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김상훈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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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상훈 기자입니다.

corekim@donga.com

취재분야

2025-07-01~2025-07-31
건강80%
경제일반13%
산업7%
  • 하루 2만보 성큼성큼… “걸으면 건강이 따라와요

    헬스클럽 1년 회원권을 끊기는 쉽다. 하지만 1년 동안 꾸준히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에는 주 3, 4회 가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주 1회로 줄어든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샤워만 하고 오기도 한다. 이런 사례는 흔하다. 박동일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54)도 그랬다. 병원 주변 헬스클럽에 등록했지만 가장 많이 갔을 때가 주 2회였다. 운동량이 부족하니 체중도 늘었다. 음식에 좀 신경을 썼더니 체중이 더 늘지는 않았지만 근육량은 줄었다.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이 필요했다. 박 교수는 출퇴근길을 활용했다. 덕분에 몸 상태도 좋아졌단다. 톡톡히 효과를 본 셈이다. 박 교수의 건강법을 들어 봤다. ○“출퇴근 자체가 완벽한 운동” 언젠가 출근하는 전철 안에서 친한 병원 동료를 만났다. 그 후배가 병원 두 정거장 전에서 내렸다. 이유를 물었더니 걷기 위해서라고 했다. 당시만 해도 박 교수는 그런 후배를 보며 큰 감흥이 없었다. 그랬던 박 교수가 지금은 매일 걸어 출퇴근한다. 벌써 5년째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병원에서 서너 정거장 떨어진 곳에서 저녁 약속이 있었다. 한번 걸어볼까 하며 청계천을 따라 걸었다. 의외로 괜찮았다. 출근할 때 걸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박 교수는 오전 6시 반 전후에 집을 나선다. 사람이 덜 붐비는 시간에 걷기 위해서다. 전철역까지 15분 정도 걸어간다. 전철을 한 번 갈아타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내린다. 이후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한다. 청계천을 따라 쭉 걷다가 청계광장으로 나온 후에는 덕수궁 길을 따라 걷는다. 걷는 속도는 시속 6km 정도.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다. 출근하는 데 1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처음에는 주 3회 정도 이렇게 출근했다. 걸어 보니 좋았다. 얼마 후 매일 걷기로 바꿨다. 이후 출근길 걷기를 가급적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걷는다. 날씨가 너무 나쁘면 동대문역사문화공원부터 서울시청역까지 연결된 지하도를 걷는다. 출근길 걷기가 익숙해지자 퇴근길 걷기에 도전했다. 하지만 병원과 학회 업무도 많았고, 저녁 약속도 많았다. 매일 퇴근길 걷기는 쉽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저녁 약속이 크게 줄었다. 이젠 퇴근길 걷기도 매일 한다. 코스는 출근길 코스와 같다. 가끔 여유가 있을 때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을 지나쳐 30분 이상을 더 걷기도 한다.○하루 2만 보 이상 걸어 박 교수는 걷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다. 출퇴근길에 걷고 병원 안에서도 많이 걷다 보니 매일 2만 보를 넘는다. 박 교수는 “사실 처음에는 매일 1만 보 걷는 게 목표였는데, 걷다 보니 그 정도로는 건강 증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 2만 보로 올렸다”고 말했다. 저녁 약속이 있는 날에는 낮에 걷는다. 진료가 없는 날에는 연구팀 동료들과 함께 점심시간을 이용해 인근 산에 오른다. 1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박 교수는 “성곽 길을 따라 걷거나 인왕산 정상까지 종종 간다”고 말했다. 출퇴근하지 않는 휴일에도 걷는다. 아내와 함께 반려견을 데리고 집 주변 공원으로 간다. 평일처럼 2만 보는 걷지 못하지만 웬만하면 1만 보는 채운다. 휴일에 가끔 골프장에 갈 때도 카트를 타지 않고 18홀 내내 걷는다. 걷고 난 후에는 스트레칭을 한다.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을 이완시켜주는 동작 위주로 한다. 박 교수는 “몸이 쑤시는 채로 그냥 두면 나중에 더 아플 수 있어 스트레칭도 걷기 일환으로 생각하고 반드시 한다”고 말했다. 매일 이렇게 걸으면 오히려 피곤하지 않을까. 아주 고강도의 근력 운동이 아니기 때문에 피로감을 많이 느끼지는 않는다. 그래도 몸이 쉴 필요가 있단다. 이를 위해 휴일에 반나절 정도는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한다. 다만 수면 리듬이 흐트러질 수 있어 잠은 몰아서 자지 않는다. 대신 밀린 책도 읽고, 인터넷 영상도 보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낸다. ○5년 동안 출퇴근 걷기의 효과 출퇴근 걷기를 하기 전 그의 몸 상태는 썩 좋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서 체중이 조금씩 불었고,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도 높았다. 특히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 한때 약을 먹기도 했다. 출퇴근 걷기를 하면서 몸이 달라졌다. 혈압은 더 오르지 않아 정상 범위를 유지했다. 콜레스테롤 수치도 크게 떨어져 정상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따로 근력 운동을 하지 않는데도 근육량이 늘었다. 뿐만 아니라 몸이 상당히 가벼워졌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심리적으로도 많이 안정됐다. 일단 혼자 걷는 시간이 늘면서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많이 갖게 됐다. 머릿속으로는 밀린 일을 생각하면서 몸은 걷는 일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골치를 꽤나 썩이는 여러 프로젝트의 해결점을 찾을 때도 더러 있었다. 미국에 있는 딸과도 출근 시간에 영상통화로 대화한다. 몇 달 전에는 대학을 졸업한 딸의 진로를 놓고 여러 날에 걸쳐 출근 화상통화를 하기도 했다. 업무량도 많고 미국과 시차가 있어 좀처럼 하지 못하던 통화를 이틀마다 하다 보니 서로에 대한 오해도 풀리고, 최적의 해법을 찾아냈단다. 걷기가 생활의 일부를 넘어 치유의 도구가 됐다.출퇴근길 걸을땐전용 운동화-양말 여분 충분히… 처음엔 천천히 걷고 자신만의 코스 개발하면 좋아출퇴근길 걷기로 건강을 챙기면 어떨까. 박동일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한 달만 꾸준히 하면 적응이 돼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준비는 철저히 해야 한다. 첫째, 걷기용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 편한 구두라 해도 발에 무리가 간다. 출근 후 발에 땀이 찰 수 있기 때문에 사무실에 여분의 양말과 신발을 두는 게 좋다. 하루 이틀로 끝낼 게 아니기 때문에 자외선에도 대비해야 한다. 가급적 모자를 쓰고 걷도록 하자. 와이셔츠를 잘 안 입는다. 겉에는 양복을 입지만 면으로 입는다. 습관이 되니까 20분 지나면 땀이 식는다. 옷은 갈아입고 연구실 옷장에 여벌의 옷과 양말 같은 것을 놓는다. 둘째, 입문 단계에서 속도를 너무 내서는 안 된다. 무릎에 이상이 생길 수 있고 발바닥 통증도 나타나기 쉽다. 빨리 걸으려는 욕심을 줄이고 천천히 걷도록 하자.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속도를 서서히 올린다. 셋째, 걷기 위한 자기만의 코스를 개발하는 게 좋다. 사람이 많거나 도심 거리는 일단 피하도록 하자. 한적한 거리라 해도 신호등이 많으면 피해야 한다. 출퇴근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걷기에 좋은 코스를 찾도록 하자. 이렇게 하려면 처음에는 여러 코스를 걸어봐야 한다. 넷째,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간도 줄이고, 그 시간에 걸어야 운동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다리를 건너거나 복잡한 도심을 통과해야 할 때가 아니면 대중교통도 줄이고 걷도록 하자. 다섯째, 걷기를 끝냈다면 마무리 스트레칭을 해줘야 한다. 걷기 전, 혹은 걷는 도중에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좋다. 다만 이 모든 과정을 생략하더라도 운동을 끝낸 후에는 꼭 스트레칭을 하자. 그래야 뭉치고 수축된 근육을 풀어줄 수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1-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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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퇴근 자체가 완벽한 운동”…5년 걸었더니 혈압도 정상으로

    헬스클럽 1년 회원권을 끊기는 쉽다. 하지만 1년 동안 꾸준히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에는 주 3, 4회 가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주 1회로 줄어든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샤워만 하고 오기도 한다. 이런 사례는 흔하다. 박동일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54)도 그랬다. 병원 주변 헬스클럽에 등록했지만 가장 많이 갔을 때가 주 2회였다. 운동량이 부족하니 체중도 늘었다. 음식에 좀 신경을 썼더니 체중이 더 늘지는 않았지만 근육량은 줄었다.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이 필요했다. 박 교수는 출퇴근길을 활용했다. 덕분에 몸 상태도 좋아졌단다. 톡톡히 효과를 본 셈이다. 박 교수의 건강법을 들어 봤다. ●“출퇴근 자체가 완벽한 운동”언젠가 출근하는 전철 안에서 친한 병원 동료를 만났다. 그 후배가 병원 두 정거장 전에서 내렸다. 이유를 물었더니 걷기 위해서라고 했다. 당시만 해도 박 교수는 그런 후배를 보며 큰 감흥이 없었다. 그랬던 박 교수가 지금은 매일 걸어 출퇴근한다. 벌써 5년째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병원에서 서너 정거장 떨어진 곳에서 저녁 약속이 있었다. 한번 걸어볼까 하며 청계천을 따라 걸었다. 의외로 괜찮았다. 출근할 때 걸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박 교수는 오전 6시 반 전후에 집을 나선다. 사람이 덜 붐비는 시간에 걷기 위해서다. 전철역까지 15분 정도 걸어간다. 전철을 한 번 갈아타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내린다. 이후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한다. 청계천을 따라 쭉 걷다가 청계광장으로 나온 후에는 덕수궁 길을 따라 걷는다. 걷는 속도는 시속 6㎞ 정도.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다. 출근하는 데 1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처음에는 주 3회 정도 이렇게 출근했다. 걸어 보니 좋았다. 얼마 후 매일 걷기로 바꿨다. 이후 출근길 걷기를 가급적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걷는다. 날씨가 너무 나쁘면 동대문역사문화공원부터 서울시청역까지 연결된 지하도를 걷는다. 출근길 걷기가 익숙해지자 퇴근길 걷기에 도전했다. 하지만 병원과 학회 업무도 많았고, 저녁 약속도 많았다. 매일 퇴근길 걷기는 쉽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저녁 약속이 크게 줄었다. 이젠 퇴근길 걷기도 매일 한다. 코스는 출근길 코스와 같다. 가끔 여유가 있을 때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을 지나쳐 30분 이상을 더 걷기도 한다.●하루 2만 보 이상 걸어박 교수는 걷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다. 출퇴근길에 걷고 병원 안에서도 많이 걷다 보니 매일 2만 보를 넘는다. 박 교수는 “사실 처음에는 매일 1만 보 걷는 게 목표였는데, 걷다 보니 그 정도로는 건강 증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 2만 보로 올렸다”고 말했다. 저녁 약속이 있는 날에는 낮에 걷는다. 진료가 없는 날에는 연구팀 동료들과 함께 점심시간을 이용해 인근 산에 오른다. 1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박 교수는 “성곽 길을 따라 걷거나 인왕산 정상까지 종종 간다”고 말했다. 출퇴근하지 않는 휴일에도 걷는다. 아내와 함께 반려견을 데리고 집 주변 공원으로 간다. 평일처럼 2만 보는 걷지 못하지만 웬만하면 1만 보는 채운다. 휴일에 가끔 골프장에 갈 때도 카트를 타지 않고 18홀 내내 걷는다. 걷고 난 후에는 스트레칭을 한다.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을 이완시켜주는 동작 위주로 한다. 박 교수는 “몸이 쑤시는 채로 그냥 두면 나중에 더 아플 수 있어 스트레칭도 걷기 일환으로 생각하고 반드시 한다”고 말했다. 매일 이렇게 걸으면 오히려 피곤하지 않을까. 아주 고강도의 근력 운동이 아니기 때문에 피로감을 많이 느끼지는 않는다. 그래도 몸이 쉴 필요가 있단다. 이를 위해 휴일에 반나절 정도는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한다. 다만 수면 리듬이 흐트러질 수 있어 잠은 몰아서 자지 않는다. 대신 밀린 책도 읽고, 인터넷 영상도 보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낸다. ●5년 동안 출퇴근 걷기의 효과출퇴근 걷기를 하기 전 그의 몸 상태는 썩 좋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서 체중이 조금씩 불었고,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도 높았다. 특히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 한때 약을 먹기도 했다. 출퇴근 걷기를 하면서 몸이 달라졌다. 혈압은 더 오르지 않아 정상 범위를 유지했다. 콜레스테롤 수치도 크게 떨어져 정상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따로 근력 운동을 하지 않는데도 근육량이 늘었다. 뿐만 아니라 몸이 상당히 가벼워졌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심리적으로도 많이 안정됐다. 일단 혼자 걷는 시간이 늘면서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많이 갖게 됐다. 머릿속으로는 밀린 일을 생각하면서 몸은 걷는 일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골치를 꽤나 썩이는 여러 프로젝트의 해결점을 찾을 때도 더러 있었다. 미국에 있는 딸과도 출근 시간에 영상통화로 대화한다. 몇 달 전에는 대학을 졸업한 딸의 진로를 놓고 여러 날에 걸쳐 출근 화상통화를 하기도 했다. 업무량도 많고 미국과 시차가 있어 좀처럼 하지 못하던 통화를 이틀마다 하다 보니 서로에 대한 오해도 풀리고, 최적의 해법을 찾아냈단다. 걷기가 생활의 일부를 넘어 치유의 도구가 됐다. 출퇴근길 걷기 요령은…출퇴근길 걷기로 건강을 챙기면 어떨까. 박동일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한 달만 꾸준히 하면 적응이 돼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준비는 철저히 해야 한다. 첫째, 걷기용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 편한 구두라 해도 발에 무리가 간다. 출근 후 발에 땀이 찰 수 있기 때문에 사무실에 여분의 양말과 신발을 두는 게 좋다. 하루 이틀로 끝낼 게 아니기 때문에 자외선에도 대비해야 한다. 가급적 모자를 쓰고 걷도록 하자. 와이셔츠를 잘 안 입는다. 겉에는 양복을 입지만 면으로 입는다. 습관이 되니까 20분 지나면 땀이 식는다. 옷은 갈아입고 연구실 옷장에 여벌의 옷과 양말 같은 것을 놓는다. 둘째, 입문 단계에서 속도를 너무 내서는 안 된다. 무릎에 이상이 생길 수 있고 발바닥 통증도 나타나기 쉽다. 빨리 걸으려는 욕심을 줄이고 천천히 걷도록 하자.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속도를 서서히 올린다. 셋째, 걷기 위한 자기만의 코스를 개발하는 게 좋다. 사람이 많거나 도심 거리는 일단 피하도록 하자. 한적한 거리라 해도 신호등이 많으면 피해야 한다. 출퇴근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걷기에 좋은 코스를 찾도록 하자. 이렇게 하려면 처음에는 여러 코스를 걸어봐야 한다. 넷째,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간도 줄이고, 그 시간에 걸어야 운동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다리를 건너거나 복잡한 도심을 통과해야 할 때가 아니면 대중교통도 줄이고 걷도록 하자. 다섯째, 걷기를 끝냈다면 마무리 스트레칭을 해줘야 한다. 걷기 전, 혹은 걷는 도중에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좋다. 다만 이 모든 과정을 생략하더라도 운동을 끝낸 후에는 꼭 스트레칭을 하자. 그래야 뭉치고 수축된 근육을 풀어줄 수 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1-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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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라테스로 피로 제로… 30분 투자로 24시간 가뿐

    젊은 ‘운동 중독자’들이 적지 않다.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 또는 날씬한 몸매를 얻기 위해 열심히 운동한다. 반면 젊기 때문에 운동과 담을 쌓고 사는 이들도 적지 않다. 며칠 밤을 새워도 몸에 큰 이상이 나타나지 않으니 굳이 운동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다. 김서민 중앙대병원 혈관외과 교수(40)도 그랬다. 30대 중반까지 운동이라고는 해 본 게 없었다. 몇날 며칠 논문에 매달리고 긴 시간 수술을 해도 하루 이틀 지나면 피로감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전공의, 전임의 과정 때는 운동할 시간도 별로 없었다. 운동은 다른 세상 얘기처럼 느껴졌다. 그랬던 김 교수가 요즘 매일 운동을 거르지 않는다. 심경이 변한 이유가 뭘까.○ 몸의 이상 징후, 운동을 시작하다 6년 전 김 교수는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대형 병원에서 근무했다. 당시 김 교수는 어깨 통증과 종아리 통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30대 중반 이후 나타난 증세였다. 상체를 굽히고 진료를 하는 자세 때문에 어깨 통증이 심해졌고, 그 여파로 두통까지 나타났다. 종아리가 저려 밤에 자다가 깨는 날도 많았다. 김 교수는 주로 신장 이식이나 투석 환자의 혈관 관련 수술에 능하다. 혈관 분야 전문가로 스스로 혈관 이상 여부를 검사했다. 하지만 아무 이상을 찾을 수 없었다. 김 교수가 내린 진단은 ‘운동 부족’이었다. 김 교수는 “실제 하지정맥류를 의심하는 환자 중 상당수가 종아리의 근력 부족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으니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운동을 할까. 숙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체력적으로 부담이 큰 종목은 일단 배제했다. 마침 병원 맞은편에 필라테스 스튜디오가 있었다. 무작정 문을 밀고 들어갔다. 첫날 김 교수는 자신의 몸 상태에 놀랐다. 필라테스 강사가 시키는 동작을 거의 따라하지 못했다. 누워서 한 발을 들어올리는 것도 어려웠다. 두 손에 아령을 들고 지탱하다 보니 팔이 덜덜 떨렸다. 강사가 물었다. “하루에 팔을 몇 번이나 위로 올리세요?” 돌이켜보니 몇날 며칠 동안 스트레칭 한번 한 적이 없었다. 그러니 뻣뻣할 수밖에 없었다. 매주 두 번 스튜디오를 찾았다. 강사의 지도를 받으며 50분 동안 운동했다. 운동을 끝낸 후에는 온몸이 쑤셨다. 그래도 묘한 쾌감이 있었다. 그때부터 현재까지 김 교수는 매주 2회 스튜디오를 찾아 필라테스를 한다. ○만성 통증 사라지고 운동의 즐거움 배워 처음에는 어려웠다. 정확한 동작인지 몰라서 집에서 따라하기도 어려웠다. 어느 정도 필라테스에 적응하기까지는 6개월의 기간이 필요했다. 이후 소도구를 마련해 집에서 필라테스를 하기 시작했다. 그즈음부터 몸이 달라지는 게 보였다. 김 교수는 “예전에는 오른쪽 어깨가 왼쪽보다 많이 내려가 있었는데, 이때부터 수평을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S자로 돼 있던 척추의 일부분이 곧게 펴진 사실도 흉부 엑스레이로 확인했다. 6년째 필라테스를 하다 보니 만성 통증이 거의 사라졌다. 물론 요즘에도 하루 종일 수술을 하거나 평소보다 일이 많은 날에는 통증이 나타난다. 예전에는 그럴 때 진통제를 먹었다. 하지만 요즘엔 스트레칭으로 해소한다. 매일 30분 운동으로 피로감이 크게 줄었다. 김 교수는 “동작이 몇 개 되지 않지만 꾸준히 하다 보니 다음 날 아침에 몸이 개운하다”고 말했다. 특히 하체 스트레칭 효과가 커 다음 날 오래 서 있어도 덜 피곤하단다. 필라테스를 하면서 운동에 대한 거부감도 줄었다. 2년 전부터는 체력 보강을 위해 휴일마다 빨리 걷기를 한다. 4km 거리를 시속 5∼6km로 걷는다. 김 교수는 “유산소 운동을 하면서 또 다른 활력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직접 짜 매일 운동 김 교수는 어깨 뭉침을 없애기 위해 평소에도 밴드를 이용해 스트레칭을 한다. 먼저 양팔로 밴드를 잡고, 정면을 향해 어깨 너비만큼 벌린다. 이어 천천히 앞에서 뒤로 180도 팔을 회전시킨 후 원위치로 돌아온다. 20∼30회 반복한다(①). 밴드 없이도 어깨 스트레칭이 가능하다. ①과 마찬가지로 정면을 향해 두 팔을 올리는 게 기본자세다. 이때 양 손바닥이 자신을 향하게 한다. 이어 왼팔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오른팔만 오른쪽으로 90도 돌린다. 시선은 오른팔 움직임을 따르도록 한다. 그 다음은 방향을 바꿔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이 또한 20∼30회 반복한다(②). 스튜디오에서 배운 동작 여러 가지를 조합해 매일 잠자기 전 30분 동안 운동한다. 스트레칭을 위주로 하되 스쾃이나 브리지와 같은 코어 운동도 병행한다. 우선 종아리를 바닥에 댄 채 다리를 쭉 펴고 앉는다. 허리는 꼿꼿이 세운다. 이어 발이 바닥과 수직이 되도록 발뒤꿈치에 힘을 강하게 준다. 10초 동안 천천히 진행하되 발을 쭉 늘려주는 느낌이 되도록 한다(③). 이어 같은 자세에서 발목만 곧게 편다. 이때도 10초 동안 동작을 유지한다. 폼 롤러가 있다면 마사지와 스트레칭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종아리 밑에 폼 롤러를 놓은 뒤 앞뒤로 흔들면서 문지르면 된다. 발목부터 시작해 종아리까지 이어 진행한다. 다른 쪽 발을 포개면 스트레칭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허리와 배 주변 근육을 강화하고 스트레칭을 동시에 할 수도 있다. 바닥에 등을 대고 눕는다. 이어 양발을 들어올려 바닥과 직각이 되도록 한다. 이 상태에서 자전거를 타듯 왼쪽과 오른쪽 발끝을 교대로 바닥에 닿도록 천천히 내린다. 20∼30회 반복한다(④).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1-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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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성 어깨통증, 종아리 저림…이렇게 스트레칭 해보세요”

    젊은 ‘운동 중독자’들이 적지 않다.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 또는 날씬한 몸매를 얻기 위해 열심히 운동한다. 반면 젊기 때문에 운동과 담을 쌓고 사는 이들도 적지 않다. 며칠 밤을 새워도 몸에 큰 이상이 나타나지 않으니 굳이 운동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다. 김서민 중앙대병원 혈관외과 교수(40)도 그랬다. 30대 중반까지 운동이라고는 해 본 게 없었다. 몇날 며칠 논문에 매달리고 긴 시간 수술을 해도 하루 이틀 지나면 피로감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전공의, 전임의 과정 때는 운동할 시간도 별로 없었다. 운동은 다른 세상 얘기처럼 느껴졌다. 그랬던 김 교수가 요즘 매일 운동을 거르지 않는다. 심경이 변한 이유가 뭘까.몸의 이상 징후, 운동을 시작하다6년 전 김 교수는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대형 병원에서 근무했다. 당시 김 교수는 어깨 통증과 종아리 통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30대 중반 이후 나타난 증세였다. 상체를 굽히고 진료를 하는 자세 때문에 어깨 통증이 심해졌고, 그 여파로 두통까지 나타났다. 종아리가 저려 밤에 자다가 깨는 날도 많았다. 김 교수는 주로 신장 이식이나 투석 환자의 혈관 관련 수술에 능하다. 혈관 분야 전문가로 스스로 혈관 이상 여부를 검사했다. 하지만 아무 이상을 찾을 수 없었다. 김 교수가 내린 진단은 ‘운동 부족’이었다. 김 교수는 “실제 하지정맥류를 의심하는 환자 중 상당수가 종아리의 근력 부족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으니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운동을 할까. 숙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체력적으로 부담이 큰 종목은 일단 배제했다. 마침 병원 맞은편에 필라테스 스튜디오가 있었다. 무작정 문을 밀고 들어갔다. 첫날 김 교수는 자신의 몸 상태에 놀랐다. 필라테스 강사가 시키는 동작을 거의 따라하지 못했다. 누워서 한 발을 들어올리는 것도 어려웠다. 두 손에 아령을 들고 지탱하다 보니 팔이 덜덜 떨렸다. 강사가 물었다. “하루에 팔을 몇 번이나 위로 올리세요?” 돌이켜보니 몇날 며칠 동안 스트레칭 한번 한 적이 없었다. 그러니 뻣뻣할 수밖에 없었다. 매주 두 번 스튜디오를 찾았다. 강사의 지도를 받으며 50분 동안 운동했다. 운동을 끝낸 후에는 온몸이 쑤셨다. 그래도 묘한 쾌감이 있었다. 그때부터 현재까지 김 교수는 매주 2회 스튜디오를 찾아 필라테스를 한다. 만성 통증 사라지고 운동의 즐거움 배워 처음에는 어려웠다. 정확한 동작인지 몰라서 집에서 따라하기도 어려웠다. 어느 정도 필라테스에 적응하기까지는 6개월의 기간이 필요했다. 이후 소도구를 마련해 집에서 필라테스를 하기 시작했다. 그즈음부터 몸이 달라지는 게 보였다. 김 교수는 “예전에는 오른쪽 어깨가 왼쪽보다 많이 내려가 있었는데, 이때부터 수평을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S자로 돼 있던 척추의 일부분이 곧게 펴진 사실도 흉부 엑스레이로 확인했다. 6년째 필라테스를 하다 보니 만성 통증이 거의 사라졌다. 물론 요즘에도 하루 종일 수술을 하거나 평소보다 일이 많은 날에는 통증이 나타난다. 예전에는 그럴 때 진통제를 먹었다. 하지만 요즘엔 스트레칭으로 해소한다. 매일 30분 운동으로 피로감이 크게 줄었다. 김 교수는 “동작이 몇 개 되지 않지만 꾸준히 하다 보니 다음 날 아침에 몸이 개운하다”고 말했다. 특히 하체 스트레칭 효과가 커 다음 날 오래 서 있어도 덜 피곤하단다. 필라테스를 하면서 운동에 대한 거부감도 줄었다. 2년 전부터는 체력 보강을 위해 휴일마다 빨리 걷기를 한다. 4㎞ 거리를 시속 5~6㎞로 걷는다. 김 교수는 “유산소 운동을 하면서 또 다른 활력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직접 짜 매일 운동김 교수는 어깨 뭉침을 없애기 위해 평소에도 밴드를 이용해 스트레칭을 한다. 먼저 양팔로 밴드를 잡고, 정면을 향해 어깨 너비만큼 벌린다. 이어 천천히 앞에서 뒤로 180도 팔을 회전시킨 후 원위치로 돌아온다. 20~30회 반복한다(①). 밴드 없이도 어깨 스트레칭이 가능하다. ①과 마찬가지로 정면을 향해 두 팔을 올리는 게 기본자세다. 이때 양 손바닥이 자신을 향하게 한다. 이어 왼팔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오른팔만 오른쪽으로 90도 돌린다. 시선은 오른팔 움직임을 따르도록 한다. 그 다음은 방향을 바꿔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이 또한 20~30회 반복한다(②). 스튜디오에서 배운 동작 여러 가지를 조합해 매일 잠자기 전 30분 동안 운동한다. 스트레칭을 위주로 하되 스쾃이나 브리지와 같은 코어 운동도 병행한다. 우선 종아리를 바닥에 댄 채 다리를 쭉 펴고 앉는다. 허리는 꼿꼿이 세운다. 이어 발이 바닥과 수직이 되도록 발뒤꿈치에 힘을 강하게 준다. 10초 동안 천천히 진행하되 발을 쭉 늘려주는 느낌이 되도록 한다(③). 이어 같은 자세에서 발목만 곧게 편다. 이때도 10초 동안 동작을 유지한다.(④) 폼 롤러가 있다면 마사지와 스트레칭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종아리 밑에 폼 롤러를 놓은 뒤 앞뒤로 흔들면서 문지르면 된다. 발목부터 시작해 종아리까지 이어 진행한다. 다른 쪽 발을 포개면 스트레칭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허리와 배 주변 근육을 강화하고 스트레칭을 동시에 할 수도 있다. 바닥에 등을 대고 눕는다. 이어 양발을 들어올려 바닥과 직각이 되도록 한다. 이 상태에서 자전거를 타듯 왼쪽과 오른쪽 발끝을 교대로 바닥에 닿도록 천천히 내린다. 20~30회 반복한다(⑤).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 2021-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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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헬스-등산-자전거로 활력… “운동하면 건강 스위치 ON”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산…. 이 종목 중에 하나를 골라서 꾸준히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런 점에서 장기육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57·심뇌혈관병원장)는 특이하다. 장 교수는 한 종목에 얽매이지 않는다. 모든 운동을 골고루 한다. 장 교수는 “운동을 하다 보니 운동 없는 생활을 상상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매일 밥을 먹어야 하는 것처럼 운동을 잠시라도 하지 않으면 찜찜하다는 것이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밤에 잠이 오지 않을 정도다. 운동이 곧 일상이라는 장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장 교수는 심장질환 분야에서 베스트 닥터로 인정받는 의사다. 가슴을 열지 않고 대퇴동맥으로 카테터를 삽입해 병든 판막을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이른바 타비시술(대동맥판막치환술)에서 특히 이름이 높다.○ 평일에는 헬스클럽 매일 ‘출근’ 장 교수는 10년 넘게 병원 내부의 헬스클럽에서 운동하고 있다. 처음에는 주 2회 정도 헬스클럽을 찾았다. 다소 부족한 횟수다. 사실 매일 가고 싶었지만 학회 모임과 논문 준비 등으로 저녁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후 저녁 모임이 크게 줄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이참에 운동을 늘리자고 마음먹었다. 이후 평일에는 가급적 하루도 빠지지 않고 헬스클럽에 ‘출근’한다. 학술 모임이나 병원 회의가 있는 월요일과 금요일에는 오전에 출근하자마자, 나머지 요일에는 퇴근 후 헬스클럽으로 직행한다. 간혹 월요일과 금요일에 저녁 업무가 취소되면 또 헬스클럽에 간다. 이렇게 하면 5일 동안 7회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셈이다. 헬스클럽 이용 시간은 대략 1시간. 먼저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이어 트레드밀에서 30분 정도 걷는다. 예전에는 시속 9km로 달렸다. 그러던 중 조기퇴행성관절염이 발견됐다. 달리기가 원인은 아니었지만 혹시나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걷기로 전환한 것이다. 무릎 보호를 위해 걷는 속도는 시속 6km를 유지한다. 대신 경사도를 16도로 높여 걷는다. 산행하는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사고를 막기 위해 트레드밀에 설치된 안전 손잡이를 잡고 걷는다. 걷기를 끝내고 나면 20분 동안 근력 운동을 한다. 트레이너 도움을 받아 근력 운동 기구를 폭넓게 사용한다. 운동기구를 쓰지 않을 때는 스쾃이나 런지 같은 운동을 한다. ○2주마다 산행 매달 자전거 여행 장 교수는 산을 무척 좋아한다. 오래전부터 시간이 날 때면 산에 갔다. 그러다가 5, 6년 전부터는 2주마다 정기적으로 산에 간다. 전국 명산을 찾아 두루 다녔다. 험한 산에도 종종 올랐다. 언젠가는 에베레스트 산맥도 등정하고 싶다. 다만 평소에는 이런 산행을 선호하지 않는다. 주로 청계산이나 북한산처럼 근처에 있는 산을 오른다. 장 교수가 가장 많이 오른 산은 청계산이다. 동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3, 4시간이면 산행을 마칠 수 있기 때문이다. 등산을 왜 좋아할까. 장 교수는 “여러 운동을 해 봤지만 등산만큼 건강에 도움되는 운동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사진 길을 2, 3시간 이상 걷다 보면 유산소 운동이 될 뿐 아니라 근력 운동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동료들과 친밀감을 높이기에도 좋다. 이런 점 때문에 환자 진료만 없으면 매주 2, 3회는 산에 가고 싶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대안을 찾은 게 헬스클럽 트레드밀이다. 트레드밀의 경사도를 16도로 설정하는 게 이런 이유에서다. 이렇게 하면 조금이나마 산행하는 느낌이 든단다. 4년 전부터 월 1회씩 주말에 자전거를 타고 있다. 서울에서 출발해 강원 춘천까지 자전거를 타거나, 동해안까지 버스를 타고 간 후 그곳에서 자전거를 타는 식이다. 대부분 당일 코스로 6∼8시간 자전거를 탄다. 이런 식의 자전거 타기는 산행보다 훨씬 힘이 든다. 장 교수는 “자전거는 건강 증진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극단에 이른 후의 짜릿함을 경험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전거 타기에 재미가 붙었다. 그러다보니 요즘에는 주 1회는 반드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한다. 20km의 거리를 1시간에 주파한다. ○운동을 하면서 활력이 생겼다 장 교수가 운동하는 삶을 산 것은 2009년부터다. 당시에 환자 진료, 연구 논문 준비와 발표 등이 많아 거의 탈진할 정도였단다. 진료가 끝나고 퇴근 시간이 되면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축 처졌다. 그대로 집에 가면 쓰러져 자야 할 정도였다. 정신도 피곤했다. 위기감이 들었다. 이러다가 정말로 모든 것이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기력과 피로를 극복하려면 무언가 해야 했다. 그때 시작한 게 운동이었다. 건강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 하는 운동. 장 교수는 이를 ‘생존 운동’이라 불렀다. 하지만 막상 운동을 시작하자 생활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활력이 넘쳐났다. 장 교수는 “그전에는 저녁이 되면 심지에 불이 꺼지는 느낌이었는데, 운동을 하고 나면 다시 불이 켜지면서 제2의 하루가 시작되는 것 같았다”라고 했다. 실제로 운동 효과는 건강지표에서도 나타났다. 몸에 좋은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졌다. 나이가 들면서 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떨어지는 게 보통이다. 약을 먹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운동을 꾸준히 함으로써 이 수치가 높아졌다. 고혈압도 개선됐다. 장 교수는 원래 혈압이 조금 높았다. 수축기 혈압이 130∼150mmHg으로 위험 수준이었다. 장 교수는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운동 횟수를 늘렸고, 약도 복용했다. 그 결과 혈압이 100∼120mmHg으로 떨어졌다. 정상 수치를 되찾은 것이다.운동을 지속하려면트레이너와 운동 약속 도움… 동료-회원과 함께하고 길게 하기보다 즐겁게장기육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여러 종목의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하나도 지속하기 힘든데 10년 넘게 성공 중인 비결을 물었다. 장 교수는 우선 ‘약속’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헬스클럽에서 혼자 운동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지루할 뿐 아니라 설령 운동을 시작하더라도 대충 하다 끝낼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트레이너와 운동 약속을 잡는 게 중요하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헬스클럽에 간다는 것이다. 또한 중년 이후에 근력 운동을 할 때는 트레이너에게 운동기구 사용법을 먼저 배울 것을 장 교수는 권했다. 자신의 체력을 믿고 함부로 운동기구를 사용했다가 관절 손상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등산이나 자전거 타기를 즐기려면 동료 혹은 동호회원과 함께 즐길 것을 장 교수는 권했다. 혼자 산에 간다거나 자전거를 타고 외곽으로 나가려면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 교수는 친한 동료 한두 명과 한 달 동안의 등산 약속을 미리 잡아 놓는다. 운동은 즐거워야 한다. 장 교수는 “무슨 운동이든지 ‘정복’이나 ‘승리’의 개념으로 임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할 경우 재미를 느끼기 힘들고, 운동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 때문에 일부러 고도가 높은 산에 잘 오르지 않는다. 그 대신 숨이 살짝 차는 정도의 등산을 선호한다. 장 교수는 “일반적으로 산행 시간이 2시간만 넘는다면 운동 효과는 충분하다. 시간보다는 즐거움이 먼저다”라고 말했다. 운동 시간이 너무 길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장 교수는 헬스클럽에서 운동할 때도 준비운동에서 본 운동, 샤워까지의 모든 과정을 1시간 이내로 끝낸다. 그 이상 길어지면 즐거움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란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1-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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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 끝날 것 같다는 위기감…살기 위해 시작한 ‘생존 운동’, 활력 생겼다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산…. 이 종목 중에 하나를 골라서 꾸준히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런 점에서 장기육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57·심뇌혈관병원장)는 특이하다. 장 교수는 한 종목에 얽매이지 않는다. 모든 운동을 골고루 한다. 장 교수는 “운동을 하다 보니 운동 없는 생활을 상상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매일 밥을 먹어야 하는 것처럼 운동을 잠시라도 하지 않으면 찜찜하다는 것이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밤에 잠이 오지 않을 정도다. 운동이 곧 일상이라는 장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장 교수는 심장질환 분야에서 베스트 닥터로 인정받는 의사다. 가슴을 열지 않고 대퇴동맥으로 카테터를 삽입해 병든 판막을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이른바 타비시술(대동맥판막치환술)에서 특히 이름이 높다. ● 평일에는 헬스클럽 매일 ‘출근’장 교수는 10년 넘게 병원 내부의 헬스클럽에서 운동하고 있다. 처음에는 주 2회 정도 헬스클럽을 찾았다. 다소 부족한 횟수다. 사실 매일 가고 싶었지만 학회 모임과 논문 준비 등으로 저녁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후 저녁 모임이 크게 줄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이참에 운동을 늘리자고 마음먹었다. 이후 평일에는 가급적 하루도 빠지지 않고 헬스클럽에 ‘출근’한다. 학술 모임이나 병원 회의가 있는 월요일과 금요일에는 오전에 출근하자마자, 나머지 요일에는 퇴근 후 헬스클럽으로 직행한다. 간혹 월요일과 금요일에 저녁 업무가 취소되면 또 헬스클럽에 간다. 이렇게 하면 5일 동안 7회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셈이다. 헬스클럽 이용 시간은 대략 1시간. 먼저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이어 트레드밀에서 30분 정도 걷는다. 예전에는 시속 9㎞로 달렸다. 그러던 중 조기퇴행성관절염이 발견됐다. 달리기가 원인은 아니었지만 혹시나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걷기로 전환한 것이다. 무릎 보호를 위해 걷는 속도는 시속 6㎞를 유지한다. 대신 경사도를 16도로 높여 걷는다. 산행하는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사고를 막기 위해 트레드밀에 설치된 안전 손잡이를 잡고 걷는다. 걷기를 끝내고 나면 20분 동안 근력 운동을 한다. 트레이너 도움을 받아 근력 운동 기구를 폭넓게 사용한다. 운동 기구를 쓰지 않을 때는 스쾃이나 런지 같은 운동을 한다. ● 2주마다 산행 매달 자전거 여행장 교수는 산을 무척 좋아한다. 오래 전부터 시간이 날 때면 산에 갔다. 그러다가 5, 6년 전부터는 2주마다 정기적으로 산에 간다. 전국 명산을 찾아 두루 다녔다. 험한 산에도 종종 올랐다. 언젠가는 에베레스트 산맥도 등정하고 싶다. 다만 평소에는 이런 산행을 선호하지 않는다. 주로 청계산이나 북한산처럼 근처에 있는 산을 오른다. 장 교수가 가장 많이 오른 산은 청계산이다. 동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3, 4시간이면 산행을 마칠 수 있기 때문이다. 등산을 왜 좋아할까. 장 교수는 “여러 운동을 해 봤지만 등산만큼 건강에 도움 되는 운동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사진 길을 2, 3시간 이상 걷다 보면 유산소 운동이 될 뿐 아니라 근력 운동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동료들과 친밀감을 높이기에도 좋다. 이런 점 때문에 환자 진료만 없으면 매주 2, 3회는 산에 가고 싶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대안을 찾은 게 헬스클럽 트레드밀이다. 트레드밀의 경사도를 16도로 설정하는 게 이런 이유에서다. 이렇게 하면 조금이나마 산행하는 느낌이 든단다. 4년 전부터 월 1회씩 주말에 자전거를 타고 있다. 서울에서 출발해 춘천까지 자전거를 타거나, 동해안까지 버스를 타고 간 후 그곳에서 자전거를 타는 식이다. 대부분 당일 코스로 6~8시간 자전거를 탄다. 이런 식의 자전거 타기는 산행보다 훨씬 힘이 든다. 장 교수는 “자전거는 건강 증진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극단에 이른 후의 짜릿함을 경험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전거 타기에 재미가 붙었다. 그러다보니 요즘에는 주 1회는 반드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한다. 20㎞의 거리를 1시간에 주파한다. ● 운동을 하면서 활력이 생겼다장 교수가 운동하는 삶을 산 것은 2009년부터다. 당시에 환자 진료, 연구 논문 준비와 발표 등이 많아 거의 탈진할 정도였단다. 진료가 끝나고 퇴근 시간이 되면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축 처졌다. 그대로 집에 가면 쓰러져 자야 할 정도였다. 정신도 피곤했다. 위기감이 들었다. 이러다가 정말로 모든 것이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기력과 피로를 극복하려면 무언가 해야 했다. 그때 시작한 게 운동이었다. 건강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 하는 운동. 장 교수는 이를 ‘생존 운동’이라 불렀다. 하지만 막상 운동을 시작하자 생활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활력이 넘쳐났다. 장 교수는 “그전에는 저녁이 되면 심지에 불이 꺼지는 느낌이었는데, 운동을 하고 나면 다시 불이 켜지면서 제2의 하루가 시작되는 것 같았다”라고 했다. 실제로 운동 효과는 건강지표에서도 나타났다. 몸에 좋은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졌다. 나이가 들면서 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떨어지는 게 보통이다. 약을 먹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운동을 꾸준히 함으로써 이 수치가 높아졌다. 고혈압도 개선됐다. 장 교수는 원래 혈압이 조금 높았다. 수축기 혈압이 130~150㎜Hg으로 위험 수준이었다. 장 교수는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운동 횟수를 늘렸고, 약도 복용했다. 그 결과 혈압이 100~120㎜Hg으로 떨어졌다. 정상 수치를 되찾은 것이다. 운동 지속하려면 ‘약속’ 부터 잡으세요장기육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여러 종목의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하나도 지속하기 힘든데 10년 넘게 성공 중인 비결을 물었다. 장 교수는 우선 ‘약속’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헬스클럽에서 혼자 운동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지루할 뿐 아니라 설령 운동을 시작하더라도 대충 하다 끝낼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트레이너와 운동 약속을 잡는 게 중요하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헬스클럽에 간다는 것이다. 또한 중년 이후에 근력 운동을 할 때는 트레이너에게 운동기구 사용법을 먼저 배울 것을 장 교수는 권했다. 자신의 체력을 믿고 함부로 운동기구를 사용했다가 관절 손상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등산이나 자전거 타기를 즐기려면 동료 혹은 동호회원과 함께 즐길 것을 장 교수는 권했다. 혼자 산에 간다거나 자전거를 타고 외곽으로 나가려면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 교수는 친한 동료 한두 명과 한 달 동안의 등산 약속을 미리 잡아 놓는다. 운동은 즐거워야 한다. 장 교수는 “무슨 운동이든지 ‘정복’이나 ‘승리’의 개념으로 임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할 경우 재미를 느끼기 힘들고, 운동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 때문에 일부러 고도가 높은 산에 잘 오르지 않는다. 그 대신 숨이 살짝 차는 정도의 등산을 선호한다. 장 교수는 “일반적으로 산행 시간이 2시간만 넘는다면 운동 효과는 충분하다. 시간보다는 즐거움이 먼저다”라고 말했다. 운동 시간이 너무 길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장 교수는 헬스클럽에서 운동할 때도 준비운동에서 본 운동, 샤워까지의 모든 과정을 1시간 이내로 끝낸다. 그 이상 길어지면 즐거움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란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1-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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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竹刀잡으면 땀 줄줄… “허벅지-코어근육 탄탄”

    검도는 조금은 과격해 보이는 운동이다. 죽도(竹刀)로 가격하기 때문에 부상 위험도 간단치 않을 것 같다. 이상헌 고려대 안암병원 재활의학과 교수(57)는 “검도에 대해 잘 몰라서 생기는 오해”라고 일축했다. 이 교수는 1983년 대학에 입학했다. 신입생이 된 이 교수가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게 운동이었다. 고교 시절에도 운동을 하고 싶었지만 입시 공부를 하느라 미뤄 왔다. 운동 동아리를 몇 군데 찾아갔다. 태권도나 유도 같은 종목은 배제했다. 몸과 몸이 충돌하기 때문에 부상 위험이 크다는 판단에서였다. 운동량은 많으면서도 안전한 종목을 찾다가 검도를 선택했다. 보호 장비를 착용하는 데다 죽도를 사용하기 때문에 몸끼리 충돌하는 일이 적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의예과 2학년 때 1단을 땄다. 이어 본과 1학년 때 2단을 땄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흘렀다. 그동안 취미나 건강관리 목적으로 검도를 했다. 그러다 5년 전 뒤늦게 3단을 땄다. 체력이 된다면 앞으로 4단에도 도전할 생각이다. 검도를 시작한 지 올해로 38년이다. ‘검도인’으로 사는 게 좋다는 이 교수를 만났다. ○ 대학 때 입문 요즘도 주 1회 훈련 검도를 능숙하게 하려면 훈련이 필요하다. 대학 검도부에 가입할 때도 그랬다. 매일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훈련했다. 요즘에도 검도에 입문하면 초기 훈련 과정은 비슷하단다. 운동 전 스트레칭을 먼저 한다. 충분히 몸을 풀어줬으면 죽도로 머리치기, 손목치기, 허리치기, 찌르기와 같은 기본 동작을 훈련한다. 타이어로 만든 타격대를 최소한 100회 이상 쳐야 한다. 제자리에서 치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전진하면서 타격대를 가격한다. 여기까지 1시간이 소요된다. 이때쯤이면 체력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다. 온몸은 땀범벅이 된다. 그 다음 단계는 일대일 연습. 두 줄로 서서 상대방과 마주 본 상태에서 기본 동작을 더 연습한다. 이 연습이 끝나면 대련을 시작한다. 한 선수와의 대련이 끝나면 곧이어 다른 선수와 대련한다. 이 교수는 “첫 일주일 동안은 기본 동작만 따라했는데도 집에 가면 쓰러졌다”고 말했다. 2주가 더 지나서야 훈련이 좀 익숙해졌다. 체력이 좋아졌다고 느낀 것은 한 달 후였다. 이후로는 2시간 훈련을 거뜬히 마칠 수 있었다. 초기 3, 4년 동안은 하루도 훈련을 거르지 않았다. 하지만 인턴 과정을 시작하면서부터 시간이 부족해 훈련 횟수를 주 1회로 줄여야 했다. 대신 2, 3시간을 충분히 훈련했다. 이 운동 습관은 지금도 지키고 있다. 요즘에도 주 1회 검도 훈련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행한단다. ○ 코어 근육 강화-명상 효과 커 이 교수에 따르면 검도는 열량 소비가 많은 운동이다. 보호 장비의 무게는 4∼5kg으로 그리 무겁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이 장비를 착용한 상태에서 죽도를 지속적으로 휘두르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초보자라면 3분 이내에 숨이 차고 땀이 쏟아진다. 이 교수처럼 오래 검도를 한 사람도 5분 후부터 땀이 흐르며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상대방과 돌아가면서 대련할 때도 5회를 마치면 쉬어야 한다. 보통 1시간 정도 연습을 끝내면 기진맥진이 된다. 온몸에서 힘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가 된다. 다이어트 목적으로도 좋은 유산소운동이란 이야기다. 근력 운동의 효과도 크다. 상대방을 가격하기 위해 자세를 낮추고 하체에 힘을 주는 일이 많다. 허벅지와 코어 근육이 강해진다. 죽도를 휘두르는 일이 많아 어깨 근육도 강해진다. 이 교수는 “재활의학과 의사로서 특히 척추에 검도가 좋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운동을 끝내면 매번 명상을 한다. 이 교수는 이를 ‘묵상’이라 불렀다. 무릎 꿇고 앉은 상태에서 단전에 힘을 주며 복식호흡을 한다. 명상 시간은 1∼3분이지만 그 짧은 시간에 일상을 돌아본다. 오늘 하루 최선을 다했는지, 불필요하게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은 아닌지, 지나치게 욕심을 내는 건 아닌지…. 이 교수는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일부러 도장을 찾아 검도와 명상을 한다. 명상을 마치고 나면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 부족한 운동량은 일상생활에서 충당 이 교수는 요즘 매주 1회 2시간 정도 검도를 한다. 마음 같아서는 횟수를 늘리고 싶지만 업무가 많아 쉽지 않다. 간혹 약속이 취소되면 곧바로 검도장에 가지만 그런 날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부족한 운동량을 채우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활동량을 늘리고 있다. 매주 3회 정도 아파트 내 무료 운동 시설에서 15분 정도 근력 운동을 한다. 저녁에는 규칙적으로 하기 어려워 주로 출근하기 전에 한다. 다리, 배, 어깨 등 세 부위의 근력 운동을 5분씩 배분한다. 승용차는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출퇴근할 때는 물론 약속 장소로 이동할 때도 대개 전철을 이용한다. 병원에서는 계단을 이용한다. 이런 방식으로 이 교수가 하루에 걷는 시간을 측정해 보니 30분이었다. 이 교수는 “자투리 시간의 활동도 모으면 운동이 된다”고 말했다. 요즘 건강 상태는 어떨까. 나이가 들면서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조금 증가해 질병 예방 목적으로 약을 처방받아 먹고 있는 것 외에는 큰 문제가 없다. 모든 건강 지표가 좋다. 이 교수는 “체력이 떨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지금처럼 꾸준히 검도를 한다면 앞으로도 건강이 크게 악화하는 일은 없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검도 입문시 유의할 점요통-골다공증 있을땐 도전 말아야… 제대로 하려면 최소 6개월 투자를60대 이후에도 검도를 즐길 수 있을까. 이상헌 고려대 안암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나이는 검도를 하는 데 있어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도는 성별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운동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검도 도장에 여성 회원이 꽤 있다. 70대와 80대가 된 이 교수의 선배들도 현재까지 검도를 한다고 한다. 이 교수는 “검도가 언뜻 보기에는 격하지만 몸과 몸이 실제 충돌하는 경우는 드물다. 자신의 체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강도를 조절하며 즐길 수 있는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질병이 있을 때는 주의해야 한다. 일단 뼈엉성증(골다공증)이 있다면 검도에 도전하지 않는 게 좋다. 근골격계 질환, 그중에서도 요통이 심하거나 건초염(근육과 뼈를 연결하는 조직에 염증이 생긴 질환)이 있다면 치료부터 해야 한다. 또 어깨 근육을 많이 쓰는 운동이라 어깨 통증이 있을 때도 의사와 먼저 상의할 필요가 있다. 한두 달 배우면 될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중년 이후에 검도에 도전하고 싶다면 최소한 6개월은 투자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그에 따르면 머리치기, 손목치기, 허리치기, 찌르기 등 기본 동작만 소화하는 데 3개월이 필요하다. 그 동작을 실제 대련에 제대로 응용하려면 추가로 3개월 정도 훈련해야 한다. 이렇게 6개월이 지나면 검도를 즐기면서 동시에 운동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6개월을 투자하지 못할 것 같다면 어떻게 할까. 이 교수는 “섣불리 하다가 몸에 무리만 갈 수 있다. 솔직히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대신 일상생활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을 하면서 체력을 키우는 게 좋다고 했다. 이 교수가 권하는 운동은 틈날 때마다 걷기, 스쾃이나 플랭크와 같은 코어 운동, 앉아서 복부에 힘주기 등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1-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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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8년째 검도에 빠진 의사 “타격으로 육체 단련, 명상으로 내면 살펴”

    검도는 조금은 과격해 보이는 운동이다. 죽도(竹刀)로 가격하기 때문에 부상 위험도 간단치 않을 것 같다. 이상헌 고려대 안암병원 재활의학과 교수(57)는 “검도에 대해 잘 몰라서 생기는 오해”라고 일축했다. 이 교수는 1983년 대학에 입학했다. 신입생이 된 이 교수가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게 운동이었다. 고교 시절에도 운동을 하고 싶었지만 입시 공부를 하느라 미뤄 왔다. 운동 동아리를 몇 군데 찾아갔다. 태권도나 유도 같은 종목은 배제했다. 몸과 몸이 충돌하기 때문에 부상 위험이 크다는 판단에서였다. 운동량은 많으면서도 안전한 종목을 찾다가 검도를 선택했다. 보호 장비를 착용하는 데다 죽도를 사용하기 때문에 몸끼리 충돌하는 일이 적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의예과 2학년 때 1단을 땄다. 이어 본과 1학년 때 2단을 땄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흘렀다. 그동안 취미나 건강관리 목적으로 검도를 했다. 그러다 5년 전 뒤늦게 3단을 땄다. 체력이 된다면 앞으로 4단에도 도전할 생각이다. 검도를 시작한 지 올해로 38년이다. ‘검도인’으로 사는 게 좋다는 이 교수를 만났다. ●대학 때 입문 요즘도 주 1회 훈련 검도를 능숙하게 하려면 훈련이 필요하다. 대학 검도부에 가입할 때도 그랬다. 매일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훈련했다. 요즘에도 검도에 입문하면 초기 훈련 과정은 비슷하단다. 운동 전 스트레칭을 먼저 한다. 충분히 몸을 풀어줬으면 죽도로 머리치기, 손목치기, 허리치기, 찌르기와 같은 기본 동작을 훈련한다. 타이어로 만든 타격대를 최소한 100회 이상 쳐야 한다. 제자리에서 치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전진하면서 타격대를 가격한다. 여기까지 1시간이 소요된다. 이때쯤이면 체력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다. 온몸은 땀범벅이 된다. 그 다음 단계는 일대일 연습. 두 줄로 서서 상대방과 마주 본 상태에서 기본 동작을 더 연습한다. 이 연습이 끝나면 대련을 시작한다. 한 선수와의 대련이 끝나면 곧이어 다른 선수와 대련한다. 이 교수는 “첫 일주일 동안은 기본 동작만 따라했는데도 집에 가면 쓰러졌다”고 말했다. 2주가 더 지나서야 훈련이 좀 익숙해졌다. 체력이 좋아졌다고 느낀 것은 한 달 후였다. 이후로는 2시간 훈련을 거뜬히 마칠 수 있었다. 초기 3, 4년 동안은 하루도 훈련을 거르지 않았다. 하지만 인턴 과정을 시작하면서부터 시간이 부족해 훈련 횟수를 주 1회로 줄여야 했다. 대신 2, 3시간을 충분히 훈련했다. 이 운동 습관은 지금도 지키고 있다. 요즘에도 주 1회 검도 훈련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행한단다. ●코어 근육 강화-명상 효과 커 이 교수에 따르면 검도는 열량 소비가 많은 운동이다. 보호 장비의 무게는 4~5㎏으로 그리 무겁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이 장비를 착용한 상태에서 죽도를 지속적으로 휘두르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초보자라면 3분 이내에 숨이 차고 땀이 쏟아진다. 이 교수처럼 오래 검도를 한 사람도 5분 후부터 땀이 흐르며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상대방과 돌아가면서 대련할 때도 5회를 마치면 쉬어야 한다. 보통 1시간 정도 연습을 끝내면 기진맥진이 된다. 온몸에서 힘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가 된다. 다이어트 목적으로도 좋은 유산소운동이란 이야기다. 근력 운동의 효과도 크다. 상대방을 가격하기 위해 자세를 낮추고 하체에 힘을 주는 일이 많다. 허벅지와 코어 근육이 강해진다. 죽도를 휘두르는 일이 많아 어깨 근육도 강해진다. 이 교수는 “재활의학과 의사로서 특히 척추에 검도가 좋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운동을 끝내면 매번 명상을 한다. 이 교수는 이를 ‘묵상’이라 불렀다. 무릎 꿇고 앉은 상태에서 단전에 힘을 주며 복식호흡을 한다. 명상 시간은 1~3분이지만 그 짧은 시간에 일상을 돌아본다. 오늘 하루 최선을 다했는지, 불필요하게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은 아닌지, 지나치게 욕심을 내는 건 아닌지…. 이 교수는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일부러 도장을 찾아 검도와 명상을 한다. 명상을 마치고 나면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부족한 운동량은 일상생활에서 충당 이 교수는 요즘 매주 1회 2시간 정도 검도를 한다. 마음 같아서는 횟수를 늘리고 싶지만 업무가 많아 쉽지 않다. 간혹 약속이 취소되면 곧바로 검도장에 가지만 그런 날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부족한 운동량을 채우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활동량을 늘리고 있다. 매주 3회 정도 아파트 내 무료 운동 시설에서 15분 정도 근력 운동을 한다. 저녁에는 규칙적으로 하기 어려워 주로 출근하기 전에 한다. 다리, 배, 어깨 등 세 부위의 근력 운동을 5분씩 배분한다. 승용차는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출퇴근할 때는 물론 약속 장소로 이동할 때도 대개 전철을 이용한다. 병원에서는 계단을 이용한다. 이런 방식으로 이 교수가 하루에 걷는 시간을 측정해 보니 30분이었다. 이 교수는 “자투리 시간의 활동도 모으면 운동이 된다”고 말했다. 요즘 건강 상태는 어떨까. 나이가 들면서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조금 증가해 질병 예방 목적으로 약을 처방받아 먹고 있는 것 외에는 큰 문제가 없다. 모든 건강 지표가 좋다. 이 교수는 “체력이 떨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지금처럼 꾸준히 검도를 한다면 앞으로도 건강이 크게 악화하는 일은 없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60대 이후에도 검도를 즐길 수 있을까. 이상헌 고려대 안암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나이는 검도를 하는 데 있어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도는 성별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운동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검도 도장에 여성 회원이 꽤 있다. 70대와 80대가 된 이 교수의 선배들도 현재까지 검도를 한다고 한다. 이 교수는 “검도가 언뜻 보기에는 격하지만 몸과 몸이 실제 충돌하는 경우는 드물다. 자신의 체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강도를 조절하며 즐길 수 있는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질병이 있을 때는 주의해야 한다. 일단 뼈엉성증(골다공증)이 있다면 검도에 도전하지 않는 게 좋다. 근골격계 질환, 그중에서도 요통이 심하거나 건초염(근육과 뼈를 연결하는 조직에 염증이 생긴 질환)이 있다면 치료부터 해야 한다. 또 어깨 근육을 많이 쓰는 운동이라 어깨 통증이 있을 때도 의사와 먼저 상의할 필요가 있다. 한두 달 배우면 될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중년 이후에 검도에 도전하고 싶다면 최소한 6개월은 투자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그에 따르면 머리치기, 손목치기, 허리치기, 찌르기 등 기본 동작만 소화하는 데 3개월이 필요하다. 그 동작을 실제 대련에 제대로 응용하려면 추가로 3개월 정도 훈련해야 한다. 이렇게 6개월이 지나면 검도를 즐기면서 동시에 운동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6개월을 투자하지 못할 것 같다면 어떻게 할까. 이 교수는 “섣불리 하다가 몸에 무리만 갈 수 있다. 솔직히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대신 일상생활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을 하면서 체력을 키우는 게 좋다고 했다. 이 교수가 권하는 운동은 틈날 때마다 걷기, 스¤이나 플랭크와 같은 코어 운동, 앉아서 복부에 힘주기 등이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1-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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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속 8km 성큼성큼… “당뇨도 요통도 따돌려요”

    김희진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50·여)는 2008년 파워 워킹을 시작했다. 파워 워킹은 일반 걷기보다 빠르다. 시속 6∼8km나 된다. 열량 소모량이 크고 심폐 지구력 강화에 좋다. 김 교수는 환자 진료를 도울 목적으로 걷기를 시작했다. 당시 김 교수는 막 문을 연 치매클리닉을 맡았다.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환자가 꽤 있었다. 김 교수가 내린 처방은 ‘걷기’였다. 많이 걸으면 인지 기능이 좋아지고 보행 불안정도 개선된다. 근육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뇌신경을 보호한다. 치매가 악화되는 것을 늦출 수도 있다. 김 교수는 그런 환자들에게 운동을 권했다. 하지만 실천하지 않는 환자도 많았다. 그들에게 “한강 둔치에서 만나자”고 했다. 평일 밤 혹은 주말에 한강 둔치에 나가 환자들과 걸었다. 걷기의 운동 효과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주치의의 모습이 환자를 자극한다고 믿었다. 그렇게 해서 김 교수의 걷기 운동이 시작됐다. 이후 강도를 높여 파워 워킹으로 ‘업그레이드’했고 14년 동안 이어오고 있다. ○ 환자 진료 목적으로 파워 워킹 시작 김 교수는 운동을 싫어하지는 않았다. 고교 때까지는 태권도를 배웠고 공인2단 자격증도 땄다. 고2 때 대학입시 공부를 하느라 태권도를 중단했다. 이후 체중이 급격하게 불었다. 대학에 진학한 후 다시 운동을 했다. 그때 택한 종목은 수영이었다. 꽤 오래 했다. 출산 후에도 수영을 하면서 체중을 조절했다. 그러다가 개인적 이유로 수영을 중단하게 됐다. 2008년 환자들과 걷기 시작하면서 다시 운동을 시작한 셈이다. 주말과 휴일에는 오전에 한강 둔치로 나가 걸었다. 환자들을 만나는 날도 있었지만 혼자 걷는 날도 많았다. 평일에는 밀린 병원 업무, 늦은 진료, 약속 등의 이유로 오후에 운동할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지속적이고 규칙적으로 운동할 방법이 없을까, 이런 고민을 하다 운동 시간을 저녁에서 새벽으로 바꿨다. 이후 일주일에 최소한 4회 이상은 파워 워킹을 꾸준히 하고 있다. 장대비가 퍼붓거나 눈이 두툼하게 쌓인 날만 아니면 무조건 걷는다. 2015년 미국 뉴욕대에 교환교수로 갔을 때도 집과 학교 사이를 주로 걸어 다녔다. 운동 전후 스트레칭 시간을 빼면 걷는 시간은 1시간 반 정도다. 10∼12km를 걷는다. 시속 7∼8km 속도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측정해보니 평균 보폭은 93cm였다. 성큼성큼 걷는 수준이다. 김 교수는 “운동하며 걸을 때는 의도적으로 평소 보폭보다 크게 걸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집 근처 공원이 가장 좋은 운동장 김 교수는 따로 헬스클럽을 이용하지 않는다. 집에서 가까운 공원이 최적의 운동장이라 믿기 때문이다. 한강 둔치를 이용한 것도 집에서 가까웠기 때문이다. 2016년 귀국한 후에는 서울 광진구로 이사했다. 한강 둔치와는 멀어졌지만 그 대신 5분 거리에 어린이대공원이 있었다. 오전 4시에 일어나 어린이대공원 여러 코스를 돌며 파워 워킹을 했다. 새벽 시간인데도 어린이대공원 가로등은 환하게 켜져 있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과 함께 새벽 조명이 꺼졌다. 이후 새벽 공원에 인적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걸었다. 살짝 무서워 더 빨리 걸었다. 그러다 보니 10km의 거리를 1시간 10분 이내에 걸은 적도 있었다. 보폭이 1.1m에 시속은 7.8km였다. 거의 뛰다시피 걸었던 것이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운동 시간을 저녁 시간대로 다시 바꿨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저녁 회식과 모임이 크게 줄어들어 시간 내는 게 가능해졌다. 요즘에는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운동을 한다. 김 교수는 음악을 들으면서 걷는다.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음악 종류는 다르다. 외래 환자들이 많았던 날은 너무 피곤하니 조금 느린 음악이나 발라드를 듣는다. 그러면 걷는 속도도 조금은 느려진다. 컨디션이 좋으면 1980, 90년대의 댄스 음악을 들으며 걷는다. 이때는 걷는 속도가 빨라진다. 김 교수는 운동 후 스트레칭에도 꽤 신경을 쓴다. 걷기를 끝낸 후에는 대공원 야외에 설치돼 있는 운동기구에서 끝내기 운동을 한다. 허리 돌리기, 발 벌려 다리 찢기, 상체 숙이기 등을 15∼20분 정도 한다. 김 교수는 “파워 워킹을 하는 순간 근육은 긴장한다. 이 긴장 상태를 풀어주기 위해서는 운동 후 스트레칭을 꼭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진료팀 동료 모두가 함께 파워 워킹 14년째 파워 워킹을 하면서 건강 증진 효과를 실감했다고 한다. 만성적인 어깨와 허리 통증이 사라졌다. 식사한 후 혈당을 측정해도 정상일 정도로 당뇨병 걱정은 없다. 최근 5년 사이에 체중도 7, 8kg 줄었다. 혈압도 소폭 내려갔다. 그동안 크게 아픈 기억은 전혀 없다. 이뿐만 아니라 몸에 좋은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했다. 대체로 나이가 들면 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떨어진다. 약을 먹어도 좀처럼 수치가 오르지 않는다. 의학적으로는 운동을 꾸준히 할 때 이 수치가 오를 수 있다. 김 교수가 이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김 교수는 가족은 물론이고 같은 팀 동료들에게도 파워 워킹을 전도했다. 동료 간호사 4명과 함께 5월부터 약 70일 동안 파워 워킹을 이용한 다이어트에 도전했다. 5명이 각각 10만 원씩 50만 원을 내놓았고 체중 감량 비율이 가장 높은 동료가 상금으로 가져가기로 했다. 1명의 성과가 약간 저조했지만 나머지 4명은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결국 50만 원의 주인을 찾을 수 없어 아동시설에 기부했다. 김 교수는 이들과 함께 곧바로 2차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감량한 체중을 10월까지 유지하거나 더 줄이는 게 목표다. 이번에도 모두 성적이 좋으면 성금을 다시 기부할 예정이다. 앞으로 이런 식의 기부를 종종 하게 될 것 같단다. 파워 워킹 요령은처음엔 느리게 걷다 서서히 속도 올려야… 팔꿈치는 L자 또는 V자로 굽혀 90도 유지파워 워킹에 도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희진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일단 본인의 건강 상태부터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최근 3개월 동안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거나 평소 걷는 시간이 적은 사람은 일단 일반적 걷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비만 환자, 무릎 관절염이나 요통,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주치의와 상담한 뒤 운동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 파워 워킹을 한다고 해서 처음부터 속도를 내서는 안 된다. 처음에는 속도보다는 걷기 자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처음에는 20분 정도로 제한해 파워 워킹을 한다. 이 시간을 채울 수 없다면 10분씩 나눠 두 번에 걸쳐 걷는다. 걷는 시간은 1, 2주 간격으로 5분씩 시간을 늘리도록 한다. 오르막길을 오를 때도 숨이 덜 차면 서서히 속도를 올리는 게 좋다. 일주일에 최소한 3회 이상 규칙적으로 걷는 게 좋다. 파워 워킹의 기본자세를 따르도록 한다. 우선 걸을 때 팔꿈치는 L자 또는 V자로 굽혀서 90도를 유지해야 한다. 팔을 앞뒤로 힘차게 흔들면서 걷되, 팔꿈치가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주의한다. 무릎은 곧게 편다는 느낌으로 조금만 구부린다. 양 무릎이 스치듯이 11자 모양으로 걷는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걸을 때 복부의 긴장감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식사를 했다면 최소한 1시간 후에 걸어야 한다. 걷기 전후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좋다. 혼자보다는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함께 걷는 게 낫다. 가급적 워킹화를 신는 것을 권하지만 발이 너무 꽉 끼는 것은 피해야 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1-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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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서 만나자” 환자 위해 걷기 시작한 의사…“당뇨병 걱정도 없어요”

    김희진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50·여)는 2008년 파워 워킹을 시작했다. 파워 워킹은 일반 걷기보다 빠르다. 시속 6~8㎞나 된다. 열량 소모량이 크고 심폐 지구력 강화에 좋다. 김 교수는 환자 진료를 도울 목적으로 걷기를 시작했다. 당시 김 교수는 막 문을 연 치매클리닉을 맡았다.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환자가 꽤 있었다. 김 교수가 내린 처방은 ‘걷기’였다. 많이 걸으면 인지 기능이 좋아지고 보행 불안정도 개선된다. 근육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뇌신경을 보호한다. 치매가 악화되는 것을 늦출 수도 있다. 김 교수는 그런 환자들에게 운동을 권했다. 하지만 실천하지 않는 환자도 많았다. 그들에게 “한강 둔치에서 만나자”고 했다. 평일 밤 혹은 주말에 한강 둔치에 나가 환자들과 걸었다. 걷기의 운동 효과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주치의의 모습이 환자를 자극한다고 믿었다. 그렇게 해서 김 교수의 걷기 운동이 시작됐다. 이후 강도를 높여 파워 워킹으로 ‘업그레이드’했고 14년 동안 이어오고 있다. ●환자 진료 목적으로 파워 워킹 시작 김 교수는 운동을 싫어하지는 않았다. 고교 때까지는 태권도를 배웠고 공인2단 자격증도 땄다. 고2 때 대학입시 공부를 하느라 태권도를 중단했다. 이후 체중이 급격하게 불었다. 대학에 진학한 후 다시 운동을 했다. 그때 택한 종목은 수영이었다. 꽤 오래 했다. 출산 후에도 수영을 하면서 체중을 조절했다. 그러다가 개인적 이유로 수영을 중단하게 됐다. 2008년 환자들과 걷기 시작하면서 다시 운동을 시작한 셈이다. 주말과 휴일에는 오전에 한강 둔치로 나가 걸었다. 환자들을 만나는 날도 있었지만 혼자 걷는 날도 많았다. 평일에는 밀린 병원 업무, 늦은 진료, 약속 등의 이유로 오후에 운동할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지속적이고 규칙적으로 운동할 방법이 없을까, 이런 고민을 하다 운동 시간을 저녁에서 새벽으로 바꿨다. 이후 일주일에 최소한 4회 이상은 파워 워킹을 꾸준히 하고 있다. 장대비가 퍼붓거나 눈이 두툼하게 쌓인 날만 아니면 무조건 걷는다. 2015년 미국 뉴욕대에 교환교수로 갔을 때도 집과 학교 사이를 주로 걸어 다녔다. 운동 전후 스트레칭 시간을 빼면 걷는 시간은 1시간 반 정도다. 10~12㎞를 걷는다. 시속 7~8㎞ 속도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측정해보니 평균 보폭은 93㎝였다. 성큼성큼 걷는 수준이다. 김 교수는 “운동하며 걸을 때는 의도적으로 평소 보폭보다 크게 걸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집 근처 공원이 가장 좋은 운동장김 교수는 따로 헬스클럽을 이용하지 않는다. 집에서 가까운 공원이 최적의 운동장이라 믿기 때문이다. 한강 둔치를 이용한 것도 집에서 가까웠기 때문이다. 2016년 귀국한 후에는 서울 광진구로 이사했다. 한강 둔치와는 멀어졌지만 그 대신 5분 거리에 어린이대공원이 있었다. 오전 4시에 일어나 어린이대공원 여러 코스를 돌며 파워 워킹을 했다. 새벽 시간인데도 어린이대공원 가로등은 환하게 켜져 있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과 함께 새벽 조명이 꺼졌다. 이후 새벽 공원에 인적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걸었다. 살짝 무서워 더 빨리 걸었다. 그러다 보니 10㎞의 거리를 1시간 10분 이내에 걸은 적도 있었다. 보폭이 1.1m에 시속은 7.8㎞였다. 거의 뛰다시피 걸었던 것이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운동 시간을 저녁 시간대로 다시 바꿨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저녁 회식과 모임이 크게 줄어들어 시간 내는 게 가능해졌다. 요즘에는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운동을 한다. 김 교수는 음악을 들으면서 걷는다.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음악 종류는 다르다. 외래 환자들이 많았던 날은 너무 피곤하니 조금 느린 음악이나 발라드를 듣는다. 그러면 걷는 속도도 조금은 느려진다. 컨디션이 좋으면 1980, 90년대의 댄스 음악을 들으며 걷는다. 이때는 걷는 속도가 빨라진다. 김 교수는 운동 후 스트레칭에도 꽤 신경을 쓴다. 걷기를 끝낸 후에는 대공원 야외에 설치돼 있는 운동기구에서 끝내기 운동을 한다. 허리 돌리기, 발 벌려 다리 찢기, 상체 숙이기 등을 15~20분 정도 한다. 김 교수는 “파워 워킹을 하는 순간 근육은 긴장한다. 이 긴장 상태를 풀어주기 위해서는 운동 후 스트레칭을 꼭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진료팀 동료 모두가 함께 파워 워킹14년째 파워 워킹을 하면서 건강 증진 효과를 실감했다고 한다. 만성적인 어깨와 허리 통증이 사라졌다. 식사한 후 혈당을 측정해도 정상일 정도로 당뇨병 걱정은 없다. 최근 5년 사이에 체중도 7, 8㎏ 줄었다. 혈압도 소폭 내려갔다. 그동안 크게 아픈 기억은 전혀 없다. 이뿐만 아니라 몸에 좋은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했다. 대체로 나이가 들면 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떨어진다. 약을 먹어도 좀처럼 수치가 오르지 않는다. 의학적으로는 운동을 꾸준히 할 때 이 수치가 오를 수 있다. 김 교수가 이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김 교수는 가족은 물론이고 같은 팀 동료들에게도 파워 워킹을 전도했다. 동료 간호사 4명과 함께 5월부터 약 70일 동안 파워 워킹을 이용한 다이어트에 도전했다. 5명이 각각 10만 원씩 50만 원을 내놓았고 체중 감량 비율이 가장 높은 동료가 상금으로 가져가기로 했다. 1명의 성과가 약간 저조했지만 나머지 4명은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결국 50만 원의 주인을 찾을 수 없어 아동시설에 기부했다. 김 교수는 이들과 함께 곧바로 2차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감량한 체중을 10월까지 유지하거나 더 줄이는 게 목표다. 이번에도 모두 성적이 좋으면 성금을 다시 기부할 예정이다. 앞으로 이런 식의 기부를 종종 하게 될 것 같단다. 파워 워킹에 도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희진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일단 본인의 건강 상태부터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최근 3개월 동안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거나 평소 걷는 시간이 적은 사람은 일단 일반적 걷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비만 환자, 무릎 관절염이나 요통,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주치의와 상담한 뒤 운동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 파워 워킹을 한다고 해서 처음부터 속도를 내서는 안 된다. 처음에는 속도보다는 걷기 자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처음에는 20분 정도로 제한해 파워 워킹을 한다. 이 시간을 채울 수 없다면 10분씩 나눠 두 번에 걸쳐 걷는다. 걷는 시간은 1, 2주 간격으로 5분씩 시간을 늘리도록 한다. 오르막길을 오를 때도 숨이 덜 차면 서서히 속도를 올리는 게 좋다. 일주일에 최소한 3회 이상 규칙적으로 걷는 게 좋다. 파워 워킹의 기본자세를 따르도록 한다. 우선 걸을 때 팔꿈치는 L자 또는 V자로 굽혀서 90도를 유지해야 한다. 팔을 앞뒤로 힘차게 흔들면서 걷되, 팔꿈치가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주의한다. 무릎은 곧게 편다는 느낌으로 조금만 구부린다. 양 무릎이 스치듯이 11자 모양으로 걷는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걸을 때 복부의 긴장감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의식적으로 배에 힘을 주고 걷자. 식사를 했다면 최소한 1시간 후에 걸어야 한다. 걷기 전후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좋다. 혼자보다는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함께 걷는 게 낫다. 그래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가급적 워킹화를 신는 것을 권하지만 발이 너무 꽉 끼는 것은 피해야 한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1-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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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od&Dining]이너뷰티와 장건강을 챙기세요… 셀렉스 추석선물세트 2종 출시

    매일유업의 고객 맞춤형 건강관리 브랜드 셀렉스가 추석을 맞아 건강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셀렉스 밀크세라마이드 콜라겐으로 구성된 ‘올인원 토털 이너뷰티 선물세트’와 셀렉스 썬화이버 프리바이오틱스와 셀렉스 면역 프로바이오틱스로 구성된 ‘장 건강 선물세트’ 2종이다. 셀렉스 밀크세라마이드 콜라겐은 최근 리뉴얼을 마쳤다. 한 포만으로 겉과 속을 한번에 관리할 수 있는 토털 이너뷰티 제품이다. 요거트 맛 분말스틱 형태로 물 없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 셀렉스 밀크세라마이드 콜라겐은 한 포에 콜라겐 1200mg과 밀크세라마이드 600mg, 프랑스산 비오틴 1000μg을 함유하고 있다. 셀렉스 토털 이너뷰티 선물세트는 2개월 분량의 셀렉스 밀크세라마이드 콜라겐 본품으로 구성돼 있다. 단품 정가에서 60% 할인된 3만6000원에 살 수 있다. 셀렉스 장 건강 선물세트는 셀렉스 면역 프로바이오틱스와 셀렉스 썬화이버 프리바이오틱스로 구성돼 있다.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과 유산균의 먹이(프리바이오틱스)를 함께 섭취해 장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구성이다. 셀렉스 면역 프로바이오틱스는 하루 1캡슐로 장 건강과 정상적인 면역 기능을 한번에 관리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이다. 셀렉스 썬화이버 프리바이오틱스의 원료는 구아콩의 영양분 저장소인 배유 부분만을 가수 분해한 ‘구아검가수분해물’이다. 식물성 프리바이오틱스 구아검가수분해물은 장내 유익균 증식과 배변 활동을 도울 뿐 아니라 혈중 콜레스테롤을 개선하고 식후 혈당 상승도 억제한다. 셀렉스 장 건강 선물세트는 1개월분 5만7000원, 2개월분 9만9000원이다. 정가보다 40% 이상 할인된 가격이다. 추석 선물세트는 셀렉스 전용 쇼핑몰 셀렉스몰과 네이버 매일유업 브랜드스토어에서 구매할 수 있다. 매일유업 셀렉스는 국내 단백질 성인 영양식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누적 매출 1000억 원을 넘어섰다. 과학에 근거한 고객 맞춤형 평생 건강관리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단백질 보충을 위한 셀렉스 코어프로틴, 장 건강과 혈당·콜레스테롤까지 개선하는 셀렉스 썬화이버 프리바이오틱스, 장 건강과 면역기능 관리를 위한 셀렉스 면역 프로바이오틱스 등을 판매한다. 전용 쇼핑몰 셀렉스몰이나 셀렉스 전용 주문번호로 구매할 수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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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동꽝’ 벗으려 근력운동… 몸 가뿐해지니 ‘운동광’으로

    출산한 후에 관절염 증세를 호소하는 여성들이 꽤 있다. 안수진 강동경희대치과병원 보철과 교수(47·여)도 그랬다. 둘째 아이를 낳고 3년이 지난 2008년, 왼쪽 무릎이 시큰거렸다. 당시 나이 34세. 퇴행성관절염이라기엔 이른 나이였다. 출산 후유증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정형외과 의사인 남편이 검사를 해 보자 했다. X레이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했다. 검사 결과 뼈나 인대에 문제는 없었다. 원인은 근력 부족.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아 생긴 증세였던 것. 돌이켜보니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싫어했다. 체육은 공포의 과목이었다. 뜀틀 앞에서 주저앉아 울기도 했었다. 성인이 된 후에도 ‘나는 운동을 못하는 사람’이란 생각이 항상 뇌리를 맴돌았다. 게다가 안 교수가 종전에 근무하던 병원엔 환자가 너무 많았다.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식사 시간만 빼고 내리 환자 진료를 할 때도 부지기수였다. 운동은 언감생심이었다. 그랬던 안 교수는 지금 운동에 빠져 산다. 그 변화는 남편이 이끌었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는 남편이 안 교수를 집 근처 헬스클럽으로 이끌었다.○ 34세에 평생 처음으로 운동하다 남편은 안 교수를 헬스클럽 회원으로 등록시켰다. 운동이라곤 해 본 적 없으니 혼자 운동할 리도 없다. 남편은 안 교수에게 트레이너를 붙여 줬다. 무릎에 하중이 덜 가면서도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을 시작했다. 근무가 없을 때 혹은 주말에 헬스클럽에 갔다. 일주일에 2, 3회는 반드시 ‘출석’했다. 근력이 너무 약해 처음에는 운동 기구를 이용하지 못했다. 트레이너는 3개월 동안 스쾃이나 런지 같은 맨몸 근력 운동만 시켰다. 1시간 동안 트레이닝을 끝내면 40분 동안 자전거 타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을 시켰다. 운동에 적응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무거운 운동 기구를 드는 것도 아닌데 10분 만에 나가떨어졌다. “못 하겠다” “그만하면 안 되냐” “힘들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팔짱을 낀 트레이너는 철벽이었다.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며 운동을 재촉했다. 그래도 고통스러운 시간을 끝내고 샤워할 때는 상쾌했다. 안 교수는 “솔직히 미리 비용을 냈으니 안 하면 손해라는 생각도 컸다”며 웃었다. 3개월 정도까지는 운동한 다음 날 온몸이 쑤셨다. 이 근육통은 하루 종일 이어지다 그 다음 날에 대부분 사라졌다. 고통스러웠지만 한 달 정도를 견디자 운동이 재미있어졌다. 안 교수는 “트레이너와 운동 약속을 잡은 날을 나도 모르게 기다리고 있었다. 스스로도 놀랐던 적이 많다”고 말했다. 요즘도 근력 운동을 하면 약간의 근육통이 있다. 이에 대해 안 교수는 “운동한 후 근육통이 전혀 없다면 오히려 문제”라고 했다. 너무 중량을 낮췄기에 근육이 자극을 받지 못하고, 그 결과 근력 강화 효과가 없다는 것. ○14년째 근력 운동, 단계적 중량 올려 3개월 만에 운동 기구를 이용하는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이 단계까지 온 것만 해도 감개무량이었다. 운동 기구를 사용하니 비로소 근력 운동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처음에는 역기 봉을 드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 봉의 무게만 20kg이었다. 역기 봉 양쪽에 부착하는 바벨 원판의 중량을 서서히 올렸다. 근력이 좀 생겼다고 해서 중량을 많이 올리는 건 금물. 부상의 위험이 커진다. 안 교수는 무릎 아래에서 역기를 들었다 내려놓는 ‘데드리프트’의 예를 들었다. “한 달 전에 60kg을 들었고 근력도 늘었다고 해서 바로 70kg으로 올려서는 안 된다. 단기간에 근육량이 크게 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오랜 시간에 걸쳐 중량을 늘렸고, 현재는 봉의 양쪽에 각각 20∼30kg의 바벨 원판을 달고 데드리프트를 한다. 중량을 늘리는 기준이 있단다. 보통 12∼15회를 한 세트로 잡는데, 이때 힘이 덜 든다면 중량을 올려도 된다. 하지만 5, 6회 만에 내려놓으면 중량을 내려야 한다. 일주일에 2회는 꼭 이런 방식으로 근력 운동을 한다. 하루는 상체 위주, 또 다른 하루는 하체 위주로 한다. 14년째 이어오고 있는 운동 습관이다. 운동 효과는 일상생활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우선 아침에 일어날 때 피곤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몸에 힘도 더 붙었다는 느낌이 든다. 아이들에게 짜증 내는 법도 없고, 환자 진료로 녹초가 돼도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이런 점 때문에 매주 2, 3회는 반드시 운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달리기와 필라테스에도 도전 운동을 오래 하다 보니 새로운 종목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또한 신체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싶어졌다. 얼마 전부터 주말에 시간이 나면 집 근처에 있는 양재천변에 가서 달리기를 한다. 지방을 태우고 심폐 지구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헬스클럽에서 달리기를 하지만 야외에서 달리는 것은 처음. 재미가 붙었다. 매주 주말마다 1시간 동안 8km를 달린다. 운동 편식을 막기 위해 2019년부터는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유연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매주 1회 필라테스를 운동 일정에 포함시켰다. 그러니까 헬스클럽 2회, 필라테스 1회, 야외 달리기 1회 등 주 4회로 운동 횟수를 늘린 것. 필라테스를 하면서 관절의 운동성이 좋아진 것을 느낀단다. 안 교수는 “근력 운동은 큰 근육을 키우지만 필라테스는 뼈와 붙어 있는 안쪽 근육을 단련시켜 준다”고 말했다. 필라테스를 하면 근육통이 사라지는 것도 장점이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좀이 쑤실 정도라는 안 교수가 말했다. “이제 운동은 없어서는 안 될 생활의 일부가 됐어요. 마치 하루에 세 끼 밥을 먹는 것처럼 말이죠. 누구나 운동하다 보면 그렇게 될 겁니다.”골밀도 떨어지는 중년여성, 근력운동 필수… 단기효과 집착 말아야트레이너-전문가와 함께 운동하면 도움체성분 자주 측정 말고 고루 먹는게 중요안수진 강동경희대치과병원 보철과 교수는 14년째 근력 운동을 하면서 ‘몸치’에서 ‘운동 마니아’로 거듭났다. 안 교수가 말하는 근력운동을 할 때 꼭 알아야 할 팁을 정리한다. 첫째, 중년 여성이라면 반드시 근력 운동을 해야 한다. 갱년기 이후에 골밀도가 크게 떨어진다. 달리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도 좋지만 골밀도를 증가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근력 운동이다. 중년 여성이라면 근력 운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둘째,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고 해서는 안 된다. ‘3개월에 20kg 감량’과 같은 광고를 하는 헬스클럽엔 안 가는 게 낫다. 조급하게 운동하면 부상 위험이 커진다. 날씬한 몸매를 만들겠다며 무리하게 운동하는 것도 금물. 천천히 감량하며 건강을 챙기겠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셋째, 가급적 트레이너나 전문가와 함께 운동하는 게 좋다. 중량이 무거운 기구를 들 때는 도와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기구를 잘못 사용할 경우 부상 위험도 크다. 전문가가 없다면 따로 파트너를 구해 운동을 같이 하는 게 좋다. 넷째, 인바디 측정을 너무 자주 하지 않는 게 좋다. 운동을 하다 보면 자신의 몸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하고 싶어진다. 그럴 때마다 인바디 측정을 하면 수치에 연연하게 된다. 3개월 혹은 6개월마다 측정하는 게 좋다. 다섯째, 식단 관리가 필요하다. 음식을 일부러 안 먹는 것은 좋지 않다. 특히 몸에 좋다는 음식을 찾아 먹을 필요는 없다. 평소 골고루 먹는 게 중요하다. 다만 열량이 높은 케이크나 떡 같은 음식은 일주일에 1, 2회 정도로 제한하는 게 좋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1-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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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력 부족이 부른 출산 후 관절염 증세…34살에 처음 운동을 시작했다

    출산한 후에 관절염 증세를 호소하는 여성들이 꽤 있다. 안수진 강동경희대치과병원 보철과 교수(47·여)도 그랬다. 둘째 아이를 낳고 3년이 지난 2008년, 왼쪽 무릎이 시큰거렸다. 당시 나이 34세. 퇴행성관절염이라기엔 이른 나이였다. 출산 후유증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정형외과 의사인 남편이 검사를 해 보자 했다. X레이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했다. 검사 결과 뼈나 인대에 문제는 없었다. 원인은 근력 부족.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아 생긴 증세였던 것. 돌이켜보니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싫어했다. 체육은 공포의 과목이었다. 뜀틀 앞에서 주저앉아 울기도 했었다. 성인이 된 후에도 ‘나는 운동을 못하는 사람’이란 생각이 항상 뇌리를 맴돌았다. 게다가 안 교수가 종전에 근무하던 병원엔 환자가 너무 많았다.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식사 시간만 빼고 내리 환자 진료를 할 때도 부지기수였다. 운동은 언감생심이었다. 그랬던 안 교수는 지금 운동에 빠져 산다. 그 변화는 남편이 이끌었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는 남편이 안 교수를 집 근처 헬스클럽으로 이끌었다. ● 34세에 평생 처음으로 운동하다남편은 안 교수를 헬스클럽 회원으로 등록시켰다. 운동이라곤 해 본 적 없으니 혼자 운동할 리도 없다. 남편은 안 교수에게 트레이너를 붙여 줬다. 무릎에 하중이 덜 가면서도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을 시작했다. 근무가 없을 때 혹은 주말에 헬스클럽에 갔다. 일주일에 2, 3회는 반드시 ‘출석’했다. 근력이 너무 약해 처음에는 운동 기구를 이용하지 못했다. 트레이너는 3개월 동안 스쾃이나 런지 같은 맨몸 근력 운동만 시켰다. 1시간 동안 트레이닝을 끝내면 40분 동안 자전거 타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을 시켰다. 운동에 적응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무거운 운동 기구를 드는 것도 아닌데 10분 만에 나가떨어졌다. “못 하겠다” “그만하면 안 되냐” “힘들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팔짱을 낀 트레이너는 철벽이었다.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며 운동을 재촉했다. 그래도 고통스러운 시간을 끝내고 샤워할 때는 상쾌했다. 안 교수는 “솔직히 미리 비용을 냈으니 안 하면 손해라는 생각도 컸다”며 웃었다. 3개월 정도까지는 운동한 다음 날 온몸이 쑤셨다. 이 근육통은 하루 종일 이어지다 그 다음 날에 대부분 사라졌다. 고통스러웠지만 한 달 정도를 견디자 운동이 재미있어졌다. 안 교수는 “트레이너와 운동 약속을 잡은 날을 나도 모르게 기다리고 있었다. 스스로도 놀랐던 적이 많다”고 말했다. 요즘도 근력 운동을 하면 약간의 근육통이 있다. 이에 대해 안 교수는 “운동한 후 근육통이 전혀 없다면 오히려 문제”라고 했다. 너무 중량을 낮췄기에 근육이 자극을 받지 못하고, 그 결과 근력 강화 효과가 없다는 것. ● 14년째 근력 운동, 단계적 중량 올려3개월 만에 운동 기구를 이용하는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이 단계까지 온 것만 해도 감개무량이었다. 운동 기구를 사용하니 비로소 근력 운동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처음에는 역기 봉을 드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 봉의 무게만 20㎏이었다. 역기 봉 양쪽에 부착하는 바벨 원판의 중량을 서서히 올렸다. 근력이 좀 생겼다고 해서 중량을 많이 올리는 건 금물. 부상의 위험이 커진다. 안 교수는 무릎 아래에서 역기를 들었다 내려놓는 ‘데드리프트’의 예를 들었다. “한 달 전에 60㎏을 들었고 근력도 늘었다고 해서 바로 70㎏으로 올려서는 안 된다. 단기간에 근육량이 크게 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오랜 시간에 걸쳐 중량을 늘렸고, 현재는 봉의 양쪽에 각각 20~30㎏의 바벨 원판을 달고 데드리프트를 한다. 중량을 늘리는 기준이 있단다. 보통 12~15회를 한 세트로 잡는데, 이때 힘이 덜 든다면 중량을 올려도 된다. 하지만 5, 6회 만에 내려놓으면 중량을 내려야 한다. 일주일에 2회는 꼭 이런 방식으로 근력 운동을 한다. 하루는 상체 위주, 또 다른 하루는 하체 위주로 한다. 14년째 이어오고 있는 운동 습관이다. 운동 효과는 일상생활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우선 아침에 일어날 때 피곤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몸에 힘도 더 붙었다는 느낌이 든다. 아이들에게 짜증 내는 법도 없고, 환자 진료로 녹초가 돼도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이런 점 때문에 매주 2, 3회는 반드시 운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 달리기와 필라테스에도 도전운동을 오래 하다 보니 새로운 종목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또한 신체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싶어졌다. 얼마 전부터 주말에 시간이 나면 집 근처에 있는 양재천변에 가서 달리기를 한다. 지방을 태우고 심폐 지구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헬스클럽에서 달리기를 하지만 야외에서 달리는 것은 처음. 재미가 붙었다. 매주 주말마다 1시간 동안 8㎞를 달린다. 운동 편식을 막기 위해 2019년부터는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유연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매주 1회 필라테스를 운동 일정에 포함시켰다. 그러니까 헬스클럽 2회, 필라테스 1회, 야외 달리기 1회 등 주 4회로 운동 횟수를 늘린 것. 필라테스를 하면서 관절의 운동성이 좋아진 것을 느낀단다. 안 교수는 “근력 운동은 큰 근육을 키우지만 필라테스는 뼈와 붙어 있는 안쪽 근육을 단련시켜 준다”고 말했다. 필라테스를 하면 근육통이 사라지는 것도 장점이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좀이 쑤실 정도라는 안 교수가 말했다. “이제 운동은 없어서는 안 될 생활의 일부가 됐어요. 마치 하루에 세 끼 밥을 먹는 것처럼 말이죠. 누구나 운동하다 보면 그렇게 될 겁니다.” 안수진 강동경희대치과병원 보철과 교수는 14년째 근력 운동을 하면서 ‘몸치’에서 ‘운동 마니아’로 거듭났다. 근력 운동을 할 때 반드시 알아둬야 할 점이 있단다. 안 교수가 말하는 팁을 정리한다. 첫째, 중년 여성이라면 반드시 근력 운동을 해야 한다. 갱년기 이후에 골밀도가 크게 떨어진다. 달리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도 좋지만 골밀도를 증가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근력 운동이다. 중년 여성이라면 근력 운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둘째,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고 해서는 안 된다. ‘3개월에 20kg 감량’과 같은 광고를 하는 헬스클럽엔 안 가는 게 낫다. 조급하게 운동하면 부상 위험이 커진다. 날씬한 몸매를 만들겠다며 무리하게 운동하는 것도 금물. 천천히 감량하며 건강을 챙기겠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셋째, 가급적 트레이너나 전문가와 함께 운동하는 게 좋다. 중량이 무거운 기구를 들 때는 도와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기구를 잘못 사용할 경우 부상 위험도 크다. 전문가가 없다면 따로 파트너를 구해 운동을 같이 하는 게 좋다. 넷째, 인바디 측정을 너무 자주 하지 않는 게 좋다. 운동을 하다 보면 자신의 몸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하고 싶어진다. 그럴 때마다 인바디 측정을 하면 수치에 연연하게 된다. 3개월 혹은 6개월마다 측정하는 게 좋다. 다섯째, 식단 관리가 필요하다. 음식을 일부러 안 먹는 것은 좋지 않다. 특히 몸에 좋다는 음식을 찾아 먹을 필요는 없다. 평소 골고루 먹는 게 중요하다. 다만 열량이 높은 케이크나 떡 같은 음식은 일주일에 1, 2회 정도로 제한하는 게 좋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1-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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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헬스, 대충 때우면 건강 못잡아… “환갑에 시작해도 꾸준하면 효과”

    조현(調絃)은 현악기의 줄을 고른다는 뜻이다. 제대로 조율하면 악기는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뇌도 마찬가지다. 문제가 생겨도 잘 치료하면 정상 생활이 가능하다. 이 ‘정신의 부조화’를 일으키는 병이 조현병이다. 조현병의 원래 이름은 정신분열증이었다. 편견이 그대로 드러난 병명이다. 환자와 가족들은 병명에서부터 적지 않은 고통을 겪었다. 2011년 전문가들이 조현병으로 개명했다. 이를 주도한 의사가 당시 대한정신분열증학회 이사장이었던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62)다. 권 교수는 지금도 조현병과 강박증 분야에서 최고의 베스트 닥터로 손꼽힌다. 2018과 2019년에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도 지냈다. 권 교수는 늘 바쁘다. 환자 진료와 연구, 학회 활동, 개인 약속 등으로 일정표가 빽빽하다. 운동과는 담쌓고 살았다. 시도는 했다. 헬스클럽 회원권을 끊었다. 하지만 운동 횟수가 처음 ‘매주 1, 2회’에서 얼마 후 ‘2주에 한 번’으로 줄었다. 헬스클럽에 가더라도 대충 샤워하는 수준이다. 운동이 될 리가 없다. 사실 허리 상태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운동이 꼭 필요했다. 하지만 권 교수는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귀찮았다. “나중에 하지 뭘, 아직 괜찮은데….” ○ 아픈 후 건강관리 필요성 깨달아 2016년 4월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다 그대로 고꾸라졌다. 허리에 힘을 줄 수 없었다. 구급차를 불러 응급실에 갔다. 척추 디스크가 터졌다고 했다. 수술을 놓고 고민했다. 테스트 결과 운동 기능에는 문제가 없어 재활치료를 하며 관찰하기로 했다. 허리 통증이 심해졌다. 발의 바깥 부위에는 마비 증세까지 나타났다. 결국 6월에 수술했다. 하지만 발 바깥 부위의 마비 증세는 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어떤 부위는 예민해져 통증이 심해졌다. 8월에 재수술을 받았다. 권 교수는 두 번 수술을 받고 난 후에야 자신이 건강관리에 무심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술을 ‘경고’로 받아들였다. 가족에게 걱정을 끼친 것 같아 미안했다. 운동을 결심한 이유다. 5년이 지난 지금, 허리 통증은 없다. 다만 발의 바깥 부위 상태는 지금도 썩 좋지는 않다. 어떤 부위는 마비된 상태고 어떤 부위는 과도하게 예민하다. 최근에는 욱신거리는 범위가 종아리를 타고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 신경학적으로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증세다. 별 문제는 되지 않는다지만 그래도 신경 쓰인다. 권 교수는 “그동안 건강관리에 무심했기에 받는 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웃었다. ○환갑 나이에 ‘헬스’ 본격 시작 수술 부작용을 우려해 5, 6개월은 운동을 삼갔다. 이후 헬스클럽에 등록했지만 예전 버릇이 나왔다. 하다 그만두기를 반복하면서 시간만 흘려보냈다. 그러다 딸의 ‘잔소리’를 들었다. “아빠가 가장이에요. 가장이 건강을 잃으면 가정이 무너져요.” 정신이 번쩍 들었다. 2019년 5월 아파트에 딸려 있는 작은 헬스시설에 등록했다. 트레이너에게 허리를 강화할 수 있는 운동을 배웠다. 1주일에 두 번 다녔다. 허리 운동만 주로 하긴 했지만 어쨌든 처음으로 꾸준히 헬스클럽을 이용했다. 지난해 권 교수는 환갑을 맞았다. 체계적으로 해 보고 싶었다. 마침 병원 건물에 헬스클럽이 들어섰다. 곧바로 회원으로 가입했다. 트레이너에게 제대로 근력 운동을 배우기 시작했다. 유산소 운동도 병행했다. 헬스클럽을 이용한 지 어느덧 1년이 넘었다. 그사이에 권 교수는 운동에 푹 빠졌다. 평일에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헬스클럽을 찾는다. 2일은 근력 운동 50분에, 유산소 운동 30분을 이어 한다. 나머지 3일은 유산소 운동만 1시간 이상 한다. 걷기를 주로 하는데 시속 6∼7km의 속도를 유지한다. 권 교수는 최근 한강둔치와 가까운 아파트로 이사했다. 덕분에 주말 걷기가 가능해졌다. 약속이 없는 주말에는 한강둔치로 나가 1시간 20분 동안 8km를 걷는다. 걷지 않을 때는 아파트 무료 헬스시설에서 1시간가량 근력 운동을 한다. 이젠 운동하지 않고 주말을 보내면 월요일이 찌뿌드드하다. 또 월요일에 근력 운동을 하지 않으면 일주일이 무기력해진다. 월요일 오후에 꼭 근력 운동을 하는 이유다. 권 교수는 “이젠 운동하지 않으면 사는 재미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고혈압과 비만 모두 잡아 운동하기 전에는 수축기 혈압이 145∼150mmHg까지 올랐다. 다시 측정해도 같았다. 140mmHg을 넘으면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권 교수는 고혈압 약을 복용하고 있다. 운동을 꾸준히 한 덕분에 올해 검진에서는 수축기 혈압이 116mmHg으로 떨어졌다. 정상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일단 약의 용량을 줄일 수 있게 됐다. 몸무게는 3kg 정도 줄었다. 하지만 체성분이 바뀌었다. 체지방은 확 줄어든 반면 근육량은 늘었다. 덕분에 체형이 완전히 달라졌다. 운동을 하기 전에는 의사 가운의 단추를 채우지 못할 정도로 심한 복부비만 체형이었다. 지금은 배가 홀쭉하다. 허리띠 구멍 2개가 줄었단다. 요즘엔 식사량도 줄이고 소금 섭취량을 제한하고 있다. 운동을 하다 보니 식단에까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권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없어 운동하지 못한다지만 실제로는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다”고 말했다. 정신의학적으로 볼 때 사람들은 당장 급해 보이는 것부터 하면서 정작 중요한 것은 미루는 경향이 있다. 운동과 관련된 고정관념이 그렇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일단 운동해 보면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코어근육 단련 근력운동 필수…의욕 북돋우고 쾌감 느끼게 해가끔 ‘멍때리기’ 뇌 휴식에 좋아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환갑을 넘겼다 해도 근력 운동은 꼭 할 것을 권했다. 특히 몸의 골격을 잡아주는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이 좋다. 처음에는 힘들 수 있다. 보통 근력 운동은 한 종목에 3∼5세트를 한다. 힘든 종목과 덜 힘든 종목을 교대로 하면 수월하게 운동할 수 있다. 권 교수는 근력 운동이 단지 육체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근력 운동을 할 때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 물질과 코르티솔이란 호르몬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의욕이 넘치거나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 주로 분비된다. 나이가 들면 의욕이 없고 떨어지는 게 도파민이 덜 나오기 때문이다. 이 도파민이 근력 운동을 하면 더 분비된다는 것이다. 근력 운동을 하다 보면 몸이 힘들다고 느낄 때가 있다. 이 경우 코르티솔이 분비된다. 코르티솔은 급한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온다. 코르티솔과 도파민이 동시에 분비되면 우리는 행복감을 가장 크게 느낀다. 그러니까 너무 낮지 않은 수준에서 강도를 유지하면서 근력 운동을 하면 코르티솔과 도파민이 동시에 분비돼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운동을 마치고 샤워할 때 묘한 쾌감을 느끼는 게 이 때문이다. 이와 함께 매주 3회, 매회 5분 정도 ‘멍 때리기’를 해 줄 것을 권 교수는 제안했다. 권 교수는 일요일에 TV 드라마를 틀어놓고 멍하게 있단다. 권 교수는 “멍 때리기는 명상과 비슷한 효과를 준다. 뇌를 쉬게 해 준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1-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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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갑에 시작한 ‘헬스’…“혈압도 정상수준으로 내려왔죠”

    조현(調絃)은 현악기의 줄을 고른다는 뜻이다. 제대로 조율하면 악기는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뇌도 마찬가지다. 문제가 생겨도 잘 치료하면 정상 생활이 가능하다. 이 ‘정신의 부조화’를 일으키는 병이 조현병이다. 조현병의 원래 이름은 정신분열증이었다. 편견이 그대로 드러난 병명이다. 환자와 가족들은 병명에서부터 적지 않은 고통을 겪었다. 2011년 전문가들이 조현병으로 개명했다. 이를 주도한 의사가 당시 대한정신분열증학회 이사장이었던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62)다. 권 교수는 지금도 조현병과 강박증 분야에서 최고의 베스트 닥터로 손꼽힌다. 2018과 2019년에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도 지냈다. 권 교수는 늘 바쁘다. 환자 진료와 연구, 학회 활동, 개인 약속 등으로 일정표가 빽빽하다. 운동과는 담쌓고 살았다. 시도는 했다. 헬스클럽 회원권을 끊었다. 하지만 운동 횟수가 처음 ‘매주 1, 2회’에서 얼마 후 ‘2주에 한 번’으로 줄었다. 헬스클럽에 가더라도 대충 샤워하는 수준이다. 운동이 될 리가 없다. 사실 허리 상태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운동이 꼭 필요했다. 하지만 권 교수는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귀찮았다. “나중에 하지 뭘, 아직 괜찮은데….” 아픈 후 건강관리 필요성 깨달아 2016년 4월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다 그대로 고꾸라졌다. 허리에 힘을 줄 수 없었다. 구급차를 불러 응급실에 갔다. 척추 디스크가 터졌다고 했다. 수술을 놓고 고민했다. 테스트 결과 운동 기능에는 문제가 없어 재활치료를 하며 관찰하기로 했다. 허리 통증이 심해졌다. 발의 바깥 부위에는 마비 증세까지 나타났다. 결국 6월에 수술했다. 하지만 발 바깥 부위의 마비 증세는 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어떤 부위는 예민해져 통증이 심해졌다. 8월에 재수술을 받았다. 권 교수는 두 번 수술을 받고 난 후에야 자신이 건강관리에 무심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술을 ‘경고’로 받아들였다. 가족에게 걱정을 끼친 것 같아 미안했다. 운동을 결심한 이유다. 5년이 지난 지금, 허리 통증은 없다. 다만 발의 바깥 부위 상태는 지금도 썩 좋지는 않다. 어떤 부위는 마비된 상태고 어떤 부위는 과도하게 예민하다. 최근에는 욱신거리는 범위가 종아리를 타고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 신경학적으로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증세다. 별 문제는 되지 않는다지만 그래도 신경 쓰인다. 권 교수는 “그동안 건강관리에 무심했기에 받는 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웃었다. 환갑 나이에 ‘헬스’ 본격 시작수술 부작용을 우려해 5, 6개월은 운동을 삼갔다. 이후 헬스클럽에 등록했지만 예전 버릇이 나왔다. 하다 그만두기를 반복하면서 시간만 흘려보냈다. 그러다 딸의 ‘잔소리’를 들었다. “아빠가 가장이에요. 가장이 건강을 잃으면 가정이 무너져요.” 정신이 번쩍 들었다. 2019년 5월 아파트에 딸려 있는 작은 헬스시설에 등록했다. 트레이너에게 허리를 강화할 수 있는 운동을 배웠다. 1주일에 두 번 다녔다. 허리 운동만 주로 하긴 했지만 어쨌든 처음으로 꾸준히 헬스클럽을 이용했다. 지난해 권 교수는 환갑을 맞았다. 체계적으로 해 보고 싶었다. 마침 병원 건물에 헬스클럽이 들어섰다. 곧바로 회원으로 가입했다. 트레이너에게 제대로 근력 운동을 배우기 시작했다. 유산소 운동도 병행했다. 헬스클럽을 이용한 지 어느덧 1년이 넘었다. 그사이에 권 교수는 운동에 푹 빠졌다. 평일에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헬스클럽을 찾는다. 2일은 근력 운동 50분에, 유산소 운동 30분을 이어 한다. 나머지 3일은 유산소 운동만 1시간 이상 한다. 걷기를 주로 하는데 시속 6~7km의 속도를 유지한다. 권 교수는 최근 한강둔치와 가까운 아파트로 이사했다. 덕분에 주말 걷기가 가능해졌다. 약속이 없는 주말에는 한강둔치로 나가 1시간 20분 동안 8km를 걷는다. 걷지 않을 때는 아파트 무료 헬스시설에서 1시간가량 근력 운동을 한다. 이젠 운동하지 않고 주말을 보내면 월요일이 찌뿌드드하다. 또 월요일에 근력 운동을 하지 않으면 일주일이 무기력해진다. 월요일 오후에 꼭 근력 운동을 하는 이유다. 권 교수는 “이젠 운동하지 않으면 사는 재미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고혈압과 비만 모두 잡아운동하기 전에는 수축기 혈압이 145~150㎜Hg까지 올랐다. 다시 측정해도 같았다. 140㎜Hg을 넘으면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권 교수는 고혈압 약을 복용하고 있다. 운동을 꾸준히 한 덕분에 올해 검진에서는 수축기 혈압이 116㎜Hg으로 떨어졌다. 정상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일단 약의 용량을 줄일 수 있게 됐다. 몸무게는 3kg 정도 줄었다. 하지만 체성분이 바뀌었다. 체지방은 확 줄어든 반면 근육량은 늘었다. 덕분에 체형이 완전히 달라졌다. 운동을 하기 전에는 의사 가운의 단추를 채우지 못할 정도로 심한 복부비만 체형이었다. 지금은 배가 홀쭉하다. 허리띠 구멍 2개가 줄었단다. 요즘엔 식사량도 줄이고 소금 섭취량을 제한하고 있다. 운동을 하다 보니 식단에까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권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없어 운동하지 못한다지만 실제로는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다”고 말했다. 정신의학적으로 볼 때 사람들은 당장 급해 보이는 것부터 하면서 정작 중요한 것은 미루는 경향이 있다. 운동과 관련된 고정관념이 그렇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일단 운동해 보면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근력운동의 정신의학 효과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환갑을 넘겼다 해도 근력 운동은 꼭 할 것을 권했다. 특히 몸의 골격을 잡아주는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이 좋다. 처음에는 힘들 수 있다. 보통 근력 운동은 한 종목에 3~5세트를 한다. 힘든 종목과 덜 힘든 종목을 교대로 하면 수월하게 운동할 수 있다. 권 교수는 근력 운동이 단지 육체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근력 운동을 할 때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 물질과 코르티솔이란 호르몬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의욕이 넘치거나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 주로 분비된다. 나이가 들면 의욕이 없고 떨어지는 게 도파민이 덜 나오기 때문이다. 이 도파민이 근력 운동을 하면 더 분비된다는 것이다. 근력 운동을 하다 보면 몸이 힘들다고 느낄 때가 있다. 이 경우 코르티솔이 분비된다. 코르티솔은 급한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온다. 코르티솔과 도파민이 동시에 분비되면 우리는 행복감을 가장 크게 느낀다. 그러니까 너무 낮지 않은 수준에서 강도를 유지하면서 근력 운동을 하면 코르티솔과 도파민이 동시에 분비돼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운동을 마치고 샤워할 때 묘한 쾌감을 느끼는 게 이 때문이다. 이와 함께 매주 3회, 매회 5분 정도 ‘멍 때리기’를 해 줄 것을 권 교수는 제안했다. 권 교수는 일요일에 TV 드라마를 틀어놓고 멍하게 있단다. 권 교수는 “멍 때리기는 명상과 비슷한 효과를 준다. 뇌를 쉬게 해 준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 2021-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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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변 라이딩 즐기다 내친김에 국토종주… 마음까지 쌩쌩

    손병호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55)는 운동을 꽤나 좋아했다. 축구든 테니스든, 팀이 꾸려지면 경기를 즐겼다. 골프도 좋아했고 탁구도 좋아했다.이런 행동들이 건강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한 종목을 지속적으로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가끔 테니스나 달리기를 하면 무릎이 시큰거릴 때도 있었다. 평소 관리하지 않아 부작용이 생긴 것.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싶었다. 하지만 여유가 없었다. 환자는 너무 많았다. 학회 일도 챙겨야 했고 연구할 게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실제로 손 교수는 환자 진료와 연구를 모든 일의 1순위로 뒀다. 그래서일까. 환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손 교수의 연구실 벽면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보낸 감사 편지로 도배돼 있다.○ 2주마다 자전거 끌고 한강변으로 2014년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갑상샘(갑상선) 기능 항진증 진단을 받았다.약을 처방받아 먹기 시작했다. 사실 건강검진 결과도 썩 좋지 않았다. 당화혈색소가 위험한 수준까지 치솟았고 콜레스테롤 수치도 정상 범위를 넘어섰다. 중성 지방이 크게 늘어나 있었다. 건강관리가 절실하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자전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다. 처음에는 초보자를 위한, 이른바 ‘입문용’ 자전거를 탔다. 자전거는 장만했지만 매주 탈 수도 없었다. 주말에도 밀린 일이 많아 시간이 나지 않았던 것. 평균 2주마다 자전거를 끌고 한강변으로 나갔다.사실 처음부터 운동 강도가 높지는 않았다. 서울 잠실에서 출발해 경기 남양주 팔당까지 약 25km의 거리를 가는 데 처음에는 약 2시간이 걸렸다. 평지야 문제없었지만 몇 단계로 오르막 경사가 있는 곳은 제대로 오를 수도 없었다. 숨이 턱턱 막히고 땀이 주체할 수 없이 흘렀다. 가다 쉬기를 반복하다 보니 1시간∼1시간 반 이내로 주파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 뜻이 맞는 의사들과 국토 종주 도전 자전거를 타다 보니 꿈이 생겼다. 국토 종주를 해 보고 싶었다. 그러다가 같은 뜻을 가지고 있는 의사 2명을 만났다. 2019년 초, 세 사람은 그해 10월에 국토 종주에 도전하기로 약속했다. 그때부터 실전을 염두에 두고 훈련을 시작했다. 우선 체력을 키워야 했다. 주행 거리를 늘렸다. 주말만 되면 자전거를 끌고 한강변으로 갔다. 그전에는 잠실에서 팔당까지 자전거를 타고 간 후 돌아올 때는 버스나 전철을 탔다. 이때부터는 돌아올 때도 자전거를 탔다. 이런 훈련 끝에 얼마 후에는 80km까지 거뜬히 달릴 수 있게 됐다. 국토 종주에 나서기 한 달 전, 리허설 용도로 충북 충주까지 가 보기로 했다. 낮 12시 서울을 출발했다. 충주에 도착하니 오후 9시 50분. 약 180km를 달렸더니 몸도 마음도 모두 지쳤다. 그래서였을까. 돌아오는 길에 동료 한 명이 부상을 당했다. 설상가상으로 나머지 동료 한 명도 얼마 후 체력 보강을 위해 달리던 중 다쳤다. 새로운 파트너가 필요했다. 어렵게 두 사람을 구했다. 이번엔 갑자기 태풍이 찾아왔다. 이후 서로 다른 일정이 있어서 국토 종주는 이듬해로 넘겨야 했다. 하지만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국토 종주의 꿈은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았다. 계속 뇌리에 남았다. 반드시 성사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마침 올해 3월 안식월이 예정돼 있었다. 병원 업무와 환자 진료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파트너를 다시 구했다. 3월 17일 오전 7시경 인천 아라서해갑문을 출발했다. 충주, 상주, 구미, 합천, 창녕을 거쳐 낙동강하굿둑까지 총 633km의 거리. 3박 4일 만인 3월 20일 오후 5시에 도착했다. 마침내 국토 종주의 꿈을 이뤘다. ○‘코로나 사태’ 이후 자전거 출퇴근 국토 종주를 준비하면서 라이딩 강도를 높인 덕에 건강 지표가 대부분 개선됐다. 일단 근력과 심폐기능이 모두 좋아졌다. 요즘엔 잠실에서 팔당까지 50분 만에 간다. 초보 시절 2시간에서 1시간 이상을 단축한 것.허벅지 근력이 강해지니 자주 계단을 오른다. 연구실이 있는 10층까지 계단 오르기가 전혀 힘들지 않다. 전체적으로 체력도 좋아졌다. 덕분에 수술할 때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요즘 손 교수는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집에서 병원까지 대략 20∼30분이 소요된다. 그 출근 시간이 손 교수는 너무 즐겁다. 손 교수는 “한강변만큼 자전거를 타기 좋은 곳이 없다. 주변 풍광을 보고만 있어도 힐링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자전거 출퇴근은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내린 선택이다. 모임과 회식이 확 줄었다. 그 시간을 건강관리에 활용하기 위해 자전거 출퇴근을 결심한 것. 사실 국토 종주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전거와 친숙해진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요즘에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주 주말 자전거를 탄다. 팔당을 넘어 더 먼 곳까지도 종종 간다. 손 교수는 아직도 혈당이 조금 높은 편이다. 당뇨병 환자는 아니지만 관리가 필요한 상황.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이후 혈당이 급격하게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개선되고 있단다. 손 교수는 “무리하지 않고 지금처럼 자전거 타기를 통해 몸 상태를 더 악화시키지 않고 유지하면서 조금씩 개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이어 “육체 건강 외에 마음 건강도 중요하다. 자전거를 타고 자연과 접하면 마음 건강이 좋아지는 걸 느낄 것이다”라며 웃었다.열정-동료-실력-훈련 4박자 갖춰야 자전거 국토종주 가능자전거 국토 종주를 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손병호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무엇보다 열정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3박 4일 이상 자전거를 타다 보면 힘이 들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생긴다는 것. 나약해질 때 열정이 있어야 자전거를 계속 탈 수 있다는 뜻이란다. 둘째, 서로 ‘잘 맞는’ 동료를 구해야 한다. 손 교수에 따르면 잘 맞는 동료는 마음만 통하는 동료를 뜻하는 게 아니다. 자전거 실력도 잘 맞아야 한다. 함께 종주하는 팀원 간의 레벨 차이가 많이 나면 한쪽은 처지고, 다른 한쪽은 멀찌감치 가서 기다리는 상황이 속출한다. 이러면 곤란하다는 것. 셋째,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의 실력은 갖춰야 한다. 손 교수는 20∼30km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수준까지 실력을 갖출 것을 권했다. 인천 아라뱃길에서 부산까지 간다면 보통 20∼30km마다 인증센터가 있다. 그러니까 인증센터와 인증센터 사이에 쉬지 않고 단숨에 갈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것. 넷째, 체력 훈련을 충분히 해야 한다. 보통 자전거로 종주를 한다면 하루에 평균 140∼150km를 달린다. 근력과 심폐지구력이 약하면 불가능하다. 따라서 평소 체력 훈련을 충분히 해야 하며 자전거로 평지에서 달릴 경우에도 시속 25km 이상으로 1시간 달리는 연습을 하는 게 좋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1-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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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갑상샘 항진증 진단에 자전거 입문… 이제는 국토종주도 거뜬”

    손병호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55)는 운동을 꽤나 좋아했다. 축구든 테니스든, 팀이 꾸려지면 경기를 즐겼다. 골프도 좋아했고 탁구도 좋아했다. 지나가다 실외 야구장이 보이면 들어가서 공을 치기도 했다. 이런 행동들이 건강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한 종목을 지속적으로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가끔 테니스나 달리기를 하면 무릎이 시큰거릴 때도 있었다. 평소 관리하지 않아 부작용이 생긴 것.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싶었다. 하지만 여유가 없었다. 환자는 너무 많았다. 학회 일도 챙겨야 했고 연구할 게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의사이니 으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손 교수는 환자 진료와 연구를 모든 일의 1순위로 뒀다. 그래서일까. 환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손 교수의 연구실 벽면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보낸 감사 편지로 도배돼 있다. ● 자전거 입문 2014년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갑상샘(갑상선) 기능 항진증 진단을 받았다. 가슴이 벌렁거리고 목소리가 가늘어졌다. 손도 조금 떨렸다. 약을 처방받아 먹기 시작했다. 사실 건강검진 결과도 썩 좋지 않았다. 당화혈색소가 위험한 수준까지 치솟았고 콜레스테롤 수치도 정상 범위를 넘어섰다. 중성 지방이 크게 늘어나 있었다. 건강관리가 절실하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자전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다. 처음에는 초보자를 위한, 이른바 ‘입문용’ 자전거를 탔다. 자전거는 장만했지만 매주 탈 수도 없었다. 주말에도 밀린 일이 많아 시간이 나지 않았던 것. 평균 2주마다 자전거를 끌고 한강변으로 나갔다. 동호회 회원들이 연락이 닿으면 함께 즐겼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혼자 자전거를 탔다. 그래도 좋았다. 사실 처음부터 운동 강도가 높지는 않았다. 서울 잠실에서 출발해 경기 남양주 팔당까지 약 25km의 거리를 가는 데 처음에는 약 2시간이 걸렸다. 평지야 문제없었지만 몇 단계로 오르막 경사가 있는 곳은 제대로 오를 수도 없었다. 숨이 턱턱 막히고 땀이 주체할 수 없이 흘렀다. 가다 쉬기를 반복하다 보니 1시간~1시간 반 이내로 주파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나마 잠실에서 서쪽으로 한강변을 달릴 때는 똑같은 25km라도 평지여서 1시간 반이 걸리지 않았다. ● 국토 종주 도전 자전거를 타다 보니 꿈이 생겼다. 국토 종주를 해 보고 싶었다. 그러다가 같은 뜻을 가지고 있는 의사 2명을 만났다. 2019년 초, 세 사람은 그해 10월에 국토 종주에 도전하기로 약속했다. 그때부터 실전을 염두에 두고 훈련을 시작했다. 우선 체력을 키워야 했다. 주행 거리를 늘렸다. 주말만 되면 자전거를 끌고 한강변으로 갔다. 그 전에는 잠실에서 팔당까지 자전거를 타고 간 후 돌아올 때는 버스나 전철을 탔다. 이때부터는 돌아올 때도 자전거를 탔다. 주행 거리를 50km로 늘린 것. 이런 훈련 끝에 얼마 후에는 80km까지 거뜬히 달릴 수 있게 됐다. 국토 종주에 나서기 한 달 전, 리허설 용도로 충북 충주까지 가 보기로 했다. 낮 12시 서울을 출발했다. 충주에 도착하니 오후 9시 50분. 약 180km를 달렸더니 몸도 마음도 모두 지쳤다. 그래서였을까. 돌아오는 길에 동료 한 명이 부상을 당했다. 설상가상으로 나머지 동료 한 명도 얼마 후 체력 보강을 위해 달리던 중 다쳤다. 새로운 파트너가 필요했다. 어렵게 두 사람을 구했다. 이번엔 갑자기 태풍이 찾아왔다. 이후 서로 다른 일정이 있어서 국토 종주는 이듬해로 넘겨야 했다. 하지만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국토 종주의 꿈은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았다. 계속 뇌리에 남았다. 반드시 성사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마침 올해 3월 안식월이 예정돼 있었다. 병원 업무와 환자 진료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파트너를 다시 구했다. 3월 17일 오전 7시경 인천 아라서해갑문을 출발했다. 충주, 상주, 구미, 합천, 창녕을 거쳐 낙동강하굿둑까지 총 633km의 거리. 3박 4일 만인 3월 20일 오후 5시에 도착했다. 마침내 국토 종주의 꿈을 이뤘다. ● ‘코로나 사태’ 이후 자전거 출퇴근 국토 종주를 준비하면서 라이딩 강도를 높인 덕에 건강 지표가 대부분 개선됐다. 일단 근력과 심폐기능이 모두 좋아졌다. 요즘엔 잠실에서 팔당까지 50분 만에 간다. 초보 시절 2시간에서 1시간 이상을 단축한 것. 도중에 쉬는 횟수도 2회에서 1회로 줄었다. 허벅지 근력이 강해지니 자주 계단을 오른다. 연구실이 있는 10층까지 계단 오르기가 전혀 힘들지 않다. 전체적으로 체력도 좋아졌다. 덕분에 수술할 때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하루 종일 수술을 한 날에도 피로감이 덜하다. 요즘 손 교수는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집에서 병원까지 대략 20~30분이 소요된다. 그 출근 시간이 손 교수는 너무 즐겁다. 손 교수는 “한강변만큼 자전거를 타기 좋은 곳이 없다. 주변 풍광을 보고만 있어도 힐링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자전거 출퇴근은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내린 선택이다. 모임과 회식이 확 줄었다. 그 시간을 건강관리에 활용하기 위해 자전거 출퇴근을 결심한 것. 사실 국토 종주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전거와 친숙해진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요즘에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주 주말 자전거를 탄다. 팔당을 넘어 더 먼 곳까지도 종종 간다. 손 교수는 아직도 혈당이 조금 높은 편이다. 당뇨병 환자는 아니지만 관리가 필요한 상황.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이후 혈당이 급격하게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개선되고 있단다. 체중도 살짝 과체중이지만 약간 빠지기는 했다. 손 교수는 “무리하지 않고 지금처럼 자전거 타기를 통해 몸 상태를 더 악화시키지 않고 유지하면서 조금씩 개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이어 “육체 건강 외에 마음 건강도 중요하다. 자전거를 타고 자연과 접하면 마음 건강이 좋아지는 걸 느낄 것이다”라며 웃었다.자전거 국토 종주를 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손병호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무엇보다 열정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3박 4일 이상 자전거를 타다 보면 힘이 들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생긴다는 것. 나약해질 때 열정이 있어야 자전거를 계속 탈 수 있다는 뜻이란다. 둘째, 서로 ‘잘 맞는’ 동료를 구해야 한다. 손 교수에 따르면 잘 맞는 동료는 마음만 통하는 동료를 뜻하는 게 아니다. 자전거 실력도 잘 맞아야 한다. 함께 종주하는 팀원 간의 레벨 차이가 많이 나면 한쪽은 처지고, 다른 한쪽은 멀찌감치 가서 기다리는 상황이 속출한다. 이러면 곤란하다는 것. 셋째,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의 실력은 갖춰야 한다. 손 교수는 20~30km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수준까지 실력을 갖출 것을 권했다. 인천 아라뱃길에서 부산까지 간다면 보통 20~30km마다 인증센터가 있다. 그러니까 인증센터와 인증센터 사이에 쉬지 않고 단숨에 갈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것. 넷째, 체력 훈련을 충분히 해야 한다. 보통 자전거로 종주를 한다면 하루에 평균 140~150km를 달린다. 근력과 심폐지구력이 약하면 불가능하다. 따라서 평소 체력 훈련을 충분히 해야 하며 자전거로 평지에서 달릴 경우에도 시속 25km 이상으로 1시간 달리는 연습을 하는 게 좋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1-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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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 빠지고 허벅지 탄탄… “아이스하키, 지옥훈련 견디면 몸은 천국”

    아이스하키는 꽤 격한 운동이다. 가장 먼저 연상되는 이미지가 ‘보디 체크’다. 상대방을 향해 돌진해 몸을 부딪쳐 공격을 막는 몸싸움이다. 거친 만큼 부상이나 사고도 많을 것 같다. 신영수 이대목동병원 정형외과 교수(49)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중년의 건강관리로 아이스하키가 제격이라는 것이다. 그게 가능할까. 신 교수와의 인터뷰는 이런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신 교수는 난도가 특히 높은 무릎 인공관절 재수술 분야에서 이름이 높다.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공관절 수술은 이제 어렵지 않은 수술이 됐다. 하지만 감염이나 관리 부실로 인해 재수술하는 경우 성공률은 많이 떨어진다. 신 교수는 이 재수술 분야에서만 최근 4년 동안 국제적인 저널에 2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 아들 돌보다가 우연히 입문 신 교수는 어쩌다 아이스하키를 택한 걸까. 2018년 7월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이던 아들이 학교 방과후 수업으로 아이스하키를 배울 일이 생겼다. 성인용 아이스하키 장비는 10kg. 초등학생용도 6kg 내외로 무게가 만만찮다. 부모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아이스링크에는 신 교수처럼 아이를 돕기 위해 대기하는 아빠들이 적잖았다. 몇몇 아빠는 아이들이 레슨 받을 때 한쪽에서 재미삼아 스케이트를 탔다. 처음에 심드렁하던 신 교수도 6개월 정도 지나자 은근히 도전해 보고 싶었다. 그래도 한때는 스케이트깨나 탔는데…. 현실은 냉정했다. 스케이트를 신고 채 10m도 못 가 꽈당 넘어졌다. 간신히 일어났다. 또 넘어졌다. 오기가 생겼다. 아이스하키까지 배우고 말리라. 신 교수의 아이스하키 도전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후 3개월 정도 레슨을 받지 않고 혼자 스케이팅 기본동작을 연습했다. 이후 정식으로 아이스하키 레슨을 받았다. 매주 금요일이면 병원 업무를 마치자마자 득달같이 아이스링크로 달려갔다. ○‘지옥 훈련’ 버티면 즐길 수 있어 신 교수는 4개월 동안 집중 레슨을 받았다. 스케이트를 신은 상태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도록 기본기를 충분히 배운 다음 스틱을 잡았다. 처음에는 상당히 힘들었다. 무거운 장비가 어깨를 짓눌렀다. 조금만 걸었는데 토할 것 같았다. 세상이 노랗게 변하며 빙글빙글 돌았다. 신 교수는 “내 체력이 얼마나 ‘저질’이었는지 그때 깨달았다”며 웃었다. 20m쯤 갔을 때부터 시야가 가릴 만큼 땀이 흘러내렸다. 50m도 못 가고 주저앉았다. 두 번째 날도 비슷했다. 셋째 날이 돼서야 50m 지점에 이를 수 있었다. 100m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기까지는 두 달이 걸렸다. 이 기간을 견디니 여유가 찾아왔다. 신 교수는 “따로 체력훈련을 하지는 않았다. 나중에 즐기려면 이 훈련을 견뎌야 한다는 심정으로 열심히 했는데 놀랍게도 그 다음부터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자신이 붙자 신 교수는 성인 아이스하키 동호회에 가입했다. 동호회는 매주 월요일 밤 모임을 가졌다.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주말 이틀, 금요일 밤 레슨에 이어 월요일 밤 아이스하키 동호회 활동까지 시작한 것이다. 일주일에 무려 4회를 아이스링크에서 보내는 셈이다. 경기를 가졌다. 아이스링크를 질주하는 기분이 상쾌했다. 스틱을 휘둘러 퍽을 쳐서 슈팅을 날리는 짜릿함이 몸에 각인되는 것 같았다. 월요일 오후가 되면 몸이 들썩였다. 신 교수는 요즘 속상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동호회 활동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동호회 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랄 뿐이다. ○“체중 안 빠질 수 없는 운동” 신 교수는 건강 증진 목적으로 아이스하키를 시작하지 않았다. 물론 체중 감량을 노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건강해졌다. 어떻게 달라졌을까. 아이스하키에 입문할 당시 신 교수 체중은 75∼76kg이었다. 배만 볼록하게 튀어나온 복부비만이었다. 지금 신 교수 체중은 64∼67kg이다. 그 사이에 10kg 가까이 줄어들었다. 사실 체중을 줄이기 위해 따로 운동한 적은 없다. 집중 레슨의 효과다. 신 교수는 “체중을 빼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아이스하키만 하면 저절로 빠지게 돼 있다”며 웃었다. 레슨이 테크닉을 배우고 개선하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체력 증진 요소도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레슨 받을 때는 5분이 경과하기도 전에 헬멧에서 바닥으로 땀이 빗물처럼 주르륵 떨어진다. 훈련 강도가 너무 강해 15분 이상 지속하지 않는다. 이어 2, 3분 쉬고 충분히 수분을 섭취한 다음 훈련을 재개한다. 체중만 줄어든 게 아니다. 다른 건강지표도 뚜렷이 개선됐다. 사실 전에는 혈압이 꽤 높은 편이었다. 수축기 혈압 150mmHg, 이완기 혈압 95mmHg에 육박했다. 정상 혈압은 각각 120mmHg, 80mmHg 미만이어야 한다. 신 교수의 경우 사실상 1기 고혈압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아이스하키를 3년 남짓 하다 보니 혈압이 완벽하게 정상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혈압 환자에게 적당한 운동은 필수다. 신 교수 또한 “좋아하는 운동을 매주 2∼4회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건강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 허벅지가 튼튼해졌다. 아이스하키 경기를 할 때는 기마 자세로 스케이트를 타야 한다. 그러니 허벅지 근육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 교수는 그 전에는 3층 높이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갔다. 계단으로 오르면 숨이 턱 막혔다. 요즘은 3층 정도는 가볍게 계단으로 오른다. 아들과 아이스하키를 같이 하고 아내도 함께 스케이팅을 하다 보니 공통 관심사가 생겼다. 대화도 많아졌다. 신 교수가 꼽은 최고의 장점이 이것이다. “가족과의 유대감과 친밀도가 높아졌답니다.” 아이스하키 도전하려면운동전 발바닥 5분간 주무르고, 아킬레스건 강화 스트레칭을 최소 석달은 전문가에게 배워야아이스하키에 도전하는 데 조건이 있을까. 60대도 가능할까. 신영수 이대목동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나이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부상도 크게 걱정할 게 없단다. 보호장비가 외부와의 충격을 완화해 주기 때문이다. 스스로 주의하면서 스케이팅을 즐기면 부상이나 사고는 별로 생기지 않는다. 신 교수에 따르면 부상이나 사고는 주로 마음이 앞설 때, 혹은 무모하게 도전할 때 발생한다. 이를테면 무리하게 터닝을 하거나 속도를 올렸다가 얼음판에 날이 깊이 박힐 때가 그렇다. 이 경우 발목 골절, 무릎 부상, 십자인대 파열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처음에는 정식으로 최소한 3개월은 전문가에게 스케이팅과 아이스하키 기술을 배우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스케이팅을 하면서 스틱을 제대로 다루는 데까지 3개월이 걸린다. 다만 체력이 좀 약하다 싶으면 기간을 조금 늘려 4, 5개월 정도 배우면서 기술을 연마하도록 한다. 운동하기 전에 충분히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먼저 발바닥을 최소한 5분 정도는 주물러 주는 게 좋다. 신 교수는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꽤 중요하다. 선수들도 실제로 이런 마사지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발목 아킬레스건을 튼튼하게 하는 스트레칭도 해야 한다. 선 채로 벽에 손을 짚는다. 이때 상체나 팔에 힘을 주면 안 된다. 가급적 힘을 빼고 모든 신경은 발목에 쏟는다. 이어 발목 뒤쪽이 팽팽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쭉 뻗어준다. 20초 동안 그 상태를 유지한 뒤 발을 번갈아가며 동작을 반복한다. 각각 3회 이상씩 해 준다. 평소에도 이 스트레칭을 자주 하면 아킬레스건이 튼튼해지고 발바닥에 통증이 생기는 족저근막염을 예방할 수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1-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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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중도, 혈압도 정상으로 뚝…중년의 건강관리 ‘아이스하키’가 제격

    아이스하키는 꽤 격한 운동이다. 가장 먼저 연상되는 이미지가 ‘보디 체크’다. 상대방을 향해 돌진해 몸을 부딪쳐 공격을 막는 몸싸움이다. 거친 만큼 부상이나 사고도 많을 것 같다. 신영수 이대목동병원 정형외과 교수(49)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중년의 건강관리로 아이스하키가 제격이라는 것이다. 그게 가능할까. 신 교수와의 인터뷰는 이런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신 교수는 난도가 특히 높은 무릎 인공관절 재수술 분야에서 이름이 높다.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공관절 수술은 이제 어렵지 않은 수술이 됐다. 하지만 감염이나 관리 부실로 인해 재수술하는 경우 성공률은 많이 떨어진다. 신 교수는 이 재수술 분야에서만 최근 4년 동안 국제적인 저널에 2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 아들 돌보다가 우연히 입문 신 교수는 어쩌다 아이스하키를 택한 걸까. 2018년 7월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이던 아들이 학교 방과후 수업으로 아이스하키를 배울 일이 생겼다. 성인용 아이스하키 장비는 10㎏. 초등학생용도 6㎏ 내외로 무게가 만만찮다. 부모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아이스링크에는 신 교수처럼 아이를 돕기 위해 대기하는 아빠들이 적잖았다. 몇몇 아빠는 아이들이 레슨 받을 때 한쪽에서 재미삼아 스케이트를 탔다. 처음에 심드렁하던 신 교수도 6개월 정도 지나자 은근히 도전해 보고 싶었다. 그래도 한때는 스케이트 꽤나 탔는데…. 현실은 냉정했다. 스케이트를 신고 채 10m도 못가 꽈당 넘어졌다. 간신히 일어났다. 또 넘어졌다. 오기가 생겼다. 아이스하키까지 배우고 말리라. 신 교수의 아이스하키 도전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후 3개월 정도 레슨을 받지 않고 혼자 스케이팅 기본동작을 연습했다. 이후 정식으로 아이스하키 레슨을 받았다. 매주 금요일이면 병원 업무를 마치자마자 득달같이 아이스링크로 달려갔다. ● ‘지옥 훈련’ 버티면 즐길 수 있어 신 교수는 4개월 동안 집중 레슨을 받았다. 스케이트를 신은 상태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도록 기본기를 충분히 배운 다음 스틱을 잡았다. 처음에는 상당히 힘들었다. 무거운 장비가 어깨를 짓눌렀다. 조금만 걸었는데 토할 것 같았다. 세상이 노랗게 변하며 빙글빙글 돌았다. 신 교수는 “내 체력이 얼마나 ‘저질’이었는지 그때 깨달았다”며 웃었다. 20m쯤 갔을 때부터 시야가 가릴 만큼 땀이 흘러내렸다. 50m도 못 가고 주저앉았다. 두 번째 날도 비슷했다. 셋째 날이 돼서야 50m 지점에 이를 수 있었다. 100m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기까지는 두 달이 걸렸다. 이 기간을 견디니 여유가 찾아왔다. 신 교수는 “따로 체력훈련을 하지는 않았다. 나중에 즐기려면 이 훈련을 견뎌야 한다는 심정으로 열심히 했는데 놀랍게도 그 다음부터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자신이 붙자 신 교수는 성인 아이스하키 동호회에 가입했다. 동호회는 매주 월요일 밤 모임을 가졌다.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주말 이틀, 금요일 밤 레슨에 이어 월요일 밤 아이스하키 동호회 활동까지 시작한 것이다. 일주일에 무려 4회를 아이스링크에서 보내는 셈이다. 경기를 가졌다. 아이스링크를 질주하는 기분이 상쾌했다. 스틱을 휘둘러 퍽을 쳐서 슈팅을 날리는 짜릿함이 몸에 각인되는 것 같았다. 월요일 오후가 되면 몸이 들썩였다. 신 교수는 요즘 속상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동호회 활동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동호회 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랄 뿐이다. ● “체중 안 빠질 수 없는 운동” 신 교수는 건강 증진 목적으로 아이스하키를 시작하지 않았다. 물론 체중 감량을 노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건강해졌다. 어떻게 달라졌을까. 아이스하키에 입문할 당시 신 교수 체중은 75~76㎏이었다. 배만 볼록하게 튀어나온 복부비만이었다. 지금 신 교수 체중은 64~67㎏이다. 그 사이에 10㎏ 가까이 줄어들었다. 사실 체중을 줄이기 위해 따로 운동한 적은 없다. 집중 레슨의 효과다. 신 교수는 “체중을 빼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아이스하키만 하면 저절로 빠지게 돼 있다”며 웃었다. 레슨이 테크닉을 배우고 개선하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체력 증진 요소도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레슨 받을 때는 5분이 경과하기도 전에 헬멧에서 바닥으로 땀이 빗물처럼 주르륵 떨어진다. 훈련 강도가 너무 강해 15분 이상 지속하지 않는다. 이어 2, 3분 쉬고 충분히 수분을 섭취한 다음 훈련을 재개한다. 체중만 줄어든 게 아니다. 다른 건강지표도 뚜렷이 개선됐다. 사실 전에는 혈압이 꽤 높은 편이었다. 수축기 혈압 150mmHg, 이완기 혈압 95mmHg에 육박했다. 정상 혈압은 각각 120mmHg, 80mmHg 미만이어야 한다. 신 교수의 경우 사실상 1기 고혈압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아이스하키를 3년 남짓 하다 보니 혈압이 완벽하게 정상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혈압 환자에게 적당한 운동은 필수다. 신 교수 또한 “좋아하는 운동을 매주 2~4회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건강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 허벅지가 튼튼해졌다. 아이스하키 경기를 할 때는 기마 자세로 스케이트를 타야 한다. 그러니 허벅지 근육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 교수는 그 전에는 3층 높이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갔다. 계단으로 오르면 숨이 턱 막혔다. 요즘은 3층 정도는 가볍게 계단으로 오른다. 아들과 아이스하키를 같이 하고 아내도 함께 스케이팅을 하다 보니 공통 관심사가 생겼다. 대화도 많아졌다. 신 교수가 꼽은 최고의 장점이 이것이다. “가족과의 유대감과 친밀도가 높아졌답니다.” 아이스하키에 도전하는 데 조건이 있을까. 60대도 가능할까. 신영수 이대목동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나이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부상도 크게 걱정할 게 없단다. 보호장비가 외부와의 충격을 완화해 주기 때문이다. 스스로 주의하면서 스케이팅을 즐기면 부상이나 사고는 별로 생기지 않는다. 신 교수에 따르면 부상이나 사고는 주로 마음이 앞설 때, 혹은 무모하게 도전할 때 발생한다. 이를테면 무리하게 터닝을 하거나 속도를 올렸다가 얼음판에 날이 깊이 박힐 때가 그렇다. 이 경우 발목 골절, 무릎 부상, 십자인대 파열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처음에는 정식으로 최소한 3개월은 전문가에게 스케이팅과 아이스하키 기술을 배우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스케이팅을 하면서 스틱을 제대로 다루는 데까지 3개월이 걸린다. 다만 체력이 좀 약하다 싶으면 기간을 조금 늘려 4, 5개월 정도 배우면서 기술을 연마하도록 한다. 운동하기 전에 충분히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먼저 발바닥을 최소한 5분 정도는 주물러 주는 게 좋다. 신 교수는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꽤 중요하다. 선수들도 실제로 이런 마사지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발목 아킬레스건을 튼튼하게 하는 스트레칭도 해야 한다. 선 채로 벽에 손을 짚는다. 이때 상체나 팔에 힘을 주면 안 된다. 가급적 힘을 빼고 모든 신경은 발목에 쏟는다. 이어 발목 뒤쪽이 팽팽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쭉 뻗어준다. 20초 동안 그 상태를 유지한 뒤 발을 번갈아가며 동작을 반복한다. 각각 3회 이상씩 해 준다. 평소에도 이 스트레칭을 자주 하면 아킬레스건이 튼튼해지고 발바닥에 통증이 생기는 족저근막염을 예방할 수 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1-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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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파이크 한 방에 스트레스 끝”… 28년째 배구에 빠져 사는 의사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활약이 눈부시다. 8강을 넘어 4강에까지 오르자 누구보다 환호성을 내지른 의사가 있다. 정동섭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49)다. 정 교수는 ‘배구 예찬론자’다. 그는 의대 본과 1학년이었던 1993년 배구동아리에 가입한 이후 약 30년 동안 배구에 빠져 살고 있다. 어떤 점에 끌린 걸까. 정 교수는 “배구는 혼자 잘한다고 되는 운동이 아니다. 겸손해야 한다”고 말했다. 협동하고 각자 맡은 역할을 이행할 때 최고의 성과가 나오는 점이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그의 아내도 배구 선수 출신이다. 대학 시절 배구동아리 경기에 참가했을 때다. 현역 대학선수들이 시범경기를 펼쳤는데 아내가 그 팀에 있었다. 한눈에 반했다고 한다. 1년 동안 아내를 쫓아다녀 연인이 됐고, 7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정 교수는 부정맥 분야에서 외과적 수술과 내과적 시술을 병행한 ‘하이브리드’ 치료를 국내에 도입한 베스트 닥터다. 심한 부정맥을 수술하려면 가슴을 열고 심장을 멈춰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 때문에 내과적 치료만 할 경우 정상 박동을 회복하는 비율은 55∼70%였다. 정 교수는 하이브리드 치료를 통해 이 비율을 93%로 올렸다.○ “배구는 나의 운명” 정 교수는 요즘도 체력에서는 웬만한 사람에게 밀리지 않는다. 그 뿌리가 의대 배구동아리라고 했다. 당시 동아리에서는 주말마다 훈련했다. 브라질과 일본에서 배구를 했다는 교포 선배들이 훈련 프로그램을 짰다. 공 좀 치고 즐기는 수준이 아니었다. 달리기, 팔굽혀펴기와 같은 기초체력 훈련만 3시간 했다. 서브 리시브는 1000회 이상 받아내야 했다. 오후 2시에 시작한 훈련은 오후 8시가 돼서야 끝났다. 독한 훈련 결과 체력이 크게 개선됐다고 한다. 정 교수는 당시 사진을 보여주며 “저때는 온몸이 근육질이었다”며 웃었다. 힘든 데도 즐거웠다. 레지던트 과정을 밟을 때는 주말에 딱 하루만 쉬었다. 하루 사이에 밀린 빨래며 청소를 끝내고 휴식도 취해야 한다. 하루가 짧은데도 정 교수는 동아리로 향했다. 2, 3시간 동안 배구를 즐기고 나면 새로운 일주일을 보낼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았다. 전문의를 따고 난 후에는 사회인 배구동호회에 가입했다. 매주 일요일 오후 4시부터 3시간 동안 배구를 했다. 때로는 훈련을 하고 때로는 경기를 했다. 돌이켜보니 배구 경력이 어느덧 28년째다. ○ 탁구에도 심취, 이명 증세 개선 효과 정 교수는 탁구 실력도 수준급이다.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1999년 탁구를 시작했으니 20년이 넘었다. 당시 주로 군 동료들과 탁구를 즐겼다. 유독 한 동료가 약을 살살 올렸는데, 그에게만은 이길 수가 없었다. 평소에는 승부욕이 없던 정 교수였지만 그 동료만큼은 이기고 싶었다. 2년 동안 퇴근한 뒤 전문 강사에게 레슨을 받았다. 가급적 ‘매일 20분 레슨, 40분 훈련’을 지켰다. 제대하기 얼마 전 정 교수는 마침내 그 동료를 꺾었다. 그 짜릿함이란 말할 수도 없었다. 이후 정 교수는 탁구동호회에 가입했다. 주말엔 배구, 주중엔 탁구를 즐겼다. 정 교수는 “그래도 내게 주력 종목은 영원히 배구”라며 웃었다. 그래도 탁구 덕을 본 적이 있다. 펠로 과정을 밟던 때였다. 갑자기 귀에서 소리가 맴돌았다. 이명(耳鳴)이었다. 소리가 워낙 커서 3일 동안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정 교수는 몸을 피곤하게 만들면 잠이 올지도 모른다며 근처 탁구장에 들어갔다. 탁구장에 있던 ‘고수’들과 몇 게임 하고 나니 증세가 나아졌다. 사실 이명은 완치가 쉽지 않다. 민감도를 낮추고 증세를 완화하는 게 최선이다. 정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이명 환자 카페에 올리기도 했다. 이후 몇몇 카페 회원들이 정 교수를 따라 탁구를 통해 증세 개선 효과를 봤다는 글을 올렸다. 꽤 뿌듯했단다. ○ 요즘엔 걷고 뛰기로 체력단련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거리 두기가 시행됐다. 이후 배구동호회와 탁구동호회 모두 활동을 잠시 접었다. 배구는 1년 반, 탁구는 1년 정도 하지 못하고 있다. 운동을 하지 않으니 체력이 떨어졌다. 보통 수술 시간은 6시간 내외다. 예전에는 수술이 끝날 때까지 큰 문제가 없었다. 운동을 중단한 후로는 집중력이 크게 떨어졌다. 대안이 필요했다. 정 교수는 걷기를 선택했다. 지난해 9월 일이다. 그때부터 매주 3일은 반드시 걸어 출퇴근했다. 집이 있는 반포에서 병원까지는 대략 15km. 처음에는 2시간 반이 걸렸다. 어느 정도 능숙해지자 달리기를 추가했다. 걷기와 뛰기를 조합하니 시간은 1시간 50분까지로 줄었다. 왕복으로 계산하자면 일주일에 3회는 30km를 걷거나 뛰는 셈이다. 정 교수는 요즘에도 평일 중 하루, 주말엔 이틀을 이런 식으로 출퇴근한다. 주말 휴일까지 병원에 가는 이유가 있다. 수술이 대개 금요일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환자 상태를 체크하려면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병원에 가야 한다. 이 때문에 정 교수는 골프를 하지 않는다. 교외로 나갔다가 응급 환자 콜이 오면 대처하기 어렵다. 정 교수는 연구실에서도 몇몇 장비를 놓고 운동한다. 건강검진 결과로 보면 혈압, 당뇨 수치, 콜레스테롤 수치 모두 정상이다. 필요 이상으로 운동을 많이 하는 건 아닐까. 일단 체력 증진을 위해 필요하다는 게 정 교수의 생각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다시 배구를 즐길 수 있는 날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꾸준히 체력을 키워놔야 더 잘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못 말리는 배구 사랑이다.하체 근력 강화 훈련정동섭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평소 하체 근력을 강조한다. 그래야 운동도 제대로 즐길 수 있고 체력 소모가 많은 일에도 끄떡없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세 가지 운동법을 추천했다.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 아킬레스건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데 효과가 좋다. ①의자 위로 점프하기의자 혹은 의자 높이 물건을 앞에 둔다. 의자를 사용할 경우 벽에 바짝 붙여야 미끄러짐을 방지할 수 있다. 이어 바닥에서 의자 위로 점프한다. 점프할 때는 무릎을 가급적 들어올리는 게 좋다. 엉덩이는 아래로 처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15회 3세트. ②옆으로 장애물 뛰어넘기장애물과 10cm 정도 거리를 두고 선다. 정면을 본 상태에서 높이 뛰어 장애물 건너편으로 이동한다. 높이 뛸수록 좋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높이가 낮은 장애물을 둬도 된다. 그것도 부담이 된다면 신문지 같은 것을 놓고 해도 된다. 20회 3세트. ③받침대 놓고 제자리 달리기20∼30cm 높이의 받침대를 앞에 놓고 제자리달리기 하듯 두 발을 번갈아 달린다. 양팔은 자연스럽게 허리춤에 놓으면 된다. 이때 발목이 흔들리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높이 뛸 필요는 없다. 100회 이상을 쉬지 않고 하는 게 좋다. 하루 3회 반복.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1-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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