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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최고의 품격 란제리 클럽’으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라미르 호텔 10층 객실에 강남경찰서 단속반이 들이닥쳤다. 14일 오후 11시 40분 경찰이 객실 문을 따고 단속을 시작하자 옷을 벗고 있던 유흥주점 소속 성매매 여성과 남성 손님들은 당황하면서 이불로 얼굴 가리기에 급했다.경찰에 따르면 2010년 7월 문을 연 ‘5○○’라는 이름의 유흥주점은 ‘17% 란제리 클럽’, ‘슬립(원피스형 속옷) 클럽’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여성 종업원이 속살을 드러낸 채 속옷만 입고 접대하자 붙여진 이름이었다. ‘17%’는 속칭 최고급 룸살롱을 뜻하는 ‘텐프로 업소’보다 가격은 저렴하면서 성매매까지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곳에도 여느 호텔처럼 지하에 유흥업소가 있었지만 이들은 호텔 12, 13층 별도의 공간에서 영업을 했다. 광고 문구도 ‘답답한 지하를 벗어나 강남 전망이 시원하게 보이는 곳에서 스트레스를 풀라’였다.단속에 적발된 성매수 남성 7명은 의사나 대기업 간부들이었다. 손님들은 신분 노출을 꺼려 정문이 아닌 지하 주차장 엘리베이터로 올라와 술을 마셨다. 성매매를 원하는 손님은 미리 업소가 통째로 빌린 10층 객실로 이동해 여성 종업원을 기다렸다. 성매매 비용만 1인당 34만 원으로 술값을 포함하면 6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었다. 경찰 관계자는 “오후 7시경 영업 시작 시간에 맞춰 업소 직원이 호텔 프런트에서 10층 객실 열쇠 19개를 모두 받아 성매매 알선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열쇠를 받는 현장을 확인했지만 호텔 측은 “직원에게 열쇠만 줬을 뿐 성매매를 하는지 몰랐다”고 해명했다.라미르 호텔은 지하철 선릉역과 가까운 데다 관광 명소인 코엑스 인근에 있어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중국, 일본인 관광객들은 엘리베이터에서 여성종업원과 마주친 뒤 성매매 분위기를 감지하고 호텔 측에 항의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관광객 사이에서는 이 성매매 업소가 ‘한국에서 한 번 가볼 만한 명소’로 입소문 났다고 한다.서울 강남경찰서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 호텔 사장 고모 씨(56)와 유흥업소 업주 이모 씨(35), 성매수남, 성매매 여종업원 등 1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올 들어 강남 경찰서는 풍속업소 635곳을 단속해 1376명을 검거했다. 이 중 성매매를 알선한 호텔은 8곳이었다. 강남 경찰서 관계자는 “강남 숙박업소 51곳에 유흥주점이 79개나 있는 만큼 성매매 등 불법 행위가 없도록 집중적으로 단속·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김길태(35), 초등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고종석(23),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에게 야전삽을 휘두른 김모 군(18) 등 최근 일어난 강력범죄 가해자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폭력 아버지’가 있었다는 점이다. 아버지의 무자비한 폭력은 이제 가정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 안전망을 위협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반사회적 흉악범을 만드는 ‘아버지 폭력’의 문제점과 대책을 2회에 걸쳐 보도한다. 》7월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살인범 심모 씨(33)는 지난해 2월과 4월 갈 곳 없는 자신에게 집을 내준 지인과 인터넷 동호회에서 만난 사람을 잇달아 살해했다. 그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피해자를 목 졸라 살해한 뒤 태연히 망자(亡者) 행세를 했다. 어린 심 씨를 ‘괴물’로 만든 것은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심 씨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폭력을 휘둘렀다. 아버지에게 맞아 고막이 찢어지기도 했다. 폭언과 폭행으로 공포에 떨면서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소변을 가리지 못했다.중학교 3학년 때 유일하게 의지했던 어머니가 집을 떠나자 심 씨는 학교를 자퇴했다. 그러나 중학교 졸업장도 없는 그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인생에 실패했다는 자괴감과 무시 받고 있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혔다. 결국 폭력 아빠가 그를 ‘반사회성 인격 장애 괴물’로 만든 것이다.○ 평생 트라우마로 남는 아빠 폭력전남의 한 초등학교 4학년 이모 군(10)은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다 동생(9)을 데리고 가출했다. 아동보호기관에 찾아왔을 때 이 군의 등과 엉덩이, 종아리에는 쇠막대로 맞은 자국이 가득했다. 이 군의 아버지는 26세 때 이혼한 뒤 매일 술을 마시며 쇠막대로 이 군을 때리면서 아내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다. 아버지의 폭력에 이 군도 변했다. 어느 날 아버지에게 흉기를 들이대고 “다가오면 죽여 버리겠다”며 반항을 시작했다. 아동보호기관에 온 뒤로도 사소한 일에 다른 친구들에게 흙을 던지며 괴롭히거나 봉사자들에게 “칼로 죽이겠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눈에 보이는 물건을 마구 집어 던졌다. 이 군은 현재 분노 조절 및 심리 안정을 위한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어릴 적 보호기관의 도움을 받은 이 군은 운이 좋은 편이다. 아버지의 폭력에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가출을 반복했던 최모 군(14)은 폭력에 시달리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품행장애(절도 가출 결석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장애)로 상태가 더 나빠졌다. 아동보호시설에서조차 다른 아이에게 피해를 줄까봐 호전되기 전까지는 받아줄 수 없는 상태였다.지난해 보건복지부의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아빠 폭력’ 피해 아동은 초등학생 42.1%, 4∼6세 12.7%, 1∼3세 11.1%로 나타났다. 가정에서 주로 생활하는 미취학 아동까지 감안하면 피해 아동이 더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회장은 “어린이는 굳지 않은 시멘트와 같아서 폭력 아빠가 준 상처는 장기간 심각한 문제를 남긴다”며 “나이가 어릴수록 폭력의 잔상은 더 오래 간다”고 말했다. 캐나다의 한 연구에 따르면 범죄자 3명 중 1명이 가정폭력에 노출됐고 어린이의 경우 비행 경험이 3배나 많았다.○ 폭력의 대물림서울에서 열두 살 난 아들을 키우고 있는 30대 백모 씨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며 컸다. 어른이 된 뒤 백 씨는 우연히 알게 된 아내와 ‘데이트 강간’으로 결혼하고 아들을 낳았다. 백 씨는 아들이 태어난 지 1년 만에 “내 자식이 아니다”라며 아들을 때렸다. 초등학교에 간 뒤에는 “나와 너무 닮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며 4시간 이상 욕을 하고 때리기도 했다. 백 씨는 자신의 아버지처럼 폭력을 유일한 훈육 수단이라 믿고 있다. 백 씨의 아들은 스스로를 ‘왕따’라고 부르며 학교에 가길 거부하고 있다.19일 아동학대예방의 날을 맞아 굿네이버스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은 폭력 아빠로부터 아동을 보호하는 행사를 벌이기로 했다. 굿네이버스 경기도 아동보호 전문기관 김정미 관장은 “폭력 아빠의 폭력이나 폭언에 시달린 아이가 초등학교 때까지 충분히 치료받지 못하면 중학교 이후에는 회복하기가 더 힘들어진다”며 “어린 시절 학대 받은 아이는 폭력이 대물림돼 가해자가 될 위험도 크다”고 말했다.김태웅·박훈상 기자 pibak@donga.com}
행정안전부 개인정보보호 합동점검단은 19일부터 28일까지 열흘 동안 은행과 상호금융회사 영업점의 폐쇄회로(CC)TV 운영 실태를 특별 점검할 계획이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시중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부스 천장의 CCTV 정보를 민간 영상관리업체가 관리해 개인 금융정보 유출의 위험성을 보도한 후속 조치다. 합동점검단은 △영업점 부스 내 CCTV 안내판 설치와 촬영 각도의 적정성 △CCTV 설치·운영 업무를 제3자에게 위탁 시 목적과 범위 등 필수사항의 계약서 반영 여부 △CCTV 영상정보 저장 시 비밀번호 설정 등을 중점 점검할 예정이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14일 제24회 아산상 대상 수상자로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사장 김종기)을 선정했다. 의료봉사상은 네팔에서 30년 가까이 의료봉사를 해온 ‘히말라야의 슈바이처’라 불리는 강원희 씨(78)가, 사회봉사상은 국내에 머무르는 외국인 난민과 탈북자를 돕는 ‘피난처’를 세우고 인권보호 활동을 해온 이호택(52)·조명숙 씨(42) 부부가 받는다. 이 밖에 △복지실천상은 한승완 대전 행복원 사무국장 등 직원 5명 △자원봉사상은 늘푸른손봉사단 등 단체 4곳과 윤윤희 부산노인종합복지관 봉사자(58) △청년봉사상은 나래 등 5곳 △재능나눔상은 박제응 씨(48) 등 3명 △효행·가족상은 박지훈 씨(37)등 2명 △다문화가정상은 김정림 씨(40)등 3명이 수상했다. 시상식은 23일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내 아산교육연구원에서 열린다.}
지난달 30일 오전 2시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만취한 회사원 김모 씨(42)가 비틀거리며 영업용 택시에 올라탔다. 택시운전사 황모 씨(45)는 잠이 든 김 씨의 상의를 뒤져 지갑에 들어 있던 신용카드 4장 중 3장을 미리 훔쳤다. 택시가 김 씨의 집인 동작구 사당동에 도착하자 김 씨는 한 장 남은 카드를 냈다. 황 씨는 카드가 안 된다며 김 씨를 인근 현금인출기로 유인했다. 황 씨는 김 씨를 도와주는 척 돈을 인출하면서 비밀번호를 외운 다음 그 카드도 슬쩍 챙겨 달아났다. 필름이 끊긴 김 씨는 다음 날 아침 자신의 신용카드와 스마트폰이 사라진 사실을 알았다. 밤사이 황 씨가 서울 일대를 돌며 4장의 카드로 36회에 걸쳐 1730만 원을 인출한 뒤였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현금인출기 주변 폐쇄회로(CC)TV에 찍힌 ‘○○콜’ 로고를 확인하고 116개 택시회사를 탐문해 황 씨를 붙잡아 13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연말을 맞아 술자리가 늘자 이처럼 만취 승객을 노린 절도 사건이 부쩍 늘고 있다. 돈으로 쉽게 바꿀 수 있는 스마트폰은 ‘기종별 장물 단가표’까지 만들어져 일부 택시운전사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다. 경찰은 “술에 취한 동료가 있다면 꼭 택시를 잡아줄 때 차량번호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거나 운전사의 얼굴을 보면서 ‘잘 부탁한다’고 당부하는 일만으로도 범죄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하정우, 살아 있네.’올해 상반기 최대 히트작 ‘범죄와의 전쟁’에서 폭력조직 보스를 맡아 “살아 있네”란 명대사를 남긴 영화배우 하정우(본명 김성훈·34·사진) 씨. 그는 영화 ‘추격자’ ‘황해’ 등 액션영화에서 쉴 새 없이 쫓고 쫓기는 추격 장면을 찍어 ‘달리기 전문 배우’로 유명하다. 현실 속 그의 모습도 영화와 다르지 않았다. 12일 오후 10시 반경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아파트 인근 횡단보도. 하 씨가 신호등 초록불에 길을 건너다 김모 씨(30)가 몰던 흰색 모닝 차량의 우측 앞부분에 왼쪽 다리를 살짝 부딪혔다. 하 씨는 빠른 속도로 차량을 뒤쫓기 시작했다. 그는 “다친 것은 아니지만 운전자가 사과도 없이 줄행랑을 치는 데 화가 났다”고 했다. 하 씨는 200여 m나 달려가 김 씨의 차량을 붙잡아 세우고 “뺑소니 차량을 붙잡았다”고 직접 경찰에 신고했다. 강남경찰서 조사 결과 김 씨는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 0.174%로 만취 상태였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차로 사람을 친 줄 몰라 그냥 운전을 계속했다. 미안하다”고 뒤늦게 사과했다. 하 씨도 “크게 아프지 않다”며 김 씨의 사과를 받고 경찰서를 떠났다. 경찰은 피해가 거의 없어 뺑소니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보고 김 씨를 음주운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아내를 잃은 남편은 ‘살인마를 사형시키라’고 요구했다. 손은 떨렸지만 의지를 보이려는 듯 증인석에 꼿꼿이 앉은 채였다. 8일 오전 10시 서울동부지법 1호 재판정에서 제12형사부(부장판사 김재호) 심리로 열린 서울 광진구 중곡동 주부 살인범 서진환(사진)의 결심 공판. 박모 씨는 증인석에서 “저자는 사형을 받아야 한다. 그가 다시 범죄를 저질러 저같이 한 맺힌 사람이 생기지 않게 도와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서진환은 피고인석에 앉아 재판부만 바라볼 뿐 박 씨에게는 시선을 주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죄를 국가 탓으로 돌렸다. 그는 윤성현 검사가 범죄 이유를 묻자 “전자발찌는 인권유린이고 이중 처벌이라 정말 없애야 한다”며 “전자발찌 스트레스로 희망 없이 술에 취해 살다 보니 이런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또 “DNA 대조로 제때 경찰에 잡혔더라면 살인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곡동 주부 살해 13일 전 중랑구 면목동에서 전자발찌를 찬 채 성폭행을 저질렀다. 이때 범행현장에 DNA를 남겼지만 경찰이 이미 자신의 DNA 정보를 보관하고 있던 법무부와 공조하지 않아 검거하지 못한 것을 비꼬면서 자신의 살인은 국가 탓이라고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뻔뻔함을 보인 것이다.이날 공판에서는 그가 경찰 조사과정에서 여자 경찰관에게 “너는 내가 사회에서 마지막으로 보는 여자다. 한 번 (성관계)하자. 교도소에 편지 써 주라”고 성희롱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마지막으로 대화 상대나 하자는 뜻에서 말한 것”이라고 변명하며 히죽거렸다. 그는 또 조사과정에서 “여동생 강간은 어렵지만 사촌동생이나 동네 사람은 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했다.검찰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 사형제도 유지 찬성이 79%인 점에 비춰 볼 때 우리의 정의감도 이와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성범죄로 모두 18년의 실형을 선고받고도 살인을 저지른 것은 이제 징역형으로는 피고인의 범죄를 억제할 수 없음을 보여 준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전자발찌 부착 30년도 요청했다.선고 공판은 22일 오전 11시. 법정을 나서는 박 씨는 “최근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한 조선족 오원춘(42)이 떠올라 가슴이 답답했다”고 했다. 박 씨는 “법원이 저자에게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할 거면 차라리 20년형을 선고하길 바란다”며 “그때는 아이들도 다 컸을 테니 출소하면 내 손으로 직접 복수하고 이 고통을 마무리 짓겠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회장이 설립한 관정 이종환 교육재단이 3년 안에 재단 기금을 1조 원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관정 교육재단은 7일 “현재 8000억 원 규모인 기금을 3년 안에 1조 원으로 확충해 동양 최대 규모의 장학재단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금 1조 원이 모이면 관정 과학상을 제정할 계획이다. 상은 과학기술로 인류 문명과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 사람에게 자연과학상 공학상 인문사회과학상 부문으로 나눠 수여한다. 상금은 부문별로 10억 원이다. 재단은 내년 3월 서울대 도서관 신축 공사를 시작해 2014년 6월 완공하기로 했다. 또 동북아시대 인재 육성을 위해 중국 대학에도 장학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한편 이 회장의 생가 복원 및 정원 준공 기념식이 11일 낮 12시 반 경남 의령군 용덕면 정동리에서 열린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2008년 9월 9일 오후 11시경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극장 앞. 해남십계파 조직원 박모 씨(40)가 돈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던 다른 파 조직원 A 씨(당시 40세)를 흉기로 찔러 죽이고 달아났다. 경찰은 강남 한복판에서 거침없이 살인을 저지른 그를 중요지명피의자 종합수배 명단 1번에 올리고 뒤쫓기 시작했다. 경찰 귀에는 무성한 소문이 들려왔다. ‘베트남으로 도피했다’ ‘강남 성형외과에서 전신성형 받았다’ 등 확인되지 않은 정보였다. 박 씨를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두 주인공의 얼굴이 맞바뀐 영화 ‘페이스오프’처럼 그의 얼굴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전하자 ‘페이스오프 수배범’이란 별명이 붙었다.3년 동안 감쪽같이 자취를 감췄던 박 씨가 경찰의 레이더망에 걸린 것은 1년 전. 전남 해남경찰서 수사과는 박 씨가 고향인 해남과 광주 일대 조직폭력배들에게 도피 자금을 구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박 씨는 검은 유리로 된 차량만 타고 다니며 절대 걸어서 이동하지 않는다고 했다. 경찰은 그와 접촉한다는 조직폭력배의 신상을 파악하고 1년 동안 그들의 동선을 밟았다.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곳에 잠복한 뒤 망원렌즈로 동태를 살폈다. 이런 노력 끝에 경찰은 5일 광주 동구 대인동에서 그를 발견했다.다가간 경찰은 그의 얼굴을 보고 멈칫했다. 얼굴이 지명수배 명단에 실린 사진과 180도 달랐기 때문이다. 박 씨는 경찰에서 “내 운이 여기까지 인가 보다”며 “도피 직후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쌍꺼풀 수술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관리 대상 폭력조직원인 그를 오래 알아온 경찰도 “과거 박 씨의 얼굴과 완전히 달라졌다”며 “옆자리에 앉아서도 바로 알아볼 수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경찰은 그가 보톡스 시술 등 다른 성형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체중까지 대폭 줄여 수배명단에 적힌 특징인 ‘건장한 체격’ ‘날카로운 눈매’는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공소시효 만료를 노리고 도망 중인 수배자들이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성형을 택하고 있다. 성형기술이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전국 어디서든 간단한 시술로 얼굴을 바꿀 수 있어 ‘페이스오프’를 원하는 범죄자들에겐 최적의 환경이라는 평가다. 2002년부터 전국을 무대로 성폭행 행각을 벌이던 허모 씨(46)는 2007년 경찰이 지명수배를 내리자 충북 청주의 한 성형외과에서 쌍꺼풀 수술을 하고 얼굴에 보톡스 시술을 받는 수법으로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다 수배 3년 만에 검거됐다. 허 씨는 박 씨와는 반대로 10kg가량 체중을 불리고 파마도 했다. 2002년 충북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도피 중인 신모 씨(49)도 보톡스 성형으로 얼굴을 바꾸고 도망을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부도가 난 삼부파이낸스 양재혁 전 회장은 올해 7월 ‘돈을 맡겨둔 옛 부하를 만나러 간다’며 집을 나가 실종 자작극을 벌였다. 자신이 실종된 것처럼 보이면 경찰이 이 부하를 용의자로 보고 잡아올 것으로 판단한 것. 양 회장의 얼굴은 경찰이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바뀌어 있었다. 다른 사람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성형수술을 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요지명피의자 종합수배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배자를 알아본 일반 시민의 제보가 가장 중요한데 국내에서는 전단과 경찰청 홈페이지 모두 사건 당시 증명사진과 간단한 특징만 실어 성형한 수배자의 모습을 알아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명수배 명단에 성형 가능성을 언급하거나 가상 사진을 올리기가 여건상 쉽지 않다”며 “수배자와 관련된 보다 상세한 정보 제공도 피의사실 공표 논란 때문에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반면 미국에선 시민이 지명수배자 목록을 보고 해당 수배자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볼 수 있을 정도로 자세히 적고 있다. 2012년 연방수사국(FBI)이 발표한 10대 지명수배자 명단에서는 범죄자의 성형 가능성뿐만 아니라 성격, 직업, 자세한 혐의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헤로인이나 코카인 등 마약 유통과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한 수배자의 수배 내용에는 ‘얼굴 성형수술 가능성이 있으며 지문 변경 가능성까지 있다’고 알려주고 있다. 성형을 했을 경우라도 판별할 수 있도록 문신 형태와 위치, 흉터 자국 등 쉽게 없어지지 않는 신체적 특징을 자세히 묘사해 놓았다. 해외에선 성형수술을 수차례나 하고 손가락 지문까지 지운 수배범을 검거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이웅혁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성형대국인 우리나라에서도 성형수술로 변형된 얼굴을 예측해 수배자 목록에 싣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
절도범 안모 씨(56·여)에게 빈집털이는 참 쉬웠다. 그는 6월 26일 서울 구로구 개봉동 한 다세대주택을 부동산중개인과 함께 찾았다. 중개인은 집이 잠겨 있자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수화기 너머로 집주인이 불러주는 비밀번호를 중개인은 천천히 하나씩 눌렀다. 안 씨는 비밀번호를 머릿속에 새겼다. 중개인과 집을 둘러보며 구조를 익힌 안 씨는 “좀 더 고민해보겠다”며 돌아갔다. 다음 날 안 씨는 혼자 그 집을 찾았다. 벨을 눌러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뒤 외운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갔다. 전날 집안을 미리 둘러본 덕분에 빠르게 보석함을 찾아 금반지, 목걸이 등 300만 원어치를 훔쳐 달아났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셋집을 보러온 척하면서 비밀번호를 외워 물건을 훔친 동일 수법 전과자를 대상으로 수사를 벌인 끝에 절도 전과 7범인 안 씨를 4개월여 만에 붙잡아 28일 구속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연세대 문과대 동창회(회장 정구종 동서대 석좌교수)는 24일 제12회 연문인상 수상자로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장, 연극인 오현경 씨, 김종량 한양학원 이사장을 선정했다. 시상식은 11월 5일 오후 6시 연세대 동문회관 중연회장에서 열린다.}

1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의 한 카페에서 일반고 학생과 농촌의 생태공동체 대안학교 학생 4명이 만났다. 21일 열린 ‘청소년 힐링 콘서트’를 사회적 기업 ‘소자운’과 함께 준비하며 만난 이들은 일반고와 대안학교의 생활에 대한 서로의 궁금증을 나눴다. 서울 해성여고 2학년 김주현 양(17)이 자신의 생활을 소개했다. “오전 6시 반에 일어나 서둘러 아침식사를 하고 7시 40분까지 학교에 가. 학교 문을 나서는 시간은 오후 11시. 부모님과 대화를 나눌 시간조차 없어.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유시간이야. 대안학교에선 자유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니?” 동갑내기인 선애학교 이규호 군(17)은 서울 생활에 비해 여유로운 생활을 소개했다. “우린 오전 8시 반에 기상해. 10시 반에 시작하는 수업 전에 스트레칭과 명상을 하고 텃밭도 가꿔. 세미나 방식으로 진행하는 수업은 오후 5시면 끝나. 방과 후 시간은 온전히 내 몫이야. 공부를 하든 취미생활을 하든 모든 건 내 마음이야. 인문학 책도 많이 읽고 친구들과 공연도 하면서 즐겁게 지내.” 고3인 선애학교 김현덕 군(18)은 “경쟁이 치열한 일반학교에 다니면서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미래도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해 대안학교를 택했는데 만족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선애학교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반고 학생들은 ‘부럽다’는 듯 입을 벌렸다. 하지만 대안학교 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큰 편이었다. 이 군은 “당장 자유는 만족스럽지만 대안학교를 졸업하면 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며 “특히 취업에 대한 불안감이 만만치 않다”고 털어놨다. 비슷한 고민을 하던 이 학교의 한 중학생은 일반학교로 돌아가기도 했다고 한다. 친구가 적은 것도 고민이다. 지난해 문을 연 선애학교의 정원은 3곳의 캠퍼스를 모두 합해도 40여 명에 불과하다. 이 군은 “또래가 3, 4명에 불과해 처음엔 친구들이 없어 우울증으로 고생도 했다”며 “학교 규모가 작아 친구가 많지 않다는 것이 대안학교 학생들의 공통된 고민일 것”이라고 했다. 일반고 학생들은 대안학교의 생활을 부러워하면서도 현재의 학교생활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학교가 주는 안정감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재의 고된 삶을 감당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경희여고 1학년 박수민 양(16)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에 취업해야 대접 받는 현실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도 학교에서 텃밭을 가꾸는 생명 동아리 ‘소자운’ 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도 풀고 활력도 찾는다”고 했다. 김 양도 “입시교육에 익숙해진 탓인지 학교를 통해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 있다는 안정감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국민은 불안해서 밤거리도 못 다니는데 대선후보들은 뜬구름 잡는 대책만 이야기하네요.” 초등학생 2학년 외동딸을 둔 주부 유채욱 씨(39·경기 수원시)는 최근 대선후보들의 시민안전 관련 정책을 꼼꼼히 뜯어봤다. 워낙 강력사건이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다 보니 딸 키우는 입장에서 불안을 해소할 수 없었기 때문. 하지만 유 씨는 몇 번 자료를 찾다가 실망만 더 커졌다. 여자는 밤에 외출조차 하기 힘들 만큼 불안감이 큰데 후보들의 정책은 피상적이거나 수사기관의 밥그릇 싸움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유 씨는 “검경 수사권 조정 공약이 내 딸의 안전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경찰의 날(21일)을 앞두고 19일 ‘안전한 대한민국, 국민행복의 시작입니다’란 주제의 시민안전 공약을 발표했다. 검경 합의를 통한 합리적 수사권 분점 추진, 경찰 인력 2만 명 증원 등을 약속한 것. 같은 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도 검경 수사권 분리, 경찰 3만 명 증원 등을 약속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관련 공약을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하지만 시민들은 물론이고 경찰행정 전문가들도 후보들의 공약이 너무 피상적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대선마다 나오는 검경 수사권 공약은 국민의 삶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최응렬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사권 조정 문제는 청와대가 나서도 해결이 쉽지 않은 사안으로 경찰의 오랜 숙원 사업일 뿐”이라며 “후보들은 국민과 우리 아이가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방법을 공약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교수는 “대선이 코앞인데 캠프를 방문해 보니 시민안전 공약은 여전히 후순위였다”고 말했다.대선후보들이 시민 안전을 위해 내놓은 거의 유일한 처방인 경찰 인원 2만∼3만 명 증원 공약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경찰 내부에서조차 “시민 안전을 고민하기보다는 전현직 경찰과 가족 등 수십만 명의 표를 노린 선심성 공약”이라며 “경찰 1명을 늘리려면 최소로 잡아도 1억 원가량의 예산이 추가로 들 텐데 재원확보 고민은 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반면에 선진국에서는 후보들이 인신매매 근절, 폭력범죄에 대한 강력 대응 등 시민안전 공약을 가장 중요한 공약으로 마련하고 있다. 이창한 울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1992년부터 미국 대선후보들은 시민안전 정책의 기본 방향과 함께 아동포르노 근절 같은 국민 요구를 반영한 실질적인 대안과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며 “국민 생활에 중요한 시민안전 정책을 마련해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보다 주요 범죄 발생률이 낮은 일본도 세계 제일의 안전한 나라를 목표로 2003년 내각 총리대신이 주재하는 ‘범죄대책각료회의’를 만들어 국가 차원에서 시민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
16일 전남 신안군 홍도 해상에서 해경 단속에 저항해 쇠톱을 휘두르다 고무탄을 맞고 숨진 중국 선원 장수원(張樹文·44) 씨의 사인이 심장 파열로 추정된다는 1차 부검 소견이 나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1일 “장 씨 시체를 부검한 결과 가슴 중앙 왼쪽 아래에 고무탄을 맞고 심장에 2mm 정도의 작은 파열이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심장이 파열되면 심장이 마비돼 숨지게 된다. 왼쪽 갈비뼈도 부러진 상태였다. 국과수는 장 씨의 시체에서 다른 충격이나 두개골 손상은 없었고 지병에 관한 흔적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심장 전문의 정명호 전남대 의대 교수(54)는 “부검 결과를 보면 장 씨가 갈비뼈 사이 부위에 고무탄을 맞은 것 같다”며 “극도로 긴장한 상태에서 주먹으로 가슴을 맞아 숨지는 이례적인 사례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한편 해경은 불법조업 단속에 저항해 흉기를 휘둘러 해경 대원 2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랴오단위 23827호 선장 장모 씨(38) 등 10명을 구속했다.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년 남과 북은 통일에 성공했다. 함경북도 농촌에 사는 A 씨는 일자리를 찾아 남한의 대도시로 이동했다. 북한 전역의 기차역과 터미널은 남한에 가려는 사람들로 대혼란을 빚었다. 축제 분위기 속에 남한으로 내려온 A 씨는 새로운 일을 꿈꾸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남한에서는 북한 주민을 받아들이기 바빠 북한 주민에 대한 건강검진은 뒤로 미뤄졌다. 그는 북에서 결핵을 앓았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 드문드문 약을 복용한 탓에 내성을 가진 결핵균이 몸에 자리 잡았다. 그의 결핵균은 공기를 타고 남한지역 사람들에게 빠르게 전파됐다. 16일 동아일보가 단독 입수한 대통령직속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통일 대비 보건분야 대처방안’ 보고서를 토대로 만든 가상 시나리오다. 보고서에 따르면 통일 후 3년 이내에 북한 인구 약 2400만 명의 8%인 200만 명이 남한으로 이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북한 농업인구 600만 명이 남한이나 북한의 공업도시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보고서는 “북한에서 많이 발생하는 결핵 말라리아 기생충 등 감염질환이 인구 이동 경로를 따라 남한으로 빠르게 확산될 위험성이 크다”며 “‘인간 안보’의 핵심인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년 만에 최대 100만 명 결핵 우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공기를 타고 전파되는 호흡기 감염 질환인 결핵이다. 현재 북한의 결핵 환자는 인구의 5% 수준으로 매년 1만∼2만 명이 결핵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남한으로 이주하는 200만 명 중 결핵환자가 10만 명 섞여 있다고 가정하면 철저히 대비하지 않으면 남한에서 100만 명의 새로운 결핵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핵환자 1명이 10명 이상 결핵을 퍼뜨리기 때문이다. 국립보건연구원 조명찬 원장은 “특히 북한에는 결핵을 완치하지 않고 약 복용을 중단하는 사람이 많아 약에 내성을 가진 결핵일 위험성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청소년에게 피해가 집중될 우려가 크다. 한 살 이전에 맞은 결핵 예방주사(BCG)의 면역 효과가 10대 후반에는 없어지는 데다 학생들의 운동 부족,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고등학교나 입시학원 등 10대 후반이 집단생활하는 곳에서 결핵이 발생하고 있다. 이미 남한은 결핵발생률이 2010년 기준 10만 명당 9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아 ‘최악의 결핵 국가’로 통한다. 말라리아 확산도 우려된다. 남한에서는 1960년대부터 시행된 말라리아 박멸사업의 성과로 1984년 이후 토착 말라리아 발생 보고가 없었다. 하지만 1993년 북한과 가까운 경기 파주시에서 말라리아가 출현해 현재까지 2만8000여 명의 누적환자가 발생했다. 특히 북한과 인접한 경기 북부, 강원 북부, 인천 등에서 발병률이 높다. 잠복기의 말라리아 환자가 인구 밀집지역으로 이동하면 모기에 의해 빠르게 전파될 수 있다.○ 혼란과 비용 줄이기 위한 관리 시급 북한의 기생충 질환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5년 함경북도 일부 주민을 대상으로 한 대변검사에서 장내 기생충인 회충이 43.2%, 편충이 40.3%로 한국의 1970년대 초반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남한의 장내 기생충 감염 비율은 2% 수준이다. 김동수 인하대 의학전문대학원 기생충학교실 교수는 “남한에서는 이미 사라진 후진국형 기생충이 다시 등장해 퍼질 위험성도 크다”며 “북한에 대한 정확한 실태 조사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조 원장은 “감염병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치료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관리 시스템을 하루빨리 구축하려면 북한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며 “독일에 비해 남북한의 건강 수준 격차가 심각해 통일 이후 혼란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국가과학기술 5개년 계획’과 ‘과학기술 중장기 발전계획’에 이 같은 실태를 반영해 통일에 대비한 과학기술 정책을 마련할 방침이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인터넷 언론사의 왜곡 보도에 시달리던 대기업이 소송을 내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포털사이트를 무대로 언론 자유를 악용하는 일부 인터넷매체의 행태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5부(부장판사 유승룡)는 대한항공이 지난해 6월 인터넷 언론사 ‘프라임경제(옛 뉴스프라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프라임경제가 2010년 12월 9일부터 지난해 10월 26일까지 보도한 대한항공 관련 기사 48건 중 3건이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하고 “원고가 청구한 3억 원 중 11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프라임경제 측은 이 기간에 “대한항공, 이러다 ‘3류 항공사’ 전락할라” “대한항공 A380과 타이타닉” “이젠 놀랍지도 않은 대한항공 정비 결함” 등의 기사를 쏟아냈다. 이후 한국광고주협회가 선정한 ‘나쁜 언론’ 5개사에 포함되자 프라임경제는 지난해 5월 23일 “대한항공이 ‘나쁜 언론’ 기획한 이유는?”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대한항공이 협회를 움직여 ‘언론 옥죄기’에 나섰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기사에 대해 “진실이라고 믿을 아무런 근거가 없는 사실을 보도해 원고의 명예와 신용을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법원 관계자는 “재판부가 나머지 45건의 기사에 대해 완전히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다”라며 “부정적인 기사가 기업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어도 공익에 부합하거나 진실이라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위법이 아니라고 봤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프라임경제에 광고와 협찬 명목으로 그동안 5500여만 원을 제공했지만 요구가 끊이지 않자 소송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 측은 “기사가 네이버 등에서 검색되다 보니 그 영향력에 기대 기자가 신혼여행 때 무료 항공권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1월 31일 기사 검색 서비스에서 프라임경제를 제외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

‘성매매로 벌어들인 돈은 모두 환수하겠다.’8만8000여 건의 성매매를 알선해 61억 원의 부당 이익을 챙긴 국내 최대 룸살롱 ‘어제오늘내일(YTT)’의 업주 김모 씨(52·구속)에 대해 검찰이 재산 몰수 절차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박성진)는 법원에 △(YTT가 입주해 있는 건물인) 세울스타즈 호텔과 터 △YTT 법인 명의 신용카드 결제 계좌 △김 씨 측 소유 아파트 2채 등을 김 씨 형제가 임의로 처분할 수 없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은 YTT에서 약 2년간 8만8000회에 걸쳐 대규모 성매매가 이뤄졌다는 검찰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보고 검찰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10일 밝혔다.대한민국 최고의 룸살롱 황제로 군림했던 김 씨와 그 동생이 ‘부끄러운 범죄자’로 몰락한 배경으로 검경 갈등을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비리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룸살롱 업계 전반을 덮치면서 김 씨 형제도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는 것이다.김 씨 형제는 룸살롱 업계에서 자수성가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30년 전 강남 유흥업계 밑바닥에서 일을 시작한 김 씨 형제는 점차 규모를 불려 갔다. 그러다 2001년 서울 강남구 논현동 H호텔 지하 1, 2층에서 C룸살롱을 운영하면서 업계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룸 60개에 여종업원 200명이 근무하면서 성매매까지 가능한 업소였다고 한다. 미모 상위 10% 이상인 여성 접대부가 나오는 ‘텐프로’ 업소는 아니었지만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었다.김 씨는 극심한 업계 경쟁 속에 살아남기 위해 큰 그림을 그렸다. 놀라울 정도로 세력이 커진 김 씨 형제는 그동안 모은 돈으로 서울 논현동에서 땅을 사들인 뒤 2010년 세울스타즈 호텔을 지었다. 호텔을 짓는 데는 수백억 원이 투입됐다고 한다. 관광진흥법상 1등급(4성급) 호텔이지만 관광객 대신 성매매 고객 위주로 운영됐다.거물이 된 김 씨는 경영 현장에서 물러나고 동생이 영업을 총괄했다. 이곳에 지하 3개 층을 통틀어 182개 룸, 여종업원 1000명, 연 이용 인원이 20만 명, 연매출 300억 원의 아시아 최대 룸살롱 왕국을 건설했다. 손님들은 비밀 통로로 호텔 위층으로 올라가 자신과 함께 술을 마신 접대부와 성매매를 하는 이른바 ‘풀살롱’ 서비스를 누렸다고 한다. 밤 10시 이후면 호텔 객실 169개가 쉴 새 없이 돌아갔다고 한다. 김 씨는 운영 수익으로 부동산을 매입해 김 씨의 부인 명의로 돌렸다.형제는 극심한 경쟁 업체 간 음해로 망하는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최고의 자리를 지켰다. 불법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면서도 단속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김 씨의 영업 노하우와 인맥 덕이었다. 김 씨는 평소 “나는 거리의 돌쇠다.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유흥업소를 잘한다는 말은 경찰뿐 아니라 구청과 소방서 곳곳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의미”라며 “김 씨는 ‘나를 도우면 꼭 보답하겠다’는 풍모를 보이며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경찰이 김 씨를 비호하고 있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지난해까지 탄탄대로를 달리던 김 씨 형제가 벽에 부닥친 것은 올해 초다. 국세청이 YTT를 탈세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가 하면, 3월에는 한 남성 이용객이 룸살롱 여직원이 물건을 훔쳤다며 경찰에 신고하면서 성매매 혐의가 드러나 바지사장 박모 씨가 약식 기소됐다.결정적 타격은 검찰이 또 다른 ‘룸살롱 황제’ 이경백 씨(40)의 경찰관 뇌물 상납 사건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서부터다. 서울 강남구 논현지구대 경찰관의 뇌물 상납 의혹을 캐던 검찰은 이들에게서 “김 씨 형제에게서 금품을 받았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결국 검찰은 80여 개 룸살롱에 대한 리스트를 확보한 뒤 가장 규모가 큰 YTT에 정면으로 칼을 겨눴다. 김 씨 형제는 지난달 초 성매매와 탈세 혐의로 모두 구속된 상태다. 형제를 구속한 검찰은 성매매로 얻은 막대한 수익을 환수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법원에 요청해 승인을 얻었다. 검찰 수사 외에도 국세청이 김 씨 형제에 대해 거액의 세금을 추징할 계획이어서 치명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김 씨 형제와 YTT 직원들은 모두 김 씨가 YTT의 실소유주라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검찰은 재산 몰수를 피해 가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김 씨 형제가 업계의 황제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검찰과의 승부가 어떻게 결론 나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

현직 여의사가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팔에 주사 흔적이 있고 시신 주변에서 주사기와 마약류인 수면마취제 프로포폴 약병 등이 놓여 있었다. 검찰은 여의사가 최근 일부 계층의 오남용으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프로포폴을 투약하다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에 나섰다.검찰과 경찰은 지난달 17일 새벽 개인 피부과 병원 의사 A 씨(40·여)가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숨졌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외부인 침입 흔적이나 타살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A 씨가 2010년부터 심장 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가족 증언과 병원 진단서를 확보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병이 있고 외부 침입이 없던 점으로 볼 때 범죄 혐의점은 없다고 보고 부검할 필요 없이 사건을 마무리하겠다고 검찰에 보고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고흥)는 프로포폴 오남용의 실태와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라고 지시했다. 프로포폴은 2010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가 대대적 수사에 나선 이후 국내에서 마약류로 지정됐다. 당시 검찰 수사에서 제약업체 관계자-간호사-중독자로 연결되는 은밀한 ‘프로포폴 커넥션’이 드러나기도 했다. 최근에는 전현직 간호사 등이 유흥업소 일대나 오피스텔로 직접 출장을 나가 프로포폴을 투약하는 속칭 ‘주사 아줌마’까지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흥주점이 밀집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과 역삼동 일대 업소 여종업원을 상대로 이 주사만 전문적으로 투약해 주는 전현직 간호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전직 유흥업소 종사자로부터 ‘주사 아줌마’에게 주사를 맞았다는 진술을 확보해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7월 유명 산부인과 의사 김모 씨(45·구속 기소)와 내연관계를 유지하던 중 프로포폴을 맞다 숨진 30대 여성의 경우도 광범위한 프로포폴 남용 실태를 보여준다. 의사 김 씨는 검찰에서 “처음 여성과 환자로 만나다 식사도 하면서 가까워졌지만 우유주사(프로포폴)는 그 여성이 먼저 알고 있었고 주사를 놔달라고 요구했다”고 진술했다.프로포폴이 의료진은 물론이고 유흥업소와 일반인들로 광범위하게 번지면서 일시적으로 단속이 강화되자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해외 밀수입까지 등장하고 있다. 밀수업자가 중국에서 헐값에 대량으로 구입해 들여온 뒤 간호조무사 등이 확보한 상습 투약자에게 은밀히 판매하는 사실이 검찰에 포착됐다. 김모 씨(47)는 중국 베이징에서 프로포폴 10.1L를 51만 원에 구입해 국내로 밀반입한 후 간호조무사를 통해 주사를 놔 주는 대가로 20mL당 4만 원을 받아 챙기다 2010년 1월 검찰에 적발됐다. 김 씨 등 밀수입업자는 프로포폴 원액을 플라스틱 기름통에 담아 위장한 뒤 항공 화물로 밀반입하고 국내에서 재포장해 변질 위험성도 크다.프로포폴 밀수와 오남용에 따른 부작용이 커짐에 따라 대대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는 일시적이지만 이후 지속적인 단속은 상대적으로 미미해 결과적으로 프로포폴 수요가 늘고 거래 가격만 높아졌다”고 꼬집었다. 최근에는 연예인 A 씨가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구속되자 ‘또 다른 연예인 B 씨가 잠적했다’는 소문이 빠르게 번졌다. 검찰 관계자는 “프로포폴 관련 범죄 혐의가 발견되면 연예계나 의료계를 가리지 않고 수사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동영상=프로포폴 사망 연예인, 알고보니 명문대 출신 女배우}

서울 양천구 S중학교 2학년 A 군은 요즘 밤낮없이 한 시간마다 고등학생인 동네 형에게 애니팡 하트를 상납하고 있다. 실수로 하트를 보내지 않거나 늦을 때는 여지없이 독촉 메시지가 날아온다. A 군은 “잘 때도, 수업시간에도 하트를 보내야 하니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며 “애니팡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호소했다.5일 현재 회원 수 1700만 명, 하루 1회 이상 게임 사용자 1000만 명을 돌파한 스마트폰 게임 애니팡. 하지만 폭발적 인기와 함께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학교폭력에 사용하는 ‘빵 셔틀(빵을 나르는 학생)’에 비유해 ‘애니팡 하트 셔틀’이란 말까지 등장했다.애니팡이 고통으로 변하는 이유는 1분 동안 진행되는 게임 한 판을 할 때마다 하트가 1개씩 필요하기 때문. 처음 시작할 때 5개밖에 주어지지 않아 금방 동이 난다. 하트를 구하는 방법은 8분마다 1개씩 생기는 하트를 기다리거나 돈을 주고 사야 한다. 아니면 남에게서 하트를 선물받거나 친구를 ‘초대’하면 한 개가 생긴다. 이 때문에 돈을 주고 사기가 아깝거나 일일이 ‘초대’하기 싫은 학생들이 약한 친구를 위협해 수시로 하트를 공급받는 것이다. K중학교 강모 교사(29·여)는 “수업시간에도 애니팡에 몰두하는 학생이 상당수”라며 “한시도 게임을 멈출 수 없으니 하트를 넉넉히 쌓아놓기 위해 친구들을 괴롭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직장에서도 하트 셔틀이 성행한다. 의류업체 대리 최모 씨(29·여)는 애니팡을 즐기는 직장 상사를 위해 하트 셔틀을 자처했다. 최 씨는 “애니팡을 하지 않지만 상사에게 ‘센스 있는’ 부하직원이 되기 위해 하트 셔틀을 매일 하고 있다”며 “상사가 지나가는 말로 하트 잘 받았다고 이야기할 때마다 압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영업사원인 나모 씨(30)는 “거래처 직원이 애니팡을 즐기면 관리 차원에서라도 하트를 챙겨준다”고 말했다.애니팡 하트는 구하려면 돈이 들거나 번거롭지만 남에게 주는 건 하루 50개까지 아무 비용 없이 줄 수 있기 때문에 하트 선물을 남발하는 이용자가 많다. 먼저 선물하면 상대방도 답례로 줄 것이란 기대에서다. 이 때문에 무작위 하트 제공 문자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일도 다반사다. 직장인 하모 씨(43)는 “새벽에도 휴대전화가 울려 잠을 깨면 누군가가 보낸 애니팡 하트 문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전화기를 꺼놓지 않는 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안명희 서강대 심리학과 교수는 “오프라인에서 맺은 관계의 위계가 온라인까지 이어지는 경향이 반영된 것”이라며 “온라인 특성상 통제가 어려워 오프라인보다 스트레스는 더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

올해 초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오피스텔로 이사한 은행원 A 씨(29)는 퇴근 후 옆집 현관문 앞에 서 있는 낯선 남자들과 자주 마주쳤다. A 씨는 “현관문 비밀번호를 모르는지 남자들은 여자가 안에서 문을 열어줄 때까지 기다렸다”며 “호기심에 유심히 관찰했더니 매일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1년 전 강남역 인근 오피스텔에 살 때는 성매매 단속 나온 경찰과 복도에서 마주치기도 했다”고 전했다.오피스텔 성매매 여성 B 씨는 4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피스텔 성매매가 서울 강남 일부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수도권 곳곳의 오피스텔로 확산되는 추세”라며 “성매매 업주들은 주택가, 경찰서 인근, 학교 주변도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성매매 업소를 안내하는 웹사이트에는 ‘지하철역과 도보로 5분 거리’를 내세우며 마포역, 구로디지털단지역, 홍대입구역 등 서울 주요 지하철역 주변과 인천 수원 안양 성남 등 수도권 대도시에 업소가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성매매 여성 C 씨는 “강남 일대뿐 아니라 대규모 아파트가 모인 서울 양천구 목동, 서울 북부의 한적한 주택가 앞 오피스텔에서도 일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도 “강남과 여의도뿐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도 오피스텔 성매매가 퍼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일부 오피스텔 업소는 상황실까지 설치하고 일사불란하게 성매매에 나서고 있다. 서울 강남 일대에서 이런 대형 성매매 오피스텔을 운영해 업계 대부로 불리는 김모 씨(33)는 자신의 휘하에 관리 및 알선실장(성매매 여성 모집 및 성매수 남성과 연결, 방 배정, 수금), 광고실장(전단 살포 및 알선 사이트 관리) 등 10여 명의 ‘실장’을 고용해 조직적으로 운영해 왔다. 상황실 직원들은 성매수 남성들의 전화 예약, 성매매 여성들의 출근 상태 등을 관리하고 경찰 단속 시 곧바로 실장들에게 전파했다.김 씨는 경찰의 단속을 피하려고 업소명을 10여 개나 만들고 전단에 인쇄할 대포폰 전화번호도 20개 만들었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온 광역단속수사팀 경찰관의 얼굴 화면을 캡처해 직원들에게 익히도록 하기도 했다.이 밖에 ‘실장 행동강령’을 비롯해 ‘아가씨 행동강령’을 만들어 교육하기도 했다. ‘아가씨 행동강령’에는 ‘일본 야동을 보고 끊임없이 기술을 개발하라’ ‘외모가 별로인 손님도 반가운 표정으로 맞이하라’ 등의 지침이 적혀 있다. 또 성매매 여성들의 신체 사이즈와 화대, 특이사항 등을 비롯해 성매수 남성들의 인적사항을 데이터베이스(DB)화해 관리했다.이런 방법으로 김 씨 일당이 지난해 10월부터 강남 일대 오피스텔 방 24개를 빌려 성매매를 알선하며 챙긴 돈은 30억여 원. 경찰 관계자는 “하루 평균 65명의 성매수 남성에게서 13만∼15만 원씩 모두 현금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단속에 대비해 3개월 간격으로 오피스텔을 계약했으며, 임차료는 26∼33m²(8∼10평) 크기의 소형 오피스텔 1실에 200만 원 정도였다.서울지방경찰청 광역단속수사팀은 4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업소 실장 우모 씨(34)를 구속하고 성매수 남성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으며 달아난 업주 김 씨를 쫓고 있다고 밝혔다.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