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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4년에 걸쳐 방송했던 ‘한류 셀렉트’를 현재 방송하고 있는 ‘시크릿 가든’을 끝으로 중단합니다.” 최근 일본 지상파 방송인 도쿄방송(TBS)의 ‘한류 셀렉트’ 홈페이지에는 ‘방송 종료’ 공지가 떴다. 2010년 시작된 TBS ‘한류 셀렉트’는 평일 오전 10∼11시 방송되는 한국 드라마 전문 프로그램. 이 프로를 통해 ‘시크릿 가든’ ‘드림하이’ ‘꽃보다 남자’를 비롯해 숱한 한국 드라마가 소개됐다. 그러나 14일 종영 이후에는 이 시간대에 일본 드라마가 방영될 예정이다. 2010년부터 한국 드라마를 꾸준히 내보내온 NHK도 일요일 오후 11시에 방송되는 ‘동이’가 끝나는 5월 이후엔 영국 드라마를 편성할 예정이다. 두 방송사가 한국 드라마 방영을 중단하면 일본 내 지상파 방송사 중 한국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채널은 규모가 작은 도쿄TV만 남게 된다. 전국에 방송되는 메이저 5대 방송사(NHK, TBS, TV아사히, 니혼테레비, 후지TV)가 모두 한국 드라마를 편성하지 않는 것은 201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일본 지상파 채널은 한류 팬의 저변을 확대하는 중추 역할을 해왔다. 2005년 ‘대장금’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끈 것도 NHK 방영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김후련 한국외국어대 대학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지상파의 한국 드라마 방영 중단은 일본 내 한류의 입지를 급격하게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에서는 한일관계 악화로 인한 일본 내 반한(反韓) 분위기가 한국 드라마 방송 중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 日 DVD시장 한드 비중 6.3→4.5% ▼케이팝 앨범 판매도 작년 29% 줄어… 한류팬 “주변서 한심한 사람 취급”후지TV는 2012년 8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한국 드라마 방영을 전면 중단했다. NHK는 최근 경영진의 잇단 우경화 망언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최근에는 NHK 등 주요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에서 한국 가수들을 찾아보기도 어려워졌다. 김영덕 한국콘텐츠진흥원 일본사무소장은 “최근 2∼3년 한류에 대한 저항감이 눈에 띄게 커지면서 한류 팬이라는 이야기를 꺼내기가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배우 배용준의 팬인 마쓰모토 가오리(松本香·53·여) 씨는 “얼마 전 고교 동창 모임에서 친구가 정색하며 ‘한국 드라마를 아직도 보느냐’고 말해 분위기가 어색해졌다”면서 “예전엔 별 말 않던 남편도 요즘은 ‘한심하다’는 투로 바라본다”고 말했다. 일본은 한류 시장의 큰손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2년 일본은 한국 방송콘텐츠 수출액의 62%, 음악 콘텐츠 수출액의 80%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일본 내 케이팝 싱글 앨범 판매량은 전년도보다 18.5%, 정규앨범 판매량은 28.6% 줄었다. 전체 DVD 시장에서 한국 드라마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8년 6.3%에서 지난해 상반기엔 4.5%로 감소했다. 최근 지속되는 ‘엔저 원고’ 현상도 한국 드라마 수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현재 일본 위성방송에서 내보내는 한국 드라마 중 40%는 재방송이다. 전문가들은 급등한 한류 콘텐츠의 가격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내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국내 배우와 작가의 몸값이 지나치게 오르며 제작비 거품을 만들었다. 어려운 시기에는 조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후련 교수는 “한류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특정 장르, 특정 국가에 집중된 한류의 수익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미국이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한 고노(河野) 담화를 검증하겠다는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강한 우려를 전달하자 일본 정부가 “고노 담화 수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0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이웃 국가와의 관계 개선을 하는 데 무라야마(村山) 담화와 고노 담화는 중요하다. 우리는 일본 지도자가 이웃국과 보다 견고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과거 문제를 처리하도록 촉구해왔다”고 말했다. 미국은 아베 정권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고노 담화를 수정하지 않도록 일관되게 요구해왔다. 특히 미국은 최근 다양한 경로를 통해 고노 담화 검증 움직임에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민영방송인 TBS는 10일 “주일 미국대사관의 한 간부가 ‘고노 담화 검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자민당 관계자를 통해 아베 총리 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 간부는 “고노 담화의 검증 결과를 공표하면 한일 관계가 더욱 악화한다. 4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역사인식 문제가 초점이 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미국의 압력이 높아지자 일본 정부는 ‘담화 수정’에서 ‘계승’으로 방향을 틀었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0일과 11일 기자회견에서 “고노 담화 수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거듭 밝혔다. 이에 앞서 스가 장관은 지난달 28일 ‘고노 담화를 대신할 새로운 담화를 내느냐’는 질문에 “어떻게 할지 충분히 검토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고노 담화 검증을 공개 제기한 극우 정당 일본유신회 등이 ‘고노 담화 수정 혹은 폐기’를 요구해왔지만 일본 정부는 결국 이들의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연구소장은 “일본 정부가 한일관계의 ‘성역’과도 같은 고노 담화를 건드린 뒤 일본 안팎에서 강한 역풍을 맞고 선택한 방향 선회”라고 풀이했다. 고노 담화 수정 방침을 바꾼 배경에는 미국의 한일관계 개선 압박뿐만 아니라 한일 정상회담 개최도 고려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고노 담화를 수정하지는 않지만 검증은 한다’는 방침을 고집하고 있다. 한국 위안부 16명의 증언 청취 과정에 문제점이 없는지, 한일 당국 간 담화 문안을 조정했는지 등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고노 담화 작성 과정에서의 미미한 문제점을 찾아내 흠집 내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고노 담화는 잘못됐다’는 극우들의 주장에 화답하겠다는 뜻을 보여주고 싶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노 담화 계승 방침을 계기로 아베 정권이 ‘과거사 역주행’을 멈출 것인지도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소장은 “적어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는 4월까지는 일본의 과거사 역주행은 잦아들겠지만 4월 이후 상황은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일본 정부가 지금까지 유지하던 ‘무기 수출 3원칙’을 뜯어고쳐 수출의 빗장을 대부분 풀겠다고 나섰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와 자민당이 검토 중인 ‘방위장비 이전 3원칙’ 안을 11일 열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일본판 NSC)의 4인 각료회의에서 점검한 뒤 이달 말 각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10일 보도했다.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은 사실상 모든 무기 수출을 금지한 기존 ‘무기수출 3원칙’을 대체하는 내각 명령이다. 이 원칙에 따르면 무기 수출은 현행 ‘금지’ 위주에서 앞으론 ‘허용’ 위주로 바뀐다. ‘무기’란 단어에 담긴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방위장비’로 이름도 고쳤다. 새 3원칙은 ①국제평화, 안전 유지에 명백히 지장을 주면 방위장비를 수출하지 않고 ②평화공헌과 국제협력을 추진하거나 일본의 안전보장에 관련이 있을 때 수출을 인정하며 ③방위장비의 제3국 이전은 적당한 관리가 확보되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핵심은 ‘일본의 안전보장에 관련 있으면 수출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는 거의 모든 상황에서 무기 수출을 가능하도록 하는 원칙이나 다름없다. 예를 들어 다른 국가와 무기 공동 개발도 일본의 안보라는 이유로 가능해지고 일본으로 오는 석유 수송로 연안에 위치한 국가에도 무기를 수출할 수 있게 된다. 미국에서 허가받은 부품도 제3국으로 수출할 수 있다. 국제협력 추진 명목 아래 유엔이나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등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지금까지 일본은 ‘무기수출 3원칙’에 따라 원칙적으로 모든 무기 수출을 금지하고 예외 조치를 통해 수출을 허용했다. 1983∼2013년에 예외 조치는 모두 21건이었다. 하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내세우고 있는 ‘적극적 평화주의’에 맞춰 무기 수출에 대한 원칙이 ‘사실상 전면 허용’으로 바뀌었다. 아베 총리는 강한 일본을 바탕으로 국제적으로 더 큰 역할을 하겠다고 외치며 ‘무기수출 3원칙’ 개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야당은 “수출 금지의 무제한 해제”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부가 ‘각의 결정’ 형태로 정해버리면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살면서 그렇게 애간장을 태운 적은 없었다. 2011년 3월 12일이었다.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바로 다음 날 서울에서 일본 후쿠시마(福島)로 직행했다. 그날 정오 무렵 후쿠시마 공항에 도착했는데 도쿄 지사에서 전화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났다. 빨리 후쿠시마 벗어나라.” 택시를 타고 후쿠시마 시에서 북쪽으로 약 80km 떨어진 센다이(仙臺)로 향했다. 하지만 피난민들이 몰리면서 도로가 꽉 막혔다. 평소 2시간이면 갈 거리를 12시간 동안 갔다. 그동안 입술이 바짝바짝 말랐다. 그때 스트레스로 수명이 1, 2년은 줄어들었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방사능 공포가 얼마나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지 온몸으로 경험했다. 그 때문에 사지(死地)를 일부러 찾아온 사람들의 용기가 얼마나 대단한지도 잘 안다. 박상홍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사무부(副)총장(45)도 사고가 터진 며칠 뒤 도쿄(東京)에서 후쿠시마로 갔다. 민단 본부 차원에서 교민들 안전을 파악하고 고립된 교민들에게 식음료를 나눠 주기 위해서였다. 그는 당시 결혼 4년차였다. 부인은 눈물을 흘리며 말렸다. “살아 있는 사람은 모두 후쿠시마를 떠나는데 왜 제 발로 찾아 들어가느냐”고. 전상문 후쿠시마 민단 사무국장(68)은 사고 발생 뒤 두 달 동안 사무실에서 기숙했다. 전국 민단에서 보내오는 구호품을 받아 후쿠시마에 있는 교포들에게 배포하고 보험대리업무도 맡았다. 그에게도 방사능 공포는 예외가 아니었다. ‘가족과 함께 피난 떠나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하루 수십 번씩 들었다. 가족은 오히려 의연했다. 전화를 걸어 “어머니, 건강 괜찮습니까”라고 물으면 “내 걱정 말고 교민들 챙겨라”라는 답이 돌아왔다. 전 국장은 사고 내내 현장에 남았다. 민단은 정상 통행이 가능한 일본 서부의 도로망을 이용해 야마가타(山形) 현 야마가타 시에 구호품을 모았다. 그렇지만 물품을 피해지에 전달할 수 없었다. 동일본 지역은 도로 유실에다 ‘가솔린’ 부족에 시달렸기 때문. 발을 동동 구르던 때에 센다이 지역에서 중고차 가게를 하는 한국 교포가 나섰다. 그는 중고차에 들어 있는 모든 기름을 빼 민단 차량에 제공했다. 그의 헌신이 없었으면 컵라면과 생수가 현지 교민들에게 전달되지 못했을 것이다. 물류가 마비되면서 후쿠시마에 도착한 이후 이틀 동안 밥 구경을 못 했다. 지진해일(쓰나미) 피해가 컸던 미야기(宮城) 현 나토리(名取) 시의 해변 마을을 취재하고 있는데 “힘내세요”라는 소리가 들렸다. 일본인 자원봉사자들이 도쿄와 니가타(新潟)에서 재료를 공수해 와 밥과 국을 현장에서 만들었다. 몰골이 이재민과 흡사했던 기자도 줄을 섰다. 이틀 만에 따뜻한 국물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던 느낌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주위를 돌아보니 눈물을 흘리며 밥을 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연신 “감사하다”고 말하며. 내일로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 꼭 3년이 된다. 사망자와 행방불명자를 합해 1만8000여 명, 피난민은 27만여 명이다. 재일교포 중에서도 약 150가구가 삶의 터전을 등지고 피난 생활을 하고 있다. 쓰나미가 지나간 뒤 1년마다 한 번씩 현장을 둘러봤다. 벌써 3차례 돌았다. 그럴 때마다 숨은 공로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의 노력 덕분에 삭막했던 피해지에선 온기가 돌았을 것이다. 이들의 노력이 삶의 활력이 돼 살아남은 모든 분들에게 ‘희망’을 주는 날이 앞당겨졌으면 한다.박형준 도쿄 특파원 lovesong@donga.com}

요즘 일본에선 공영방송 NHK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우수한 방송 프로그램 때문이 아니다. 경영진의 각종 망언 때문이다. 올해 1월 25일 모미이 가쓰토(인井勝人) 신임 회장은 첫 기자회견에서 “위안부는 어느 나라에도 있었다. 한국이 일본만 강제 연행한 것처럼 주장하니까 이야기가 까다로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1월 말부터 시작된 정기국회에 수시로 불려 다니고 그 모습이 NHK를 통해 생방송됐다. 올해 1월 취임했지만 벌써 일본 국민들이 가장 잘 아는 NHK 고위 인사가 됐다. 햐쿠타 나오키(百田尙樹) NHK 경영위원은 2월 도쿄(東京) 도지사 선거에서 극우후보 지지 연설을 하며 “난징(南京) 대학살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세가와 미치코(長谷川三千子) 경영위원은 언론사에 난입해 권총으로 자살한 범죄자를 찬양하는 추도문을 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고위 인사들의 잇단 구설이 화제가 되자 최근 NHK를 다룬 책들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일본 정치에 정통한 엘리스 크라우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집필한 책 ‘NHK vs 일본정치’가 대표적인 예다. 저자는 NHK 정치보도가 가진 몇 가지 특징에 주목했다. 첫째, 관료 조직을 우상화한다. 둘째, 사실을 전달할 뿐 비판이나 의견을 덧붙이지 않는다. 이를 토대로 국가가 NHK 조직구성과 업무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특파원으로 NHK 뉴스를 자주 보는 필자로선 크라우스 교수의 지적에 십분 공감한다. 정부가 하는 일을 그대로 전달할 뿐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물론 충격적 영상 자제, 흥분하지 않는 진중한 진행, 한 사건에 대한 다양한 측면 보도 등 한국 언론이 본받아야 할 대목도 있다. ‘NHK 철의 침묵은 누구를 위해’는 내부고발서다. NHK는 2001년 전쟁범죄를 다루는 민중법정을 소개했다가 “프로그램이 애초 의도와 다르게 제작됐다”는 소송에 휘말렸다.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의원이 압력을 넣어 프로그램 내용을 바꿨다는 소송이었다. 도쿄고등법원은 “NHK 측이 아베 의원 등 국회의원의 의향을 헤아려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바꿨다”고 판정하며 NHK에 배상명령을 내리는 데 그쳤다. 당시 PD였던 나가타 고조(永田浩三) 씨가 사건 발생 10년 뒤 펴낸 이 책은 ‘국회의원이 NHK에 압력을 넣었고 NHK 고위층이 그 의중을 헤아려 프로그램 내용을 바꿨다’고 증언한다. 그리고 권력이 어떻게 은밀히 NHK에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를 자세히 묘사했다. NHK의 전신은 1926년에 출범한 ‘일본방송협회’다. 일본방송협회는 태평양전쟁 당시 국민을 전쟁터로 내몰기 위해 혹세무민하던 군부의 발표를 그대로 전했다. 일본방송협회를 계승해 1950년에 설립된 NHK는 “정부와 군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방송국이 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맹세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NHK는 정치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의 브레이크 없는 폭주의 가장 주요한 수단인 ‘각의 결정’이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다. 각의 결정은 일본 행정기관인 내각이 중요 정책을 결정할 때 각료 전원이 문서에 서명하는 것으로 국가기관을 움직이는 효력이 생긴다. 국회 논의나 심의는 필요 없다. 아사히신문은 6일 “아베 정권이 집단적 자위권, 각의 의사록 공표 등을 각의 결정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경우 국회의 감시 없이 총리가 중요 정책을 결정할 여지가 크다”고 꼬집었다. 각의 결정의 폐해는 아베 내각이 지난해 12월 국가안전보장전략(NSS), 신(新)방위대강, 중기방위력정비계획 등 ‘안보 3종 세트’를 확정한 과정에서 잘 나타났다. 일본이 외교안보를 총괄하는 국가전략 문서인 NSS를 만든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그만큼 중요한 사안이었지만 일본 국민은 사전에 내용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아베 내각이 각의 결정을 해 버렸기 때문이다. 일본의 안보는 한국, 중국 등 이웃 국가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양국 역시 각의 결정 후에야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총리 편에선 민감한 이슈를 신속하게 처리하기에 각의 결정 방식이 편하다. 총리가 모두 임명하는 각료들도 총리 의중대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타 아키히로(太田昭宏) 국토교통상은 최근 국회 질의응답에서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아베 총리의 의견에 모두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집단적 자위권 허용을 반대하는 공명당 출신 국회의원이지만 당론을 뒤로하고 총리를 따랐다. 이런 상황에서 ‘집단적 자위권 허용을 위한 헌법 해석 변경’이 각의 안건으로 올라온다면 ‘통과’가 확실시된다. 각의 결정이 늘어날수록 아베 총리의 폭주는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연립여당과 국민의 ‘신중’ 여론이 우세해지면서 아베 총리는 최근 각의 결정에서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5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 국민 여러분 앞에서 국회에서 논의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각의 결정 방식에 대한 각계의 비판이 쏟아지자 한발 물러선 것이다. NHK 방송은 6일 “정부 안에서 6월 22일까지인 정기 국회 회기 중 헌법 해석을 변경하는 것은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아베 정권은 이달 각의 결정을 할 예정인 ‘무기수출 3원칙’ 수정 작업과 관련해 연립여당인 공명당을 배려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6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아베 내각은 기존 3원칙 중 ‘국제분쟁 당사국에 대한 무기수출 금지’ 항목을 삭제할 계획이었지만 공명당의 주장을 반영해 삭제하지 않기로 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4일 일본 도쿄(東京) 미나토(港) 구 미나미아자부(南麻布)의 재일한인역사자료관. 19m²(약 6평)의 자그마한 기획전시실 입구엔 큼직한 아시아 지도가 걸려 있었다. 중국 러시아 등에 찍힌 무수히 많은 빨간 점은 동티모르와 사이판까지 퍼져 있었다. “한국인이 동원됐던 위안소가 설치된 곳입니다. 지금도 자료조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빨간 점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이미애 자료관 학예사) 전시실 안에는 위안부들의 사진과 그들의 구술 기록을 모아놓은 플라스틱 액자가 가득했다. 모집업자에게 속아 위안소로 갔다는 증언, 짐승처럼 대우받았던 말 등 과거 기록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이미 작고한 배봉기 할머니(1914년 출생)는 “여자 소개업자가 ‘남쪽 섬에 가면 돈을 벌 수 있다. 입을 벌리고 있으면 바나나가 떨어져 입에 들어온다’고 해서 갔는데 도착한 곳은 오키나와(沖繩) 위안소였다”는 기록을 남겼다. 부산 출신의 이옥선 할머니(87)는 “중국 옌지(延吉) 시내의 위안소에서 콘돔을 쓰지 않는 장교가 있어서 거절했는데 그것 때문에 정신을 잃을 정도로 맞았다. 도망쳤지만 잡혀서 죽도록 맞아 이가 부러졌다”고 증언했다. 민간업자뿐 아니라 일본 경찰이 위안부를 모집한 증언도 눈에 띄었다. 박영심 할머니(1921년 출생)도 “1937년 일본인 순사의 ‘돈 벌 수 있는 일이 있다’는 말에 속아 중국 난징(南京)의 위안소로 갔다. 위안소에서 임신당하고 그 몸으로 폭탄 속을 헤맸다”는 기록을 남기고 별세했다. 이들의 용기로 태평양전쟁 시절 일본군의 만행이 드러나고 있지만 일본은 최근 이 같은 사실을 부정하고 있다. 일부 극우 정치인뿐만이 아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차관급 인사도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한 ‘고노담화’를 부정했다. 사쿠라다 요시타카(櫻田義孝) 문부과학성 부(副)대신은 3일 고노담화의 수정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석해 “나는 거짓말을 하거나 사람을 속이거나 사실을 날조하는 것을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다. 여러분과 생각이 같다”고 인사말을 했다. 지금까지 아베 정권은 겉으로는 “고노담화를 계승한다”면서도 ‘군과 관헌에 의한 위안부 강제 연행을 인정할 만한 자료는 없다’는 식으로 잡아떼고 있다. 이젠 내각 인사까지 나서 고노담화를 공개적으로 부정하고 고쳐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이런 분위기를 그대로 둬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재일한인역사자료관은 올해 1월 말 ‘위안부 기획전’을 결정했다. 자료관이 위안부 자료를 전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강덕상 관장은 “고노담화 수정 움직임, 모미이 가쓰토(인井勝人) NHK 회장 등의 망언이 계속되면서 한일 관계가 극도로 나빠졌다. 진실이 무엇인지 알리기 위해 기획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번 기획전은 29일까지 진행된다. 4일 오전 기자가 방문했을 때 극우들의 집회를 막기 위해 경찰차가 1대 서 있었다. 자료관은 5월 10일∼6월 14일 해외 한국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은 안세홍 씨의 사진전을 열 계획이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바로잡습니다]◇3월 5일자 A8면 ‘망언의 중심서 위안부 참상 외치다’ 기사에서 작고한 배봉기 할머니의 출생연도는 1941년이 아니라 1914년입니다.}
“이 편지가 닿을 때쯤이면 엄마, 아빠에게는 손자, 손녀가 있겠지?”, “그동안 은혜를 많이 입었으니 이젠 내가 엄마, 아빠를 보살필게요….”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 지진해일(쓰나미)로 실종된 20대 여성이 보낸 편지가 3년 뒤 부모에게 도착했다. 본인이 직접 쓴 편지였다. 요미우리신문은 3일 이 사연을 소개했다. 이와테(巖手) 현 오쓰치(大槌) 정에서 태어난 오시노 지에(押野千惠·사고 당시 26세·여)는 2003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교토(京都)의 한 버스회사 가이드로 취직했다. 하지만 부친으로부터 “함께 살았으면 한다”는 연락을 받고 2004년부터 오쓰치로 옮겨 임시직으로 일했다. 그는 옮기기 직전 아이치(愛知) 현의 ‘메이지무라(明治村)’ 박물관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편지를 10년간 보관했다가 원하는 곳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를 이용해 부모님께 보내는 편지를 썼다. 그때 쓴 편지가 올해 1월 12일 오쓰치에 사는 부모에게 전달된 것이다. 자신이 쓰나미에 휩쓸리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딸의 편지에는 취업을 위해 부모를 떠났던 날, 버스 가이드의 일상, 10년 뒤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한 다짐 등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오시노는 3년 전 대지진 때 쓰나미에 휩쓸려 실종됐다. 그의 부모는 쓰나미가 지나간 뒤 6개월 동안 딸을 찾지 못하자 결국 사망 신고를 했다. 오시노의 부친은 “같이 살고픈 마음에 교토에서 일하던 딸을 고향에 돌아오도록 부른 것을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이제 우리 딸이 하늘나라에서 웃을 수 있도록 열심히 살겠다”고 울먹였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북한이 3일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또 발사했다. 지난달 27일 북한 강원도 깃대령 기지에서 미사일 4발을 쏜 지 4일 만이다. 이번엔 미사일이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 내에 떨어져 일본의 반발까지 예상된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JADIZ 침범’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북한에 (미사일 발사) 자제를 요구하고 한국 미국과 연대해 필요한 대응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이 3일 오전 6시 19분과 10여 분 뒤 원산 일대에서 북동 방향 공해상으로 미사일 발사체를 각각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 발사체는 500여 km를 날아가 떨어졌으며 비행 거리를 감안할 때 스커드-C 미사일로 추정된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기간(2월 20∼25일)인 지난달 21일에도 방사포 개량형(KN-09) 4발을 발사했다. 24, 25일에는 경비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다.○ 北 미사일, 대남(對南) 넘어 대일(對日) 도발까지 한국군 당국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날 북한이 쏜 미사일 2발은 일본 서부 이시카와 현 와지마를 기준으로 각각 북서 방향 456km, 400km 지점에 떨어졌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은 사전 항행 경보 없이 27일에 이어 또다시 기습적으로 국제 항행 질서와 민간인 안전에도 심대한 위협을 주는 도발을 감행했다”며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에 따른 추가 제재를 유엔에 요구할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의안에 따라 북한은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모든 발사가 금지돼 있다. 김 대변인은 “올해 들어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모두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를 이용해 발사됐다”고 밝혔다. 현재 북한은 10여 개 미사일 기지에 200개가 넘는 TEL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대영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TEL은 이동이 용이하기 때문에 기습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북한은 TEL을 핵과 함께 핵심 비대칭 전력으로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이번 발사는 유엔의 대북 제재로 돈줄이 막힌 북한이 미사일 기술 수출을 노린 ‘과시용’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킬체인, 북한의 미사일 잡을 수 있나 국방부는 30분 안에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선제 대응할 수 있는 ‘킬체인’을 2016년까지 갖추고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구축 시기(2022년 예정)도 최대한 앞당길 계획이다. 현재 보유한 해군 이지스함의 SM-2와 공군 PAC-2 미사일은 요격고도가 10∼15km에 불과해 탄도미사일 요격이 불가능하다. 군 관계자는 “3일 발사된 북한 미사일의 최고 고도는 130여 km”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상공 40∼500km에서 요격이 가능한 고고도 지역방어체계(THAAD)나 SM-3 미사일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미사일 부품을 만드는 평양약전기계공장을 방문해 기술자들을 격려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공장에서 “남들이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을 만들어 내겠다는 야심만만한 배짱을 가지고 기성 기술 문헌에도 없는 것을 독자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올해 76세인 미야자키 마코토(宮崎實) 씨는 일본 도쿄의 빌딩관리회사 ‘다이와(大和) 라이프넥스트’에서 정규직처럼 일하고 있다. 인재개발부 교육지원과에 속한 그는 빌딩관리자들이 매뉴얼대로 일하는지 감사하는 업무를 맡았다. 그는 기계설비 제조업체에서 60세 정년을 맞은 뒤 자회사로 옮겨 3년 더 일하다가 이 회사에 재취업했다. 이 회사의 정년은 65세. 하지만 체력평가, 근무평가 등을 통과하면 80세까지 일할 수 있다. 임금은 근무시간에 따라 지급된다. 미야자키 씨 외에도 전체 직원 3700명 중 약 35%인 1300여 명이 65세 이상이다. 최고령 직원은 80세. 미야자키 씨는 “부부가 받는 한 달 연금 30만 엔(약 310만 원)은 아내가 생활비로 쓰고 나는 월급으로 다양한 취미활동을 즐긴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가나자와 야스노부(金澤泰伸) 총무부장은 “꼼꼼함이 필요한 관리 업무는 고령자에게 적합하다”며 “일할 능력이 되는데도 나이 때문에 외면하는 것은 사회적 낭비”라고 지적했다.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뒤 고령층을 적극적으로 일터로 이끌고 있는 일본의 현주소다. 저출산·고령화가 심각한 한국도 저성장의 활로를 ‘일하는 노년층’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래야 지속가능한 복지도 가능하고, 경기침체 악순환도 끊을 수 있다는 얘기다. ○ 한국 고령층, 소득안정성 꼴찌 본보와 현대경제연구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고령층의 소득안정성과 고용률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60세 이상의 소득안정성(8.7)은 가장 낮은 반면에 65세 이상 고용률(30.1%)은 두 번째로 높았다. 일하는 노인이 상대적으로 많은데도 연금 수준과 1인당 국내총생산(GDP), 노인빈곤율 등을 반영한 소득안정성은 꼴찌를 기록한 것이다. 이는 빠른 고령화 속도에 비해 한국의 노후 보장 체계가 미흡한 데다 일하는 노인 대부분이 소득이 불안정한 임시직이나 비정규직에 대거 고용됐기 때문이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은 65세 이상 근로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61.85%가 임시직으로 일하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비중이다. OECD 평균은 19.53% 수준이다. 임시직 중에서도 국내 노인 일자리는 아파트 경비원이나 공공근로 등 질이 낮은 일자리가 상당수다. 통계청에 따르면 65∼79세 취업자 직업은 단순노무(36.6%), 농림어업(34.4%) 순으로 많다. 지난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만 55세 이상을 대상으로 월급 57만 원을 주는 임시직 아파트 관리사원을 모집한 결과 기업 임원 퇴직자를 포함해 8500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린 것은 이런 실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 노인 채용 기업에 각종 인센티브 줘야 지난해 4월 ‘65세 정년’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일본에서는 기업들이 60세가 지나면 최고점 대비 60% 정도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60대 현역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또 80% 이상의 기업은 60세가 된 직원을 일단 퇴직시킨 뒤 재고용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산토리홀딩스, 다이와하우스공업 등 일부 기업은 기존 임금을 그대로 주면서 정년을 늘렸다. 독일은 2029년까지 65세인 정년을 67세로 늘리기로 합의했으며 일자리를 찾는 중장년층이 실업수당을 받으면서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2011년 정년퇴직 연령 명시를 금지한 영국은 일하는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없애고 기업의 고령자 채용을 독려하기 위해 ‘에이지 포지티브 캠페인’이라는 국가적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가 앞서 진행된 이들 선진국처럼 한국도 일하고 싶은 노인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경제 활력을 되찾는 최우선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통해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체계를 개편하고 고령자를 많이 채용한 기업에 대해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정년 후에도 제2, 제3의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이 전직이나 재취업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과 교육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백다미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특히 은퇴를 앞둔 고학력 베이비붐 세대들이 전문성과 경력을 살릴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설명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글 실은 순서 포스트 뉴 노멀 시대가 온다 선진국은 ‘3차 산업혁명’ 중 브레이크 걸린 신흥국, 기회는 있다 ‘화이트칼라’에서 ‘레인보칼라’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에 따른 위험은 크게 2가지다. 방사성 물질로 인해 오염된 ‘공기’와 ‘물’이다. 공기 오염은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지난달 25, 26일 기자가 원전 인근에서 직접 측정한 대기 중 방사선량은 시간당 0.1∼0.4μSv. 크게 높지 않았다. 방사능 오염 제거 작업이 진행될수록 수치는 더 떨어지고 ‘접근 금지’ 구역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오염수다. 일본 정부 산하기관인 원자력재해대책본부는 지난해 8월 하루 약 1000t의 지하수 중 300t 정도가 고농도 오염수와 섞여 바다로 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관리 부실로 인한 인재(人災)도 겹쳤다. 지난달 19일 원전 용지 안에 설치된 오염수 탱크에서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 약 100t이 흘러넘쳤다. 베타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물질이 L당 2억3000만 Bq(베크렐·방사능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 함유돼 있었다. 법정 기준(30Bq)의 800만 배인 초고농도 오염수였다. 앞서 지난해 8월에도 탱크에서 오염수 300t이 누수된 사고가 일어났다. 이 물은 땅으로 스며들어 지하수를, 이어 후쿠시마 앞바다를 오염시켰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1월 국회 시정방침연설에서 “국가가 전면적으로 나서 오염수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다. 지난해 9월 2020년 올림픽 개최지를 선정했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때 “오염의 영향은 후쿠시마 제1원전 항만 내 0.3km² 범위 안에서 완전히 차단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염수 사고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후쿠시마 앞바다의 생선은 식용으로 쓸 수 없다. 방사능 오염수는 저강도 ‘핵폭발’에 해당한다.후쿠시마=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이 3일 중국 선양(瀋陽)에서 열리는 북한과의 적십자 실무회담을 계기로 일본인 납북자 문제 등을 협의할 비공식 당국 간 협의를 모색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일 보도했다. 이번 회담에는 적십자 관계자뿐 아니라 북한 외무성의 유성일 일본과장, 일본 외무성의 오노 게이치(小野啓一) 동북아과장도 참석한다. 이 때문에 별도의 비공식 정부 당국자 협의 개최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 신문은 외무성 당국자 간 비공식 협의가 실행되면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핵과 미사일 문제 등에 관한 북한의 의중을 탐색할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본부 건물 경매 문제나 국교 정상화를 거론하며 일본의 협조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북-일 적십자 간 접촉은 2012년 8월 베이징(北京) 회담 이후 처음이다. 북한 측이 먼저 요청해 이뤄지는 것이다. 한편 산케이신문은 1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일 간 극비 접촉이 있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서 당시 북한 측에서는 노동당 직속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 관계자가 참석했다고 2일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북한 측은 북-일 대화에 적극적인 의향을 밝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한 ‘고노(河野) 담화’를 검증하겠다고 밝히면서 한국과 일본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과오를 인정하지 못하는 지도자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없다”며 아베 총리를 직접 겨냥했다.○ “한일 우정, 정치가 막고 있다” 박 대통령은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9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그동안 쌓아온 한국과 일본 국민의 우정과 신뢰를 정치가 막아서는 안 될 것”이라며 “양국이 아픈 역사를 딛고 새로운 번영의 미래로 함께 나갈 수 있도록 일본 정부가 올바르고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한 나라의 역사 인식은 그 나라가 나아갈 미래를 가리키는 나침반”이라며 “진정한 용기는 과거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자라나는 세대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평생 한 맺힌 억울함과 비통함 속에 살아오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상처는 당연히 치유받아야 한다”며 “과거의 역사를 부정할수록 (일본은) 초라해지고 궁지에 몰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3·1절 기념사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다”며 일본을 비판했지만 위안부 문제 등 구체적 언급은 피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위안부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일본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올해 3·1절 기념사에서 “지난 시대의 아픈 역사에도 양국이 협력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은 (일본이)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 등을 통해 식민 지배와 침략을 반성하면서 미래로 나아가고자 했던 역사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가 ‘고노 담화’를 검증하겠다고 나선 데 대해 한국 정부가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는 1993년 고노 담화 발표 당시 한국 위안부 피해자 16명의 증언을 청취한 뒤 이를 바탕으로 “모집 이송 관리 등이 감언, 강압 등에 의해 총체적으로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위안부 문제는 인류 보편의 여성 인권 문제로, 독도 같은 영토 문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박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수준의 비판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을 비판하는 데 할애한 분량은 지난해 430여 자에서 올해 900여 자로 늘었다.○ 일본 우익의 반격 일본의 대표적 보수 우익 신문인 요리우리신문은 2일 ‘어디까지 계속될 것인가, 박 대통령의 반일’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미국 등에서 한인들이 고노 담화를 바탕으로 과거 일본군이 소녀들을 강제 연행했다고 선전하고 일본의 명예를 손상하는 것은 간과할 수 없다”며 고노 담화의 수정을 촉구했다. 같은 날 산케이신문도 ‘고노 담화 검증, 철저히 해명해 조기에 수정하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일본 집권여당인 자민당도 고노 담화의 검증을 기정사실화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간사장은 1일 나고야에서 기자들을 만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아직 건강할 때 이야기를 들어 진실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정부는 고노 담화의 내용이 아닌 작성 과정을 검증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공식 제의 박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북한을 향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공식 제안한 뒤 “남북이 작은 약속부터 지키며 신뢰를 쌓아서 통일의 계단을 하나씩 밟아 올라가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 된 민족, 통일된 한반도는 민족의 독립과 자존을 외친 3·1운동 정신을 완성하는 것”이라며 “북한은 핵을 내려놓고 남북 공동 발전과 평화의 길을 선택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 사망자 1만5884명, 행방불명 2636명.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 할퀴고 지나간 상처는 크고도 깊다. 살아남은 이들의 몸과 마음도 편치 않다. 아직도 사고지역을 서성이는 이가 많다. 가족의 시신을 찾는 사람들이다. 삶의 터전을 뒤에 두고 피난 생활을 하는 사람은 무려 27만여 명. 이들의 삶은 여전할까, 아니면 바뀌었을까. 동일본 대지진 3주년을 맞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와 지진해일(쓰나미) 피해 현장을 다녀왔다. 사고 이후 매년 방문하는 곳이지만 갈수록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진다. 》지난달 25일 일본 후쿠시마(福島) 현 이와키(磐城) 시의 최대 항구인 오나하마(小名濱) 항구. 이곳에 즐비하게 들어선 횟집과 수산물 직판장에서 판매되는 생선 옆에는 가격만 표시돼 있다. “모두 후쿠시마산이어서 원산지 표시를 안 하나요?”(기자) “홋카이도(北海道)나 규슈(九州) 겁니다. 후쿠시마 근해에서 잡은 생선은 하나도 없어요. 이 지경이 된 지 3년이나 됐습니다.”(주인) 횟집도 예외가 아니다. 후쿠시마 현 근해가 아닌 곳에서 잡은 생선으로 요리를 한다. 오나하마 항구의 어선들은 일주일에 하루는 시험 조업에 나선다. 하지만 생선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돼 100% 폐기 처분한다. 이와키 시내는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직선으로 약 38km 떨어진 곳. 동일본 대지진 당시 ‘피난 권고’ 경계선인 30km를 살짝 벗어나 있다. 그 ‘덕분’에 아무도 피난을 가지 않았다. 그렇지만 3년 뒤인 지금도 이와키 시는 여전히 고통 받고 있다. 이른바 ‘원전 마을’ 주민들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이와키 역에서 렌터카를 몰고 원전 방향으로 향했다. 차량 내비게이션에 찍힌 거리는 총 51km.○ 원전 23km…인구 4분의 1 귀향 40분을 달려 도착한 히로노(廣野) 역. 역 앞에 있는 택시들은 부지런히 손님을 실어 나르고 있다. 인근 국숫집에서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인부들이 눈에 띄었다. 머리에 수건을 두른 모습이었다. 이곳에 대한 ‘피난 지시’는 2년 전 해제됐다. 지난해엔 병원 은행 등 기초시설과 인부들을 상대로 한 음식점 일부만 문을 열었지만 이번엔 파스타 가게와 케이크 전문점 등 기호품 매장도 영업을 하고 있었다. 히로노 동사무소는 정상 기능을 되찾았다. 지난해 2월엔 임시로 나온 직원 10여 명만 있었다. 현재는 20여 명이 상주한다. 사고 전 5502명이던 이곳의 현재 상주인구는 1355명. 작년 이맘때의 713명에 비해 배로 늘었다. 히로노 역에서 방사선량을 측정해 보니 0.144μSv(마이크로시버트). 일반인의 인공방사선 피폭 한계는 연간 1000μSv이다. 하루 8시간 외부에서 일하면 피폭 한계는 시간당 0.190μSv에 이르는 셈이다. 히로노 정은 정상 수준이었다.○ 원전 17km…아직도 오염제거 중 사람 사는 분위기는 히로노 정에서 끝났다. 5분가량 더 들어가자 빈집들이 즐비했다. 원전에서 17km 떨어진 나라하(楢葉) 정은 ‘피난 지시 해제 준비’ 구역(연간 방사선량 20μSv 이하)이다. 낮에만 사람들의 이동이 허가됐다. 대로변 도랑에서 오염된 흙을 퍼 담는 인부들을 만났다. “1년 전에도 오염 제거 작업 중이었는데 아직도 하느냐”고 물었더니 “폐기물 보관 장소가 없어 진도가 늦다”는 답이 돌아왔다. 후쿠시마 현 내 오염 제거 대상으로 지정된 지방자치단체는 47개 시정촌(市町村). 대부분 폐기물 보관 장소를 확보하지 못했다. 일본 정부는 폐기물을 30년간 보관할 중간저장소를 찾고 있지만 어느 지자체도 선뜻 혐오시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나라하 정의 전반적인 방사능 수치는 0.2μSv 내외. 그리 높지 않다. 한 가정집 화단에 들어가 잡초에 측정기를 댔더니 0.681μSv까지 올라가다 그쳤다. 지난해 이 지역 낙엽의 수치가 0.989μSv까지 급격하게 올라가는 바람에 가슴을 쓸어내린 기억이 떠올랐다.○ 원전 9km…시간이 멈춘 유령마을 원전에서 약 12km 떨어진 지점에 나타나는 도미오카(富岡) 정 푯말. 작년에 기자를 돌려보냈던 경찰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3월 도미오카 정 일부가 ‘피난 지시 해제 준비’ 구역으로 지정돼 낮에는 진입이 허용된다. 도미오카 정의 시계는 2011년에 멈춰 있다. ‘축 전국고교 종합체육대회 출장 헤이세이(平成) 22년(2010년).’ 도미오카 고교 정문 옆에 보이는 축하 간판에 표시된 날짜는 모두 대지진이 일어나기 1년 전인 2010년이다. 낡은 집들은 무너져 내리고 자전거에는 시뻘건 녹이 슬어 있다. 부서진 자판기 속에 있는 음료수는 그대로다. 꺼내 먹을 수 있지만 아무도 손대지 않았다. 길거리에서 만난 돼지 때문에 긴장했다. 1시간 동안 2마리를 목격했다. 사고 직후 굶주린 가축들이 빈집을 습격하자 환경성은 지난해 11월부터 가축 포획에 나섰다. 도미오카 정은 4월부터 마리당 2만 엔(약 20만8000원)의 포상금을 내걸고 잡아들일 계획이다. 도미오카 정의 방사선량은 0.4μSv 내외로 꽤 높았다. 도로 옆 움푹 파인 곳에 쌓인 낙엽 더미의 수치는 3.853μSv. 도쿄(0.091)의 43배. 렌터카 안으로 뛰어 들어와 문을 닫으니 수치는 0.421μSv로 내려간다. 경찰의 지시를 어기고 도미오카 정에서 버려진 가축을 돌보는 마쓰무라 나오토(松村直登·54) 씨는 “사람 얼굴 보기가 힘들다.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어두운 표정을 짓는다. 원전 앞 8km에서 경찰이 출입을 막았다. 오염 제거 작업은 지속되고 있지만 지난 1년간 4km 진전했을 뿐이다.후쿠시마=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도쿄(東京) 한류 타운인 신오쿠보(新大久保) 거리에 있는 한국 식당들은 요즘 혐한(嫌韓) 시위 한파를 맞고 있다. 28일 신오쿠보 역 앞 식당에서 만난 A 삼겹살 전문점 종업원은 “내수가 호황인데도 이곳의 매출은 갈수록 떨어진다. 정치적인 한일 갈등도 원인이 되겠지만 극우들의 혐한 시위 영향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한국 화장품 가게 종업원들도 ‘신오쿠보=데모와 욕설의 도시’라는 이미지로 굳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기자가 지켜보니 지난해 신오쿠보는 주말마다 극우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재일한인의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모임(재특회)’ 회원들이 주도가 돼 “한국인을 죽여라”, “한국 여성을 강간하라”고 외쳤다. 가게 간판을 걷어차고 종업원 얼굴에 침을 뱉는 시위대까지 있었다. 혐한 시위는 지난해 올림픽 개최지 발표를 앞둔 7, 8월 잠깐 주춤하다가 9월 8일 개최지가 도쿄로 결정되자마자 다시 열렸다. 이때부터는 혐한 시위를 반대하는 시위대까지 모였다. 혐한 시위대들은 자신들의 행위를 동영상으로 찍어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 등에 올렸다. 하지만 이는 일본의 수치가 세계로 알려지는 데 불을 댕기는 역할을 했다. 미국 국무부는 2월 27일(현지 시간) 발표한 ‘2013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혐한 시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인권 전문가들은 “일본 내에서 한인들을 괴롭히던 혐한 시위가 국제 인권문제로 비화했다”고 풀이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혐한 시위에서 일본의 극우단체들이 인종 모욕적 용어를 사용하고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인종이나 종교에 대한 증오 섞인 발언)를 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6월 17일 시위 과정에서 재특회 회장을 비롯한 4명의 극우인사들이 당국에 체포된 사실도 소개했다. 일본으로 귀화하지 않은 재일 한인들은 사회적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국무부는 “이들은 일본에 영구적으로 살면서도 정치적 권리 등 시민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일 한인들이 주택 구입과 교육, 정부 연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주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일본 정부의 귀화 승인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불만이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2년 일본에 귀화한 재일 한국인은 5581명이었다. 국무부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중국, 브라질, 필리핀계 영주권자들도 다양한 차별에 직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일부 호텔과 음식점 등에는 아직도 ‘일본인만 출입’ 표시가 걸려 있어 특정 외국인의 출입을 막고 있다. 보고서는 “일본 정부가 차별을 금지하기 위해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저명한 비정부기구(NGO)들로부터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유덕영 기자}

일본 정부가 냉전 시절 미국으로부터 연구용으로 제공받은 플루토늄을 미국에 되돌려주기로 했다. ‘핵무기 전용 의혹’을 불식시키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보유 플루토늄의 극히 일부만을 반환하는 것이어서 ‘일본이 핵무기를 제조할지 모른다’는 의혹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보유 중인 플루토늄 44.3t 가운데 0.3t의 고농도 플루토늄을 미국에 반환할 계획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7일 보도했다. 일본이 보유한 플루토늄은 대부분 저농도인데 이번에 반환하는 것은 핵무기로 쉽게 전용할 수 있는 고농도 플루토늄이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는 보유 플루토늄 중 어느 정도가 고농도인지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다. 반환하는 고농도 플루토늄은 현재 일본 이바라키(茨城) 현 도카이무라(東海村)에 있는 고속로 임계 실험장치(FCA)에서 핵연료로 사용되는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다음 달 24, 25일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제3차 핵안보 정상회의’에서 플루토늄 반환을 정식 발표할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의 플루토늄 반환은 1차적으로 미국을 의식한 결정이다. 미국은 2001년 9·11테러 이후 각국에 연구용 연료로 제공했던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을 반환하라고 요구해 왔다. 테러 집단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중국이 최근 핵안보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의 고농도 플루토늄 보유를 공론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는 ‘무기급 플루토늄’과 원전 연료로 사용하는 플루토늄 보유량을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FCA는 현재 가동되지 않고 있다. 다만 재가동할 때 미국으로부터 저농도 우라늄 등 군사전용 가능성이 적은 대체연료를 제공받는다는 계획이다. 일본이 보유한 플루토늄 44.3t은 나가사키(長崎)급 원자폭탄을 5000∼7000발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이다. 여기에 아오모리(靑森) 현 롯카쇼무라(六ヶ所村)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공장을 본격 가동하면 공장 가동 연수인 40년간 매년 8t의 플루토늄을 추출해 총 320t의 플루토늄을 추가로 보유하게 된다. 이는 나가사키급 원폭 5만 발을 제조할 수 있는 양이다. 일본은 플루토늄을 이용한 혼합산화물(MOX)을 연료로 하는 몬주 고속증식로에서 플루토늄 대부분을 소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 고속증식로는 1991년 완공 이후 각종 기술적 결함으로 20년 넘게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일본이 핵 재처리로 생산한 플루토늄을 차곡차곡 쌓아두는 것을 본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은 ‘핵무기 전용’ 우려를 제기했다.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북한이 27일 오후 스커드 미사일로 추정되는 단거리 발사체 4발을 동해상으로 잇달아 발사했다. 이산가족 상봉 기간인 24, 25일 북한 경비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지 이틀 만이다. 북한은 2009년 7월 노동 중거리 미사일 2발과 스커드 미사일 5발을 연이어 발사한 바 있다. 군 당국에 따르면 27일 오후 5시 42분부터 북한 강원도 깃대령기지에서 스커드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4발이 잇달아 동해상으로 발사됐다. 북한은 20∼30분 간격으로 이 발사체를 기지의 북동쪽 해상으로 쏴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발사체는 200km 이상을 날아가 동해상에 낙하했다. 이에 앞서 한미 정보당국은 첩보위성 등 대북감시전력으로 깃대령기지 일대에서 스커드 미사일을 탑재한 것으로 보이는 이동식 발사차량(TEL) 3, 4대의 움직임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이동식 발사차량에 탑재한 물체에 위장막을 걷어낸 뒤 스커드 미사일을 기습적으로 발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스커드 미사일은 북한군의 대표적 단거리 미사일로 최대 사거리가 350∼700km다. 발사 직후 박근혜 대통령은 김장수 대통령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으며 김 실장은 이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지하벙커)에서 대북 감시태세를 점검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북한은 이에 앞서 이산가족 상봉행사 둘째 날이었던 21일 오후 4시경 강원 원산의 한 미사일 기지에서 사거리 150∼160km로 추정되는 지대함 미사일 KN-02 4발을 발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린 금강산에서 원산까지 거리는 불과 100여 km다. 한편 일본 외무성은 다음 달 3일부터 중국 선양(瀋陽)에서 일본과 북한의 적십자사 간 실무협의가 열린다고 27일 발표했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이번 협의는 북한 측이 먼저 요청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24일 일본 도쿄(東京) 유라쿠(有樂)정 국제포럼빌딩 6층. 닛산자동차, 스미토모(住友)상사, 히타치(日立)제작소 등 쟁쟁한 일본 기업들의 부스가 길게 늘어섰다. 부스 안에는 검은색 정장에 흰색 와이셔츠를 입은 대학생들이 취업 상담을 하고 있었다. 이맘때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업의 채용설명회. 하지만 이번에는 한국 유학생들만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자리다. 이날 KOTRA 도쿄무역관이 주관하고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 주일 한국대사관, 주요코하마(橫濱) 총영사관이 후원하는 ‘K-move 취업박람회’가 열렸다. 일본 현지 유학생에게 취업 정보와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된 자리였다. 박람회에는 닛산자동차 등 일본 굴지의 글로벌 기업과 중견 및 중소기업 14곳이 참여했다. LG화학, 서울반도체, LS산전 등 일본에 진출한 한국 주요 기업도 참여해 총 22곳이 박람회장을 채웠다. 설명을 듣거나 면접을 실시한 유학생 수는 150여 명. 닛산자동차, 스미토모상사 등 대기업들 대부분이 올해 4월 신입사원 채용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날 자리는 자사의 채용 방식을 알리는 성격이 강했지만 ‘정보나 얻자’라는 편한 마음으로 건성건성 와선 곤란하다. 인사 담당자들이 지원자 한 명 한 명을 살펴보고 정시 채용 때 참고자료로 삼기 때문이다. 닛산자동차 인사과의 시나가와 유스케(品川裕祐) 어시스턴트 매니저는 “오전에 설명회에 참여한 유학생 중 1명을 눈여겨봐 놨다. 4월 채용 때 지원한다면 가산점을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닛산자동차 측은 유학생들에게 빼놓지 않고 “닛산자동차라는 말을 들으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어떤가”를 일일이 물었다. 대답을 들으면 닛산자동차에 애정을 갖고 제대로 공부하고 온 지원자인지 아닌지 금방 판가름 난단다. 시나가와 매니저는 “지원자들의 학업 능력, 의욕, 열정을 중심으로 봤다. 영어와 학점 등 기본 능력이 다들 높다”고 평가했다. 또 “이번 설명회는 유학생들이 자신의 능력을 강하게 어필할 좋은 기회인데 일부는 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와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닛산자동차는 올해 채용 때 지난해보다 100명 정도 더 많이 뽑을 예정이다. 스미토모상사 인사부 채용팀의 구다라 나쓰키(百濟なつき·여) 씨는 “한국 유학생들과 이야기해 보니 ‘열심히 일하겠다’는 의욕이 무척 강하고 기본적인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그는 “올해 본사에만 130∼14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외국인 채용 비중은 정해 놓지는 않았지만 최근 한국인 입사자가 계속 늘고 있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일본의 통상적인 채용박람회는 서너 개 기업이 수백 명의 대학생을 한꺼번에 모아놓고 진행된다. 학생들은 수동적으로 설명을 들을 뿐이다. 하지만 KOTRA는 이번 박람회에서 기업들이 15∼45분 단위로 반복적으로 설명회를 진행하도록 프로그램을 짰다. 한 번에 참석하는 학생 수를 3∼7명으로 맞추고 학생들로부터 사전에 이력서를 받아 기업에 전달했다. 인사 담당자와 유학생이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대기업과 달리 중견·중소기업은 현장에서 면접을 실시해 채용을 결정하기도 한다. 작년까지 실시된 4차례 취업박람회에서 총 23명이 현장 인터뷰 후 정사원으로 채용됐다. 학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도쿄에 있는 대학교 4학년인 박혜원 씨(27·여)는 “일본인 인사 담당자들이 매우 호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해줘 놀랐다”고 말했다. 대학원 석사과정 2학년인 윤다혜 씨(29·여)는 “다른 설명회에 가면 일방적으로 듣고 끝나는데 이번에는 인사 담당자들과 직접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좋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유학생들의 취업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날 채용박람회에 참석한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의 신용한 일자리창출분과 위원장은 “지난해는 국내 청년들의 취업 향상에 초점을 뒀지만 앞으로 해외 유학생들의 취업에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특히 유학생들이 다양한 구인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본 유학생들을 위한 취업박람회는 다음 달 6일 오사카(大阪)에서도 열린다. 10개 일본 기업의 참여가 확정됐다. 도쿄 취업박람회가 센다이(仙臺) 등 일본 동북부 지역의 학생들을 위한 행사라면 오사카 취업박람회는 서남부 지역의 학생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북한 당국자로 추정되는 남녀 3명이 1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현금 145만 달러(약 15억5400만 원)를 갖고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가는 항공기에 탑승하기 직전 말레이시아 공항세관에 체포됐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24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세관 직원이 3명의 소지품을 수상히 여겨 조사하자 가방에서 145만 달러가 나왔다. 세관당국은 이들을 현장에서 곧바로 체포하고 현금을 압수했다. 남성 2명과 여성 1명인 이들은 공용여권을 지니고 있어 외교관 등 북한 정부 당국자로 추정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이 지난해 2월 3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핵, 미사일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을 때 북한 관계자가 거액의 현금을 운반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제재안을 결의했다. 현금이 실제로 무기 개발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면 유엔이 직접 조사할 가능성도 있다. 남녀 3명은 조사 과정에서 “현금은 대사관의 자금이고 신고의무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은 변호사를 파견해 현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 동남아시아에서 마약 등을 밀매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어 말레이시아 당국은 이번 사건을 신중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전쟁 가능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각종 정책들에 일본 국민 반수 이상이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도통신이 22, 23일 성인 1011명을 상대로 전화 여론조사를 한 결과 ‘무기 수출 3원칙’ 완화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66.8%로 찬성 25.7%보다 두 배 이상으로 많았다. 1967년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당시 총리가 밝힌 무기 수출 3원칙은 공산권 국가, 유엔이 무기 수출을 금지한 국가, 국제분쟁 당사국 또는 그 우려가 있는 국가에 무기를 수출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아베 정권은 올해 무기 수출 3원칙을 대폭 완화해 사실상 각종 무기 수출을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헌법 해석을 고쳐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정책에 대해서도 반대(51.0%)가 찬성(38.9%)보다 더 많았다. 아베 정권은 올 4월경 ‘안전보장 법적기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가 마련할 보고서에 기초해 6월 말 정기국회에서 헌법 해석 변경을 시도할 예정이다. 올가을에 열리는 임시국회에선 자위대법 등 관련 법안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TV도쿄가 21∼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이나 중국과의 정상회담과 관련해 ‘일본이 양보할 정도라면 서두를 필요 없다’는 답변이 57%였다. ‘조속히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해 일본이 양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은 30%에 그쳤다. 아베 총리가 우선순위에 둬야 할 정책을 고르는 문항에서 ‘한국, 중국과의 관계 개선 등 외교 정책’은 11%로 ‘양육 고령자 복지 등 사회보장제도 개혁’(38%), ‘의료 간호 농업 규제개혁’(30%)에 이어 3위로 나왔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