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지난해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 대통령 탄핵정국 등으로 사회 전반에 기부심리가 위축됐지만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액수는 한 해 전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구세군은 2일 지난해 11월 14일부터 12월 31일까지 ‘2016 자선냄비 집중모금’을 진행한 결과 모금액이 총 77억4000만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2015년 모금액인 72억3000만 원보다 5억1000만 원 증가한 액수다. 구세군에 따르면 거리 모금액은 39억4000만 원, 기업 모금액은 36억 원, 개인 고액 기부는 2억 원으로 집계됐다. 거리 모금액은 2015년 39억9000만 원보다 소폭 줄었으나 기업 모금액이 31억4000만 원보다 크게 오르는 등 전체 모금액은 증가했다. 한국구세군 신재국 사무총장은 “시국이 어수선했던 부분이 거리 모금에 영향을 미쳤으나 기업 등이 이를 고려해 적극 참여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성금은 기초생활 수급자 생계지원, 청소년 보육 환경 개선, 미혼모 돌봄 등 복지 사업에 지출될 예정이다. 온라인(www.salvationarmy.kr)이나 후원 문의(1600-0939)를 통한 성금 접수는 계속 이어진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중국이 발전을 거듭하며 수년 전부터 ‘주요 2개국(G2)’으로 떠오르자 서구에서는 ‘중국 위협론’과 같은 부정적 연구와 보도가 쏟아졌다. 최근 유럽 축구계만 보더라도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을 고액 이적료를 지불하고 데려가는 ‘차이나 머니’의 공습을 두고 “이적시장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런 서구의 시각을 과장과 공포라 정의하며 중국의 부상과 행보를 객관적으로 보자고 주장하는 중국 전문가들이 있다. 십수 년간 중국을 연구한 책의 저자들로 ‘노르웨이’라는 이들의 낯선 국적이 눈에 띈다. 하지만 세계 5대 원유 수출국으로 세계 동향에 민감한 나라, 중국 미국과 이해관계가 얽혀있지 않은 나라 노르웨이를 이해하고 나면 이들의 시각이 좀 더 믿음직하게 다가온다. 이들은 중국에 대한 서구식 편견에 대해 데이터를 근거로 맞선다. 일례로 “뱀파이어처럼 기술을 죄다 빨아간다”고 말하는 한 서구학자의 중국 비판에 대해 세계 주요국 연구개발비 지출 데이터를 근거로 반박한다. 중국이 혁신, 학술연구에 미국과 맞먹을 정도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한때 ‘메이드 인 저팬’이 저질에서 고급의 상징으로 떠오른 것처럼 ‘메이드 인 차이나’의 위상도 곧 바뀔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러나 마냥 중국 입장만 대변하지는 않는다.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초강대국이 될 거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냉정히 부정한다. 중국이 아직 다른 나라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원하도록’ 만드는 힘, 즉 소프트파워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 이처럼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이들의 중국 분석 글 49편이 실렸다. 김배중기자 wanted@donga.com}

‘경주 교동 최씨 고택’은 ‘경주 최부자댁’, ‘성읍 민속마을’은 ‘제주 성읍마을’로…. 국가지정문화재인 중요민속문화재로 지정된 옛집들의 명칭이 성격과 위치 등을 알아보기 쉽게 바뀐다. 문화재청은 27일 기존 중요민속문화재 137건에 대한 명칭을 바꾸고 이를 예고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30일간의 예고 기간을 두고 각계의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최종 확정한다. 명칭 조정안은 해당 민속문화재 명칭을 누구나 알기 쉽게 특별시, 광역시, 도, 시군구 소재지 명칭으로 통일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하회 원지정사’는 ‘안동 하회마을 원지정사’ 등으로 바뀐다. 중요민속문화재 지정 당시 소유자 이름으로 부여된 명칭의 경우 고택과 관련된 주요 인물의 이름, 호나 널리 알려진 명칭을 사용해 고택의 역사성이 드러나게 했다. 일례로 ‘영천 정용준씨 가옥’을 정용준의 8대조인 연정(蓮亭) 정일릉(鄭一綾·1737∼1800)이 지은 집임을 반영해 ‘영천 연정 고택’으로 변경했다. 문화재 성격에 따라 종택, 고택, 생가, 재사(齋舍·제사를 지내기 위해 묘소나 사묘 옆에 지은 집) 등의 용어도 추가했다. 이에 따라 ‘가평리 계서당’은 ‘봉화 계서당 종택’으로 바뀌어 종갓집임을, ‘영덕 화수루 일곽’은 ‘영덕 안동권씨 옥천재사’로 바뀌어 재사임을 알 수 있게 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 스네이스에 거주하는 10대 소년이 지난 일요일 새벽, 길에서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해 현재 중태에 빠져 있다. 매튜 민턴(16세)은 차에 치였을 당시 A654 도로를 통해 집으로 걸어가고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가 기사 편집을 마감하는 이 순간에도 매튜의 어머니는 병원 침상을 지키고 있다. 1990년 8월 16일자 잉글랜드의 한 지역신문에 실렸던 기사의 일부다. 사고를 알리는 한 토막의 기사 이후 영원히 잊혀질 뻔했던 소년 매튜 이야기는 20여 년이 지난 뒤 한 권의 감동 이야기로 재탄생됐다.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했던 평범한 소녀, 연인으로 오해받을 정도로 동생을 사랑했던 저자는 동생에게 사고가 발생했던 그날을 중심으로, 과거를 진솔하게 더듬어간다. 그날 발생했던 사고 자체에만 집중한다면 결말은 ‘새드앤딩’이다. 190cm가 넘을 정도로 키가 크고 운동을 좋아했던 ‘상남자’ 매튜는 사고 직후 8년간 식물인간으로 지내다 가족들의 존엄사 결정으로 죽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전하는 이야기는 매튜에 대한 애정이 넘치기에 감동적이다. 책 곳곳에는 매튜가 8년간 연명(延命)의료를 해온 기록뿐 아니라 저자와 동생이 얽힌 추억들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매튜가 사망하고 약 10년 뒤 태어난 저자 아들의 이름 또한 언제든 동생을 회상할 수 있는 그 이름, ‘매튜’다. 가족이어야만 느낄 수 있는 감정도 솔직하게 표현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가령 매튜가 병원에 입원한 초기에 다른 환자가 죽자, 저자는 “(죽은 사람이) 내 남동생이 아닌 사실에 안도했다”고 표현한다. 매튜의 회복 가능성이 줄어들자 “차라리 사고가 났던 날 밤 매튜가 죽었다면 그에게도 모두에게도 더 나았으리란 사실을 나는 확신했다”고 회상하기도 한다. 가족의 소중함 또한 다시금 깨닫게 된다. 오랜 고통의 시간 끝에 가족을 잃은 절망 속에서도 매튜의 유가족은 서로가 살아있음을 감사히 여기며 보듬기 때문. 그렇기에 “우리는 네가 필요했어”라고 말하는 저자 엄마의 한마디는 책 속 구절에 머물지 않고 진한 육성(肉聲)처럼 느껴진다.김배중기자 wanted@donga.com}
"종교인의 성범죄는 단순 성범죄보다 '근친강간'의 맥락에서 파악해야 한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부회장인 한국염 목사는 종교인이 저지르는 성범죄를 근친강간이라고 정의했다. 주로 종교 지도자가 가해자고 여성 신도가 피해자인 종교인 성범죄는 '영혼의 아버지'가 딸에게 저지르는 성범죄와 같다는 맥락에서다. 22일 서울 영등포구국회 의원회관에서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등이 주최한 '늘어나는 종교인의 성폭력 범죄 어떻게 할 것인가'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엔 개신교계 인사뿐 아니라 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장과 권미혁(더불어민주당) 의원, 법무부, 여성가족부 관계자도 참석해 종교인 성범죄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종교인 성폭력 범죄는 최근 간과하기 힘든 심각한 사안으로 떠올랐다. 경찰청이 15일 공개한 '2010~2016년 전문직군별 성폭력범죄 검거인원 수'에 따르면 종교인이 681명으로 1위에 올랐다. 의사(620명), 예술인(406명), 교수(182명) 등이 뒤를 따랐다. 앞서 지난 8월에도 청소년사역단체 '라이즈업무브먼트' 대표 이동현 목사가 수년간 여고생에게 성관계를 강제한 혐의가 드러나자 기윤실은 교계 차원에서 근본대책 마련을 위한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 목사는 종교인 성폭력 범죄 대책마련이 최근 들어 공론화된 이슈지만 범죄 자체는 역사가 깊고 심각하다는 점부터 강조했다. 그는 "한국여신학자협의회에서 1998년 처음 교회 내 성폭력 문제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며 "20년이 지났지만 종교인 성폭력 범죄는 개선되지 않은 채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종교인 성폭력 범죄는 주로 성경 구절 등을 오용해 발생하거나 목회자와 신도라는 절대적 위계를 악용한다는 점이다. 가령 '야곱이 사랑한 사람은 둘째 부인 라헬이다. 너는 라헬처럼 목사를 섬기기 위해 부름 받았다'는 성경구절은 목회자가 범죄대상을 유혹하는 구절로 오용되는 것이다. 한 목사는 "피해자들이 정신적 상처뿐 아니라 신앙적 혼란까지 겪는다"며 "근친강간의 맥락에서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징계 등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독법률가회 김병규 변호사는 "종교인과 신자의 특수한 관계 등을 고려해 이를 예방하기 위해 가중처벌 도입 등 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가부 관계자도 "교회법 개정 등 규정구비 뿐 아니라 여가부와 종교계가 종교인 성범죄 문제를 공동으로 논의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박근혜 대통령 전담 미용사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7시간’ 때도 대통령의 머리를 만졌던 T헤어숍 정모 원장(55·여)은 13일 새벽에도 어김없이 집을 나섰다. 이날 오전 6시 반경 남편인 김모 T헤어숍 대표(61)와 경기 성남시 자택을 나온 그는 동아일보-채널A 취재진의 질문에 한마디도 답하지 않고 차에 올랐다. 정 원장의 차는 따라붙는 취재차량을 떨쳐내려는 듯 출근길 차량이 붐비기 시작한 고속도로에서 차로를 급히 바꾸거나 시속 100km 이상으로 과속하며 곡예운전을 했다. 서울 방향으로 50여 분을 달려 정 원장이 도착한 곳은 청와대 정문에서 약 400m 떨어진 청와대 수송대. 경호원과 경찰이 지키는 건물 입구에서 내린 그는 얼굴을 가린 채 출입증을 찍은 뒤 안으로 들어갔다. 정 원장은 탄핵안 가결로 박 대통령이 직무가 정지된 뒤에도 평소처럼 박 대통령의 머리를 손질하기 위해 청와대로 출근한 것으로 보인다. 직무정지 상태의 대통령은 국군통수권 및 공무원 임면권 행사, 국무회의 주재 등 국정을 수행할 수 없지만 신분은 유지되기 때문에 경호와 의전은 그대로 제공된다. 머리 손질은 의전에 포함되는 항목이다. 정 원장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재직하던 2013년 8월부터 대통령비서실과 계약을 맺고 대통령 정식 미용사 자격으로 청와대를 출입했다. 계약기간은 매년 초 연간 단위로 갱신하지만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자동 연장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대비해 변호인단과 관저에서 만나거나 통화하며 탄핵의 부당함을 주장하기 위한 논리를 가다듬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요즘 생각을 가다듬으면서 법률 쪽 사람들을 만나 탄핵심판 및 특검 수사와 관련해 주로 상의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 원장의 청와대행(行)은 16일까지 헌재에 제출해야 하는 답변서를 준비하기 위해 박 대통령이 변호인단을 만나기 전에 머리를 손질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박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에 대응할 변호인단 구성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 명단을 받은 게 없다”며 침묵을 지켰다. 2004년 3월 탄핵안 가결 직후 노무현 대통령 측이 사흘 만에 ‘호화 대리인단’을 공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당초 변호인단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던 검찰 출신 H, L 변호사는 막판에 합류 의사를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때 최재경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사임하면 변호인단에 합류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지만 본인이 거절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구인난을 겪는 까닭은 헌재가 결국 파면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서 비롯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변호사들이 역사적인 탄핵심판 변호인단에 참여해 ‘스펙’을 쌓을 수 있다는 이득보다는 잃을 게 많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한편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행적을 밝힐 만한 인물로,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 외에 청와대에 출입한 트레이너가 한 명 더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윤 행정관과 같은 I호텔 피트니스클럽 출신인 남성 트레이너 한 명이 윤 행정관과 청와대에 출입했다”고 말했다. 시기는 윤 행정관이 청와대에 들어갈 당시인 2013년 초부터이고 직급 또한 윤 행정관과 같은 3급이다.김배중 wanted@donga.com·신나리 기자·최주현 채널A 기자}
역사는 국민이 바꾼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주체는 국회의원들이었지만 탄핵을 이끈 원동력은 국민이었다. 국민들은 매주 촛불집회에 나서며 국회의원들에게 전화를 하고 이메일을 보내는 등 정치권을 압박하며 ‘일상 속 참정(參政)’을 실천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민주주의를 이뤘듯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박 대통령이 무너뜨린 국격을 다시 세우고 있다.○ “탄핵” 의원들에게 전화 및 메일로 청원 국민들은 신뢰하지 못하는 정치권을 움직이기 위해 행동으로 보여줬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탄핵을 두고 반대하거나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자 촛불을 들고 압박에 나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요청 사이트인 ‘박근핵닷컴’ 등을 통해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강원 춘천에 거주하는 대학원생 곽태진 씨(30)는 “얼마 전 지역구 의원인 김진태 의원에게 탄핵 청원 이메일을 보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구미성 씨(25·여)도 “우리 지역구 의원이 아니어도 탄핵소추안 표결을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진 의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며 “얼마 전엔 집 근처 지하철역인 5호선 거여역에서 박근혜 퇴진 서명운동도 했다”고 밝혔다. 정당에 가입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지난주 더불어민주당 당원으로 가입했다는 회사원 김자현 씨(27)는 “원래 정치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를 보며 야당이 행동하지 않으면 박 대통령을 물러나게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주변에 나처럼 당원 가입을 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의 지역사무소나 국회의원실에는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특히 지난달 29일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 이후 탄핵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거세졌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이 탄핵에 반대하는 의원들 명단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자 누리꾼들은 이를 실시간 공유했다. ‘조기 탄핵 불가’ 입장을 고수했던 국민의당 의원실 관계자는 “탄핵 표결하라는 전화가 끊이질 않아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고 전했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홈페이지는 1일 항의 민원을 넣으려는 누리꾼들이 몰려 서버 트래픽이 초과되기도 했다.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는 시민들은 관련 기사와 누리꾼들의 반응을 예의 주시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이재현 씨(26·여)는 “페이스북에서 정치인들과 정치 페이지들을 팔로하기 시작했다”며 “뉴스를 통해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고 실시간 검색어와 댓글 등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구미성 씨도 “촛불집회 참여가 어려운 친구들에겐 카카오톡으로 관련 기사 링크를 보내주는 등 상황을 공유한다”고 자랑했다.○ 촛불집회 참여하며 민심 표출한 국민들 국민들은 무엇보다도 매주 촛불집회에 참가해 민심을 표출했다. 지난 6주간 600만 명이 넘는 국민이 광장에 모여 ‘박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자영업자 김호중 씨(61)는 “한동안 토요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금요일 저녁에는 약속을 잡지 않았는데 앞으론 ‘불금’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뻐했다. 그간 집회 참가자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했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부정입학 의혹에 분노한 학생들도 거리로 뛰쳐나왔다. 고등학생 이주나 양(17)은 “한창 공부해야 할 학생이지만 나도 의식 있는 시민 중 한 명임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집회에 참가했다. 대학생 신지은 씨(22·여)는 “지난 토요일 아이돌 그룹 ‘샤이니’ 팬 단체의 일원으로 집회에 참여했다”며 “주말엔 음악 공개방송을 가는 등 일정이 많지만 국민으로서 분노가 치밀어 샤이니 응원봉을 들고 나왔다”고 말했다. 50, 60대 보수층도 같은 마음이었다.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을 뽑았다는 최모 씨(69)는 “내가 ‘대통령 퇴진’을 외치며 광장에 나갔다는 게 아직도 놀랍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국민들이 정치적 권리를 당당하게 행사하게 된 또 하나의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동안은 국민들이 2, 3년마다 돌아오는 선거 때만 존재감을 드러냈다면 지금은 일상 속에서 주권 의식을 표명하게 된 것이다. 9일 국회에서 탄핵 가결 선인 200표를 훨씬 넘은 234표가 나온 배경에 이렇게 ‘변한’ 국민들이 있었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순실 사태로 분노한 국민들이 매주 집회에 참가하는 등 행동에 나섰지만 지금껏 별다른 물리적 충돌이 없었다”며 “이는 우리 시민 의식이 그만큼 성숙해졌다는 걸 증명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시민들의 역량이 이제 정당을 견제할 수 있을 정도로 커졌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최지연 lima@donga.com·김배중·차길호 기자}
7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청문회에선 불참한 ‘비선 실세’ 최순실 씨(60·구속 기소)를 두고 고영태 씨(40)와 차은택 씨(47·구속 기소)가 마치 ‘막장 드라마’를 연출하듯 폭로전을 펼쳤다. 포문은 고 씨가 열었다. “운동을 해 욱하는 게 있다”며 시원시원하게 과거 상황을 증언했다. 그는 “대통령 의상을 100여 벌 제작했고 대통령의 악어가죽 가방은 280만 원을 받았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사실이 아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등으로 일관한 청문회의 다른 증인들과 다른 모습이다. 대통령 옷, 가방과 관련해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도매가로 쳐도 최소 옷은 3000만 원, 가방은 1500만 원어치”라며 “결국 4500만 원어치 옷과 가방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갔는데 대통령비서실은 관련 지출이 한 푼도 없다”고 지적했다. 고 씨가 대통령의 옷값을 최순실 씨가 대신 내줬다고 이날 증언했는데 확인이 된다면 박 대통령에게 뇌물 혐의를 직접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 씨의 솔직 화법은 최 씨, 차 씨,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55·구속) 등에 대한 헐뜯기로 이어졌다. 그는 “언론에 (최 씨가) 연설문을 수정했다고 말한 내용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 씨가 태블릿PC를 쓸 줄 모르고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태블릿PC가 최 씨 것이 아니라고 암시했다. 그는 “최 씨는 컴퓨터(PC)로 연설문을 고쳤다”고 말했다. 최 씨가 프로포폴 등 주사제 중독 의혹이 있다는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의 질의에 대해 고 씨는 “(최 씨가) 같은 말을 또 하고 또 하는 걸 경험한 적이 있다”며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고 씨는 김 전 차관에 대해 살짝 웃으며 “(최 씨의) 수행비서 같았다”고 표현했다. 최 씨가 김 전 차관에게 지시를 내리고 그로부터 뭔가 얻어내려는 모습이 주종관계 같았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김 전 차관은) 자기 할 말만 하는 사람 같았다”고 설명한 고 씨는 “어, 네네네네, 다 알어, 다 알어”라며 김 전 차관의 성대모사를 하기도 했다. 차 씨에 대한 언급도 빠지지 않았다. 고 씨는 “최 씨가 광고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을 소개해 달라고 해서 (차 씨를) 소개했다”며 “그의 광고가 미흡하다는 판단을 하고 소개를 잘못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작 고 씨는 자신에 대해서는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최 씨와의 첫 만남에 대해 “2012년 가방 회사를 운영할 당시 지인에게 최 씨를 소개받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호스트바에서 만났다는 일부 언론의 의혹을 부정한 것이다. TV조선에 제보한 폐쇄회로(CC)TV 설치 시점에 대해서는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고 씨가 직접 태블릿PC를 JTBC에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며 “태블릿PC를 처음 받은 기자가 진실을 밝혀 달라”고 말했다. 차 씨도 입을 열었다. 이만희 새누리당 의원이 최 씨, 고 씨 두 사람이 ‘남녀 사이로 밀접한 관계냐’고 묻자 “(두 사람이) 굉장히 가까운 사이로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이에 고 씨는 “절대 그런 관계가 아니다”고 부정한 뒤 “(최 씨에게) 차 씨를 소개해준 뒤 둘을 만나지 않아 (최 씨와 차 씨) 두 사람 관계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차 씨도 최 씨의 대통령 연설문 수정에 대해 사실임을 인정했다. 그는 “(최 씨가) 연설문과 관련해 문화창조나 콘텐츠와 관련해 생각을 좀 써 달라고 해서 최 씨에게 써준 적이 있다”며 “그 내용 중 일부가 대통령 연설에 그대로 반영됐다”고 말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의 만남에 대해 “최 씨가 김 실장에게 연락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최 씨를 전혀 모른다”는 김 전 실장의 주장과 엇갈리는 부분이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세월호가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있던 2014년 4월 16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이 유명 미용사를 청와대로 불러 머리를 손질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6일 일부 언론은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오후 1시간 반가량 머리를 손질하며 ‘골든타임’을 허비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전속 미용사가 이날 오후 3시 20분경부터 약 1시간가량 청와대에 머물렀다”며 “머리 손질에 걸린 시간은 20여 분”이라고 해명했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에 대해 청와대가 ‘머리 손질’에 20여 분을 썼다고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통상 오전에 관저에서 머리를 손질한 뒤 본관으로 건너가 집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총무비서관실 소속 계약직으로 채용해 대통령의 머리 손질을 맡겼다고 밝힌 T 헤어숍 정모 원장(55·여)의 측근은 동아일보에 “정 원장이 주로 오전 중 청와대로 가 대통령의 머리를 손질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머리손질을 거른 이유는 의문이다. 또 오후에 미용사를 관저로 부른 것은 세월호 사고를 보고받은 뒤에도 오후 늦게까지 관저에 머무르며 사태를 안이하게 인식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 관계자는 “점심시간이 지난 뒤에야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돼 서면으로 보고하며 부산을 떨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당일 오후 3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방문하겠다고 지시했고, 오후 5시 15분에야 중대본에 도착했다. 한겨레신문은 청와대와 미용업계 관계자들을 취재해 T 헤어숍 정 원장이 2014년 4월 16일 낮 12시경 청와대로부터 “급히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고 이날 오후 관저에 들어가 박 대통령 특유의 ‘올림머리’를 했다고 6일 보도했다. 한겨레는 올림머리를 하는 데에는 화장까지 포함해 90분 이상 시간이 걸린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이어 박 대통령이 올림머리를 한 시간은 오후 1시에서 3시 사이라고 추정했다. 해경이 세월호에 갇힌 315명을 구조하기 위해 수중 수색작업에 들어간 시각이다. 반면 SBS는 박 대통령이 이날 오전 단골 미용사로부터 머리를 손질했으나 중대본 방문을 앞둔 시각에 일부러 부스스한 모양으로 머리를 연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SBS에 따르면 정 원장은 “당일 아침 박 대통령의 머리를 손질했다”고 증언한 뒤 “중대본을 방문한 박 대통령의 머리가 평소와 왜 달랐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비상사태였기 때문에 일부러 그런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민방위복을 입은 박 대통령의 의상에 맞춰 긴박한 시기임에도 다시 머리를 손질했다는 해석이다. 정 원장은 ‘비선 실세’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의 소개로 2005년경부터 박 대통령의 전속 헤어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운영하는 T 헤어숍은 현재 전국에 30여 개 지점을 거느리고 있는 프랜차이즈 업체다. 청와대는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세월호 당일 대통령 행적과 관련해 연애설, 굿판설, 성형시술설 등이 근거 없는 의혹으로 밝혀지자 이제는 1시간 반 동안 머리 손질을 했다는 터무니없는 의혹 제기까지 등장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당일) 오후 3시 중대본 방문 지시를 내린 뒤 서면보고를 받는 20여 분 동안 2013년 총무비서관실 계약직으로 채용한 정 원장 등 2명으로부터 머리손질을 했다”고 밝혔다.정지영 jjy2011@donga.com·장택동·김배중 기자}
최순실 씨(60·구속 기소) 딸 정유라 씨(20)의 전남편인 신주평 씨(21)가 자신을 둘러싼 병역특혜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정 씨가 임신한 뒤에는 최 씨 일가가 낙태를 강요했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조사’에서 신 씨에 대해 “공익근무요원으로 비자를 받아 독일에서 달콤한 신혼을 보냈다는 제보가 있다. 사실이라면 천지가 경악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 이후 그의 이름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신 씨는 이날 오후 채널A 취재진을 만나 “전혀 사실이 아니다. 한 차례 입영을 연기했을 뿐 조만간 입대할 예정이다”라며 현역 입영통지서를 내보였다. 신 씨는 정 씨와의 관계에 대해선 “지인의 소개로 고3 때 만나 연인 관계를 이어가던 중 덜컥 아이가 생겨 2014년 말부터 함께 생활했는데 이 소식을 들은 최 씨가 둘 사이를 강하게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최 씨의 언니인 최순득 씨의 딸 장시호 씨(37·구속)가 낙태를 강요하기도 했다고 신 씨는 주장했다. 결국 정 씨와 신 씨는 ‘손 벌리지 않고 아이를 키우겠다’는 취지의 각서까지 쓰게 됐다. 이후 정 씨를 따라 독일로 간 신 씨는 현지에서 사소한 일로 다툰 뒤 헤어져 올해 4월 혼자 귀국했다고 덧붙였다. 최 씨 일가의 각종 국정 농단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는 “(최 씨 집안과) 대통령의 관계는 최근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며 “장시호 씨 등도 몇 번 본 적이 있지만 이들이 국정 농단과 연관된 사실 등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말했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김철웅 채널A 기자}
최순실 씨(60·구속 기소) 딸 정유라 씨(20)의 전 남편인 신주평 씨(21)가 자신을 둘러싼 병역특혜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정 씨가 임신한 뒤에는 최 씨 일가가 낙태를 강요했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조사'에서 신 씨에 대해 "공익근무요원으로 비자를 받아 독일에서 달콤한 신혼을 보냈다는 제보가 있다. 사실이라면 천지가 경악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 후 그의 이름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신 씨는 이날 오후 채널A 취재진을 만나 "전혀 사실이 아니다. 한 차례 입영을 연기했을 뿐 조만간 입대할 예정이다"라며 현역 입영통지서를 내보였다. 신 씨는 정 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지인의 소개로 고3때 만나 연인관계를 이어가던 중 덜컥 아이가 생겨 2014년 말부터 함께 생활했는데 이 소식을 들은 최 씨가 둘 사이를 강하게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최 씨의 언니인 최순득 씨의 딸 장시호 씨(37·구속)가 낙태를 강요하기도 했다고 신 씨는 주장했다. 결국 정 씨와 신 씨는 '손 벌리지 않고 아이를 키우겠다'는 취지의 각서까지 쓰게 됐다. 이후 정 씨를 따라 독일로 간 신 씨는 현지에서 사소한 일로 다툰 뒤 헤어져 올해 4월 혼자 귀국했다고 덧붙였다. 최순실 씨 일가의 각종 국정농단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는 "(정 씨 집안과) 대통령의 관계는 최근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며 "장시호 씨 등도 몇 번 본 적이 있지만 이들이 국정농단과 연관된 사실 등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고 말했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김철웅 채널A기자 woong@donga.com}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 의무실에서 근무했던 간호장교(당시 대위) 2명 중 1명인 신모 씨(30·여)는 29일 강원 원주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에서 통상적인 업무를 수행했고, 박근혜 대통령을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2013년 4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전역한 후 지난해 4월 심평원 공채로 뽑혀 근무 중이다. 신 씨는 “참사 당일 의무실장의 처방에 따라 오전에 대통령 관저 부속실에 가글액을 전달했을 뿐이다. 그날 대통령에 관한 특별한 일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신 씨는 또 청와대로 반입된 각종 의약품에 대해 “2년 가까이 청와대 파견 근무를 했지만 대통령에게 프로포폴이나 태반주사 등 주사 처치를 한 적 없다. 비아그라 등 의약품은 본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엠라크림(성형용 마취제)이나 태반주사를 본 적은 있지만 근무 기간 대통령에게 이를 처치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최순실 씨에 대해서도 “최근 언론을 통해 처음 알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와대 구입 약품 모두 의무실을 거치는데도 “청와대 공식 구입 약품으로 밝혀진 비아그라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약품 관리는 간호장교 소관이다. 또 비선 진료 의혹을 받은 김상만 전 녹십자아이메드 원장은 최순득 씨 이름으로 박 대통령에게 처방한 주사제에 대해 “간호장교가 놨다”고 밝혔지만 신 씨는 “김 원장을 본 적도 없다. 그분이 왜 그렇게 말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간호장교 조모 대위는 언론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해 8월부터 미국 텍사스 주에 있는 미 육군 의무학교에서 연수 중이다. 한편 최순실 씨가 서울 강남의 한 병원에서 공짜 진료를 받았고, 이 병원 K 원장이 2013년 10월 대통령 자문의로 위촉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 씨는 10여 년 전부터 허리 통증을 이유로 서울 서초구 척추질환 전문 A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박 대통령도 대선 전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에 K 원장은 “최 씨가 진료비도 꾸준히 냈지만 다른 손님에게 우리 병원을 소개해주고 직원들 간식을 챙겨줘 고마운 마음에 최근 몇 년 진료비를 받지 않았다”며 “자문의 위촉은 청와대 의무실 군의관 근무 경력 등이 반영됐을 뿐”이라고 밝혔다. 원주=김배중 wanted@donga.com / 김윤종 기자}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새 국가브랜드 사업에 참여한 행사 대행업체 ‘크리에이티브아레나’의 실소유주가 최순실 씨(60·구속 기소)라는 구체적 정황이 포착됐다. 크리에이티브아레나가 최 씨가 설립한 광고회사 모스코스, 플레이그라운드와 주소지를 공유하는 등 한 몸처럼 움직였던 사실이 추가로 확인된 것이다. 24일 크리에이티브아레나로부터 일감을 수주했던 광고업체 관계자 A 씨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지난해 크리에이티브아레나와 일을 하고 대금을 받았는데 입금 주체가 ‘모스코스’였다”라고 말했다. 모스코스는 지난해 초 최 씨가 대기업 광고를 수주할 목적으로 차은택 씨(47·구속 기소) 측근인 김홍탁 씨(55)를 대표로 내세워 만든 회사다. A 씨는 “당시 크리에이티브아레나 대표 김모 씨의 서류엔 문체부 관련 업무가 빼곡히 적혀 있었고 ‘정부 일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라며 “설립한 지 1년도 안 된 업체가 정부 사업을 많이 하는 점이 의아했다”라고 덧붙였다. 취재 결과 크리에이티브아레나는 국가브랜드 개발 사업에서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일감을 수주했다. 타 업체가 문체부로부터 경쟁 입찰을 통해 수주한 업무를 하청 받아 일감을 확보한 것이다. 지난해 문체부의 ‘국가브랜드 및 정부상징체계 개발’ 사업 집행 예산 명세에서 크리에이티브아레나가 직접 계약을 맺은 일감은 총 1900만 원. 하지만 이 회사는 국가브랜드 사업에서 약 11억1000만 원 규모의 홍보 업무를 수주한 종합PR회사 ‘프레인글로벌’로부터 약 1억6000만 원 규모의 일감을 추가로 수주했다. 크리에이티브아레나가 이런 방법을 쓴 건 신생 업체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4월 조달청 경쟁 입찰 당시 최근 3년간 주요 홍보 대행 실적을 평가하는 항목이 있었다. 당시 설립 8개월밖에 안된 크리에이티브아레나는 타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다. 이에 대해 프레인글로벌 관계자는 “여러 업체와 협업하는 과정에서 크리에이티브아레나와 일을 하게 됐을 뿐 외압은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크리에이티브아레나가 맡은 홍보 업무는 체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 사업의 첫 번째 프로젝트인 ‘국가브랜드 대국민 아이디어 공모전’은 지난해 5월 1일 시작했지만 공모 시작 후 2주 동안 참여한 사람은 300여 명밖에 되지 않았다. 이에 크리에이티브아레나는 복수의 스타트업 광고 홍보 업체와 1개월짜리 단기 계약을 맺고 홍보 업무에 황급히 착수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당시 홍보 전략도 부실했다는 말이 나온다. 당시 업무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지 관리를 위해 콘텐츠를 제작해 올렸는데 한식 관련 콘텐츠 제작을 주문하다 돌연 한복, 위인 등으로 소재가 바뀌곤 했다”라고 말했다. 올 7월 문체부가 발표한 새 국가브랜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는 공개 직후 표절 논란과 함께 로고 제작 비용(2060만 원)보다 홍보비(16억2000만원)가 더 많아 예산이 샜다는 논란이 일었다.김배중 wanted@donga.com·박은서 기자}

검찰이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7·구속 기소) 등을 기소하면서 남은 의혹은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차은택 씨(47·구속)에게 쏠리고 있다. 차 씨는 2014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때 문화행사 대행업체 선정 대가로 수억 원을 받는 등 각종 사업 기획과 수주를 통해 최 씨에게 이권이 돌아가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21일 동아일보 취재 결과 올해 한 스타트업 기업이 공개한 3차원(3D) 캐릭터가 2013년 차 씨 석사학위 논문에 나온 캐릭터와 같다는 의혹(본보 10월 13일자 A27면 참조)의 배경에는 차 씨의 ‘셀프 발주 및 수주’ 행태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차 씨가 자신의 아이템을 본인 영향력 아래에 있는 회사에 주고 정부 예산 혜택을 받게 한 것이다. 차 씨의 셀프 수주는 3D 캐릭터 ‘나나걸스’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차 씨는 캐릭터 개발을 위해 2011년 ‘아이컴프미디어’를 세웠다. 2013년 6월 자신의 석사학위 논문에 이 캐릭터를 소개하고 두 달 뒤 삼성전자 갤럭시탭3 글로벌 광고에 공개했다. 하지만 큰 반향 없이 자취를 감췄다. 그랬던 나나걸스는 지난달 스타트업 기업인 ‘푸른고래픽쳐스’를 통해 ‘고고로켓씨스타’로 부활했다. 고고로켓씨스타는 캐릭터의 이름과 생김새가 나나걸스와 판박이다. 이 과정에 차 씨의 이권 개입 정황이 짙다. 지난해 2월 아이컴프미디어 대표직에서 돌연 사임한 차 씨는 두 달 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을 맡았다. 그해 12월 푸른고래픽쳐스는 13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문화창조벤처단지에 입주했는데 이때 차 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창조벤처단지는 사무실 임차료와 마케팅 자문 등으로 수억 원대의 정부 혜택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문화창조융합본부가 사실상 사업을 주도했다. 푸른고래픽쳐스가 차 씨 영향력 아래에 있었다는 증거는 또 있다. 이 회사의 첫 주소지는 차 씨가 영상 편집을 맡겼던 단골 편집업체 N사의 주소와 같다. 푸른고래픽쳐스의 대표 박모 씨(48)는 N사 임원 출신이다. 차 씨와 오래 일을 했던 A 씨는 “차 씨가 캐릭터 이력을 세탁한 뒤 단골업체 직원에게 넘겨 벤처단지 입주를 도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김배중 wanted@donga.com·박은서 기자}

새 국가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Creative Korea)’ 개발 사업을 주도했던 ‘크리에이티브아레나’의 실소유주가 최순실 씨(60·구속)인 정황이 드러났다. 15일 동아일보 취재 결과 2014년 8월 행사대행 업체 크리에이티브아레나의 설립 당시 주소지는 ‘더플레이그라운드’의 지난해 1월 설립 당시 주소지와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창조경제추진단장이었던 차은택 씨(47·구속) 측근인 김홍탁 씨(55)가 설립한 더플레이그라운드는 본보 보도(15일자 A8면)를 통해 최 씨 실소유 회사로 밝혀진 상황. 한 곳에서 생긴 두 회사 모두 최 씨의 지배하에 있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5개월 간격으로 급조된 ‘한 지붕 두 가족’ 두 회사의 설립 작업은 최 씨 거주지였던 서울 강남구 미승빌딩과 불과 100m도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서 급하게 추진됐다. 두 회사의 설립 주소지는 2008년 설립된 뒤 지난해 4월 공식 파산한 것으로 알려진 광고대행업체 ‘S사’가 있던 자리다. 현재는 같은 층에 있던 다른 업체가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관계자는 “S사가 파산 직전까지 간 뒤 사무실을 비워 지난해 2월 중순부터 들어왔다”면서 “S사 이외에 더플레이그라운드와 크리에이티브아레나의 존재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크리에이티브아레나는 S사가 2014년 3월부터 주관한 광고·마케팅계 명사강연 행사인 ‘크리에이티브 아레나’와 이름이 같다. 그해 8월 크리에이티브아레나는 이 이름을 따 신생 회사를 설립했고 명사강연 행사는 ‘광고계의 빅 이벤트’로 소개되며 이후 9개월 동안 4차례 동안 진행됐다. S사와 크리에이티브아레나의 연결고리가 많은 셈이다. 김 씨가 세운 더플레이그라운드도 각 분야에서 사람들을 급히 모았다. 설립 당시 더플레이그라운드 사업 참여를 제안받았던 A 씨는 “김 씨와 우리 회사 광고에 대해 가벼운 논의를 마치고 얼마 뒤 사업에 참여해 달라는 제안을 해 와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크리에이티브아레나가 주도한 새 국가 브랜드 사업도 급하게 추진된 정황이 곳곳에 드러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총 35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는데 올해 7월 브랜드 공개 직후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프랑스가 2015년부터 사용해 온 산업 분야 브랜드 ‘크레아티브 프랑스’, 영국이 1997년 토니 블레어 총리 집권 당시 내세웠던 ‘크리에이티브 브리튼’ 표어와 유사했기 때문이다. 대국민 공모전 개최, 홍보영상 제작 등에 26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는데 국가 브랜드가 된 ‘창조(Creative)’라는 단어는 공모 당시 수상작은 물론이고 순위에도 없던 단어였다. 최근 최 씨가 이 사업을 기획하고 직접 기획안까지 수정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지난해부터 시동 걸린 최-차의 ‘국정 농단’ 크리에이티브아레나가 설립된 2014년 8월은 차 씨가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문화융성위원으로 위촉되며 공직에 ‘데뷔’한 시기와도 겹친다. 그해 8월 문체부 지원을 받아 융복합 뮤지컬 ‘원데이’를 제작한 차 씨는 또 문체부 지원을 받아 3개월 후 ‘늘품체조’를 기획해 선보였다. ‘원데이’와 ‘늘품체조’는 현재 차 씨의 이권개입 의혹을 받는 상황이다. 한 주소지에서 설립된 두 회사는 이후 한동안 한 몸처럼 행동했다. 지난해 2월 더플레이그라운드는 주소지를 논현동으로 옮겼는데 이곳은 미르재단의 전신으로 알려진 광고회사 ‘모스코스’의 주소지다. 같은 시기부터 크리에이티브아레나도 자사 주최 행사의 홈페이지에 회사 주소를 모스코스의 주소지로 올렸다. 모스코스의 설립에도 이들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김홍탁 씨가 모스코스의 대표를, 크리에이티브아레나의 당시 대표 김모 씨(36)가 사내이사를 맡은 것이다. 지난해 7월 김홍탁 씨가 대표에서 물러난 뒤 차 씨의 ‘비선’으로 알려진 미르재단 전 사무부총장인 김성현 씨(43)가 대표에 올랐다. 논현동으로 옮긴 뒤 이들은 본격적으로 각종 이권 사업에도 개입했다. 지난해 6월 더플레이그라운드는 포스코 광고계열사 ‘포레카’ 지분 강제 매입에 나섰다. 이에 실패한 뒤 지난해 10월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로 새로 단장했다. 현대·기아자동차, KT 등 대기업으로부터 120억 원어치의 광고를 수주했을 뿐 아니라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 당시 열린 문화행사의 기획을 맡기도 했다. 모스코스는 지난해 6월 ‘유라이크커뮤니케이션즈’로 사명을 바꾸고 박 대통령 홍보 프로젝트인 ‘만인보’ 활동에 참여했다.김배중 wanted@donga.com·박은서 기자}

국정 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60·구속)가 미르재단을 통해 정부가 적극 추진한 한식 세계화 사업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한 음식잡지사가 주관한 해외 한식 홍보 행사에 미르재단 인사가 참석해 관계자들을 격려하는가 하면, 문화체육관광부는 한식 세계화와 평창 겨울올림픽을 연계하자는 이 잡지사의 아이디어를 대통령에게 추진과제로 보고하기도 했다. 13일 동아일보 취재 결과 미르재단 관계자 김모 씨는 올해 6월 1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월드베스트 50 레스토랑(W50B)’ 행사의 부속 이벤트인 ‘코리아 NYC(뉴욕 시) 디너스’에 참석했다. 코리아 NYC 디너스 행사는 음식잡지사인 L사가 주관하고 문체부가 후원했다. 김 씨는 행사 당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L사 대표와 편집장 등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론하며 “고생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L사와의 각별한 관계를 드러냈다. 이벤트업계는 이를 두고 “최 씨를 지원하기 위해 급조됐다는 의혹이 있는 미르재단이 L사를 통해 각종 이권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음식잡지를 펴내는 L사가 최현석, 임정식 씨 등 한국을 대표하는 셰프 5명을 데리고 뉴욕으로 건너가 한식 홍보 행사를 주관한 것도 의심스럽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잡지사가 세계적인 행사에서 한식 홍보 행사를 주관하는 데 대해 ‘든든한 백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고 말했다. 본보가 평창 겨울올림픽 연계 한식 세계화 추진 방안으로 급하게 오른 것으로 지적(10일자 A22면)한 ‘아시아베스트 50 레스토랑(A50B) 2018년 유치’와 ‘한식전문 잡지 발간’도 L사가 문체부에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A50B는 W50B의 아시아 버전으로, L사가 초창기부터 주력했던 분야다. L사의 제안은 평창 겨울올림픽 연계 관련 문체부 추진과제로 올해 4월 열린 문화융성위원회 제5차 회의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한식재단과 차은택 씨(47·구속)가 몸담았던 문화융성위원회, 그리고 L사의 연결고리도 확인됐다. 한식재단은 평창 겨울올림픽을 겨냥해 9월 ‘세계인이 좋아하는 한식 메뉴 10선’을 발표했는데 L사는 이 과정에서 ‘레시피 북’ 제작을 맡았다. 올해 4월 한식재단 이사장이 된 윤숙자 씨(68)는 지난해 12월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에 위촉됐다. 또 8월 농식품부 장관으로 임명된 김재수 장관(59)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시절 추진한 에콜 페랑디와의 사업을 미르재단에 넘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김 씨는 “뉴욕 행사는 L사와의 친분 때문에 참석한 것이며, 미르재단과 무관한 개인적 방문”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L사 관계자도 “한식재단 책자 제작은 우송대 등과 컨소시엄으로 공동 참여했고 추진과제는 W50B를 준비하며 문체부에 아이디어 차원으로 제시한 것들로 사실상 무산됐다”고 주장했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알려왔습니다]▼본지는 지난 11월 14일자 정치면에 “한식세계화 사업 곳곳에 ‘최순실 그림자’”라는 제목으로 미르재단이 음식잡지사 L사를 통해 정부가 추진한 한식 세계화 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보도하였습니다.이에 대해 L사는 뉴욕 한식 홍보행사는 미르재단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기획 및 후원사를 모집하여 진행됐다고 알려왔습니다.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융성위원회(융성위)는 올 초부터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해오던 한식세계화 사업의 주도권을 가져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과 연계하는 방향으로 이끌었다. 관중몰이 등 평창 겨울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한국 전통문화를 올림픽에 접목해 ‘문화올림픽’을 치르겠다는 명목이었다. 하지만 당시 농식품부가 잘 운영하던 사업에 왜 문체부 등이 나서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본보 취재 결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60)의 입김에 정부 정책이 바뀌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본보가 단독 입수한 ‘대외주의’ 표지가 붙은 문체부 ‘한식진흥정책 추진 방안’(올해 3월 작성) 문서에는 ‘한식문화 진흥에 대한 VIP(대통령)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지’ 명목으로 주요 추진 과제들이 제시됐다. 대통령의 관심 근거는 문서 작성 16개월 전인 2014년 11월 세계 저명 셰프 초청 오찬에서 박 대통령이 남긴 ‘말씀’이다. 박 대통령은 “한식이 세계인들이 즐기는 음식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추진 방안’ 문서 주요 추진 과제에는 ‘평창 겨울올림픽과 연계된 한식문화 확산’이 처음 등장한다. 아시아 미식 분야의 시상식인 ‘Asia's 50 Best Restaurant’ 행사 2018년 유치, 한식전문 잡지 발간 등이 담겨 있다. 한 달 뒤인 4월 11일 열린 융성위 2기 첫 공식 회의인 제5차 회의에서도 박 대통령 앞에서 평창 겨울올림픽과 연계된 한식문화 확산 추진 과제가 집중적으로 제시됐다. 융성위 1기 회의, 지난해 12월 2기 출범 후 열린 사전 임시회의에서도 언급되지 않던 부분이다. 본보가 단독 입수한 올해 4월 문체부 작성 자문회의용 문서에도 ‘한식부문 풀본(완전본)’으로 융성위가 평창 겨울올림픽을 겨냥해 제시한 여러 추진 과제가 담겨 있다. 자문회의에 직접 참석했던 한 한식 분야 전문가는 “평창 겨울올림픽에 초점을 맞춘 듯한 한식세계화 관련 융성위 회의 자료가 길게 붙어 있어 몇 마디 말도 못 하고 왔다. 이미 답이 정해진 것 같았다”고 전했다. 최 씨는 이미 한식세계화 사업에도 손을 대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설립된 미르재단은 설립 한 달 만에 농식품부와 한식 연계사업을 했던 프랑스 요리학교 에콜페랑디와 요리학교 설립 협약을 맺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며 협약은 파기됐지만 당시부터 문체부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한식세계화 사업의 주도권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이런 정부의 정책 변화는 최 씨와 조카 장시호 씨(37)가 평창 겨울올림픽을 염두에 두고 K스포츠재단 및 차명회사 등을 통해 각종 이권사업을 벌이던 시기와 절묘하게 맞물려 있다. 최 씨 소유의 ‘더블루케이’가 올해 1∼3월 스위스 건설회사인 ‘누슬리’와 업무제휴를 맺고 평창 겨울올림픽 개·폐막식장 공사 수주를 시도했다. 장 씨는 문체부가 추진 중인 스포츠 유망주 교육시설인 ‘K-스포츠타운’을 장악하기 위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와 스포츠마케팅 회사인 더스포츠엠을 세웠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VIP 관심 사항’으로 갑자기 추진된 한식진흥정책도 결국 ‘최순실 관심 사항’이던 평창 겨울올림픽 몰아 주기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배중기자 wanted@donga.com}
검찰 소환이 예정돼 있지만 아직까지 중국에 머물고 있는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47)과 일가의 부동산 현금화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차 씨는 최근 각각 70억 원 상당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개인 빌딩 두 채, 25억 원 상당의 청담동 빌라를 매물로 내놨다. 차 씨의 회사인 아프리카픽쳐스의 핵심 관계자는 “차 대표의 개인 소유 부동산을 처분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도 “전문 컨설턴트나 기획부동산을 통해 (매각이) 추진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차 씨의 아내인 오모 씨(47)는 4일 서울 강남구의 한 보험회사에서 남편 명의의 보험을 담보로 1억5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차 씨의 동서로 알려진 유모 씨(53)가 부동산 자산을 현금화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유 씨는 12억 원 상당의 서울 서초구 고급 빌라를 2일 매도했다. 유 씨는 그동안 차 씨와 가깝게 지냈다. 차 씨, 미르재단의 이성한 전 사무총장(44), 김성현 전 사무부총장(43)과 함께 2014년 6월 최순실 씨의 별장이 있는 강원 홍천군의 한 고급 골프클럽에서 골프를 쳤다. 차 씨가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기 두 달 전이다. 유 씨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아프리카픽쳐스에서 ‘기타 비상무 이사’로 재직하기도 했다. 부동산 전문가인 유 씨가 차 씨의 비선(秘線)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차 씨의 부동산 현금화 소식이 알려지자 아프리카픽쳐스 관련 업체들도 움직임이 빨라졌다. CF영상 제작업체인 E사는 4일 차 씨의 논현동 빌딩에 대해 약 2억 원의 가압류를 설정했다. 한편 차 씨와 친분이 있다는 소문에 휩싸인 박명성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53)은 위촉 5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7일 “박 단장이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3일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4일 양 부처가 협의해 사표를 수리하고 해촉했다”고 밝혔다.김배중 wanted@donga.com·신수정 기자}
국정 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비선 실세' 최순실 씨(60)가 과거 유치원을 운영할 당시 벌인 '영재 농단' 행적이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다. 최 씨는 1980년대 후반 서울 강남구 신사동 미승빌딩 자리에서 '초이 유치원'을 운영하고 '민 국제영재교육연구원'도 설립했다. 연구원장 시절인 1995년에는 영재의 특성을 나름대로 정리하고 영재교육 활성화방안을 모색한 '자녀의 영재성과 영재교육에 관한 부모의 인식 및 실태조사 연구'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논문은 최 씨가 이름을 올린 역·저서 및 논문 5편 중 유일하게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 등재돼있다. 분석 결과는 독특하다. 영재의 가장 큰 특성으로 '예체능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인 아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일반적인 영재의 특성으로 꼽히는 '높은 지능지수'나 '다재다능' 등은 최 씨의 논문에서 후순위로 밀려났다. 이는 당시 승마를 하던 조카 장시호(개명 전 장유진·37) 씨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최 씨의 딸 정유라(개명 전 정유연·20) 씨 또한 성악을 하다 승마로 전환하는 등 최 씨 특유의 영재관에 따른 교육을 받았다. 영재교육 활성화방안도 외형에 치우쳤다. 논문에서 최 씨는 영재교육을 신문 또는 주변인의 '바이럴'(입소문)을 통해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신문매체를 통한 홍보 정황도 보인다. 1995년 11월 22일자 한 일간지에는 최 씨의 연구원이 개최한 '세계 속의 한국 영재아 교육' 국제심포지엄, 1997년 11월 17일자에 연구원 영재프로그램 수강생 모집과 관련한 단신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프로그램 수강료는 월 39만 원. 1인당 평균 국민소득이 1만 달러(당시 약 1000만 원)에 그쳤고,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가 닥쳤던 상황을 감안하면 매우 고액이다. '예체능 능력자=영재'라는 최 씨의 생각과 달리 프로그램은 사고 방법, 컴퓨터과학 교육 등의 내용으로 채워졌다. 교육자로서 최 씨의 자격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 연구자정보 시스템에 등록된 그의 미국 석·박사 학위는 물론 학사학위도 허위이며, 저작 집필에도 실제 참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한 유아교육학 전공 교수는 "자녀 교육에 돈을 아끼지 않는 한국 부모들의 심리를 노려 무자격자가 호화 영재교육 농단을 시도한 셈"이라고 지적했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청와대 대외비 문서가 무더기로 들어 있는 태블릿PC의 이동 경로가 9월 초 최순실 씨의 독일 입국 경로와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내 것이 아니다”라고 한 최 씨의 해명이 거짓일 가능성이 더욱 커진 것이다. 태블릿PC의 명의자인 김한수 대통령뉴미디어비서관실 행정관은 검찰 조사에서 “2012년 고(故) 이춘상 당시 박근혜 대선후보 보좌관에게 태블릿PC를 줬다”고 진술해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통신 및 항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 문건이 담긴 태블릿PC엔 외교부가 해외여행객들에게 안전 여행 및 테러 위험에 대한 주의를 요망하는 문자메시지가 담겨 있고, 이 메시지를 수신한 시간이 최 씨가 독일에 도착한 때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는 한국 국민이 가진 통신 기기가 해외 통신망에 접속하면 그 지역의 안전 여행 정보나 테러경보, 위급 상황 시 영사콜센터 전화번호 등을 문자메시지로 보내는데, 해당 태블릿PC가 독일에서 그 문자를 받은 것이다. 이 태블릿PC는 기기명(名)이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의 개명 전 이름인 ‘유연’에서 따온 것으로 보이는 ‘연이’로 돼있고, 최 씨가 스스로를 찍은 ‘셀카’도 들어있어 최 씨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최 씨는 최근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나는 태블릿PC를 쓸 줄도 모른다. 내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외교부 문자메시지를 통해 태블릿PC의 이동 경로가 최 씨의 이동 경로와 같은 것으로 드러나 최 씨의 해명이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설령 최 씨의 말대로 그가 직접 갖고 있던 것은 아니라도 최 씨와 함께 독일에 간 누군가가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커 최소한 최 씨가 이 태블릿PC의 존재는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최 씨의 지인이라고 밝힌 인물은 언론 인터뷰에서 “최 씨가 태블릿PC를 고영태 더블루케이 이사에게 맡겨 관리하게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고 씨는 30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컴퓨터도 못 하는데) 태블릿PC는 알지도 못한다”며 “일반 스마트폰도 통화와 카카오톡 정도만 쓰지 다른 기능을 쓸 줄 모른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행정관은 29일 검찰 조사에서 “2012년 대선 당시 태블릿PC를 이춘상 보좌관에게 줬고, 그 후 이 보좌관이 태블릿PC를 누구에게 줬는지는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진술이 맞다면 이 전 보좌관이 태블릿PC를 직접 최 씨에게 줬거나 30일 사표가 수리된 ‘문고리 권력 3인방’(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부속비서관)이 이 전 보좌관에게서 태블릿PC를 넘겨받아 최 씨에게 줬을 가능성이 크다.김성규 sunggyu@donga.com·김배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