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트럼프 2기 행정부 실세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겸 정부효율부 수장이 백악관 인근의 영빈관 ‘블레어하우스’에서 미국을 방문 중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회동했다. 이 자리에는 머스크의 자녀 3명과 아이들의 어머니가 배석해 이목을 끌었다.13일(현지 시간) 모디 총리는 X를 통해 “워싱턴에서 일론 머스크와 매우 좋은 미팅을 가졌다”며 “그가 관심을 갖는 우주, 기술, 혁신 등과 다양한 주제를 논했다. 정부 개혁에 대한 대한 인도 정부의 노력에 관한 이야기도 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머스크가 성조기 앞에서 모디 총리와 대화하는 모습이 마치 국가 정상 간 회담을 연상시킨다”고 전했다. 선출직이 아닌 머스크가 대통령 못지않은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이날 회동이 ‘정상회담’ 스타일로 꾸며진 장소에서 진행됐다는 지적이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양측의 만남 자체에 대해 별다른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이날 모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머스크 외에도 마이클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도계 사업가 비벡 라마스와미를 만났다. 모디 총리가 이번 방문에서 가장 먼저 만난 미국 측 고위급 인사가 머스크가 아닐 가능성도 크다. 모디 총리는 개버드 국장, 왈츠 보좌관, 머스크, 라마스와미 순으로 면담 사실을 알리는 게시글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낮 백악관에서 진행한 ‘상호관세 부과’에 대한 대통령 각서 서명식에서 머스크가 모디 총리와 기업 대표로 만난 것인지, 미국 정부 대표로 만난 것인지에 대해 묻는 질문을 받자 “(어떤 의도로 만났는지) 모르겠다. 아마 머스크가 인도에서 사업을 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만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도는 사업하기에 매우 어려운 곳”이라며 “인도는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관세를 갖다”며 인도를 압박했다. 머스크가 모디 총리와 면담에 자녀를 대동한 점도 주목을 받았다. 모디 총리는 별도의 게시글에서 “일론 머스크의 가족을 만나 매우 기뻤다”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선물을 주고받는 모습이 담긴 사진 여러 장을 올렸다. 모디 총리가 공개한 사진 속에서 모디 총리는 보좌관 6명과 함께 했으나, 머스크는 3명의 자녀와 아이들의 어머니이자 머스크가 설립한 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의 임원인 시본 질리스를 대동했다. 머스크는 첫 부인인 작가 저스틴 윌슨과의 사이에서 자녀 5명을 뒀고, 두 번째 부인과 이혼한 뒤 교제한 캐나다 출신 가수 그라임스와의 사이에서 자녀 3명을 뒀다. 이후 질리스와 2021년 쌍둥이 자녀를 얻었으며 지난해 아이를 또 얻었다. 최근 머스크는 각종 공개석상에 그라임스와 사이에서 둔 다섯 살배기 아들 ‘X(본명 X Æ A-Xii·엑스 애시 에이트웰브)’를 데리고 다니고 있다. X는 이날 모디 총리와 회동에도 참석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시간 30분 동안 전화 통화를 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종전 협상은 미국이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와 각각 대화를 나누고 양측을 조율하는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측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직접 대화는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미국과의 협상에는 임하겠다는 입장이라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돼 3년간 이어진 전쟁을 끝내기 위한 발판은 일단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종전까지 가는 경로는 험난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러시아가 전쟁 중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 확정 문제가 협상 과정에서 가장 큰 난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우크라이나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시킬지, 그게 안 된다면 미국 등 서방 진영이 어느 수준으로 안보 지원을 약속해 줄 수 있을지도 협상의 중대 변수다.● 러 점령지,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등 첨예한 이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푸틴 대통령, 젤렌스키 대통령과 잇따라 통화한 뒤 오후에 기자들과 만나 “우린 가능한 한 빨리 전쟁을 끝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전쟁 당사자인 러시아, 우크라이나를 각각 접촉하며 종전 협상을 이끌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부터 “취임 24시간 내 우크라이나전 종전”을 공언했고, 취임 뒤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종전을 압박해 왔다. 미-러 정상이 통화에서 협상팀을 구성해 즉각 만나기로 합의한 만큼, 외교·정보라인을 중심으로 고위급 대표단이 구성돼 협상의 기본 틀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협상이 잘 풀리면 일시적 휴전 조치까지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를 둘러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만큼, 향후 협상 과정에서 최대 난제가 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현재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일부 지역과 2014년 강제 합병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 등을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토 포기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헤그세스 국방 “영토 완전 회복 허황된 목표”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협상 진전을 위해 우크라이나의 영토 포기가 불가피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영토를 양보해야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답한 것.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 등을 통제했던 2014년 이전 국경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도 “가능성이 낮다. 일부만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도 이날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UDCG)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국경을 2014년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비현실적인 목표다. ‘허황된 목표(illusionary goal)’를 버리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양보해도 협상 진전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 점령지도 병합하겠다고 버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종전 후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장 문제도 협상의 주요 쟁점이다. 이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실용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이 힘들 경우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분명한 안보 보장을 받기를 원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지위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한편 유럽연합(EU)과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폴란드 등 유럽 6개국은 미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종전 협상이 진행될 것을 우려해 13일 공동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모든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018년, 2019년 북-미 정상회담 실무에 깊이 관여한 앨리슨 후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선임보좌관(사진)이 국무부 서열 3위인 정무차관에 지명됐다. 12일(현지 시간) 미국 상원에 따르면 전날 후커 전 보좌관에 대한 인준 요청이 접수됐다. 국무부 정무차관은 국무부 장관과 부장관에 이어 부처 내 3인자로 세계 각 지역 및 양자 현안을 총괄하는 자리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후커 지명자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인사 중 최고의 아시아 전문가”라고 평가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크리스토퍼 랜도 부장관 지명자가 중남미 전문가로 분류돼 아시아 정책에서 후커 지명자의 역할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후커 지명자는 트럼프 1기 때 NSC에서 한반도 업무를 담당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도 NSC에서 한반도 업무를 맡았고, 2001년부터 2014년까지 국무부 정보조사국에서 북한 담당 선임 분석가로 활동했다. 지난해 11월 고려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후커 지명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마무리 짓고 싶어 한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야 북한과 러시아를 떨어트리고 북한과 미국의 대화 기회가 생긴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6월에는 “북-러 관계 심화가 한국을 (자체 핵무장의) 방향으로 내몰고 있다”며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등이 논의될 가능성을 거론했다. 후커 지명자 외에도 2017∼2021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북한 업무를 담당했던 인사들이 고위직에 기용되고 있다. 특히 1기 때 역시 북-미 정상회담 실무에 깊게 관여했던 앨릭스 웡 전 국무부 부차관보는 현재 NSC 서열 2위인 국가안보부보좌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018년, 2019년 북-미 정상회담 실무에 깊이 관여한 앨리슨 후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선임보좌관이 국무부 서열 3위인 정무차관에 지명됐다. 12일(현지 시간) 미국 상원에 따르면 전날 후커 전 보좌관에 대한 인준 요청이 접수됐다. 국무부 정무차관은 국무부 장관과 부장관에 이어 부처 내 3인자로세계 각 지역 및 양자 현안을 총괄하는 자리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후커 지명자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인사 중 최고의 아시아 전문가”라고 평가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크리스토퍼 랜도 부장관 지명자가 중남미 전문가로 분류돼 아시아 정책에서 후커 지명자의 역할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후커 지명자는 트럼프 1기 때 NSC에서 한반도 업무를 담당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도 NSC에서 한반도 업무를 맡았고, 2001년부터 2014년까지 국무부 정보조사국에서 북한 담당 선임 분석가로 활동했다. 지난해 11월 고려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후커 지명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마무리 짓고 싶어 한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야 북한과 러시아를 떨어트리고 북한과 미국의 대화 기회가 생긴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6월에는 “북-러 관계 심화가 한국을 (자체 핵무장의) 방향으로 내몰고 있다”며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등이 논의될 가능성을 거론했다. 후커 지명자 외에도 2017~2021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북한 업무를 담당했던 인사들이 고위직에 기용되고 있다. 특히 1기 때 역시 북-미 정상회담 실무에 깊게 관여했던 앨릭스 웡 전 국무부 부차관보는 현재 NSC 서열 2위인 국가안보부보좌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웡 부보좌관과 후커 지명자는 향후 대북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호흡을 맞출 전망이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시작한다고 12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할지를 두고 팽팽하게 맞설 전망이다.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문제 역시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밝히며 “각국의 대표단이 즉시 (종전)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러시아도 양국 정상 간 통화 사실을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통화했다고 밝히며 “젤렌스키 역시 푸틴과 마찬가지로 평화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상이 본격화되면 핵심 쟁점은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에 대한 공식적인 지위를 어떻게 정할지와 향후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문제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우크라이나가 협상을 통해 러시아 점령지를 돌려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는 (우크라이나에) 돌아갈 것”이라고 말해 어느 정도 선에서 국경을 그을지가 쟁점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 등을 우크라이나가 돌려받는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현재 러시아는 동부 우크라이나(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와 크림반도 등을 점령하고 있다. 점령지 전 지역을 병합하려는 러시아에 맞서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 수복이 어렵다면 동부 지역 일부라도 협상을 통해 되찾으려고 할 것으로 분석된다. 종전 후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장 문제도 협상의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것이 실용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에 대한 약속을 받아내지 못한다면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최대한 강력한 안보 보장을 받으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지위 유지를 주장할 전망이다. 이 외에 러시아는 이번 협상을 통해 미국과 유럽 등이 가하고 있는 강도 높은 경제 제재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테슬라와 팔란티어. ‘트럼프 수혜주’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두 기업의 설립자는 20년째 우정을 이어온 절친 사이다. 팔란티어를 공동창업한 피터 틸(58)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54)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마음을 열게 설득한 절친 중 핵심으로 꼽힌다.틸은 머스크에 비해 대중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페이스북, 스페이스X, 오픈AI 등 실리콘밸리 대표기업의 잠재력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본 천재 투자자다. 진보적 분위기가 강한 실리콘밸리에서 오래전부터 보수 성향을 나타낸 인물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원조 ‘실리콘밸리 보수’로도 꼽힌다. 특히 그는 2016년 대선에서 정보기술(IT) 업계 거물 중 드물게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 지지해 유명세를 탔다. 실리콘밸리를 주름잡던 틸과 머스크의 친구들은 어쩌다 백악관 킹메이커가 됐을까. 스탠퍼드대에서 시작된 이들의 우정을 살펴봤다. ● ‘스탠퍼드 보수’의 탄생1987년 스탠퍼드대 철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틸은 그해 7월 ‘스탠퍼드 리뷰’라는 새로운 학내 매체를 창간했다. 창간호에 실린 편집국장 칼럼에서 그는 “비이성적인 캠퍼스 내 주류 담론을 뒤로하겠다. 실질적인 진보를 가져올 건설적이고 합리적인 토론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틸은 자신의 정치색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캠퍼스 내 다문화주의와 정치적 올바름(PC) 운동을 거세게 비판했고, 보수 자유주의를 추구했다. 학생단체 ‘스탠퍼드 폴리틱스’는 스탠퍼드 리뷰의 동문 10명 이상을 인터뷰한 뒤 “스탠퍼드 리뷰는 시류를 거스르는 반골들(contrarian)의 모임”이라고 규정했다. 또 이들은 자신이 사상가(thinker)라는 자부심을 갖고 지적과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보수 성향의 스탠퍼드 리뷰 동문들이 진보 성향의 캘리포니아주에서 대학 생활을 하고, 사회로 진출하며 더욱 끈끈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치열한 토론에서 지적 즐거움을 느끼는 이들의 성향은 특히 스타트업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틸과 페이팔을 공동창업한 ‘페이팔 마피아’가 대표적인 사례다. 전 세계 온라인 지불 시스템을 운영하는 페이팔은 1998년 틸이 스탠퍼드 리뷰에서 가깝게 지낸 동문들을 모아 설립했다. (학부 졸업 후 로스쿨에 진학한 틸은 법률가를 꿈꿨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자 투자 업계로 진로를 틀었다.) 페이팔은 스탠퍼드대 인근 소형 건물 ‘유니버시티 에비뉴 165번지’에 터를 잡았다. 얼마 뒤 바로 옆 방에 머스크와 친구들이 창업한 경쟁 업체 ‘x.com’이 이사 왔다. 두 업체는 더 큰 성공을 위해 2000년 회사를 합치기로 했고, 머스크를 CEO로 추대했다. (머스크 역시 잠시 스탠퍼드대에 다녔지만 스탠퍼드 리뷰에서 활동하지는 않았다.) 회사는 2002년 이베이에 인수됐다. 틸과 머스크 등 설립자들은 20대, 30대의 나이에 백만장자가 됐다. ● 실리콘밸리의 인맥왕이들은 더 큰 꿈을 향해 달렸다. 머스크는 2002년 스페이스X, 2003년 테슬라를 창업했다. 틸은 2003년 팔란티어를 창업한 데 이어 2004년 페이스북의 첫 투자자가 됐다. 벤처캐피털사를 설립한 틸은 스페이스X, 에어비앤비, 링크드인, 스포티파이, 딥마인드, 오픈AI 등에 투자하며 큰 성공을 거뒀고, 실리콘밸리의 ‘마이더스의 손’이 됐다. 틸은 첫째도 인맥, 둘째도 인맥을 강조하는 사업가다. 일찍이 페이팔을 통해 ‘마음 맞는 유능한 친구’의 소중함을 깨달은 그는 초창기 스타트업을 향해 “사업에는 똑똑한 사람 세 명이 필요하다”며 “성공하려면 이들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조언하곤 했다.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대학 캠퍼스도 부지런히 다녔다. 샘 올트먼 오픈AI 공동설립자는 틸이 스탠퍼드대에서 찾아낸 원석이다. 틸은 모교에서 창업 강의를 진행하는가 하면 스탠퍼드 리뷰 재학생들과 분기에 한 번씩 저녁 식사를 가졌다. 학생들을 자택이나 고급 식당으로 초대해 캠퍼스 안팎의 이슈를 두고 토론했다고 한다. 틸은 그렇게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만났다. 2011년 틸은 미국의 반대편 끝에 있는 동부 코네티컷주의 예일대에 특강을 하러 갔다. 당시 예일대 로스쿨 재학생이던 밴스는 틸의 강연을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결국 졸업 후 2017년 캘리포니아주로 이주해 틸의 벤처캐피털사에서 일했다. 이 시기 밴스는 저서 ‘힐빌리의 노래’를 집필 중이었는데 틸이 누구보다 열렬히 응원했다고 한다. 정치인으로서 밴스의 자질을 알아본 틸은 2022년 상원의원 선거에서 정치 신인이던 밴스에게 무려 1500만 달러(약 218억 원)를 기부했다. 밴스는 이 선거에서 승리하며 정계에 입문했다. 트럼프에게 밴스를 소개한 인물도 틸이다. 틸은 2021년 2월 밴스를 데리고 마러라고로 갔다.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마러라고로 돌아온 지 한 달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상원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던 밴스는 이날을 기점으로 180도 변화했다. 이날 처음 트럼프를 만난 그는 사실상 충성을 맹세했고, 친트럼프 인사가 됐다.● 샤이 보수, 세상으로 나오다틸은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다. 틸의 친구들이 아직 ‘샤이 보수’였던 시절이다. 그는 그해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자로 나서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125만 달러를 기부하며 실리콘밸리의 이단아로 이름을 날렸다.트럼프 대통령은 틸을 신뢰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틸이 추천한 인물이 트럼프 1기 행정부 곳곳에 포진했다며 “틸은 실리콘밸리의 그림자 대통령”이라고 했다.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 이후에도 틸은 의리를 지켰다. 틸은 2022년 중간선거에서 친트럼프 성향의 상·하원의원 후보들에게 자금을 대며 영향력을 키웠다. 그는 그해 선거에 총 2040만 달러를 기부하며 공화당 최대 큰손(기부액 공동 1위를 기록)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도 가깝게 지냈다. 이 와중에 실리콘밸리에서는 정치적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세상을 휩쓸고,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며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틸의 스탠퍼드 리뷰 후배이자 페이팔 공동창업자, 머스크와도 절친한 사이인 데이비드 색스 벤처캐피털 크래프트벤처스 대표(53)가 그 중심에 있었다. 색스는 페이팔 이후 팔란티어, 스페이스X, 에어비앤비 등에 투자하며 크게 성공한 유명인사였다. 2016년 대선 때는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공화당으로 돌아섰다. 팬데믹으로 세상이 멈췄던 2020년 그는 팟캐스트 ‘올인’을 시작했다. 특유의 입담으로 IT 업황을 논하고, 머스크 등 친구들과 일화를 풀어놓으며 인기를 끌었다. 그런 그가 바이든 행정부를 거세게 비판하자 청취자는 수백만 명대로 불어났다. 실리콘밸리에서 ‘샤이 보수’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분위기가 점차 생겨났다. 액시오스에 따르면 밴스는 지난해 1월부터 색스에게 “트럼프를 공개 지지해달라”고 설득했다. 색스는 ‘머스크의 비공식 고문’이라고 불릴 정도로 머스크와 가까운 사이였고, 실리콘밸리 여론을 쥔 핵심 인물이었기 때문에 이같은 전략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노력은 지난해 6월 놀라운 성과로 돌아왔다. 색스가 자신의 자택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모금행사를 연 것. 불과 4년 전만 해도 실리콘밸리에서는 트럼프 모금행사가 극비리에 열렸다. 색스의 행사에는 벤처 투자와 가상화폐 분야 거물 50여 명이 참석했고 총 1200만 달러(170억 원)가 모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크게 만족했다. 이 일을 계기로 밴스는 유력 부통령 주자로 발돋움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세계 가상화폐 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색스도 입각에 성공해 이번 행정부에서 ‘인공지능(AI)·가상화폐 차르’ 역할을 맡고 있다. ● 머스크의 정치-파티 친구들스탠퍼드 리뷰 출신으로 페이팔에서 인턴이었던 조 론스데일(43)도 눈여겨볼 인물이다. 그는 틸과 팔란티어를 공동창업했다. 머스크는 2021년 테슬라 본사를 텍사스주 오스틴으로 옮긴 뒤 텍사스 부호들과 가까이 지냈는데, 특히 론스데일과 정치 이야기를 하며 자주 시간을 보내게 됐다고 한다. *트럼프-머스크 브로맨스의 서막은 와 에서 다뤘다. 론스데일의 지난해 7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기고도 화제가 됐다. 실리콘밸리 내 우파 그룹의 생각을 잘 드러내는 글로 평가됐다. 그는 기고에서 당시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이민, 외교 정책을 전방위로 비판했다. 또 “스타트업 업계가 바이든의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악몽과도 같은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미국의 목을 조여오는 관료주의를 해체할 유일한 후보”라고 적극 지지했다. 실리콘밸리의 파티왕으로 불리는 켄 하워리 주덴마크 미국대사 지명자(50)도 머스크와 페이팔에서 만난 절친이다. 스탠퍼드 리뷰 동문인 그는 페이팔을 공동창업한 후 틸의 헤지펀드에서 일했다. 예민한 성격의 틸과 달리 분위기 메이커인 하워리는 화려한 싱글 생활을 보내며 머스크와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머스크가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지내는 집도 하워리의 자택이라고 한다. 하워리는 일찍 친트럼프로 돌아선 인물이다. 트럼프 1기에서도 주스웨덴 대사로 활약했다. 특히 이번 덴마크 대사직을 그가 직접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는 측근들에게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매입 가능성 때문에 특별히 끌렸다”고 말했다고 한다.이처럼 트럼프 2기에는 밴스와 머스크를 필두로 곳곳에 틸의 측근이 포진해 있다. 틸은 이번 대선에서 한 푼도 기부하지 않았고, 끝까지 전면에 나서지 않았지만 강력한 인맥을 통해 뜻한 바를 이뤘다. 그는 40년 가까운 노력 끝에 미국의 정치 지형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8화 요약: 반골 기질이 강한 보수주의자 피터 틸은 1987년 스탠퍼드대에 보수 학내 매체를 창간했다. 이곳에서 만난 마음 맞는 친구들과 1998년 페이팔을 설립했고, 2000년에는 일론 머스크가 페이팔에 합류했다. 테크 업계를 주름잡던 이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반감으로 똘똘 뭉쳐 ‘실리콘밸리 우파’로 거듭났다. 9화 예고: 부동산 사업가와 테크 사업가가 만났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머스크와 측근들은 어떤 ‘사업가 본능’을 발휘할까.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살펴봤다.동아일보가 아카이빙한 미니 히어로콘텐츠 ‘트럼프 2.0 폴리시 맵’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한 눈에 확인하세요.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영국 소도시의 폐품 더미에서 찾은 해리포터 시리즈 1부의 초판본(사진)이 경매에서 2만1000파운드(약 3800만 원)에 팔렸다고 BBC방송이 9일(현지 시간) 전했다. BBC에 따르면 이날 영국 페인턴에서 열린 경매에서 낙찰된 ‘해리포터와 현자의 돌’의 하드커버 초판본은 1997년 출간된 것으로, 당시 500권만 발행됐다. 이 책은 8부작 소설인 해리포터 시리즈의 1부로 한국과 미국 등 영국 외 국가에서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로 제목이 바뀌어 출간됐다. 해당 책을 경매에 부친 경매업자 대니얼 피어스는 “폐품 더미에서 이 책을 찾았다”며 “영국 브릭섬에서 최근 별세한 남성의 유품이었다”고 BBC에 밝혔다. 피어스는 책의 오탈자를 통해 초판본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책의 마지막 쪽에 인쇄된 ‘철학자(Philosopher)’라는 단어의 철자에서 알파벳 ‘o’가 빠진 것이 초판본의 특징이라는 것. 다만 누가 낙찰을 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피어스는 “낙찰자는 외국인(영국인이 아니란 뜻)”이라고만 말했다. 예상 낙찰가가 2만∼3만 파운드였던 책은 2만1000파운드에 낙찰됐다. 해리포터 시리즈와 관련해 지금까지 가장 높은 가격에 낙찰된 경매품은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 수록된 수채화 일러스트의 원본으로 지난해 6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190만 달러(약 27억6000만 원)에 낙찰됐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올 5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라고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이 10일(현지 시간) 밝혔다. 또 같은 해 9월에는 푸틴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으로 답방을 갈 계획이라고 공개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시 주석이 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을 맞이해 열리는 기념행사에 참석해달라는 우리의 초청을 수락했다. 푸틴 대통령 역시 올 9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승전 80주년 행사 초청을 수락했다”며 “(두 방문을)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매년 5월 9일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승리한 것을 기념하는 ‘전승기념일’ 행사를 연다. 러시아의 최대 국경일로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의 열병식, 각국 정상을 초청한 행사 등이 열린다. 앞서 두 정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다음 날인 지난달 21일에도 화상으로 만났다. 두 정상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으나 양측은 회담 후 모두 ‘다극주의 국제질서’를 강조하며 미국에 맞설 뜻을 밝혔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2023년 9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년간 총 네 차례 회동하며 밀착을 과시하고 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시바가 트럼프에게 ‘아부의 기술(the Art of Flattery)’을 구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선보인 외교술에 주목하며 이같이 평가했다.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 칭찬을 쏟아냈고, 특별한 선물을 전달한 점을 트럼프 대통령의 저서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에 비유해 부각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시바의 열띤 노력으로 트럼프의 얼굴에 긴장감 대신 미소가 가득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줄 선물로 백금으로 도금된 ‘금색 사무라이 투구(兜·가부토)’를 가져간 게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1기 때 일본 총리였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도 금장(金裝) 골프채를 선물로 줬고, 트럼프 대통령은 크게 만족했다. 이시바 총리는 정상회담 뒤 주변에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이제는 안심하고 귀국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日 특유의 ‘오모테나시 외교’이번 정상회담 중 이시바 총리의 언행을 두고 일본 특유의 ‘오모테나시(환대) 외교’가 또 한 번 발현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이시바 총리는 정상회담에 앞서 진행된 사전 기자회견 중 “신이 (지난해 7월 암살 시도에서) 당신을 구했다”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세계 평화를 가져오라고 신의 선택을 받은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이시바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개신교 신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시바 총리는 매우 강한 사람이다. 그의 명성을 익히 들었고, 그는 환상적인 총리가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일본에서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오모테나시 외교의 원조로 아베 전 총리가 꼽힌다. 그는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직후 자택인 뉴욕 트럼프타워로 직접 찾아가 금장 골프채를 선물하며 환심을 샀고, 이후 두 사람은 골프 라운딩에 총 5차례 함께 나섰다. 아베 전 총리의 환대 외교가 트럼프 1기 때 일본이 통상전쟁을 피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도 있다. ● ‘금색 투구’, 지난해 미 대선 직후부터 준비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백금 사무라이 투구는 지난해 11월 미 대선 직후부터 일본 측이 준비한 선물이라고 교도통신과 민영방송 닛테레 등이 전했다. 이 매체들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지난해 11월 이시바 총리의 고향이자 지역구인 돗토리현에 1717년 설립된 공예점인 ‘닌교노하나후사’에 금색 사무라이 투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투구는 가로 57cm, 세로 81cm 크기로 어린이의 경우 착용도 가능하다. 투구에는 번영과 장수, 풍요와 활력을 상징하는 덩굴무늬 문양을 새겼다. 닛테레는 금색을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반영했고, 10명에 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어린이 손주들을 위해 장식용이 아닌 실제 착용 가능한 투구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닌교노하나후사는 사무라이 투구 복제품을 16만8000엔(약 160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준 제품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선물은 최근 미국 문화·스포츠계에 부는 사무라이 열풍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17세기 일본 막부시대를 배경으로 한 미국 드라마 ‘쇼군’은 ‘일본판 왕좌의 게임’이라고 불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에서 활동 중인 오타니 쇼헤이는 LA 에인절스 시절 홈런을 친 뒤 사무라이 투구를 쓰는 ‘사무라이 세리머니’를 선보였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7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넨 선물 꾸러미에 ‘황금 사무라이 투구(兜·가부토)’가 포함됐다고 일본 매체들이 보도했다. 이시바 총리 측은 10명에 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어린이 손주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실제로 착용할 수 있는 투구를 주문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 문화·스포츠계에 부는 사무라이 열풍에서 착안해 선물을 고른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일본 민영방송 닛테레,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지난해 11월 돗토리현의 공예 상점 ‘닌교오노 하나후사(人形のはなふさ)’에 사무라이 투구를 만들어달라는 의뢰를 넣었다. 이시바 총리 측이 미 대선 직후 당선인 신분이던 트럼프 대통령과 조기 회담을 타진하던 때부터 공들여 준비한 선물이라는 것. 일본은 지난해 11월 열린 페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전후로 트럼프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의 만남을 추진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이시바 총리 측은 그의 고향이자 지역구인 돗토리현에 1717년 설립된 308년 전통의 노포 닌교오노 하나후사에 투구 제작을 맡겼다. 투구는 가로 57cm, 세로 81cm 크기로 가격은 16만8000엔(약 160만 원) 상당이다. 투구에는 번영과 장수, 풍요와 활력을 상징하는 덩굴무늬 문양을 새겼다. 업체는 “백금 도금을 입혀 영원한 빛을 간직할 수 있게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측이 업체에 강조한 요구사항은 크게 두 가지였다고 한다. 업체 측은 “최대한 금색으로, 착용할 수 있게 제작해달라고 했다”고 닛테레에 전했다. 자택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와 뉴욕 자택인 트럼프타워 실내를 금빛으로 꾸민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에 맞추고, ‘손주 바보’인 트럼프 대통령을 기쁘게 하기 위해 어린이가 착용할 수 있는 크기의 투구를 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체 측은 “작업 의뢰 당시 외무성은 선물 수신인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고 ‘외국 귀빈에게 줄 선물’이라고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선물이라는 점은 방미 불과 며칠 전에 알게 됐다고 교도통신에 밝혔다. 업체는 해당 투구의 복제품을 16만8000엔(약 160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시바 총리가 황금 사무라이 투구를 선택한 이유로는 미국 드라마 ‘쇼군’ 열풍이 배경으로 꼽힌다. 쇼군은 미-일 협력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배경도 일본, 대사도 일본어, 배우도 일본계지만 미국 자본으로 미국 제작진이 만든 미국 드라마다. 17세기 일본 막부시대를 배경으로 한 디즈니+ 드라마 ‘쇼군’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거머쥐며 ‘일본판 왕좌의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에미상 시상식에서 역대 최다인 18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LA 다저스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도 이같은 사무라이 열풍에 기름을 부었다. 오타니는 LA 에인절스에서 활동하던 2023년 홈런을 친 후 사무라이 투구를 쓰는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그의 손주들도 좋아할 것이라고 판단해 투구를 선물로 골랐다”고 닛테레에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세부터 19세까지 손주 총 10명을 뒀다. 이 중 6명은 남아, 4명은 여아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 전날인 지난달 19일 워싱턴의 대형 경기장 캐피털원아레나에서는 대선 승리를 축하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58분간 연설하며 딱 한 명을 무대 위로 초대했다. 승리의 일등 공신으로 꼽히는 세계 최고 부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일론 같은 천재는 보호해야 합니다. 그의 로켓을 보세요. 중국과 러시아엔 이런 기술이 없습니다. 그리고 저를 위해서 펜실베이니아로 갔습니다. 한 달 넘게 직접 선거운동을 해줬습니다. 일론은 인기가 많잖아요?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일론,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머스크는 단순히 막대한 선거 자금을 대준 기부자가 아니다. (머스크는 이번 선거에 총 2억2800만 달러(약 3300억 원)를 썼다.) 트럼프 대통령이 느끼기에 머스크는 최대 승부처로 꼽힌 경합지 펜실베이니아주의 승리를 가져다준 귀인이다. 머스크 측 자료와 외신 보도를 통해 그가 벌인 놀라운 선거운동을 살펴봤다. ● “광고 대신 발로 뛰자”지난해 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컸던 머스크는 공화당 대선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아메리카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을 가동했다. 미 연방선거위원회(FEC) 자료에 따르면 정확한 출범 시기는 지난해 5월이다. ‘트럼프 공개 지지’를 망설이던 머스크가 주변 억만장자들에게 물밑 지원을 적극 설득하던 시기와 겹친다.*트럼프-머스크 브로맨스의 서막은 에서 살펴봤다. 미국 고유의 정치 제도인 슈퍼팩은 미국 선거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되는 배경으로 꼽힌다. 후보나 정당에 직접 기부하게 되면 상한이 정해져 있지만, 슈퍼팩을 통하면 무제한으로 후원할 수 있다. 다만 모금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머스크는 선거운동 전략을 직접 짰다. 통상 미국 선거에서는 TV와 옥외 광고의 집행에 거액을 쏟아붓는데 머스크는 이 방식의 효과성에 대한 불신이 컸다고 한다. 그가 판단하기에 핵심은 방문 유세와 사전투표였다. 한국에 화장품 ‘방문판매’가 있다면 영미권에는 ‘방문 유세(canvassing)’가 있다. 후보나 자원봉사자, 혹은 선거 캠프, 슈퍼팩 등에 고용된 직원이 한집 한집 다니며 투표를 독려하는 활동을 뜻한다. 방문 유세는 16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전통적인 선거 홍보 방식이다. 머스크는 여섯 곳의 경합주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투표 참여율이 낮은 유권자 80만 명을 핵심 타깃으로 삼았다. 거금을 투입해 방문 유세 직원을 고용했고, 유권자에게 ‘꼭 사전투표에 참여해달라’고 안내하기로 했다. 그러나 야심찬 계획과 달리 지난해 8월 시작된 방문 유세는 엉망으로 흘러갔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업무 성과를 허위로 보고하는 직원이 너무 많았다. 단말기에 방문 유세를 실시했다고 입력했으나 해당 직원의 실제 위치가 인근 식당이나 자택인 경우도 빈번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머스크의 돈을 보고 부실한 업체들이 꼬였고, 조급해진 머스크는 계속해서 정치 자문과 방문 유세 업체를 갈아치웠다. 아메리카 슈퍼팩은 혼돈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다”고 전했다. ● 전면에 나선 머스크이전까지 물밑에서 슈퍼팩을 운영하던 머스크는 결국 지난해 10월 전면에 나섰다.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 X에 ‘아메리카’라는 이름의 계정을 개설했다. 계정 소개에는 “튼튼한 국경, 합리적인 예산, 안전한 도시, 공정한 사법체계, 표현의 자유와 자기보호권을 추구하는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일론 머스크가 만든 슈퍼팩”이라고 적었다. 슈퍼팩 운영진도 최측근으로 싹 갈았다. 경합주 중에 가장 많은 선거인단이 걸린 펜실베이니아주를 핵심축(린치핀)으로 여긴 그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필라델피아와 함께 펜실베이니아주의 양대 도시로 꼽히는 피츠버그에 ‘워룸(상황실)’을 차렸다. 전례 없는 시도에도 나섰다. 선거 등록을 완료한 경합주 유권자가 “수정헌법 1, 2조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청원에 서명하면 47달러를 지급하기로 한 것. 선거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투표를 독려하고, 동시에 유권자 데이터도 수집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내는 방법이다. (제47대 대통령 선거라는 점에서 착안해 47달러를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청원이 호응을 얻자 펜실베이니아주 유권자에 한해 100달러로 지급액을 올렸다. 또 서명자를 대상으로 매일 한 명씩 100만 달러(약 14억 원)를 주는 일종의 ‘로또’ 이벤트도 진행했다. 눈여겨볼 인물은 스티브 데이비스다. 스페이스X부터 트위터(현 X)까지 머스크는 자신의 사업에 큰 문제가 생기면 데이비스를 찾았다. 그는 머스크가 신뢰하는 해결사로 알려졌다. 데이비스는 방문 유세 방식을 뜯어고쳤고 머스크는 더 많은 자금을 투입했다. NYT에 따르면 아메리카 슈퍼팩은 대선 날까지 방문 유세에 총 1억7500만 달러(약 2500억 원)를 써서 경합주 1100만 가구의 현관문을 두드렸다. ● 안 되면 되게 한다이뿐만이 아니었다. 머스크는 직접 펜실베이니아주로 갔다. 지난해 10월 5일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공동 유세에 나섰다. NYT에 따르면 머스크는 자신이 직접 문을 두드리며 방문 유세를 다니겠다는 뜻을 밝혔을 정도로 열의가 넘쳤다고 한다. 지역 유권자들과의 접촉면도 대폭 늘렸다. 머스크는 지난해 10월 17~20일 주말을 끼고 4개의 타운홀미팅을 개최했다. 타운홀미팅은 17세기 미국에서 유래한 정치 행사로, 정치인이 지역 주민과 만나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 자리다. 지역 교회, 학교 강당 등에서 마이크를 잡은 머스크가 주민들과 몇 시간씩 대담을 진행하자 펜실베이니아주 여론은 들썩였다. 지역 민방은 머스크의 타운홀미팅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한동안 TV를 틀기만 하면 머스크의 소식이 나왔다고 잡지 뉴요커가 전했다. 현지 정치 컨설턴트들은 비즈니스인사이더에 “솔직히 너무 신기하지 않냐”며 “사람들이 동네에 머스크가 왔다는 사실 자체를 너무 좋아했다”고 전했다. 머스크가 자신의 사업 스타일을 그대로 정치판에 가져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답답하면 내가 직접 뛰는’ 인물이다. 2022년 트위터 인수 직후 비용절감 작업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자 그해 크리스마스이브에 트위터 데이터센터를 직접 방문해 서버를 분해했다. 그리고 더 저렴한 데이터센터로 옮겼다. 2018년 테슬라가 모델3의 생산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는 공장에서 숙식하며 문제를 해결했다. NYT는 “머스크가 등판한 배경엔 펜실베이니아주에 총력 대응(all-hands-on-deck)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전했다. ● “절대 쉬지 않겠다”지난해 11월 6일 대선 승리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론이라는 스타가 탄생했다”고 말하며 머스크에 대한 칭찬을 쏟아냈다. 이미 스타인 머스크를 두고 스타가 ‘탄생했다’고 말한 이유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새롭게 발견한 머스크의 ‘정치적 재능’에 대한 칭찬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 트럼프가 그의 거침없는 일처리와 헌신에 깊은 감명을 받아 2기 핵심 국정과제로 꼽히는 정부 대개편을 맡긴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머스크는 선거운동의 새 지평을 열었다. 역사가 벤저민 소스키스는 “머스크 수준으로 직접 발로 뛴 고액 기부자는 미국 현대사에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NYT에 말했다. 트럼프 캠프 관계자는 “정치는 한 발짝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게임이다. 그런데 일론은 아예 보폭이 다르다”며 그가 상상을 초월하는 성과를 냈다고 뉴요커에 말했다. 머스크는 현재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미 행정부에 메스를 대고 있지만, 아메리카 슈퍼팩에도 손을 떼지 않고 있다. 상·하원 선거를 치르는 내년 중간선거를 위해 전력질주하겠다고 선언한 것. “보통 슈퍼팩은 선거가 끝나면 휴지기에 들어간다. 하지만 아메리카 슈퍼팩은 정반대로 하겠다. 우린 계속 갈아 넣을 것이다. 보궐선거와 중간선거를 향해 한순간도 쉬지 않겠다.”연임이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간선거는 중대한 기점이다. 여기서 큰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 임기 후반 2년은 극심한 레임덕 상태에 빠질 우려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적어도 중간선거까지는 머스크가 꼭 필요할 전망이다. 현재 머스크는 보수 진영에서 재력과 스타성으로 대체 불가한 인물이다. 또 한 번 그에게 명운을 걸어볼 수밖에 없다. 7화 요약: 머스크는 트럼프를 위해 돈과 ‘시간’을 투자했다. 최대 승부처로 꼽힌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한 달 넘게 직접 선거운동을 뛴 것. 머스크는 이번 대선이 시작일 뿐이라며, 내년 중간선거를 향해 쉬지 않고 올인하겠다고 선언했다. 8화 예고: 슈퍼팩에도, 정부효율부에도 머스크의 곁을 지키는 25년 지기들이 포진해 있다. 백악관 킹메이커로 도약한 실리콘밸리 총아들의 우정을 살펴봤다. 동아일보가 아카이빙한 미니 히어로콘텐츠 ‘트럼프 2.0 폴리시 맵’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한 눈에 확인하세요.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우리를 코너로 몰아넣으려는 술수다.”미국 국무부가 5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X를 통해 “미 정부 소유 선박은 앞으로 파나마운하 통행료를 면제받을 예정이다. 파나마 정부와 협의 끝에 도달한 결론”이라고 ‘깜짝’ 발표를 하자, 한 파나마 정부 관계자는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전혀 합의되지 않은 사안을 미국 측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이같이 토로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선박을 상대로 과도한 요금이 부과되고 있다”며 “미국이 파나마운하를 되찾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이에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취임 직후인 2일 파나마에 방문해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미 국무장관이 첫 해외 순방지로 중남미 국가를 선택한 것은 이례적이라 파나마에 강한 압박을 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파나마는 미국에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나마 운하는 사실상 중국이 운영하고 있다”고 중국 영향력을 줄이라고 강하게 요구하자, 파나마는 중국과 2017년 맺은 일대일로 계약을 갱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 루비오 장관과 회담에서 미 해군 선박에 한정해 통행료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파나마운하를 통과하는 선박 중 미 해군 소속은 연간 0.5% 이하로 비중이 매우 적다. 통행료를 면제받을 시 미국 측이 누리는 혜택도 미미한 수준이다. 예상 절감 비용은 1300만 달러로 국방부 전체 연간 예산(8500억 달러)의 약 0.0015%에 불과하다. 이에 미국 측에서 면제 대상 선박을 확대하기 위해 깜짝 발표를 하는 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파나마는 1977년 미국과 맺은 협정을 근거로 물러서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협정에 따라 파나마운하를 통행하는 모든 선박은 국적에 상관없이 동일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파나마 측에서는 “협정을 위반하지 않으며 미 해군 선박만 통행료를 면제해 줄 방안을 찾던 와중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WSJ에 말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이스라엘과의 오랜 전쟁과 봉쇄로 폐허가 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미국이 장악(take over)하고 소유하겠다”고 밝혔다. 가자 주민 약 214만 명을 중동의 다른 나라로 이주시킨 뒤 미국이 장기간 가자지구를 개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 국가로 공존하도록 한다는 국제사회의 ‘두 국가 해법’과 정면으로 대치된다. 실제 관련 조치가 추진될 경우 가자 주민들을 강제로 이주시킨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고, 주권 침해와 인종청소 등의 논란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의 화약고’ 중동의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도 높다. 뉴욕타임스(NYT)는 “지정학적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 직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은 가자지구의 단순한 복구가 아닌, 새로운 방식의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국이 개발하는 가자지구는 “중동의 ‘리비에라’(Riviera·프랑스 남부와 이탈리아의 지중해 연안 휴양지)”가 될 것”이라며 부동산 사업가의 면모를 드러냈다. 가자지구에 미군을 보내겠느냐는 질문에도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 주민의 이주 예상 지역으로 요르단과 이집트를 꼽았지만 두 나라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다른 아랍 국가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에 부정적이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관련 발언에 대해 “주목할 만한 제안이며 테러의 땅에서 새로운 미래를 엿보는, 역사를 바꿀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에 대해서도 “(집권 1기의) 최대 압박 정책을 복원했다”며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로(0)’로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트럼프 “가자지구 장악할 것”]네타냐후와 정상회담 가진뒤“미국이 개발, 경제발전 일으킬것… 주민은 이웃 나라로 영구 이주”유엔 총장 “인종 청소” 강한 비판… 사우디 “이스라엘과 수교 안할것”덴마크령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장악 의도를 공공연히 밝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미국이 장기간 소유하고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영토 팽창주의’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자지구 개발 과정에서 이곳에 거주하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이웃 아랍국으로 영구 강제 이주시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곧바로 국제적인 반발에 직면했다. 이를 반기는 이스라엘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국제사회가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아랍권은 “팔레스타인인의 강제 추방을 지지했다”며 일종의 ‘인종 청소’로 받아들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에도 노골적인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폈다. 유대계로 집권 1기 때 백악관 선임고문으로 활동하며 중동 정책을 담당했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이번 구상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에도 친이스라엘 노선을 펼칠 것임을 분명히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자 소유-주민 영구 이주 모두 전례 없어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정상회담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를 ‘죽음과 파괴의 상징’이라고 칭하며 “위험하고 불안정한 콘크리트 더미 아래에서 살고 있는 가자 주민은 더 나은 환경에서 살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그곳을 소유하고 위험한 미폭발 폭탄과 무기를 해체하겠다. 일자리와 주거를 무한정으로 공급하는 경제 발전을 이뤄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가자 주민의 이주가 ‘영구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가자 주민을 이웃 요르단과 이집트로 보내겠다는 구상은 공개했지만 이주를 영구화하겠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현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통치하는 요르단강 서안에서도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할 뜻을 밝히며 “조만간 관련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로 중동을 택할 가능성도 시사하며 “가자지구,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에 방문할 계획”이라고 했다. 동석한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가 다시는 이스라엘에 위협이 되지 않아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적극 지지한다고 치켜세웠다. 국제사회는 그간 팔레스타인이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을 영토로 삼고 이스라엘과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해 왔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두 국가 해법을 사실상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그는 집권 1기 당시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을 경제 중심지 텔아비브에서 종교 분쟁지인 예루살렘으로 옮겼다. 이스라엘이 제3차 중동전쟁 당시 점령한 시리아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도 인정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재집권한 그가 백악관에서 처음 만난 해외 정상이다. 4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서 탈퇴하는 것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국제사회 “인종 청소” 거센 반발 국제사회와 아랍권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 구상이 “인종 청소에 해당한다.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영구히 불가능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가자 주민 수용 국가로 지목된 이집트와 요르단도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반발하고 있다. ‘아랍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는 5일 외교부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 독립이 보장되지 않으면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수립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수교 중재를 주요 과제로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분명한 압박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일각에선 사우디가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구상에 반발하며 ‘아브라함 협정 2기’ 추진에 반기를 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모로코 간 국교 정상화를 이끌어낸 이른바 ‘아브라함 협정’을 주요 외교 성과로 내세웠다. 2기에는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수교까지 중재해 대(對)이란 견제 전선을 완성하고 최근 중동에서 보폭을 넓히는 중국까지 견제한다는 구상이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사진)이 할리우드 대형 연예 기획사와 계약을 맺었다. 저서 출간과 강연 활동 등을 벌이기 위한 준비로 풀이된다. 3일(현지 시간) 미국 연예기획사인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에이전시(CAA)는 바이든 전 대통령과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부통령 임기를 마친 뒤인 2017∼2020년에도 CAA와 함께 일했다. 1975년 설립된 CAA는 미국 최대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및 스포츠 에이전시다. 배우 메릴 스트립, 브래드 피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 등이 소속돼 있다. 국내 인사 중에선 올 1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LA 다저스에 입단한 김혜성을 비롯해 봉준호 감독, 황동혁 감독, 배우 이정재, 윤여정 등이 미국 진출 과정에서 CAA와 계약을 맺었다. 미국 거물급 정치인이 연예 기획사와 계약한 사례는 적지 않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도 CAA와 계약한 바 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란의 원유 수출을 차단하고 중동과 전 세계에서 테러를 지원하는 능력을 약화시키겠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로(0)’로 만드는 등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4위 원유 보유국인 이란이 원유 수출로 번 돈으로 핵무기 개발을 시도하고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을 지원하며 중동 긴장을 고조시켰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5일 “최대 압박 정책은 이미 실패로 판명났고, 다시 시도해도 또다른 패배로 귀결될 것”이라고 반박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18년 5월 이란이 미국 등 서방 5개국과 2015년에 체결한 ‘핵합의(JCPOA)’를 전격 탈퇴했다. 또 2020년 1월에는 ‘정부 위의 정부’로 불리는 이란 혁명수비대에서 헤즈볼라 지원 업무 등을 담당했던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을 무인기(드론)로 공개 암살하며 이란과 내내 대립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강화 발표를 놓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기조가 계속될 것임을 분명히 밝힌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최근 하마스와 헤즈볼라가 거의 무력화됐고, 이란의 중동 지역 내 영향력도 줄어든 만큼 이란을 더 압박해 핵 개발 포기 등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이란 핵무기 절대 못 가져”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이란 제재를 강화하는 ‘대통령 각서(presidential memorandum)’에 서명하며 재무부와 국무부에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대통령 각서는 의회 비준 없이 각종 정책을 즉시 실시할 수 있는 대통령 행정명령(executive order)보다는 구속력이 낮으나 특정 기관에 구체적인 지침을 줄 때 주로 쓰인다. 그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이란산 원유의 수출 제재를 엄격하게 집행하지 않아 이란이 중동 무장단체에 자금을 지원하고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었다”며 “내가 있는 한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현재 이란이 핵폭탄급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그에 준하는 핵무기 최소 4개 이상을 만들 수 있는 농축 우라늄을 보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이란이 우라늄 농축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우려했다.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자신을 암살하려 든다면 “이란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들겠다(obliterate)”고 강조했다. 그는 혁명수비대 일부 세력이 솔레이마니 암살에 대한 보복으로 자신을 노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미 법무부도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을 암살하라는 임무를 받은 이란 요원을 적발해 기소했다. 다만 개혁·온건파인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암살을 시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란-中 동시 견제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강조한 건 이란과 중국을 동시에 견제하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이란은 2023년에만 원유 수출로 530억 달러(약 76조8500억 원)를 벌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따르면 지난해 이란의 석유 생산량은 2018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이 같은 이란의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한 나라는 중국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이란산 원유의 95%를 구매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02년 이란의 핵개발 의혹이 처음 제기된 후 서방 주요국은 이란산 원유의 직접 구매를 강하게 제재해 왔다. 중국의 수입은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이 추진해 온 제재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과 중국은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이란산 원유의 원산지를 이라크, 말레이시아, 오만 등으로 위조하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동맹국에도 “이란을 고립시키기 위한 활동에 동참하라”는 ‘스냅백(snapback) 조치’를 당부했다. 다만 그는 “이란과 거래를 성사시키는 방안도 모색하고 싶다”며 협상 여지도 남겨뒀다. 앞서 멕시코, 캐나다에 각각 25%의 관세 부과를 위협했다 두 나라가 자신이 요구한 불법 이민자 및 마약 단속에 응하자 관세 부과를 30일 유예한 것처럼 이란에 대해서도 핵시설 사찰 등에 협조한다면 협상과 제재 완화가 가능하단 것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할리우드 대형 연예 기획사와 계약을 맺었다. 저서 출간과 강연 활동 등을 벌이기 위한 준비로 풀이된다.3일(현지 시간) 미국 연예기획사인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에이전시(CAA)는 바이든 전 대통령과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부통령 임기를 마친 뒤인 2017~2020년에도 CAA와 함께 일했다. 특히 바이든 전 대통령이 2017년 출간한 큰아들 보의 죽음을 다룬 회고록 ‘약속해주세요 아버지’의 홍보도 CAA가 맡았다. 이 회고록은 2020년 대선 출마의 디딤돌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1975년 설립된 CAA는 미국 최대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및 스포츠 에이전시다. 배우 메릴 스트립, 브래드 피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 등이 소속돼 있다. 국내 인사 중에선 올 1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LA 다저스에 입단한 김혜성을 비롯해 봉준호 감독, 황동혁 감독, 배우 이정재, 윤여정 등이 미국 진출 과정에서 CAA와 계약을 맺었다.미국 거물급 정치인이 연예 기획사와 계약한 사례는 적지 않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도 CAA와 계약한 바 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트럼프와 머스크가 만났다.”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3월 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만났다고 보도했다. 둘이 만났다는 소식 자체로 큰 주목을 받았다. 같은 해 11월 대선을 8개월 앞둔 시점에서 당시 세간의 관심사는 ‘과연 머스크가 트럼프를 공개 지지할지’였다. 머스크는 그간 미국의 특정 대선 후보를 지지한 이력이 없었다. 하지만 빅테크 규제에 나섰던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바이든 정권과 민주당에 대한 반감을 매우 노골적으로 드러내 트럼프 지지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을 시기였다.그러나 머스크는 계속 ‘밀당’했다. NYT 보도까지 나오자 트럼프 지지자들은 한껏 들뜬 분위기였는데 머스크가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해 3월 5일 보도가 나고 바로 다음 날 자신의 X에 “어떤 대선 후보에게도 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것.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사실상 ‘쩐의 전쟁’인 미 대선에서 바이든 전 대통령에 비해 모금액에서 크게 뒤지고 있었다. 보수 성향 기업인들이 트럼프 지지를 망설이고 있던 것이다. 이에 스타성과 영향력은 물론 재력(포브스 기준 세계 자산 2위)까지 갖춘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면 모금의 둑이 터질 거란 기대가 컸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3월 ‘팜비치 회동’은 매우 중요한 변곡점이 됐다. 이날 만남이 둘의 미래를 바꿨다. 지난해 7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 직후 공개 지지를 선언한 머스크는 이제 최측근 ‘퍼스트 프렌드’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인들이 앞다퉈 구애하는 대통령이 됐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을까. 미 언론 보도와 당사자들의 발언을 토대로 지난해 3월 만남의 전후 상황을 재구성했다. 머스크의 이념적 변신도 살펴봤다. ● “내가 매치메이커였다”‘팜비치 회동’의 전말은 NYT 보도 후 두달이 지나서야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머스크를 직접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로 초청했다는 추측도 제기됐지만, 주선자는 따로 있었다. 지난해 5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둘을 ‘다시’ 이어준 인물은 월가의 유대계 억만장자 넬슨 펠츠(83)다. 펠츠는 트라이언펀드의 최고경영자(CEO)로 정치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역시 팜비치에 호화 주택을 소유한 펠츠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웃이다. 그의 딸 니콜라(30)는 2022년 이 곳에서 축구 선수 데이비드 베컴의 맏아들 브루클린(26)과 결혼했다. (펠츠의 자식은 무려 열명이다.)펠츠를 멘토처럼 여긴 머스크는 지난해 2월 저녁 식사를 하다 ‘미 대선에 관여하고 싶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에 펠츠가 한달 뒤 둘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해준 것으로 보인다. 펠츠 본인도 자신이 ‘주선자’(matchmaker)였다고 시인했다. 지난해 11월 미 대선 이후 펠츠는 CNBC 콘퍼런스에서 “주말에 일론이 우리 집에 놀러왔고, 내가 도널드를 아침 식사에 초대했다”고 밝혔다. ● 父子 동반 모임이렇게 성사된 ‘일요 조찬’은 부자 동반 모임이었다. 머스크는 아들 X(5)와, 트럼프 대통령은 막내 아들 배런(19)과, 펠츠는 아들 디젤(32)과 참석했다. 디젤도 머스크와 친분이 있다고 한다. 위치기반 소셜미디어와 헬스테크 스타트업 등을 창업한 이력을 바탕으로 머스크와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제 관련 정책은 물론이고 불법 이민 대책에 관해서도 여러 가지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기차 보조금을 유지해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에 맞춰 대선 부정투·개표를 방지하기 위한 계획도 제안했다.*권력의 중심지가 된 마러라고. 누가 드나들고,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는 에서 다뤘다. 대화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를 백악관 자문역으로 정식 임명하겠다”며 화답했고 이후 그와 자주 안부 전화를 가졌다. 4건의 형사기소와 이에 따른 천문학적 법률 비용으로 재정 부담을 지고 있던 트럼프 대통령 또한 머스크 같은 억만장자의 선거 자금 지원이 절실했다.지난해 6월 머스크는 테슬라 주주총회에서 “종종 트럼프와 통화한다. 그가 내게 전화를 걸곤 한다. 별다른 용건이 없을 때가 많고, 그는 매우 다정하다”고 말했다. 둘은 전기차와 가상화폐 등에 대해 대화했다고 한다. ● 머스크의 정치관 뒤집은 가족사NYT에 따르면 머스크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 등 사업 대부분이 정부 계약과 보조금 영향을 크게 받아 정치색을 드러내는 일을 매우 꺼렸다. 적당히 관계를 유지해야 정권이 바뀌어도 사업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만 진보 보루로 꼽히는 캘리포니아주 분위기에 영향을 적지 않게 받았다.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 1기 때 백악관 자문 그룹에 속해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첫 해인 2017년 “파리 기후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밝히자 머스크는 “기후변화는 진짜”라고 반발하며 자문역에서 사임했고,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이념적 변신에는 가족사가 작용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나고 자란 큰아들 자비에가 2020년경 여성으로 성전환했고 이후 머스크와 절연한 것. 아이는 이름도 어머니의 성을 따 ‘비비안 제나 윌슨’으로 바꿨다. 이를 계기로 머스크는 진보 진영에 완전히 등을 돌렸다. ‘워크(woke·깬 의식, 진보 진영을 비꼬는 말)’를 ‘궤멸의 대상’으로 여기게 됐다. 머스크는 지난해 7월 인터뷰에서 “내 아들은 사실상 죽었다. ‘워크 정신 바이러스’가 아이를 죽였다”며 “나는 워크 정신 바이러스를 궤멸하겠다고 맹세했고, 일부 진전이 있다”고 밝혔다.머스크는 2022년부터 공화당 지지자임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해 중간선거(상·하원을 선출하는 총선 격의 선거) 전날 그는 트위터(현 X)에 “분점정부가 되면 양당이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을 막을 수 있다. 대통령이 민주당 소속이니 의회 선거에서는 공화당을 뽑을 것을 추천한다”고 적었다. 완곡한 어투에 눈길이 간다. 머스크의 희망과 달리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 민주당에 대한 반감은 커졌고 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나 공화당 측에 기부하면 공개가 되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고 한다. 팜비치 만남 이후에 트럼프 지지로 마음이 기울었을 때도 머스크는 정식 기부나 공개 지지를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고 NYT는 전했다. 대신 우회 사격에 나섰다. 지난해 5월에는 펠츠의 팜비치 자택에 보수 성향 억만장자들을 초대해 트럼프 대통령을 지원할 것을 설득했고, 기록이 남지 않는 ‘어둠의 기부’를 할 방법을 모색했다고 한다.그러다 지난해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야외 유세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가 벌어졌다. 머스크는 즉시 X에 “나는 트럼프 대통령을 완전히 지지한다. 빠른 회복을 바란다”고 적었다. 암살 시도로 지지층이 결집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으나 정작 지지율 추이에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 이제와 돌아보면 머스크라는 큰 정치적 우군을 얻게 된 사건이었다. 6화 요약: 민주당의 빅테크 규제에 불만이 많던 머스크는 아들 자비에가 여성으로 성을 바꾼 후 자신과 절연하자 진보 진영의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정책에도 반감을 품고 보수로 돌아섰다. 지난해 3월 유대계 억만장자 넬슨 펠츠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식사 자리를 가진 후 그와 밀착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머스크의 재력이 필요했다. 같은 해 7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를 계기로 머스크는 ‘트럼프로의 올인’을 결심했다.7화 예고: 트럼프 대통령은 단순히 머스크가 ‘천재’이고 1등 기부자여서 곁에 두는 것이 아니다.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올라선 계기를 살펴봤다.동아일보가 아카이빙한 미니 히어로콘텐츠 ‘트럼프 2.0 폴리시 맵’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한 눈에 확인하세요.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우선주의’와 ‘작은 정부’를 강조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 ‘소프트파워 외교’의 핵심축으로 꼽히는 국제개발처(USAID)의 인원과 역할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USAID는 냉전 시기인 1961년 미국이 옛 소련과 치열한 체제 경쟁을 벌일 때 설립한 독립 기관이다. 다양한 원조를 앞세워 미국의 영향력을 확산시켰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USAID의 직원과 운영비를 대폭 줄인 뒤 국무부 산하 조직으로 흡수해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일부 급진적인 미치광이들이 USAID를 운영해 왔다. 그들을 쫓아낼 것”이라며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조직 개편을 주도할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도 USAID를 “‘범죄 조직’이자 ‘급진적 좌파 마르크스주의자의 소굴’이며 이제 사라질 때”라고 비판했다. 학창 시절 USAID 인턴으로 일했던 한국계 앤디 김 상원의원 등 민주당 인사들은 3일 “패권국이라는 미국의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2일 USAID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3일 워싱턴 본부 건물을 폐쇄하겠다. 출근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韓 서울대-KAIST 설립 도운 인연AP통신 등에 따르면 3일 백악관에서 불과 500m 떨어진 USAID 본부 건물 입구에는 ‘허가자 외 출입 금지’라고 적힌 노란색 출입통제선이 설치됐다. 한 직원은 “아침에 사무실에 갔지만 보안 요원이 막아섰다”고 AP통신에 말했다. USAID의 직원은 약 1만 명이며 2023년 기준 세계 130여 개국에 438억 달러(약 63조5100억 원)를 지원했다. 주요 수혜국은 우크라이나, 에티오피아, 요르단, 소말리아 등이다. 특히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피란민 신세가 된 우크라이나 주민을 대거 지원해 왔다.USAID는 한국이 세계 최초로 원조를 받는 국가에서 주는 국가로 전환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6·25전쟁 직후 약 6년간(1955∼1961년) 서울대 재건 프로그램인 ‘미네소타 프로젝트’를 가동해 한국의 과학기술 발전 토대를 닦았다. 당시 서울대 공대, 의대, 농대 등이 USAID의 지원을 받았다. KAIST 역시 1971년 USAID에서 600만 달러의 차관을 지원 받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을 중심으로 ‘미국인의 혈세를 외국에 낭비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USAID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구조조정 대상으로 인식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취임하자마자 미국의 대외 개발 원조를 90일 동안 동결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은 외국 원조로 본토 지켰다”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은 3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를 통해 “미국은 외국 원조를 통해 테러리스트로부터 본토를 지키고, 미국의 패권국 지위를 호시탐탐 노려 온 중국을 견제해 왔다”며 “연방 예산의 불과 1%를 사용해 낸 효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더욱 적대적인 세계와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USAID를 흡수할 예정인 국무부의 마코 루비오 장관은 같은 날 “USAID는 전적으로 비협조적”이라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정 기조에 반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루비오 장관은 USAID의 원조 사업을 완전히 중단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이미 원조 활동의 상당 부분이 일시 중단된 상황이다. 또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북한 중국 이란 러시아 등을 담당하는 USAID의 민주주의·인권·노동국의 계약직 직원 약 60명을 이미 해고했다. 이로 인해 한국 내 북한 인권단체를 지원했던 자금 역시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교육부를 해체하는 행정 조치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일부 기능을 다른 부처로 분산 이관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미 교육부 직원 최소 60명이 지난달 31일부터 유급 휴가를 받고 사실상 사직을 권고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부터 조 바이든 전 행정부의 친(親)성소수자 교육정책, 학자금 대출 탕감 등을 강하게 비판하며 “교육부 해체”를 주장해 왔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부과를 임시보류한 25% 고율관세의 성격을 두고 “미국은 통상전쟁이 아닌 마약전쟁에 나선 것”이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방금 전에 트뤼도 총리와 통화를 했다”면서 “캐나다는 심지어 미국 은행이 개점하거나 영업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또한 이것은 마약 전쟁”이라면서 “멕시코와 캐나다의 국경을 통해 유입된 마약 때문에 미국에서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숨졌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 역할을 맡고 있는 백악관 경제사령탑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CNBC 방송에 출연해 “이건 통상전쟁이 아니다. 100% 마약전쟁”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마약으로 베트남 전쟁 사망자보다 더 많은 사람이 사망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일을 멈추겠다고 약속했다”고 강조했다.해셋 위원장은 “주말인 1, 2일 멕시코와 대화에서는 많은 진전이 있었으나, 캐나다는 이를 통상전쟁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을 겨냥해 “전임 행정부는 트럼프가 통상전쟁을 일으키려 한다는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NEC는 백악관의 경제 정책 총괄 컨트롤타워로, 재무부와 더불어 미국의 경제 정책 투톱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해셋 위원장은 “우리는 펜타닐 문제 해결에 매우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며 “멕시코와 캐나다가 미국을 존중하고 (펜타닐)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도록 전 대륙의 정치인들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인, 캐나다인, 멕시코인들 모두에게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를 한 달간 전격 유예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멕시코와 캐나다가 결국 미국의 마약 단속에 전폭 협조하기로 합의한 것.이날 트뤼도 총리는 “‘펜타닐 차르’를 임명하고, 마약 밀매 조직을 테러 단체로 지정할 것”이라며 펜타닐의 미국 유입을 막기 위한 새로운 대책을 발표했다. 그는 “24시간 국경 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미국과 공동으로 조직 범죄, 펜타닐 유통, 자금 세탁을 단속하는 ‘캐나다-미국 합동 타격대’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이 협력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동안 관세 부과가 보류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마약전쟁 프레임이 캐나다를 길들이기 위한 구실이라는 지적도 가시지 않는다. 캐나다를 통해 미국에 들어오는 펜타닐이 극히 소량이기 때문이다. CNN에 따르면 지난해 미 사법당국이 국경지대에서 압수한 펜타닐 중 북부의 캐나다 국경에서 압수된 비중은 0.2%에 불과했다. 반면 남부의 멕시코 국경에서 전체의 약 96.6%가 압수됐다. 이에 백악관은 설명자료를 내 “캐나다에서 펜타닐을 제작하는 멕시코 카르텔이 점차 많아지는 추세”라고 반박했다. 구체적인 연구를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캐나다의 펜타닐 국내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국제 마약 유통 분야에서 그 입지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5% 관세 부과로 반미(反美) 감정이 고조된 캐나다에서 미국산 제품의 불매 움직임이 일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를 포함해 주요 정치인이 한목소리로 “미국이 촉발한 통상전쟁에 전 국민이 함께 맞서자”고 촉구하고 있다.2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캐나다에서 국산품 소비를 장려하는 ‘바이 캐나디안(Buy Canadian·캐나다산 물건을 사자)’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국 곳곳의 상점에는 국산품임을 강조하는 ‘메이드 인 캐나다(Made in Canada)’ 팻말이 등장한 모습이다. 소셜미디어에서는 “국산품에는 캐나다의 상징인 단풍나뭇잎 모양 스티커를 붙이자”는 글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미국산 위스키와 오렌지 주스 등 캐나다에서 인기가 많은 미국산 제품을 대체할 국산품의 목록도 널리 공유되고 있다. 온타리오, 브리티시컬럼비아 등 주요 주 정부는 미국산 주류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트뤼도 총리 또한 2일 소셜미디어 ‘X’에 “지금은 캐나다에서 만든 물건을 쓸 때”라며 “원산지 표기를 꼭 확인해서 국산품을 쓰자. 국민 여러분의 역할을 다해 달라”고 호소했다.반미 감정도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캐나다에 거듭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고 했다. 트뤼도 총리에게도 “미국의 51번째 주지사”라며 모욕을 안겼던 터라 이 와중에 더해진 고율 관세로 캐나다인의 억눌렸던 감정이 폭발했다는 것이다.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발로 “캐나다는 (미국의) 매물이 아니다(Canada is not for sale)”라고 적힌 모자도 인기를 얻고 있다.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주총리 또한 최근 해당 모자를 착용하고 관세 대책회의에 참석했다.주말인 1, 2일 캐나다 곳곳에서 열린 프로농구와 아이스하키 경기에서는 미국 국가가 재생되자 관중석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미국과 캐나다는 농구, 아이스하키, 야구, 축구 등에서 통합 프로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캐나다 팀이 경기를 치를 땐 양국 국가가 모두 연주된다.트뤼도 총리는 1일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가 미국의 핵심 동맹이라는 점을 잊고 있다며 섭섭함을 토로했다. 그는 캐나다가 미국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 6·25전쟁 등에 참전했다며 “우리는 프랑스 노르망디 해변부터 한반도 산맥까지 주요 전장(戰場)에서 (미국과) 생사를 함께한 동맹”이라고 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