하지만 시리아에 대한 전격적인 공습에서 볼 수 있듯, 북핵 위협이 임박(imminent)했다고 판단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대북 제재 협조를 압박하기 위해서라도 대북 제재, 대중 제재, 더 나아가 군사적 조치를 단계적으로 또는 동시에 검토하는 속도전식 압박 프로세스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시리아 공군기지 폭격 등으로 본 트럼프의 대외정책 독트린은 ‘독트린을 따르지 말라(Don‘t Follow Doctrine)’는 것이라고 8일 분석했다. 기존 신념이라도 과감하게 버리고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대응하는 것, 상대 국가가 예측할 수 없도록 해 혼란에 빠뜨리는 것, 그러면서도 동맹국의 방어는 소홀히 하지 않는 것 등이 특징이라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직후인 8일 핵항모인 칼빈슨함을 한반도 인근 서태평양에 급파하고, 백악관이 최근 마무리한 대북 구상에 김정은 참수 작전과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 등 군사 조치를 포함시켰다고 미 NBC 방송을 통해 흘린 것도 트럼프 독트린의 연장선상에서 해석될 수 있다. 대북 군사행동과 관련해 스파이서 대변인은 “시리아 공습은 단순히 시리아뿐만 아니라 (북한과 중국 등) 전 세계에 매우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리밍(華黎明)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초빙연구원도 “시리아 공습은 한반도 긴장이 계속 고조되면 북한에 군사적 타격을 감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뤼차오(呂超) 랴오닝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시리아와 달리 북한은 핵 반격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낮게 봤다. 군사적 무력시위를 제외하고 중국을 겨냥한 압박의 핵심은 북한의 돈줄을 끊기 위해 이들과 거래하는 중국 은행 및 기업에 전방위적 세컨더리 보이콧을 하는 것이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7일 회담 후 브리핑에서 세컨더리 보이콧 논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 “상무부는 최근 북한과 거래한 중국의 통신장비기업 ZTE에 11억7000만 달러(약 1조3300억 원)의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런 조치가 바로 불법 행위 엄벌에 대한 우리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란 점을 중국이 잘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결심만 선다면 언제든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중국에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이미 재무부는 북한을 겨냥한 제재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두 정상은 북핵과 통상 이슈 외에 남중국해 영유권 이슈와 해킹 등 사이버 이슈, 중국 내 인권 문제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중국해 이슈에 대해 “(항행의 자유를 규정한)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스파이서 대변인이 밝혔다. 이는 오바마 정부 때와 비슷한 기조다. 사이버 이슈 등에 대해선 미중 간 각료 회의를 통해 접점을 찾아가기로 합의했다. 한국의 관심이 컸던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문제는 이번 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핵 이견도 크고 남중국해 문제 등 산적한 현안이 많은데 사드는 입장의 상이함을 인정하는 수준에서 그친 것으로 보인다”며 “배치 반대 입장을 재확인한 중국 앞에서 미국도 사드 보복 철회를 강하게 요구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신나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7일(현지 시간) 정상회담에서 북핵 해법 도출에 실패하면서 독자적인 대북·대중 압박에 나서고 있다. 미 NBC방송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구상에 김정은 암살 등 선제타격과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가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대북 정책 검토를 마치고 이런 내용의 옵션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에 주둔하고 있던 미 해군의 핵추진 칼빈슨(CVN-70) 항모강습단을 8일 한반도 인근 서태평양으로 급파했다. 칼빈슨함은 F/A-18 슈퍼호닛 전투기 등 항공기 70여 대를 탑재하는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미군의 핵심 전략자산이다. 지난달 한미 독수리훈련 참가 이후 한 달도 안돼 다시 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7일 미국 플로리다 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첫 정상회담을 가졌으나 공동성명 발표나 기자회견도 없이 헤어졌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회담 직후 “중국과 함께 노력하길 바라지만 이 사안(북핵 해법)에 대해 중국이 우리와 조율할 수 없다면 독자적인 방도를 마련할 것이고 그럴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의견 차도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통화에서 “사드 배치 관련 문제에 대한 미국 측 입장을 시 주석에게 전달했다”고 했지만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중국은 사드 배치에 다시 한번 반대했다”고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우경임 기자}
미국에 살면 백인 남성들의 로망 중 하나가 ‘아메리칸 머슬’로 불리는 미국산 자동차 구입이라는 걸 금방 알게 된다. 연비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고성능 엔진이라는 ‘근육’으로 오로지 질주 본능을 위해 만든 차. 서부를 개척하고 패권국가를 일궈낸 미국인들의 절대 파워, 원초적 힘에 대한 동경심리가 반영돼 있다. 실제로 백인 중산층 집을 보면 독일이나 일본 차 외에 포드 ‘머스탱’이나 GM의 쉐보레 ‘카마로’ 같은 머슬 카를 여분으로 가진 곳이 꽤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머슬 카 마니아다. 카마로 오너인 그는 취임 후 미국 대표 오토바이인 할리데이비슨 최고경영자(CEO)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오토바이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할리데이비슨은 ‘머슬 바이크’로 불린다. 힘의 상징인 아메리칸 머슬이 떠오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6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단행한 시리아 공습을 보고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그토록 망설였던 시리아 공습을 이틀간의 작전 회의 끝에 결정한 트럼프의 ‘정치적 완력’과 오버랩됐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7일 회담 후 기자들이 “시리아 공습은 트럼프 국정 기조인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의 일환이냐”고 묻자 “당연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세력을 벌하기 위해 힘을 썼다는 것이다. 트럼프 취임 후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힘’ ‘승리’와 같은 오바마 정부에선 잘 쓰지 않던 ‘마초적’ 표현이 별 거부감 없이 자주 들리는 게 그중 하나다.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워싱턴에서 흔하게 듣는 대북 선제타격은 지난해까지 미군의 비공개 회의에서나 오가던 표현이었다. 마이클 멀린 전 미 합참의장이 지난해 9월 “북한이 미국을 위협한다면 북한을 선제타격할 수 있다”고 공개석상에서 말했을 때만 해도 워싱턴과 서울의 많은 사람이 귀를 의심했다. 일부는 “발언이 잘못 전달됐다”며 현실을 외면했다. 하지만 좋든 싫든 지금은 트럼프 대북정책의 한 옵션이다.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도 마찬가지다. 기자는 2015년 6월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세미나에서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들었다. 그 전에는 워싱턴 공개석상에서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 CSIS는 미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전술핵의 한반도 배치는 북한에 ‘핵으로 도발하면 즉각 대응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일부 워싱턴의 진보 매체는 “CSIS가 한반도 비핵화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기자도 ‘극우 세력이 워싱턴에도 있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 전술핵은 트럼프 시대 들어 선제타격 못지않게 자주 거론된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한국 방문을 마친 뒤 인터뷰에서 “(전술핵 재배치 등)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허용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NBC 방송은 7일 “백악관이 대북정책을 구상하면서 전술핵 재배치 등을 트럼프에게 보고했다”고 전했다. 시리아 공습은 힘을 내세운 트럼프 시대가 이젠 ‘실제 상황’임을 보여준다. 시 주석과의 북핵 담판을 별 성과 없이 끝낸 트럼프가 근육을 또 쓴다면 다음 표적은 북한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비슷한 시간, 한국 뉴스를 보니 정치권은 유력 대선 후보가 ‘3D 프린터’를 왜 ‘스리디’ 대신 ‘삼디’라고 말했는지 논쟁하고 있다. 트럼프를 취재하면서 한국의 현실을 보면 이제 갑갑함을 넘어 무섭다. 북핵 위협만큼이나 트럼프발 ‘아메리칸 머슬 폭풍’이 한반도에 임박하고 있다. 이승헌 워싱턴 특파원 ddr@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시리아에 대한 추가 공격 가능성을 시사하며 러시아를 향한 압박을 이어 나갔다. 러시아도 군함을 시리아 해안으로 이동시키며 맞불을 놓았다. 긴장은 높아지지만 물밑에선 대화를 통한 해법 모색도 시작됐다. 중국은 미-러 갈등으로 러시아와의 전통적인 유대가 강화될 것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오린 해치 상원의장 대행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은 필요하고 적절하다면 중요한 국익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추가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전쟁권한법에 따라 대통령은 군사 행동을 개시한 지 48시간 안에 이유를 의회에 설명해야 한다. 그는 트위터에 “우리의 위대한 군인들에게 축하를 보낸다. 시리아 공격에서 매우 잘했다(so well)”고 치하하기도 했다.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대사도 CNN과의 인터뷰에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축출될 때까지 정치적인 해법은 없으며 그와 함께 할 수 있는 어떤 종류의 옵션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사드 정권의 퇴출이 최종 목표이며 시리아 공격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를 분명히 한 것이다. 미 국방부는 러시아 정부가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공격을 사전에 알았거나 공모한 혐의가 있는지 관련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시리아에 대한 추가 경제 제재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히는 등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이어 나갔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크루즈 미사일로 무장한 함정을 시리아 해안으로 이동시키며 무력시위에 나섰다. 러시아 국영 미디어들은 최소 6척의 군함이 이동했으며 여기에는 시리아 공군기지를 향해 발사했던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에 대항한 칼리브르 크루즈 미사일이 탑재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반군을 향한 폭격도 이어졌다. 시리아 반군이 장악 중인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 주 우룸알조즈에서 8일 공습이 진행돼 민간인 18명 이상이 숨졌다고 시리아 인권관측소가 전했다.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떨어뜨려 미국의 공습을 야기한 지역 인근이다. 시리아 인권관측소 관계자는 “공습 주체는 시리아 정부를 지지하는 러시아 폭격기로 보인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8일 0시부터 시리아 영공에서의 전투기 충돌을 피하기 위해 미국 국방부와 설치했던 통신 핫라인을 차단하며 압박수위도 높였다. 그러나 직접적인 충돌을 막기 위한 미국과 러시아의 물밑 움직임도 시작됐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8일 전화통화에서 서로를 비판하면서도 계속 접촉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 측에 먼저 전화를 요청한 틸러슨 장관은 미국 방송 CBS에 출연해 “이슬람국가(IS) 격퇴가 미국의 가장 중요한 대시리아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리아 정부군 공습으로 러시아, 시리아 정부군과 함께 구축했던 대IS 전선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발언이다. 미군은 8일 IS 수도 락까 인근에도 폭격을 퍼부었다. 분수령은 11일 틸러슨 장관의 러시아 방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10일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주변국들과 의견을 조율할 계획이다.파리=동정민 ditto@donga.com / 워싱턴=이승헌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의 마러라고 정상회담에서 북핵 해법 도출에 실패하면서 독자적인 대북, 대중 압박에 나서고 있다. 미 NBC 방송은 7일(현지 시간) 정보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구상에 김정은 암살 등 선제타격과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가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대북 정책 검토를 마치고 이같은 골자의 대북 옵션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에 주둔하고 있던 미 해군의 핵추진 칼빈슨호(CVN 70) 항모강습단을 8일 한반도 인근 서태평양으로 급파했다. 칼빈슨호는 F/A-18 슈퍼호넷 전투기 등 항공기 70여대를 탑재하는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미군의 핵심 전략자산이다. 지난달 한미 독수리훈련 차 한반도에 전개됐다 한달도 안돼 다시 오는 것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7일 미중정상회담 후 브리핑에서 “우리는 중국과 함께 노력하길 바라지만 이 사안(북핵 해법)에 대해 중국이 우리와 조율할 수 없다면 우리는 독자적인 방도를 마련할 것이고 그럴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시리아 공습은 단순히 시리아 뿐만 아니라 (북한과 중국 등) 전 세계에 매우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대한(對韓) 보복 조치에 대해 회담 후 언급하지 않아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과의 통화에서 “사드 배치 관련 문제에 대한 미국 측 입장을 시 주석에게 전달했다”고 했지만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7일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중국은 사드 배치에 다시 한 번 반대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두 정상의 역사적인 첫 만남은 시작만큼은 화기애애했다. 6일 오후 5시경(현지 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펑리위안(彭麗媛) 여사 부부가 미국 플로리다 주 마러라고 리조트에 도착할 때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 주석 모두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다. 회담과 만찬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 딸 이방카의 5세 딸 아라벨라와 3세 아들 조지프가 시 주석과 펑 여사 부부 앞에 깜짝 등장했다. 두 아이는 중국 민요인 ‘모리화(茉莉花·재스민)’를 부르고 ‘삼자경(三字經·과거 중국에서 아이들이 글자를 익히던 책)’과 당시(唐詩)를 암송해 시 주석 부부를 즐겁게 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하지만 만찬 전 회담에 돌입하자 북핵 문제와 미중 간 무역 불균형 문제 등 양국이 평행선을 달려온 주요 사안에서 두 스트롱맨의 기 싸움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현안에 대해 별다른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동상이몽(同床異夢·같이 있지만 다른 생각을 함) 탐색전’에 그쳤다는 관측이 나왔다. 회담 전 시리아 공습이라는 전례 없는 수를 둔 트럼프는 어느 때보다 기세등등했다. 마치 시리아 공습이 대북 선제타격을 위한 ‘몸 풀기’라는 인상을 주면서 시 주석을 회담 전부터 압박했다. 트럼프는 이날 만찬 전 시 주석을 옆에 두고 “우리는 이미 긴 대화를 나눴다. 지금까지는 얻은 게 아무것도 없다. 전혀 없다”며 듣는 사람까지 깜짝 놀라게 했다. 물론 트럼프는 이 말 직후 웃으며 “하지만 우리는 우정을 쌓았다. 장기적으로 우리는 매우매우 위대한 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기를 매우 고대한다”고 말했지만, 지금까지 시 주석이 대북제재에 협조하지 않아 북한이 핵개발 완성 직전까지 이르렀다는 데 방점이 찍힌 돌직구였다. 시 주석은 이 말을 듣고선 쓴웃음을 지으며 제대로 반응조차 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대북 군사조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중국의 전면적인 대북 압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트럼프가 구체적으로는 중국 은행들이 북한과 더 이상 거래하지 못하도록 관련 조치를 요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는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은행 및 기업에 대한 전방위 세컨더리 보이콧 적용 카드를 흔들며 시 주석의 반응을 떠봤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북한과 불법 거래하는 중국 기업만 제재했다면 세컨더리 보이콧은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기업과 은행을 미국법에 따라 제재하겠다는 것이다. 북핵과 함께 양대 이슈로 거론된 미중 간 무역 불균형 문제에 대해 시 주석은 미국에 대한 투자 확대와 무역 불균형 해소 등 트럼프의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주는 선물 목록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회담 뒤 이어진 만찬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족할 만한 회담을 진행해 중미 관계에서 중요한 공통의 인식에 이르렀다”며 ‘무역투자 확대’를 거론했다. 신화통신은 회담의 민감성을 감안한 듯 구체적인 내용은 쏙 뺀 채 양국 정상이 협력을 강조했다는 내용으로 보도를 채웠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미가 민감한 문제를 타당하게 처리하고 이견은 건설적으로 관리 통제해야 한다”며 “중대한 국제 및 지역 문제에서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야 하고 양국 핫이슈를 적절히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핵심 의제인 북핵과 무역 불균형에 대한 트럼프의 파상공세에 시 주석도 응수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시 주석이 “우리는 중미 관계를 좋게 만들어야 할 1000가지 이유가 있다. 중미 관계를 나쁘게 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며 “새로운 출발점에서 중미 관계가 더욱 크게 발전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트럼프에게 올해 중국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트럼프가 가까운 시일 안에 중국에 가겠다고 화답했다고 신화통신은 보도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윤완준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종종 ‘홍 트럼프’로 불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특유의 막말 때문이다. 처음엔 부인했지만 싫지는 않은 표정이다. 홍 후보는 국회의원은 물론 경남도지사 시절에도 돌직구로 유명했지만 대선 정국 전후로 그 강도가 더 심해졌다. 지난달 18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한 ‘자살’ 발언이 시작이었다. 홍 후보는 ‘성완종 게이트 사건’의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어 자격 논란이 있다는 지적에 “만약 0.1%도 가능성이 없지만 유죄가 나온다면 노 전 대통령처럼 자살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에 앞서 문 후보에 대해서는 “지금 민주당 1등 하는 후보는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홍 후보는 상대편의 반발에 무덤덤하다. 오히려 즐기는 듯하다. “표현이 다소 거칠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팩트(사실)”라며 물러서지 않는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는 ‘중도’라고 했다가 최근 지지율이 급등한 뒤로는 ‘얼치기 좌파’로 표현을 바꿨다. 이른바 ‘비문 후보 단일화’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안 후보를 ‘민주당 2중대’로 깎아내려 자신과 문 후보의 ‘우파 대 좌파’ 양자 대결 구도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를 향해서는 “TK(대구경북) 정서는 살인범도 용서를 하지만 배신자는 용서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막말 시리즈에 정작 홍 후보는 막말이 아니란다. “정치라는 것은 고상한 언어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소박한 언어로 서민이 사용하는 언어로 하니까 품격이 떨어진다”고도 했다. 실제로 트럼프가 구사해 온 막말은 홍 후보보다 훨씬 강도가 세다. 우리 정치권이라면 한 번만 말해도 정치생명이 끝장날 만한 초강경 막말이 즐비하다. 2015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자신에게 거친 질문을 던진 여성 앵커를 겨냥해 “그녀의 눈은 물론 다른 어딘가에서도 피가 나오고 있었을 것”이라고 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전 미국 대통령들에게선 찾기 어려운 막말을 하면서도 트럼프가 여전히 살아남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트럼프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라는 틀을 깨겠다고 공언했고, 그의 막말은 트럼프 식 ‘언행일치’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PC로 불리는 ‘정치적 올바름’은 인종차별, 종교적 편견 등을 금기시하는 일종의 사회문화적 운동으로 지난 20∼30년간 미국에서 보편적인 불문율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갈수록 먹고살기 어려워져 이런 사회적 체면치레를 사치라고 느낀 중산층 이하의 트럼프 지지층은 ‘착한 사람 코스프레(분장)’를 거부하는 ‘속 시원한’ 트럼프 화법에 지지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자신의 막말이 ‘계산된 발언’이라는 홍 후보가 이런 점까지 감안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홍 후보의 지지율이 유지되거나 오른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마음 둘 곳을 잃은 보수 민심이 홍 후보의 막말에 ‘정치적 위안’을 느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송찬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6일(현지 시간)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정부군을 향해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 민간인 등을 겨냥한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이 정한 ‘레드 라인’을 넘으면 미국 혼자라도 군사 공격에 나선다는 ‘트럼프식 군사 일방주의’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도 핵·미사일 개발의 ‘레드 라인’을 넘을 경우 선제타격 등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결정을 통해 미국의 국가 이익을 위해서는 유엔은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 등 강대국의 동의를 구하지 않겠다는 뜻도 명확하게 밝혔다. 아사드 정권을 비호해 온 러시아가 유엔 결의안 채택을 무산시킨 뒤 한 시간 만에 일방적인 군사행동을 취했다. 북한을 감싸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플로리다 정상 만찬이 끝나는 순간 시리아 공습을 단행한 것 역시 북한을 더 이상 감싸지 말고 대북 제재에 적극 참여하라는 메시지로 보인다. 미군 관계자는 이날 오후 8시 45분(시리아 현지 시간 7일 오전 3시 45분) 지중해에 있는 미 해군 구축함인 포터함과 로스함에서 시리아의 샤이라트 공군 비행장을 향해 59발의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곳은 4일 반군 장악 지역인 이들리브 주에 대한 화학무기 공격으로 최소 86명의 생명을 앗은 시리아 전투기들이 이륙한 곳이다.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만찬 직후 긴급 성명을 내고 “치명적인 화학무기의 사용을 저지해야 한다. 이는 미국의 안보와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밝혔다. 이번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내린 군사 명령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공습 직후 “미국의 시리아 공습은 조작된 명분에서 나온 자주적인 국가에 대한 침략이며 국제법 위반”이라며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심각하게 손상시켰다”고 반발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밀월 양상을 보이던 양국 관계가 급속히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파리=동정민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플로리다 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첫 공식 일정인 만찬을 막 끝낸 6일(현지 시간) 오후 8시 45분경. 시리아의 샤이라트 공군 비행장에는 59발의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이 내리 쏟아졌다. 전투기, 활주로, 유류 보급소를 목표로 한 이번 공격 결과 장군 1명을 포함한 시리아 정부군에서 최소 7명이 죽고 9명이 다쳤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시리아 관영 통신은 어린이 4명을 포함한 민간인 9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만찬 직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참모들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를 열어 민간인을 향해 화학무기를 쓴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에 대한 보복 공격을 결정한 뒤였다. 트럼프의 공습 결정은 5일 백악관에서 요르단 압둘라 2세 국왕과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시리아는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었다”고 말한 지 불과 하루 만에 이뤄졌다. 맥매스터 안보보좌관에 따르면 트럼프는 4일 첫 시리아의 화학무기 공격 보고를 받은 직후 참모들에게 대응책 마련을 지시했고 군사적 대응이 포함된 3가지 대안을 보고받았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6일 플로리다에서 화상회의를 통해 공습을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리아 공습이 북한에 대한 미국의 무력 사용 가능성을 더 분명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WSJ는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는 북한 이슈를 풀기 위한 결심이 단호하다는 사실을 (중국에) 보여주기를 원한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와 함께 시리아 제재안을 반대해 온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미중 정상회담의 성공이 시 주석의 권력 안정과 직결된다고 본 중국 역시 시리아 공습에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시 주석이 성대히 환영받는 이미지가 중요한 중국은 시리아 공습에 체면을 손상당했다고 느꼈을 것이 분명하다. 시 주석은 2015년 미국을 방문했을 때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에 가렸던 경험이 있다. 트럼프는 이날 유엔과 동맹국 동의 없이 군사적 행동을 단행하는 전형적인 미국의 일방주의 성향도 고스란히 드러냈다. 트럼프는 공습 기자회견에서 “문명국가들은 미국과 함께해 달라”며 향후 동맹들과의 공동 대응도 요구할 방침임을 밝혔다. 트럼프는 2013년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으로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시리아 공습을 검토할 때 트위터에 “시리아 공격 전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만 한다. 안 한다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쓴 적이 있다. 정작 자신은 이번 공습 전 의회와 전혀 논의하지 않아 적법성 논란도 일고 있다. ‘브로맨스’를 뽐냈던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분위기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을 강하게 비난하면서도 시리아 정부군과 함께 반격하겠다는 등의 후속 조치를 밝히지는 않고 있다. 이번 미국의 공격이 일회성인지 아사드 축출까지 이어질지 의도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 외교 전문가인 블라디미르 프롤로프는 뉴욕타임스(NYT)에 “이건 트럼프가 오바마와 다르게 보이려는 상징적인 행동일 뿐”이라며 “그냥 한번 타격해 본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미중 정상회담에 맞춰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하려다 ‘공습 경고’를 받은 북한도 당황스러운 처지다. 마침 김정은은 6일 아사드 대통령에게 집권당 창건기념 축전을 보내기도 했다. 미국의 시리아 공격 명분이 ‘화학무기 사용’이라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북한은 올 2월 말레이시아에서 김정남을 암살하면서 독극물을 사용했다.파리=동정민 ditto@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주성하 기자※ 토마호크인디언이 사용하던 전투용 도끼에서 이름을 딴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은 1983년 실전 배치돼 1991년 걸프전 당시 ‘사막의 폭풍 작전’에 처음 사용됐다. 길이 6.25m, 무게 1.2t으로 450kg짜리 탄두를 시속 880km 속도로 1250∼2500km까지 날려 보낼 수 있다. 군함과 잠수함 등에서 발사하면 레이더망을 피해 저공비행하며 목표물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1998년 코소보 사태, 2003년 이라크전쟁, 2011년 리비아 공습 등에도 활용됐다.}
미국의 유명 정치 코미디 쇼인 NBC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풍자에서 유일하게 사람이 아닌 ‘악령’으로 묘사되는 인물이 있다. 해골 가면과 검은 망토를 두른 이 악령은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늘어놓는 트럼프 대통령(앨릭 볼드윈 역)에게 “오늘 많이 웃겼으니 이제 내 자리 좀 비켜줘”라고 하대한다. 트럼프는 깍듯하게 “네, 대통령님. 제 자리로 가겠습니다”라고 답하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트럼프 대통령을 조종하는 악령으로 묘사될 만큼 국정 운영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수석고문(64)이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전격 배제됐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은 5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배넌의 NSC 배제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날 백악관이 공개한 새로운 NSC 조직도에도 배넌의 이름은 빠져 있다. 핵심 실세였던 배넌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인 올 1월 말 NSC 내 장관급 회의의 상임위원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외교안보 분야 경력이 전혀 없고, 극우 인터넷 매체인 ‘브라이트바트 뉴스’를 설립한 이력 등으로 부적격자란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도 배넌의 NSC 참여에 대해 “국가안보의 정치화”라고 맹비난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 힘을 실어줬다.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사임한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후임으로 육군 중장 출신의 허버트 맥매스터가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되면서 배넌의 입지가 크게 흔들렸다. 미 정부 관계자는 AFP통신에 “맥매스터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NSC 구성의 재량권을 요구했고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실질적 권한을 쥐게 된 맥매스터가 NSC 운영에 방해가 되는 배넌의 배제를 결심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언론들은 ‘맥매스터의 승리’라고 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국가정보국장(DNI)과 합참의장을 NSC 장관급회의의 당연직 위원으로 복원시켜 NSC 기능을 정상화했다. 국가정보국장과 합참의장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까지 당연직 멤버였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초청 대상자’로 강등됐었다. 주요 국가안보 현안들이 논의되는 NSC 장관급회의에서 배넌이 배제됨에 따라 핵심 국정 현안에 대한 접근권도 상당 부분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미 정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반(反)이민 행정명령’ 등 그동안 배넌 주도로 추진된 정책들 중 난항을 겪는 사례가 늘어나자 이에 대한 책임을 묻고, 배넌과의 ‘거리 두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많다.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장녀 이방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배넌의 역할을 줄여야 한다고 건의해 배넌이 NSC에서 축출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쿠슈너는 주요 정책에 대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을 강조해 과격한 정책 추진을 선호한 배넌과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지난해 미 대선에서 러시아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배넌의 ‘친(親)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 성향도 NSC 배제를 초래한 배경 중 하나라고 전했다. 배넌의 NSC 배제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전략은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을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